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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로 가는 열차 알아? 그 열차 사라진대…

    뒤로 가는 열차 알아? 그 열차 사라진대…

    기차는 여행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찐 달걀과 귤 두어 개에 사이다 한병 사들고 기차에 오르는 기분이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설령 그 여행길 끝에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더라도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풍경을 담고 가는 열차는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맘때 꼭 타야 할 노선을 들라면 주저없이 영동선을 꼽겠습니다. 강원 중부 내륙의 험지를 두루 돈 뒤 강릉의 파란 바다 앞에 승객들을 내려놓지요. 오가는 길에 스위치백 구간을 지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급한 경사의 산악 지역을 앞뒤로 오가는 철도 운행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태백 통리역과 삼척 도계역 구간이 유일합니다. 그 스위치백이 올 6월께 반세기 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고 퇴역합니다. 새로 뚫린 솔안터널에 임무를 넘기고 기억 너머로 사라집니다. >>해발 680m… 가파른 산자락 오르락 내리락 스위치백(switchback)은 자세를 반대로 바꾼다는 뜻이다. 기차가 ‘갈 지’(之) 자 형태의 철로를 따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급격한 경사를 극복한다. 고도 차가 많이 나는 지역의 급경사에 놓인 계단식 철로를 오를 때 이용된다. 우리나라에 ‘스위치백’ 시스템이 적용된 구간이 딱 한 군데 있다. 국내 철길 가운데 가장 경사가 심한 강원 태백 통리역과 삼척 도계역 사이 구간이다. 보다 정확히는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 1.5㎞ 구간에서 스위치백 운행이 이뤄진다. 통리역(680m)과 도계역(245m)은 고도 차가 435m에 이른다. 경사도는 45도에 육박한다. 어지간한 스키장의 상급자 코스가 35도 안팎인 것에 견주면 알기 쉽다. ‘핵 추진’ 기관차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급경사를 극복할 추진력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일 터. 그래서 고안해낸 게 스위치백이다. 1963년 완공됐다. 통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험준한 산자락을 빙글빙글 돌며 내려간다. 심포리역까지는 대략 8.6㎞. 그동안 지나치는 터널만 12개, 도계역까지는 17개나 된다. 꼭 그만큼의 산을 관통한다고 봐도 틀림없다. 심포리역 바로 앞은 통리협곡이다. 미인폭포를 품고 있는 협곡으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 이 구간을 겨울철 산악철도의 백미로 꼽는 것도 이런 빼어난 풍경들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때문이다. 산자락을 설설 기어 내려오던 열차는 심포리역에서 숨을 고른 뒤 흥전역을 향해 달린다. 이때부터 스위치백이 시작된다. 앞만 보고 달리던 열차가 흥전역에 올라 멈춰서면 철로 방향이 바뀐다. 그 뒤 열차가 뒷걸음질 치며 나한정역을 향해 나간다. 오를 때는 정반대다. 나한정역에서 거꾸로 오른 열차는 흥전역에서 도움닫기를 한 뒤 힘차게 심포리역을 향해 나간다. 차장이 후진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해주기 때문에 여행객이 이 구간을 모르고 지나칠 염려는 없다. 지금은 사라진 1940년대 ‘인클라인’(강삭철도·모터로 열차를 견인하는 방식) 철길도 통리와 심포리 사이에 있었다. 급경사 비탈에 직선 철길을 놓은 뒤 위쪽인 통리역에서 열차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인클라인은 화물열차에만 해당됐고, 여객열차는 두 역이 종착역이었다. 해서 승객들은 가파른 비탈을 걸어 오르내리며 다음 역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탔다. 그 시절에 지정 좌석제 같은 게 있었을 리 없다. 자리를 잡으려면 서둘러 뛰어 오르거나 내려가야 했다. 노약자들은 죽을 노릇이었지만 청춘들에겐 좋은 ‘아르바이트’ 기회였다. 짐 운반과 자리 잡아 주며 챙기는 돈이 여간 짭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엔 지게꾼까지 등장했다고. 한때 통리재에서는 짐꾼 100여명이 열차 승객과 비탈을 함께 오르내리며 생계를 이어갔단다. 겨울엔 비탈길이 얼어 더 힘들었다. ‘보릿고개 넘기보다 통리 고개 넘기가 더 힘들다.’는 유행어도 그때 나왔다. >>솔안터널 뚫려… 올 6월이면 역사 뒤안길로 오는 6월께 사라지는 스위치백 구간에는 폐선과 폐터널들을 활용한 위락시설이 들어선다. 강원랜드에서 100% 출자한 ㈜스위치백리조트에 따르면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일원에 총사업비 475억원을 투자해 개발사업을 벌인다. 오는 10월께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인클라인 철도가 돌아오는 게 반갑다. 스위치백리조트 측은 통리~도계 간 16.5㎞를 국내 유일의 산악형 열차로 복원해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도계읍 심포리~태백시 통리 간을 오가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스위치백 철도를 활용한 관광열차인 하이원 트레인 등 탈거리와 미인폭포를 돌아오는 통리 협곡 트레킹 코스, 폐갱도를 활용한 탄광 체험 시설 등도 들어선다. 기차 콘셉트의 숙박시설도 도입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솔안터널도 철도 여행 마니아들에게 관심거리다. 솔안터널(16.2㎞)은 KTX 금정터널(20.3㎞)에 이어 철도 터널로는 국내 두 번째로 길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루프형 터널이란 점도 이색적이다. 철로가 연화산(1171m) 아래 200~300m 지역을 나선형으로 휘감으며 올라간다. 태백시 동백산역과 삼척시 도계역 사이의 표고 차(387m)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동백산역은 올 6월께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차길 옆 마을… 벽화 세상 펼쳐지고… 태백은 한때 탄부들로 북적대던 탄광 도시였다. 1970~1980년대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릴 당시 태백 시내에는 기차역만 11개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마을이 철암마을과 남부마을이다. 철암마을 주변 풍경은 음울하고 쓸쓸하다. ‘루핑’(모래와 콜타르를 뿌려 비가 새지 않도록 한 기름종이)으로 지붕을 인 집들 사이엔 쇠락의 기운이 가득하고, 작부들의 왁자한 웃음으로 가득 찼을 골목길엔 매서운 바람 소리만 윙윙댄다. 몇 해 전 지역 문화 예술 단체들이 번성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억의 벽’이라는 거리 벽화를 그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 페인트가 벗겨지는 통에 되레 애잔함만 묻어 나온다. 그에 견줘 상장동 남부마을은 밝다. 주민들의 속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겉보기엔 그렇다. 남부마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태, 동해광업소 등의 광부 4000여명이 기거하던 대규모 광산 사택촌이었다. 지금도 주민 대부분이 옛 광부사택촌을 리모델링한 집에서 살고 있다. 마을의 볼거리는 노란 색채의 벽화들이다. 마을 담벼락마다 탄광마을의 애환을 담은 벽화 70여점이 그려져 있다. 콘셉트는 ‘나는 광부다’. 광부의 아들이었던 허강일(38) ‘문화예술산업 그림벽’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그렸다. 사람만 벽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모를 쓴 돼지는 ‘햇돼지’를 표현한 것으로, 초짜 광부를 뜻한다. 입에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는 강아지도 있다. 만복이다. 마을의 마스코트처럼 대접받는 녀석. 탄광 경기가 좋았던 시절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글 사진 태백·삼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열차 타기: 강릉행 혹은 강릉발 열차는 모두 통리역∼도계역 구간을 지난다. 자동차 여행자는 통리역∼도계역 구간만 탑승한다. 평일 기준 하행선 7회, 상행선 8회 정차한다. 통리역 552-1788.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영월→태백→황지자유시장 앞 삼거리에서 삼척·도계 방향 좌회전→통리역 순으로 간다. 심포리·나한정·흥전역 모두 38번 국도 변에 있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550-2085. →맛집: 초막고갈두는 두부와 고등어, 갈치찜으로 입소문 난 집. 각 음식의 앞 글자를 따 ‘고갈두’다. 주말엔 번호표를 받고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두부찜 5000원, 고등어찜 6000원, 갈치찜 1만원. 553-7388. 연화반점은 쫄깃한 수타 짜장면이 일품이다. 통리역 아래 있다. 552-8359.
  • 야간투시장비 갖춘 ‘개똥과의 전쟁팀’ 英서 등장

    야간투시장비 갖춘 ‘개똥과의 전쟁팀’ 英서 등장

    영국의 한 지방 시의회에서 밤에 개를 산책시킨 후 개똥을 치우지 않는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 ‘야간 투시 장비’를 갖춘 팀을 결성할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개똥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역은 북서부 랭커셔 하이드번시. 이 지역에서는 최근 개를 산책시킨 후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로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자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방침에 따르면 사복을 입은 개 감시인이 밴에 탑승해 야간 투시장비로 개를 데리고 나온 주민들이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이같은 방침은 군대나 경찰이 쓰는 야간 투시장비를 시에서 쓰는 첫 사례로 기록돼 현지언론에서는 ‘개똥과의 전쟁’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개 감시인 프란 깁슨은 “개똥이 심각한 위생상의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면서 “첫 적발된 견주는 75파운드(약 13만원)의 벌금을, 2번째는 1000파운드(약 17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학주 “빅리그 보여”

    이학주 “빅리그 보여”

    미 프로야구 탬파베이 산하 더블A의 유격수 이학주(22)가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풀타임은 아니더라도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 닷컴은 27일 스카우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유망주 100인을 발표했는데 이학주는 이들 가운데 46위에 올랐다. MLB 닷컴은 “더블A에서 고전했으나 지난 시즌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모두 지난 2010년보다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학주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한 수비수이면서 타격과 출루에도 능하다.”면서 “힘이 다소 부족하지만 빠른 발을 이용해 장타를 만들 수 있다. 기술을 다듬는다면 도루도 좋아질 것”이란 내용이 포함됐다. 이학주는 지난해 싱글A에서 타율 .318, 출루율 .389, 장타율 .443의 활약을 보였다. 2010년(타율 .282, 출루율 .354, 장타율 .351)에 견주면 큰 성장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전문가 존 시켈스는 ‘2012년 유망주 북’ 탬파베이 편에서 팀 내 유망주 2위로 이학주를 들면서 “더블A 승격 뒤 나쁜 한 달을 보냈지만 좋은 타율과 스피드, 견고한 출루율 등에 비쳐 전혀 걱정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발전 초점도 일자리 창출이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지역발전 초점도 일자리 창출이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지역의 발전이 국가의 발전이 되고 있다. 이런 등식은 2012년에도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더 강화될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발전을 떠맡고 있는 지자체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많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궁금증에 해답을 주기 위해서는 상황 변화에 적합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지자체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과거 지역 발전의 가치가 개인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 효율성, 형평성, 삶의 질 등이었던 데 견주어 올해에는 지역 발전의 핵심적인 가치가 지역 주민의 행복이 되고, 그 중요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한편으로 기술의 발달이 고용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기술의 역설’로 인해 성장과 고용창출의 등식 관계가 깨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자리가 개인 행복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역의 발전을 넘어 지역에 거주하는 개인의 삶 자체가 중요해짐에 따라 이전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주민의 번영’과 ‘지역의 번영’의 일치도 덩달아 중요해지고 있다. 주민과 지역의 이익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 지역의 발전을 경제적 수치로만 보는 것은 의미가 적어지고, 일자리의 소재(所在)와 귀착(歸着), 특히 ‘나’한테 주어지는 우리 지역의 일자리가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상당한 비중을 두고 추진했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지역공동체 경영 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역공동체 존립의 위기도 상당하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축소시대’에 직면할 것이 예상되고 벌써 인구의 증가와 감소 지역 구분도 두드러지고 있다. 2000~2010년 서울, 부산 등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163개 시·군 가운데 수도권과 일부 지방 대도시 인접 지역을 뺀 113개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인구가 3만명이 되지 않는 지역이 11개, 심지어 2만명이 되지 않는 지역도 3개에 이르고 있다. 군 지역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형국에서는 산업, 공공서비스, 인프라 보유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2012년 지역 발전의 초점은 지역 주민의 체감적 행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야 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이 생기고, 가정이 행복해지며, 지역 공동체의 존립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하고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계, 융·복합적 접근’이 유용할 것이다. 이제 종래와 같이 일자리 창출을 복지, 문화, 의료, 건설 등이 상호 분리된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생산과 복지, 시장과 사회, 민간과 공공의 경계를 허물고 이들의 융·복합, 연계 속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고령자 복지센터처럼 복지와 연계된 운전·오락·교육·치료·청소·주방 등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의료·관광·숙박의 연계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료관광 등이 보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지역 사회가 만드는 일자리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밀착성을 지닌 순환적 일자리 창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료 생산, 가공, 판매, 서비스 제공, 교육 등 일련의 활동이 지역사회에 상호 연계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 보다 많은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과 연계가 많은 융·복합화된 부대사업을 추가적으로 발굴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특산품 생산, 식품가공, 레스토랑 운영, 체험상품 판매 등으로 연계 일자리를 창출하는 식이다.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지역 자원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문 간의 융·복합, 연계를 힘들게 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부처별 칸막이식의 재원 지원을 해소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지역 공동체 경영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리더 양성, 경영지원, 직업훈련, 모범 사례 전파 등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
  • [기획]최고경영자=⑥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씨

    [기획]최고경영자=⑥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씨

     종양장(種羊場)의 양털깍이 소년이 맨주먹으로 현해탄을 건넌 지 30년- 지금은 부동산만 3천억「엔」(한화 4천억원)어치를 가진 대재벌로 자라났다. 4천억원이면 우리나라 1년 총예산의 절반. 지난 해 2천억원의 매상을 올린「롯데」의 신격호(辛格浩·53)씨는 이 어마어마한 부(富)가 오직『신용과 의리』로 쌓아올린 것이라 했다.  차분하게 외곬 파고들어…신용과 의리로 쌓아올려 『저는 운이라는 걸 믿지 않습니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신용과 의리로 하나하나 이루어나갈 뿐이죠』  「롯데」종업원들은 아직 신(辛) 사장이 웃거나 화내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화가 나면 오히려 음성이 낮아지고 차분해지는 것이 신(辛) 사장의 성격. 이런 내성적인 성격이기에 오늘의「롯데」를 만드는 데도 다른 경영자들과는 달리 화려하게 남의 눈에 드러나는 일 없이 차분하게 외곬으로 파고 드는「인·파이팅」전번(戰法)을 써왔다.  재일교포 사회에선『관동(關東)에 롯데, 관서(關西)엔 판본(阪本)』이란 말이 자랑스럽게 쓰여지고 있다. 신격호(辛格浩)씨와 서갑호(徐甲虎)씨가 교포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일뿐더러 일본의 어느 기업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의 본거지인「도꾜·롯데」는 지난 해 제과부문에서 1천2백억「엔」,「레저」와 부동산부문에서 6백억「엔」을 벌어 들였다.「도꾜·롯데」는 모두 11개의 기업체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에는「검」「초컬리트」「캔디」「아이스크림」공장이 들어있으며「볼링」「골프」시설을 갖춘「레저·센터」인「롯데」회관,「프로」야구의「롯데·오리온즈」구단 등이 있다.「롯데」소유 부동산의 일본 은행 감정 가격은 총 3천억「엔」.  한편 12년 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롯데」는 지난 해 총 2백억원의 매상을 기록했다. 라면, 새우깡 등을 만들어내는「롯데」「검」「초컬리트」「캔디」공업이 90억원,「검」「캔디」의「롯데」제과가 45억원, 일본에 우리나라산 백삼(白蔘)을 독점 수출하고 있는「롯데」물산이 60억원어치를 팔았다. 다수 산매점 주의로 맞서…콧대센 일본 「하리스」눌러  「도꾜·롯데」에 비교하면 아직 한국「롯데」는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지만 어마어마한「도꾜·롯데」의 후광을 갖고 있는 한국「롯데」의 장래는 밝다.  「롯데」의 경영 방침은 간단하다. 첫째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 것, 둘째 제품이 많은 상점에 진열되어 있을 것, 세째(셋째) 선전에 힘쓸 것.  그러나 신(辛)사장의 경우는 보다 철저하다.  『평범한 속에 의외의「아이디어」가 있는 법입니다. 그「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한번 일에 손대면 철저히 하는 것-그게 성공의 비결이겠죠』  평범한 속에서 의외의「아이디어」를 찾아낸 대표적「케이스」가 바로「롯데·검」이다. 종전 직후 일본「긴자」뒷골목에서 GI들이 던져주는「검」을 줍는 일본 어린이들을 보고「힌트」를 받아「롯데·검」이 탄생된 것.  전후 일본엔 50여종의「검」이 생산되었으나「롯데」가 지금처럼 시장 점유율 65%를 자랑하는「톱·메이커」가 된 건 우수한 품질 때문이었다고 신(辛) 사장은 말한다.  또「롯데」의 평범한 경영 방침이 기업 경쟁에서 이긴 경우가 바로「하리스」와의 싸움이다.「롯데」와 함께 일본의「검」시장을 나누어 갖고 있는「하리스」는 당초엔「롯데」로선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큰 기업이었다. 그러나 도매상 중심으로 콧대 센 장사를 하고 있는「하리스」에 비해「롯데」는 다수(多數) 산매점주의로 맞서 끝내 이기고 말았다.  가정 부인들을「세일즈」에 동원, 시장 개척을 한 것도「롯데」의 기발한 판매「아이디어」의 하나였다. 다음은 선전. 「하리스」가 TV에 30분짜리「프로」를 만들면「롯데」는 1시간짜리로 맞섰다.  지금도「롯데」는 한해에 65억「엔」을 선전비로 쓰고 있다. 결국「검」싸움에서「하리스」는 「롯데」의 평범한 경영 방침에 져 현재까지 주인이 3번이나 바뀌고 말았다.  『팔리는 건 제품이지만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제 인사 관리는 간단해요. 일단「롯데」에 들어온 사람이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가기 전엔 절대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잘못이 있으면 감봉 처분이 고작이죠. 직장을 믿고 일할 수 있을 때 일이 제대로 되는 것 아닙니까?』  현재「도꾜·롯데」산하 기업체의 부사장 중 67살이 된 노인이 한분 있다. 하는 일이라곤 출근했다 퇴근하는 것뿐. 그리곤 부사장 월급을 타간다. 신(辛)씨가 종전 직후「크림」장사를 사작할 때 썼던 종업원 10명 중 유일하게「롯데」에 남아 있는 사람이란 이유 때문. 종업원은 해고 않고 전문분야 일만 시켜  한국「롯데」의 경우 이런 인사 방침은 마찬가지지만 또 하나 특징은 종사자의 업무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 이는 신(辛) 사장이『우리나라에선 전문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辛)사장의 과거는 한마디로『배 고팠다』는 것.  언양(彦陽·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몇 10리 들어간 경남(慶南) 울주(蔚州)군 삼남(三南)면이 신(辛) 사장의 고향. 바로 이웃 마을이 서갑호(徐甲虎)씨의 고향이다, 신(辛)씨는 울산농업실습학교를 졸업하고 곧 어느 종양장으로 양털깎이 소년으로 취직했다. 농사만 지어서 5남5녀의 10남매를 먹여 살리긴 힘든 일. 신(辛)씨는 장남으로 가장의 역할까지 겸해야 했다.  21살 되던 해『언제까지 양털만 깎고 살 수는 없지 않으냐?』는 각오로 집을 뛰쳐 나왔다. 일본의 종양장을 돌아 본다는 명목으로 현해탄을 건넜지만 신(辛) 청년의 뜻은『배고픔』을 면해 보자는 것이었다,  우유 배달을 하기도 하고 무거운 철판을 져 나르기도 했다, 그 돈으로「와세다」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제2차대전으로 대학도 문을 닫자 어느 군수기름공장의 기술자로 취직했다가 동료의 모함으로 쫒겨났다. 신(辛)씨는「커팅·오일」을 만들어 내는 공장을 차렸다. 꼭 두번 납품하고 나자 공장이 미군기의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남은 건 빚 5만「엔」뿐.  종전이 됐다. 신(辛)씨는 폐허가 된 일본에서 이제 이길 것은『평화』뿐이라고 생각했다. 소위「평화산업」이란 화장품에 처음 손댄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빚을 얻어(어느 일본 의사였는데 오직 신(辛)씨만 믿고 돈을 대준 것. 그 뒤 신(辛)사장은 이 의사에게 병원「빌딩」을 지어 주어 은혜를 갚았다) 종업원 10명으로「크림」이며 머리기름을 만들어 냈다. 수익은「크림」이 2~3배, 머리기름은 10배가 남았다.  화장품으로 중소기업인이 된 신(辛)씨는 다시『평화산업』인「검」생산에 착수했고 오늘의「롯데」를 세워 놓았다. 50년대의 부동산「붐」에서 크게 한 몫을 잡은 것도「롯데」성장의 성장제 역을 했다.  1948년 자본금 1백만「엔」으로 시작한「롯데」가 지금은 그 3백배 이상으로 자라났고「롯데·검」은 6대주 어느 곳에도 수출되지 않는 곳이 없게 됐다.  한국에 금의환향한 것은 5·16 직후. 햇수로는 12년이 되지만 가정 분규로 신장개업을 한 지는 이제 5년째다. 그 5년 동안「롯데」경쟁 기업인 삼양(三養), 해태 등과 맞먹을 정도로 자라났다.  5형제 중 맏이자 총수인 신격호(辛格浩)씨는「롯데」의 회장. 4째인 선호(鮮浩·40)씨가 형님을 도와 일본에 있으며「도꾜·롯데」산하 공장의 전무·상무직을 맡고 있다. 한국「롯데」는 3째인 춘호(春浩·44)씨가「롯데」공업 사장, 막내인 준호(俊浩·33)씨가「롯데」제과 전무로 있으며 4째 매부인 최현열(崔鉉烈·전 부산(釜山)시장 최두열(崔斗烈)씨의 동생)씨가「롯데」물산의 전무로 있다.  시작은 화장품…부동산 투자로 한몫보고 한국「롯데」의 사장인 유창순(劉彰順)씨는 인척 관계는 없으나 유(劉)씨가 한국은행「도꾜」지점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신(辛)사장과 막역하게 지내던 사이. 경영의 실무는 동생들에게 맡겨 놓고 있으나 신(辛) 사장은 유(劉)씨의 인품과 경영 수완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때 말썽을 빚기도 했던 집안의 불화는 이제 말끔히 가시고 신(辛)씨가 한국에 나오면 형제가 모두 모여 술을 나누곤 한다.  『나이 드신 탓인지 요즘은 보다 많이 모국에 투자하고 싶어하십니다. 반도「호텔」애기도 그래서 나온 것 같아요』막내 준호(俊浩)씨가 전하는 말이다, 신(辛)씨는 완전히 기틀이 잡힌「도꾜·롯데」는「레저」산업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부동산을 처분해 한국에 투자할 생각. 반도「호텔」을 인수해 객실 1천개의「딜럭스·호텔」을 지을 단계에 와 있고 74년께는 제철제강 분야에도 손을 댈 생각으로 현재 수익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리나가」「메이지」등 대「메이커」들과 과자 싸움을 벌일 땐 1주일에 겨우 하루 집에 들어 갈까 말까 였읍(습)니다. 한번 매달리면 철저한 게 제 성격이죠』  오랜 일본 생활로 일본 정계의「기시」(전 수상(首相))「후꾸다」(행정관리청 장관·전 대장성 장관)「오히라」씨(현 외상(外相)) 등 정객과도 교분이 두터워 이따금 한·일 정계의 막후에서 다리를 놓기도 한다.  술은 잘 하는 편이며 즐기는 것은 바둑. 우리나라「아마」2단의 실력으로 같은 급수인 막내 준호(俊浩)씨가 좋은 상대. 일본인 부인과 2남(男)1녀(女)를 두고 있다.  <김창웅(金昌雄)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2월11일 제6권 5호 통권 제226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 ‘술 취한 개’ 때문에 감옥 간 주인의 사연

    보드카를 먹어 술에 취한 개를 방치한 혐의로 체포된 견주에게 벌금형과 3년간 개를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술취한 개 때문에 구속까지 된 견주는 영국 노팅험에 사는 매튜 콕스(26). 그는 지난해 8월 자택에서 친구와 함께 보드카와 콜라를 마셨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콕스와 친구가 담배를 피기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주인이 자리를 비우자 당시 6개월의 강아지였던 레브라도종 맥스가 마룻바닥에 놓여있던 잔 속의 보드카와 콜라를 모두 마셔버렸다. 콕스는 자리로 돌아와 맥스가 술을 모두 마셔버린 것을 알았지만 그대로 방치한 채 외출해 버렸고 술에 취한 맥스는 집밖으로 나와 거리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술에 만취한 맥스가 휘청휘청 걸어다니자 인근을 지나던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콕스는 동물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현지 경찰은 “당시 맥스가 술에 만취해 긴급히 동물병원에 보냈다.” 며 “수의사가 체내로 부터 알코올을 빼내는 등 집중 치료를 해 무사히 회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루어진 재판에서 노팅험 법원은 콕스에게 조건부 석방과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향후 3년간 개를 기르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인천시 ‘중국팀’ 신설… 교류강화 나서

    인천시는 대 중국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중국을 전담하는 독립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4일 시에 따르면 미국과 견주는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교류를 위해 다음 달 중순 조직 개편을 통해 국제협력관실 내에 ‘중국팀’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팀에는 중국 파견 경험이 있거나 중국어 실력을 갖춘 직원이 우선적으로 채용되며, 통·번역 요원도 배치된다. 특히 다른 부서와 달리 ‘전문보직제’를 도입, 보다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시는 올해가 한·중수교 20주년이고, 내년 중국 톈진과의 자매도시 결연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팀 신설이 중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중국 11개 도시와 자매·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시는 앞으로 학계와 공항·항만 관계자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 중국 관계 강화, 전문성 강화, 교류사업 활성화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글로벌 시대] 일본 안의 이향(異鄕) 홋카이도/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일본 안의 이향(異鄕) 홋카이도/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에 대해 한국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에 견주어 생각하면 강원도와 같은 시골이며, 스키나 스노보드를 하는 데 최적지인 겨울 리조트 지역이다. 1972년에는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광대한 토지에는 대규모 골프장이 여기저기에 있다. 나는 1960년대~1970년대 6년 동안 소년 시대를 홋카이도에서 지낸 적이 있다. 홋카이도의 눈은 스키를 타기에 정말 최고였다. 홋카이도에는 원래 ‘아이누인’이라는 선주민 사회와 문화가 있었다. 아이누 민족은 일찍이 사할린으로부터 쿠릴 열도, 홋카이도, 일본본토 북부에 걸쳐서 넓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 수렵, 어로, 채집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생활을 영위해 왔다. 자연으로부터 배운 지혜, 신앙, 풍속, 언어는 대대로 계승되어 고유 문화가 싹텄다. 홋카이도에 살고 있었을 무렵, 따뜻한 계절에는 휴일이면 산에 나물을 채집하러 갔다. 나물에 대한 지식은 원래 아이누인한테서 배운 것이었다. 먼 옛날 아이누인은 일본인과 교역을 해온 관계였지만, 17세기 후반에 일어난 큰 전쟁에서 패한 뒤 일본인에 의해 정치·경제적으로 지배받게 되었다. 아이누인이면서 아이누 문화 연구자였던 가야노 시게루(1926~2006)는 그 전쟁 이후의 아이누인의 삶에 대해 1990년에 집필한 책에서 “일본인들은 우리 땅(홋카이도)에 수백년 전부터 건너왔었는데, 본격적이면서 전면적으로 침략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정부는 아이누인에 대해 강제노동, 강제이주, 창씨개명 및 일본어의 강제사용 등의 동화정책을 펼쳤다. 산이나 강에서 자유로이 수렵, 어로, 채집하는 수렵민족으로서의 기본생존권을 박탈시키는 한편, 홋카이도를 국유화한 이후 재벌에게 넘겼다. 거의 동시기에 일본한테서 침략을 당한 한국인에게는 그러한 상황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조선 침략과 다른 점은 한민족은 1945년에 해방되어 독립국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이누인은 1945년 이후에도 민족차별과 인권침해를 받아왔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현재 홋카이도에는 2만여명의 아이누인이 살고 있는데, 본인 스스로 아이누인임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실제 아이누의 인구는 더 많을 거라고 한다. 몇 세대에 걸쳐 비참한 시대를 참고 견디며 살아왔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뒤늦게나마 아이누 민족을 둘러싼 상황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 계기는 2007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원주민의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이다. 이 결의를 수용하여 2008년 일본 국회에서 아이누 민족을 원주민으로 인정하는 것을 요구하는 결의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그러한 움직임에 따라 2009년에는 ‘홋카이도 우타리 협회’가 ‘홋카이도 아이누 협회’로 개칭되었다. 원래 ‘홋카이도 아이누 협회’가 1930년에 설립되었는데, ‘아이누’라는 민족명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용어로 통했기 때문에 1961년에 아이누어로 ‘동포’를 뜻하는 ‘우타리’라는 호칭으로 바뀐 적이 있었다. 그것을 다시 민족명인 ‘아이누’로 회복한 것이다. 이러한 협회의 명칭 변천을 보아도 아이누인들이 일본 사회에서 얼마나 절망적으로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년 1월 아이누 민족 첫 정치단체인 ‘아이누 민족당’이 결성된다고 한다. 기본정책으로 아이누 민족의 권리 회복과 교육·복지의 충실, 다문화·다민족 공생사회의 실현, 자연과의 공생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을 내걸고 있다. 아이누 민족의 권리 회복은 물론이지만, 그동안 시달려 온 민족적 경험과 자연과의 공존을 기조로 하는 아이누 문화에 입각해서 일본의 폐쇄된 정치 상황에 새로운 계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홋카이도에 여행을 간다면 스키장이나 골프장은 아이누인의 숲을 벌채해서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또 홋카이도에 가서 아이누인을 만나면, 아이누어로 “이람카랍테(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어 보자. 일본어로 말을 거는 것보다 훨씬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 [씨줄날줄] 열차/임태순 논설위원

    기차만큼 인류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없다. 산업혁명 초기인 1800년대 초 발명된 증기기관차는 마차 중심의 생활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기차는 짧은 시간에 많은 물자와 사람을 실어날라 시간과 공간을 무한히 확대했다.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이질적 공간들이 동일 공간대, 동일 시간대에 편입되면서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다. 이동이 잦아지면서 행락 및 여행문화가 자리잡고 이에 따라 견문도 넓어져 문학, 회화, 사진 등 문화적 지평도 확대됐다. 철도는 근대적 경영을 태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850년대 미국의 경우 세계적인 제철소나 섬유공장을 짓는 데 100만 달러가 들어간 데 비해 철도산업은 150마일을 건설하는 데만 8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초대형 투자였던 만큼 개인투자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당연히 유럽의 자본이 유입되고 주식과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경영의 합리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돼 라인과 스태프의 인적 구조, 원가회계 개념 등이 등장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이 시작됐다고 하버드대학교 경영사학자 알프레드 챈들러는 말한다.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었지만 제국주의 시대에는 약소국 침탈의 도구였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병탄하면서 경인선, 경부선을 부설했다. 그런 만큼 철도는 약소국 입장에선 저항의 대상이다. 당시 경부선은 충남 공주를 지나기로 돼 있었으나 유생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대전으로 우회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대전은 번영하고, 공주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북한을 장기 통치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한 장소는 평소 애용하던 ‘야전열차’였다. 그가 북한 내 ‘현지지도’는 물론 해외방문 시에도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이용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가 가장 컸다고 한다. 고소공포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열차가 비행기에 비해 경호에도 유리하고 외부의 공격을 받아도 신축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기차를 고집함으로써 시대에 뒤지고 은둔의 이미지가 굳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시속 300㎞의 고속열차가 등장하면서 철도도 많이 현대화됐지만 초음속으로 나는 비행기와 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럽 유학에 신세대인 후계자 김정은이 아버지처럼 열차를 탈지 궁금하다. 그의 선택에 따라 북한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의 처방/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열린세상]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의 처방/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2011년 12월도 10여일 남았다. 뒤돌아 보면 2011년 국가적으로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재정 건전성이 아니었나 싶다. 초등학생 무상급식의 내용과 방식을 두고 예기치 않은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고, 서울시의 집행부가 바뀌었다. 신문이나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국가부도에 처한 외국을 반면교사(反面敎師) 혹은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아 우리의 재정 건전성을 화제에 올렸었다. 내년의 중요한 화두 역시 재정 건전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녀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지닌 사람이 42.9%에 이를 정도로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양극화뿐 아니라 고령자 및 아동·장애인·실업자 등에 대한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복지와 관련한 이런저런 공약이 봇물을 이룰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런 점에 견주어 볼 때,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 건전성을 한층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지자체들은 1991년 재정자립도가 79.1%였으나 불과 10년 만인 올해에는 51.9%로 겨우 50%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에 버금갈 정도로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예산의 효율성을 논하다가도 중앙에서 예산이 온다고 하면 운영 부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우선 재정투자를 하고 본다. 빈집에 황소가 들어오면 소도 잡아 먹는 격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보기가 공공시설물이며, 문화시설 투자가 특히 그러하다. 문화수준 함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2011년 현재 전국에 2083개의 문화기반시설이 건립되어 있고, 여기에 특산품이나 각종 체험·학습을 겨냥한 전시관·테마관 등을 합치면 그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도 전국에 48개나 건립되어 있다. 세트장 건립비용이 평균 50억원이라고 해도 2400여억원의 재정이 투입된 셈이다. 대부분이 운영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투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사전경보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지자체의 재정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 재정 파산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서 강도가 낮은 셈이다. 사후적 처방성격이 강한 이 같은 ‘저강도(低强度) 정책’에 더해 문화시설 등 지자체의 공공시설이 건립되기 이전 단계의 처방도 중요하다. 특히, 재정투자에 대한 ‘사전 타당성 분석’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걸러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가 건립하는 공공시설의 사전 타당성 분석은 ‘용역관계’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지자체가 용역을 발주하고 전문기관이 건립의 타당성을 따지는 관계에서는 공정한 결과의 산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자체 공공시설 투자센터의 건립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견본(見本)이 된다. 중앙부처 투자사업에 대한 조사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함으로써 조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편성 단계에서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2011년 9월부터 의무화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민이 예산편성에 직접 참여하여 공공시설 투자사업과 지역 특성·여건의 부합성을 따져 봄으로써 집행부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 근본적·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일자리를 통한 복지 창출 등의 처방이 필요할 것이지만, 공공시설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압박하고 또 그럴 개연성이 상당히 농후함을 고려할 때, 2012년의 재정 건전성을 보다 강화화기 위한 촘촘한 장치 개발을 통해 한발 앞선 대비가 필요하다.
  • 1가구 1자녀, 아동복 소비 늘어난다

    1가구 1자녀, 아동복 소비 늘어난다

    출산율 저하로 1가구 1~2자녀, 혹은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부부가 대부분이다. 자녀 양육비, 교육과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녀들은 옛날과 달리 부모들의 지극한 관심 속에 성장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로 유·아동복 시장의 판도 역시 바뀌고 있다. ▷ 이게 아동복이야 성인복이야? 최근 아동복 시장은 기성복 못지않게 패션스타일에 민감하다. 특히 패션 코디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엄마들의 추세로 아동복 레깅스, 코트, 티셔츠, 야상, 여아원피스 등 모든 아이템은 디자인적으로 ‘아동틱’한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 그중에서 남대문에서 알아주는 아동복 브랜드는 백화점 브랜드상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퀄리티로 엄마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올겨울 트렌드는 케이프스타일 엄마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올겨울에는 ‘빨간망토챠챠’와 ‘빨간모자’들이 쉽게 목격될 전망이다. 바로 케이프의 유행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벌써 케이프코트, 케이프가디건의 강세가 눈에 띈다. 각종 색상의 아우터가 눈에 띄지만, 아이들의 재기 발랄함을 보여줄 수 있는 비비드한 빨강은 피부를 한층 생기 있고 밝게 보이게 한다. 따뜻한 느낌까지 줄 수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맞은 아이에게 선물로는 제격이다. ▷ 얼어붙은 경기, 기왕이면 저렴한 가격 맞벌이 부부들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지만 불경기는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온라인 아동복쇼핑몰이 뜨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중에서도 아동복 쇼핑몰 바니바니는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동복은 자체 제작한 상품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주정민 바니바니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개인쇼핑몰과 오픈마켓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 대표는 “엄마들이 좋아하는 여아 아동복 브랜드인 엠버, 코튼베이비, 더제이니와 어깨를 견주고 나란히 경쟁하는 예쁜 아동복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며 “엄마와 두 딸이 함께 만들어가는 아동복 쇼핑몰을 기대하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영국서 가장 행복한 ‘항상 웃는 개’ 화제

    ”영국에서 가장 행복한 개는 바로 나!” 9달 된 코카푸(cockapoo)종인 개가 영국에서 가장 행복한 견공으로 선정됐다. 영국 ‘펭귄 북’(Penguin Books)은 최근 “코카푸 종인 알피가 환하게 웃으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어 다른 경쟁견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고 밝혔다. 알피는 코카스파니엘과 푸들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항상 웃는 표정을 지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견주 댄 솔트(30)는 “알피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생활하며 심지어는 뛰어다닐 때도 웃는다.” 며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이거나 짖는 경우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펭귄 북 측은 “경쟁에 참가한 모든 개들이 매우 행복해 보여 주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며 “그중 알피가 가장 멋진 웃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태안 기름유출사고 7일로 만 4년…피해보상 아직도 먼길

    태안 기름유출사고 7일로 만 4년…피해보상 아직도 먼길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7일로 만 4년을 맞았다. 2007년 12월 7일 홍콩선적 유조선과 국내 해상크레인 예인선단이 충돌해 1만 2547㎘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최악의 ‘검은 재앙’은 123만 자원봉사자의 헌신적 노력과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사투를 촉발했고, 그 덕에 태안은 청정해안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배상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충남과 전남·북 등 11개 피해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서해안유류피해민연합회는 7일 주민 7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과천청사 등에서 집회를 연다. 이들은 선사 측에 ▲피해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할 것 ▲최소한의 지역발전기금인 5000억원을 지원할 것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에는 ▲국내 현실을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의 사정을 중단할 것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을 27개로 축소하지 말고 101개로 늘릴 것 ▲보상받지 못하는 피해민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 방법을 제시할 것 등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유사 등 화주들이 조성한 분담금으로 기름유출사고 때 배상에 나서는 IOPC 펀드가 피해를 인정한 규모는 3613건에 1671억 5600만원으로, 현재까지 집행한 것은 이 중 2920건에 1473억 3100만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한 피해배상 건수 2만 8883건에 2조 6052억여원과 견주면 각각 10%와 5,7%에 불과하다. IOPC 배상은 이달 말 끝난다. 김달진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지원과장은 “IOPC 심사는 어업 및 관광 등 입증자료를 근거로 철저히 이뤄져 배상받기가 쉽지 않다. 배상을 못 받는 사람이 엄청 많을 것”이라며 “일부 면허 없이 하는 맨손어업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한국 실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IOPC 배상작업이 끝난 뒤 배상을 못 받거나 금액에 이의가 있으면 한국 법원을 통해 사정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는 내년 하반기쯤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별도로 사고 직후 제정된 유류피해 주민지원 특별법에 따라 용역 조사를 거쳐 피해 주민에게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정재판이든 용역회사의 조사이든 주민 개인별로 보면 피해배상 신청건수가 무려 13만건에 이르러 배상이나 지원을 받기까지는 또다시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조원 이상의 배상 신청액이 터무니 없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안군은 2007년 2000만명에 이르던 관광객이 기름유출사고가 터진 이듬해 400만명으로 대폭 줄었다가 2009년 1400만명, 지난해 1100만명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안도하고 있다. 어업도 소원면 소근리와 의항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재돈 태안군 유류피해 대책연합회장은 “기름유출사고의 이미지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생계가 어려운 주민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설] 한나라당 ‘선관위 테러’ 얼버무리지 마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사과했다. 최구식 의원은 수행비서가 범행을 사주한 책임을 지고 홍보기획본부장을 사퇴했다. 최고위원회에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모두가 9급 말단 비서의 돌출 범행으로 몰고가면서 책임 줄이기에 급급하다. 이번 사안은 국가 기간시설을 무력하게 만든 사이버 테러이며, 국민의 헌법적 권한인 투표까지 방해한 부정선거 도발 범죄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지극히 위험스럽고 중차대한 사안임을 알면서도 정작 대응에서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파문을 한껏 키우느라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범행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3·15 부정선거에 견주고, 경찰 수사를 겨냥해서는 배후 몸통론을 제기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축소하는 데만 분주하다. 개인의 돌출 범죄냐, 조직적 개입이냐를 규명하려면 선(先)수사 후(後)국조로 방향을 잡은 것은 한편으로 온당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책임회피 본능이 꿈틀대고 있다. 지금 드러낸 모습은 새로운 환골탈태가 아니라 또다시 구태의연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번 파문의 경우 의혹의 내용이 뭐냐 하는 경찰 수사적인 측면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정치적 접근에 더 주목해야 한다. 가뜩이나 사건 외적(外的)인 측면에서 불리한 여건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정서가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들이 겹치면 불신과 반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대충 얼버무리면서 책임을 모면하려는 자세로는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오히려 더 키울 뿐이다. 한나라당에서 쇄신론이 수그러들었다. 워낙 곤혹스러운 탓에 그러하겠지만 또 다른 우를 범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거듭된 실책에 악재가 하나 더 얹혀진 것이다. 결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총체적인 위기의 연장선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자체 조사에 나서는 등 진상 규명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과감한 희생이 더 필요하다. 이에 맞춰 쇄신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 세계 최장수 개 ‘26년 9개월’ 끝으로 세상 떠나

    사람으로 치면 125세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최고령 개(犬) 푸스케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 도치기현 사쿠라시에 사는 잡종 수컷인 푸스케가 지난 5일 오후 26년 9개월을 살다 갑작스럽게 숨을 거뒀다. 푸스케는 지난 1985년 3월 시바견과 잡종견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지난해 ‘살아있는 최고령 개’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세계적인 화제에 올랐다. 또 2008년에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해 수의사로부터 절망적인 통보를 받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아남아 기적의 개로도 불렸다. 견주인 시노하라 유미코(42)는 “이날 오후 외출 후 귀가해 보니 집 밖에서 푸스케가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며 “잠시 후 마치 플란다스의 개 처럼 편안하게 최후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슬프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오래살아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떨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오늘의 눈] 국민의 지갑 또 열라는 지상파/홍지민 온라인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국민의 지갑 또 열라는 지상파/홍지민 온라인뉴스부 기자

    결국 케이블TV 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채널 중 KBS1·EBS를 제외한 KBS2·MBC·SBS의 디지털 송출을 중단했다. 케이블TV로 고화질(HD)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일반화질(SD)로 봐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770만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있다.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을 둘러싼 케이블TV와 지상파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은 결과다. 케이블TV는 아날로그 신호 송출까지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10년간 1조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SBS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시청자들은 속 터진다. 양측은 친절하게도 자막 고지를 통해 상대방 연락처를 알려주고 있다. 나는 모르겠으니 그쪽에 따져보라는 것과 다름 없다. 성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청자 입장에서만 보면 어느 쪽이 비용을 내든 지상파를 제대로 볼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무료보편적’이어야 하는 지상파가 유료화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지상파에 대한 재전송 대가 지불은 케이블TV로서는 원가상승 요인이다. 이는 시청자에게서 받는 케이블TV 수신료 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재전송 대가 지불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상파는 왜 무료보편적이어야 할까.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공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약 1조원(10년 기준)을 들여 주파수를 낙찰받은 데 견주면 지상파는 해마다 1000억원을 이득 보고 있는 셈이다. 원칙적으로 지상파는 공짜로 봐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민 대다수가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지상파를 본다. 안테나를 달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는 지상파는 난시청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재전송을 묵인해 왔다. 그런데 지상파가 재전송 대가를 받아내면 이미 돈을 내고 지상파를 보고 있는 국민은 또 지갑을 열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민을 상대로 배임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사관(史官)/김종면 논설위원

    전란이 이어지고 도적이 들끓던 11세기 일본 헤이안 시대. 폭우가 쏟아지는 라쇼몽(羅生門) 아래 나무꾼과 스님이 뭔가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잠시 비를 긋기 위해 들른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하자 이들은 남자에게 마을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을 들려준다. 무사 다케히로가 숲속에서 말을 타고 아내 마사코와 함께 지나간다. 낮잠을 즐기던 산적 다조마루는 마사코의 미색에 반해 그녀를 차지할 흑심을 품는다. 속임수로 다케히로를 포박한 다조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한참 뒤 나무꾼은 다케히로의 가슴에 꽂힌 칼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심문이 벌어진다. 얼핏 봐도 범인이 누구인지 뻔한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혐의를 벗기 위해 제 방식대로 현장을 증언한다.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은 이처럼 불가해한 인간 내면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는 상황은 하나인데 사건은 완전히 재구성되는 ‘기억의 조작’을 흔히 본다. 인간은 결코 진실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니 진실은 얼마든지 이기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뉴타운 공약을 놓고 서울시장이 동의를 해줬느니 안 해줬느니 유력 정치인과 시장이 논란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실은 하나인데 이들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해석을 달리했다. 기록으로 남겼어야 했다. 최근 서울시가 ‘사관(史官)제도’를 도입했다. 시 역사상 처음이다. 시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거나 공식, 비공식 면담을 할 때 주무관이 배석해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하다. 그동안은 시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때 기록을 남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예술하는 사람은 행복해선 안 된다고 한다.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지독한 역설은 행정하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록비서관‘제도가 자유로운 발언 분위기를 해치는 보신주의 행정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일각에선 기록비서관을 조선시대 사관에 견주기도 한다. 임금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사초를 쓰는 추상같은 역사기록관 말이다. 조금은 지나친 비유다. 하지만 최소한 사관의 기본 덕목인 춘추필법의 정신을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쪼록 그 정신 그대로 대의명분을 밝혀 세우고 시시비비를 가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서울실록’을 써나가기 바란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성공 집착 사회에 저항감, 연봉 4분의1 토막이지만 행복”

    “성공 집착 사회에 저항감, 연봉 4분의1 토막이지만 행복”

    “성공한 소수만을 위한 사회에선 누구나 저항감을 느끼게 되죠. 사회 정의를 위한 실천적인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김남희(32·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지난 1월 국내 유명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직을 미련 없이 내던졌다. 그리고는 같은 해 8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굴지의 로펌 출신 변호사가 시민단체 평간사로 직업을 바꾼 것은 누가 봐도 ‘대형 일탈’이었다. ●“사회정의 위한 실천적인 삶” 김 간사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로서 사적 영역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시민단체에서 공적인 영역을 위해 일하는 것이 사회정의를 위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냈다.”면서 “연봉은 엄청나게 줄었지만 행복하다.”며 웃었다. 억대 연봉을 받던 김 간사가 참여연대에서 받는 급여는 변호사 시절의 4분의1도 채 안 된다. 그럼에도 그는 “아끼고, 덜 쓰면 되지 않겠느냐.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조용히 웃었다. 김 간사는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로 “불편한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꼽았다. 또 “항상 승용차만 타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일하며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했다. 아이들이 돈, 공부, 성공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편한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간사가 과감하게 현실을 떨치고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의 길에 들어선 데는 세살배기 아들의 영향이 컸다. 그는 “변호사 엄마로서 앞으로 내 아이에게 돈과 공부에 대한 집착을 가르치고, 압박을 주게 될 것만 같았다.”면서 “우리 아이가 행복하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 행복한 세상 만들고파” 그는 로펌을 그만두기 전 1년여를 미국에 머물며 템플대에서 법학석사(LLM) 과정을 마쳤고, 프랑스와 일본에서는 하릴없는 서민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 현실에서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정하게 됐다.”면서 “그들의 삶과 견주었을 때 한국인의 삶의 질이 매우 낮다는 문제의식은 지금도 충격”이라고 돌이켰다. 그는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외국어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2000년 졸업하기도 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당당하게 로펌에 입사해 기업법 분야를 담당했다. 그러나 기업논리에 구속되는 로펌 생활은 그에게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사표를 던진 그는 지인으로부터 참여연대를 소개받았고, “내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김 간사는 수습 기간 3개월을 거쳐 지난 14일 공익법센터 정간사가 됐다. 표현의 자유, 유권자 권리 보장, 국가보안법 폐지 등 분야에서 판결 해석과 비평, 공익소송 관련 업무 등을 맡을 예정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추운 농어촌의 마을회관과 경로당/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추운 농어촌의 마을회관과 경로당/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입동(立冬)이 지났다. 겨울이 깊이를 더해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영상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남한과 북한의 야경 사진이다. 인공위성에서 한반도를 찍은 그 사진에는 남한 대부분의 지역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던 반면, 북한 대부분의 지역은 불 꺼진 세상이었다. 그 그림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도시와 농촌의 겨울 난방 온도를 영상으로 찍어보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 비해 농어촌의 온도가 휠씬 낮게 나타날 것이다. 농어촌의 난방 사정이 도시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농어촌지역은 도시처럼 값싸고 질 높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예전처럼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다 아궁이를 지필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기름을 때서 겨울을 보내자니 월 30여만원의 기름값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겨우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공간만큼의 전기장판에 의지해 난방을 하다 보니 방이나 거실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온도차이가 크다. 상층부는 귀가 시릴 지경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군당 300~400개씩 6만여개의 마을이 있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마을이 난방이 어려워지고 삶의 질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1인 가구의 비율과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각각 30%를 웃돌고 있고,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농어촌지역은 고령화로 인한 외로움과 거동의 불편함에 더해 난방의 애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농어촌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찾고 있다. 난방이 되는 공간에서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끼니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잠도 잔다. 그야말로 겨울이 되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은 주민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공동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되며, 추위를 막아주는 ‘피한처’(避寒處)이자 외로움을 달래주는 상호 간의 ‘의지처’(依支處)가 된다. 여기에 일조하고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마을 규모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을당 150만원 정도의 난방비가 지원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지자체 부담이 78%, 국비가 22%를 차지하고 있다. 국비에 견주어 지자체의 재원 부담이 과다한 측면을 떠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고 살림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지자체 입장에서는 마음만큼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운 농어촌’의 겨울을 위해서는 난방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의 보수 및 개량에 더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시가스 공급이나, 일본·프랑스처럼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에 대비하여 면 소재지 등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농어촌의 정주공간을 재편하는 이른바 ‘집락재편’(集落再編)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당장에 닥친 추위와 고령자 등 주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의 보다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녹색성장 차원에서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그린홈 100만호 시책’을 이들 공간에 적용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태양열이나 태양광 관련 시설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설치하여 난방문제를 해결하고, 지자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을 저감시킬 수 있는 ‘에너지 자립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4시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여기에 더해, 장애자가 많은 주민 편의시설의 정비도 필요하다. 전동차를 타고 오는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전장치의 설치도 시급하다. 가정은 물론 마을회관, 경로당에서도 젊은 사람의 손을 빌려 충전을 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고령자, 장애자 주민을 위해 현관 계단도 없애고, 램프도 설치해야 한다. 문턱도 없애거나 낮추고, 화장실도 내실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이래저래 ‘추운 농촌’을 위해 작지만 가장 요긴한 지역 개발 전략은 공동생활 공간인 마을회관이나 양로원의 기능을 지역주민의 처지와 필요에 맞게 보다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李대통령 힘실린 경찰… 새국면 맞은 수사권조정

    李대통령 힘실린 경찰… 새국면 맞은 수사권조정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제66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이 명실상부한 수사의 한 주체가 됐다.”고 밝히자 경찰은 한껏 고무됐다.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이른바 ‘수사권 조정 2라운드’가 진행되는 와중인 탓에 시사점이 적지 않다. 경찰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인식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명문화된 수사개시권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경찰을 독자적 수사 주체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론적인 언급일 뿐’이라는 청와대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종의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인 동시에 경찰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라는 게 경찰 측의 해석이다. 경찰은 애써 웃음을 감추는 형국이다. 때문에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 새 국면을 맞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동안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고 경찰은 수사를 맡으며 역할이 분류돼 있었다.”면서 “이제 바로잡을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일제강점기 ‘조선 형사령’이라는 일본의 법률 체계를 기본으로 1954년 형소법이 제정되면서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게 된 것인데 당시 속기록을 보면 장차 경찰이 다시 수사 주체가 되고 검찰은 기소를 담당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경찰은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총리실 중재에 대비하고 있다. ●인권침해 개선·과학수사 등 본지와 방향 일치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사 때 인위적이고 자의적 판단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율이 있는 만큼 책임을 지라는 것은 수사권 조정에 관한 구체적인 사안을 말한 것이라기보다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업무 지침과 원칙을 확인하고 기본적인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의 최대 과제는 수사 주체로서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얻느냐다. 검찰과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는 마찰을 지양하면서 건설적인 수사 주체로 설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경찰 내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경찰 내부에서 비리가 발생하거나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해 불신을 초래한 사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인 것이다. 최근 서울신문의 기획시리즈 ‘뉴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의 설문 결과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수사과정상 인권침해 및 고압적 태도, 욕설 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피해자 중심의 수사 관행에 대한 요구다. 이 대통령은 ▲국민공감 치안 ▲민생침해 범죄 강력 대응 ▲과학경찰 확립 ▲사회적 약자를 돕는 치안 ▲인권·반부패 치안 등 경찰의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경찰의 과제는 이뿐이 아니다. 직급조정 문제도 장기적 숙원이다. 현재 10만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에서 차관급은 조현오 경찰청장 1명뿐이다. 그러나 1만여명인 검찰 조직의 경우 일반 공무원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차관급 이상으로 분류되는 검사장만 53명에 이른다. 더욱이 검사는 임용과 동시에 고위 공무원 이전의 직급에 견주면 3급 부이사관급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3급에 해당하는 경찰 경무관급 이상은 69명인데 비해 3급 이상인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국가직은 1614명, 지방직은 392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선 서장(총경)이 4급인데, 갓 임용되는 검사는 통상 3급이고 지자체 부구청장도 3급”이라면서 “치안 업무 책임자 직급이 이 정도면 문제가 있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청장도 이와 관련, “경찰청장이 장관급으로 된다면 경찰의 직급 조정 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며 장관 격상론을 최근 피력했다. ●“처우 개선” 언급 불구 관할부처선 부정적 수당 현실화도 일선 경찰의 절실한 요구 사항이다. 경찰은 정부 부처나 지자체와 달리 24시간 대기·근무하고 주로 야간에 활동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위험도와 난이도, 부담 등을 감안해 수당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직급 체계·수당 조정까지는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의 경찰관 처우 개선 발언에도 불구하고 관할 부처에서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군인·교원 등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수당 문제를 급하게 결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경위·경감의 보수를 현재 6급 상당 대우에서 5급 상당으로 올리는 것도 이미 불가한 것으로 얘기가 끝났다.”고 밝혔다. 과중한 업무 부담도 개선해야 할 숙제다. 곽대경 교수는 “경찰 1인당 국민 500명을 담당하고 있다. 선진국이 200~300명을 담당하는 것에 비하면 두 배”라면서 “도심에서 연예인들의 공연이나 지자체 행사 질서 유지도 경찰이 하는데 이런 업무들을 줄여 경찰이 본연의 치안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김양진·김소라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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