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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18대 국회예산도 50%나 불렸다

    ‘최악’ 18대 국회예산도 50%나 불렸다

    ‘폭력 국회’라는 오명 속에 4년의 얼룩진 임기를 29일 마감하는 18대 국회는 예산 운용에 있어서도 행정부, 사법부 등 나머지 국가 2부에 비해 방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감시·감독하고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가 정작 스스로는 외부 견제의 눈길에서 벗어나 인력, 조직 불리기에 골몰했던 셈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실이 28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기관별 예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입법부의 2012년도 예산은 5889억원으로 2007년(3943억원) 대비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행정부와 사법부의 예산 증가율 36.4%, 25.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만 5년 사이 국회 예산만 유독 절반 가까이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로 따져도 행정부 예산은 6.4%, 사법부는 4.7% 증가에 그쳤지만 입법부는 매년 8.4%씩 예산을 키웠다. 국회 예산의 급격한 증가에는 물론 2009년 착공돼 이달 완공된 제2의원회관 건립 비용 1881억여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각 지원 조직별 예산 증가분을 들여다보면 국회의 방만한 운영이 여실히 드러난다. 국회의원 입법 활동과 국회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사무처 예산은 2007년 3543억원에서 올해 5254억원으로 48.3% 증가했다. 사무처 자체 인원·조직 확대, 국회의원 수 증가로 인한 각종 수당 확대와 건물 관리비 등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국회 예산은 조직별로 사무처 예산을 비롯해 도서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예산으로 나뉜다. 조직 신설로 인한 업무 중복, 인력 낭비도 지적되고 있다. 의원 보좌진과 성격이 비슷한 예산정책처가 2003년, 입법조사처가 2007년에 신설됐다. 그러나 의원 입법 및 정책 연구를 지원하는 기능은 기존 보좌 인력과 대동소이해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의원 수 증가에 비해 가파르게 늘어난 지원 인력 수도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국회의원은 1948년 제헌국회 당시 198명에서 올해 19대 국회에 300명으로 51.5% 늘어났다. 반면 사무처 인력은 초대 개원 당시 198명에서 2010년 1764명으로 8.9배 증가했다. 보좌진도 크게 늘어나 2010년 현재 2093명으로 사무처 인력보다도 훨씬 많다. 의원 보좌진은 3~4대 국회 1명에서 16~18대 6명(2011년 9명)으로 계속 늘었다. 행정부 공무원 수와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국가 공무원 정원 수는 2007년 60만 5000명에서 지난해 61만 2000명으로 1.1% 증가에 그쳤다. 이런 차이 때문에 국회 예산은 2007년 2091억원이었지만 올해 2729억원으로 5년 새 30.5%나 늘어났다. 국회가 시대착오적인 특권을 스스로 줄이고 입법 기능을 제고하는 등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30일 임기를 개시하는 19대 국회에 대한 지원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민호 사무총장은 “정책 보좌 인력을 정당별 정책보좌센터에서 집중 관리·운영하는 등 의원 지원 체계뿐 아니라 사무처 조직, 인력의 효율화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30대 대기업 사외이사 ‘2012년의 초상’ (하)] “가결률 100%는 사전논의 때문… 거수기는 오해”

    30대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사외이사 당사자들과 사외이사 담당 직원들은 한결같이 오해라고 해명했다. 28일 서울신문이 이들 중 일부를 면접한 결과 당사자들은 “의뢰를 받은 기업의 규정에 따라 소임을 수행했을 뿐, 그 기업으로부터 어떤 부탁이나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담당 직원들도 “나름대로 명망 덕분에 추임받은 분(사외이사)들이 소신을 굽히면서까지 기업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A사의 사외이사 담당자는 찬성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이사회 전날 개최되는 사외이사 보고회에서 사전에 안건에 대한 설명과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반대 의사가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B사 담당자도 “가결률 100%는 외부로 드러난 결과론적인 지표에 불과하다.”면서 “중간 논의 과정 등이 빠진 100%에 너무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C사 담당자는 “이사회 출석률과 가결률이 높은 것은 사외이사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일정을 조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의 높은 보수에 대한 지적에도 반대 의견을 내놨다. A사는 “회의 개최 건수가 많아질수록 사외이사의 보수도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액만을 놓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B사와 C사는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 결과 등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이는 새삼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사외이사 담당자들은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선임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A사 담당자는 “이사회 산하에 5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 후보군이 현재보다 더 많아지고 다양해 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개선 방침을 밝혔다. C사 담당자는 “미국 GE, P&G 등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운영,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김한길 연승… 김두관 무대 밖서 웃다

    김한길 연승… 김두관 무대 밖서 웃다

    중반전을 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차기 당 대표 경선이 사실상 대선후보 선출의 전초전으로 굳어진 모습이다. 이해찬·김한길 두 후보의 선두 경쟁이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리전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당 대표 경선의 대선주자 대리전 양상은 27일 실시된 제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대의원들 가운데 10명을 임의로 선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한길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대의원 6명 가운데 5명이 ‘대선후보로 김두관 경남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해찬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대의원 2명 가운데 1명은 문재인 상임고문을, 1명은 답변을 유보했다. 김한길 후보를 찍었다는 대의원 A씨는 “김 지사는 정치적 역경을 스스로 돌파한 인물로 권력 의지가 충만하지만 문 상임고문은 임명직만 해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찬 후보를 찍었다는 대의원 B씨는 “김두관 지지자들이 김한길을 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문재인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이룰 인물인 데다 대중적 이미지도 김두관보다 높다.”고 반박했다. 문 고문과 김 지사로 갈라지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분화는 지난 26일 열린 경남지역 경선과 27일 실시된 제주지역 경선이 분기점이 됐다. 경남지역 경선에서 김한길 후보는 258표를 얻어 150표에 그친 이해찬 후보를 눌렀다. 울산·대구·경북에 이어 경남마저 우세승을 거뒀다. 이어 제주 경선에서도 근소한 차이로나마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승리에는 지역 맹주인 김 지사의 ‘보이지 않는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견제해 온 김 지사가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지역 경선은 영남 대권주자 간의 전초전이 됐고, 링 위의 ‘이해찬·김한길 대결’이 사실은 링 밖의 ‘문재인·김두관 대결’임을 뚜렷이 보여 준 계기가 됐다. 이 후보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영남 친노’ 거점인 경남에서의 뼈아픈 패배로 ‘이해찬 대세론’의 불씨마저 소멸되는 모양새다. 다급해진 이 후보 측은 김한길·김두관 연대를 담합으로 몰며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의 측근은 2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비노의 중심 인물과 친노 적자로 불리는 대선후보가 손을 잡고 당 대표 경선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박 연대’를 공개 지지한 문 고문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문 고문은 정치적 담합의 한 축으로 비쳐지면서 이 후보의 승패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연계되는 상황이 됐다. ‘이·박 연대’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팽창될수록 입지가 위축되는 ‘역함수’가 작용하는 셈이다. 반면 김 지사의 ‘영남 대표성’은 한층 굳어졌다는 평가다. 김 후보를 통해 친노 지지층의 표심이 확인되면서 김 지사는 문 고문과 경쟁할 수 있는 유력 주자로 부각됐다. 한편 이날 제주 경선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65표를 얻어 1위를, 추미애 후보가 58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이해찬 후보는 49표로 3위에 그쳤다. 누적 선두는 이 후보가 합계 1597표로 대전·충남 경선 이후 선두를 유지했다. 김 후보와 이 후보 간의 격차는 97표에서 81표로 좁혀졌다. 최종 승패는 전당대회 당일인 다음 달 9일 투표하는 수도권 경선과 5~6일 실시되는 모바일 경선이다. 수도권의 경우 ‘이·박 연대’에 반대하는 대권주자들의 지원 세력이 포진하고 있어 비노 표심의 결집도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동환·제주 송수연기자 ipsofacto@seoul.co.kr
  • 박지원 “박근혜 7인회는 수구꼴통”

    박지원 “박근혜 7인회는 수구꼴통”

    박지원(얼굴)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7인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면면을 보면 수구 꼴통이어서 도저히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며 연일 공세를 퍼부었다. 박지원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의 부산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회동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경남 창원 문성대 체육관에서 열린 경남도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6인회가 있다. 이 대통령을 만든 여섯 사람이 결국 반은 감옥에 갔고 나라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의원 동지 여러분이 8명의 보배 같은 후보들 중에서 직접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박 전 위원장의 7인회와 맞서 이길 수 있는 좋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새누리당 지도부 경선을 빗대 “박 전 위원장이 5년 전 대선 악몽에 시달리다 박근혜 벽돌공장에서 박근혜표 벽돌을 찍어내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거듭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줄기찬 공격의 배경에는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전 위원장을 ‘가랑비에 옷 젖는 전략’으로 견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 측에 따르면 7인회는 박 전 위원장의 원로자문그룹을 지칭한다. 핵심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용환·최병렬·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강창희 의원, 현경대·김기춘 전 의원 등 7인회로 불리는 박 전 위원장의 원로 자문 그룹은 실질적으로 내부에서 ‘박근혜 대선캠프’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친박근혜계 핵심인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7인회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대단한 것인 양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다운 발언을 좀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의원은 오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6인회’와 관련, “실체가 없다. 난 두 번 가 봤지만 대통령은 모임에 간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강주리·황비웅기자 jurik@seoul.co.kr
  • [공직열전 2012] (7) 기획재정부(상)

    [공직열전 2012] (7) 기획재정부(상)

    기획재정부는 위기관리대책회의, 물가관계장관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을 주재하는 선임 부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는 장관이 부총리급이었다. 지금도 정책을 조율하지만 힘은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정책조정기능을 예산 담당 차관 밑에 두는 조직개편을 지난해말 단행했다. 경제정책 기능에 예산을 더했지만 금융정책이 분리된 현 조직은 처음 시도된 형태다. 재정부 내에 국제금융은 남아 있다. 글로벌 시대에 금융을 국내와 국제로 나눈 터라 다음 정권에는 조직이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세제·금융의 재무부(MOF)와 예산·정책의 경제기획원(EPB)은 재정부 인맥을 관통하는 양대 축이다. 총리실 산하 기획처가 1954년 MOF로 흡수통합되면서 금융·세제·예산을 총괄하는 거대 부처가 생겼다. 이어 1961년 예산과 기획 부문을 분리해 EPB가 만들어졌다.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될 때까지 두 조직은 30년 이상을 서로 견제해왔다. 시장 자율과 큰 틀을 중시하는 EPB, 관치에 가까운 관리감독을 선호하는 MOF. 철학의 차이가 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EPB와 MOF의 갈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털어놨다.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의 권고를 받아들여 재정경제원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 일부 기능이 옮겨가고 재정경제부가 됐다. 한때 통합됐지만 분리됐고, 다시 합쳐졌지만 정권이 바뀌면 분리될 가능성이 큰 조직, EPB와 MOF의 통합 조직이다. 현 정권 들어 재정부의 초대 장관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이 11개월, 윤증현 전 장관이 2년 5개월 재임했다. 박 장관은 6월초면 1년이 된다. 두 전 장관이 MOF 출신이지만 박 장관은 감사원 9년, 세제실 2년 근무에 성균관대 교수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의외의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신제윤 제1차관은 2008년 3월부터 3년간 국제업무관리관을 맡으면서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었다. G20 활동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당시 쌓았던 해외 네트워크가 절대적 자산이다. 부하들의 신망도 두터워 2004년부터 무보직 서기관급 이하 직원들이 뽑는 존경하는 상사에 5년(2006~2010년) 연속 뽑히기도 했다. 김동연 제2차관은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주경야독으로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예산맨으로 통한다. 글 솜씨도 뛰어나다. 주형환 차관보는 워커홀릭으로 뛰어난 업무추진력을 갖고 있다.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금융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시장안정조치 마련에 주력했다. 조용한 성품의 홍동호 재정업무관리관은 일본 도쿄대를 국비유학으로 다녀오고 일본 내각부에 근무한 경험도 갖춘 일본통이다. 김규옥 기획조정실장은 강만수 장관 시절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예산 전문가다. 이석준 예산실장은 MOF 출신이지만 부하들의 자발적 노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으로 예산실에 안착했다. 예산실에 MOF의 특성을 가미, 올해 재정부 국·실 대항 체육대회에서 예산실이 1위를 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백운찬 세제실장은 금융업계의 물밑 방해를 뚫고 세제실의 오랜 숙원이었던 금융세제팀을 만들어 전·현직 세제실장 모임에서 박수를 받은 강단의 소유자다. 스포츠 마니아로 유명한 김익주 무역협정국대책본부장은 국제금융 전문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3년 연속 존경하는 상사에 뽑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3) 사육신과 단종 복위

    [선택! 역사를 갈랐다] (13) 사육신과 단종 복위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계유정난(癸酉靖難), 아니 계유사화(癸酉士禍). 어떤 사건이 크면 클수록 그 직접적인 영향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계유사화 같은 정변도 그러하다. 계유사화는 그 자체로 엄청난 살상극이었다. 단종 복위 운동에서 목숨을 잃은 사육신 등을 포함하면, 필자의 추산으로 70명 이상의 인재가 조선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사람들에게 불의가 무력을 이용하여 정의를 대신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뿌리 깊은 내상(內傷)을 심어주었다. 신숙주·정인지·한명회 등은 공신(功臣)이 되어 노비와 전답을 하사받고 잘 먹고 잘살았다. 홍윤성 같은 자는 멋대로 양민들의 토지를 빼앗고 만행을 부려도 세조는 눈감아 주었다. 공신들의 세상. 원래 불의의 특권이 더 달콤한 법이다. ●원기(元氣)가 손상된다는 것 반면 찬탈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죽고 가족은 노비가 되었다. 이래서 뜻있거나 젊은 사람들은 세조 정권을 외면했다. 김시습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시습이 조정에서 별로 활동한 일도 없는데 자꾸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공감의 대표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저항하고 비판하였으되 이름을 남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 그것이 김시습이었다. 남효온이 젊은 나이에 과거를 그만두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시습이 “나는 세종의 은혜를 받았으니 당연하지만, 그대는 나와 다르니 세상을 살아갈 계책을 세우라.”고 충고했을 때, 남효온은 “소릉(昭陵·문종 비 현덕왕후의 능호)이 추복되었을 때 나가도 늦지 않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조의 찬탈은 오랫동안 바로잡히지 않았다. 비판은 좌절되었고, 공신들의 득세는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사마천은 물었던 적이 있다. 왜 좋은 사람들은 해를 입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자들은 떵떵거리며 잘사는가, 하늘의 도라는 게 옳은가 그른가? 어디 사마천만 했던 질문이었겠는가? 역사 속에서 숱한 사람들이 던진 질문이요, 지금 우리도 던지는 질문 아니겠는가? 이 질문을 던질 힘이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냉소하는 것, 애써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좌절, 원기의 손상은 거기서 시작된다. 세조의 찬탈은 한동안 조선 사람들의 원기를 손상시켰다. 그것이 세조가 남긴 진짜 업보이다. ●찬탈은 간신(奸臣)을 낳고 임사홍(任士洪)은 그 아들들이 예종과 성종의 사위였으며, 이를 기회로 권력을 등에 업고 횡포를 자행하던 조선조의 대표적인 간신이었다. 도승지에 올라 유자광(柳子光)과 파당을 이루어 전횡을 부렸으며 연산군 4년(1498년) 무오사화(戊午士禍) 때에는 신진 사림들을 김일손(馹孫)의 사초(史草·후일 정리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관이 그때그때 적어놓는 1차 자료) 사건에 얽어 숙청하였다. 무오사화는 아다시피 이극돈(李克墩) 등이 자신의 비위사실을 있는 대로 적은 사관 김일손 등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이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을 애도한 글이라고 몰아가 모반죄로 얽음으로써 일어난 사건으로 연산군 폭정의 서막이었다. ‘조의제문’을 종종 한글을 읽는 호흡에 따라 ‘조의-제문’하는 식으로 읽는 분이 있는데, ‘조-의제-문’하는 식으로 읽어야 한다. 항우(項羽)에게 죽음을 당한 의제를 조문하는 글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김종직이 실제로 세조의 찬탈에 비유하여 이 글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임사홍 등이 그 글을 세조 찬탈을 풍자한 것이라고 하여 김종직 등을 모반죄로 얽었던 데는 그 글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세조찬탈의 명분에 대해 임사홍 일당과 김종직 등 사림들 간에 첨예한 견해의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그 명분의 차이는 경제 정책의 기조, 정치 운영의 원칙 등의 차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역사의 인과응보는 참으로 알 수 없어, 연산군 10년에 일어난 갑자사화(甲子士禍)로 세조 때의 공신들은 무덤에서 죄를 받았다. 딸 둘을 왕비로 들여보냈던 공신 한명회나 공신 정창손 등은 부관참시되었다. 생모 폐비(廢妃) 윤씨가 사약을 받았을 때 동조했다는 이유로 연산군에게 보복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홍귀달, 이유녕 등 다수의 사림 역시 해를 당했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었지만, 중종 14년 기묘사화가 일어난다. 조광조 등 개혁세력들이 공신세력들의 탄압을 받았던 것이다. 연산군의 폭정을 바로잡았던 공신들이 왜 또 사화를 일으켰는가? 공신이라는 특권을 제한하려는 조광조 등의 견제에 대한 반격이었다. 그리고 반정공신의 행태는 세조시대 이지러진 특권의 향유와 행사를 본받았고, 그 결과 출발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영화를 위한 특권을 형성하며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타락했다. ●기억하는 사람들 언제부터 사육신을 사육신이라고 불렀을까? 단종은 언제부터 노산군이 아닌 단종이 되었으며, ‘노산군일기’는 언제부터 ‘단종실록’이라고 불렸을까? 중종 때 소릉을 복위시키자는 논의가 있었다. 소릉은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인데, 어머니 최씨와 아우 권자신(權自愼)이 처형된 뒤 폐위되었고 능의 석물이 훼손되었다. 중종 8년 반정의 기운이 남아 있어 다행스럽게도 소릉은 복위되었다. 그러나 단종과 사육신은 여전히 금기 대상이었다. 사림정치가 본격화하는 선조대에 이르러서도 이들에 대한 복권은 여의치 않았다. 선조 2년 어느 날 경연에서, 퇴계와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은 “그들의 의도는 상왕(단종)을 복위하려는 것이었는데 세조는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오해하였다.”며 복위를 건의한 일이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대승의 논리는 세조에 대한 ‘반역’과 상왕 복위를 분리하여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실은 이 논리밖에는 없었다. 이미 사육신이 세상을 뜬 지 100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기대승의 문제 제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선조 9년 남효온이 지은 ‘육신전’(六臣傳)을 가져다 본 선조는, “내가 그 글을 보니 춥지 않은데도 떨린다. 지난날 우리 광묘(光廟·세조)께서 천명을 받아 중흥하신 것은 진실로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저 남효온이란 자는 어떤 자이길래 감히 필묵을 놀려 국가의 일을 드러나게 기록하였단 말인가? 이는 바로 아조(我朝)의 죄인이다.”라고 단언했다. 민간에서 알음알음 전해오면서 읽어오던 책이 ‘육신전’이었는데, 이는 곧 금서(禁書)였던 것이다. ●군(君)에서 대군(大君)으로 그러나 당색을 막론하고 노산군을 연산군이나 광해군과 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이어졌다. 곧 노산군을 노산대군으로 바꾸는 일이 현실화했다. 숙종 7년(1681), 그러니까 숙종 즉위년부터 정권을 담당했던 남인(南人)이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1680)으로 실각하고, 서인(西人)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7월 무더운 어느 날의 낮 공부(晝筵) 시간에 숙종은 이렇게 말하였다. “정실의 왕비 소생은 대군이나 공주라고 부르니, 노산군도 대군으로 불러야 한다. 대신들은 의논하라.” 이에 따라 논의한 결과 대신들도 대군으로 고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숙종의 견해는 참으로 기발했다. 이것은 이 사건에 대해 200년 이상 축적된 합의가 낳은 대안이며,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내리기 위한 여러 단계 중의 하나였다. 원래 노산군이라고 할 때의 ‘군’(君)은 서자(庶子) 왕자에게 붙이는 칭호와 글자는 같아도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 폐위된 임금을 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자(朱子)가 ‘자치통감강목’에서 만든 역사 기록 범례의 하나였다.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숙종의 착상인지 이전에 어떤 의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위의 논리는 노산군에게서 ‘폐군’의 혐의를 벗기고 ‘적실 왕비의 왕자’라는 지위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단종’으로, ‘충신’으로 이로부터 10년 후, 숙종은 노량진에 자리한 사육신묘에 제사를 지내게 하고, 복관 조치를 내림과 함께 사당에도 편액을 하사한다. 당시 이미 민간 차원에서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오던 터였다. 그러므로 편액을 내리는 것으로 사당 건립을 사후 승인한 셈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숙종 6년, 강화유수 이선(李選)이 세조도 아들인 예종에게 ‘사육신은 충신’이라고 유시(諭示)했다는 것을 근거로 사육신을 정려할 것을 요청했던 상소에서도 나타나듯이, 사육신을 충신으로 표창해야 한다는 공론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숙종 24년(1698)에는 현감(縣監)을 지낸 적이 있는 신규(申奎)가 노산대군의 왕호를 회복하라고 상소했다. 이후 숙종은 조정의 신하는 물론 지방관과 이미 관직을 그만두고 초야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의견을 묻도록 하였다. 한 달 뒤인 10월에 숙종은 승정원에 비망기(備忘記)를 내려 노산대군의 왕호를 추복하게 하였다. 단종이 영월 땅에서 승하한 지 햇수로 242년 만의 일이다. 이후 곧바로 온 나라의 축하 속에 단종 복위가 반포됨으로써, 강봉된 노산군은 243년 만에 후손들에 의해 단종으로 복원되었다. 우리가 장희빈만 기억하는 시대, 조선사람들의 유전인자에 냄비근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기나긴 역사바로세우기가 마무리되었다. 오항녕(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치고받는 中] 일본과 태평양 패권 쟁탈전

    중국과 일본 간 환태평양 패권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유권 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이번에는 태평양의 도서국을 상대로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태평양 진출을 위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태평양 도서국에 약 6억 달러를 지원하며 공을 들여왔다. 일본 정부는 25·26일 이틀간 오키나와에서 ‘태평양·섬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태평양·섬 정상회의는 일본 정부가 태평양제도 포럼(PIF)에 가입한 호주와 뉴질랜드 등 각국 정상을 초청해 1997년부터 3년에 한 차례씩 열고 있으며 올해는 14개국과 1개 지역 정상을 초청했다. 태평양·섬 정상회의는 그동안 인프라 정비와 인적교류, 환경문제, 재해 발생시 지원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뤄왔는데,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양의 안전보장을 처음 논의한다. 일본은 태평양 도서국과 국방 교류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가 처음으로 참석해 관심을 모은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 하기 위해 일본과 공동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중국과 일본은 이 밖에 유엔이 최근 일본의 대륙붕을 새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오키노토리시마를 기점으로 인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말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의 권고를 토대로 “오키노토리시마가 일본의 대륙붕의 기점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일본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진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본토로부터 1500㎞나 떨어진 오키노토리시마를 섬으로 인정할 경우 환태평양 해역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에 제약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는 다음 달 권고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내용이 공개가 되면 대륙붕 인정과 관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중국과의 해양 영토 분쟁에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지경부중기청, ‘중기部’ 신설 신경전

    정치권과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부’ 신설 여론이 대두되면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경부 소속 외청인 중기청은 부 승격설로 한껏 고무됐지만, 지경부는 조직 축소와 직결되다 보니 신경이 날카롭다. 지경부 수장들이 나서 중소기업부 신설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만 중기청은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에는 중기청장을 지낸 홍석우 장관이 “중소기업부 승격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별도 부처 설치의 필요성에 동의하기 곤란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우리가 남인가?’를 외치던 두 기관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는 남’이 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지경부가 지난 16일 발간한 실물경제동향 제2호 특집기획 ‘지식경제부 4년, 성과와 과제’에서 중소기업 분야에 대해 유독 박한 평가를 내리자 중기청은 “도를 넘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많은 정책적 자원이 투입됐으나 영세화와 생산성 저하가 심화돼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구분없이 중소기업이라는 하나의 틀로 획일적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재정지원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중소기업의 의존도만 과도하게 높였다.”며 지난해 재정부 재정위험관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A사가 2010년 한해 매출액의 50%에 달하는 3억 8000만원의 지원자금을 지경부와 중기, 특허청 등 3개 기관에서 중복 지원받은 사실을 적시했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중소기업들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하지 못하고 정부 지원정책에 안주하려는 행태를 조장하고 있다.”고 직접 겨냥했다. 보고서를 접한 중기청 공무원들은 “중소기업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누워서 침뱉는 행태”라며 “중소기업부 설치 논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평가”라고 반발했다. 재정부 자료는 전혀 다른 사례로 ‘인용’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기청은 속은 끓지만 조직 차원의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기부 신설과 관련해 결정된 게 없고 우리(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지나칠 정도로 (지경부)견제가 심하다.”면서 “한 식구끼리 이렇게 생채기를 내고 고통을 줄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이해찬 대세론’ 지고 양강체제… 수도권·모바일투표서 결판

    ‘이해찬 대세론’ 지고 양강체제… 수도권·모바일투표서 결판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 초반전에서 ‘이해찬 대세론’이 사라지고, 이해찬·김한길 후보의 양강 체제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하면서다. 대선 경선을 관리하고, 대선전을 이끌 민주당 당권의 향배는 최종 수도권 경선에서 가려질 분위기다. 이 후보는 누적 득표에서 1위(772표)를 달리고 있지만 김 후보(744표)에 불과 28표 앞서고 있다. 내용상으로 김 후보가 상승 추세다. 김 후보는 울산과 전남 두곳에서 1위를 했지만 이 후보는 부산 한곳에서 1위를 하는 데 그쳤다. 울산과 전남서는 4위에 그쳐 이 후보에 대한 배제투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남은 지역경선도 예측불허다. 대전·충남(25일) 지역과 세종시·충북(29일) 경선에서 충청 출신 이 후보가 1위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의원 수가 각각 469명, 798명으로 적은 편이라 대세론 불씨를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친노가 강한 경남(26일)에서도 이 후보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나머지 지역은 이 후보의 고전이 점쳐진다. 22일까지 치러진 민주당 울산, 부산, 광주·전남지역 순회경선 결과는 친노 견제와 변화 갈망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후보를 대신할 대안은 확실하지 않다. 이 후보는 울산과 부산에서 대세 장악에 실패했다. 4·11총선 공천 과정에서 제기된 친노진영 독식 논란에 대한 호남인들의 앙금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광주·전남의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은 호남향우회와 출향인사들을 통해 수도권 경선에서 유사하게 표출될 전망이다. 이 후보와 정치적 동맹을 맺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른바 이·박연대가 삐걱거리면서 상처를 입었다. 김한길 후보는 1인2표인 순회경선 투표에서 비노그룹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2순위표를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반이해찬’의 대안으로는 아직 2%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승부를 예측불허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30%만 반영되는 대의원들의 현장 투표 결과만으로는 최종승부 예측이 어렵게 됐다. 승부는 막판에 치러질 수도권 경선에서 결판날 전망이다. 정책대의원을 포함하면 절반 이상의 대의원이 수도권에 있고, 모바일 선거인단도 지난 1월 전당대회 때 확인됐듯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호남 출신 대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호남에서 저력을 확인한 김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이 후보의 인지도와 선거인단 동원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이 후보는 혁신과 통합 등 친노세력의 조직을 앞세운 모바일 경선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길 후보 측이 불공정 논란을 제기한 정책대의원단도 변수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24일 정책대의원 배정 방안을 논의한다. 시민주권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등 이 후보 지지 성향인 시민정치조직에 정책대의원을 배정할지가 핵심논란이다. 시민주권은 23일 “이번 전대에 한해 정책대의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논란이 종식될지 주목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내부는 대리석·외관은 95%가 고급유리… 그래도 아꼈다는 국회

    내부는 대리석·외관은 95%가 고급유리… 그래도 아꼈다는 국회

    새달 5일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23일 준공식을 치른 국회 제2의원회관이 ‘호화판’ 논란에 휩싸였다. 외관상으로만 봐도 벽면의 95% 이상이 유리로 돼 있어 호화롭기 그지없다. 이에 대해 이날 국회 사무처는 일부 언론의 ‘호화판’ 의원회관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외관상 호화롭게 보일 수 있으나 건축비용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변명이었다. 그러나 과연 겉에서 보기에만 ‘호화판’인 것일까. 기자는 이날 신축공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의원회관을 직접 둘러봤다. 구 의원회관 2층에서 제2의원회관 3층으로 통하는 복도로 들어서면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구 의원회관과 달리 벽면이 온통 대리석으로 이뤄져 있다. 구 의원회관은 벽면이 통풍이 안 돼 더운 바람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 하지만 신축회관은 달랐다. 심지어는 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대리석이었고 엘리베이터 바닥도 대리석을 깔아 놓았다. 벽면이 대리석이다 보니, 층마다 구비돼 있는 소화전과 방수기구함도 철문 대신 대리석문으로 돼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대리석은 일반 콘크리트 벽면이나 바닥재에 비해 2배 이상 값이 더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회 사무처에서조차 호화롭게 보인다고 스스로 인정한 외관은 어떨까.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외관에 쓰인 유리는 일반 유리가 아닌 ‘고효율 복층 유리’였다. ‘고효율 복층 유리’는 유리 두 장 사이에 공기층이 있어 일반 유리보다 단열효과가 뛰어난 유리다. 또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표면에는 은막 재질로 코팅까지 입혔다. 일반 콘크리트 벽면에 비해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콘크리트 벽면으로 하면 어두운 것이 단점”이라면서 “요즘에는 콘크리트 벽면 대신 복층유리로 외관을 꾸미는 것이 트렌드”라고 둘러댔다. 또한 신축 의원회관은 지하 5층과 지상 10층의 10만 6732㎡(3만 2286평) 크기로 건물 자체가 크게 지어졌다. 의원실도 18대 국회 때 82.64㎡(25평)였던 것에 비해 148.76㎡(45평)로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전기와 통신설비에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사 관계자는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기 통신 설비에 들어간 비용이 다른 건물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보공개센터가 국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내용에 따르면 신축 의원회관과 현 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비용 가운데 기계·소방·전기·통신 공사에만 900억원가량이 투입됐다. 조경 시설도 마찬가지다. 한 공사 인부는 “식수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원보다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회 사무처는 제2의원회관이 ‘초호화 건물’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제2의원회관 건립 비용은 1881억 9600만원”이라면서 건물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변명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실 집기들은 4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는다.”며 신규 비품 구매비용을 최저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공식을 마친 이날 제2의원회관 내에 있는 책상과 집기들 가운데 새것으로 보이지 않는 집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이날 오후 2층 메인홀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제2의원회관 준공식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취재진과 관계자들뿐 아니라 유니폼을 입은 행사 도우미까지 동원됐다. 준공식 행사 관계자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행사 치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에 대해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신축 의원회관의 외관 유리라든가 내부 자재들이 굉장히 고급으로 들어갔고 주차장도 당초 계획보다 넓어져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정부의 예산 낭비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가 도리어 호화판 국회가 된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역할을 수행할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민주당 대표 경선 ‘난전’

    민주당 대표 경선 ‘난전’

    민주통합당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지역순회 광주·전남 경선에서 강기정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울산·부산·광주·전남까지 누적 득표수에서 이해찬 후보가 선두를 사수했지만 김한길 후보가 호남에서 2위를 차지하며 격차를 좁혀 민주당 경선은 혼전 양상을 나타냈다. 강 후보는 22일 전남 화순 하니움체육관에서 1인 2표 방식으로 실시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투표 결과 978명의 투표인 가운데 488표를 얻어 437표를 기록한 김한길 후보를 51표 차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이 후보는 371표를 얻어 3위에 그쳤다. 호남 출신 강 후보의 선전은 4·11 총선 공천에서 구민주계가 대거 물갈이 표적이 된 데 대한 반발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가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한 축인 호남에서 3위에 머문 것은 이른바 ‘역할분담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울산에서의 패배 후 친노(친노무현) 텃밭인 부산에서 만회했지만 ‘대세론’ 확산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반면 김 후보는 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에서 또다시 선전하면서 당내 친노 세력을 견제할 대표 주자로 강력하게 부상하는 중이다. 누적 득표 수에서는 이 후보가 772표로 선두를 유지했으며 김 후보가 744표로 28표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이어 강 후보 673표, 추미애 후보 471표로 선두 그룹을 쫓고 있다. 부산 경선까지 상위권을 유지했던 486그룹 대표주자인 우상호 후보는 323표로 5위로 밀려났다. 이종걸 후보가 275표로 6위, 조정식 후보가 234표로 7위, 문용식 후보가 84표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프로야구] 엘넥라시코? 이젠 넥엘라시코!

    [프로야구] 엘넥라시코? 이젠 넥엘라시코!

    만날 때마다 치고받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지난해 19차례 맞대결 중 1점차로 승부가 갈린 건 9차례이고, 연장 혈투도 5차례나 치렀다. 프로야구 넥센과 LG. 2008년 출범 후 ‘동네북’이던 넥센이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유일한 팀이 LG다. 지난해 12승7패로 웃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다섯 차례 만나 넥센이 네 번 이겼다. 지난달 24일엔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7-3. 5월 3연전에서도 2승을 챙겼다. 두 팀 모두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승부욕은 더 강해졌다. 팬들은 ‘엘넥라시코’라고 불렀다. 스페인 프로축구 전통의 라이벌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결을 일컫는 ‘엘 클라시코’에서 빌려온 표현. 그래서 22일 잠실구장에서 시작된 3연전은 ‘신생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넥센은 6연승, LG는 4연승으로 잘 나가고 있었다. 가장 뜨거운 사이가 가장 뜨거울 때 만났다. 느긋한 쪽은 ‘LG 잡는’ 넥센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이날 덕아웃에서 “오더(타순) 변화는 없다. 게임 잘 하는데 굳이 왜 바꾸나.”며 웃었다. 선취점도 넥센의 몫이었다. 3회 초 볼넷으로 출루한 정수성이 이택근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6회엔 투수 김기표의 1루 견제 때 나온 작은 이병규의 실책으로 3루에 있던 강정호가 한 점을 보탰다. 6회 LG도 바짝 힘을 냈다. 선두타자 이대형이 볼넷으로 1루를 밟은 뒤, 박용택과 큰 이병규의 연속안타로 점수를 뽑았다. 7회엔 이대형이 2사 1, 3루의 타석에서 역전을 노렸지만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결국 넥센이 LG를 2-1로 누르고 연승 숫자를 ‘7’로 늘리며 창단 후 최다 연승을 기록했다. 8개 팀 중 가장 먼저 20승(14패1무) 고지도 밟았다. 지난 5시즌 동안은 SK가 20승을 먼저 채웠다. 넥센의 선발 김영민은 6이닝을 3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잘 막아 3승째를 챙겼고, 손승락은 10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김 감독은 “승운이 따랐다. 7연승-20승 기분은 오늘까지만 내겠다.”며 표정 관리를 했다. 투수 로테이션상 3연전 마지막날 출격이 예상됐던 ‘핵잠수함’ 김병현은 하루 미뤄 25일 목동 한화전에 나선다. 지난 18일 목동 삼성전 이후 꼭 일주일 만에 두 번째 선발 출격이다. 두산은 문학 SK전에서 결승타 포함, 4안타를 쳐낸 김동주를 앞세워 4-2로 승리하며 5연패에서 탈출했다. 김선우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성은 대구에서 8회 박한이의 결승타로 롯데를 5-1로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KIA는 9회 초 만루 위기를 잘 넘겨 한화에 4-3 진땀승을 거두고 4연패를 끊었다. 한편 23일 경기에 KIA는 윤석민을, 한화는 박찬호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호화 의원회관 걸맞게 의정 수준도 높여라

    다음 달 5일 개원하는 19대 국회가 집들이를 크게 한다. 의원 사무실용으로 활용되는 제2 의원회관이 오늘 개관한다. 의원 300명과 보좌진 2700명 등 최대 3000명이 상주하지만, 공무원 1만명이 근무하는 서울시 청사와 맞먹는 2213억원이 투입됐다. 집을 크게 지어서 그런지 개원 비용만 18대 국회의 16억원보다 3배 많은 48억원이 들어간다. 의원들이 제 돈을 들였으면 이렇게 큰 집을 지었을까 싶다. 혈세가 들어간 호화 의원회관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씁쓸하다. 제2 의원회관의 개원으로 19대 의원들은 82.64㎡(25평)의 소형 아파트에서 148.76㎡(45평)의 대형 아파트로 옮겨 사는 셈이 됐다. 대형 아파트를 장만함에 따라 의원 집무실은 36.0㎡(10.9평)에서 40.6㎡(12.3평)로 넓어졌고, 비서진이 머무는 보좌관실은 35.3㎡(10.7평)에서 76.2㎡(23.1평)로 두배 이상 커졌다. 회의실(17.8㎡), 창고(2.64㎡)도 새로 마련됐다. 190명의 의원들이 이곳에 입주하고 나머지 110명은 구의원회관을 사용한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구의원회관의 의원 사무실 면적은 165.29㎡에 이르러 그들이 평소 목이 터지게 외치던 장관 집무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의원들의 호사와 낭비벽, 특권의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는 경치 좋은 강원도 고성에 500억원을 들여 의정연수원을 짓고 있다. 기존의 의원연수원이 지방 의원들의 연수에까지 이용되고 헌정회도 사용해 비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의실 외에 수영장, 체력단련실도 갖춘다고 하니 연수시설이라기보다는 휴양시설에 가깝다. 의원들은 또 해외출국 시 출국수속 면제, KTX·선박·항공기 무료이용 등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기름값이 가장 비싼 국회 앞 주유소는 주유하려는 의원들 차량으로 늘 문전성시다. 의원회관이나 의정연수원이나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의원들이 시설을 잘 활용해 의정활동의 생산성을 높여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알맹이 없는 호통만 칠 게 아니라 입법활동과 대정부 견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정당과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한 국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 이상 후진 국회로 남는다면 국민의 혈세가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 [열린세상] 19대 국회 국방위원의 과제와 자질/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19대 국회 국방위원의 과제와 자질/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19대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을 위해 각 당이 협상 중에 있다. 각 분야의 많은 현안과 과제들을 잘 처리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적성과 자질에 맞는 상임위원회에 배치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다. 특히 국방위원회는 국가 존립의 근간이 되는 안보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가장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분야다. 19대 국회 국방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어야 하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다. 김정일의 급사로 이어진 북한의 3대 세습은 연착륙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구축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급변사태는 우리 군이 항상 긴장 속에 응전을 준비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또 19대 국회 임기 중인 2015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된다. 이런 큰 변화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무력도발의 확률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국방위원들이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하는 것이다. 19대 국회 국방위의 중요과제는 너무나 많지만, 그중 핵심사항 몇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국방개혁법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우리 군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대한 역사다. 18대 국회에서는 육·해·공 3군 간에 충분한 논의과정과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많은 갈등을 양산하면서 국방개혁법이 좌초되었다. 하지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라는 필연적인 대변화 앞에 선 19대 국회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되며, 18대 국회의 지적대로 각군 간의 충분한 대화와 합의를 유도하여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든든히 지켜 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둘째, 북한의 핵전력에 대비한 전력 확보다.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는 북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국방위에서는 북핵 포기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전력과 핵시설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하다. 요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선제타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필요하다. 19대 국방위원들은 미 대사관 앞에서 연좌시위라도 할 각오를 가지고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높은 것은 물론, 이미 불붙은 동북아의 세력 다툼 속에서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행 중인 군 현대화 사업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양적인 열세와 주변국에 대한 질적인 열세 등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양과 질 모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군의 현실이다. 또한 육·해·공군 공히 현대전과는 맞지 않은 구형 장비들의 도태 시기가 이미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전력투자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이런 중요한 과제들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중요하다. 국가안보는 뒷전이고 지역구 내의 군사시설 이전 같은 민원 해결을 위해 국방위를 선택하는 의원이 있다면 이는 국방위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대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군 기지 이전에 앞장서고 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국가안보를 위한 법이 아니라 기지 이전 등 지역이익을 위한 법안을 입법하는 국회의원이 국방위원이 된다면 지역민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나라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복지예산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활화산처럼 요구되는 예산 확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수호라는 대명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청와대나 당과도 대립할 수 있어야 한다. 혹시 국방예산 증액을 견제하기 위해 파견되는 장·차관이 있다면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군인들을 대신하여 치열하게 싸워줘야 한다. 중앙정치를 위해 이름만 국방위에 걸어 놓았다가 국정감사 때만 나타나서 큰소리치는 의원은 사절해야 한다. 안보는 뒷전이고 군사보안 내용에 관심을 두는 이상한 정치인은 더욱 사절해야 한다. 부디 투철한 국가관과 확고한 안보관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 국방위를 선택하여 산적한 국방 현안들을 해결하고, 급변의 시기에 우리나라를 든든히 지켜주는 기둥이 되어주길 바란다.
  • [사설] 이젠 민주당이 야권연대 지속 여부 밝혀라

    민주통합당이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계속하느냐, 그만두느냐의 선택이다. 최근 진행 중인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 통진당이 과연 우리 국민을 일부라도 대표할 수 있는 정당으로서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가졌는가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게 만든다. 오죽하면 통진당의 물적, 조직적 기반인 민주노총까지 지지를 철회했겠는가. 강기갑 통진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물 밑으로 빠져들어 가는 형국이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의 말은 정확한 사실이다. 만일 민주당이 통진당에 잡힌 발목을 뿌리치지 못하면 함께 물에 빠져 죽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두 차례 집권했다. 두 차례 모두 다른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이 민주당이 통진당과의 연대에 연연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박태준 전 총리와 손을 잡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의원과 한때 연대했다. 과거 민주당이 연대했던 세력들은 정통성이나 정당성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김·박 전 총리 세력은 6·25 때 국가를 지키고, 산업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정몽준 의원도 기업인, 정치인, 체육인으로서 국민의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연대의 대상으로 선택한 통진당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통진당의 옛 당권파 세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나 국가관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인물로 가득 차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 왔다. 이 정부의 실세라는 인사들이 무수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끼리끼리만 뭉쳐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때도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정권 교체의 여론이 높아지면서 지난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컸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이 모호한 야권연대와 내부 권력 다툼에 집착하다 패배의 쓴잔을 들고 말았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그 기회는 통진당과 깨끗하게 단절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진 뒤에야 눈앞에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 [프로야구] 6탈삼진·3실점… ‘핵잠’ 선발 상륙작전 성공

    [프로야구] 6탈삼진·3실점… ‘핵잠’ 선발 상륙작전 성공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의 국내 첫 선발 등판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 넥센과 삼성의 더그아웃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선배인 김시진 넥센 감독에게 “용 고아 잡쉈습니까. 왜이리 잘해.”라며 농담섞인 견제를 했다. 최근 3연승을 달리는 넥센인 데다 김병현 같은 묵직한 투수의 등판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병현이 때문에 오더를 빡세게 짰습니다.”라며 류 감독은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1~5번을 모두 좌타자로 내세운 것. ‘잠수함’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류 감독은 “상대가 김병현이니 우리도 강하게 맞서야 하지 않겠나. 초반에 승부를 보려면 왼손 타자들이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그보다 투구수를 걱정했다. “아무리 잘해도 투구수 90~95개에서 내릴 것이다. 오늘 결과를 봐서 회복이 늦으면 선발 로테이션도 한두 번 미루겠다.”고 했다. 승리보다는 에이스의 몸관리가 더 중요했다. 김병현에게는 좌타자와 투구수 관리라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김병현은 4와3분의2이닝 동안 6피안타 6탈삼진 2볼넷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96개라는 투구수가 발목을 잡았다. 김병현은 1회 이승엽에게 던진 147㎞짜리 직구가 3루타로 연결된 뒤 최형우의 적시타로 먼저 실점했다. 3회 선두타자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이후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문제는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간 5회였다. 이승엽은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2사 3루에서 채태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 실점을 했다. 김시진 감독은 예우 차원에서 마운드에 직접 올라 김병현의 의사를 물은 뒤 강판시켰다. 김병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뒤를 이은 김상수가 박석민, 진갑용, 신명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2실점, 4-4 동점이 됐다. 넥센은 6회 런다운에 걸렸지만 재치있게 홈을 밟은 서건창의 주루플레이와 7회 박병호의 솔로홈런, 8회 이택근의 1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삼성을 7-6으로 누르고 4연승, 시즌 첫 2위에 올랐다. 이승엽은 8회 7호 솔로포를 터뜨렸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김병현과의 해외파 맞대결에서는 3루타-몸에 맞는 공-삼진으로 대등했다. 김병현은 “5회를 채우고 싶었지만 감독님이 길게 보자고 해서 내려왔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70점 정도 주고 싶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잡는 것을 보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에서는 LG가 두산을 3-2로 꺾었다. 롯데는 홈에서 KIA를 5-4로 제압하고 4연패를 끊었다. 대전에서는 SK가 한화를 9-3으로 눌렀다. 한편 이날 4개 구장에는 모두 7만 6803명이 입장, 역대 최소인 126경기 만에 200만 관중(200만 6043명)을 돌파했다. 이는 155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한 1995년 기록을 29경기나 앞당긴 것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씨줄날줄] 서열/곽태헌 논설위원

    현행 헌법 제66조 제1항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元首)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는 조항이 있다. 제66조 제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의 의전서열 1위는 당연히 대통령이다. 2위는 국회의장, 3위는 대법원장, 4위는 헌법재판소장, 5위는 국무총리, 6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 7위는 감사원장이다. 헌법과 정부조직법 등을 기초로 한 것이지만,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행사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도 있다. 지난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권력서열 4위인 ‘왕차관’(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됐고 권력서열 3위인 ‘방통대군’(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이미 구속됐다.”면서 “이제 권력서열 1위인 형님(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2위인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두려운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전서열과는 다른 실제 파워를 나타내는 권력서열을 나름의 판단에 따라 내린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권력서열 2위로 밀린 것은 그만큼 ‘만사형통’으로 불린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파워가 세다는 뜻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권력서열 2위로 통했던 박 원내대표가 현 정부의 권력서열을 거론한 것도 아이러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의전서열은 있지만, 권력서열은 있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3권분립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공식적인 기구와 기관·직위를 근거로 서열이 정해지고 역할을 해야 하는 곳에서 권력서열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박 원내대표의 말이 100% 맞지는 않다고 해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차관처럼 현 정부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한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곳에는 권력서열, 당서열이 공식화돼 있다. 북한의 경우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구성된 장의위원회 명단이나, 지난달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때의 주석단 명단 등 중요한 행사 때 발표되는 순서를 통해 권력서열을 알 수 있다고 한다. 10월로 예정된 중국 18차 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서열을 알 수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 명단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이후 들어설 차기 정부에서는 권력서열이라는 말만 나오지 않아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박근혜 친정체제 구축… ‘非朴 3인방’ 경선룰·개헌 공세 예고

    박근혜 친정체제 구축… ‘非朴 3인방’ 경선룰·개헌 공세 예고

    새누리당은 5·15 전당대회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박근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9일 선출된 원내지도부가 친박을 주축으로 꾸려진 데 이어 당 지도부도 친박계가 장악했다. 당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까지 친박계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세론’에 힘이 더해지는 한편으로 정몽준·이재오·김문수 등 비박(비박근혜) 진영 대선주자 3인방의 공세도 이에 비례해 거세질 전망이다. 이들은 이미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와 개헌론 등을 놓고 연일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이번 지도부는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본선에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해야 하는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공정성을 둘러싸고 비박 주자들의 공세가 강화되면 당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릴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혜훈, 박근혜 경호실장 역할 그런 점에서 2위에 오른 이혜훈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황우여 당 대표는 ‘공정’의 지대에 남아 있어야 한다. 이 최고위원은 4·11 총선 공천에서 낙천하며 잠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선대위 상황실장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데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당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앞서 컷오프 여론조사에서도 2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원외 최고위원이지만 총선 실전을 치른 내공을 바탕 삼아 경제 민주화 등 대선 공약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친이 심재철은 지도부 견제 3위 심재철 최고위원은 유일한 친이(친이명박)계로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원유철 후보와 친이계 표를 나눠 가지며 선거인단 투표에선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2위(19.39%)로 전체 개표 결과 3위를 기록하며 지도부에 입성했다. 심 의원의 당선으로 새누리당은 친박계 일색이라는 비판을 일정부분 탈색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대선 국면에서 비박 대선주자를 비롯해 친이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당 지도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충청 정우택·영남 유기준도 입성 정우택 최고위원은 충청을 대표하고 있다. 15·16대 의원 이후 8년 만에 3선 고지를 밟으며 최고위원에도 올랐다. 같은 충청 출신인 김태흠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진 못했지만 충청·강원, 수도권 일부에서 표를 끌어모았다. 유기준 의원은 유일한 영남권 후보로 전체 선거인단의 30% 가까이 되는 부산·경남(PK)표, 친박계의 지지에 힘입어 선거인단 투표 3위(7742표)로 무난히 당선됐다. 18대 총선 ‘친박무소속연대’ 출신으로 “당내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문종 후보는 경기도 조직표의 여세를 몰아 선거인단 투표에서 당선권에 들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계파 간 화합을 강조했던 원유철 후보는 경기도 출신 심·홍 최고위원과 표가 갈리면서 4700여표에 그쳤다. 유일한 호남권 후보였던 김경안 후보는 3800여표를 얻으며 선전했다. 이재연·황비웅·최지숙기자 oscal@seoul.co.kr
  • 15일 새누리 全大… 대선정국 이끌 새 지도부 선출

    15일 새누리 全大… 대선정국 이끌 새 지도부 선출

    ‘친박 독주형이냐, 비박 견제형이냐.’ 새누리당의 5·15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4일 지도부를 구성할 당 대표 등 최고위원 5명의 인적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지도부를 싹쓸이하느냐 아니면 비박(비박근혜)계가 지도부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의미뿐만 아니라 당 운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대를 계기로 당 지도부를 친박계가 주도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전대에서 출사표를 던진 9명의 후보 중 7명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비박계는 심재철·원유철 의원 두 명뿐이다. 당 대표에는 친박 성향의 황우여 전 원내대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성 몫의 최고위원에는 유일한 여성 후보이자 친박계인 이혜훈 의원이 확정됐다. 나머지 최고위원 세 자리를 놓고 7명의 후보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남은 최고위원 세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것이다. 친박계인 정우택·유기준·홍사종·김태흠·김경안 후보 중에서만 최고위원이 배출될 경우 차기 지도부는 친박 일색이 된다. 이 경우 지도부 내부의 견제보다는 지도부 밖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 당권주자들은 비박계 대선주자들이 요구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일제히 반대하는 등 대선 후보 ‘경선 규칙’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규칙을 둘러싼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관계자는 “친박계가 지도부를 독식할 경우 향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비박계인 심재철·원유철 의원 두 명 또는 둘 중 한 명이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박근혜 사당화’ 논란은 일정 부분 차단할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지도부 내 불협화음이 커질 수도 있다. 비박계 최고위원이 비박계 대선주자들을 대변하는 ‘확성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 지도부의 당면 과제가 공정하고 안정적인 경선 관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한 ‘계파 투표’ 외에 출신 지역을 감안한 ‘지역 투표’가 이뤄질지도 남은 변수로 꼽힌다. 특히 이날 전국 251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 당원·청년 선거인단 선거 투표율이 저조해 15일 전대에서 이뤄지는 대의원 투표가 후보들의 당락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원·청년 선거인단 투표에는 전체 대상자 20만 6182명 중 14.1%인 2만 9121명만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7·4 전대 당시 투표율 25.9%보다 11.8% 포인트 낮은 것이다. 전대에서는 대의원 8934명의 현장 투표가 진행된다. 앞서 지난 13~14일에는 일반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당원·청년·대의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각각 반영해 당선자를 선출한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지방시대] 지방의회의 발전 방안 모색/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지방의회의 발전 방안 모색/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제주지역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도의회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가 이루어졌다. 시·군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로 우려되는 민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의회 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을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지사의 인사권 견제를 위해 감사위원회의 장과 정무직 부지사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제도도 도입하였다. 도의회 상임위원회별로 3인 이내의 정책자문위원도 둘 수 있게 했다. 이런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은 도의회의 의정활동에 대해서 그리 높은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의원들의 과거지향적 행태 등도 있지만 앞선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강 자치단체장-약 지방의회’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진정한 입법기관, 의결기관, 주민대표기관, 행정감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자치단체장과의 기존 관성적 접근에서 벗어난 새로운 혁신적 관계 설정이 요구된다. 첫째, 의회직 신설과 인사권 부여이다. 현재 의회 사무처 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의해 자치단체장이 임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권이 자치단체장에게 있는 관계로 사무처 직원들이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무처 직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자치단체장에 대한 진정한 견제를 수행하려면 의회직렬 신설과 더불어 인사권을 도의회에 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와 내실화이다. 현재 도의회는 정무 관련 부지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장만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는 임명동의권이 있지만 부지사에 대한 임명동의권은 없어 도지사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인사청문회 대상을 행정시장을 포함한 정무직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임명동의권뿐만 아니라 엄격한 기준하의 해임의결권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균형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의정활동 지원체제도 갖춰야 한다. 국회처럼 각 의원이 특화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채용과 운영에 대한 권한을 의원들에게 주는 개인별 보좌관 제도 도입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도의원 정수 및 교육위원회 선출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도의원 정수가 41명인데, 이는 시·군 기초자치단체 폐지에 따른 일시적인 정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원 적정 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더불어 교육위원회 위원을 별도로 두기보다는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의정자문단을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의정자문단을 구성하여 전문적 정책결정 자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개선은 지방의회 활성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제도적 개선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태가 변해야 한다. 민감한 지역현안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스스로 정책결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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