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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맨은 은행으로… 은행지점장 출신은 증권사로

    IBK기업은행의 ‘낙하산 감사’ 인사가 요지경이다. 전문성이 없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는 차치하고라도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는 인사마저 엉뚱한 곳에 ‘입성’하고 있다. 30년 넘게 보험만 들여다본 사람은 은행 감사로, 지점장 출신 은행원은 증권사 감사를 맡았다. ‘황당 인사’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고 자격 있는 사람만 한다”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다음달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영희 전 신한은행 지점장을 감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첫 여성 감사라는 수식어가 낙하산 논란에 빛이 바랬다. 앞서 우리은행에 입성한 정수경 감사도 마찬가지다. 김 내정자는 증권 경험이 없는 ‘골수’ 은행원이다. 조흥은행을 거쳐 신한은행에서 30년 넘게 은행 업무만 팠다. 은행권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김 전 지점장이 증권사 감사로 내정된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내정자는 대구·경북(TK) 출신이다. 대구여고를 나왔다. 지난 대선 때 지역에서 정권 재창출에 힘썼다는 얘기가 들린다. 금융 당국도 사전에 제대로 ‘통보’받지 못한 눈치다. 핵심 인사가 “감사로 간 게 맞느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앞서 IBK기업은행 감사에는 ‘보험 전문가’인 이수룡 전 서울보증보험 부사장이 취임했다. 이 감사도 대구공고와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TK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다. 얼마 전 친정인 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를 놓고 김옥찬 전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경합했다. 결과는 김 전 부행장의 승리. 최근 취임한 김 사장은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은행원이다. 대표이사야 출신 성분이 꼭 중요하지 않지만 회사 경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는 성격이 다르다.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견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정권이 챙겨야 할 명단에서 이 감사가 김 사장보다 뒷순위였던 모양”이라며 “(금융 비리를 막기 위해)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정권만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인사는 “아무리 정부가 (IBK의) 대주주라지만 무원칙이 도를 넘어섰다”며 “낙하산도 어느 정도의 상도의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냉소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씨줄날줄] 롯데 야구단과 “마! 마! 마!”/정기홍 논설위원

    야도(野都) 부산의 야구 민심이 대단히 성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이 선수들의 동태를 폐쇄회로(CC)TV로 감시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감정 폭발이다. 외출 및 귀가 시간 등 사생활을 엿보고 ‘관리 대장’도 작성했다고 한다. 이를 분석해 선수를 겁박까지 했다. 직설적인 부산 팬들이 이를 가만 보고 있을 리 없다. 상황이 악화되자 어제 최하진 구단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부산 팬들은 사직구장과 전국의 롯데백화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롯데를 구하라’(Save the Giants)라는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내년 개막전에 무관중 운동을 펼치자”며 화난 감정을 억누를 줄 모른다. 팬들은 이번 사태를 자신의 자존심을 사찰당한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부산 사람들이 시즌 중 하루를 야구 이야기로 시작해 야구로 끝낸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봉다리’ 퍼포먼스와 “마!”의 외침은 사직구장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올해도 구장에 죽치고 “마! 마! 마!”를 외쳤지만 지난해에 이어 ‘가을야구’에 초청받지 못해 뾰로통한 얼굴들이다. 1인 시위에 등장한 항의 문구가 무척 재미있다. ‘마!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니?’라고 썼다. 여기서 ‘마’는 ‘너, 그짓 하지 마라’라는 뜻이다. 상대팀 투수가 주자를 묶어 두려고 견제구를 던질 때 어김없이 “마!”라고 외친다. ‘던지지 마’라는 것이다. 롯데 응원단 관계자는 이 뜻 말고도 가벼운 욕설인 ‘일마’(이 자식)란 의미도 더해져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일마’와 쓰임새가 비슷한 ‘글마’(그 자식), ‘절마’(저 자식)란 말도 자주 쓴다. 부산 사투리에 ‘마’를 붙인 경우는 더러 있다. 응원단이 사용하는 ‘마’ 외에도 연설할 때 하는 ‘마~’란 게 있다. 이는 뒷말을 잇기 위한 ‘에~’와 같은 디딤 감탄사다. 또 “마! 고만 하소”에서의 ‘마’는 부사격으로 겹쳐서 그만하라고 쓰는 의미다. ‘확~마’라고 겁준다는 말도 있다. 경남대 김정대 교수는 “이들 말을 일본어투라고 여기지만 맞지 않다”고 했다. 부산 사투리 ‘마’의 오묘한 쓰임새다. CCTV 400만대 시대를 맞아 부지불식간에 감시를 당하며 산다. 첨단 감시 기기의 눈초리는 ‘아이스파이’(iSpy) 역할을 하며 서에 번쩍 동에 번쩍 한다. CCTV에 하루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노출된다지 않는가. 오죽하면 미국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전파를 차단한 ‘블랙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을까. 감옥의 중앙 감시탑에서 죄수의 방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이란 게 있다. 반대의 의미로 시민이 감시한다는 ‘시놉티콘’도 있다. 부산 팬들이 시놉티콘의 심정으로 열불 난 지금이다. 롯데구단은 팬들이 외치는 ‘마!’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한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사설] 반기문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정치권

    정치권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선전에 끌어들이려는, 때아닌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얼마 전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그를 차기 주자 반열로 끌어올리더니 이번엔 야당이 한발 더 나갔다. 야권 원로급인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 3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 측근들이 (새정치연의) 차기 후보 영입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이 어제 “총장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반기문 대망론’에 선을 긋긴 했다. 그럼에도 여야가 서로 “우리편 대선 후보”라고 주장하는 진풍경을 빚어낸 것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징표일 것이다. 반 총장은 최근 차기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권자인 국민이 어느 정파와도 초연한 위치에 있는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른 무한 정쟁에 신물이 난 상황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는 낡은 구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만큼 일정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유엔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외교통으로서의 관록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렇다. 차기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표밭인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줄곧 국내 정치 참여 의사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정략적 차원에서 그에게 입질하는 것이 문제다. 돌이켜보면 반 사무총장의 출현은 그의 자질뿐만 아니라 국민적 염원이 원동력이 됐다. 그가 업무를 잘 수행하면 국제무대에서 강대국도 아닌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였다. 여야와 보수·진보를 떠나 합심해서 그의 당선과 재선을 성원했던 까닭이다. 그런 기대에 부응해 그는 유엔 사무처 수장으로서 지구촌의 온갖 분쟁과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골몰해 왔다. 임기도 2016년 말까지 아직 많이 남았다. 반 총장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 대는 듯한 정치권의 부박한 행태가 개탄스러운 이유다. 물론 차기 대선에 대한 반 총장의 깊숙한 속마음까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높은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제 출마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을 3년 이상 앞두고 반 총장을 놓고 벌이는 제 논에 물 대기 경쟁은 그 자체로 국민 의식을 얕잡아 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반 총장 영입 경쟁 이면의 불순한 의도는 더 큰 문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후보감이 뚜렷하지 않은 정파에서 반 총장 띄우기에 적극적이란 점에서다. 여당의 친박 그룹과 새정치연합의 비노무현계가 김무성 대표나 문재인 의원을 견제하는 불쏘시개로 반 총장을 거론한다면 말이다. 과거 ‘안철수 신드롬’에서 보듯이 장외에서 후보를 데려오려는 야권의 습성은 고질화됐다고 치자. 이제 여당마저 스스로 인재를 키울 생각은 않고 ‘업둥이 후보’를 곁눈질하는 모습이 여간 볼썽사납지 않다. 이는 취임 후 불과 1년 8개월밖에 안 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동력만 약화시키는 일이다. 정치권은 소리(小利)에 눈이 멀어 세계의 공인인 반 총장을 국내 정치의 뻘밭으로 조기에 불러들이는 일만큼은 삼가길 바란다.
  • [이도운의 팩트 체크] 정치권 반기문 영입론의 사실과 거짓

    [이도운의 팩트 체크] 정치권 반기문 영입론의 사실과 거짓

    정치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영입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반 총장을 서로 데려가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반 총장의 뜻과는 관계없는 논쟁들이다. 차기 대선을 3년도 넘게 남긴 시점에 불거져 나온 반 총장 영입 논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 총장 영입론을 둘러싼 온갖 억측들과 관련해 과연 사실은 무엇인가를 집중 점검해 본다. Question: 왜 반 총장이 대통령 선거 영입 후보로 자주 거론되나. Fact: 실제로 좋은 카드. 반 총장은 2006년 말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이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올랐을 때 1위를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동안 출마 가능성이 적어서 여론조사기관들이 제외했을 뿐이다. 반 총장은 국민 인지도가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높을 뿐만 아니라 호감도가 높고 ‘안티’가 적다. 또 대선의 핵심 표밭인 충청도 출신이다. 학력과 경력도 좋고, 오랜 공직 생활 동안 흠잡힌 일이 거의 없다. Q: 새누리당이 반 총장과 실제로 접촉했나. F: 영입 의사 전달. 지난해 5월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가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인 정부 고위 당국자를 통해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이 당국자는 곧바로 반 총장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Q: 새정치연합도 반 총장과 접촉했나. F: 당 지도부 만남. 지난해 8월 24일 당시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충북 충주에서 열린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막식을 찾아가 반 총장을 만났다. 반 총장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관심을 전달했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Q: 출마에 대한 반 총장 본인의 생각은 무엇인가. F: 불가. 새누리당이 영입 의사를 전했을 때 세 가지 불가 이유를 밝혔다. 첫째, 권력 의지가 없기 때문에 과거에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 스러진 분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 둘째, 외교장관 및 유엔 사무총장으로 쌓아 온 명예를 한꺼번에 잃을까 두렵다. 셋째, 부인(유순택 여사)을 비롯한 가족이 반대한다. Q: 본인이 안 한다는데도 왜 자꾸 거론되나. F: 당내 라이벌 견제 + 못 먹는 감 찔러보기. 여당에서는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는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반 총장 영입에 적극적이다.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야당에서도 뚜렷한 후보가 없는 비노(비노무현)계에서 반 총장 영입을 거론한다. 문재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세력 견제용이다. 또 야당에서는 반 총장이라는 유력한 후보가 여당 후보로 나올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싶어 한다. Q: 반 총장 스스로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F: 사람 피하지 못하는 게 죄. 반 총장은 유엔을 방문하는 국내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 언론인 등을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다 만나 준다. 반 총장의 이런 모습은 이미 외교관 시절부터 체질화된 것이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에 있다 보니 정치인 등과의 만남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린다. Q: 새정치연합 권노갑 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주장했다. 그 측근들은 누구일까. F: 반 총장을 이용하려는 자들. 서울신문에 반 총장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면 후원회장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한다. 반 총장이 워낙 여러 사람을 만나니 측근임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들 가운데 개인적인 욕심이나 목적을 갖고 국내 정치권에 줄을 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Q: 최근의 논란에 대한 반 총장 측 반응은. F: 감내와 우려. 비정상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어불성설 수준의 얘기들까지 나오는 데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Q: 청와대는 반 총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F: 노코멘트. 청와대 관계자는 미래 권력에 대해 현 정권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유력한 후보이면서도 적어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12월까지는 국내 정치에 관여하기 어렵다. 그 점이 청와대로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 Q: 국내 정치권에서의 영입 논란이 반 총장의 유엔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F: 도움 안 된다. 2011년 반 총장의 재선을 앞두고 국내에서 반 총장 대선 출마설이 돌자 유엔 주변의 잠재적 총장 후보들이 “반 총장은 국내 정치로 가야 한다”며 흔든 적이 있다. 앞으로도 반 총장이 한국이나 북한 관련 활동을 할 때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Q: 퇴임 후 반 총장의 움직임은. F: 귀국 연기할 수도. 반 총장은 국내 정치권의 영입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임기 마치면 크루즈 여행이나 가야겠다”고 말하곤 했다. 최근에는 전직 외교장관에게 부부 동반으로 그리스 크루즈 여행을 떠나자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 정치권의 영입 또는 흔들기를 피해 잠시 귀국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정치부장 dawn@seoul.co.kr
  • [시진핑 2.0 시대] (중) 외교 衝(충:부딪치다)-자가당착

    [시진핑 2.0 시대] (중) 외교 衝(충:부딪치다)-자가당착

    중국은 5일 개막하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회의에서 아·태지역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틀어쥔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회의에서 APEC의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본격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선언, 미국의 동맹인 한국 및 호주와의 경제적 관계 강화를 위한 중·한, 중·호주 간 FTA 체결 등을 관철한다는 목표다. 미국은 FTAAP가 자국 주도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며 APEC 선언문에서 FTAAP를 삭제시키고, 한국·호주 등에 AIIB 참여를 제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중·미 간 신형 대국 관계 구축을 통해 양국이 평화롭게 발전하자면서도 중국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공격 행보로 APEC 무대에서 미국과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과 말로는 윈윈, 행동은 충돌 중국은 ‘굴기’(?起·우뚝 섬)를 실현하려면 현재 패권국인 미국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주석 시절부터 중국은 미국에 도전할 뜻이 없고, 신형 대국(중국)과 기존 대국(미국)이 부딪치지 않고 잘 지내는 새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 주석의 신형 대국 관계란 미국이 중국의 영토·주권 등 핵심 이익만 건드리지 않으면 중국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에서는 미국이 ‘중국 봉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미국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있다. 실제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미국의 공격에 강하게 맞서는 모양새다. 중국은 미 사법 당국이 지난 5월 사이버 범죄 혐의로 중국군을 기소하자 양국 간 ‘인터넷 업무조’의 활동을 아예 중단시켰다.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대한 강압적인 대응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자 “홍콩 사무는 중국의 내정이므로 간섭하지 말라”고 맞섰다. 올 들어 미·중은 남중국해에서 전투기와 군함이 각각 충돌 직전의 상황까지 간 적도 있었다. 중국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며 충돌하지는 못하지만 미국에 대항할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러시아와 경제·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의 중국 봉쇄에 이용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지역 동맹국들을 공략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 중심의 안보협력기구 창설을 목표로 한 데 이어 이번 APEC 회의에서 중국 중심의 아·태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화발전 외치면서 군사 근육 과시 시 주석은 외교 목표로 평화로운 발전을 뜻하는 화평발전(和平發展)을 내세운다. 또 주변 외교정책으로는 친밀·성의·혜택·포용을 의미하는 친성혜용(親誠惠容)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친근하게 성의를 가지고 서로 윈윈하면서 함께 발전하자는 뜻이다. 이웃 국가와 운명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은 반대다. 당장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베트남 등과 연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 행보는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총서기 취임 당시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언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지난 3월 말 프랑스 방문에선 “중국이라는 사자가 이미 깨어났다”며 맹주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중국은 국력이 강해짐에 따라 ‘힘’을 적절히 사용하면 충돌 발생을 통제하면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평화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전임자 때와 같은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다)의 보수적인 외교로는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주동작위(主動作爲·할 일을 주동적으로 한다)를 통해 평화와 굴기를 동시에 달성하려 한다. 그러나 평화와 굴기는 상호 충돌이 불가피한 개념이다. 강국이 되기 위한 공격적 행보는 타국의 이익을 침해해 대중국 견제를 유발한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일본, 필리핀 등의 국가들이 미국에 밀착해 반중 연대가 형성됐다. 주변국들과 부딪치고 미국과 모순이 커지는 시 주석의 외교는 중국의 대외 환경을 영토 분쟁 속에 가두면서 발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평이 나온다.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시 주석의 외교가 ‘자가당착’(self-contradictory)에 빠졌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원장은 “미국과의 전략적 모순을 확대하고 동아시아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을 키우면서 중국은 사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할수록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의 우려와 반감을 키우고, 중국과 원래 친했던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불만까지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APEC 눈앞… G2, 亞太 경제 파워 게임

    APEC 눈앞… G2, 亞太 경제 파워 게임

    미국이 오는 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조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회의인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자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확산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시 주석이 APEC 회원국과 양자 정상회의를 통해 아·태자유무역지대 구축, 아·태 경제의 미래 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 아·태 지역의 전방위적 상호 연결 등을 의제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 APEC 정상회의 종료 후 발표되는 공동선언문에서 FTAAP의 타당성 조사를 2016년까지 보고하도록 하는 항목과 FTAAP의 타결 목표 시한을 2025년으로 명확히 하는 내용을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시도가 국제 무역 질서에서 자국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했다. 당장 중국이 원하는 FTAAP와 관련된 조항 2가지가 공동선언문 초안에서 모두 삭제됐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공동선언문 초안 협의 과정에서 “FTAAP 협상을 시작하자는 신호가 공동선언문에 들어가는 것에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000년대 중반 APEC 내에서 시작된 FTAAP는 현재 2025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미국은 FTAAP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을 뺀 나머지 아·태 국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FTAAP를 지금 추진할 경우 TPP 협상에 방해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FTAAP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FTAAP와 TPP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TPP에 각국의 관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을 제외하고 TPP가 출범할 경우 연내 무역에서 소외되는 것은 물론 연간 1000억 달러의 수출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TPP를 견제하고 FTAAP의 협상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APEC 무대를 적극 활용할 심산이었다. WSJ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FTAAP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소개하며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한국과 호주가 참여하는 것에도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비리로 만신창이 된 감사원

    비리로 만신창이 된 감사원

    감사원이 직원과 간부의 잇단 비리로 감찰 기관으로서의 권위가 만신창이가 된 데다 엘리트 간부까지 수뢰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청렴도와 조직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3일 감사원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감사원 파견으로 청장직을 맡아 오던 이종철(1급 고위감사공무원) 전 감사원 심의실장이 지난달 30일 자해 소동에 이어 청장직 사의를 밝혔다. 검찰이 이 청장의 집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뒤였다. 올 들어 홍정기 전 감사위원의 자살에 이어 억대 금품수수 등의 비리로 감사관과 간부들이 잇따라 검찰에 구속됐다. 노른자위 공기업과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가 있는 전직 감사원 간부들의 인사개입이나 피감기관 감사 무마 시도 등의 구설까지 겹쳐 ‘감사원의 조직문화와 청렴도가 과연 정상적인가’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 직원과 간부들의 잇단 비리와 의혹은 개인 일탈이라기보다는 투명하지 못한 조직 문화와 폐쇄적인 조직 운영, 퇴직 후 재취업을 매개로 한 줄 서기, 관행화된 ‘끼리끼리 챙겨 주기’ 탓이란 비판이 많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서 자정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질책도 나온다. 이 청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사무총장 후보군에 다크호스로 꼽혔다는 점에서 혐의 자체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무총장은 차관급이지만 정부 부처 및 공기업에 대한 감찰과 감사를 총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서 일반 부처 장관보다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다. 그는 재경금융국 과장과 국책과제감사단장 등 감사원 요직을 두루 거쳤다.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매각 감사를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경기고 인맥들의 헐값매각 결정 과정에서의 연관성을 부각시켜 ‘경기고 마피아’란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는 적극적인 대인관계로 감사원 내부에서는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파견 근무를 하면서도 ‘금의환향’(사무총장으로의 영전)을 꿈꾸며 감사원 내부 식구들을 관리해 왔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올 초에는 황찬연 감사원장이 일부 파견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이 청장을 직접 격려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2010년 3년 임기의 인천경제청장에 임용된 뒤 지난해 7월 임기 1년이 연장된 상태다. 감사원 주변에서는 “국가개혁을 위해 감사원이 앞장서 공직비리와 예산낭비 등 적폐 철폐를 가속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잇단 비리 혐의로 절름발이가 된 감사원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감사원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꼬집고 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직원들의 입단속을 시키고는 있지만 “감사받을 대상 기관에 대해 감사원의 권위와 영이 서겠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이번엔 반드시 도입하라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인류가 진화할수록, 문명이 발달할수록,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각종 규제장치를 만들어 권력을 감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어제 정치개혁을 위한 혁신안 의제 중 하나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소환제 도입 찬성 지지율이 90%를 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도입 의지를 밝혔다. 이런 의지에도 국민소환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정치권 스스로 개혁이란 이름으로 국민소환제 도입 카드를 흔들다가 어물쩍 넘어간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로 2012년 6월 19대 총선 직후 당시 민주당 황주홍 의원 등 초선 11명이 ‘국민소환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가 현재까지 계류 상태다. 2013년 4월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명의로 국민소환제 추진을 발표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이번에 새누리당 혁신위가 다시 국민소환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혁신위가 추진하는 것을 놓고 진정성 논란도 있을 수 있지만,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입법부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재 주민소환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뿐이다. 국회가 2007년 주민소환제를 도입하면서 국회의원은 슬쩍 제외했다. 당시 국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입법권을 쥐고 있는 의원들이 농간을 부린 탓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기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지방의원 모두 똑같다는 점에서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물론 국민소환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입법부의 독립성 훼손 문제나 국민 참여의 과잉에 따른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권력투쟁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 풍토에서 상대 정당 의원이나 내부 경쟁자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가의 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도 탄핵이라는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유독 4년 임기 내내 무소불위의 힘을 방치하는 것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권력의 진정한 원천이자 감시자인 국민이 직접 나설 차례다.
  • 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 또 고개

    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대정부질문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수단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사실상 여야 정쟁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마침 여야가 각각 혁신위원회를 가동 중이고,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조만간 꾸려질 예정이다 보니 “이번에야말로 대정부질문 제도도 함께 뜯어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점차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해묵은 구태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질문자가 나 홀로 연단 위로 올라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의원 상당수는 삐딱한 자세로 잡담을 나누거나 스마트폰 검색 삼매경에 빠졌다. 질의에는 다들 무관심했다. 한 의원에게 “모 의원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느냐”고 묻자 “몰라. 못 들었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자들은 이날이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날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 얘기를 빼놓지 않고 했다. 대정부질문이 정치 공세 수단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 보니 대정부질문 테마가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으로 매일 바뀌어도 핵심 쟁점은 늘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을 앞에 세워놓고 정작 공격의 화살은 상대 당을 겨냥하는가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늘어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질문자의 호통이 끝나면 본회의장에는 적막감이 흐른다. 자리가 텅텅 비어서다. 의사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1(60명)을 가까스로 채울 때가 많다. 의원들에게 대정부질문이 웬만하면 불출석해도 괜찮은 일정으로 여겨진다는 게 문제다. 한때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의석을 채운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거명한 뒤 회의록에 기재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또 의원들이 지도부의 ‘오더’에 따라 대정부질문에 출격한다는 점과 더불어 대정부질문이 지역구 챙기기, 의정활동 스펙 쌓기, 존재감 과시용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안전처·혁신위 靑 ‘들러리’ 될라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민안전처(장관급)와 인사혁신처(차관급)가 신설되면서 안전과 공무원 인사 기능을 총괄할 총리실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청와대 재난안전비서관의 신설과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영향력으로 자칫 총리실이 청와대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비서관·인사수석실과 업무 중복 우려 기존 소방방재청(중앙소방본부)과 해양경찰청(해양경비안전본부),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가 통합되는 안전처는 정부의 안전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 초동 수사와 구난·구조, 경비 업무를 맡게 되고, 중앙소방본부는 소방방재청이 수행하던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업무를 담당한다. 안행부 안전관리본부가 담당하던 중앙안전상황실 운영과 안전정책 총괄,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 및 재난대응훈련 등의 업무도 안전처가 맡게 된다. 그러나 1만명 규모(지방직 제외)로 예상되는 안전처는 관리직이 증가하고 행정 기능이 강화돼 관료 비대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총리가 안전처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독자적인 집행력을 갖지 못하고 재난현장 대응 중심이 아닌 과도한 서류와 보고 위주의 부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안전처의 세부 조직 체계와 업무 분할은 시행령 등을 통해 정해질 방침이다. 당초 중앙부처 조직과 공무원 인사는 물론 공무원 임용·충원 제도를 총괄하는 행정혁신처로 출범할 계획이었던 인사 관련 신설부처는 결국 조직을 떼어 내고 인사 기능만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로 출범하게 됐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충원제도와 공무원윤리, 공무원연금과 같은 기존 안행부 인사실의 업무와 함께 공직사회 개혁방안 등을 담당하게 된다. ●안전처장에 이성호 2차관 유력 다만 인사 기능만 담당하는 혁신처에 관피아 척결 등 공직사회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어떤 식으로 부여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인사수석실과의 업무 중복 우려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중립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집행부 형태인 혁신처는 견제·감시 기능보다 인사권 행사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 강조되는 구조다. 장관급인 국민안전처장에는 이성호 안행부 2차관의 발탁이 유력하고 차관급인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 수장은 기존 차장급에서 내부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차관은 2011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시절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육군 3단장도 지내 작전·안전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권을 갖는 인사혁신처장은 안행부 인사실장 등의 내부 발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미 소통 한층 강화… 군사위주 쏠림 가능성도”

    “한·미 소통 한층 강화… 군사위주 쏠림 가능성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부임하며 한·미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41세의 최연소 주한대사가 부임하며 보다 ‘젊은’ 한·미동맹을 기대하고 있지만, 군사 분야의 핵심 참모를 대사로 임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직통라인이 강화됐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긍정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앞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및 동북아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40대 초반의 젊은 대사에게 외교적 역동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미 간 소통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구심점)으로 보고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주요 공관에 직업외교관이 아닌 정치인 출신을 보낸다는 점에서 한국과 백악관 간의 채널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훈 경남대 정치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의 주한대사가 ‘상징형’이었다면 워싱턴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리퍼트 대사는 ‘실무형’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주한대사와의 긴밀한 관계 설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퍼트 대사가 한국의 이해관계를 미국에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가져다줄 이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퍼트 대사가 한·일 관계에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없으면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인데, 리퍼트 대사는 이러한 한국 내 분위기를 잘 파악해 미국에 전할 수 있다”면서 “정부로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 리퍼트 대사는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양측이 협력하도록 모두를 조용히 독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가 주한대사에 임명된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궁극적으로 동북아 문제에서 군사와 안보 분야에 더욱 경도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한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 관철 등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시각이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국방부와 관련된 고위직을 대사로 보낸 것은 처음”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부임으로 미 국방부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한국에 투사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외교적 기동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와 한반도가 지나치게 군사 위주 전략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등 문제에서 우리가 미국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있는데 미국은 이를 직접 요구할 수 있다”면서 “이번 주한대사의 부임은 그 징표”라고도 해석했다. 리퍼트 대사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 정책에 관여한 인물이란 점에서 이번 부임을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는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현재 한·중 관계는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고, 워싱턴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대단히 강하다”며 “더불어 오바마의 대중국 정책이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리퍼트 대사가 한국에 부임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한·미·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는 점을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중국과 거리를 두는 효과를 가져오려 할 것”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부임을 이 같은 대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이번 임명에 지나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시각도 제기됐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워싱턴의 실세가 주한대사에 임명됐지만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서지는 않는 상황에서 대사가 직접 나서서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구도”라고 진단했다. 신시내티의 변호사 가정에서 태어난 리퍼트 대사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정치학 학·석사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 대학원 재학 중 중국 베이징대에서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어를 배웠다. 1999년에 톰 대슐 상원의원과 상원민주당정책위에서 일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2000~2005년 패트릭 리히 상원의원을 보좌하고 상원세출위원회에서 정책 경험을 쌓았다.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 입안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정책담당 부국장을 거쳐 백악관에 들어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통령 부보좌관,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英 ‘EU 탈퇴’ 국민투표법 무산… 연정만 흔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추진한 2017년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시행법 제정이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28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이날 자유민주당이 국민투표시행법 지지에 대한 대가로 주택보조금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자 이 법안의 추진을 포기했다. 이 법은 캐머런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치르겠다고 약속한 ‘2017년 이전 EU 탈퇴 국민투표’를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정을 구성하는 두 당은 입법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를 비난했다. 보수당은 자유민주당의 요구대로 주택보조금 제도를 손보려면 10억 파운드(약 1조 69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자유민주당이 EU 탈퇴 국민투표법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내세웠다는 입장이다. 법안을 제안한 보수당의 밥 닐 의원은 “자유민주당은 하원에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용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자유민주당은 보수당이 애초부터 이 법에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보수당은 EU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내년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려고 생각했는데 시행법이 제정되면 선거 운동의 동력이 약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콤 브루스 자유민주당 부당수는 “보수당은 법안을 싸구려 의자처럼 접어버린 뒤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수당은 EU에 반대하는 영국독립당의 인기가 치솟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EU 탈퇴 국민투표시행법 제정을 추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른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지 않은 이번 다툼이 유권자들에게 EU에 관한 두 정당의 시각차만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박대통령 시정연설·3자 회동] 반기문 띄우기

    [박대통령 시정연설·3자 회동] 반기문 띄우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29일 반기문(얼굴) 유엔 사무총장 띄우기에 본격 나섰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단독 회동을 피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확인시킨 날에 친박계가 반 총장을 여당 대선 주자로 적극 거론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정권재창출 위해 영입 가능”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김 대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나고 있던 오전 11시쯤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7년 대권지형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서청원 최고위원, 홍문종·유기준·윤상현 의원 등 친박 의원 30명이 대거 참석했다. 주제 발표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했다. 세미나는 반 총장의 다음 대선 출마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시점에 반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 언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자꾸 반 총장 얘기를 했다. 안홍준 의원은 “앞으로 반 총장은 거론하지 않는 것이 본인과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서도 “반 총장은 야당 성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 임기가 2016년 12월에 끝나는데 2017년이 돼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 “친반 모임 되는 것 아니냐” 특히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감에서 만난 반 총장이 ‘정치 반, 외교 반 걸쳐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던 유기준 의원은 “반 총장이 어느 국가의 대통령이 된다는 말이 총장 일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에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정치 반, 외교 반 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치가 반을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친박 모임이 친반(친반기문) 모임이 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의)ㄱ이 (반의)ㄴ처럼 보이기도 하고…”라고 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의정 포커스] 격려성 방문?… 민원 해결 ‘깐깐 감사장’

    [의정 포커스] 격려성 방문?… 민원 해결 ‘깐깐 감사장’

    “덜 발달한 지역이어서인지 금천구민에게 ‘백’은 하느님밖에 없다고 농담을 쏟아내요. 그러니 의원들이 직접 민원을 챙길 수밖에요.” 정병재 서울 금천구의회 의장은 29일 “예습을 철저히 해 깐깐하게 현장을 실사해야 구민 행복을 챙길 수 있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그는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자니 밤 10시고 11시고 의원실엔 불이 켜져 있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모자란다”고 손을 내저었다. 김경완 의원은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수십년 업무를 본 공무원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려면 하나라도 더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민 문제에 관한 한 깐깐하다는 점은 지난 27일 사례에서 잘 드러났다. 독산4동 공영주차장 현장에 나타난 구의원들 얘기다. 구의원들이 앞장서서 서울시 예산 72억원을 따내 건설되는 주차장이기에 현장 방문도 격려 차원으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장은 미니 감사장으로 바뀌었다. 공사 담당자로부터 브리핑을 듣던 강태섭 부의장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는 “설계변경으로 들어간 빔 40개 설치비만 2억 5000만원”이라면서 “착공 전에 지질검사를 하지 않았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어 “지질검사가 4곳은 이뤄졌어야 하는데 1곳만 검사를 하고 이제야 보강 공사를 해야 한다면서 공사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의원들도 현장을 예리하게 살폈다. 정 의장은 “공사로 인해 주변 주택 벽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적잖은 피해를 주는 것 같다”며 “공사 과정에서 이런 부분도 신경을 쓰고, 또 발생한 문제에 알맞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권 건설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공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곧 겨울인데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부실이 발생하면 곤란하다”며 “콘크리트 타설 등의 작업에서 반드시 규정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의원들은 인근 주민을 현장에 불러 의견을 경청하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박대통령, 통합 행보에 더 힘쓰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를 함께했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기를 맞아 이 여사가 서울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추모 화환을 보낸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각각 이끈 두 주역의 딸과 부인이 자리를 함께한 사실은 날로 갈라지고 쪼개져만 가는 사회 현실에 비춰 분명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이나 김 전 대통령 모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한 주인공들이면서도 지금의 지역갈등과 세력갈등을 낳은 뿌리와 같은 존재들인 것도 사실이다. 산업화-영남-보수-새누리당으로 묶이는 정치세력과 민주화-호남-진보-새정치민주연합으로 엮이는 정치세력이 5년 단위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놓고 극한의 대결을 펼치는 구조가 대한민국 정치며, 의도와 관계없이 이런 대립의 틀이 만들어진 연원에 이들 전직 대통령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공과를 함께 지닌 두 정적의 딸과 부인이 자리를 같이하고 손을 맞잡은 것은 임계점에 다다른 이 나라 정치 갈등을 줄이고 더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어제 회동이 그저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통합 행보가 요구된다. 지금 국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개헌 주장도 따지고 보면 권력 독식에 따른 정치적 동맥경화 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다. 지금처럼 권력을 잡은 쪽과 잃은 쪽이 차기 정권 5년을 겨냥해 죽기살기식으로 권력 투쟁을 벌일 바엔 아예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갖는 식으로 통치구조를 바꿔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게 하자는 심리적 피로감이 개헌론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 분점의 개헌이 정치 갈등 해소를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처방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크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지닌 권력 나눠 먹기의 속성이 오히려 정치 과잉의 사회를 만들어 국민 개개인의 일상마저 정치로 끌어들여 권력과의 유착, 권력 줄 대기에 저마다 앞을 다투도록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논하기 전에 집권세력이 권력을 잡지 못한 반대진영의 심리적 결핍을 메우고 보듬는 자세를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고,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지휘봉을 맡긴 취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다짐은 그 자체로 독이다. 지난 1년여 국민대통합위가 이런저런 활동을 벌이며 사회통합에 부심해 왔다지만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는 통합위의 역량 차원을 넘어 권력핵심의 의지가 현실로 투영되지 않은 까닭이다. 특정 지역이나 학맥을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 인사부터가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낙하산을 접고 탕평인사를 펼칠 때라야 비로소 통합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할 것이다. 야권의 변화도 절실하다. 야당의원들이 우르르 현충원에 몰려가서는 김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고 돌아서는 옹색한 자세로는 통합은커녕 자신들의 정치지평조차 넓히지 못할 것이다. 정부를 견제하되 민생 차원에서 협력할 것은 팔을 걷어붙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늘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국회에서 회동한다. 난제가 많으나 국익만 바라본다면 현안 풀이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 아이폰 견제 나선 삼성… ‘갤노트 엣지’ 출시

    아이폰 견제 나선 삼성… ‘갤노트 엣지’ 출시

    삼성전자가 28일 한쪽 모서리까지 화면이 이어진 ‘갤럭시 노트 엣지’를 국내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아이폰 견제에 나섰다. 이 제품은 삼성이 지난 독일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처음 공개한 제품으로 오른쪽 모서리에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우측까지 정보를 연장해서 표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엣지 스크린은 동영상이나 게임 등을 하는 중에도 알림이나 문자 메시지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때 촬영 버튼과 메뉴 아이콘 등을 엣지 스크린에 표시해 사용자가 대형 화면 전체로 온전히 피사체를 볼 수 있게 했다. 다만 엣지 스크린은 프레임이 없이 디스플레이가 툭 튀어나와 있어 파손이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엣지 스크린의 프레임을 넓은 화면보다 도드라지게 설계해 바닥에 엣지 스크린이 직접 닿지 않아 파손의 위험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엣지 스크린은 오른쪽에 위치해 왼손잡이들에게는 불편하다. 제품은 5.6인치 쿼드HD플러스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대화면이지만 두께는 8.3 ㎜ 무게는 174g으로 갤럭시 노트 4보다 2g 가볍다. 보다 자연스러운 필기감을 제공하는 S펜도 탑재했다. 카메라는 후면이 1600만 화소, 전면이 370만 화소다. 배터리 용량은 갤럭시 엣지(3000mAh)가 갤럭시 노트4(3220mAh)보다 조금 작다. 차콜 블랙, 프로스트 화이트 2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출고가는 106만 7000원이다. 이날 SK텔레콤에서 처음 출시됐고 KT가 29일 출시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박 대통령, 통합 행보에 더 힘쓰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를 함께했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기를 맞아 이 여사가 서울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추모 화환을 보낸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각각 이끈 두 주역의 딸과 부인이 자리를 함께한 사실은 날로 갈라지고 쪼개져만 가는 사회 현실에 비춰 분명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이나 김 전 대통령 모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한 주인공들이면서도 지금의 지역갈등과 세력갈등을 낳은 뿌리와 같은 존재들인 것도 사실이다. 산업화-영남-보수-새누리당으로 묶이는 정치세력과 민주화-호남-진보-새정치민주연합으로 엮이는 정치세력이 5년 단위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놓고 극한의 대결을 펼치는 구조가 대한민국 정치며, 의도와 관계없이 이런 대립의 틀이 만들어진 연원에 이들 전직 대통령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공과를 함께 지닌 두 정적의 딸과 부인이 자리를 같이하고 손을 맞잡은 것은 임계점에 다다른 이 나라 정치 갈등을 줄이고 더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어제 회동이 그저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통합 행보가 요구된다. 지금 국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개헌 주장도 따지고 보면 권력 독식에 따른 정치적 동맥경화 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다. 지금처럼 권력을 잡은 쪽과 잃은 쪽이 차기 정권 5년을 겨냥해 죽기살기식으로 권력 투쟁을 벌일 바엔 아예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갖는 식으로 통치구조를 바꿔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게 하자는 심리적 피로감이 개헌론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 분점의 개헌이 정치 갈등 해소를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처방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크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지닌 권력 나눠 먹기의 속성이 오히려 정치 과잉의 사회를 만들어 국민 개개인의 일상마저 정치로 끌어들여 권력과의 유착, 권력 줄 대기에 저마다 앞을 다투도록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논하기 전에 집권세력이 권력을 잡지 못한 반대진영의 심리적 결핍을 메우고 보듬는 자세를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고,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지휘봉을 맡긴 취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다짐은 그 자체로 독이다. 지난 1년여 국민대통합위가 이런저런 활동을 벌이며 사회통합에 부심해 왔다지만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는 통합위의 역량 차원을 넘어 권력핵심의 의지가 현실로 투영되지 않은 까닭이다. 특정 지역이나 학맥을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 인사부터가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낙하산을 접고 탕평인사를 펼칠 때라야 비로소 통합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할 것이다. 야권의 변화도 절실하다. 야당의원들이 우르르 현충원에 몰려가서는 김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고 돌아서는 옹색한 자세로는 통합은커녕 자신들의 정치지평조차 넓히지 못할 것이다. 정부를 견제하되 민생 차원에서 협력할 것은 팔을 걷어붙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늘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국회에서 회동한다. 난제가 많으나 국익만 바라본다면 현안 풀이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 새정치연, ‘사회통합부지사’ 파견 결정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이 남경필 도지사가 제안한 연정의 핵심인 사회통합부지사(정무부지사)를 파견하기로 27일 최종 결정했다. 남 지사가 6·4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자 때인 5월 11일 사회통합부지사를 제안한 지 170일 만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도의회에서 의원총회(총원 78명)를 열어 투표 인원 55명 가운데 찬성 36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을 결정했다. 김현삼 도의회 새정치연합 대표는 브리핑에서 “오늘 사회통합부지사 파견 결정으로 경기도 연정은 본격적으로 출발했다”며 “연정을 통해 의회 본연의 집행부 감시와 견제를 할 뿐 아니라 서민과 소외계층의 민생 복리를 위한 정책 실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 공모, 인선 절차, 임기 및 소환, 책임과 소통 구조 등에 대한 규정을 만들 예정이다. 이어 집행부와 공식적인 협약을 체결, 사회통합부지사의 역할과 권한을 규정하고 책임 소재도 분명히 밝힐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8월 25일 연찬회 찬반 투표에서 찬성(25명)보다 반대(41명)가 더 많았고 이번 의원총회에서도 반대가 18명인 점을 고려,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이제 갈등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도전이 경기도에서 시작됐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도의회와 협의해 도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왕의 얼굴 서인국 “광해가 꽃미남으로 돌아왔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 보니 ‘대박’

    왕의 얼굴 서인국 “광해가 꽃미남으로 돌아왔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 보니 ‘대박’

    왕의 얼굴 서인국 “광해가 꽃미남으로 돌아왔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 보니 ‘대박’ KBS2TV 새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 서인국의 촬영 현장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27일 드라마 ‘왕의 얼굴’ 제작사 측은 서인국이 ‘꽃미남’ 광해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했다. 서인국은 비정한 부왕의 견제와 중신들의 파벌암투, 권모술수를 이겨내고 왕으로 우뚝 서는 세자 광해군 역을 연기한다. 이날 공개된 촬영 현장 사진에는 신분을 감추고 저잣거리에 암행(暗行)을 나선 세자 광해의 모습이 그려졌다. 서인국은 여유로운 미소와 만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서인국은 “처음으로 하는 사극이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감독님과 많은 스태프분들 덕분에 잘 마친 것 같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첫 방송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고 촬영 소감을 밝혔다. 제작사 관계자는 “첫 사극이라 긴장도 될 텐데 첫 촬영부터 완벽히 광해에 녹아 들었다. 새로운 광해의 모습이 서인국만의 느낌으로 더욱 빛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왕의 얼굴’은 ‘아이언맨’ 후속으로 오는 11월 중순 첫 방송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왕의 얼굴 서인국, 이렇게 멋있는 왕이 실제로 있을까”, “왕의 얼굴 서인국, 제대로 연기 보여주세요”, “왕의 얼굴 서인국, 사극 진출 정말 축하합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시대] ITU 전권회의와 인터넷의 미래/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ITU 전권회의와 인터넷의 미래/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지난 20일부터 부산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ITU 전권회의는 UN 산하 정보통신 분야 국제기구인 ITU가 4년마다 개최하는 최고위 의사 결정회의로 193개 회원국 장관과 국제기구 대표가 글로벌 ICT 정책도 결정하고, 사무총장 등 기구 고위직과 이사국을 선출하는 총회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CT 융합과 미래 초연결사회의 핵심 요소인 사물인터넷(loT) 등을 주요 의제로 제안했다. 미래 ICT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이런 의제를 제안한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산업과 관련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터넷의 거버넌스와 관련한 국제적인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글로벌한 환경에서의 인터넷 접근성과 관련한 권리 등과 같이 국제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는 역시나 이번에도 우리나라에서 먼저 제기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ICT를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중요성은 느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최근 가장 국제적인 핫이슈는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을 비롯한 인터넷 정책과 관련한 것들이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인터넷 주소의 관리권한을 다자간 협력이 가능한 국제기구로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6년간 인터넷의 주소는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인 아이칸(ICANN)을 통해서 관리돼 왔다. 이에 대해 ITU 회원국들의 입장은 대립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인터넷의 상업적 활용을 견제하기 위해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을 포함한 거버넌스를 유엔 산하기구인 ITU로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유럽 등은 기존의 아이칸 체제를 확대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인터넷의 관리 권한을 국가들의 연합이 맡게 하느냐, 아니면 전통적인 민간의 연합체제에 맡기느냐를 말하는 것으로 중대한 차이가 있다. 인터넷은 본래 개별적인 네트워크가 엮어진 것이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었던 민간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라는 특징에 대해 최근 각국의 정보기관이 개입하고, 보안과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와 같은 문제, 그리고 각종 규제의 홍역을 앓으면서 인터넷의 혁신성이 사라지고, 결국 또 다른 국가주의와 빅 브라더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인터넷의 미래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의 혁신성, 규제현황 등을 보고 있으면 한심한 수준이다. 인터넷의 혁신성이 기존의 산업을 혁신하기는커녕 다양한 규제장벽과 알게 모르게 형성된 다양한 민관 카르텔에 의해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토양이 돼 버렸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하며, 인터넷의 다양성을 지켜주기는커녕 사람들의 입을 막아버리려고 급급하는 모양새다. 미래의 먹거리,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으로서 인터넷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제적인 활동에 힘을 보탠다거나 자유로운 인터넷의 역동성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선언과 의제를 내놓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 최소한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여러 전체주의적인 국가들의 발상에 맞장구만 치지 않아도 좋겠다. 자유가 넘치던 인터넷이라는 땅의 미래가 국가주의의 망령에 훼손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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