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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지긋지긋한 색깔론” 반격

    文 “지긋지긋한 색깔론” 반격

    “특전사 출신에게 안보 꺼내지 마라”보수 안보관 협공에 정면 돌파文측, 安과 양자토론 조건부 동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 선거 유세에서 ‘안보’를 화두로 꺼내 들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자신의 안보관을 겨냥해 협공을 펴자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 가장 확실한 안보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그는 이날 춘천시 유세에서 “선거 때면 돌아오는 색깔론, 안보 장사가 다시 좌판을 깔았다. 지긋지긋하지 않으냐”면서 “지난 10년간 안보에 실패한 안보 무능, 국정 준비가 덜 된 안보 불안 세력에 안심하고 안보를 맡길 수 없다”며 범보수 정당과 국민의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대 안 갔다 온 사람들은 특전사 출신 문재인 앞에서 안보 얘기 꺼내지도 말라”고 말했다. 전날 KBS 대선 후보 초청토론에서 논란이 된 참여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견해도 분명히 밝혔다.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북핵 문제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북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과거의 햇볕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원주시 유세에서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국회의원이 마흔 명도 안 되는 급조된 당이 이 위기 속에 국정을 담당할 수 있겠느냐. 연정을 하든 협치를 하든 몸통이 못 되고 꼬리밖에 더 되겠느냐”며 견제 수위를 높였다. 문 후보는 춘천시 강원대에서 최문순 강원지사와 만나 간담회를 하던 중 북한 여성응원단을 ‘자연미인’으로 표현했다가 구설에 오르고 수행차량이 ‘장애인의 날’ 기념식장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사과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의 양자토론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다만 양자토론을 할 경우 다른 세 후보와 그 지지자들의 동의를 받아 와야 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아 양자토론이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과 관련, “자유한국당 내에 건강한 정치인이 많다”며 이들과도 힘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춘천·원주·청주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사법개혁 당위성 확인한 진상조사위 발표

    법원행정처가 진보성향 법관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하게 견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그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학술대회의 연기와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관여를 부인했고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 의혹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추단하게 하는 다른 어떠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선 부실 조사 논란도 일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사태의 발단이 된 판사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를 지시한 당사자는 대법원 고위 간부인 이모 상임위원으로 확인됐고 이를 근거로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상임위원은 행정처 차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학술대회 연기와 축소의 필요성을 논의했고 여기서 결정된 내용이 실제로 집행됐다고 한다. 적지 않은 판사들이 어제 내부 통신망 등을 통해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는 조사위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구회가 전국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하자 법원행정처가 중복 가입 학회를 자동 탈퇴시키겠다고 공지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며 이 책임을 특정인에게 떠넘기는 것 자체가 꼼수라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게시판 글이나 판결 등을 분석해 법관 인사나 연수자 선발 때 활용한다는 설이 무성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의혹까지 해소하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자유로운 학술 활동을 견제한 것은 진상조사위가 지적했듯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보장된 학문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판사는 법률에 규정한 대로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판결해야 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민주적 운영 방안을 포함한 사법제도 개혁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사법 시스템은 결국 국가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대법 간부가 사법개혁 학술대회 축소 압박

    인권법연구회 행사 견제 등 법원행정처에 부당 요구 확인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학술행사 축소에 고위 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법원행정처가 법원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축소하고 압박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26일 동안 조사를 진행하고 18일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학술행사 견제 의혹에 대해 “대법원 고위 간부인 이모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와 관련해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재하는 주례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부당한 행위”라면서 “논의된 대책 중 일부가 실행된 이상 행정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처가 판사들의 학술연구회 중복 가입을 금지한 예규를 강조한 것에 대해 “인권법연구회 또는 학술대회를 견제하고자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제재로서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위는 ‘부당 지시’를 거부한 법관 인사 의혹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근거가 없다고 봤다. 행정처가 평소 연구회 활동에 부당한 견제를 했다는 의혹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 2월 9일부터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촉발됐다. 설문조사 내용을 학술대회에서 공개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당시 임종헌 행정처 차장이 이모 심의관에게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심의관은 2월 정기인사에서 행정처로 발령 났지만 지시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자 행정처가 그를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즈음 행정처가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판사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대법원은 진상조사위를 꾸려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임 전 차장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명예가 손상됐다며 임관 30년을 앞두고 법관 연임신청을 철회해 사직했다. 한편 조사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법제도 관련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美 백악관 “대북 레드라인 없다… 적절할 때 단호한 행동”

    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는 이미 궤도에 올랐으며 한·미 양국이 정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사드 배치는 1년여 전 한·미 동맹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부품이 정렬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는 궤도에 올라섰고 배치에 필요한 단계를 밟고 있다”며 “사드 배치의 진전에 대한 의문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손턴 대행은 또 한국 대선 상황에 대해 “유력한 두 후보 모두 한·미 동맹을 매우 지지하고 있고 한국의 안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간에 함께 일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손턴 대행은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매우 중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돌출 행동을 강하게 견제했다. 이어 그는 “북한과의 대화에 ‘전제 조건’이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행동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북한과 어떠한 형태의 대화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대북 압박과 관련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적을 향해 일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였고,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긍정적 신호를 받았다”며 “다만 거기(목표 달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중국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양대 대북 원칙인 ‘최대의 압박’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관여’의 원칙인 것이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은 없지만 필요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레드라인’ 관련 질문에 “과거에 대통령들이 시리아에 대해 레드라인을 설정했는데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여러분이 (대북) 레드라인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카드를 조끼에 숨기고 있으며 어떤 군사적 상황 전개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떠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에 대한 행동(폭격)은 그가 적절할 때 단호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며 대북 선제타격 옵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입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국익에 따라 대북 군사적 대응이 여전히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임순례 감독 등 문화예술인 457명, 심상정 대선 후보 지지선언

    임순례 감독 등 문화예술인 457명, 심상정 대선 후보 지지선언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유명한 임순례 감독 등 문화예술인 457명이 18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가치가 되는 사회를 이루고 싶다. 심상정에게 투표하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며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지지성명에는 임 감독과 소설 ‘소수의견’을 쓴 손아람 작가 등 소설가, 만화가, 배우 등 다양한 문화예술인이 동참했다. 이들은 “단순한 정권교체는 수구 기득권 세력의 견제에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예술은 창조이고 창조하려면 표현해야 한다. 심상정에게 투표하면 우리가 보고 싶은 사회를 창조해 낼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에르도안 ‘무소불위 술탄’… 과거로 간 터키

    에르도안 ‘무소불위 술탄’… 과거로 간 터키

    세속주의서 정교일치 국가 추구 80세 되는 2034년까지 집권 가능 의회 해산권 등 입법·사법까지 장악 숙원이던 EU 가입 포기 가능성 서구, 이슬람국가 완충지대 잃어터키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정을 수립한 지 94년 만에 터키 정부 형태를 의원내각제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16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34년까지 장기 집권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물론 ‘서구 지향적 세속주의 국가’ 터키가 권위주의적 이슬람 국가로 회귀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유권자 5836만여명 가운데 5060만여명(87%)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개헌안이 찬성 51.4%, 반대 48.6%로 가결됐다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명백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가 된 이후 지금까지 터키를 통치해 오고 있다. 2007년, 2011년 총선을 거치면서 총리직 4연임 금지 규정에 가로막히자 201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현 의원내각제 헌법에서도 실질적 1인자의 지위를 누려 왔다. 이번 개헌안 가결에 따라 2019년 11월 대선 이후 새 헌법에 따른 새 정부가 시작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 중임할 수 있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에 이어 2024년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면 2029년까지 집권하게 된다.하지만 새 헌법은 중임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다시 조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 임기 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실시한다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총리직이 없어지는 대신 대통령이 부통령을 임명할 수 있고 대통령은 법관 임명권과 의회 해산권도 갖게 되는 등 사법부와 입법부의 견제도 약화된다. 가디언은 “터키가 병든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위주의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28개 회원국 중 2개국에 불과한 이슬람 국가이자 러시아와 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서방세계의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와 인접해 있어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터키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이슬람주의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혀 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과감하게 자기 색깔을 내 왔다. 국부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지켜 온 서구 지향적 정교분리와 세속주의 전통을 버리고 이슬람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공공 장소와 대학 등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던 것을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도 했다. 에르도안이 총리로 재임했던 초기 5년(2003~2007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7%에 달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1년에는 8%대 성장률을 유지해 왔고 지난해 7월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에는 지지율이 70%에 육박했다. 실제로 이번 투표 결과 지역별로 이스탄불, 앙카라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개헌 반대표가 앞섰지만 보수적인 내륙 도시에서는 찬성표로 몰렸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親)이슬람, 반(反)서방 기조가 주효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개헌안 통과로 터키가 숙원이던 유럽연합(EU)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도 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국민투표 승리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에게 첫 메시지로 “(2004년 폐지된) 사형제 부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EU는 사형제 국가의 회원국 가입은 금지하고 있다. EU는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신속히 진행시키는 대가로 지난해 3월 터키와 맺은 난민송환협정이 폐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필립스 컬럼비아대 인권연구센터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터키의 서방 지향은 이제 끝났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佛대선 바라보는 EU의 불안한 시선… 왜

    佛대선 바라보는 EU의 불안한 시선… 왜

    극우 르펜·극좌 멜랑숑 집권 땐 거대한 후폭풍 ‘프렉시트’ 우려나토 군사부문 탈퇴 추진도 걱정결국 EU 붕괴까지 불러올 수도자유주의 세계질서 지각변동 뜻 오는 23일(현지시간) 열리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4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안갯속’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좌우 포퓰리스트 후보 2명이 모두 ‘프랑스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유럽은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지속된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14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중도 성향 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성향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는 각각 22%의 지지율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극좌 성향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20%로 3위, 중도 우파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19%로 4위를 차지했다. 마크롱과 르펜이 1차 투표 1·2위를 대상으로 하는 결선(2차 투표)에 진출한다면 극우 세력의 집권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에 마크롱이 결국 6대4 정도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멜랑숑이 두 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특유의 유머와 직설적 화법으로 선두권 후보를 집중 공략하며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멜랑숑은 20일 3차 TV토론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론조사기관 BVA의 최근 조사에서 1차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유권자 가운데 34%는 아직 표를 누구에게 줄지 정하지 않은 부동층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는 중도 성향의 마크롱 후보를 엘리트 출신에 투자은행에서 거액의 봉급을 받아온 ‘기득권 세력’이라고 공격하며 청년층의 반감을 자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급진 좌파 성향의 멜랑숑 후보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에서 독립해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을 ‘기득권의 대변자’로 몰아세우며 협공하는 양상이다. 르펜과 멜랑숑과는 달리 마크롱은 정당 기반이 취약하고 지지층 일부는 멜랑숑과 겹치기 때문에 20일 TV토론을 기점으로 순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우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르펜과 좌파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멜랑숑이 결선 투표에 동반 진출해 이번 대선이 ‘극우-극좌’ 대결 구도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르펜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 기조, 난민 수용 규모 축소를 내세우고 있다. 멜랑숑은 반(反)EU 기조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무상 의료, 주 32시간 근로제 등을 주장한다. 단 멜랑숑은 EU의 즉각적 탈퇴보다 EU 내에서 프랑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EU는 르펜과 멜랑숑이 집권하면 영국 브렉시트(EU 탈퇴)보다 후폭풍이 큰 ‘프렉시트’와 미국의 유럽 방어의 핵심인 나토 군사 부문에서 탈퇴를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함께 EU의 양대 축을 이루던 프랑스가 프랑스의 자주성을 강조할수록 EU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결국 EU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14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르펜이나 멜랑숑의 당선은 EU와 나토뿐 아니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文 대구·安 인천항 VTS서 스타트… 통합 vs 국민안전 상징

    5·9 대선 후보들이 17일부터 22일간의 선거 유세에 나선다. 대선 포스터와 슬로건을 모두 완성한 5대 정당 후보들은 ‘각양각색’의 상징성 있는 첫 행보로 공식 유세 스타트를 끊었다.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통합’,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민’, 3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안전’, 4번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안보’, 5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에 각각 방점을 찍었다. 문 후보는 17일 0시에 현장 행보를 하지 않고 출마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이어 대구에서 출발해 대전을 찍고 서울로 올라오는 첫 유세 일정을 세웠다. 당 지도부는 광주에서 첫 선거 운동을 시작한다. 문 후보와 당 지도부는 대전에서 만나 중앙선대위 공식 발대식을 개최한 뒤 서울 광화문으로 이동해 집중 유세를 펼치는 것으로 첫날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른바 영남·호남·충청·서울을 ‘역 Y(와이)자형’으로 하루에 훑는 유세 방식이다. 통합, 지방분권, 적폐청산 등 문 후보가 그동안 강조해 온 3가지 키워드가 첫 유세 일정에 모두 담긴 셈이다. 문 후보 측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TK)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아 전국적 지지를 받는 최초의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TK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 후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 후보는 대선 슬로건을 ‘나라를 나라답게’로 정했다. ‘이게 나라냐’로 압축되는 촛불 민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 문 후보는 대선 비용 마련을 위해 19일부터 ‘문재인 펀드’를 출시한다. 홍 후보는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0시 일정 없이 아침 일찍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첫걸음을 뗀다. 대신 이철우 총괄선대본부장과 김선동 상황실장이 0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선거운동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대선 슬로건을 ‘당당한 서민 대통령’으로 정한 홍 후보는 남은 22일 동안 기동력 있는 서민 행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홍 후보는 충남 아산 현충사를 먼저 방문해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로 300척의 왜군을 물리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릴 예정이다. 이어 대전 중앙시장으로 이동해 충청 민심 잡기에 나선 뒤 대선 출정식을 열었던 대구로 다시 내려가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에서 텃밭 표심을 다진다. 이날 하루에만 시장을 4곳 방문하는 셈이다. 안 후보는 0시 인천항 새항교통관제센터(VTS)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안 후보 측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안 후보는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유세전에 나선다. 전북의 중심인 전주와 전남의 중심인 광주에서 ‘녹색(국민의당 상징색)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이어 국민의당 창당대회가 개최된 대전을 방문해 시민들 속에서 지지를 호소한다. 손 수석대변인은 “호남발 녹색바람이 전국을 뒤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국민이 이긴다’를 이번 대선 공식 슬로건으로 정했다. 안 후보의 승리가 곧 국민의 승리라는 의미가 담겼다. 유 후보는 0시 첫 일정으로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방문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소방대원들을 만났다. 이어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겸한 첫 유세를 하며 ‘대선상륙작전’을 시도한다. 유 후보는 안보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맥아더 장군이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전세를 뒤집고 서울을 수복했듯이 이번 선거에서 대역전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이곳을 첫 출발지로 택했다. 이어 경기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수원 남문시장, 성남 모란시장, 판교 테크노밸리,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까지 수도권을 횡으로 훑을 예정이다. 심 후보는 이날 0시에 경기 고양시의 서울메트로 지축차량기지를 방문해 중고령 여성 청소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정비 노동자들을 만나 자신의 슬로건인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만난 뒤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해 임금 착취, 과로 노동자 급사 등 노동 문제 해결의 적임자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장미 대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장미 대선’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세간에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돈다. 탄핵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해 후보들의 핵심 공약과 됨됨이를 평가할 시간이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후보 진영은 남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른바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공약을 통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표심을 얻기에도 모자란 판에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전략은 그렇잖아도 혼돈스러운 정국과 한 달도 안 남은 대선판을 요동치게 한다.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국민은 기대했다. 탄핵이 되면 적폐가 청산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네거티브 전략만을 앞세운 사람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라면 적폐 청산도, 새로운 세상도 요원해 보인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제기되는 ‘선거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미국 솔즈베리대학교 정치학과 남덕현 교수의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창비)는 대선 때만 되면 대통령이 아니라 ‘메시아’를 뽑는 듯한 한국의 정치 행태를 거침없이 비판한 책이다. 비판의 핵심은 선거만능주의다. 선거는 민의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남덕현은 오히려 선거제도가 민의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복기해 보자.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전철역 앞에서 인사하며 ‘종’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 선거운동 때뿐이다.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워도 국민은 그들의 싸움에 개입할 수 없는 졸(卒) 신세다. 국민을 존경한다며 한 표를 호소했던 대통령 후보들도 구중궁궐 청와대 입성과 동시에 국민을 잊어버린다. 5년 동안 무슨 일을 벌인다고 해도 욕만 내지를 뿐 막아설 방도가 없다. 청와대 정문까지 걸어갈 수도 없는 게 우리네 현실 아니던가. 다음 선거까지 견제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법이 국민에게는 없는 게 선거, 즉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가장 큰 한계다. 그 기간 동안 국민은 “나는 투표했다”는 자위만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4·19혁명, 6월항쟁, 촛불 등과 같이 시민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수평적 소통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시민의 직접 참여만이 정치를 생활 세계에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일을 ‘선택’하며 이미 정치의 생리를 터득하고 있다. 4년에 한 번 혹은 5년에 한 번 행사하는 “한 표의 힘”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한사코 시민사회의 힘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아마도 시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저어했기 때문일 것이다.장미 대선이 끝나면 정치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얼마 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목도했다. 더불어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도출되는지도 보았다. 이번 대선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대통령이 어떤 길을 걷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어렵게 되찾아 온 민주주의를 다시는 잊어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데스크 시각] 미국의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움직임을 주목하라/이제훈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의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움직임을 주목하라/이제훈 국제부 차장

    미국 플로리다에서 지난 6~7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이라고 언론이 호들갑까지 떨었지만 정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 외에 이렇다 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내용을 살펴보다 문득 지난 2월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로 구성된 초당적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보고서가 생각났다. ‘미국의 대중 정책 : 새 행정부를 위한 권고’라는 제목이 붙은 74쪽 분량의 미·중 관계 관련 보고서는 아시아소사이어티센터 미·중 관계팀과 UC 샌디에이고 글로벌 정책 및 전략 담당팀이 1년 넘게 공을 들여 작성했다. 보고서가 생각난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트럼프의 주장과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TF에는 지난 50년간 중국 문제를 다뤄온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해 윈스턴 로드 전 주중 대사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국 전문가 20명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 집필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백악관도 이 보고서를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6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당연히 그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바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협조 문제였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시 주석과 북핵 문제 해결을 전담할 고위급 채널을 서둘러 만들 것을 권고했다. 또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정전협정을 항구적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 포괄적 협상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도 포함할 것을 추천했다. 중국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은행과 기업, 개인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단행하라고도 조언했다. 팽창하는 중국을 두려워하는 동맹국을 안심시키고자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이나 고위급 인사가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동맹 수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시정과 이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방안 제안도 추천했다.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거부하며 해양 팽창 야욕을 보이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는 유엔해양법협약을 조속히 비준할 것도 권장했다. 보고서 내용을 본 뒤 정상회담을 다시 보면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을 추진하되 조율할 수 없다면 독자적인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컨더리보이콧을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것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다녀간 것도 보고서에 언급된 것과 비슷한 행보이다. 15~25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순방에 나선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중이 합의한 ‘100일 계획’도 결국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시정에 방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이 보고서를 얼마나 참고해 행동에 옮겼는지는 알 수 없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북한과의 포괄적 협상은 고사하고 트럼프는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해역으로 급파해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이런 내용은 보고서에 없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관심 있게 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 유엔해양법협약 비준 움직임을 보인다면 더 그렇다. parti98@seoul.co.kr
  • [사설] 사드 철회만 종용하는 中 우다웨이

    방한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주요 정당 관계자 및 대선 후보들을 잇따라 만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우다웨이가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북핵에 대한 양국의 공조방안이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큰 피해를 준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릴레이 면담을 통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방한은 대선을 20여일 앞둔 한국 정계의 분위기를 탐색하기 위한 ‘엿보기 방한’ 성격이 짙다. 우리가 우다웨이의 방한에 일말의 기대를 건 것은 그가 중국을 대표하는 아시아통이고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로 한반도가 격랑에 빠진 상황에서 사드 보복으로 불편해진 한·중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우리 측 인사들에게 보여준 행보는 ‘중화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앵무새처럼 자국의 안보 이익만 강조했을 뿐 우리의 안보 이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경제보복 중단 요구에 대해 “중국 국민의 자발적 행동이고 정부의 행위가 아니다”는 노회한 발언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더구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측 인사들을 균열 내고 이간질하는 듯한 행보는 황당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 전체의 절반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우다웨이에게 “사드는 이미 설치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더이상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 김무성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응수는 높이 살 만하다. 국가 안보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사드는 중국 안방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핵 공격에 대한 견제용이다. 딱 잘라서 얘기하는 것이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타국의 안보가 걸린 중대 사안에 치졸한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는 중국의 방식은 자충수가 되면 됐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무역 제한 조치는 우리에게 잠시 고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자국 업체에도 피해는 주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뒤통수를 치는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정책은 투자환경을 해치며, 상대국에 적대감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라는 사실을 우다웨이는 깨닫고 돌아가길 바란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4월 위기설, 그 실체는?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4월 위기설, 그 실체는?

    지난 달 우리 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호주로 갈 예정이었던 칼 빈슨 항공모함 타격전단이 싱가포르에서 뱃머리를 돌려 다시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칼 빈슨 항모의 한반도 지역 전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억제 능력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대적인 군사력 증원은 단순 억제 차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6.25 전쟁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에 출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규모의 군사력이, 얼마나 들어오기에 국제 금융시장까지 술렁일 정도의 ‘4월 위기설’이 이토록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대북 무력 압박에 나선 미‧중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만 키워주었다는 비판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우선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가 담긴 ‘작전계획 5015’를 본격적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미연합 키 리졸브 훈련 때부터 수차례의 도상연습을 통해 참수작전 등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절차를 숙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창끝통합(Combined Edg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실전 경험이 있는 미군 장교를 한국군 부대에 파견함으로써 한국군의 역량 부족 문제도 보완했다. 연합훈련 또는 대북 억지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주한미군 전력도 증강했다. 구형 OH-58D 헬기를 교체한다며 최신형 AH-64D 아파치 롱보우 공격헬기를 2배로 증강했고, 별다른 발표 없이 오산과 군산에 F-16C/D 전투기를 2배 가까이 증강했다. 별도 발표 없이 포항과 군산 등지에 F/A-18E/F 전투공격기와 AH-1W 공격헬기, MV-22B 오스프리 수송기 등의 해병 항공전력이 전개됐고, 특히 군산에는 요인 암살 임무에 자주 동원되는 최신형 무인공격기 MQ-1C 그레이 이글이 배치됐다. 참수작전 수행을 위해 흔히 ‘델타포스’로 통하는 미 육군 특수부대 CAG(Combat Application Group)와 해군 네이비씰(Navy SEAL)의 최정예 팀인 6팀(일명 ‘데브그루’)이 한반도에 전개되어 한국군 특수부대와 연합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영국군 최정예 특수부대 SAS를 비롯한 호주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의 최정예 특수부대들도 한반도에 대거 출동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과 괌에도 대규모 군사력이 증강됐다. 이와쿠니 미 해병항공기지의 F/A-18 전투기 세력은 평시의 2배 이상 규모로 늘어났고,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B도 작전배치됐다. 오키나와에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A가 12대 배치되었으며, 괌에는 평시 전력의 2배에 달하는 폭격기 전력이 전개했다. 물론 이렇게 병력과 장비가 전진 배치된다고 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군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물량전’이기 때문이다. 선박자동위치식별시스템(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에 기록된 항만 입‧출항 정보와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MSC·Military Sealift Command)의 용선계약 내역을 확인해보면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대량의 탄약을 한반도로 실어 날랐다. 이들 탄약은 주로 공군용 항공과 육군용 탄약으로 항공기에 탑재되어 지상을 폭격하는 공대지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들이다. 이러한 대규모 탄약 반입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최근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일부 물자가 들어온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칼 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배치는 이러한 전쟁 준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전쟁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와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기존 7함대 배속 전력인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 항모전단과 더불어 칼 빈슨(USS Carl Vinson) 전단까지 2개 항모전단이 들어와 있다. 이밖에 태평양의 날짜변경선 인근에 임무 배치 전 훈련(COMPTUEX·Composite Training Unit Exercise)을 마친 니미츠(USS Nimitz) 전단까지 합치면 유사시 일주일 이내에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는 항모전단은 3개에 달한다. 이밖에 현재 미국 서부 해안에는 존 C. 스테니스,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2척의 항공모함이 더 대기 중이다. 이밖에도 항공모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4만톤급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USS Bonhomme Richard)가 사세보에서 제31해병원정대를 싣고 대기 중이며, 당초 인도양의 제5함대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마킨 아일랜드(USS Makin Isaland)도 7함대 지역 배속 명령을 받고 지난 주말 제주 남방 해역에 들어왔다. 마킨 아일랜드 전단 역시 제11해병원정대 병력을 싣고 있다. 이밖에도 동태평양 지역에 제15해병원정대를 태운 최신형 강습상륙함 아메리카(USS America)도 포진해 있다. 일주일 이내에 3척의 상륙전단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이 군사작전을 결심하면 보름 이내에 최대 5개 항모전단과 3개 상륙전단이 한반도 근해로 출동한다. 이들 전단은 최소 300여 대 이상의 최신예 전투기를 날려 보낼 수 있고, 동시에 수 백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을 수 있으며, 중무장한 1개 사단급 해병대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다. 이토록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전력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북 선제타격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북한의 반격에 의한 한국의 수도권 피해에 대한 우려와 김정은 정권 제거 이후 안정화 작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모종의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이 같은 부담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난민 통제 및 인도적 구호 작전에 대한 실무토의와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에 난민 수용시설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고 이 지역을 통제하는 한편, 접경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이동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반도를 작전구역으로 삼는 북해함대에 기계화사단을 모체로 하는 1개 상륙사단이 신규 배속되어 북한 지역에 대한 상륙작전 능력을 갖추는 한편, 남중국해 무력시위에 동원되었던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북한과 인접한 발해만 일대로 출동해 대기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인민해방군에 전투준비태세 강화 지시가 하달되었고, 북부전구 소속 제16‧23‧39‧40 집단군 예하 각급 신속대응부대와 전투근무지원 세력 약 15만 명이 북한 접경지역으로 차출되었다는 소식이 대만과 일본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성격보다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박자를 맞추어 후속 군사행동에 들어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례 없는 규모로 미군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사태에 대한 우려 메시지만 밝힐 뿐 별다른 군사적 견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붕괴 유도 또는 선제타격에 무게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것처럼 전쟁은 또 다른 형태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어난다. 미‧중 양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통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은 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가고 있는 북한이라는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 전체가 사실상 군대나 다름없는 세계 최대의 병영국가이자 핵과 미사일, 화생방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휴전선에서 5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국가 전체의 인적‧경제적 자산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남한에게 튈 불똥도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수령이 뇌수, 당이 신경, 인민과 군대는 세포라고 가르치는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김정은과 핵심 요인 몇 명, 즉 두뇌만 제거하면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이상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면전 대신 수뇌부만 제거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태영호 前 영국공사 망명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정은의 극단적인 공포통치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체제 불안정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여 년간 선군정치라는 이름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았던 군부의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은 한때 온갖 이권에 개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집단이었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숙청되고 기득권을 박탈당하는가 하면, 어린 김정은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고 있다. 군부 원로들이 대거 숙청 또는 좌천되었고, 각 지역의 기업소나 무역회사 등 군부의 돈줄이었던 이권 사업들은 대부분 노동당에 빼앗겼다. 새로 임명된 고위 장성들 역시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에 따라 진급과 강등을 되풀이했고, 일부는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장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총살되기도 했다. 업무 능력과 충성도에 관계없이 김정은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자신과 가족이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쿠데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밀란 스볼릭(Milan Svolik)이 1946~2008년 기간 중 등장했다가 사라진 독재자 303명을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독재자의 67%는 지배 엘리트 계층이 일으킨 쿠데타나 정변으로 제거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쿠데타나 정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북한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고 지배 엘리트 계층, 특히 군부 세력의 불안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주변국이 정보기관을 동원한 공작으로 이들 군부 엘리트 계층의 불안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끼얹을 경우 김정은 체제는 내부로부터 급속도로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내부에서 체제 전복 시도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전에 평양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 김정은 제거를 직접 시도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더 이상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정치권 전반에 팽배해 있다. 또 현재 한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리더십 부재 상태에 있고, 차기 정권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아주 낮기 때문에 미국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4월말까지이다. 미국이 공습에 나선다면 미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들이 총출동할 것이다. EA-18G 전자전기 등이 북한 전역의 레이더와 통신기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AGM-86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이 지대공 미사일 기지와 레이더 기지, 그리고 주요 지휘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강화 콘크리트를 60m 이상 관통할 수 있는 벙커 버스터를 탑재한 B-2A 스텔스 폭격기들이 김정은 은거 예상 시설을 정밀 폭격하는 동안 F-22A와 F-35B 등 스텔스 전투기들이 평양 일대의 김정은 경호부대는 물론 도주용 차량과 열차, 항공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초토화시키고 나면 우리 군 특전사, 미군 델타포스 등으로 구성된 특수부대가 평양과 영변 등에 들어가 김정은의 사망여부를 확인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며, 핵무기를 회수 및 제거할 것이다. 전쟁은 금방 끝나겠지만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제거된 이후이다. 정국은 극도로 혼란하며 주변국과 비교해 군사력마저 빈약한 한국은 전후 처리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미·중 양국에게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경 통제와 북한 지역 안정화, 대량살상무기 회수 등의 명분으로 북한 지역에 중국군이 들어오게 되면 북한에는 친중 성향의 새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이자 세계 5위권의 육군대국인 한국과 국경선을 맞대는 것을 대단히 불편해하는 중국은 북한의 새 정권을 적극 지원할 것이고, 필요할 경우 북한 지역에 계속적으로 중국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북폭을 통해 미국은 세계경찰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자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제거하며 첨단무기 판촉을 통한 경제적 부수효과를 얻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 불안 요소를 하나 제거하고 한반도 북부에 반영구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할 것이며, 동해로 나가는 항구를 얻어 미·일과의 패권 경쟁에서 불리한 핸디캡을 일정 부분 감소시키는 전략적 이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은 요원해질 것이며,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극도의 혼란이라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다. 한 세기 전, 힘없는 대한제국은 열강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국권을 빼앗기고 무너졌다. 국민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일치단결하지 않는다면 강대국들이 자국의 입맛에 따라 한반도라는 테이블 위에서 제멋대로 우리의 주권과 미래를 요리하는 치욕을 또 한 번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리커창 “중·일 관계 정상으로 되돌려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등 일본 국제무역촉진협회(JAPIT) 방문단과 만난 자리에서 중·일 관계를 정상 궤도에 되돌리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지난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고노 전 의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국교 정상화 45년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11일 전했다. ●“경제 상호 보완성… 협력 여지 많아” 리 총리의 발언은 의례적인 인사를 겸한 것이지만 중·일 관계가 영토 문제 등을 둘러싸고 냉각된 가운데서도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리 총리는 “지난 세기 일본군에 의한 불행한 시기도 있었지만 항상 역사를 마주하고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양국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있어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역사 문제를 빼놓지 않고 지적하면서도 경제 협력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기술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려는 노력으로도 보인다. 고노 전 의장은 “일·중 관계를 더욱 개선하겠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였다”고 화답했다. 고노 전 의장이 회장직을 맡은 JAPIT는 해마다 중국을 방문해 주요 인사를 만났다. 고노 전 의장은 2015년 방중 당시에도 리 총리를 만났지만 지난해에는 왕양 부총리만 면담했다. ●북핵 문제 놓고 미·일 견제 분석도 리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 “중국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중·일 간에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서 양국이 협력해 대화로 문제 해결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HK는 리 총리의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시론] 당혹스런 한국 숙제 푸는 중국/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

    [시론] 당혹스런 한국 숙제 푸는 중국/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은 중국을 가깝게 느낀다. 우선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고 우리말에 한자로 된 단어가 많다. 우리 전통 윤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유교사상도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자 교육을 받은 세대는 이백과 두보의 시에서 멋을 느낄 정도의 소양을 갖추고 있고 삼국지를 여러 번 읽어 훤히 꿰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후하게 주는 것도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이 따뜻하다는 증거다.적어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불거지기 전 한국과 중국의 우호 관계는 공고해 보였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것처럼 보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이 날 선 반응을 보였을 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군에 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의 전략물자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의를 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유통망을 견제하는 조치를 필두로 한류 드라마의 상영을 금지하고,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한국 영화를 초청해 놓고 막판에 상영을 금지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가 주요 2개국(G2) 국가로서 세계, 아니 적어도 아시아의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도대체 중국은 왜 이런 비이성적인 조치를 하는 것일까. 사드 배치가 문제라면 배치 권한이 있는 미국에 직접 항의해야 하는데 왜 애꿎은 한국을 두드려 패는 것일까. 인정하기 부담스럽지만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어설프게 다루었다. ‘전략적 모호성’ 같은 부적합한 개념을 내세우며 마치 사드 배치 결정 권한이 한국에 있는 것처럼 모양새를 냈다. 결정 권한도 없는 한국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석상에서 사드 배치 방침을 기습적으로 통보한 것도 어이없는 ‘자살골’이었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를 크게 자극했다손 치더라도 현재 중국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는 국제 상식을 뒤엎는 것이다. 어리둥절해하던 한국 사람들이 중국의 조치가 사드를 넘어가는 조치이며 사드는 구실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에서 멀쩡한 한국 제품까지 문제 삼을 때 웬만한 한국 사람들은 중국이 사드 ‘괘씸죄’로 한국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숙제들을 풀고 있을 가능성을 간파하게 되었다. 일례로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아직 본격적인 화장에 접근하지 못한 저소득층이 많다. 중국 경제 발전에 따라 화장품 수요가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황금시장이 한류의 인기를 앞세워 마케팅에 나선 한국 화장품 회사들에 의해 점유되는 것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중국 일각(一角)에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이 허점을 보인 것이 호기로 인식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한국으로 여행하지 못하게 하고, 한류 드라마와 영화를 못 보게 하고, 한국 슈퍼마켓에 못 가게 하면 한국 화장품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귀결이며 일석사조(一石四鳥)의 묘수다. 그러나 막중한 한·중 관계가 중국 일각의 이해관계 때문에 손상되는 것은 모두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 지도부는 이쯤 해서 사드 배치 문제로 야기된 한국 때리기가 본질을 벗어난 것이 아닌지 냉정하게 짚어 보아야 한다. 한국도 사드 배치 문제에 어설프게 대응한 것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국내용 보여 주기 식으로 안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남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과 무릎을 맞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길 고대한다.
  • [글로벌 인사이트] “비정규직·초과 근무 문제 해결” 노동개혁 칼 빼든 아베

    [글로벌 인사이트] “비정규직·초과 근무 문제 해결” 노동개혁 칼 빼든 아베

    고령화·저성장기 동력 재점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 해소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목표 중산층 늘려 내수 활성화 모색 아베 신조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종합처방’을 내놨다. 초과 근무시간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 어기면 처벌하고 동일노동에 동일임금 정책을 실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여 나가면서 종국에는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산업시대의 일하는 방식을 털어내고 인구 감소시대, 인공지능(AI) 시대의 ‘21세기형 스마트워킹’의 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가 의장을 맡은 정부산하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회의’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노동개혁안은 이런 내용을 담아 일하는 방식과 노동 관행의 근본적인 변화를 겨냥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계획’이란 이름으로 나온 이 같은 개혁 청사진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장시간 근로 해소 등 9개 분야의 내용을 담았다. 올해 안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19년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겸직 및 부업을 권장하고 이직 및 재취업을 쉽게 하는 등 미국 등과 같은 유연하고 유동성이 높은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생각도 들어 있다. 종신 고용 및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단선적 노동 경력을 겸업과 부업이 일반화된 유동성이 큰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이다. 여성 및 고령자도 노동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고령의 부모 등 가족을 돌보고자 회사를 그만두는 개호(노인 및 병약자 돌봄) 이직 및 사직을 줄여 나가겠다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숙련된 일손을 보호·유지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방점을 뒀다.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을 확산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도 일할 수 있는 ‘텔레워크’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시간당 급료 1000엔(약 9995원)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이직자 고용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이직 및 재취업 지원 등 유연한 근로방식 확대, 재교육 기회 확충 및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등 여성·청년의 사회참여 확대 등도 포함돼 있다. 기업이 이직자에게 시행하는 능력 개발 및 임금 인상에 대해 정부 지원을 늘리고 종합적인 직업 정보 제공 사이트도 신설한다. 최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임금의 정규직과 동일 수준화 등을 통해 임금을 끌어올리고 일의 효율을 늘리면서 장기간 근로를 금지해 효율 증대와 함께 일자리를 더 늘려 나가겠다는 의도다. 현재 최저 시급 평균은 823엔이고 도쿄는 932엔이나 되지만 오키나와(714엔), 미야자키(715엔) 등 아직 710엔대인 지역이 수두룩하다. 부족한 인력은 고령자와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재진출, 재택근무 및 부업·겸업의 활성화를 통해 메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에는 지금까지의 관행과 근로 방식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고령화에 20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진 채 가라앉는 성장동력을 다시 재점화, 재가동하기 위해 근로 방식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의 주요한 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노동 생산성을 올리고 임금을 올려 중산층을 더 두껍게 늘려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노동인구의 40%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일자리 나눔 등으로 중산층이 늘면 소비와 수요 확대가 자연스럽게 따라 늘게 돼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상정한 개혁 청사진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일본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면서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관련 부처와 해당 장·차관들에게 확고한 의지를 전달했다. 개혁안의 큰 축을 이루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 안(案)에는 기본급·각종 수당 등 임금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및 복리후생도 포함했다. 노동자가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 정비도 계획안에 포함된다. 파트타임노동법, 노동계약법, 노동자파견법 등 관련 3법의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성패는 노동자, 사용자, 정부 등이 사회적 합의 속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실천해 나가느냐 여부다. 세부 실행계획에는 최저임금의 연간 3%선 인상, 보육사와 개호 직원의 처우 개선, 외국 인재 수용 등이 포함됐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개혁안에 시장과 전문가들은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방향성에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일손이 주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실행계획을 따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 상황의 지표인 유효구인배수(일을 찾는 사람 대비 일손을 원하는 기업의 배수)는 2월 말 기준으로 도쿄 2.04배, 후쿠이현은 1.89배 등 전국 평균 1.43배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전국 모든 행정단위에서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일손이 43%가량 모자란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의 단체로 사측을 대변하는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정책 패키지가 망라돼 있다”면서도 잔업시간 상한선이 법안으로 구체화할 때 더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견제했다. 반면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의 고즈 기오 회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에 대한 노사정 합의 도출은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서도 “초과 근무 상한 시간이 너무 많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고미네 다카오 호세대 교수는 “방향성은 평가하지만 노동시장의 유동성 심화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산업기술총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 보호정책 등 법안 개정의 방향성 제시는 획기적이지만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추진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사설] 수사권 조정 논란, 檢 자업자득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끄저께 김수남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분리 논의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의 기념사에서 김 총장은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 옹호 기관으로 탄생했다”고 작심 발언했다. 경찰도 이때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기소 분리 등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최근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 검찰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찰의 반격에 대검은 검찰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했다. 이런 기싸움은 사실상 진작부터 예견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그렇지만 “올 것이 왔다”고만 치부하기에는 이번 논란은 가볍지 않다.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추락한 위상과 커지는 개혁 요구에 검찰 스스로 어느 때보다 위기를 절감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실제로 검찰을 개혁하자는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거의 전부 검찰권 제한과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검찰 개혁 논의는 따지고 보면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의혹이 터졌을 때 제 역할을 했더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이 지경으로까지 곪아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권력 눈치나 살피던 행태는 국정농단 의혹이 터지고서도 계속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도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아 국민의 분통을 터뜨리게 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검찰이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과 이런저런 교감으로 불신을 키운 것도 검찰 자신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거머쥔 검찰 권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논쟁이 반복되게 한 책임은 전적으로 검찰에 있다. 조직 쇄신으로 신뢰를 회복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번번이 스스로 팽개쳤다. 김 총장의 조직 방어론이 이기적으로 들리는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검찰의 역할과 기능은 어떤 방식으로든 재고될 필요가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국민 상투를 흔든 오만한 권력이 아니었는지 검찰은 그것부터 뼈저리게 자성해야 한다.
  • [대선 D-29] 文 ‘준비된 대통령’… 安, 영·호남 껴안기… 洪 ‘원맨쇼’ 다걸기

    [대선 D-29] 文 ‘준비된 대통령’… 安, 영·호남 껴안기… 洪 ‘원맨쇼’ 다걸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르게 된 ‘5·9 대선’이 9일을 기점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 요동쳤고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원내 5개 정당의 후보들을 중심으로 5자 구도로 출발했지만 누가 결승선을 통과할지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일단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형성된 분위기이지만 다른 후보들도 여전히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 및 네거티브도 초반부터 과열되는 모양새다. 30일 동안 대세론을 굳히느냐 아니면 역전의 기적을 이뤄 낼 것이냐.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되기 위해 30일간의 치열한 승부를 펼치게 될 각 정당 및 후보들의 필승 전략을 짚어 봤다. ■文, 정책 집중… 캠프서 네거티브 반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을 내세워 중도·보수표를 끌어온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 후보는 지난 8일 보수층이 많은 강원도를 찾아 지역 공약을 밝힌 데 이어 9일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발표하는 등 정책 행보를 강화했다. 이 사업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 매년 10조원을 투자해 500여개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기 좋은 주거지로 바꾸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을 받아들여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문 후보는 10일 박 시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과의 검증 공방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 본인은 정책 발표에 집중하고 네거티브성 검증 공세는 선거캠프 차원에서 반박하는 식으로 분리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국민의당 차떼기 동원으로 고발된 인사가 안 후보의 최측근인 송기석 의원의 지역구 조직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한편 ‘용광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당과 캠프 간 불화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추미애 대표가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종합상황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당과 캠프 사이 갈등이 표면화됐다. 잡음이 심해지자 문 후보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 문 후보는 김경수 대변인을 통해 “기존에 구성된 선대위를 존중한다”면서 “상임선대위원장인 당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추가나 보완이 필요한 사안은 협의해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당을 중심으로 통합선대위를 꾸리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일단 10일 선대위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安, 안보·미래 승부 중도·청년층 어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는 급상승하는 지지율의 기세로 이번 주 양자는 물론 다자구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제치고 명실상부하게 1위를 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미래’와 ‘안보’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문 후보와 차별화하면서 ‘영호남을 진정으로 통합할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호남 지역의 안정적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9일 “문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가 역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호남에서는 아직 문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면서 “이번 주 호남에서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이날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안 후보는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전남 목포신항을 방문해 세월호 육지 이송 과정을 살피고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상속자 문재인’과 ‘자수성가 안철수’ 프레임도 필승 전략 중의 하나다. 중도·보수 층은 ‘자강안보’를 내세워 공략한다는 생각이다. 안 후보 측은 조만간 외교·안보 분야의 인물을 영입할 계획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이날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비교해 취약한 20~30대 청년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洪 “좌파집권 한반도 시리아사태 우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일 30일 전)인 9일 밤 늦게 경남지사직에서 사임했다. 홍 후보는 이날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이번 선거는 홍준표의 원맨쇼가 될 것”이라면서 “입이 풀리는 내일부터 죽기 살기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때 알려주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한반도에 시리아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 전략과 관련해 홍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을 견제하며 지지율을 붙잡고 있는 게 나에게 더 낫다”면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상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발언에 대한 반응을 나에게 묻지 말라. 난 유 후보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면서 “바른정당은 지금 한국당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국민의당파, 잔류파, 한국당파 세 갈래로 쪼개져 증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날 조용기 원로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회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청으로 부르면 초라한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선거가 불리해질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장 조사는 야권의 선거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劉 ‘똑똑한 대통령’ 콘셉트로 비전 제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선을 30일 앞둔 9일 “남아 있는 한 달은 제가 생각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으로 충분하다”며 대역전의 기적을 자신했다. 특히 “제가 보수의 대표 후보로 자리매김되면 유승민과 문재인, 안철수 세 사람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향해 ‘무(無)자격자’라며 각을 세워 온 유 후보는 이날도 홍 후보의 지사직 ‘심야 사퇴’를 두고 “법률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법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으니 우병우(전 민정수석)와 다를 바가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똑똑한 대통령’ 콘셉트로 정책적 역량과 비전을 소신 있게 제시하면서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앙선관위 및 각 언론사 주최 방송토론회에서 진가를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캠프 측은 자신하고 있다. 유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미래교육’이라는 주제로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폐지, 대학 입시 논술 전형 폐지 등으로 입시전형 단순화 등을 골자로 한 교육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교육 속에서 아이들의 잠재력이 잠자고 있다”며 고교 수강신청제 및 자유학년제 도입 등으로 학생들의 자율성을 살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沈, 노동정책 차별화로 선거 완주 채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경제 정책과 비전 경쟁을 통해 다자 구도로 이번 대선을 완주한다는 전략이다. 심 후보 캠프는 9일 예정이던 노동 정책 공약 발표를 이번 주 중으로 미루고 호소력 있는 노동 공약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밀화 작업에 들어갔다. 심 후보는 오는 12일 5당 대선 후보들이 참석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 기조 발언을 통해 개헌에 대한 자신의 차별화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원석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전투구 양상으로 가는 선거판은 촛불의 의미와는 어긋나는 것”이라며 “노동이 당당한 나라,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하는 선거를 하겠다”고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中·北 보란 듯 ‘행동하는 美’ 메시지… 대북 선제타격론 주목

    中·北 보란 듯 ‘행동하는 美’ 메시지… 대북 선제타격론 주목

    “모든 옵션 검토” 빈말 아닌 게 입증된 셈 화학무기 응징… 北 타격 땐 명분 될 수도 中도 북핵 관련 역할론 부담 더 커질 듯미군이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만찬 직후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쏟아부은 데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북한을 향한 고강도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의 강도를 높여 갈 경우 북한 역시 시리아와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이날 미군의 시리아 공습은 묘하게 북한 문제와 겹친다. 중동과 동북아는 미국의 국제 전략상 모두 중요하게 다뤄져 온 지역으로, 미군은 이 중 시리아에 대해선 구두 경고에 이어 이날 실제 군사개입에까지 나섰다. 이번 공습으로 그간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던 미측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말만 하고 행동을 안 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미국은 행동을 하겠다는 행동주의 원칙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군이 시리아 공습을 감행하는 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이 화학무기 VX로 피살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화학무기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향후 미국이 실제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고려할 경우 핵·미사일뿐 아니라 화학무기 개발·사용 역시 타격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과 우호 관계인 시리아가 미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리아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이 담겼다.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군이 시리아 내전에 참전 중이라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으며 전장에서 북한 군인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종종 나왔다. 실제 북한이 정부군 편에서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고 있다면 이번 미군의 군사개입으로 북한군 역시 미군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공습으로 미국의 ‘중국 역할론’에 대한 중국 측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것만으로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뜻대로 움직여 줄 것이란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중에 주는 심리적 효과는 크겠지만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나서지 않는다고 미국이 중국을 때릴 수는 없고, 북한과 시리아의 상황도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홍준표, 손석희와 신경전…“손 박사를 생방송서 재밌게 해주려고”

    홍준표, 손석희와 신경전…“손 박사를 생방송서 재밌게 해주려고”

    한국당 “좌파언론에 당당히 맞서…보수 우파 열광할 것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손석희 JTBC 사장이 펼친 신경전으로 5일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당에서는 ‘좌파언론’의 집요한 공격을 당당하게 받아넘겼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전날 저녁 JTBC ‘뉴스룸’ 인터뷰에 출연해 앵커인 손 사장에게 “작가가 써준 것 읽지 말라”며 거듭 견제구를 날렸고, ‘무자격 후보’라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적에 대한 반론 요청에는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럼에도 손 사장이 같은 질문을 계속하자 “손 박사도 재판 중인데 거꾸로 방송하면 되나”며 “손 박사도 재판받고 있으면서 질문하면 안 되지”라고 반격했다. 이에 손 사장이 “그 내용은 여기에 관련이 없는 문제”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선후보와 앵커의 이례적인 신경전에 두 사람의 이름은 5일 한때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최상단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홍 후보 캠프와 한국당은 그동안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던 매체를 상대로 ‘한방’을 먹이면서 주목도도 끌어올렸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좌파언론의 상징적 인물이 돼 있는 손 사장을 상대로 우파의 대표로서 당당히 맞섰다”며 “보수끼리 싸움을 붙이는 프레임에 맞서 거부감을 표시한 데 대해 보수 우파들은 열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 본인도 이날 부산 삼광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밤새도록 네티즌들이 검색해봤다는 게 아닌가”라며 인터뷰 파장에 관심을 나타냈다. 홍 후보는 “신경전을 한 게 아니라 손 박사와 오랜 교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재미있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하면서 미리 준비하고 무슨 말을 하겠다는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오늘 손 박사를 생방송에서 한 번 재미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시청자 재미보다는 자격 검증을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치라는 게 결국은 국민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어디 가서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홍 후보는 인터뷰 후 손 사장에게 ‘천하의 손석희 박사가 당황할 때가 있네요. 미안합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선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답장이 왔다고 소개하면서 “화가 많이 났더라”고 전했다. 이어 2014년 지방선거 때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JTBC 관계자들이 기소된 것을 언급하고 “사장은 몰랐다고 해서 빠지고 실무자들이 재판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도 성완종을 모른다”며 “당신도 수사, 재판을 받았는데 왜 (내) 재판에 대해 물어보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당에서는 홍 후보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를 넘은 노이즈 마케팅은 대선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통령 후보에 걸맞은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홍 후보는 JTBC 인터뷰에서 시청자를 무시하는 안하무인, 적반하장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오만한 태도와 비겁한 답변 회피, 궤변을 넘어선 국민모독은 이제 정상 수준이 아니다”며 “국민께 사과하고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임한솔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만불손, 안하무인 태도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다”며 “타 후보들과의 방송토론에서 본격적으로 비판이 가해지면 상대 후보들에게 어떤 식으로 나올지 매우 걱정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사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 생태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 생태계/오일만 논설위원

    미국과 일본의 주적은 중국이다. 매년 발표되는 미 군사전략 보고서는 중국을 북한과 러시아, 이란과 함께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4대 국가로 공식 지목했다. 일본 역시 냉전 시기 소련을 주적으로 삼았지만 욱일승천하는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숙적이 됐다.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대 관련법 11개를 제·개정해 ‘군사적 재무장’을 실현한 명분도 중국 견제였다. 중국 역시 국가의 존망을 걸고 일본과 중일전쟁을 치렀고 한국 내전에서 미국과 결전을 벌인 악연이 있다. 미·일·중 3국은 동북아 패권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고 그 무대가 다시 분단의 한반도가 된 것이다. 2015년 5월 아베 총리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미국 정계는 아베 찬양으로 들끓었다. 아베 총리가 예뻐서가 아니라 당시 합의한 미·일 신방위협력 지침 때문이다.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은 예산 증액과 병력의 추가 배치 없이 자위대의 군사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역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관철했다. 이른바 중국 견제를 고리로 미·일 간 신밀월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7년 2월 10일 백악관에서 가진 미·일 정상회담. 여기서 일본은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가 센카쿠열도에 적용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받아 냈다. 제5조는 일본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미·일이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고용과 투자 확대로 트럼프 정권을 전폭 지원한다는 약속을 했고 2조원대의 미국산 무기 구입에 동의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일본으로선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에 설 발판을 만들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짭짤한 경제적 실익을 챙겼다. 양국 모두 남는 장사를 했다. 국익이란 이런 것이다. 중국을 주적으로 삼은 미국은 미·일 군사동맹 확대라는 고리로 군수산업을 키우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실익이 크다. 일본 역시 2014년 미국의 묵인 아래 무기 수출 금지국의 딱지를 떼고 군수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평화 수호를 앞세운 미·일 군사동맹 뒤에는 이런 경제적 실익이 숨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로 미 군수산업 주식이 폭등한 것도 이런 이유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익은 한·미·일 미사일방어(MD) 체계와 직결돼 있다. 미·소 냉전 당시 태동한 MD는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과 러시아를 확실하게 잡을 ‘신의 한 수’다. 하지만 출발점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초반부터 꼬였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도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거절했다. 주변국의 반발과 경제적 보복을 종합 판단한 결과다. 대신 종심이 짧은 한국 지형에서 효과가 더 큰 킬체인 시스템을 선택했다. 이런 와중에 한·미·일 MD 전도사로 불리는 리퍼트 대사가 부임한다. 2014년 10월이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최강의 인사다. 그가 한국에 온 직후부터 사드 배치에 발동이 걸렸고 그의 이임 전후로 배치가 완료됐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손익계산이 갈린다. 남북에 국한해 보면 우리가 최대 피해자다. 극심한 국론 분열에 경제 보복까지 당했고 그것도 현재진행형이다. 최대 수혜자는 공교롭게도 북한이다. 북핵 문제로 등을 졌던 우방국 중국을 다시 끌어당겼고 대북 국제공조도 무너졌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 김정은 정권의 체제 보장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주적은 중국이 아니고 북한이다. 미국과 일본이 사드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군사·경제적 이익과 정확하게 부합한다. 우리는 다르다. 21세기 국가 안보는 군사 안보 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군사력이 얼마나 허망한지 북한을 보면 안다.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는 수교 25년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는 제1 투자·교역국 중국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중국 역시 무차별적 사드 보복이 반중 감정으로 이어져 결국 대한민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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