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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무상교복 반대 시의원 명단 공개’ 시의회 야·여·성남시 공방 격화

    이재명 성남시장이 고교 무상교복에 반대한 시의원의 명단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것을 놓고 시의회 야·여와 성남시간 기자회견을 통한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협의회는 27일 의회 당 대표실에서 이재호 협의회 대표 등 소속 의원 8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장은 의회와 시민 분열을 조장하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시장은 고교 무상교복 예산을 상임위에서 반대한 의원들의 명단을 SNS에 공개함으로써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는 의원의 자유 표현과 의결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 14명, 반대 16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된 예산인데 시장이 상임위에서 반대한 의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 이들 의원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협박성 문자를 받는 조리돌림을 당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협의회도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개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잘못입니까, 숨기는 것이 잘못입니까”라며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의 전매특허 무기명 투표, 더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에서 비판과 반대의견은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의사결정을 숨기기 위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일삼는 악습은 주권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반민주주의적 행태이며 절대 해서는 안 될 나쁜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시의원은 공적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있고 시민은 알 권리가 있는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공적 활동이 이 시장의 SNS를 통해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연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며 “시의회 홈페이지에도 영상으로 공개돼 있는 무상교복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결은 결코 기밀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성남시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개하지 말아야 할 기밀과 숨기고 싶은 밀사는 다르다”며 자유한국당을 공격했다. 시 대변인은 “의원 개개인의 자유 표현과 의결권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주권자인 시민 몰래 권한을 행사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자신의 행위가 주권자 의사에 부합하는지 알리고 검증받는 것이 마땅하다. 앞으로도 무상교복 진행현황을 소상히 시민에게 보고 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2일 이 시장은 임시회 본회의에서 고교 신입생 무상교복 예산 29억여원이 부결되자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상교복 네번째 부결한 성남시 의원들이십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상임위에서 반대한 의원 8명의 이름과 지역구를 공개했다. 그는 “본회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장막 뒤에 이름을 숨겼지만 공인의 활동은 공개되고 책임져야 한다”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거래소 신임 이사장 14명 경합… 새달 주총서 선임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 14명의 인사가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는 두 차례에 걸친 신임 이사장 후보 공개모집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감사, 유흥열 전 거래소 노조위원장, 이동기 현 거래소 노조위원장, 최방길 전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대표, 최홍식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등 7명이 지원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밖에 신원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7명이 더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되지 않은 지원자 중에는 김재준 현 코스닥 위원장과 박상조 전 코스닥 위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몸담았던 김성진 전 조달청장의 지원설도 제기됐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거래소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사장 공모 지원을 받은 후 19일부터 이날까지 이례적인 추가 접수를 진행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주요 기관장 인사 과정에서 특정 인맥이 떠오르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견제 기류가 형성됐고, 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제동을 걸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후추위는 다음달 11일 서류심사와 24일 면접심사 및 후보추천을 거쳐 같은 달 말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위기의 금감원] 막강 권한·상명하복 문화가 비리 부른다

    [위기의 금감원] 막강 권한·상명하복 문화가 비리 부른다

    1999년 1월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해 출범한 금융감독원이 존재할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와 부실 감독·검사, 대출 사기사건 임직원 연루 등 기존 비리에 이어 올해 두 건의 채용 비리도 드러났다. ‘금감원에 대한 외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금감원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상·하로 짚어 본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문제를 불러온 보험 상품 약관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태 수습은 보험사들이 떠안고, 금감원은 뒤늦게 ‘해결사’로 나섰다. 과실만 따 먹고 책임지지 않는 거 아닌가.”(보험업계 관계자) “금감원은 3년 전 감사원 감사에서 방만 경영과 과도한 복지 등의 지적을 받았다. 그 직후 금융사에 직원복지 축소를 요구했다. ‘복지 축소는 노조와의 협상 사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우리도 지적받았다’며 축소를 요구했다. 올해도 걱정이다.”(금융투자업계 임원)감사원은 지난 20일 ‘금감원의 직원 채용 비리 의혹’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틀 뒤인 22일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26일 채용 비리와 관련해 진웅섭 전 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에도 검찰 압수수색의 대상이었다. 임영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 금감원에 특혜 채용된 사건이 불거졌다. 사건에 연루된 김수일 전 부원장은 최근 징역 1년, 이상구 전 부원장보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금융검찰의 ‘민낯’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인출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직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4년에는 ‘동양 사태’와 관련한 부실 관리감독이 적발됐다. 이어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유출 사건 ▲KT ENS 불법 대출에 금감원 간부 연루 ▲변호사 채용 비리 등 대형 사고들이 연달아 터졌다. 금감원에 비리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뿐 견제는 부실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에 대해 주의나 문책 등 징계를 내리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할 수준이 아니라면 금감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면서 “금감원 징계 수위가 자의적이라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재심에서 중징계를 면한 데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실상 상급 기관인 금융위의 관리감독도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분담금으로 운영비의 80%를 채우지만 ‘슈퍼슈퍼 갑’으로 군림한다. 퇴직 뒤 민간 금융사의 감사 등 고위직에 ‘낙하산’으로 내려가기가 다반사다. 지난해 국정감사는 2012~2016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한 금감원 4급 이상 퇴직자 총 32명 중 절반인 16명이 금융사와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시장 감시자가 시장 플레이어가 되니 공정한 감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감원 직원은 내부 승진에서 누락되면 결국 금융사에 낙하산 인사로 나갈 수밖에 없고, 이는 부정부패의 유혹에 물들기 쉬운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정년을 채울 수 있는 제도가 금감원 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정권 교체기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통합 등의 감독체계 개편이 논의되지만, 금감원 내부를 투명하게 바꾸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강하다는 금감원의 특성상 내부 비리 발생이 쉬운 구조”라면서 “내부 경쟁 구조를 도입하고 상호·다면평가 도입 등의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뇌물 등 5대범죄·지역 토착비리 전면 단속으로 엄단

    뇌물 등 5대범죄·지역 토착비리 전면 단속으로 엄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첫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선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을 깨고 청렴·공정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 부처의 정책 제안이 쏟아졌다.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뇌물, 알선수뢰, 알선수재, 횡령, 배임 등 5대 중대범죄와 지역 토착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국 검찰청 반부패특별수사부를 중심으로 전면적·상시적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5대 중대 부패범죄와 지역 토착비리에 대해서는 처리기준 및 구형기준을 상향해 죄질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범죄로 얻은 불법 수익을 추적해 반드시 환수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가 부정 축재한 국내외 재산을 철저히 환수하는 한편 ‘범죄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부정부패 행위의 동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갑질과 담합 등 민생 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대책에 초점을 맞춘 부패방지 정책을 보고했다. 김 위원장은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등 갑을관계가 심각한 4개 분야를 맞춤형 대책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전담조직을 운용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을 엄중히 제재하고, 가맹점주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품목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통 대리점 분야에는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고, 민사적 구제 수단을 강화하는 등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시장경제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담합 적발과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입찰 담합 징후 분석시스템 성능개선과 해외 경쟁 당국과의 협조 강화 등으로 담합 적발 능력을 높이고 과징금 한도 상향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은 부패 없는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새 정부 반부패 추진전략’을 보고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껏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반부패 활동’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통한 범정부적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패인식지수는 국제적인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지수다. 100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7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된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3점으로 176개국 중 52위를 기록했다. 한 참석자는 “민간 부문에서도 반부패가 일상화된 부분을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공무원이나 공직과 연관된 부분만 해서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감사원장이 ‘부서나 정부기관들 중에서도 (부패에 대한) 둔감함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에서 ‘토착형 비리 네트워크’가 형성돼 지역 정보와 자원을 독점하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면서 “주민 참여 강화와 지방의회 구성의 다양화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방위사업 비리가 무기 획득 절차의 전 단계에 걸쳐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비리 발생 요인을 제거하고 예방하기 위한 근원적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방산업체의 ‘방위사업 컨설팅업자 신고제’를 의무화하고, 지난 7월 시행된 ‘무역대리점 중개수수료 신고제’가 잘 이행되도록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군수품 무역대리업 종사자는 200만 달러 이상인 사업에 대해 중개 또는 대리 행위를 위해 외국 기업과 수수료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방사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퇴직군인과 방산업체의 유착을 막고자 퇴직 군인 취업제한대상을 ‘소규모 방산업체 및 무역대리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4연임’ 메르켈/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4연임’ 메르켈/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63)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하원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33.0%를 득표해 1위를 차지함으로써 4연임의 대기록을 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동독 출신의 첫 통일독일 총리, 전후 최연소 독일 총리에 이어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자 통일 이후 16년간 집권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됐다.메르켈 총리는 이날 저녁 투표가 끝난 뒤 개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선거본부를 찾았다. 난민 수용에 대한 역풍으로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로 연정 구성에 난관이 예상되는 그는 웃음기 가신 표정으로 단호하게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통해 다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함께 가장 강력한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냉전시대에 영국의 대처 총리(1979~1990년)가 있었다면 탈냉전, 아니 신(新)냉전시대에는 메르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를 견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사이에서 제대로 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로 이미 자리하고 있다. 메르켈은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목사인 아버지가 동독 브란덴부르크주의 시골 마을인 템플린으로 이주하면서 동독에서 자랐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 박사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9일 평소처럼 사우나에 다녀왔던 메르켈, 이후 정치에 입문한 뒤 콜 전 총리에게 발탁돼 승승장구하며 2005년 총리직에까지 올랐다. 메르켈 총리 하면 큰 눈과 수줍음을 머금은 미소, 그리고 한결같은 헤어 스타일과 바지 정장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메르켈을 그려 온 독일의 한 정치만평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반쯤 감긴 졸린 듯한 눈에 불안함이 있었다면 이제는 합리성이 배어난다”고 할 정도로 지도자로서 경륜이 느껴진다. 흔히 메르켈의 리더십을 ‘무티(엄마) 리더십’이라 한다. 포용력과 안정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침묵과 끈기, 단호함으로 요약되는 메르켈의 ‘조용한 카리스마’에 세계는 아직도 적응하고 있다. 이런 메르켈이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식 핵 협상을 제안하며 중재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었다. 그가 한반도와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 ‘나치망령’ 부활하나

    ‘나치망령’ 부활하나

    ‘노골적 反난민’ 獨극우 정당…2차 대전 후 70년 만에 의회 입성이겼으나, 씁쓸한 승리였다. 독일 연방선거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전날 치러진 독일 하원 선거에서 1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민·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33%로 저조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보다 약 6% 포인트 떨어졌으며 2013년 총선 득표율 41.5%보다는 8.5% 포인트 하락했다. 독일 DPA통신 등은 “1949년 총선 이후 기민당이 얻은 최악의 성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집권 4기를 맞은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동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4연임에 성공하면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된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희망했었다”면서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하겠다. 다시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무엇보다 반(反)이슬람, 반난민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제3당(득표율 12.6%)으로 연방의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메르켈 총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총리 후보는 “국가를 변화시키겠다”면서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방의회에 극우정당이 진출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1948년 구서독 1대 연방의회 총선에서 독일보수당(DKP)·독일우익당(DRP) 연합이 1.8% 득표율로 5석을 차지한 이후 약 70년 만이다.당이 급부상하면서 여성 지도자 알리체 바이델(38) AfD 공동총리 후보도 주목받는다. 가울란트 공동총리 후보가 76세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델 공동총리 후보가 당의 실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명의 자녀를 둔 레즈비언 엄마로 유명하다. 극우정당에서 레즈비언이 총리 후보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난에 대해 그는 “단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AfD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가족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AfD는 동성애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맞서 왔다. 슈피겔은 AfD의 약진에 대해 “과거 독일의 망령이 돌아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AfD는 4년 뒤 의회에 계속 머무르려고 사회 분열을 획책할 것”이라면서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과 안보 이슈와 관련해 AfD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fD는 선거 이튿날부터 내분에 휩싸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페트리 프라우케 AfD 공동 대표는 이날 “연방의회에서 AfD 의석에 앉지 않겠다”면서 “AfD 내에서 방향성에 대한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라우케 대표의 발언은 당내 강경 극우파와 온건파 간 권력투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새 연립정권 구성에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간 기민·기사당 연합과 대연정을 했던 사회민주당(SPD)의 마르틴 슐츠 총리 후보는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것은 야당을 하라는 것”이라면서 연정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자메이카 연정은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 초록, 노랑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경우 과반 의석을 달성할 수는 있다. 다만 난민·조세·에너지 정책 등에서 각 당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 연정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월 9900원… ‘양말 구독’ 하실래요?

    월 9900원… ‘양말 구독’ 하실래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제 양복에 맞는 양말을 고르는 건 너무 어렵더군요. 그래서 매월 양말을 배달받는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집에서 신문 구독하듯이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는 거죠.”직장인 이모(39)씨는 2개월 전부터 월 9900원을 내고 매월 3켤레의 양말을 택배로 받는다. 그는 “양복에 어울리는 양말이 배달되는 ‘비즈니스 박스’ 상품을 선택했는데, 늘 다른 디자인의 양말이 들어 있어서 택배 상자를 열 때마다 재미가 있다”며 “업무에 치여 쇼핑할 시간이 없는 1인 가구에 알맞은 서비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선, 면도기, 식재료, 꽃, 양말, 셔츠 등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정기배송 서비스)가 국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0년 여러 화장품 샘플을 담아 배달하기 시작한 미국의 ‘버치박스’(Birch Box)가 정기배송 서비스 산업의 문을 연 이후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전자상거래의 주요 산업이 됐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급증, 택배산업의 발전, 상품 홍수에서 선택에 지친 소비자 증가에 따라 정기배송 서비스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정기배송 서비스는 3~4년밖에 안 된 신생 산업이다. 서비스를 지칭하는 용어도 정기배송 서비스, 구독 서비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등 다양하다. 직장인 이씨가 이용 중인 양말 서비스 업체 미하이삭스는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 태우산업이 올해 4월 설립했다. 업체도 가입자 수에 맞춰 다품종 양말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를 줄이고, 유통단계도 단순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실제 정기배송 서비스의 양말 한 켤레당 가격은 3300원으로 소비자가격인 4800원보다 30% 정도 싸다. 김진 대표는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이 주 고객층으로, 캐주얼 양말보다는 비즈니스 양말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은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초기 단계지만 고객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2014년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꾸까’의 매출액은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0억원에서 올해 60억~70억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가입자는 4만명 정도다. 이 업체는 졸업식이나 생일 등 기념일에만 꽃을 선물하는 우리나라 문화를 일본이나 유럽처럼 꽃을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로 바꿔보자는 철학에서 시작됐다. 자연스레 사업 형태를 정기배송 서비스로 잡았고, 2주에 한 번씩 꽃다발을 배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꽃 한 다발을 만들려면 최소 10종류의 꽃을 묶음으로 구입해야 하고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에 일반 꽃집의 경우 재고처리가 힘들다”며 “하지만 우리는 배송 서비스를 통해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버려지는 재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워서 꽃이 상대적으로 빨리 시드는 여름보다 꽃을 싱싱하게 오래 즐길 수 있는 겨울에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 업체는 꽃이 빨리 시들지 않도록 꽃 밑단에 물 먹인 스폰지를 꽂아서 배달하는 ‘습식 유통’을 택했다. 꽃은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화훼시장에서 플로리스트들이 직접 구매한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용 유기농 식재료를 배달하는 ‘펫박스’도 있다. ‘위클리셔츠’는 매주 3~5벌의 셔츠를 배송해 준다. 구입부터 세탁, 다림질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농협, 무릉외갓집 등 많은 업체들이 뛰어든 ‘농산물 꾸러미 사업’은 매월 농산물을 가져다준다. 맞벌이 부부의 입장에서는 장 보는 수고를 덜어 줄뿐더러 건강한 제철 음식을 자주 만들어 먹을 수 있다.선진국에서도 정기배송 서비스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수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곳들이 즐비하다. 면도기 정기배송 서비스를 하는 ‘달러셰이브클럽’(DSC)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30대 회사원이던 마이클 두빈과 마크 리바인은 면도날 구입을 귀찮아하고, 면도날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하는 남성들의 속성을 겨냥해 2011년 DSC를 차렸다. 그리고 월 1달러(배송비 2달러 별도)에 면도날을 배달하는 신종 정기배송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업체는 2016년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에 인수됐다. 지난해 매출 2억 달러(약 2200억원)로 미국 온라인 면도기 판매 시장의 거의 절반(47.3%)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면도기, 면도날, 면도거품 등을 묶은 월 5달러 패키지를 내놓았다. 영국 런던의 ‘솔 셰어’(Sole-share)는 해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1㎏의 생선을 매주 배달받을 경우, 날생선은 월 60파운드(약 9만원), 익힌 생선은 월 65파운드(약 10만원)를 내면 된다. 소비자는 런던 내 픽업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물건을 찾아갈 수 있으며, 매주 생선 요리 레시피가 같이 제공된다. 바닥을 긁어내는 트롤어업을 하지 않는 런던 인근의 작은 배 선장들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환경 살리기에도 동참할 수 있다. 매월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의 렌즈를 60개씩 배송하는 영국 ‘왈도’(Waldo), 월 50달러를 내면 알코올을 제외한 수제 칵테일 재료를 배송하는 미국의 ‘쉐이커 앤 스푼’(Shaker&Spoon), 월 35파운드(약 5만원)에 매월 5가지 치즈를 가져다주는 영국의 ‘더 치즈 소사이어티’(The Cheese Society) 등도 있다. 미국의 ‘미스터리 박스 오브 오섬’(Mystery Box of Awesome)은 아예 무엇이 들어있는지 예상할 수 없는 ‘의문의 박스’를 매월 가져다준다. 드론, 가상현실(VR) 헤드셋, 비행기용 수면 베개, 머그컵, 수건 등 박스 안 상품들의 가격 총액이 소비자가 매월 내는 비용(24.99달러)을 넘어야 한다는 게 유일한 원칙이다. 최근에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자기에게 주는 선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난다.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25·여)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 꽃다발이 든 예쁜 박스를 보면 누군가에게서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며 “싱싱한 꽃을 고르는 게 쉽지 않은데, 시간 낭비 없이 전문가가 고른 꽃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기배송 업체들의 경우 빅데이터를 이용한 수요 예측, 원스톱 회원 관리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월정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내 IT 기업을 찾지 못해, 결국 외국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큰 업체도 이제 막 IT 개발자를 채용하기 시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패션 정기배송 업체인 ‘저스트팹’(Justfab)의 경우 빅데이터를 통해 유행 아이템을 파악하거나 전망한 뒤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옷, 신발, 장신구 등을 제작한다. 홈페이지에서 갑자기 판매가 급증하는 제품을 빠르게 파악하고, 급히 생산해 대응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아직은 초기 시장이어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다. 지난해 창업한 ‘벨루가’는 안주와 맥주를 정기적으로 배송했지만, 맥주 통신 판매가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휴업에 들어갔다.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35) 위클리셔츠 대표는 “워낙 많은 정기배송 업체들이 생겼다 사라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이 있는지, 애프터서비스는 확실한지, 유통구조는 단순한지 등을 인터넷 후기를 보며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대법원장 인준 후 복잡해지는 협치 셈법

    국민의당 내홍 여진… 보수당 공조 느슨 대법원장 인준을 둘러싼 총력전이 끝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은 협치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여당의 독주를 경계하며 소통을 주문했다. 대치 정국은 잠시 누그러졌지만 향후 정국에 대한 여야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 보인다. 민주당은 ‘1여 3야’의 현실 속에서 야당에 협치를 구하지 않을 수 없음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대법원장 인준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재적 인원 5분의3(180석) 이상이 필요한 쟁점 법안 처리 등에서는 더욱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껴안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향후 선거구제 개편 논의 등에서 국민의당과 협력하기로 하고 대선 당시 제기한 20여건에 달하는 고소·고발도 취하했다. 하지만 더 큰 협치를 하려면 청와대까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당+α’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이날 오전부터 여야 지도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일정을 조율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지도부는 이전부터 실질적인 협치를 위해 야당과의 안정적인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이번 인준을 통해 다른 의원과 청와대까지도 학습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 간의 이견이 표출되며 ‘집안 단속’이 더욱 어려워진 모습이다. 인준안 찬성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안 대표를 향해 천정배 의원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지도부의 리더십”이라며 사실상 찬성 당론을 압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당시 내홍의 여진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국민의당이 이번 표결을 통해 또다시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 관계자는 “최근 두 차례 표결로 최소한 국민의당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이번 가결 과정에서 공조 체제가 다소 느슨해진 것이 숙제로 남았다. 앞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이끌어 내며 신(新)야권 연대의 위력을 과시했지만 이번에는 당마다 이탈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으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기국회부터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당은 대북 정책, 언론 정책 등으로 투쟁 전선을 옮겨 대정부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앞으로도 협치와 소통을 팽개치고 독선과 독주의 길로 간다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야 3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사안별·정당별로 정책 연대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사설] 김 대법원장 인준 통과, 사법개혁 소명 실천해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출석 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했다. 24일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종료 이전에 김 후보자의 인준이 확정됨에 따라 헌재와 사법부 수장의 동시 공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이제 김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게 되면 그는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는다. 대법관을 하지 않고 법원행정처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오히려 낡은 사법부와 이별하고 새로운 사법부를 만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사법 개혁 열망이 높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들이 결코 만만찮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게 사실이다. 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지나친 법원의 관료화 등 문제점들을 개혁하는 것은 시대적 소임이다. 당장 그 앞에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개선,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 법관들의 엘리트주의 타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법관들의 행정부행도 청산해야 할 과제다. 박근혜 정부의 황찬현 감사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판사 출신이다. 법관 출신들이 행정부의 고위직을 기웃거리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사법부의 정치화, 행정부로의 예속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판사 출신인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해 “대법원장이 되면 공개적인 사퇴 요구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취임하면 즉각 실천하길 바란다. 민주주의는 입법·행정·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될 때 꽃을 피우게 된다.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입법)과 그 법의 집행(행정)이 제대로 됐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곳이 사법부다. 그렇기에 사법부는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진보 정권에 발맞춰 정부와 여당이 일사천리로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부분이 있다면 사법부라도 중심을 잡고 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진보 성향의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보니 야당으로부터 ‘사법부의 코드화’, ‘좌편향 사법부’, ‘사법부의 정권 방패막이’ 등의 공격을 많이 받았다. 지금 행정부에서는 적폐청산을 한다며 과거 정부의 비리를 캐느라 정신이 없다. 혹여나 김명수호의 사법부도 급격하게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사법 적극주의’를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법부마저 정권과 코드 맞추기로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 그 자신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 연 2.71%… ‘카뱅’ 탓에 신용대출 금리 낮추는 은행

    연 2.71%… ‘카뱅’ 탓에 신용대출 금리 낮추는 은행

    KB 8월 금리 18개 은행 중 최저 카뱅 평균 3.54%보다 좋은 조건 마이너스통장도 금리 인하 뚜렷 “카뱅 견제하는 메기 효과 거세”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신용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친숙함과 편리함,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금리를 무기로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자 기존 은행들도 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카카오뱅크 ‘메기 효과’로 보기도 한다. 21일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8월 개인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일반신용대출은 KB국민은행이 연 2.71%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포함한 18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평균금리가 3.54%인 카카오뱅크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중에선 하나은행이 연 4.35%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이 8월에 취급한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연 2.44% 수준이었다. 지난 7월 신용등급 1~2등급의 평균금리가 연 3.69%였던 것에 비해 확 낮춘 것이다. 전체 신용등급 평균금리도 연 4.36%에서 1.65% 포인트나 내렸다. 카카오뱅크의 8월 신용등급별 대출 금리는 1~2등급 연 3.16%, 3~4등급 3.91%, 5~6등급 5.35%, 7~8등급 7.57%로 나타났다. 9~10등급은 없었다. 카카오뱅크는 점포가 없어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기존 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하겠다며 지난 7월 27일 출범했다. 7월은 영업일이 5일밖에 안 돼 8월 중 취급한 대출의 의미 있는 수치는 이번에 처음 공시됐다. 이른바 ‘카뱅 돌풍’에 시중은행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8월 신용등급 1~2등급의 대출 금리는 우리은행이 연 3.04%, 농협은행이 연 3.09%로 고신용자에게 유리하다는 카카오뱅크보다 낮았다. 국민은행까지 더해 시중은행 중 세 곳이 카카오뱅크보다 낮은 최저금리를 제공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보면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7월 이후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국민은행이 연 4.64%에서 3.89%로, 신한은행이 3.53%에서 3.46%으로, 우리은행이 3.74%에서 3.71%로, 하나은행이 3.72%에서 3.71%로 일제히 내렸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1~4등급까지는 다른 은행보다 낮은 편이었지만 5~8등급은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를 견제하기 위해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메기 효과’가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한국당 “김명수 가결 유감…국민께 사죄”

    한국당 “김명수 가결 유감…국민께 사죄”

    자유한국당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사법부의 코드화와 좌편향을 막지 못했다며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한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된다면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없음이 자명함에도 국회가 이를 막지 못하고 가결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김 대법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국민 보편적 가치관과 동떨어진 인식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좌편향적인 코드는 사법부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불확실하고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또 “김 대법원장의 임기 6년 동안 사법부가 정치화와 코드화로 인해 정권의 방패로 전락한다면 헌법상 삼권 분립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아울러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불가능하게 되고, 사법부를 앞세운 ‘제2의 문화대혁명’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1야당인 한국당은 김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 좌편향 코드화를 철저히 감시하고,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가결했다. 김 후보자는 25일 0시부터 6년 임기의 제16대 대법원장 직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취임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이후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국회다운 국회’는 언제 만들어지나

    [김형준의 정치비평] ‘국회다운 국회’는 언제 만들어지나

    국회는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만약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또다시 인준이 부결되면 대통령 권력과 여소야대로 상징되는 의회 권력 간의 파행적 충돌이 심화될 것이다.‘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저술한 고(故) 헌팅턴 교수는 어떤 나라도 두 번의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진정한 민주주의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우리 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세 번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적폐 청산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회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으로 변질되었고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국회가 국민에게 힘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짐이 되면서 대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한국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8월 29~30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78.7%)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국민의 57.7%는 ‘국회가 입법과 예산·결산 심사 등 입법부의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야 간 소통과 협치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77.9%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국회는 왜 바뀌지 않는가. 의원들의 인식, 국회 운영 절차, 의정 문화가 뒤틀리고 왜곡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동등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구속력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한 회의체다. 어느 조직이든 회의체가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생산적인 성과를 내려면 구성원들이 대화하고 타협하며 소통하고 협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진영의 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되면서 협치는 사리지고 대치가 판을 친다. 갤럽 조사에서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로 ‘여야가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39.7%),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가 여전하다’(19.5%)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운영 절차가 잘못된 합의의 덫에 빠져 파행과 교착이 일상화되는 것도 문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모든 의사일정이 원내 교섭 단체들 간의 협의를 통해서만 이뤄지게 되어 있다. 합의를 존중하기 위해 제정되었지만 오히려 합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모든 의사일정은 중단되고 국회는 장기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김이수 헌재 소장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10일 만에 표결이 이뤄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의정 문화에서는 의원들 간 상호 존중의 기반이 거의 없다. 국회에 의회 과정을 질서 있게 조직해주는 생산적인 불문율(informal rule)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의원들 간에 막말과 조롱이 난무한다. 이런 적폐를 청산하고 국회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능동적인 국회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해야 건강한 정부가 만들어진다. 야당 시절엔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비판했던 의원들이 여당이 되었다고 정부 실정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침묵하고 순응만 한다면 실패한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을 향해 할 말은 하고 당당하게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민주당 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9년간 여당을 하면서 야당을 향해 어떤 요구를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복기해 봐라. 이제는 반대를 위한 반대, ‘내로남불’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보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조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원들에게 “당신은 누구를 대표하고 있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국회의원은 분명히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정당도 지역도 아닌 오직 국민만을 대표해야 한다. 권력과 계파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만 줄을 서야 한다. 그래야만 국회다운 국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 국민의당·바른정당 ‘국민통합포럼’ 출범…선거연대·통합론 불씨 될까?

    국민의당·바른정당 ‘국민통합포럼’ 출범…선거연대·통합론 불씨 될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의원들이 모인 ‘국민통합포럼’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조찬 모임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의원들은 이 모임을 통해 국민 통합을 위한 활동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이나 탈원전 등에 대한 정책연대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두 정당 의원들이 결합한 이번 모임이 앞으로 두 야당의 선거연대나 통합론을 포함한 정계개편론의 불씨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진행된 조찬에는 포럼을 주도한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과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에서 황주홍, 김수민, 김중로, 박준영, 신용현, 정인화, 최도자 의원, 바른정당에서 강길부, 김세연, 이학재, 박인숙, 오신환, 하태경, 홍철호(선수·가나다순) 의원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앞으로 이 포럼을 통해 다양한 국민통합 활동 및 정치혁신, 입법공조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선 광주 5·18 묘역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합동방문을 추진키로 했다. 고리·군산·거제·인천공항 등 민생현장도 함께 방문키로 했다. 아울러 정당공천제 폐지를 비롯한 선거제 개혁에 힘을 모으기로 했고, 규제프리존법·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검찰 개혁법·방송법 등에서도 공조하기로 했다. 공무원 총정원법·공공부문 급여공개법 등을 추진해 공공부문 개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중단 등 탈원전 정책,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 최저임금 인상안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면서 대안을 내는 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안보’라고 규정하고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들은 주 1회 정례모임 갖고,월 1회 이상 정책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이언주 의원은 인사말에서 “두 당이 패권정치와 권력 사유화에 저항해 생긴 정당인 만큼 창당 정신을 함께 되살리고 국민을 통합하자는 취지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정운천 의원도 “자유한국당도 패권세력 청산이 안됐지만, 문재인 정부도 패권세력 정치로 가는 것 같다.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 구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두 야당의 이번 모임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나, 나아가 통합론 등 정계개편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은 현재 당내에 ‘통합론’과 ‘자강론’이 혼재돼 있는데 이 중 통합론의 경우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지만 국민의당과의 중도정당 통합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최근 대구를 찾아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까지 포괄하며 중도통합의 구심으로 일어나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중도진영에서 정치혁신에 노력한 국민의당, 보수진영에서 새롭게 당을 만들고 고난의 행군을 하는 바른정당이 함께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중도·보수 혁신세력이 어깨를 걸고 정치판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대구·경북(TK)에서 여전히 낡은 보수가 헤게모니를 갖고 있고, 호남에서도 특정 정당이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어려운 길에서 굳게 손을 잡고 다음 대선까지 같이 가서 큰 변화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언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공학적 선거연대 등과 연결시킬 일은 아니다”며 “중도실용 정치를 각자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조할 것은 하자는 순수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공수처 핵심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다

    정부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얼개를 내놓았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대법원장 등 5부 요인과 장·차관을 망라한 3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주요 기관장과 그의 가족 등의 비리와 범죄를 도맡아 수사하는 공수처를 검찰이나 경찰과 별개의 독립기구로 둔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설령 검찰이나 경찰에서 먼저 인지했더라도 모두 공수처로 이관해 독자적으로 수사해 기소하고 공소까지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고위공직자들에겐 저승사자라 할 만한 기구라고 평가된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어제 내놓은 공수처 구성안은 민간 전문가들 다수가 참여해 마련한 것으로, 검찰과의 관계 설정 등 그동안 지적돼 온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고민과 나름의 해법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완성도 높은 구상으로 평가된다. 검사나 경찰 고위직의 범죄를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하는 이른바 ‘셀프수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수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이려 한 점이나 재임 중 내란·외환죄가 아닌 이유로는 형사소추되지 않는 대통령까지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퇴임 후 형사 처벌의 길을 보다 확실하게 담보해 놓은 점 등도 더 진전된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논의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마땅한 내용인 것이다. 관건은 공수처 논란의 핵심이었던 정치적 독립성 확보 여부로, 법무부가 어제 내놓은 안은 이 점에서 다소 한계를 지니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안은 공수처장을 법무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 인사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대상의 정치적 민감성과 파급력 등을 감안한다면 단순한 국회 청문 절차를 넘어 국회의 동의를 받는 쪽으로 임명 절차가 강화돼야 마땅하다.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가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정치 편향 수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결국 임명권자의 입맛을 거스를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다. 하물며 과거의 중수부보다도 더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게 될 공수처라고 한다면 정치적 독립성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그 첫발이 국회 동의 절차라고 할 것이다. 독립성 강화에 맞춰 공수처의 권한 남용과 독주를 견제할 요소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구상의 하나로 내세운 수사심의위원회를 공수처에 둬 주요 사건의 경우 수사나 기소 전반을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치 편향 논란을 불식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 [시론] 자치분권 실현 가능성 높이려면/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론] 자치분권 실현 가능성 높이려면/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헌법개정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8개월의 작업을 정리, 헌법개정 주요 의제를 발표하고 지난달 29일부터 11회에 걸쳐 전국 순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가 마련한 헌법개정 주요 의제는 11개 분야 44개에 걸쳐 있다. 1987년 이후 제기됐던 대부분의 헌법개정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포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분야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함한 권력 구조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헌법개정의 빌미를 제공한 이슈이며 후자는 저출산·고령사회의 지방 소멸 상황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이런 관점에서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를 실현한 1987년 헌법은 무엇을 담지 못했나.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여섯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하다. 첫 번째 차이점은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과 달리 법률안 발의권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비상대권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발동해 도입된 제도로는 금융실명제가 있다. 세 번째 차이점은 우리나라 대통령은 유사시 적에 대한 전쟁선포권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전쟁선포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가 가지고 있다. 네 번째 차이점은 우리나라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나 미국의 감사원은 의회 소속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지휘와 감독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다섯 번째 차이점은 인사권 행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1200명 정도의 정무 고위직 인사 때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은 헌법에서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 외에는 비교적 인사권이 자유롭다. 여섯 번째 차이점은 미국은 지방분권적인 연방제 국가인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단방제 국가라는 점이다. 현실을 보면 종전 우리 국회에서 가결되는 대부분의 법률은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었으나 최근 그 비율이 현저히 저하됐다.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대통령의 법률안 발의권이 남용될 소지가 차단됐고, 비상대권 또한 최근에는 전혀 발동된 적이 없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권을 위반한 사례가 잦아 1973년 전쟁법 제정으로 이를 엄격히 제한했으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전쟁선포권을 남용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상기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감사원의 소속과 대통령에게 부여된 인사권 및 중앙집권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개정 논의에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의원내각제, 혼합정부제 등의 권력구조에 갈음해 현행 권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우리가 문제시하는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다. 우선, 감사원의 소속은 비교적 용이하게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회계 감사만이라도 국회 소속이나 중립적인 기관으로 한다면 감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대통령 인사권은 헌법의 철저한 준수와 제도 보완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무총리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사항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 여기에 국무위원은 국무위원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개정한다면 대통령 인사권이 합리적으로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철저한 감시와 비판 또한 대통령 인사권을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몇몇의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 여론으로 사퇴한 것이 주요한 예이다. 끝으로 중앙집권체제를 지방 권한을 강화하는 자치분권체제로 전환하는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을 치유하는 중요한 처방이다. 입법권을 국회와 지방의회가 균점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설치할 경우 국회 권한이 크게 축소된다. 대통령 권한도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로 하여금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현실 대응력을 높여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 2급 이상 모든 공직자 대상… 3년 미만 퇴직자도 겨눈다

    2급 이상 모든 공직자 대상… 3년 미만 퇴직자도 겨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 방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곽이 드러났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18일 발표한 대로 고위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구로 공수처가 탄생하면 권력기관 간의 힘의 균형도 바뀌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견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공수처가 정치권력과 사법기관까지 수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 기구’나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권고안이 최종 법안으로 완성되기까지 정치권 등의 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개혁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독립기구로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갖는다. 수사대상은 고위직 공무원과 그 가족의 직무 관련 범죄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국가정보원의 3급 이상 공직자나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공무원의 범죄는 모두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최대 122명의 규모로 ‘처장-차장-검사-수사관’ 체제로 구성된다. 규모 면에서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공수처 관련 법안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보장한 박범계·이용주 의원안(20명)보다 최소 1.5배, 최대 2.5배 많다. 벌써부터 조직이 방대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적 구성에선 검찰과 분리가 강조됐다. 공수처장과 차장은 각각 검찰을 퇴직한 지 3년과 1년이 지나야 임용이 가능하다. 개혁위는 검사 출신이 전체 공수처 검사 정원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수사 효율성에 있어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사 효율성을 위해선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을 많이 받는 것이 좋지만, 그럴 경우 공수처가 또 하나의 ‘중앙지검 특수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력 규모를 보면 한번에 ‘대선자금급’ 대형 수사를 3~4개씩 할 수 있는 정도”라면서도 “검찰 특수부 1진급이 갈 가능성보다 2진급이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사력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위는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구’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장, 차장, 검사들은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1년 내엔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 공수처와 관련된 사건을 수임할 수도 없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과 범위가 겹치는 문제에 대해선 이첩 요구,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청구 등 강제 처분 단계에선 공수처 이첩 과정에서 수사 지연이 초래될 수 있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기관에서 수사를 진행하도록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시즌2’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굵직한 권력형 비리 수사를 담당했던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지만 검찰총장을 임명한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수사 대상이지만, 공수처장 인선에 영향력이 큰 국회의 눈치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출범에 검찰의 반응은 엇갈린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우선적 수사권이 실제 어떻게 운영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긍정적으로 보면 검찰과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검사는 “공수처가 강제 이첩권을 자주 행사하면 검찰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에 손 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공수처 권고안, 민주·국민의당 공동 발의에 근접… 한국당 반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각당의 입장이 각론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이다. 당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필요성 자체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혁위는 권고안을 만들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참고했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지난해 7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것을 비롯해 세 건으로, 모두 지난해에 발의됐다. 이들 법안과 발표된 권고안을 비교하면 비법조인도 처장 후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처장의 임기와 임명 방법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드러난다. 특히 처장과 차장 외 30∼50명의 검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권고안은 계류 법안 중 가장 많은 검사 수를 규정한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2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공수처의 독립성과 수사권·기소권 보유, 처장을 국회의 동의 절차와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 처장은 중임할 수 없도록 한 점 등 근본적인 취지는 일치하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대체로 각론에서도 입장이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합동 발의한 법안은 권고안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당 노 원내대표도 이날 “고위공직자 범죄에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 공수처 우선 수사 원칙이 보다 분명하게 반영되도록 좀 더 세심하게 검토해보겠다”면서 “지난해 7월 법안을 발의할 때 제기했던 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해 개혁위가 그 내용을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설득해야 한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 그는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주는 방식으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법률안 통과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권성동 법사위원장 역시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법사위원장인 그가 법안 처리에 끝까지 반대하며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다른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은 검찰 권력까지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공수처 안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공수처가 과다한 권력 독점으로 국민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법무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참고해 공수처 설치에 관한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국회 법사위는 정부안과 기존에 발의된 의원안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법안을 확정하게 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윤곽 드러난 독립된 수사기구 ‘공수처’…수사 대상·범위 넓어 ‘막강’

    윤곽 드러난 독립된 수사기구 ‘공수처’…수사 대상·범위 넓어 ‘막강’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부정부패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논의돼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검사를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을 두는 방안이 추진된다.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수처 설치 안을 마련해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수처의 정식 명칭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정해졌다. 권고 내용을 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대법관·헌법재판관, 광역지방단체장과 교육감 등 주요 헌법기관장 등이 포함됐다. 또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공무원단,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 장성급 장교도 수사 대상이다. 현직이 아니어도 퇴임 후 3년 미만의 고위 공직자는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다.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도 포함된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의 범위도 폭넓게 정해졌다. 전형적 부패범죄인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 외에도 공갈, 강요,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 관여, 국가정보원의 정치 관여, 비밀 누설 등 고위공직자 관련 업무 전반과 관련한 범죄가 대상이다. 인적 규모도 기존 논의 수준을 크게 웃돌아 공수처장과 차장 외에 검사 30∼50명, 수사관 50∼70명을 둘 수 있다.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수사 인력만 최대 122명에 달할 수 있다. 검사 50명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부패범죄 등 특별수사를 맡는 3차장 산하 검사 60명과 비슷한 규모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 단임제로 해 연임이 불가능하다. 처장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자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중에서 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공수처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관련 법안 제·개정 건의를 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점이이 주목할 만 하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률 의안 건의도 법무부나 행정안전부를 통해 가능했다. 개혁위는 공수처가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모두 가지며 경찰·검찰 수사가 겹칠 때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국 수사기관의 고위 공무원 범죄 동향을 통보받을 수 있다. 업무 분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게 될 경우 공수처에 통지하고 사건이 중복되는 경우 이첩하도록 했다. 다른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첩 요구에 응하도록 해 우선 수사권을 보장했다. 검찰과 경찰의 ‘셀프 수사’도 불가능하다. 만일 공수처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대검찰청에서 수사하도록 해 검찰과 상호 견제하도록 했다. 물론 개혁위 방안은 권고 형식이지만 법무부는 개혁위의 권고안을 최대한 반영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해 사실상 정부 안의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권고 취지를 최대한 반영해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공수처 설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스포트라이트] “꼼꼼하다 못해 너무 깐깐”… 곳간열쇠 쥐고 부처 길들이기?

    [스포트라이트] “꼼꼼하다 못해 너무 깐깐”… 곳간열쇠 쥐고 부처 길들이기?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조성사업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지난해 책정된 예산 25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건 한 푼도 없다. 2013년 정부가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할 때만 해도 전북도는 용지 구입 비용만 부담하고 이를 제외한 사업비(383억원)는 전액 국비로 지원해 2017년까지 사업을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사업추진 방식을 전액 국비 지원이 아닌 50% 지방비 매칭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면서 사업 진행이 막혀 버렸다. 기재부는 이 사업을 수시배정으로 분류했고, 전북도와 합의가 안 되자 공사비를 아예 내주지 않았다.국회가 예산 수시배정에 단단히 뿔났다.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 김기선·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일제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기재부가 수시배정을 정부부처 길들이기로 악용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특히 조 의원은 “소방안전교부세를 수시배정으로 지정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수시배정을 할 필요가 없는 사업들이 있는지 꼼꼼히 보고 꼭 필요한 것만 적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수시배정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중에서 사업계획이 미비하거나 법률 제·개정 등 조건을 충족해야만 집행이 가능한 사업에 대해 기재부가 사업계획을 검토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시배정으로 지정된 사업은 기재부가 사업계획 수립 등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확인·승인해야만 배정이 된다. 2010년까지는 공식적인 기준도 없었다. 국회 요구에 따라 2011년부터 3~4가지 기준으로 수시배정사업을 선정하다가 2015년이 되어서야 11가지 기준을 만들었다.국회입법조사처가 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수시배정 사업은 28개 부처 173개(4조 4398억원)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시배정에 선정된 사업이 66개(1조 3010억원)였고, ‘효율적 집행을 위해 점검 필요’가 35개(1조 8840억원)였다. 부처별로는 국토교통부가 23개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 19개, 해양수산부 14개 등이다. 대상액 기준으로는 교육부가 1조 5057억원, 국민안전처가 1조 282억원이다. 수시배정은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관리를 위해 생긴 제도다. 지난달 23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이 언급한 사례는 수시배정의 취지를 잘 보여 준다. LPG배관망 지원이 수시배정으로 지정돼 예산배정이 안 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 차관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미처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에서 예산이 반영됐던 사업”이라면서 “2016년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보고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 수시배정 사업으로 관리를 했다”고 답했다. 지역예산 챙기기 등에 대한 견제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수시배정을 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수시배정 사업 중 국회에서 증액시킨 사업이 109개나 되는 데서 알 수 있듯 기재부가 국회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연내 집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수시배정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수시배정 사업 중 23개는 예산 배정액 대비 집행률이 50%가 안 됐다. 8개는 예산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수시배정으로 지정된 기재부 소관 사업인 ‘국제금융기구 출연’도 예산 100억원을 한 푼도 쓰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수시배정 제도를 다른 부처나 지자체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e호조를 둘러싼 기재부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갈등은 이런 해묵은 갈등을 잘 보여 준다. 2014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행자부는 e호조 기능고도화 예산 추가 편성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지자체에서 비용을 조달하라’며 7억원만 반영했다. 행자부는 국회를 통해 국회증액사업으로 15억원을 통과시켰지만 기재부도 발끈했다. ‘e호조 관리주체가 불명확하다’며 수시배정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결국 기재부는 10월이 되어서야 12억원을 행자부에 배정해 줬다. 국회에는 수시배정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두 건이 계류돼 있다. 공교롭게도 그중 하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것이다. 국회는 2015회계연도 결산 당시에도 “수시배정 사업의 경우 상반기 중에 지정 사유 및 집행 현황 등을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기재부 측은 “수시배정 제도가 자의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2015년부터 대상사업 선정 기준을 3개에서 11개로 구체화하는 등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수시배정 대상사업을 최소화하고 지정 사유가 해소되는 대로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집행지침에 협의기간을 명시(10일 이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징계? 해볼 테면 해봐라” vs “사표 안 내면 해임 수순”

    [관가 인사이드] “징계? 해볼 테면 해봐라” vs “사표 안 내면 해임 수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거취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비리 감사 결과에서 기관장에 대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받은 부처가 산업부였다. 산하 41개 공공기관 중 절반이 넘는 23곳에서 무더기로 비위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기관장이 자진 사표를 내지 않을 경우 해임 수순을 밟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일부 기관장들은 정부 방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가스안전公 사장 징계받고도 또 적발 “관행인데…”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감사원 발표 이후 ‘자진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기관장) 교체가 필요하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후 ‘정부의 필요로 사임을 요청했다’고 정부가 발표하면 될 일”이라며 “마치 큰 비리를 저지른 파렴치한으로 만들어 놓고 사임을 요구하면 내 생각에 반해 절차에 따라 해임당할 수밖에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권 교체 이후 기관장 교체라는 답을 정해 놓고 개인 비리를 구실로 내세우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부하 처장에게 자신의 고교·대학 후배 등의 이력서를 직접 건네며 채용 공고 없이 이들을 1급 상당 계약직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강원랜드는 최흥집 전 사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 김모씨를 경력직으로 특혜 채용해 감사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대규모 교육생 채용 비리가 재조명되자 ‘설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강원랜드는 “5년 전 전임 사장의 교육생 부정 선발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채용 비리 소문이 무성했는데도 당시 어떤 수사·감사기관, 언론도 밝혀내려 하지 않은 것을 함승희 사장이 자체 감사해 검찰에 넘겼다”고 억울함을 부각시켰다. 이어 “과거 일에 편승해 개인적, 정치적 의도로 함 사장 등 현 경영진을 무고, 비방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금품수수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된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면접점수를 임의로 조작해 채용을 지시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감사원이 산업부에 해임을 건의했다. 문제는 박 사장이 2014년 감사에서도 유사한 채용 비리가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았음에도 올해 또다시 적발됐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십수년 전부터 해왔던 관행인데 뭐가 문제냐”며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산하 공공기관의 이러한 ‘항명’에 대해 “채용 비리에 분개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과거 잘못이라도 사과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게 공공기관이지 ‘나는 잘못 없다’고 하는 건 적절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임 조치를 해도 자칫 해당 기관장이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억지 해임했다간 뒤탈 우려에 솜방망이 징계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당 공공기관을 맡고 있는 실무 부서에서는 “공기업 사장의 발언 진의가 그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다시 ‘산하 공공기관의 잘못을 알고도 눈감아 주고 있다’는 비판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감사원에 적발된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사장 선임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간사와 산업부 서기관이 짜고 평가점수를 조작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정직 처분을 받은 서부발전 기획처장과 달리 해당 서기관은 주의·경고 수준의 경징계를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관리의 책임만 있지 공공기관을 견제할 인사와 예산, 경영평가 등의 권한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영이 서지 않는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산업부 간부는 “법적으로 공공기관의 자율과 책임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채용 과정 등에 간섭하지 않는 게 기본 틀이고 비위를 조사할 권한도 산업부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근거도 없이 공공기관에 말 좀 들으라고 할 게 아니라 최소한의 관리·감독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令 안 서는 부처… 공공기관 감독 권한 줘야” 이에 대해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산업부가 해야 할 일들을 공공기관이 대신할 때가 많은데 기관장들이 반발하는 건 지금껏 가만 있다가 정권이 바뀌니 보복성 인사 조치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칼 쓰는 각도를 그때그때 달리하다 보니 영이 안 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공공기관 비리 발생 시 기재부와 주무부처, 공공기관 3자 간 감사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위 행위에 대한 명분을 주지 않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감사원에 축적된 사례들을 분석해 각 기관 간 규정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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