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겨울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2차 조정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수행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해양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긴장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7,607
  • [열린세상] 외로움이란 질병/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외로움이란 질병/박산호 번역가

    어쩌다 보니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게 됐다. 원래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재작년 겨울 초입에 온몸이 광기 어린 에너지로 넘치는 깜장 시바 강아지 한 마리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고양이 송이에게 괜찮겠냐고 물어보진 않았다. 당연히 안 괜찮다고, 싫다고 할 게 뻔했기 때문에. 그렇게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됐다. 성격이 까칠한 송이는 예상대로 느닷없이 자신의 보금자리에 쳐들어온 강아지 해피를 마땅치 않아 했다. 하나 처음에는 어른으로서 관용을 베풀어 내 주먹보다 작은 해피가 울타리 속에서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을 때 소리 없이 다가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냄새를 맡아 보곤 슬쩍 뒤로 물러나는 정도로만 접촉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해피가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짧은 평화도 막을 내렸다. 새로 온 집의 모든 곳, 모든 것에 촉촉한 검정 코를 갖다 대고 냄새 맡고, 핥고, 씹고,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아지 해피와 지난 8년간 우아하게 자신의 왕국을 호령한 갈색 고양이 송이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어느 날 송이가 발톱을 세운 채 날리는 펀치에 맞아 귀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해피를 보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송이는 하루아침에 안방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결정을 송이는 당연히 끔찍하게 여겼다. 이해한다. 어느 날 들어온 시커먼 털 뭉치 한 마리 때문에 자신의 세계가 방 한 칸으로 쪼그라들었으니. 그러나 송이에게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건 외로움이었다. 송이는 식구들이 거실에서 혹은 주방에서 다 같이 있을 때면 별안간 처절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처음에는 어디 아픈가, 아니면 다쳤나 싶어서 놀라 뛰어갔는데. 그때마다 송이는 울음을 그치고 할짝할짝 사료를 먹거나, 내 옆에 다가와 종아리에 작은 얼굴을 대고 부비부비하거나, 흰색과 갈색이 섞인 길고 아름다운 꼬리로 내 종아리를 휘감았다. 그때 알았다. 송이가 외롭다는 걸. 송이의 그런 마음을 짐작했을 때 미안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리나 허츠가 쓴 ‘고립의 시대’에는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들이 올 수 없는 도쿄의 스미다 아쿠아리움에서 뱀장어들이 사육사를 보고도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뱀장어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시민들에게 아쿠아리움으로 화상 전화를 걸어 뱀장어들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게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뱀장어들도 외로움을 탄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증명된 셈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게 외로움은 온몸에 서서히 퍼지는 독과 같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양이도 외롭고, 뱀장어도 외롭다. 식구들이 송이를 달래 주려고 안방에 들어가 있으면 강아지 해피는 두 발로 서서 안방 울타리 문을 앞발로 탁탁 치며 성질을 낸다. 나도 그 안에 같이 있고 싶다고. 나만 소외되고 싶지 않고, 좋아하는 이들과 같이 눈을 맞추고 놀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무서운 기세로 퍼지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때문에 그러한 최소한의 만남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다. 외로워하는 송이 옆에 가만히 있어 주고, 안방으로 들어오겠다는 해피를 쓰다듬어 주고, 모래 속으로 고개를 파묻는 뱀장어들에게 화상 전화를 걸어 주는 것처럼 외로워하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전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 겨울 월드컵 때문에… K리그도 2월 개막

    사상 첫 겨울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프로축구 K리그도 겨울에 막을 올린다. 3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2022 K리그는 역대 가장 빠른 다음달 19일 시즌 첫 경기를 갖는다. 1983년 한국 프로축구 출범 이후 가장 이른 개막이다. 올해 카타르 월드컵이 겨울인 11월 21일 개막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월드컵 개막 전 모든 일정을 마칠 계획이다. K리그만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KFA)가 주관하는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월드컵 전에 우승팀을 가린다. 빨라진 일정에 대비해 대다수 팀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전지 훈련에 돌입한다. 리그 안팎의 변화도 적지 않다. 우선 기존 10팀이던 K리그2에 한 팀이 더 들어온다. 김포 FC가 K리그 이사회의 회원 승인과 총회를 거쳐 올 시즌 K리그2에 합류한다. 리그 승강제도 바뀐다. K리그1 최하위(12위) 팀이 내려가고 K리그2 우승팀의 자동 승격은 변함이 없지만, K리그2의 2위 팀은 기존 플레이오프(PO) 없이 K리그1 11위 팀과 승부를 겨뤄 승강이 결정된다. K리그2 3~5위 팀은 PO를 거쳐 K리그1 10위 팀과 승강 PO를 펼친다. 승격 가능한 팀이 최대 2팀에서 3팀으로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승강 PO에서 적용되던 원정 다득점 제도 또한 폐지된다.
  • 방역·외교 보이콧 악재 뚫고 니하오~ 지구촌 최대 겨울 축제

    방역·외교 보이콧 악재 뚫고 니하오~ 지구촌 최대 겨울 축제

    ‘폐쇄통로’로 코로나 감염 방지 주요국 정상·NHL 불참 먹구름 대회 종목 체험장은 인산인해 시민 “성공적 마무리 자신 있다”‘지구촌 최대 겨울 축제’인 베이징동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의 시선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85개국에서 29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2월 4일부터 17일간 베이징(北京)과 옌칭(延慶), 장자커우(張家口) 등에서 열전을 펼친다. 베이징은 하계올림픽(2008년)에 이어 동계올림픽도 여는 세계 첫 도시가 된다. 한 나라의 수도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이어 두 번째다. 베이징은 2001년 하계유니버시아드와 2008년 하계올림픽, 2015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7년 주기로 국제 규모 스포츠 행사를 마련해 ‘아시아 중심 도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다만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해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모저모를 3일 살펴봤다. 각국 대표단을 가장 먼저 맞이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입구에는 ‘Together for a Shared Future’(함께하는 미래)라는 슬로건이 적힌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문구와 달리 선수와 운영진은 물론 각국 기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일반인과 완전히 분리된 통로와 차량을 통해 선수촌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번 올림픽 방역의 핵심인 ‘폐쇄루프’다. 해외에서 온 이들이 이동하고 머무는 공간을 마치 거품을 덮어씌운 것처럼 격리시켜 해외발 코로나19 확산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다.베이징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백신 접종을 마친 선수와 스태프에게 격리를 면제하지만 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은 3주간 격리하도록 했다. 선수진은 경기장과 훈련장만 다닐 수 있고 매일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기장도 선수와 취재진, 관람객의 이동 통로를 따로 배치해 접촉을 막았다. 경기 티켓도 중국 본토 거주자에게만 판매해 외국 관광객은 아예 입장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성화도 개막 직전 사흘만 봉송하기로 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성화가 달리는 구간도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 세 곳으로 한정했다. 개·폐막식이 열리는 베이징 냐오차오 스타디움도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 상태다. 지난해 8월 열린 도쿄올림픽 때보다 한층 더 강력한 방역 정책이다.대회 준비가 긴장 속에서 차분히 이뤄지고 있지만 베이징 시내 곳곳에선 올림픽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베이징은 가로등을 절반만 켤 정도로 전력난이 심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나아졌다. 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조형물과 플래카드, 조명이 곳곳에 설치돼 분위기를 띄웠다. ‘베이징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왕푸징을 비롯한 도심에는 어김없이 기념품 판매점이 마련됐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대회 마스코트로 얼음 옷을 입은 판다를 형상화한 ‘빙둔둔’(氷墩墩)이다. ‘빙’은 얼음을 뜻하고 ‘둔둔’은 중국에서 아이를 부를 때 흔히 쓰는 애칭이다. 주요 쇼핑몰마다 올림픽 종목 체험장이 마련돼 가족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초등학교들도 겨울 스포츠 특별 체험 활동을 펼쳐 올림픽 기대감을 한껏 살렸다. 베이징 중심상업업무지구(CBD)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관계가 좋지 않아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자신이 있다. 2008년에 이어 베이징에서 또 한 번 세계인의 축제를 연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이번 올림픽에는 스키와 빙상, 봅슬레이, 컬링, 아이스하키, 루지, 바이애슬론 등 7개 종목에 109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2018년 평창 대회(102개)보다 7개가 늘었다. 다만 동계올림픽 최고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아이스하키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안전을 이유로 선수들을 보내지 않기로 해 흥행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행사인 미식축구(NFL) 결승전 ‘슈퍼볼’이 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것도 악재다. 러시아와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아 국가 자격으로 나올 수 없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선수 도핑을 도운 러시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국가 자격 출전이 금지됐다. 북한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불참으로 징계를 받았다. 전체주의 성향의 북한 체제 특성상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할 리 없다. 미국과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중국 인권 문제를 내세워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갈등을 키운다. 중국은 2008년 하계올림픽 때만 해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 등 80여명의 정상이 참석해 국가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개막식 전날 중국중앙(CC)TV가 서우두 공항에 취재진을 보내 시시각각 도착하는 정상들의 전용기를 따로 소개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는 주요국 정상 방문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스포츠 외교’가 실종될 전망이다.
  • 재택 연장에 공공일손 부족… 일상회복 ‘먹구름’

    재택 연장에 공공일손 부족… 일상회복 ‘먹구름’

    美, 일주일 새 2배 늘며 항공대란골드만삭스 등 월가도 다시 집콕英 “대규모 결근사태 대비” 지시이스라엘, 첫 ‘코로나·독감’ 감염북미와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나며 폭증 양상을 보이면서 공공 분야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등 일상 회복에 먹구름이 끼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된 ‘플루로나’ 사례가 처음 발견됐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7일간 일평균 확진자는 39만 6490명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2배나 증가한 수치지만 연휴 시즌 여행과 모임에 따른 신규 확진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근무 가능한 항공사 직원이 줄면서 시작된 미국의 항공 대란은 연초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2739편이 결항한 데 이어 이날도 최소 2500편의 운항이 취소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연방항공국(FAA)은 점점 더 많은 항공사 직원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있으며 겨울 폭풍이 로키산맥과 중서부를 휩쓸고 있어 항공 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근무 확산도 일상 회복에 지장을 주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 재택근무와 가장 거리를 둬 온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직원들에게 오는 18일까지 사무실 출근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앞서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은 올해 첫 2주간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초로 예정됐던 사무실 복귀 시점을 늦췄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BC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입원율이 델타 변이보다 낮다고 해도 (입원 환자 증가로) 의료 시스템을 압박할 위험이 여전하다”며 의료업종 인력난을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근로자의 10%, 20%, 25%가 결근할 시 시나리오별로 비상대책을 준비하라고 공공부문에 지시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교육, 보건 등 공공부문에서 대규모 결근사태가 벌어질 것에 대비한 조치다. 스티븐 바클리 영국 내각부 장관은 “공공 서비스가 평시보다 높은 직원들의 결근 때문에 몇 주 안에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가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됐다고 이스라엘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 임신부는 다행히 지난달 30일 양호한 상태로 퇴원했다.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트윈데믹’(두 가지 감염병의 동시 유행)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백신 4차 접종(2차 부스터샷) 대상을 60대 이상 고령자 전체로 확대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전 세계 사례를 통해 백신 접종을 마친 경우 대체로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는다”며 4차 접종을 당부했다.
  • 명품 겨울 건강식품 강원도 양구 시래기 본격 출하

    명품 겨울 건강식품 강원도 양구 시래기 본격 출하

    “청정 시래기로 건강 밥상 챙기세요.” 지난 가을 강원도 최북단 펀치볼 바람을 맞으며 건조된 양구 대표 특산물인 시래기가 본격 출하를 시작했다. 양구군은 지난해 8월 하순 파종된 이후 10월 말부터 덕장에서 건조된 청정 시래기가 겨울을 맞아 출하를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올겨울 250여 양구지역 농민들이 470여㏊의 밭에서 생산한 시래기 900t 가량이 판매에 들어가 135억원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재배면적은 188.7㏊(약 66.9%), 생산량은 449t(약 99.6%)이 늘었다. 농민들 소득도 58억여 원(약 76.1%)이 늘어날 전망이다. 양구 시래기는 500g과 1㎏ 상자로 포장해 양구명품관과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현재 양구명품관에서는 1㎏들이 1상자에 1만8천 원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양구 시래기 주요 생산지인 펀치볼은 고산 분지로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안에서 맴돌아 작물을 말리는데 매우 좋은 여건을 갖췄다. 이곳에서 말린 시래기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고 식감이 부드러워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감자를 수확한 뒤 재배돼 농한기에 농가 소득을 열려줘 농민들로부터 선호도가 높다. 조인묵 양구군수는 “지난해 군비 1억 5000만 원을 들여 시래기 품질관리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며 “농가 200여 곳에 종자 1.36t과 파종기 70대, 포장재 1만 장을 지원했고 앞으로 농가 190여 곳에 포장재 29만 장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가수 아이유, 양평군에 1000만원 또 기탁

    가수 아이유, 양평군에 1000만원 또 기탁

    경기 양평군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29)가 지난달 30일 양평에 사는 가족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며 1000만원을 기탁했다고 3일 밝혔다. 군은 기탁한 성금을 지역 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의 겨울철 난방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이유는 2020년 3월·5월·12월과 지난해 5월 등 4차례에 걸쳐 양평지역의 코로나19 예방, 한부모가정 지원,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 등을 위해 1000만∼2000만원씩 모두 5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작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기부한 1000만원의 경우 한부모가정 아동 12명에게 매달 10만원씩 지원됐다.
  • 코로나19+독감 ‘동시감염’(플루로나)…이스라엘 임신부 첫 진단

    코로나19+독감 ‘동시감염’(플루로나)…이스라엘 임신부 첫 진단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임신부가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됐다고 현지 보건당국이 발표했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페타 티크바에 있는 베일린슨병원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임신부가 가벼운 증상을 보여 검사한 결과 두 가지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 동시 감염이 확인된 경우는 이번이 세계 첫 사례라는 주장이 있지만, 지난해 초 미국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있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해 2000명 가까운 이들이 입원하면서 코로나19와 독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두 가지 감염병의 동시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트윈데믹은 서로 다른 종류의 병원체가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면서 병원에 각각의 감염병에 걸린 환자가 넘쳐날 수 있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이 동시에 2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2020년 말~2021년 초 겨울에 트윈데믹 우려가 제기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강화로 오히려 독감 환자가 줄어들면서 공포가 현실화하진 않았다. 매체는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된 사례에 대해선 독감을 뜻하는 ‘플루’와 ‘코로나19’의 합성어인 ‘플루로나’(flurona)로 불렀다. 다만 현지 보건 당국자들은 동시 감염이 확인된 임신부 외에도 플루로나 상태이면서 아직 진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임신부가 입원했던 베일린슨 병원 의사들은 해당 환자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웠다고 설명했다. 이 임신부는 지난달 30일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두 개의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지를 연구 중이다. 베일린슨 병원 부인과 과장인 아르논 비츠니쳐 박사는 “이들 두 개의 바이러스는 상부 호흡기를 공격해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역 강화로 트윈데믹뿐만 아니라 동시감염 위험 역시 현실화하지 않았으나, 올겨울에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과 접종 효력 저하로 코로나19 유행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올겨울에는 독감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임신 9개월째인 31세 환자가 2주 전 걸린 독감으로 예루살렘의 하다사 메디컬센터에서 입원한 뒤 사망했다. 배 속에 있던 아기는 제왕절개 수술로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산모는 수술 직후 호흡 장애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뒤 상태가 나빠져 결국 사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1000명 미만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3주 만에 약 5000명 선까지 치솟았다.
  • 겨울 월드컵 때문에…K리그도 겨울 개막

    겨울 월드컵 때문에…K리그도 겨울 개막

    사상 첫 겨울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 K리그도 겨울에 막을 올린다. 3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2022 K리그는 역대 가장 빠른 다음달 19일 개막 예정이다. 한국 프로축구의 1983년 출범 이후 가장 이른 개막이다. 올해 카타르월드컵이 겨울인 11월 21일에 개막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월드컵 개막 전 모든 일정을 치를 계획이다. K리그 만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KFA)가 주관하는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챔피언스리그도 월드컵 전에 우승팀을 가린다. 빨라진 일정에 대비해 대다수의 팀들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리그 안팎의 변화도 적지 않다. 우선 기존 10팀이던 K리그2에 한 팀이 더 들어온다. 김포FC가 K리그 이사회 회원 승인 및 총회를 거쳐 올 시즌 K리그2에 합류한다. 리그 승강제도 바뀐다. K리그1 최하위(12위)팀이 내려가고 K리그2 우승팀의 자동 승격은 변함이 없지만, K리그2의 2위팀은 기존 플레이오프(PO) 없이 K리그1 11위팀과 승부를 겨뤄 승강이 결정된다. K리그2 3~5위팀은 PO를 거쳐 K리그1 10위팀과 승강 PO를 펼친다. 승격 가능한 팀이 최대 2팀에서 3팀으로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승강 PO에서 적용되던 원정 다득점 제도 또한 폐지된다. K리그2 팀들의 승격 기회가 늘어나고, K리그1 팀들의 강등 위험이 커진 것이다. 또 K리그1에만 적용됐던 ‘5명 교체’가 K리그2에서도 시행된다. 이와함께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과 지난해 열리지 않았던 2군 리그인 R리그도 재개된다.
  • “올해는 전면등교 대신 정상등교”…말 바꾼 교육부

    “올해는 전면등교 대신 정상등교”…말 바꾼 교육부

    코로나19 학생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많은 비판에 부딪혔던 교육부의 ‘전면등교’ 정책이 ‘정상등교’로 바뀐다. 전면등교를 고집하지 않고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에 맞춰 학교 밀집도 조정 등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하겠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새 학기에 전면등교를 하겠다는 방침을 지금 단계에서 확정해 말하기 어렵다. 학사일정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나 백신접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월 초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면등교는 획일적이고 전체 학생들이 무조건 등교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전 같이 등교를 하도록 돕고, 전면등교를 포함해 학교 내 활동도 정상으로 바꾸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전면등교에서 정상등교로 바꾸는 것을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곧 발표하는 올해 신년계획에도 전면등교 대신 정상등교 정책으로 바뀌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신년사에서 “올해 3월 새 학기에 정상적인 등교가 이뤄지고, 모든 학교 교육활동이 온전하게 회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우려하는 청소년 백신접종 중증 이상반응은 국가가 책임지는 자세로 더 세심하게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교육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의견을 경청해 정책 수용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반대 속에 발표했던 ‘전면등교’라는 대신 ‘정상등교’라는 단어를 써서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전면등교를 시작했다가 학생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4주 만에 철회했다. 여기에 백신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강행으로 논란을 불렀다. 교육부는 애초 2월 시행하려던 12세 이상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한 달 미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1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기 때문에 사실상 4월부터 시행하는데 “확진자가 대폭 감소하면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도 붙였다. 그럼에도 학원계는 이와 관련 유감을 표하고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방역패스를 3월부터 하려면 오는 24일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백신접종률이 낮아질 확률이 높다. 교육부는 백신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홍보 활동에 힘을 쓸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백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소통할 예정이다. 유 부총리도 온·오프라인 소통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감소세로 전환한 가운데, 전국 학교 대부분이 겨울 방학에 돌입하고 학생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학생 확진자수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 동안 전국 유·초·중·고 학생 일평균 확진자는 487.3명이었다. 학생 확진자는 지난달 9∼15일 일평균 963.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58.9명(2021년 12월 16∼22일), 770.9명(2021년 12월 23∼29일)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12~17세 학생백신 2차 접종률은 1일 0시 기준으로 50.7%를 기록했다. 1차 접종률은 75.0%였다.
  • [서울포토]‘눈꽃 장관‘ 이룬 ’무주덕유산‘

    [서울포토]‘눈꽃 장관‘ 이룬 ’무주덕유산‘

    주능선 탐방로가 정체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1월의 덕유산으로 몰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눈꽃 산행지일 뿐만 아니라 스키장 곤돌라 덕분에 접근이 쉽다. 그동안 본지가 진행한 ‘덕유산 특집’ 역시 주로 겨울철에 집중됐다. 덕유산의 랜드마크 사진은 설경 사진이며, 유난히 향적봉에서 촬영한 겨울 풍경이 많다. 고도가 높은 향적봉은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데다, 대피소와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어 출사꾼들의 편애를 받는다. 사진 좀 찍는다는 산꾼들의 사진첩에 덕유산 설경 사진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이런 환경 덕분이다. 부영그룹은 무주덕유산 일대에 상고대들이 만들어낸 눈꽃이 절정을 이루는 모습을 3일 공개했다. 순백의 눈꽃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부영그룹 무주덕유산리조트는 매년 인기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무주 덕유산은 국내에서 상고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영화 ‘겨울왕국’을 연상시킬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부영그룹 제공
  •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화마는 나흘 만에 잡혔다. 두툼한 잿더미와 무너진 바위들만 남기고서. 녹원은 결심했다. 담배를 끊자. 한 번에 끊어 버리자. 대신 그는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몇 시간 내내 산불 사진만 바라보자니 눈이 따끔거렸다. 사진 속 불길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타오르는 가지들이 밤을 붉게 밝히고, 바위를 감싼 불꽃은 날개처럼 솟구쳤다. 녹원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줄에 묶인 채로 화마의 먹이가 된 개들, 산 위로 녹아내린 짐승들의 잿더미. 지난 나흘간 몇 장의 사진을 보았더라? 수십 장, 어쩌면 수백 장에 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진도 녹원이 찾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녹원은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 “주말에는 산에 다녀올까 해요.” 노아가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나 그랬듯, 탕비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읍내의 백반집에 갔을 터였다.                    어쩌다가 노아와 매일 점심을 먹게 되었더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노아는 점심 도시락을 싸 들고 탕비실에 찾아왔다. 언젠가, 센터의 다른 직원들이 노아에게 슬그머니 질문하는 순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었다. 노아씨는 박 주사가 안 무서워요? 노아가 물었다. “전에 일하던 곳 가시는 거예요?” 녹원이 답했다. “네,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네요. 그냥 한 번 직접 보고 올까 싶어요.” 노아가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그날, 노아의 대답을 떠올리면 언제든 웃음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뒤, 노아는 양손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말했었다. 글쎄요. 녹원 주사님 요리를 엄청 잘하시는데… 맨날 나눠 주세요. 노아가 불쑥 말했다. “주사님,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주말에 가실 때요.” “산에요? 왜요?” “그냥… 마음이 쓰여서요.” 녹원이 웃었다. “아니, 누가 주말에 직장 상사를 만나요.” “아니, 그래두 그거랑 다른 게, 저희는 친하잖아요.” 노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 손짓까지, 그 모든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녹원은 빠르게 백기를 들었다. “아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요. 토요일 아침에 출발할 거예요.” 노아가 웃었다. 녹원 역시 웃어 버렸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검게 번진 산맥이 펼쳐졌다. 새카맣게 그을린 산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붉거나 노란빛으로 번득거렸지. 지지 않는 태양처럼 사흘 내내 빛났다. 녹원은 그것을 보면서 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너덜너덜해진 손끝을 보며 생각했다. 무엇을 생각했냐면, 그러니까.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 그 산에서, 아직도 살고 있을까?            그해,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리산에서 걸려온 전화는 사무소 곳곳을 돌아 우도근 과장의 손에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과장은 눈썹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곰이 왔다구 그러네요. 녹원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곰이요? 직원 중 하나가 물었다. 곰이요. 우도근이 덧붙였다. 아마 또 그 곰이겠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원은 몇 분간 말없이 기다렸다. 곰이라는 게 무엇인지, 진짜 동물을 뜻하는지, 혹은 일종의 암호인지.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무소 사람들 대부분이 녹원을 어려워했다. 그들은 녹원이 신입이라는 것을, 그가 대학을 갓 졸업했으며 이 사무소가 첫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은 양 굴었다.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녹원이 어느 집단에 녹아들기까지는 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대개 녹원을 불편해했다. 처음에는 그의 거대한 몸집에 압도당하고, 이후에는 그의 무표정이 난처하다고들 했다. 어쩔 수 없지. 녹원은 생각했다. 불편한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녹원이 손을 들자, 사무실의 눈길 모두가 그에게로 쏠렸다. 녹원은 모른 척 말했다. 과장님. 저는 곰이 뭔지 모르는데요. 아 맞네. 박 주임 들어오기 전에 생긴 일이구나. 잠깐 와 볼래요? 과장에게로 가려면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했다. 통로 측 직원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의 의자를 당겼다. 녹원은 그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갔다. 우도근 과장이 빈 의자를 꺼내어 툭툭 두드렸다. 녹원은 의자에 앉았다. 과장은 사무소 내에서 녹원을 꺼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위 탓인지, 경력 덕인지, 혹은 한평생 산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우도근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지위나 나이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고, 자잘한 실수는 웃으며 넘어갔다. 정말이지 괜찮은 상사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람이 이토록 불편할까. 아니, 사실은, 불편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우도근은 불편하고… 께름칙한 존재였다. 이 곰이 그 곰이에요. 과장이 컴퓨터를 가리켰다. 화면 중앙에서 어린 곰이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내보인 모습이었다. 과장이 말했다. 우리끼리는 도돌이라구 불러요. 녹원이 물었다. 도도리요? 우도근이 정정했다. 도돌이. 도돌이표 할 때 그 도돌이요. 그가 곰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이 녀석이 말이에요. 매년 돌아오거든요. 아무리 내쫓아도 포기하질 않아요. 그래서 도돌이에요. 멈추지 않고 되돌아와서요.      노아는 반쯤 감긴 눈으로 차에 탔다. 어깨에 멘 가방 입구로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비죽 나와 있었다. 그는 차가 출발했을 때부터 꾸벅거리며 졸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할 무렵에는 푹 잠들었다. 녹원은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양쪽 창 너머로 산기슭이 형태를 드러냈다. 새카맣게 탄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녹원이 기사에서 찾아본 대로였다. 산은 파괴되고 소실되었다. 기사들은 특정한 단어들을 되풀이했다. 재앙, 재난, 상실. 평소에도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이었으나, 이번 피해는 유난히 참혹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부터 불씨가 솟아올랐다. 불씨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마치 누군가 사주한 양, 화마는 적절한 환경 속에서 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현장의 직원들은 검은 재로 뒤덮인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까만 코피가 쏟아져요. 그들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매일 목이 아픕니다. 그들의 말은 녹원을 슬쩍 스치고 사라졌을 뿐이다. 녹원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곰을 생각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곰에 대한 질문만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괜찮을까? 살아 있을까? 산속에서, 이제는 폐허로 변한 그곳에서? 녹원은 흘끗 조수석을 보았다. 노아는 덜컹거리는 창에 이마를 댄 채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뒷좌석의 목 베개를 찾으려다가 관두었다. 괜한 배려를 해 준답시고 잠을 깨우는 건 아닐까. 상사와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가득 긴장하여 잠들지 못한 건 또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손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녹원은 한숨을 내쉬고서 속력을 올렸다. 여전히 이런 일들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조차 무엇을 해 주는 게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아는 톨게이트를 지날 즈음에 깨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좌우를 살피고서 웅얼거렸다. “주사님. 커피 안 드셨죠. 드셔야 해요. 제가 직접 내렸는데. 맛있을 텐데.” 그는 보온병 뚜껑에 커피를 따라 건네고서는, 다시금 까무룩 잠들었다. 녹원은 홀로 웃다가 커피를 마셨다. 노아의 말이 맞았다. 커피는 맛있었다. 알맞게 따뜻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마지막 야생 반달곰은 설악산에서 죽었다. 천구백팔십삼년, 녹원이 태어난 해였다. 곰은 살해당했다. 웅담을 노린 밀렵꾼의 총알이 곰의 척추를 뚫었다. 곰은 총알이 박힌 몸으로 마등령 계곡까지 달아났다. 바위들 사이에 웅크려서 며칠을 울어댔다. 그의 죽음을 다룬 기사는 울음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으엉, 으엉. 글자로 적힌 울음은 처절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웠다. 으엉, 으엉. 짐승은 보름 가까이 앓다가 죽어 버렸다. 우도근은 말했다. 그 후로 이 산에는 곰이라고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사십여 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녹원이 입사하기 삼 년쯤 전에, 곰 한 마리가 설악산에 나타났다. 아홉 살배기 암곰이었다. 백오십오 센티미터의 신장에 백 킬로그램, 날렵하다고 할 만한 덩치였다. 몇 해 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중 하나인 양 싶었다. 주말 등산회 사람들이 그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암곰은 폭포를 어슬렁거리며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신고인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곰이 도토리를 먹는다니까요. 곰이 원래 도토리를 먹어요? 사무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리산에 방생한 곰들이 다른 국립공원으로 넘어간 일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설악산이라니. 이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야생동물은 한 번도 없었다. 곧 남부보전센터에서 인력을 파견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쪽에서도 직원들을 내보냈다. 모두의 목적은 최대한 빠르게 곰을 생포하여 지리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계장이던 우도근을 포함하여, 현장직 몇몇이 포획 조에 가담했다. 그들은 방패와 밧줄을 지고서 산을 올랐다. 암곰은 폭포에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후다닥 참나무에 올라가서 버텼다. 우도근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녹색 그물을 설치했다. 보전센터 직원이 마취총을 쐈다. 십여 분이 지나고, 정신을 잃은 곰이 그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기절한 곰은 꽁꽁 묶인 채 지리산으로 돌아갔다. 그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 달이 지났을 때 암곰이 새끼를 남기고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악산에서 낳은 새끼인지, 설악산까지 데리고 온 새끼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곰에게 어떤 발신기도 붙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새끼 곰은 폭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홀로 남은 새끼를 잡는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당시의 도돌이는 약 육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포획되는 순간에는 나무 뒤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더랬다. 촉촉한 코나 동그란 귀가 어찌나 귀엽던지, 현장에 나온 직원들 모두가 끙 소리를 냈더랬다. 붙잡힌 도돌이는 어미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를 타고 지리산으로 갔다. 현장에 간 직원들은 은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녀석, 돌아가서 엄마랑 다시 만났겠지? 이것 참, 이산가족 상봉이네…. 그들 중 누구도, 그 곰이 귀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새끼 곰이 무수한 위험을 무릅쓰며 산맥을 넘어오다니. 우도근이 손가락을 튀겼다. 그런데 진짜로, 이 녀석이 돌아온 거예요. 이 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대피소의 직원이 먼저 곰의 흔적을 발견했다. 대피소 부근의 물푸레나무에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남아 있노라고 했다. 족제비나 오소리의 발톱 같지는 않다.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깊은 자국이다. 꼭 곰이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고. 무인카메라를 추적한 결과,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시금 보전센터의 직원들이 오고, 또 한 번 포획 조가 꾸려졌다. 우도근은 지난 포획에 참여한 경력을 인정받아 두 번째로 방패를 들었다. 곰은 나무 위 벌집을 습격하던 중에 붙잡혔다. 마취총에 맞아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전센터 직원들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몸을 밧줄로 묶어야 했다. 그들은 곰의 왼쪽 귀에서 조그만 기계를 하나 발견했다. 배터리가 닳은 발신기였다. 수의사는 말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전에 서식지를 탈출한 모양이네요. 곧 그들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아냈다. 수의사는 곰이 세 살이 조금 안 된 암컷이며, 또한 두 해 전 이 산에서 퇴출당한 바로 그 새끼 곰이라는 사실까지 밝혀 주었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얘가 그 곰이라고? 우리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그 아기곰 말이야? 수의사가 말했다. 뭐, 이제 아기라고 부르긴 뭐하죠. 그의 말이 맞았다. 철창에 갇힌 짐승은 일 미터하고도 오십팔 센티미터였다. 몸무게는 백사십오 킬로그램, 울부짖는 모양새는 가히 맹수라고 부를 만했다. 곰이 또다시 지리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다들 찜찜한 느낌을 걷어내지 못했다. 과장이 말했다. 물론, 그 느낌이 맞았죠. 일 년 만에 지리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위치 추적을 했는데, KF-75가 그곳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요. ‘돌아갔다.’ 그쪽에서도 돌아갔다고 표현하더군요. 설악산의 직원들은 혀를 찼다. 독한 곰이다. 지독한 놈이야. 쑥덕거렸다. 곰 방사 계획 같은 거 대체 누가 짠 거냐?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심지어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나뭇가지마다 흰 서리가 열매처럼 맺혀 있었다. 다른 반달곰들은 지리산 곳곳에 웅크려 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단 한 마리의 곰만이 얼어붙은 산맥을 넘어 고향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곰을 도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며칠간 추적이 이루어졌다. 곧 곰이 설악산에서 동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사무소에서도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어느덧 세 번째로 이곳에 방문한 보전센터의 직원들과 함께 동면포획을 준비했다. 산속의 굴 어딘가에 잠든 곰을 끌어내는 방법이었다. 녹원이 끼어들었다. 잠든 중에 끌어낸다고요? 네, 그래서 동면포획인 거죠. 무서운 방법이네요. 음, 사실은 그게 가장 평화로운 방법인데요. 곰의 입장에서는, 잠든 사이에 세상이 뒤바뀐 거잖아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요. 우도근이 턱을 괴고서 녹원을 바라보았다. 곰의 입장이라. 과장이 중얼거렸다. 곧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그 미소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우도근이 말했다. 박 주임은 곰이 불쌍한가 봐요. 나는 우리 직원들이 불쌍한데. 매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짐승 하나 때문에. 안 그래요? 녹원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우도근의 앉은키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백육십 센티미터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키에 가느다란 팔다리. 그와 비슷한 외양의 남자들은 대체로 녹원을 불편하게 여겼다. 경계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녹원의 몸을, 그의 크기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듯했다. 과장은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인 적 없었다. 외려 그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녹원을 대하곤 했다. 이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녹원 주임님. 이번 포획 작전에 같이 가 볼래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좋아요. 그럼 좋을 것 같습니다. 우도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좋다. 그럼 정해진 거지요? 이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사무소는 녹원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정문 양쪽에서 가지를 맞대고 있었다. 진입로 안쪽으로 목조 건물이 엿보였다. 여기까지는 화마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녹원은 정문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막 깨어난 노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녹원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노아씨.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설명을 먼저 드려야겠는데요.” “아, 네, 네.” “그러니까…. 여기에 곰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시작점이었다. 녹원은 가장 건조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개체, 포획, 복원 프로젝트, 서식지, 정부 지침. 그런 단어들이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도돌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노아는 찌푸린 얼굴로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침내 고개를 돌린 노아가 활짝 웃었다. 녹원은 물속에서 나온 사람인 양 참던 숨을 토해냈다. 노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사님. 진짜로 엄청난 사연이네요. 저라도 여기 왔을 거예요. 잘 오셨어요.” 녹원은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양 뺨이 화끈거렸다. 곧 코끝까지 시큰거릴 듯했다. 녹원은 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열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푸른 기를 머금은 하늘은 투명해 보였다. 녹원은 길을 건넜다. 사무소 정문 기둥에 기대고 서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사무소의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약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건너편에서 달칵, 소리가 트였다. 곧 우도근이 소리를 쳤다. - 아니, 뭐야. 박녹원 주임이 건 거예요? “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제가 지금 사무소 앞에 와서요.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요.” 우도근이 정문으로 나오기까지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녹원은 금세 그를 알아보았다. 깡마른 몸집과 산양처럼 총총거리는 걸음걸이. 과장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그를 비껴간 듯 보였다. 머리가 더 벗어지지도, 주름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우도근은 어설픈 인사치레로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질문부터 던졌다. “아니, 진짜로, 뭐 때문에 왔어요?” “도돌이 말이에요. 무사한가요?” “에? 도도리?” “도, 돌, 이. 아시잖아요. 되돌아오는 곰이요.” 우도근이 아아― 길게 소리를 냈다. 탄식 같은 소리였다. 녹원은 지금껏 내내 연습한 얼굴, 가능한 한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버티고 섰다. 과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박 주임, 그거, 곰 때문에 온 거예요? 그거 물어보러?” “네. 맞습니다.” “세상에… 박 주임 대단하네요. 아니지, 지금은 주임이 아니지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보통 주사라고들 불러요.” “그래요. 박녹원 주사님.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거기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굉장하네, 정말로 굉장하네요.” 녹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과장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우도근이 한숨을 내쉬면서 웃었다. 눈에 익은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요새는 산불 뒤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재난안전과고 자원보전과고 할 거 없이 다들 난리거든요. 곰까지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몰라요. 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발신기는요? 센터 쪽에서 확인 들어가지 않았어요?” “발신기 그거.” 과장이 수염 자국조차 없는 턱을 어루만졌다. “어디 보자…, 그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 봐요. 지금 몇 시죠?” “점심시간 끝나려면 아직 삼십 분 남았어요.” 과장이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침내 우도근 쪽에서 손을 들었다. “좋아요. 알아봐 줄게요.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데.” “감사합니다.” “사무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괜찮습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차 안에 있을게요.” “친구? 박 주임 친구요?” “네. 직장 동료 겸 친구요, 같이 왔어요.” 과장이 눈을 치켜떴다. 입은 헤 벌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하리만치 환한 웃음이 그의 얼굴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녹원은 어찌할 바 모른 채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과장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도근은 사뭇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녹원은 그의 뒷모습이 사무소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과장의 안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삼차 포획은 이른 새벽 중에 진행되었다, 직원들은 사무소 정문 앞에 모였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으로, 우도근의 이야기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의사는 녹원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와 함께 온 보전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점잖은 인상으로, 말수가 적고 걸음이 빨랐다. 설악산에서도 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녹원과 우도근을 포함한 공원사무소의 직원들 외에도, 곰이 머무는 구역 근처의 분소 직원들 역시 합류했다. 보전센터 직원들은 여섯 다리가 달린 은색 안테나를 들고 왔다. 그것으로 곰을 찾아냈다고 했다. 곰은 탐방로로부터 머지않은 계곡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도돌이가 홀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계곡이었다. 사람들은 장비지원조와 마취조, 추적조로 나뉘었다. 녹원은 장비지원조에 배치되었다. 곰을 붙잡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우도근은 추적조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우도근의 조가 선두에, 녹원의 조가 후미에 섰다. 행렬은 흔들다리를 건너고 금강문을 거쳐서 산길을 올랐다. 폭포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들은 곧 탐방로를 벗어나 숲 안쪽을 가로질렀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멈춰서 짐을 풀었다. 녹원은 가방을 내려놓고 장비를 하나씩 꺼냈다. 녹색 안전그물과 구조용 밧줄, 헬멧과 방패 등이 손에서 손을 타고 넘어갔다. 이제 마취조와 추적조가 공터 너머의 폭포로 가서, 곰을 데리고 올 것이라고 했다. 녹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수풀 뒤에서 조끼를 걸치는 우도근이 보였다. 녹원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우도근이 인사를 건넬 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녹원은 그 몸짓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곰이 여기에서 살 수는 없나요? 예? 뭐라고요? 곰 말이에요. 세 번이나 돌아왔잖아요. 여기가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요. 원하는 곳에 놓아주는 게 불가능한가 해서요. 침묵이 흘렀다. 과장이 천천히 헬멧을 썼다. 턱에 매는 끈을 고정한 뒤 녹원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웃음기조차 없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박녹원 주임님. 네, 우도근 과장님. 저건 맹수예요. 말이 천연기념물이지, 사실은 유해조수라고요. 그리고 여기는 국립공원이에요.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산이요. 이해하겠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올라오는 말을 삼키려 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그의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저도 안다고요. 과장님. 매일매일 사람들이 여기에 오잖아요. 자연이 좋다거나,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취미 생활이라면서 산에 오르내리죠. 그런데 제 말씀은요, 과장님, 그건 그 사람들 선택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 곰의 경우는 다르다고요. 쟤는 이 산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계속 되돌아오는 거겠죠.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 여기서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녹원은 입을 다물었다. 턱이 떨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과장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거의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는 녹원이 건네준 가방 안에서 보호구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 위로 보호구를 주섬주섬 끼우며 말했다. 우리 박녹원 주임님은 말이야.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요. 녹원은 그를 쳐다보았다. 질문들이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란 어디이며, 대체 무엇이 안 되는 거냐고,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론, 녹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도근은 낡은 지프를 타고 되돌아왔다. 도돌이가 사라진 지점까지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미리 얘기해 놓았다고도 덧붙였다. 과장은 왜인지 들뜬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과장이 따라나서 준다면, 훨씬 간편히 산을 돌아다닐 수 있을 터였다. 노아와 녹원은 우도근의 지프 뒷좌석에 올라탔다. 과장이 몸을 돌려서 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 반갑습니다. 박녹원씨 직장 동료라면서요.” “네.” 노아가 그와 악수하며 답했다. “네, 동료 겸 친구예요.” 우도근이 빙긋 웃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녹원은 우도근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박녹원씨라니. 생경한 호칭이었다. 우도근 과장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저 산속에서. 우도근의 지프는 금세 산중도로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는 까맣게 탄 산맥이, 왼쪽으로는 잿빛 강이 이어졌다. 검은 산에서부터 흩날린 잿가루가 차창에 달라붙었다. 지프는 강의 굽이를 따라서 모퉁이를 돌았다. 국립공원의 시작점을 알리는 아치형 입구와 함께, 강변을 따라 선 갖가지 가게들이 나타났다. 잿빛 먼지에 휩싸인 편의점과 식당, 분사무소와 등산로로 향하는 흔들다리. 우도근은 다리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녹원과 노아는 창밖으로 목을 뺐다. 강 건너로 접근금지 테이프를 친 약수터가 보였다. 폭포 방향으로 입산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구간이었다. 몇 해 전 녹원이 삼차 포획 행렬에 낀 채로 지나갔던 지점이기도 했다. 우도근이 약수터 위쪽을 가리켰다. “저쪽 산허리에서 발신기를 발견했어요. 아주 훼손되었다던데. 억지로 뜯어 버렸나 봐요.” “그 외 흔적은 못 찾았고요?” “네, 사체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과장이 룸미러로 녹원의 얼굴을 흘긋 보았다. 그가 시동을 끄면서 말했다. “산에 다녀오고 싶으면, 지금 다녀와요.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녹원은 머뭇거렸다.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껏 우도근을 오해했던 것일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과장은 친절하고 온화한 남자였다. 녹원의 기억 속에서 보여 주던 적대적인 태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허탈한 웃음이나 경시하던 눈길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군처럼 보였다. 녹원은 차에서 내렸다. 노아가 그를 뒤따라왔다. 그들은 다리를 건너고 약수터를 지났다. 숲은 고요했다. 산으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바삭하게 타오른 나무들은 식물보다는 불꽃의 잔재처럼 보였다. 보이는 곳마다 회색 재가 휘날렸다. 새들이 지저귀지 않고 잎사귀도 흔들리지 않았다. 도돌이를 처음 만난 날과는 모든 게 달랐다.         추적조와 마취조는 숲 너머로 떠났다. 장비지원조는 공터에서 짐을 가지고 대기하기로 했다. 녹원은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숲속을 바라보았다. 물푸레나무와 박달나무, 피나무, 소나무, 벚나무. 여름의 샛노란 볕뉘가 나뭇가지 사이를 환히 비췄다. 곧 낯선 소리가 그 풍경을 뒤흔들었다. 쿵. 높은 곳에서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위에 기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산 전체가 몸을 털어내는 듯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하게 번져 왔다. 얼마 후, 그들이 나무 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행진이라도 하듯 한 줄로 선 채 숲을 가로질렀다. 수의사와 과장이 선두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들것을 붙든 남자들이 내려왔다. 녹원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들것 안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짐승이 있었다. 포로처럼 눈과 입, 팔다리를 묶인 채. 녹원이 지고 온 밧줄이 곰의 몸을 엑스자로 붙잡고 있었다. 수의사의 목에 둘렀던 파란 천은 곰의 눈을 가리는 데 쓰였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붉은 혀가 늘어져서 달랑거렸다. 녹원은 행진을 쫓는 아이처럼 곰을 따라서 걸었다. 필사적으로 들것을 쫓아가며 곰을 보았다. 그의 귀에 새로 부착된 발신기를,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흰 반달을, 마른 땅처럼 갈라진 발바닥을 보았다. 남자들은 공터 정중앙에 들것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보호구를 주섬주섬 벗었다. 녹원은 장비들을 챙기는 일도 잊고, 내내 곰만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다가온 사람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 만져 봐요. 녹원은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우도근 과장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얼굴로 곰을 가리켰다. 쓰다듬어 보라니까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머뭇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녹원은 곰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검은 털은 까슬까슬하고 서늘했다. 피부는 몹시 단단했다. 녹원과는 전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털과 살, 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거렸다. 녹원은 눈을 깜빡였다. 곰의 치욕과 자존심, 곰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끊임없이 돌아온다는 뜻의 이름도 곱씹었다. 짐승이 꿈틀거린 순간에도,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나중에 과장과 수의사를 비롯한 몇 사람이 물어보았다. 왜 손을 떼지 않았어요? 왜 달아나지 않았습니까? 녹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느꼈던 소속감을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그토록 아늑하고 달콤한 마음은 처음이었다. 극복해 낼 수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곰은 소리를 질렀다. 으엉, 소리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밧줄의 매듭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곰은 순식간에 들것에서 벗어났다. 그는 녹원이 보았던 사진처럼 양팔을 벌리고,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드러낸 채로 일어나 섰다. 도돌이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녹원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았다―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현을 썼다. 끌어안았다. 곰이 그를 끌어안았다고. 녹원은 등 뒤의 바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 녹원의 목숨을 구했다. 곰의 무게는 녹원의 몸을 지나 바위 아래로까지 분산되었다. 만약 선 채로 힘겨루기를 했거나, 땅바닥에 곧바로 쓰러졌다면, 녹원의 뼈는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다. 녹원은 그 접촉을 기억했다. 그날의 다른 어떤 때보다 더욱 선명히 기억했다. 늑골을 짓누르는 냄새와 촉감. 곰은 녹원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작았다. 그런데도 어찌나 무거운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녹원은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돌이는 저를 끌어안지 않았어요. 걔는 저한테 기대어 있었죠. 수의사도 그의 말에 증언을 보태 주었다. 곰이 박녹원씨를 고목이나 바위, 혹은 어떤 기둥처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살기 위해서, 박녹원씨에게 매달린 거죠. 파란 천이 흘러내리며 초점을 잃은 눈이 드러났다. 입가에서 흰 거품이 끓었다. 남자들이 곰을 끌어냈다. 녹원은 바위벽에 기댄 채로 주저앉았다. 흐릿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괜찮아요? 숨 쉴 수 있어요? 녹원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렇지가 않았다. 호흡할 때마다 갈비뼈가 조각나듯 아팠다. 결국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곰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사에서 읽은 기묘한 울음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채우고 있었다. 정말로 으엉, 으엉, 하고 우는구나. 녹원은 생각했다. 정말로 울어버리듯이 우는구나. 바로 앞에서는,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녹원씨. 박녹원씨. 녹원은 고개를 돌렸다. 우도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그는 몇 해는 더 늙어버린 양,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서 일하면 안 돼요.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해. 과장은 몇 번이나 말했다. 박녹원씨. 산에서 내려가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요.              “날이 늦었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들 가요.” 우도근은 주장했다. 녹원과 노아가 연거푸 손사래를 쳤는데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그의 집은 산기슭 끝자락에 있었다. 녹원과 노아는 빨간 지프를 따라서 시멘트 언덕 위를 올라갔다. 새하얀 돌벽에 노란 지붕을 올린 집이 나타났다. 옅은 녹색 잔디를 깐 마당에는 흔들 그네와 스프링클러, 평상이 놓여 있었다. 집의 뒤뜰은 산사면과 바로 맞닿았다. 천만다행으로 이쪽 능선까지는 불길이 오지 않아서 피해를 면했노라고 했다. 녹원은 자신의 트럭에서 내려와 주위를 살폈다. 우도근의 집은 언덕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언덕 앞뒤로 보이는 것은 산과 강뿐이었다. 주위에 놓인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녹슨 가로등 하나가 전부였다. 우도근이 노란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란이. 나 왔어.” 녹원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도근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은 들은 적 있었다. 직접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우도근이 부인을 부르는 광경을 보다니. 란이, 라고 부르다니. 그가 누군가를 저토록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곰을 부를 때만 제외하면. 저녁 시간은 한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란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아름 꺼내 녹원의 품에 안겨 주었다. 별구경하다가 자세요. 란은 오래전부터 녹원을 알아온 양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마당 평상이 별구경하기 딱 좋거든요. 맥주 곁들이면 그만 한 휴가도 없어요. 막상 부부는 평상 휴가에 동참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홉 시만 되어도 눈꺼풀이 감겨서, 먼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도근은 평상에 담요를 깔아 주었다. 조카에게나 건넬 법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재밌게 놀고 푹 자요. 알겠지요?” 마당에는 녹원과 노아만 남았다. 두 사람은 평상에 나란히 앉았다. 다리를 죽 편 채 맥주를 홀짝거렸다. 산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살갗을 서늘하게 적셨다. 부부의 말대로, 마당에서 보는 별은 몹시 선명했다. 허공에 멈춘 불씨처럼 반짝거렸다. 녹원은 언덕 너머에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두 갈래로 나뉜 물길이 다시 한 길로 합쳐지는 지점까지 살폈다. 강 뒤편의 산은 부드러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녹원이 불쑥 말했다. “천 킬로미터예요.”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곰이 이동한 거리 말이에요. 한 번에 삼백사십사 킬로미터, 세 번 돌아오면 천백삼십이 킬로미터 정도 돼요. 서울에서 도쿄까지가 그 정도 거리래요.” 노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지독한 곰이네요.” 녹원은 동의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곰이었다. 세 번째 귀환 이후, 이 독한 곰은 제법 유명해졌다. ‘되돌아오는 곰.’ 그런 유의 머리기사와 함께. 도돌이라는 이름 역시 앙증맞게 실렸다. 설악산 측은 이 사건을 일종의 기회로 삼았다. 설악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시작점을 ‘되돌아오는 곰’으로 삼자. 마침내 도돌이는 설악산으로 방사되었다. 몇 가지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서, 사무소 내부에도 곰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절차가 투입되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이토록 강력한 의지를 가진 곰이 번번이 돌아오던 고향. 한 기자는 도돌이를 천구백팔십삼년에 죽은 곰의 환생인 양 묘사하기도 했다. 수십 년의 한이 이제야 풀렸노라고. 녹원이 말했다. “어릴 때 제 별명이 웅녀였거든요.” 노아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웃어도 돼요?” 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웃는 사이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열세 살쯤 때 이미 키가 백칠십을 넘었어요. 그때 짝꿍이 되게 웃기던 애였거든요. 저를 맨날 웅녀라고 불렀는데, 그게 못내 좋았어요. 그전에는 한 번도 별명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녹원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곰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마지막 야생 곰, 그가 태어나던 바로 그해 엉엉 울어버리다가 죽은 짐승. 녹원은 곰이 죽은 날짜도 찾아보았다. 곰은 칠월 말일, 녹원이 태어나기 바로 전날에 죽었다. 그 숫자 간의 관계를 깨달은 순간, 녹원의 머릿속으로 괴상한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가는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다. 녹원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야말로, 그 곰에게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노아는 웃지 않았다. 녹원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은 오래도록 그를 옭아맸다고. 누구나 이상한 믿음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그런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지나치게 묵직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그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존재라면, 왜 이토록 사람들이 어려운지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사람에게 죽은 짐승은,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역시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바로 그런 경우는 아닐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에서 마음을 떼어낼 수 없었다. 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래서요. 도돌이와 나 사이에도 무언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녹원은 고개를 들었다. 노아는 끌어안은 무릎에 턱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평상에 깐 담요를 펼쳐 노아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고개를 드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희고 선명한 달이었다. 두 갈래의 강 위로 두 개의 달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밤 동물의 눈동자처럼 보였다. 녹원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양팔을 죽 펼친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빳빳이 굳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눈앞으로는 밤의 어둠을 타고 흐르는 산의 능선만 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등 뒤 어딘가에서, 아마도 뒤뜰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낮게 숨 쉬는 소리가 울렸다. 녹원은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 분명히 귀에 익었다. 다시 한번 비닐이 흔들렸다. 얇은 막이 찢어졌다. 그것이 그르렁거렸다. 나는 알아.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이 소리를 알고 있어. 녹원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발뒤꿈치를 들고 돌아섰다. 주택은 엷은 가로등 불빛에 잠겨 있었다. 소리는 조금 더 뒤에서, 가로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녹원은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을 지나서 집의 뒤쪽으로 갔다. 뒤뜰에는 지붕을 씌운 분리수거함과 차고가 있었다. 차고의 비상등은 활짝 켜져 있었다. 안쪽의 빨간 지프가 선명히 보였다. 그 옆의 분리수거함을 뒤적거리는 물체 역시도 뚜렷하게 보였다. 녹원은 멈춰 서서 그 물체를 보았다. 검고 큼직한 뒷모습. 몇 해 전보다는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곰은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검은 발이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움켜쥐었다. 비닐들이 흔들리고 찢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녹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 메었다.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마음은 한 차례 솟구치더니, 도무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녹원은 집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곰의 움직임을 훑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부석거리는 털이라거나 바싹 야윈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얘.” 녹원이 말했다. “도돌아.” 곰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응답하듯이.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녹원은 한 발짝 다가섰다. 다음 걸음은 좀더 가볍게 옮겼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계속 걸어갔을 터였다. 손은 녹원을 꽉 쥐고 뒤로 당겼다. 녹원은 뒤돌아보았다. 노아가 거기 있었다. 비상등의 빛에 새하얗게 질린 채, 녹원을 붙들고 속삭였다. “움직이면 안 돼요. 주사님, 움직이지 마세요.” 녹원도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괜찮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미 한 번 이 곰을 만난 적 있다. 그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곰은 놀랍도록 명민한 동물이라 몇 해 동안 사람을 기억한다. 그러나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곰은 구부정하게 서서 멀뚱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흰자가 슬며시 드러난 눈은 사람의 것보다 둥글고 검었다. 그 눈동자에서는 어떤 생각도 읽어 낼 수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 그것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감정 또한 없었다. 곰은 그와 전혀 다른 구역에,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했다니.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들 간에는 무엇도 교차하는 것이 없었다. 녹원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녹원이 속삭였다. “노아씨. 뒤로 가요. 등 돌리지 말고, 뒷걸음질로요.” 노아는 그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기묘한 춤을 추듯, 일정한 리듬에 따라 뒷걸음질을 쳤다. 곰은 그들을 빤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트럭 옆으로 다가갔을 무렵, 녹원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그것을 차의 앞문에 대고 몇 차례 내리쳤다. 열쇠와 문이 맞부딪치며,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곰이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팍에 모으고 있던 앞발을 바닥에 내딛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산속으로, 그리하여 어둠 너머로 녹아내렸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곰이 뜯어둔 비닐들을 바라보면서. 창문 안쪽에서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도근 아니면 란이 깨어난 모양이었다. 녹원은 잽싸게 몸을 돌렸다. 노아는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녹원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노아 씨. 여기에서 다른 거 본 거로 해요. 아무거나 좋아요. 고양이나 멧돼지, 살쾡이. 뭐 그런 게 내려왔다고 그래요. 곰을 봤다고는 하지 마요.” “왜요? 주사님. 방금 보셨잖아요. 곰이에요. 맹수라고요. 제대로 말씀드려야 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눈 한 쌍, 그 눈길이 불에 덴 자국처럼 머릿속에 새겨졌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몇 해 동안 그를 옭아매던 감정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곰은 사람과 다르다. 곰은 사람이 아니다. 곰은 사람보다 나은 존재다. 앞뜰에서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녹원이 낮게 속삭였다. “노아씨. 나는요. 늘 곰에게 산을 주고 싶었어요. 아주 통째로 줘 버리고 싶어요.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고요. 그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하겠어요?” 노아가 자신의 팔을 붙든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는 오래전에 과장이 짓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 울음을 터뜨릴 듯 일그러진 얼굴, 여전히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주사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산을 줄 수 있나요? 우린 애초에 산을 가진 적도 없잖아요. 다들 그걸 알아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저 곰을 찾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찾아서 보호하고, 같이 살려고요. 다들 그걸 위해서 애쓰는 거잖아요.” 노아의 등 뒤로 우도근이 보였다. 그가 집의 벽을 따라 돌아와 가로등 아래 섰다. 그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물었다. “뭐 깨지는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 있어요?” 노아가 녹원을 올려다보았다. 녹원도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노아씨. 박녹원 주사가 안 무서워? 직원들의 질문이 녹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노아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 노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더니, 이내 포기한 듯 몸을 돌렸다. 우도근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노아를 흘끗 보고서, 녹원에게 다가왔다. 녹원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차 안에서 무엇인가 찾다가 열쇠를 떨어트렸고, 차 문에 부딪힌 열쇠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고. “죄송해요, 주무시는 걸 깨웠네요.” 우도근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녹원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도근도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과장의 눈길이 뜯어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가 닿는 순간, 녹원이 입을 열었다. “과장님. 여기 족제비 같은 게 있던데요.” 우도근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족제비요?” 녹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열쇠를 찾다가 뒤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다가가니 족제비인지 오소리인지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중이었다고. 꽤 굶주려 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장은 분리수거함으로 다가가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봉투를 이리저리 비쳐 보더니 혀를 찼다. “아이고, 이걸 하루 늦게 내놨더니…험하게도 물어뜯어 놨네.” “안에 들여놓으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녹원은 너덜너덜한 봉지를 들어 우도근에게 건넸다. 옛 과장이 그것을 받으며 빙그레 웃었다. “시골은 시골이지요?” 박녹원도 마주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의 대응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녹원은 방으로 돌아왔다. 벽을 향해 누웠다. 그의 옆에 누운 노아가 뒤척거렸다. 그는 녹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반대로 돌아눕고,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의 망설임이 애틋한 동시에 힘겹게 다가왔다. 녹원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았다. 노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녹원은 벽에 드리워진 그늘을 물끄러미 지긋이 보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등 뒤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울렸다. 노아가 결국 피로에 항복한 모양이었다. 녹원은 몸을 돌려 정면으로 누웠다. 유리창으로 스민 달빛이 천장을 부드럽게 밝혔다. 녹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불타는 산을 생각했다. 잿빛 산, 폐허처럼 모두 불타버린 산, 잿더미로 뒤덮여 일견 늪처럼 보이기도 하는 산이다. 곰이 그 위를 달리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처럼, 두 발이 아니라 네 발로. 그는 산맥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빠르다. 성체로 자라난 곰들은 사십에서 육십 킬로미터의 속력을 낸다. 그는 타고난 사냥꾼이며 끈기의 화신이다. 바삐 위치를 바꾸는 앞발과 뒷발 너머로 회색 구름이 퍼져 나갈 것이다. 곰은 바위를 뛰어넘고, 나무를 오르고, 강을 건넌다. 어떤 방해도 없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누구도 그를 쏘지 않는다. 잠든 채로 끌려 나오지도 않는다. 그는 어디든지, 원하는 만큼 간다. 산은 모두 곰의 것이다. 그는 자유롭다. 녹원은 가슴에 양손을 올렸다. 마치 포로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로 번져 나갔다.
  • 영국서 새해 첫날 기온 16도 넘어…관측 사상 가장 따뜻했다

    영국서 새해 첫날 기온 16도 넘어…관측 사상 가장 따뜻했다

    영국에서 기온이 섭씨 16도를 넘어서면서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새해 첫날을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기상청은 런던 중심부 세인트제임스공원에서 1일 기온 16.2도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새해 첫날 최고 기온은 1916년 콘월에서 관측된 15.6도로, 이번에 기록이 잠정 경신됐다는 것이다. 영국은 전날 북웨일스 귀네드 발라 타운에서도 기온 16.5도가 관측돼 역대 가장 따뜻한 섣달그믐날을 기록했다. 서머싯의 메리필드와 체셔의 낸트위치에서도 기온 15.8도가 관측돼 이전 기록인 14.8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12월의 온화한 기온에 이어 새해에도 따뜻한 출발을 보인 것이다.기상 전문가들은 더운 고기압이 대기 중에 자리 잡아 열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을 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기후 변화와 관계가 깊다. 크레이그 스넬 기상청 예보관은 “12월과 1월 초의 평균 기온은 보통 7도 내지 8도이며 남서풍이 전국에서 불어 따뜻한 날씨를 보인다. 기온이 높은 곳은 보통 국지적인데 12월에 15도를 기록했다”면서 “그렇지만 1월 중에는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가 점차 더워지고 있으니 우리의 겨울은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의 햄프턴 코트 궁전과 서머싯 하우스 미술관 그리고 그리니치의 퀸스 하우스와 코번트리 대성당 등에 있는 야외 스케이트장은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문을 닫았다. 서머싯 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따뜻한 온도가 빙질에 영향을 미쳐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날씨가 매우 화창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4일부터는 찬 공기가 북쪽에서 유입돼 기온이 떨어지면서 스코틀랜드 북부와 동부에는 눈과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전망이다.
  • 콜로라도 산불 1000채 소실, 항공 2500편 결항 어수선한 미국 연초

    콜로라도 산불 1000채 소실, 항공 2500편 결항 어수선한 미국 연초

    지난 연말 미국 콜로라도주를 덮친 대형 산불 탓에 1000채 가까운 주택이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확산에 폭설까지 겹친 항공편 취소 사태는 새해 첫날에도 2500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이래저래 연초부터 미국이 어수선하다. 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볼더카운티의 조 펠리 보안관은 지난달 30일 발생한 이번 산불과 화재로 적어도 991채의 주택이 붕괴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주택 수백 채가 파손됐으며, 3명이 실종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우려된다고 펠리 보안관은 전했다. 당국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팀을 꾸렸으나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폭설까지 덮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지역에는 전날 밤 20㎝의 눈이 쌓인 데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불은 강풍을 타고 급속히 번지는 바람에 상당수 주민이 몸만 겨우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은 통상 외진 산속에서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마을과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 데다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큰 피해를 낳았다. 몇 달째 지속된 가뭄으로 수목이 건조해져 불길이 쉽게 번진 것으로 전해진다. 콜로라도주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이번 산불은 덴버 북서쪽 일대에서 적어도 24㎢의 면적을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황급히 대피했던 주민들은 옷과 의약품을 챙기러 돌아왔다가 무너진 보금자리를 보고 눈물을 흘리거나 망연자실했다고 AP는 전했다.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에게 전기난로를 나눠주고, 전력회사와 가스회사들은 복구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심각한 피해 상황을 고려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콜로라도주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해 복구를 위해 연방 차원의 지원도 지시했다. 새해 첫날 항공편 결항 편수는 지난 연말보다 오히려 늘었다. 항공편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정오 현재 미국 국내선과 미국발 또는 미국행 국제선 2471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지난해 성탄 전야 이후 하루에 가장 많은 결항 편수를 기록했다. 누적 취소 편수는 1만 2000편을 넘겼다고 AP는 집계했다.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조종사와 승무원 등이 확진이나 밀접 접촉으로 분류돼 격리되는 바람에 항공사 인력이 부족해진 데다 중서부를 중심으로 쏟아진 폭설이 다수 항공기의 발을 묶어놨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겨울폭풍이 휘몰아친 시카고다. 시카고 미드웨이국제공항에서 예정된 항공편의 57%와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서 예정된 항공편의 45%가 무더기로 취소돼 두 공항만 합쳐 1000편 정도였다. 덴버, 캔자스시티, 디트로이트, 뉴저지주 뉴워크 등에서도 다수의 항공편이 이륙하지 못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전체 운항 편수의 13%인 472편을 취소했고, 아메리칸·델타·유나이티드·제트블루 항공도 각각 100편 이상 운항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결항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파일럿에 평소 급여의 3배 이상을 주는 등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이날 결항된 항공편은 모두 4282편이다. 중국 동방항공과 에어차이나는 전체 운항 예정 편수의 20% 이상을 나란히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여기는 중국] 생후 5일 신생아, 엄동설한에 쇼핑백에 담겨 버려져

    [여기는 중국] 생후 5일 신생아, 엄동설한에 쇼핑백에 담겨 버려져

    태어난 지 불과 5일 만에 친부모에게 버려진 영아가 발견돼 구조됐다. 영하의 날씨에 아이가 발견된 장소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인근의 숲속이었다. 발견 장소에는 분유세 통과 출생 일자가 적힌 한 장의 종이가 남아있었다.  중국 시안시에 거주하는 여성 주 모 씨는 현지 온라인 영상 공유 플랫폼에 “얼마 전 주택가 인근 숲속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풀숲을 겨우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가 울고 있었다”면서 이 소식을 전했다.  영하의 겨울 날씨에 숲속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릴 리 없다고 여겼던 그는 남편에게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했으나 남편 역시 그에게 “이렇게 추운 날 누가 아이를 밖에 내놓겠느냐. 잘못 들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주 씨와 남편이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숲속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영아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때부터 주 씨는 남편과 함께 숲속 안쪽의 울창한 풀들을 헤치고 들어가며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울음소리를 따라가 숲속 깊숙한 곳에 방치된 영아를 발견, 조심스럽게 울고 있던 아이를 들어 안고 달래주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씨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아기의 곁에는 뜯지 않은 분유 3통과 생년월일, 아기의 체중 등 간단한 정보를 적은 쪽지가 같이 발견됐다”면서 “남편과 함께 일단 울고 있던 아이를 안아서 달랜 뒤 인근 주민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 여성이 직접 촬영해 공개한 영상 속에는 얇고 비좁은 쇼핑백 속에 낡은 담요를 덮고 있는 아이가 놓여진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 아기의 작은 얼굴은 찬 공기에 한동안 노출된 듯 추위에 새파할게 얼어있었는데, 주 씨는 이 아이를 안고 한동안 울음이 그칠 때까지 달래주는 모습이었다.  주 씨가 발견한 아이는 인근 아동전문병원으로 이송돼 건강 검진을 마친 상태이며 특별한 질환이 없는 건강한 상태로 알려졌다.  주 씨는 사건을 전하면서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숲속 안쪽으로 걸어 들어갈 때도 설마 누군가 아이를 버렸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면서 “일단 버려진 아이가 태어난 지 불과 5일 된 어린 아이라는 점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나도 집에 유치원생 딸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버리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은 아이를 버린 친부모를 찾아서 무거운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누리꾼은 “주 씨가 촬영한 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새해 첫날 아침부터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면서 “마땅히 키울 환경이 아니라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낳고 보자는 무책임한 행위는 법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이를 버린 부모는 숲속 외진 곳에 영하의 날씨에 아이를 내려 놓고도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까”라면서 "부디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지금의 아픔을 잊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 김경수 옥중 편지 “민주주의 진전시킬 시민의 힘 필요한 해”

    김경수 옥중 편지 “민주주의 진전시킬 시민의 힘 필요한 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새해 인사가 공개됐다. 1일 김 전 지사의 부인 김정순씨는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여름,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여러분 곁을 떠난 이후 이런저런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며 “새해를 맞이하며 남편이 보내온 새해 인사편지를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에도 잊지 않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해당 글과 함께 김 전 지사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아직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우리 모두 새해 새 아침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늘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서 새해를 맞게 된다. 맑고 차가운 정신으로 새해 새 아침을 맞으라는 뜻이라고 한다”며 “올해는 그렇게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소중한 한 해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2년 올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단히 중요한 해다. 그 미래를 결정하는 힘은 ‘시민’에게 있다”며 “선거의 승패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꼭 필요한 해”라고 적었다. 김 전 지사는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은 (경제 양극화 등) 문제들을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며 “그 중심에 ‘정치’가 있다. 그리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 WHO 사무총장 “새해에는 팬데믹 끝, 모든 나라의 백신 협력 있어야”

    WHO 사무총장 “새해에는 팬데믹 끝, 모든 나라의 백신 협력 있어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밝아오는 2022년에는 여러 나라가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끝장낼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협애한 국가주의와 백신 사재기”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의 성명은 중국 우한에서 원인 모를 폐렴으로 사람들이 쓰러진다고 WHO에 처음 보고한 지 2년 만에 나온 것이라고 영국 BBC는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2억 8700만명이며, 550만명 가까이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2022년을 세계인 모두가 설레임 속에 맞이하고 있으나 축제와 환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여러 나라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 자체를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국경은 닫히고, 가족은 흩어졌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집 바깥에 나가는 일도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모든 냉정한 현실에도 테워드로스 총장은 신년사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으려 했고 지금은 코로나19를 다루는 데 인류가 훨씬 많은 수단을 거느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나 백신 보급의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어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진화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협애한 국가주의와 백신 사재기가 평등을 훼손하고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할 최적의 여건을 만들어냈다. 이런 불평등이 지속할수록 우리가 막거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바이러스가 진화할 위험성은 커진다”고 지적한 뒤 “우리가 불평등을 끝장내면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대다수 인구는 적어도 한 차례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지난해 말까지 모든 나라의 2차 접종 완료율을 40%로 맞추겠다는 WHO의 목표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달성되지 못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이전부터 부자 나라들이 글로벌 백신 공급망을 “싹쓸이해(gobbling up)” 자국민들은 완전 접종을 마치고 다른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1차 접종 순서를 기다리게 하는 문제점을 비판해 왔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마지막 날 58만명,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35만명으로 최대치를,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모두 신규 확진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오미크론 변이 확산 때문에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어 이 고비부터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WHO의 2022년 새 목표는 7월까지 모든 나라의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쳐 팬데믹을 끝내자는 것이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집은 가짜라고 여기던 자연전도사 박상설 선생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집은 가짜라고 여기던 자연전도사 박상설 선생

    집을 짓고 사는 일은 가짜라고 평생을 여겼던 박상설(朴相卨) 씨가 푸른 지구별을 떠나 138억년 전 떠나온 우주로 돌아갔다. 향년 94. 캠핑에서 늘 답을 찾고 우주를 품는 마음으로 살아온 캠핑 선구자인 박씨가 지난 23일 타계, 27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는 사실을 2021년의 마지막 날에야 알게 됐다. 기자는 그를 만날 기회를 잡지 못했다. 3~4년 전인가부터 이상기 아시아N 대표 선배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언젠가 함께 캠핑을 하면서 한없이 긴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여기고만 있었다.그 연배에도 늘 여행을 다니고 야영을 한다고 해서 기회가 많을 줄 알았다. 지난 10월 24일 강원도 인제 백담사를 다녀왔다고 아시아N에 손수 기사를 올렸길래 정정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달 남짓 투병하다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니 더욱 안타깝다. 고인은 90세이던 2018년 9월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가치관, 인생관이 함축돼 있다. 1. 사망 즉시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에 의학 연구용으로 시체를 기증한다. 2. 장례의식은 일체 하지 않는다. 3. 모든 사람에게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는다. 4. 조의, 금품 등 일체를 받지 않는다. 5. 의과대학에서 해부실습 후 의대의 관례에 따라 1년 후에 유골을 화장 처리하여 분말로 산포한다. 이때 가족이나 지인이 참석하지 않는다. 6. 무덤, 유골함, 수목장 등의 흔적을 일체 남기지 않는다. 7. 제사와 위령제 등을 하지 않는다. 8. ‘죽은 자 박상설’을 기리려면 가을, 들국화 언저리에 억새풀 나부끼는 산길을 걸으며 ‘그렇게도 산을 좋아했던 산사람 깐돌이’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9. ‘망자? 박상설’이 생전에 치열하게 몸을 굴려 쓴 글 모음과 행적을 대표할 등산화, 배낭, 텐트, 호미, 영정사진 각 1점만을 그가 흙과 뒹굴던 샘골농원에 보존한다. 10. 시신 기증 등록증(등록번호: 10-344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과 02-2228-1663)굳이 속세의 직업을 간추리면 칼럼니스트, 자연과 삶의 전문기자, 기계기술사 등이 명함에 적혀 있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법무사를 부친으로 태어나 유복했던 유년을 보내며 책과 텐트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전쟁이 터져 육군 공병으로 입대, 총 대신 길을 냈다. 군인 생활 중 가장 좋았던 일을 텐트 생활로 꼽았다. 1963년 육군 공병 대위로 제대한 뒤 설계회사에서 일하며 학원 강사로도 일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부지를 외상으로 구입해 15평짜리 주택 10채를 지어 큰 수입이 생기자 경기 가평의 임야 30만평을 매입해 캠핑과 인문학 강의를 함께 했다. 37세 때였다. ‘캠프나비’란 이름의 농장은 지금은 강원도 홍천에 있다. 2000평이나 되는 농장에는 들국화도 피어나고 워크숍과 인문학 세미나가 열리는데 번듯한 건물은 없다. 비닐하우스가 있을 뿐이다. 아이와 어른이 세대를 뛰어넘는 대화를 나누고 도시형 캠핑을 거부하고 농장 곳곳에 텐트를 친다. 품는다. 세상을 뜨기 얼마 전까지도 산을 찾아 한뎃잠을 청했다. 자녀들에게 손가락질이 돌아갈 것을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홀로 살아간 지 40년이 다 됐다. 자녀들과 손주들과도 이메일로만 만났다. 나무를 20만 그루정도 심었다. 환갑 무렵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의술이 아니라 자연과 벗한 것이 그의 목숨을 되살렸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했고, 그러자 움직이지 않던 몸의 근력과 생기가 살아났다. 82세에 집을 떠나 길을 걷다 가난한 시골 기차역장 집에서 폐렴으로 누운 지 열흘 만에 저세상으로 떠난 레흐 톨스토이를 닮고자 했다. 아들딸들도 걷다가 죽고자 하는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해 늘 여정을 떠날 때마다 시신기증등록증과 돈 20만원정도를 목에 걸고 다녔다. 어느날 딸이 “아빠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물었다며 “길을 걷다가 들국화가 눈에 띄면 ‘아버지가 참 좋아하셨는데…’ 그렇게 스쳐가듯 가끔씩 생각해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캠핑은 인생에서 우러나와야만 제대로 발현되는 정서 운동입니다. 일평생 하고도 화장터에 갈 때까지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캠핑”이라고 답했던 그다. 자유기고가 최은자 씨는 긴 애도문을 남겼다.“그에게 94세라는 지구 나이가 있었지만, 내가 만났던 그는, 나이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때론 200세 허연 수염 기른 미래를 보는 신선 같았고, 때론 땡땡이치고 학교 뒷담을 넘어 도망치는 사춘기 꼴통 같았고, 때론 나날이 오염 되는 지구환경에 잠 못 이루는 생태학자였고, 때로는 18세기 유럽 파티를 즐기는 바람둥이 백작 같았다. 자유와 고독을 사랑하는 시인이고, 매일 설렘으로 무장하는 백전노장이며, 청승과 낡은 풍습에 얽매여 사는 인생은, 도와줄 필요도 없다고 잘라버리는, 냉정한 칼이었다. 그는 설악산 정도는, 백번도 넘게 올랐다는 알피니스트였고, 세계여행 중에는 거리의 노숙자들과 나란히 잠을 청하고, 그들과 음식을 나누는 별종이었고,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는 채 집을 나설 때, 무한한 설렘으로 온몸이 들뜬다 하였다. 종점을 보지 않고 무조건 올라탄 버스로 이리저리 헤매는 것이 가장 가성비 좋은 여행이라고, 깔깔깔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개구쟁이 자체였다. 몇년 전부터 그는 주먹만한 글씨 외에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망가졌지만, 스마트폰에 수를 놓듯이 문자를 새겨 넣어, 매일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포노 사피언스’였다. 시간과 자유의 서핑보드를 마음껏 즐기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다가도, 여린 들꽃들의 씨를 받아 긴 겨울동안 말려 봄을 기다려 뿌려 놓고 싹이 트기를 기다리며 흘깃 본 미지의 여인을 찾아가듯, 그 장소를 몇 번이나 가본다고 했다. 그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 미치겠다던 그는, 세상의 24시를 살지 않고 그가 제작한 우주시계를 보며 산 사람이었다. 재미나게 아주 재미나게 살아라! 그리고 시시한 이야기는 하지마! 당당하게! 멋지게! 미치게 멋지게 살아! 그리고 씩 웃던 사람. 하얀 눈 오는 날 세상 떠나고 싶다던 마지막 바램까지도, 완벽하게 연출한 깐돌이 어린왕자!!!” <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아시아N 기사와 이투데이의 월간지 ‘브라보’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딸기로 여심 저격…인터컨티넨탈, 파인다이닝형 스트로베리 프로모션

    딸기로 여심 저격…인터컨티넨탈, 파인다이닝형 스트로베리 프로모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1층 로비라운지에서 친환경 무농약 딸기를 활용한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를 다음 달 7일부터 매주 주말(금~일) 한정 좌석으로 선보인다고 31일 밝혔다.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는 산지 직송 친환경 무농약 딸기와 웰컴 드링크인 딸기 에이드를 시작으로, 수석 셰프의 손길로 완성된 3가지 코스 메뉴가 이어진다. 관자구이와 콜리플라워 퓨레를 곁들인 사과 샐러드, 단팥 크림을 올린 단호박 크림수프에 이어 메인 디쉬로는 랍스터 구이와 비프 웰링턴이 제공된다. 특히 메인 디쉬에 곁들이는 라끌렛 치즈는 셰프가 즉석에서 녹여 제공한다. 라끌렛 치즈는 ‘긁다’라는 의미를 가진 스위스 전통 대표 치즈 중 하나다. 식사 후에는 생딸기를 비롯해 딸기로 만든 브레통, 밀푀유, 프레지에, 다쿠아즈 등 프랑스식 딸기 디저트 5종이 3단 트레이에 준비된다. 커피 또는 티가 함께 제공되며 갓 구워낸 크랜베리 빵도 선물로 선보인다. 한편 딸기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딸기를 주제로 한 ‘스트로베리 로열 하이티’를 선택할 수 있다. 딸기&유자 타르트, 녹차 산딸기 케이크, 딸기 바나나 푸딩 등 겨울 제철 과일인 딸기를 이용한 다양한 디저트는 물론 명란 아보카도 구이, 비키니 샌드위치, 관자와 콜리플라워 퓨레 등 11가지의 티푸드를 즐길 수 있다. 스트로베리 고메 부티크는 4월 중순까지 스트로베리 로열 하이티는 3월 31일까지 운영한다. 가격은 각각 9만 5000원, 10만원(2인기준)이다. 1월 둘째 주까지 네이버로 사전예약하면 결제 시 10% 얼리버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 [사설] 새해 또 연장된 잠시 멈춤, 마지막 멈춤 되길

    [사설] 새해 또 연장된 잠시 멈춤, 마지막 멈춤 되길

     정부가 어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2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적모임 인원 4인 제한하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 마감시간 오후 9시 등 현행대로 유지된다. 또한 강화된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55만명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 손실보상금 500만원을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2019년말 처음 발발한 코로나19는 이제 4년차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한 달 반 동안 단계적 일상회복의 실험을 해보긴 했으나 또다른 변이 바이러스를 만나며 확진자가 폭증하고 위중증 환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는 등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희망과 낙담을 반복하는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 들어선 듯 기약할 수 없는 경제적인 고통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있다. 중소자영업자, 상공인, 비정규 노동자 및 도시 서민 등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을 더 이상 미뤄서는 곤란하다. 16일까지 연장된 방역조치 강화는 이런 이들에게 희망의 기약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잠시 멈춤의 기간을 너무 길게 끌고 가서도 안되며, 어설프게 봉합해서 재발의 여지를 남겨둬서도 안된다.  이 기간 동안 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어제 1145명 등 10일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하는 위중증 환자의 숫자를 대폭 감소시켜야 할 것이며, 70%를 육박하던 전국 중환자 병실 가동률을 낮춰 병상 부족으로 산모조차 입원을 못하는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병상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손실 보상금 지급으로도 여전히 고통의 수렁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 현장 친화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절실하다. 35%에 못 미치는 3차 백신접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12~17세 청소년 70% 1차 접종률 및 2차 접종률 50%를 더욱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밖에 방역패스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도 국민들의 몫이다. 민관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질 때 비로소 이번의 잠시 멈춤이 마지막 멈춤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청소년 방역패스 위반 업장, 4월부터 과태료 300만원

    청소년 방역패스 위반 업장, 4월부터 과태료 300만원

    내년 3월부터 12세 이상 청소년들이 학원이나 PC방, 카페, 식당 등을 이용하려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 방역패스를 준수하지 않은 업장에는 과태료 300만원, 위반한 개인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2주간 연장하고, 청소년들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를 애초보다 1개월 미뤄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대상은 2009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12세 이상 청소년이다. 학원이나 PC방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까지 포함해서 17종의 시설에서도 12~18세 청소년들에 대한 방역패스를 적용한다. 다만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두며, 이 기간에는 위반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4월부터는 공통적인 방역패스 벌칙을 적용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감염 전파를 차단하고자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들어 60세 이상은 감염률이 20% 아래로 떨어지고 있지만,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25% 이상으로 총 인원 규모 면에서도 60세 이상보다 더 높았다. 그럼에도 시행 시기를 한 달 연기한 이유는 학생들의 백신접종률과 1월 초까지 학교의 기말고사 일정 등이 겹치고, 충분한 접종일정 확보가 필요하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서다. 손 반장은 “학원은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시설로서, 충분한 계도기간이 없이 방역패스를 시행하면 방역패스 적용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과 운영자에 과도한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방역패스 적용과 함께 겨울방학 기간 학교 교육회복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교육 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번 겨울방학 중에도 교과 보충과 사회·정서 회복을 위한 보충 프로그램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교과 보충은 소규모 희망 학생들 중심으로 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하고, 정서 회복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전문가 상담 등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내년 새 학기 학사운영에 대해 “신학기에는 정상적인 등교를 목표로 2022학년도 학사운영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방학 중 감염병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말이나 늦어도 2월 초까지 학사운영 방안을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교에 안내하겠다”고 부연했다. 12~17세 백신접종률은 31일까지 1차 접종 73%, 2차 기본접종 완료율은 50% 정도다. 특히, 16~17세는 1차 접종이 86%에 이르렀다. 12~15세 예약률 기준 60% 후반에 이른다. 교육부는 “방학 기간에 12~17세의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교직원들의 3차 접종도 독려하고 있어 청소년 방역패스 제도를 3월부터 도입하면 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감염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감염률이 낮아지면 조기 해제할 가능성도 나온다. 정병익 교육부 평생교육국장은 “학원 백신패스제에 대해서 감염 상황이 낮아지고 일상회복이 가능한 수준으로 감염률이 떨어진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청소년 대상 백신패스제 부분은 종료해야 한다는 학부모, 학생, 학원단체의 입장을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느 단계가 안정적인 단계인지에 대해서는 이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 국장은 “교육 당국에서 우선 판단하기보다 질병청이나 보건복지부와 같이 판단하겠다”고 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