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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구, 겨울방학 대학생 행정·복지체험단 모집

    강서구, 겨울방학 대학생 행정·복지체험단 모집

    서울 강서구는 ‘2023년 겨울방학 대학생 행정·복지체험단’ 100명을 모집한다고 12일 밝혔다. 구는 방학 기간 강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에게 행정·복지 실무 체험과 학비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매년 행정·복지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 자격은 접수시작일(12월 19일) 기준 강서구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대학교(전문대 포함) 재학생과 휴학생이다. 단, 평생교육법에 의한 원격대학, 전산원, 평생교육원, 학점은행 교육기관 학생은 지원할 수 없다. 모집 인원은 특별모집 30명, 일반모집 70명으로 총 100명이다. 특별모집 분야는 국민기초생활수급가정, 법정차상위가정,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 자원봉사 우수자 등이 대상이다. 구는 행정분야 55명과 복지분야 45명을 모집하며, 선발자는 내년 1월 30일부터 2월 24일까지 하루 5시간(오전 9시~오후 3시) 주 5일 근무하게 된다. 구청, 동주민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도서관 등에서 민원 안내, 도서 정리, 현장업무 보조 등을 담당할 예정으로 근무지는 희망 부서와 전공 등을 고려하여 배치된다. 구는 주요 시설 탐방, 심폐소생술 교육 등 ‘체험 프로그램’과 체험단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는 ‘소통과 공감의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접수기간은 오는 19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로 구청 누리집 오른쪽 상단 ‘통합예약’에서 신청 가능하다. 구는 신청자 가운데 무작위 전산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 오는 27일 오전 10시 구청 누리집 공지사항에 게시하고 지원자 전원에게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행정·복지체험단은 대학생들이 행정 현장에서 직접 근무하며 공공서비스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라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아낌 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농업회사법인 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와 ‘메리감자데이’ 진행

    농업회사법인 밭㈜,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와 ‘메리감자데이’ 진행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대표 이미소·최동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본부장 이창수)에 약 2000만원 상당의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제8회 ‘메리감자데이’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밭 주식회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본부장 이창수)를 통해 후원금 300만 원, 감자빵 300박스, 밭트러리&밭디쉬 굿즈 300세트를 기부하며 약 2000만원 상당의 후원으로 매서운 겨울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나눔을 진행한다. 밭 주식회사는 이미소 대표 아버지인 이상구 전 샘토명물닭갈비 대표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해오던 ‘샘토나눔닭갈비데이’를 이어받아 2020년부터 ‘메리감자데이’로 진행하고 있다. 제8회 ‘메리감자데이’는 단순한 후원이 아닌 나눔을 유도하는 ‘선한 영향력’을 펼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밭 주식회사는 메리감자데이를 통해 아이들의 감자 산타가 되어줄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오는 19일부터 내년 1월까지 3주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월 1만원 이상 정기후원 시, 후원 선물로 감자빵이 후원자 및 후원 아동 가정으로 배송된다. 후원 신청은 카페 감자밭 공식인스타그램 혹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로 문의 가능하다.또 후원금 300만원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에서 매년 겨울에 진행하고 있는 2022 산타원정대의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을 통해 춘천지역아동의 난방비 및 난방용품 지원에 사용되며 감자빵과 밭트러리&밭디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도내 저소득층 아동의 가정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밭 주식회사 관계자는 “나눔을 이어받아 8번째로 진행하게 된 메리감자데이 행사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겨울, 감자밭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감자 산타가 되어 주실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밭 주식회사는 제6회 메리감자데이를 통해 600만원 상당, 제7회 메리감자데이를 통해 1700만원 상당의 후원금과 감자빵을 전달하며 메리감자데이를 통해 나눔을 실천한 바 있다.
  • 광주시청 야외스케이트장 올해도 개장 안한다

    겨울철 코로나확산 우려에 6억원대 운영비도 부담 광주지역 ‘겨울 명소’로 자리 잡았던 시청 야외 스케이트장이 올해도 개장하지 않는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청 야외 스케이트장은 2020년 겨울 이후 3년째 문을 열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19확산이 우려되는데다 6억5000만원으로 예상되는 스케이트장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광주시는 지난 2013년 겨울부터 시청 야외광장에 1800㎡(60×30m) 넓이 스케이트장을 설치해 시민에게 개방했다. 염주 실내 빙상장을 제외하고는 스케이트를 즐길 공간이 없었던 어린이 등이 시간당 1000원의 저렴한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2017∼2018년 겨울 47일간 6만717명, 2018∼2019년 48일간 5만3180명 그리고 2019∼2020년 53일간 5만8937명이 이용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각각 1426명, 1108명, 1112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2019∼2020년 겨울에 닷새 앞당겨 폐장했으며 2020년 말부터는 아예 개장하지 못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내년 겨울 상황에 맞춰 개장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말할 수 없는 맛/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말할 수 없는 맛/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좋아하는 유튜브 요리 사이트가 있다. 서른 살쯤의 딸이 이것저것 물으면 엄마가 대답하면서 뚝딱뚝딱 집 반찬을 만든다. 모녀의 부엌에는 계량 숟가락이 없다. 눈금을 재는 일이 없다. 소금 한 움큼 쥐고서 엄마는 “요만큼”, 설탕을 집어서는 “한두 꼬집만”, 고추장 단지를 열고서는 “서너 숟가락 좀 넘게”. 요만큼이 얼마만큼이냐고, 딸은 툴툴댄다. 그래도 엄마는 웃으면서 “그냥 요만큼”. 멀리서 김장 김치가 왔다. 택배상자에 서툴게 적힌 우리 집 주소와 내 이름. 이맘때마다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의 손글씨. 어머니의 김장독에도 눈금이 없다. 계피향 설핏한 어머니의 손맛은 올겨울도 내게 미궁인 채 지나간다. 쪼갠 통배추를 허리춤까지 쌓아 손대중으로 좌락좌락 지르던 왕소금. 샛노란 배추속은 장독대 짠물에 숨죽여 잤고, 배추속보다 노란 그 달밤에 어린 우리들도 단잠을 잤고. 숨이 덜 죽은 김장 한 포기. 샛노란 그리움이 저녁 밥상 위에 올라와 있다.
  • [데스크 시각] 새해에는 이런 정치를 보고 싶다/김미경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새해에는 이런 정치를 보고 싶다/김미경 정치부장

    경제위기 속 전 국민의 우려를 샀던 화물연대 파업이 우여곡절 끝에 끝났다.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 등 타협을 시도했던 야당과 달리 정부와 여당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화물연대가 궁지에 몰리며 결국 ‘백기투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감안한다면 파업 종료는 다행스럽지만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에는 아쉬움이 크다. 이맘때면 노동계의 동투(冬鬪)에 이어 춘투(春鬪)도 예상되는데 ‘법과 원칙’이 ‘대화와 타협’을 계속 누르기만 한다면 상황 악화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보도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워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겨냥해 “북한의 핵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등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범죄자’로 치부하는 언급을 쏟아냈다. 그러나 노조원들도 우리 이웃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인데 추운 겨울 밖으로 나온 그들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하며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 파업만큼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시한인 지난 2일에 이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까지도 여야 간 첨예한 갈등으로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은 못 지켰더라도 정기국회 내 처리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전 정부와 야당을 견제하면서 ‘윤석열표 예산’ vs ‘이재명표 예산’으로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책임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과 국정조사까지 얽혀 정치적 공방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돼 버렸다. 인재(人災)로 드러난 국가적 참사에 책임질 사람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거대 야당이 이를 볼모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다. 해마다 연말에는 ‘올해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반추하지만 올해는 더 그렇다. 새 대통령을 뽑았고 새 정부가 출범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저성장에 서민들은 허리가 휜다. 이태원 참사에 울고,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웃었다. 다가오는 2023년은 어떤 해가 될 것인가. 6·1 지방선거 이후 내년 4월 재보궐선거가 있을 뿐 2024년 4월 22대 총선까지 2년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그렇다면 내년이 정치개혁의 적기일 수 있다. 여야는 권력투쟁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민생 법안을 발굴하고 ‘늑장’ 예산 시스템도 확실히 뜯어고쳐야 한다.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며 대통령실 용산시대를 연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도입했지만, 일부 언론과의 갈등으로 멈춰서 씁쓸하다. 새해에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등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재개하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과학기술·대한민국학술원 원로들과 만나는 등 다양한 의견 청취 행보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이나 ‘친윤’ 의원들만이 아니라 야당 지도자들과도 관저 등에서 만나 협치를 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면 관저 만찬도 ‘밀실’ 비판에서 벗어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오롯이 ‘국민을 위한 대통령’, ‘국민을 위한 집무실’ 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포용적이고 확장적인 정부를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저는 할머닌데요?/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저는 할머닌데요?/탐조인·수의사

    “저기 저 오리 봐라. 엄마 오리도 있고 아기 오리도 있네.” 지나가는 사람이 일행에게 개천 위의 오리를 가리킨다. 아기 오리라니, 이 겨울에 아기로 보이는 오리가 있을 리가. 손짓한 곳을 바라보니 흰뺨검둥오리 옆에 물결만 남기고 뭔가 물속으로 쏙 들어갔다. 하나, 둘, 셋…. 열을 넘게 세고도 더 지나 처음 위치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뾰족한 부리를 가진 둥글넓적한 몸매의 작은 새가 입에 물고기를 물고 쏙 나온다. 논병아리다. 논병아리는 멧비둘기보다도 작은 편이라서 흰뺨검둥오리 옆에 있으면 작은 ‘꼬꼬마’로 보인다. 게다가 몸매가 둥글넓적해서 딱 아이들의 목욕용 장난감 오리같이 생겼다. 그러니 비록 부리가 오리처럼 넓적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오리 옆의 논병아리를 아기 오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병아리같이 작은 그 새가 물속으로 잠수해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를 곧잘 잡아 오는 걸 보면 사냥 실력은 크기 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논병아리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들도 아마 논병아리가 병아리처럼 작고 귀여워서 그리 이름을 붙였을 것 같다. 앞에 붙은 ‘논’은 논병아리가 논에서 지내서(사실 논병아리는 논에서 지내지 않는다) 그런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여름 깃이 빨개져서 ‘농병아리’라고 부르던 게 바뀐 거란다. ‘농익다’ 할 때의 그 농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여름에 논병아리의 목과 뺨이 진한 자주색으로 붉어질 때 ‘아주 농익었네’라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갈대색과 비슷한 보호색의 겨울 깃이 자줏빛으로 붉어지면 논병아리는 짝을 찾고 엄마 아빠가 된다. 갈대 사이에 수초로 둥둥 뜨는 둥지를 만들어 품다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등에 태우고 다니며 세상을 익히게 한다. 널찍한 등은 아기들이 편히 업힐 수 있는 배 같은 느낌이다. 등이 혹처럼 부풀어 오르고 털이 부슬부슬한 논병아리의 등을 본 적이 있는데, 새끼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 논병아리의 병아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 흥분이 됐다. 병아리는 크면 닭이 된다. 그런데 논병아리는 다 커서 스스로 먹이를 잡을 수 있어도, 엄마가 돼도 병아리라고 불린다. 올해 낳은 새끼가 내년에 번식해 할머니가 돼도 여전히 병아리고, 후손이 늘고 늘어 고조할머니가 돼도 늘 병아리 신세다. 논병아리는 그 이름을 맘에 들어 할까 싫어할까. 빨개진 얼굴로 “전 할머닌데요?” 하고 따질지도 모르지.
  • [세종로의 아침] 신춘문예와 ‘꺾이지 않는 마음’/임병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신춘문예와 ‘꺾이지 않는 마음’/임병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소중한 원고를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어서요. 꼭 좀 담당자에게 전달해 주세요.” 지난 2일 서울신문 신춘문예 접수 마감일에 있었던 일이다.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사무실에 불쑥 들어와 대봉투를 내밀며 웃었다. 사무실 출입문 앞에 놓아 둔 응모작 접수함의 구멍이 너무 좁아 응모작이 든 대봉투를 접어 넣어야 했는데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신문사 밥을 30년 넘게 먹고 문화부에서도 몇 년이나 근무했는데도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이제야 오롯이 체감한 듯하다. 정말로 그들은 등단의 기회에 잔뜩 굶주려 있었다. 지난달 개봉한 장세경 감독의 영화 ‘픽션들’에는 전업 작가의 꿈을 꾸는 주인공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신춘문예 응모작이 접수됐는지 문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도 이번에 실제로 이런 전화를 받았다. 정중하게 “워낙 작품 수가 많아 일일이 점검해 알려 드리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유의, 불안과 초조에 바탕한 문의 전화가 마감이 가까울수록 빗발쳤다. 대개는 신문에 공고된 내용을 되물었다. 모르는 걸 알아보는 게 아니라 본인도 이미 아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아니, 왜 이렇게 자꾸 물어보는 거지” 역정이 났다. 한 공간을 쓰는 다른 부서 기자들도 전화 공세에 꽤나 시달렸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등단할 연배를 훌쩍 넘긴 분이 찾아와 “내년에 응모할 생각인데 준비 방법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있으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마감이 가까울수록 응모자들의 간절함은 더욱 절실해졌다. 한 달 전, 보름 전과 전화 목소리들이 달라져 있었다. 그 마음이 전해질 정도였다. 마침 올해 담당하는 친구가 사흘 동안 해외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얼떨결에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전화 공세를 견뎌야 했다. 물어 놓고 원하는 답을 다 들은 뒤 “차후에 틀림이 없다는 보장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어이가 없었는데 곰곰이 돌아보니 오죽 절박하면 그럴까 싶었다. 우편으로 보내 놓고 응모 요강에 어긋난 대목이 있다며 직접 접수시킨 뒤 결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우편이나 택배에 맡기면 불안하다며 직접 접수시키러 온 이도 적지 않았다. 충남 천안에서 달려와 마감 직전에 제출한 청년도 있었다. 한때 ‘뭐 그렇게 열심들이야’ 쌜쭉했던 스스로를 돌아봤다. 여느 해와 달리 겨울에 치러지는 2022 카타르월드컵과 신춘문예 접수 기간이 겹쳤다. 4년 동안 쏟은 땀을 그라운드에 뱉어 내는 선수들을 온라인 기사와 지면에 소개하면서 1년에 한 번씩 ‘뜨겁고 조마조마한 겨울’을 보내는 이들과 마음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었다. 문화부 소속이었던 시절에도 내 일 아니라고 여겼던 사이, 동료 기자들이 본업을 병행하며 이 업무를 해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응모작들을 엄정하게 심사하도록 많은 것을 준비했으며, 당선 소식 전달과 당선작 지면 게재, 시상식 등 축하와 격려 자리까지 꽤나 많은 일이 줄줄이 남아 있다. 이런 일들을 처리한 담당 기자의 노고를 응모자들도 헤아려 줬으면 한다. 1912년 매일신보가 시작해 1925년 동아일보가 본격적으로 판을 키운 신춘문예는 현재 시행하는 언론사가 28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새해 당선작 발표에는 훨씬 많은 숫자의 지망생이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강호들을 만나서도 주눅 들지 않고 4년 동안 스스로 준비한 것들을 그라운드에 쏟아 내도록 태극전사들을 일깨운 구호,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또 다른 겨울을 준비하면 될 일이다. 이번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모든 이들의 간절함이 알찬 열매를 맺길 기원해 본다.
  • 해열제·비타민 ‘의약품 사재기’ 기승… 中 혼돈의 위드 코로나

    해열제·비타민 ‘의약품 사재기’ 기승… 中 혼돈의 위드 코로나

    지난 10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는 인근 약국마다 몰려든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다들 코로나19 해열제와 진통제 등을 가방에 들고 갈 수 있는 만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었다.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자가격리 허용·유전자증폭(PCR) 검사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10개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놓자 주민들이 ‘의약품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한 약국은 “최근 며칠간 손님이 두 배 넘게 늘었다”며 “베이징의 병원과 약국들은 지금 아수라장”이라고 말했다.중국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올겨울 대유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주민들이 마스크와 진단키트, 소독제 등의 온라인 공동구매뿐 아니라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비타민C도 대거 사재기 중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해 겨울 내내 장기간 각자 집에서 방역 자구책을 마련해 버텨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교민사회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베이징 내 한인 의사들은 지난 9일부터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에 500명 단위로 ‘코로나19 긴급대응방’을 만들고 확진자의 재택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신청자가 폭주하자 의사들이 24시간 비상 대응에 나서 11일 현재 네 개의 긴급대응방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의사들은 코로나19 유증상자에게 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양성 반응자의 자가 치료 및 응급조치를 돕는다. 중국 당국은 이미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더이상 감염자 추적을 하지 않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환자가 쏟아지자 ‘정밀 통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중국 내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당국이 실제로 밝힌 확진자 통계는 연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 2272명으로 하루 전보다 3091명이 오히려 감소했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달 27일(3만 8808명)에 비해 70%가량 줄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PCR 검사 건수가 줄어든 데 따른 착시 현상일 뿐 실제 확진자 수는 당국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반론이 쏟아진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으로 산 진단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정부가 하는 PCR 검사는 받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중국 온라인 민심은 ‘불신과 혼란만 증폭시킬 바에야 신규 확진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정책 변화까지 제기한다.
  • “초등~고등 교육인프라 갖춰 돌아오는 중구로” [현장 행정]

    “초등~고등 교육인프라 갖춰 돌아오는 중구로” [현장 행정]

    중구 소재 금융사의 인프라 활용드론·AI 등 체험 센터 임기내 준공방학 집중 영어캠프 등 확대 운영金 구청장 “전 과정 공교육 지원”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었던 지난 7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누리센터에 150여명의 교사와 학부모가 모였다. 민선 8기 중구의 교육지원 정책 비전을 공유하는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학부모와 교사, 교육청 관계자 등이 가득 메운 대강당 객석 안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지원 혜택이 좋아 중구에 왔다가도 고학년이 되면 좋은 학군을 찾아 다시 떠나가는 게 중구의 현실”이라면서 “제가 꿈꾸는 중구의 교육지원 정책 방향은 우리 자녀들에게 초등부터 고등까지 전 과정의 공교육 지원을 강화해 풍부한 교육 인프라를 찾아 ‘돌아오는 중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구청장은 돌아오는 중구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우선 대형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모여 있으며 역사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한 중구의 지역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이다. 김 구청장은 “중구에 다수의 은행과 증권사 본사가 위치한 만큼 금융사와 협약을 통해 다양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면서 “을지로의 제조업체와 문화관광 자원 등을 통해 현장교육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 구청장은 “제가 그런 것처럼 중구의 아이들이 내 고장 중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로봇, 드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체험이 가능한 대규모 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구청장은 “현재 최적의 대상지를 검토 중”이라면서 “임기 내 준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 수준의 온라인 교육콘텐츠 지원 방안도 내놨다. 일대일 온라인 과외시스템 구축과 멘토링 지원 등이다. 방학 집중 영어캠프와 해외연수 장학생 선발, 광희영어체험센터 확대 지원 등 영어학습에 대한 지원 강화 및 진로·진학체험 학습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김 구청장은 2019년 3월 처음 도입된 구청 직영 돌봄모델인 ‘중구형 초등돌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중구형 초등돌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김 구청장은 “중구형 초등돌봄은 4년간 182억원의 구 재정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재정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등돌봄이 교육청 업무인 만큼 교육청으로 이관을 추진하겠다”면서 “다만 이관 등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중구형 초등돌봄의 질 높은 서비스를 현행 체제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회에서 김 구청장은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박사와 함께 두 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며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답변하는 열의를 보였다. 권영기 성동고 교장은 “앞으로 지역 교육 협의체를 만들어 계속 소통해 나가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김 구청장은 “좋은 의견이다. 잘 검토해서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 서울시 “올겨울 공공에너지 15% 절감”

    실내 온도 17도 이하로 유지 등종이 없는 회의·S드라이브 보고 서울시는 세계 에너지 위기 심화에 따라 올겨울 공공부문 에너지 사용량을 15% 줄이는 등 ‘에너지 위기 특별대책’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시청사 산하·소속기관 등은 지난 3년 동절기(12~3월) 에너지 사용량 대비 15%를 절감하는 절약대책을 추진한다. 난방기 가동 시 실내 온도 17도 이하 유지, 전력 피크 시간대 난방기 가동 중지 2회, 개인 난방기 상시 사용 금지, 밤 10시 이후 조명 소등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종이 없는 저탄소 사무실을 위해 시장단 주재 회의·보고는 노트북·태블릿PC를 활용한 종이 없는 회의로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부서 내 보고자료에는 S드라이브(서울시 클라우드), 전자우편(이메일)과 노트북을 활용한다. 공공건물에는 최적화된 건물에너지 관리 방안을 제공하는 첨단 건물관리시스템(BEMS)을 도입한다. 공공경로당 300곳에 에너지 원격관리시스템(SEMS)을 시범 설치해 관리자 부재로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을 막는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으로 에너지 절약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면서 “난방·온수 온도 낮추기, 불필요한 조명 소등하기 등에 시민 여러분도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한빛원전 4호기’ 재가동… 겨울철 전력난 우려 해소 일조

    ‘한빛원전 4호기’ 재가동… 겨울철 전력난 우려 해소 일조

    2017년 5월 원자로 격납 건물 결함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한빛4호기가 11일 5년 7개월 만에 다시 가동됐다. 지난 7일 1500㎿(메가와트) 규모의 신한울 1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 데 이어 1000㎿ 규모의 한빛4호기까지 재가동에 나서면서 겨울철 전력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4호기에 대한 임계를 허용했다. 임계는 원자로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며 생성되는 중성자수와 소멸하는 중성자수가 평형을 이룬 상태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 단계로 여겨진다. 원안위는 정기검사를 통해 건물의 구조 건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가동 중단의 단초가 된 격납 건물의 결함에 대해선 보수 공사가 완료됐다고 했다. 점검 기간 격납 건물에서 기준 두께에 미달하는 철판을 모두 교체했고, 공극(틈) 140개와 건물 외벽에 노출된 철근 23곳에 대한 보수도 진행했다. 한빛4호기는 ‘탈원전’ 정책을 편 전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18일 격납 건물 부실 문제로 가동을 멈췄다. 이후 민관 합동조사단이 격납 건물 구조 건전성 평가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가동이 중단됐다. 원안위 관계자는 “한빛4호기의 경우 정기검사에서 공극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생겨 5년을 검사한 끝에 가동을 허용받게 됐다”면서 “다른 원전의 정기검사는 동일한 절차로 진행되며 앞으로 후속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최종 확인할 예정”이라며 안전성 우려를 일축했다.
  • 中빗장 풀리자 비상 걸린 北… “쌀보다 치료제 먼저” 구호 요청 쇄도

    中빗장 풀리자 비상 걸린 北… “쌀보다 치료제 먼저” 구호 요청 쇄도

    중국이 이달 들어 코로나19 방역을 빠르게 완화하자 북한이 바이러스 재유입을 우려해 치료제 확보에 나섰다. 11일 중국의 대북 무역상들에 따르면 중국이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한 지난 7일부터 북한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용 약품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의 한 무역상은 “해열제와 항생제 등 그간 북한에서 감염병 환자들에게 나눠 주던 의약품 외에 코로나19 치료제도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랴오닝성 선양의 무역상도 “북한의 주문 품목 1순위는 쌀과 식용유 등 식료품이지만 최근 들어 해열제와 진통제 등으로 몰린다”며 “고위층에 특별 제공할 코로나19 치료제를 구해 달라는 요청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석 달 만에 재개된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감염병 확산으로 다시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의 방역 완화로 감염병이 빠르게 퍼져 북한으로 재유입될 것을 걱정한다”며 “유동 인구가 많은 춘제(중국의 음력 설)를 앞두고 화물열차가 다시 멈출 수 있으니 그 전에 필요 물자를 서둘러 확보하라는 지시가 평양에서 내려왔다”고 알려 줬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 8월 중단됐다가 지난 1월 재개, 4월 중단 등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해 북한이 이룬 주요 성과로 ‘코로나19 박멸’을 꼽았지만 현 추세라면 겨울철 재유행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당국이 치료제 확보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중국·러시아산 백신을 접종했지만 전면적인 접종은 시작하지 않아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중국 주재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무역 간부들이 중국 내 ‘백지(白紙)시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타전했다. 이 소식통은 “우리와 가까운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조선(북한) 주민들의 생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북한연구원도 RFA에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8만∼10만명씩 나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산주의 사회인 중국에서도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북한 노동자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단독] “괴롭힘에 몸을 던진 막내, 10년 지나도 악몽은 또렷”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단독] “괴롭힘에 몸을 던진 막내, 10년 지나도 악몽은 또렷”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2011년 12월 20일, 곰살맞은 막내아들을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떠나보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이른 아침 파출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승민이 어머님이시죠. 사고가 났습니다. 빨리 좀 오세요.” 정신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막내 아이가 이미 7층 높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뒤였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당시 따뜻했던 체온을 어머니 임지영(59)씨는 10년이 넘어서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는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날이 그렇게 추운데도 몸이 따뜻했으니까….” 평범한 교사였던 임씨에게는 이후 ‘피해자 엄마’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녔다. 임씨의 아들 권승민(당시 덕원중 2년 14세)군은 목숨을 끊기 전 약 10개월 동안 동급생 2명에게 수시로 돈을 뺏기고, 구타를 당했다. 서울신문은 임씨와 승민군이 잠든 대구 팔공산 추모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씨의 가슴엔 여전히 한이 서려 있었다. “승민이 담임 선생님이나 가해 학생들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질 못했어요. 장례 치를 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처를 바란다며 수차례 찾아왔지만 정작 제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몬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네요. 직접 와서 승민이에게 사과했다면 저는 애들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걸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저도 교사잖아요.”그날 이후 임씨는 아들을 먼저 보낸 죄 많은 엄마가 됐다. 민사 재판 과정에선 오히려 같은 반 학부모들로부터 ‘평소 아들에게 관심이 없던 엄마’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았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임씨에게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비난이었다. “제가 못볼 거라고 생각했으니 탄원서에 (엄마들이) 그런 내용을 적었겠죠. 그런데 정말 그러면 안 되거든요. 학교 일 바빠도 학부모 상담 한 번 빠져 본 적 없고, 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전에도 승민이 담임 선생님께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하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임씨는 승민군이 학교에서 쓰던 사물함 정리도 직접 할 수 없었다. “유족이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순식간에 정리해서 보내시더라고요. 승민이 물건들이 제대로인지 확인할 길도 없이….” ‘(아이가 베란다 위에 선) 그 순간, 난 왜 (아이의 곁에) 없었을까. 남의 자식 가르친다고 내 아이를 못 지켰구나’ 이런 생각이 평생 교단에 서 온 임씨 부부를 깊은 구렁 속으로 밀어넣었다. 임씨는 지금도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남은 가족마저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몇 번이고 잠을 깨 큰아들과 남편이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동생이 잘못되자 주먹에 피가 나도록 벽을 치며 울던 첫째는 아직도 임씨가 펴낸 2권의 책(‘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여섯 개의 폭력’)을 읽지 못한다. 동생의 죽음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 교직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승민군의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일을 그만뒀다. 지금은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우리 가족 모두 (승민이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덜한 건 아니에요.” 임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질 때마다, 눈동자에 승민군 얼굴이 비치는 듯했다. 그간 겪었던 고통보다 남겨질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승민군의 유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또 다른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학교폭력예방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교육의 현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승민군의 죽음 이후로도 극악한 학교폭력 사건은 계속됐다.“제도는 바뀌었지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요.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임씨가 내린 평가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교육의 현장이, 학교폭력을 다루는 제도의 틀이 달라져야 한다고 누구보다 외쳐 왔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학교의 현실은 참담하다. ‘재발 방지’라는 핑계로 설치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학생들에게 ‘피·가해자’라는 낙인을 양산했다. 피해자 회복을 위한 기관은 여전히 전국에서 대전 해맑음센터가 유일하다. 사건 직후 교육부는 피해자 회복 기관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다년간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접해 온 임씨는 해맑음센터를 전국에 최소 4곳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이라도 학폭 피해를 당하면 위축이 돼요.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두려운 거죠. 일반 학생들한테 말도 잘 못 거는데, 어떻게 피해 전과 똑같이 등교를 할 수 있을까요.”가해자의 반성과 사과도 아직은 먼 나라 얘기다. 임씨는 “요즘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 학생 측도 쌍방으로 신고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면서 “서로 먼저 미안하다, 잘못됐다 하면 될 일들도 먼저 굽히질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변호사를 고용해 아이들 대신 부모가 다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서로 화해시키려 나서는 교사들은 ‘누구 편 드는 거냐’라는 학부모의 한마디에 움츠려든다. 교육의 현장에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고, 제도만 남은 셈이다. “제도가 또 바뀐다고 현실이 달라질까요? 가정, 사회, 학교가 맞물려 있어요. 가정과 우리 사회는 학교에 모든 걸 미루지만, 학교에서는 전부 책임질 수 없죠.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가정에서부터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충분히 훈육을 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사죄할 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schoolViolence/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 해열제·비타민 사재기 기승..中 혼돈의 ‘위드 코로나’

    해열제·비타민 사재기 기승..中 혼돈의 ‘위드 코로나’

    지난 10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의 인근 약국마다 몰려든 인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다들 코로나19 해열제와 진통제 등을 가방에 들고 갈 수 있는 만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었다.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자가격리 허용·유전자증폭(PCR) 검사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10개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놓자 주민들이 ‘의약품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한 약국은 “최근 며칠간 손님이 두 배 넘게 늘었다”며 “베이징의 병원과 약국들은 지금 아수라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올겨울 대유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주민들이 마스크와 진단키트, 소독제 등의 온라인 공동구매 뿐 아니라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비타민C도 대거 사재기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해 겨울 내내 장기간 각자 집에서 방역 자구책을 마련해 버텨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교민 사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베이징 내 한인 의사들은 지난 9일부터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에 500명 단위로 ‘코로나 긴급대응방’을 만들고 바이러스 감염자의 재택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신청자가 폭주하자 의사들이 24시간 비상 대응에 나서 11일 현재 네 개의 긴급대응방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의사들은 코로나19 유증상자에 진단키트를 제공하고 양성 반응자에 자가 치료 및 응급 조치를 돕는다.중국 당국은 이미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더 이상 감염자 추적을 하지 않고 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환자가 쏟아지자 ‘정밀 통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중국 내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실제로 밝힌 확진자 통계는 연일 감소세다. 지난 1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1만 2272명으로 하루 전보다 3091명이 오히려 감소했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달 27일(3만 8808명)에 비해 70%가량 줄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PCR 검사 건수가 줄어든 데 따른 착시 현상일 뿐 실제 감염자 수는 당국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반론이 쏟아진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으로 산 진단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정부가 하는 PCR 검사는 받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중국 온라인 민심은 ‘불신과 혼란만 증폭시킬 바에야 신규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정책 변화까지 제기한다.
  • ‘미투 논란’ 故김기덕 감독, 타국서 사망 후 벌써 2주기

    ‘미투 논란’ 故김기덕 감독, 타국서 사망 후 벌써 2주기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 故(고) 김기덕 감독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다. 故김기덕 감독은 지난 2020년 12월 11일 라트비아 모처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당시 유족은 공식 입장을 통해 “고인은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약 2주 정도 최선의 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도중 발견된 심장 합병증으로 지난 12월 11일 끝내 타계했다”고 밝혔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이후 ‘파란대문’(1998), ‘섬’(2000), ‘수취인불명’(2001), ‘나쁜남자’(2002), ‘해안선’(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 ‘빈 집’(2004), ‘숨’(2007), ‘비몽’(2008), ‘아리랑’(2011), ‘피에타’(2012), ‘뫼비우스’(2013), ‘그물’(2016),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2018) 등을 연출했다. ‘사마리아’로는 200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같은 해 ‘빈 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아리랑’으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특히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서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거장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2018년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는 국내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해외 위주로 활동했다. 한편 故김기덕 감독 유작으로 알려진 ‘콜 오브 갓’(CALL OF GOD)이 지난 7월 열린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 “옥상에서 뛰어내린 우리 아이…악몽은 10년이 가도 또렷해요”

    “옥상에서 뛰어내린 우리 아이…악몽은 10년이 가도 또렷해요”

    2011년 12월 20일, 곰살맞은 막내아들을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떠나보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이른 아침 파출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승민이 어머님이시죠. 사고가 났습니다. 빨리 좀 오세요.” 정신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막내 아이가 이미 7층 높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 뒤였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당시 따뜻했던 체온을 어머니 임지영(59)씨는 10년이 넘어서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는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날이 그렇게 추운데도 몸이 따뜻했으니까….” 평범한 교사였던 임씨에게는 이후 ‘피해자 엄마’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녔다. 임씨의 아들 권승민(당시 덕원중 2년 14세)군은 목숨을 끊기 전 약 10개월 동안 동급생 2명에게 수시로 돈을 뺏기고, 구타를 당했다. 서울신문은 임씨와 승민군이 잠든 대구 팔공산 추모공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임씨의 가슴엔 여전히 한이 서려 있었다. “승민이 담임 선생님이나 가해 학생들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질 못했어요. 장례 치를 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처를 바란다며 수차례 찾아왔지만 정작 제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몬 아이들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네요. 직접 와서 승민이에게 사과했다면 저는 애들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걸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저도 교사잖아요.” 그날 이후 임씨는 아들을 먼저 보낸 죄 많은 엄마가 됐다. 민사 재판 과정에선 오히려 같은 반 학부모들로부터 ‘평소 아들에게 관심이 없던 엄마’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았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임씨에게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닌 비난이었다. “제가 못볼 거라고 생각했으니 탄원서에 (엄마들이) 그런 내용을 적었겠죠. 그런데 정말 그러면 안 되거든요. 학교 일 바빠도 학부모 상담 한 번 빠져 본 적 없고, 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전에도 승민이 담임 선생님께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하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임씨는 승민군이 학교에서 쓰던 사물함 정리도 직접 할 수 없었다. “유족이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았을 텐데, 순식간에 정리해서 보내시더라고요. 승민이 물건들이 제대로인지 확인할 길도 없이….”‘(아이가 베란다 위에 선) 그 순간, 난 왜 (아이의 곁에) 없었을까. 남의 자식 가르친다고 내 아이를 못 지켰구나’ 이런 생각이 평생 교단에 서 온 임씨 부부를 깊은 구렁 속으로 밀어넣었다. 임씨는 지금도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남은 가족마저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몇 번이고 잠을 깨 큰아들과 남편이 숨을 쉬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동생이 잘못되자 주먹에 피가 나도록 벽을 치며 울던 첫째는 아직도 임씨가 펴낸 2권의 책(‘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여섯 개의 폭력’)을 읽지 못한다. 동생의 죽음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 교직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승민군의 아버지는 그날 이후로 일을 그만뒀다. 지금은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 그렇게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우리 가족 모두 (승민이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슬픔이 덜한 건 아니에요.” 임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질 때마다, 눈동자에 승민군 얼굴이 비치는 듯했다. 그간 겪었던 고통보다 남겨질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승민군의 유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또 다른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학교폭력예방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교육의 현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승민군의 죽음 이후로도 극악한 학교폭력 사건은 계속됐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요.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임씨가 내린 평가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교육의 현장이, 학교폭력을 다루는 제도의 틀이 달라져야 한다고 누구보다 외쳐 왔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학교의 현실은 참담하다. ‘재발 방지’라는 핑계로 설치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학생들에게 ‘피·가해자’라는 낙인을 양산했다. 피해자 회복을 위한 기관은 여전히 전국에서 대전 해맑음센터가 유일하다. 사건 직후 교육부는 피해자 회복 기관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다년간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접해 온 임씨는 해맑음센터를 전국에 최소 4곳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이라도 학폭 피해를 당하면 위축이 돼요.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 두려운 거죠. 일반 학생들한테 말도 잘 못 거는데, 어떻게 피해 전과 똑같이 등교를 할 수 있을까요.”가해자의 반성과 사과도 아직은 먼 나라 얘기다. 임씨는 “요즘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 학생 측도 쌍방으로 신고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면서 “서로 먼저 미안하다, 잘못됐다 하면 될 일들도 먼저 굽히질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변호사를 고용해 아이들 대신 부모가 다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서로 화해시키려 나서는 교사들은 ‘누구 편 드는 거냐’라는 학부모의 한마디에 움츠려든다. 교육의 현장에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고, 제도만 남은 셈이다. “제도가 또 바뀐다고 현실이 달라질까요? 가정, 사회, 학교가 맞물려 있어요. 가정과 우리 사회는 학교에 모든 걸 미루지만, 학교에서는 전부책임질 수 없죠.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가정에서부터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충분히 훈육을 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사죄할 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 “임대 아파트 가는게 소원”…녹물·추위에 떠는 네살 수희네 겨울

    “임대 아파트 가는게 소원”…녹물·추위에 떠는 네살 수희네 겨울

    네 살 이수희(가명)양이 사는 집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딱 두 발자국 거리에 있다. 차가 오갈 때마다 들리는 소음은 밤낮없이 귓전을 때린다. 상수도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지하수를 끌어쓰는 탓에 비나 눈이 오면 녹물과 쇳가루가 섞여 나온다. 고속도로 교량 아래 위치해 낮에도 해가 들지 않고, 집 주변으로는 한기마저 감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동산면에 있는 수희네 집 보일러에는 실내온도가 영상 19도로 표시됐다. 창문과 현관문 주변으로 여기저기 덧댄 단열재와 연탄 화로, 기름 보일러가 동시에 돌아가는 덕에 그나마 이 온도가 유지되는 듯했다. 벽지와 장판은 곰팡이가 올라와 있었고, 수희 아버지 이모(44)씨가 지내는 방은 보일러를 틀지 않아 집 밖에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씨는 “비나 눈이 오면 녹물과 쇳가루가 섞여 나온다”며 “생수를 끓여서 차가운 생수와 섞은 뒤에 수희를 씻긴 적도 많다”고 했다. 이씨는 4년 전인 2018년 갓 태어난 수희를 안고 이 집으로 왔다. 이씨의 아내(35)는 수희를 출산한 직후 양수색전증을 앓다가 뇌에 이상이 생겼다. 수희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사지가 마비된 이씨의 아내는 지금까지도 식물인간 상태다. 이씨는 “얼마 전 아내를 보고 왔는데 온 몸이 나무뿌리 같았다”며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아내의 간병비를 부담하면서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 상황이 버겁다”고 했다. 이씨는 5년째 간병비와 병원 물품비로 매달 15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매달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연금을 합쳐 정부 지원금으로 135만원 정도를 받지만, 아내의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희를 돌보느라 전혀 일을 할 수 없었던 이씨는 그동안 저축했던 돈으로 버텨왔다. 올해부터는 수희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76)도 모시고 있는 터라 마음 놓고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수희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없다”며 “일용직을 포함해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틈날 때마다 일을 하지만, 결국 빚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겨울이면 난방비로만 한 달에 50만원을 넘게 써야 한다. 올해도 지난달 초에 벌써 기름 보일러에 100만원 어치 등유를 채워넣었다. 이씨는 “두 달 정도면 기름이 바닥난다”며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 잘 안되는데다 보일러도 온전치 않아서인지 난방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한 달 동안 버틸 돈을 버는 것도 버겁다 보니 허술한 집을 고칠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집 안 곳곳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수희를 살게 해주려는 이씨의 노력이 배여 있었다. 화장실 안에 설치된 난방기구, 수도에 부착된 불순물을 거르는 필터, 유독 온도가 높은 수희의 방까지. 올해 9월 수희네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물이 새던 지붕도 고쳤고, 그럴듯한 가구도 집 안에 놓였다.태어나자마자 아빠 품에서 자란 수희가 이씨에겐 세상의 전부다. 이씨가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유도 수희다. 이씨는 “수희를 위해서 춘천이나 홍천에 임대아파트를 얻어 보금자리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주택 입주 대기자가 워낙 많아 수희네 가족까지 순번이 돌아오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 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없는 만큼 자리가 나기만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이씨가 열심히 일해 소득이 높아지거나 혹시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입주 자격도 후순위로 밀려난다. 국토연구원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연계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거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 가구 94.3%는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중 25.8%만이 정책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 이근홍 사회복지사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우선 주거환경개선과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수희를 포함해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희뿐 아니라 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방에, 컨테이너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에 사는 아이들은 여름철 폭우, 폭염만큼이나 겨울이 두렵다. 2인 기준면적 26㎡, 수세식 화장실·전용입식 부엌 등 법이 정해놓은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거환경에 놓였거나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아이들은 전체 10명 중 1명꼴로 추산된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540만 가구 중 59만 4000가구(11%), 서울시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84만명 중 12만명(15%), 경기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147만명 가운데 10만명(7%)의 아이들이 집다운 집에서 지내지 못하고 있다. 수희네 가족을 포함해 겨울철 주거 취약계층을 돕고 싶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033-762-9171)로 문의하면 된다.
  • LG, 연말 이웃사랑성금 120억원 기탁

    LG, 연말 이웃사랑성금 120억원 기탁

    LG가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성금 12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LG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 이웃사랑성금 전달식을 가졌다고 11일 밝혔다. LG가 1999년부터 올해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성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성금은 청소년 교육사업과 사회취약계층의 기초생계 지원 및 주거, 교육환경 개선 등의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하 사장은 “LG가 보유한 역량으로 사회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우리 사회에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장 소재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금액을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 총 1000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온라인 기부 캠페인인 ‘이노드림펀딩’을 통해 임직원들이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7월부터 기부 키오스크 ‘엔솔 터치’를 통해 취약 계층 아동들을 돕고 있다. 임직원들은 출입구, 라운지, 식당 등 사내 곳곳에 설치한 키오스크에서 취약 계층 아동들의 사연을 보고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900명 이상이 기부에 참여했다. 또 연말을 맞아 어려움을 겪는 지역 공동체와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필요 물품 후원, 임직원 참여 봉사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지역아동센터에 가습·제습 효과가 있는 공기정화식물로 만든 캔버스 액자를 전달하는 ‘나부터 챌린지’를 진행한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들은 사업장 인근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가옥 수리, 동절기 용품과 생활용품, 쌀을 비롯한 식료품, 난방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경영도 강화하고 있는 LG는 탄소제로 실천 의미를 담아 이번 성금 전달식에 일회용 플라스틱 판넬 대신 LG전자의 이동식스크린 스탠바이미를 활용했다.
  • 일요일 신규확진 14주만 최다… 겨울철 재유행 본격화

    일요일 신규확진 14주만 최다… 겨울철 재유행 본격화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일요일 기준 14주 만에 최다치를 기록하며 겨울철 재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 4319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누적 확진자 수는 2772만 8482명으로 증가했다. 일요일 신규 확진자 수를 따져보면 1주일 전인 지난 4일(4만 6550명)보다 7769명 늘었고, 지난 9월 4일(7만 2112명) 이후 14주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1주일간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만 3153명→7만 7590명→7만 4697명→6만 5245명→6만 2734명→6만 2738명→5만 4319명으로, 일평균 6만 68명을 기록하며 다시 6만명대로 올라왔다. 정체됐던 유행세가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는 52명으로 전날(61명)보다 9명 적었다. 국내 지역감염 사례는 5만 4267명으로 집계됐다.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440명으로 전날(428명)보다 12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19일부터 3주 넘게 400명 선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전날 사망자는 40명으로 전날(54명)보다 14명 적었다. 누적 사망자 수는 3만 1069명, 치명률은 0.11%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하는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신규 확진자 수를 위중증·사망자 발생 추세, 방역대응 역량과 함께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문 전 대통령과 16년 함께…‘마루’의 마지막 산책길 [김유민의 노견일기]

    문 전 대통령과 16년 함께…‘마루’의 마지막 산책길 [김유민의 노견일기]

    조금 특별했던 흰 개 ‘마루’가 16살이 된 해 겨울, 사랑하는 주인 곁에서 눈을 감았다. 이미 노견이었던 마루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활동이 줄어들었다. 17살 찡찡이와 유기견이었다가 2015년 입양된 토리까지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들 나이들이 많다”며 “점점 활동이 줄어들고 있어 안쓰럽다. 시간이 나는대로 산행도 시켜주고 있다”고 말했었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마루가 자신의 곁에서 눈을 감았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마루는 더없이 고마운 친구이자, 가족의 든든한 반려였다고. 마지막 산책을 함께 하고, 숨을 거둘 때 쓰다듬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양산 매곡 골짜기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긴 세월을 함께한 반려견이었다. 문 전 대통령에게 마루는 매곡 골짜기에서 제일 잘 생기고 위엄있는 수컷이었다. 전국 곳곳으로 2세도 많이 퍼트렸다. 청와대로 가서는 북한 풍산개 곰이와 사랑을 나누고 남북합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잘 산 견생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뒷산 다락을 마음껏 뛰어다녔던 마루는 느릿해진 발걸음으로 마지막 산책길, 여느 때처럼 떨어진 홍시감을 먹었다. 그리고 산책 중에 스르르 주저 앉아 마지막 숨을 쉬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숨을 쉬는 마루를 쓰다듬고, 화장하여 마당 나무 사이에 수목장으로 묻었다. 그리고 고맙고, 또 고맙다고, 다음 생이 있다면 좋은 인연으로 꼭 다시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 ·노견·노묘의 기준 - 보통 소형견을 기준으로 8살 이상이 되면 노견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노화 시기가 늦춰져 10살 이상을 노견으로 본다. 고양이는 평균 12살이 넘으면 노묘로 간주된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보다 세밀한 관심을 가지고 이상 증상을 보이면 수의사를 찾아 확인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이 노령이 되는 10살이 넘으면 이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반려동물과의 이별 뒤 심한 무기력함,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문을 열면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고, 실수했을 때 마지못해 혼냈던 기억이 생각나 후회가 밀려온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더 슬퍼진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가족으로 함께한 반려동물이었기에 느끼는 슬픔이다.한국에서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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