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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면가왕’ 캣츠걸 정체, 배우 차지연 결정적 증거

    ‘복면가왕’ 캣츠걸 정체, 배우 차지연 결정적 증거

    복면가왕에서 2연승을 달성한 캣츠걸의 유력한 후보로 배우 차지연이 꼽히고 있다. 차지연이 자신의 트위터에 캣츠걸임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겨 화제다.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캣츠걸이 결승에 진출한 남극신사 펭귄맨을 꺾고 18대 가왕에 오르며 2연승을 달렸다. 복면가왕 캣츠걸로는 배우 차지연이 유력하다. 차지연은 지난달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바람이 차다. 겨울. 그래 겨울이구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누리꾼들은 이 글을 보고 “가왕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캣츠걸의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과 마이크 습관 등을 증거로 배우 차지연이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날 ‘복면가왕’에 출연한 백작부인의 정체는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였다. 레옹은 남성그룹 클릭비의 오종혁으로 밝혀졌다. 민아는 2라운드 2조에서 화요비의 ‘어떤가요’를 청아한 음성으로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고(故)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선곡해 큰 박수를 받은 펭귄맨에게 졌다. 민아는 가면을 벗고 “저희가 데뷔 했을 때 가창력 논란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약간 트라우마가 생겼다”면서 “피할 수만은 없었다. 이 갈고 나왔다. 1라운드 통과할 지 몰랐다”고 말하고 눈물을 흘렸다. 3라운드에서 펭귄맨과 맞붙은 레옹은 클릭비의 멤버 오종혁이었다. 오종혁은 김종서의 ‘겨울비’를, 펭귄맨은 동물원의 ‘나는 나 너는 너’를 불렀다. 판정단의 투표 결과 펭귄맨이 69표를 얻어 30표를 얻은 레옹을 제쳤다. 이날 결승전에 올랐지만 여전사 캣츠걸에게 패한 펭귄맨은 그룹 투빅의 지환이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인센티브·의무제 해도 심야택시 부족… 서울시 “연말 공급 늘리자” 긴급 처방

    [단독] 인센티브·의무제 해도 심야택시 부족… 서울시 “연말 공급 늘리자” 긴급 처방

    “서울시가 야간의무 운행, 승객동승제, 해피존 등 정말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래도 심야에 택시가 안 늘어요.” 지난 27일 만난 택시기사 김모(55)씨는 “돈이 안 되니까 택시기사들이 밤에 안 나오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에 시행한 해피존도 금요일 밤에 강남 지역에서 손님을 태우면 3000원씩 받지만 유인책이 안 된다”면서 “심야에 영업제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최근 ‘심야 부제 해제’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2011년부터 실시한 시 공급 정책이 ‘백약이 무효’로 끝난 탓이다. 시는 승차 거부 등 심야 택시 대란을 막기 위해 2011년 12월부터 평일에 강남역에서 택시승차지원단을 운영했다. 지난달에는 이 제도를 발전시켜 금요일 밤 11시~ 다음날 새벽 2시에 강남역 인근 6개 승차소에서 택시를 잡아 는 ‘해피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피존은 인센티브 제도를 포함한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우는 기사는 개인택시조합에서 1회에 3000원씩 받는다. 하지만 해피존 봉사자는 “그래도 겨울비가 내리면 택시가 거의 없어 잡아 줄 수 없었다”면서 “택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택시 대수를 늘리는 물리적 공급을 반대하는 택시업계 일각에서는 인센티브를 장기적으로 승객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가 많은 곳에서 웃돈을 내는 것이 시장원리라는 것이다. 시의 인센티브는 올해로 끝난다. 2012년부터 오후 9시~오전 9시에 운행하는 심야전용 택시도 도입했다. 지난 3년간 2200대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택시의 심야 운행 의무화(심야택시 할당제)도 거론됐지만 개인 자유를 침해한다는 개인택시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정부나 시는 현재 서울택시의 공급이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공급 부족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고령화 등으로 심야운행을 안 하는 개인택시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심야 공급이 적은 게 문제다. 지난해 개인택시의 면허대수는 4만 9348대로 법인택시(2만 2787대)의 2배 이상이다. 시 관계자는 “해마다 단속해도 연말이면 ‘택시 대란’이 반복되니 심야 부제 해제까지 검토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다시 입 닫은 孫

    다시 입 닫은 孫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을수록 여의도의 시선은 전남 강진으로 향한다. 백련사 인근 토담집에서 칩거한 지 1년 4개월째인 손학규(얼굴) 전 상임고문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일 카자흐스탄 특강 후 귀국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의 현안을 언급하면서 정계복귀설은 더 힘을 받았다. 앞서 이낙연 전남지사의 주도로 손학규계 전·현직 의원들의 대규모 회동도 열렸던 터다. 초겨울비가 흩뿌리던 19일 강진을 찾았다. 1973년 한 스님이 수행을 위해 만들었다 버려진 이 집은 지나온 세월만큼 낡아 보였다. 안경을 끼고 책을 읽던 손 전 고문은 기자를 보자 편치 않은 기색을 보이며 “어쩌나. 이제 기자들은 안 만나는데…”라고 했다. 꾸준히 당내에서 거론되는 ‘손학규 역할론’을 요리조리 물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허허” 웃거나 먼 산만 바라봤다. 그저 “미안하다. 이렇게 박대해서…”라며 등 떠밀듯 배웅했다. 점심 공양 뒤 다시 집을 찾아갔지만 부인 이윤영씨가 “오늘은 하실 말씀이 없으시니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집 앞에 놓인 ‘묵언 수행 중’이라는 팻말처럼 외부 접촉을 기피하는 것은 최근 일거수일투족이 정계복귀설로 연결되는 데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부터 손 전 고문을 보좌해 온 측근은 “그냥 뱉은 말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다 보니 정치인이나 기자들이 온다고 하면 아예 자리를 비우신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손학규계인 양승조 의원도 최근 방문 의사를 타진했다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를 지고 있는 입장에서 사찰이 외부인으로 북적이는 것도 고역이다. 한 측근은 “공부하겠다고 내려와 있으니 (사찰에서) 품어 주긴 한다”면서도 “오늘도 지지자 수십명이 왔다 갔다. 사찰에서 불편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묵언 수행’은 언제쯤 끝나게 될까. 2012년 손학규 대선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유정 전 의원은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움직일 가능성이) 전혀 없고 내년 가을쯤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글 사진 강진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단독] 정동영 “난 눈도, 귀도 없는 사람”

    [단독] 정동영 “난 눈도, 귀도 없는 사람”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함께 야권 신당론의 구심력으로 거론되는 정동영(62) 전 의원의 ‘칩거’가 길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소속으로 4·29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홀연 중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6월 말 귀국했고, 고향인 전북 순창에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원짜리 농가를 얻어 씨감자 농사꾼으로 변신한 지 4개월이 훌쩍 넘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지 6개월여. 하지만 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천정배(광주·전남)-정동영(전북) 연대설’, ‘전주(또는 순창) 출마설’ 등 여의도는 그를 놓아두지 않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다. 초겨울비가 뿌리던 13일 순창 자택을 찾았다. 집 안에 먼저 온 손님들이 있어 동네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총선 출마 얘기부터 꺼냈다. 정 전 의원은 “무위지행(無爲之行·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론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지금은 통일 씨감자 재단을 어떻게 설립할지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천 의원 딸의 결혼식장을 찾은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연대설에 대해 묻자 “난 눈도 없고 귀도 없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새정치연합 비주류는 끊임없이 천 의원과 정 전 의원 등 당을 박차고 나간 이들을 불러들여 통합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주장한다. 복당 가능성을 묻자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손사래 쳤다. 다만 정 전 의원은 본인이 천착해 온 통일 및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통일대박론, (문 대표의) 선 경제공동체-후 평화통일론 모두 구호와 말이 아니라 어떻게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정치”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전날에도 이곳을 찾았지만 정 전 의원은 집을 비우고 부인 민혜경씨만 있었다. 부인에게 안부 전화를 건 정 전 의원과 짧은 통화만 할 수 있었다. 정 전 의원에게 ‘전주(덕진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묻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거 이후) 6개월간 신문과 TV를 보지 않았다. 나는 눈과 귀가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이 여전히 상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전 의원은 아직 관망을 하는 듯했다.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임종인 전 의원은 “출마 이야기는 전혀 안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도 정치 얘기를 아예 안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14일 씨감자 수확 이후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처럼 알려졌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건 없다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겨울을 순창에서 나려는 듯 마당에는 장작이 가득 놓여 있었고 빨랫줄에는 겨우내 먹어도 될 시래기가 걸려 있었다. 글 사진 순창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연말에도 車·철강 ‘먹구름’- 조선 ‘비’

    연말에도 車·철강 ‘먹구름’- 조선 ‘비’

    “연말까지 건설과 전자 업종에는 햇살이 들겠다. 자동차, 기계, 철강, 유화·정유, 섬유·의류 업종은 흐리고 조선 업종에는 겨울비가 내리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일 내놓은 올해 4분기 산업기상도의 요지다. 대한상의가 10여개 업종 단체와 함께 전망을 조사한 결과 사물인터넷(IoT)의 급성장으로 반도체가 잘 팔리는 전자·정보기술(IT) 업종과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공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호조를 보이는 건설 업종은 ‘구름 조금’으로 업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수출 감소와 경쟁국 일본의 통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중국 경기 부진과 엔저에 시달리는 기계 업종과 세계시장에 물량을 쏟는 중국 탓에 철강 업종 역시 ‘흐림’이다. 정유·유화 업종과 섬유·의료 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각각 중국 등 전 세계 시장의 수요 부진이 원인이다. ‘어닝쇼크’와 발주량이 급감하는 조선 업종은 ‘비’가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코스피200에 포함된 조선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지난 2분기 마이너스 28%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고 발주량도 지난 8월 79척으로 최근 6년간 가장 적어 업황 개선도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41)이창숙 ‘무옥이’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41)이창숙 ‘무옥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142개국 가운데 11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며 해를 거듭할수록 성 격차 순위는 계속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옥이가 살았던 1940년대보다 70여년이 더 지났음에도 여성의 지위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은 194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1952년 한국전쟁 직후에 이르기까지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던 평범한 열네 살 무옥이가 스무 살 공장 노동자가 되어 역사의 순간을 껴안기까지의 과정은 파란만장하다. 그러나 격동의 세월을 산 무옥은 결코 요란하지 않다. 사건들은 호들갑을 떨지 않으며 신파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보여준다. 극적인 사건이 많음에도 맑은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옥의 성정이 작가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형상화된 이유일 것이다. 여백이 느껴지는 삽화 또한 그러한 성정을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 책 내용은 이십 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는 무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는 해방이 되고 나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오지만 열여섯 무옥이 시집가는 날 집을 떠난다. 무옥의 결혼식 날 동생 무창은 복막염으로 죽고, 그 충격으로 신랑은 초례도 치르지 않는다. 이후 무옥은 고된 시집살이를 하다 열여덟 되던 해 시댁을 나온다. 서울로 올라온 무옥은 친구 순자의 도움으로 여공 생활을 하며 야학을 다닌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취직한 조선방직에서 파업투쟁이 일어나자 노동자 대오의 선두에 서게 된다. 성장소설이 기성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때, 무옥은 기성사회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조용히 현실과 조응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무옥은 여러 사건에 의해 균형이 무너진 삶을 끌어안으면서도 그것을 회복하고자 여러 적대적인 것과 맞서 나간다. 무옥이 삶의 균형이 깨진 이유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관습과 이데올로기, 역사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러 집을 나가고, 당시 여자는 교육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였고 시댁에서의 부당한 대우에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전쟁과 가난은 무옥을 공장으로 내몰았으며 부정부패한 정부는 무옥을 노동시위 현장에 앞장서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고립되었던 어린 무옥은 사회적으로 개방된 존재로 나아가고 점차 인식이 확장된다. 무옥은 자신을 알아보기 위해 떠난 길에서 스스로를 시험하고 견디며 고유의 본질, 삶이 추구해야 할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귀한 존재”라는 자각이다. 그렇다면 무옥이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우선 무옥은 당면한 삶을 진정성 있게 마주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지 않았다. 결핍과 금지가 욕망을 낳고, 삶이 욕망 추구의 과정이라면 무옥이 당면한 문제는 당시 여성으로서 강요받는 삶의 문제일 것이다. 그것에 대해 무옥은 현실을 탓하지도 않지만 무조건적으로 순응하지도 않는다. 라캉은 ‘요구’에 의해 채워지지 않은 어떤 정신의 율동을 ‘욕망’이라고 정의하며 그것을 생명력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결핍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기 위해 어떤 ‘의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의미’가 ‘욕망의 대상’이라고 볼 때 무옥의 욕망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받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무옥은 성큼 삶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또한 우리네 삶이 주변 사람들과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향받는다는 점에서 무옥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빌려 자신이 갈 길을 꿋꿋이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대표적인 조력자는 아버지와 순자다. 무옥은 아버지가 거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존중감을 배우고, 책 읽기를 권한 아버지의 영향은 비록 아버지가 곁에 없을지라도 무옥에게 책의 힘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고 버티고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이 되게 한다. 무옥이 발을 딛는 세계에 먼저 발 딛은 순자에게 무옥이도 동조하여 공장을 다니며 사회 불의에 맞선다. 시집살이를 할 때 책을 읽어 달라고 한 기와집 할머니 또한 무옥에게 큰 힘이 된다. 기와집 할머니의 호의는 비로소 책 읽기가 혼자 몰래하는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놀이이자 배움이 된다. 또한 무옥은 노동자 인권을 주장하다 쓰러진 재유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과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옥에게 힘이 된 것은 책 읽기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책 읽기를 좋아한 무옥은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책 읽어주는 기쁨을 느낀다. 이 책에는 무옥이가 읽은 많은 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백석 시집’부터 ‘박씨 부인전’이나 ‘사씨남정기’ 같은 고전, ‘상록수’나 ‘탈출기’ 같은 근대소설까지 망라한다. 무옥에게 책은 친구이며 혈육이며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치유처였다. 그래서 동서에게 기와집에 가서 책 보는 것을 권하면서 “동서, 나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거든. 괴로움도 조금 잊을 수 있었구”라고 말하며 “책은 힘이 있구나.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는 구나”라고 읊조린다. 시대가 변했다고 우리네 사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근현대사를 거치는 한 여성의 삶을 다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 삶과도 닮아 있다. 어느 시대나 개인과 사회의 간극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개인의 삶은 나름의 고민을 겪으며 사회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를 구속하는 이데올로기가 있고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이 있다. 나를 흔드는 사건들이 있다. 여전히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고군분투한다.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를 모아 힘을 내기도 한다. 때론 무옥의 아버지나 순자처럼 희생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웃에게 책 읽어주기가 동네 아낙네들에게 이야기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것처럼, 재유의 희생을 보며 무옥이 대오에 앞장서게 된 것처럼, 조선방직 노동자 시위가 실패했으나 노동법 제정 계기가 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의 헌신으로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무옥이가 보여주는 삶의 여정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추구할 것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용기를 내 실천하는 것”의 의미를 준다. 책 마지막 장면에 무옥은 쓰러진 채 겨울비를 맞고 있다. 공권력의 제압에도 겨울비에도 부디 무옥이가 일어났기를 바란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갔으리라고 믿는다. 주어진 삶에서 도망치지 않고 진정으로 마주하며 말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소중한 요즘, 문제를 회피하거나 남 탓하기 보다는 직면이 필요한 요즘, 여전히 무옥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단독] [커버스토리] 너도나도 인증샷 들썩이는 시장통 대박난 지역경제

    [단독] [커버스토리] 너도나도 인증샷 들썩이는 시장통 대박난 지역경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영화의 힘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자 촬영장소인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 상인들의 흥분된 목소리다. 지난 14일 오후 겨울비가 오락가락하는 짓궂은 날씨에도 국제시장은 인파로 넘쳐났다. 도매상들이 많은 국제시장은 평소 오후엔 손님들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최근 영화 ‘국제시장’ 상영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보름 동안 영화를 촬영한 가게 ‘꽃분이네’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잡화류를 판매하는 이 가게는 6.61157㎡(2평) 남짓한 작은 매대에 액세서리와 양말, 시계·지갑·벨트 등이 가득 진열돼 있다. 영화 상영 이후 가게 이름도 아예 바꿨다. 원래 이름은 ‘영신’이었으나 영화에서처럼 ‘꽃분이네’로 간판을 바꿔단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3년째 ‘꽃분이네’를 운영하고 있는 신미란(37·여)씨는 “평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골목인데 영화 상영 이후 손님들로 대박이 났다”며 “인접한 다른 가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분이네’가 입점한 골목은 포목과 이불, 도배·장판지 같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점포들이 대부분이라 찾는 고객이 한정돼 있다. 신씨는 하루 평균 10만~15만원이던 매출이 영화 ‘국제시장’ 상영 이후 30만원까지 늘었다고 했다. 주말이나 휴일에 찾는 가족동반 관광객들이 하나씩 물건을 사면서 수입이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신씨는 “요즘은 장사보다 사람들 줄 세우는 것이 더 큰 일과”라면서도 “멀리서 영화를 보고 일부러 찾아온 고마운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을 관할하는 중구는 며칠 전 이 가게 앞 골목에 ‘포토존’까지 설치했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인근 가게 주인들이 영업에 방해된다며 구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상인들 간 마찰이 빚어지자 구청이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시장에서 영업하는 모든 상인들이 영화 흥행의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흥행으로 ‘꽃분이네’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한산하기까지 하다. 신씨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진을 찍기 위해 골목과 다른 점포를 막아서는 바람에 이웃 상인들과의 불화가 심하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건물주인이 가게 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직접 둘러보고 마치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영화의 한 장면에 녹아들고 싶어 찾는다고 한다. 경남 마산에서 왔다는 김영숙(62·여)씨는 “사람들이 국제시장 얘기를 많이 해서 친구와 함께 찾아왔다”며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 주말에 가족과 함께 꼭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영화를 보고 국제시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는 서영희(43·여)씨는 “영화에 나온 ‘꽃분이네’는 포목점이었는데, 지금 이곳은 잡화점이고 판매하는 제품도 가게 분위기도 달라 약간 실망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상인도 영화 흥행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제시장에서 8년째 레코드점을 운영한다는 김영애(48·여)씨는 “원래 국제시장은 먹자골목과 일부 소매점포를 제외하면 도매점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후 7시 반이면 거의 문을 닫는다”며 “영화 ‘국제시장’ 상영 이후 오후 늦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곳곳에 먹자골목을 만들어 시장을 좀 더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광복 이후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돌아온 동포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노점을 차리면서 시작됐다. 부산항과 가까워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물건들을 거래하면서 시장의 모습을 하나씩 갖춰갔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부산항에서 하역된 군수품과 생활용품 등이 국제시장으로 들어와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이 도매로 물건을 뗀다고 해서 ‘도떼기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용운(68) 국제시장 번영회장은 “영화 국제시장 상영 이후 하루 수만 명이던 방문객 수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이 사람들이 모두 물건을 사는 고객은 아니지만, 분명히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1969년 1월 시장번영회가 설립되었고 1977년 정식으로 시장개설 허가를 받았다. 현재 1500여개의 점포에 900여명의 상인들이 하루 평균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며, 종업원까지 포함하면 3000여명에 달한다. 인근 부평동 깡통야시장과 자갈치시장, 47년 만에 도개를 시작한 영도다리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걷는 부산 중구 원도심의 상권을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회장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힘을 등에 업은 국제시장이 침체한 남포동과 광복동의 상권을 살려 화려했던 중구의 옛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화재와 보안 등 재난에 취약해 시설 현대화사업이 시급하다. 실제로 국제시장은 1953년과 1956년, 2009년 등 3번에 걸친 대형화재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다. 김 회장은 “국제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을 위해 정부와 부산시에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면서 “비록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리고 있지만, 한때 한국경제와 부산경제의 심장부 역할을 했던 국제시장이 영화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글 사진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다음주 수요일까지 겨울비… 충청·호남에는 눈

    28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겨울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서쪽 지방부터 비가 내려 낮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걸쳐 5~2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요일인 29일에는 전국이 흐린 가운데 강원과 경북 지역에 비가 내리고, 30일에는 오전부터 서쪽 지방에서 시작된 비가 오후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어 다음달 3일까지 지역에 따라 산발적으로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달 1일 오전에는 강원 영동과 영남, 제주에 비가 오겠다”면서 “1일 오후부터 3일 오전 사이에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충청과 호남, 제주에 눈 또는 비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수량은 평년(1~3㎜)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2~14도, 낮 최고기온은 7~20도, 29일은 5~13도, 12~19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8일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내륙에 강풍이 예상된다며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동철의 시시콜콜] 아브리 파토와 석장리 유적

    [서동철의 시시콜콜] 아브리 파토와 석장리 유적

    ‘겨울비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다. 베제르강 깊은 골짝에 어둠이 깔린 지 오래고, 에지드타약(s Eyzies-de-Tayac) 거리에는 인적마저 끊겼다. 이 겨울비가 내리는 날 외진 유적지를 찾는 이들이 없어서 마을이 조금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래서 빗물이 얼룩진 카페 창가에 앉아 포도주 몇 잔을 기울이고 싶은 밤이기도 했다. 그 자리에 샹송이 깔리면 비 내리는 겨울밤의 운치가 더 살아나겠지….’ 프랑스 남서부의 구석기 유적지 아브리 파토를 묘사하는 대목은 이렇게 시적(詩的)이다. 도르도뉴강 지류인 베제르강 언저리는 후기 구석기 문화 밀집 지역이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의 화석이 발굴되고 라스코 동굴벽화와 퐁드곰 동굴벽화도 발견된 ‘유럽 구석기 연구의 수도’다. 그렇다 해도 고고학도가 아닌 일반 관광객이라면 여간해서는 찾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라시아 고고기행’을 읽다 보면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용솟음친다. 웬만한 사람은 한두 장 읽다가 지쳐 버릴 전문적 이야기를 주제가 있는 에세이처럼 풀어낸 사람은 문화재 저널리스트 황규호다. 아브리 파토는 후기 구석기 문화가 켜켜이 쌓인 바위그늘 유적이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바위 벼랑 사이에 자연적으로 깊숙이 파인 공간에서 눈비와 사나운 짐승의 공격을 피했다. 이곳의 구석기인들은 3만년쯤 4000년에 걸쳐 10m가량 퇴적된 지층에 모두 14개의 문화층을 남겼다. 발굴은 1898년 이후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3분의1 정도만 판 상태라고 한다. 한 해 10㎝ 이상 발굴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0만점에 이르는 동물뼈가 나왔지만 7명분의 사람뼈가 출토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유적 전시관에는 16세로 추정되는 아기 엄마를 복원해 놓았다. 유명한 ‘마담 파토’다. ‘유라시아 고고기행’은 간다라 문화의 본거지인 파키스탄과 한민족의 원류로 알려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을 망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아브리 파토를 떠올린 것은 공주 석장리 박물관에서 본 그곳의 흥미로운 유물 때문이다. 바위에 부조 형태로 여인의 모습을 새긴 ‘구석기 비너스’가 그것이다. 그러고 보니 1964년 손보기 교수가 이끄는 연세대 팀이 석장리 발굴을 시작하고 올해로 꼭 50년이 흘렀다. 한반도 남부에서 구석기 시대의 존재를 확인한 ‘사건’이었다. 이후 연천 전곡리와 단양 수양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구석기 유적 발굴이 이어졌다. ‘유라시아’가 잊고 있던 석장리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dcsuh@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8년째 이어도연구회 이끄는 고충석 이사장

    [김문이 만난사람] 8년째 이어도연구회 이끄는 고충석 이사장

    한때는 상상의 섬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럴까. 가슴에 묻어둔 한 많은 섬이다. 눈을 뜨고 쳐다봐도 그렇고 이내 돌아서더라도 하염없이 눈물 맺히는 곳이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우리 애기 잘도 잔다/우리 서방 만선 되어 낼 모래면 돌아온다/우리 애기 잘도 잔다~.’ 이어도를 바라보며 제주의 어머니들은 그렇게 노래했다. 그러나 배를 타고 나간 아버지와 아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어머니들은 바닷가로 나가 며칠이고 통곡했다. 이어도 바다를 원망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용왕님께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살아서 돌아오게 해달라고. 이어도에 대한 대중가요도 있다. 양인자씨가 작사하고 김희갑씨가 작곡했다. 노래는 김국환씨가 했다. ‘너를 불러보았다 이어도/그리워서 불렀다 이어도/한라산이 열리면서 바닷속에 숨겨놓은 여인/마라도 남남서쪽 일백사십구 킬로/4미터 물속 아래 숨바꼭질하는 그대/오늘도 안녕하신가.’ 색소폰 연주자 찰리 김도 이 노래를 자주 연주한다. 1984년 4월에도 이어도에 대한 노래가 나왔다. 부부 가수 정태춘, 박은옥씨가 불렀다.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정씨 부부는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평화의 땅이자 무욕의 땅인 이어도를 생각하고 노래를 지었다고 당시 말했다. 이런 노래들은 관념적으로 존재했던 이어도를 분명한 실존적 존재로 대중에게 다가가게 했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에 나오는 대목을 잠시 보자.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비록 그곳에 가면 살아서는 되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시사철 먹을거리가 많은 곳으로 여겨지는 섬이다. 또한 이승의 삶에서 먹을거리가 없어 지겹도록 고달플 때면 항상 가고 싶어 하는 저편의 섬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어도는 죽음의 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구원의 섬이기도 했다. 요즘 영화 ‘명량’이 화제다. 중심에는 이순신이 있다. 왜 이순신일까. 한 나라가 멸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해상방위를 소홀히 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위대한 해양문화의 유산이 있음에도 왜구의 침략과 서쪽 세력이 밀려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모반이나 해외 탈주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뱃사람을 비하하는 의식구조로 해양정신의 몰락을 자초했으며 끝내 망국으로 치달았다. 아마 이순신은 그것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임진왜란은 결국 그런 해양정신으로 적을 막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 36년을 생각할 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최소한의 해상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과연 조선이 망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은 모처럼 국민정신은 활발하기에 가장 좋은 원동력이 될 바다를 가졌건만 이 훌륭한 보배의 가치를 이용하지 못했다. 조선국민은 밖으로 내어뻗을 기운을 부당하게 고폐압축(錮廢壓縮)한 탓으로 그것이 국내에서 자가중독 작용으로 전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중국은 이어도를 포함시키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발표했다. 그리고 한 달 후였다. 외국 군용기 800대가 진입했고 23개국 56개 항공사가 중국민항에 2만여회의 비행계획을 통보했으며 방공안보를 위해 중국 정찰기와 조기경보기, 전투기 등 51개팀이 87회나 긴급발진하는 등 각종 항공기의 활동상황을 중국군이 완벽하게 감시·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심 하늘 아래에는 바로 우리의 이어도가 있다. 그렇다면 이어도는 어떤 곳이며, 어떻게 존재의 이유를 국내외적으로 잘 입증해야 할까. 우선 이어도는 우리 한반도에 매년 불어오는 태풍을 가장 먼저 온몸으로 막고 태풍의 진로를 상세히 알려준다. 독도가 동해를 굳건히 지키는 맏형이라면 이어도는 남해에 있는 외로운 막내쯤 되겠다. 그다음은?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고충석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다. “이어도는 옛날부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생활의 자리이자 피안의 섬으로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 숨 쉬어온 역사적 영토입니다. 중국의 이어도 해역 영유권 주장과 그들의 관공선, 어선, 항공기, 군함 등에 의한 침범은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미지근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더 높아진다. 독도를 매개로 한 한·일 영유권 문제에는 국회를 비롯해 정부, 사회단체, 학계, 나아가서 국민의 관심이 대단하며 언론도 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 애국가에서, 날씨예보를 할 때에도 독도는 늘 화면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도는 어찌 보면 무지나 무시에 가까울 정도로 방치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어도는 중국과 해결하지 못한 해양경계 협상이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도는 수심 4m 아래에 있는 남북 1800m, 동서 1400m 크기의 수중 암초이며 10m 정도의 큰 파도가 쳐야 이어도 정상이 노출된다.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처음 수중 암초를 확인한 후 국제해도에 소코트라 록(Socotra Rock)으로 표기된 바 있다. 이후 1984년 제주대학 팀의 조사에 의해 바닷속 암초 섬의 실체가 확인됐다. 인근 수역은 조기, 민어, 갈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며, 중국·동남아 및 유럽으로 항해하는 주 항로가 인근을 통과하는 등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해역이다. 뿐만 아니다. 이어도 해역은 3000억 달러를 돌파한 무역대국 한국의 수출입 물량 99%가 통과하는 핵심무역 통로이다. 특히 중동의 원유를 실은 수송선들은 반드시 이 해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또한 이어도 주변해역의 원유 매장량은 줄잡아 100억~1000억 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이어도 주변해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은 오랫동안 협상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어도 해역은 중국으로부터 200해리 이내에 위치해 한·중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수역이어서 중국이 틈만 나면 자국 영토라고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어도 종합해양기지 건설과 관련해 중국은 여러 차례의 이의제기와 건설중단을 요구했지요.” 고 이사장은 이어도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앞으로 한·중 양국의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3월에 중국 류츠구이 국가해양국장은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있는 이어도는 중국의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면서 감시선과 항공기로 정기적인 순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미래 해양자원의 보고이자 한·중·일 해양관할권 논쟁이 예상되는 이어도는 이제 종합적인 학문 데이터의 축적과 함께 법, 제도, 문화, 역사 등 제반 분야에서 우리의 논리를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이어도연구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해양영토문제의 갈등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됐습니다. 현재 이어도연구회는 이어도에 대한 학문적 자료를 구축하고 있으며 2003년 건설된 종합해양과학기지를 활용해 주변 해역 관측자료를 정기적으로 산출,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구대상은 이어도의 해양자원 발굴 및 관리방법, 법제 연구와 해양수산 정책, 이어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 영토관리 및 국내외 홍보 등으로 정리된다. 2010년부터 연구성과를 책으로 묶어 ‘이어도연구 저널’을 펴내는 한편 이어도를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문학집, 그리고 세계인들을 위한 영문집도 발간하고 있다. 이어도 관련 국내외 정세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어도연구회는 2011년부터 해마다 세계 석학들을 초빙해 해양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지성의 힘을 모아왔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크게는 동아시아 해역의 평화정착에 기여하고 지역의 안정과 공동번영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탐라인들은 이어도를 항상 섬이라고 불렀으며 이와 관련된 수많은 신화와 전설, 설화가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에 비해 138㎞나 한국에 가까이 있는 것은 물론 고대 이래 문화적으로도 한국의 영역 내에 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엄연한 우리의 영토입니다.” 지구 면적의 71%를 차지하는 해양을 활용하는 것은 국가발전의 필수요소라고 말하는 그는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에 이어도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를 발판으로 우리의 해양활동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은의 시 ‘이어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어도로 가리 땅이 스스로 넓어진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고충석 이사장은 1950년 제주 우도에서 출생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행정이론과 조직론을 전공해 행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1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 5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제주대 총장을 역임했다. 1992년 3월부터 2001년 9월까지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 공동대표로 비정부기구(NGO)활동을 했고, 2001년 9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제주발전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이사장과 제주국제대 총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고슬라비아 노동자 자치 관리제도와 조직권력’ ‘제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이어도 해양분쟁과 중국 민족주의’(공저) ‘대한민국 최남단 이어도’(공저) 등이 있다.
  • ‘찬 겨울비’ 내리는 의령 찰비계곡의 시원한 여름 별미

    ‘찬 겨울비’ 내리는 의령 찰비계곡의 시원한 여름 별미

    경남 의령 한우산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어온 그들만의 풍습을 지키며 여름을 즐긴다. 짚단 한 줌으로 시작해 둘레만 5m가 넘는 ‘큰 줄 당기기’는 기네스북에도 오른 의령의 풍습이다. 시골집 처마 아래에 매달린 광주리 속에는 시원한 보리밥이, 산비탈에는 쟁기질하는 소울음이 들린다. 7일 오후 7시 30분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한여름에도 찬 겨울비가 내린다는 의령의 ‘찰비계곡’을 둘러싼 마을에서 고유의 먹거리를 만난다. 운계2구의 마을 아낙들이 손에 밥이며 나물, 과일 등을 하나씩 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이곳 사람들은 각자 먹을거리를 가지고 나와 시원한 계곡에 모여 여름을 나는 것을 ‘해차’라고 부른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아낙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벽계마을의 찰비계곡에는 깨끗한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가 있다. 이 마을의 특별한 여름 별미는 보리등겨를 이용해 만드는 보리재장인데, 더위로 달아난 입맛을 찾는 데는 그만이다. 마을 사람들은 호박잎보다 달고 부드럽다는 우엉잎에 재장과 갓 구운 돼지고기를 얹어 싸 먹는다. 의령 하면 망개떡을 빼놓을 수 없다. 한우산과 자굴산에 많이 자생한다는 망개잎에는 방부제 성분이 있어 떡을 잎으로 싸면 떡이 잘 쉬지 않는다고 한다. 6~8월이 제철인 망개떡에는 향긋한 사과향이 배어 있다. 평촌리 사람들은 복날에 한 해 농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농신에게 밀빵을 바치던 풍습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여름에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처마 아래 광주리를 매달아 밥이나 반찬을 넣어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운 풍경을 배경 삼아 시원한 여름 별미가 펼쳐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 갈라콘서트 ‘뮤직 할’ 첫 무대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 갈라콘서트 ‘뮤직 할’ 첫 무대

    듣는 뮤지컬 갈라콘서트 ‘뮤직 할(기획 민활란, 연출 오루피나)’ 첫 공연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 오뙤르에서 열렸다. 공연에서는 기획자 겸 연주가 민활란과 국내 정상급 연주가 5인이 협연을 통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 주었으며, 객원 배우로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서 상남이 역을 맡은 배우 우지원 외 10명의 배우들이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날 차가운 겨울비가 내렸지만 공연장 100여 객석이 모두 매진된 가운데 화려한 무대 공연과 퍼포먼스로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첫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갈라콘서트 ‘뮤직 할’의 수익금은 공연대관비 일부를 제외한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장고봉 PD goboy@seoul.co.kr
  • 하나둘씩 떨어진 ‘들국화’ 다시 피었네

    하나둘씩 떨어진 ‘들국화’ 다시 피었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 새벽 그대 떠난 길 지나 / 아침은 다시 밝아오겠지 / 푸르른 새벽 길”(‘걷고, 걷고’) 27년 만에 들국화가 다시 폈다. 힘차게 ‘행진’을 외쳤던 이들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세월을 지나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곁을 떠나간 친구 둘을 가슴에 묻은 채 묵묵하지만 결코 더디지 않은 발걸음을 다시 뗐다. 한국 록의 역사에 가장 강렬한 획을 그은 밴드 들국화가 6일 새 앨범 ‘들국화’를 발표한다. 원년 멤버인 전인권(보컬)과 최성원(베이스), 고 주찬권(드럼)이 의기투합한 것으로, 원년 멤버로 발표한 앨범은 지난 1986년 ‘들국화Ⅱ’ 이후 27년 만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주찬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원년 멤버들의 조합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월 재결성을 선언한 들국화가 새 앨범 녹음까지 마쳤던 시점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들국화는 1985년 발표한 데뷔 앨범 ‘들국화’를 통해 한국 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사랑일 뿐이야’ 등의 노래들은 암울했던 1980년대 청춘들의 울분을 포효하듯 터뜨렸다. 한국적 록이라는 독창성에 언더그라운드의 야생성까지 더해진 이 앨범은 음악 전문가들이 꼽은 한국 100대 명반에서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대마초 파동을 거치면서 이듬해 발표한 2집을 끝으로 1987년 해체됐다. 그 후 1997년 원년 멤버 허성욱(건반)이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이어 주찬권마저 뒤를 따랐다. 새 앨범은 CD 두 장에 모두 21곡으로 꾸려졌다. 첫 번째 CD에는 신곡 5곡과 리메이크곡 2곡(조동진의 ‘겨울비’, 김민기의 ‘친구’), 홀리스의 ‘히 에인트 헤비 히스 마이 브라더(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롤링 스톤스의 ‘애즈 티어스 고 바이(As Tears Go By)’의 라이브 버전이 담겼다. 지난 3일 선공개된 ‘걷고, 걷고’는 전인권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후 가족들과 함께 살며 노래하는 생활이 큰 축복이라는 생각에 만든 노래다. 그는 하루하루 걸어가는 일상의 소중함과 아픔을 딛고 새 아침을 맞이하는 희망을 담백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읊조린다. 최성원이 곡을 쓰고 전인권이 가사를 붙인 ‘노래여 잠에서 깨라’는 이들이 록 밴드임을 다시 각인시키는 묵직한 곡이다. ‘재채기’는 단 두 개의 멜로디 라인으로 완성된 곡으로 미묘한 편곡의 변화가 돋보인다. 주찬권에 대한 멤버들의 그리움도 곳곳에 묻어난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들국화로 필래(必來)’는 원래 버전에서 코러스로 참여한 주찬권의 보컬을 복원해 최성원과의 듀엣곡으로 재구성했다. ‘하나둘씩 떨어져’는 주찬권이 쓴 곡에 전인권이 그에 대한 마음을 담아 후렴구의 가사를 완성했다. ‘친구’는 이미 녹음을 완성했으나 주찬권의 죽음 이후 전인권이 같은 반주 위에 감정을 보태 완성했다. 그에 대한 헌시다. 두 번째 CD에는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제주도의 푸른 밤’, ‘매일 그대와’ 등 기존의 노래 12곡을 김광민, 정원영, 하찌, 한상원, 함춘호 등 뮤지션들이 참여해 새롭게 탄생시켰다. 들국화는 이번 앨범으로 방송이나 공연 등의 활동을 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제주 절집의 재발견

    제주 절집의 재발견

    ‘당 오백 절 오백’이라 했습니다. 한라산은 물론, 제주의 마을마다 신당과 절들이 빼곡했다는 뜻입니다. 요즘엔 절집 찾기가 쉽지 않지요. 관광지 제주에 세월의 흔적이 쌓인 절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더 흔할 겁니다. 관음사가 대표적입니다. 근대 제주불교의 성지로 꼽히는 절집이지요. 그런데 한라산 등산로 가운데 하나인 ‘관음사 코스’는 알아도 정작 관음사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한라산 ‘아흔 아홉골’ 깊은 골짜기에서 마주한 석굴암의 기억도 여태 선연합니다. 눈 쌓인 계곡에 맑은 물이 흘러가는 장면은 내 나라 어디서든 흔히 봅니다. 하지만 건천이 허다한 제주에서야 어디 그런가요. 먼저 눈이 와 쌓이고, 그 뒤에 장맛비 같은 겨울비가 쏟아져야 비로소 그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지요. 눈 절반, 물 절반인 계곡에서 석굴암을 만난 건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제주 여행 중에 겨울비를 만나는 건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지구가 따뜻해진 탓일까, 한겨울에 장대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바람이 세찬 날 부러 제주를 찾는 이들도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방파제를 할퀴는 비바람과 파도가 전쟁 같은 치열한 풍경을 내어 주기 때문이다. 하얗게 비산하는 포말과 시커먼 현무암, 이보다 더 극명한 대비가 있을까. 바다를 경외하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에겐 외려 그게 더 제주 풍경의 본질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여우비가 분분히 날리던 날, 관음사를 찾아간다. 한라산 오르는 길에 만난 계곡들이 장관이다. 계곡을 꽉 채운 흙탕물이 우당탕하며 아래를 향해 쏟아져 내려간다. 평소 물이 없어 바싹 쪼그라들었던 계곡들 아닌가. 모처럼 제멋에 겨웠다. 오래전 제주에는 절이 많았다. 하지만 조선 숙종 때 이형상(1653~1733년)이 제주목사로 내려오면서 제주 불교계엔 ‘재앙’이 시작됐다. 숭유억불 정책에 충실했던 이형상은 절집이란 절집은 죄다 부숴버렸다. 이후 마을마다 당집은 조금씩 살아남았지만, 절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만 남게 됐다. 그 가운데 관음사는 제주 근대불교의 발상지쯤 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주 불교를 중흥 시킨 여승 안봉려관이 1908년 재창건했다. 1939년 화재로 대웅전 등을 잃고, 1949년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의 방화로 전소되는 등 곡절을 겪기도 했다. 도깨비 도로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관음사 야영장 쪽으로 향하다 보면 길 왼편에서 방사탑 두 기가 나온다. 이게 관음사의 들머리다. 일주문에 앞서 제주 특유의 방사탑을 세운 게 제주답다는 느낌이다. 이미지로만 보자면, 관음사를 상징하는 건 일주문과 사천왕문 사이에 세워둔 불상들이다. 저마다 자세와 표정 등이 다르다. 절집 뒤편 만불전에도 약사여래불, 미륵불 등이 수천 개 서 있다. 절집 관계자에게 크고 작은 불상의 숫자가 몇 개나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많다”란다. 만불(萬佛)이라고 꼭 불상이 만 개란 뜻은 아닐 터. 숫자에 연연하는 게 부질없다. 일주문 앞 108불상의 숫자가 정말 108개인지 확인하려던 손길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관음사는 4·3사건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 모두에게 전략적 요충지였다. 하루 밤낮에도 절집을 차지한 세력이 바뀔 만큼 격전이 펼쳐지곤 했다. 그 흔적들이 절집 주변과 뒤편의 아미산 자락에 남아 있다. 관음사에서 천왕사 방향으로 10분 정도 차를 몰아가면 충혼묘지 들머리다. 그런데 이 길, 참 인상적이다. 길 양쪽에 삼나무가 도열해 섰다. 제주에 풍경 빼어난 삼나무 도로가 한 두 곳일까만, 이 길에서 만난 삼나무숲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1117번 도로 등의 삼나무숲이 높고 경쾌하다면, 이 숲은 다소 낮고 무겁다. 길 또한 좁은 데다 이리저리 휘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한라산이 1만 8000여 신들의 좌정처라더니, 그 무게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길 끝엔 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해할 때쯤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가면 천왕사, 왼쪽 길은 충혼묘지 가는 길이다. 석굴암으로 향하는 탐방로는 갈림길의 주차장 가운데쯤에 조성됐다. 예서 석굴암까지는 1.5㎞ 남짓. 안내판은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적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석굴암은 태고종 산하의 암자다. 1947년 창건됐다. 경북 경주의 석굴암과 이름은 같지만,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도무지 견줄 바가 못 된다. 제주 석굴암의 미덕은 찾아가는 길에 있다. 석굴암은 한라산 서북 능선, 그러니까 한라산 어승생악에서 제주 시내 쪽으로 뻗어내린 이른바 ‘Y 계곡’의 오른쪽에 터를 잡고 있다. 수많은 계곡이 밀집한 지대로 아흔 아홉골, 또는 ‘구구곡’(九九谷)이라 불린다. 석굴암 탐방로는 이리 굽고 저리 휜 아흔 아홉골짜기를 따라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며 이어진다. 탐방로 양 옆엔 적송들이 늘어서 있다. 주변을 가득 메운 제주조릿대의 푸른 빛과 잘 어울리는 색감이다. 길 바닥엔 수많은 판근들이 핏줄처럼 불거져 있다. 여기에 짙은 안개까지 끼면 딱 판타지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석굴암 가는 길은 멀다. 비 오는 날 오르자면 힘이 곱절은 더 든다. 왜 안 그렇겠나. 예까지 오는 길의 이름이 아흔 아홉골 아니던가. 석굴암의 주지 호철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흔 아홉굽이냐고. 그랬더니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게 아흔 아홉굽”이란다. 석굴암 탐방로를 오르다 보면 전망 좋은 곳을 몇 군데 만난다. 현지인들은 맑은 날이면 제주 해협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안개 닮은 구름이 잔뜩 낀 탓에 그런 복은 없었다. 제주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했다. 롯데호텔제주가 조성한 제주 최대의 야외 온수풀 ‘해온(海溫)’이다. 호텔 관계자는 기존의 야외수영장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면서 조성 비용에만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고 전했다. 테마는 힐링과 펀(fun)이다. 수영과 온수 스파는 기본이고, 풀바와 카바나, 자쿠지, 바닥분수, 360도 입체 워터슬라이드, 건식사우나, 키즈풀, 샤워실, 탈의실 등 연인과 가족 단위 투숙객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부대시설들이 다양하게 조성됐다. 총 4채의 카바나는 고급 소파베드와 오디오 시스템, 벽난로, 커피 머신 등으로 채웠다. 야외 자쿠지도 기존 1개에서 3개로 늘었다. 자쿠지엔 천연 미네랄과 광물질이 풍부한 사해소금 입욕제를 넣어 기능성을 강조했다. 키즈풀엔 어린이 전용 워터슬라이드를 만들었다. 방수 아이패드와 MP3 이어폰도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다. 온수풀 안에 몸을 담그고 한라산 소주에 한라봉과 유채꿀을 섞은 ‘한라티니’를 마시는 재미도 각별하다. 온수풀을 둘러싼 정원과 산책로도 ‘힐링’으로 꾸며졌다. 롯데호텔제주는 ‘해온’ 오픈기념으로 다음 달 31일까지 디럭스 한라룸과 올레 트레킹 패키지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1577-0360.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4) →가는 길 관음사는 도깨비 도로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길 왼쪽에 있다. 724-6830. 석굴암은 관음사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천왕사 방향으로 가다 충혼탑 서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충혼묘지 주차장까지 곧장 간 뒤, 주차장 가운데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간다. 748-5335. →맛집 제주엔 돌하르방 식당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제주시 일도이동(752-7580)에, 다른 하나는 연동(749-1400)에 있다. 둘 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된장 풀어 끓인 각재기(전갱이의 방언)국과 고등어회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 아일랜드 트리 하우스가 서귀포 화순의 금모래 해변 인근에 문을 열었다. 넓은 창으로는 파란 제주 바다가 가득 차고, 형제섬과 송악산, 산방산 등이 사방을 둘러쳤다. 캐나다 산 가문비나무를 건축자재로 사용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펜션 바로 앞엔 주민들이 운영하는 야외 풀장도 조성돼 있다. 2인 1실 기준 12만~18만원. 792-8777, 010- 3179-2237.
  • [길섶에서] 술비(酒雨)/서동철 논설위원

    전통사회의 농촌에서는 ‘봄비는 일비요, 겨울비는 술비’라고 했다. 겨울은 어차피 농한기라 일거리가 많지 않았겠지만, 비를 핑계로 쉬면서 막걸리 한잔 더 먹어보자는 심산에서 만들어낸 속담이었을 것이다. 나아가 요즘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비가 내리면 전집이 성시를 이룬다. 부침개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종종 들르는 전집 주인은 비 오는 날은 손님이 너무 많으니 되도록 오지 말라고 당부할 지경이다. 대중가요 속 겨울비는 이별이다. 로커 김종서는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노래”라는 ‘겨울비’에서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질 않는가”라고 절규한다. 싱어송라이터 임현정도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에서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라며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 너”를 절절하게 원망한다.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서 이별의 눈물을 떠올리면 신세대, 주기(酒氣)가 발동하면 ‘쉰세대’가 아닌가. 아, 나는 쉰세대가 분명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겨울철 관절 관리는 이렇게

    겨울철 관절 관리는 이렇게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관절염 환자들에겐 고통의 계절이다. 흔히 관절염이라면 무릎을 생각하지만 무릎 말고도 손목·발목·손가락 등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는 많다. 그러나 관절염은 적절하게 관리하면 통증도 줄이고 증상도 안정시킬 수 있다. 활동 원칙은 ‘아침엔 천천히, 낮엔 활발하게’이다. ●기온·기압 낮아지면 통증 심해져 무릎뿐 아니라 어깨나 손목·손가락·발목 등에도 생겨 붓거나 쿡쿡 쑤시는 관절염은 특히 저온·저기압과 높은 습도에 민감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찬 기운이 무릎 신경을 자극해 조직을 수축시키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관절 부위의 혈액순환이 안 돼 근육과 인대가 뻣뻣해지고, 움직이면 뚜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나타난다. 관절염은 무릎뿐 아니라 어깨나 손목·손가락·발목 등에도 생기는데, 주로 관절이 붓거나 쿡쿡 쑤시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겨울에는 가뜩이나 활동량이 줄어드는데 추위로 관절 통증이 심해지면 활동량이 더욱 줄어 관절염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겨울에 관절 통증을 줄이려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아침에는 기온이 가장 낮아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의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눈이 내리면 기압도 낮아져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이런 날은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말고 누운 자세에서 옆으로 몸통을 돌린 뒤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면서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야 관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칭과 일광 산책의 생활화 스트레칭은 기상 직후부터 적어도 하루 세 번 이상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무릎과 어깨·발목·손목 등 주요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면 된다. 앉아서 무릎에 힘을 주고 발끝을 무릎 쪽으로 당기는 간단한 동작도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스트레칭과 함께 실내자전거나 걷기 등으로 하체 근력을 키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햇볕이 내리쬘 때는 야외 산책이 좋다. 관절염 통증은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햇볕은 이런 우울증을 완화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D를 합성해 골다공증까지 예방할 수 있다. 산책을 할 때는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챙겨 신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아야 한다. 넘어질 때 방어동작을 취하지 못해 고관절 골절 같은 큰 부상을 입기 쉬워서다. ●겨울비만 경계해야 비만 관리도 문제다. 겨울에는 계절적인 특성상 채소와 과일 섭취가 줄고 신체 활동이 적어 체중이 쉽게 늘어난다. 체중이 늘면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 증상이 악화된다. 따라서 관절염 환자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외출할 때는 내복과 얇은 겉옷을 여러 벌 겹쳐 입고,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사용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무 두꺼운 옷은 움직임을 둔하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로 관절의 피로를 풀어주거나 무릎담요로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도 관절 통증이 줄지 않으면 따뜻한 물수건이나 핫팩을 통증 부위에 10∼15분 정도 올려 온찜질을 한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근 채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면 손가락 통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김성권 고도일병원 줄기세포센터 원장은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이루거나 관절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 및 물리치료만으로도 얼마든지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고 싶을 땐/백무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고 싶을 땐/백무산

    울고 싶을 땐/백무산 울고 싶을 땐 강에 가서 울었다 겨울 방천 억새밭에 겨울비 내리는데 돌을 쌓아 두른 지붕도 없는 거지 집에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학교 그만두고 대구 방직공장에 간 내 동무 눈 큰 가시내 부은 발등 까만 팔뚝으로 종일 매던 강가 버덩 콩밭에 마른 쑥부쟁이만 하얀 눈을 맞고 있었다 물 위에 부는 바람 전깃줄에 감전된 듯 오한 깊이 들린 속살 시도 때도 없이 떨었다 막차 떠난 대합실 졸며 기다리다 홀로 돌아오는 길 겨울 강 물소리 듣다 마른 풀밭에서 잠이 들었다 붉은 해가 현기증에 잠겼다가 구역질로 토해놓은 허연 낮달이 되어 흘러갔다 울고 싶을 땐 강에 가서 울었다
  • 봉하 찾은 한명숙… 총선행보 출발점은 최대격전지 부산

    봉하 찾은 한명숙… 총선행보 출발점은 최대격전지 부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민생 행보를 시작했다. 출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이다. 유력한 야권대선주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최고위원 등이 출마하는 부산은 12월 대선 승리의 판도를 가늠할 정치 지형 변화의 바로미터이자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겨울비가 흩뿌린 18일 한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영남지역에 도전장을 낸 문성근·김부겸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 전원, 문 이사장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 참배했다. ‘민주화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고 비석 앞에 새겨진 노 전 대통령의 어록을 바라보던 한 대표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남기신 과제인 지역주의를 깨뜨리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기자들과 만나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 있는데 승리를 일궈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바윗덩어리처럼 누르는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2012년 승리의 역사를 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사저에서 20분간 비공개로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권 여사는 대문 앞까지 나와 한 대표를 맞았다. 한 대표는 “내일(19일) 광주에 다녀와서 채비를 갖추고 (총선을 향해)달려 나가겠다. 부산·경남 승리의 교두보를 만드는 데 최선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절망 속에 살았는데 너무 좋다.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한 대표는 이어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첫 지역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현직 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첫 회의를 부산에서 연 것은 그만큼 ‘김해·낙동강 전투’에서 총선 승리, 정권교체의 파장을 최대한으로 확대하자는 여망이 담겨 있다. 부산진구는 김영춘 전 최고위원, 사하구는 조경태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한 대표는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 열풍과 지역구도 타파의 진원지”라면서 “부산에서 총선 승리 대장정을 시작한다. 부산에서 바람이 일어 전국 정치 지형의 지각 변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전시장 상인들과 한 시간가량 간담회를 갖고 시장을 돌며 바나나를 사는 등 장바닥 민심을 살폈다. 또 사하구 장림공단에서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을 들었다. 한 대표는 어려운 부산 경제를 거론하며 “여러분이 총선에서 힘을 주셔야 부산 경제를 살리는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장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도 찾아와 “11개월 동안 할머니들이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제발 도와 달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19일에는 광주에서 두 번째 지역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5·18 묘역을 참배하는 등 호남 민심을 챙길 예정이다. 당의 근간인 호남 유권자들을 다독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공짜’라서 아쉬웠던 K리그 챔프전 명승부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2011 챔피언십 울산과 전북의 챔피언결정 1차전은 단기전과 수중전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명경기였다. 6강 플레이오프(PO)-준 PO-PO를 거치면서 지칠 대로 지친 정규리그 6위 울산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고, 25일 만에 실전에 나선 1위 전북은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팀이 뛴 거리는 울산이 110.06㎞로 오히려 전북의 108.24㎞를 앞섰다. 울산은 4.762㎞를 뛴 골키퍼 김영광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평균 10.53㎞를 뛴 것이다. 불과 12일 사이에 4번째 경기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점유율도 울산이 51.8%로 높았다. 체력소모를 촉진하는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끊임없이 뛰는 울산 선수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러다 쓰러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마저 들게 했다. 문제는 울산이 흐름을 주도하면서도 선제골을 넣지 못했다는 점. 앞선 3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넣었던 것과 달랐고, 결국 이것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전반에 울산에 먼저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이 최대 승인이었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징크스가 깨진 것도 명승부의 볼거리였다. 울산은 수원과의 준PO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마토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연장전까지 치르는 곤욕을 치렀다. 반면 포항과의 PO에서는 먼저 페널티킥 두 개를 내줬지만 골키퍼 김승규가 모두 막아내는 기적을 연출했고, 후반에는 설기현의 페널티킥으로 짜릿한 반전을 연출했다. 그런데 이번엔 ‘페널티킥의 저주’가 깨졌다. 전북 에닝요가 보란 듯이 페널티킥을 선제골로 연결했다. 다시 차라고 100번의 기회를 줘도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울산 곽태휘의 그림 같은 프리킥 동점골도 예술이었다. 또 무승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후반 34분 터진 에닝요의 결승골은 이 경기를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경기가 울산시민들에게는 ‘공짜’였다. 공짜여서 좋았을까. 제값 치르고 들어와서 봤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했다. 공짜라는 사실만 아쉬웠던 경기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프로축구] 에닝요 골…골…전북 “왕좌 보인다”

    [프로축구] 에닝요 골…골…전북 “왕좌 보인다”

    프로축구 K리그 전북과 울산의 챔피언결정전은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의 창과 짠물수비 울산의 방패 대결로 예상됐다. 하지만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1차전은 창과 창의 대결이었다. 봄비처럼 내리는 겨울비 속에서 양팀이 쉴틈 없는 공방전을 펼쳤다. 전북만 공격의 팀이, 울산만 수비의 팀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챔피언결정전의 묘미를 100%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에닝요가 2골을 넣으며 전북이 2-1로 이겼다. 원정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둔 전북은 오는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비기거나, 0-1로 져도 2009년에 이어 2년 만에 프로축구 왕좌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우승팀은 1, 2차전 경기 결과를 합산해 정해지는데, 올해부터는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돼 원정에서 두 골을 넣은 전북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 오히려 전반은 울산이 주도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우려대로 전북은 25일 만에 열린 실전에서 경기감각을 되찾지 못했다. 반면 울산은 전반까지 체력부담이 없었다. 울산은 전반에만 3번이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전반 15분 최재수의 일대일 찬스, 32분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날아간 골, 40분 골대를 때린 이재성의 헤딩슛은 울산의 뇌리에 쉬 지워지지 않을 아쉬운 장면이었다. 전북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두 차례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키커로 나선 에닝요의 슈팅이 수비벽에 막히고, 살짝 빗나가면서 선제골의 기회를 놓쳤다. 승부는 전북이 경기감각을 되찾고, 6강플레이오프부터 혈전을 치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울산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결정됐다. 전북은 전반 7분 에닝요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루이스가 에닝요에게 패스한 것을 에닝요가 발뒤꿈치로 재치 있게 이동국에게 연결한 상황에서 울산 중앙 수비수 이재성이 이동국을 반칙으로 막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에닝요는 골키퍼 김영광을 완벽히 속이고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울산도 쉬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18분 곽태휘가 프리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북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이동국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만들어 낸 곽태휘는 기습적인 오른발슛으로 전북의 골문을 열었다. 무승부 분위기가 짙어지던 후반 34분 에닝요의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에닝요는 울산 수비수 이재성이 머리로 걷어낸 것을 가로채 페널티지역 안으로 치고 들어오다가 벼락 같은 왼발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골키퍼 김영광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에닝요의 골을 지켜만 봤다. 이게 결승골이 됐다. 울산은 이날 고슬기와 이재성이 경고를 받아 챔피언결정 2차전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 감독은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었지만 전반을 무실점으로 넘긴 게 승리의 요인이 됐다.”면서 “우리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전 승부는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남은 홈경기에서 90분 동안 흐트러지지 않도록 준비해 우승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체력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최근 세 차례 원정 경기에서 이긴 만큼 2차전 원정 경기도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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