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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정통합 핵심은 실질적 권한 이양… 지자체가 일할 수 있는 ‘판’ 깔아 줘야”

    “행정통합 핵심은 실질적 권한 이양… 지자체가 일할 수 있는 ‘판’ 깔아 줘야”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되는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에 대해 “대규모 예산을 내려주는 것만으로는 지역 발전의 근본적인 계기를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 지자체에 정부가 4년간 최대 20조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져야 균형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군수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자체 입장에서 행정통합을 통한 거액의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기업과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게 여러 권한을 이양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군수는 아일랜드 사례를 언급하며 기업 유치를 위해선 지자체가 더 많은 행정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제 혜택을 줘서 기업 유치 기회를 확대하고 그린벨트 역할을 못 하는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조정 권한 등을 부여해서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며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빅테크 본사를 유치하고 높은 국민소득을 달성한 아일랜드가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군수는 광역지자체 간 행정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 실정에 맞는 군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행정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주민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기초지자체 자치권에는 큰 영향이 없으리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어린이집 무상보육,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활동 등 지역 실정에 맞는 민생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이 9년 연속 전국 군(郡) 단위 지자체 출생아 수 1위를 기록한 비결을 묻자 최 군수는 ‘일자리와 적극적인 보육·교육 정책’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실제로 달성군은 대구 지역에서는 처음 365일 24시간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달성교육재단을 설립해 입시설명회와 진로·진학 컨설팅, 해외 영어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는 “대구국가산단을 비롯한 8개 산단에 여러 기업이 들어서 있다 보니 일자리가 풍부해졌고 젊은 신혼부부가 유입되는 효과를 냈다”며 “여기에다 지역민 수요를 반영해 자체 보육·교육 지원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출생아 수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달성군은 최근 지역 특산물인 ‘화원 미나리’를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미나리 수확 철 비닐하우스 불법 식당 영업을 자연스레 근절하는 계기가 되면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대해 최 군수는 “화원읍 일대 미나리 농가의 불법 식당 영업행위는 10여년 간 지자체의 방치와 함께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달성군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조건적인 단속보다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게 농민과 상생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소통 끝에 나온 아이디어”라고 전했다. 최 군수는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초선 군수 임기를 수행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대구시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준비해오다 군수직을 수행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정책 시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맞닥뜨렸고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끊임없이 걱정하고 고민했다”면서 “군수실에서 이뤄지는 결정 하나하나가 27만 군민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1920년대 목소리로 듣는 첫 동화… 송파에서 느낀 ‘K그림책’ 100년사[현장 행정]

    1920년대 목소리로 듣는 첫 동화… 송파에서 느낀 ‘K그림책’ 100년사[현장 행정]

    1923년 구연동화 음원 처음 복원조선 교육서·최남선 서적도 전시“어린이들 위로해 준 소중한 유산” “고요한 바닷가의 바위나리는 노래를 부르며 동무를 기다리다 아기별과 친구가 되었어요.” 지난달 27일 송파구 가락동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린 기획특별전 ‘동화의 시간, 이야기의 빛깔’을 찾은 서강석 서울 송파구청장이 모형 책을 열자 마해송(1905~1966) 작가의 ‘바위나리와 아기별’(1923년 발표) 구연동화가 흘러나왔다. 서 구청장은 “어린 시절 들었던 동화를 요즘 아이들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아동 교육부터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 그림책’까지 한국 동화 1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서 구청장은 개막 전날 직접 전시를 둘러봤다. 전시는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1부 ‘동화의 뿌리, 옛날이야기’에서는 조선시대 교육서인 ‘동몽선습’, ‘언해동몽학’ 등이 전시됐다. 천자문을 뗀 아이들이 필수로 배웠던 책으로 오륜(五倫)과 역사, 예의와 윤리 등이 담겼다. 2부 ‘어린이라는 개념의 등장’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뜨거울 것으로 기대된다. 근대 최초의 창작 동화로 꼽히는 마해송의 ‘바위나리와 아기별’ 당시 구연동화 음원이 최초로 복원됐기 때문이다. 서 구청장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본 구 관계자들도 신기한 듯 모형 책을 열어 당시 녹음됐던 목소리를 확인했다. 최남선(1890~ 1957) 등의 당시 책도 함께 볼 수 있다. 실제 책이나 음반 등으로만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시대인 만큼 당시 동화가 어떤 식으로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됐다. 3부 ‘동화, 상처와 희망을 품다’와 4부 ‘동화, 빛깔을 입다’에서는 광복과 6·25, 산업화를 거치며 대한민국에서 동화가 어떻게 시대의 아픔을 위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70~80년대 필독서였던 ‘계몽사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 어른을 위한 동화로 지평을 넓힌 정채봉의 ‘오세암’ 등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만들어진 가상의 방과 함께 전시돼 추억을 자극했다. 서 구청장은 “동화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그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 온 소중한 유산”이라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와서 과거를 추억하고 책으로 세대를 잇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강북 “취약계층 멍냥이 돌봐 드려요”

    강북 “취약계층 멍냥이 돌봐 드려요”

    서울 강북구가 설 연휴를 앞두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우리동네 펫위탁소’를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업은 사회적 취약계층이 입원이나 장기 외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때 지정된 위탁소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강북구에 주민등록을 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1인 가구 등이다. 지원 기간은 마리당 연 최대 10일까지이며, 1인 가구는 반기별 최대 5일까지 지원된다. 지원 비용은 반려견 체중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4㎏ 미만은 1일 3만원, 4㎏ 이상 20㎏ 미만은 4만원, 20㎏ 이상은 5만원이 지원된다. 반려묘는 체중과 관계없이 하루 5만원이 지원된다. 구 지정 펫위탁소는 ‘H동물병원’, ‘쓰다드멍’, ‘꽃보다 개’ 등 3곳이다. 이용을 원하면 오는 12일부터 구청 지역경제과 동물보호팀 또는 지정 위탁업체에 예방접종, 중성화 여부, 무게 제한 등 위탁 가능 여부를 문의한 뒤 신청하면 된다. 신청할 때는 신분증, 동물등록증, 3개월 이내 발급받은 취약계층 증빙서류 등을 지참해야 한다. 구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취약계층의 돌봄 부담을 덜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한강뷰 필라테스·요가… 마포365구민센터 ‘오픈런’

    한강뷰 필라테스·요가… 마포365구민센터 ‘오픈런’

    “프로그램을 더 만들어 주세요!” 서울 마포구 마포365구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대박 예감’이다. 필라테스, 요가, 음악줄넘기, 풍경스케치 등은 프로그램 신청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된다. 마포365구민센터는 지난해 9월 개관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체육문화복합시설이다. 종합체육관과 피트니스센터, 건강관리센터, 다목적 강의실 등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와 천문대까지 두루 갖췄다. 전체면적 7613㎡로 조성된 센터에 구비 290억원 등 총 390억원이 투입됐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찾으실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센터의 1월 이용자 수는 월 정기회원 1875명, 1일 회원 1만 3901명으로 총 1만 5776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식 운영을 시작한 사우나장도 인기다. 사우나에는 냉탕과 열탕, 온탕과 건식·습식 사우나, 탈의실, 휴게공간이 조성돼 있다. 1월 한 달간 1만 1830명이 이용했고, 휴일에는 하루 최대 690명이 방문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쉼을 누리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옥상에 조성된 마포365천문대도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 태양과 별을 관측하는 가족 참여 프로그램 ‘엄빠랑 별 보러 갈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새로운 스포츠 신체활동 ‘디지털 스포츠 교실’ 등을 운영하며, 센터만의 차별화된 특색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박 구청장은 “앞으로도 많은 구민이 편안하게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청렴도 1등, 주거 만족도 1등… 동네를 바꿔 ‘1등 광진’ 열었다[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청렴도 1등, 주거 만족도 1등… 동네를 바꿔 ‘1등 광진’ 열었다[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저평가됐던 광진의 재발견권익위 종합청렴도 3년 연속 1등급작년 주택·주거 만족도 서울서 1위광진 재창조 플랜 본격화올해 어린이대공원 재구조화 추진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연말 착공청년 인구 비율 서울 3번째광남고 공립 유일 2연속 수능 만점청년 포털 만들어 소통 창구로 활용 지난해 말 공개된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서 광진구는 주택 만족도와 주거 환경 만족도 모두 25개 자치구 가운데 1위였다. 4년 전 중하위권이던 지표가 민선 8기(2022년~)에서 일제히 급상승한 것이다. 김경호(67) 서울 광진구청장은 12일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저평가됐던 광진의 재발견”이라며 “동네를 바꾼 생활 체감형 정책들이 쌓여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국제정원박람회로 한강의 가치를 알리고 생활쓰레기 주 6일 수거제로 골목 풍경을 바꾼게 대표적이다. 새로운 도시 계획을 담은 ‘2040 광진 재창조 플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도로접도율(도로에 인접한 부지 비율) 기준 완화로 재개발 가능 면적이 90배 늘었고 동북권의 관문인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연말 착공을 앞뒀다. 광진 재창조 플랜은 주민이 뽑은 10대 우수사업 중 1위로 꼽혔다. 3년 연속 1등급을 기록한 국민권익위의 종합청렴도 평가는 구정에 대한 구민 신뢰의 방증이다. 김 구청장은 “친절은 곧 일하기 편한 행정이고 신뢰는 비용이 적게 드는 사회를 만든다”라며 “앞으로의 성장에 튼튼한 뿌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국민권익위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3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광진구청과 구민 모두가 일궈낸 성과다. 자랑스럽다. 전국 235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초 ‘구’ 단위에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청렴도 평가에는 객관적 지표뿐만 아니라 관련자 설문도 반영된다. 지난 4년간 광진구와 일한 민원인들에게 물었더니 ‘부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만큼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내부청렴도 조사에서 직원들의 긍정 답변도 크게 늘었다. 광진구 부구청장(2015 ~2016년)으로 일했을 때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당시 3~4등급에 그쳐 아쉬웠었다. 구청장 취임 직후부터 ‘친절과 청렴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했다. 친절이 곧 일하기 편한 행정이다. 신뢰는 비용이 적게 드는 사회를 만든다. 친절한 행정이 그 시작이다. 광진구의 성장에 튼튼한 뿌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선 주택과 주거환경 만족도 모두 1위를 했다. “광진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살기 좋은 동네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광진의 재발견이라고 본다. 2021년 발표된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 광진구는 두 지표 모두 중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최근 구민 만족도 조사 등에서 긍정적 평가가 늘어가는 추세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작인 국제정원박람회를 열어 한강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어린이정원페스티벌은 어린이대공원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166억원을 들여 아차산을 여가문화 복합 공간으로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도서관도 늘렸다. 생활쓰레기 주6일 수거제로 골목 환경을 개선했다. 동네를 바꾼 생활 체감형 정책들이 쌓여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결과다.” -광진 재창조 플랜이 이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광진 재창조 플랜은 도시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4대 권역과 4대 축을 중심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발전 방향이다. 광진구는 아파트 비율이 30%대로 서울시 평균인 60%대에 못 미치고 상업지역 비율도 낮아 도시 활력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했다. 2024년 정비사업을 위한 도로 접도율 기준을 완화해 재개발 가능 면적이 3만㎡에서 271만㎡로 90배 늘어나면서 실마리가 마련됐다. 올해는 어린이대공원 재구조화 사업,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자양3구역(옛 청사 부지) 및 자양5구역(군부대 부지) 등 단계별 실행 계획을 통해 거점별 개발이 실현될 수 있도록 주민과 소통하겠다. 자양5구역에서는 서울시립 어린이전문병원 건립이 확정되는 등 구체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올해 말 착공이 목표인데. “광진 재창조 플랜이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임시 터미널 문제를 확실히 해결했다. 구의공원을 자연 상태로 보전하고 인근 테크노마트 하역장을 승차장으로 활용한다. 오신환 광진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갈등 해소 협의체를 만들어 몇 달간 고민한 끝에, 밑그림을 들고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했다. 동북권 교통의 핵심인 이곳이 버스터미널과 복합쇼핑몰, 업무시설을 갖춘 복합 거점으로 재탄생한다. 완공되면 매출 40조가 넘는 이마트 본사가 온다. 구 살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양4동 A구역은 주민협의체 구성을 마치고 조합 직접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광장동 극동아파트도 상반기 내 조합설립을 목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광남고에서 2년 연속 수능 만점자가 배출됐다. “공립고에서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전국 유일 사례다. 안정적인 교육 환경에서 학생이 성실하게 공부한 결과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 경비 보조금을 2022년 40억원에서 2025년 80억원으로 늘리는 등 지원 정책을 편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학교별 특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특화사업이 유효했다. 광남고는 자율학습실 운영에 힘을 써왔다. 앞으로 자율학습실을 하나 더 늘린다고 한다. 다른 학교들도 광남고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학풍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도, 사라지기도 어렵다. 좋은 학풍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광진구는 서울에서 세 번째로 청년 인구 비율이 높다. “청년이 지역에서 머물고 성장하며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 정책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청년 포털’을 만들고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호응이 좋은 미취업 청년에 대한 어학·자격시험 응시료 지원은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 주거 안정 기금으로 청년 월세를 월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기금이 더 쌓인다면, 광진구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정비사업 참여자들이 목돈을 빌릴 때 이자를 보조하는 모델도 검토 중이다.” -민선 8기 4년 차를 맞이해 구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광진구의 최고 전문가는 구민 여러분이다. 모든 직원과 힘을 합쳐 광진에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나가겠다. 주민의 일이 곧 구의 일이다. 올해도 더 많이 가르쳐 달라.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말씀해주시면,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히 추진하고 조정이 필요한 사안을 끝까지 설명하며 책임 있게 풀어가겠다.”
  • 다목적 스튜디오·공유 주방… 청년이 머물고 싶은 ‘젊은 광진’

    다목적 스튜디오·공유 주방… 청년이 머물고 싶은 ‘젊은 광진’

    서울 광진구는 청년이 머물고 싶은 ‘젊은 도시’를 위해 청년 목소리를 반영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자양4동에 문을 여는 청년복지관은 청년 일상 회복과 역량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다. 다목적 스튜디오, 음악연습실, 공유 주방 등이 마련된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12일 “먹고, 배우고, 쉬고 연결되는 과정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청년들이 일상적으로 머물며 활동하는 생활 거점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화양동에선 화양생활지원센터가 생활 밀착형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활용품 대여, 소형 폐가전 수거 대행 등 생활 불편을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는 실용적인 서비스에 대한 호응이 높다. 청년층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주거안정 기금을 조성하고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한다.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24개월로 확대했고, 인원도 83명에서 150명으로 늘렸다. 기준 중위 소득 50~100% 이하의 일하는 청년 대상으로 청년내일저축계좌를 운영한다. 잠재력을 가진 청년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구 직영 공공형 공유 사무실 청년창업이룸터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공간과 기반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년 정책 참여 창구인 청년네트워크와 대학생 정책기획단은 구와 정책 수요자의 긴밀한 소통이 가능하게 한 기반이다. 김 구청장은 “청년들이 광진구에서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 “부르면 달려온다”… 이용자 중심 ‘DRT’ 전국 확산

    “부르면 달려온다”… 이용자 중심 ‘DRT’ 전국 확산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기존 대중교통 체계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이용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수요응답형 버스’(DRT)가 대안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대중교통 패러다임이 ‘노선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DRT는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 없이 승객이 앱·전화로 호출하면 실시간 수요에 맞춰 운행하는 대중교통 서비스다. 버스의 대량 수송과 택시의 유연성을 결합한 방식으로 꼽힌다. 경북 구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운행한 ‘수요응답형 행복버스’가 지역 주민 대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행복버스는 선산·무을·옥성·도개·해평면 등 5개 교통 소외지역에서 15인승 소형버스 12대를 투입해 운영 중이다. 이용객은 운행 첫 달 1만 5347명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 1만 6031명, 12월 1만 6273명으로 늘었다. 농촌 주민의 이동 편의를 실질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다. 경남도도 경남형 DRT인 ‘경남콜버스’를 올해 5개 시군, 7개 권역으로 확대 운영한다. 경남은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창원·진주·남해·함양에서 DRT 운행을 시작했다. 올해는 함안을 사업 지역에 추가하고 창원·진주는 운행 권역을 늘린다. 도가 자체 개발한 ‘경남형 DRT 플랫폼’은 앱에서 서비스 범위, 이용 방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8개 읍·면에서 32대를 운영 중인 제주 DRT ‘옵서버스’도 오는 25일부터 도서 지역을 제외한 도내 모든 읍·면으로 확대한다. 제주도는 대정읍과 안덕면에 10대를 추가 투입해 운행 대수를 총 42대로 늘린다. 성산읍과 표선면은 권역을 분리해 운행 효율을 높이고, 호출 없이 현장에서 탑승할 수 있는 ‘미호출자 탑승 처리 방식’도 도입한다. 옵서버스는 하루평균 이용객이 300여명을 웃돌며 호평받고 있다. 강원 화천군 호출 버스인 ‘스마트 안심셔틀’ 이용객은 2021년 도입 후 5년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울산시는 지난해 말 앱 호출형 ‘울산마실고래버스’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경기 용인시는 이동읍·남사읍에 이어 다음달 처인구 모현읍에서 ‘똑버스’ 운행을 시작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DRT와 자율주행 기술 결합도 추진하며 대중교통 운영 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포스코 회장님, 광양 청년 채용해 주세요”

    최대원 광양시의회 의장이 장인화 포스코 그룹 회장에게 지역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서자 지역사회도 호응하고 있다. 12일 광양시의회에 따르면 최 의장은 지난 9일 장 회장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포스코 그룹의 대규모 채용 계획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지역 인재 등용을 위한 각별한 배려를 부탁했다. 지방 소멸 위기와 청년 인구 유출이 가속하는 가운데 지역 대표 기업인 포스코가 ‘상생’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다. 최 의장은 서한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경제’ 비전에 발맞춰 포스코 그룹이 향후 5년간 청년 1만 5000명 채용, 대규모 지방 투자 구상을 밝혀 깊은 감사와 기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개인적으로 글을 드린다”고 썼다. 이어 “포스코는 광양시와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 온 든든한 동반자로 지역 경제·고용의 중심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일자리 부족이 심화하는 지방 현실에서 이번 채용 계획은 지역 청년들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최 의장은 “포스코와 함께 성장해 온 이 지역에서 지역 청년들이 다시 지역 미래를 책임지는 인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라며 “시의회 또한 교육, 정주 여건, 산업 기반 등에서 기업·청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 “광양 및 전남 동부권 청년들에게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떠나지 않고 젊어지는 도시가 될 거라 믿는다” 등 응원을 보내고 있다.
  • 부산 수영강 250m 휴먼브릿지 새달 개통

    부산 수영구 주거지와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수변 공간, 상업·관광 자원을 하나의 보행 생활권으로 묶는 수영강 휴먼브릿지가 다음 달 개통한다. 부산시는 12일 ‘수영강 휴먼브릿지 조성사업’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시는 마무리 정비와 관리 이관 등을 거쳐 다음 달 초부터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휴먼브릿지는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가르는 수영강의 양쪽 기슭을 연결하는 길이 250m짜리 다리다. 두 지역을 최단 거리로 연결해 보행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수변 문화·관광 공간을 확충하고자 2020년부터 조성을 추진했다. 이 다리가 없을 때 수영구 주거지에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으로 가려면 1.3㎞를 돌아가야 했다. 다리가 개통하면 수영구 주거지역과 수영사적공원, F1963 등 문화 자원, 해운대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나루공원, 영화의전당 등 주요 관광거점과 센텀시티 상업·업무시설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다.
  • “창원NC 사고, 구조 기술 결함과 관리 미흡 탓”

    지난해 창원NC파크에서 외벽 장식 구조물(루버)이 떨어져 관중 1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루버를 고정하던 연결 부위의 구조·기술적 결함과 관리상 미흡이 복합 작용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전문가 판단이 나왔다. 경남도 시설물 사고조사위원회는 12일 경남도청에서 사고 발생 11개월여만에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29일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NC파크 4번 게이트 인근 구단 사무실 외벽에 붙어있던 33.94㎏짜리 알루미늄 루버가 17.5m 아래로 추락해 관람객 3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이 머리를 크게 다쳐 치료받다 이틀 만에 숨졌고 1명은 쇄골 골절, 또 다른 1명은 다리에 타박상을 입었다. 사조위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점에서 2022년 12월 창문 유리 보수 공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루버가 일시적으로 탈거된 뒤 재부착됐다. 이후 다양한 요인으로 루버 상부 고정 볼트·너트가 불안정해졌고 차례대로 이탈했다. 루버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하중은 하부에 집중됐고 체결부의 육각 피스 4개가 뽑혀 결국 루버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구병 사조위 위원장은 “루버 상부 화스너(볼트·너트 등 고정 부품) 체결부에 너트·와셔(고정용 받침 금속판)가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은 점 등이 직접적인 사고 요인이라면 실시설계도면·시방서에 루버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점 등은 간접적 요인”이라며 “설계·발주·시공·유지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제도 개선과 현장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다만 창원시·창원시설공단·NC다이노스 등 구장 소유·관리·운영 주체 가운데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유족과 지역 노동계는 “유족을 배제한 조사 결과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보여주기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고를 수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사조위 조사 결과를 참고해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엄정히 가리겠다고 밝혔다.
  • 수도권 쓰레기 충남 유입 차단 강화

    충남 당진시와 폐기물 소각업체들이 수도권 생활폐기물 반입을 자제하고 지역 폐기물을 우선 처리하고자 손을 잡았다. 충남도는 시군과 합동 점검으로 위반 업체를 잇달아 적발해 사법·행정 조치를 취하는 등 수도권 쓰레기 유입 차단을 위한 고강도 대응책을 펴고 있다. 시는 12일 시청사에서 지역 폐기물 소각업체인 대성에코에너지센터, 리뉴에너지충청과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준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따라 수도권 폐기물이 민간업체를 통해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지역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우선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와 업체들은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위탁 처리를 자제하기로 했다. 이미 계약 체결된 수도권 물량에 대해서는 반입 시기와 물량을 조절하며 관련 데이터를 시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도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소각업체 4곳을 대상으로 시군과 합동 점검을 실시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반입한 천안 업체 1곳의 위반을 확인하고 사법·행정 조치를 취했다. 도는 이 업체가 미신고 폐기물을 무단 반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폐기물처리정보관리시스템에 처리 실적을 허위 입력한 정황도 찾아내 형사고발 등 엄정 대응에 나섰다.
  • “분당 재건축 3만 가구로 늘려 달라”

    경기 성남시가 분당 신도시 재건축 물량을 대폭 늘려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성남시는 12일 “올해 분당에 배정된 특별정비구역 지정 물량을 기존 1만 2000가구에서 3만 가구로 확대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별정비구역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하는 구역으로, 해마다 지역별로 허용 물량이 정해진다. 시 관계자는 “분당의 경우 올해 지정 가능 물량이 1만 2000가구로 배정돼 있지만 실제 재건축 수요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분당에서는 35개 구역 5만여 가구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는 배정된 물량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진행된 선도지구 공모 때도 기준 물량의 7배가 넘는 5만 9000가구가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했지만 상당수가 탈락했다. 이 때문에 분당에서는 물량 확대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분당 외 일산·평촌·산본·중동 등 다른 4개 신도시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남은 미지정 물량 1만 7000가구를 분당으로 재배정해 줄 것도 요구했다. 시 관계자는 “준비된 곳에 정비 물량을 집중하는 것이 정부의 노후 계획도시 정비 정책을 성공시키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면 주민 간 과열 경쟁을 줄이고 수도권 주택 공급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진 시장은 서한에서 “분당이 재건축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 물량을 5개 신도시에 비교적 균등하게 배분하면서 지역별 수요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 분당은 재건축 신청이 몰려 물량이 크게 부족해졌고 나머지 4개 신도시는 사업성 부족 등으로 신청이 적어 물량이 남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뇌에 들어찬 개구리, 버섯으로 변한 친구… 골때리는 시의 뒷맛

    뇌에 들어찬 개구리, 버섯으로 변한 친구… 골때리는 시의 뒷맛

    예측을 불허하는 55편의 시 수록하나의 연으로만 구성된 토막글넘쳐나는 언어유희에 웃다가도 책장을 덮으면 강렬한 잔상 남아 책을 읽는 독자의 머릿속에서는 무수한 ‘방해 공작’이 펼쳐진다. 성공적인 독서를 위해 수많은 ‘예측’과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글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하기,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고 믿기. 이것으로 독자는 무사히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다. 시(詩)는 반대다. 시는 독자의 예측을 깨고 결단을 배반한다.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독자의 뇌리에 강한 잔상을 남긴다. 그리고 독자는 지금껏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세계를 의심하게 된다. 차성환(48)의 새 시집 ‘초절임 생강’이 그렇다. 시인과 독자가 공유한다고 생각됐던 현실의 법칙을 깨뜨린다.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시집이다. 아니, 골(骨)을 때리는 걸 넘어 아예 골을 부숴버린다고 해야 할까. 어안이 벙벙해진 독자에게 다가가 시인은 자기만 알고 있던 비밀과 슬픔을 조용히 들려준다. “내가 소였을 때는 늘 딱딱한 발굽으로 대지를 딛고 서 있었지. 여물을 먹다가도 발굽을 땅에 구르고 주인이 부드럽게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도, 축사에 따스한 붉은빛이 기분좋게 번지는 황혼 무렵에도 나는 이 발굽으로 대지에 노크를 했지. 그땐 내 영혼이 살아 있는 것 같았어. 내 유일한 기쁨이었지. 그런데 죽어서 재킷이 되고 나니까 알량하고 경박하게 허공에 떠돌아다니고 있어. 나는 바닥이 없어. 질 좋은 가죽구두가 되고 싶었는데, 걸을 때마다 울려퍼지는 묵직한 굽소리와 대지의 감각에 마음껏 취해 이 굽이 닳아서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 싶었는데.”(‘가죽 재킷’ 부분) 소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그 가죽은 인간을 위한 ‘가죽 재킷’이 된다. 그러나 소가 슬픈 건 단지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딛고 서 있을 ‘바닥’이 사라져서다. 대지에 우뚝하게 서 있을 ‘가죽구두’가 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닥에 발을 딛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가죽 재킷은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을 형상화하는 것 같다. ‘정처 없음’의 슬픔. 그는 땅에 힘껏 발을 구르던, 자기가 ‘소’였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때는 이 세상에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소리로써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빵이다 선언을 하자 지나가던 제빵사가 뻥치지 말라며 내 몸에 식칼을 꽂았다 나는 천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다음날 나는 멀쩡한 빵으로 다시 태어났다 기뻐서 뛰어다니다가 막 오븐에서 나온 빵틀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두개골이 박살났다 그래서 죽었다 다음날 나는 진짜 빵이 되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만히 누워 누군가 날 먹어버리길 기다리는 조신한 빵이 되었다”(‘빵’ 전문) 이번 시집에 실린 55편의 시는 모두 하나의 연으로 구성됐다. 행갈이 없는 토막글은 저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빵’과 같은 시를 읽고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주 난감하다. 화자는 왜 빵도 아니면서 왜 빵이라고 자처하는가.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 제빵사에게 죽임을 당하는가. 칼을 맞은 것도 서러운데 왜 죽지도 못하고 빵이 되는가. 이윽고 ‘진정한’ 빵이 됐을 때 그는 기쁜가, 슬픈가. 죽었나 살았나. 시인이 단단히 묶어놓은 매듭은 ‘정상인’(?)의 머리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것이다. 단칼에 베야 한다. 시인이 벌이는 게임에 놀아나지 마시라. 그저 빵과 뻥 사이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언어유희를 만끽하면 된다. 가죽 소파에 앉아 있던 친구가 갑자기 버섯으로 변해버리는 세계(‘버섯’), 머릿속에 뇌 대신 개구리가 들어차 있는 세계(‘개구리의 맛’)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그곳은 현실보다 더 살 만한 곳일까. 시인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는 온갖 잡동사니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뇌에 개구리가 들어있는 것’은 그걸 견딜 수 없는 상태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개구리가 뇌에 터질 듯이 차오르면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세상의 사물이 정해진 용도와 쓰임에서 풀려나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그때가 바로 ‘친구가 갑자기 버섯으로 변할 때’다. 어디가 살 만하고 자시고도 없다. 어느 쪽도 다 견딜 수 없는 세계니까.”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너는 기적의 사람(나태주 글, 릴리아 그림, 그린북) “하루하루 살다 보면, 즐거운 마음, 좋은 마음이 점점 커지니, 그러면 365개의 새로운 날이 한 해의 끝에서 다시 올 테니, 365개의 태양과 365개의 달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별을 담은 새로운 한 해가 기적처럼 너에게 또 올 테니, 새해는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기적 그 기적을 사랑으로 알고 맞이하는 너는 기적의 사람” 나태주 시인이 새해의 문을 열며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전해지는 재해와 사건들은 오늘의 어린이에게 이전 세대와는 다른 종류의 불안과 피로를 남긴다. 책은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지탱해 줄 언어를 제시한다. 44쪽, 1만 6800원. 마녀재판의 변호인(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톰캣) “난 마녀였다. 마을 사람들이 마녀라고 욕하고, 사법관이 자백하라고 밤낮없이 심문하자 여자는 점차 긴가민가해졌다. 어쩌면 자신이 마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쳤고, 그럴 때마다 감옥 속에서 공포에 몸을 떨었다.” 중세 유럽이 무대인 법정 미스터리 소설. 99.99% 패소율을 기록한다는 마녀재판과 당사자, 변호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본질인 ‘재미’에 충실한 장편이다. 증거는 없고, 논리는 배척하고, 오직 편견과 광기만으로 사람을 죽였던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데자뷔를 느끼지 않는 이는 없을 듯. 384쪽, 1만 8000원. 상실(나탈리아 쇼스타크, 정보라 옮김, 스프링) “말을 하려고 하면 목구멍이 건조해지면서 까끌해졌다. 혀가 입천장에서 제자리 돌기를 해 도무지 시동을 걸 수가 없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후벼 파도록 주먹을 꽉 쥐고, 손가락 끝의 거스러미를 피가 날 때까지 뜯어내도 목소리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폴란드 일간지 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여성 3대 이야기. 아버지의 빚 때문에 가정이 붕괴되면서 할머니 댁에 얹혀살게 된 십대 소녀 마리안나, 돈 벌러 해외에 나가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아이들 생각뿐인 엄마 한나, 가족을 삶의 중심에 두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할머니 알리치아 등 세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고 정밀하게 그려낸다. 376쪽, 1만 8000원.
  • 누구나 각자의 ‘탈출구’는 있지

    누구나 각자의 ‘탈출구’는 있지

    “거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과 일하면 의사소통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설마 젊다는 이유로 잘하지도 못하는 장소 찾기 일이 주어지는 함정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248~249쪽, ‘술집에 이천 번이나 가고 난 뒤에’ 중) 영업부 10년차 직원 요코이는 40년 근속 후 퇴직을 앞둔 선배 마루오카를 위한 송별회 자리를 찾는 ‘귀찮은’ 일을 맡게 됐다. 제안한 장소를 몇 번 퇴짜 놓은 마루오카에게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두 군데 다 다른 회사 사람들과 간 곳’이라는 이유를 듣고는 단순 계산을 해봤다. 열여덟살에 입사해 40년을 근속한 선배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고객사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고 치면 2000번 넘게 술집에 가야 했을 것이다. 2001번째일 수도 있는 그를 위한 회식 장소를 찾는 과정을 읽으며 뭔가 모를 연민이 피어오른다. “마사오,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꼭 행복해져야 해. 그렇잖아도 지켜보고 있어.”//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하루요.”(218쪽, ‘우리 회사의 심령사진’ 중) 사내 행사 사진을 확인하다가 발견한 낯선 사람, 회의 녹음에서 발견한 존재하지 않는 자의 목소리. ‘헉’ 소리가 날만큼 무섭게 시작한 이야기는 끝에 다다르며 울컥하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다자이 오사무상, 아쿠타가와상 등 일본 내 굵직한 문학상을 받은 쓰무라 키쿠코는 평범한 일상을 정교하게 비추는 작가다. 11개 단편을 묶은 ‘거짓말 컨시어지’도 성가신 인간관계가 가득하다. 엄마의 그릇을 깨뜨리는 사람(‘세 번째 고약한 짓’), 지하철 승강장을 찾는 워킹맘(‘지나가는 장소에 앉아서’), 6학년인데 4학년 남아있는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방과후 시간의 그녀’)에게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책의 3분의1 분량을 차지하는 표제작 ‘거짓말 컨시어지’와 ‘속거짓말 컨시어지’는 남을 돕기 위해 거짓말 능력자가 된 회사원 ‘나’와 ‘나’의 일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거짓말에 대한 ‘철칙’까지 세웠다. 불편한 동아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교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기꺼이 거짓말로 도움을 주는 ‘나’의 기쁨, 고민, 민망함에 왠지 모를 공감이 인다. 표제작을 빼고는 꽤 짧고 담담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탈출구를 찾고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문을 열어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책꽂이]

    [책꽂이]

    대한민국 금융위기(홍종학 지음, 이콘) 금융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정책 선택과 구조적 방치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쌓일 때 위기가 현실이 된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맡았던 저자는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배경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조건과 구조를 한국 경제의 사례에 맞게 정리한다. 책은 위험 요인들이 중첩되고 증폭돼 어떻게 대형 금융위기로 이어지는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464쪽, 2만 4000원.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크리스 페리·게라인트 F. 루이스 지음. 김주희 옮김, 시공사) 누구나 한 번쯤 밤하늘을 보며 궁금증을 가졌던 우주에 대한 질문을 양자물리학과 천문학이라는 두 언어로 풀어낸다. 빅뱅과 원소의 탄생에서 시작해 별의 생애와 블랙홀의 운명을 거쳐 물질의 변화까지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질문으로 엮는다. 과학 대중화에 힘쓰는 두 과학자는 복잡한 수식 대신 직관적인 비유와 이야기로 가장 현대적인 우주관을 펼친다. 272쪽, 2만원. 고서의 은밀한 매력(이재정 지음, 푸른역사) 고서를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으로 고서의 표지, 제목, 본문과 주석의 배치, 글자 크기, 문단 나누기, 띄어쓰기, 본문 밖 여백, 소장자의 흔적에 주목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조선 시대 금속활자와 고서를 전시하고 연구해 온 저자는 ‘화엄경’, ‘월인천강지곡’, ‘조선왕조실록’ 등의 책을 골라 각 고서의 물성에 최적화된 형식,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지면 배치 방식, 디자인 감각 등을 관찰하고 설명한다. 416쪽, 2만 7900원.
  • 개인에 떠넘긴 삶의 위험… ‘공동체 회복’이 세계를 구한다

    개인에 떠넘긴 삶의 위험… ‘공동체 회복’이 세계를 구한다

    세계가 위기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가 일상을 압박하고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삶의 위험은 오롯이 개인에게 떠넘겨졌다. 이웃이나 공동체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본의 사상가이자 무도가인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커먼즈’의 회복을 제시한다. 커먼즈는 공공의 것이자 공동체를 뜻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무력한 존재를 포함하고 함께 기르고 치유하며 지원하는 구조로 공동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0년 넘게 대중과 소통하며 글 쓰고 무예를 수련해온 저자는 커먼즈를 연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했다. 그는 사재를 들여 만든 공간을 도장과 세미나, 전통 예능 연습, 지역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모두의 집’으로 열어두고 사후에도 지역 공동체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커먼즈를 회복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에는 최초의 아파트형 마을공동체인 위스테이 별내가 문을 열었고 2019년에는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공간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마을펍인 목포 ‘건맥 1897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커먼즈의 재생에서 중요한 것은 제도나 시스템보다 구성원들의 태도와 결단이다. 누군가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 하고 무임 승차자가 생길 수도 있지만 공동체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호흡으로 커먼즈를 재생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저자는 “커먼즈의 재생은 국가 시스템의 변화나 거대한 제도의 전환을 기다리지 않아도 각자의 삶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가 몰락하지 않고 연착륙하기 위해서라도 커먼즈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 체통 따윈 잊고 냠냠쩝쩝… 조선시대 ‘허’슐랭 가이드

    체통 따윈 잊고 냠냠쩝쩝… 조선시대 ‘허’슐랭 가이드

    ‘홍길동전’ 쓴 허균의 음식 평론집젓갈·웅어 등 귀양지 먹거리 품평 “2월이면 이 지역 사람들은 이슬을 맞으며 새벽같이 나가 막 돋아난 방풍 싹을 따서 해를 보지 못하게 한다. 곱게 찧은 쌀로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사기 주발에 옮겨 담았다가 반쯤 식으면 그것을 먹는다.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해 사흘이 지나도 스러지지 않는다.” 먹방(먹는 방송) 속 출연자가 앞에 놓인 음식 한 숟갈을 뜬 다음 묘사하는 것 같다. ‘홍길동전’ 작가인 허균이 415년 전 쓴 음식 평론집 ‘도문대작’(屠門大嚼) 속 ‘방풍죽’에 대한 설명이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 이미지로 똘똘 뭉친 조선시대 선비가 쓴 글이라는 게 뜻밖이라고 생각할 독자가 적지 않겠다. ‘도문대작’은 ‘푸줏간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고기를 씹는 시늉을 한다’는 뜻이다.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양반의 체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도문대작은 허균이 과거시험 부정에 연루돼 파직되고 유배 간 함열(지금의 전북 익산시)에서 쓴 작품이다. 밥상에 겨가 섞인 밥과 상한 생선, 푸성귀가 겨우 올라올 정도였던 귀양지에서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먹거리 품평을 한 것이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허균 연구자다. 단순히 도문대작만 번역한 것이 아니라 자기 음식 추억과 결부해 풀어내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허균이야말로 진정한 미식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허균은 곰 발바닥 요리에 대해 “삶아서 익히는 것을 적절히 하지 못하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회양의 요리가 가장 좋고, 의주, 희천이 그다음이다”라고 했고, 사슴 꼬리 절임인 ‘엄록미’에 대해서는 “사슴 꼬리의 털을 깨끗이 깎아내고 뼈를 발라낸 공간에 소금을 넣고 동전을 넣은 뒤 그 구멍에 막대기를 끼워 바람에 건조한다”고 설명했다. ‘고등어 내장으로 만든 젓갈’, ‘코가 뻥 뚫리는 산갓김치의 매콤한 맛’, ‘고소한 봄을 불러오는 생선 웅어’, ‘부드러움과 바다 향으로 즐기는 감태’, ‘햇감과 햇밤이 들어간 찰떡의 맛’ 등 소제목들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허균이 쩝쩝대며 입맛을 다셨던 음식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
  • 온기로 씻어낸 자리, 차향으로 감싸고… 잡념을 비워낸 자리, 무소유로 채우네[박상준의 문장 여행]

    온기로 씻어낸 자리, 차향으로 감싸고… 잡념을 비워낸 자리, 무소유로 채우네[박상준의 문장 여행]

    여느 달보다 짧은 2월의 날 손끝에 머무는 찻잔의 열기 모자란 두세 날 채워줄 듯찻잎 춤추니 향기 가득차나를 위해 수고 더하는 일누구도 비난 안 하는 시간역사 깊은 선암사 茶문화 법정 스님이 머문 불일암나를 사랑하는 게 무소유“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티포트를 들어 신중히 차를 따르는 모습을 보라.… 누군가는 지금 기꺼이 시간을 낭비하면서, 한 번쯤은 자신에게 충실해보려고 애쓰는지 모른다.” -‘차의 기분’(김인) 中 라면을 끓여 아끼는 그릇에 담는다. 간편식을 먹고 있지만 식사라는 행위는 즉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충실히 대하는데 서툴러 스스로 세운 라면의 원칙이다. 그런 나를 보며 ‘굳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분투가 있다. ●茶의 여유 즐기는 ‘충실한 낭비’ 작가 김인의 ‘차의 기분’(웨일북)에서 ‘티포트의 일’을 읽다가 격하게 공감했다. 낭비와 허영이 충실과 동의어로 쓰일 수 있다는 건 위안이지 않은가. 그게 고작 티포트 때문이었다는 사실 역시. 티 블렌더인 작가는 길을 걷다 카페에서 신중히 티포트를 들어 차를 따르는 누군가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길을 가던 어떤 이는 “자신만의 쾌락에 몰두한” 그 모습에 “적개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리 바쁜데 저리 한가한 모습이라니. 그렇지만 작가는 알고 있다. 차의 여유를 즐기는 카페 안의 그조차 어제는 총총대며 길을 지나기도 했다는 걸. 인스타그램의 여행처럼, 차를 따르는 일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읽히는 법이다. 전남 순천시 전통야생차체험관에서 모처럼 ‘차의 기분’을 만끽한다. 창살 너머 풍경은 스산한데 찻잔 위로 온기가 모락거린다. 차 맛은 곡우(4월 말~5월 초) 전후가 좋다고 한다. 그즈음에는 체험관 툇마루에 앉아 찻상을 맞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데도 여느 달보다 짧아 금세 바스러질 것 같은 2월의 날들에는, 봄과 여름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겨울의 분위기가 있다. 손끝에 전해오는 찻잔의 열기는 모자란 두세 날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만 같다. 야생차의 고장 순천, 그 중심인 조계산 선암사 일대 차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에 머물던 시절로 추정한다. 그로부터 선암사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일궈온 울력의 역사가 야생차에 배어 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은 1612년에서 1613년 사이에 ‘성소부부고’라는 시문집을 썼다. 책 속 ‘도문대작’ 편은 전국의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장이다. 그가 귀양 중에 그동안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려 쓴 글인데 ”작설차는 승주산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승주가 바로 선암사 일대다. ●선암사 그리고 순천의 야생차 선암사는 여러 차례 찾았는데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문을 열기는 처음이다. 체험관과 승선교의 갈림길에서 매번 아름다운 승선교에 마음을 빼앗겨 번번이 지나치곤 했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과 가을은 또 그 계절의 자태가 궁금해서 매번 승선교와 강선루를 택했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으로 방향을 튼 건 겨울이어서일 것이다. 겨울 산사를 찾는 건 얼음물에 손을 담그는 일과 닮았다. 초록을 떨군 계절은 장식 없이 명징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운다. 차는 그 반대편에서 어른다. 맑게 비워낸 자리를 따뜻하게 덥힌다. 우리의 산사가 산지정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지정원은 영어로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라고 표기한다. 산속에 있는 불교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데, 겨울은 한층 고요하여 산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선다. 오늘의 나처럼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한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여러 채의 한옥으로 이뤄져 있다. 다례 체험과 다식 체험을 하고 숙박도 이뤄진다. 다실은 좌탁을 두고 앉는 한옥의 실내다. 다식 체험은 2인 이상이어야 하지만 다례 체험은 혼자여도 괜찮다. 차 선생님은 예절에만 치중하지 않아서 차 우리는 방법과 다기 사용법을 간략히 전한 후 자리를 비켜준다. 차 선생님이 떠나고 다례의 순서를 기억하지 못해 허둥댔다. 그래도 결국 다관 안에서 차의 빛깔이 번진다. “찻잎은 춤추고 향기를 발산”하는 찰나다. 머그잔에 티백을 우려도 그만일 테지만 그것이 티포트의 일이다. 시간을 늘려 쓰는 일, 나를 위한 수고를 더하는 일. 찻잔에 따르고는 향을 음미하고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을 마신다. 평온이 나의 것이 된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으며 누군가 비난하지 않는다. ‘체험’이란 형식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수도승이 된 양하다. 밥 먹고 차 마시는 평범한 일상을 뜻하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불교에서 온 말이지 않은가. 깨달음이 그리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님의 차 수행은 체험관 샛길로 들어서기 전, 이미 동부도전에서 한 번 경험했다. 동부도전은 입적한 큰 스님들의 부도와 탑비가 있는 곳이다. 최근에 세운 탑비 상단의 글자 하나가 눈길을 끌었는데 지허스님의 탑비였고 ‘茶’(차)라는 글자가 새겨 있었다. 그는 선암사에서 출가하고 입적한 선승이고 다승(茶僧)이었다. 선암사 주지로 있으며 ‘지허스님의 차’(김영사)를 출간했다. 우리 차와 선암사 야생차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이다. 한 수도자의 생이 ‘茶’ 한 글자로 대변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산사가 근심을 대하는 자세 체험관에서 차로 몸을 덥힌 후에는 다시 선암사를 향한다. 일주문 앞은 야생차밭이어서 겨울 선암사도 푸른빛을 띤다. 선암사의 차밭은 가장 안쪽에 또 있다. 칠전선원은 원통전 북쪽에 있는 일곱 개의 전각인데, 그 가운데 선암사의 차를 덖는 달마전 뒤편으로 너른 차밭이 펼쳐진다. 달마전 후원은 네 개의 돌확으로 만든 수각(水閣)이 보물이다. 차밭에서 흘러든 물이 돌확과 대롱을 거치며 층층이 흘러내린다. 돌확의 첫물은 부처님께 올리거나 차를 끓일 때 사용한다. 그다음 물을 스님들이 마시는 물로, 쌀이나 채소를 씻는 용도로, 마지막은 허드렛일에 쓴다. 상시 개방하는 장소가 아니니 템플스테이의 ‘스님과의 차담’에 참여해 선암사에서 직접 만든 차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울타리 너머 칠전선원의 차밭을 기웃대다 나오는 길, 무우전을 지나며 담장 곁 봄날의 매화를 떠올린다. 무우전(無憂殿)은 근심이 없다는 뜻인데 선암사에서 가장 큰 스님이 머물던 전각이다. 수행이 깊어지면 근심이 덜어지는 것일까. 원통전 뒤편의 600살 넘은 선암매 곁에서 나뭇가지 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왠지 꽃을 피우려 꼼지락대는 것만 같다. 대웅전 앞에서는 무란 근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선암사 대웅전은 정면 중앙의 문, 어간문이 없다. 보통 어간문은 스님들의 출입문인데 선암사에선 문의 실체가 없다기보다 부처님만 통행하는 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둥이나 벽에 교훈이 되는 글씨를 적은 주련도 없다. 대신 원통전 댓돌 위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은 맨 끝 ‘요’자를 낮춰 수행의 마음가짐을 전한다. 그러고 보니 겨울을 닮은 산사는 비워낸 것이 많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엄한 표정을 짓는 사천왕상도 보지 못했다. 속세의 여행자에게 그 백미는 사찰의 뒷간이자 화장실, 해우소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의 첫 구절이다. 시인은 선암사에 가거든 해우소에 쭈그려 앉아 실컷 울라고 했다. 풀잎들이 눈물을 닦아줄 거라고. 선암사 해우소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사찰의 재래식 화장실이 문화유산이 된 경우다. 앞면 6칸, 옆면 4칸의 한옥은 입구에서 보면 맞배지붕이 두드러진다. 해우소에서 몸을 가벼이 하자 근심마저 씻겨나간 기분이다. ●무언으로 안는 불일암 선암사는 송광사와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있다. 두 고찰은 천년불심길이라고도 불리는 굴목재로 이어진다. 선암사에서 편백숲 길을 지나 굴목재 너머 송광사까지는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산중에는 보리밥 상차림으로 이름난 맛집이 있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큰 가람이다. 불교의 세 가지 보물 불(佛), 법(法), 승(僧) 가운데 열여섯 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 사찰에 해당한다. 선암사와는 또 다른 품위가 있다. 둘 가운데 하나만 보고 돌아오는 건 못내 아쉬운 일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더욱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삼청교와 다리 위에 지은 우화각은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에 비견할 만하다. 그 위에서 영화 속 송서래(탕웨이)는 장해준(박해일)에게 “처음부터 좋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떼어 돌아볼 수 없듯, 송광사에서 불일암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7년간 머물며 수행하고 책을 쓴 암자다. 불일암은 ‘무소유길’의 대나무 숲과 사리문을 지나 이르는데 암자라기보다 검소한 선비의 소박한 옛집 같다. 댓돌 위에 ‘묵언’이라는 글자가 보여 먼저 침묵하고 돌아본다. 암자 앞 ‘후박나무’는 법정 스님이 직접 심었는데 입적 후 유골을 뿌려 산골했다. “진정한 무소유란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범우사)의 한 구절이다. 언제부터인가 일 밖의 것, 목적이 없는 유유한 행위는 시간 낭비라 불린다.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는 일은 더더군다나 드물다. ‘차의 기분’에 등장하는, 티포트를 보고 뿔이 난 이는 한가로움이 부러워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자신을 위한 ‘충실’은 아니었을까. 매주 금요일에는 순천시티투어가 산사투어를 테마로 운행한다. 순천역을 출발해 송광사와 선암사,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을 돌아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순천 야생차에 관심 있는 이들은 선암사를 나오며 명인신광수차에 들러도 좋겠다. 대한민국 명인 18호인 신광수 명인과 자녀들이 구증구포의 전통 제다법으로 야생 작설차를 생산한다. 신광수 명인은 선암사 주지를 지낸 용곡스님의 아들(태고종은 스님에게 결혼을 허용한다)로 선암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차 만드는 법을 익혔다. 차를 구매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신광수 명인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이맘때는 금전산 자락 금둔사에도 꼭 들를 일이다. 금둔사는 지허스님이 복원하며 납월매를 심은 작은 사찰이다. 납월은 음력 섣달(12월)을 말하니 겨울 끝에 피는 매화다. 설날이 지나며 슬슬 꽃을 피워 3월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금둔사에서는 매화에서도 차향이 날지 모를 일이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美 석탄 부활 노리는 트럼프… 느닷없이 “한국과 수출 합의”

    美 석탄 부활 노리는 트럼프… 느닷없이 “한국과 수출 합의”

    “일본·인도와도 역사적 무역 합의”국방부 화력발전 확대 행정명령도통상 압박 와중에 추가 부담 가중한국 정부 ‘탈석탄’ 기조 정면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일본, 한국, 인도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우리의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역사적인 무역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내 석탄 산업 활성화 관련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전세계로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의와 관련해 미국산 석탄 수출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7월말 트루스소셜에 한미간 무역합의 타결을 알리며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당시 언급한 ‘기타 에너지 제품’에 석탄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미국의 압박에 미국산 석탄 수입을 확대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통상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나온 석탄 발언은 우리 정부에게 또다른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려는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석탄 수입국은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지난해 전체 1억 1050만t의 석탄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은 3.3% (370만t)에 불과했다. 석탄 비중을 줄이려는 상황에서 미국산 석탄 수입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을 “깨끗하고 아름다운 석탄”이라고 수차례 언급하며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탈석탄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석탄은 국가안보에 중요하며 철강 생산부터 조선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필수적”이라며 “석탄 산업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놀랍고 새로운 기술로 석탄을 매우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놀랍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향후 미국과의 에너지 분야 통상 협상에서 석탄 수입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로서는 그때까지 후속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에 석탄발전소와 새로운 전력 구매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군이 상당량의 석탄을 구매하게 될 것이며, 이는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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