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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선진국도 하는데” VS “경제정책 어떻게 펴나” 규제에 대한 네티즌 반응

    “가상화폐 선진국도 하는데” VS “경제정책 어떻게 펴나” 규제에 대한 네티즌 반응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대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까지 검토한다는 단호한 소식이 알려진 8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선진국이 허용하는데 규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규제 반대론에서부터 “가상화폐를 아무나 발행하면 경제정책을 어떻게 펼수 있느냐”며 규제 옹호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가상통화(화폐) 투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급수단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 한다“면서 “자금세탁, 사기, 유사수신 등 불법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가상통화 취급업소(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해킹 문제나 비이성적인 투기과열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상화폐 거래소가 타깃에 들어갔다. 그는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체계가 사실상 없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반대론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해봐라 그게 되는가? 선진국들 하는데로 따라해도 후진국은 면한다.그리고 무능한 정부가 나한테 십원짜리 하나 준 적 없이 매년 어마어마한 세금을 거두어가는 주제에 어디서 감히 내가 하는 가상화폐를 규제하려 들어!! 내돈가지고 한다는데 도박을 하든, 투기를 하던, 사치를 하든, 버리든, 불에 태우든, 자식에게 주던 간에 상관마라.”(zyui*) “지들은 부동산 투기해서 지금 이꼴 만들어 놓고 가상화폐는 규제한다고?”(mad7*) “가상화폐 규제가 먼저가 아니라 기관들이 장난치는 주식시장이나 똑바로 잡아야지, 그건 가만히 두면서 왜 가상화폐는 못잡아 먹어 안달이냐? 주식시장은 수십년간 작전세력이 개미들 지옥으로 보내도 다 그냥 당연한 측면이라고 생각하고, 가상화폐는 젠젠거리는 것들보다 훨씬 혁신적인 기술인데”(biso*)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네. 참말로 이상한 나라야(polo*)”.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 하나 해결 못하면서 전 세계가 사용하고 거래하는 암호화폐는 발전시키지 못할망정 규제하면서 4차 산업 발전 지향은 개뿔(wnsg*)” 등 규제에 반발하기도 했다. 규제 찬성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가상화폐처럼 아무나 다 발행하면 어찌 경제 정책을 펼칠수가 있을까? 비단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가 공히 그러하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이 인정할까? 결국 가상화폐는 규제를 통해서 정부가 직접 가상화폐를 발행하거나 정부가 인정하는 몇몇 가상화폐만 유통시키겠지.”(frie*) “비트코인에 검은 돈 많죠. 실명 거래가 아니니 불법 증여도 가능하고. 큰 세력들이 있을 것임(1imp*)”, “정부가 잘하고 있음. 비트코인으로 범죄조직, 재벌, 정치인들이 돈세탁 어마어마하게 할 듯(alie*)” “증권이 요즘 오르는 이유가 뭔 줄 아냐. 언제가 가상화폐가 규제 당할것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규제 당하면 증시로 올 것 뻔하니까. 그때부터 기관 총알 받이 되는거지”(mcc1)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태국에서 ‘그곳’까지 하얗게 레이저 수술, 보건당국이 경고 발령

    태국에서 ‘그곳’까지 하얗게 레이저 수술, 보건당국이 경고 발령

    동남아 국가에서 피부 미백 수술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태국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하얗게 만드는 수술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6일 전했다. 태국 공중보건부는 최근 성명을 내 수술 과정에 고통과 감염, 상처를 남기거나 방사성 영향, 성관계를 가질 때 등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차이 키라티후타야코른 박사는 “필요도 없고 돈 낭비이며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룩스 성형외과가 수술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틀 만에 1만 9000회나 공유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두달 전부터 일련의 수술을 받고 있는 30대 남성은 “수영을 할 때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싶어서”라고 동기를 밝혔으며 확실히 수영복 밖에 비치는 모습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수술은 레이저 광선을 쏘아 피부의 멜라닌 성분을 파괴하는 것이며 홍보 동영상에는 수술실 장면과 수술 전후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인종 차별의 요소가 있다는 비난부터 “뭣 때문에?”라고 되묻는 황당한 이용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이는 “성화봉으로 이용해도 되겠네. Let it shine!”이라고 적었다. 같은 브랜드의 반바지 수영복을 빗댄 것 같기도 하고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슬로건인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한 여성 누리꾼은 짐짓 진지하게 “중요한 것은 색깔이 아니라 크기와 움직임”이라고 비꼬았다. 레룩스 병원의 마케팅 매니저인 포폴 탄사쿨은 4개월 전에는 여성 성기를 미백하는 수술을 처음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들이 남성 성기는 안하느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달 뒤부터 하기 시작했다”며 다섯 차례 레이저 시술에 650달러(약 70만원) 든다고 설명했다. 한달 평균 20~30명 정도를 시술하고 있는데 태국인뿐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홍콩 등에서 온 환자들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 동성애자도 있고 트렌스제더들이 특정 부위를 미백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병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미맥 수술을 받는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동남아 국가에서 육체 노동자뿐만아니라 정신 근로자까지 피부색을 하얗게 만들려는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방콕 터미널에는 “하얀 사람만이 여기 앉을 수 있다”는 미백 화장품 광고가 등장해 입길에 올랐다. 다른 화장품 회사는 유명 여배우가 자신의 성공 요인을 하얀 피부 덕으로 돌렸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광고 방영을 포기한 일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피부색 집착에서 탈피하려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2014년 미스 타일랜드 선발대회 우승자의 피부색이 얼마나 다른 경쟁자들보다 검은지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우승자 논타완 마에야 통렝은 검은 피부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다른 여성들의 용기를 북돋고 싶었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질문에 답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질문에 답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다스(DAS)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별도의 수사팀을 꾸린 가운데,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23일 방송에서 집중 조명한다.‘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다스의 경리부 직원이었던 조씨는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능력있는 직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5년에 걸쳐 80억원이라는 회사돈을 빼돌리다 검찰에 적발된다. 조씨는 80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지시나 도움도 없었으며, 단독 범행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2008년 검찰 조사가 끝난 후에도 조씨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동료 직원들의 설명이다. 이 직원을 회사는 고발도, 해직도 하지 않았다. 당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씨였다. 하지만 다스에서 일했던 전·현직 직원들은 이상은씨가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18년 동안 이상은씨의 운전기사 일을 했던 김종백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상은씨가) 회장 같지 않다, 아니다를 떠나서 (회장인데) 돈 쓰는 걸 힘들어 했다”면서 “‘사장님이 있어야, 사장님의 사인이 있어야 돈을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다스는 MB(이 전 대통령) 거라고 본다. 100% 확신한다. 아니 10000% 확신한다”면서 “다스 전 직원은 물론 협력사 직원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알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2008년까지 다스에서 돈을 가져다 쓸 때마다 100% 수기 장부로 썼고 늘 현금으로 결제했다고도 설명했다. 다스에서 일했던 전직 간부도 “MB가 오면 회사에 비상이 걸려서 물 청소를 했다. 회장 동생이 회사 오는데 뭐 한다고 청소를 합니까? MB를 ‘회장님’이라고 그랬다. 회장님. 왕 회장님”이라고 제작진에 털어놨다. 다스의 경리팀장이었던 채동영씨도 최근 JTBC와의 실명 인터뷰를 통해 “모든 의사 결정이 이명박이었으니까. (대표이사는) 김성우였지만 뭐 김 사장 회사도 아니고…. 지금도 다스 직원들한테 가서 물어봐요. ‘다스 실소유주 누구냐’고. 그러면 이명박이라고 그러지”라고 밝힌 바 있다. ‘왕 회장’이라고 불리는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주식을 1%도 소유하지 않았고, 법적으로는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다스의 요직을 차지한 인물들 중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최근에는 다스의 회계총괄 이사, 주요 해외법인 대표이사 자리와 국내 주요업체 여러 곳의 지분이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씨에게 집중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이상은씨의 조카라고는 하지만 입사한지 5년 만에 전무까지 초고속 승진을 한 시형씨는 제2의 다스라고 불리는 ‘SM’을 설립해 다스의 핵심 하청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이에 제작진은 “이 전 대통령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다스가 이시형씨의 회사인 ‘SM’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은 조카를 사랑한 큰 아버지의 살뜰한 도움인 것일까? 혹은, 아버지의 회사를 우회승계하려는 검은 움직임인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앞서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이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 그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기됐던 ‘BBK 주가조작 의혹’과 ‘다스 주식 차명소유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2008년 1월 15일 출범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최근 ‘적폐청산’ 움직임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재조명되면서 검찰도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이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제작진은 “이번 방송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비자금 의혹, 그리고 잘못된 2번의 특검 및 아들의 우회승계를 의심케 하는 다스 협력업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상한 움직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이날 밤 11시 5분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조지 클루니, 친한 친구 14명에게 100만 달러 선물 ‘이유가...’

    조지 클루니, 친한 친구 14명에게 100만 달러 선물 ‘이유가...’

    조지 클루니가 친구 14명에게 각각 100만 달러(한화 약 10억 8,630만원)를 선물한 소식이 전해졌다.13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페이지식스의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오랜 친구이자 사업 동료인 랜드 거버는 최근 MSNBC의 한 방송에 출연해 조지 클루니가 친한 14명의 친구들에게 각각 100만 달러를 선물하고 세금까지 내줬다고 밝혔다. 랜드 거버는 “조지 클루니가 속한 ‘더 보이즈’라 부르는 모임이 있다. 몇 년 전 그가 모두들 자신의 집에와서 저녁을 먹자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더 보이즈’ 멤버들은 조지 클루니의 집을 찾았다. 테이블에는 검은 가방들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20달러짜리 지폐로 100만 달러가 들어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지 클루니는 ‘너희들이 얼마나 내게 중요하고 내 인생에 의미가 있는지 알게 해주고 싶다. 내가 LA에서 왔을 때 힘들었는데 너희같은 친구들을 만나 행운이었다. 너희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나는 없었을 거다.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내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선물을 받은 랜드 거버는 충격을 받고 즉시 거절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당시 조지 클루니는 ‘랜드가 거절한다면 아무도 그 돈을 가질 수 없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랜드 거버는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TOPIC / SPLASH NEW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수목드라마 ‘흑기사’ 신세경, 샤론양장점 또 방문 ‘이번엔 검은 코트’

    수목드라마 ‘흑기사’ 신세경, 샤론양장점 또 방문 ‘이번엔 검은 코트’

    수목드라마 ‘흑기사’ 신세경이 샤론양장점을 다시 찾았다.13일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 측은 신세경이 검은 코트를 입고 샤론양장점 홀에 앉아 있는 스틸을 공개했다. 어둑어둑한 야심한 시각에 샤론을 찾아온 정해라(신세경 분)가 어떤 상황에 쳐했는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으며 더구나 샤론(서지혜 분)이 권한 더덕주를 마신 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수목드라마 ‘흑기사’ 관계자는 “‘너처럼 돈 없는 여자에게 멋지고 부자인 남자가 다가오면 도망쳐라’라는 전 남자친구의 비뚤어진 충고 탓에 트라우마가 있는 해라가 어떻게 멋지게 성장해나가는지도 ‘흑기사’의 관전 포인트다. 수호(김래원 분)의 사랑이 해라에게 어떻게 스미는지는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해라와 샤론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역시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는 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나무엑터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투깝스’ 조정석X김선호, 한 몸 안에서 공조수사 “혜리를 구하라”

    ‘투깝스’ 조정석X김선호, 한 몸 안에서 공조수사 “혜리를 구하라”

    “우리가 잡자! 그놈!”숨 돌릴 틈 없이 쏟아진 전개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MBC 월화특별기획 ‘투깝스’(극본 변상순/연출 오현종/제작 피플스토리컴퍼니)에서 형사 차동탁(조정석 분)과 사기꾼 영혼 공수창(김선호 분)이 본격적으로 공조수사를 협의, 짜릿한 수사의 전초전을 알렸다. 12일 방송된 ‘투깝스’ 11, 12회에서는 행방이 묘연한 송지안(이혜리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차동탁(수)[수창의 영혼이 빙의된 동탁. 이하 동탁(수)]의 모습이 긴박하게 펼쳐졌다. 유유자적하게 박실장(민성욱 분)에게 사기를 치고 떠나려 했던 동탁(수)가 오히려 자신이 낚인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해 흔들리는 그의 불안한 심리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동탁(수)의 무한 긍정 마인드가 발휘시킨 또 다른 기지는 감탄을 자아냈다. 박실장이 요구한 돈을 만들기 위해 전국구의 소매치기들을 한곳에 모아 일사천리로 움직여 박실장의 요구사항과 해결방안을 찾아나가기 시작했기 때문. 이어 본격적으로 지안을 구하기 위해 도로질주를 펼친 동탁(수)를 기다린 것은 예상치 못한 사고였고 그로 인해 빙의는 해제, 동탁과 수창이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됐다. 여기에 지안의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했음을 알게 된 동탁이 수창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지안이 있는 곳으로 온 동탁과 수창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다. 지안의 생사를 손아귀에 쥔 박실장과의 팽팽한 심리게임에서 승기를 들어야만 그녀를 구출할 수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허공에 떠있는 봉고차 2대 중 한 대를 떨어트려야 하는 게임의 결말은 동탁과 수창의 차진 호흡으로 완벽하게 끝을 냈다. 동탁의 눈에만 보이는 수창이 두 차 모두에 지안이 없음을 알렸고 그런 그의 간절함에 믿음으로 답한 동탁의 화음이 모두를 살리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극 말미, 모든 사건을 해결한 두 남자 앞엔 얽히고설킨 인연의 고리가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드러났다. 수창의 아버지와 조항준(김민종 분) 형사 살해사건과 밀접하게 연결된 새로운 인물이자 이미 사라진 김종두의 존재가 밝혀져 새로운 국면을 예감케 한 것. 더불어 동탁과 수창을 위협한 정체모를 검은 헬멧이 재등장해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악연이 아닌 필연적으로 만난 동탁과 수창의 본격적인 공조수사가 어떻게 펼쳐질지, 또 두 남자를 노리고 있는 검은 헬멧의 정체와 그 배경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비밀이 무엇일지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편, 형사 조정석과 사기꾼 영혼 김선호의 판타스틱한 빙의 꼴라보레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MBC 월화특별기획 ‘투깝스’는 매주 월, 화 밤 10시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美 검사는 ‘박봉’ 비정규직 샐러리맨

    [특파원 생생 리포트] 美 검사는 ‘박봉’ 비정규직 샐러리맨

    로스쿨 졸업 학생들 자원봉사 수준 인식 연봉 5만~7만 달러… 파트타임 근무도미국의 검사는 그야말로 박봉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샐러리맨이다. 또 연방검찰(US Attorney’s Office)과 주검찰(State Attorney General’s Office), 지방검찰(District Attorney’s office) 등 독립적 3개 조직이 상호 견제를 하기 때문에 ‘권력’과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미국에서 검사는 인기 없는 직업 중 하나이며,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들이 잠시 거쳐가는 직업이나 자원봉사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 검사는 권력의 핵심이며 미래의 ‘부’(富)를 예약하는 티켓인 우리나라의 검사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적 대접을 받고 있다. ●권력의 핵심인 한국과는 대조적 지난 5일(현지시간) ABC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15일 우버 기사에 대한 막말 파문으로 여검사가 해임된 이후 미국에서 검사의 인기가 더욱 시들해졌다고 전했다. 박봉에 직업의 안정성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미 검사는 4만여명의 주검사와 지방검사, 6200여명의 연방검사 등 모두 4만 6200여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검사 수(2100여명)보다 20배 이상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 검사는 낮은 급여 문제로 변호사를 본업으로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5만~7만 달러(약 5500만~7700만원) 수준으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절반도 채 안 된다. 로스쿨을 졸업한 새내기 검사들은 재판이나 공직 생활 경험 차원에서 1~2년 근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검사 자체를 선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 대부분은 검사장(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임명, 주와 지역검사장은 선거를 통한 선출직)의 보좌 역할만 한다. 즉 사건의 기소 등을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검사장 이름으로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달리 일반 검사의 역할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또 미 검찰은 조직이 복잡하다. 한국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대검찰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등 정확한 위계질서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데 반해, 미국은 철저하게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 3개의 검찰 조직 간에 인사 교류도 없다. 연방검찰은 관세사범이나 출입국관리사범, 국가안전에 관한 범죄, 2개 주 이상 범죄지가 걸쳐 있는 사건, 통신 및 운송수단 등을 이용한 범죄 등 이른바 ‘연방범죄’를 다루고 있다. 그 밖의 지역에 관련된 범죄는 주와 지방검찰이 담당하고 있다. 주검찰은 지방검찰 담당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실정을 지방검찰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 직업으로 인기 없어 이렇게 독립적 검찰 조직 3개가 상호 견제를 하니, 우리나라처럼 전관예우나 비리 등은 있을 수 없다. 실제 연방검찰이나 주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건을 지방 검찰이 재수사해 기소하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한두 명에게 로비를 한다고 사건을 무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미 검찰에 ‘검은돈’이 흘러들어 가는 일은 거의 없다. 미 법조 관계자는 “미 검사는 돈이나 권력의지보다는 사회 봉사 차원에서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철저한 자본 논리로 무장된 젊은이들에게 인기 없는 직업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국정원 특수활동비, 감사 시스템 절실하다

    검찰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과 자택을 어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액수와 성격에 차이가 있으나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다른 의원들의 실명까지 나도는 상황인 만큼 수사는 여야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내년 정부 예산안 가운데 국정원이 국방부와 통일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직접 기획하고 조정한 금액이 1905억여원에 이른다는 참여연대발 주장에서부터 검찰의 특활비가 매년 법무부에 건네졌다며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선 한국당 주장까지 얹어진 형국이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경상경비 등으로 사용되는 5000억원가량의 국정원 본예산과 4000억원 남짓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편성된 예비비는 그나마 얼개가 드러나 있으나 국정원 활동의 실질적 ‘실탄’이라 할 특활비는 사실상 국정원 외에 19개 정부 각 부처 및 기관의 특활비 속에 은닉돼 있어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지만 이 또한 어림짐작일 뿐이다. 이 특활비는 예산 편성 때 국정원법에 따라 총액만 기재할 뿐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누구도 확인할 수 없음도 물론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도 대부분 이 ‘음지의 예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권 때마다 되풀이되는 국정원 특활비 논란은 이제 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 두 갈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특활비 유용에 대한 사법적 단죄다. 특활비를 사적 용도로 착복한 경우 지위고하나 정파를 불문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 ‘통치자금’이라는 미명 아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된 검은돈의 적폐도 이제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단 지난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의 그릇된 관행도 파헤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 정치 보복 논란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갈래는 제도 개선이다. 국정원 예산을 지금처럼 계속 음지에 놔둬서는 안 된다. 안보 차원의 정보 수집 등을 위해 기밀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예산 편성에서는 비공개 원칙을 견지하더라도 사용 내역 결산과 감사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때맞춰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기조 아래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야당도 논의에 적극 임하기 바란다. 2006년 정보감찰관 신설을 골자로 국정원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마련해 당시 여당에 강도 높게 촉구했던 주인공이 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커버스토리] 김치통 돈다발에 묻은 양심…독이 된 해바라기 공무원

    [커버스토리] 김치통 돈다발에 묻은 양심…독이 된 해바라기 공무원

    “영혼 없는 해바라기 공무원…. 위법 또는 부당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공무원의 기본입니다. 일부 공무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양심 없는 방조자로 전락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처신하는 사례도 있어 큰 사고가 발생합니다. 공무원 모두가 부당한 지시에 맞서야 공무원을 정략적인 도구로 이용하려는 권력이 사라지고 영혼 없는 공무원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전남 보성군 공무원 비리 사건이 터지자 충남 천안시 공무원노조가 시 공무원만 볼 수 있는 내부 게시판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공주석 노조위원장은 “예전에 비해 많이 깨끗해져 크게 우려하지는 않지만 내년 지방선거와 올해 말 현 단체장의 마지막 인사를 앞두고 천안시 공무원들이 보성과 같은 일에 연루될까 봐 하는 노파심에서 경계의 글을 띄웠다”고 말했다. ‘김치통 돈다발’. 이용부(64) 보성군수의 심부름으로 뇌물 받은 돈 일부를 군 공무원이 김치통에 담아 집 주변 땅속에 묻었다는, 이 괴이한 사건을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 ‘철밥통’이라는 안정된 직업에 위협이 될 줄 알면서도 공무원이 애초부터 단체장의 비리 가담과 부당 지시에 저항하지 못하는지 말입니다. 어떤 특혜와 불이익이 그들을 불속으로 뛰어들게 할 만큼 이끄는 것인지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보성 사건을 계기로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속살을 들여다봤습니다.12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따르면 K(49) 경리계장과 Y(49) 전 경리계장 등 보성군 공무원 2명을 불구속으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뒤늦게나마) 범죄를 자진 신고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둘은 검찰이 토착비리 수사에 나서자 숨겨 뒀던 돈을 들고 신고했다. K씨는 지난해 9월부터 군 관급공사 브로커로부터 2억 2500만원을 받아 이 군수에게 1억 5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K씨는 나머지 7500만원을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아 자신의 집 마당 땅속에 묻어 숨겼다. Y씨는 경리계장으로 있던 2014년 12월부터 같은 수법으로 2억 3900만원을 받아 이 군수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다. Y씨는 나머지 2500만원을 자기 책상에 숨겼다. 검찰이 발표한 조사 결과다. 구속 기소된 이 군수는 “나하고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나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임관혁 순천지청 차장검사는 “돈보다는 직위와 명예를 중시하는 공무원이 자치단체장 눈 밖에 나면 승진 인사 때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약점을 이용했다”고 잘라 말했다. 지방공무원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찍히면’ 3선까지 연임할 경우 최장 12년간 한직에서 맴돌다 퇴직할 수도 있다. 임 차장은 “단체장은 지역에서 막강한 권력을 쥔 황제여서 제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 승진 지름길·떡고물… 검은 고리 대물림 Y씨는 6급 경리계장을 맡은 지 2년여 만에 사무관으로 승진해 면장이 됐다. 그는 직전에 다른 사람이 군수 할 때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다 군 경리계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동서가 이용부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고, 이 군수 동생의 친구라는 후문이다. 경리계장에서 다른 부서로 옮긴 뒤에도 금품을 받아 이 군수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지속한 점으로 미뤄 이런 관계가 크게 작용했음을 엿볼 수 있다. 사건 당시 경리계장 K씨도 보직을 맡은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승진을 잔뜩 기대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땅속 김치통과 책상에 숨겨 뒀던 돈의 소유권을 두고도 갖가지 소문이 떠돈다. Y씨와 K씨는 돈을 보관만 했을 뿐 군수 것이라고 주장하고, 군수는 이 돈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다. 지역에서는 Y씨와 K씨가 돈 받은 지 1~3년이 지나서까지 보관하고 있었고, 그것도 뇌물 일부만 갖고 있는 것을 놓고 심부름값을 받았거나 ‘배달사고’를 내 챙긴 게 아니냐는 설이 터져 나온다. 보성군 공무원들조차 둘을 거세게 비난한다. 직원 김모씨는 “모든 뇌물을 군수에게 고스란히 전달하지 않았다가 들통이 나자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돌변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 이모씨는 “Y씨가 짜놓은 판에 후임 경리계장으로 들어간 K씨가 구조적인 연결고리에 걸려 희생됐다는 동정표가 많다”면서도 “솔직히 군수가 시키면 무 자르듯 거절할 공무원이 있겠냐 싶지만 군 공무원들은 둘 다 승진 등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서 스스로 업자를 찾아서 돈을 받아 오다가 불리해지니까 자수한 거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 단체장에게 달린 공직생활… 모험 자처도 2013년 말 충남 청양군에서도 단체장 상납의혹 사건이 있었다. 외국체험관광마을 조성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이석화 군수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군수는 구속됐고, 재판 후에야 무혐의로 풀려났다. 또 다른 공무원은 ‘자재 납품이 안 돼 외국체험마을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는 이유로 면사무소로 좌천성 인사를 당하자 공기총으로 납품업자를 살해하려다 구속되기도 했다. 극단적이지만 공무원에게 승진과 자리가 어떤 것인지, 인사권을 가진 단체장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한 충북도 공무원은 “단체장의 지시가 부당해도 쉽게 거부하기 어렵지만 그 지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인사상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어 스스로 모험을 자처하는 공무원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임각수 전 충북 괴산군수의 부당 지시를 따른 공무원은 평생을 바친 공직을 떠났고, 정상혁 보은군수 선거에 도움을 준 공무원이 사무관으로 승진해 면장으로 영전한 일도 있다. 승진에 목을 매는 공무원이 측근을 통해 단체장의 마음을 사려다 걸린 범죄도 수두룩하다. 전남 모 군청 공무원 A(58)씨는 “군수와 엄청 친한데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주겠다”는 건설업자에게 8000만원을 건넸다가 지난 4월 적발됐다. 경북 영천시 공무원 B씨는 시장 친인척에게 인사 청탁하며 2000만원을 줬다가 지난해 10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지난 1월 남해군 공무원 심모(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심씨는 사무관 승진 후보 1순위인데도 번번이 좌절되자 지난해 3월 아내·처제와 3000만원을 마련한 뒤 청원경찰을 통해 비서실장에게 승진 청탁조로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씨는 승진하지 못했다. #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 추진 실효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1월 기동민 의원 등 국회의원 38명은 공무원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국가 및 지방 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 방지법’이다. 개정안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한다’는 의무규정을 없애고 ‘명령이 위법하면 복종을 거부해야 하며 어떤 인사상 불이익 처분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국정농단 사태 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공무원들이 협박, 회유, 좌천 등의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복종의 의무가 영혼 없는 관료의 방패막이가 됐다. 개정안이 ‘공무원 개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법은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계류 중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위법·부당한 지시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소극적 조항을 개정안에서 명확하게 거부하도록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대법원이 2015년 등 여러 판례에서 ‘상관은 위법한 직무 행위를 명령할 직권이 없고, 하관은 불법 명령에 따를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고, 공무원의 성실의무도 준법을 강조한 만큼 개정안이 현장에서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정열의 집시 ‘카르멘’ 모던 발레로 부활하다

    정열의 집시 ‘카르멘’ 모던 발레로 부활하다

    무채색 무대 위를 강렬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등장한다. 도발적인 몸짓으로 무대 중앙을 걸어나오는 그녀에게 단박에 시선이 꽂힌다. 우리가 익히 하는 ‘팜 파탈’의 전형인 집시 여인 카르멘이다. 물방울 무늬의 셔츠를 입은 남자 무용수들이 홀린 듯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 자유롭게 무대를 활보하던 카르멘은 바닥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옆으로 기어가는 장난스러운 동작을 선보이며 뭇 남자들에게 유혹의 시선을 던진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돈 호세는 매혹적인 카르멘을 안은 채 무대를 가로지른다. 카르멘 역시 돈 호세를 바라보며 상반신을 활이 휘듯이 뒤로 젖히고 바닥에서 네 발로 기어다니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춤사위를 선보인다.스페인국립무용단이 9~1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선보이는 모던 발레 ‘카르멘’은 이처럼 격정적인 춤사위로 채워진다.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인 카르멘에게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힌 스웨덴 안무가 요한 잉예르의 손길을 거쳐 재탄생했다. 잉예르에게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안무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영화,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 ‘카르멘’은 우리에겐 오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가 1875년 발표한 오페라 ‘카르멘’은 ‘서곡’, ‘하바네라, 사랑은 잡을 수 없는 새와 같은 것’, ‘투우사의 노래’ 등 아름다운 노래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로 꼽힌다. 원작은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가 1845년 발표한 동명 소설로 스페인 세비야 담배 공장의 위병으로 근무하는 돈 호세가 여직공 카르멘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랑의 비극을 그린다. 1990년대 네덜란드댄스시어터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이름을 떨친 후 모던 발레의 대가 이리 킬리안에게 발탁되어 안무가로 변신한 잉예르는 이 작품을 현대적인 발레 작품으로 다시 만들었다. 잉예르는 원작을 살리면서도 카르멘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돈 호세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잉예르는 “원작 소설이 그러했던 것처럼 돈 호세가 앓는 상사병,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자유분방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격정과 복수에 굴복함으로써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모습에도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잉예르는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서 원작에 없는 ‘소년’을 목격자로 등장시킨다.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폭력과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1세기 버전의 카르멘답게 감각적인 무대 역시 볼거리다. 별도의 세트 없이 프리즘 형태의 삼각기둥 9개를 세웠다. 내용에 따라 기둥은 모양과 색깔을 달리하며 담배 공장, 투우장, 감옥으로 변신한다. 스페인국립무용단은 2007년 ‘날개’ 이후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특히 이번 내한 공연에는 무용단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최고수석무용수 알렉산드로 리가와 수석무용수 카요코 에버하트, 이삭 몬요르 등이 출연한다. 한국인 솔리스트 박예지가 ‘소년’을 맡았다. 관람료는 4만~12만원. (02)2005-0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평균 81개월 집권하는 경제대통령, 그의 한마디에 세계가 들썩

    평균 81개월 집권하는 경제대통령, 그의 한마디에 세계가 들썩

    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공식 지명됐다. ‘양적 축소’를 시작한 각국은 파월 의장이 펼칠 통화정책에 주목한다. 연준 의장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수장으로, 한국은행 총재와 비슷한 존재다. 그런데 전 세계는 왜 미국 중앙은행장의 인선에 떠들썩할까. 가장 간단한 답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이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세계가 금융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시대에 달러의 발행량, 미국의 기준금리 등은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연준 의장의 성향이 ‘매파’(금리 인상 선호)인지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인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역대 의장의 정책 등을 살펴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덕분에 글로벌 경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라는 혹독한 한파를 불러왔다.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달러를 마구 찍어 낸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덕분이다. 파월 16대 의장 지명자 전까지 15명의 역대 연준 의장이 있다. ‘최장수 의장’은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이다. 윌리엄 밀러는 ‘1년 의장’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15명 연준 의장의 평균 임기는 81개월이었다.1.미약한 시작은행관리 기구로 출범, 로스차일드 ‘수렴청정’ 찰스 햄린(1914년 8월~1916년 8월) 등 6인:1907년까지 몇 차례 공황과 재정 실패를 겪은 미국 자본가들은 은행을 관리할 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민간 주도로 연준이 만들어진 이유다. 당시 연준이나 의장의 역할은 미약했다. 통화감독청(OCC)이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했지만 월가의 위세가 더 높았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월가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1913년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연방준비제도 법안을 거의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초대 의장인 찰스 햄린은 재무부 차관 출신이었다. 하지만 연준의 권한은 미국 정부와 연준에 속한 연방은행들 사이를 조율하는 수준에 그쳤다. 연준은 ‘재무부의 부속 기구’처럼 취급됐다. 마치 한국은행이 1980년대 전까지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던 것과 비슷하다. 연준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폴 워버그 이사였다. 워버그 이사는 연준의 청사진을 그린 인물로, 세계 금융시장을 석권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심복이었다. 쑹훙빙은 저서 ‘화폐전쟁’에서 ‘연방은행의 주인은 12개 지역 연방은행이고, 워버그 이사를 조종한 것은 런던에 있는 알프레드 로스차일드’라고 주장했다. 최초 연방준비제도법 제10조에 따라 연준 의원들은 재무부 건물 안에서 근무했다. 연준이 출범할 당시 재무장관인 맥아두는 윌슨 대통령의 사위였다. 맥아두 장관은 연준 위원과 각 지역 연방은행 총재와 임원을 ‘친맥아두 인사’로 채워 넣었다. 2.대공황 수습기축통화로 힘 실려… 금리 결정기구 출범 루스벨트 시대, 매리너 에클스(1934년 11월~1948년 4월):연준이 독립성을 확보한 계기는 1929년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이다. 대공항 초기에 연준은 재무장관의 지시를 기다리며 대응하지 않았다. 연준은 무책임한 조직으로 변해 갔다. 분개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5년 연준의 지배구조를 바꿨다. 1935년 은행법 개정을 계기로 연준은 산하 연방은행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고, 행정부 각료는 연준에서 제외됐다. 통화정책의 핵심인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당시 뉴딜 정책을 지지했던 은행가 매리너 에클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연준 의장에 올랐다. 에클스 의장의 연준은 재무부 건물에서 ‘에클스 빌딩’이라 불리는 연준 본관 건물로 독립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기 연준은 재무부보다 강력해졌다. 판사 출신인 빈슨 재무장관은 에클스 의장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이 체결돼 기축통화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뀌자 연준의 지위는 더 공고해졌다. 연준 독립의 기초를 닦은 에클스 의장은 그러나 ‘에클스 실수’를 남겼다. 1937년부터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해 갑작스럽게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3.호황의 초석20년 재임한 마틴, 60년대 美성장 발판 마련 현대 연준의 창시자,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1951년 4월~1970년 1월):거의 20년간 재임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의장은 현대 연준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그가 재임할 때 재무부뿐만 아니라 백악관의 영향에서도 벗어났다. 마틴은 트루먼 대통령의 심복 출신이다. 트루먼 대통령 집권 시절, 연준은 제2차 세계대전 자금 조달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마틴은 저금리를 유지하기를 원했던 백악관의 요구를 물리치고 취임 이후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대통령과 충돌을 빚었다. 퇴임 후 한 파티장에서 마틴 의장을 마주친 트루먼 대통령이 “배신자”라 부르며 돌아설 정도였다. 마틴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확립한 것은 취임 직전인 1951년 ‘재무부-연준 양해각서’(Treasure-Fed accord)가 통과된 덕분이다. 이는 재무부가 앞으로 연준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항복문서’다. 영국 왕이 시민의 편에 선 귀족에게 항복한 ‘마그나카르타’(대헌장)에 비유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서는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로 작성됐다. 연준과 존 스나이더 재무장관이 금리 문제를 두고 1년간 실랑이를 벌이자 트루먼 대통령이 장관에게 빨리 사태를 수습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협약 덕분에 연준은 재무부 증권(미 국고채)을 무조건 돈으로 찍어 낼 의무에서 벗어났다. 중앙은행의 역할을 “파티가 한창 달아오를 때 펀치볼을 치우는 일”로 정의한 마틴 의장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섰다. 경기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틴 의장은 전후 인플레이션을 잡아내며 196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최초의 흑인 이사 앤드루 브리머는 마틴 의장을 ‘연준의 구원자’라고 회고했다. 4.물가와의 전쟁인플레 잡은 볼커… “가장 우수한 의장” 아서 번스(1970~1978년)+ 윌리엄 밀러(1978~1979년), 폴 볼커(1979년 8월~1987년 8월):1970년대 미국 경제는 암울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첫 패전을 겪고, 막대한 전비 부담에 만성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972년과 1978년에는 각각 1차, 2차 오일쇼크로 치명타를 입었다. 당시 연준은 주로 고용률에 신경을 썼다. 경제학자 출신의 첫 연준 의장인 아서 번스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으로부터 재지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고약한 인플레이션은 폴 볼커 의장 때 잡았다. 볼커 의장이 취임한 1979년 미국 경제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3.3%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그 직전의 번스·밀러 의장은 각각 법률가, 기업가 출신이었지만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남미형 만성 인플레이션 경제나 대공황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밀러 의장은 긴축을 반대했다. 연준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밀러 의장은 1년 만에 교체됐다. 볼커 의장은 경기 부진을 감수하고 단기 금리를 한껏 올렸다.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볼커 의장이 기준금리를 12%로 올리자 언론들은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1981년 이자율은 20% 선으로 뛰었고, 실업률은 5%에서 10%로 올랐다. 미국 농민들은 워싱턴으로 상경해 볼커 의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볼커 의장의 정책에 개입하지 않았던 카터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결국 볼커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잠재워 연준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했다. 연 15%에 달하던 인플레이션은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볼커를 가장 우수한 연준 의장으로 손꼽는다. 볼커 의장이 퇴임한 1987년 다우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며 200년 역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장이 열렸다. 이 시기에 달러가 진정한 세계 통화가 됐다. 시중에 풀린 달러는 미국이 보유한 금의 5.7배에 달했다. 달러를 금으로 바꿔 줄 여력이 없어졌다. 금본위제가 폐지됐으나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됐다. 미국은 사실상 금 보유고와 관계없이 달러를 자유롭게 찍어 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달러의 위상이 세계화되자 연준 의장의 위상도 ‘세계 경제대통령’ 수준으로 높아졌다. 5.버블의공범최저금리·규제완화, 서브프라임위기 부메랑 앨런 그린스펀 1980~2000년대(1987년 8월~2006년 1월):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마틴 의장에 이어 최장수 의장으로 재임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4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경제 마에스트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0.25% 포인트씩 조심스럽게 금리를 움직이는 ‘베이비 스텝’ 인상으로도 유명하다. 그린스펀 의장은 두 차례 주식 폭락 때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의장을 맡은 지 2개월쯤 지난 1987년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 터졌다.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2.6% 곤두박질쳤다. 밤새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자 선물 매도가 이어졌고, 뉴욕 증시 현물도 폭락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기준 이자율을 신속하게 낮춰 1929년 같은 대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위기마다 금리를 인하했다. 그가 내린 처방에 미국 경제는 1991년 걸프전쟁, 아시아 경제 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에서 회생했다. 연준이 2003년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리자 세계 중앙은행도 이를 따랐고 세계 경제가 회복됐다. 그린스펀 의장이 네 차례 연준 의장을 역임하는 동안 ‘그린스펀 효과’, ‘미국 경제의 조타수’, ‘통화정책의 신의 손’ 등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다. 1970년대 초 이후 28년 만에 실업률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린스펀 의장은 FOMC 회의록을 공개해 중앙은행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했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된 세계적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저금리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한 탓이다. 게다가 그는 시장의 자정 능력을 과신한 탓에 급팽창하던 금융파생상품의 폭발력을 인지하지 못했다. 각종 금융 규제를 풀자 급속도로 발전한 세계 금융 산업의 부작용이었다. 가계가 직접 금융자산시장의 움직임과 얽히면서 전 세계가 ‘제2의 대공황’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6.양적완화 시대헬리콥터 벤·비둘기 옐런, 금융위기 넘다 벤 버냉키(2006~2014년) + 재닛 옐런(2014~2018년) + 제롬 파월(2018년~):‘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의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해 붙여진 별명이다. 연준은 2008년 위기 이후 3차례 양적완화를 선언해 약 3조 달러를 공급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했다. 대공황을 연구한 경제학자 출신인 버냉키 의장의 결단이 통했다. 연준 의장으로선 최초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타임은 버냉키 의장을 ‘1930년 대공황 당시 연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은행의 파산을 막아 낸 유능한 은행가’라고 치켜세웠다.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도 버냉키 의장의 공로다. 그는 2011년 4월부터 FOMC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직접 언론에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준 출범 이후 의장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그는 ‘화폐 전쟁’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팽창한 달러 통화량에 다른 화폐가치가 급등했다. 2014년 브라질 헤알화는 2002년 말 대비 75% 급등했고,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46%, 30% 올랐다. 버냉키 의장의 한마디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했다. 2013년 5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해서다. 그는 “양적완화를 줄인다고 통화완화정책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며, 제로 금리는 유지한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혼란이 벌어진 뒤였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은 재닛 옐런 의장은 고용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였다. ‘에클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경기가 회복되기까지 기다렸다. 옐런 의장은 지난 9월 양적완화를 끝맺고 완만하게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3%였고, 연준은 목표한 물가상승률인 2%에도 곧 도달할 거라 내다봤다.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8년 2월 정식 취임할 제롬 파월 차기 의장은 월가에서 일한 인물로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지명자는 2일(현지시간) “가능한 최대의 근거와 통화정책 독립이라는 오랜 전통에 기초한 객관성을 갖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등의 완화와 연준의 독립성 강화 등은 파월 지명자의 과제로 꼽힌다. ‘중립적인 올빼미’라고 불린 파월 지명자가 어떤 의장으로 기록될지는 그의 몫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40억 상납받은 朴청와대…검은돈 어디로 갔나

    40억 상납받은 朴청와대…검은돈 어디로 갔나

    최근 10년간 정부기관 특활비 예산 국정원 55.6%… 4조 7642억 배정 31일 검찰이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겨냥하며 꺼내 든 카드는 규모만 있고 내역은 이제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4년에 걸쳐 청와대에 상납한 금액이 연간 10억원대로 총 40여억원에 달하고, 그중 일부를 이들이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부가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자금이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영수증 첨부는 물론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비리의 뇌관’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지난 4월 문제가 됐던 ‘돈봉투 만찬’에 사용된 돈도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8조 5631억원 규모다. 이 중 국정원이 4조 7642억원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한다. 이어 국방부가 1조 6512억원, 경찰청 1조 2551억원, 법무부 2662억원, 청와대 2514억원 등 순이다. 한 해 평균 8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배정되지만 사용 내역은 ‘깜깜이’다. 올 8월 감사원이 지난해와 올 상반기 정부기관들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를 점검한 결과 각 기관이 사용한 전체 특수활동비의 50.3%만 집행내용확인서가 있었다. 나머지 49.7%는 현금영수증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출 내역이 없었다. 당시 점검 때도 국정원은 비밀 유지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다른 주요 기관을 지원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다른 기관의 예산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예산이 ‘끼워넣기’ 식으로 들어가 있다고 본다. 사용 내역은 비공개지만 업무상 정당한 목적으로 집행·지출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004년부터 3년간 자신이 관리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12억 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것 자체보다 어디에 사용했느냐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지속적으로 청와대에 상납이 됐는지에 대한 조사와 함께 만약 관례가 아니라면 왜 상납을 했는지, 누가 요구를 했는지, 그리고 어디에 썼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거나 인사 등 대가성이 사실이 밝혀질 경우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또는 정치권으로 흘러간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검은돈으로 흥청망청…가스공사 임직원·하청업자 기소

    검은돈으로 흥청망청…가스공사 임직원·하청업자 기소

    하도급 업체로부터 해외여행과 식사·유흥 접대를 받은 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수원지검 특수부(부장 박길배)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한국가스공사 전산직렬 전직 팀장 황모(56·2급)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기직렬 전직 본부장 이모(56·1급)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수백만원에서 억대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모 하청업체 대표 조모(54)씨 등 3명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서모(46)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하도급 업체 3곳으로부터 필리핀·일본 등 해외여행과 골프·식사 접대 등 3300만원에 달하는 향응을 받는가 하면, 업체 직원으로부터 개인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1000만원 상당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금품을 수수한 대가로 경쟁입찰을 통해 한국가스공사의 계약을 따낸 원청업체에 일부 계약을 자신이 지목한 업체에 하도급을 줄 것을 요구했다. 황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전산직렬 전직 팀장 이모(62)씨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하청업체로부터 현금과 법인 차량 등 1억500만원 상당을 제공받았다. 또 2013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제공하는 기술개발지원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7600만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12년 6월 정년퇴직한 이씨는 자신이 ‘전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업체 측으로부터 금품을 챙겼다. 하청업체 대표 조씨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국가스공사 팀장 황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대가로 34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구속된 또 다른 업체 대표 오모(51)씨는 2013년 4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산업용 온도측정시스템 기술 국산화를 명목으로 한국가스공사로부터 기술개발 지원금 명목으로 5억 3600여만원을 받은 뒤 개인적으로 돈을 사용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는 오씨가 외국산 제품을 포장지만 바꿔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것을 자체 평가를 거쳐 기술개발이 최종적으로 성공했다고 판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결과 한국가스공사는 각 실무팀장이 하도급 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일반직 외에 전기, 전산, 토목 등 세분된 기술직으로 구분돼 각 기술직렬 전문 분야에 대한 다른 직렬의 감시와 통제가 어려워 일부 직원들에게 계약 권한이 집중됐다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한국가스공사 측에 전달해 기술개발비 지원 과정 등이 개선되도록 조치했다”며 “공공인프라를 관리하는 공기업의 부정부패는 국민의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앞으로 관련 비리를 엄정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직접 만든 지도에 지역 민심 ‘빼곡’… 태국 국민 사로잡은 건 돈 아닌 도덕

    직접 만든 지도에 지역 민심 ‘빼곡’… 태국 국민 사로잡은 건 돈 아닌 도덕

    검소한 생활로 온 국민 존경 서거 직전까지 민심 귀기울여 왕실모독죄·군부와 공생 ‘그늘’ 태국 방콕의 교통 체증은 듣던 대로 대단했다. 택시기사는 신호 대기로 설 때마다 스마트폰의 온라인 메신저창을 만지작거렸다. 본능적으로 안전벨트를 조여 맨 뒤 화면을 흘깃 훔쳐봤다.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택시기사는 친구에게서 받은 그 동영상을 다른 친구들에게 전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득 깨달았다. 방콕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푸미폰 전 국왕의 수많은 초상화보다 훨씬 더 많은 태국인 한 명 한 명의 가슴속에 국왕이 남아 있었다.지난해 10월 13일 푸미폰 전 국왕이 서거한 뒤 그의 사진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는 태국인들의 모습은 태국 밖의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부나 왕실로부터 강요받거나 세뇌당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방콕에서 만난 태국인들은 진심으로 국왕을 존경하고 있었다. 흔히 재위 70년간 이어진 전 국민적 존경과 사랑의 근원에 대해 태국인들을 먹고살게 해준 ‘로열 프로젝트’를 꼽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따로 있었다. 그는 태국인들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몸소 가르쳐 준 ‘도덕적 롤모델’이었다. 22일 방콕 중심지 수쿰빗 근처에 있는 퀸 시리낏 컨벤션센터에서는 책 엑스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장 한편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푸미폰 전 국왕에 대한 책을 무료로 받으려는 사람들이었다. 800명 한정이라 사람들은 번호표를 미리 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했다. 이 중 한 명인 나리폰 프라콩쌉(44·회사원)은 검은 옷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었다. 그는 국왕에 대해 묻자 “왕의 서거 소식을 TV에서 봤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태국에는 자발적으로 조직된 왕의 팬클럽이 있다. 나도 활동하고 있다. 왕의 일정을 체크하고 따라가기도 했다”면서 “그분은 나의 아이돌”이라고 말했다. 나리폰 말고도 푸미폰 전 국왕을 추모하는 사람들은 그가 인간으로서 얼마나 훌륭했는지 앞다퉈 말한다. 첫 번째로 손꼽히는 것이 국왕의 성실함이다. 태국인들은 국왕이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만든 지도를 기억한다. 국왕은 이 지도를 색깔별로 다르게 표시해 지역별로 제각각인 요구사항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그는 서거하기 직전까지 지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검소함이다. 국왕은 막대한 부를 쌓아 놓고도 직접 발명한 치약 짜는 도구로 인해 납작해진 치약을 사용하고, 평범한 중산층 주택으로 보이는 소박한 별장에 머물렀다. 국왕의 세 번째 미덕은 겸손함. ‘로열 프로젝트’가 한창이던 시절 벽지의 노인과도 손을 잡으며 스스럼없이 얘기했고, 요란한 의전을 좋아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젊은 시절 직접 지프를 몰고 다녔다. 푸미폰 전 국왕은 자신이 모범이 돼 태국인들에게 이상적 삶의 방식을 제시했다. 24일 방콕 서쪽 나콘파톰에 있는 마히돈대학에서 만난 인권과평화연구소 나파랏 크란라타나수트 강사는 “국왕은 모든 면에서 나의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그는 “왕은 서거 전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일을 멈추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국가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왕을 제대로 추모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태국의 평균 수명(2015년 기준)은 74.9세. 즉 현재 대부분의 태국인들에게 70년간 왕좌에 앉았던 국왕의 서거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게다가 나라의 아버지로 추앙받았던 존재다. 태국인들은 길을 잃은 느낌이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프레디로 소개한 한 남성(37)은 “특히나 노인 세대에서는 앞으로 우리는 누구의 뒤를 따라가야 할지, 태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푸미폰 전 국왕의 장남으로 지난해 12월 국왕으로 즉위한 마하 와치랄롱꼰(65)이 화려한 여성 편력과 잦은 외유 등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성정이어서 태국인들의 걱정은 더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언급하면 ‘왕실 모독죄’로 큰 곤욕을 치르기 때문에 아무도 입 밖에 내지 못한다. 왕실 모독죄는 완벽한 듯 보이는 푸미폰 전 국왕이 남긴 어두운 유산이기도 하다. 국왕은 재위 시절 일어난 19차례의 쿠데타 중 왕실에 충성하는 세력의 쿠데타는 승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키는 군부 세력이 정당성을 얻기 위한 명분으로 ‘왕실 보호’를 내세우는 탓에 왕실과 군의 ‘암묵적 공생 관계’가 태국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왕실 모독죄가 두려워 이런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왕실 모독죄를 적용하는 나라 중 하나인 태국은 국왕에 대한 모독죄 혐의가 입증되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태국정치 전공)는 “태국의 일부 비판적 지식인들은 왕실이 군의 후원을 받으며 정치에 관여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원래 입헌군주제의 취지대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태국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고 전했다. 방콕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국민 찾아가 경청, 유혈사태 막은 카리스마… 외유내강 리더십

    국민 찾아가 경청, 유혈사태 막은 카리스마… 외유내강 리더십

    ‘군림하되 다스리지 않는다.’ 입헌군주제 국가 국왕의 불문율이다. 푸미폰 아둔야뎃 전 태국 국왕은 이 선을 넘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13일 서거했으나 지금도 태국 전반에 정치·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의 강력한 리더십과 높은 인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푸미폰 전 국왕의 장례식을 사흘 앞둔 23일 방콕. 장례식장이 열릴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 주변은 흡사 거대한 장례식장 같았다. 이글이글 내리쬐는 햇볕에도 아랑곳없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예행연습을 위해 거리 한편에 마련된 국왕의 추모소에 금색 제기를 바치고 경례를 했다. 왕궁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추모객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날은 쭐랄롱꼰의 날로 공휴일이어서 추모 인파가 더욱 많았다. 푸미폰 전 국왕의 장례식이 치러질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으로 가까이 갈수록 추모의 열기는 더해 갔다. 길거리에서는 노란색 조화(弔花)와 국왕의 젊은 시절 모습이 담긴 엽서를 팔고 있었다. 사람들은 왕궁 근처 건물 외벽에 줄줄이 놓인 국왕의 벽화 앞에서 연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왕궁은 지난 1일부터 출입이 금지돼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태국인들은 신청서를 쓰고 신분증을 제시하면 왕궁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디아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왕이었던 분의 가는 길을 배웅해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우리는 시암(태국의 옛 지명)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정의(正義)로 여기고 지배할 것이다.” 1950년 5월 5일 열린 대관식에서 푸미폰 전 국왕이 한 말이다.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그는 시리낏 왕비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의 오지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곤궁함에 귀를 기울였다. 푸미폰 전 국왕이 땅에 앉거나 몸을 낮춰 백성들과 대화하는 장면은 주로 그때의 것들이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그의 인간미는 태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것이 푸미폰 전 국왕의 리더십의 바탕이다. ‘나라의 아버지’로 불린 그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공포된 이후 아버지와 형을 거치며 땅에 떨어진 왕실의 권위를 회복했다. 나라 곳곳을 직접 돌아보며 느낀 점을 토대로 푸미폰 전 국왕은 대대적인 국가 개발에 착수한다. 1951년 시작돼 50년 이상 지속된 ‘로열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태국 정부의 기록에 따르면 푸미폰 전 국왕은 농업, 환경, 공공보건, 수자원 관리, 통신 등 8개 분야에서 4000개 이상의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6개의 국왕개발연구센터를 설치해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푸미폰 전 국왕은 이 로열 프로젝트에 자신의 돈을 쏟아부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산족 프로젝트다. 태국의 고산지대에는 소수민족들이 부락을 이뤄 살고 있다. 수확물이랄 게 없는 고산지대에서 유일한 수입원은 양귀비를 길러 아편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고산족들이 밀집한 치앙라이 지역은 마약의 소굴이기도 했다. 푸미폰 전 국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편 대신 차와 커피를 재배하게 했다. 왕실의 끊임없는 지원에 힘입어 치앙라이 지역은 유명한 관광지가 됐고, 고산족들은 특산물을 재배하는 어엿한 농민이 됐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푸미폰 전 국왕은 1988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유엔으로부터 제1회 ‘인간개발 평생업적상’도 받았다. 정치적으로 보면 로열 프로젝트는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1957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왕권주의자 사릿 타나랏은 자신이 일으킨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푸미폰 전 국왕과 왕실의 위상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건다. 국왕의 생일을 아버지의 날로, 왕비의 생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하는 한편 산업화로 인한 도농 격차로 빈곤에 허덕이던 지방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로열 프로젝트를 후원한 것이다. 푸미폰 리더십의 세 번째 요인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이다. 푸미폰 전 국왕은 정치적 힘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적절한 시기에 개입해 정치 지형의 흐름을 바꿔 놓곤 했다. 흔히 꼽히는 사례가 1973년과 1992년 태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유혈 사태다. 1973년 타놈 끼띠카쫀 정부의 군부독재에 반대해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 군의 대규모 진압 작전으로 시위대에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푸미폰 전 국왕은 왕궁의 문을 열어 시위대에게 쉴 곳을 마련해 줬다. 푸미폰 전 국왕의 이런 제스처로 타놈 총리는 독재자로 낙인찍혀 망명해야 했다. 1992년에도 수친다 크라프라윤 정부의 독재에 항거해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푸미폰 전 국왕은 민주화 세력인 참롱 스리무앙과 수친다를 동시에 왕궁으로 불러들였다. 그들은 꿇어앉은 상태에서 국왕의 훈시를 들었고, 그 자리에서 모든 상황이 종결됐다. 푸미폰 리더십을 완성하는 원천은 태국의 불교 신앙일 수 있다. 불심 깊은 국민들을 상대로 국왕에게 부처의 이미지를 투영시킴으로써 푸미폰 전 국왕의 ‘자애로운 군주’ 이미지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뒤 아버지 마히돈 국왕과 형인 아난타 국왕을 거치는 동안 태국은 급진적인 정치인과 야심 찬 군에 의해 분할되며 왕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군과 엘리트 정치인들은 약한 왕권을 원했고, 이에 맞서 왕실주의자들과 푸미폰 전 국왕은 왕실을 불교 신앙의 보호자라고 강조하며 왕권 강화의 근거로 삼았다. 물론 아무에게나 부처의 이미지가 투영되지는 않는다. 그의 형이나 부친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고, 다른 불교 국가의 국왕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현대사회에선 푸미폰 전 국왕만이 가능했다. 방콕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잠자는 신용카드 포인트, 민주정치 발전 위해 쓰자 <부산 사상구선관위 홍보주무관 문승연>

    잠자는 신용카드 포인트, 민주정치 발전 위해 쓰자 <부산 사상구선관위 홍보주무관 문승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6년 국민 4만 6천여명으로부터 총 42억원의 기탁금을 받아 국고보조금 배분비율에 따라 정당에 지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정치를 만들기 위해 격려와 사랑을 보낸 셈이다. 정치후원금 기부는 정당에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이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기부하는 ‘기탁금’과 특정 정당․정치인을 후원하려는 개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원회를 통해 기부하는 ‘후원금’이 있다.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은 기탁금만 기부할 수 있다. 정치후원금 기부는 민주시민의 또 다른 정치참여이고 정당․정치인이 검은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패막이이며, 희망의 민주정치가 실현될 수 있게 하는 초석이다. 신용카드 결제, 실시간 계좌이체 등 다양한 결제수단이 있지만 카드 포인트로도 기부할 수 있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간 소멸되는 카드포인트가 1,3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쓰자니 귀찮고 버리자니 아까운 포인트를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쓰는 것은 물론 ‘세금혜택’이라는 덤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사이트(www.cardpoint.or.kr)에서 신용카드 포인트를 조회해 보고, 잠자고 있는 포인트가 있으면 ‘정치후원금센터’(www.give.go.kr)에 접속하여 포인트 기부를 하면 된다. 카드포인트 정치후원금 기부는 1석 5조의 효과가 있다. 첫째, 현금 기부와 동일하게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받아 개인 경제에 보탬이 된다. 둘째, 각종 입법 및 정책에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정치참여의 기회가 확대된다. 셋째, 정치인들이 투명한 정치자금을 조달받아 다양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어 건강한 정치 실현이 가능해진다. 넷째, 기업의 포인트 서비스는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정치후원금 기부재원 조성에도 기여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다섯째, 연간 사라지는 1,300억원의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정치를 미워만 하면 정치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우리 생활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민주주의는 퇴보할 것이다.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와 같은 관심과 격려가 투명한 정치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카드포인트 정치후원금 기부로 깨끗한 정치문화를 만들고 연말정산시 세액공제도 받도록 하자.
  • 82일 만에 항소심 출석한 조윤선 “성실히 임하겠다”

    82일 만에 항소심 출석한 조윤선 “성실히 임하겠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7일 “항소심 재판에도 끝까지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 심리로 열리는 블랙리스트 사건 2심 첫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27일 1심 판결이 난 후 조 전 장관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82일 만이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이 나왔는데 블랙리스트 혐의를 부인하느냐’,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등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조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에 요구해 보수단체에 돈을 대주고 친정부 시위 등을 조장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대상이 된 상태다. 조 전 장관은 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어른의 무게/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어른의 무게/강의모 방송작가

    가끔 생각한다. ‘나는 언제부터 어른이었을까.’ 아이와 어른. 분명 상대적인 말이지만, 그 경계는 늘 모호하다. ‘애어른’, ‘어른아이’, ‘어쩌다 어른’ 같은 말이 공감을 얻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여 설과 추석 즈음 원고에 자주 올리던 말이 있다. ‘명절이 더이상 즐겁지 않으면 어른이 된 것이다.’내 기억에도 어린 날의 명절은 들뜸이었고, 차차 따분하고 성가신 느낌으로 변하다가, 폭력처럼 다가오는 두려움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방송작가로 일하며 덧붙은 명절의 정서는 ‘특집의 압박’이다. 오래전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업에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늘 시사적인 주제를 앞세우던 PD가 따뜻하고 포근한 특집 다큐를 하나 만들어 보자고 했다. 2005년 추석을 앞둔 때였다. 두루 검색을 하고 회의를 한 끝에 젊은 PD 둘을 대동하고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발구덕 마을이란 곳을 찾아갔다. 억새밭으로 유명한 민둥산 아래 멀찍이 자리 잡은 외딴집 두 채에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한 분씩 살고 계셨다. 밥보다 커피가 좋고 담배를 안주로 술을 드신다는 자칭 ‘과부깡패’ 용 할머니, 민둥산 산지기라 자처하시는 옥 할머니. 두 분의 신산한 삶과 민둥산의 무심한 바람을 잘 버무려 보기로 했다. 옥 할머니가 내어주신 방에 짐을 풀고 마이크를 품은 채 두 분을 졸졸 따라다녔다. 옥 할머니는 9월 초인데도 밤엔 춥다며 뜨끈하게 군불을 지펴 주셨고, 밥상은 된장 한 뚝배기에 싱싱한 배추쌈과 풋고추만 곁들여도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끼니마다 머슴밥을 해치웠다. 밤에는 작은 술상에 다섯이 둘러앉아 두 분의 인생을 안주 삼아 막걸리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서너 잔이 돌아 거나해지면 음전한 옥 할머니가 먼저 젓가락 장단에 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셨다.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드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소.’ 이어서 용 할머니가 목청을 돋우셨다. ‘청천에 참매미 소리는 듣기나 좋지 청천과부 한숨 소리는 정말 못 듣겠네. 아리랑 아리랑….’ 옥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정선아리랑이란 것이 가사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각자의 한을 뽑아내면 되는 거라고, 기억하는 것만 서른 가지쯤 되는데 가사가 다들 끝도 없이 청승스럽다고. 처자식 팽개치고 밖으로만 돌다 세상 떠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도, 죽어라 일해 돈 좀 모았더니 부도난 딸네가 다 퍼가고 빚까지 떠안긴 뼈아픈 사연도 아리랑 가락에 다 녹여 버린 지 오래. 이제 와 자식들은 홀어머니의 독거 생활을 걱정하지만 다 비워 낸 삶에 혼자만의 자유와 둘의 우정이 채워지니 세상에 더 바랄 게 없다 하셨다. 노래가 몇 차례 돌고 나자 두 분은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얕은 천장에 촉수 낮은 알전구가 매달려 그림자가 출렁이는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펐다. 두 어르신의 깊은 삶으로 들어가 함께 노닐었던 그 시간은 내게 너무나 벅찬 선물이었다. 이제 그만 어른아이에서 벗어나 진짜 어른으로 조금 더 깊어지라는 인생의 충고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할머니들과 이박삼일 듬뿍 정이 들어 돌아올 땐 눈물로 재회를 기약했건만, 원고 쓰면서 전화 몇 번 드린 게 고작. 이후로 안부를 여쭙지 못했다. 그때 동행했던 어린 PD들도 어느새 중년인데, 나는 아직도 어른으로 다 자라지 못했다. 민둥산 억새밭에서 인 바람이 코끝에 느껴진다. 분발해야겠다.
  • 독서광 구두닦이 그녀 “책 읽기는 위안… 숨통”

    독서광 구두닦이 그녀 “책 읽기는 위안… 숨통”

    “고향도 버리고 쫓기듯 올라온 서울에서 고개도 못 들고 구두를 닦았지만, 책은 유일한 위안이였죠.”21일 서울 관악구청 근처의 한 구둣방. 4.9㎡(약 1.5평) 남짓한 공간에 수십종의 구두 굽, 검은 때가 묻은 수선도구, 헝겊 조각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구석의 낡은 의자는 남편 강규홍(63)씨와 함께 구두를 닦는 김성자(53)씨에게 훌륭한 도서관이다. 김씨 내외는 1991년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와 26년째 이곳에서 구두를 닦고 있다. “자고 일어나니까 직업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광주에서 슈퍼를 상대로 큰 도매업을 했는데 남편이 교통사고를 내면서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죠.” 구두닦이 일이 순탄했던 것도 아니었다. 구둣방 초창기에는 손님과 언쟁을 벌이기 일쑤였다. “광이 나게 하지는 못할 망정 있던 광도 없애버리니 다툼이 생겼고, 천대를 받다 보니 마음을 다칠 수밖에요. 남편에 대한 원망도 커졌죠.” 그때 책이 김씨를 구원했다. 일이 잠시 끊긴 틈에 집에서 굴러다니던 책을 무심코 가져와 읽었는데 의외로 큰 위안이 됐다. 책을 읽을 때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김씨는 좀더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구두 닦는 일이 부끄러웠어요. 책을 읽으면서 남의 시선보다는 나답게 사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죠.” 책 살 돈이 없어 구둣방 옆 서점에서 ‘도둑 독서’를 했다. “서점에서 매일 책은 안 사고 서서 읽기만 하니까 주인이 뭐라 하대요. 사정을 이야기하니 주인이 ‘언제든 와서 읽어도 좋다’고 했어요.” 하지만 갈수록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책 읽기에 위기가 왔다. 다행히 2012년 11월 관악구가 구청 한쪽에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면서 김씨의 독서는 운명처럼 부활했다. 2010년 이전 5개에 불과했던 관악구의 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사업’을 하면서 지금은 43개까지 늘었다. 김씨는 한 달 평균 15여권의 책을 빌려 지난 5년간 얼추 900권을 읽었다. 김씨는 특히 심리와 관련된 책을 즐긴다. “얼마 전 유은정이라는 의사가 쓴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책을 읽었는데, 남편이나 아이에게 뭔가를 베풀면서 내 마음대로 대가를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짚어 보게 됐어요.” 김씨의 책 읽기는 가족에게도 영향을 줬다. 김씨는 손님 응대법이 담긴 책이나 유머집을 슬쩍 남편 곁에 뒀다. 지금은 남편도 책 읽기를 즐기게 됐다. 부부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도 독서를 좋아한다. “남편과 저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대학 나와서 자기 밥벌이를 하고 살아요. 다른 건 못 해줬지만, 책 읽는 기쁨을 알려준 거 같아 다행이죠.” 올해 4월 관악구는 김씨를 독서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우연히 구둣방을 찾았다가 쌓여 있는 책을 보고 김씨의 내력을 알게 됐다. 유 구청장은 “누구보다도 독서홍보대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씨는 “구둣방에 놓인 책을 본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책 얘기를 하게 된다”며 “어려울 때 책이 나를 잡아줬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정치인의 애민정신과 정치후원금 <부산 연제구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최현일>

    정치인의 애민정신과 정치후원금 <부산 연제구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최현일>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선생은 신유사옥 후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되었던 시절 피폐한 농촌사회의 모순에 관심을 갖고 정치 및 사회개혁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연구를 하였다. 이 유배시기에 정약용선생의 학문체계가 완성이 되었는데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대표적인 저서이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이러한 정약용선생의 실사구시 정신과 애민사상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매년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가 ‘경세유표’ 저술 2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점가에서는 다산 정약용선생에 관한 서적이 재해석되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이렇듯 정약용선생이 200년이 훌쩍 넘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세에도 끊임없이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이유를 지금의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은 한번쯤 숙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 특히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공직자들이 읽어야할 필수도서로 꼽히고 있는 ‘목민심서’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담겨있다. 요즘 들어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는 이 때 정치인들은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에 비추어 위정자로써 자신의 안위와 일부 특권층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펼치고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정치인이 정약용선생의 애민정신을 기려 국민의 편에 선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 개인의 국민사랑과 양심회복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양심회복에만 기댈 수는 없다. 정치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제도도 뒷받침되어야 하고 국민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이 모든 요건이 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정치인들은 바른 정치를 하게 되고 국민은 본인이 뽑은 정치인을 신뢰하게 되고 선거에 참여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깨끗한 정치문화 조성과 국민의 정치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하나로 매년 국민 개개인의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하여 아름다운 선거로 행복한 대한민국이 실현되도록 적극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깨끗한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기탁금 41억9천만원을 모금하여 정당별로 배분율에 따라 지급하였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쉽고 간편하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방법을 다양화하여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지만, 2016년 기탁금 모금액(41억9천만원)은 2015년 모금액(55억9천만원)보다 14억 정도 감소한 금액이다. 이러한 정치후원금 기부 감소현상이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으로 이어질까 염려스럽다. 정치가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그 디딤돌이 되는 정치자금이 투명해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돈(정치자금)의 투명성이다. 검은 돈은 부패를 만들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소액다수의 투명한 정치자금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게 하는 국민 스스로가 국가의 주인이 되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간혹, 정치인들의 부정과 부패에 실망해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기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치후원금은 정치인을 위해서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뽑은 정치인이 바른 양심으로 깨끗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의 의무이자 내가 국가의 주인임을 밝히는 실천행위인 것이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더욱 깨끗한 양심과 도덕심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 이 시대에 우리나라의 국정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애민정신을 기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정치를 하고 국민은 스스로 국가의 주인이 되어 깨끗한 정치문화를 함께 만들어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국가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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