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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단체장 주민소환제 도입 추진

    민주당은 최근 빈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들의 비리를 척결하고 비위행위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위한 방안으로 ‘주민소환제’를 도입키로 방침을 정했다.민주당은 이를 위해 늦어도 다음달까지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당정간 협의를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추미애(秋美愛) 지방자치위원장은 14일 김중권(金重權) 대표 주재로 열린 당무회의 보고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비리와 전횡,지방의원의 부패와 무능 등 위험수위에 달한 비리행위의 견제장치로서 주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특히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책임성 확보방안에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빠른 시일내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그는 “현재 재임중인 2기 민선 단체장 248명중 18.5%에 해당하는 46명이 구속등 사법처리됐다”면서 “이는 1기 민선 단체장 사법처리 인원인 21명의 배를 웃도는것”이라고 보고했다. 2기 민선단체장 사법처리 현황은 ▲뇌물수수 19건 ▲뇌물공여 1건 ▲업무상 배임 1건 ▲선거법 위반 20건 등 대부분 ‘검은 돈’과 연관이 있다고 추 의원은 설명했다. 이지운기자 jj@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알뜰살림 가계부 쓰기 나름”

    새해를 맞아 주부들에게 가계부가 새로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경제상황이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짜임새있는 가계운영을 위해가계부를 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가계부를 만들어 배포해온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권수현 사무총장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가계부를 나눠달라는 사람들이부쩍 늘었다”면서 “남성 중에도 가계부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무척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를 정리하는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17년째 내리가계부를 쓰는 주부가 있는가 하면 봉투에 매월초 쓸돈을 넣어두고그 한도를 지키는 주부도 있다.‘나만의 방법’으로 가계부를 적는이들을 소개한다. ▲가계부는 나의 동반자=서정애씨(44·성남시 분당구 서현동)는 결혼직후인 17년전 검은비닐 표지의 금전출납부 부터 컴퓨터 파일까지 13권의 가계부를 갖고 있다.기록보다는 절약을 위한 것이었다.그는 가계부를 쓰면서 물건값을 비교,더 싼곳을 찾게 됐고 연평균 씀씀이를보면서 예산세우기가 몸에 익었다고 밝혔다. ▲봉투 가계부 편해요=결혼 9년째인 김만자씨(36·경기도 고양시 행신동)가 봉투로 가계부를 대신한지 벌써 4년이 지났다.매월 남편월급날 아이들 보험료 등 자동이체금 총액에 5만원을 더한 금액을 통장에 남겨놓고 모두 현금으로 찾는다.이를 10개 봉투에 나눠담는다.한달을 5주로 나눠 주당 생활비(부식비·세탁비 등 포함) 7만원(지난해 12월까지는 5만원)씩을 5개 봉투에 나눠 넣는다.그리고 아이들 교육비,우유·쌀값 등 고정지출비를 각각 봉투에 담는다.간혹 집안 행사나명절이 끼어있는 달에는 봉투를 하나 더 만든다.남은 돈은 예비비통장에 넣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통장에서 돈찾는 일은 자제한다.김씨는 “가계부와 달리 살아온 모습을 돌아볼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봉투에서 돈을 꺼낼 때마다 ‘너무 많이 썼다’‘절약해야겠다’는생각이 든다”며 절약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활용=결혼 2년째인 류모씨(26·서울시 양천구 목동)는 직장다니랴 집안 일에 시달리랴 시간이 없어 날마다 가계부를 적지는못한다.그래서 스티커형 메모지인 포스트^^을 활용하고있다.지갑에포스트?堧? 붙이고 지출내역을 꼼꼼히 메모한 뒤 그 포스트^^을 주말에 한꺼번에 정리한다. ▲가계부,여자만 쓰나=광고대행사 오리콤에 근무하는 홍준의씨(34)는4년째 아내 대신 가계부를 쓴다. 홍씨는 엑셀프로그램으로 토요일마다 한주의 수입·지출내역을 정리한다.공과금 등 자동이체 내용과 신용카드 사용내용을 항목별로 기입한다. 강선임기자 sunnyk@. *가계부사이트 모음. 사이버가계부 프로그램은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단순한 것부터 예산작성과 금융자산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다소 복잡한 것까지 다양하다. 컴퓨터에 능숙한 이들은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나만의 가계부’를 만들 수 있다.그러나 컴퓨터운용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도사이버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다.인터넷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무료로다운받거나,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마이인터넷 다이어리(www.myinternetdiary.com) 일정기간 동안 지출예정금액을 입력하면 그 금액이 초과됐을때 경고메시지가 뜬다. 원하는 기간의 항목·일자별 통계내용을 볼 수있다.회원가입만으로사용할 수 있다. △홈노트(homenote.co.kr) 그날그날 메모할 사항을 정리해둘 수 있는공간이 있어 편리하다. 예산수립이 가능해 몇달치 계획을 미리 입력할 수 있다. △가계부만들기(www.gagaebu.com) 수입지출을 간략하게 적을 수 있다.기록용이다. △햇쌀가득한 집(www.okriu.co.kr)·리듀스인터넷일기장(www.diarizen.co.kr) 회원으로 가입하면 가계부 사용이 가능하다.
  • [굄돌] ‘청출어람’도 윗물이 맑아야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니,어느덧 23년째 접어든 아파트 생활이다.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아파트 거주의 편리함이 있다면 다양한면면들의 생활상을 가깝고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소재를 얻는 글쓰기 작업에서,늘 바라보며 지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이웃 계층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한 이점이 된다.버릇처럼마주치는 얼굴들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는 일도 색다른 체험으로 간직되는 것이다. 일반 주택가도 마찬가지겠지만,한눈에 수십 수백 가구를 마주 대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확연하게 관찰되는 건 부모의 성격과 교육 방식이 그대로 아이들 모습에 나타난다는 점이다.경비실이나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꼬박꼬박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항상그 뒤엔 밝은 인사를 이웃에게 전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 반면에 차마 옮겨 적기에도 거북할 정도의 욕설을 입에 담고 지내는어린아이를 보면,그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음성엔 언제나 그 이상의욕설이 깜짝 놀랄 만큼 난무하곤 한다.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저런 표현을 쓸까 싶을정도의 비속어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자식으로부터또래의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전파되는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들 뒤에는,아무 곳에나 가래침을 내뱉는 부모가 있다.책 읽는 부모 밑에는 책 읽는 아이가,허구한 날 싸우는 부모 밑에는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며 싸우는 아이가,씀씀이가 헤픈 청소년 뒤에는 땀흘린 돈의 가치를 모르는 졸부 비슷한이들이 존재한다.불법 과외와 부정입학도 불사하려는 이들의 생활상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내면을가감없이 비춰 주는 투명한 거울과 같다.요즘 아이들이 버릇없다고,청소년 문제가 극에 다다랐다고 혀를 내두를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본 대로 배운다.청소년들은 사회현상을 관찰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한다.삿대질로 일관하는 정치판을 보면서,검은 돈이 오가는 경제 현실을 접하면서 그들이 무얼 배우며 느끼겠는가. 그들을 나무라고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생활을 평가 내릴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청출어람(靑出於藍)’도 윗물이 맑아진 다음에나 기대해 볼 만한 일인 것이다. 채 지 민 소설가
  • [사설] 개혁 입법 또 물 건너가나

    여야 정치공방으로 국회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국회사정과는 관계없이 각종 개혁입법이 정치권의 발목잡기,부처간의 밥그릇 챙기기와 이익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개혁법안은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에 관한 법’과 ‘담배사업법 개정안’이다.한전의 민영화를골자로 하고 있는 전력산업구조개편법은 한나라당이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공기업의 민영화는 구체적인 준비 없이는 큰 혼란을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그러나 한전의 민영화는 한나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다.국민이 납득할 만한 한나라당의 해명이 필요하다. 담배인삼공사의 담배제조 독점권 폐지가 골자인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공사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통상마찰 요인을 없애고 공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그럼에도 이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법 개정으로 잎담배 재배농가에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피해는 잎담배계약재배 등 공사와 재배농가간의 장기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일이다.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위기를 맞게 됐다고 정부를 성토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작 개혁입법의 발목을 잡아서야 말이 되는가. 공공부문의 개혁은 시간을 끌수록 사회적 비용이 가중된다.정치권은‘표’를 의식하기에 앞서 국익을 생각하기 바란다. 정부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도 납득하기 어렵다.이른바 ‘돈세탁방지법’인 ‘특정금융거래 보고법안’과 ‘범죄수익 규제법안’은 연내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금융거래정보 제공 대상에서 제외된 데대해 경찰이 반발하는 바람에 이 법안을 성안한 재경부와 행자부간에갈등을 빚고 있다.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2단계 외환자유화에 앞서 자금의 해외도피와 검은 돈의 국내유입을 막기 위해 관련법의 제정이 시급한데도 밥그릇 싸움을 해서 어쩌자는 것인가.이밖에도 정보통신시스템의 보안강화를 위한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은 국정원의참여를 놓고 법무부와 정보통신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고,‘전자정부구현법’을 놓고도 정통부가 행자부의 주도에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가 고작 밥그릇 싸움이나 벌이고 있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연금 지급시기를 조정하기 위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반발도 그렇다.지금 국민들은 너나 없이 모두가고통을 겪고 있다.지나친 반발은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 지연 개혁입법 내용

    이번 국회내 처리가 불투명한 개혁입법은 주로 공기업 구조조정을비롯한 공공부문 개혁,‘검은 돈’ 거래를 막기 위한 돈세탁 방지 등 우리사회의 투명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부문 개혁 분야=‘전력산업구조 개편 추진에 관한 법’은 한전의 민영화를 골자로 한다.이에 한나라당에서는 “국민경제에 영향이큰 공기업의 민영화는 구체적인 준비 없이는 혼란을 줄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은 연금 고갈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마련됐다.연급지급개시 시기를 재직기간 20년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높이고 공무원의 연금부담금도 7.5%에서 9%로 늘렸다.하급 공무원과 전교조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상당히 부담을 갖는 눈치다. ‘담배사업법’도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계획에 따라 담배제조독점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그렇지만 여야는 유권자인 피해농가를 의식,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투명성 제고 분야=‘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법’에서는 자금세탁을 규제하기 위해 재경부 산하에 ‘금융정보분석기구’를 설치하고 검찰총장·국세청장·관세청장·금융감독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검찰을 통해 정보를 받게 된 경찰이 정보소외에 ‘입을 내밀고’ 있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은 주요 사회기반시설의 정보통신시스템 파괴시 국정원이 ‘독점적인 복구해결사’역을 자처하고 나서자 법무부 등에서 견제하고 있다.행정기관의 전자문서화를 추진하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법’은 주도권을 놓고 행자부와 정통부가 티격태격,결국 행자부가 주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
  • 페루 특별검사 “후지모리도 조사 대상 포함”

    [멕시코시티 연합]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 페루 국가정보부장의부정축재 및 인권유린 사건 특별검사로 임명된 호세 우가스 검사는 5일 “사건수사에 성역은 없다”며 “필요하다면 알베르토 후지모리대통령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가스 특별검사는 이날 페루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몬테시노스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어느 누가 처벌을 받건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후지모리 대통령에게 신속한 보장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 과정에서 고위직 인사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특별검사의 명예를 걸고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밝히고 “이번 수사는 몬테시노스의 부정축재 혐의 외에 궁극적으로는 그가 페루 최악의인권유린극에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가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망명지 파나마에서 전격 귀국한 몬테시노스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진 가운데 후지모리 대통령과 군부는 페루 전역에서열흘 이상 색출 작업을펴고 있으나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몬테시노스가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4,800만달러의 돈을 예치한 것은 사실”이라며 “돈의출처가 어디이건 상관없이 은행을 통해 ‘세탁된’ 검은 돈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 벤처 등치는 사채브로커 ‘활개’

    벤처업계에 악덕 사채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벤처붐이 한창일 때는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들 사채 브로커들이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온갖 불법·편법수단을 동원해 벤처업계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이들은 “고위층을 잘 안다”며 벤처기업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투자를 빌미로 주가를 올린 뒤 빠져나가는 ‘작전’을 제의하는 게 통상적인 수법.상당수가 사기행각이라고 의심하면서도 돈줄이 끊겨 회사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한 벤처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유혹이다. ■대담한 수법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후 명동과 강남 일대의 사채업자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 약 15조원의 지하자금이 흘러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테헤란밸리와 서초동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채브로커들은 줄잡아 1,000여명.대개 경영지도사나 미국 MBA 자격증 명함을 내밀며 벤처기업에 접근하고 있다.국가정보원이나 검찰 간부,정치권 실세 등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다고 과시하고,제의를 거절하면 협박도 일삼는다. 벤처인큐베이팅 사업을 하는 A씨는최근 한 브로커로부터 “1년에 10개업체만 코스닥에 등록하자”는 제의를 받았다.이 브로커는 최근검찰의 벤처업계 수사에 대해서도 “고위층과 친하니 아무 걱정하지말라”며 코웃음쳤다.A씨는 “한국디지털라인 부도사건으로 떠들썩한요즘에도 거의 매일 브로커들의 제의를 받고 있다”면서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유혹에 빠진다”고 털어놨다. ■쏟아지는 유혹들 벤처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어처구니없는 제의를 받았다.평소 알고 지내던 증권업계 관계자 C씨로부터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은 강남의 최고급룸싸롱.자신을 각각 국정원 간부와 검사라고 소개한 이들은 다짜고짜“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며 “벤처기업 3곳만 골라 코스닥에 등록시키자”고 제의했다. 이들은 주가를 높인 뒤 주식을 팔아 수익금을 나누자고 했다.“사업계획서 등 서류만 그럴듯하게 준비해주면 코스닥 등록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큰소리쳤다.B씨는 생각해보겠다며 그 자리를 피한 뒤연락을 끊었다. ■제의거절하면 보복 기술력으로 꽤 알려진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사채 브로커들의 눈 밖에 나 당한 경우.코스닥 등록을 준비하던 중 사채 브로커들이 따라붙었다.“함께 일해보자”며 투자를 제의했다.기술력 하나만큼은 자신있었던 D씨는 브로커들의 제안을 모두뿌리쳤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를 거절한 결과는 참담했다.브로커들이장외에서 적정가의 15배에 거래되고 있던 이 회사 주식을 2주 만에20배의 가격으로 몽땅 사들였다.현재 남은 지분은 D씨가 보유한 23%가 전부.D씨는 피땀 흘려 세운 회사를 브로커들에게 넘겨야 할 처지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검은 돈의 유혹이 계속된다면 살아남을 벤처는 하나도 없을 것”라면서 “코스닥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집중된권력을 분산시키고 심사 과정을 공개해 코스닥 등록에 대한 벤처기업들의 불신을 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금감원 로비’ 실체 접근

    금융감독원 로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조만간 ‘목표지점’에 이를전망이다. 사건 초기부터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던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씨가 최근 “유일반도체의 로비자금 10억원을 동방금고 유조웅사장에게 주었다”고 말문을 열었기 때문이다.이씨는 유사장이 금감원 로비를 주도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로비상대에 대해서는 모른다며발뺌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으나 검찰의 수사 움직임을 볼 때로비의 ‘타깃’에 대해 어느 정도 진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이해된다. 이씨는 미국으로 도주한 유사장에게 로비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있으나 로비자금으로 10억원이라는 거금을 건넨 이씨가 유사장으로부터 로비의 중간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로비 당사자인 유사장의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으나 이씨가 받은 ‘보고내용’과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들었다는 ‘전문(傳文)’은 확보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과 관련,로비의혹이 제기된 금감원 조사총괄국간부 등을 지난주말 소환해 조사하면서 ‘뇌물이 왜 필요했는지,필요하다면 어느 부분에 필요했는지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과 맥을 같이한다. 말하자면 검찰이 이·정씨의 ‘간접증거’와 금감원 간부들의 진술을 통한 ‘정황증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형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보다 설득력 있다. 따라서 검찰은 조만간 로비대상이 된 금감원 국장급 이상 간부를 소환,이같은 증거로 완결된 모자이크를 들이대면서 항복을 종용하게 될것으로 예상된다.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장래찬 금감원 전 국장이받았다는 헐값의 주식과 투자손실 보전금 명목의 돈 ▲유일반도체가민원 해결을 대가로 건넸다는 10억원 ▲정현준씨의 기업 인수·합병(M&A) 등과 관련된 로비자금 등 3종류 검은 돈의 흐름을 쫓아 실체에거의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운기자 kkwoon@
  • 국제은행들 돈세탁방지책 마련

    [제네바 연합] 스위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제은행들이 ‘검은 돈’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명예회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스위스 국내 최대은행은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를 비롯한 11개 주요은행들은 출처 불분명 자금이 이른바 ‘돈세탁’ 과정을 거쳐 국제금융체제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11개항의 업무지침을 30일 발표했다. 국제민간은행들이 돈세탁 방지를 위한 자율규제 지침을 마련한 것은이번이 처음이다.자율규제 지침에 참여한 은행은 양대 스위스 은행을포함해 시티뱅크,JP 모건,바클레이즈,체이스 맨해튼,도이체방크,HSBC,소시에테 제네랄,ABN 암로,방코 산탄데르 센트랄 이스파노등이다. 자율규제 지침 협의과정에는 독일에 본부를 둔 반(反)부패 민간운동단체인 ‘국제투명성’(IT)도 동참했다.
  • 코스닥 사설펀드 ‘검은 커넥션’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계기로 벤처붐을 타고 공공연히 자행돼온 벤처기업,전주(錢主),정·관계의 ‘검은 거래’의 단면이 백일하에드러나고 있다. 벤처붐에 편승,일부 벤처기업과 전주들은 ‘대박’을 터뜨리는데 ‘안전판’ 역할을 해 줄 정·관계 인사들의 사설펀드 가입을 유도,검은 커넥션을 만들어갔다.벤처기업 지정,코스닥시장 등록,시세조종 조사 면제 등을 위해 정·관계 요로에 ‘주식 상납’등의 형식으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설펀드 모집·운영=지난해 코스닥시장이 불붙으면서 사채업자에서 일반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사설펀드를 설립했다.이 돈을 ‘부티크’를 운영하는 자금운영역(업계에서는 펀드매니저로 부름)들에게 맡겨 대행하게 했다.펀드규모는 대부분 수십억원이며 일부는 수백억원에 이른다.실제 지난해 이후 투자대행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을 벌어 ‘준재벌’이 된 사람도 있다. 부티크는 코스닥 활황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나 시장 침체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지고 자금흐름이 막히면서 디지탈라인처럼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실태=벤처기업을 설립할 때 대주주들은 자기지분외에 다른 사람 명의로 미리 지분을 확보해놓고 펀딩이나 등록 과정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상납용으로 제공한다.회사가 커나가는데 도움을 줄 만한 사람들을 주주로 펀드에 가입시켜 이들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은 셈이다. 모 종금사 직원은 “코스닥에서 거래되는 종목을 관계기관 상납용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금감원 ‘작전내사’ 종목중 검찰에 통보되지 않고 무마된 것중 많은것들이 뒷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사설펀드를 운영했던 모씨는 코스닥 등록심사 규정중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많아 기업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처음부터 관련기관에 인사정도는 하고 시작한다고 말했다.등록한 뒤 거래중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증권업협회에서 금감원으로 이첩돼 검사를 받게되고 또 검찰로 넘겨지게 돼 관련기관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것은 사업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벤처업계 반응=벤처기업들은 이번 사건은 코스닥 등록을 둘러싼 코스닥위원회와 재경부,금감원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이다.벤처기업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코스닥위원회가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재경부와 금감원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상황에 따라 바뀌는 ‘고무줄’정책을 믿을 수 없어 결국 코스닥 등록을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재경부나 금감원에 로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선임 김재천기자 sunnyk@
  • 법정관리 한신공영 11억대 비자금 유용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李德善)는 18일 하도급 공사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재개발 조합 간부들에게 뇌물을 준한신공영㈜의 전 법정관리인 은승기씨(61) 등 전·현직 임원 3명과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서울 행당2지구 재개발조합장 예동해씨(65)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조합원 총회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한 김성순씨(45·전직경찰관)를 제3자뇌물취득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행당2지구 재개발조합 사무장 백모씨(48) 등 3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은씨 등 임원 3명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T개발과 재개발공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11억6,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서울행당동·동작본동·제기동과 경기도 남양주시 재개발·재건축조합 간부 5명에게 “시공사로 선정되게 해달라”며 1억∼1억5,000만원씩 모두 6억1,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은씨는 한신공영 주채권은행인 S은행 상무 출신으로 98년 1월 T개발의 채권자에게압류된 공사대금 9억5,000만원을 T개발에 지급하는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착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백씨와 짜고 98년 10월 조합원총회 참석표 60여장을 위조,한신공영 직원 등을 대리 출석시켜 한신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는 속칭 ‘총회꾼’ 노릇을 해주고 한신공영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것으로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아 관급공사 입찰에도 제한을 받는 법정관리업체는 공사권을 따내기 위해 검은 돈을 뿌리는 일이 흔하다”며 “한신은 수차례 외부 감사에서도 비자금 조성 등이 적발되지 않았다”고 법정관리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97년 6월 부도난 한신공영은 같은해 12월 법원의 정리절차 개시 결정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경운기자 kkwoon@
  • 수뢰설 比대통령 탄핵 위기

    도박업계로부터의 거액 리베이트 수수 스캔들로 곤욕을 치뤄온 조지프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이번주 하원이 탄핵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에스트라다는 집권 28개월만에 최악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2주전 뤼스 싱슨 북일로코 주지사의 폭로에서 촉발된 스캔들은 필리핀 정부와 도박업체들간의 검은거래설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필리핀 국민들을 걷잡을수 없는 충격에 빠뜨렸다.싱슨에 따르면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지난 21개월에 걸쳐 도박 신디케이트들로부터 총 530만페소(1,140만달러)를 받아챙겨왔으며 한 사설 게임업체로부터는다달이 10만페소(21만5,000달러)씩 자신이 직접 받아 대통령에 건네왔다는 것.그는 상원 청문회에 수뢰자 명단과 관련 전화통화까지 제출,파문을 확산시켰다. 필리핀 정부는 팩코(필리핀 오락게임회사)라는 종합오락기업을 소유하고 국영방송 프라임타임대에 도박게임을 편성하는 등 도박산업의돈줄을 쥐고있었던 것이 사실.이때문에 민간업체들의 로비설이 끊이지 않아왔다.팩코는 특히 에스트라다 집권이후 유례없는호황을 누렸다. 싱슨의 폭로 직후 가톨릭교회,시민단체 등은 물론,부통령마저 각료직을 사퇴하는 등 등을 돌린 가운데 에스트라다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대가 지난주 내내 대통령궁앞을 점령했다.사태가 장기화되자 페소화 및 증시 등이 연일 폭락하는 등 필리핀 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서울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참석도 취소한채 대국민 사과,팩코 민영화 카드 등으로 국민분노 달래기에 진력 중이다.하지만 정작 부패혐의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한 가운데 야당은17일 하원 탄핵 및 형사고발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그의 정치생명은최대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손정숙기자 jssohn@
  • [외언내언] 스위스 비밀계좌

    “나를 위해 울지마,아르헨티나!” 뮤지컬 ‘에비타’에서 아르헨티나 독재자 도밍고 페론의 부인 에비타는 이렇게 노래 부른다.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서민들이 기린다는 그녀는 그러나 스위스 은행에 6,000만달러를 예금하고 죽었다.에비타가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남편 페론은 이 돈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스위스 은행은 뒤가 구린 국제적 저명인사 고객이 많기로 유명하다. 쿠바의 전(前)대통령 후르헨시오 바티스타도 최소 300만달러를 스위스 은행 금고에 넣어두었다.또 이집트에서 쫓겨난 파루크 국왕,이라크의 파이잘 왕도 스위스 은행 고객이었다.스위스 은행이 세계의 ‘검은 돈’을 끌어들이는 비결은 무엇보다 100년간에 걸친 철저한 고객 비밀보장 전통 때문이다.세계에서 흔치 않게 비밀보장 의무를 어긴 금융기관 직원을 6개월 이하의 구류에 처하는 등 엄격한 법률도갖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 비밀에 관해서는 입이 무겁기로 유명하다. 이런 스위스 은행에 유고의 밀로셰비치 대통령 측근이 100여개 계좌에 총 1억 스위스프랑(약 700억원) 이상의 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지난 3일 밝혀졌다.밀로셰비치 부인의 계좌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스위스 정부 관리가 스위스 은행들의 보고를 받은 후 이런 사실을 밝힌 것은 비밀보장 전통에서는 이례적이다. 외신은 밀로셰비치 정권의 정통성이 부정선거 시비에서 크게 흔들린점에서 페루의 후지모리 대통령과 닮았다고 전했지만 시민 시위로 초래된 유고 정권의 붕괴 모습은 우리나라 4·19혁명과 비슷하다.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의사당과 방송국을 점거하면서사실상 ‘대중혁명’으로 발전한 것이다.야당 지도자 자르코 코라치지적대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붕괴됐다”. 혁명의 조짐으로는 흔히 과세불만,행정상의 분규와 혼란, 지식인의이반,사회적 대립의 격화 등이 지적된다.사실 유고는 수년간 경제침체를 겪으면서도 독재자 측근들이 스위스 은행에 돈을 빼돌릴 정도로부패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진리를 재확인할 수 있는대목이다.스위스 은행 계좌 확인은 유고의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한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정치학자 크레인 브린튼은 혁명의 객관적인 요인에 덧붙여 “역사는(주체들의)개성과 우연이 연출하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유고 정권에 대한 서방의 압력은 특히 인상적이다.입 무겁기로소문난 스위스까지 나서 고객 정보를 흘렸으니 말이다.기우는 정권뿐아니라 다른 나라의 부정한 돈도 슬쩍슬쩍 정보를 흘렸으면 세상이보다 깨끗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사설] ‘검은 돈’ 수사 덮지 말라

    정치권이 ‘검은 돈’ 수사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검찰은 경부고속철도 차량 제공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의 로비자금 가운데 수십억원이 1996년 4·11총선 전에 당시 여당인 옛 신한국당 의원 등 10여명에게 건네졌는지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다 옛 안기부(현국정원) 에서 나온 400억원 이상이 비슷한 시기에 신한국당의 선거자금으로 제공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그러나 검찰은 사실 여부에 대해분명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다만 알스톰사 로비스트인 최만석씨(미국으로 도피)가 국내로 들여온 1,100만달러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출처불명인 뭉칫돈이 한 종합금융회사에서 ‘세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또 이 과정에서 당시 신한국당 선거대책부위원장이던 황명수(黃明秀·현 민주당 고문)씨 관련 계좌에 여러 차례에 걸쳐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안기부 자금은 황씨 관련뭉칫돈의 흐름을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다. 검찰 설명대로라면 현 상태에서 문제의 고속철 로비자금이나 안기부자금이 당시 신한국당으로 유입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듯하다아직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인 것처럼 보인다.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야당 죽이기 음해공작”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한빛은행 외압대출 의혹’사건을 염두에 둔 ‘국면전환용’이라고도 주장한다.의혹의 대상 대부분이 구여권,즉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그런듯싶다. 하지만 검찰 수사 자체를 표적,편파수사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검찰로서는 고속철 로비자금 수사가 명예와 자존심을 건 중요한 수사이기 때문이다.지난 5월 중순 검찰이 이 사건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여론은 정치권 연루 의혹을 캐내지 못한 사실 등을 들어 ‘용두사미 수사’라고 비난을 퍼부었다.하지만 사건의 핵심인 최만석씨가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 검찰은 자금추적 수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그 과정에서 일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비리의 실체는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각오라고 한다. 경위가 이렇다면 정치권도 현재로선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마땅할 것이다.그리고비리에 연루됐다면 그가 누구이든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한나라당은 ‘한빛은행 외압대출 의혹’ 사건이터지자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장외집회까지 가졌다.그러나 자신들이 관련된 듯한 사건에 대해서는 ‘음해공작’이라고 반발하고있다.그야말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하지만 정국 정상화의 기미가보이는 시점에서 이 문제가 또다른 정쟁거리로 등장한 것은 유감이아닐 수 없다.최종 확인되지 않은 혐의 사실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문제다.당국의 반성과 자체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윤락업주·경찰 ‘검은 커넥션’

    전·현직 종암경찰서 직원들이 ‘미아리텍사스’ 업주들이 결성한‘상납계’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온 것은 윤락업주와 단속경찰간의 고착화된 ‘뇌물고리’를 입증한 것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윤락업주들이 상납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96년 말부터다.업주들은 그 이전에는 개별적으로 뇌물을 줘왔으나 ‘효과’가 적자 계를 만들었다. 경찰은 ‘미아리텍사스’의 윤락업주들은 150여명으로 추정되며,업주 1명당 평균 3개 정도씩의 윤락업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업주들은 처음에는 3∼5명씩 3개의 상납계를 만들어,매월 50만∼300만원씩의 뇌물을 건넸다.그러다가 계당 인원을 10∼15명으로 늘렸으며,상납액수도 작은 계는 360만원,큰 계는 1,400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업주들은 상납계를 통해 매월 20일부터 31일 사이 돈을 건넸다.전달 장소는 호텔 커피숍이나 다방,식당 등을 택했으며 계별로 돈을 전달받는 담당경찰을 전화로 불러내 전달하는 수법을 썼다. 뇌물을 받은 소년계의 경우 고참 경사가 동료와 동행,정기인사 등으로 담당이 바뀌더라도 자연스럽게 같이 동행했던 경사가 이어받는 수법을 썼다고 서울경찰청은 설명했다. 상납계가 타깃으로 삼은 종암경찰서 조직은 소년계와 방범계 및 월곡파출소 등 3곳이다.업주들은 가령 1,600만원을 모으면 소년계와 방범계는 각각 500만원씩,월곡파출소는 600만원을 줬다.명절 때는 평상시의 갑절을 건넸다.물론 상납계에 들어 뇌물을 바친 윤락업소는 단속에 걸려본 적이 없다.3개 계의 총무였던 장모,남모씨는 구속됐다가 석방됐으며,이모씨(여)는 남편이 서울경찰청이 수사에 나서기 이전이미 구속됐다. 경찰은 상납계는 종암경찰서 김강자(金康子) 서장이 지난 1월 4일 부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말 자동적으로 해체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돈세탁 방지 관계법‘검은돈’ 유입 원천봉쇄

    정부가 4일 내놓은 돈세탁방지 시스템은 크게 돈세탁을 감시하는 기구 설립과,돈세탁에 관여한 사람에 대한 처벌제도를 도입하는 것이골자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에 앞서 검은 돈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지금처럼 돈세탁을 막을 장치가전무한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적 범죄꾼들의 자금세탁을 위한중개지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돈세탁감시기구 운영] 재정경제부 내에 ‘금융정보분석실’(FIU)을설치해 금융거래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한다.FIU는 법무부,국세청,경찰,금감원 등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구성되며 자체 수사권은 없다.일선 금융기관에서 신고를 받거나 외환전산망의 자료 등을 활용해 돈세탁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검·경찰,국세청 등 사법기관에제공한다. [혐의거래 보고 의무화] 금융기관이 불법재산이라는 의심이 들거나자금세탁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면 FIU에 보고토록 한 제도이다.내년부터 우선 서면보고가 시행되며 이후 시스템이 구축되는 대로온라인 보고를 추진한다.보고사실 등은 금융거래 상대방 또는 관련자에게 알리지 못한다. [자금세탁행위자 처벌] ‘범죄수익규제법’을 운영해 돈세탁과 관련된 범죄자를 처벌한다.자금세탁시 처벌받는 범죄는 범죄단체조직 등징역 5년 이상의 중대범죄 80여종이다. [정치자금 제외 논란] 불법 정치자금이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불법이 관행화 돼있는 정치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거래의 완전 자유화시 우리나라가 마약류 등 국제적인 불법자금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제도 본래의 도입취지이므로 이에 충실하자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정치자금을 포함시킬 경우 정부가불필요하게 정치권의 논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불법 정치자금이 규제대상에서 빠짐으로써 앞으로 정치자금을 가장한 불법자금의 돈세탁을 막을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
  • 타이완 “黑金정치 청산”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50년동안 깊게 뿌리내린 타이완(臺灣)의 ‘헤이진(黑金·검은 돈) 정치’가 청산될 수 있을까.건강 악화로 칩거중이던 탕페이(唐飛) 타이완 행정장관(총리)이 취임 후 일성으로 ‘헤이진 정치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탕페이 행정장관은 31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타이완의 헤이진정치가 정치·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헤이진 정치를 근절하는데 모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헤이진 정치를 뿌리뽑으려면 증권시장 침체 등 단기적인 아픔을 동반할 수 있지만 타이완의 21세기 도약을 위해서는 이를 참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이완의 헤이진 정치는 지난 반세기동안 정치·경제·사회 전반에걸쳐 깊게 뿌리를 내렸다.국민당이 중국 대륙에서 공산당에 패배,타이완으로 쫓겨온 고(故) 장제스(蔣介石) 총통 집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49년 타이완에 건너온 뒤 장 총통의 국민당은 일본 제국주의가 남기고 간 적산(敵産)기업들을 모두 인수,당재산으로 만든 뒤 엄청난 돈을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당은 쓰러져가는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지배하는 방법 등을 동원,닥치는대로 돈을 끌어모았다.이렇게 모은 국민당의 재산은 지난해 무려 200억달러선(약 22조원)에 이른 것으로알려졌다.이 때문에 세계 언론들로부터 ‘정경유착의 표본정당’,‘타이완 최대의 기업은 국민당’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타이완 정부가 헤이진 정치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51년만에 여야정권교체를 이룬 천수이볜(陳水扁) 정권이 정통성을 확보하기는 커녕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탓이다.취임 초기 80%선을 넘던 천 총통의 통치력에 대한 만족도는 최근 70%선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야당인 국민당을 사실상 해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다,대외적으로 ‘청렴정치 구현’이라는 모토를 내건 국가 이미지에 흠집을 내면서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는 원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따라서 개혁 이미지로 당선된 천 총통이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khkim@
  • 대한매일을 읽고/ ‘정치자금 돈세탁 막아야’사설 공감

    ‘정치자금 돈세탁 막아야’라는 제하의 사설(대한매일 8월22일자 7면)을 읽었다.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하며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있다.또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한 정치자금을 기부받거나 기부할 수 없고 이 자금의 공명정대한 운용도 요청하고 있다.그런데 이와 관련되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올 정기국회에서 제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할예정이라고 하면서 이 법에서 정치자금을 제외하기로 한 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법의 제정 주체와 정치권의 재타협으로 정치자금도 자금세탁방지법에 예외일 수 없게 재합의가 이루어지도록 강력하게 요구한다.실제로 가장 검은돈이 오고가는 곳이 정치권 아닌가 싶다.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강재수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 [사설] 정치자금도 돈 세탁 막아야

    정부가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그러나 방지대상에서 정치자금을 제외시키기로 한 것은 문제이다.밀수,마약,조직폭력과 뇌물 등으로 조성된 ‘검은 돈’못지 않게 음성화된 정치자금의 세탁도 역시 처벌하는 것이 사회형평상 맞는다. 따라서 자금세탁방지법안의 제정을 추진키로 한 재정경제부는 정치권과 협의해 정치자금의 돈세탁방지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바란다. 정부가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키로 한 것은 불법 조성된 자금이여러 금융기관을 거치면서 출처를 숨기는 돈세탁을 막기 위한 것이다.불법자금의 흐름을 감시하기 위해 금융정보기구(FIU)도 만들고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민·형사상 면책을 조건으로 ‘수상한’돈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런 조치들은 한마디로 검은 돈이 우리나라를 무대로 활개치지 못하도록 그물을 치겠다는 포석이다.자금세탁방지법의 제정은 무엇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국제기구들의 권고에 따른 것이지만 우리나라로서도 절실한 실정이다.연간 돈세탁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11∼33%인 48조∼1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이다.따라서해외이주비,해외여행경비와 부동산매각대금의 반출과 해외자본투자등이 내년부터 완전 자유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돈세탁 무대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외화유출 등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상되는 돈세탁 방지대상을 모두 포함시켜야하는데도 밀수 등 범죄자금으로만 한정하고 굵직한 ‘검은 돈’의 의혹을 받는 정치자금을 제외한 것은 문제이다.당장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정부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이 “3년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범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3년이하 징역으로 되어있는 불법 정치자금은 돈세탁방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지난 97년 한보비자금사건 당시 정치권에서 추진하다 다른 정치쟁점에 밀려 자동폐기된 자금세탁방지법안은 정치자금세탁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또 정치자금의 돈세탁을 정치자금법 ‘소관사항’으로만 미루는 것도 옳지 않다.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초점을 맞춰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그러므로 자금세탁방지법안은,정치자금이 건네지는 과정과 수수된 자금의 세탁을처벌한다는 점에서 정치자금법과 상충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치자금법을 보완하는 셈이다.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비추어 자금세탁방지법에정치자금을 포함시킴으로써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정부와 정치권이 합의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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