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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플러스 특별기고] 3초당 1명 국제난민 발생…인권 외면·정치적 회피·인도적 위기/최충웅 (재)UN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서울플러스 특별기고] 3초당 1명 국제난민 발생…인권 외면·정치적 회피·인도적 위기/최충웅 (재)UN유엔인권난민협회 이사장

    지구촌은 매 3초당 1명이 실향민이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연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쟁, 폭력, 박해로 세계 실향 난민이 6560만 명으로 사상 최고였다. 전해 대비 30만명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의 난민과 실향민이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난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말까지 대한민국에서 난민과 인도적 체류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1807명이며 난민신청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6861명이다. 이는 2015년 말까지 누적된 1463명의 난민 및 인도적 체류자, 5442명의 대기자에서 다시금 증가한 것이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중국인 망명 신청이 5년 새 5배로 늘어난 사실이다. 2015년도 해외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은 모두 5만 7705명으로 5년 전(1만 617명)의 5.4배로 늘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UNHCR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SCMP는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권을 잡은 이후 중국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수천 명 수준으로 증가하다 2014년 한 해 1만 5669명이 늘어났다. SCMP는 “2014년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외국인 순위에서 중국인이 시리아·이집트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했다.미국서 난민 지위획득 외국인, 중국 1위 캐나다 난민위원회는 지난해 중국 출신 난민 신청자가 1738명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391명이 망명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신청 사유로는 중국 당국의 종교탄압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호주 이민부도 지난해 중국 국적자 146명에게 호주에 거주할 수 있는 보호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8월 12일 홍콩의 반중(反中) 정당 활동가 민주당의 간부인 람쯔킨(林子建)은 중국 국가 안전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 납치된 후 폭력과 고문을 당해 홍콩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공공방송 RTHK,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람쯔킨은 “그들은 나에게 ‘기독교인이냐’고 묻더니 ‘국가와 종교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면서 십자가 모양으로 스테이플러를 찍었다”면서 기자 회견장에서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끔직한 스테이플러 자국을 공개했다. 그는 “고문을 받고 정신을 잃었다가 11일 새벽 깨어나 보니 교외 해안가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감금한 사람이 4~5명으로 현지 광둥어가 아니라 표준어(푸퉁화·普通話)로 얘기했다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람쯔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허용한 ‘1국 2체제’에 반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 유심히 주목되는 부분이 “기독교인이냐?”를 따졌다는 점에서 종교박해 의도를 지울 수 없어 보인다. 윌리엄 니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중국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중국 당국의 SNS 검열과 언론통제 강화, 인권 변호사와 반체제 인사 단속과 같은 움직임이 더욱 심해졌다”며 “인권 보호와 법치 강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부 방침에 중국 출신 난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SCMP는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체제 전복 등의 혐의로 인권 변호사 248명을 한꺼번에 연행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중국 정부의 영적 투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2012년 중국의 새 지도부 확립 이후 종교별 박해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하의 종교적 부흥과 억압, 저항’이란 부제를 단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개신교에 대한 탄압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신장 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의 회족 무슬림(이슬람교도)과 비슷한 추세로 악화됐다면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종교탄압에서 보다 강화됐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이 강화되면서 특히 개신교에 대한 탄압의 수위가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초부터 기독교 교세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지방정부부터 종교적 박해 수위를 높여온 것이다. 저장성의 경우 2000여 곳의 교회당 십자가를 철거한 상태이다. 개신교 신자의 소송을 담당한 인권 변호사들의 활동이 제한되는가 하면 성탄절을 비롯한 교계 연례행사들도 금지됐다. 2016년 봄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서 “종교를 통한 외세의 침투에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현 중국의 종교탄압 배경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중국 정부는 파룬궁(法輪功)을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사이비 종교로 지정하고 불법적인 사조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 내부에 파룬궁 수련자가 증가되면서 파룬궁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우려에 대한 배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수만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노동 수용소나 감옥에 감금됐으며, 많은 수련자가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룬궁은 중국의 종교 탄압 실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 내 이슬람교 역시 탄압을 받고 있다. 중국 서북 지방에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 그 대상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이슬람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위구르족과 중국 당국과의 충돌이 그동안 세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티베트 불교도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이미 오래전에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베트의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이 독립을 추진 할까 봐 노심초사 긴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를 막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종교 지도자들을 감금하고 그 자리에 대신 공산당 당원을 앉히는 등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출신 난민신청 증가는 ‘종교 탄압’ 원인 국제사회는 중국이 이처럼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를 탄압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 등 11개 나라를 종교 자유와 관련한 특별 우려 대상국으로 지목한바 있다. 최근 중국의 전능하신 하나님교회(전능신교, 全能神?會) 신도들의 국내 난민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1992년 이후 중국당국의 전능신교 종교 탄압으로 핍박을 피해 국내로 망명해 오고 있다. 본격적인 탄압이 이뤄진 2014년 이후 2년 동안 중국 당국에 체포된 인원이 3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전능신교 난민 신청자에게 아직도 난민으로 인증하지 않고 있다. 한국 내 난민과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3일 ‘국경 없는 인권(Human Rights Without Frontiers)’ 윌리 포트레(Willy Fautre) 대표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했다. 국경 없는 인권(HRWF)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국제비영리단체로 민주주의 옹호, 법치주의, 사회 정의, 인권, 종교 신앙 자유를 내세우는 세계적인 인권 단체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한 윌리 포트레 대표는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원의 불합리한 난민 지위 인정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인도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윌리 포트레 대표는 중국에서 종교적 탄압과 박해로 난민 지위 요청이 거절당한 난민들에 대해 난민 지위 신청이 기각되고 이후 행정심판마저 기각돼 중국으로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이게 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경 없는 인권, 한국정부에 긴급공개서한 보내기도 이어서 이번 8월 3일에는 한국 정부에 긴급 공개서한을 보내왔다. 7월 27일까지 강제 출국 명령을 내린 중국 난민 26명에 대해 출국 명령을 긴급히 폐지할 것과 이들에게 정치적인 망명 허락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다. 국경 없는 인권은 현재 전 세계 20 여개국에 진출한 전능신교와 함께 중국 내에서의 박해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국제 사회와 단체에 국제법에 근거한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난민들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전능신교의 포교 등 종교 실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개종을 강요받고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인들을 체포하여 고문 등의 물리적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인들은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탄압은 전 교인에게 광범위하게 행하여지고 있으며 교인들은 체포를 피해 중국 각지로 피신을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도 탄압과 체포가 전개되어 더 이상 피신할 곳이 없자, 한국에는 난민 제도가 인정되고, 난민법도 공포된 것이 전해져 종교적 박해에 의한 난민신청으로 입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토록 기대했던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난민이 인정되고 있고 난민법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법무부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와 중국의 집중적 난민유입문제를 고려하여 위축되고 경직된 입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것이라고 관련 법조인들의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경우 교인들 개개인에 대한 난민인정 여부를 숙고하지 않고 일반적인 대법원판례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법원의 경우 일반적인 난민 인정 기준으로서 중국에서 체포, 구금 등 박해 증거의 충족요건의 부족한 점과 또 여권을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사유를 들어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의 하나로 보고 있다. 중국의 여권법 등을 고려했을 때 여권 발급받은 사실을 난민 인정 제외 사유의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역시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사유는 일반적인 난민 인정 기준과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불균형적인 요소들로 보인다. 그동안 파룬궁 수련생은 한국법무부의 불인정처분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그 이후 상당수의 파룬궁 수련생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전능신교 신도들이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상당수가 난민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동안 난민 신도들의 진술에 따르면 교인들이 한국에서 정당한 법적 평가를 받지 못하여 중국으로 송환된다면 곧바로 체포되어 또다시 개종을 강요당하고, 핍박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종교는 보편적 기본권, 박해 안 돼 현실적으로 종교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국가통치와 관련하여 정치체제가 지니는 기본 속성과 성격에 의해 다양한 시각 차이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자로 자신의 출신국 밖에 있으며, 박해의 공포로 인하여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거나, 또는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한다. 유엔난민기구는 출신국 밖에 있으면서 심각하고 무차별적인 생명의 위협, 일반화된 폭력으로 인한 자유와 신체적 위협 혹은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들의 이유로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이들도 보호 대상자로 삼고 있다. 인권은 사람이 사람이기에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인종·국적·성별·종교·정치적 견해·신분이나 지위 등 그 어떤 것에도 관계되거나 차별됨 없이 모든 인간은 존엄성과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 누구도 사람의 인권을 박탈할 수 없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 워치’(Human right Watch)의 소피아 리처드슨(Sophia Richardson) 아시아 지역 담당관은 중국 정부는 모든 종교 활동을 제한하고 탄압하고 있지만, 중국 내 종교 활동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종교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의 인권 개선 차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 국가가 마음대로 부여하고 또는 빼앗는 그런 권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Richardson 담당관은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협약과 또 중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진정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었다. 유엔이 인도적 위기 해결에 힘쓰는 활동가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선포한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다. 인도주의란 절망에 빠진 일면식도 없는 이웃을 위해 그들이 다시 인간다운 복리를 누릴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돕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전 세계 국가 및 시민들에게 인도적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참여하고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날이다. 지금도 재난과 전쟁, 종교적 박해에 시달리는 지구촌 이웃들을 기억하며 정부와 시민들이 난민에 대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권 외면과 정치적인 회피로 인한 인도주의의 위기를 뛰어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문성근 “유신 때나 있던 일 MB정권서 부활” 김미화 “국가상대 소송 걸 문제”

    문성근 “유신 때나 있던 일 MB정권서 부활” 김미화 “국가상대 소송 걸 문제”

    문 “8년 만에 복귀한 내가 증거” 명계남 “공중파 출연 결정 후 위에서 안 된다며 취소당해” 조정래 “아리랑 드라마화 실패” 진중권 “대학강의 이유 없이 폐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앞선 이명박 정부도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퇴출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자 명단에 포함된 당사자들은 실제 불이익을 받았던 여러 사례를 전하며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 명계남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다”면서 “예를 들면 방송국 PD들이 작품을 함께해 보자고 해서 촬영을 준비하다 보면 2~3일 후에 PD가 ‘위에서 안 된다고 한다’며 다시 연락이 오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내 생각에는 위에서 제작진에게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내기도 했을 것이고 방송국 CP나 제작본부장 등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사전 검열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운영하는 영화 제작사와 거래하는 회사나 투자한 사람들도 조사하고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이런 것 말고도 제가 모르는, 제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래 작가는 “방송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남북 관계 파탄에 대해 비판해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 때 내 소설 ‘아리랑’을 드라마로 만들려고 제작사와 계약까지 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드라마화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고 불이익을 받은 경험을 전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당시 대학 강의가 특별한 이유 없이 폐강되는 일과 예정됐던 일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잦았다고 회고했다. 진 교수는 “짐작은 했지만 국가정보원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몰랐다”며 “폐강과 강연 취소 사례를 보면 내 사생활을 들여다본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최근 SBS 드라마 ‘조작’으로 8년 만에 지상파에 얼굴을 내비친 배우 문성근은 “정황으로만 알고 있던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사실로 공식 확인된 것”이라며 “유신 시대 때나 있던 일이 이명박 정부 때 다시 시작됐던 것이다. 국가 폭력이 어떻게 실행됐는지 관련된 사람들의 증언을 모으고 정확히 밝혀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8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한 자체가 블랙리스트의 증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 김규리는 트위터에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 데 사용되었다니…”라고 적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 상당수는 정권이 바뀌면 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 말을 아끼기도 했다. 개그맨 출신의 방송 진행자 김구라는 “이 사안에 대해 딱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방송인 김미화는 “이명박 정권 때도 민간인 사찰 명단에 제가 있었다”며 “이후 10여년을 서고 싶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공격은 더 과도해졌다”고 토로했다. 김미화는 청취율이 높았던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8년간 진행해 오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4월 하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당시 MBC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었다. 김미화는 “제 이름까지 사실로 확인됐다면 이것은 그냥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일 같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화부 종합·연합뉴스
  • [시론] 공영방송 정상화, 경영진 퇴진에서부터/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론] 공영방송 정상화, 경영진 퇴진에서부터/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BS, MBC 양대 공영방송에서 또다시 파업이 시작됐다. 파업은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극한의 투쟁이다. 이 같은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 공영방송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민주주의에 갈등과 논쟁이 필수적이라지만 너무 잦은 것은 해가 된다. 더이상 소모적인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영방송의 수장은 책임을 지고, 정치권은 이참에 제도를 확실하게 정비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5공화국의 산물임에도 지금까지 유지된 것은 운용만 잘하면 제도는 괜찮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전문직이 중심이 된 노조 결성이 이런 합의의 바탕이 됐다. 원리로 보면 우리 공영방송도 정치나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법으로 설립을 보장받고, 시청자가 주는 수신료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영국 BBC처럼 잘 운영되면 공영방송은 그 나라의 ‘자존심’이 된다. 그러나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때 정치권력을 배제하는 건 쉽지 않다. 현행 방송법상 KBS는 여당에서 7명, 야당에서 4명을, MBC는 여당에서 6명, 야당에서 3명을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한다. 사장은 이사진의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된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다수결로 결론이 난다. 지금껏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비리나 치부는 숨기고, 실적은 포장하는 등 정권 비호를 그만둘 수 없었던 데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금은 워낙 매체가 많아져 다소 빛이 바랬지만, 고용이 보장되는 공영방송은 여전히 꿈의 직장이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공영방송에 들어간 이들은 공영방송인이라면 어떠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지상파를 이용할 수 있는 특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음으로 양으로 배운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자기 검열, 데스크, 사장 검열에 부딪히다 보면 원칙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사장들도 평기자 때는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부름을 받고 ‘조인트’를 맞고 난 다음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사장에게 공영방송이나 언론의 자유는 안중에 없다. 오로지 임명권자의 오더와 자신의 정치적 입신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측근을 주변에 앉히고 인사권을 활용해 정지 작업을 해 나간다. 그래도 과거엔 금기라는 게 있었다. 최소한 해직은 시키지 않았고, 한직이라도 방송직을 빼앗진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달랐다. 해직은 물론이고 PD, 기자, 아나운서에게 스케이트장 관리를 맡기는 등 부당 전보도 서슴지 않았다. MBC의 경우 채용 방식도 바꿔 2013년 이후 아예 신입 공채를 하지 않고 있다. 시청률을 따지면서도 정작 뉴스 품질과 시청자의 알권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오는 11월 지상파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 있다. 지금의 공영방송 사장들은 ‘언론적’으로 탄핵(재허가 불가)되기 전 물러나야 마땅하다. 그들이 주장하는 임기 보장은 스스로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탓에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현 경영진의 퇴진 뒤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방송법을 전면 개정해 공영방송의 근거를 다시 정립하고, 정치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ZDF 사례를 참고해 볼 수 있겠다. ZDF는 77명의 평의원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두고 있어 정치 중립적이면서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인원이 많아 때때로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해도 정치권 입김이 지나치게 강한 우리의 정당추천제를 보완하려면 일부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제도를 고치는 일은 성의의 문제다. 그간 누가 정권을 잡든 이사진 구성에서 다수 추천권을 빼앗기는 쪽은 지배구조 개선에 극렬 반대해 왔다. 여야 합의로 도출한 개선안조차 거부하며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야당에 간곡히 권고한다. 지금까지 정치권력은 언론을 언론답게, 방송을 방송답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이었다. 그런 일이 앞으로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
  • ‘곡절 많은 삶’ 마광수…필화 사건 상처로 극심한 우울증

    ‘곡절 많은 삶’ 마광수…필화 사건 상처로 극심한 우울증

    5일 별세 소식이 전해진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는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으로 성윤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며 곡절 많은 삶을 살았다.고인은 195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나왔다. 성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가 담긴 소설로 널리 알려졌지만 문학 인생의 출발은 시였다.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7년 현대문학에 ‘배꼽에’ 등 6편의 시가 추천되며 등단했다. 28세에 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천재로도 불렸다. 고인은 1991년 소설 ‘즐거운 사라’를 펴내고 이듬해 10월 음란물 제작·반포 혐의로 구속되면서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즐거운 사라’는 여대생 ‘사라’가 성 경험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성 문제를 음지의 영역에서 공론장으로 끌어내야 위선적 성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게 고인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즐거운 사라’가 변태적 성행위와 스승·제자의 성관계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음란물’이라는 혐의를 받으면서 예술과 외설의 구분, 창작과 표현의 자유로 논쟁이 번졌다. 고인이 구속되자 문학계뿐 아니라 미술·영화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구명운동을 벌였다. 대다수 문화예술인은 고인의 구속수감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권력의 시대착오적 탄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3년간 재판 끝에 1995년 6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침해하고 타락시키는 정도의 음란물까지 허용될 수 없다. 이 소설은 그 한계를 벗어난 것이 분명하다”며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판정했다. 고인은 대법원 확정판결로 해직된 이후 복직과 휴직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8월 정년퇴임했다. 해직 경력 탓에 명예교수 직함도 얻지 못했고 필화 사건의 상처와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에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광마집’(1980)부터 ‘모든 것은 슬프게 간다’(2012)까지 시집 여섯 권에서 작품들을 골라 올해 초에 낸 ‘마광수 시선’(페이퍼로드)이 마지막 책이었다. 그는 당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울하다”, “서운하다”라는 짧은 말을 반복했다. 최용범 페이퍼로드 대표는 “책을 내며 강연회를 계획했지만 우울증세가 너무 심해 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학살당했다’며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필화 사건 이후에도 작품활동을 했지만 자기검열 탓에 과거처럼 적극적이지 못했다. 소설 ‘광마일기’(1990)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1989), 에세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 등 필화 이전의 작품들이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그보다 10년 전 쓴 동명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다. “화장한 여인의 얼굴에선 여인의 본능이 빛처럼 흐르고/ 더 호소적이다 모든 외로운 남성들에게/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가끔씩 눈물이 화장 위에 얼룩져 흐를 때/ 나는 더욱 감상적으로 슬퍼져서 여인이 사랑스럽다/ 현실적, 현실적으로 되어 나도 화장을 하고 싶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부분)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작년 1만 4214명 마약류에 취했다

    작년 1만 4214명 마약류에 취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마약류 사범도 급증했다. 이들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 유통을 하고 있었다.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배성범 검사장)가 발간한 ‘2016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015년 1만 1916명보다 19.3%가 늘어난 1만 4214명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밀수·밀매 등 공급사범도 4036명으로 전년 대비 24.7%나 늘었다. ●20대 마약사범 4년 새 2.4배 늘어 특히 유통망으로 인터넷과 SNS, 채팅앱 등을 활용하면서 20대 마약류 사범이 크게 늘어났다. 2012년 758명(전체 비율 8.2%)이던 20대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1842명(13.0%)으로 4년 새 2.4배 급증했다. 2015년 970명이던 20대 향정신성의약품 위반 사범은 지난해 1401명으로 44.4%가 늘었고, 대마 사범도 311명에서 404명으로 29.9%가 증가했다. 지난 4월 발생한 마약 사건의 경우 제조책인 황모(25)씨는 사립대 화학 전공 대학원 졸업자로 채팅앱에서 만난 한모(22)씨의 부탁으로 감기약을 필로폰으로 제조했다. 황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고 필로폰 제조를 익힌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하는 비율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70%가량 증가했다. 적발이 어려운 ‘다크넷’을 이용한 마약거래는 2013년 210만여건에서 2015년 240만여건으로 늘었다. 다크넷은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해 마약·무기·음란물 등의 암시장에 악용되고 있다. ●대검 ‘인터넷 모니터링’ 강화 대검은 지난해 12월 마약 관련 게시물을 자동으로 검색·적발하는 ‘마약류 범죄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5777건의 불법사이트 게시글을 삭제·차단했고, 34건의 범죄를 적발해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자, 유학생 등 국내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비교적 검열이 허술한 국제우편, 국제특송화물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는 사례도 여전했다. 대검 관계자는 “6월부터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을 활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광고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이 개정돼 앞으로 적발한 사례는 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군주론·에밀·사상계… 인간의 삶을 비춘 ‘어둠의 책들’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군주론·에밀·사상계… 인간의 삶을 비춘 ‘어둠의 책들’

    때는 1762년, 한 지식인 청년이 로마 당국의 수배를 피해 스위스로 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수백년이 흐른 다음에도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쓴 책으로 공부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청년 지식인은 오직 진실을 탐구하고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어려움을 참아냈지만 로마 가톨릭의 분노를 산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의 책은 모두 불태워졌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문제는 그가 최근에 쓴 책 한 권으로부터 비롯됐다. 책 제목은 ‘에밀’이고 이처럼 위험한 책을 쓴 사람은 장 자크 루소( 1712~1778)다.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이제는 ‘에밀’을 두고 신성모독의 죄를 범한 위험천만한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사회계약론’과 함께 루소의 대표적인 저작이고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봤을 중요한 사상서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됐을 당시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에밀이라는 한 아이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이야기를 다루며 그의 교육과 성장에 관한 견해를 써 내려간 ‘에밀’에서 루소는 자연친화적인 교육방법이야말로 최상의 지성을 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종교를 밑바탕으로 한 당시 사회 분위기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루소가 주장한 자연종교이론과 성직자를 비판하는 문장은 가톨릭교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결국 ‘에밀’은 금서(禁書)로 지정되어 모두 회수되었고 루소에게는 수배령이 내려졌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 여럿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금지 사항을 만들었다. 처음엔 맹수나 다른 부족의 공격으로부터 구성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사회 규모가 커지면서 권력자들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국가는 국민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고 이와 반대로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은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특히 그들이 쓴 책은 사람들의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검열의 대상이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가 훌륭한 인류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책들이 실은 금서였다. 그것을 쓴 저자는 물론 읽거나 책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진리를 향해 걸음을 옮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인간의 삶은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날 이탈리아의 정치가, 역사학자인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수많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삶의 교과서가 된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출판조차 될 수 없었다. 메디치 가문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하다가 붙잡혀 고문을 당하기도 한 마키아벨리는 석방된 이후 숨어 지내면서 편지글 형식으로 ‘군주론’의 초안을 완성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이 다시금 정부에 기용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군주론’은 그만큼 획기적인 책이었다. 그러나 이 원고는 아예 출판될 수 없었고 일부 사람들만 단편적인 내용을 조심스레 돌려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결국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이 책은 그가 숨을 거두고 몇 년이 더 흐른 1532년이 되어서야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세상에 나오게 됐다.비슷한 시기 영국에선 정치가 토머스 모어가 장차 ‘유토피아’라고 불리게 될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1516년 처음 출판됐을 때 이 책은 당시 관례에 따라 “사회생활의 최선의 상태에 대하여 그리고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새로운 섬(島)에 관한 유익하고 즐거운 저작”이라는 긴 제목을 달고 있었다. 모어는 저작을 통해 당시 영국사회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데 출판된 후 200년 이상 흐른 1789년에 가톨릭교회는 이 책의 내용이 종교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금서로 처리했고 시중에 있는 모어의 모든 책을 회수하도록 명령했다.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금서도 늘어났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위대한 서사시 ‘신곡’은 19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는 금서로 취급됐다. 대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편지글 형식으로 쓰인 소설로, 이루지 못한 사랑에 좌절하여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내용이 큰 줄거리다. 현대에는 괴테와 그의 작품을 가지고 학술 논문을 쓸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출간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책에 영향을 받아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서점에서 이 책을 팔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명작들도 한때는 금서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 보면, 비교적 최근까지도 상당히 많은 금서가 존재했다. 사회를 통제할 목적으로 금서 목록을 만든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남쪽에선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관한 책들이 줄줄이 금서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특히 남북의 이념 대립이 극에 달했던 1970~80년대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 자체가 억압됐던 시기였다. 금서 목록만 해도 상당한 분량이었다. 우선은 ‘마르크스’나 ‘레닌’ 같은 단어가 제목이나 본문 목차에 들어가 있다면 거의 무조건 금서 처분을 받았다. 그들이 쓴 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회과학, 정치철학을 다루고 있는 연구서들도 이적출판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대학교 주변 사회과학서점을 중심으로 불법 유통될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진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저자가 소련에서 활동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불온서적으로 취급했다. 프레이리의 교육연구서 ‘페다고지’는 민중교육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금서가 됐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체 게바라 등 혁명가와 관련된 서적 역시 출판이 금지됐다. 외국 번역서뿐만 아니라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같은 책도 금서였고 김지하 시인의 ‘황토’, ‘오적’처럼 국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라면 문학작품도 금서 처분을 받았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조태일의 ‘국토’, 김정환의 ‘해방서시’, 신경림의 ‘농무’ 역시 1980년대까지 불온서적으로 분류됐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억압과 통제의 역사도 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굳이 헤겔의 유명한 ‘정반합 이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세상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함께 공존할 때 인류는 비로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어두움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 진리는 영원히 가둬 놓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올바른 가치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아끼지 않고 붓을 손에 들었던 용기 있는 개인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카프카의 말대로 책은 그야말로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려 물을 흐르게 하는 도끼와 같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기적을 행하는 왕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기적을 행하는 왕

    예전에 봤던 자전 소설이 떠올랐다. 정신과 의사인 플래치 박사와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딸 리키 이야기다. 고통 속에서 리키는 자살을 시도했다. 가족은 망가졌다. 그런데 20년 뒤 우연히 리키는 정신분열증이 아니란 진단을 받는다. 시력 왜곡 증세가 정신분열증 증세와 닮은꼴이었을 뿐 특수안경으로 해결되는 문제였다. 안경을 쓴 뒤 리키는 정상적 삶을 살았다. 아버지는 기뻤지만, 동시에 전문가로서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범했던 긴 시간의 오류에 몸을 떨었다. 오해 또는 무지 때문에 세월을 헛되게 보내는 일은 꽤 정형화된 비극이다.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리자 빚을 내 새 목걸이를 사서 돌려준 뒤 10년 동안 고생하다 우연히 다시 만난 친구에게 사실 목걸이가 값싼 모조품이었다고 듣게 되는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의 플롯이다. ‘대통령과 삼성 간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 피고인 이재용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다.’ 뜯어볼수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에서 법원은 정답 찾기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 승인을 위한 공정위 상대 로비, 삼성생명 지주화를 위한 금융위 상대 로비 등 ‘3세 승계’를 위해 청와대 로비를 했을 법해 법정에서 따진 개별 사안에 대한 청탁 증거를 법원은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재판 법리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규범을 지켜 냈다. 한편으로 법원은 삼성이 3세 승계에 몰두한 정황을 설명했고, 대통령이 이 승계에 힘을 실어 줄 유력자임을 들어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다. 과거 이 부회장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수사 이후 삼성 승계 작업에 ‘부당하다’란 낙인이 찍힌 터에 이번 ‘실형 선고’로 대중의 울분을 달랬다. 그런데 에버랜드 CB 사건이 집단 울분이 된 데엔 2009년 대법원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여파가 크다. 에버랜드 임원 기소 및 1심 유죄 판결을 취재했던 기자에게 당시 대법원의 무죄 확정 소식은 취재 실패란 선고 같았다. 이때부터 기업의 부당한 승계 제어는 처벌 대신 부정적 기업 평판에 대한 감시로 이뤄 내야 한다고 믿어 왔다. 비록 형사적 단죄 대상이 못 되더라도, 편법 승계를 비판하는 인식이 확산되면 진정한 사회의 진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다. 과한 믿음이었다. 다시 보니 법원은 3세 승계의 부당함을 모르지 않았고, 형사법적 증거가 부족해도 ‘묵시적 청탁’이란 모호한 논리로 단죄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회 갈등을 전부 법원에서 해결하는 ‘정치의 사법화’가 공고해질 때 기자를 하며 절대 독립을 보장받아야 할 판결을 비판해 봤자 또 갈등만 증폭된다고 생각했던 자기 검열이 빚은 오류였다. 근대 초까지 영국과 프랑스에선 왕이 반지를 대는 것으로 피부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단다. 이 황당한 믿음은 종교의 개혁, 정치제도의 변화 끝에 소멸됐다. 여전히 사회의 진보는 시대에 따라 정답도 바뀌는 계층이 아니라 어떤 시대이더라도 신념을 유지하는 기층에서 비롯된다고, 또 오류일지라도 믿어 본다. #천국엔 새가 없다 #목걸이 #기적을 행하는 왕
  • “문단 내 권력구조 변함 없어…표절·성폭력 여전히 미해결”

    “문단 내 권력구조 변함 없어…표절·성폭력 여전히 미해결”

    “표절 논란과 문단 성폭력 사건은 제일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표절과 성폭력이 긴 시간 묵과돼 올 수 있었던 이유인 문단 내 권력 구조의 문제를 그대로 남겨 두었다는 것, 말입니다.”문학서점 고요서사를 운영하는 차경희 대표가 2015년과 지난해 연이어 문단 안팎에 큰 충격을 줬던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문단 성폭력 사건이 닮은꼴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29일 출간된 문학과지성사의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 기획 ‘문학 속의 불만’에서다.차 대표는 이번 기획에 게재한 기고 ‘우리가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통해 “두 논란은 오래전부터 문단 안쪽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질적 문제들이 누군가의 폭로로 갑자기 불거져 나온 그 시작, 그리고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채 끝이 났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차 대표는 “두 논란 이후의 상황은 엉뚱하게 돌아갔다”며 “표절을 묵과한 이유로 문예지 기획위원과 편집자들에게 화살이 돌아갔고, 성폭력 이슈에서 당신은 자유롭냐는 비난과 검열로 뻗어간 일이 아쉽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당시 문단의 분위기 때문에 문학서점을 운영하는 차 대표로서는 기고 제목처럼 난감함의 연속이었다. “서점에서 한국 문학 관련 강좌를 열어야 했던 시점에 (이런) 문단의 분위기를 살펴야 했던 일이 불편했고, 논란에 휩싸인 작가들의 책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 불편하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에 대해 좀더 자유롭게 돌을 던지고 ‘권력 싸움’이 아니라 ‘더 나은 문학’을 위한 길로 가는 질문들이 살아남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학과사회 가을호가 마련한 이번 기획은 차경희 대표를 비롯해 소설가 강화길·정한아, 문학평론가 이은지, 신춘문예 출신 편집자 김봉곤, 문학과지성사 5세대 동인인 편집자 겸 문학평론가 황예인 등 6명의 필자가 동시대 한국 문학장에 품고 있는 불만과 문제의식을 털어놓는 자리가 됐다. 이은지 문학평론가는 “최근의 문학이 도덕주의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신념의 공동체’로 경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으나 이전의 한국 문학 또한 특정한 신념의 공동체이기는 마찬가지였다”며 “불과 몇 년 전 문단에 연루된 거의 모든 이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던 ‘신경숙 사태’가 새로이 환기한 점이 있다면, 적어도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문단은 도덕성이 훼손될지언정 문학성을 가치의 우위에 두는 신념의 공동체였다”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이 점은 충분히 외부의 지탄을 받고 문단도 몇 안 되는 독자들을 잃지 않기 위해 쇄신했으나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신춘문예나 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이들이 계간지에 작품을 발표하면 편집인을 비롯한 비평가의 감식안을 거쳐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온 ‘포디즘(기계화된 대량생산 체계)적’ 문학 생산 방식이 그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그러한 방식으로 제작돼 온 문학을 비호하는 집단이 신경숙의 도덕적 흠결을 궤변에 가까운 논리를 들어 덮어버린 집단과 일치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며 “신경숙 사태에 대한 일련의 배타적인 처신은, 문단이 추구하는 문학성이란 것이 외부를 용인하지 않는 그들만의 숙련된 상호 주관성을 통해 유통되고 유지돼 온 측면이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文임기 중 대법관 12명 교체… 진보로 무게중심 이동

    文임기 중 대법관 12명 교체… 진보로 무게중심 이동

    참여정부 이용훈 대법원장처럼 대법관 구성·판례 진보화될 듯 법원행정처 등 체계 대수술 예고 파격 발탁 인사가 사법개혁과 판결 변화로 이어질까. 양승태 대법원장(69·사법연수원 2기)보다 13기수 아래인 진보·개혁 성향의 김명수(58·15기) 춘천지법원장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발탁된 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질문들이 뒤따르고 있다. 올해 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을 겪은 뒤 전국법관회의(판사회의)를 구성, 개혁을 요구해 온 사법부에선 개혁 향배에 촉각을 기울였다.김 후보자가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까닭에 보수 진영에선 김 후보자 발탁을 ‘코드 인사’로 폄하하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 ‘양승태 대법원’과 180도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주목도를 키우고 있다. 지명된 당일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법원장에서 대법원장이 됐다는 ‘파격성’과 13명 대법관 중 9명이 김 후보자의 연수원 선배라는 ‘이례성’이 눈길을 끈 데 이어 김 후보자가 이끌 변화의 폭에 궁금증이 미친 셈이다. 특히 대법관 세대교체 혹은 성향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 13명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임명한 김재형(52·18기)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조재연(61·12기)·박정화(52·20기) 대법관을 임명했으며, 나머지 대법관 10명도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임명될 예정이다. 대법관 성향은 판례와 관련이 깊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과 임기가 겹쳤던 ‘이용훈 대법원’에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이른바 ‘독수리 5형제’를 이뤄 판례 다양화를 이끈 선례가 있다. ‘이용훈 대법원’은 과거사 재심을 적극 수용했고 업무상재해 범위를 넓히는 등 노동친화적 판례를 만들었다. 반면 이 전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양 대법원장은 ‘서울대·50대·남성 법관’ 일색으로 대법관을 지명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과거사·노동 사건에서 보수적인 대법원 판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법관 인사권을 쥔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관료화됐다는 비판을 받아 온 사법부 운영체제에도 대수술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판사회의에서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고,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등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판사 블랙리스트’ 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 안 거쳐 ‘파격’

    ‘판사 블랙리스트’ 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 안 거쳐 ‘파격’

    1990년 윤관 이후 첫 50대 48년 만에 대법관 경력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지명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원 내 개혁적인 목소리를 이끌어 왔다. 평소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사법부 개혁에 강한 소신을 피력해 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을 지휘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법원 내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법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지나치게 파격적인 기수 파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진보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우리법연구회가 해산된 이듬해인 2011년 후신 격으로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전국 판사 3000여명의 16%인 480여명이 회원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올해 초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학술대회 축소 외압을 받은 단체다. 이 외압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사적인 활동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졌고, 이후 전국 판사들의 대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신설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이 사태가 촉발된 직후 대법원이 소집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법원행정처가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 시절 김 후보자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인섭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등 현 정부 검찰·사법 개혁을 주도하는 이들이 역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이다. 김 후보자는 현 양승태(69·2기) 대법원장보다 13기수 아래라는 점과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파격 발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사법부 초창기인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3·4대 조진만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옛 대법원 판사) 경력이 없는 대법원장 임명은 약 48년 만에 처음이다. 1990년 58세로 취임한 12대 윤관 전 대법원장 이후 첫 50대 지명으로, 현재 대법원 체제에서 김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11~14기 대법관이 9명에 이른다. 당초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 여성인 전수안(65·8기) 전 대법관이 완강하게 고사 의사를 밝히며 ‘현직 법관 중 발탁’이 감행됐다는 후문이다. ‘파격 발탁’이 전대미문의 사법개혁, 판례 변화를 이끌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권, 사법정책, 대법원 판결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 헌법재판관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지명권을 지닌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대법원장으로 취임하면, 판사회의가 요구 중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대법원 판례 변경 등을 위해 소집되는 전원합의체의 합의를 주재하는 역할도 김 후보자가 맡을 예정이다. 다만 김 후보자와 판사회의가 그동안 줄곧 사법부의 관료화, 대법원장에 집중된 법원행정권 등을 ‘적폐’로 지목해 왔던 점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자의 대법원에 요구하는 우선 과제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원행정처 역할 축소 등 ‘사법 민주화’가 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동기 중 3분의2가량이 탈락하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대법원장이 대법관 중 임명하는 법원행정처장을 통한 법관 인사 등은 사법부 관료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은 대법관이 9명에 이르는 점 역시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 주도권을 쥐는 데 장애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연수원 동기가 검찰총장·검사장 인사에서 발탁되면 기수 전체가 줄줄이 퇴진하는 검찰과 다르게 법원에서는 법원장급 인사들의 용퇴가 당장 가시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20기 대법관’이 탄생할 정도로 법원이 ‘파격 인사’에 익숙한데다 ‘평생법관제’를 정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원장들과 고법 부장판사들에겐 내년 1월 2명, 8월 3명, 11월 1명 등 6명의 신임 대법관 발탁 기회도 남아 있다. 김 후보자는 재판에서 개혁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던 2015년 삼성 에버랜드가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하자 김 후보자는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며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김 후보자는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 사건에서도 “쟁점이 많으니 항소심 판결 선고 전까지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부고]

    ●김문환(전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공보전략2부 차장)씨 장모상 17일 평촌 한림대병원, 발인 19일 오전 6시 30분 (031)382-5004 ●김종식(인천항만물류협회장)씨 부친상 16일 경주동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6시 (054)744-0288 ●유정호(한국행정관리협회 총괄기획부장)기정(경향신문 미디어전략실 DB관리팀장)씨 부친상 17일 동국대 일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5시 30분 (031)961-9400 ●임병천(문화재청 서기관)씨 부친상 이환철(방자표고버섯농장 대표)황교운(신화목재 대표)김광용(나연임업)씨 장인상 17일 충남 부여군 금강장례식장, 발인 19일 오전 8시 (041)834-0100 ●정태암(대신증권 정보보호담당 이사)명희(대구의료원 소아과장)씨 모친상 송정흡(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씨 장모상 17일 대구의료원, 발인 19일 오전 7시 30분 (053)560-9570 ●김도현(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은정(아인플레닝 대표)씨 모친상 정원하(사업)차성일(사업)정수성(국방부 검열단 공군대령)박봉진(신아아이에프 부장)씨 장모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20분 (02)3010-2263 ●최석재(전 남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씨 모친상 16일 광주 서구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11시 30분 (062)366-4444 ●김성우(롯데카드 채권관리부문장)씨 장인상 1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258-5940 ●신동준(SBS 미디어크리에이트 기획팀 부국장)씨 모친상 윤경원(SBS 직원만족팀 매니저)씨 시모상 16일 중앙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2)860-3500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몰래 대화 엿듣고, 편지 훔쳐보고… 장간의 계략은 죄가 될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몰래 대화 엿듣고, 편지 훔쳐보고… 장간의 계략은 죄가 될까

    형주를 점령한 조조는 오나라에 선전포고를 하지만, 삼국 제일의 수군 병법가 주유에게 막혀 패전을 거듭한다. 이때 조조의 식객으로 있던 장간이 친구인 주유를 설득해 조조의 편으로 만들어보겠다고 나선다. 장간은 주유의 침실에서 조조의 수군 사령관인 채모가 보낸 편지를 발견한다. 조조의 암살을 의미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에 놀란 장간은 이를 조조에게 가져간다. 또 한밤중에 주유와 부하의 대화를 엿듣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주유의 계략. 편지는 채모를 제거하려고 주유가 조작한 것이다. 주유와 부하의 대화도 사전에 짠 것이다. 그럼에도 장간은 철석같이 사실로 믿고 조조에게 보고 들은 내용을 이야기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조조는 장간의 말을 듣고 수군 사령관 채모의 목을 벤다. 대신 모개와 우금을 수군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이로써 조조의 수군은 통제 불능이 되어 버린다. 결국 조조군은 적벽에서 오나라에 크게 패한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편지를 훔쳐본 것이 결국 적벽에서 패하는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헌법은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멀리 있는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장간처럼 중간에서 통신을 가로채거나 내용을 알아내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상대방으로서는 비밀을 알아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간이 주유의 편지를 허락 없이 읽은 것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 또 주유와 부하 사이의 대화를 엿들어도 되는 걸까. ●봉함된 편지도 불빛에 비춰 본다면 무죄 지금은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통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통신수단이 대체로 한정돼 있었다.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바로 우편이다. 따라서 통신에 대한 비밀 보호도 우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형법 제316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비밀침해죄가 바로 그것이다.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圖?)를 개봉’한 경우에 성립한다. 즉 보호받는 통신수단이 전통적인 편지, 문서, 그림 등에 그친다. 방법 또한 개봉 즉 열어 보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봉한 편지라도 햇빛이나 불빛에 비추어 보고 그 내용을 알아내는 것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장간은 봉한 편지를 본 것이 아니다. 주유가 장간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가짜 편지를 뜯은 상태로 일부러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장간은 개봉된 편지를 보았을 뿐이다. 따라서 장간에게는 비밀침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침이나 풀을 발라 편지 봉투를 봉했다. 그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봉함된 봉투를 열어 보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각종 기계를 이용해 봉함을 뜯지 않고 편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대적·기술적 변화상을 반영해 형법에서도 제316조 제2항을 신설했다.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경우까지로 처벌 범위를 확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간이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내용을 알아낸 것은 아니다. 나중에 편지를 훔쳐 간 것은 논외로 하고, 탁자 위에 있던 편지를 읽어 본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장간은 결국 처벌되지 않는 걸까. 눈을 크게 뜨고 장간의 행위를 한번 더 들여다보자. 장간이 채모의 편지를 진짜라고 확신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바로 주유와 부하 사이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다. 장간은 조조에게 가짜 편지를 전하면서 주유와 부하 사이의 대화 내용도 전달한다. 가짜 편지에 신빙성을 더해 채모의 목숨을 빼앗은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을 엿듣고 이를 발설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은 없을까.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 신설 새롭게 나타난 통신방법과 수단을 통한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 법에 의하면 법률의 근거 없이 우편물의 검열 등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없다. 원시적인 도청 방법의 하나로 속칭 ‘귀대기’라는 것이 있다. 문틈이나 벽에 귀를 대고 벽 안쪽의 대화를 몰래 듣는 방법이다. 장간의 행위는 여기에 해당한다. 장막 밖에서 주유와 부하가 하는 얘기를 엿들었기 때문이다. 법률의 근거 없이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한 것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장간의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 법 제14조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자장치나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하는 경우만을 금지한다. 소리를 크게 만들어주는 기계를 통해 대화를 엿듣는다거나 마이크를 벽 안으로 몰래 넣어 대화를 듣는 경우가 해당한다. 아무런 기계적 도움 없이 사람의 귀를 이용해 엿듣는, 귀대기 같은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간이 조조에게 좀 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주유와 부하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명백히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한 가지 더 살펴볼 문제가 있다. 주유와 부하가 일부러 장간이 듣도록 대화를 한 것이므로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장간이 내용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 주유에게 어젯밤에 본 편지와 엿들은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치자. 이때 장간이 조조에게 확실히 보고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한다. 즉 장간이나 주유는 타인 간이 아닌 대화의 당사자다. 이처럼 대화의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통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그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감청이 아니다.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장간과 주유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조조가 장간의 허락을 얻어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면 어떻게 될까. 조조는 통화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녹음을 하려면 통화의 한쪽 당사자인 장간의 허락만으로 녹음을 해선 안 된다. 주유와 장간 모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결국 장간이 편지를 몰래 훔쳐보거나 대화를 엿들은 것은 처벌되는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로 인해 조조가 채모를 제거하고 결국 적벽에서 크게 패했으니 처벌보다 더한 벌을 받은 셈이 아닐까.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일반인 겨냥…스위스서 ‘곤충 버거’ 등장

    일반인 겨냥…스위스서 ‘곤충 버거’ 등장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곤충 음식이 스위스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통해 다음 주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14일(현지시간) 스위스 현지 언론은 국가 식품 안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슈퍼마켓 체인 ‘쿱’(Coop)에서 밀 웜을 넣어 만든 곤충 버거, 곤충 볼을 판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신생기업 에센토(Essento)가 약 3년 동안 공들인 이들 제품은 오는 21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와 베른, 그리고 취리히를 포함해 쿱의 일부 지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로써 스위스는 사람들에게 곤충을 기반으로 한 음식 제품의 판매를 정식으로 허가한 최초의 유럽국가가 됐다. 식품안전당국 대변인은 AFP통신을 통해 “지난 5월 식품 안전에 관한 법률이 귀뚜라미와 메뚜기 그리고 딱정벌레의 유충 형태인 밀웜 3종의 곤충을 함유한 식품 판매를 허용하도록 바뀌었다”고 말했다. 스위스법에 따르면, 오랫동안 동물 사료로 쓰여온 곤충은 당국의 검열을 받은 회사에서 사람이 소비하기에 적합하다고 고려되기 전까지 엄격한 사후 관리 및 요구 조건에 따라 재배해야 한다. 수입은 엄격한 기준 아래에서 가능하다. 실제로 곤충 요리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반적인 음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인간이 곤충을 소비하는 ‘식충성’은 수천 년 동안 전해져 오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대략 20억 명의 사람들이 곤충을 섭취한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는 간장과 유사한 골든마운틴 소스와 고추에 튀긴 귀뚜라미를 버무린 요리 ‘징 리드’(jing leed)가 인기 간식이며, 멕시코에선 철판에 구운 개미인 ‘치카타나’(chicatanas)를 즐겨 먹는다. 일본에서는 튀긴 매미와 누에나방 번데기, 중국과 브라질에서는 개미가 가장 대중적인 간식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메뚜기를 튀겨 먹어 왔다. 한편 전문가들은 “식량원으로서 곤충은 단백질과 비타민, 지방 그리고 필수 미네랄의 보고”라면서 “또한 음식용 곤충 재배는 전통적인 가축 사육보다 온실가스의 배출이 훨씬 적어 좀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연극제 ‘권리장전 프로젝트’ 올해는 국가의 역할을 묻다

    연극제 ‘권리장전 프로젝트’ 올해는 국가의 역할을 묻다

    지난해 박근혜 정권의 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극으로 맞섰던 연극제 ‘권리장전’ 프로젝트가 올해 ‘국가본색’을 주제로 무대에 다시 오른다.극단 씨어터백과 극단 시지프, 공상집단뚱딴지 등 21개 연극 단체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과 야외공간 등에서 ‘권리장전2017-국가본색’이라는 이름으로 5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지난해 ‘권리장전2016-검열각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문화예술인들이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권리를 되찾기 위함이었다면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국가의 영향력 행사는 정당한가’, ‘국민은 국가 권력 행사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야 하는가’ 등 국가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올해 ‘권리장전’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작품은 극단 씨어터백의 ‘문신’(9~13일)이다. 독일 작가 데아 로어가 1992년에 쓴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가족 공동체 내부에서 은폐된 근친강간의 폭력과 이를 함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인권유린을 고발한다. 한 가족의 비극적인 상황은 민주주의의 정의를 상실한 채 국민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 예술집단 페테의 ‘벽 위에 사는 남자’(16~20일), 극단 숨다의 ‘영웅 말고는 대처할 게 없다’(23~27일), 프로젝트 TOng의 ‘TOng! 不通!’(30일~9월 3일)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에는 연극 연출가 김수희, 부새롬, 윤한솔, 이양구 등 프로젝트를 주도한 4명을 중심으로 동시대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참여했다면 올해는 ‘권리장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청한 신생 극단과 신진 연극인들도 참여한다. 앞서 30~40대 젊은 연출가들을 주축으로 한 연극인들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총 144일간 검열의 의미, 역사, 범주 등의 이야기를 담은 다채로운 연극 무대를 릴레이 형식으로 선보였다.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당시 40회 공연이 매진됐고, 오세혁이 쓰고 이은준이 연출한 극단 파수꾼의 ‘괴벨스 극장’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꼽히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권리장전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project.for.righ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는 1만원.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힙알못’ 구원할 한국 힙합의 바이블

    ‘힙알못’ 구원할 한국 힙합의 바이블

    한국힙합 에볼루션/김봉현 지음·수이코그림/윌북/180쪽/1만 5800원몇 년 전만 해도 힙합은 변방이었다. 물론 아이돌 음악 등에 양념으로 뿌려지며 익숙해지고는 있었다. 그래도 다중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낯설었다. 그런데 어느새 중심으로 훅 들어왔다. 음악 판에서만 맴도는 게 아니다. 미술과 패션,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녹아 있는 힙합은 사회 문화적으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제 힙합은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청소년들은 걸어다니며 스스럼없이 랩을 내뱉고 래퍼들의 행동거지를 따라한다. 벌써 6년째를 맞은 ‘쇼 미 더 머니’를 시작으로 ‘언프리티 랩스타’, ‘힙합의 민족’, ‘고등래퍼’ 등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힙합 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왜 힙합에 열광할까. 대부분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는 점을 꼽는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힙합의 그러한 특성이 청춘을 입 닥치고 있으라며 사회 주변부로 내모는 ‘지금’과 맞아떨어져 빅뱅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 더.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이 없더라도, 단지 시대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뱉는 것만으로도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통쾌한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전히 ‘힙알못’(힙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힙합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힙알못들을 구원해 줄 바이블을 내놨다. 힙합이 움튼 1989년의 ‘김삿갓’(홍서범)에서부터 주류 문화로 진입한 2016년의 ‘작은 것들의 신’(넉살)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한국 힙합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단 한 곡을 골라 감칠맛 나는 글투로 정리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저자 스스로 반박하거나 다른 힙합 전문가의 반박을 보태며 한국 힙합의 유전자 지도가 풍성해진다. 자연스럽게 힙합 전문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도 이 책의 미덕. 90여컷에 달하는 그라피티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이 즐거움을 보탠다. 힙합의 모든 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속가능을 위해 변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힙합이 그동안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와 약자를 공격하는 데 표현의 자유를 사용해 온 경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예술에 제약이나 검열은 없어야 한다’는 말로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조금 다른 문제다. 세상에는 힙합이라는 예술보다 더 크고 중요한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 힙합 역시 이 가치에 기여하는 쪽으로 진보해야 한다. 그 가치란 차별이나 억압, 혐오가 아니라 평등과 인권, 사랑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PD수첩 이어 MBC 시사제작국 PD·기자 제작 거부 선언

    PD수첩 이어 MBC 시사제작국 PD·기자 제작 거부 선언

    MBC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PD수첩’의 제작진이 제작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이에 동참한 것.2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1명은 오는 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선언하는 회견을 열고 경영진 퇴진 및 ‘PD수첩’ 이영백 PD에 대한 대기발령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새롭게 제작 거부에 참여하는 PD와 기자들은 ‘경제매거진 M’, ‘시사매거진 2580’,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의 구성원들이다. 앞서 ‘PD수첩’ 제작진 일부도 회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관련 아이템을 방송하지 못하게 한 것에 항의하며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시사제작국 PD와 기자들은 “시사제작국 PD와 기자들이 한꺼번에 제작거부를 선언하는 건 MBC 역사상 처음”이라며 “우리는 MBC가 공정방송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MBC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시사제작국장 조창호와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그리고 사장 김장겸의 검열이 만연했다”며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세월호, 4대강, 국정원 등이 금기어였다. ‘생방송 오늘아침’도 세월호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왜색 금지’ 방파제 넘나들던 일본 문화 파도

    ‘왜색 금지’ 방파제 넘나들던 일본 문화 파도

    일본을 禁(금)하다/김성민 지음·옮김/글항아리/260쪽/1만 5000원일본 SF 애니메이션의 전설 ‘아키라’가 만들어진 지 29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이다. 제3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의 도쿄를 질주하는 소년들을 그린 이 일본 작품에 대해 국내 팬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사실 ‘아키라’는 1991년 국내 극장에 걸린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작품은 아예 극장 개봉을 할 수 없었는데 왜색(倭色)과 자극적인 장면을 걷어 내며 두 시간짜리를 80분짜리로 줄이고 ‘폭풍소년’이라는 홍콩 작품으로 신분 세탁까지 한 뒤 한국어 더빙판으로 상영됐다. 뒤늦게 일본산(産)으로 알려지며 일주일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지만. 비슷한 시기 일본 만화는 정식으로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왜색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했다. 1992년부터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정식 연재되며 열풍을 일으켰다. 작품 속 배경과 캐릭터는 한국식으로 바뀌었는데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가 사쿠라기 하나미치, 루카와 가에데, 아카기 다케노리라는 일본 이름 그대로였다면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의 인기를 끌었을지 물음표다. 1970~1980년대 TV를 통해 푹 빠져 살았던 ‘마징가Z’나 ‘은하철도999’가 나중에 커서 일본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배신감을 느꼈다는 경우도 많다. 번안곡 수준의 주제가도 신나게 따라 불렀는데, 훗날 한·일 축구 경기에서 양측 응원단이 ‘마징가Z’를 각자 응원가로 불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처럼 해방 이후 1998년 이전 일본 문화 금지 시대에도 일본 문화는 우리 일상 깊숙이 월경(越境)해 들어와 대중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문화사회학자이자 일본 홋카이도대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한·일의 문화적 관계를 되짚기 위해 수십년간 지속된 금지와 월경 현상을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탈식민지화 차원에서 시작된 금지가 ‘일본 제국에서 미국 제국으로의 재편’을 통한 동아시아의 정치적, 문화적 동질화 과정이기도 했다고 분석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의 금지는 한·일 국교정상화에 대한 반발을 억제하고 정권의 친일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실시된 상징조작 중 하나로도 해석한다. 이 시기부터 금지는 정치적 검열 성격도 갖게 된다. 저자는 “아무리 힘을 들여 경계를 긋고 바깥의 존재를 ‘위험하고 불결한 것’으로 규정하고 공고한 방어 장치를 작동시켜도 어느새 뒤섞여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과 만나게 되는 그 과정이야말로 문화이며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문화계 “조윤선 무죄 선고 납득 안 간다”

    문화계는 27일 블랙리스트 관련자 선고 공판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블랙리스트 사건을 오히려 후퇴시킨 판결”이라며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박근혜 정부의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기록하는 백서 발간을 위해 구성된 민간위원회인 검열백서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법원이 이 사건을 헌법 위배 사건으로 명시했지만 유무죄를 따지고 형량을 정하는 방식을 보면 전혀 헌법 위배 사건으로 보지 않은 것 같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은 조윤선 전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이 가진 엄청난 권력을 사용해 벌인 일임에도 고위 공직자의 권한과 책임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인 예술가와 국민의 목소리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을 배급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시네마달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더욱 화가 나고 앞으로가 더 우려스러운 판결”이라며 “곧 출범하는 문체부의 민관합동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했다. ‘다이빙 벨’ 상영으로 최근 2~3년 사이 심한 부침을 겪어야 했던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사건이 중대한 잘못이었다는 게 뒤늦게나마 확인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문체부 진상조사위원회에 출판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는 류지호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 담당 상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몰랐다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며 이번 판결이 국민이나 문화계 정서와 괴리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용서보다 먼저 있어야 할 것/박상숙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용서보다 먼저 있어야 할 것/박상숙 문화부장

    “나, 오늘 화이트야!” 문화계 블랙리스트 얘기가 나오자 고은 시인은 입고 온 하얀색 남방을 내보이며 농을 걸었다. 얼마 전 본지가 창간 113주년 기념행사로 개최한 시 낭독회를 위한 저녁 자리. 연극배우 손숙이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걸 얘기하며 시인을 향해 “선생님도 그렇잖아요?”라고 묻자 내놓은 멋들어진 대답이었다. 백팩을 메고 청년처럼 나타난 노시인의 유머에 웃음이 터졌다. 코미디 같은 시대 상황을 격조 있게 비트는 내공이 남달랐다. 사실 블랙리스트는 저질 코미디 같은 유치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2차대전 후 소련과 체제 및 군비 경쟁에 몰두했던 미국은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삐딱한’ 인사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1949년 소련의 핵실험 성공에 조바심이 나던 차에 “반공”을 외치며 등장한 정치인 조 매카시에게 미국 정치권은 반색했다. ‘매카시즘’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인사들을 길들이고자 했던 연방수사국(FBI) 국장 에드거 J 후버에 의해 조장됐고, 극우 언론의 호들갑(미국 어디든 공산주의자들이 없는 곳이 없다)에 광풍으로 번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트럼보’는 바로 블랙리스트의 폭풍우를 지나온 할리우드 이야기다. 천재 시나리오 작가 달턴 트럼보는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간 할리우드 영화산업계 종사자 43명 중 하나였다. ‘알고 있는 공산당원을 대라’는 으름장에도 ‘고자질’을 거부한 트럼보를 비롯한 10명은 ‘할리우드 텐’으로 불리며 의회 모독죄로 감방에 처박혔고 일자리를 잃었다. 생계를 위해 가명으로 시나리오를 양산하던 그가 동료 이름으로 쓴 ‘로마의 휴일’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으나 오스카 트로피가 그에게 전해진 건 사후 17년이 지나서였다. 할리우드를 20년간 억누른 블랙리스트는 영화인의 재능만 허비한 채 별무신통하게 끝났다. 반복은 역사의 숙명인가 보다. 일제강점기에 일상화된 검열과 억압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도 지속됐다. 정통성이 취약한 정권일수록 코웃음 나오는 블랙코미디를 엄숙하게 일삼아 왔다. 전직 대통령과 닮아 방송 출연을 금지당하거나 신문 연재소설에서 군인 출신 경비원을 시니컬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작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고문을 당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떠다녔다. 흘러간 줄 알았던 옛이야기는 지난 10년간 더욱 교묘하게 전개됐고, 직전 정권에선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총동원돼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이번 주는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에 중요한 분수령이다. 사흘 뒤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에게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약속했던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위원회도 이르면 주 내 돛을 올린다. 도 장관은 필요할 경우 직접 진상 조사위에 참여하고 문체부 내 관련자도 세세하게 들여다보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탄력 붙은 적폐청산 작업을 둘러싼 불편한 기색은 그래도 여전하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시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국론 분열 운운하며 국정 농단에 대한 단죄를 위험한 정치 보복으로 몰아간다. 그래서일까. 요즘처럼 용서와 화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적도 없었던 듯하다. 문제는 선후에 있다. 일본의 논객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시비를 판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영어의 정의(Justice)에는 재판이란 뜻도 있다. 먼저 추상같은 법의 심판으로 정의를 세우고서야 용서를 꺼낼 수 있다. 법정에서도 형을 선고한 뒤 벌을 유예해 주지 않나. 용서는 그다음이다. okaao@seoul.co.kr
  • [특파원 칼럼] 미완의 인터뷰/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완의 인터뷰/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다이칭(戴晴·76·본명 푸닝)의 친아버지 푸다칭은 천두슈와 함께 중국 공산당을 창당했고 저우언라이와 난창봉기를 일으켰다. 1940년 일본헌병대에 암살된 항일투사이기도 하다. 다이칭의 양아버지 예젠잉은 마오쩌둥과 대장정을 이끈 홍군의 영웅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10대 원수 중 한 명으로 추대됐다. 예젠잉은 절친이었던 푸다칭이 죽자 다이칭을 입양해 지극정성으로 키웠다.중국 인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두 아버지를 둔 다이칭은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시진핑 등 혁명가 자제들과 유복하게 자랐다. 공산당 간부의 자녀들이 입학하는 하얼빈 군사공정학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부했다. 군 비리의 몸통으로 몰려 낙마한 쉬차이허우 전 군사위 부주석이 대학 친구다. 하지만 그녀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시위 때 시위대 편에 서면서 반체제의 길로 나섰다. 다이칭을 처음 만난 건 2015년 춘제(春節·설) 전날이었다. “마침 공안의 감시도 덜하니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하자”며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허락했다. 손수 기른 유기농 쌀을 챙겨 주던 그녀의 얼굴에선 훙얼다이(紅二代·혁명 원로의 자손)의 권세도, 반체제 인사의 비장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향집에 계신 어머니처럼 푸근했다. 다이칭을 다시 만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류샤오보(62)가 사망한 지난 13일이었다. 다이칭과 류샤오보는 1989년 톈안먼 광장에 함께 있었던 동지다. 광장이 유혈 진압된 직후 류샤오보와 함께 구속됐다. 이후 류샤오보는 공산당 체제 전복과 서구식 민주주의 도입을 주장했고 다이칭은 공산당 체제를 바탕으로 한 사민주의적 개혁을 외쳤다. 다이칭은 산샤댐 건설을 5년 이상 중단시킬 정도로 당국에는 눈엣가시였지만, 두 아버지 덕택에 다시 감옥에 가지는 않았다. 예상대로 다이칭과의 통화는 쉽지 않았다. “지금 연락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자메시지만 왔다. 드디어 지난 17일 통화가 이뤄졌다. “내가 오늘 태국에 왔어. 아예 떠나 온 거야. 류샤오보 문제로 매우 긴장된 날을 보냈어. 추모도 제대로 못하고 온 게 못내 아쉬워.” 다이칭은 중국을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베이징은 물가가 너무 비싸고 공기도 안 좋잖아. 나 같은 늙은이가 살기엔 적당하지 않아. 태국에 오니 방세가 절반도 안 돼.”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중국 공민이야.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지. 젊은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면 인터뷰는 가능하다고 해서 이메일로 이런저런 질문을 보냈다. 다음날 문자가 왔다. “답변을 다 완성했는데 이상하게 메일 전송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중국 통신사 이메일 계정을 쓰고 있었다. “당국이 보기엔 민감한 내용이라 중간에서 계속 걸러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검열이 없는 구글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인터뷰 기사가 혹시 할머니의 이민 생활에 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 친구, 중국에서 살아 보니 어때? 자유가 없다고, 공기가 나쁘다고 중국을 너무 미워하진 마. 나는 벌써 중국이 그리워. 류샤오보는 미국식 민주주의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아. 중국 인민의 힘을 믿고 싶어. 나중에 만나서 못다한 얘기를 하자구.” 좀더 자유로워진 중국 땅에서 다이칭과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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