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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호프 희극정신 제대로 전해야죠” ‘갈매기’ 연출 지차트코프스키

    러시아를 대표하는 모스크바예술극장의 무대막에는 비상하는 갈매기가 새겨져있다.세계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걸작 ‘갈매기’를 기리는 상징물이다.18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될 당시 혹평을 면치 못했던 이 작품은 2년 뒤 이 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려져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체호프 서거 10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연극 ‘갈매기’(4월14일∼5월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의 초빙 연출가 그리고리 지차트코프스키(45)는 “한국에 오던 날 극장앞을 지나면서 ‘그때 러시아인들이 느꼈던 감동을 어떻게 한국 관객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지차트코프스키는 2001년 러시아의 권위있는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는 등 러시아 현역 최고의 연출가로 꼽히고 있다. ‘갈매기’는 체호프를 현대 연극계의 독보적인 위치로 올려놓은 대표작이지만 내용이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근래 들어 러시아 관객들조차 외면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벚꽃동산’‘세자매’등 체호프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그리 각광받지 못하는 편이다.20년 경력의 지차트코프스키가 ‘갈매기’를 연출하는 것도 이번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그는 “러시아에선 가장 용감한 연출가와 배우들만이 체호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면서 “연출을 의뢰받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한국에 오는 비행기안에선 ‘장례식때 샴페인을 마셔달라’는 체호프의 마지막 유언처럼 샴페인을 터뜨리기 위해 방한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재은(아르카지나)오만석(트레플레프)등 함께 작업하는 한국 배우들이 러시아 배우들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배우는 또다른 국적,제3의 성(性)이고,연극 연습은 배우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섣부른 비교를 경계했다. 이번 무대는 초연 당시 왕실검열관에 의해 삭제됐던 15분 분량의 대사를 모두 복원한 세계 최초의 원본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그는 “좋은 고전작품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상황적인 모순에서 오는 코믹함을 강조한 체호프의 희극 정신이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해지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이순녀기자˝
  • 시민단체 ‘法 불복종’ 운동 확산

    “악법은 어겨서라도 고치겠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인터넷 실명제 등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등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정 법률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한 만큼 관련 법률을 일부러 ‘어기는’ 불복종 시위에 나서는 한편 처벌이 이뤄질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그러나 불복종 운동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견 무시 위헌 요소”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지난 1일부터 발효된 새 집시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불복종 운동도 진행중이다.대표적인 단체는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연석회의·http:///jipsi.jinbo.net).전국민중연대와 참여연대,민주노총,인권운동사랑방 등 86개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4일 연석회의 발족식을 갖고 개정 집시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공동대표는 “새 집시법은 국민의 의견이 무시된 채 편법으로 만들어져 탄생부터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법률이 정한 기준과 집회장소 등을 따를 경우 사실상 집회와 시위가 원천봉쇄되는 만큼 불복종 운동을 통해 집시법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6·3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해 첫 불복종 운동에 나섰으나 경찰이 집회를 허용,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새 집시법은 대규모 시가 행진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앞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지난 1월부터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매주 목요집회를 벌이고 있다.조순덕 민가협 회장은 “개악된 집시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특히 오는 20일 이라크 전쟁 개전일에 맞춰 서울시청과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시법 불복종 반전집회를 계획중이어서 경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인권운동사랑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인터넷 국가검열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국회 통과를 앞둔 인터넷 실명제 반대 캠페인 전개를 위해 홈페이지(www.freeinternet.or.kr)를 개설하는 등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 운동을 전개중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치권이 노조의 정치자금 모금을 금지하고 정치 신인의 TV토론 기회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총파업 등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악법도 법’ 정서 거스를 우려 시민단체들은 불복종 운동과 더불어 헌법소원 등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중심으로 ‘집시법 대응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전면적인 집시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청원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고문)변호사는 “법률지원단에서는 실질적인 집회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집시법이 가지고 있는 독소조항까지도 일괄적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집시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개정 집시법은 위헌 소지가 큰 만큼 개악 집시법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는 즉시 헌법 소원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인터넷 실명제가 포함된 선거법이 만들어진다면 위헌 소송을 내고 폐지운동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이들은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을 허위정보·비방 유포자로 전제하는 명백한 사전 검열이자 익명성을 바탕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여론형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면서 “위헌 소송을 내고 폐지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불복종 운동에 대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의사표시 범위에서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불복종 운동에 나서는 것이 자칫 ‘악법도 법이다.’라는 국민 정서를 거스를까 우려된다.”면서 “헌법소원이나 입법청원 등에 주력하고 불복종 운동은 상징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儒林(38)-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정광필과 안당을 비롯하여 의정부 대신들이 이르기 직전,중종은 검열 채세영(蔡世英)으로 하여금 조광조의 죄상을 기소하는 교지를 쓰도록 하였다.그들이 오기 전에 조광조 일파에 대한 유죄방침을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주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채세영은 붓을 쥐고 떨고만 있을 뿐 죄상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에 가승지로 임명된 성운이 소리쳐 말하였다. “어찌하여 교지를 쓰지 못하느냐.” 채세영이 손을 떨면서 대답하였다. “이들의 죄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함부로 빈말을 쓸 수는 없습니다.” 교지를 차마 쓸 수 없다는 말에 성운이 채세영의 붓을 빼앗아 대신 쓰려하자 채세영이 소리쳐 말하였다. “이것은 사필이오.” 화가 난 성운이 칼을 들어 채세영의 손을 베려하였다.그러나 채세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대답하였다. “그대가 내손을 벤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쥘 수는 없는 붓이오.” 채세영의 말은 사실이었다.사필은 역사를 기록하는 필법으로 그 어떤 권력도 감히 빼앗을 수 없는 붓이었던 것이다. 이에 보다 못한 남곤이 나서서 중종의 전지(傳旨)를 대신 쓰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중종의 교지는 의정부 대신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완성된 것이었다.마침내 정광필과 안당을 비롯하여 의정부 대신들과 사관들이 모두 이르자 남곤은 이들 앞에서 조광조에 대한 유죄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조광조·김정·김식·김구 등 4인 등은 서로 붕당을 맺어 자기들에게 붙은 자는 관직에 나가게 하고 다른 자들은 배척하여 성세(聲勢)로 서로 의지하여 권요(權要:권세가 있는 요직)의 자리를 차지하고 후진들을 유인하여 궤격(詭激:과격하게 비난하는 것)함의 버릇을 이어지도록 하였으며,국론과 조정을 날로 그릇되게 하여 조정에 있는 신하들이 그 세력의 치열함을 두려워해서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하였으며,윤자임·박세희·박훈·기준 등이 이에 화부(和附)하여 궤격한 논의를 한 일을 추고토록 하라.” 중종의 전지를 들은 정광필을 비롯한 노대신들은 기가 막혔다.추고(推考)라면 ‘피의자의 죄상을 문초하여 밝혀내는 것’인데,그렇다면 조광조를 비롯하여 사림파들을 죄인으로 단정하고 있지 않은가.중종은 노대신들이 입궐하기 전에 훈구파 대신들로만 구성된 군신회의에서 조광조를 죄인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의정부 대신들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조광조를 죄인으로 기소하려는 전지를 선포하면서 모든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붕당죄’는 사형에 해당되는 중죄였다.만약에 조광조를 ‘붕당죄’로 기소한다면 조광조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게 될 것이었다. 이에 정광필이 나서서 말하였다. “상감마마 조광조의 일당들이 과격하기는 하였으나 상감마마를 속이고 붕당을 맺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러자 중종은 ‘조광조 등을 붕당죄로 처형해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조정에서 이미 그렇게 하자고 청하여 왔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였다.이 말을 들은 정광필은 간곡히 호소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상감마마께오서 조광조를 붕당죄로 다스릴 것을 조정에서 청하였다고 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제가 궁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말하기를 ‘상감마마께오서 조광조의 죄를 청하라고 시키셨으니 이것은 모두 상감의 뜻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 儒林(38)-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38)-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정광필과 안당을 비롯하여 의정부 대신들이 이르기 직전,중종은 검열 채세영(蔡世英)으로 하여금 조광조의 죄상을 기소하는 교지를 쓰도록 하였다.그들이 오기 전에 조광조 일파에 대한 유죄방침을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주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채세영은 붓을 쥐고 떨고만 있을 뿐 죄상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에 가승지로 임명된 성운이 소리쳐 말하였다. “어찌하여 교지를 쓰지 못하느냐.” 채세영이 손을 떨면서 대답하였다. “이들의 죄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함부로 빈말을 쓸 수는 없습니다.” 교지를 차마 쓸 수 없다는 말에 성운이 채세영의 붓을 빼앗아 대신 쓰려하자 채세영이 소리쳐 말하였다. “이것은 사필이오.” 화가 난 성운이 칼을 들어 채세영의 손을 베려하였다.그러나 채세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대답하였다. “그대가 내손을 벤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쥘 수는 없는 붓이오.” 채세영의 말은 사실이었다.사필은 역사를 기록하는 필법으로 그 어떤 권력도 감히 빼앗을 수 없는 붓이었던 것이다. 이에 보다 못한 남곤이 나서서 중종의 전지(傳旨)를 대신 쓰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중종의 교지는 의정부 대신들이 도착하기 직전에 완성된 것이었다.마침내 정광필과 안당을 비롯하여 의정부 대신들과 사관들이 모두 이르자 남곤은 이들 앞에서 조광조에 대한 유죄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조광조·김정·김식·김구 등 4인 등은 서로 붕당을 맺어 자기들에게 붙은 자는 관직에 나가게 하고 다른 자들은 배척하여 성세(聲勢)로 서로 의지하여 권요(權要:권세가 있는 요직)의 자리를 차지하고 후진들을 유인하여 궤격(詭激:과격하게 비난하는 것)함의 버릇을 이어지도록 하였으며,국론과 조정을 날로 그릇되게 하여 조정에 있는 신하들이 그 세력의 치열함을 두려워해서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게 하였으며,윤자임·박세희·박훈·기준 등이 이에 화부(和附)하여 궤격한 논의를 한 일을 추고토록 하라.” 중종의 전지를 들은 정광필을 비롯한 노대신들은 기가 막혔다.추고(推考)라면 ‘피의자의 죄상을 문초하여 밝혀내는 것’인데,그렇다면 조광조를 비롯하여 사림파들을 죄인으로 단정하고 있지 않은가.중종은 노대신들이 입궐하기 전에 훈구파 대신들로만 구성된 군신회의에서 조광조를 죄인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의정부 대신들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조광조를 죄인으로 기소하려는 전지를 선포하면서 모든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붕당죄’는 사형에 해당되는 중죄였다.만약에 조광조를 ‘붕당죄’로 기소한다면 조광조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게 될 것이었다. 이에 정광필이 나서서 말하였다. “상감마마 조광조의 일당들이 과격하기는 하였으나 상감마마를 속이고 붕당을 맺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러자 중종은 ‘조광조 등을 붕당죄로 처형해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조정에서 이미 그렇게 하자고 청하여 왔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였다.이 말을 들은 정광필은 간곡히 호소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상감마마께오서 조광조를 붕당죄로 다스릴 것을 조정에서 청하였다고 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제가 궁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말하기를 ‘상감마마께오서 조광조의 죄를 청하라고 시키셨으니 이것은 모두 상감의 뜻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 [인터넷 실명제 도입 논란] “네티즌에 재갈” VS “게시판 정화 필요”

    총선을 50일 남짓 앞두고 인터넷 실명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9일 인터넷 매체 게시판의 선거 관련 글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개정안을 마련한데 따른 것이다.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인터넷 언론 등은 ‘표현의 자유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그러나 무책임한 폭로전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개특위의 인터넷 실명제 방안은 오프라인 언론사의 홈페이지와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대화방 등을 대상으로 한다.홈페이지 운영자는 네티즌이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올릴 때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찬성쪽 다소 높아 일부 사이트가 ‘인터넷 실명제’를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엇갈렸다.진보 성향의 네티즌이 많이 찾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는 22일 현재 설문에 응한 1842명 중 반대 의견을 밝힌 사람이 1544명으로 83.8%를 차지했다.찬성 의견은 268명,14.6%에 그쳤다.나머지 30명은 ‘판단유보’를 택했다. 반면 포탈사이트 다음(www.daum.net)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5541명 가운데 56.6%인 3136명이 ‘게시판 정화 및 책임있는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반면 ‘표현의 자유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반대한다.’는 의견은 2305명,41.6%로 찬성보다 적었다.조선일보 인터넷(www.chosun.com)에서는 전자서명(938명,36.4%)이나 실명제(1098명,42.6%)를 도입해 통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79.0%를 차지했다.‘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540명으로 20.9%에 그쳤다. 전자신문이 지난 13일부터 나흘 동안 네티즌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42.3%가 ‘(적극)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적극)반대한다.’는 의견은 24.4%에 그쳤다.33.3%는 ‘보통’이라고 답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인터넷 실명제의 추진 배경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51.7%가 ‘정치인이 인터넷 낙선운동을 의식,자신의 이익을 위해 통과시켰다.’고 답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올바른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24.3%,‘개인 인격이나 기업,기관의 명예 훼손 방지’는 22.9%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정개특위측은 “실명제는 조화와 자정을 위한 촉매제이지 족쇄가 아니며 인터넷 청정운동의 씨앗”이라며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하지만 참여연대와 민주노총,환경운동연합 등 95개 시민사회단체는 인터넷국가검열반대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장창원 목사)를 결성,실명제 도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전문가들 “효용성 의문” 인터넷 전문가들은 ‘현실을 모르는 선언적인 조치’라며 실명제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현재 부분적인 실명제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박병용 서비스팀장은 “흑색 선전꾼 들은 주민등록생성기 등을 통해 자기 위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회원제나 게시판의 이용방법이 사이트마다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실명제를 추진하는 것보다 아이디나 IP 공개 등 각 사이트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불법선거운동 단속보다는 전반적인 토론문화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인터넷 언론인 아이뉴스 24 이창호 대표는 “진보 성향을 가진 네티즌간 의견교환을 억제하고 인터넷을 일종의 통제도구로 두자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인권위 “인터넷실명제는 사전검열”

    17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도입을 추진중인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명백한 사전검열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20세 이상으로 규정된 선거연령도 낮추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정치관계법 개정안과 관련,▲인터넷 실명제 도입 반대 ▲선거연령 하향조정 ▲정치신인 진입장벽 완화 ▲다양한 계층의 대표성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의장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인권위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명백한 사전검열일 뿐 아니라 익명성에서 기인하는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여론 형성의 권리를 제한하고 개인의 자기정보 관리 통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전면 재고를 권고했다.인권위는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가 토론과 설득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권리실현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선거권을 20세 이상에 주고 있는 데 대해 “18세 이상을 성인으로 규정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기준에 어긋날 뿐 아니라 18세부터 병역의무와 공직진출 자격을 부여한 병역법,공무원임용및시험시행규칙 등 국내 법령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18세나 19세로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강명득 인권정책국장은 “미국,독일,영국 등 전 세계 100여개 나라가 18세 이상의 연령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
  • 남극 쇄빙선 1만톤급으로

    정부는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건을 계기로 극지 연구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위해 한국해양연구원 내에 있는 극지연구소를 부설기구로 독립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또 극지 연구의 필수 장비로 꼽히는 쇄빙선도 당초 계획했던 5000t급에서 1만t급으로 규모를 확대 건조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정부 ‘세종기지 합동조사 및 남극기지 검열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내용의 ‘극지 연구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中 “한국戰 외교문서 공개못해”

    |홍콩 연합|중국이 1949년 공산 중국 건국 이후 50여년만에 처음으로 기밀해제하는 외교문서들 가운데 한국전쟁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못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27일 밝혔다.롄정바오(廉正保) 중국 외교부 문서보관소 관장은 이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문서 기밀해제가 중국의 대외관계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 18일 1949년부터 1955년까지의 외교문서 1만여건을 담고 있는 3000여권의 자료를 기밀해제하고 일반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공개한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었다. 롄 관장은 “한국전쟁은 매우 복잡하며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하면 북한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당시 옛 소련과 북한 등 3개국 관계 관련 문서도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선지루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정치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의 북한 관련 문서도 공개됐다.”면서 “중국도 사전 검열을 최소화하고 총괄적으로 기밀해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이런 책 어때요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유재현 지음 창비 펴냄 격변의 현대사를 경험한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3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소설가인 저자는 베트남 공산당 지도자 호치민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패권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비판한다.인도차이나 공산당의 주도권을 쥔 호치민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공산당운동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스탈린식 비타협 노선을 앞세웠다.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메콩 삼각주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습,한때 마약과 섹스의 낙원으로 불린 프놈펜,라오스의 고도 루앙파방 등 인도차이나의 매혹적인 자연과 유적도 다룬다.1만 5000원. 저널리즘의 기본요소 빌 코바치 등 지음 / 이종욱 옮김 한국언론재단 펴냄 미국 애리조나 주 출신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하노이에서 5년6개월간 전쟁 포로로 지낼 때 가장 그리웠던 것은 안락이나 음식,자유,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었으며 “검열하거나 왜곡되지 않은 풍부한 정보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인식에 대한 본능(awareness instinct)’이라 할 만하다.그만큼 뉴스는 우리 삶에 간절한 것이다.이 책에서는 언론의 기본 원칙을 논한다.영국 ‘맨체스터 가디언’의 편집인인 C.P.스콧의 “논평은 자유로운 것이지만,사실은 신성하다.”라는 말은 오피니언 저널리스트에게 퍽 시사적이다.1만 5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 마이클 화이트 지음 / 안인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동물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 고기를 먹지 않은 채식주의자이자 사람을 죽이는 전쟁기구를 만드는 데 열광한 발명가.인간의 시체를 며칠 밤낮으로 해부하면서 인간의 신체가 가치없는 인간이 지니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경탄한 과학자.아름다운 성모와 여성을 즐겨 그리면서도 여성을 혐오하고 미소년만 사랑한 화가.그가 ‘르네상스 맨’이란 한마디로 표현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그는 모든 기록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읽지 못하도록 왼손을 이용해 ‘거울글씨’를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남들이 자기 생각을 훔쳐갈까 두려워 했던 것이다.1만 8000원. 이거룡의 인도사원 순례 이거룡 지음 한길사 펴냄 세계 사상의 요람인 인도 곳곳에 널려 있는 사원들을 종교학자의 눈으로 살폈다.“참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참되다.참되고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이 셋은 영원하며,하나의 실재를 드러내는 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오는 카주라호 사원,태양사원으로 불리는 코나락 사원 등 힌두교 사원을 탐방.불탑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산치의 마하스투파,카를라 탑원 등을 둘러보면서 흔히 인도 불교학자들이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로 드는 ‘불교의 자연사’,즉 불교가 소멸해 힌두교의 넓은 바다에 용해되었다는 견해를 소개한다.1만 5000원. 리더십 3막 11장 존 휘트니·티나 팩커 지음 / 송홍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창조’를 해낸 사람은 셰익스피어라고 했다.그가 탐색하지 않은 주제란 하늘 아래 거의 없다.선과 악,사랑과 증오,정의와 불의,오만과 겸손,죄의식과 결백,전쟁과 평화 등 세상사의 온갖 주제를 다뤘다.그 중에서도 특히 되풀이해 다룬 주제가 리더십이다.이 책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권력의 본질과 리더십의 기본 원리를 살핀다.저자들은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며,리더십은 연극적 능력이라고 말한다.1만 7500원.
  • 대한매일 제정 제13회 교통봉사상/본상

    ●최준일(43)-도로부문.건교부 도로국 건설관리과 토목주사 지난 80년 토목직으로 건교부에 들어왔다.최씨는 평소 도로안전시설 성능평가시험장 건설에 앞장서는 한편,교통사고가 잦은 곳에 찾아다니며 개선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특히 중앙분리대 설치사업 및 각종 도로안전 시설 확충사업 추진으로 도로안전성 향상에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아울러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제·개정업무를 담당하면서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했다. ●노봉호(39)-육운부문.삼운회 교통봉사대 사무처장 10년째 삼운회 교통봉사대에서 일하고 있다.청주시 48개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교통깃발 배포,매주 토요일 수신호 활동전개 등 선진 교통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 전달 및 불우 노인 효도관광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흥문(45)-안전부문.강릉시청 교통행정과 지방기계 주사 지난 79년 강릉시청에 들어와 24년째 일하고 있으며 차선도색공사 직영화(98년 5월)로 연간 2억 5000만원의 예산절감 효과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또 교통신호 연동화사업(97년5월) 및 교차로 개선사업으로 도심교통 소통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됐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설치 및 매일 아침 학교앞 교통봉사 활동으로 무사고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종광(51)-항공부문.대한항공 운항표준부 선임기장 18년간 민간항공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다.그동안 1만2000여 시간을 무사고 비행하면서 나름대로 항공교통분야에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교관·검열 조종사 및 기장 노선자격 심사관으로 위촉돼 비행안전에 기여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특히 대통령 전용기 조종사로 발탁돼 민간 외교관 역할 등의 국위 선양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 노동자의 일상속 ‘꿈’ 들은…/김하경 소설집 ‘숭어의 꿈’

    “숭어 한마리가 파란 바다 위를 솟구쳐 오른다.그 역동적인 힘찬 몸짓에 가슴이 설렌다.사진을 찍듯이 삶의 현장에서 숭어처럼 힘차게 뛰어오르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글 속에 영원히 담아둘 수는 없을까.” 김하경(58)의 소설집 ‘숭어의 꿈’(갈무리 펴냄)은 숭어의 이미지처럼 솟구치는 싱싱함이 넘친다.전태일문학상을 받은 ‘합포만의 7월’을 취재하기위해 서울과 마산·창원을 오가던 그가 91년 아예 마산에 눌러앉으며 10년 동안 건져올린 노동 현장의 이야기들에는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난다. ●김 모락모락 나는 노동현장 이야기 28편의 짧은 작품은 노동자인 ‘숭어’의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꿈’을 다룬 것인데 노동소설의 도식성을 벗어버린다.웃고 울고 고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일상을 세밀하고 재미있게 그리면서 노동조합·노동운동이라는 딱딱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숴버린다. 맞벌이 노동자가족이 자동차 한대를 산 뒤 중산층이 되려는 꿈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룬 ‘됐나?됐다!’,노동조합을 와해시키면서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이 자신도 구조조정의 피해자가 되는 ‘부메랑’ 등은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을 만한 애환을 담았다. 또 술마시고 외박한 남편이 아내의 바가지가 무서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미리 엄포를 놓으며 집으로 들어갔다가 아내가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바람에 곤혹을 치르는 과정을 다룬 ‘장미전쟁’이나 밤 10시30분에 시작한 맞벌이 노동자의 부부싸움을 시간대로 묘사한 ‘의견 일치’ 등은 평범한 월급쟁의 일상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이런 다양한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의 전형을 확보하고 그 사연을 촘촘히 엮어 사회의 단면도를 만든다. ●평범한 월급쟁이 일상등 코믹하게 그렇다고 작가가 노동해방·인간해방에 대한 열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원래 뛰는 고기는 미끼를 물지 않는 법이다.알긋나?”(35쪽)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흔들리지 않는 노동자들의 건강함을 중심에 세운다.그러면서도 “치열한 투쟁 현장을 다루되 잃어버리기 쉬운 예술의 다의적 미학적 탄력성을 결합하겠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처럼 ‘숭어의 꿈’이 지니는 미덕은 소재주의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재미와 문학적 감동을 담보한 채 현실주의 문학의 아름다운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전화 통화에서 “이번 작품집에는 금속노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기회가 닿으면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인 교육문제나 병원 문제를 다룬 이야기도 쓰고 싶다.”고 했다. 6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10년 동안 교직에 몸담으며 ‘주간시민’에 ‘여교사 일기’를 연재했고 방송작가로도 일했다.방송사 통폐합과정에서 사전 검열에 항의,사표를 내고 사당동 집에서 쉬다가 눈뜨고 못볼 참상에 맞서 철거민협의회 등에서 일하다 88년 실천문학에 단편 ‘전령’으로 등단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다른 이름·다른 시간 그리고 같은 운명/극단 파티 ‘추적’

    극단 파티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추적’(원제 Reader)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객석에도 전달된다.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고 편안히 극의 흐름을 관조하기보다는 등을 곧추세우고 곳곳에 포진한 숨은 의미를 끊임없이 ‘추적’하게 만든다.다소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지만 지적인 탐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는 남미 저항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원작이 지닌 복잡한 구조 자체에서 기인한다.연극은 한 공간에서 과거와 미래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다층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막이 오르면 무대는 1980년대 보안사 검열관 문민호의 사무실을 보여준다.원고를 검열해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그는 어느날 자신을 모델로 한 미래소설을 읽고 경악한다.사무실에 찾아온 아들 문혁은 그런 아버지를 다그치며 죽은 어머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암전 이후 다시 무대가 밝아오면 사무실에 동일한 남자가 앉아 있다.그러나 때는 2030년대,남자의 이름은 사로 민으로 변해 있다.컴퓨터로 모든 정보가 완벽하게관리되고,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속속들이 통제되는 사회에서 그는 80년대 문민호와 마찬가지로 검열관으로 일한다.그는 자신과 놀랍도록 닮은 문민호,문혁 부자의 얘기를 다룬 영화 시나리오를 보며 위협을 느낀다.연극은 이때부터 과거와 미래가 교묘하게 맞물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관객을 밀어넣는다.80년대 문민호와 문혁 부자,그의 아내 환희는 2030년대 사로 민,솔 민 부자,그리고 하늬와 겹쳐진다.문민호와 사로 민은 둘다 의식있는 작가였다가 조직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 검열관으로 변신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극의 구조는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보이지만,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교한 구성 덕에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연극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의외로 명료하게 다가온다.경계와 질서,규칙을 강요하는 억압된 사회와 그 경계선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개인의 운명은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꼼꼼한 연출로 유명한 박상현 연출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공연에 앞서 미추산방 등지에서 두차례 워크숍을 하며 작품해석에 무게와 깊이를 더했다.1인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주인공 박지일을 비롯해 출연진들의 연기도 돋보인다.12월7일까지.(02)762-3390. 이순녀기자
  • 녹슬지 않은 사회비판/신학철씨 12년만의 개인전

    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 작가인 신학철(60)이 91년 학고재 전시 이후 12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21일부터 12월21일까지 서울 동숭동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에서 열리는 ‘우리가 만든 거대한 상(像)’전에는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서민들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민중적’ 성격의 작품 120여점이 선보인다. 60년대 ‘자화상’에서부터 70년대 ‘서울 방법전’에 낸 콜라주 작업,80년대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 연작에 이어 90년대 계층문제를 다룬 작품에서 최근 이라크전을 소재로 한 사회비판적인 작품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압권은 16점의 화폭으로 구성된 20여m 길이의 대작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2002년).시골에서 상경한 선남선녀들이 경험한 사회적인 사건과 문화 충격,그리고 거대도시로 성장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서민사적’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른바 ‘모내기 사건’과 관련된 자료와 동료작가들의 찬조 작품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관심을 끈다.신학철은 농촌풍경을 그린 ‘모내기’(1987년)라는 작품으로 1989년부터 10년에 걸쳐 이적성 여부를 둘러싼 법적 싸움을 벌여왔다.미술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를 부각시킨 이 사건은 1999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났고 현재 유엔인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한편 전시장에서는 ‘모내기 사건’을 풍자한 안종관의 희곡 ‘남자는 위,여자는 아래-탁월한 안보적 상상력의 기록’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다룬 희곡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극도 공연된다.시간은 21일 오후 5시30분,22·23일 오후 2시·6시.(02)760-4605. 김종면기자 jmkim@
  • [인터넷 스코프] ‘네티즌’ 말뜻을 되새기자

    얼마 전 평소 가깝게 지내 오던 모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가 잠정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개인 홈페이지로서는 제법 지명도가 높고 방문객도 상당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만만찮았다.그동안 상업적 커뮤니티 사이트에 카페 형태로 개설돼 있다가 자체 검열에 의해 폐쇄당한 홈페이지는 다수 있었지만,이렇게 독립적 성격을 띤 유명 홈페이지가 자진 폐쇄를 단행한 것은 극히 드문 경우였다. 자진 폐쇄라면 흔히 홈페이지가 방문하는 사람이 적어 유명무실해졌다거나 정치적·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거나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개인적 사유라도 있을 법한데,이 경우엔 어느 것도 적용이 되지 않았다.결과적으로는 어느 날 문득 홈페이지의 문이 굳게 잠겨져 버린 것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사연인즉슨 이랬다.어느 날 갑자기 몇몇 유명 대학의 총학생회 명의로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한편으론 인터넷 문화가 가지는 순기능일 수도 있으므로 모두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물론 본인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유명 대학의 총학생회 명의를 도용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으나 그 또한 좀더 효과적인 전파를 위한 방편일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그의 글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동일한 내용으로 ‘도배’되기 시작했고,급기야 그의 행태에 짜증이 난 방문객들과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물론 작가의 독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홈페이지였으므로 그에게 인격적으로 모독이 될 만한 성격의 답글이 올려진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때부터 그는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방문객의 실명을 사칭하여 또 다른 방문객에게 욕설을 늘어놓는가 하면,숫제 그 홈페이지의 주인인 작가에게까지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았으며,하루 1000여 건에 달하는 비방성 도배글을 게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그런 상황이 5개월 가량 지속되자 더 이상 그의 광태를 견딜 수 없게 된 작가가 홈페이지 자진 폐쇄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그에게 지양해 줄 것을 요구할 때마다 그가 내세우는 논리가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였다고 하니 더욱 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혼란스럽다 보니 네티즌들의 여론이 부쩍 더 분분해지고 있다.아직도 생경하기만 한 네티즌이라는 단어가 요즘처럼 힘을 발휘하는 때도 드문 것 같다.그러나 어느새 우리 사회 여론 형성의 중심으로 떠오른 네티즌들의 위상에 비해 그 ‘입’들의 품질에는 돌이켜 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된다.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욕설과 비방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람들,숫제 시비를 이용해 사이버 상에서 자신의 왜곡된 허명을 구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네티즌(Network Citizen)’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할 것인가.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스스로 이 땅의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자질부터 돌이켜 볼 일이다.인터넷 공간은 이제 도저히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엄연한 제국이자 한 세계이고,그 안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도 분명 권리와 책임의 몫은 크고 중요하게 존재할 것이다.욕설과 파렴치와비방만 난무하는 세계라면 과연 누가 그 공간에 살고 싶겠는가. 류 근 (주)야호커뮤니케이션 부사장
  • “조중동 비대화… 족벌제국 형성”/佛르몽드 한국언론시장 비판 “독립언론 바라는 여론 높아”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의 유력 일간 르몽드는 5일 ‘지나치게 비판적인 신문에 대응하고 싶은 한국 정부’라는 제하의 서울발 특파원 기사에서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일간지 3사의 언론 과점을 비판했다. 또 이들 3대 주요 일간지들은 경제계 권력층과 보수파의 시각을 전하고,국영 TV채널들은 정부 입장을 전파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독립언론 출범을 바라는 여론이 높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한국의 언론은 때로 명예훼손을 초래할 정도의,부러운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 언론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각 200만부 이상의 신문을 발행하는 조선·동아·중앙 등 3개 인쇄매체가 관련 시장의 3분의2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점과 정부의 KBS·MBC 지배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르몽드는 언론 과점을 비판하는 진영에서 속칭 ‘조·중·동(르몽드는 조·동·중으로 표기)’으로 불리는 조선·동아·중앙 3사가 “노무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언론 및 족벌 제국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 3사는 87년 민주화가 시작된 후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과거와 마찬가지로 보수진영과 재벌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권력과 조·중·동의 관계는 과거 건전했던 적이 없었다.”며 “지난 61년부터 87년까지 군사독재 시절에는 검열에 순응하며 권력에 협력한 대가로 세금을 거의 면제받았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노 대통령과 이 일간지 3사의 반목 등을 전하며 한국에는 독립 언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인터넷 매체의 확산으로 이들 신문의 언론 독점이 흔들리고 있으며 언론계에 새로운 정치적,세대간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lotus@
  • “송두율은 사상적 탈북자”/ 박홍씨 “술먹은 사람 잡으려고 낯붉은 사람 다 때려잡나”

    “송두율 교수는 사상적인 탈북자로 봐도 무방합니다.공산주의자는 결코 아닙니다.학자로서 순수하게 탈민족주의 를 염원했습니다.차분하게 그가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보수인사로 꼽히는 박홍(朴弘·61)서강대 이사장이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송두율 교수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서강대에서 열린 철학자 대회에서 송 교수와 만나 노래도 함께 불렀던 박 이사장은 송 교수에 대해 “실정법을 거스른 부분은 벌을 받아야 하지만 민족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심경은 이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91년 김기설씨 분신사건 이후 “재야에 죽음을 부추기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한국 학생운동의 배후에 김정일이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었다. 이날 박 이사장은 서강대 사제관에서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송 교수가 입국한 뒤부터 우리 사회가 ‘영웅’과 ‘간첩’을 오가며 대접하는 현실은 송 교수의 고뇌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면서“송 교수는 학자의 입장에서 주체사상에 깊게 들어갔지만 왜 그 체제가 잘못됐는지 하느님 앞에 모자를 벗는 심경으로 그 분 스스로 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박 이사장은 남과 북,자본주의와 공산주의,과거와 미래의 경계인으로서의 경험이 분단의 모순을 극복하는데 열매를 맺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그는 이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벌 받아야 하고 송 교수 스스로도 알고 있다.”면서도 “송 교수가 자수하는데 검찰이 세련되지 못한 방법을 썼다.”고 지적했다.그는 “자꾸 간첩 혐의로만 몰아가면 안 되지요.안 그렇습니까.술 먹은 사람을 잡으려고 낯 붉은 사람은 무조건 다 때려잡는 식 아니냐구요.”라며 목청을 높였다. 박 이사장은 그래서 사상 검열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송 교수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송 교수에 대해 오랫동안 외국에서 유학하며 분단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뇌하다 고향을 찾은 학자로 보고 있었다. “면회도 갈 겁니다.가서진리의 성령을 받아 마치 사오로가 바오로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올바른 판단을 내리라고 조용히 기도할 겁니다.” 구혜영기자 koohy@
  • 이런 책 어때요 / 20세기의 성의 역사

    앵거스 맥래런 지음 / 임진영 옮김 현실문화연구 펴냄 1950년대 뉴욕의 정신과 의사인 프레더릭 워덤은 초인적인 영웅들을 다룬 만화들이 성욕을 자극한다고 비난했다.나아가 슈퍼맨을 파시스트로,박쥐동굴에 함께 사는 배트맨과 로빈을 동성애 커플로,원더우먼을 소녀들의 병적인 이상형 즉 레즈비언으로 낙인찍었다.만화책을 읽음으로써 청소년 비행과 매춘을 저지르게 된다는 그의 말에 상원 법사위는 민감하게 반응했고,만화업계는 즉각 만화책 인가제를 통해 자기검열을 약속했다.성적 선입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이 책은 20세기 성의 역사가 ‘성적 쾌락과 공포의 역사’라는 데 주목한다.1만 5000원.
  • 만해 ‘님의 침묵’ 초판본 첫 공개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선생의 유일한 시집이자 대표작 ‘님의 침묵’ 초판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경기도 광주의 만해기념관(관장 전보삼)은 30일 일제 강점기인 1926년 5월20일 발간된 초판본(회동서관·168쪽)과 34년 7월30일 간행된 재판본(한성도서㈜)을 비롯,지금까지 발간된 ‘님의 침묵’ 130여개 판본을 모두 공개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초판본은 맞춤법통일안(1934년)이 없던 시대에 만해 특유의 조어와 방언 등이 섞인 시어를 말의 장단과 고저에 따라 띄어쓰기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초판본과 재판본은 출판 직후 일제에 의해 금서로 묶여 세상에 제대로 배포되지 못한 희귀본이다. 전 관장은 초판본을 지난 79년 수소문 끝에 개인 소장가로부터 당시 출판 경매사상 최고가로 매입해 보관하다 이번 ‘님의 침묵 판본 특별기획전’을 통해 처음 일반에 선보였다.기획전은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전시 판본 가운데는 유일하게 만해 사진에 담긴 한성도서판(50년 4월),판본마다 다른 시어를 초판을 근거로 정리해 발간한 민족사 정본판(1980년 12월) 등이 눈길을 끈다. 전 관장은 “민족사 정본판을 낼 당시 신군부가 붉은 표지 때문에 검열에서 출판 불가 판정을 내려 발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밖에 ‘님’을 단순하게 ‘Love’ 또는 ‘Lover’로 번역했던 다른 외국어판과 달리 5쪽 분량의 ‘님’에 대한 주석이 달린 프랑스판(Le Silence De Nim,96년)도 관심을 모은다.백담사에서 ‘님의 침묵’의 산실 오세암에 이르는 30리 풍광을 담은 야송 이원자 화백의 무강오세암도(无疆五歲庵圖)와 20편의 시·그림을 엮은 시화(詩畵)도 흥미롭다.고교 시절부터 만해에 심취한 전 관장은 68년 무렵부터 수집에 나서 만해 관련자료 및 유물 600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98년 만해기념관을 설립했다. 전 관장은 “님의 침묵은 석굴암 대불에 견줄 수 있는 위대함을 지닌 책”이라며 “이번 기획전은 만해 정신의 근본원리를 탐색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광주 윤상돈기자 yoonsang@
  • 국감 초점/ “동아일보 취재거부는 언론 탄압”

    문광위 이창동 문화부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도,문광부 및 산하단체 주요보직에 대한 민예총 출신 인사 임명을 ‘편중 인사’로 인정하지 않았다.22일 문광위 국감에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이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똑같다.자신은 원칙대로 했는데,언론이 일을 확대한 것이라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 장관은 ‘문제가 확대된 데 대해 일말의 책임은 느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원창 의원의 추궁에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그러나 편을 가르고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맞섰다.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편중인사와 관련) “참여정부의 문화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한 차례 정회를 거치고서야 “(의원들의 지적을) 깊이 유념하고 예총과 민예총이 협력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감에서는 또한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의 ‘대(對) 동아일보 취재거부’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한나라당 의원들은 “권양숙 여사의부동산 미등기 전매의혹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는데도 취재에 불응하라고 한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했다.고흥길 의원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면서 “기사를 크게 키웠다는 이유로 취재거부를 결정한 것은 권위주의 정부에서의 보도검열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악의적이고 불필요한 보도라고 생각하면 공보관 개인이 ‘그런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가 “(이 수석의 방식이)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지운기자 jj@
  • 지령 20000호-전문가 제언 / 정진석 한국외대 교수 기고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1908년 4월29일자 대한매일신보는 이런 논설을 실었다.“언론을 속박하고 신문잡지의 출판을 검열하야 타국에서 자유로이 발간하는 신문을 보지도 못하고 전하지도 못하게 하면 그 나라를 가히 멸망케 할까.신문기자가 조금 격분한 언론을 게재하면 순검의 포승과 옥중의 형벌로 그 몸을 깨이며 회중(會中)에서 연설하는 자가 조금이라도 정직한 말을 하면 불에 달군 철편으로 그 뼈를 녹이며….” 아마도 신채호가 썼을 이 명 논설은 일본의 한국 침략에 앞장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오스트리아의 정치가 메테르니히(Metternich)의 탄압정책에 빗대어 비난한 글이었다.이등박문은 대한매일신보의 발행인이었던 영국인 배설(裴說:E T Bethell)을 상하이에 있는 영국 청한고등법원(淸韓高等法院)에 고소하여 재판정에 서도록 만들었다.이 논설을 비롯하여 다른 2건의 논설과 기사가 치안을 문란케 하여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들고일어나 많은 사상자를 낸다는 것이 이유였다.배설은 서울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3주일간의 금고형(禁錮刑)을 선고받아 상하이로 가서 복역한 뒤에 돌아왔으나 이듬해 5월1일 36세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그는 서울 양화진(楊花津)의 외국인 묘소에 묻혀 있다. 이등박문이 아니더라도 비판에 관용을 보이는 권력은 없다.언론의 역사는 보도와 논평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긴 투쟁의 연속이었다.권력의 억압에 맞서는 언론의 오랜 투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언론자유의 이론은 발전되었고,마침내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확립하기에 이른 것이다.자유언론은 권력에 대항하여 얻은 투쟁의 결과다. 최근에는 ‘언론 권력’이라는 말이 자주 통용된다.언론이 권력인가.언론의 자유가 크게 신장된 상황에서 언론이 지닌 영향력을 넓은 의미의 권력으로 본다면 권력일 수 있다.언론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도 구제받기 어려운 약자의 입장에서는 언론도 분명 권력이다.모든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의 한마디,신문에 실리는 한 단어가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그렇다고해서 언론과 권력을 대립적인 구도에 놓고 보면 결코 대등한 관계일 수 없으며 따라서 ‘언론권력’이라는 말은 언론의 영향력을 과장해서 표현하고 그 영향력을 바르게 행사하라는 상징적인 구호일 뿐이다.언론은 권력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권력과 언론이 맞부딪칠 때 대체로 권력은 일방적인 승자가 되었다.권력이 언론을 어떻게 유린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실제 사례를 우리는 일제시대와 광복후의 우리 현대사에서 수없이 보아왔다. 한말의 그 치열한 민족지 대한매일신보도 나라가 망한 뒤에는 일제 총독부의 기관지가 되고 말았다.그러나 언론과 권력이 언제나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여론을 통해서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친다.언론이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은 독자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민의 호응을 받을 때라야 발휘된다.언론은 검증 받지 않은 권력이라지만 언론에 대한 독자의 지지가 바로 검증이다.국민의 지지를 지렛대로 정부의 정책과 사회의 변화 또는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비판한다면 권력은 겸허한 자세로 경청해야 한다.그와 같은 견제와 긴장관계는 국민에게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사회를 건전한 발전의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다.비판기능이 거세되고,권력의 선전도구가 된 언론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남한과 북한을 비교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권력은 언론의 비판에 귀 기울이되 확고한 신념과 꿋꿋한 자세로 정책을 추진하면 된다.다양한 비판에 대해서는 역사의 심판에 맡긴다는 신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잘못된 언론은 권력이 견제하지 않더라도 독자와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으며,권력의 비호를 받는 언론을 독자는 외면한다는 사실을 권력과 언론은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이다.독립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을 겪어온 대한매일이 권력에 의연하면서 역사 앞에 떳떳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신문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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