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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풋한 文靑, 희망버스 오르기까지

    ‘시위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다. 중동부터 유럽, 미국을 장악했던 시위대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고, 미래 또한 그러하리란 점을 높이 샀다. 올해 한국에서도 특이한 형태의 시위를 볼 수 있었다. ‘희망버스’다. ‘김진숙의 고공 크레인 농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으로 향한다.’는 게 희망버스의 요체다. 이 같은 특이한 방법의 시위를 고안한 이는 송경동 시인이다. 그는 지금 갇힌 신세다. ‘문제의’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다. 영어의 몸이 된 시인이 산문집을 냈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실천문학사 펴냄)이다. 시인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가족사 등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 송경동은 흔히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던 평택 대추리, 비정규직 투쟁을 위한 기륭전자 등 수많은 시위 현장에서 만났던 열혈 투쟁가의 모습으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아무리 노동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라 한들, 살아 낸 세월 속에 ‘애정이 꽃피던 시절’ 한 자락 없을까. 그도 한때는 시와 노래를, 풋풋한 사랑을 꿈꾸던 푸른 시절이 있었다. 시인은 읍내 장터의 진창길, 악다구니를 쓰며 사는 사람들, 장터 둘레로 술 팔고 몸 파는 집들이 즐비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잦은 도박과 가정불화로 집안은 늘 어두웠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미술과 문학을 좋아하던 여선생님의 영향으로 문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문예반 시절엔 시화전을 앞두고 ‘광주천 물을 붉다고 표현한 죄’로 교감에게 불려가 난생 처음 검열과 체벌을 받기도 했다. 팬시용품 공장 지하 창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시절엔 풋사랑에 가슴 저미기도 했다. 시인은 청년 시절,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돈이라는 녀석은 결국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는 허상이라는 잔인한 현실만 깨닫게 된다. 이후 그는 구로노동자문학회와 전국노동자문학연대에서 활동하며 노동문학운동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꿈꾸는 청춘’과 2부 ‘가난한 마음들’은 어린 송경동에서 청년, 중년을 살아오는 동안 목수 조공이나 배관공, 혹은 용접공 등으로 살며 시인과 노동문학의 꿈을 키워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3부 ‘이상한 나라’와 4부 ‘잃어버린 신발’에서는 산재 사망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거대 자본과 권력에 짓밟힌 사람들의 이야기, 5부 ‘CT85호와 희망버스’에서는 한진중공업 김진숙과 희망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1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광장] ‘SNS 요지경’ 누가 연출하나/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SNS 요지경’ 누가 연출하나/김종면 논설위원

    아랍 격언에 “인간은 자신의 아버지보다 그 시대를 더 닮는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사고나 행동은 모두 시대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만들어 내는 풍경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도대체 판사라는 사람이, 유명 작가라는 이가 언제 이렇게 초라니 방정 떨듯 가볍게 군 적이 있었던가. 법복의 무게는 남다른 것이었다. 작가의 발언은 곧 시대의 예언이었다. 그런데 지금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공간에 떠다니는 그들의 텅 빈 글을 보면 시대가 바뀌긴 바뀌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뼛속까지 친미”라는 현직 부장판사의 한·미 FTA 비난 글로 촉발된 판사들의 SNS 발언은 마침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가카의 빅엿” 수준까지 나아갔다. 돌출적인 ‘트위터식 판결문’으로 이름을 알린 판사가 이번엔 SNS 규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종편에 출연한 가수에게 개념이 없다고 일갈하고 스포츠 스타에겐 “너 참 이뻐 했는데…안녕”이라고 한 작가 공지영은 또 뭔가. SNS 시대의 인간형은 이렇게 경조부박한가. 시대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우리 주위엔 믿음과 공감의 언어로 SNS 공간을 훈훈하게 달구는 이들도 많다. 7만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리는 혜민 스님은 단연 ‘트위터 명사’다. 마음속에 SNS 롤모델을 하나쯤 갖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막말에 감동이 스며들 여지는 없다. SNS의 감동은 비속어로 범벅된 독설이 아니라 치열한 자기성찰의 행간에서 나오는 법이다. SNS 규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왜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좀 더 이성적으로 하지 못하고 시정의 막말을 주워섬겨 SNS의 가치를 떨어뜨리느냐는 것이다. SNS는 일기장 같은 사적 공간이지만 그곳에 올리는 글은 일기와 달리 남에게 보여지는, 아니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분히 공적인 성격을 지닌다. 표현의 자유를 누리되 스스로 살피고 조심하는 자계(自戒)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지영은 이번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다름’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처지가 전혀 다른 선량한 타인에게 ‘인격살인’의 상처를 안겨줬다. 그러고도 반성은커녕 “다 꺼져라.”는 식으로 반응하다니 작가적 양심마저 의심받을 만하다. 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고 했다.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린다. 얼마간이라도 ‘SNS 금식’ 기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동안 트위터 권력에 취해 궤도를 이탈한 적은 없나 겸허히 되돌아보기 바란다. SNS 공간엔 변함없이 글 아닌 글들이 넘쳐난다. 오죽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담팀을 두고 SNS를 규제하겠다고 나섰겠나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무리한 발상이다. SNS상의 표현의 자유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SNS 계정을 차단하는 등 아무리 강력히 규제한들 ‘겁주기 효과’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국내 SNS 이용자 수는 1000만명에 이른다. 무슨 수로 단속하나. 목적을 갖고 달려드는 SNS꾼들을 막아낼 도리가 없다. 머리 하나를 자르면 두 개가 돋아나는 히드라를 물리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헤라클레스라도 될 셈인가. 자정기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독재국가에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SNS 검열’에 매달리기보다 ‘착한 SNS 실천 국민운동’ 같은 캠페인을 벌이는 게 낫다. 깨어 있는 SNS 이용자들이 나서 유해·불법정보를 양산하는 상습 오염꾼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SNS는 선도 악도 아니다. 하지 말라고 규제할 일도, 하라고 강제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규제 논란의 와중에 한편으론 ‘SNS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장·차관들의 SNS 활동을 업무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고비 때마다 쇄신인사 좀 하라고 그렇게 신문에서 글을 써대도 모르쇠로 일관해온 터다. 일머리를 아는 정부라면 오프라인 소통부터 진정성을 갖고 챙기는 게 순서다. 정부가 앞장서 ‘SNS 요지경’을 연출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jmkim@seoul.co.kr
  • [커버스토리-누군가 엿 보고 있다] “남의 성행위 동영상 돌려보며 웃는 건 모럴 테러리즘”

    [커버스토리-누군가 엿 보고 있다] “남의 성행위 동영상 돌려보며 웃는 건 모럴 테러리즘”

    마광수(60)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소설 ‘즐거운 사라’로 1992년 강의 도중 검찰에 연행돼 구속됐다. 9일 전화통화에서 마 교수는 “구속되면서 10년 뒤면 이 사건은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20년이 지나도 코미디가 안 되고, 법률은 강화됐으며 국민의 이중성은 심화됐다.”고 개탄했다. ●“젊은이들 이중성 몸에 배었다” ‘즐거운 사라’는 외설스러운 내용의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저자를 구속한 세계 최초의 사례였고 이후 1997년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2003년 이현세의 만화 ‘천국의 신화’가 같은 혐의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으로 유포된 A양 동영상에 대해 “두 사람은 유부남과 유부녀가 아니고 연애를 하면 누구나 하는 일이 동영상에 담긴 것 아닌가.”라며 “동영상 탓에 사생활이 공개되고 명예가 훼손된 사람을 동정해야지 왕따를 시키거나 문제시 하는 것은 웃긴 일”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마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중성이 몸에 배었다. 다들 사디스트처럼 남의 약점이 있으면 미친 듯이 공격해 대는데 이건 사회악적 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즐거운 사라’로 구속되고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불륜이라 해도 어쨌건 사생활이고 둘이 알아서 할 일이지 간통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촌스럽다. 내가 희생된 음란죄도 애매모호한 것으로 문화적으로 낙후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도 엄연히 그런 일을 하면서 성행위가 담긴 사생활이 공개됐다고 (돌려보며) 비웃는 것은 도덕적 폭력이자 모럴 테러리즘”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불륜에 대해 보여 준 태도를 들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불륜으로 딸까지 낳았지만 오히려 이를 폭로한 신문이 비난받았다는 것이다. 소위 ‘벤츠 여검사’ 사건도 아무리 직업이 검사나 변호사일지라도 불륜은 사생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올해를 ‘검열과의 싸움’으로 보냈다. 에세이, 소설 등 모두 6권의 책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돌아온 사라’ ‘페티시 오르가즘’ ‘권태’ 3권의 책이 ‘19금’ 판결을 받았다. 책이 ‘19금’으로 결정되면 앞과 뒤에 빨간 딱지가 붙고 비닐에 싸여서 유통돼 서점에서도 진열을 꺼리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습니다. 헌법에서 미풍양속을 해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표현의 자유입니까. ‘즐거운 사라’ 사건으로 헌법 소원을 하고 싶은데 그것도 못 해요.” ●“性관념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 특히 ‘권태’는 1989년 처음 발표한 성 심리 묘사 위주의 장편소설이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 개정판을 내면서 ‘19금’으로 결정돼 빨간 딱지가 붙었다. 마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더 나빠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젊은 마광수가 없다.”며 우리 사회 특히 젊은 세대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처럼 밤 문화가 발달한 곳이 어디 있습니까. 룸살롱과 집창촌을 봐도 그렇고 요즘 젊은이들은 비디오, 인터넷 ‘야동’으로 알 것 다 아는데 왜 자유로운 성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최근 4년간 진보적 신문사에서 운영하던 자신의 블로그가 악플과 투서 때문에 폐쇄됐다며 씁쓸해했다. 젊은이들이 사이버테러를 했다며 “신세대가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2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 “나의 트위트 적극 심의하라…” 현직 판사 ‘SNS검열’ 비판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의견표명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현직 판사가 SNS 검열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서기호(41·사법연수원 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위트를 적극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라는 글을 올렸다. 가카와 빅엿이란 말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에서 자주 쓰인다. 그의 글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SNS 및 애플리케이션 심의 전담팀을 만들어 심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방통위는 나의 트위트를 적극 심의하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판사들에게 SNS 사용에 신중할 것을 권고한 가운데, 서 판사의 이번 글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정치적 의견 표명에 대한 적절성과 함께, 판사이지만 사인(私人)으로서 사적공간에 올린 글의 표현 수위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도 논쟁이다. 앞서 서 판사는 대법원 공윤위의 SNS 가이드라인 제정 방침과 관련,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되거나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 같은 문구는 사람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전방부대, 불시 적 침투 훈련에 ‘깜짝’

    6일 새벽 경기북부와 강원도에 있는 부대에 초비상이 걸렸다.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해당 부대들에 일절 아무런 통보도 없이 적 침투를 가상한 불시 대비태세 점검 작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합참은 오전 1시쯤 합참의 핵심 간부와 위기조치반에 포함된 장교 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전방지역의 한 부대에서 폭발음이 났다는 상황을 긴급히 전파했다. 새벽잠을 설친 장성과 장교들은 부랴부랴 합참본부로 복귀했다. 춘천과 철원지역의 해당 부대에서도 주요 간부와 위기조치반원들이 즉각 소집됐고, 대공 용의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지도발 최고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합참은 같은 시각 일부 부대에 알리지 않은 채 적으로 가장한 대항군을 침투시켰다. 대항군은 고도의 침투훈련을 받은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됐다. 작전이 개시된 뒤 일부 부대는 병력과 장비를 움직여 대항군을 붙잡았으나 대항군을 놓친 부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말단 부대의 실제 전투력과 실전 능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정승조 합참의장의 지시로 대비태세 점검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6일 취임한 정 의장은 “적이 도발하면 그들에게는 위기가 되게 하고, 우리에게는 호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말단 부대 지휘관들에게 상시 대비태세 강화를 강조해 왔다. 합참 관계자는 “불시 대비태세 점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커버스토리] 공직자와 SNS… 두 사례로 본 자화상

    [커버스토리] 공직자와 SNS… 두 사례로 본 자화상

    황 팀장의 페이스북은 재미있다. 들어가서 이것저것 따라 읽다 보면 30분,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1978년 까까머리 중학생들의 졸업사진이며, 군데군데 하얀 실금이 남고 잔뜩 빛이 바랜 1940년 외갓집 가족사진,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바뀌어 온 자신의 공무원증 기록 사진 등은 그의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에게는 추억 속으로 떠나게 하는 시간여행 티켓이나 마찬가지다. 매일 새벽 인왕산에 올라 그가 찍어 남기는 풍경은 잿빛으로만 여겨지는 서울이 실상은 이토록 다양한 빛깔을 품고 있음에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행정안전부 황동준 사무관에게 페이스북은 등산과 여행을 좋아하고, 각종 기록과 자료 수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자연인 황동준’으로서 사람들과 관계를 넓히고, 친분을 쌓고, 함께 노는 놀이터와 같다. 굳이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에 대해 발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프로필에 중앙부처 공무원인 나의 소속이 공개된다. 이미 자유로운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올리는 표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컨대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내 생각은 있지만, 어차피 친목용으로 활용하는 공간인 만큼 특정한 정책을 옹호할 필요도 없고, 논쟁의 소지를 만들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 6급 공무원 오모씨도 활발하게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공무원 중 한 사람이다. ‘페친’이 800명을 훌쩍 넘는다. 그는 최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포승줄로 공무원들을 옭아매고 위축시키는 것 같아요.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잖아요.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게 해서는 안 되죠. 어쨌든 최은배 부장판사와 관련된 논란이 인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탓이겠죠.” 그의 페이스북 역시 사람들과 관계를 확장하고 교감하는 공간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대부분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놓기도 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사람들과 나누기도 한다. 다만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하고, 표현을 조금 더 완곡하게 하기도 한다. 그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때는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공무원들은 논란이 될 만한 이슈라면 아예 페이스북 등에서 다루는 것을 피한다.”면서 “부처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직원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모니터링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 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에 징계를 받은 사례들도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대부분 공무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철저히 친목용으로만 쓰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그의 진단이다. 그는 SNS 공간에서의 발언으로 징계받은 적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일말의 걱정이 슬그머니 들곤 한다. “잘못되더라도 잘리기밖에 더하겠냐.”고 자조적으로 내뱉으면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단순한 친목용, 혹은 끊임없는 자기검열. SNS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자화상이다. 박록삼·박성국기자 youngtan@seoul.co.kr
  • [‘판사 SNS 사용’ 사법부 내부 갈등 증폭] 방통심의위, SNS·앱 규제 나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심의하는 전담팀 신설을 결국 강행했다. SNS 이용자들과 언론·시민 단체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통신심의국 산하에 앱·SNS를 담당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 전문 채널을 담당하는 유료방송심의1팀 등의 신설 내용을 담은 직제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방통심의위가 SNS와 앱 심의팀 신설 움직임을 보이자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사실상 검열 조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나꼼수’(나는 꼼수다) 등의 콘텐츠를 규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어 여야 합의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위험한 철학자 지젝 전도사로 나선 ‘로쟈’ 이현우-번역·서평서 출간

    위험한 철학자 지젝 전도사로 나선 ‘로쟈’ 이현우-번역·서평서 출간

    “그들은 우리가 모두 루저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루저들은 저곳 월 스트리트에 있다. 우리가 낸 돈으로 수십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받은 것은 그들이 아닌가. 그들은 우리가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들은 우리가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밤낮으로 몇 주 동안 사유재산을 파괴한다 해도, 2008년 금융 시장 붕괴 당시 파괴된 사유재산의 양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이룬 그 사유재산 말이다.” ‘이 시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62)이 지난달 10일 미국 월가 시위에서 위와 같이 시작한 연설을 한마디 할 때마다 사람들이 따라서 외쳤다. 뉴욕시가 확성기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젝의 연설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지만, 현장의 육성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장됐다. 틱 증상이 있는 지젝은 월가 시위 연설에서 한마디를 할 때마다 티셔츠를 잡아당겼고, 보통은 끊임없이 코를 문지른다.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라캉과 헤겔의 철학을 크로스오버하는 시도를 처음으로 한 지젝은 공산주의자이자 행동가다. 워낙 많은 사람이 그의 책과 철학을 언급해 ‘지젝거린다’(지젝을 인용한다)는 조어가 있을 정도다. 70여권의 책을 썼고 이 가운데 30권 정도가 한국에서 번역됐다. 인터넷에서 필명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가 번역서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9·11 테러 이후의 세계’와 직접 쓴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9·11 이후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이상 자음과 모음 펴냄)를 통해 지젝 전도에 나섰다. ‘실재의 사막’에서 지젝은 9·11 테러를 통해 진정으로 읽어내야 했던 것은 “승자 독식의 안온한 자본주의 체제(지젝은 이것을 매트릭스에 비유했다)의 균열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지젝은 공산주의 시절에 나돌던 구닥다리지만 매력적인 농담 하나를 소개한다. 한 동독 인민이 시베리아에 파견되어 일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보내는 우편물이 검열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두었다. “암호를 정해 두세나. 만일 내가 파란색 잉크로 편지를 써 보낸다면, 그건 내가 쓴 내용이 사실이라는 뜻일세. 만일 빨간색 잉크로 씌어 있다면, 편지 내용은 거짓일세.” 그가 떠난 지 한 달 뒤에, 그의 친구는 시베리아에서 온 첫 편지를 받았다. 파란색으로만 쓰인 편지였다. 편지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굉장하다네. 상점은 질 좋은 음식으로 가득 차 있고, 극장에서는 서방에서 만든 유명한 영화가 상영되지. 아파트는 널찍하고 고급스럽다네. 여기서 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빨간색 잉크뿐이라네.” 그는 월가 시위 연설에서도 언급했던 이 농담을 영화 ‘매트릭스’와 연결해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은 지금의 안전하지만 통제되는 삶에서 한걸음 밖으로 빠져나올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자본주의 매트릭스의 안온한 삶에 머물면서 ‘최후의 인간’으로 살아가겠는가?’ 지젝은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빨간 알약을 삼키고 밖으로 걸어나와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라고 선동한다. 이현우 교수는 “지젝만큼 진보적인 좌파 철학자는 있지만 지젝만큼 이해하기 쉽진 않다.”며 “지젝은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젝!’이란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의 강연 분위기는 ‘나꼼수’(나는 꼼수다) 콘서트처럼 열광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넷 방송 ‘나꼼수’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정권의 실체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있다.”며 지지했다. 지젝이란 이 시대의 철학자를 ‘나꼼수’처럼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방식으로 알리는 것이 서평꾼 ‘로쟈’의 역할이라는 이야기다. 소수 지식인이 지젝의 철학을 이해하기보다는 대중이 그의 문제의식을 공유할 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젝 읽기는 타성과 기득권과 편의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나 ‘우리 집안만 빼고 다 망해라!’와 같은 유구한 심보에 대한 저항이다. 가진 게 많다고 믿는 ‘대한민국 1%’는 지젝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재의 사막’ 1만 9000원, ‘로쟈와’ 1만 3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집필기준’엔 빠진 ‘5·18 - 친일파 청산’ 의무화

    교육과학기술부 직속기관이자 교과서 검정심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17일 제주 4·3사건, 친일파 청산 노력, 4·19 혁명,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2013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수록하도록 규정한 세부 검정 기준을 확정했다. 국편은 이날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대한 세부 검정 기준을 마련해 교과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 발표했다. 국편은 “최근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학교 역사교과서 세부 검정 기준을 조속히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편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준수하였는가’라는 심사 항목에서는 “‘국가적·사회적으로 인정된 주요 역사적 사실(제주 4·3사건, 친일파 청산 노력, 4·19 혁명,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은 충실히 반영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역사교과서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5·18 민주화운동, 과거 독재와 민주화 관련 내용, 친일파 청산 노력 등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과서 수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관련 지역 및 단체의 반발도 거셌다. 교과부가 처음으로 세부 검정 기준까지 공개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고 했지만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검정 기준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집필 기준에는 해당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부 설명회에서도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교과부가 교육과정이나 집필 기준을 따르라고 하는데 집필 기준 등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인재(연세대 교수) 한국역사연구회장은 “집필 기준이 사실상 검열 기준이 되고 있다.”면서 “결국 집필 기준을 고쳐 재고시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으로 100번째 작품 무대 올리는 ‘연출인생 50년’ 김정옥

    올해로 연출 50년을 맞은 한국 연극계의 대부 김정옥(79) 연출가. 우리 나이로 팔순인 그가 요즘 ‘젊음의 거리’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새달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에 100번째 연출 작품이자 50주년 기념작인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이하 ‘흑인 창녀’)을 올리는 것. 공연 준비에 한창 바쁜 그를 지난 16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인 베레모를 멋지게 눌러쓰고 나타난 그는 국내 아이폰 최고령 사용자로 조사됐을 만큼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즐기는 이다. 그런 그가 100번째 작품에서는 유난히 고집을 피웠다. 여주인공 캐스팅을 두고서다. 그는 배우 김성녀(61)를 고집했다. ‘템플’은 과거에 얽매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런데 환갑을 넘긴 김성녀라니, 주위에서 곤혹스러울 만도 했다. ●美 포크너 소설을 佛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 “내가 인생을 80년 살았지. 그중 50년을 연극했고…. 그런데 겪어 보니까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한 50~60대 배우들밖에 없더라고. 젊은 연기자들은 매력적으론 보일 수 있지만 성숙한 재미를 보여주지 못해. 인생의 전성기는 예순부터야. 안팎으로 성숙함이 깃드는 시기거든. 여배우도 50~60대 때 가장 아름다워. 무대 위에서 아주 빛나고 우아하지. 그런 면에서 김성녀만 한 적임자가 또 어디 있겠어.” 그렇다면 왜 하필 ‘흑인 창녀’를 100번째로 선택했을까. “99개의 작품을 연출해 봤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문학과 연극의 만남에 있어 가장 원초적인 작품이지. 배역도 중요한데 작품에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산만해져. 배우 구하기도 어렵고…. 알맹이가 있으면서 압축된 무대를 만드는 데 이 작품이 제격이었어.” ‘흑인 창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소설가 월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상류층 백인 여성 템플이 자신의 아기를 죽인 흑인 하녀 낸시를 구명하기 위해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고백하는 내용의 추리극이다. 1969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한 이가 다름 아닌 김정옥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이후 1978년까지 배우를 달리하며 여러 번 무대에 올렸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제목이 다소 파격적이다. “원작 제목은 ‘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이었지. 그런데 작품에 수녀는 나오지 않아. 포크너와 카뮈는 작품 속 흑인 창녀를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수녀라고 생각해 그런 제목을 붙인 거 같아. 하지만 연극은 흥행성도 생각해야지.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는 다르거든. 그래서 고민 끝에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이라고 제목을 바꿨지.” 그 과정에 ‘시련’도 많았단다. “서슬이 시퍼렇던 1960년대 말 아니야. 어느 날 검열에서 창녀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흑인 수녀를 위한 고백’으로 바꿨지. 그랬더니 관객이 확 줄더라고. 그래서 그 다음 공연땐 ‘흑인 O녀의 고백’으로 고쳤어. 검열에 대한 내 나름의 저항 의미도 있었지. 하하.” 당시에는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1978년 이후 무대에서 사라진 만큼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노()연출가는 그런 관객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친절하게 짚어줬다. “사랑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이 결코 겉치레가 아니라는 게 주제야. 난초는 추위를 겪어야 제대로 꽃을 피운다고 하지 않나. 인간도 고통과 고뇌를 겪음으로써 향기를 갖게 되지. 주변을 보게나. 사람들이 점점 거짓에 포장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어. 이 작품은 그런 것들을 되돌아 보게 해줘.” 그는 여러 번 연출한 작품이지만 할 때마다 새롭다고 했다. 그때마다 연극의 성숙한 맛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도 했다. ●국내 최고령 스마트폰 애용자?… 베레모 즐겨 써 그에게 있어 연극은 ‘삶’ 그 자체이자 ‘종합예술의 결정체’다. 1932년 광주광역시의 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서울로 올라와 수도극장 등에서 영화와 쇼를 보며 예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서울대 문리대 재학 때는 문학 동인회에서 활동하며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영화도 공부했지만 최종 종착지는 ‘연극’이었다. “내 유년기는 일본강점기 때였어. 광주에선 동맹 파업, 좌익 독서회 사건 등 많은 일이 있었지. 나름대로 그때 내가 건방졌어. 서울에 와서 혼자 공부도 하고 그랬지. 연극을 하나 만든다는 건 한 세계와 한 인생을 만드는 거잖아. 영화는 스폰서가 있어야 했지만 연극은 동호인들끼리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게 됐지.”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학장을 거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지낸 그는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을 세 차례나 연임했다. 예술가에서 예술경영인으로, 그리고 다시 예술가로 돌아온 그다. 그래서일까. 공연을 향한 열정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유럽 통합 깨지면 파시즘 부활”

    “유럽 통합 깨지면 파시즘 부활”

    프랑스 낭테르 대학에서 미국 문명학을 가르치는 프랑수아 퀴세(42) 교수는 최근 그리스 등 유로권 위기에 대해 ‘남유럽은 원래 문제가 많았다.’는 식으로 희생자를 비난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수십년간 지속된 자유시장경제와 유럽연합 집행부의 정책 실패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인스티튜트 프랑세즈)이 올해 처음 마련한 ‘프랑스 지성의 새 지평-아시아와의 대화’ 프로그램에 따라 베이징, 타이베이, 서울, 도쿄 순회 강연회와 토론회를 개최 중인 퀴세 교수를 8일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났다. 퀴세 교수는 생클루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와 파리정치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최근 그리스 등의 위기국면에서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유럽인들처럼 나 역시 지금 상황에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유럽 통합 정신은 단순한 정치·경제 통합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 모델은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복지를 실현하는 게 기본 정신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은 공공성은 위축되고 경쟁만 중시하며 개인·국가 채무자를 범죄자처럼 취급한다. 지난 수십년간 금융시장에서 대출을 받아 소비하고 지출하도록 권하던 자들이 이제는 자기들 말을 잘 들었던 시민·국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일부에선 그리스 등이 위기를 겪는 원인으로 포퓰리즘이니 복지병을 든다. -그런 주장은 ‘남유럽은 원래 부패가 심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과시욕 강하고, 게으르다’는 문화적 선입견과 우월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독일 등 유럽 지도자들도 그런 태도를 보인다. 그리스를 비난하며 속죄양으로 삼으려는 ‘희생자 비난하기’를 넘어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위기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나. -유럽연합 집행부는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각국이 채택하도록 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정책을 장려하고 모자란 재원은 빚을 내서 지출하도록 했다. 거기다 개방경제로 원자재 가격은 불안정해졌다. 극도로 부패하고 막대한 부를 누리며 호의호식하던 부유층과 특권층이 아니라 민중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는 유럽 각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긴축재정을 통해 희생자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시민들이 없다면 유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일통화도 유지하고 유럽연합도 유지하길 희망한다. 그게 아니라면 굉장히 위험하다. 20세기 초반처럼 극우 파시즘 망령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처럼 우리도 문제의 근원인 유럽연합 집행부를 겨냥하는 ‘브뤼셀을 점령하라’ 시위가 필요하다. →미국의 쇠퇴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은 확실히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헤게모니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것은 문화적 요인 때문이다. 유럽이나 중국 어느 곳도 미국식 문화를 뛰어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이 꿈꾸는 미래 역시 ‘제2의 미국’에 불과하다. →G2 자리에 올라섰다는 중국이 향후 미국에 이어 세계적 헤게모니를 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G2라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마 유럽 당국자들이 G2라는 말이 유포되지 않도록 검열하는 게 아닐까(웃음).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中 ‘반덤핑 관세’ 태세… 무역전쟁 전조?

    통상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의 주고받기식 ‘잽’이 일년여 만에 재연되고 있다. 위안화 환율절상을 겨냥한 미 의회의 ‘환율감독 개혁법안’ 입법 시도로 촉발된 양국 간 무역갈등이 고조될 조짐이다. 미국 내 최대의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가 19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태양광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무부 등 관련 부처에 중국의 덤핑수출 여부에 대한 조사와 보복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독일 솔라월드AG의 미국 내 자회사인 솔라월드 인더스트리즈 아메리카 고든 브린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 시장을 파괴하고 이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제소는 미국 내 6개 태양광 패널 업체들을 대표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에만 300억 달러(약 34조원) 이상의 자금을 대형 태양광 패널업체에 지원했다. ●美, “中인터넷 검열 WTO 제소”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문제삼았다. 론 커크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자사 웹사이트에 대한 접근이 주기적으로 차단됨에 따라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인터넷사이트 검열 정책의 세부사항에 대한 설명을 공식 요구했다. 커크 대표는 이번 요청이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중국의 인터넷 검열 문제를 WTO로 끌고갈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4일 미국에서 수입되는 폴리우레탄 제품의 덤핑여부에 대한 조사개시 선언을 한 데 이어 18일에는 화학섬유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료인 미국산 카프로락탐에 대해 향후 5년간 2.2~24.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최종결정하는 등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방미 앞두고 갈등 봉합 가능성 중국 둥팡(東方)항공이 지난 17일 미 보잉사의 드림라이너 B787 계약을 취소하고 소형 항공기 구입으로 대체하는 한편 유럽 에어버스사의 A380 구매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항공기 인도가 늦어지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중국이 예전에도 항공기 구매를 무기 삼아 자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유럽과 미국을 ‘응징’해 왔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제2차 미·중 주지사포럼에 참석해 “경제문제의 정치화는 반드시 양국의 경제관계를 왜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미 상원이 환율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거부감의 표시이자 ‘무역전쟁’ 경고로 풀이된다. 양국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탐색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서로 제 코가 석자인 데다 전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갈 수 있는 전면전으로 확산시키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방미가 임박했다는 점도 갈등 봉합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왕 부총리와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 18일 갑자기 전화를 연결해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8) ‘자본론’ 칼 마르크스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8) ‘자본론’ 칼 마르크스

    “지배계급들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들은 공산주의 혁명 속에서 족쇄 이외에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 그들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공산당선언)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말대로 “탁월하고 폭발적인 창의력이 써내려 간, 정치적 입장을 초월해 마치 스스로 불후의 명언이 되어버린 것 같은 간결한” 저 문장을 읽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전율했던 적이 있었다. 두려움 또는 희망의 이름,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 마르크스가 살았던 당시는 산업혁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진보를 체감하던 시기였다. 철로가 놓이고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도시가 생겨났으며, 프랑스에서는 노동자와 산업자본가가 새로운 사회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1848년 2월, 노동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제2공화정을 무너뜨리는 혁명을 일으킨다. 새로운 사회관계가 형성되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탄생한 것이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다. 마르크스가 분석한 부르주아들은 혁명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인간의 활동이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가를 증명”했다. 이전의 모든 봉건적 관계를 끊어내고 현금관계 외에는 어떤 끈도 남기지 않은 계급과 부를 축적하기 위해 새로운 욕구를 창출해내고, 생산과 소비를 범세계적으로 확장시켰던 그들은 ‘자신의 모습대로’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봉건제 안에서 부르주아의 태동을 보았고 부르주아의 성립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싹을 본다. 그가 보기에 프롤레타리아의 도래는 ‘필연적’이었다. 마르크스는 그 무렵 신문에 “부르주아 지배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했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 6000 프랑을 기꺼이 체제 전복을 위해 써버린다. ●“철학은 세계 해석이 아니라 변혁”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지의 소멸을 확신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부르주아 출신이었다. 그는 1818년 프로이센 라인란트 지방의 트리어 시에서 존경받는 유대인 변호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마르크스는 논쟁을 즐기고 명석했지만, 쉽게 흥분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공격적이고 거만한 이미지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청년 마르크스. 술에 취해 패싸움도 불사하는 문제적 아들에게 아버지 하인리히 마르크스는 “너의 광기를 잠재우라.”고 애원하며 제발 부모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마르크스도 처음에는 가족의 바람대로 법학을 공부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법은 아무 설명을 하지 못했다. 사회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답을 찾아 지적 탐구를 하던 와중에 마르크스는 청년헤겔주의자들을 만나 헤겔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헤겔의 변증법은 역사 발전의 법칙을, 부르주아의 필연적 몰락과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를 설명해줄 수 있는 무기로 보였다. 마르크스는 사람들이 모두 헤겔을 ‘죽은 개’ 취급할 때 공개적으로 헤겔의 사상적 제자임을 공언했다. 이때를 그는 “인생의 한 시기를 완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변경의 초소와 같은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내 헤겔을 떠나게 된다. 헤겔은 역사의 추동력을 변증법적 ‘이성’에서 찾았고, 19세기 당대 유럽의 놀라운 진보는 모두 이성의 힘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검열과 비밀 경찰의 힘으로 유지되는 절대 왕정을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르크스는 스승 헤겔의 논리를 뒤집는다. 절대이성이 현실을 만들어 낸 게 아니라 현실 사회의 생산력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변증법의 운동은 바로 현실세계에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 철학을 통해 현실을 이해해서는 안 되고, 현실을 통해 철학이 새롭게 정초되어야 한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철학은 지금까지 세계를 설명하고 해석하기만 해왔다. 하지만 이제 철학은 현실 속에서, 현실을 변혁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야 한다. ●대영박물관 열람실의 혁명가 세계를 바꾸기를 원했던 혁명가 마르크스를 사람들은 ‘요람에 누운 아기를 잡아먹는 신사’ 쯤으로 생각했다. 죄 없는 부르주아들을 잡아먹는, 말끔한 지적 테러리스트. 그러나 마르크스는 비밀주의와 음모를 싫어했다. 그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자신의 목적과 자신의 지향을 표명했다. 공산주의는 충동과 정열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마르크스의 말과 글을 통해 새롭게 개념화되었다. 2월 혁명이 실패한 후, 마르크스는 파리에서 추방당한다.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대영박물관 열람실에서 정치경제학 공부에 매진한다. 그가 처음으로 계급, 개인소유,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842년 ‘라인신문’ 편집장 시절 ‘농민들의 목재 절도 사건’ 이다. 이때 그는 공산주의에 대해서도, 정치경제학도 잘 몰랐기 때문에 보수적인 귀족이 쓴 글에 대해 재치 있는 답변을 했을 뿐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마르크스는 현실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더 치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기반성에 이른다. 그리고 유럽을 휩쓴 혁명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후에, 세상의 함성에서 동떨어진 도서관에서 마르크스는 계급과 소유, 국가의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 결과 탄생한 역작이 ‘자본론’이다. 마르크스의 혁명은 도서관에서 시작됐다. 마르크스에게 혁명은 꿈이 아니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불황이 반복되는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근검을 외치는 것도 아니고 부르주아의 동정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부르주아를 증오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었다. 마르크스는 상품경제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현실을 분석해냈다. 그는 그로부터 거대한 자본주의 기계 안에 왜소해진 인간의 모습을, 소외된 노동을 이끌어 냈으며, ‘자본’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작동을 보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경제학 저술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론을 탐구한 철학서였다. ●마르크스의 또 다른 이름 엥겔스 “어떻게 천재를 질투할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천재란 아주 특별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재주가 없는 우리는 처음부터 그것이 얻을 수 없는 권리임을 알 수 있지. 그런 것을 질투하는 사람은 자신이 엄청나게 속 좁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꼴밖에 안되네.”(엥겔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생리는 정확하게 간파했지만, 정작 자기 가계를 꾸리는 능력은 ‘제로’였다. 귀족과 결혼한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마르크스였지만 아내의 집안에서 물려받은 가보는 늘 전당포에 맡겨야 했고, 대문 앞에는 청구서를 든 사람들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마르크스의 생활을 구원한 사람은 그의 영원한 동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였다. 마르크스의 ‘도서관에서의 혁명’에 엥겔스가 끼친 영향력은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 물질적 지원도 지원이거니와 아버지의 공장에서 직접 경영을 체험한 엥겔스는 마르크스에게 부족한 실물경제의 원리를 알려줄 수 있었다. ‘자본론’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저라고 봐도 좋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1권만 저술하고 세상을 뜨자, 마르크스의 악필을 독해하고 단편적 메모들을 모아 하나의 이론으로 완성해 2권, 3권을 출판한 사람도 엥겔스였다. 그 자신은 아버지 회사에서 “비굴한 장사, 증오스러운 장사”를 한다고 자신을 혐오했지만 그 덕에 마르크스는 생계난 속에서도 비굴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마르크스가 가장 좋아했던 경구는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였다. 그는 부인 예니와 딸들을 무척 사랑했지만 결혼하지 않은 엥겔스를 부러워했고, 저속한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매우 세련된 신사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속되면서 귀족적이었고, 차가우면서도 감상적이었다. 이런 마르크스의 모습은 종종 적들에게 비난의 표적이 되곤 했다. 그의 저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이 많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도 일관성 있게 포장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었다. 그는 자기 이론을 이상화하지도, 완성이라 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자기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자기 분석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그의 이론을 영원한 ‘과정’ 속에 던져 놓았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한때 마르크시즘은 오류로 단언되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예언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그때 필요한 것들을 해나갔을 뿐이다. 현실 분석이 철학을 바꾸고 철학이 현실을 변혁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혁명가이자 철학자. 은행이 파산하고, 정리해고를 당하고, 물가가 폭등할 때마다, 이른바 ‘자본주의의 경제시스템’에 대한 환멸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이름을 기억한다.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자들은 모두가, 얼마간은 ‘마르크시스트’가 아닐까. 홍숙연 남산강학원 연구원
  • “상황 어렵다고 꿈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만화의 모차르트 나올 수 없어”

    “상황 어렵다고 꿈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만화의 모차르트 나올 수 없어”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 만화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시대 최고의 만화가’로 통하는 허영만(64) 화백을 13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났다. 그의 출세작 ‘각시탈’(1974)이 ‘한국만화걸작선’ 17번째 작품으로 복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회와 계획을 들어봤다. ●“좋아하는 것 하는 게 가장 중요” 허 화백은 지금 출판만화 시장이 어려운 게 ‘하루가 24시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만화를 볼 세대들이 공부에, 학원에 쫓겨 시간이 없다는 데서 만화의 비극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가 좋아서 만화가를 꿈꿔도 부모들이 말린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는 “먹고살 수 있느냐는 나중 문제”라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스티브 잡스의 꿈과 성공을 예로 들었다. ●“검열 때문에 뱀 머리에 리본 그린 적도” 그는 뱀을 그리면 흉칙하다고 사전검열당해 뱀 머리에 리본을 그려 넣던 때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만화 그릴 맛 안 나던 무지막지하던 시절을 살았다.”면서 “사전검열이 사라진 뒤에도 나도 모르게 뿌리 내린 자기검열에서 벗어날 때까지 4~5년이 더 걸렸다.”고 토로했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질책을 쏟아냈다. 과거와 같은 규제가 없는데도 대충 그리는 후배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는 웹툰 쪽은 빨리 데뷔를 하다 보니 일찌감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면서 “하지만 데뷔가 쉬운 만큼 도태되기도 쉽다는 사실을 많은 후배들이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만화가 길을 걸어온 허 화백은 1988년쯤을 큰 고비로 꼽았다. “당시 잡지, 대본소, 단행본을 동시에 그렸지요. 화실 식구가 무려 23명이나 됐습니다. 제가 직접 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군요. 어느 날 나 자신이 만화가가 아닌 중소기업 사장처럼 느껴지더군요. 화실을 해체하고 문하생을 3명만 남기는 결단을 내렸지요.” 허 화백의 작품은 지금까지 ‘식객’과 ‘타짜’, ‘날아라 슈퍼보드’ 등 11개가 모두 14차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1970~80년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각시탈’의 드라마화 작업이, 야구를 소재 삼아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제7구단’의 3D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상에 담긴 내 작품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도저히 계속 앉아 보고 있을 수준이 안 되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지요. 서너 개 작품은 아예 시사회 중간에 일어나 버렸어요. 내 작품 연출의 묘미는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감추고 아끼고 자제하는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경우들이지요.” ●全作 출간엔 “새것도 그릴 게 많은데…” 현재 허 화백의 작품들은 국내 만화가 중 처음으로 전작(全作)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옛 추억은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것도 그릴 게 많은 데 냄새 풀풀 나는 것들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허영만 “인터넷 웹툰 만화가들, 목에 잔뜩 힘 들어가서는...”

    허영만 “인터넷 웹툰 만화가들, 목에 잔뜩 힘 들어가서는...”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게 만들면 한국 만화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시대 최고의 만화가’로 통하는 허영만(64) 화백을 13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났다. 그의 출세작 ‘각시탈’(1974)이 ‘한국만화걸작선’ 17번째 작품으로 복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소회와 계획을 듣고 싶었다.  허 화백은 지금 출판만화 시장이 어려운 게 ‘하루가 24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만화를 볼 세대들이 공부에, 학원에 쫓겨 시간이 없다는 데서 만화의 비극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어린 친구들이 자기가 좋아서 만화가를 꿈꿔도 부모들이 말린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그는 “먹고 살 수 있느냐는 나중 문제”라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스티브 잡스의 꿈과 성공을 예로 들었다.  그는 뱀을 그리면 흉칙하다는 사전검열에 뱀 머리에 리본을 그려 넣던 때도 있었다고 소개하고 “만화 그릴 맛 안나던 무지막지하던 시절을 살았다.”면서 “사전검열이 사라진 뒤에도 나도 모르게 뿌리 내린 자기검열에서 벗어날 때까지 4~5년이 더 걸렸다.”고 토로했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질책을 쏟아냈다. 과거와 같은 규제가 없는 데도 대충 그리는 후배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는 웹툰 쪽은 빨리 데뷔를 하다보니 일찌감치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면서 “하지만 데뷔가 쉬운 만큼 도태되기도 쉽다는 사실을 많은 후배들이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만화가 길을 걸어온 허 화백은 1988년쯤을 큰 고비로 꼽았다.  “당시 잡지, 대본소, 단행본을 동시에 그렸지요. 화실 식구가 무려 23명이나 됐지요. 제가 직접 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군요. 어느 날 나 자신이 만화가가 아닌 중소기업 사장처럼 느껴지더군요. 화실을 해체하고 문하생을 3명만 남기는 결단을 내렸지요.”  허 화백의 작품은 지금까지 ‘식객’과 ‘타짜’, ‘날아라 슈퍼보드’ 등 11개가 모두 14차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1970~80년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각시탈’의 드라마화 작업이, 야구를 소재 삼아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제7구단’의 3D 영화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상에 담긴 내 작품이 모두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도저히 계속 앉아 보고있을 수준이 안되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지요. 서너개 작품은 아예 시사회 중간에 일어나 버렸어요. 내 작품 연출의 묘미는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감추고 아끼고 자제하는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경우들이지요.”  현재 허 화백의 작품들은 국내 만화가 중 처음으로 전작(全作)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부정적이다.  “옛 추억은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 것도 그릴 게 많은 데 냄새 풀풀 나는 것들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는 ‘현역’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警 반발 “수사권 조정 근본취지를 훼손한 것”

    경찰은 12일 법무부와 검찰이 경찰의 내사 범위를 대폭 축소한 형사소송법 시행령(대통령령) 초안을 국무총리실에 제출하자 “수사권 조정의 근본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발끈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초안대로라면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 갖고 있던 권한마저 잃게 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검찰의 수사지휘는 필요하지만 경찰에 대한 부당한 지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항을 시행령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마련한 초안에는 검찰에 대한 확실한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검사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제기권 부여 및 조정 요구’다. 또 검·경을 수사주체로서 상호협력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맞대응인 셈이다. 경찰청은 “법무부와 검찰의 개정안은 국민 인권보호와 수사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와 구조를 갖추고자 한 국민적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서 “대통령령 제정 논의의 기본틀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경찰과의 협의 없이 나온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경찰 수뇌부들도 “경찰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경찰들의 반발도 거세다. 최모(42) 경사는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같은 내사도 일일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면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에 있어 자체검열을 하는 꼴”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수사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모(39) 경사는 “형소법에 경찰의 수사권 개시권을 명문화한 게 불과 3개월 전인데 국회 합의를 무시하고 또다시 검찰과 경찰의 소위 ‘종속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약자의 시각으로 석궁사건 보았죠”

    “약자의 시각으로 석궁사건 보았죠”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함께 했던 정지영(65) 감독과 배우 안성기(59)가 모처럼 호흡을 맞췄다. 2007년 전직 대학 교수가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현직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사건’을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것. 정 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들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당시 변호인 측은 부러진 화살이 없어진 데다 와이셔츠의 혈흔이 없고, 우발적인 발사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사법부를 공격해 죄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인공 김경호 역을 맡은 안성기는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러진 화살’ 기자회견에서 “‘남부군’은 처음 빨치산 시각으로 전쟁을 다룬 영화였고, ‘하얀전쟁’ 역시 (베트남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후유증을 다룬 첫 영화였다.”면서 “‘부러진 화살’ 역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고, 약자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또 “‘남부군’에서 빨치산의 시각을 담은 것도 당시에는 영화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결국 검열을 거쳐서 나왔기 때문에 시대가 거기까지 자유스러워졌다.”면서 “영화는 어떤 다른 문화예술 매체보다도 제일 민감하고 사회가 인정해 주는 마지막선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우연히 ‘부러진 화살’이라는 르포를 문성근씨 추천으로 읽었는데 ‘석궁 사건’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재미있기도 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또한 “‘부러진 화살’을 갖고 안성기씨를 찾아가서 두 가지를 말했다. 돈이 없어서 개런티를 제대로 못 준다는 것과 이전에 함께 한 두 작품이 정치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이었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를 했다.”며 섭외 뒷얘기를 들려줬다. 부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잡스가 21세기 에디슨?… 혁신가 일 뿐”

    “잡스가 21세기 에디슨?… 혁신가 일 뿐”

    전구의 발명으로 가정과 공장 환경을 개선시킨 토머스 에디슨, 값싼 자동차의 대량 생산으로 고속도로 시대를 연 헨리 포드, 비행기의 발명으로 지구촌의 시간과 거리를 단축시킨 라이트 형제….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업적은 과연 이들과 견줄 만한 것인가. ‘스티브 잡스’의 이름 앞에 온갖 찬사의 수식어가 붙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질문에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잡스가 추억하고 영광으로 여길 만한 천재이며 혁신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의 공헌이 과대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릭 뉴먼 선임기자는 “애플의 혁신이 컴퓨터를 재미있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애플의 제품들이 자동차나 전구, 비행기와 맞먹을 정도로 지대한 사회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먼은 에디슨의 전구가 촛불이나 가스 램프로 인한 화재 감소로 가정의 안전과 공장 작업환경의 개선을 가져왔고, 포드의 자동차는 교외와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달렸으며, 비행기는 세계 각국의 거리를 좁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뉴먼은 “예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컴퓨터와 사용자 간의 매개체)를 개발한 실용주의자”라는 표현이 잡스에게는 더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2차, 3차 파장을 일으키는 발명가와 실용적인 경쟁력을 갖춘 혁신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작가 마이클 데이지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애플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거론했다. 데이지는 “1970년대 젊은 반역자인 잡스가 2011년의 애플에 깜짝 놀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애플 사용자들은 자기 뜻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고, 애플이 통제하는 서버로부터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며 애플의 통제와 검열을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애플의 제품들이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미국의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합참의장 정승조 내정

    합참의장 정승조 내정

    정부는 9일 신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정승조(사진 위·56·육사32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해군참모총장에는 최윤희(아래·57·해사31기) 해군참모차장이, 연합사 부사령관에는 권오성(56·육사34기) 합참 합동작전본부장이 각각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 내정됐다. 또 제1야전군사령관에는 박성규(59·3사10기) 육군교육사령관이, 해병대사령관에는 이호연(53·해사34기)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이 각각 진급해 이동하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통수권자의 통수지침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 인품을 고려해 적임자를 선발했다.”며 “군심(軍心)을 결집하고 정예화된 선진 강군 육성을 위해 국방개혁의 기틀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로, 지휘권 확립을 통한 안정성을 보장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군 수뇌부 인사 내정자들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인 정 합참의장 내정자를 제외하고 오는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임명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어 중장급 이하 인사를 11월 초순 실시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호연 해병대사령관

    ▲충북 청주(53) ▲해사34기 ▲연합사 연습처장 ▲해병 6여단장 ▲합참 교리연습부차장 ▲해병2사단장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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