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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약계층 심리 건강 지킨다… ‘코로나 블루’ 보듬는 이웃들

    취약계층 심리 건강 지킨다… ‘코로나 블루’ 보듬는 이웃들

    ‘주민이 주도적으로 건강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사업이 ‘코로나 블루’ 시대를 맞아 주민의 심리 건강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재택근무, 자가격리,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우울감과 고독, 허탈, 분노, 짜증 등이 쌓여 심리 방역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심리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곳은 성북구다. 구는 건강 의제의 중심을 코로나19 대응에 뒀다. 특히 사회적 고립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정서 지원과 건강한 삶을 위한 ‘마실친구와 찾아가는 건강박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지난 8월부터 성북구에 사는 60세 이상 독거노인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총 14명의 ‘마실친구’가 2인 1조로 팀을 나눠 독거노인 집을 1주 간격으로 3번 방문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 전에 전화로 안부를 묻고 방문 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집 앞에서 ‘건강박스’를 전달한다. 건강박스는 ▲영양간식 ▲건강음료 ▲구강건강키트 ▲기저질환별 식생활 안내서 ▲치매예방 활동교재로 구성돼 있다. 건강박스는 성북구보건소와 성북구 치매안심센터, 한살림 성북지구 등이 협력해 만든다. ●코로나 장기화로 ‘심리 방역’ 중요해져 성북구에서 활동하는 채찬영(56)씨는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주민이 이웃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는 지역사회의 마실친구가 돼 서로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조모(71·장위동)씨는 “가족도 미처 돌보기 쉽지 않은 노인들에게 한 주가 멀다 하고 찾아주고 관심을 가져 주니 더없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은평구도 지난해 건강생태계 사업 중 하나인 ‘건강돌봄학교’를 수료한 지역주민들로 ‘건강돌봄자원활동단’을 꾸렸다. 정기적 자원활동모임인 ‘활짝’, 부정기적인 ‘반짝’, 돌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단짝’이 활동한다. 활동단은 치매노인과 보호자를 위한 ‘서로돌봄카페’를 지난 7월 열었다. 카페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연서로 15길 8의 ‘전환마을 밥풀꽃’에서 운영된다. 지역의 치매노인과 보호자, 70대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모두 함께 어우러진 ‘서로 돌봄’을 추구한다. 관절가동운동, 치매예방 건강박수, 어르신과의 대화 및 간단한 게임, 만들기 놀이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성동구도 코로나로 대인 관계가 끊어진 주민들을 위해 실외에서 ‘몸살림’ 운동을 할 수 있는 ‘서울숲모여라’ 프로그램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운영하고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자연에 몸을 맡기며 스트레칭과 이야기 있는 걷기 운동을 한다. 모임을 주도하는 이안나(50)씨는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서 했던 운동이나 인간관계가 금지됨에 따라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시도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관이 협력하는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이 사회계층과 세대 간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있다. 주민이 중심이 돼 지속가능한 지역형 건강증진사업을 할 수 있게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구 보건소에서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차원이 아닌 다양한 건강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나가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자원들과 연계함으로써 민관 협력 기반이 구축된다. 이 사업은 2015년 초기엔 성북·성동·도봉·금천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관악·강동·서대문 등 11개 자치구로 늘었다.●2015년 4개 구 시작… 11개 구로 늘어나 하지만 예산 규모가 사업의 중요성에 비해 작은 게 문제다. 한 해 예산이 2015년 2억원에서 출발해 올해는 5억 9800만원에 그쳤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체 예산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자치구에서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코로나로 심리 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예산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도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구 보건소 등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과 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건강생태계조성사업은 시민 간 더욱 밀착하며 돌봄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기고] 지역 풀뿌리 건강사업으로 코로나 극복하자/정남숙 서울시 시민건강국 건강증진과장

    [기고] 지역 풀뿌리 건강사업으로 코로나 극복하자/정남숙 서울시 시민건강국 건강증진과장

    코로나19와 함께 겨울이 우리 앞에 찾아왔다. 올 한 해 우리에게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시련이 다가왔고 지난 2월 발병했을 때만 해도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버텨 왔다. 하지만 겨울 초입에 든 지금도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재 주민의 건강을 위해 예방과 진료, 관리를 담당하던 보건소는 모두 감염병 관리 체계를 갖추고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감염병 방역업무가 이뤄지지만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주민의 건강증진과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사업 등은 중단 또는 축소됐다. 고혈압, 당뇨 등 건강관리를 위한 교육과 다양한 공간에서 걷기 등 운동 등으로 이뤄졌던 보건소의 건강증진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멈춰 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건강 활동 실천모임으로 이뤄진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러든 주민의 건강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사업은 2015년부터 보건소와 지역의 풀뿌리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다. 기획부터 의사결정, 실행과 평가 등 전 과정을 민관이 같이 공동 수행하고 책임지는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건강관리의 주인으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감염병 시대에 공공의 의료 및 돌봄 영역이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때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은 더욱 필요하다. 건강활동가와 참여 주민을 1대1 또는 소규모 관계 맺기를 통해 주민을 찾아가는 건강지킴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활동가가 주민을 만나 안부를 묻고 약봉투를 배달하는 심리적 지지활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떠도는 가짜뉴스에 대응해 서울시 또는 질병관리청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방역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운동방법 등을 영상으로 제작하고 공유한다. 또 건강 실천 여부를 체크하는 등 주민 스스로 안전한 관계망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건강문제는 주민과 공공이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한 부분이다.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건강생태계 활동가들의 작은 실천이 큰 힘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이 같은 활동과 나눔으로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의 힘으로 코로나19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여기는 남미] 항암치료 받는 12살 딸 안고 5km 걸어간 아빠의 사연

    [여기는 남미] 항암치료 받는 12살 딸 안고 5km 걸어간 아빠의 사연

    경찰의 횡포로 암치료를 받고 있는 딸을 안고 무려 5km를 걸어 귀가한 아빠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당국은 아이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사회적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주(州)에 사는 어린이 암환자 아비가일 히메네스(12)와 그의 부모가 겪은 일이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부모는 딸 히메네스를 데리고 항암치료를 받으러 갔다.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이웃 투쿠만주에 있는 모 병원이었다. 7살 때 왼쪽 다리에서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은 히메네스는 재발 방지를 위해 5년째 주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치료를 받고 귀가하는 길에 벌어졌다. 투쿠만주로 넘어갔던 히메네스의 가족은 다시 산티아고델에스테로주로 넘어오면서 주 경계선에서 경찰 검문에 걸렸다. 경찰은 코로나19 통행증 등 서류가 미흡하다고 시비를 걸면서 가족을 보내주지 않았다. 경찰이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길에 자동차를 세우게 하고 꼬박 2시간을 잡아뒀다. 참다못한 아빠는 자동차에서 내려 딸을 안았다. 목발을 짚고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딸을 번쩍 품에 안은 아빠는 자동차를 버려두고 묵묵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빠는 딸을 안고 집까지 장장 5km를 걸었다. 사건은 히메네스의 엄마가 동영상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엄마는 "문제가 없으면 보내달라고 했지만 상부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며 차를 통과시켜주지 않았다"고 경찰의 횡포를 고발했다. 생고생을 한 12살 히메네스에겐 트라우마까지 남았다고 한다. 엄마는 "지금도 딸이 자고 일어나면 '나쁜 경찰아저씨들이 우리를 집에 못가게 했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사회적 분노가 폭발한 건 20일 인기 있는 한 시사프로그램이 사건을 소개하면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가 이 사건을 소개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고 있는 산티아고델에스테로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광고 예산이 있으면 경찰 교육이나 제대로 시키는 게 좋겠다"고 일침을 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일파만파 파문이 확산되자 산티아고델에스테로 주정부는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주정부는 "경찰의 경직된 행정처리가 히메네스 가족에게 피해를 준 데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사프로그램 광고를 위해 편성된 예산의 용처를 변경, 히메네스의 치료비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영상 캡쳐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성중기 서울시의원 “산책로 자연성 회복으로 시민건강 증진해야”

    성중기 서울시의원 “산책로 자연성 회복으로 시민건강 증진해야”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산책로와 등산로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와 수입산 야자매트를 걷어내고 자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성중기 의원(국민의힘·강남1)은 지난 18일 열린 제298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3차 본회의 5분자유발언을 통해 항시적이고 일상적인 건강증진 정책의 일환으로 시민생활 공간 내 흙길 조성 및 복원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성중기 의원은 먼저 아파트와 주거밀집지역의 인근의 산책로를 흙길로 변경·조성하여 맨발걷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세족시설을 마련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민들이 언제든 자연과 호흡하며 산책할 수 있도록 근린공원이나 하천변 산책로 등에 깔려있는 시멘트·아스팔트·우레탄 등과 같은 인공시설물을 제거하고 자연 그대로의 마사토나 황토를 이용한 길을 조성하고, 등산로를 덮고 있는 수입산 야자매트도 걷어내 줄 것도 함께 제안했다. 성중기 의원은 “맨발로 흙길을 걷는 일만으로도 활성산소의 배출과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되며 당뇨병, 암이나 심혈관질환, 뇌질환과 같은 질병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있다”고 설명하고 “막대한 재정적·사회적 비용부담 없이 일상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으면서 경제도 사회도 위축됐다고 진단한 성 의원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자연의 건강한 힘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하며 5분 자유발언을 마무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물림 성폭행 피해, 이젠 끊어야죠” 대통령 만나려 걷는 칠레 여성

    “대물림 성폭행 피해, 이젠 끊어야죠” 대통령 만나려 걷는 칠레 여성

    초록색 모자를 눌러 쓰고 초록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길을 걷는 칠레 여성 제넷 마르티네스. 칠레 남부 농촌마을인 탈카에서 출발한 그는 걷기 첫날 50km를 걸었다. 목적지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까지는 아직 200km 정도가 남았다.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11월 25일에 맞춰 산티아고에 입성하는 게 그가 잡은 일정이다. 마르티네스는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분노와 울음에서 시작된 걷기"라며 "여성폭력 근절, 가해자 처벌이 이뤄진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를 걷게 만든 건 희대의 대물림 성폭행사건이다. 마르티네스는 4살 때 친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즉각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엄마는 어린 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끔찍한 일은 그의 대에서 끝이 아니었다. 올해 31살이 된 큰딸이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20년이 지난 후에 뒤늦게 털어놓은 것. 큰딸은 "어릴 때 성폭행을 당했지만 두려움에 지금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20년간 침묵하던 큰딸이 입을 열게 된 건 최근 막내딸마저 성폭행을 당하면서였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9월 동거남이 자신의 막내딸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됐다. 본인부터 두 딸까지 3모녀가 성폭행을 당한 희대의 대물림 성폭행사건이 벌어진 게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마르티네스는 여성폭력 추방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무장하고 걷기에 나섰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대통령을 만나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따지겠다고 작정하고 시작한 걷기다. 그는 대통령을 만나면 "뉴스를 보시지 않느냐, 하루에 얼마나 많은 성폭행사건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계시냐"고 물어볼 작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칠레에선 성폭행을 포함한 여성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칠레 법무부의 공식 통계를 보면 2019년 칠레에선 하루 평균 11건꼴로 성폭행 또는 여성폭력이 발생했다.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연령대로 보면 18~29세 여성이 피해를 당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마르티네스는 "성폭행은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며 "성폭행 추방에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다시 록다운 된 지 15일째. 11월 한 달을 잘 넘겨야 크리스마스 때 고향에도 가고 작은 연말 모임이라도 할 텐데…. 영 그른 것 같다.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만 가는 중이고, 매일 2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마켓은 일찌감치 취소됐고, 이대로라면 레스토랑과 카페도 계속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지금도 배달과 픽업만 가능한 상태다. 어디 들어가서 따뜻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밥 먹는 건 다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이 평범한 일상이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될 줄이야. 12월엔 가능할까? 지금으로선 으슬으슬하고 뿌연 베를린 날씨만큼이나 잿빛이다.이런 날 유독 생각나는 건 뜨끈한 사우나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사우나에서 땀을 쫙쫙 흘리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또다시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베를린의 긴긴 겨울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걸 못 하게 되니 더 간절하고 더 가고 싶다.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 바발리 얘기다. 그래도 록다운되기 전 한 번 다녀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밀폐된 사우나 안에서 몇십 분씩 여러 사람이 앉아 있으니 코로나19가 터진 뒤에 바발리는 다시 못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 규정 수칙에 맞춰 입구에서 체온 체크부터 실내의 자리 간격 배치까지 새로운 방역 수칙을 가지고 다시 문을 열었다. 바발리의 드넓은 야외 정원과 자쿠지, 수영장만 여는 게 아니라 실내 사우나까지 다시 열었을 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얏호, 바로 수건과 가운, 슬리퍼를 싸 들고 바발리로 갔다. 거대한 스파 단지에 13개나 있는 사우나는 지도를 들고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시간대별로 있는 필링 프로그램도 헤매기 십상이다. 코코스 필링, 인퓨전 사우나, 온도가 가장 뜨거운 베닉 사우나 등 이름만 봐서는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잘 안 오는 것도 많다. 그럴 때 이곳을 잘 아는 현지 친구가 동행을 하면 두세 배는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단 그 친구가 서로의 알몸을 보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사이여야 좋다. 사우나 안에서는 모두가 알몸인 상태로 앉아 있기 때문이다.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사우나를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앉아 편안하게 즐기는 건 바발리에서 처음 해 봤다. 그래서 바발리에는 유독 커플이 많이 온다. 서로의 알몸을 보는 게 어색하지 않은 부부와 커플들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곳이다(갖고 들어가는 긴 타월은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발이 타올 안에 들어가게 앉는 바닥 깔개용으로 쓴다). 물론 안을 지나다니다 보면 휴식을 취하는 스파베드에서, 벽난로 앞에서, 자쿠지 안에서 키스를 하거나 목에 팔을 두르고 있는 커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이나 뒹구는 사람이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자유로움 앞에서 나는 종종 베를린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바발리 사우나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 표시가 생겼다. 원래 인원의 반만 들어갈 수 있고, 1.5m 간격으로 모든 자리와 의자, 스파 침대가 떨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는 훨씬 덜 붐빈다. 특히 부채를 든 마스터가 들어오는 필링 프로그램은 한번 시작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데, 그 프로그램이 모두 중단되면서 훨씬 느긋하고 여유롭게 소수의 사람들이 사우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우나를 오는 전체 사람 수가 적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즐긴 사우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편한 점이 있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과 우려 속에서 사람들은 더 거리를 두고 더 조심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지켰다. 한 달에 한 번은 가고 싶었던 바발리는 서울 목욕탕에서 하듯 때는 못 밀지만 사우나도 하고, 온천 하듯 야외 자쿠지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간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휴식이 따뜻하고 달콤하다. 이번 록다운이 풀리면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곳으로 할 참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베를린 근교의 온천 지역으로 유명한 바트자로프에도 가볼 계획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과 온천수, 테르말 스파가 있어 베를린 사람들이 종종 간다. 베를린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로 주말 여행지로 적당하다. 그곳에서 한나절 사우나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일단 남은 날들을 견뎌 본다. 유럽에서 사우나에 재미를 붙인 건 언제부터였을까. 스위스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할 때 그 매력을 조금 알았던 것 같다. 계절은 항상 겨울로 가는 늦가을이었고, 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이 보이던 따뜻한 야외 온천풀에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그 기억은 리기산 칼트바트 마을 근처에, 벵겐의 작은 호텔 사우나 안에, 그리고 발레주의 크랑몬타나에 멈춰 있다.유럽의 스파에서는 수질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물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란 생각이 든다. 산세가 깊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스파가 발달해 있다. 로마시대부터 귀하게 여겨 온 광천수가 유명한 온천 마을부터 스위스의 깊고 작은 마을에까지 근사한 스파 시설이 있다. 사람들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대자연을 바라보며 정신적인 휴식, 힐링까지 하고 싶은 바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명품 도시 크랑몬타나에서 경험한 스파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돈 많은 스위스 사람들이 겨울 휴가를 오는 현지 휴양지다. 시내만 나가도 도시의 부유함이 금방 느껴진다. 시내는 엄청 작은데 오메가, 프라다, 샤넬 같은 브랜드 숍이 줄지어 있다. 가게 간판으로 걸어 놓은 커다란 시계도 진짜 오메가다. 하지만 크랑몬타나에서 가장 명품인 건 이런 브랜드들이 아니라 마테호른에서 몽블랑까지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대자연의 절경이다. 그걸 사우나를 하며 알았다. 해발 1100m 크랑몬타나의 작은 호텔 자쿠지에서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어둠이 내려앉은 론 골짜기와 스위스의 명품 절경을 즐겼다.사우나 안에서는 수영복을 입긴 했지만,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사우나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증기로 꽉 찬 습식 사우나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성큼성큼 들어갔다가 구석구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형체가 드러나서 혼자 당황했던 기억. 그때부터 유럽의 사우나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만년설이 남아 있는 알프스와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머리까지 쨍하게 뚫고 들어오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겼던 스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행운이었구나 싶다. 아무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시절을 위해 건배.깜놀… 혼욕에 알몸 사우나더 깜놀… 자연 온천수 힐링 지금은 남녀가 다 벗고 같이 들어가는 사우나를 독일인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만, 내게도 처음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꽤 적응 기간이 필요한 문화 충격이었다. 3년 전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사우나는 그래서 평생 잊을 수 없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의 대표 휴양 도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산맥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이곳 블레드까지 닿아 있다. ‘율리안 알프스’라 불리는 산 꼭대기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블레드는 오래전부터 힐링을 위한 휴양지였다. 1852년 스위스 출신의 의사 아르놀트 리클리가 요양차 이곳에 왔다가 병이 나아 돌아갔다. 당시 그의 치료를 도운 것은 매일 한 일광욕, 수영, 오래 걷기였다. 2년 뒤 다시 블레드로 돌아온 그는 공기, 물, 햇살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치유 요양소를 차리고, 유럽의 부유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요양을 원하는 사람은 물론 당시 아편이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도 대상이었다. 블레드는 곧 유럽 전역으로 알려지고, 좋은 수질로 스파산업도 발전했다. 11월의 단풍이 짙었던 블레드 호숫가 주변에는 스파와 시설을 잘 갖춘 호텔이 많았다. 블레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그랜드호텔 토플리체의 테르말 스파가 꼽힌다. 17세기에 발견된 22도의 자연 온천수를 이용하는 스파다.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이 물은 목욕 중 직접 마시기도 한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돼 있는 스파 내부는 100년 넘은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개조돼 더욱 근사했다. 블레드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스파답게 분위기와 시설 모두 고급스럽다.자연 온천수는 아니지만, 내가 머물렀던 블레드 골프호텔에는 보다 대중적이고 큰 규모의 스파 시설이 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대형 아쿠아존과 알몸으로 들어가는 사우나로 구분돼 있다. 수영복을 안 가져간 나는 사우나만 하려고 방에서 샴푸와 린스를 챙겨 갔다. 사우나는 옷을 갈아입는 곳부터 남녀 구분이 없었다. 정해진 사물함 번호 앞에서 여자건 남자건 옷을 훌렁 벗었다. 샤워를 하려고 들어간 샤워장엔 아예 문이 없었다. 이는 열심히 머리를 감는 동안 누구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라는 뜻이다. 나는 그 뻥 뚫린 샤워장에서 머리를 감을 용기가 없었다. 조용히 다시 방으로 올라온 나는 머리를 깨끗이 감고 사우나로 내려갔다. 슬로베니아만의 스파법이 있나 싶어 사우나 안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멋 모르는 동양인이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그들이 하는 것처럼 사우나를 하고 싶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우나 안에서 땀을 흠뻑 낸 다음 나와서 샤워로 씻어 내고 다시 사우나로 들어가는 걸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물도 충분히 마시고. 사우나 안에서 타월을 몸에 둘러도 되는지도 물어봤다.“꼭 벗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벗고 있는 게 훨씬 편할 텐데요. 너무 더워서 힘들 거예요. 맨 몸으로 있는 게 더 좋아요.” 오로지 다른 점이라면 여자뿐만 아니라 알몸의 슬로베니안 남자들도 있고, 나이 많은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 커플, 남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함께 출장 중이던 잡지 기자 동료 둘과 함께 셋이서 열심히 블레드의 사우나를 탐방했다. 일행 중엔 20대의 젊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사우나를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린 건 중년의 여자 기자들뿐이었다. 매일 빠듯한 일정 때문에 블레드에서 몇 시간씩 스파를 할 여유는 없었지만 그 짧은 사우나 후에도 보들보들한 피부와 ‘물광’이 흐르는 얼굴에 서로 감탄했다.블레드와 함께 유명한 또 하나의 스파 휴양지로는 돌렌스케토플리체가 있다. 슬로베니아 동남쪽에 있는 도시. 해발 179m에 자리한 이곳에는 포도원과 과수원이 많고 무엇보다 13세기 초에 발견된 온천수가 유명하다. 블레드는 율리안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뒤 스파를 즐기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 반면, 이곳 돌렌스케토플리체는 전문적인 치료와 요양을 하는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치료가 결합된 만큼 이곳의 웰빙센터는 시설도 보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발네아웰니스센터 안에는 세 개의 큰 야외 온천풀과 실내 풀이 갖춰져 있는데, 발네아호텔에서 긴 실내 통로를 통해 목욕 가운만 입고도 스파센터로 갈 수 있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욱 유용한 통로다. 슬로베니아를 떠나는 날 아침에도 이곳에서 사우나를 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몸을 담그고 있던 시간. 사우나를 하느라 마을은 둘러보지도 못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안철수 “800억 광화문광장 공사…당장 멈추고 시민 뜻 묻자”[전문]

    안철수 “800억 광화문광장 공사…당장 멈추고 시민 뜻 묻자”[전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에 대해 비판의 글을 남겼다. 안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대행체제가 명분 없이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서울시장체제에서 무리한 공사 강행과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두 번이나 재검토 결정이 났고, 이 정권 중앙부처도 반대했던 공사를 왜 강행하는지 모를 일이다. 시장도 없고, 부처와의 합의도 없고, 서울시민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한 마디로 ‘날림행정’이자 ‘불통행정’, ‘유훈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오랫동안 시민과 소통해 왔다고 강변하지만, 광화문 대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나 광장과 보행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심층 설문 조사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혹시 어용시민단체만 불러다 박수치고 끝낸 것을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비꼬았다. 또 안 대표는 “광화문광장 공사는 남은 임기 5개월짜리 대행체제가 화급을 다투어서 강행할 사업이 아니다. 차기 시장이 뽑히고 나면 새 체제에서 시민과 도시계획 전문가, 중앙정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짚었다. 안 대표는 “안 그래도 서울의 세대당 지방세 부담액은 이미 연간 514만원이 넘는데 이런 사업 하겠다고 세금을 퍼붓는다면 어떤 시민이 납득하겠나.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나 개인에게 실질적, 상징적 특혜를 주기 위한 사업들이 너무나 많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당장 사업을 멈추고, 5개월 후 서울시민이 선택한 자격 있는 새 시장이, 시민의 뜻과 전문가의 뜻을 물어 결정하게 하자”고 주장했다.“시민들과의 약속”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정비 공사 시작 서울시가 16일 광화문광장을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동쪽(주한미국대사관 앞) 차로 확장 공사를 시작해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동쪽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로 넓히는 공사는 내년 2월 말까지 진행된다. 시의회 의결을 거쳐 편성된 올해 예산 101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공사 기간에 현재 수준의 차량 통행속도를 유지하도록 1개 차로만 점유하고, 주변을 지나는 차량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교통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새문안로3길 등 세종대로 주변 도로의 교통개선 사업을 시행해 우회 경로를 확보하고, 사직·율곡로 등 세종대로와 만나는 주요 교차로에 좌회전을 신설해 세종대로의 교통량을 최대한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과 합동으로 꾸린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교통 정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세종대로 광화문교차로에서 회차하는 서울 시내버스 노선을 주변 지역으로 우회시키고 노선도 조정하기로 했다.다음은 안철수 대표 페이스북 전문 어제 광화문광장 개조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무려 800억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사입니다. 두 번이나 재검토 결정이 났고, 이 정권 중앙부처도 반대했던 공사를 왜 강행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시장도 없고, 부처와의 합의도 없고, 서울시민의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한 마디로 ‘날림행정’, ‘불통행정’, ‘유훈행정’의 표본입니다. 서울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오랫동안 시민과 소통해 왔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광화문 대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나 광장과 보행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심층 설문 조사라도 했는지 의문입니다. 혹시 어용시민단체만 불러다 박수치고 끝낸 것을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광화문광장 공사는 남은 임기 5개월짜리 대행체제가 화급을 다투어서 강행할 사업이 아닙니다. 차기 시장이 뽑히고 나면 새 체제에서 시민과 도시계획전문가 그리고 중앙정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광화문은 서울시에 있지만 경복궁과 연결돼있는 대한민국의 상징과도 같은 역사적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광화문은 서울시장의 광장도 아니고, 특정 세력의 광장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광장이기 때문입니다.안 그래도 서울의 세대당 지방세 부담액은 이미 연간 514만원이 넘습니다. 지방세인 부동산 보유세가 폭등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시민의 세 부담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시민은 세금폭탄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이런 사업 하겠다고 세금을 퍼붓는다면 어떤 시민이 납득하겠습니까? 누구 배를 불려주고, 누구를 기념하기 위해 이런 사업을 벌이는 것입니까? 대한민국 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눈먼 돈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사익을 공익으로 포장하고, 그 과정에서 특정 세력이나 개인에게 실질적, 상징적 특혜를 주기 위한 사업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합시다. 당신들에겐 눈먼 돈이지만 시민들에겐 땀과 눈물이자, 가족을 위해 써야 할 피 같은 돈입니다. 지금 당장 사업을 멈추고, 5개월 후 서울시민이 선택한 자격 있는 새 시장이, 시민의 뜻과 전문가의 뜻을 물어 결정하게 합시다. 현 대행체제가 명분 없이 밀어붙인다면 새로운 서울시장체제에서 무리한 공사강행과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입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가좌역~효창공원앞역 6.3㎞ 철길, 격동기 그림자 짙은 대한제국 뒤안길

    가좌역~효창공원앞역 6.3㎞ 철길, 격동기 그림자 짙은 대한제국 뒤안길

    1905년 서울~신의주 잇는 경의선 개통日·美·佛·러 등 경의선 부설권 이권다툼 70년대 연남파출소 인근 기사식당 생겨홍대부근 기찻길 거리에는 예술 작품들서서갈비·마포최대포집 등 추억의 맛집 김구 묘·안중근 가묘 모셔놓은 효창공원한강 심원정 터엔 수령 670년 느티나무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5회 ‘경의선 숲길 걷기’ 편은 마포구 가좌역에서 용산구 효창공원앞역까지 6.3㎞에 이르는 경의선 숲길 전 구간을 걸었다. 경의선 숲길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이다. 제국주의 열강이 집어삼킨 대한제국의 어느 시간을 들춰도 안 아픈 곳 없다. 일제의 자원 약탈과 대륙 침략을 위해 놓인 경의선 철길을 걷는 마음이 만추의 단풍처럼 화사하지만은 않다. 깊어가는 가을,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보다 떨어져 뒹구는 낙엽이 더 많다. 수렴의 이치는 새봄에 다시 피어날 새잎에 닿아 있으니, 가을이 남긴 유산 앞에서 마음이 숙연하다.경의중앙선 가좌역 4번 출구에서 출발했다. 소란한 자동차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건 사천교를 건너 다리 아래 도로에서 경의선 숲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에 도착할 무렵부터였다. 하늘거리는 억새꽃과 절정 지난 단풍이 어울려 반짝인다. 경의선 기찻길의 추억을 위해 설치한 철로는 햇볕을 머금은 듯 빛나지 않는다. 1905년 일제에 의해 서울~개성~사리원~평양~신의주에 이르는 499㎞의 경의선이 개통됐다.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일제의 계획이 부산~서울을 잇는 경부선과 서울~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완성되면서 구체화됐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이 경의선 부설권을 놓고 이권다툼을 벌이는 사이 대한제국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역사의 격동기 대한제국의 어느 하루를 들추어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니, 경의선 숲길의 화려한 단풍은 그 아픔 위에서 피어난 꽃이거니 생각했다. 경의선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지상의 철길 구간은 공원이 됐다. 좁은 흙길 양쪽에 은행나무가 줄지어 섰다. 은행나무길 끝 소실점을 향해 걷는다. 나무 밖에 아파트 단지 건물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은행나무 단풍길에서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애완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붉은 단풍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불타는 가을도 쉼표가 필요하다. 입동이 지난 지도 꽤 됐으니 계절이 바뀌는 하늘 아래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가 을씨년스럽다. 경의선 숲길이 찻길에 의해 끊겼다 이어진다. 그 부근에 연남파출소가 있다. 파출소 좌우로 이어지는 도롯가에 기사식당이 띄엄띄엄 자리 잡았다. 이른바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다. 이 거리도 서울미래유산이다. 1970년대부터 생기기 시작한 기사식당들은 택시기사의 단골식당이 됐다. 손님이 없는 사이 잠시 짬을 내 식사를 해야 하는 택시기사의 입맛을 사로잡던 음식들 덕에 이 거리의 기사식당들은 맛을 찾아다니는 청춘들의 순례지가 되기도 했다.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경의선 숲길은 도로를 건너고 역이 있는 건물을 지난다.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길은 본 모습을 찾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쪽을 바라본다. 그 길 끝에 옛 당인리발전소가 있다. 1923년 용산에서 당인리발전소를 오가는 철길이 놓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 철길 옆에 상가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철로는 1976년에 폐선됐고 주변 상가 건물만 남았다. 그 거리 중 마포구 서교동 365-2에서 26번지까지 구간이 ‘서교365’라는 이름으로 서울미래유산이 됐다. 은방울자매가 부른 대중가요 ‘마포종점’도 서울미래유산이다. 노랫말에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여의도 비행장엔 불빛만 쓸쓸한데’라는 구절이 있다. 서대문~마포 구간을 운행하던 전차의 마포종점이 지금의 불교방송국 부근에 있었다. 이 노래를 작사한 정두수씨가 당시 마포구 도화동에 살았다고 하니, 그가 마포 종점에서 당인리 발전소의 불빛이 꺼지고 어둠만 남은 풍경을 보았던 것이다. 홍대 부근 기찻길 옆 마을, 생활의 편린이 나뒹굴던 거리에 예술이 꽃피기 시작한 건 홍대 주변에 둥지를 튼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 덕이었다. 문화예술의 전초이자 게릴라였던 그들이 가난과 고독을 딛고 창작해낸 예술의 물결 위에서 홍대 주변 거리는 넘실댔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문화 위에 덧씌워진 상업의 잇속이 옹이처럼 단단하게 남았지만, 거리에 흐르는 예술의 혈맥은 경의선 숲길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분야별로 접할 수 있는 부스 주변 길에서 상상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길에 붙은 이름이 ‘경의선 책거리’다.그 거리 끝을 ‘땡땡거리’라는 이름으로 따로 부른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갈 때 ‘땡땡땡땡’ 울렸던 소리를 따서 만든 별칭이다. 예전에 이 부근에 고기를 구워 먹던 실비집이 많았다. 오랜만에 주머니 든든한 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집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서강로를 가로지르는 서강하늘다리를 건넌다. 다리 왼쪽 이면도로 골목에 있는, 195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연남서식당’도 서울미래유산이다. 드럼통 가운데 연탄불을 피워 양념에 잰 소갈비를 구워 먹는다. 메뉴는 소갈비 하나다. 식당에 의자가 없다. 그냥 서서 먹는다. 그래서 단골들 사이에서 불리던 ‘서서갈비’라는 별칭이 더 유명해졌다. 한국전쟁 이후 화기와 연료가 부족했던 시절, 드럼통에 연탄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던 초창기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초창기에는 버스와 트럭 기사가 많이 찾았다. 지금은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띈다. 고기 굽는 향을 뒤로하고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 길로 접어들었다. 마지막 가을을 불태우는 단풍잎들이 머리 위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할머니 대여섯 분이 길가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신다. 50년도 넘게 이 마을에서 살고 계시다는 할머니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공원처럼 만들어서 좋다시며 단추공장이 있던 자리까지 손수 안내해 주신다. 어느 가게 담벼락에 붙은 마을 옛 사진을 함께 본다. 할머니는 단추공장 사람들 이야기를 하시다가 옛날에는 사람들이 정도 많았다며 웃으신다. 공덕역 부근에서 길은 다시 도로에 의해 끊어졌다 이어진다. 그 언저리에 있는 ‘역전회관’도 서울미래유산이다. 역전회관은 1962년 용산역 앞에서 역전식당으로 시작했다. 용산역 앞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지금의 역전회관을 있게 만든 바싹불고기, 선지술국, 선지백반과 함께 새로운 메뉴도 개발해서 손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역전회관 창업주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시가에서 요리를 배워서 식당을 시작했다. 바싹불고기는 얇게 저민 치맛살에 양념을 해서 숯불 향 짙게 구운 요리다. 선지백반은 구구하고 담백한 선지국을 곁들인 한상 차림이다. 공덕역 5번 출구 부근에 있는 ‘마포진짜원조최대포집’도 서울미래유산이다. 1955년 처음 문을 열었다. 돼지갈비 전문이다. 소금구이와 껍데기도 인기다.길은 경의선 숲길 커뮤니티센터로 이어진다. 새창로 언덕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에서 만난 커다란 수양버들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어 간다.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 다 놓고 쉬었다 가라는 위로처럼 수양버들 가지가 바람에 낭창거린다. 고개를 넘으면 도착지점이 보인다. 이 고개가 새창고개다. 조선시대 나라에서 관리하던 창고인 만리창이 이곳에 들어섰다. 새 창고가 생겼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새창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고개 이름도 새창고개라고 지었다. 이 부근에서 마포구 도화동과 용산구 효창동이 만난다. 새창고개 북쪽에는 효창공원이 있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시대 정조 임금의 큰아들인 문효세자의 묘가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그곳에 공원을 만들었다. 해방 이후 임시정부 요인 이동녕, 조성환, 차이석의 묘,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의 묘를 이곳에 썼다. 김구의 묘와 안중근 의사의 가묘도 이곳에 있다. 효창공원 위에서부터 시작된 산줄기가 새창고개를 지나 남으로 달려 한강에 닿는다. 옛날에는 이 산줄기를 용산이라고 불렀다. 한강이 보이는 산줄기에는 함벽정, 삼호정, 심원정 등 정자가 있었다. 함벽정은 지금 용산성당 부근, 삼호정은 성심여고 후문 부근, 심원정은 용산문화원 부근에 있었다. 삼호정은 조선시대 여류 시인들이 모여 시를 짓던 곳이다. 심원정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와 왜군이 강화회담을 했던 곳이다. 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명과 왜는 ‘왜명강화지처비’를 세우고 백송도 심었다. 비석은 남아 있고 백송은 죽었다. 670년 정도 되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심원정 터에 남아 있어 옛일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새창고개를 넘어 도착지점인 효창공원앞역에 이르렀다. 두 시간 정도 걸어서 경의선 숲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었다. 점심때가 되었고 배도 고팠다. 걷기는 끝났지만 서울미래유산은 아직 한 곳 남아 있으니, 그곳이 바로 용문시장에 있는 ‘창성옥’이다. 1967년에 문을 연 창성옥은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해장국에는 된장의 구수한 맛과 비법 양념장의 맛이 어우러져 녹아 있다. 글·해설 장태동 여행작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시민들과의 약속”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정비 공사 시작

    “시민들과의 약속”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정비 공사 시작

    동쪽 차로 7~9차로로 확장서쪽 차로 없애고 공원 조성시민단체 반대에도 공사 강행 서울시가 16일 광화문광장을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 계획을 실행하는 것으로, 동쪽(주한미국대사관 앞) 차로 확장 공사를 시작해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동쪽 도로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7~9차로로 넓히는 공사는 내년 2월 말까지 진행된다. 시의회 의결을 거쳐 편성된 올해 예산 101억원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공사 기간에 현재 수준의 차량 통행속도를 유지하도록 1개 차로만 점유하고, 주변을 지나는 차량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교통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새문안로3길 등 세종대로 주변 도로의 교통개선 사업을 시행해 우회 경로를 확보하고, 사직·율곡로 등 세종대로와 만나는 주요 교차로에 좌회전을 신설해 세종대로의 교통량을 최대한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과 합동으로 꾸린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교통 정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세종대로 광화문교차로에서 회차하는 서울 시내버스 노선을 주변 지역으로 우회시키고 노선도 조정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서쪽 도로 공간을 ‘공원을 품은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는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다. 시민들이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키가 큰 나무 37종 317주와 키 작은 나무 30종 6700주를 심는다. 2698㎡ 면적에 2종의 잔디를 심고, 맨 끝에 자전거도로(폭 1.5m·길이 550m)도 만든다. 공원 조성 공사는 시민 통행량이 많은 현대해상 앞부터 구간별로 진행하고, 공사가 끝난 구간은 곧바로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시는 광화문광장 보행로에서 ‘세종대로 사람숲길’(서울역~세종대로사거리, 1.5km)까지 2.6㎞ 보행축이 완성되면 지역 상권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정협 권한대행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 궐위 상황이지만, 지난 4년여간 논의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류훈 도시재생실장은 “시가 추진하는 광화문광장의 최종 종착은 전면적인 보행광장”이라며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차가 다니지 않는 온전한 광장으로 만드는 것이 저희 바람이고 시의 보행기본도시 계획과 맞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시 발표 1시간 전 기자회견에서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둔 이 시점에 급하게 하지 말라”며 착공 중단을 요구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추진해 온 이 사업은 그의 생전인 지난해 시작될 수도 있었으나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행정안전부까지 반대하고 나서면서 한때 좌초됐다. 경실련은 박 전 시장이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지난해부터 꾸준히 사업에 반대했다. 광장을 넓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도심부 교통 유입 억제 대책 등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경실련 측 주장이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봉화산 무장애숲길 기대하세요… 주민건강 으뜸 ‘걷기 1번지 중랑’

    봉화산 무장애숲길 기대하세요… 주민건강 으뜸 ‘걷기 1번지 중랑’

    거리의 단풍도 그 빛깔이 깊어지며 완연한 가을을 뽐내던 지난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랑구 봉화산 초입의 봉수대공원에는 지역 걷기클럽 리더 31명과 주민 등 70여명이 모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간격을 유지한 채 준비운동을 한 참가자들은 저마다 ‘2m, 서로를 지키는 안전 거리’, ‘코로나19 함께 이겨내요’ 등 코로나19 관련 안전수칙과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봉화산 정상을 향해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도 행렬에 동참해 약 1시간에 걸쳐 약 4.2㎞ 거리의 산길을 걸었다. 구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구민 건강을 챙기면서도 주요 방역수칙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시간을 마련했다. 한 걷기클럽 리더는 “올해는 클럽 활동도 축소돼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걸어본 게 참 오랜만”이라며 활짝 웃었다. 중랑구는 걷기 문화를 활성화해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걷기클럽을 운영한다. 걷기클럽은 좋은 코스를 발굴하고 함께 걷는 자발적 주민 모임이다. 현재 23개 걷기클럽에서 약 600명의 회원이 있다. 구는 올바른 걷기 방법을 알리기 위해 걷기 전문가 양성사업도 추진 중이다. 걷기지도자 2급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10시간의 실습을 거치면 ‘걷기리더’로 현장에 투입된다. 2018년부터 모두 56명의 걷기리더를 배출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온라인 걷기 챌린지 행사도 했다. ‘워크온’ 앱 중랑구 커뮤니티에 가입한 뒤 걷기 미션을 수행해 인증하면 선물을 주는 행사다. 모두 8회에 걸쳐 1800여명이 참여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더해 구는 걷기 좋은 환경을 위해 봉화산공원에 무장애숲길을 조성한다. 봉화산공원에는 등산로 22개와 둘레길 2개 등 다양한 걷기 코스를 갖췄지만, 산길 특성상 유모차나 휠체어, 노약자는 출입이 어려웠다. 이에 최대 경사도 8.3% 이내의 데크로 연결해 끊기거나 계단이 없는 무장애숲길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선 26억원을 투입해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봉수대공원에서 봉화산 정상까지 약 1.6㎞ 구간을 1단계로 조성한 뒤 23억원을 투입해 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묵동에서 봉화산 정상에 이르는 약 1.4㎞ 거리의 2단계 구간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류 구청장은 “봉화산은 4면이 모두 주택가로 둘러싸여 인근 주민들에게 소중한 도심 속 녹지공간”이라면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많은 주민이 건강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재섭 “영끌엔 대출환수·퇴거위로금엔 세금… 文정부 그만했으면”

    김재섭 “영끌엔 대출환수·퇴거위로금엔 세금… 文정부 그만했으면”

    30대 초반 청년인 국민의힘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이 자신을 비롯해 “청년들이 어떻게든 집 좀 장만해보려고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며 부동산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15일 페이스북에 “문 정부는 지금까지 23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쏟아지는 온갖 거지 같은 규제 속에서 자연히 주택공급은 급격히 감소했고,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폭등했다”며 문 정부 들어 지속되고 있는 집값 급등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김 비대위원은 “그 와중에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지역의 임대인은 갑이 됐다. 소위 ‘로또전세’가 여실히 증명한다”며 “거기에다가 이 미친 정부가 보유세와 거래세까지 올려버리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을 더욱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거친 언사로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임대인 입장에서는 높아진 세부담 때문에 자연히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바꿔 임차인에게 그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게 된다”며 “‘조세의 귀착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니, 임차인을 위한 대책이니 하는 정부와 여당의 말은 국민을 향한 기만이 되었다”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고도 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어 “정부는 아직 우리 국민들을 덜 괴롭혔다고 생각하는지, ‘영끌’하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환수한다고 하지 않나, ‘퇴거위로금’에 세금까지 때리겠다고 한다”며 “이 정부가 부동산 대책에 아무런 개념이 없는 것도 알겠고, 세금 걷기에 미친 것도 알겠는데 이제 좀 진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거 시장을 지속적으로 억압하는 방식의 무능한 부동산 정책은 앞으로도 서민의 주거 안정은커녕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세금 삥 뜯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벌써부터 ‘삼한사미’…서울시 전역에서 12월부터 5등급차 운행 제한

    벌써부터 ‘삼한사미’…서울시 전역에서 12월부터 5등급차 운행 제한

     14일 중부 지역 미세 먼지는 ‘나쁨’ 단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초에는 아침 최저 기온이 0도 수준으로 쌀쌀했으나 주 후반으로 갈수록 최고 기온이 18도까지 올라 날이 따뜻해지자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라는 뜻의 ‘삼한사미’(三寒四微) 현상이 초겨울부터 시작된 것이다. 실내 온도 낮추기,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걷기, 공회전 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면 미세먼지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처음으로 시작하고, 수송·난방·사업장 등 4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녹색교통지역 5등급 차량 통행 금지, 사업장 전수 점검, 중점관리도로 청소, 친환경 보일러 3만 8000대 보급 등 16개 사업이다. 그 결과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수치는 35㎍/㎥에서 28㎍/㎥로 직전년도 대비 20% 감소했다. 미세먼지 ‘좋음’(15㎍/㎥이하) 일수도 11일에서 21일로 10일 증가했다. 2019년 서울연구원 연구 결과 서울지역의 미세먼지 배출원은 자동차 26%, 난방 31%, 건설기계 18%, 비산먼지 22%, 기타 3%로 나타났다.  올해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핵심인 5등급 차량 통행 금지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12월 1일부터 내년 3월말까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달릴 수 없다. 운행제한시간은 토,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전국 5등급 차량 중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은 차량이 적발될 경우 1일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저공해 조치가 되지 않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전국적으로 146만대에 달한다. 저감장치가 개발되지 않은 차량은 올해 12월 31일까지 단속이 유예된다. 운행제한 차량으로 적발되더라도 내년 11월 30일까지 저공해조치를 완료할 경우 과태료를 환불하거나 취소해준다. 경기도는 내년 3월 31일까지, 인천시는 내년 11월 30일까지 단속을 유예한다.  5등급 차량 저공해 조치도 지원한다.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경우 90%를, 조기 폐차시엔 최고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저감장치가 개발되지 않아 조기폐차 외에는 대안이 없는만큼 6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조기폐차한 후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를 구입하면 1300만원~3500만원 등 별도로 신차 구매 보조금도 지원한다.  승용차 마일리지 가입회원 15만여명을 대상으로 계절관리제 기간동안 서울지역의 4개월간 평균주행거리의 절반인 1850㎞ 이하로 주행한 경우 1만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마일리지로는 지방세를 납부하거나 모바일 도서상품권, 문화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다. 수송 분야 외에 난방, 사업장, 노출저감 등 4대 분야 13대 대책도 세웠다. 먼저 난방부문 감축을 위해 가정용 친화경 보일러를 보급한다. 초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노후 보일러를 대상으로 5만 5000대를 보급한다. 내년 3월부터는 공공임대주택 노후보일러 1만 3000대도 교체한다. 가정에서 친황경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20만원을 지원한다. 저소득층은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에코 마일리지 회원 116만 가구를 대상으로 계절관리제 기간 중 직전 2년간 평균 에너지 사용량 대비 20% 이상 에너지 사용을 줄인 경우 1만 마일리지를, 30% 이상 줄인 경우 1만 2000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연간 2000TOE(원유 1㎏을 10,000㎉로 환산한 값) 이상 에너지 사용하는 호텔, 백화점 등 에너지다소비건물 294곳을 대상으로 적정 난방온도인 20도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사업장은 전수점검과 함께 노후 건설기계 사용제한 점검을 강화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총 2021곳을 규모별, 관리등급별로 구분해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대형 공사장이 많은 강서, 강동, 강남, 송파 등 4개 자치구의 연면적 1만㎡ 이상인 특별관리공사장은 드론을 동원해 합동 단속을 실시한다.  노출저감 분야는 시민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점관리도로 53개 구간을 지정해 도로 청소를 1일 4회 이상 실시한다. 지하역사, 어린이집, 의료기관, 산후조리원의 실내공기질도 점검한다. 금천, 영등포, 동작 등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에 대해 대기배출사업장 전수점검, 공사장 집중점검, 살수차 및 분진흡입차를 운영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섬, 예술과 ‘썸’

    섬, 예술과 ‘썸’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는 섬들이 늘고 있다. 섬 고유의 풍경에 설치미술 작품이나 경관조명 등이 더해지면서 한결 볼거리가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여행을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가 섬으로의 여행에 불을 지폈다. 한국관광공사가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섬’을 테마로 11월에 가볼 만한 섬들을 추천했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①바다 풍경과 예술이 하나 되다 - 인천 신시모도 인천 옹진에 속한 신시모도는 수도권에서 가기 쉬운 섬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가 다리로 연결되면서 요즘은 아예 ‘신시모도’라고 붙여 부른다. 요즘 이 섬에서 가장 ‘핫’한 곳은 모도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다. 초현실주의 작품 80여점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돼 있다. 작품들이 바다에 인접해 있어 파도의 높낮이와 물때에 따라 보는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버들선생’이다. 만조 때엔 작품 아래가 물에 잠겨 바다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박주기도 인기다. 땅이 박쥐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박주기 바닷가엔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 설치돼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시도에선 수기 해변의 풍광이 빼어나다. 신도에는 걷기 좋은 구봉산(178m)이 있다. 산길이 완만해 바닷바람 맞으며 트레킹하기 적당하다.②지붕 없는 미술관서 쉼표를 찍다 - 여수 장도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있는 장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로 예술 작품들이 많다. 장도 관람로는 길이에 따라 3개 코스로 나뉜다. 하지만 해안선 길이가 1.85㎞에 불과해 코스 구분은 별 의미가 없고, 결국 전체 구간을 다 걷는 경우가 보통이다. 다양한 예술 작품 외에 전시관, 전망대 등도 마련됐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쉬기 좋은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장도에 들어가려면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 섬 주민이 오가던 노두를 활용한 다리로, 예나 지금이나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과거의 섬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장도 인근의 여수 선소 유적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든 장소다. 진남관에서 여수해양공원을 잇는 고소천사벽화마을, 향일암 등도 놓치지 말자.③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걷다 - 신안 기점·소악도 섬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입길에 오르내리는 섬은 전남 신안의 기점·소악도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순례자의 길’ 덕분에 ‘섬티아고’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섬엔 예수의 열두 제자를 모티브 삼은 12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섬에 머물며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를 걷는다. 다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가 밀물이면 잠기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웃한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도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섬이다. 자은도는 무인도 두 곳을 연결한 ‘무한의 다리’로 눈길을 끈다. 반월·박지도는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 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④보석 같은 섬에 벽화를 입히다 - 제주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최근 이곳에 문화 예술 바람이 불고 있다. 추자항 뒤쪽에는 아픈 역사가 깃든 ‘치유의 언덕’이 있다. 대서리 벽화 골목에선 춤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흥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반긴다. 아담한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존이 근사하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묵리 낱말고개도 흥미를 끈다. 신양항 앞에는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가 있고,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풍갤러리는 곧 문을 열 예정이다.⑤서포 김만중의 좌절과 꿈이 깃들다 - 남해 노도 경남 남해는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다. ‘구운몽’의 저자 서포 김만중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절해고도인 노도에 유폐돼 창작열을 불태웠다. 노도는 벽련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고전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구운몽’을 쓴 그는 노도에서 ‘사씨남정기’와 평론집 ‘서포만필’ 등을 썼다. 김만중은 끝내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3년 남짓 노도에 살다가 숨을 거뒀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문학 여행지로 제격이다. 노도 인근의 대국산성은 조망이 일품이다. 11월 말 개장 예정인 설리스카이워크에서는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타며 스릴을 즐길 수 있다.
  • 서울 아파트 팔고 운명 같은 제주행 “올레길은 마음길”

    서울 아파트 팔고 운명 같은 제주행 “올레길은 마음길”

    “코로나 시대라고 모두 가만히 집에만 처박혀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막바지 제주올레걷기축제가 한창인 제주올레 12코스에서 10일 만난 사단법인 제주올레 안은주(50) 상임이사는 평소처럼 씩씩해 보였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축제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된다. 그는 요즘 매일 전국에서 삼삼오오 찾아온 올레꾼들과 어울려 노란 감귤이 익어 가는 제주올레길을 걷는다.-왜 올레길인가, 왜 걷는가. “올레길은 무료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와서 올레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축제에 참가한 올레꾼들의 표정에서 모처럼 안도감과 해방감이 넘쳐나더라. 자연과 함께하는 이 길을 걸으면서 다들 행복해한다. 부부가 등산을 가면 부인은 남편의 빨리 오라는 소리만 듣지만 올레길은 같이 함께 나란히 걷는다. 바쁠 것도 없다. 올레길을 걸으면 행복해진다. 지금은 코로나19와도 싸워야 하지만 코로나 블루(우울)도 이겨 내야 한다. 코로나 블루를 날려 버리기엔 올레길만 한 게 없다.” -제주올레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 “어느 날 갑자기 제주올레와 운명처럼 만났다. 논산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대전과 서울에서 학교에 다녔다. 시사잡지 기자로 일하다 제주올레가 막 태동하던 2008년 9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이끌리듯 제주로 왔다. 제주살이 14년차다. 당시 언론계 선배였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혼자 힘으로 버거우니 도와 달라고 해 회사를 휴직하고 왔다. 올레길의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지다 보니 다시 번잡한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 싹 가셔 눌러앉았다. 신혼여행을 제주로 왔고 그때 남편과 나중에 제주에서 살자고 했는데 그 꿈이 앞당겨 이뤄졌다. 제주는 운명인 듯싶다. 올레길에서 치유받고 행복해하는 올레꾼들의 모습에서 올레길을 잘 가꿔야 한다는 작은 책임감도 느꼈다.” -제주올레 바람이 시들해진 것 아닌가. “도보여행 바람이 불면서 한때는 한 해 100만명이 넘는 올레꾼들이 제주올레길을 찾더라. 우리도 깜짝 놀랐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다. 일상에 지쳐 올레길을 걸으며 자연에서 위안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유행에 뒤처질까 봐 올레길 도보여행을 하는 올레꾼도 많았다. 제주올레 이후 전국 각지에 올레길이 생겨났다. 이제는 굳이 제주올레가 아니더라고 전국 어디서나 올레길을 즐길 수 있다. 한때 넘쳐나는 올레꾼으로 제주올레길이 군데군데 훼손되기도 했다. 제주올레는 이제 처음 추구했던 본래의 올레길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보여행 문화도 일반화됐다. 올레길은 한적해야 제멋이다.”-제주올레를 왜 일본에 전수했나. 욕도 먹었다. “제주올레 바람이 불자 2014년 규슈관광기구에서 규슈에도 올레길을 내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다. 현지에 가 보니 올레길을 내겠다는 규수 측의 열의가 대단했다. 올레라는 명칭과 표지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올레길 개설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우리라면 아무리 탐나더라도 대놓고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주올레의 모토는 모두가 함께 즐기자는 것이다. 규슈올레는 벌써 21개 코스가 개설됐고 마을마다 서로 올레길을 내달라고 아우성이다. 해마다 올레 브랜드 사용료도 받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미야기 지역은 방사능 우려 등으로 고심에 고심했다. 하지만 올레길은 치유의 길이다. 방사능 안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미야기 올레길 개설을 지원했다. 4개 코스가 개설된 미야기올레는 일본 대지진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올레길로 성장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규슈와 미야기 지역 올레길 개설은 잠시 중단됐지만 새로운 올레길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일본에 올레길 개설을 도와주고 욕도 많이 먹었다. 세계의 올레길에는 인종도 국적도 없다. 오로지 올레꾼만 있다. 그게 제주올레가 추구하는 철학이다.” -제주 이주 생활은 만족하나. 요즘 다시 되돌아가는 제주 이주민도 있다. “제주올레가 제주 이주 바람의 불씨를 댕겼다고들 한다. 렌터카를 타고 제주의 껍데기만 둘러봤던 여행객들이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속살에 푹 빠진 것이다. 이주 바람이 멈춘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주거 환경의 악화가 큰 요인이지만 정서의 문제도 있다. 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시골 친화적이다. 도시민들이 제주의 시골에 이주해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 속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정서적으로 통하지 않으면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순박한 인심이 넘치는 곳이 제주의 시골이다. 이주민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다 퍼주는 게 올레길 제주 시골 마을의 인심이다. 제주 한 달 살기 바람이 지금도 계속 중인 것을 보면 제주 이주는 아직도 매력적인 요소가 더 많다.”-올레길도 좋지만 먹고사는 것은 어찌하나. “제주올레 사무국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한다. 가난하지만 행사 때마다 지원봉사자가 넘쳐난다. 올레길 유지 관리 등 단체 운영을 위해 올레 기념품을 판매하고 게스트하우스인 올레스테이도 운영한다. 전국에서 올레길이 좋아 모여든 사무국 직원들에게 늘 미안하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이주할 때 아파트도 팔고 왔다. 그 아파트 가격이 지금 어마어마하다지만 아름다운 제주올레 풍광과 미리 바꾼 것으로 퉁친다. 올레길에 살다 보면 돈 들 일도 크게 없다. 옷은 다 트레킹복이고 화장할 일도 없다. 제주의 인심이란 게 서로 마음만 열리면 이것저것 다 퍼준다.” -먼 미래에도 제주 올레길은 존재할까. “평소에는 아침에 서귀포 법환포구 인근을 지나는 제주올레 7코스를 1시간 정도 걷고 나서 서귀포에 있는 사무국으로 출근한다. 수십년간 등을 졌던 70대 자매가 제주올레길을 걸으며 화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제주를 찾았던 사람이 올레길에서 생각을 바꾸기도 했다. 입대를 앞둔 자식과 제주에 여행 왔던 무뚝뚝한 경상도 부자는 올레길에서 처음 대화를 시작했다. 올레길에서 만나 결혼을 한 사람도 많다. 제주섬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한 올레길은 생명력을 이어 갈 것이다. 코로나19로 여행도 자연 친화적인 바람이 불고 있지 않는가. 자연만이 위안을 줄 수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올레길을 만들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 간섭 등으로 올레길을 개설한 철학이 왜곡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올레는 순수하게 민간 주도로 만들어 낸 도보 여행길이다. 제주올레는 올레길을 지나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로 그들과 함께했다. 올레길 주민들은 제주올레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길만 덩그러니 있다면 진정한 올레길이 아니다. 길을 지나면서 길에 사는 주민들과 교감해야 진정한 올레길이다. 올레길 마을 주민 한분 한분이 가꾼 게 지금의 제주올레길이다. 앞으로도 치유와 상생, 자연과의 공존 등의 철학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늘 씩씩해 보인다. 생활 속 우울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스리나. “무작정 사무국을 벗어나 가까운 올레길을 혼자 걷는다. 길에서 다양한 올레꾼들의 표정을 만나고 그것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코로나로 우울하다면 굳이 제주올레가 아니더라도 집 근처 둘레길을 터벅터벅 걸어 볼 것을 권유한다.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음뿐인가 몸도 건강해지는 게 걷는 것이다. 제주에 와서 병원에 갈 일도 거의 없더라. 올레길을 따라 제주섬을 한 열 바퀴쯤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와 있더라. 사소한 우울과 스트레스는 무시하고 넘겨버리는 법을 제주 자연에서 배웠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새벽 예매로 들떴던 충무로, 그때 군밤 냄새… 영화 같은 추억 속으로

    새벽 예매로 들떴던 충무로, 그때 군밤 냄새… 영화 같은 추억 속으로

    지난 1월 시작된 코로나19가 11월이 되도록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4회 ‘추억의 극장가’ 편에 참여하기 위해 충무로역 1번 출구 앞에 모인 우리들은 눈앞의 대한극장을 바라보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1958년 개관해 초대형 스크린에 ‘벤허’, ‘마지막 황제’ 등 대작을 상영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테고, 2001년 11개 상영관의 멀티플렉스로 완전히 변신했을 때를 되돌아보는 이도 있을 터였다. 저마다의 나이에 따라 추억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기억은 바로 지난 11개월간의 일상일 것이다. 지난해 가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고 올 초에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감염병의 습격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꿔 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람끼리 어떤 형태로든 접촉한다는 것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절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던 그때 영화관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었고 오락 공간이었다. 돌아보면 어느새 전설처럼 그리운 시절이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앉아서 스크린 속의 이야기에 함께 빠져들며 같은 장면에서 소리 내어 함께 웃고 눈물 콧물 훌쩍거리며 함께 울기도 했던…. 가을이 깊어 가는 주말 우리는 충무로를 거쳐 을지로와 종로까지 한때 ‘서울의 10대 개봉관’으로 불렸던 극장들을 따라서 걸어 보기로 했다. 사라지고 변화되고 그나마 남아 있기도 한 그 모습들을 찾아서.먼저 서울미래유산 산업노동 분야에 선정된 ‘충무로 인쇄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오래되고 활력을 잃은 듯한 분위기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영화산업의 발전과 함께 영화 관련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형성된 충무로 인쇄골목은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인쇄산업 메카로서의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산업과 함께 발전해 온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특히 연말을 맞아 달력과 연하장, 다이어리 등을 진열해 놓은 가게 앞을 지날 때는 디지털 시대에도 인쇄물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고 손글씨로 안부를 전하는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정겹게 되돌아보며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만난 스카라극장 터. 지금은 아시아미디어타워 건물이 우뚝 솟아올라 있다. 1935년에 1000석이 넘는 규모로 세워져 국내 초창기 극장 건축의 역사를 간직해 온 까닭에 2005년 문화재 등록이 예고되자 건물주가 재산권 침해라며 철거를 해 버린 것이다. 급속한 사회 변화로 근현대 서울 시민의 모습이 담긴 문화유산이 덧없이 사라져 버린 생생한 현장이다. 199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극장들이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해 갈 때도 스카라는 단관을 고수하며 국내 최대 스크린을 유지해 왔으나 반원형 현관 부분이 도로 쪽으로 튀어나온 독특한 모양새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의 전형을 70년 동안 보여 주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다. 서울미래유산처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개별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보전 방식이 그때도 있었다면, 문화재나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이 그때도 지금처럼 높았다면…. 아쉬운 마음으로 대각선 방향의 명보극장으로 향하자 그나마 안심이 된다. 이제는 뮤지컬과 연극 등의 공연을 주로 하는 명보아트홀로 바뀌었지만 1957년 개관한 이래 스카라극장과 마주 보며 관객몰이를 했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극장 앞 광장에 새겨진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은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오고, 광장 한쪽의 이순신 장군 생가터 표지석은 충무로라는 도로명의 유래까지 알려 준다.하지만 을지로로 접어들어 국도극장 터에 이르자 또다시 진한 아쉬움이 밀려든다. 문화재로 등록될 기미가 보이자 극장주가 건물을 허물어 버린 것은 이곳이 스카라보다 먼저였으니 1936년에 동양풍을 가미한 아름다운 르네상스식 대리석 건물로 세워진 국도극장은 1999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국도호텔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충무로 인쇄골목을 지나오면서 197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들 속의 인쇄 관련 업체들을 살펴봤고, 또한 1970년대에 완공된 세운상가 건물군을 지나쳐 온 까닭일까. 국도극장 터를 표시하는 기념 표석 앞에서 우리는 어느덧 1970년대를 추억하게 됐다. 지금과 같은 예매 시스템도 없이 단일 개봉관에서 신작 영화를 몇 달씩 상영했던 그 시절에는 이곳 국도극장에서도 아침부터 영화표를 예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을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영자의 전성시대’가 모두 이곳 국도극장에서 개봉됐으니 이른바 70년대 청년영화를 보기 위해 당시 을지로의 대표적인 극장이었던 이곳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을까.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70년대 산업화의 역군들은 극장에서 한국 영화가 보여 주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방황과 좌절에 공감하며 한편으로는 영화처럼 빛나는 삶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의 그늘과 유신 시절의 억압을 잠시 잊은 채 함께 울고 웃던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나서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었듯 우리는 국도극장 터를 뒤로한 채 바로 앞 세운상가 3층 보행데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무로와 나란히 종로로 이어지는 세운상가는 약 1㎞ 길이의 초대형 주상복합상가로 일제강점기에 전쟁을 대비해 비워 둔 공터 자리에 세워져 각종 전자제품을 취급하며 명성을 날렸으나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고 강남이 부상하면서 급격히 침체에 빠졌다. 그래서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녹지축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있었으나 5년 전부터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다시세운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디오와 비디오, 컴퓨터, 불법 복제 등 세운상가를 통해 보급되고 발달한 다양한 ‘신기술’과 ‘신문화’는 종합예술로서의 영화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시 정비된 세운상가의 3층 보행데크를 걸으면서 한국 영화와 극장 건물에 대해 생각이 이어졌다. 이쪽은 기존의 제조 산업을 디지털 디바이스와 결합하고 우리가 지나온 인쇄골목 쪽 상가 구간은 인쇄산업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다시 살리겠다고 하니 철거 대신 선택한 존치 재생이 다른 여러 산업과 문화에도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싶었다. 청계천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세운상가군이 자연스럽게 공중 보행교로 연결되고 있어서 잠시 청계천을 내려다보는 시간도 가져 봤다.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지도 어느덧 15년. 산업화 시대를 지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진정한 현대화를 이뤄 가는 우리의 미래를 청계천 물길을 따라 상상해 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종로와 만나는 세운상가 끝자락에서 다시세운광장 건설 때 발굴한 조선시대 중부관아 터 유적을 둘러보고 9층 옥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종묘 숲을 보면서 서울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인가를 실감했다. 옥상에서 사방으로 둘러보는 도심은 현대식 빌딩으로 가득하지만 바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으니 다시 한번 개발과 보존에 관한 여러 생각이 교차한 순간이었다.다시세운옥상에서 서울의 기운을 가득 받아 안고 종로로 내려가서 서울극장 앞에 이르자 추억의 오징어구이와 군밤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길 건너 단성사는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지만 새로 지은 빌딩의 이름 속에 흔적으로만 남았고, 피카디리극장도 광장의 핸드프린팅마저 지하로 내려가 옛 모습이 아니었지만 영화관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다 하고 있다. 1960년대의 세기극장을 인수해 1979년 서울극장으로 개관한 이후 증축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복합상영관 시대를 열었던 서울극장은 종로와 충무로 일대 영화의 역사를 대변하는 극장으로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마지막으로 우리가 찾은 허리우드극장 역시 서울미래유산인데, 1969년 낙원상가 건립과 동시에 개관했던 모습 그대로 이제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특화돼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를 저렴한 관람료로 상영하는 그곳에는 모처럼 만나는 옛 영화들이 알록달록한 포스터로 가득했다.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언젠가는 낡은 게 된다. 코로나19에 저당 잡힌 이 시대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이다.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추억의 극장가를 걸어온 끝에 우리에게 다가온 화두는 결국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였다. 글·해설 고은주 소설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제25회 경의선 숲길 걷기 ●출발 일시 11월 14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건강챙기고 선물은 덤”… 부천시, ‘나혼자 만보 걷기’ 인기

    “건강챙기고 선물은 덤”… 부천시, ‘나혼자 만보 걷기’ 인기

    경기 부천시가 ‘나혼자 만보 걷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어 걷기를 실천하면서 선물도 받는 1석2조 효과를 보고 있다. 부천시는 지난 9월 14일부터 모집한 ‘나혼자 만보 걷기’ 캠페인 동참시민이 총 849명이라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오는 12월 12일까지 진행 중으로 현재 4주차 동참자는 650명가량에 달하며, 시민들 반응이 좋아 참가인원이 제한수를 넘어 당분간 추가접수는 받지 않는다. ‘나혼자 만보 걷기’는 모바일 앱을 활용해 대면을 최소화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춤형 캠페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한된 일상생활 속 부족해진 신체활동량을 증가시키고 저하된 면역력을 증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건소에서는 만보걷기 참여시민들에게 실천 의지를 독려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건강정보와 올바른 운동 방법 소개 영상 등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주고 있다. 걷기 실천에 성공한 한 50대 김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운동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워 방콕생활을 하다 보니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이 많아졌다”면서, “이번 캠페인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선물도 받을 수 있어 꿩먹고 알먹고~”라며 만족해했다. 만보걷기를 달성한 시민들에게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4주차 실천자에게는 스트레칭밴드와 칫솔세트·마스크·휴대용방석·위생백세트 등을 선물한다. 8주차는 장바구니와 스포츠양말·지압볼이, 12주차는 스마트 체중계와 안마봉이 제공된다. 부천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reserv.bucheon.go.kr)에서 사전 예약한 후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 된다. 홍영애 건강증진과장은 “운동시 개인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이번 만보걷기 캠페인이 전 부천시민들에게 확산돼 시민 모두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포항 오어지 둘레길 7㎞ 개통…맨발길·산책로 구성

    포항 오어지 둘레길 7㎞ 개통…맨발길·산책로 구성

    경북 포항시는 총 둘레 7㎞에 이르는 연못인 오어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오어지 둘레길을 개통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2017년 천년고찰 오어사 주변을 걷는 오어지 둘레길(남구 오천읍 항사리) 7㎞ 가운데 6㎞ 공사를 마쳤다. 이후 올해 4월부터 최근까지 항사리 마을 입구에서 안항사까지 약 1㎞ 둘레길을 조성했다. 오어지 둘레길은 오어지를 비롯해 운제산과 고찰 오어사를 끼고 있다. 오어사 입구 출렁다리 원효교, 오어지 둑과 연결되는 인도교, 메타세쿼이아 숲, 관어정, 망운정, 전망데크 등도 있다. 전체 길은 데크길 1.4㎞, 맨발길 1.5㎞, 산책로 4.1㎞로 구성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오어지 둘레길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자연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고 맨발 걷기를 통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포항 대표 둘레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서대문, 전태일을 기억하는 11월

    서대문, 전태일을 기억하는 11월

    서울 서대문구는 전태일 50주기를 앞두고 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서대문구전태일50주기기념사업회가 ‘전태일을 기억하는 시간’을 주제로 제8회 노동인권문화제를 연다고 2일 밝혔다. 문화제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5일에는 구청에서 개회식과 함께 ‘서대문구 공동주택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인권보호 조례’ 제정을 위한 설명회, 아파트 노동자와 입주민의 상생선언, 노동 강연 ‘당사자의 나의 노동 이야기’ 등이 진행된다. 5~6일 오후 7시에는 CGV 신촌아트레온에서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 ‘런던 프라이드’를 상영한다. 7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에는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PC 등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7일 오전 10시부터는 전태일기념관, 전태일동상, 전태일다리, 명보다방 등 전태일과 관련된 지역을 탐방하며 해설을 듣는 ‘전태일 따라 걷기’가 열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1조에 최대 5명씩 총 5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전태일 평전 이어 읽기’는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전태일 평전’을 서대문구민 200여명이 1페이지씩 나눠 읽고 녹음해 오디오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우상호·김영호 국회의원도 녹음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때 만화영화 ‘태일이’ 후원(1만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내년 2월 개봉 예정으로 후원자 이름은 엔딩크레디트에 오른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전주 옛 도심에 명품 보행공간 만든다

    전북 전주시 옛 도심에 명품 보행공간이 조성된다. 전주시는 행안부의 보행환경 특화지구 시범사업지구로 선정돼 충경로 등 구도심 일대에 명품 보행공간을 만든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국비 50억원 등 100억원을 들여 옛 도심 2.7㎞ 구간에 특색 있는 보행순환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사업대상지는 역사문화자원, 경관자원, 지역축제장소, 다양한 특화거리가 집합된 충경로 사거리~병무청 오거리, 한옥마을~전주시청간, 현무 2·3길 등 12개 노선이다. 이번 사업은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걷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명품 보행공간이 조성되면 차 없는 거리 행사는 물론 전주국제영화제, 비빔밥축제, 한지문화축제 등 각종 문화 행사 환경이 좋아지고 침체된 옛 도심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사업 선정을 계기로 옛 도심을 보행권이 확보돼 누구나 걷고 싶어하는 보행문화 천국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관변호사, 신용카드 내역 공개…접대 주장 김봉현 궁지에 몰리나

    전관변호사, 신용카드 내역 공개…접대 주장 김봉현 궁지에 몰리나

    김봉현(46·구속 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주장하는 ‘검사 술접대’ 자리를 마련한 인물로 지목된 검사 출신 A변호사가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 속 일부 주장을 반박하는 정황 자료를 공개하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섰다. 지난 16일 첫 번째 입장문에서 ‘A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에게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고 밝힌 김 전 회장은 지난 21일 두 번째 입장문에서는 ‘A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모시고 지난해 청와대 모 수사관 상가를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언급된 수사관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일했던 검찰 수사관 백모씨다. 백씨의 빈소는 지난해 12월 2일에 차려졌다. A변호사는 29일 서울신문에 지난해 12월 2일 카드 결제 내역을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A변호사는 그날 오후 7시 47분 서울 서초구 서초역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근처 음식점에서 8000원을 결제했다. 같은 날 윤 총장은 오후 6시 30분쯤부터 오후 9시쯤까지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음식점과 장례식장은 걸어서 약 25분 거리다.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A변호사는 윤 총장과 빈소에 간 후 음식점에 갔다는 얘기다. 그러나 A변호사는 “빈소에 간 사실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윤 총장을 모시고 빈소를 가냐”고 반박했다. A변호사는 또 자신이 윤 총장과 같이 사는 아파트 사우나에서 윤 총장을 만났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그는 “김 전 회장에게 ‘윤 총장이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해당 아파트) 지하상가 1층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지나가며 말한 적은 있어도 ‘사우나’라는 단어는 꺼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술자리 접대 관련자 중 일부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통해 접대가 이뤄진 유력한 날짜를 지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변호사는 “술자리 참석자의 얼굴, 지불한 술값은 모두 기억하면서 지난해 7월 며칠에 접대가 있었는지 유독 그 날짜만 특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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