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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이 ‘젠 스타일’

    이것이 ‘젠 스타일’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일본 ‘젠(禪) 스타일’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그 대표주자군에 요시오카 도쿠진(吉岡德仁·43)이 있다. 스와로브스키 샹들리에, 에르메스 전시장, 도요타 렉서스 매장, 카르티에 향수병 ‘문 프래그먼트(moon fragment)’ 등 세계적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요시오카는 2007년 미국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에 뽑히기도 했다. ●거대한 빛의 기둥 ‘레인보 처치’ 예술, 디자인, 건축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청담동 뮤지엄닷비욘드뮤지엄에서 다음달 30일까지 계속되는 ‘스펙트럼’ 전이다. 아시아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으로는 최대 규모다. 전시장 중앙을 차지한 ‘레인보 처치’는 500여개의 프리즘 블록을 쌓아올려 만든 9.2m 높이의 거대한 빛의 기둥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를 연상시킨다. 6일 전시장에서 만난 요시오카는 “20대에 프랑스 방스 지방에서 앙리 마티스가 디자인한 로제르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자연과 가까운 소재를 주로 이용한다는 그는 아이폰에 저장된 마티스의 작품을 보여주며 “죽기 전에 이런 작품을 한번 설계해 보고 싶었다.”는 말도 했다. 특수유리로 제작되어 무게만도 1t에 이르는 벤치 ‘워터 블록’과 벌집을 형상화한 종이의자 ‘허니-팝’ 등 그의 대표작도 만날 수 있다. 워터 블록은 일본 도쿄의 롯본기에 ‘길거리 가구(public furniture)’로 설치돼 있어 걷다가 앉아 쉬어 갈 수도 있다. 허니-팝은 그 혁신적인 디자인을 평가받아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됐다. 아시아에서 처음 소개되는 ‘토네이도’는 200만개의 빨대를 쓰나미처럼 풀어놓아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순한 재료를 이용해 재료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요시오카의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난다. 2007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받으면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허니-팝’ 등 혁신적 의자 만들어 요시오카는 ‘허니-팝’을 비롯해 폴리에스터 섬유를 가마에 넣고 빵을 만들 듯 구운 ‘파네 의자’, 미네랄의 결정체가 섬유에 달라붙어 의자 모양을 만드는 ‘비너스’ 등 혁신적인 의자를 많이 만들었다. “의자는 세계 공통이라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자기 생각을 담아 많이 만드는 듯합니다. 지금까지의 의자 디자인 이상이 나올 수 있도록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는 요시오카는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 넘치다 보니 가치관이 제한되고 시야가 좁아져 옛날처럼 특별히 강렬한 개성을 가진 후배들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02)577-6688.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연아, 타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김연아, 타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피겨 퀸’ 김연아(20)가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타임은 29일 올해의 ‘타임 100인’을 발표하면서 김연아를 영웅(hero) 분야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이은 2위로 소개했다. 여자 피겨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미셸 콴(29)은 타임에 기고한 글을 통해 “김연아처럼 스포츠와 예술성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스케이터를 본 적이 없다.”면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슈윈 작곡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 연기를 통해 피겨 스케이팅의 면모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콴은 “김연아가 6분30초간의 연기를 통해 세계 기록을 다시 세운 것은 물론 세계 수백만명의 어린 소녀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고 극찬했다. 이 분야에는 미 프로골프 선수인 필 미켈슨과 테니스 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 영화배우 리롄제(이연걸) 등이 포함됐다. 지도자 분야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위로 선정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위,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6위에 올랐다. 예술가 분야에서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1위를 차지했고,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샌드라 불럭,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상가 분야에서는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1위에 오른 가운데 싱가포르의 아버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 전 총리,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 소니아 소토마이어 미 연방대법관 등도 함께 선정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주로 나무로 집을 지어 살던 한국인들이 벽돌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서양 문물이 도입되면서부터였다. 물론 조선의 남한산성과 수원 화성에도 벽돌이 일부 쓰이긴 했다. 하지만 무덤, 탑, 성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건물에 벽돌이 쓰이면서 한국의 근대가 시작됐다. 지난 24일 시작된 경남 김해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전시를 다녀왔다. 김해미술관은 김해시가 전액 출자한 예술법인 김해문화재단에서 세운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1970~80년대 다세대주택이 한창 지어질 무렵, 붉은 벽돌은 흔하고 싼 건축재료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콘크리트, 철재, 유리 등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싸고 잘 부서지는 벽돌은 다루기 어려운 재료가 되고 말았다. ‘벽돌, 한국’전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건축재료인 벽돌의 탄생부터 1880~1945년 지어진 아름다운 벽돌 건물과 벽돌의 현대적 가능성 등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벽돌 건축물은 지금의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안에 있는 무기공장 번사창(서울시 유형문화재 제51호)이다. 검은색 벽돌로 벽체를 쌓고 붉은 벽돌로 띠를 두른 다음 검은 기와지붕을 올렸다. 근대 교육의 효시인 배재학당, 신여성 교육기관인 부산진 일신여학교, 영국대사관저, 덕수궁 내 정관헌 등도 한국 근대를 상징하는 벽돌 건축물이다. 당시 지어진 근대 벽돌 건축 가운데 백미로는 명동성당이 꼽힌다. 프랑스인 코스트 신부는 중국에서 벽돌공, 미장이, 목수를 초빙하여 20여종의 벽돌을 쌓아 명동성당을 완성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두 차례 크게 보수작업을 거친 명동성당 벽돌 건축미가 김해미술관 중앙홀에 재현됐다. 벽돌로 새롭게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브릭 아이 브릭 시티’란 벽돌 미술작품을 설치한 건축가 우대성씨는 “벽돌은 자연친화적인 건축 소재로 방온, 방습, 냄새 제거 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벽돌, 한국’전은 근대 건축물 보존운동을 펴는 건축가들의 조직 도코모모 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와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함께 기획했다. 미술관에는 산업용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마도 있다. 전시는 8월15일까지다. 전시기간에 관람객들은 미술관 가마에서 직접 구운 벽돌로 집을 짓고, 번사창 종이모형을 완성해 보는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055)340-7012. 김해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기웅 응칠교 편지] 이석교(里石橋)를 찾아서

    [이기웅 응칠교 편지] 이석교(里石橋)를 찾아서

    지난 3월26일 오전 10시, 안중근의사의 순국(殉國) 100주년 되는 날 바로 그 ‘순국의 시간’에 파주출판도시의 많은 이웃들이 응칠교(應七橋·안중근 님의 아명 ‘응칠’을 따서 이름 붙인 다리)에 구름처럼 모여 ‘응칠교를 아시나요’라고 이름 붙인 뜻깊은 답교(踏橋) 행사를 가졌더랬습니다. 그 ‘순국의 시간’인 10시에 파주의 소리꾼 박공숙 여사 일행이 응칠교 위에서 소리쳐 노래한 레퀴엠(鎭魂) 아리랑은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지요. 참석했던 많은 이들은 감격해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졌던 순국 기념행사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행사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떨어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만나야 할 두 지점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새삼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파주출판도시 안에는 지금까지 여섯 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첫째가 은석교(隱石橋), 둘째가 응칠교, 셋째가 다산교(茶山橋), 넷째가 이석교(里石橋)로서, 이 네 다리는 모두 이 도시와 연관되는 인물들을 기념하여 이름지어졌지요. 나머지 두 다리는 노안교(蘆雁橋)와 심학교(尋鶴橋)입니다. 갈대와 기러기로 대변되는 이 지역의 생태적 모습과 함께, 이 땅이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지(明堂地)임을 보여주는 심학산의 깊은 유래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들입니다. 이 여섯 다리에 이어, 확장을 서두르고 있는 출판도시 2단계 지역인 ‘책과 영화의 도시’에 여덟 개의 다리가 더 놓이게 됩니다. 그 다리들 하나하나에도 역시 기념비적인 이름들이 부여될 것입니다. 응칠교 행사를 마친 우리는, 출판도시 안의 또 하나의 다리 이석교를 찾았습니다. ‘이석(里石)’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수근(金壽根)의 아호입니다. 우리는 10년 전 응칠교를 포함해 여섯 개의 교량을 계획하면서, 그중의 하나를 김수근을 기념해 이석교라 이름지었습니다. 김수근의 제자이면서 이 도시의 건축 코디네이터인 승효상(承孝相)에게 그 다리의 난간 설계를 의뢰했지요. 승효상과 함께 이 도시의 건축설계지침을 수립했던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김수근의 제자들이었거나 그의 건축 이념에 영향을 받은 뛰어난 건축가들이었습니다. 이 건축가들에 의해 책마을의 도시적 이상은 구현돼 왔고, 앞으로도 출판도시의 미래상을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칠 것임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이석교’라는 명칭은 출판도시의 건축정신을 대변할 터입니다. 건축에 관한 한, 김수근이야말로 오늘의 우리에겐 진정 기대어 논의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사반세기(四半世紀), 내년이면 25주기를 맞습니다. 이석 김수근은 과연 누구일까요. 안중근에 대한 앎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갖고 있는 건축가 김수근에 대한 앎 역시 그리 깊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그를 더 깊이 알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건축가 황두진(黃斗鎭)은 어느 글에서, “김수근의 삶은 ‘건축’과 ‘건축가’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窓)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수근의 위상을 나타내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도시의 건축 착공을 앞둔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은 무엇보다도 좋은 설계를 이뤄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출판도시 시범지구 건축설계 계약서’의 문안을 확정짓고, 이를 체결하는 행사를 2000년 4월26일 출판도시의 첫 건물인 인포룸에서 엄숙하게 가졌지요. 사업에 참여할 설계자들과 건축주들 모두가 모였습니다. 이름하여 ‘위대한 계약식’. 출판도시는 공동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었고, 위대한 계약서의 문안에도 있듯이, “우리시대에 미만(彌滿)해 있는 건축에 대한 혐오나 출판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고, 이 땅에 건강한 출판문화와 건축문화를 세우기 위해” 이 도시는 계획되었고, 우리는 잠시도 초심을 놓치지 않고 오늘의 이 도시를 이루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김수근이 생각했던 건축에 대한 생각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믿습니다. 나는 응칠교에 서서, 이제 육안으로는 바라볼 수 없지만 배움의 정신을 통해 바라보는 선배의 생각과 함께 이 도시가 설계·경영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위대한 계약’은 김수근 선배와의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 까칠근영 ‘그런지룩’ - 댄디민호 ‘개취룩’

    까칠근영 ‘그런지룩’ - 댄디민호 ‘개취룩’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공중파 수목드라마 주인공들의 패션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KBS ‘신데렐라 언니’의 문근영과 MBC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 패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최근 극 중에서 직장인으로 성장한 문근영은 반항적인 여고생 ‘은조’를 연기하면서 낡아서 해진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그런지룩’을 선보였다. 자잘한 꽃무늬 등이 박힌 원피스, 군부대의 야전 상의 같은 넉넉한 품의 야상 점퍼, 엉덩이까지 길게 내려오는 청 셔츠 등으로 주인공의 까칠한 성격을 표현했다. 문근영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그런지룩’을 위해 오래된 빈티지 느낌의 캐주얼 브랜드 ‘써스데이 아일랜드’의 원피스와 야상 점퍼를 주로 입었다.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와 손예진이 선보인 편안한 캐주얼 차림도 ‘써스데이 아일랜드’ 제품이다. 드라마 제목을 줄여 일명 ‘개취룩’이라 불리는 이민호 패션은 도시 남성들이 편안하게 패션 감각을 뽐낼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극에서 건축가로 나오는 이민호는 획일적인 스타일의 정장 대신 캐주얼 느낌의 재킷 안에 티셔츠나 차이나 깃 셔츠를 입고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9부 바지를 입어 경쾌한 느낌을 낸다. 이민호가 입는 의상의 80% 이상은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트루젠으로 재킷은 20만원대, 바지 10만원대, 정장 30만~50만원대, 셔츠 4만~5만원대, 니트 10만원대, 티셔츠 8만원대다. 건축가인 만큼 큰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손에 들 수 있고 어깨에 멜 수도 있는 멀티 백이 최근 대세다. 이민호가 든 멀티 백은 트루젠 가방(20만원). 바짓단을 살짝 접어 입을 때 눈에 쏙 들어오는 신발 역시 운동화와 캐주얼 느낌의 구두 등을 주로 신는다. 베이지와 은색이 섞인 스니커즈(19만원)와 재봉선을 드러내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는 로퍼(20만원)는 트루젠 제품. 캔버스 천으로 만든 튼튼하고 편한 운동화(5만원)의 브랜드는 사눅이다.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의 스타일리스트를 맡은 정혜선 실장은 “검은색 대신 비둘기색, 연회색, 연보라색 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상고재와 삼호당/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상고재와 삼호당/안미현 문화부장

    꽃남 이민호와 손예진이 주연을 맡아 관심을 끈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초반 고전 중이다. 이민호는 너무 뻣뻣하고 손예진은 다소 넘친다. 네티즌들의 ‘옥에 티’ 훈수도 잇따른다. 그중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상고재(相 材)다. 졸지에 게이로 낙인 찍힌 이민호가 손예진이 사는 집에 세를 얻어 들어간다는 게 드라마의 출발점이다. 유명 건축가인 손예진의 아버지가 지은 한옥, 그러니까 손예진이 사는 집 이름이 바로 상고재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대문’과 ‘골목길’만 빌려온 상고재 앞에는 ‘서로 연모하는 곳’이라는 뜻의 택호(宅號)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무심코 넘겼는데, 세계 최강의 눈썰미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누리꾼들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상고재의 ‘재’가 흔히 집이나 장소에 붙이는 재(齋)가 아닌, 재목 재(材)라고 꼬집는다. 지적이 있고 나서 유심히 드라마를 봤다. 제작진의 대응이 궁금해서였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고친 뒤 시치미 뚝 떼고 넘어갈까, 아니면 등장인물 누군가의 대사를 통해 실수를 환기시키고 바로잡을까, 그도 아니면 이러이러한 뜻이 있어 일부러 재(齋)가 아닌 재(材)를 쓴 것이라고 해명할까. 별게 다 궁금하다는 주위의 핀잔을 들어가며 TV를 봤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상고재는 여전히 상고재(相材)였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한 TV 광고문구가 히트한 이후,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시험문제에 많은 초등학생들이 침대에 동그라미를 쳤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데, 실수라면 바로잡고 의도라면 설명해야 할 것을, 다소 실없는 생각을 하던 차에 삼호당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고미술을 시장으로 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우찬규 학고재 갤러리 사장이 집을 개방한다는 소식이었다. 마당과 뒤뜰에 매화를 심었는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술 한 잔 기울이며 ‘수상한 세월’을 논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한옥 짓고 사는 게 꿈인지라, 오로지 한옥 구경 욕심에 물색없이 그 자리에 끼었다. 이름도 생소한, 삼청동 옆 팔판동이라는 동네의 좁은 골목을 따라 대문을 밀고 들어서니 ㅁ자형의 독특한 구조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채와 사랑채가 한가운데 마당을 빙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비움의 미학’을 강조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를 했다더니, 승효상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좁은 서울 땅에서 비우라는 게 말이 돼? 미친 놈이지!”하던, 한 건축가의 걸죽한 입담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성급한 웃음이었다. 애초 집을 사들일 때부터 ㅁ자 구조였다는, 우리나라 한옥에서도 매우 드문 구조라는 집주인의 설명이 이어진다. 승효상은 한옥 내부설계만 맡았다고 한다. 과연…. 매화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추위를 이겨내고 맨 먼저 피는 꽃이 매화인지라 도도함과 고고함의 상징으로 회자되지만 달빛 때문인지, 서해바다의 통곡 때문인지, 밤 하늘과 함께 올려다본 앞마당 매화는 왠지 처연하게 느껴졌다. 시선을 돌렸다. 삼호당(三乎堂) 문패가 눈에 들어온다. 설명을 청했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乎·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라 할 만하지 아니한가).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세 가지 되물음, 즉 삼호(三乎)를 따와 지었다고 한다. 밤은 깊어 가는데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집 주인도, 객(客)들도, 그 시각 어느 하늘 아래서 삶과 분투하고 있을 이름 모를 사람들도, 삼호는 제각각 다르리라.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삼가 조의를 보낸다. hyun@seoul.co.kr
  • 이민호 이현우 박시후, 드라마속 ‘3인3색’ 패션

    이민호 이현우 박시후, 드라마속 ‘3인3색’ 패션

    최근 드라마를 보면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지닌 남자들이 눈에 띈다. 그 중 건축가, 뮤지컬 제작자, 변호사로 열연하고 있는 이민호, 이현우, 박시후는 드라마 속 직업에 어울리는 패션스타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그들이 보여주는 수트 패션은 기존과는 달리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전문직 남성 특유의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 잘 갖춰진 수트에 각자의 개성을 살린 포인트로 프로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세 남자의 패션 스타일에 대해 알아봤다.◆액티브한 건축가 이민호 –소프트한 수트 패션’개인의 취향’에서 실력 있는 건축가 역할을 맡은 이민호는 젊고 열정적인 건축가이다. 기존의 수트 패션과는 달리 그레이 컬러나 스카이 블루 등의 모노톤의 컬러 재킷과 루즈핏의 티셔츠, 그리고 가디건 등을 매치해 캐주얼하면서도 경쾌함을 부각시켰다. 특히 활동성을 높이는 편안한 슈즈로 매치해 외부 활동이 많은 건축가다운 스타일을 연출했다.LG 패션 마에스트로 최혜경 수석 디자이너는 “흔히 볼 수 있는 전문직 남성의 반듯한 수트 패션에서 벗어난 이민호의 댄디룩은 젊은 건축가다운 이미지를 완성시킨다. 이처럼 니트아이템과 면 팬츠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캐주얼은 격식과 활동성을 모두 만족 시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카리스마 뮤지컬 제작자 이현우 –격식 있는 맞춤 정장’오마이레이디’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컬 제작자를 맡은 이현우는 배역에 어울리는 반듯한 수트를 착용해 실력 있는 제작자 역할을 표현했다.극중 이현우는 짙은 컬러의 재킷과 베이직 컬러의 셔츠를 매치하고 컬러감 있는 타이와 행커 치프로 포인트를 줘 멋스러운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특히 이현우의 몸매에 딱 맞게 맞춘 듯한 수트는 말끔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줘 지위에 어울리는 격식 있는 수트 패션을 완성했다.LG패션 마에스트로 최혜경 수석디자이너는 “이현우처럼 체격에 딱 맞는 수트를 착용하고 싶다면 맞춤 수트가 제격이다. 맞춤 수트는 몸매 라인에 맞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작하므로 더욱슬림해 보인다. 여기에 컬러풀 한 행커 치프로 포인트를 주면 세련된 맞춤 수트가 완성된다.”고 전했다.◆세련된 변호사 박시후 –감각적인 수트 패션‘검사 프린세스’에서 미스터리 변호사 서인우 역을 맡은 박시후는 일반 변호사와는 다른 감각적인변호사 패션을 서보이며 상대 배우 김소연과 함께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박시후는 극중 수트를 착용하더라도 다양한 패턴의 스카프를 매치해 모던한 재킷에 포인트를 줬다. 재킷 이외에도 트렌치코트와 가죽재킷을 활용해 정형화된 반듯하고 스마트한 분위기의 검사 패션에 신선함을 부여했다.LG패션 마에스트로 최혜경 수석디자이너는 “다소 여성적인 아이템인 스카프는 잘만 활용하면 격식과 스타일리시함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다. 답답하게 목에 두르는 것 보다 재킷라인에 맞게 스타일링하면 고급스럽고 패셔너블해 보인다. 또한 과감한 컬러의 행커 치프로 포인트를 주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사진 = 마에스트로 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주거문화 新 패러다임] 세곡 보금자리 명품디자인 단지로

    대표적 보금자리주택인 서울 강남 세곡지구는 유명 건축가에 의해 명품 주거단지로 지어진다. LH는 세곡 보금자리지구 A-3·4·5블록의 설계를 위해 최근 국내외 유명 건축가 10명을 지명했다. 이들 건축가는 LH가 요구한 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발됐으며, 이들은 다시 본경쟁을 거쳐 최종 작품을 평가받는다. 건축가들은 심사위원회가 제시한 세곡지구의 3가지 키워드인 ▲지속 ▲가치 ▲아우라를 담은 설계안을 제출하게 된다. 이처럼 유명 건축가를 초청해 아파트 단지의 설계디자인을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공공분야에서는 옛 대한주택공사가 판교에 적용한 적이 있다. 당시 서판교 B-1·2·3 블록의 연립주택 단지 300가구의 설계를 맡겼지만 규모가 훨씬 작았고 해외건축가만 참여했다. 이번에는 한국과 해외 건축가가 동시에 참여하고, 경쟁이 한 단계 추가돼 제안서가 채택된 건축가만 본경쟁에 진출하는 것이다. 심사방식도 건축가들이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펼쳐 일반인과 입주예정자들에게도 설계 내용을 모두 보여줄 예정이다. 서호수 LH 주택총괄설계처 차장은 “프레젠테이션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일반인들도 유명 건축가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건축축제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H는 제안서 심사 단계까지만 참여하고, 본경쟁 심사는 전문 건축인에게 맡길 계획이다. 제안서 심사에 참여했던 김영부 LH 처장은 “출품된 작품에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미래의 새로운 주거문화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명건축가에 대한 본심사는 5월26일 분당 LH 정자사옥에서 공개로 이뤄지고, 결과는 28일 발표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개팔자 상팔자… ‘호화 단독주택’ 사는 개들

    주인이 선물한 호화로운 단독주택에서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 개들이 외신에 소개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LA의 한 가정집에서 기르는 애완견 달라, 첼시, 퍼프 등 3마리는 2년 전부터 주인집과 같은 동네에 있는 미니저택에서 살고 있다. 전직 보험 관리인인 주인 타미 케시스(47)가 유명 건축가에 의뢰해 지은 이 집은 애완견 3마리가 편안하고 놀고먹고 잘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다. 개들의 집은 근처 일반 저택에 비해 훨씬 작지만 3.3m에 이르는 높은 아치형 지붕과 잘 가꿔진 정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꾸며져 멋스러움을 풍긴다. 케시스는 “몇 년 전 집 앞에서 놀던 첼시가 야생 올빼미에게 잡혀갈 뻔한 일이 있었다.”면서 “개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저택에는 냉난방시설이 완비돼 있다. 또 내부에는 널찍한 거실에 침대 3개가 있으며 주인이 손수 만든 커튼으로 꾸며져 한층 안락함을 자랑한다. 주인은 이 집을 짓고 꾸미는데 3000만원(20000파운드)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주인은 “개들은 내 인생이며 자식과도 같기 때문에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면서 “개들이 쉬면서 TV를 볼 수 있도록 평면 TV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프라자호텔 5~10월 보수공사

    서울프라자호텔이 5월3일부터 6개월간 전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700억여원을 들여 외관 전면, 객실, 식당, 로비 등을 개보수해 디자인이 부각되는 ‘부티크 비즈니스호텔’로 바꾼다. 시청 광장을 마주한 외벽은 황동색 금속 마감재로 꾸며지고, 스위트룸이 늘면서 전체 객실 수는 455실에서 400실로 줄게 된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귀도 치옴피가 내·외관과 객실, 가구 소품 디자인을 모두 맡았다. 1976년 개관한 프라자호텔은 공사가 끝나는 10월31일까지 영업을 중단하지만 연회장·피트니스 클럽 등이 있는 별관에선 영업을 계속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건축 노벨상’ 프리츠커상에 日 건축가 2명

    ‘건축 노벨상’ 프리츠커상에 日 건축가 2명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오른쪽·54)와 니시자와 류에(44)가 선정됐다고 29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심사위원회는 세지마와 니시자와 팀의 건축물들이 단순함과 절제를 보여주면서 배경과 잘 녹아드는 점을 높이 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이들의 건축물에 대한 가치는 물질적 실재가 물러나고 인간과 물체, 활동과 풍경이라는 감각적인 배경을 만드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본 나가노의 ‘O-박물관’과 가나자와의 21세기 현대미술관 설계 등을 비롯해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미술관의 글라스 파빌리온, 신(新) 현대미술관, 스위스 로잔의 롤렉스 학습 센터 등을 설계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분관 설계를 진행 중이다. 세지마는 “우리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싶어 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원하고 있다.”면서 “심사위원들이 이 같은 건축 방식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프리츠커상은 미국 하얏트재단이 1979년 하얏트 호텔체인의 창시자인 제이 프리츠커의 이름을 따 설립한 상으로 수상자에게는 10만달러(약 1억135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5월 17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수학노벨상’ 아벨상에 美수학자 테이트

    ‘수학노벨상’ 아벨상에 美수학자 테이트

    노르웨이 학술원의 아벨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수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의 올해 수상자로 미국의 원로 수학자인 존 토렌스 테이트(85) 전 텍사스대 교수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테이트 전 교수가 현대 컴퓨터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학 분야인 정수론(整數論)의 ‘최고 건축가’라고 소개하면서 “정수의 신비에서부터 현대 컴퓨터에 정보를 저장, 전송, 보호하는 방법들에 이르기까지 큰 공로를 세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또 “ 테이트 교수의 날카로운 연구와 깊은 통찰력이 있었기에 많은 수학 이론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테이트 전 교수는 1950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콜럼비아대와 하버드대를 거쳐 1990년부터 텍사스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은퇴했다. 테이트 모듈, 테이트 커브, 테이트 사이클 등 다양한 수학 개념들이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되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5월 25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600만크로네(약 11억 34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아벨상은 26세에 요절한 노르웨이 최고 수학자 닐스 헨릭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2002년 제정했으며, 매년 5명의 수학자로 이루어진 국제 심사위원회가 수상자를 선정한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이기웅 응칠교 편지]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이기웅 응칠교 편지]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오늘은 안중근이라는 한 젊은 인간 혼(魂)이 나라를 위해 몸바쳐 순국하신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뜻깊은 이날을 기념하여 파주의 출판도시에서는 ‘응칠교를 아시나요’라는 이름의 다리밟기 행사를 엽니다. 10년 전 이 도시의 중심에 축조되었던 응칠교(應七橋)가 파주시와 이곳 출판인들에 의해 다시 새롭게 다듬어져 오늘 여러분 앞에 선보입니다. 설계자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건축가인 승효상씨로서, 그는 “교량의 기본적인 설계원칙에 충실한 디자인을 했다. 가로등 열두 개를 추가하여 ‘잇는’ 기능의 효과를 강조하고, 이 도시로 들어오는 이들을 환영하며 불 밝히는 풍경은 이 교량의 장소적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민족의 이름으로 역사 앞에 크게 외치고 순국하신 안응칠이라고 하는 안중근을 추념하는 오늘, 그 상징물로서 이 다리를 우리 앞에 우뚝 서게 하려는 뜻깊은 행사입니다. 이날 아침 10시는 그분이 순국하신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우리 모두 이곳에 모여 묵도(默禱)한 다음 다리밟기 행사를 하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이 행사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정에 따라 10시가 아니라도 좋으니 국민된 사람, 아니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은 오늘 이곳 응칠교에 와 답교(踏橋)하거나 다리의 난간을 어루만지면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평화주의자 안응칠 님을 추념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이 다리는 영원한 기념물로서, 명소로서 항상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어른을 모시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이끌고 이곳 응칠교를 밟고 건넌 다음, 책의 도시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다양한 책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년 3월26일 하루는 온 가족이 이곳 응칠교를 찾아 안응칠이라고도 부르는 안중근을 추념하고는, 이곳 책의 도시의 정신을 체험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책을 통해 우리의 문화 또는 세계의 문화를 즐기면서 호흡하는 의미 있는 ‘가족의 날’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행사를 주관하는 이들의 뜻입니다. 이 다리의 머리판에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으리라.(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안 의사의 그 유명한 유묵 글씨가 새겨져, 출판도시에 세워진 안중근 동상과 더불어 아름다운 기념비가 될 것입니다. 떨어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이어져야 할 두 지점을 이어 주는 ‘다리’라는 이 필수(必須)의 사물을 두고 인류는 예로부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안중근의 정신과 다리의 의미가 각별하게 일치한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돼 고통받고 있는,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많은 계파와 집단들이 서로 분열돼 극도로 힘든 현실이 우리 스스로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웃으로 친교해야 할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서로 가까이하려고 애쓰고 있긴 하지만, 이해관계와 상처 난 감정으로 하여 끊임없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얼굴도 같고 글자(漢字)도 함께 씁니다. 그리고 독특한 장르인 서예는 이 세 나라만이 행하고 있는 예술입니다. 그토록 이 세 나라는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할 공동의 역사, 함께해야 할 문화공동체요, 정치 경제적으로도 공동운명의 나라인 것입니다. 안중근은 이 모든 분열과 격리와 갈라짐을 이어줄, 그만이 이어줄 수 있는 존재라는 뜻에서 응칠교의 상징성은 앞으로 크게 빛날 것입니다. 자서전 ‘안응칠의 역사’와 ‘동양평화론’을 비롯한 안중근의 혼은 10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 응칠교라는 심볼로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럼으로써 평화와 사랑, 균형·절제·조화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책마을 공동체 출판도시의 꿈은 이 나라뿐 아니라 온 세상 방방곡곡으로 퍼질 것입니다. 오늘 응칠교에서 만납시다.
  • [싱글 라이프] 가볍게 떠나는 국내여행도 좋아요

    딱히 싱글들에게만 알맞는 여행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여행을 떠나려면 교통편이나 숙소가 잘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점만 숙지하면 된다. 여행경비를 줄이려면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것도 좋다. ●섬으로 가고 싶다면… 인천 강화도 서쪽의 ‘석모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산과 갯마을, 바다와 섬의 풍경이 조화를 이뤄 아름답고, 교통편이나 숙소도 잘 정비돼 있다. 석모도에서 유서깊은 사찰로는 보문사를 꼽을 수 있다. 파도소리를 주의 깊게 듣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 ‘마애석불 좌상’은 강화8경으로 꼽힌다. 마애석불에서 서해바다 석양을 바라보면 근심걱정이 사라질 것이다. 석포리항에서 보문사 방향으로 가면 염전·해수욕장·포구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대중교통:강화터미널(강화도행 시외버스)~외포리선착장(마을버스)~석모도(여객선) ■ 자가용: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김포시(48번 국도)~강화대교~강화읍(84번 지방도)~냉정 삼거리에서 우회전~외포리 ●사색 즐기고 싶다면… 최근 한 연예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경남 통영시 욕지도. ‘알고자 한다(欲知)’라는 욕지도의 이름은 불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잔잔한 바닷 물결과 푸른 산이 조화를 이루고 섬 안쪽과 바깥 어디에도 빠질 것 없는 비경이 펼쳐진다. 나지막한 천왕산을 올라가거나 덕동해수욕장에서 밤자갈밭 해안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도 있다. 낚시를 즐긴다면 갯바위 낚시를 해 보는 것이 좋다. ■ 대중교통:삼덕여객선터미널(여객선 1일 4회 운항) 또는 통영여객선터미널(여객선 1일 5회 운항) 이용. 자가용으로 섬 일주 가능. ●만약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경기 파주의 문화마을인 ‘헤이리마을’도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미술인·작가·건축가 등 380여명의 예술인들이 참여해 집과 작업실·미술관·박물관 등을 지어 놓았다. 공연과 축제가 정기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볼 것이 많다. 헤이리의 모든 건물은 3층 이하로 지어지고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전기차 투어에 참가하거나 자전거 여행을 다녀도 된다. 잠시 갤러리에 들러 작품들을 감상하는 묘미도 있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홈페이지(http://www.heyri.net)에서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 대중교통: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2번 출구(2200번 버스). 3호선 대화역(셔틀버스 하루 5회 운행) ■ 자가용:서울~자유로~성동IC~성동사거리~헤이리 ●테마 즐기고 싶다면… 전남 담양군의 청정호수 담양호를 중심으로 추월산과 금성산성을 따라 고지산 골짜기에 부채살처럼 펼쳐진 분지에 자리 잡은 ‘대나무골 테마공원’. 곧게 뻗어 올라간 대나무가 숲을 이뤄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봄이면 대밭에서 죽순이 솟아올라 장관을 이룬다. 텃새들이 찾아와 알을 품는 서식지이기도 하다. 대숲에 야생 죽로차 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차 맛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각종 CF와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캠핑장이 마련돼 있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다. ■ 대중교통:담양고속터미널~대나무골 테마공원(셔틀버스) ■ 자가용:담양 톨게이트~순창 방면(24번 국도)~석현교(우회전)~대나무골 테마공원 ●한국 아름다움 느끼고 싶다면… 아침고요수목원은 축령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국의 미를 듬뿍 담은 정원이 조화롭게 갖춰진 원예수목원이다. 울창한 잣나무숲 아래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금수강산을 실제 한반도지형 모양으로 조성해 꽃으로 표현한 하경정원(Sunken Garden)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곳이다. 백두산 식물 300여종을 포함, 5000여종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 대중교통:청량리역~청평역~청평버스터미널(마을버스) ■ 자가용:퇴계원~일동방면(47번국도)~서파검문소(우회전)~청평방면(37번국도)~현리~임초리상면초등학교 우측 진입로~아침고요 수목원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화이트데이, 연인과 어떤 영화볼까

    화이트데이, 연인과 어떤 영화볼까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제목이 비슷한 두 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개봉을 했다. 나란히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와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은 제목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두 편 모두 이루어질 듯 말 듯 미묘한 감정선을 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이혼 경력이 있는 커리어우먼이라는 점도 닮았다. 물론 메릴 스트립과 캐서린 제탄존스라는 주연 배우의 무게감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커플과 함께, 아니면 친구와 함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보고 싶다면 어느 영화라도 괜찮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을 보고 나면 한동안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 복잡함을 풀어줄 유쾌한 수다 ‘사랑은 너무 복잡해’ 로맨틱 코미디의 두 여제가 만났다.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낸시 마이어스와 메릴 스트립의 만남만으로도 기본은 한다. ‘왓 위민 원트’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로맨틱 홀리데이’ 등의 전작을 통해 이미 여성의 심리를 뚫어보는 혜안을 자랑한 낸시 마이어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전매특허인 재치 있는 대사들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엘르 매거진(Elle Magazine)은 이 영화에 대해 “웃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메릴 스트립은 파티쉐인 제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인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가하고 있는 당당한 이혼녀이지만 전 남편과 젊은 건축가 아담 사이에선 사랑 앞에 설레는 여자로서 고민한다. 제목 그대로 사랑은 너무 복잡하니까. 한국 나이로 환갑을 넘긴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명불허전. 아카데미시상식 최다 노미네이션 기록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커플 관객에게도 좋지만 낸시 마이어스의 팬이라면 여자들이 함께 보기에도 좋은 영화다. 너무 복잡하기만한 사랑에 대해 수다를 함께 떨어줄 남자가 흔치 않을지도 모른다. ◆ 연하남에 대한 환상충족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 할리우드에서도 연상연하 커플의 인기가 거세다. 일과 사랑 모두를 잡고 싶은 싱글맘 샌디(캐서린 제타존스 분)와 샌디보다 15살이나 어린 연하남 내니(저스틴 바사 분)의 만남은 여성 관객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랑은 언제나 복잡해’의 알렉 볼드윈에 비하면 너무도 풋풋한 저스틴 바사는 극중에서 훌륭한 데이트 상대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가사와 육아까지 해결해주는 그야말로 ‘완소남’이다. 로맨틱 코미디 성공의 관건은 역시 공감대 형성. 성공한 스포츠 캐스터인 샌디는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현대 도시생활에 익숙한 여성이라면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고자 노력하는 샌디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여기 공감에서 판타지로 상황을 바꿔 줄 연하의 백마 탄 기사 내니가 등장한다. 일과 가정을 지키면서 연하남과 사랑까지 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여성 관객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할 영화. 사진=각 영화 포스터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색건물 제물포구락부

    이색건물 제물포구락부

    인천 중구청 주변 역사문화의 거리 가운데 가장 특이한 건물중 하나가 ‘제물포구락부’다. 인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 비둘기광장 남쪽 계단 아래에 있는 제물포구락부의 본 명칭은 ‘제물포클럽’이다. ‘클럽(club)’이 일본식 가차음인 ‘구락부(俱部)’로 불린 것. 클럽이라는 말에서 유추되듯이 제물포구락부는 우리나라 개항기의 사교장이었다.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된 후 인천에는 중앙동을 중심으로 일본조계(租界·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구역), 선린동을 중심으로 청국조계, 자유공원 일대에 각국 공동조계가 설정되었다. 이 각국 조계에 거주하던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인 등이 서구식 교류를 위해 만든 회관이 제물포구락부다. 지붕을 양철로 덮은 벽돌식 2층 건물로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설계해 1901년 6월22일 문을 열었다. 내부에 바와 테이블 등을 갖춘 사교실, 도서실, 당구대 등이 있었고 실외에는 테니스코트가 있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호화로운 시설이었다. 이곳은 서구 외교관, 세관원, 의사, 상사직원 등이 주로 이용했지만 일본과 중국인들도 드나들었다고 한다. 제물포항이 내륙의 호수처럼 보이는 명당에 자리 잡은 제물포구락부는 사교와 오락은 물론 자국의 이권을 챙기려는 서구 열강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진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보름마다 정기적으로 무도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술·음식을 곁들여 춤을 즐겼다고 한다. 구한말 고종의 시의(侍醫)였던 독일 의사 리하르트 분쉬는 “영국 영사의 초대를 받아 제물포클럽에 갔는데 사람 사귀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고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제물포구락부는 한일병합 이후 1914년 조계들이 철폐됨에 따라 일본재향군인연합회가 정방각(精芳閣)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다가 일본부인회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광복 후에는 미군 장교클럽으로 쓰여 사교장으로서의 내력은 이어졌다. 현재는 인천문화원연합회가 옛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으로 바꿔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페루 후지모리 딸, 리무진 타고 옥중 결혼

    페루 후지모리 딸, 리무진 타고 옥중 결혼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셋째 딸 사치 후지모리가 소원대로 화려한(?) 옥중 결혼식을 치렀다. 앞서 사치는 페루 교도소 당국이 아버지의 외출을 불허하자 “결혼식 때 반드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다.”면서 “감옥에서라도 결혼식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페루에선 이 때문에 외부인의 옥중 결혼을 허용해야 하는가를 놓고 한때 사회적 논란이 빚어졌다. 사치의 결혼식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 페루 리마 교도소 내 예배당에서 열렸다. 사치는 아버지 후지모리와 함께 교도소 예배당 앞에 도착했다. 후지모리는 먼저 리무진에서 내려 딸의 손을 잡아줬다. 사치는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하객들의 축복 속에 식장에 입장, 결혼식을 치렀다. 페루 언론에 따르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후지모리는 “이런 형편에 딸이 결혼식을 치르는데 참석해 축복해 준 여러분께 진심을 감사를 드린다.”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결혼식이 끝난 후 교도소 정원에선 짧은 리셉션이 열렸다. 리셉션 후 신랑신부와 가족, 하객은 파티장으로 이동했지만 후지모리는 교소소 안에서 작별인사를 나눴다. 당국이 외부출입을 전혀 허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교도소 주변에는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후지모리의 지지자들이 몰리면서다. 페루 언론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지지자 100여 명이 운집한 데다 수많은 기자들까지 몰려 교도소 주변이 혼잡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지자들든 교도소 주변 산에 올라 페루와 독일 국기를 흔들면서 사치의 결혼을 축하했다. 미국에서 건축가로 활동 중인 사치의 남편은 독일인이다. 후지모리(71)는 재임시 인권침해를 저지른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사진=코메르시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도시와 길] 대구 진골목

    [도시와 길] 대구 진골목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구 도심. 이곳에서 역사가 흐르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색다르다. 반월당 네거리에서 중앙로 쪽으로 걷다 약전골목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네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면 좁은 골목이 보인다. 이런 길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별천지다. 크고 넓은 동성로와는 판이하게 좁고 기다란 골목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진다.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모르는 곳이지만 대구 근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진골목은 조선시대부터 있던 오래된 골목이다. 당시 대구 지도에 진골목이 종종 등장했다. ‘진’은 경상도 말로 ‘긴’이란 뜻이다. 진골목은 경상감영터로 이어진 긴 길이다. 지금의 종로 홍백원 오른쪽 골목에서 중앙시네마 뒤편 길을 따라 ‘국일따로국밥’ 왼쪽 길을 지나면 경상감영터다. 대구 중구 골목문화 해설사 김종석씨는 “조선시대 양반들은 영남 제일관문에서 진골목 옆 큰길을 따라 경상감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양반들과 부딪치길 꺼리는 백성들은 진골목을 경상감영 통로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고려시대부터 달성 서씨 집성촌 서민들의 애환이 담겼을 이 길이 근대에 들면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바뀌었다. 근대 초기 달성 서씨들의 집성촌이었다. 대구 최고의 부자였던 서병국을 비롯해 그의 형제들이 모여 살았다. 달성 서씨들은 고려시대부터 달성, 동산, 계산, 남산, 종로 일대를 기반으로 삼아 명성을 누리던 호족이었다. 서병국은 3300여㎡나 되는 저택에 살았다. 지금의 화교협회와 화교소학교를 포함한 일대가 그의 땅이었다. 종로숯불갈비, 진골목식당, 미도다방 건물의 주인은 서병국의 친척인 서병원의 저택이었다 . 근대에 와서는 코오롱 창업자 이원만, 정치인이자 체육인이던 신도환, 금복주 창업자 김홍식, 그리고 평화클러치 창업자 김상영 같은 부자들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이원만 회장이 살던 집은 지금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집에서는 현재 대청마루라는 한우국밥식당이 영업하고 있다. 이 집은 1946년 대구폭동 때 소실될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이원만 회장의 아들인 이동찬씨가 거주하고 있었다. 이동찬씨는 대구 남서 보안과장으로 재직했다. 폭도들이 이동찬씨의 집에 횃불을 들고 새벽에 급습했다. 다행히 정확한 집의 위치를 몰랐고 마침 이 집에서 잠을 자고 나오던 사람이 폭도들에게 다른 곳을 이동찬씨 집으로 가르쳐 줘 위기를 넘겼다고 전해진다. ●건축물에 붉은 벽돌 사용 많아 진골목 건물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은 단연 정소아과의원 건물이다. 1937년 화교건축가 모문금이 설계, 건립한 주택인데 유럽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건축풍이라고 한다. 담이 곡선으로 되어 근대 건축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건물을 대구시가 매입해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골목의 건축물은 유난히 붉은 벽돌이 많다. 골목문화 해설가 김종석씨는 “진골목에 건물이 들어설 때는 우리나라에서 붉은 벽돌이 생산되지 않았다. 모두 중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부자들이 하나둘씩 떠난 진골목은 저택들이 쪼개져 팔리며 종로의 영향을 받아 요정과 술집 골목으로 바뀌게 된다. 1970년대까지 진골목에는 요정이 30여개에 이를 정도로 흥성했다. 이곳에서 500여명의 기생이 일했다. 대부분 1급 기생이었다고 한다. 김동석씨는 “1급 기생은 춤과 노래 실력이 뛰어나고 인물은 출중하지만 몸은 팔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많던 요정은 하나둘씩 없어지고 지금은 ‘가미’라는 요정 한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요정이 없어진 자리엔 식당 들어서 요정이 없어진 자리엔 식당과 술집이 들어서 진골목은 대구의 전통 먹거리 타운으로 변했다. 부근에 한약 도매업소들이 몰려 있는 약전골목이 있는 데다 저렴하고 다양한 향토음식 등을 파는 식당들이 몰려 있어 ‘옛맛’을 즐기려는 노년층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진골목식당의 또 다른 이용층은 직장인들이다. 삼성금융프라자, 동아쇼핑 등에서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진골목 식당으로 몰려든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들어오기엔 아직 힘겨워 보인다. 10~20대들은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반대편 동성로를 찾는다. 따라서 진골목과 동성로는 100년의 시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진골목에서 만난 최해철(67)씨는 “아침에 이 거리로 나와 친구를 만나 차를 한잔한 뒤 식사를 하면서 정담을 나누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 일대 명물 미도다방은 약차 한 잔에 2000원이고 식당들의 메뉴도 5000원 이하로 비교적 저렴하다. 진골목식당, 종로초밥 등이 이 거리의 터줏대감 격이다. ●여성 국채보상운동 발상지이기도 진골목은 여성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곳에 살던 7명의 여성이 국채보상운동 대구군민대회가 열린 이틀 뒤인 1907년 2월23일 이 운동 참여를 발표한다. 이들은 은반지 모으기 등을 전개했으며 달성 서씨 부인 등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념하는 비가 진골목에 세워져 있다. 진골목은 1970년대 후반 동서간 소방도로 2개가 뚫리면서 허리가 잘려 긴 골목이라는 이름이 무색해 졌다. 그러나 도심 속 섬이 아니라 느리지만 움직이고 변화하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대구 중구청 문화관광과 골목투어 담당자 오승희씨는 “진골목은 대구 도심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다. 또 대구의 근대사가 스며 있는 큰 문화유산이다. 보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제주 건축문화 여행하며 즐긴다

    제주의 초가와 돌담길, 저지 현대미술관 등 유명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이 개발된다. 제주시는 독특한 제주의 건축물을 따라 여행하는 ‘제주 건축문화 체험’ 여행코스를 개발, 관광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역에 있는 대상건축물을 선정하고, 지도와 건물도면 작성, 건축물과 작가의 프로필 정리, 코스 주변의 숙박과 음식점 등을 담은 홍보물을 제작하기로 했다. 시는 5월까지 건축테마여행코스 개발을 마치고 6월부터 한국관광협회 및 여행사,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가협회, 각 대학 건축과 학생, 자치단체, 예술단체 등을 대상으로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제주지역에는 성읍민속마을, 신영박물관, 담&루, 소암 현중화 기념관, 핀크스골프텔, 오설록 박물관, 탐라정포제, 해심헌, 현대미술관, 유리의 성, 섭지코지 전시관 등이 독특한 건축물로 손꼽히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제주석과 삼나무, 송이벽돌 등 화산섬 제주만의 독특한 건축재료로 지은 건축물은 관광상품으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국내 R&B계의 ‘숨은 진주’ 시온의 첫번째 단독 콘서트-스위트 버터플라이 5일 오후 7시30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 2만원. 1544-1555. ●건축가 출신 싱어송라이터 양진석 콘서트-어번 라운지 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 3000원. (02)515-5123. ●‘흔들린 우정’의 홍경민 10집 리패키지 발매 콘서트 6~7일 오후 6시 서울 대학로 SH소극장. 6만 6000원. (02)529-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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