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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G20회의-문화외교] 퍼스트레이디들 리움미술관 만찬 ‘한국의 美’에 흠뻑

    [서울 G20회의-문화외교] 퍼스트레이디들 리움미술관 만찬 ‘한국의 美’에 흠뻑

    세계의 퍼스트레이디들은 서울 남산 자락에 안긴 리움미술관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연주를 들으며 넉넉한 만찬을 즐겼다. G20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부인들을 태운 에어로버스 2대가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시각은 11일 오후 7시 30분.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행사장 동선을 한 차례 점검한 뒤였다. 쑥색 치마에 수놓인 상아색 저고리를 차려입은 김 여사는 환한 웃음으로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부인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영접했다. 홍 전 관장도 한 발 뒤로 비켜서 손님 맞이에 함께 나섰다. 이날 만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라위, 멕시코, 베트남,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인도, 캐나다, 터키 정상 부인들과 유엔 대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유럽연합(EU) 상임의장 부인 등 12명이 자리했다. 로비로 들어선 부인 일행은 김 여사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사진촬영을 한 뒤 만찬장으로 입장했다. 김 여사는 “불편한 점은 없는지 조심스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음식을 나누며 정성으로 여러분을 기다렸다.”면서 “한국인은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데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라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길게 뻗은 흰색 테이블 위에 미리 준비된 2008년 프랑스산 와인 샤블리가 각자의 잔에 채워지자 김 여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건배를 제의했다. 서로의 건강과 우정을 기원하는 김 여사의 말에 각국 정상 부인들은 미소로 화답했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이기도 한 김 여사는 그동안 주력해 온 ‘한식 외교’로 정상 배우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저마다 다른 식성에 맞추기 위해 요리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시식을 거친 자연송이와 제주산 전복, 바닷가재 라비올리와 한우 안심, 토마토 퐁듀를 넣은 크랩, 금태구이, 유기농 두부 스테이크, 동고버섯 리조토, 화이트 초콜릿 무스 등이 차례로 식탁에 올랐다. 또 김 여사는 한식을 소개한 자신의 저서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를 참석자들에게 선물하면서 “귀한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때에 맞춰 한식 문화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한식 장려(?) 멘트도 잊지 않았다. 풍성한 접대는 음식뿐만이 아니었다. 부인들은 건축계의 거장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녹이 슨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건축해 현대미술의 극치를 보여준 만찬장 ‘뮤지엄2’에서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작가의 혁신적인 작품을 감상하며 식사를 마쳤다. 만찬 뒤에는 2층 고미술관에 들러 한국의 고대 국보급 유물을 관람하며 ‘한국의 미’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이어 전시 공간으로 옮겨 ‘거장의 작은 음악회’까지 감상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유려한 피아노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1시간 30여분에 걸친 가을밤의 만찬은 끝났다. 한편 12일 일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인 창덕궁과 서울 돈암동의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이뤄진다. 퍼스트레이디들은 조선시대 임금들이 자연을 감상하며, 시를 짓고 심신을 수련하던 궁중 정원인 창덕궁 후원과 한복 패션쇼를 관람하는 등 한국의 미를 체험할 예정이다. 패션쇼에서는 전통 한복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 이영희씨와 김영석씨의 작품 24벌이 선보인다. 오찬은 워커힐호텔 팀이 박물관의 한옥과 어울리는 전통 한식 코스로 마련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 G20회의-문화외교] ‘리움’ 소장품 1만5000여점… 전통·모던 ‘공존’

    [서울 G20회의-문화외교] ‘리움’ 소장품 1만5000여점… 전통·모던 ‘공존’

    11일 저녁 G20 정상회의의 정상 부인 공식행사가 열린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은 삼성문화재단이 2004년 10월 설립한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이다. ●세계적 건축가 3명이 설계 삼성그룹 창립자 호암 이병철의 성(姓)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 ‘museum’을 합성해 이름을 지었다. 소장품 규모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통틀어 1만 5000여점에 이른다. G20 준비위가 장소 선정 이유로 “한국적 특색과 모던한 이미지를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한 대로 리움미술관은 외관부터 외국 정상 부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예술적 가치를 자랑한다. 3개의 건물로 구성된 미술관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프랑스의 장 누벨,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 등 세계적 건축가 3명이 한국적 미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118호), 가야금관(국보 제138호), 태환이식(보물 제557호), 금제환두태도(보물 제776호) 등 다수의 국보와 보물을 비롯해 이우환, 박서보, 이중섭 등 국내 대가들과 아니시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제프 쿤스 등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 등 소장품도 화려하다. 호암이 수집한 고미술과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방대한 컬렉션 위에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라희 전 관장이 수준 높은 안목으로 고른 해외 현대미술품까지 더해져 국내 최고 수준의 컬렉션으로 이름높다. 외국 정·재계 인사들이 개인적인 관심으로 미술관을 방문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다수의 해외 정상들이 참여하는 정부 공식행사 장소로 활용된 것은 처음이다. ●가구박물관엔 2000여점 빼곡 12일 정상 부인들이 오찬 행사를 갖는 한국가구박물관은 성북동의 전통 한옥 10여채에 목가구를 중심으로 옹기·유기 등 전통 살림살이 2000여점을 선보이는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설립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정식 개관은 하지 않은 상태다. 구겐하임미술관장 등 외국 귀빈들이 비공개로 관람한 뒤 호평한 것으로 알려져 정상 부인들에게 한국의 주거문화와 전통 가구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도심속 최적의 공간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 구·동별 주거환경점수 매긴다

    서울 강남·북 간 생활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통·환경·치안·복지 등 주거환경을 평가하는 지수가 개발된다. 서울시는 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축기본계획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자치구별·행정동별 주거환경을 평가해 지수화한 뒤 이를 토대로 주거환경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시는 각 지역의 주거환경이 이러한 기준을 일정 수준 이상 총족시킬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지역별 주거환경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안전성과 편리성, 쾌적성, 지속가능성 등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지진과 화재, 방범, 주차, 교통, 위생 등이 포함된다. 주민 만족도와 같은 정성적 항목도 평가 기준에 반영된다. 건축기본계획은 또 시내 모든 지역의 한옥 현황을 조사하고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옥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보전 대상 한옥을 판단하는 기준을 만들고, 재개발 등으로 한옥 단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며, 주변 지형을 고려해 한옥 주거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한옥의 모습이 획일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한옥지원센터를 세워 한옥 설계와 시공, 재료 등에 대한 지원 체계도 갖춘다. 아울러 건물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건축기본계획에 담았다. 이를 위해 공공건물의 경우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등의 대응 전략을 세웠다. 서울시 건축조례에 근거해 기존 도시 특성을 유지해야 하는 지역은 리모델링 진흥특구로 지정한 후 비용을 보조하고,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에는 수평 증축 등을 허용해 다양한 단지 설계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밖에 건물의 가치를 경제에서 문화로 확장하기 위해 서울건축도시박물관을 세우고 건축문화재를 확대하는 한편 신진 건축가를 육성하기 위한 서울시 지정 건축가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건축기본계획을 계기로 과거에는 건축 관련 규제만 있었다면 앞으로는 품질을 높이는 데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뉴욕·서울 변주되는 ‘아케이드 프로젝트’

    최근 몇년간 국내 학계에서 주목받았던 이슈 가운데 하나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다. 베냐민은 19세기 세계의 중심이었던 파리를 관찰해 서구 근대의 핵심을 짚어내고자 했다. 근육질의 근면한 근대적 육체 노동자 대신, 길거리를 어슬렁대며 걸어다니는 만보자의 시선으로 아케이드를 관찰했다. 경쟁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동안 번역서들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제 베냐민을 어느 정도 소화해냈다는 판단 때문일까. 베냐민의 이 프로젝트가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다. 19세기 세계의 중심이 파리였다면, 20세기 자본주의의 심장이었던 미국의 뉴욕이나, 거대 도시 서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작가 이와사부로 고소가 지은 ‘뉴욕열전’(김향수 옮김, 갈무리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다. 이와사부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를 영어권에 번역 소개한 인물로, 오랫동안 뉴욕에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의 속살을 들춰 보인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소비지향적 뉴욕 말고 반항적이고 이교도적인 뉴욕을 소개한다. 9·11 이후 뉴욕이 변했고 그 이전에는 온갖 다양한 문화들이 숨쉬고 있었다는 얘기는 약간 식상한 감이 있다. 하지만 파리의 아케이드가 대대적인 도시계획 사업을 벌인 오스망 남작에게 빚지고 있듯, 현재의 뉴욕은 1930~1950년대에 대대적인 도심재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건축가 로버트 모제스 덕분이다. 찬반은 엇갈린다. 지금의 현대적인 뉴욕이 모제스 덕분이라는 칭찬도 있는 반면, 도심의 슬럼화 등 각종 부작용이 모제스 때문이라는 비판도 많다. 그런데 모제스가 생각한 재개발 사업은 그 이후 거대 도시 개발의 하나의 모델이 됐고, 이는 자연스레 우리의 서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거대도시 개발로 내달린 서울의 현재 풍경은 어떠한가. 지난달 29일 한국사회학회와 한국문화사회학회 공동주관으로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학술대회는 이 질문을 던졌다. 휴대전화, 배달 문화, 카페 풍경, PC방·노래방·찜질방 등 각종 방 문화, 라면과 편의점 등 인스턴트 문화를 다뤘다. 질문에 대한 답은 뭘까.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거대도시개발이 남긴 것은 ‘단자화’(monad)된 외로운 개인들이다.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직접 대면은 드문 사회, 24시간 배달 체인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덕에 바깥에 나갈 일이 줄어든 사회, 콩다방이나 별다방이니 하는 카페가 번성하지만 그 카페의 핵심은 함께 있는 듯 혼자 있는 것이 중요한 사회다. 도처에서 그저 소비만 할 뿐 안착할 곳을 찾기 힘들어하는 사회일 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G20 정상회의 D-1] 경복궁 첫 야간개방·燈밝힌 청계천… 지금 서울은 불야성

    [G20 정상회의 D-1] 경복궁 첫 야간개방·燈밝힌 청계천… 지금 서울은 불야성

    은은한 불빛을 받은 근정전의 단청은 밤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사상 최초로 경복궁이 야간 개방에 들어간 9일 영하의 날씨에도 1000여명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이날 밤 경복궁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을 이탈리아 건축가라고 소개한 알레산드로 조판치(41)는 “서울 시내를 구경하다가 광화문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우연히 경복궁을 찾게 됐다.”면서 “날렵한 지붕과 조명의 조화는 동양과 한국의 미를 새삼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경내를 둘러본 회사원 문민영(28)씨는 “G20 회의가 각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야간 개방의 기회가 더 자주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경복궁관리소는 야간 개방을 위해 120여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인 60여명의 직원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경복궁 광화문과 근정전, 경회루 등 주요 장소는 오는 12일까지 4일간 한시적으로 밤 10시까지 개방된다. 지난 8월 15일 복원·개방된 광화문과 정전인 근정전(국보 제223호), 국보 제224호인 경회루에 일반인의 야간 출입이 허용된 것은 1395년 경복궁이 세워진 이래 6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상현 경복궁관리소 관리과장은 “원래 오늘은 휴관일이지만 야간 개방을 위해 정상 개관을 했다.”면서 “중국어·영어·일본어로만 돼 있는 외국인 대상 안내물을 스페인어·아랍어까지 추가로 인쇄해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복궁 근처 청계천에서도 지난 5일부터 시작된 ‘2010 서울 세계 등 축제’로 불야성을 이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서울 세계등 축제’는 G20 서울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세계 각국의 대표 등(燈)을 모아놓았다. 김건태 서울시 관광과 팀장은 “개막 4일 만에 외국인 관광객, 외신 기자들을 포함해 61만명이 다녀갔다.”면서 “폐막일인 14일까지 150만~200만명의 관람객이 축제에 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등축제는 야간에만 조명을 켜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전부터 청계천에 들러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보였다. G20 정상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끄는 문화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덕수궁 정관헌에서는 이날부터 12일까지 매일 저녁 7~8시 국악공연을 한다. 성창순(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강정숙(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이생강(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이춘희(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등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8명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오는 13일까지 서울광장에서 ‘G20 방송통신 미래체험전’을 개최한다. 이 체험전에서는 G20 각국의 주요 방송이 모바일 IPTV로 시연되는 G20 서울정상회의존, 스마트교실,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IT 제품, 3D 엔터테인먼트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G20 행사장인 코엑스와 인접한 서울 삼성동 봉은사는 9∼12일 ‘G20 봉은사 템플라이프’를 열어 각국 외교사절과 기자들을 초청한다. 엄주경 봉은사 포교사회팀 주임은 “발우공양이나 전시행사 관람 등이 마련돼 있다.”면서 “이날 저녁 캐나다대사관, 네덜란드 대사관 등에서 방문이 예정돼 있고 10일에는 독일대사관에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G20 서울회의 장소가 봉은사와 인접해 있어 국가적 행사도 기념하고 외국인 손님들에게 한국을 체험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지난달 20일부터 도량을 국화꽃으로 장식하고 연등을 전시하는 등 손님 맞이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 교황, 스페인서 쓴소리 “동성결혼 불용”… 좌파정부 비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스페인 좌파정부의 동성 결혼과 낙태 허용 등을 연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현 스페인 정부를 1930년대 내전 시대의 스페인에 빗대기까지 한 교황의 발언에 스페인 사회 일각의 반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AFP통신 등은 베네딕토 16세가 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 성당 봉헌식에 참석해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사회당 정부가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00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날 미완공 상태로 공식 축성식과 함께 본당 미사를 가졌다. 교황은 강론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 요셉의 성스러운 가정에 바치는 성전”이라며 “가족은 정부의 재정적, 사회적 혜택을 받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확고한 사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동성 결혼과 이혼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베네닉토 16세는 전날 스페인의 가톨릭 성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도 현재 스페인 정부를 1930년대 내전 당시의 공화국 정부와 비교하며 세속적인 경향의 확대를 경계한 바 있다. 스페인을 ‘유럽 가톨릭 신앙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쟁터’로 묘사하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교황은 사파테로 정부의 동성 결혼 허용과 낙태 및 이혼을 손쉽게 하는 진보적인 사회 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왔다. 스페인 라디오 채널 카데나 SER은 “교황이 오늘날의 스페인을 공화국 시기와 비교했다.”면서 “내전 시기의 폭력적인 반교회주의를 오늘날과 비유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한양대생 4명 ‘벨룩스 건축공모전’ 대상

    한양대생 4명 ‘벨룩스 건축공모전’ 대상

    한국의 건축학도들이 세계적 권위의 건축 공모전에서 최고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5일 한양대에 따르면 건축학부 박영국(27)·김대현(26)·최진규(28)·김원일(30)씨 팀은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벨룩스 국제학생건축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제건축가연맹(UIA)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벨룩스 공모전은 올해 세계 55개국 280개교에서 678개팀이 응모할 정도로 규모와 권위 면에서 학계 최고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수상작인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한 빛의 은하수’는 여러 개의 꼬인 띠로 천장을 씌운 광장 설계작품. 별도의 광원 없이 띠의 꼬인 부분을 움직여 광장에 닿는 햇빛을 다양하게 조절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박씨 등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돈을 거둬 한양대 인근에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짜리 자체 연구실을 차릴 정도로 건축 마니아들이다. 이들은 ‘건축물은 실용성은 물론 아름다움까지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미용실’(美用實)이라고 이름 붙인 연구실에서 올해 초부터 휴일도 없이 공모전 준비에 몰두해 왔다. 올해 졸업하는 이들은 ‘미용실’을 건축설계 스튜디오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전통·상상이 만났다 세라믹 아트의 향연

    전통·상상이 만났다 세라믹 아트의 향연

    첨단 세라믹 기술의 다양한 면모를 예술과 결합시킨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국내 유일의 세라믹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세라믹기술원과 미술기획사 Hzone은 10~1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세라믹 아트&테크놀러지’전을 개최한다. 전통 세라믹은 도자기나 식기의 소재로 주로 쓰였지만 현대 세라믹은 휴대전화의 햅팁기술, 자동차의 거리 감지 센서,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첨단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시회는 국내외 50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통적인 세라믹 제품부터 첨단 기술을 이용한 작품까지 총 500여점을 선보인다. ‘세라믹 컬처관’에서는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카시드가 디자인한 위생도기 작품과 알렉산드로 맨디니와 한국의 해강청자가 협업한 ‘인터아트채널의 청자 프로젝트’, 유럽 8개국 16명의 도자 아티스트가 참여한 작품을 통해 전통 세라믹과 예술적 상상력의 결합을 보여준다. ‘테크 아트관’에서는 압력으로 생긴 진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압전 세라믹 기술, 체온이나 외부 열에 의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열전 세라믹 등 첨단 세라믹 기술을 이용한 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별 초대 전시인 설치미술가 안종연의 세라믹 센서와 LED 조명을 이용한 ‘빛의 영혼’, 건축가 한원석의 세라믹 스피커 숲은 세라믹 신소재와 신기술을 접목한 세라믹 테크 아트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무료. (02)567-607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도시디자인은 놀이·생활 시민 인식 바꾸는 데 성공”

    “도시디자인은 놀이·생활 시민 인식 바꾸는 데 성공”

    “디자인은 시민들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입니다.” 정경원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 본부장은 31일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정 본부장은 “민선4기 서울시 행정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 개념을 접목한 것”이라면서 “민선5기에는 디자인이란 커다란 그릇에 다양한 콘텐츠와 성과물을 채워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 성과로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 디자인 한마당, 디자인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정 본부장은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며 “시민들은 디자인이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변화를 가져온 계기는 세계디자인수도 선정과 디자인한마당이다. 정 본부장은 “2008년부터 해마다 200만명 이상이 찾는 서울디자인한마당에서는 세계 디자인 트렌드와 서울의 디자인 시정 소개는 물론 직접 디자인을 보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디자인을 놀이로, 생활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인식 전환뿐 아니라 디자인 인프라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서울서체·서울색·디자인가이드라인이 제정됐고, 이를 바탕으로 가로등·간판·이정표·가로가판대 등 서울의 얼굴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는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을 정해 시각매체와 옥외광고물 등을 비롯해 공공시설물, 공간, 건축물, 야간경관에 이르기까지 6개 분야 160개 종류에 적용하고 있다. 또 회색 일변도의 서울 색깔을 단청빨간색, 꽃담황토색, 은행노란색, 한강은백색, 기와진회색 등 낯설지만 어감이 좋은 ‘서울 대표색’으로 바꿔가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변화도 있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클러스터와 디자인연구소 등이다. 2012년 7월 문을 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선다. 영국의 스타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포, 강남, 구로, 동대문에는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디자인클러스터가 조성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들어설 서울디자인연구소도 미래 서울의 디자인산업을 이끌 중요한 자산이다. 정 본부장은 “서울이 세계적인 디자인메카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밑그림이 완성됐다.”면서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 개발과 디자인 사업 육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④산업혁명 선두 자부심 찾은 리버풀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④산업혁명 선두 자부심 찾은 리버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 함대의 근거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산업혁명의 선두에 영국 북서부의 항구도시 리버풀이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석유산업의 부흥과 석탄산업의 몰락이 엇갈리면서 이 도시에는 전에 없던 어둠의 기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80년대에는 유럽연합(EU)과 아시아로 해운 산업이 이동하면서 항만의 중심조차 남부 사우스햄프턴으로 옮겨졌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조용해진 도시에는 바닷가의 우울함만이 남았다. 리버풀 사람들은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불렀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비틀스의 지나간 영광’과 머지사이드 더비로 유명한 두 축구팀 ‘리버풀FC’, ‘애버턴FC’뿐이었다. “리버풀은 지난 반세기 동안 극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영국은 물론 세계 최고라는 자만감에 가까운 도도함을 갖고 있던 리버풀 시민들은 불과 30년 만에 자신이 리버풀에 산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문화·디자인 정책으로 시민들은 다시 웃음을 찾았습니다.” 리버풀 앨버트도크 앞에서 만난 웬디 사이먼 리버풀시 정책국장은 “리버풀과 시민들을 부활시킨 것은 ‘컬처(culture) 리버풀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도시의 역량을 총동원해 중공업 위주의 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유통업이나 디자인 위주로 바꾸고, 도시 전체에 문화와 디자인을 심은 것이 지난 10년간 진행된 ‘컬처 리버풀’, 즉 리버풀의 도시개조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앨버트도크이다. 리버풀항을 둘러싸고 있는 앨버트도크는 현대미술관 테이트리버풀과 해양박물관 등이 모여 있는 단지를 말한다. 이 앨버트도크 최고의 명소는 역시 비틀스의 얘기를 담은 박물관 ‘비틀스스토리’다. 비틀스스토리에는 리버풀의 조그마한 선술집에서 결성된 그룹이 세계 최고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비틀스의 히트곡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앨버트도크 앞 거리에는 영국 북부 최대의 쇼핑단지 ‘오데옹’이 조성돼 있다. 파리 생제르망의 쇼핑거리에서 이름을 따온 ‘오데옹’은 외부에 노출된 고가도로와 에스컬레이터 덕분에 첨단 미래도시를 연상케 한다. 이 쇼핑단지 하나로 1990년대 초 영국 내 19위에 불과했던 리버풀의 유통산업은 5위로 도약했다. 이 같은 리버풀의 변화를 이끈 것은 1998년 시장에 취임하며 도시 부활을 선언한 데이비드 헨쇼다. 헨쇼는 1999년 ‘리버풀 1st’라는 도시 발전 계획을 공개했다. 도심의 전면적인 디자인화와 문화시설 확충을 중심으로 한 ‘컬처 리버풀’이 핵심이었다. 헨쇼는 이와 함께 2000년 EU가 지정하는 유럽문화수도 선정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이먼 국장은 “리버풀은 리버풀 대성당과 7개의 국립 박물관, 뛰어난 프랜차이즈 스포츠팀 등으로 문화수도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면서 “발표에 등장시킬 내용들은 모두 시민들의 선택에 맡겨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리버풀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2008년 유럽문화 수도로 선정된 리버풀에는 10년간 대대적인 재개발과 신규 건축이 진행됐다. 50억 파운드의 자본이 투입돼 앨버트도크, 컨벤션센터, 박물관, 호텔, 중앙도서관 등이 신축됐다. 버스정류장조차도 도시의 통일된 디자인 기준에 맞춰 세계적 건축가들의 공모 절차를 거쳤다. 리버풀 시민 헤럴드 듀프리는 “공장 대신 문화공간을 짓는다는 사실에 실망했던 시민들도 그 결과물에는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버풀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G20회의 경호팀 홍일점 통역요원 임수영 소령

    G20회의 경호팀 홍일점 통역요원 임수영 소령

    주요 20개국(G20)회의 주요인사 경호팀 군 파견 홍일점, 최초 여성 사관생도이자 여자 수석입학, 1호 여성 공군 조종사, 사관생도 출신 첫 영관 장교 진급…. 여 중·고교를 나와 의사나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평범한 꿈을 꾸던 소녀가 1997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얻게 된 남들과 조금 다른(?) 이력이다. 주인공은 공군 237대대 전술공격통제기(KA-1)조종사 임수영(32) 소령(진급 예정). 임 소령은 최근 G20회의 경호팀의 유일한 여성 통역요원으로 선발되면서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어·일본어·스페인어 자유롭게 구사 임 소령은 “G20 회의 경호팀에 통역요원 선발시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포르투갈어 가능자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지원하게 됐다.”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성격 탓에 몇 년 전 배우게 된 언어(포르투갈어) 덕분”이라고 말했다. 임 소령이 맡은 임무는 G20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주요인사 경호다. 특히 브라질 경호요원들과 동행하며 국내 경호요원과의 합동 작전을 돕는 일이다. 임 소령은 사실 2006년까지 포르투갈어에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2007년 민간 위탁교육과정으로 한국외국어대에 진학하면서 포르투갈어를 접하게 됐다. 평소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자신을 설명한 임 소령은 “관심 덕분에 배운 포르투갈어를 좋은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임 소령은 포르투갈어 외에도 영어와 일본어 구사가 자유롭고 스페인어도 언어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일본 조종사들이 237대대를 방문했을 때 KA-1과 자신의 임무 등에 대해 일어로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소령은 “(일어 설명을)외워서 했다. 새로운 도전에 조금 더 적극적인 성격 때문”이라면서 “특별히 남들과 다른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무사고 비행 13만시간 237대대 조종사 공사 입학 후부터 받고 있는 세간의 남다른 관심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임 소령은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한 명의 공군 조종사”라면서 “저와 동기들에 대한 관심에는 감사하지만 단지 ‘여성’이란 이유 때문이라면 사절하겠다.”고 특별한 관심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임 소령은 무사고 비행 13만 시간의 대기록을 쌓은 237대대의 조종사다. 800시간의 비행경력이 있지만 자신이 소속된 비행대대의 훌륭한 기록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다른 조종사들과 같은 꿈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회사원 조성민(32)씨의 아내이자 세 살짜리 딸 한결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 탓에 불편한 관사에서 뜻하지 않게 동거하며 딸아이를 돌봐 주고 있는 시어머니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는 귀여운 며느리이기도 하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난 수도원의 마당쇠… 기도가 삶”

    “난 수도원의 마당쇠… 기도가 삶”

    가을의 깊이란 것이 어떤 느낌일까. 지난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팔탄면 가재리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자의 모후 신학원’에 들어섰다. 건물 담장이 고색창연했다. 붉게 물든 넝쿨들이 그윽하고 심오한 느낌을 연출했다. 마당의 잔디는 시골 황구처럼 누런색으로 변해간다. 담장 넝쿨 사이로, 이팔종(70·토마스) 수사가 검은 수도복을 입고 천천히 걸어나온다. 웃는 모습이 해맑다. 세상과 멀고도 깊은 수도원에서 ‘정결’ ‘청빈’ ‘순명’이라는 세 가지 서원을 오롯하게 수행하며 살아온 내공의 표정이었다. 이 수사는 아마 늘 그렇게 지내왔으리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한국전쟁 직후 1953년 방유룡(1900~1986년·안드레아) 신부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설립된 남자수도회. 당시에는 경북 왜관의 성베네딕도수도회, 대전의 성프란치스코 수도회 등 외국계 수도회만 몇 곳 있었다. 때문에 한국에서 자생한 첫번째 남자수도회라는 점에서 오는 30일 큰 경사를 맞는다. 국내 설립 방인(傍人) 수도회 소속 수도자인 이팔종 수사가 서원 50년을 맞아 이날 오전 서울 성북동 복지사랑 피정의 집에서 ‘금경축’ 미사를 봉헌한다. “나는 이 수도회 신학원의 마당쇠일 뿐인데요(웃음).” 이 수사는 낯선 이방인을 그렇게 맞이했다. 수도회 앞마당에서 잠시 서서 마주했다. 뒤에는 김대건 신부의 석상이 서 있었다. 건물의 설계는 건축가 이일훈씨가 맡았고 1994년에 지었다. 생활의 편의성보다는 ‘수도자의 길’에 맞게 설계를 했다고 설명한다. 생활동 안 복도의 너비를 한 사람만 걸어다닐 수 있도록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복도에서 서로 마주치면 누군가는 뒷걸음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양보와 사랑의 수행을 익히게 하자는 것이다. 건축 얘기가 나오자 이 수사는 성당 짓는 목수 일을 떠올린다. 군대를 제대한 후 1964년 종신서원과 함께 받은 소임이 목공이다. 1965년 인천 고잔성당을 시작으로 덕적도성당(66년), 덕적도병원(67년), 금호동성당(68년), 이문동성당(69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청량리수녀원(70년)에 이어 서귀포 피정의 집(72~75년) 등 대패와 끌, 망치를 들고 다니면서 성당을 지었다. “어떻게 해서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까.” “제 고향이 경기도 일죽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곳에서 어머니 따라 장로교회에 다녔지요. 그때만 해도 목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가 동네에 이사온 천주교 신자 부인을 만나고 오시더니 ‘얘야, 천주교가 큰집이다’라고 하시더군요. 이후 어머니와 저는 천주교로 개종했습니다. 라틴어 미사에다 멋진 제의를 보고 감동 받아 신부가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왜 신부가 아닌 수사의 길을 택하셨는지요.” “6·25 때 우리 집안이 공산당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가족이 처형당하기도 하고 6촌형 둘은 월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 자연스럽게 몰락했지요. 집안이 가난했고 또 사상적으로 몰리면서 중학교에 다닐 형편이 못 됐습니다. 게다가 옹기장사를 하던 큰형을 따라 일을 도우면서 신학교에 가려고 했는데 큰형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아마 중학교 졸업장이 있었다면 신부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1957년 입회 당시 명동성당 내 사도회관(현 교구청) 옆 천막수도원에서 수도의 길을 걸었다. 여기에서 양철을 덧댄 트렁크를 만들었고 주방 일을 맡기도 했다. 힘들 때마다 방유룡 신부가 “수도원은 성인이 되는 곳이다.”라고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그가 신학원에 들어온 지 2년. 늘 그래왔듯이 어디에서든지 세월이 지날수록 기도의 맛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수도자란 기도하는 사람이다.’는 가르침의 길을 걸으며 면형무아(麵形無我)로 나아간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저야 뭐 기도하는 일밖에 없죠. 혹시 여건이 된다면 말년에 수도원 내에서 늙은이끼리 기도 중심으로 관상부 생활을 하고 싶어요.” 수도자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하느님만 찾아야 하고 ▲ 자기자신과 싸우는 사람이어야 하고 ▲수도자는 늘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세 가지를 강조한다. 그는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고 해서 ‘팔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절에 가끔 다닌다고 하자 “석가모니의 가르침도 훌륭하니 열심히 하세요.”라며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닮은 듯 다른 천재와 광인 미묘한 한끝 차이는 뭘까?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비극적인 자살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정신질환적 증세가 있을까. 천재성과 광기는 뇌의 해부학적이고 화학적인 근원에 있어서는 같은 출발점을 갖고 있다는 말로 이 책은 시작한다. 또한 천재성과 정신질환을 구별하는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경계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교수이자 작가인 중국 자오신산이 쓴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이예원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이다. 책은 아인슈타인, 피타고라스, 앙페르, 애덤 스미스, 가와바타 야쓰나리, 백거이 같은 천재들과 히틀러 같은 광기 어린 독재자의 정신세계를 살펴보고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찾아보려 시도한다. 또한 과학, 예술, 철학의 창작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천재 혹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통로라고 언급하면서 만일 그들이 창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들은 미치거나 범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설명한다.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심리적·정신적 에너지라고도 할 수 있는 광기는 어떤 방향으로 분출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밝힌다. 세상을 창조하고 건설하거나, 세상을 파괴하거나 아니면 자기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독일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 즉 비스마르크가 독일의 재상이 되지 않았더라면, 만일 그가 대단한 대업을 완수하지 않았다면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히틀러도 마찬가지로 화가나 위대한 건축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건물을 부수고 수천만명을 학살한 잔인한 인물, 인류 역사상 길이 남을 최고로 잔인한 범죄자가 되었던 것이란 예를 든다. 저자는 정신질환과 천재성 사이의 교차점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베이징대학을 졸업했으며 교수, 작가, 상하이 세계박람회 고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과학과 예술, 철학 분야에서 관련 저서 56권을 펴낼 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본문 중에 흥미를 끄는 한토막. “누가 물을 발견했지? 분명 물고기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물고기는 일생 동안 물속에 있으니까…” 1만 6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서울 600년 건축의 숲 숨겨진 역사 산책

    서울 600년 건축의 숲 숨겨진 역사 산책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에서 여주인공 캐리는 남자 친구들이 다 떠나버리자 오늘은 도시 ‘뉴욕’과 데이트를 하겠다고 나선다. 화려한 주름치마를 차려입고 구겐하임 미술관 등지를 걷지만 매정한 도시는 광풍으로 그녀의 치맛자락을 날려버린다. 서울은 뉴욕처럼 사랑에 빠질 만한 도시일까. 이화여대 건축학부 임석재 교수의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 1·2’(인물과사상사 펴냄)는 1년여 동안 모두 312채의 건축물을 답사해서 완성한 서울의 건축 지도다. 뉴욕이 미녀가 데이트를 신청할 만큼 세계인의 꿈의 도시가 된 것은 할리우드 영화 덕이 가장 크지만, 그 뒤에는 주말마다 뉴욕시 해설가를 자처하며 도시의 숨겨진 역사와 건축물을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모든 참여자들에게 기꺼이 설명하는 시민 가이드의 역할도 있었다. 책은 서울 속의 숨어 있는 건축 문화자원을 발굴하여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를 탐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쓰였으며 서울문화재단이 기획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실제로 2007년부터 ‘서울문화예술탐방 프로젝트’를 시작해 연극, 미술, 박물관, 건축, 역사유적,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서울을 찾아 떠나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저자인 임 교수는 머리말에서 “유럽 여행을 가면 90% 이상 건물을 본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의 건물들이 특별히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서울, 건축의’는 서울 전체를 32개의 최적 코스로 나누었다. 800장의 건물 사진과 40장의 상세 지도가 실려 책 한권만 손에 들면 찾아가 볼 수 있다. 서울의 중심인 종로 2가 사거리 세 모퉁이에는 각 시간대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세 개의 작은 영역이 형성되어 있다. 보신각 터는 전통 건축, 제일은행 본점은 1970년대 근대화기, 종로타워는 1990년대 이후 현대기의 전형적인 시대상을 보여준다. 저자가 ‘한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라고 평한 종로타워는 건축가 라파엘 비뇰라의 작품이다. 중간이 뻥 뚫린 이 건축물이 완공됐을 때, 레스토랑 등으로 사용되는 맨 위층이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소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종로타워 자리에는 원래 화신백화점이 있었다. 화신백화점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서구식 백화점의 효시로 근대화된 외래 문물을 상징하던 건물이다. 한국인 재력가 박흥식이 건축가 박길룡에게 설계를 의뢰해서 지었다. 저자는 “사람들은 독특한 형태 때문에 종로타워가 주변 환경과 못 어울리며 너무 튀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주변 일대 뒷골목의 조형 구도를 현대화된 금속 재료와 기하학적 형태로 번안한 ‘혼성을 통한 어울림’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앞에 들어선 개성 강한 패션풍 건물들의 시작은 녹색갤러리다. 녹색갤러리(풀꽃빌딩)는 윤주헌의 작품으로 1992년 완공됐다. ‘형태에 치중한 개인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건물’이란 게 임 교수의 평가다. 녹색갤러리에서 추구한 귀여운 기하는 곡면과 정사각형으로 구성되는데, 곡면은 건물 전체 윤곽을 형성한다. 재미있는 놀이의 모습으로 배열된 창에 사용한 정사각형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 리듬감과 스타카토의 느낌을 안겨준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신사동에서 압구정동에 이르는 지역에서 ‘보기 드문 조형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저자가 꼽은 빌딩은 호림아트센터다. 조금만 유행에 뒤떨어져도 공실이 생기고 건축주의 요구와 압박이 센 이 지역에서 호림아트센터는 보기 드물게 넓은 면적의 복합단지다. 2009년 테제건축의 작품으로 완공되었으며 건물 사이 공터에 쌈지 공원도 있다. 양식 사조는 형태주의와 팝과 후기 모더니즘을 섞은 혼합양식. 특히 미술관 출입구는 검은색으로 뒤덮인 통로를 20m쯤 걸어가는데, 마치 속을 알 수 없는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건축은 예술이고 문화이며 여행이고 역사다. 책은 서울 건축 600년의 숲으로 새로운 탐험을 떠날 수 있게끔 한다. 각 권 1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용기있는 독일인의 과거 참회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용기있는 독일인의 과거 참회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트라세역 앞에는 어린이 6명의 동상이 서 있다. 고개를 떨어뜨린 네 명의 어린이 옆에 놓인 가방에는 망가진 곰인형이 들어 있다. 반면 이들과 등을 진 두 명의 어린이는 책가방을 멘 채 밝고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동상의 이름은 ‘죽음으로 가는 기차, 삶으로 가는 기차’다. ●관광명소에 나치만행 고스란히 기록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39년 초 나치 독일이 점령했던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한 대의 기차가 출발했다. 기차는 베를린, 뮌헨,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빈으로 이어지는 1120㎞를 달려 영국 리버풀에 도착했다. 기차 안에는 190명의 유대인 어린이들이 타고 있었다. 삼엄한 게슈타포의 감시 속에서 네덜란드인 지원자들은 로테르담에서 어린이들을 맡아 배에 태웠고, 리버풀에 도착한 유대인 어린이들은 사전에 약속된 영국의 각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 해 9월까지 기차는 모두 669명의 어린이를 영국으로 옮겼다. 이들의 가족들은 대부분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 9번째 기차에 탔던 250명도 나치에 발각되면서 죽음을 맞았다. ‘제2의 안네 프랑크’가 될 뻔한 아이들에게 기차는 삶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였던 셈이다. 기차를 운행시킨 사람은 ‘영국의 쉰들러’로 불리는 니컬러스 윈튼이다. 런던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던 윈튼은 친구의 요청을 받은 뒤 망설임 없이 프라하로 떠났고, 기차를 구해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이 동상은 당시 기차를 타고 체코를 탈출했던 이스라엘 조각가 프랭크 마이슬러가 첫 열차가 떠난 뒤 70년이 지난 2008년 기차가 거쳐 갔던 프리드리히스트라세역에 윈튼에 대한 감사를 담아 세운 것이다. ●“과거 직시해야 올바른 미래로” 강조 그러나 이 동상은 단순히 윈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 가는 기차’라는 동상의 다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인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다. 동상 옆 벽에는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가 유럽에서 행한 유대인 학살의 만행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동상 앞에서 만난 대학생 한스 프링스는 “위 세대의 일이기는 하지만 잘못된 생각과 행동은 언제까지나 독일인이 안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이라며 “지금의 독일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거를 똑바로 쳐다봐야 그릇된 미래를 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은 어렵고 외면하기는 쉽다.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한 홀로코스트 추모관은 독일 국회의사당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지어졌다. 항상 바라보며 잊지 않기 위해서다. 구동독 지역에서는 자신들을 억압하던 국가보안국(슈타지) 건물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과거를 피하고 묻어 버리는 순간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자리에 자신들의 잘못을 적나라하게 적어 놓고 공개적으로 반성할 수 있는 용기. 통일 이후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유럽의 맹주로 우뚝 서고 있는 독일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베를린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소설가 조경란 신작장편 ‘복어’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단숨에 국그릇을 비우고 쓰러졌다. 아홉 살의 아버지는 다 보았다.…독이 든 복엇국을 마시고 눈앞에서 엄마가 자살하는 모습을. 아버지는 기억했다. 아침부터 복어를 손질하고, 아궁이를 지키고 앉아 오래 국을 끓인 사람도 엄마였다는 것을.…쓰러진 엄마, 버둥거리는 엄마, 경직되는 엄마, 피를 토하는 엄마, 눈을 부릅뜬 엄마, 마침내 반쯤 눈을 감은 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된 엄마. 깨끗이 죽어버린 엄마를.” 소설가 조경란(41)이 2007년 ‘혀’ 이후 3년 만에 신작 장편 ‘복어’를 펴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등단 15년째다. 치명적 독을 가진 생선을 제목으로 한 소설 ‘복어’는 죽음과 삶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 몸이 아닌 듯 한 몸을 이룬 삶에 관한 이야기다. 한 여자가 있다. 조각가인 그녀는 복엇국을 끓여 자살한 할머니를 두었다. 죽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녀는 죽음을 피해 삶을 끌고 다니는 데 지쳐 있다. 한 남자가 있다. 건축가인 그는 여자의 얼굴에서 자살한 형의 잔상을 발견한다. 남자는 끊임없이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삶을 견디는 여자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죽기 살기로 죽으려고 하는 여자는 삶을 버리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목을 조여오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양식으로 키운 인공 복어에게는 독이 없듯,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권리는 오로지 인간만의 몫이다. 죽음에서 삶으로 귀환한 여자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여자가 영영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던 남자도 여자의 무사함을 안도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둘은 일상 속에서 다시 재회한다. 소설 속의 남자는 “사랑에 관한 두 가지 큰 어려움은 사랑에 관해 질문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어’는 전작 ‘혀’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하다. 잘 빠지고 미끈한 생선을 대하는 듯, 묘한 마력을 내뿜는 미술 작품을 보는 듯 독자를 매혹한다.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려움과 죽음이라는 문학의 원형에 독자를 빠뜨렸다가 무사히 일상으로 돌려놓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치솟는 땅값에 中 ‘컨테이너 아파트’ 등장

    “혹시 이런 아파트 본 적 있나요?” 수려한 자연경관과 연중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는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 각국의 관광객이 찾는 최근 가장 각광 받는 관광지인 동시에 살인적인 땅값으로 집 없는 현지인들을 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하이난섬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묘안을 내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집을 살 형편이 안되는 근로자 수십 명을 위한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기숙사형 아파트를 제공하기로 한 것. 당연히 가장 큰 문제점은 집세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영문 중국뉴스 블로그 차이나 허쉬에 따르면 이 공장이 내놓은 건 바로 ‘컨테이너 아파트’. 컨테이너 하우스는 익숙하지만 아파트는 새로운 개념으로, 길쭉한 창고형 컨테이너 4개를 개조해 아파트로 재탄생했다. 컨테이너 사이에 길쭉한 공동정원이 있는 디귿(ㄷ)자 아파트는 근로자 40여 명이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아파트 외벽도 깔끔하게 새단장해 여느 아파트처럼 아늑해 보일 뿐 아니라, 컨테이너 내벽이 존재해 근로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근로자 A씨는 “룸메이트 1명과 함께 방을 쓰는 데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다른 집들에 비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이 가격에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만족해 했다. 한편 수년 전 프랑스 건축가가 오래된 컨테이너를 재활용해 탑처럼 쌓은 대학 기숙사를 지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시공비를 줄여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제공, 환경과 공익을 고려한 건축물로 호평을 받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서울대 박물관·미술관·규장각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서울대 박물관·미술관·규장각

    미국 하버드대에는 설립자인 존 하버드의 동상 왼쪽 구두코를 학생이 만지면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자녀를 대동한 해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도 찍고 꼭 만지는 관광 명소다. 관악구에 자리잡은 서울대에는 이런 유명한 동상은 없지만, 문화와 예술을 만끽할 만한 명소는 있다. ●대동여지도 등 28만점 소장 규장각과 서울대박물관, 서울대미술관이다. 자녀의 서울대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방학 때 서울대를 방문하고도 이곳을 빼놓고 가기 십상이다. 모두 서울대 정문에서 5~15분 거리에 있다. 규장각은 조선시대 정조가 궐내에 설치한 왕립도서관에서 명칭을 가져온 것으로 역대 국왕의 시문, 친필의 서화·고명·유교·선보·보감 등을 관리하고 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대동여지도 등 28만 2000여점의 옛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늘 하고 있어 조선시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대한제국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규장각 옆으로 10분쯤 걸으면 서울대박물관이 나온다. 4개의 전시실과 200여석 규모의 강당을 갖췄다. 근대사진, 불교미술품 등 72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발해 유물과 서화류, 민속 유물은 국립박물관보다 뛰어난 게 있을 정도다.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예술 서울대 정문 왼쪽에 있는 서울대미술관(MoA)은 건물 감상만으로도 50%는 건진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했다. 가운데가 텅 빈 나선형 구조의 개방형 문화공간으로 서울대 미대 전·현직 교수들의 유화, 조각, 도자기 등 250여종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11월28일까지 ‘한국전쟁의 초상’과 ‘지뷜레 베르게만 사진전’이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지붕 ‘메가트러스’ 설치공사 완료

    서울시는 중구 을지로7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에 짓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초대형 지붕인 ‘메가트러스(Mega-Truss)’ 설치공사를 마쳤다고 6일 밝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초대형 철골기둥 4개 위에 지붕 2개를 올리는 방법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번에 설치된 지붕은 무게 529t, 총길이 92m, 최고높이 15m, 철판 최대두께 10㎝ 등에 달해 국내 일반 건축물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시는 설명했다. 지붕은 유선형 디자인의 3차원 곡선을 만들기 위한 주요 골조로, 건물 내·외부에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을 조성해 대규모 전시 및 컨벤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 건축가인 영국의 자하 하디드가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세계 패션·디자인산업 메카를 목표로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지하 3층, 지하 4층에 총면적 8만 5320㎡ 규모로 지난해 4월 착공돼 2012년 7월 준공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① 미래를 만드는 도시계획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① 미래를 만드는 도시계획

    “정부안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4가지 계획이 모두 맞아떨어져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진행할 계획인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베르나크 세키) “현재 파리 외곽을 돌고 있는 A8 고속도로를 고가도로로 전환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그 위에 순환 고속철도를 세우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크리스티앙 드 포잠바크) 지난 9월 중순, 파리 건축박물관 대회의실에 모인 80여명의 건축가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해 발표된 ‘르 그랑파리’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 구성된 그랑파리 국제 아틀리에(AIGP) 행사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랑파리에 참여한 10개팀과 정부 관계자들을 한데 묶은 AIGP를 공식 정부기구로 구성, 회의를 정례화시켰다. 매월 한 차례 이상 회의가 열린다. 르 그랑파리 디렉터 포잠바크 사무실의 도시디자인팀장 송현정씨는 “공통의 주제를 놓고 10개팀이 순차적으로 발표한 뒤 난상토론이 이어진다.”면서 “9월 회의는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교통시스템 개혁 회의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모임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통시스템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유럽 제1의 지역 ‘일 드 프랑스’(파리를 포함한 반경 100㎞의 지역, 한국의 수도권에 해당)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오랜 시간 개발과 확장이 제한돼 온 파리 주변에는 업무지구 라데팡스를 비롯해 생드니, 부흐제, 샤크레, 오를리, 빌레주, 마흐나발레 등 7개의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돼 있다. 그러나 이들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교통시스템이 없어 신도시는 고립됐고, 사람들은 입주를 꺼렸다. 실제로 그랑파리 10개팀 대부분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시스템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랑파리 담당 장관인 크리스티앙 블롱은 10개팀의 아이디어를 모아 올봄 ‘8자 계획’으로 불리는 4단계 교통확충 시스템을 제안했다. 외곽 순환 철도와 각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 테제베(TGV) 역사 신규 건설 등을 포함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블롱이 지난 7월 사임했지만, 1년 가까이 정부 검토를 거친 이 안은 지금도 계속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사전타당성 검토와 충분한 이유가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당초 일정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블롱의 8자 계획은 이달부터 3개월간 공청회가 진행된다. 공청회 횟수는 총 70회. 새로 교통시스템이 확충되는 지역은 물론이고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이르기까지 이미 초청장이 모두 발송된 상태다. 특히 공청회에서는 블롱의 8자 계획뿐 아니라, 중소 지방정부들이 각자 내놓은 교통 개선안과 AIGP를 통해 제시된 건축가들의 개별안까지 모두 소개된다. 전문가들이 최종안을 도출한 뒤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한국적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도시전문 이코노미스트 디디에 마르탱은 “도시계획은 기본적으로 그 안에 사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시민의 이해가 없다면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 대전제”라며 “충분한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불이익을 받는 사람에 대한 응분의 보상까지 제시해야 10년 이상 걸리는 도시계획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계획은 당사자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책이 바뀌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AIGP는 교통시스템에 이어 친환경, 녹지계획, 지역의 개별성, 열악지구 개선, 지역별 경제 균형, 상하수도 등을 주제로 2040년 파리의 모습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랑파리의 비전이 제시된 지 1년이 안 됐지만 파리 주변 일 드 프랑스 지역에서는 이미 변신이 시작됐다. 파리를 둘러싼 중소도시들이 그랑파리에서 나온 비전에 동조해 사전 타당성 조사를 각 건축가들에게 의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 등 대규모 사업을 제외하고 시내 건축이나 민자 유치사업 등을 지방정부가 맡고 있다. 현재 파리 외곽의 대표적인 슬럼지역인 부흐제는 포잠바크가 맡아 대규모 전시장과 우주항공박물관을 중심으로 도시의 체질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흐나발레는 이브리옹이, 생드니 지역은 AREP와 장 누벨이 도시계획을 맡았다. 물론 이 같은 사전 타당성 조사 및 도시설계의 결과가 곧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도미니크 페로 사무실 관계자는 “도시계획에는 사전 준비 단계만 최소한 1~2년, 실제로 완성되기까지는 10~20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금 파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은 탄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잠바크가 맡아 진행한 파리 남동부의 재개발 사업의 경우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1995년에 첫 설계가 시작됐지만, 내년에나 목표를 이룰 예정이다. 송현정씨는 “도시계획가가 밑그림을 그리고 개별 건물은 각 건물주가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설계하고 건설하는 구조”라며 “도시계획가가 처음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완성된 도시는 하나의 통일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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