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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의료 노출 꺼리는 北… 남북 공동방역 체계 시급”

    “보건의료 노출 꺼리는 北… 남북 공동방역 체계 시급”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남북 방역 협력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일종의 공동방역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라며 “북한은 지금 현재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계속 발표하고 있고, 특히 북한 보건성이 WHO 평양사무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두 달 정도 북한에 입국한 여행객 가운데 141명이 고열 증상을 보여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권덕철 보건산업진흥원장은 2018년 남북 보건회담을 통해 북한측 인사들을 접촉한 경험이 있다. 2007년 의료회담 각서가 체결된 데 따라 이뤄진 회담이었다. 그로부터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싶었는데 현직을 떠나 입을 여는 게 매우 조심스럽다고 되풀이했다. -회담에 임하며 긴장했었을 것 같다. “말꼬투리 잡히지 말라는 식으로 회담 진행 요령을 교육받아 잔뜩 긴장했는데 전문인력들이라 그런지 술술 말이 통했다. 북측은 의료회담 각서에 따라 협력 사업이 추진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된 것을 이어 가자면서 장비나 물품을 달라고 했다. 우리는 감염병 정보 교류부터 하자고 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얼마간 하다가 지금은 중단됐다고 들었다.” -남쪽은 개별관광 등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와 감염 차단에, 북쪽은 부족한 장비나 물품 지원 등 원하는 바가 서로 다를 것 같다. “그럴 것이다. 그때도 열감지기 등 검역 관련 장비를 지원해 줬으면 했다. 그리고 북쪽은 검역 체계 현대화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감기가 번져 타미플루 정부 비축분을 전달하려 했는데 결국 받지 않았다. 그들은 당국끼리 지원하고 받는 것을 꺼리고 민간 수준에서 하길 바란다. 관광이든 교류든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다. 교류가 활발해지려면 남북이 긴밀하게 협력해 방역해야 한다. 그런데 북쪽은 보건의료 분야를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다. 결핵도 심각한데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미 회담도 잘 안 되는 상황에 개별관광을 위한 공동방역에 힘쓸 여력이 남북 모두에 없어 보인다. 다만 WHO나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을 우회해 지원하는 방안은 있다.” -그래도 남북 민간교류의 좋은 방편으로 의료 분야가 꼽힌다. “하지만 당이 관료 조직의 우위에 있는 북한 형편에 당국끼리 방역을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정부 안에서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쏟아야 해 남북 문제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국제기구, 北 코로나19 방역 관여 시작… 북한은 연일 ‘확진자 없다’ 강조

    국제기구, 北 코로나19 방역 관여 시작… 북한은 연일 ‘확진자 없다’ 강조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연일 자국 내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와 코로나19 관련 회의를 할 예정이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8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 당국과 매우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고, 내일(19일)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들과 양자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라이언 팀장은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자나 의심환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에서 감염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앞서 WHO 평양사무소는 지난 15일 북한 보건성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2월 9일까지 7281명의 여행객이 북한에 들어왔고, 이 중 141명은 발열이 있었지만 모두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언 팀장은 WHO가 북한에 보호장비 지원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관련 물품들이 17일 오후나 18일 오전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WHO가 북한에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시약을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이날 북한이 코로나19 예방과 관련 개인 보호장비 조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쉬마 이슬람 유니세프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변인이 WHO와 다른 국제기구들, 북한 정부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VOA는 전했다. 하지만 이슬람 대변인은 북한이 어떤 물품 조달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앞서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북한에 개인 보호장비와 진단키트 등 인도적 물품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인도적 근거에서 유엔의 대북제재 면제 승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단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절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문은 “감염증의 위험성이 대단히 크고 왁찐(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조건에서 전염병 상식을 잘 알고 개체 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세한 ‘예방·소독 매뉴얼’을 제시했다. 신문은 이날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자’ 등 10여 건의 기사를 싣고 국내·외 예방 사업 현황 및 주변국 발병 현황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1면에는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동대원은하피복공장과 평양체육기자재공장 근로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2일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확인한 이후 지난 15일부터 거의 매일 확진자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춘복 북한 보건상은 전날 조선중앙TV와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나 의진자(의심환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람들 속에서 해이될(해이해질) 수 있는 공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보건상이 직접 감염자 유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북한 “한 명도 확진자 없다. 대집단체조·국제 박람회 예정대로“

    북한 “한 명도 확진자 없다. 대집단체조·국제 박람회 예정대로“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이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절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감염증의 위험성이 대단히 크고 왁찐(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조건에서 전염병 상식을 잘 알고 개체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세한 ‘예방·소독 매뉴얼’을 제시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손수건으로 가리고, 사람을 만날 때 1m 이상의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되도록 피하고 실내 환기를 잘해야 한다며, 면역력 강화를 위한 운동과 휴식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또 “야생동물을 절대로 식용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육류나 가금류를 날것으로 섭취하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치료와 관련해서도 항생제는 코로나19에 효과가 없고 약물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식초 역시 소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건 인프라가 열악한 북녘에서 상당수 주민이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문은 이날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자’ 등 10여건의 기사를 싣고 국내외 예방 사업 현황 및 주변국 발병 현황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1면에는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동대원은하피복공장과 평양체육기자재공장 근로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강원도인민병원에서는 “외래 환자들이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 “입원실들에 대한 공기갈이와 함께 쑥 태우기, 문손잡이 소독 진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춘복 북한 보건상은 전날 조선중앙TV 인터뷰를 통해 자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물론 의심환자도 없다고 밝혔다. 남한의 보건복지부 장관에 해당하는 오 보건상이 직접 감염자 유무를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 보건상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나 의진자(의심환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사람들 속에서 해이될(해이해질) 수 있는 공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신형코로나비루스의 전파 경로가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만큼 조금이라도 만성적인 태도를 가지고 방역 사업을 소홀히 대하다가는 엄중한 후과(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비상설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 간부인 송인범 보건성 국장 역시 노동신문의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예방사업에 계속 큰 힘을’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과를 스스로 높이 평가하며 “비루스의 전파 경로가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다”며 방역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중앙과 각 지역에 비상방역지휘부를 설치해 코로나19 예방 총력전을 펴고 있다. 송 국장은 지난 2일에도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처음으로 밝힌 뒤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부터 사흘 연속 중앙비상방역지휘부 종합분과장인 오춘복 보건상 인터뷰를 방영해 대중의 경각심을 끌어올렸다. 김형훈 보건성 부상과 홍순광 보건성 국가위생검열원 부원장 등 주요 간부들도 각종 매체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청청국’이라고 주장하며 잘 대응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북한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물품을 전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9일 전했다. 쉬마 이슬람 유니세프 아시아태평양지역 대변인은 전날 VOA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북한 보건성이 요청한 코로나19 관련 개인 보호물품을 북한 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물품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유니세프가 이날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을 비롯해 라오스, 몽골 등이 지역 유니세프 사무소를 통해 보호복과 보안경, 마스크, 장갑 등 의료진을 위한 보호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고서는 또 지난달 29일 아태 지역에 관련 물품 13t을 공급했다면서 앞으로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감염증 퇴치에 423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북한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진행 중인 특정한 이슈가 있다고 믿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라이언 팀장은 19일(현지시간)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와 면담한다. 한편 북한 전문여행사 ‘고려투어’는 18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8월 광복과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대집단체조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집단체조는 최대 10만 명을 동원해 체조와 춤, 카드섹션 등을 선보이며 체제 선전 및 외화 유치 목적이 강하다. 참가자들은 보통 공연 6개월 전부터 집중적인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민 이동 제한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북한의 무역·투자전용 웹사이트 ‘조선의 무역’은 7월 평양국제경공업전람회를 시작으로 11월 제2차 평양국제농업 및 식료공업전람회까지 평양시 중구역 동성동 평양체육관에서 네 차례 국제전람회가 열린다고 19일 알렸다. 전람회 조직은 조선대외경제교류협회가 맡으며 북한 대외경제성, 평양시인민위원회, 조선상업회의소가 후원한다. 이탈리아 국제운송업체 오팀(OTIM)이 전시품을 수송하며, 조선광고회사가 전람회 전반을 홍보한다. 해외 출품자 모집은 중국의 베이징화무시대국제전람유한공사, 베이징전람망과학기술유한공사, 가보시대국제전람(베이징)유한공사, 길림성 룡린수출입유한공사, 심양국제전람과학기술유한공사, 단동화조전람유한공사 등이 맡는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에다 남북관계, 북미관계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 북한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유엔 산하기구 평양사무소, 코로나19 확진 없다는 북한 주장 의심”

    “유엔 산하기구 평양사무소, 코로나19 확진 없다는 북한 주장 의심”

    국제기구들, 북한 ‘봉쇄 조치’에 활동 어려움외국 다녀온 외교관, 평양 진입 전 30일 격리 북한 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없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에 유엔 산하 국제기구 관계자가 의문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비르 만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평양사무소 부대표가 12일(현지시간) “북한 당국이 FAO에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그 같은 주장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만달 부대표는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유무와 북한 당국과 유엔 기구들 간 방역사업 협력 등을 묻는 VOA의 질문에 이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다만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VOA는 덧붙였다. 현재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만달 부대표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평양 지부 소속 직원 1명이 지난달 중국을 거쳐 태국을 방문했는데, 아직 태국 방콕지부에 머물면서 북한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자 각국 외교관들이 자국을 출·입국하는 것을 금지했다.지난달 31일 기준 외국 공관 직원이나 국제기구 관계자 등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북한에 도착한 경우 평양 진입은 도착 지점에서 15일간 격리를 거친 뒤에야 허용됐다. 심지어 지난 12일부터는 격리 기간을 30일로 연장했다. VOA에 따르면 WHO 평양사무소는 전날까지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진 사례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WHO가 북한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 유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HO의 공식 발생 건수 집계는 각 회원국의 ‘자진 보고’에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북한 내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북한도 신종코로나가 자국 내에서 발병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거듭 이어갔다. 대외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12일 ‘전염병 예방을 위한 물질적 토대 마련’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를 불안과 공포속에 빠뜨리고 있는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절대로 침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뛰고 또 뛰고 있다”며 아직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당시에도 별다른 발병 사례를 발표하지 않았고, 자국 내 발병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신종플루 때가 유일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환경성 폐질환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환경성 폐질환

    폐는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관이다. 공기는 산소(21%)와 질소(78%)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우리가 흡입하는 산소의 농도는 21%이다. 질병으로 인해 혈중 산소가 부족하면 100% 산소를 투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몸에 필수 성분인 산소도 높은 농도를 오래 마시면 폐포에 손상을 일으켜 폐섬유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하물며 산소와 질소를 제외한 비정상적인 물질이 공기에 포함돼 있다면 폐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포함된 특정한 물질이 원인이 돼 기관지나 폐 등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환경성 폐질환이라고 부른다. 미세먼지가 대표적인 물질이다. 미세먼지는 급만성기관지염, 기관지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등을 유발한다.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석면 역시 석면폐, 악성중피종,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실내공기 오염의 주요 물질로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꼽을 수 있다. 건축자재와 청소용품, 가구, 접착제, 카펫 등에 들어 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탄소를 포함하는 화학물질로 실온에서 쉽게 휘발하는 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포름알데히드다. 한때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가습기살균제 사건도 간질성폐렴의 진행에 따른 폐섬유화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이를 계기로 실내공기의 오염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높이게 됐다. 특정 직업군에 많이 생기는 직업성 폐질환도 작업환경에서 노출된 물질에 의해 환경성 폐질환을 일으킨다. 광부들이 자주 걸리는 진폐증, 버섯을 키우는 농민이 버섯포자를 흡입해 발생한 과민성폐장염, 디젤엔진 정비사가 디젤엔진 매연을 마셔서 생긴 만성폐쇄성폐질환, 건설노동자가 돌가루나 모래가루를 흡입해 발생한 규폐증, 자개농 장인이 조개 분진을 흡입해 생긴 기관지천식 등은 필자가 직접 진단하고 치료한 환경성 폐질환이다. 특히 매일 출근하는 작업장, 규칙적으로 하는 취미활동, 거실이나 침실의 환경이 기침의 원인 물질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거주지나 직장 주위에 공해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이 있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경성 폐질환의 증상은 건성 기침이나 운동 시 호흡곤란으로 시작한다. 기침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환경에 의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환경성 폐질환은 노출을 피하면 되므로 예방이 가능한 병이다. 다만 너무 오랜 기간 노출된 경우에는 피하더라도 폐질환이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면 늦기 전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관지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치료제가 있으나 만성질환이고 간질성폐질환, 폐암 등은 난치성 질환이다. 각자가 마시고 있는 공기가 깨끗한지 늘 신경 쓰고 산다면 환경성 폐질환으로 고생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
  • 김정은, 中에 지원금·위문서한 보내…북중 혈맹 과시

    김정은, 中에 지원금·위문서한 보내…북중 혈맹 과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과 접한 국경을 봉쇄한 북한이 중국에 지원금과 위문서한을 보내며 북중 관계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형 코로나 관련 서한을 보내고 위문금도 보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위문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우리 당과 인민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전염병 발병 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 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며 “형제적 중국 인민들이 겪는 아픔과 시련을 나누고 돕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 1일 베이징 공항에서 목격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 이후 자력갱생에 나선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중국 인민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북중 혈맹 관계를 도약시킬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북한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시기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위문 전화를 하고 10만 달러를 보낸 바 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국경을 폐쇄하고, 의심환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시행하며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 북한 보건성 당국자는 2일 조선중앙TV 인터뷰에서 아직 신종 코로나가 발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 지구 남측 시설 철거를 연기하자고 통보해 왔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지난달 20일 중국관광객 금지한 북한 “신종코로나 발병없다”

    지난달 20일 중국관광객 금지한 북한 “신종코로나 발병없다”

    북한 보건당국 책임자는 2일 관영매체와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아직 북한에서 발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인범 보건성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TV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되지 않았다고 하여 안심하지 말고 모두가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 노력을 상세히 전했지만 북한 내 발병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었다. 다만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 등 의진자(의심환자)를 격리·치료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혀 증상자는 다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인터뷰는 북한 내 증상자는 있지만 아직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송 국장은 “현재 국경 통과지점들에서 모든 인원들과 물자에 대한 엄격한 검사, 검역사업을 진행하고 외국 출장자들과 외국인들과 접촉한 모든 인원들을 철저히 격리시키기 위한 사업을 짜고 들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위생방역 부문에서는 질병이 나타나는 경우 신속히 기동할 수 있도록 임상, 방역, 소독, 실험 부문의 일군들로 조를 구성하고 필요한 물질적 보장대책을 따라 세워 바늘 들어갈 틈도 없이 방역사업에 대한 작전과 지휘를 책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건성 중앙위생방역소에서 세계적으로 전파되고있는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부문에서는 의료일군들이 위생선전사업을 여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진행하도록 조직사업을 치밀하게 짜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김만유병원, 평안남도인민병원, 평안북도인민병원 등 보건기관들에서는 병원구내에서의 다매체편집물을 통한 선전과 담당단위들에 대한 해설담화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근로자들속에 전염병을 미리 막기 위한 초보적인 상식들을 알려주고 이상증상이 나타났을 때 해당 보건기관과 방역기관에 알려주는 정연한 체계도 세우며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 당과 인민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전염병 발병 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집안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고 하시며 형제적 중국인민들이 겪는 아픔과 시련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돕고싶은 진정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무기한 중단시켰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북한도 ‘우한 폐렴’ 감염 방지 총력전…아직 확진자 없는 듯

    북한도 ‘우한 폐렴’ 감염 방지 총력전…아직 확진자 없는 듯

    노동신문 “신종코로나 긴급대책 마련”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북한도 감염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긴급대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보건 부문에서 최근 국제 사회의 커다란 불안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 대책을 철저히 세우기 위한 긴급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보건성 일꾼들이 각 지역에 파견됐으며 “치료예방기관들에 위생선전 제강(강연자료)을 시급히 작성하여 내려 보내 주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위생방역 부문의 일꾼들은 국경, 항만, 비행장들에서 위생검역 사업을 보다 철저히 짜고 들어 우리나라에 이 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강도높이 세우고 있다”면서 외국 출장자에 대한 의학적 감시와 의심환자 발생을 대비한 격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지의 호(가구) 담당 의사가 열이 있거나 폐렴 치료가 잘되지 않는 주민들을 찾아 확진하고 있으며 “의진자(의심환자)가 발견되면 방역 기관과의 연계 밑에 철저히 격리시키기 위한 사업들을 미리미리 선행시켜나가고 있다”고 했다. 신문이 “보건부문 일꾼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이 절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방역 대책들이 세워지고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아직 북한 내에 우한 폐렴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시론] 청년에게 3000만원보다 기본소득 도입을/금민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이사·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시론] 청년에게 3000만원보다 기본소득 도입을/금민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이사·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정의당이 ‘청년기초자산제’를 4·15 총선 공약 1호로 내놓았다. 만 20세 청년 모두에게 3000만원,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청년에게는 5000만원을 일회적으로 지급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상속증여를 받은 청년에게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통해 조세로 환수한다는 것과 학자금, 취업준비금, 주거비용, 창업비용의 네 종류로 용도를 제한해 청년기초자산을 담보로 잡거나 차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완책으로 덧붙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상속세를 재원으로 하며 부족분은 부동산 관련 조세로 충당한다고 한다. 주요 내용은 기초자산제도의 본령을 표현하는 반면에 보완책은 기초자산제도에 대해 그간 제기된 비판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보인다.용처의 제한, 양도 및 담보대출의 금지는 현대적인 기초자산제도 옹호자들과 달리 정의당 공약의 특색이라고 볼 수 있다. 기초자산제에 대한 비판이 ‘의지의 박약함’에 의한 탕진 가능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종의 미시적 보완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클로백 제도는 부자에게도 기본소득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해묵은 비판을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클로백 제도로 인해 무조건성과 보편성을 충족하지 못해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기초자산 배당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차라리 상속증여세와 개인소득세에 대한 과세를 제대로 하고 필요하다면 기초자산배당금을 포함한 상속액 전체를 과세소득화하는 것이 옳다. 사실 정의당의 ‘청년기초자산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아이디어이며 21세기에도 여러 차례 정책화됐던 것으로 그 자체로서는 새롭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18세기 말 토머스 페인은 상속세를 재원으로 21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일회적으로 15파운드를 지급하자는 계획을 내놓았었다. 현대에도 이 아이디어는 애커먼과 앨스톳에 의해 ‘사회적 지분급여’라는 명칭으로 다시 등장했고,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자녀신탁기금’을 실시한 적이 있다. 페인의 주장은 토지를 개간한 사람이 토지 그 자체를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사람도 토지 그 자체에 대해 일정한 몫을 주장할 수 있다는 발상에 근거한다. 토지나 자연환경과 같은 자연적 공통부(富·common wealth) 또는 지식이나 빅데이터와 같은 인공적 공통부의 수익 일부는 모든 사람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발상은 기초자산제나 기본소득제로 이어진다. 이처럼 두 제도는 동일한 정당성의 기초를 가지며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배당이라는 특성을 공통적으로 가진다. 다만 일회적인가 아니면 정기적인가가 두 제도의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일회적인 종잣돈을 보장하는 제도와 평생에 걸쳐 꾸준히 소득최저선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효과에 있어서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될 것이다. 두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이러한 차이를 둘러싼 논쟁이다. 불평등의 완화와 출발상황의 공정 문제와 관련해 기초자산제도가 현격한 시정 효과를 낳을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자산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에 대해 천착해 온 피케티는 기초자산제를 해법으로 말하지만, 그가 참여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은 공공 소유의 감소와 개인 소유의 증대가 자산불평등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자연적 공유자산이나 지식과 같은 인공적 공유자산에 대한 인클로저(사유화)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뜻이다. 상속할 자산이 한 푼도 없는 청년에게 약간이나마 종잣돈을 마련해 주는 것은 개인 소유 안에서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불평등 원인의 제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기본소득은 모든 소득에는 물려받은 지식과 같은 인공적 공통부의 기여가 들어 있다는 관점을 전제한다. 조세형 기본소득은 사유재산을 허물어뜨리지 않지만 GDP의 일정 부분은 공통부의 기여에 의한 것이라는 관점 위에 서 있다. 또한 기초자산제와 달리 기본소득은 출발상황의 공정만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안정성을 제공한다. 기본소득이 도입되지 않은 사회에서 기초자산을 논한다는 것은 정작 다루어야 할 문제를 회피한 것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자산제가 과연 청년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일회적 지급은 일자리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기본소득에 대한 익숙한 반론을 피해 가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지급연령 이외의 20대에게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난점이 된다.
  • [임정욱의 혁신경제]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될 기회

    [임정욱의 혁신경제]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될 기회

    CES 2020에 다녀왔다.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전 세계 약 4500개 기업과 17만명이 참관하는 거대한 종합기술전시회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말이 있어서 그런가 봤다. 중국의 참가 기업 수는 1300여곳으로 여전히 많다. 하지만 예전처럼 첨단 신기술 제품을 내놓으며 뽐내는 중국 회사의 호기나 위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CES에서의 명맥을 이어 나가기 위해 건성으로 부스를 유지하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화웨이 전시관이 그랬다. 이렇게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중국 별거 아니었네”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CES 이후 바로 중국 베이징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 최대급의 정보기술(IT)전자기업과 인공지능기업에 방문했다. 방문객을 위한 자사 홍보체험관에서 보여 주는 각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과 첨단기기들이 CES에서 본 것에 못지않았다. 트럼프 때문에 중국이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을 뿐이지 미국과 중국의 테크 패권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공룡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인과 대화하다가 그 실마리 중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콘텐츠다. 나는 영어, 일본어에 이어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중국어로 된 흡인력 있는 영화나 드라마 등 콘텐츠를 만나기가 어렵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 등 재미있는 콘텐츠가 널려 있다. 반복해서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된다. 미드 ‘프렌즈’를 통해 영어회화를 익혔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흥미진진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대학 시절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익혔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등 흥미로운 소설콘텐츠도 널려 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분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런 콘텐츠를 통해 배웠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데 중국어로 된 좋은 콘텐츠는 만나기 어렵다. 나뿐이 아니라 중국어를 공부하는 분들 상당수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가 있지만, 재미가 없어 계속 보기 어렵다. ‘의천도룡기’ 같은 인기드라마가 있지만, 예전 콘텐츠이고 사극이라 요즘 중국어 표현을 익히기는 어렵다. 요즘 흥행하는 중국 영화도 있지만 계몽성이 강하고 중국 중심이라 중국인이 아닌 경우에 공감하기 어렵다. 왜 이런가 물어보니 워낙 콘텐츠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과 제재가 강해서 그렇단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창작물은 더욱 그렇다. 사회 부조리를 비꼬는 통렬한 풍자와 비유, 묘사 등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당국의 규제를 받다 보면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선정적이나 폭력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면 검열한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수상까지 노리는 영화 ‘기생충’이 중국에서는 지난해 상영이 취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재를 받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 빈부격차를 다룬 내용이라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사극밖에 못 만든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 사극의 단골소재인 권력투쟁, 치정, 암투도 다루기 쉽지 않다. 반면 우리는 세계인의 감성에 맞는 케이팝, 영화, 드라마 등을 더 많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한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큰 기회다. 콘텐츠소비에 국경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한 케이팝의 글로벌한 성공이 그 방증이다. 중국의 IT대기업에서 일하는 한 한국인은 “재미있는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콘텐츠가 좋은 답”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중 관계가 해빙하는 지금이 중국에 들어갈 적기라는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지금이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할 기회다.
  • [202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길

    [202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길

    등장인물 미노 : 15세이르 : 15세 장소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에서부터 시작된 철길 위의 화물 기차. 캘리포니아주 근방의 국경을 향해 달리고 있다. 무대 정중앙에 화물 기차의 트레일러가 놓여 있다. 트레일러의 양 측면에는 상부로 오르내릴 수 있는 사다리가 부착돼 있으며, 상부에는 화물을 싣기 위해 이용하는 핸들과 레일이 튀어나와 있다. 기차는 관객석을 마주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가정한다. 처음 넓고 메마른 땅 위 철길을 달리는 화물 기차. 미노와 이르, 트레일러 상부 핸들에 허리를 묶은 채 기차가 나아가는 방향을 향해 앉아 있다. 불그스름한 노란색 조명이 두 아이의 머리 위로 비춰진다. 노을이 지고 있다. 철길 위 기차 소리만이 옅게 울린다. 주변을 둘러보던 미노, 대뜸 질문을 던진다. 미노 어디쯤일까? 이르, 대답하지 않고 정면만 응시한다. 지친 모습이다. 정적, 그리고 기차 소리. 미노 응? 여기는 어딜까? (사이) 너도 몰라? 이르…그게 중요해? 미노 중요하지. 그걸 알아야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잖아. 이르, 대꾸하지 않고 허리에 맨 밧줄을 만지작거린다. 미노 이르, 나 지도 좀. 이르 네가 꺼내. 미노 꺼내 줘. 미노, 이르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이르, 마지못해 트레일러 측면 사다리 쪽에 매어 둔 가방으로 손을 뻗는다. 꼬깃한 종이 하나를 꺼내 미노에게 건넨다. 미노, 받지 않는다. 미노 얼마나 남았어? 이르, 미노를 흘겨보며 느리게 종이를 펼친다. 이르 터널 세 개, 아니, 두 개. 미노곧 있으면 이 길도 끝이네. 이르 아쉽냐? 미노 조금. 넌 어때? 이르, 다시 입을 다물고 철길로 고개를 돌린다. 미노 아쉽지 않아? (사이) 아니면 설레나? 이르 (기가 차다는 듯이) 대체 설렐 게 뭐가 있는데? 미노 앞으로 펼쳐질 일들 말이야. 너도 여기까지 와 본 건 처음이잖아. 이르 자꾸 종알대지 말고 조용히 해. 너 그러다가- 미노 (이르가 주의를 주는 모습을 따라하며) 떨어져, 중심 잃어, 터널한테 잡아먹혀! (미어캣처럼 허리를 곧게 피고 목을 늘여 먼 곳을 바라본다.) 터널 나오려면 한참 멀었겠다. 순간적으로 크게 덜컹거리는 트레일러. 이르, 급하게 밧줄을 묶은 핸들을 그러쥔다. 미노,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노 이르, 터널한테 잡아먹힌 사람 본 적 있어? 이르 (밧줄의 매듭을 확인하며 건성으로) 응. 미노 어떻게 생겼어? 이르 납작해. 미노 또띠야처럼? 이르, 불편한 기억이 떠오르는 듯 입을 다문다. 미노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말을 잇는다. 미노 우리 할머니 또띠야 진짜 맛있는데. 할머니는 맨날 일하러 다녔거든. 화요일이면 집에 오는 길에 꼭 옥수수 가루를 한 봉지씩 사 왔어. 만드는 방법도 다 기억해. 옥수수 가루 두 컵에 소금 한 꼬집, 한번에 엉기지 않게 물을 조금씩 넣고- 이르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거든. 미노 알지. 우린 순례자들이잖아. 이르 …순례자? 미노 그래. 야수의 등허리에 올라타서 국경을 넘나드는 순례자. 배고픔과 목마름을 견뎌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근사하지 않아? 이르 (심드렁하게) 그래. 참 근사하다. 미노 미국에도 또띠야가 있을까? 맛있는 게 엄청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사이) 없어도 괜찮아. 만드는 방법 기억하니까. 옥수수 가루 두 컵에 소금 한 꼬집, 한번에- 이르 (말을 가로채서 빠르게 읊는다.) 엉기지 않게 물 조금씩 넣어서 납작하게 눌러 굽는다고. 알았어. 미노 외웠네? 다행이다. 이르 그게 왜 다행이야? 미노 네가 꼭 먹어 봤으면 좋겠거든. 우리 할머니 또띠야는 그냥 시장에서 파는 거랑 달라. 이르 (건성으로) 그래. 미노 진짜야! 이르 알았다고. 둘이 투닥거리는 사이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미노, 푸르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노래를 부른다. La Llorona. 미노눈물 많은 여인아, 하늘빛 옷 입고 눈물 많은 여인아, 또다시 흐느끼네 고달픈 삶에 길을 잃어도- 미노, 노래를 멈춘다. 이르, 미노를 쳐다본다. 이르 왜 멈춰? 미노 그냥. 이르 다음 가사 몰라? 미노 알아. 이르 뭔데? 미노, 대답하지 않는다. 이르, 나머지 가사를 채워 노래한다. 이르 고달픈 삶에 길을 잃어도 사랑만은 그대로 그대로 머무리라 미노 이 노래 어디서 배웠어? 이르 그냥. 지나다니다가. 미노 나는 할머니가 알려 줬는데. (사이) 할머니 보고 싶다. 이르 나중에 할머니도 미국으로 오시라고 해. 미노 그럴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아니야. 이르 뭐가? 미노 우리 할머니는 올 수 있어도 안 와. 이르 왜? 미노 싫어하거든. 이르 미국을? 미노 엄마를. 이르 엄마가 돈 보내 줬다며. 미노 맞아. 덕분에 먹고살 수 있었지. 그래도 할머니는 날 두고 간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이르 엄마랑은 언제 헤어졌는데? 미노 태어난 지 반년도 안 돼서. 이르 그럼 얼굴도 모르겠네. 미노, 품속에서 너덜너덜한 사진 한 장을 꺼내 이르에게 내민다. 미노 우리 엄마래. 이르, 사진을 받아 들고 여자의 얼굴과 미노를 번갈아 관찰한다. 이르 어, 닮았네. 그… 입꼬리가 닮았어. 눈매도. 미노 안 닮았어. 이르 아니야, 여기 보면- 미노 할머니가 그랬어, 하나도 안 닮았다고. 이르 …야, 그래도 너 먹여 살리려고 그 먼 길을 간 거잖아. 곧 있으면 같이 살게 될 거고. 난 너 같은 애 처음 봤어. 미노 나 같은 애? 이르 가족 찾으러 가는 애들 중 절반은 전화번호 하나 없이 떠나. 끊긴 연락처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그런데 넌, 너희 엄마가 코요테를 고용했다며. 널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미노 응. 이르 넌 운이 좋은 애야. 이르, 사진을 돌려주려 한다. 미노, 고개를 내젓는다. 이르, 사진을 지도에 끼워 가방에 넣는다. 미노 그러면 너는? 이르 나는 뭐? 미노 운이 나빠? 가족이 없어서? 이르 그건 아닐걸. 미노 왜? 이르 아직 안 죽었잖아. 미노, 이르의 말을 곱씹는다. 이르, 손가락으로 기차 위 쌓인 먼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미노 죽으면 운이 나쁜 건가? 이르 (건성으로) 몰라. 미노 혼자 다니는 거 안 무서웠어? 이르 그냥 그랬어. 미노 나쁜 사람들 많이 만났어? 이르 응. 미노 그럴 땐 어떻게 했어? 이르 …맞았어. 미노 그런데도 안 무서웠어? (대답이 없다.) 대단하다. 나는 혼자 있으면 무섭던데. 이르 다 컸는데 뭐가 무섭냐? 미노 혼자 지내 본 적이 거의 없었단 말이야. 이르 곱게도 자랐네. 미노 할머니 보고 싶다. 이르 치아파스에 계셔? 미노 아니. 떠나셨어. (사이) 아주 멀리. 어색한 정적. 기차 소리. 미노 이르, 넌 미국 도착하면 어디로 갈 거야? 이르, 미노를 무시하고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미노, 그런 이르를 지켜본다. 기차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미노, 달빛에 의지해 철길을 살핀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끝에 터널을 발견한다. 미노 터널이다. 이르, 급하게 허리에 묶은 밧줄을 풀고 상부에서 내려간다. 미노도 뒤이어 내려간다. 이르는 트레일러 왼쪽의 사다리를, 미노는 오른쪽의 사다리를 끌어안는다. 기차 소리가 점점 커지다 둘을 삼킬 것처럼 울린다. 이르 (큰 소리로) 미노, 꽉 잡아! 미노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응! 터널. 암전. 과거 미노 아저씨! 트레일러 위로 불이 들어온다. 미노, 앞서 핸들에 매달아 두었던 작은 가방을 끌어안은 채 움직이지 않는 트레일러 상부에 앉아 있다. 관객석을 향해 브로커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중이다. 미노 아저씨, 우리 엄마랑 통화해 봤어요? 우리 엄마 목소리 어때요? 저는 못 들어 봤거든요. 집에 전화기가 없어서요. 그래도 편지로 자주 이야기했어요. 제 이름이 그대로라서 다행이래요. 트레일러 아래로는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르, 무대 상수에서 등장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미노 할머니가 엄마한테 그랬나 봐요, 이름 바꿔버릴 거라고. 근데 안 바꿨어요. 우리 할머니는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왜 안 바꿨을까요? 이르, 이윽고 누군가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온 힘을 다해 도망치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잡히고 만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이르, 엎드린 채 몸을 웅크린다. 여러 발들에게 걷어차인다. 미노 제 이름, 원래는 까미노로 지으려고 했대요. 길 말이에요. 한참 이르를 짓밟고 때리던 무리가 떠난다. 이르, 겨우 몸을 일으켜 걷는다. 무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문 두드리는 시늉을 한다. 이르 (갈라지는 목소리로) 저기요,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이르의 걸음이 느려진다. 이르 저, 물 한 잔만. 한 모금만…. 이르, 끝내 주저앉고 만다. 그때 살짝 열리는 문 하나. 틈 사이로 쏟아지는 빛이 이르를 비춘다. 손 하나가 컵을 내민다. 미노 길은, 어디서든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이르, 컵을 받아 들고 허겁지겁 물을 마신다. 문이 닫힌다. 미노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랬어요. 이르, 비운 컵을 문 앞에 내려놓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닫힌 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느리지만 보다 힘찬 걸음걸이. 미노 아저씨.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요? 이르, 무대를 거닐다 다시 기차 곁으로 돌아온다. 트레일러 위로 오를 기회를 엿보던 찰나, 미노의 말을 엿듣는다. 미노 우리가 아니라, 나만 가요? 이르 (불쑥 끼어들며) 쟤 이틀도 못 버틸걸요. 미노, 이르를 내려다본다. 이르 저런 애들 많이 봤어요. 금방 떨어져 죽어요. 아니면 터널한테 잡아먹히든가. 미노 (다시 관객석을 향해) 나 혼자 가요? 이르 (다급하게) 저 이거 탄 적 많아요. 저번엔 소노라까지도 갔어요.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미국이에요. 저랑 가면 쟤 미국 도착할 수 있어요. 미노 (이르를 향해) 내 이름은 미노야. 이르 쟤가 미국 가야 아저씨도 돈 받는 거죠? 그렇죠? 미노 미노라니까. 이르 제가 같이 탈게요. 보름이면 가요. 미노 …같이? 이르 같이. 같이 타게 해 주세요. 물이랑 먹을 것도 조금만요. 이르, 간절하게 관객석을 바라본다. 미노,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르의 표정이 환해진다. 금세 트레일러 상부에 오르는 이르. 미노, 이르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미노몇 살이야? 이르 열다섯. 미노 이름은? 이르 …이르. 미노 ‘걷다’ 할 때 그 이르? 이르, 고개를 끄덕인다. 미노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암전. 다시 현재 터널에서 빠져나온 기차의 소리는 처음과 같이 옅다. 불 들어오면 두 아이, 여전히 사다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 이르, 조심스럽게 트레일러 상부로 기어 올라가 반대쪽에 있던 미노에게 손을 뻗는다. 미노, 이르의 손을 잡고 올라온다. 이르, 미노의 허리부터 핸들에 묶는다. 매듭이 튼튼한지 수차례 확인하고 나서야 제대로 앉는다. 미노, 그 모습을 지켜본다.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르 (허리를 묶으며, 조금 들뜬 목소리로) 터널 하나. 이제 하나 남았어. 미노, 말이 없다. 이르 왜 그래? 배고파? 미노 아니. 이르가방에 크래커 조금 남았을 거야. 물도. 그거 먹어. 미노 괜찮아. 이르 곧 도착하잖아. 아낄 필요 없어. 미노 배 안 고파. 이르 그럼 왜 그래? 설마 너, 진짜 아쉬워서 그래? 미노 (말 돌리며) 그 코요테 아저씨는 왜 멕시코에 사는 걸까? 미국을 잘 아는 것 같았는데. 이르 (가방 속에서 물병을 꺼내 내밀며) 미노. 미노 (받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 미국이 그렇게 멋지고 살기 좋은 곳이면, 그 아저씨는 왜 계속 코요테로 사는 걸까? 이르, 미노를 흘겨보다 물을 마신다. 이르 (물병을 가방에 넣으며) 모두가 같은 꿈을 꾸지는 않아. 미노 그럼 코요테들은 무슨 꿈을 꾸지? 이르 아무 꿈도 안 꿀걸. 미노 왜? 이르 머리에 든 게 돈밖에 없으니까. 미노 너는 코요테 아저씨가 싫어? 이르 응. 미노 나는 좋았는데. 이르 그 아저씨가 잘해 줬어? 미노 아니. 이르 그런데 왜? 미노 코요테니까. 이르 브로커들이 멋있어 보이디? 미노 브로커를 코요테라고 부르는 게 멋있어 보이는 거야. 이르 그게 그거지. 미노 엄연히 달라. 다시 덜컹거리는 트레일러. 이르, 경직돼 핸들을 붙든다. 흔들림이 잦아들자 허리 매듭을 확인한다. 미노, 아무렇지 않게 말을 잇는다. 미노 진짜 코요테들은 평생 가족들이랑 무리 짓고 산대.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댔어. 이르 사람보다 낫네. 미노 그치? 나도 코요테로 태어날걸 그랬나 봐. (사이) 너, 진짜 코요테 본 적 있어? 이르 아니. 미노 나도. 이르 늑대랑 비슷하게 생겼대. 미노 그건 알아. 이르 그럼 대충 짐작되잖아. 미노 늑대도 직접 보진 못했단 말이야. 이르 직접 봤으면 아마 밥이 됐을 거다. 대화가 끊긴다. 이르, 미노의 눈치를 본다. 이르 (달래려는 듯이) 넌 운이 좋은 애니까 늑대를 만난 적이 없는 거야. 걔네 엄청 사납댔어. 미노 정말? 이르 그래. 미노 (시무룩해져서) 그럼 평생 못 보겠네. 다시 정적. 기차 소리. 이르, 떠오른 것이 있는 듯 미노의 어깨를 붙잡는다. 이르 미노, 늑대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어. 미노뭔데? 이르 상상. 미노 상상? 이르늑대를 봤다고 상상하는 거야. 미노 (실망하며) 뭐야. 이르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야 돼. 자, 말해 봐. 늑대에 대해서 아는 거 뭐 있어? 미노 음… 털이 많아. 이르 그렇지. 미노 갈색. 그리고 검정색. 회색도. 이르 배 쪽에 있는 털은 흰색이랬어. 미노 (점점 신이 나서) 꼬리가 복실복실해. 이르 귀는 삼각형이야. 미노 주둥이가 길어. 이르 눈이 날카로워. 미노 밤엔 막 등불처럼 빛나고. 이르 엄청 빨라. 미노 그리고 높은 소리로 울어. 두 아이들, 동시에 늑대 울음소리를 흉내내다 웃음이 터진다. 이르, 재빠르게 표정을 굳힌다. 이르 아직 안 끝났어.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다 상상했어? 미노 응. 이르 눈 감아 봐. 미노, 눈을 감는 척하다가 슬쩍 뜬다. 이르, 미노의 눈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덮는다. 이르 아까 말한 걸 되새겨 봐. 털이랑, 꼬리랑, 귀, 주둥이, 눈…. 미노, 얼굴을 찌푸리며 머릿속으로 늑대를 만들어 낸다. 이르 어때? 그려져? 미노 …늑대다! 이르 그래. 늑대는 어디 있어? 미노 끝없이 펼쳐진 들판. 이르 거기서 뭘 하는데? 미노 달리고 있어. 바람을 거스르면서. 이르 맞아. 늑대는 달리는 중이야. 발이 땅을 디딜 때마다 온몸의 털이 춤을 추지. 갈색, 검정색, 회색…. 여러 색들이 한 데에 섞여서 오묘한 빛깔을 만들어 내고 있어. 그렇게 달리다 햇살 아래 멈춰 서면, 털 한 올 한 올이 타오르는 것처럼 번쩍여. 미노, 탄성을 터트린다. 이르 늑대는 왜 멈췄을까? 미노 어, 사냥을 하려고? 이르 그렇지. 털만큼이나 번쩍이는 매서운 눈이 사슴을 발견했거든. 미노 사슴아, 도망가! 이르 쉿. 사슴은 풀을 뜯느라 바빠. 늑대가 자기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모르고 있다고. 늑대는 몸을 낮춰서 살금, 살금, 살금, 다가가다가…. 이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큰 소리로 미노를 놀랜다. 미노,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허리에 묶은 밧줄이 미노를 다시 트레일러 위로 앉힌다. 미노 (꿈에서 깬 듯이) 나, 늑대를 봤어. 이르 그래. 그렇게 상상하는 거야. 미노,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미노 진짜로 봤어. 이르 알았어. 진짜 본 거 맞아. 미노 코요테는? 코요테도 볼 수 있을까? 이르 그럼. 미노 코요테가 될 수도 있고? 이르 뭐든 할 수 있어. 미노, 한껏 신난 모습으로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다시 상상 속에 빠진다. 이르, 미노를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날이 밝기 시작한다. 마지막 터널이 안개 틈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르, 터널을 발견하고 미노의 옆구리를 찌른다. 미노, 얼굴에서 손을 떼어 낸다. 이르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키며) 터널. 두 아이들, 밧줄을 풀기 시작한다. 겹쳐 묶은 매듭이 잘 풀리지 않는다. 다급한 마음에 손이 미끄러지기도 한다. 이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터널을 보며 허겁지겁 매듭을 푼다. 이윽고 트레일러 측면으로 내려가 사다리에 몸을 밀착시킨다. 기차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르 (소리친다.) 미노! 꽉 잡아야 해!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르, 위를 올려다보자 막 매듭에서 풀려난 미노가 몸을 일으키고 있다. 중심을 잡으려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이르 뭐 해! 내려가! 미노, 이르의 외침에도 꿈쩍 않고 트레일러 위에 꼿꼿하게 서서 터널만을 바라본다. 이르 너 미쳤어? 얼른 내려가라니까! 미노 (나직하게) 나, 정말 됐어. 이르 미노! 내려가! 미노 코요테가 됐어. 이르 미노! 미노, 터널을 끌어안으려는 듯 양팔을 벌린다. 이르, 눈을 질끈 감는다. 기차의 소리가 귓등을 때린다. 마지막 터널. 암전. 기차 소리가 끊긴다. 침묵 끝에 헤드라이트를 닮은 불이 트레일러 위를 비춘다. 미노가 앉아 있다. 미노, 널브러진 밧줄을 만지작거리며 노래한다. La Llorona의 멜로디. 미노 고달픈 삶에 길을 잃고도 사랑이 그대로 그대로 머물까? 눈을 가린 여인아, 뒤늦은 후회로 눈을 가린 여인아, 손을 내밀어도 죽음의 기차 위에 선 아인 잡을 수 없었다네 계절이 가도 푸른 소나무 그대로 머물 수밖에 마지막 기차 소리 점점 커졌다가, 불 들어옴과 동시에 서서히 잦아들어 옅게 깔린다. 이르, 다급하게 사다리를 타고 트레일러 위로 올라간다. 미노,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이르 너… 너 괜찮아? 미노, 살짝 웃어 보이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이르, 혼란스러운 표정. 이르 너 정말로-. 미노 이르, 미국이야. 두 아이들, 얼마 남지 않은 철길을 멍하니 응시한다. 미노 나 가방 좀. 이르, 얼떨떨하게 사다리에 묶여 있던 가방을 풀어 미노에게 건넨다. 미노, 망설이다가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지도를 꺼내 펼치자 엄마의 사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르에게 내민다. 이르, 어리둥절하게 받아든다. 미노 뒤에 봐. 이르, 사진을 뒤집는다. 낯선 주소가 쓰여 있다. 기차, 서서히 멈춘다. 이르, 급하게 짐을 챙긴다. 이르내려야 돼. 미노 이르. 이르 지금 안 내리면 붙잡혀. 얼른 내려야 돼. 지도와 사진을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사다리를 타는 이르. 한 발짝씩 아래로 내딛다 끝내 뛰어내린다. 두 발이 땅에 닿는다. 이르 미노. 얼른 내려와. 미노 이르, (긴 사이) 난 못 내려. 이르의 얼굴에 서서히 깨달음이 번진다. 이르 …언제부터? 미노 그게 중요해? 이르, 대답하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한다. 미노 있잖아,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상상하는 거야. (트레일러 끝 모서리에 걸터앉는다.) 이르, 나에 대해서 아는 거 뭐 있어? (대답이 없자) 어서. 이르 (훌쩍이며 천천히 나열한다.) 치아파스랑, 또띠야랑… 할머니. 까미노. 열다섯 살. 미노 엄마도. 이르, 미노의 가방에서 사진을 꺼낸다. 사진과 미노를 번갈아 본다. 미노 찾아갈 수 있겠지? 이르, 사진을 품속에 넣는다. 미노 자. 이제 눈 감아 봐. 이르,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미노 어때? 그려져? 고개를 젓는 이르. 미노 아니야. 할 수 있어. (사이) 하나씩, 하나씩. 멈추지 말고. 이르, 천천히 고개를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기차 주변을 빙 둘러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한다. 미노, 이르를 지켜본다. 미노 모르는 게 있을 땐 채워 넣으면 돼. 늑대가 되어서, 코요테가 되어서. 이르 (중얼거린다.) …미노가 되어서. 이르, 멈춰 서서 품에서 사진을 꺼낸다. 뒷면에 적힌 주소와 눈앞의 집을 번갈아 본다. 도착이다. 미노, 허공에 대고 문 두드리는 시늉을 한다. 이르, 따라 문을 두드린다. 똑, 똑, 똑. 미노, 트레일러 상부에서 일어난다. 미노 (기대에 찬 얼굴로) 누구세요? 이르, 한참의 고민 끝에, 이르 저는, 암전. 막.
  • ‘살아있는 조각상’ 줄리엔강, 화보 장인다운 근육질 몸매 [EN스타]

    ‘살아있는 조각상’ 줄리엔강, 화보 장인다운 근육질 몸매 [EN스타]

    스포츠 브랜드 배럴이 모델 겸 배우 줄리엔강과 함께한 19FW 스윔 화보를 공개했다. 화보 속 줄리엔강은 완벽한 비율과 조각 같은 외모로 감탄을 자아내며 화보 장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줄리엔강이 착용한 수영복에 사용된 원단은 기존에 사용되던 원단보다 보다 부드럽고 신축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배출하는 흡습 속건성을 부여하여 쾌적함을 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럴의 19FW 신제품 라인은 배럴의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진=배럴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줄리엔강, 군살 1%도 찾아볼 수 없는 근육질 몸매 [EN스타]

    줄리엔강, 군살 1%도 찾아볼 수 없는 근육질 몸매 [EN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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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中의 속살 ‘후통’서 건져 올린 망각의 역사

    자금성을 중심으로 3000여개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중국 베이징의 전통 뒷골목 후통(胡同). 1980년대부터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재개발되면서 옛 모습을 대부분 잃었지만 원(元)대 이후 800년간 이어져 온 중국 역사의 수장고이자 삶의 터전이다. 자금성이며 만리장성, 천안문 같은 걸출한 명소에 가려져 건성건성 보고 지나치는 관광지쯤으로 여겨지는 곳. ‘베이징 후통의 중국사’는 그 먼지에 뒤덮인 수장고를 열어젖혀 역사 속에 숨었던 공간과 인물들을 생생하게 복원해 놓은 노작(勞作)이다. 저자는 2015년부터 3년 6개월간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던 현 서울신문 사회부장 이창구씨. ‘유서 깊은 후통에서 중국의 다른 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인의 권유로 매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후통 곳곳을 누볐다. 그 발굴 작업(?)을 통해 건져 올린 망각과 방치의 역사며 인물들의 면면이 방대하고 흥미롭다. 맨 앞에 배치한 ‘독립운동가의 거리’에선 우리 독립운동사의 숨은 명장면이 숱하다.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둥창 후통 28호, 김원봉의 의열단이 암약했던 와이자오부제 후통, 신채호 선생의 활동상이 혁혁한 난뤄구샹과 진스팡제…. 특히 허우구러우위안 후통의 이회영 선생 집이 독립투사의 아지트였음이 밝혀져 놀랍다. 매일 적게는 10명, 많게는 40명이 찾아왔다는 증언을 보면 이회영의 집은 독립운동가들의 집합처이자 망명객들의 사랑방, 독립운동 본부였음에 틀림없다. 발굴 작업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깃든 이색적인 거리로 이어진다. 전통 담뱃대 가게며 골동품 가게, 고서점, 표구방이 즐비한 옌다이셰제, 공묘와 국자감이 있는 궈쯔젠제….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후통은 중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의 공간이다. 타 후통에선 늘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는 루쉰의 연민과 동심 가득한 얼굴을 찾아내고, 화 후통에서는 청을 멸망시킨 장군 차이어가 위안스카이에 의해 가택 연금당했던 고통을 읽는다. 신문기자답게 순례의 자전거 페달은 베이징의 진보 신문 징바오를 창간해 ‘중국 기자정신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사오피아오핑(邵萍)의 혼이 깃든 웨이란 후통 30호에서 멈춘다. 5·4운동의 발기인이었던 사오피아오핑은 결국 총살당했다고 한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징바오의 옛 건물 앞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내부 모순과 부패에 스스로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굴곡진 인간사도 흘러가는 별천지

    굴곡진 인간사도 흘러가는 별천지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에 있는 화음동 계곡은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뛰어난 비경의 장소다. 여기에 ‘인문석’이라 부르는 너럭바위가 있다. 원형과 사각형, 팔각형의 낯선 도형들과 몇 개의 한자들이 새겨진 바위다. 얼핏 보면 마치 외계의 미스터리 사인 같다. 그러나 이 기호들은 동아시아 인문학의 기초인 음양도, 하도와 낙서, 복희팔괘와 문왕팔괘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河.洛.羲.文.-하도, 낙서, 복희, 문왕-의 4자와 인문석(人文石)이라는 3자를 새겼다.●주택·정자··서재… 수양의 정원, 화음동정사 음양도는 두 개의 반원이 서로 교차하며 음양의 운동을 상징한다. 하도는 황하에 나타난 용마가 가져온 그림이며, 인류 문명을 창시한 전설적 제왕 복희가 하도를 얻어 우주 생성의 원리를 터득했다. 낙서는 낙수에 출현한 신성한 거북이가 가져온 책의 한 장으로, 하나라 우임금이 낙서를 얻어 우주 상극의 원리를 깨달았다. 복희는 하도에서 이른바 복희팔괘를 만들어 하늘의 원리에 통했고, 주나라의 기틀을 세운 문왕이 낙서에서 문왕팔괘를 만들어 인간사의 원리를 통했다. 문왕은 더 나아가 두 팔괘를 곱해서 주역의 64괘를 완성했다. 송나라의 유학자 주돈이는 이 상징적 과정들을 종합해서, 태극이 음양을 낳고, 음양이 8괘를 낳았으며, 복희와 문왕의 8괘가 겹쳐 64괘를 낳았다는 거대한 인식론의 체계를 형성했다. 후학인 주희는 이를 바탕으로 실천적인 형이상학 즉 성리학을 정립했고, 조선의 지식인들은 이 성리학을 개인과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화음동 계곡의 인문석은 자연 속에 새긴 성리학의 교과서요, 조선 지식계의 확신 선언이었다. 인문석을 새긴 이는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이며 고위 관료인 김수증(1624~1701)이다. 그는 이곳에서 인문석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들을 짓고, 정원을 만들어 ‘화음동정사’라 했다. 삼일천 개울의 서쪽에 주택을 조성해 거주공간으로, 동쪽에 정자와 서재를 지어 수양공간으로 삼았다. 기록에 따르면 서쪽 주택은 ‘부지암’으로, 작은 연못을 파고 냇가에 정자를 지었다. 주택을 위해 쌓은 석축과 정자의 기둥자리 흔적도 남아 있다. 계곡 가운데 월굴암이라는 우뚝한 바위가 있어 이곳에 건너편 바위인 천근석에 긴 나무다리를 걸쳐 건널 수 있게 했다는데, 현재는 월굴암 위에 초가정자인 송암정만 복원했다. 동쪽 인문석 위에는 삼일정이라는 특이한 정자를 지었다. 매우 희귀하게도 세모난 삼각정이다. 지형 때문에 기둥을 3개만 세울 수 있다고 했지만 오히려 천지인 삼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래 인문석이 성리학의 우주관을 상징한다면, 위의 삼일정은 고유한 삼일사상을 상징해 비로소 전체 우주론을 완성하게 된다. 정자 뒤편에는 서재인 ‘무명와’를 지었고, 방 하나에 삼국지의 제갈량과 생육신 김시습의 초상화를 걸어 ‘유지당’이라 했다. 개울의 좌우에 두 영역을 배열하고, 자신은 깨우친 바가 없어 ‘부지암’에 살지만, 삶의 모델인 제갈량과 김시습은 깨달음의 경지에 달해 ‘유지당’에 모셨다. 좌우와 유무의 설정 자체가 음양론이며, 자연과 건물이 어우러진 변화무쌍한 경치를 즐겼다. 주역의 대가인 송나라 시인 소옹의 ‘음양소식관’을 구현한 결과다.●자연 속의 은거, 김수증의 주자 닮기 성리학은 우주의 원리부터 인간의 심성까지 하늘과 땅의 모든 이치를 밝히고 하나로 엮은 학문이며 사상이었다. 이 거대한 체계를 완성한 송나라의 주희는 주자로 격상돼 조선조 지식인의 사표가 됐다. 그 추종은 거의 종교적이어서 그의 삶과 활동까지도 숭상의 대상으로 올라섰다. 주자는 젊어서 과거에 합격했으나 30대부터 향리에 들어가 일생을 은거했다. 복건성 숭안현 무이산 자락에 무이정사를 짓고, 무이구곡을 경영했다. 정사란 세속과 격리된 곳에 지은 수양용 건축이며, 구곡은 한 계곡의 절경 아홉 곳을 선택한 거대한 자연 정원이다. 조선조 선비들의 이상은 자신만의 정사에 머물고 구곡을 경영하여, 궁극적으로 주자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었다. 김수증 역시 화음동정사를 짓고, 인근 사내천에 곡운구곡을 경영했다. 김수증의 조부는 병자호란 때 척화파로 유명한 김상헌이며, 큰할아버지는 항복 소식에 순절한 김상용이다. 정승까지 지낸 두 조부의 지조는 조선 선비들의 모범이 됐다. 김수증의 두 동생, 김수흥과 김수항은 모두 영의정을 지낸 대단한 형제였다. 또한 김창집 등 김수항의 여섯 아들은 모두 고위직이며 문예의 대가들로서, 아버지 3형제와 묶어 ‘삼수육창’이라 칭송받았다. 그들의 자손은 더욱 번창해 조선 후기 최고의 명문가를 이루었으니, 그 유명한 신안동(장동) 김씨 가문이다. 그러나 김수증은 세상 명예에 그다지 흥미가 없고 화천 골짜기에 은거하기를 즐겼다.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출세의 허망함을 깨달았을까? 그 시대는 그야말로 정치 광란의 시대였다. 왕가의 상복 입는 문제로 발단한 ‘예송’ 논쟁은 남인과 서인의 사활을 건 투쟁으로 치달았고, 왕들은 이들의 대립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오히려 당쟁을 부추겼다. 서인이 승리한 기해예송을 시작으로 갑인예송, 경신옥사, 기사환국, 갑술옥사까지 남인과 서인의 정권이 교체됐다. 서인의 핵심 세력은 김수흥·수항 형제였고, 옥사와 환국 정국에서 모두 죽임을 당했다. 갑인예송(1674년) 전후로 김수증은 화천 사내면 영당동에 농수정사를 짓고 이주했다. 이때부터 일대에 곡운구곡을 경영하기 시작했고, 1689년 기사환국 때 다시 화천으로 낙향해 화음동정사를 짓고 죽을 때까지 은거했다. 극과 극을 부침한 인간사에서 음양의 진리를 다시 깨달았을 것이다. 위로를 받을 곳은 오로지 자연이요, 믿을 것도 오로지 자연뿐이다. 구곡과 정사에서 은거하기는 주자가 가르쳐 준 유일한 행복의 방정식이었다.●곡운구곡, 물과 바위의 거대한 정원 곡(曲)이란 휘어져 흐르는 물 구비다. 물은 왜 휘어지는가? 산과 바위가 흐름을 막기 때문이며, 물은 휘어 흐르면서 바위를 깎아 절경을 이룬다. 그 가운데 단 아홉 곳만 선택했으니 구곡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김수증은 이곳을 발견하고 “금강산 만폭동 계곡에 비견할 만한 명승이고, 더욱이 매월당 김시습의 유적이 있는 곳이니 터를 잡아 의지할 곳”이라 했다. 이미 자연주의자 김시습도 인정했던 탁월한 곳이라는 말이다. 구곡은 하류부터 상류로 올라가며 순서를 정한다. 그리고 각각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한다. 1곡 방화계, 2곡 청옥협, 3곡 신녀협, 4곡 백운담, 5곡 명옥뢰, 6곡 와룡담, 7곡 명월계, 8곡 융의연, 9곡 첩석대. 흐르는 물은 그 모양에 따라 여러 이름을 가진다. 계는 평탄한 흐름, 협은 좁고 빠른 흐름, 담은 깊고 작은 고임, 뢰는 급하게 휘도는 여울, 연은 크게 고인 물을 의미한다. 그 앞에 붙은 꽃, 옥, 구름, 달 등은 도교적인 상징으로, 신선의 장소가 된다. 자신의 아들, 조카, 외손들에게 시를 지어 각 곡의 경치를 그린 ‘곡운구곡가’를 만들었다. 그중 9곡가는 “이곳 말고 인간 세상에 별천지가 있으랴” 하고 끝을 맺는다.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는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 주자의 ‘무이구곡도’는 조선 양반들이 최고로 선호한 소장품이었다. 가 보지 못하니 그림으로 즐겨야 했기 때문이다. 서인이 정권을 잡은 경신환국 때, 김수증은 잠시 서울로 거처를 옮긴다. 1682년 평양의 양반화가 조세걸에게 직접 현장에 가서 실경을 그리라고 특별 주문해 ‘곡운구곡도’를 제작했다. 화첩으로 만들어 멀리서도 구곡을 감상하려는 목적이었다. 화첩은 아홉 곡과 농수정 그림 하나를 더해 모두 10첩이다. 6곡은 삼일천과 사내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이곳에 농수정사와 정자를 지어 은거지로 삼았다. 현재 곡운영당이 있는 곳이다. 그림은 솔 숲 사이에 초가와 기와의 살림집, 담 밖의 정자와 정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곡운구곡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김수증의 이상이 응축된 소우주였고, 시와 그림으로 추상화한 거대한 건축이었다. 화음동 삼일정의 세 추녀에 각각 음양, 강유, 인의라고 썼다고 전한다. “인간사는 음양의 굴곡이 있으니, 때로 단단하고 때로 유연해야 하나, 늘 어질고 의로움은 잊지 말라”는 일생의 깨달음을 남긴 것이다.
  • 통합의료 발전을 위해 국내외 석학이 대구에 모인다…글로벌임상연구 정상회의 2019

    통합의료 발전을 위해 국내외 석학이 대구에 모인다…글로벌임상연구 정상회의 2019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은 20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국내외 통합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글로벌임상연구 정상회의 2019’(GCRS 2019)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통합의료진흥원이 주최하고, 재단 산하병원인 전인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대구한의대학교의료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며, 보건복지부, 대구광역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후원한다. GCRS 2019는 첨단기술의 의학과 한의학이 공존하고 있는 대구에서 태동한 통합의료의 10년을 맞아 개최된다. 주제는 ‘통합의료 10년’으로 국내외 전문가 강의와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 통합의료가 걸어온 길들을 돌아보고, 향후 통합의료사업이 나아갈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19일 전인병원에서는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에서 주최하는 ‘통합의료의 미래발전방향과 제언’ 기획세미나가 개최된다. 세미나에서는 통합의료의 발전을 위한 전략로드맵의 구성 및 운영방안을 주제로 열린다. 의학, 한의학, 간호학, 교육학, 정책학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통합의료의 발전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20일 본 학술행사에는 미연방보건성 의학연구전문위원회 의장이며 프리포트 리서치 시스템 회장인 스테판 로젠펠트 박사와 하버드대학교 교수이자 다국가다지역 임상연구 총괄기관(MRCT)의 회장 바바라비어 교수의 특별기조연설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병원 자킴센터의 제니퍼 리지벨 센터장과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로버트 클락 연구학장, 중국 장슈중의학병원의 야오 창 임상연구센터장 등이 참석한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김주영 과장과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주효진 교수가 통합의료가 걸어온 10년과 함께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평가 및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또 한국정책학회장 한승준 교수, 한국자치행정학회장 주상현 교수,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장 이석환 교수, 한국문화정책학회장 이형환 교수 등 정책분야의 학회장들이 참석해 통합의료의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은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의료를 통해 암 등의 난치성 환자의 치료와 함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2009년 대구광역시,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대구한의대학교의료원이 함께 공동출자로 설립됐다. 이후 통합의료진흥원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인 통합의료연구지원사업을 수행하며 80여건의 국내외 논문 게제와 함께 40여건의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 3건의 미국 FDA NDI 승인 등의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 2015년에는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을 건립해 지역 내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료인프라 조성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통합의료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길섶에서] 몽중몽(夢中夢)/박록삼 논설위원

    초등생 시절 늘 어울리던 친구 A가 문득 집을 찾아왔다. 최근 10년 넘도록 못 봤는데 엊그제 차를 바꿨다는 둥 늘상 만나온 듯하더니 소주나 한잔하자 한다. 추석 명절이라 반가운 동무 만난 듯했다. 근데 뭔가 부자연스럽다. 술집 공간이 자꾸 바뀌고, 대화 주제도 맥락 없이 바뀐다. 자식 얘기하는가 싶더니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냈다가 또 정치 얘기로 이어졌다. 모처럼 봤는데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치는 게 조금 불편했다. 어느새 아내가 곁에 앉아 술 좀 그만 마시라며 성화다. 무례한 태도에 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신경질을 확 냈다. 문득 보니 침대에 반듯이 누워 있었고, 친구는 온데간데없다. 꿈이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일어날까 말까 하며 머뭇거리던 중 아내가 옆에서 “이거 꿈 같지? 꿈 아니야! 그러니까 술 좀 작작 마시라고”하면서 또 지청구를 연신 늘어놓는다. 괴로웠다. 꿈에서야 소나기에 맞서는 호기를 부릴지언정 현실에서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귀찮은 마음속에 “어, 어 알았어”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중 문득 눈이 떠졌다. 아내는 옆에서 세상 모른 채 코 골며 자고 있고. 연휴 끝날 새벽녘 ‘꿈 속의 꿈’이다. 친구에 연락 게을리한 나태함, 주도락(酒道樂)하는 무사안일함을 심히 꾸짖는다. youngtan@seoul.co.kr
  • “왜 佛語 표기 적나?” 에어 캐나다로부터 1910만원 ‘뜯은’ 부부

    “왜 佛語 표기 적나?” 에어 캐나다로부터 1910만원 ‘뜯은’ 부부

    에어 캐나다가 국내선 여객기를 운항하며 충분한 프랑스어 표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부부에게 2만 1000 캐나다달러(약 1910만원)를 물어주고 사과 편지를 보내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미셸과 린다 티보도는 2016년 몬트리올행 여객기에 탑승한 뒤 이 항공사를 26개 항목으로 고발했다. 예를 들어 좌석 벨트의 버클에 ‘lift’라고만 새겨져 있고 프랑스어는 없었으며, ‘exit’ 글자보다 프랑스어 글자는 훨씬 작은 크기란 것이었다. 또 영어로 된 탑승 안내문은 상세한데 프랑스어 안내문은 건성건성이란 것이었다. 부부는 소장에 “에어 캐나다는 체계적으로 프랑스어 사용자들의 언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오타와 법원 판사도 이를 받아들였다. 영어와 프랑스어 공용을 허용한 입법 취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에어 캐나다 역시 재판 과정에 이 나라의 공용 언어법을 준수하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동등하게 표기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은 현지 C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판결에 만족하며 몇달 안에 에어 캐나다 비행기를 탈 것 같은데 그때는 두 언어를 똑같이 정확하게 담은 표기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그는 6개월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런데 이 부부가 에어 캐나다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일간 토로톤 선에 따르면 2014년에도 두 사람은 국제선 여객기를 이용하던 중에 마실 것을 달라고 했다가 말이 안 통하자 최고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려 했지만 항공사의 사과를 받고 법정 밖 화해로 그만 둔 일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마리텔V2’ 여에스더, ‘피부 관리→풍성 모발’ 특급 시크릿 방출

    ‘마리텔V2’ 여에스더, ‘피부 관리→풍성 모발’ 특급 시크릿 방출

    ‘마리텔V2’의 여에스더가 지성과 건성 피부 관리법에 이어 풍성한 모발을 위한 특급 시크릿을 대방출한다. 2일 방송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연출 박진경, 권성민, 권해봄, 이하 ‘마리텔 V2’)에서는 여에스더와 문세윤이 풍성한 모발을 지켜내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된다. ‘우리는 대부분 지성피부이다’라는 깜놀할 만한 사실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던 여에스더가 문세윤과 함께 모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들은 건강하고 풍성한 모발을 위한 모든 특급 비법들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에스더는 반백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하고 풍성한 모발을 자랑해 시선을 모은다. 그녀는 탈모의 발생 이유부터 예방법까지 꼼꼼하게 증상에 맞는 처방전을 신속하게 추천하며 모두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어김없이 여에스더의 수다 본능이 발동돼 문세윤이 단호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며 웃음을 선사한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국 여에스더의 ‘TMI 대방출’에 문세윤이 “제발 제발 선생님!”이라며 단번에 ‘수다본능’을 억제시켜 진정한 ‘문브레이커’로 등극해 활약을 예고한다. 그런가 하면 여에스더가 문세윤의 ‘숨은 근육’에 깜놀한 모습이 포착돼 시선을 강탈한다. 알고 보니 문세윤이 숨겨진 ‘근육 뚱보’였다는 후문이어서 궁금증을 높인다. 한여름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랠 ‘힐링 마리텔 하우스’에서 역대급 기부금이 터진 가운데, 이번주 어떤 웃음 콘텐츠 방송들이 펼쳐질지 본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개인전이 아닌 협동을 통한 기부금 모으기를 하고 있는 ‘마리텔 V2’는 매주 기상천외하고 포복절도할 만한 꿀잼 콘텐츠 방송들과 격주로 이어지는 생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풍성한 재미와 유익함을 선사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미경의 사진 산문] 공소와 공소

    [박미경의 사진 산문] 공소와 공소

    ‘작은 성당’이라 불리는 공소(公所)는 본당보다 작은 천주교회를 뜻한다.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일 년에 두 번 본당에서 신부가 찾아와 미사를 집전한다. 공소의 대부분이 농촌 지역, 그것도 산간지대에 위치한 만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당 건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소박한 공간이 대다수다. 그러나 역사 이래 마을 주민들, 즉 공소 교우들이 스스로 힘을 합쳐 유지해 온 것이니만큼 그 신실함과 경건성은 크고 웅장한 성당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공소는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첫 모습으로, 한국 천주교회 200년 역사에서 반 이상이 공소 시대였다. 천주교회의 모태이자 민초들의 삶이나 신앙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간직된 곳으로서 보존되고 기록돼야 할 가치가 있는 대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공소들이 농촌 인구가 줄고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세상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서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다. 사진가 김주희는 어느 해 자신이 사는 전라북도 땅에 전국에서 공소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주교전주교구사 연구자료집’(호남교회사연구소ㆍ1986년)에 따르면 1911년까지 전라북도에 위치한 공소 수는 473개였다. 신해박해,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인박해 등 네 번의 큰 박해가 이어질 때, 전라도ㆍ충청도와 같은 이웃 지방에서 비교적 평온한 전라북도 지역으로 수많은 신자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기의 상황에서 모임을 이어 갔던 작은 신앙공동체들이 박해의 폭풍이 잦아든 이후 공소의 형태로 이어진 것이다. 사진가는 멀지 않은 역사에 그렇게나 많았던 공소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100여개 남짓 남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세례명이 가브리엘라인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녀는 이 공소들을 사진으로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조차 기록하지 않으면 공소들이 모두 공소(空所)가 돼 가뭇없이 스러져 갈 것만 같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안의 ‘덕림공소’였다. 그 작고 소박한 공소에서 사진가는 모진 박해에도 배교하지 않고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을 떠올렸고, 먹은 마음을 다시금 단단히 다졌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니, 스스로 당위가 없으면 해나가기 어려운 일이었다.덕림공소를 시작으로 3년여 동안 진안 ‘어은동공소’, 장수 ‘수분공소’, 정읍 ‘신성공소’ 등 이미 폐허가 된 공소를 포함해 전북의 96개 공소 중 70여 공소를 사진에 담았다. 오롯이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건물 외관들을 아카이빙으로 차곡차곡 기록하고, 허물어져 가고 있는 공소들은 간신히 남아 있는 형체나마 사진으로 ‘남겼다’. 내부에 깃드는 빛, 그 안의 성물과 사물들을 찍었다. 농사일로 그을린 얼굴 위에 씌어져 그 흰빛이 유난한, 미사포를 쓴 신자들의 초상도 담았다. 복식으로 드러나는 현재의 시간성이 아니라면, 옛 시절의 민초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빛의 예술인 사진으로 빛의 공동체를 기록하는 일이 사진가에게는 하느님의 섭리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도의 시간이었으리라”고 한 최연하 평론가의 말처럼 아마도 이 작업은 사진가에게 ‘순례’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 스스로 사진들에 붙인 제목이 ‘공소순례’다. 이 사진들은 또한 보는 것만으로도 공감(共感)을 일게 하는 사진의 오랜 순기능을 통해 보는 이들까지도 고요히 ‘순례’의 길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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