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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등급 ‘E’ 주택 2동… 붕괴 시한폭탄 안고 살았다

    철거등급 ‘E’ 주택 2동… 붕괴 시한폭탄 안고 살았다

    지난 26일 균열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녹번동 공사 현장 주변 주택을 대상으로 긴급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8개 동 가운데 2개 동은 붕괴 우려가 있는 E등급을 받고 나머지 6개 동도 사용 여부를 재검토해야 하는 D등급이 나왔다. 은평구는 건물 8개 동을 모두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했다. 은평구는 27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고 “E등급 2개 동에 대해서는 철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는 해당 건물을 비롯해 균열은 생기지 않았지만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주변 5개 동 주택에 사는 주민까지 총 132명을 대피하도록 조처했다. 이 중 26가구 74명은 구가 임시로 마련한 인근 숙박시설 4곳에서 묵고 55명은 친척이나 지인 등의 집으로 옮겼다. 사고가 발생한 녹번동 29-43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생활주택 2개 동(총면적 1717㎡)을 짓기 위해 땅을 파고 있었다. 이 공사장 주변 주택에 균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24일이었다. 구는 이날 공사를 중단시키고 연휴가 끝난 뒤인 28일에 대책회의를 할 계획이었다. 25일 오후부터 가스가 샌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균열이 급격히 확대되자 구와 소방당국, 서울도시가스는 26일 새벽부터 도시가스를 차단하고 주민 대피 등의 긴급 조치를 했다. 구는 토질·건축구조 전문가 등과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현장 점검을 벌였다. 사고 원인은 터 파기로 인한 가시설의 변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 누출은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로 인해 외벽 가스관 연결이 느슨해진 결과로 보인다. 현장 점검을 한 우종태 경복대 교수는 “토압과 수압이 공사장 근처 건물에 금이 가게 만든 요인일 수 있다”면서 “땅의 경사가 일정하지 않아 철골 구조물을 더 튼튼하게 세워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조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 현장 가까이에 있는 하수구에서 오수가 흘러나오고, 이틀 전에 노후한 상수도관이 떨어져 나갔다”면서 “이걸 보수하기까지 두세 시간 동안 물이 샜는데 그 물이 땅에 스며 공사 현장 지반을 약화시키는 등 부담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해당 공사 현장은 구릉지인데 크게 땅을 파면서 지지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26일부터 덤프트럭 186대를 동원해 토사 2500여㎡로 굴착 부분을 다시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보상과 관련해서는 이날 해당 주민과 건축주 대리인이 모인 회의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는 이번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참석하지 못했다. 건축주 대리인은 임시 숙소 제공, 건물주와 세입자에 대한 동등한 지원, 신축 예산 등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철거 예산을 대기로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구의 현장 점검 결과를 지켜본 뒤 붕괴 원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시공사의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 사고 이후 구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은 이달 중순부터 ‘건물 벽에 균열이 생겼다’는 민원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D등급 판정을 받은 다세대주택 건물주인 윤모(41)씨는 “세입자가 12월 중순부터 집 벽에 금이 간다고 연락을 했다. 집 앞 전봇대가 싱크홀처럼 푹푹 꺼져서 신고했다고 들었는데, 구가 무시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구 관계자는 “24일 이전에도 관련 민원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면서 “25일에도 세 차례 민원을 받아 현장에 나가고, 저녁에는 주민에게 대피할 것을 권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단독] 주민·건물주·구청 삼박자 협력…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막았다

    [단독] 주민·건물주·구청 삼박자 협력…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막았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9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선포했다. 전국 226개 지방정부 중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첫 조례였다. 구는 이 조례를 근거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입점업체를 주민이 직접 심사하고 선별해 입점을 제한한다. 유흥업소나 대형 프랜차이즈 등 지역 상권 파괴 우려가 있는 업체는 원천 봉쇄된다. 아울러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건물주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 임대료 상승으로 울상인 건물 입주자들에게는 법률지원단·대안상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구청 공무원들과 건물주, 상가 임차인들이 모여 지역상권 안정화를 위한 자율적 상생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건물주의 양보와 임차인 설득, 주민의 의지와 결합해 젠트리피케이션 예방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단독] “지역 주민들 직접 나서 토지 가치 공유하고 함께 소득 나눠야”

    상권 활성화와 문화·예술적 자원 개발 등으로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소위 ‘뜨는 동네’마다 과거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몸살이 심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해법을 찾고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는 ‘제1회 도시정책포럼-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은 가능한가’가 개최됐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신현방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지리환경학과 교수,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박사, 라도삼 서울연구원 박사, 임준홍 충남연구원 박사,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임영희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이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다. # “돈 때문에 쫓겨날 걱정이 없게 됐으니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상가를 임차해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22일 성동구청 및 건물주들과 ‘성수동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을 가졌다. 건물주들은 임대기간 동안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고, 임차인들은 쾌적한 영업환경과 거리환경을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상생해야 발전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 경리단길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24일 갈 곳이 없어 막막해했다. 그는 “원래 홍대 앞에 있다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들어서며 영업이 안 돼 여기로 옮겼는데 이젠 또 어디로 가야 하냐”며 말끝을 흐렸다. 동네가 뜨며 수입에 비해 임대료가 감당하기 어렵게 높아져 이리저리 떠돌게 된 것. 이씨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니 하는 용어는 잘 모르지만, 이것이 장사꾼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은 가능한가’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도시재생의 해법으로는 ▲토지 가치의 공유 ▲마을의 문화적 재생과 소득 순환 ▲지역주민 결속을 통한 정책 및 법 개정 등이 제시됐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박사는 토지의 관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분석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세입자가 쫓겨나는 현상, 즉 ‘축출’이라고 정의했다. 조 박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부동산 문제의 확대·재생산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좋은 입지의 토지일수록 높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어서 토지 가치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토지임대제 ▲토지협동조합 ▲마을협약 등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공공토지임대제는 사용자가 정부 소유 토지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사유 토지재산권 영역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토지협동조합은 민간 토지를 지역자산으로 바꾸고서 지분에 따라 토지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마을협약은 주민 스스로 재산권을 제한해 구성원의 공간사용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조 박사는 “마포구 서교동의 토지임대부 주택과 은평구 구름정원사람들 협동조합주택 등이 그 예”라면서 “세 모델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토지 가치를 공유하면 ‘상생도시’를 형성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라도삼 박사는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과 통영 동피랑마을 등을 예로 들며 문화적 특성이 살아 있는 도시재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 박사는 “도시재생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 “공동체의 힘을 키워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마을협동조합 등을 통해 도시재생 수익을 지역사회에 순환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라 박사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공간적인 변화보다 지역의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데 있다”면서 “지역사회 공동체가 다같이 소득을 나누고 관리하는 형태가 되면 젠트리피케이션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방 런던정치경제대 지리환경학과 교수는 ‘지역주민의 결속력’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해결의 첫 단추로 꼽았다. 핵심은 임대료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세입자보다도 지역 원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주체라는 점이다. 신 교수는 “영국 등 우리보다 먼저 이런 문제를 겪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결국 시간을 확보하고 문제를 해결한 주체가 지역주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똘똘 뭉쳐 정부와 기업, 자본가와 싸우며 오랫동안 그 지역을 지켰다”면서 “2~3년 지나면 떠날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주민들이 지역 공간을 지키려고 직접 나서고 관련 공공정책 입안 및 상위법 개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지역을 관리하는 거점 시설을 설치해 그 운영 주도권을 주민과 사회단체에 주는 방식도 긍정적”이라고 제시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제주, 다세대도 2억 치솟아…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재앙”

    제주, 다세대도 2억 치솟아…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재앙”

    “땅값 올라 제주 사람들 대박 났겠네.” 제주도 사람들이 요즘 제주를 찾는 육지의 관광객들에게 듣는 소리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제주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많은 제주 토박이 서민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제주의 쓸 만한 땅은 대부분 투기에 밝은 외지인 소유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 지역의 토지 41%가 이미 외지인 소유다. 수년 전부터 중국 자본이 앞다투어 개발이 가능한 땅을 싹쓸이하다시피 사재기를 했다. 중국 자본은 최근 지난해 3.3㎡(평)당 15만원을 제시했다가 사들이지 못한 서광리 마을목장 23만 76㎡을 1년여 만에 3배 가까운 42만 7000원을 제시해 298억원에 사들였다. 내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제주 주택 가격은 재앙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올해 85㎡ 이하의 다세대주택 등 기존 주택 150호를 사들여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싼값에 임대하기로 했다. 매입 상한선인 1채당 9300만원으로 잡고 예산은 139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현재 집값은 1채당 2억원 안팎이다. 계획한 예산으로 주택을 사들이면 논란이 불가피해 아직 1채도 사들이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제주도의 부동산의 문제를,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주 사람들의 속사정을 제주시를 중심으로 들여다보았다. ●땅 사서 농사짓는 제주 귀농은 불가능 “도무지 농사지을 맛이 안 납니다. 공사판에나 나갈 볼까 합니다.” 4년 전 고향인 제주로 귀농한 김모(57)씨. 김씨는 요즘 농사를 그만둘까 고민한다. 귀농 당시 김씨는 한경면 저지리의 감귤 과수원 6600㎡와 밭 3305㎡를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집을 판 돈과 퇴직금 등으로 제주의 감귤 과수원과 밭을 먼저 사들인 후 귀농할까 했지만, 초보 농사꾼이어서 농사를 몇 년 지어 보고서 확신이 생기면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감귤과 도라지 등을 재배하며 열심히 농사에 몰두해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제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농지 가격이 신경쓰였다. “농부는 자신을 땅을 가지는 게 소원입니다. 귀농 당시에 왜 바로 땅을 사지 않았는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치솟은 농지 가격으로 김씨는 이제 자신의 땅을 사들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임차해 경작해 오던 감귤 과수원도 서울 사람에게 팔려 내년부터는 농사지을 다른 임차 과수원을 찾아야 한다. “귀농 당시 3.3㎡(평)당 20만~30만원 하던 동네 감귤 과수원이 지금은 70만~80만원을 호가합니다. 해마다 감귤값도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 80만원 주고 땅을 사서 농사짓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라는 김씨는 “치솟는 농지 값 때문에 외지인들이 자신의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제주 귀농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평당 10만원 넘는 농지를 구입하면 적자라는 것이 농사꾼들의 일관된 이야기다. ●“시골 농가도 구하기 어려워요” “결혼을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직장인 고모(32)씨는 요즘 신혼살림을 차릴 집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탄다. 5~6년 전만 해도 제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 주택가의 59.5~66㎡(18~20평) 규모 다세대주택은 1억원 정도면 골라잡을 수 있었다. 자신과 예비신부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 6000만원에 은행 융자를 더해 신혼집을 마련하겠다는 고씨의 꿈은 산산조각나 버렸다. 제주 이주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제주 시내 다세대주택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렸다. 고씨는 “선배들은 제주에서 신혼부부들이 집을 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며 “8000만~1억원 정도 하던 다세대주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2억원 안팎으로 올랐고, 월세도 덩달아 올라 신혼부부들에게 큰 부담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고씨는 “제주는 서울 등에 비해 급여도 낮은데 부동산 가격은 치솟아 제주 월급쟁이가 내 집 장만하기는 정말 어렵게 됐다”고 한탄했다. 다음달 자식을 장가보내는 박모(57)씨도 치솟는 집값 때문에 당분간 자신의 단독주택에 방 한 칸을 내주고 데리고 살기로 했다. 박씨는 “제주는 전세도 거의 없는 데다 월세도 치솟아 월 200만원 정도 수입이 있는 자식이 70만~80만원의 월세를 내고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며 “집 옥상에 방 하나를 증축할까도 생각했지만, 건축 비용도 너무 올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3)씨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제주의 주택 가격은 대재앙”이라며 “7~8년 전만 해도 빈집이었던 시골 농가도 이주민들이 선호해 가격이 폭등했고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주택 매매가는 전월에 비해 1.02%의 상승률을 보여 지방에서는 가장 높았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서울 0.75%, 광주 0.64%, 제주 0.57%로 제주가 전국 시·도 중 3위를 기록했다. ●치솟는 집값에… 기업 유치 불가능 서울에서 제주로 이전한 기업에 다니는 김모(42)씨는 지난달 서울사무소에서 제주 본사로 전근 왔다. 김씨는 회사로부터 7000만원의 주거 지원비를 받았다. 초등학교가 인근에 있는 제주 시내에서 전세 7000만원짜리 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김씨는 자신의 돈을 더 보태 제주 시내 변두리에 지은 지 20년이 다 돼 가는 30평 다세대주택을 전세 1억 3000만원에 구했다. 김씨는 “7~8년 전 제주 본사로 먼저 온 동료는 회사 지원금 등을 보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한 경우가 많다”고 비교했다. 2년 전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또 다른 기업은 직원들의 이주를 위해 제주 변두리에 짓고 있던 아파트 350채를 임대했다. 다행스럽게도 마침 완공이 임박한 아파트 단지가 있어 무더기로 직원용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임대료가 계속 인상되면 회사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거주비를 지원해야 하는 기업은 제주도로 회사를 이전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며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제주는 아예 기업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신규 택지 개발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택지 지정과 개발에만 최소 10여년이 소요된다. ●상가 임대료 폭등 장사 포기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시 연동 바우젠거리에서 10여년째 장사를 하던 김모(56)씨는 2년 전 쫓겨나다시피 하며 장사를 그만뒀다.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바오젠거리 상가 임대료가 폭등한 것이다. 바오젠거리 상가 건물 상당수는 이미 중국인에게 넘어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김씨는 “건물주가 갑자기 평소보다 2배 이상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해 장사를 접었다”며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권리금도 못 건지고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로 쫓겨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했던 이모(45)씨도 “2년 전 1000만원이던 임대료를 올해 3000만원으로 인상해 장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바오젠거리 상가들이 돈을 번다고들 하지만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가게 등을 제외하면 돈을 버는 사람은 건물주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바오젠거리 상인들과 함께 최근 1년간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임대료 상승폭이 50%에서 최대 200% 이상인 가게가 40%에 달했다. 20~49%인 가게도 40%였다. 임대료가 연 12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233% 상승한 가게도 있다. ●쓸모없는 땅 공시지가 올라 세 부담만 오모(67)씨는 해마다 오르는 공시지가 때문에 골머리다. 오씨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임야와 밭 등 1만 3223㎡를 소유하고 있다. 도로가 없는 맹지로 동네 공동묘지와 바로 인접해 있는 쓸모없는 땅이다. 하지만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해마다 공시지가도 올라 오씨는 세금 부담이 늘었다. “경운기도 못 들어가 경작도 불가능하고 은행에서 담보로 받아 주지 않는데 공시지가만 자꾸 올라가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시청에 세금 부담을 항의해도 제주도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시지가도 올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오씨는 “속사정 모르는 남들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제주에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땅도 많다”며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에는 올해 74필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 이의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85%인 63필지가 가격을 내려 달라는 요구였다. 제주 H부동산 관계자는 “제주 이주민 증가 등으로 주택은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지만, 농지 등의 토지는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기’가 땅값 폭등의 주범”이라며 “제주도가 투기 세력을 차단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박홍섭 마포구청장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은 소통·지역주민 고용 창출”

    박홍섭 마포구청장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은 소통·지역주민 고용 창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와 같은 법률적 규제와 행정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건물주와 임차인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2012년 1월 임대료 부담 때문에 홍대앞을 떠나야만 했던 마포구의 대표 빵집 ‘리치몬드 과자점’은 홍대앞 젠트리피케이션의 신호탄이 됐다. 서울시는 예산으로 ‘장기안심상가’를 만들어 지나친 임대료 때문에 원주민이 터전을 뺏기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지난달 발표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에 총 6개 지원 지역이 선정됐는데 마포구는 신촌·홍대·합정, 성미산마을 2군데가 뽑혔다. 성미산마을의 마을기업 카페 ‘작은나무’는 8년 동안 영업해 온 곳이지만 높아진 임대료에 내몰릴 위기를 겪었다. ‘작은나무’는 서울시가 운영 중인 임대차조정위원회를 통해 건물주와 마을주민들이 서로 오해를 풀고 결국 연 9% 임대료 인상에 2년간 임대계약을 연장했다. 최근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 연남동 경의선 숲길공원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늘이 번져가고 있다. 박 구청장은 “홍대 상업화로 인한 지역 예술인의 이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도시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이 떠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막으려면 사업주체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은 지역주민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마포구는 시민사회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홍대나 연남동 지역의 주민들이 중심이 돼 지역 기반의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서교동의 ‘잔다리문화예술마을기획단’이 좋은 예다.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홍대앞 상인과 문화예술인을 보호해 문화예술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자 만들어졌다. 서교동의 옛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잔다리문화예술마을기획단은 홍대앞 상인과 문화예술인, 마을생태계 전문가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그동안 홍대앞 지역상권 활성화와 상인·문화예술인 상생을 위한 합동워크숍과 문화예술제를 열고,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을 모색하는 포럼도 개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살림 빠듯한 여성인력개발센터, 임대료마저 꺾여

    살림 빠듯한 여성인력개발센터, 임대료마저 꺾여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한명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강서4)은 서울시에서 지난 20여년 간 여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온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인건비와 관리비조차 지원하지 않는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보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여성인력개발센터 관리 업무에 대하여 중앙정부로부터 사무위임 받은 지 1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제대로 된 인건비와 관리비를 지원하지 않아 보조금 명목으로 센터당 연간 1억 5천여만 원을 지원해왔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여성발전센터는 센터당 연간 15억 원을 지원한다. 또한 서울시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대한 임대료 인상 예산을 매년 10억~20억 원 정도 편성하여 연간 17개소 중 6~7개 기관의 임대료 인상을 보전해 온 바 있으나 2016년 예산에 임대료 인상방식이 아니라 월세지원 형태로 일방적인 정책변경을 하면서 1억3천여만 원으로 임대 공간 지원 비용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한 의원은 지난 서울특별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을 통해서 여성인력개발센터가 기술교육원과 여성발전센터에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하고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운영비 지원 금액을 현실화 해 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 2016년도 예산안은 이러한 제안을 완전히 무시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임대공간의 유지 비용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드러나 한 의원은 서울시의 이같은 처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였다. 해당 보건복지위원회 시의원들과도 전혀 소통하지 않고, 20년 간 계속사업으로 해 오던 임대료 인상 지원 방식을 일괄하여 월세 전환으로 전격 교체하려는 발상은 탁상공론의 전형이며 건물주의 요구가 무엇인지조자 파악하지 않고 진행해 버린 처사로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란 지적이다. 한 의원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하여 서울시가 2016년도 예산 편성을 함에 있어서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운영비에 대해 최소한 인건비와 건물관리비를 보전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대 보증금 지원 방식은 월세로 전환해 가더라도 현장의 요구에 맞춰가면서 전세금 인상이 필요한 곳은 전세금 인상으로, 월세 전환이 요구되는 곳은 월세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년이 예술하기 좋은 을지로

    지난달 중구 을지로 3~4가에서 열린 빛 축제 ‘을지로 라이트웨이’에선 야밤에 예술가의 방을 찾는 ‘달빛유람’이 진행됐다. 달밤에 을지로 골목을 다니다가 작가들을 만나 손전등 만드는 법을 배우고, 전시물을 들여다본 뒤에 도자공예로 전등을 제작했다. 참가자들이 들른 작업실 1·2·3호는 구가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저렴하게 임대한 작업실이다. 구는 앞으로 2년 동안 새롭게 작업실을 사용할 청년예술가를 찾는다고 30일 밝혔다. 을지로 상가를 창작예술 작업공간으로 채우는 ‘을지로 디자인/예술 프로젝트’의 하나다. 작업실은 산림동에 있는 3개 상가 건물로, 구는 건물주들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 계약을 맺었다. 입주한 예술가는 임차료의 10%에 해당하는 4만~12만원을 임대료로 낸다. 모집 대상은 만 19~39세로 예술작가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할 개인 또는 단체이다. 입주지원신청서, 신청자 소개서, 활동계획서(을지로 공간 재생 관련 프로젝트 제안서), 활동실적 등을 구비해 오는 7일까지 구청 시장경제과로 신청하면 된다.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중 입주할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5개 팀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상가 일대에서 재료와 영감을 얻어 조명작품, 을지로 투어 지도, 거리 안내판 등을 제작하고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을지로는 오랫동안 침체해 있었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재가 풍부한 곳”이라면서 “청년 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을지로의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의정 포커스] 마포구 서종수 복지도시위원장

    [의정 포커스] 마포구 서종수 복지도시위원장

    “홍대앞과 도화·용강동의 갈비골목에 옥외영업을 허용해 파리의 노천카페같이 꾸민다면 마포구가 파리처럼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되지 않을까요.” 마포구의회 서종수 복지도시위원장은 25일 마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요식업종 옥외영업 허용을 촉구했다. 옥외영업은 차 없는 거리인 서대문구 연세로와 부산의 해운대구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다. 건축법상 건물을 후퇴해서 지어 확보된 땅에서 조리된 음식만 판다는 조건만 지켜지면 옥외영업이 가능하다. 서 위원장은 “최근에 지은 건물은 후퇴선이 있어 파라솔과 식탁을 놓을 땅이 있지만, 옥외영업을 할 공간이 없는 오래된 건물의 상인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니 항의를 할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옥외영업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 민원 발생도 줄이고 마포구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서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염리초등학교 인근 공터에 면세점이 들어서는 것을 주민과 함께 막아냈다. 대기업 면세점도 관광버스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마당에 400여평의 땅에 면세점이 생기면 인근 초등학생과 아파트 주민들이 버스의 매연과 소음으로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학부형과 아파트 주민 2000명의 서명을 받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서 위원장은 동주민센터에서 건물주와 주민대표의 간담회도 주선했다. 결국 서 위원장이 마련한 소통의 자리에서 건물주는 주민 의견을 따라 면세점 대신 업무시설만 짓기로 합의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업실패 40대 가장, 6세 아들과 숨진 채 발견

     40대 가장과 어린 아들이 번개탄을 피운 자택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6일 오후 12시 50분쯤 전남 여수시의 한 건물 1층 주택 안방에서 A(41)씨와 아들(6)이 숨져 있는 것을 건물주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집 안에는 불에 탄 번개탄과 ‘내가 잘못했다. 잘 살아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건물 주인은 경찰조사에서 “해외에 체류 중인 A씨 아내가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연락을 해와 예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방에 A씨와 아들이 엎드린 채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던 A씨가 최근 직장을 그만 둔 뒤 개인회생제도를 신청한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사업 실패 후 신변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서울시 ‘뜨는 상가 세입자 대책’ 주목한다

    상권이 활성화돼 동네가 주목받으면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엉뚱하게 외곽으로 밀려난다. 이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제동을 걸어 보겠다고 서울시가 그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대학로, 인사동, 신촌, 홍대, 서촌 등 갈수록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는 곳들을 시범 지역으로 정했다. 우선 시는 이들 지역의 핵심 건물을 직접 사들여 문화·예술인과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 199억원을 편성했다. 소상공인들이 상가를 살 수 있도록 8억원 내에서 대출도 해 줄 계획이다. 임대료 폭등을 막는 데 건물주들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노후 상가 건물주에게는 리모델링이나 보수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 주는 대신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수십 년 붙박이로 살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이 정작 개발이익에서 소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현상이다. 경리단길, 서촌, 북촌 등 새롭게 주목받는 동네들이 어떤 곳인가. 작은 상점과 실험적인 공간들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일궈 낸 골목 문화권이다. 이런 곳들이 1년에 20~50%씩 임차료가 치솟아 원주민과 소상공인들이 외곽으로 밀려 나가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빈자리가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점들로 채워지니 고유한 골목문화가 탈색되기도 한다. 종합대책을 강구한 서울시의 노력은 그래서 주목받을 만하다. 민관 거버넌스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문제는 정책 의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대상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현실에서 건물주들의 호응을 얻는 일부터 쉬울 수 없다. 임대료를 묶는 방안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재력가 임차인을 걸러 내 합당한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 역시 간단치만은 않을 것이다. 종합 대책에 들어가는 돈은 알토란 같은 세금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공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기적 방안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공연 문화가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로 확장한 선례를 다시 주목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 확장을 유도하는 데 세금 혜택과 지원금 등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된 지역을 단속하기보다는 골목문화권 배후지를 미리 파악해 투자하는 선제적 행정력이 요구되는 때다.
  • 서울시 ‘임대료 실험’

    서울시 ‘임대료 실험’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극복 시범 정책을 제시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재개발로 임대료가 급등해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으로, 이 현상이 격화되면 도시 공동화가 발생한다. 서울시는 23일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서촌 ▲성미산마을 ▲도시 재생 지역(해방촌·세운상가·성수동) 등 6개 지역을 시범 사업지로 선정하고 종합대책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 지역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든 문화인과 예술가가 임대료 급등으로 쫓겨나고 수십년째 장사를 해 온 소상공인도 밀려난다”면서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서울 해방촌 경리단길은 이국적인 상가가 많아지면서 유동인구가 급증한 덕분에 10년 새 원룸 월세는 3배, 건물 임대료는 최대 650%까지 올랐다. 가게 권리금이 사라지는 추세지만 홍대 주변 권리금은 오히려 약 10배가 올랐다. 서촌 한옥의 평당 매매가는 17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서울시 대책은 ▲건물주·임차인·지자체가 ‘상생협약’을 체결한다 ▲문화·예술·소상공인을 위한 예산 199억원을 투자해 핵심 시설을 직접 건설 및 매입한다 ▲상가 건물주에게 리모델링 비용 3000만원을 지원하고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장기안심상가’를 만든다 ▲‘자산화 전략’으로 소상공인의 상가 매입비를 최대 75%(최대 8억원)까지 시중금리보다 1% 포인트 낮게 최장 15년간 융자해 준다 ▲마을변호사·마을세무사 지원단을 운영한다 ▲상가임대차 보호 조례 제정 및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공론화한다 등 7가지다. 시는 정부에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도 건의한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서울시가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했다”며 “중앙정부도 관련 정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의지는 돋보이지만 대상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고려할 때 그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제2 꽃분이네’ 설움 더이상 없다?

    ‘제2 꽃분이네’ 설움 더이상 없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겠다며 내년에 2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영화 ‘국제시장’에 1000만 관객이 들면서 부산 국제시장이 관광지로 소문나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영화를 찍은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게 임차인이 눈물을 흘렸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6개 지역은 서울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지역으로 성장한 까닭에 시가 내놓은 ‘당근’이 건물주들에게는 재산권 행사의 걸림돌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3억원의 예산 중 199억원이 6개 지역의 핵심적인 시설 마련에 투입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부지가 있다면 사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지만 땅을 사거나 건물을 매입해야 하는 곳에선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대 인근의 한 부동산은 “합정동에 2층짜리 카페(면적 530㎡)가 약 40억원”이라며 “100억원대 예산으로 거점 건물을 매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9억원이 투입되는 ‘장기안심상가’의 성공 여부는 건물주들의 호응에 달렸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제한적이지만 기존 상인들을 보호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원 규모가 매력적이지 않지만 임대료 급등으로 도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부산 중구 광복동과 서울 신촌·이대 등의 사례를 건물주들도 목격했다”면서 “장기안심상가가 직접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상생 분위기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주들의 호응을 얻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 준비한 당근이 작아서다. 2009년 이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상가 임대료는 20~40%가 올랐다. 지원 대상 선정의 공익성도 해결해야 한다. 조 교수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어디까지를 서울시가 지킬지에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시가 열거한 지역에서는 이미 중산층 이상이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지원 대상이 되면 안 된다”며 “혜택을 받는 대상이 누군지 명확하게 분석하고, 선정되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부도 손 놓고 있는 임대료 상승의 부작용에 대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건물주·임차인·행정’이 머리를 맞대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다. 한승욱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정된 예산으로 공공성을 극대화하려면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지역에 투자하기보다 저개발 지역 중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정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 배후 지역 등에 건물 등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영국의 전통적인 중간계급을 가리키는 말인 젠트리(gentry)에서 유래했다.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에 있는 노후 주택 지역으로 이사를 와 지역을 고급화하고,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구도심의 번성으로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뜻한다.
  • ‘벌래애오, 예뻐해줘오’…곤충 ‘소중함’ 일깨우는 근접사진

    ‘벌래애오, 예뻐해줘오’…곤충 ‘소중함’ 일깨우는 근접사진

    얼마 전,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귀여운 벌레 그림과 함께 “안녕하새오, 벌래애오. 겨울 추어오. 문열어주새오. 가족 대려오깨”라는 내용이 쓰인 편지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이는 ‘문을 열어두면 건물 안으로 벌레가 들어오니 부디 문을 닫아라’는 건물주의 경고문 아래에 한 세입자가 벌레의 입장에서 일부러 틀린 맞춤법으로 써 붙여놓은 것으로 많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아 수없이 패러디됐다. 그러나 막상 '진짜 벌레'를 귀엽거나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런 벌레들도 우리 생태계의 귀한 구성원임을 인식하자는 취지로 ‘벌레 확대사진’ 프로젝트가 최근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무척추동물의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선단체 ‘버그라이프’(Buglife)는 최근 사진작가 미카엘 벅과 함께 일상 속 벌레들의 모습을 담은 근접촬영 사진들을 촬영해 공개했다. 소니사의 카메를 사용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찍힌 이 사진들을 직접 보면 거미, 무당벌레, 쥐며느리 등의 신체 구조를 아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다소 징그럽고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진들이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벌레들의 진정한 모습이 생생하게 포착됐다는 점에서 한편 경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버그라이프의 바네사 아마랄-로저스는 “벌레나 곤충들은 그저 해충이나 기생충으로 인식될 뿐, 그들 또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간과되곤 한다”고 말한다. 이어 “이번 사진들에 포착된 벌레들의 진귀한 모습은 평범한 벌레들조차 사실 이토록 매우 놀랍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점을 잘 보여줄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했다. 사진=ⓒ미카엘 벅/소니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상고법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김태균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상고법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김태균 사회부장

    어떤 사람이 건물 1층을 빌려 식당을 차렸다. 장사가 잘되자 그는 건물주에게 2년간의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물주는 그 자리에서는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몇 달 후 계약을 갱신할 때가 되자 다른 소리를 했다. 자기 아들이 그곳에서 장사를 하기로 했으니 나가 달라고 했다. 식당 주인은 항의했지만 건물주는 “증거도 없는데 무슨 말이냐”며 당장 비워 줄 것을 요구했다. 식당 주인이 안 나가고 버티자 건물주는 강제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첫 재판 이후 8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 이후 다시 10개월이 걸려 나온 2심 판결 모두 식당 주인의 승리였다. 법원은 “건물주의 구두 약속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식당 주인은 1, 2심을 모두 이기고도 3심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사이 인테리어 보수 등 식당을 위한 투자는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에 물어보면 “다른 사건이 많아 기다려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결국 그의 승소를 확인해 준 최종 3심 판결이 나온 것은 건물주의 상고가 제기되고 2년이 지나서였다. 최초 소송 이후 3년 6개월이 소요되는 동안 식당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얼마 후 문을 닫고 말았다. 식당 주인에게 남은 것은 결딴난 생활 기반과 지친 심신뿐이었다. 실화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민사·형사·가사·행정 등 약 144만건의 1심 본안 사건이 법원에 접수됐다. 재판에서 판결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대법원의 상고심 심리 지연이다. 사건은 폭주하는데 법원의 처리 능력은 그대로인 탓이다. 2005년 2만 2000여건이던 대법원 상고가 올해는 2배인 4만 20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법관 한 명당 평균 3500건이다. 판결이 비정상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민사소송의 경우 2010년 171일이던 상고심 처리 기간이 지난해 255일로 거의 석 달이 늘어났다. 2년 이상 처리가 지연되는 사건도 2002년 120건이던 것이 올해는 722건이나 된다. 판결이 지연되면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 상고심까지 갔을 때는 피고든 원고든 절실하고 절박한 상황이기 쉽다. 판결에 따라 자유를 박탈당할 수도 있고, 속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생계 수단을 잃을 수도 되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고심의 원고와 피고는 충남 논산시의 인구와 맞먹는 12만명에 달했다. 판결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의 가족들까지 치면 그 수치는 몇 배로 늘어난다.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168명이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상고법원’ 관련 6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별도의 상고법원을 설립해 단순 민형사 사건은 여기에 맡기고 통상임금의 범위, 동성 결혼 허용 여부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만 대법원에서 맡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여야 정쟁 등에 밀려 전혀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법관 한 명이 일주일에 70건 가까운 사건을 떠안는 상황에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판결은 불가능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추진한 사안인 만큼 좀 더 진정성을 갖고 의견을 모으기를 기대해 본다. windsea@seoul.co.kr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 5번가와 64번가 교차로. ‘횡단보도 폐쇄’라고 적힌 팻말 너머로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평온했던 곳.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날 밤까지 멀쩡했던 길이 밑으로 큼직하게 뚫렸는데 불안하죠. 처음에는 매캐한 가스 냄새가 진동해서 가스관이 붕괴된 줄 알았어요.”(에드윈 마르티네스·15) 올 8월 4일 이곳에서는 지름 6m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수십 년간 지하 6m 깊이의 황토빛 흙에 파묻혔던 거대한 상수도관이 하루아침에 민낯을 드러냈다. 예고 없이 생긴 싱크홀이었다. 원인 조사와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욕시 환경보호과와 용역 계약을 맺은 공사업체 관계자는 “12m를 더 굴착해 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매설된 지 100년도 더 된 관로의 노후화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도로 함몰들은 대부분 이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교차로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도로가 통제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땅 면적이 남한의 98배에 이르는 미국에서는 싱크홀이 다양한 요인으로 형성된다. 서울처럼 인위적인 개발로 발생하는 지반 침하를 일컫는 ‘도심형 싱크홀’이 빈번한 곳이 뉴욕이다. 뉴욕은 브롱크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스테이튼아일랜드 등 5개 자치구(카운티)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맨해튼은 선캄브리아기 기반암과 수만년 된 퇴적층이 쌓인 지반이다. 지질 및 토목학 전문가들은 뉴욕을 지반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진 지역으로 손꼽는다. 덕분에 건축물을 세우거나 터널을 뚫어 지하철을 개통해 지하수를 퍼내도 부분적인 도로 함몰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뉴욕에도 복병은 있다.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이다. 지하철, 상하수도관 등 시내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은 세워진 지 100년이 넘었다. 지하 구조물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상수도관이다. 미국수도협회(AWWA)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하수도관이 매설된 시기는 크게 1800년대 후반, 1920년대 후반, 제2차 세계대전(1945년) 이후로 나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향후 20년간 노후화된 상하수도관 정비가 가장 시급한 지역은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3개 주다. 3350억 달러(약 381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새뮤얼 아리아라트남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미국에서 도심형 싱크홀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상하수도관 파손 때문”이라며 “파이프(관로)가 손상된 지점에는 대부분 싱크홀이 생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8월 4일과 6일 이틀 간격으로 브루클린, 브롱크스 등 뉴욕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싱크홀은 모두 노후화된 상수도관 파손이 원인이었다. 수압이 거센 상수도관에 균열이 생겨 새나간 물이 지반을 연약하게 만들었다. 흙이 물에 쓸려 빠져나가면서 형성된 지하 동공은 비가 많이 오면 지표면부터 가라앉는다. AWWA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은 상하수도관 파손의 원인, 피해 규모 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노후화된 상하수도관의 교체율은 전체의 0.5%에 그친다. 밥 브링크먼 뉴욕 롱아일랜드 호프스트라대 지질학과 교수는 “주정부 차원에서 상하수도관에 사용된 소재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수명을 예측해 순차적으로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수만㎞의 관로를 일일이 점검하려면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퀸스 화이트스톤 지역에서는 2009년 다른 이유로 땅이 자주 꺼졌다. 홍수가 빈번한 저지대에 배관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게 요인이었다. 비가 올 때마다 갑자기 늘어난 물의 양을 소화할 배관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상 하수도관은 물이 관로의 50%도 채우지 않고 흐르는 게 일반적인데, 이 지역은 하수도관을 통과하는 물의 양이 관로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관로는 빠르게 낙후됐고 지하수 유실 등으로 지반까지 약해지면서 도심형 싱크홀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당국은 배관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뉴욕은 한국과 달리 사전 시추조사가 법으로 의무화돼 있지는 않다. 시추조사는 지하에 있는 흙을 직접 채취해 지질 구조를 분석하는 조사다. 뉴욕은 이런 세부 사항은 시공자와 발주자가 협의해 정하도록 내버려 뒀다. 자율이 주어지되 엄격한 책임이 따르도록 했다. 에드 카바잔지안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자 미국토목학회(ASCE) 전 회장은 “부실 시공으로 나중에 인근 건물주나 시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시정부를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고 보상을 받게 돼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한국이나 일본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항들이 많다 보니 지반조사가 안전을 담보할 수준으로 됐느냐보다는 의무사항을 준수했느냐, 즉 형식적인 측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며 “그에 비해 안전 자체에 좀 더 중점을 두는 미국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텍사스, 앨라배마,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는 미국에서 지질적 요인에 의한(자연발생형)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 지역의 지반을 구성하는 석회암, 암염 등이 지하수, 빗물 등 물과 만나 녹아내리면서 지하에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가 약해진 지반이 내려앉아 구멍이 뚫려 발생하는 형태다. 2013년 2월 28일 플로리다주에서는 집에서 잠자던 남성이 순식간에 15m 땅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이후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미국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은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같은 해 위성, 레이더 등으로 싱크홀의 전조 증상을 탐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 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USGS는 미국 전체 영토의 40%가 지질적 요인으로 싱크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싱크홀이 화두가 된 것은 20세기 이후다. 지질 상태는 그대로였지만 지역 내 유입 인구가 늘면서 대지 사용률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싱크홀 문제가 생겨났다. 싱크홀로 인한 재산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골머리 앓았다. 그 결과 나온 대안이 ‘시장의 손’에 맡기는 것이었다. 플로리다에서 보험업을 하려면 싱크홀 관련 보험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단, 서서히 일어나는 지반 침하는 싱크홀 범주에서 제외된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플로리다주 정부는 1970년대 센트럴플로리다대학에 ‘싱크홀 인스티튜트’라는 전담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지금은 이 기관의 기능이 플로리다주 지질조사국(FGS)으로 이관됐다. 싱크홀 발생 후 원인 조사 및 복구도 부동산 소유자와 보험사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플로리다주 소방 당국은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 수도, 가스 등에 이상이 없는지만 확인한다. 지반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부동산 소유자가 직접 지질공사 업체를 고용해 비용을 지불하고 조사해야 한다. 글 사진 뉴욕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현장 행정] 역사의 현장 내 퇴폐업소, 이게 말이 됩니까

    [현장 행정] 역사의 현장 내 퇴폐업소, 이게 말이 됩니까

    “강북구는 헌법에 담긴 3·1운동과 4·19혁명의 정신이 살아 있는 근현대사 도시입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2일 수유동에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근현대사 기념관에서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한번에 체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든 검정교과서든 교과서만으로 역사를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강북구를 살아 있는 근현대사 역사교과서로 만드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종로나 중구는 고궁 등 왕의 문화밖에 접할 수 없다면 강북구에서는 민중이 일군 민주주의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북구에는 동학운동을 이끌고 3·1운동을 구상했던 손병희 선생이 지은 봉황각과 국립 4·19 민주묘지가 있다. 박 청장은 헌법에서 천명한 역사적 정신이 오롯이 살아숨쉬는 강북구에서 동학운동부터 4·19혁명까지 한꺼번에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제대로 보려면 강북구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근현대사 기념관과 함께 청소년의 역사 교육을 위해 문화해설사도 교육 중이다. 근현대사 기념관 인근에 가족야영장도 조성하여 역사와 자연을 한꺼번에 익히고 즐길 수 있게 된다. 박 청장의 청소년 교육환경에 대한 깊은 관심은 유례없는 학교 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단속으로 이어졌다. 단독주택이 70% 이상일 정도로 좁은 골목이 계획 없이 발달한 강북구에는 여자중학교 앞에 ‘물망초’ ‘물안개’ 등 붉은 등을 켜고 영업하는 불법 찻집이 많다. 2013년 115곳이 지난해 170곳으로 불어났고 결국 경찰, 교육청과 함께 합동단속에 나섰다. 단속 5개월 만에 30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 건물주도 일일이 만나서 설득해 99명이 불법 찻집과는 임대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불법 업소는 식당으로 신고한 뒤 퇴폐 주점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데 붉은 등을 켜고 야한 복장을 한 여성들이 취객을 꾄다. 일단 손님이 들어오면 셔터를 내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파리가 들어오면 잎을 오므리는 파리지옥 같은 불법 업소를 박 청장은 임기 내에 없애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구청, 경찰, 교육청이 함께 한 불법 업소 단속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칸막이 없는 행정’의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 청장은 “옛날 같았으면 불법 업소 업주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빨간 띠를 두르고 구청에 몰려와 항의했겠지만, 지금은 구청에서 일자리 알선을 해줄 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권과 같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오히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쪽방촌에 샘솟는 삶의 희망

    용산구가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인 동자동 주민을 위해 희망나눔사업을 펼친다고 20일 밝혔다. 남영동주민센터는 지난 9월부터 매주 화·목요일에 ‘9시 현장 복지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린다. 복지제도를 안내하고 복지서비스 신청, 서류 접수 등을 해 준다. 구는 오는 11월까지 ‘취약계층 방문 모니터링 및 실태·욕구조사’를 진행한다. 취약계층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주거·난방 형태나 집수리가 필요한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건강 상태와 근로 가능 여부, 수입 정도 등을 조사한다. 촘촘한 인적안전망도 구축한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정을 발굴하기 위해 일제 조사를 한다. 통·반장, 사회복지시설·교회, 건물주·관리인, 요구르트 배달원, 자율방범순찰대 등도 참여한다. 또 저소득층에 의료, 이미용, 발마사지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업체·단체와 저소득층 가구를 맺어 준다. 미로와 같은 쪽방에 문패를 달아 화재, 응급환자 발생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명승지 나들이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활기차게 생활하는 분위기를 만들 계획이다. 동자동 쪽방촌은 행정구역상 남영동으로 저소득층이 많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노인인구 1407명 중에 독거노인은 666명(47.3%)이다. 879명의 남영동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에 동자동 쪽방 지역에 59.4%인 522명이 살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은 “이번 맞춤형 복지사업을 통해 쪽방촌이 아니라 활기차고 신바람 나는 동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성장현 구청장 “과거-현재-미래 관통하는 +형 관광도시 만들겠다”

    [서울 핫 플레이스] 성장현 구청장 “과거-현재-미래 관통하는 +형 관광도시 만들겠다”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관광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T자 골목’에서 성장현 구청장은 “오랜 상인과 새로 들어온 젊은 상인이 힘을 합쳐 새 미래를 만들듯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번화가를 토대로 미래 관광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의 유적은 국립중앙박물관, 효창공원, 용산신학교 등을 포함해 다양하다. 100년이 넘은 학교만 8개다. 최근 유관순 추모비를 만든 이태원 부군당역사공원을 유관순 공원으로 개명하고 근처 도로도 유관순 도로로 개명할 계획이다. 경복궁에서 나가야 하는 민속박물관도 유치할 계획이다. 용산가족공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용산구의 현재는 이태원을 중심으로 한 번화가다. 경리단길 등 인근 지역으로 경제적 효과가 미치고 있다. 이태원 앤티크가구거리는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처럼 만들 계획이다. 구의 가까운 미래는 내년 1월 문을 열 용산역 면세점이다. 축구장 9개 크기의 초대형 면세점에는 케이팝 공연장이 들어선다. 면세점 측은 전라도 및 충청도 등과 철도관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용산역을 ‘공항철도 출발역’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용산역 인근에는 객실 1800개 규모의 호텔이 올라가고 있다. 용산의 미래의 핵심에는 미군 기지가 이전하고 들어설 용산공원이 있다. 동서로 용산역 면세점에서 용산공원을 지나 이태원 및 한남동까지, 남북으로 남산에서 용산공원을 지나 한강까지 관광축을 열십자(十)형으로 개발하고자 한다. 성 구청장은 개발의 부작용으로 임대료가 오르고 소상공인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상생’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사양화하는 용산 전자상가의 활성화는 면세점에서 1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혀 숨통이 트였다. 그는 “상인회와 건물주 협의회가 이익을 현명하게 나눌 수 있도록 구청이 조율할 것”이라면서 “상권 활성화에는 세금과 정책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건물주가 이익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씨줄날줄]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구본영 논설고문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서울 성동구 뚝섬에 살았다. 당시 아파트 주변 성수동 일대는 소형 철공소와 공장형 아파트들이 늘어서 삭막해 보이는 준공업 지역이었다. 아이들은 크는데 변변한 중·고교도 없어 이사를 결심했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다시 찾은 뚝섬은 상전벽해라고 하긴 어렵지만 눈에 띄게 달라져 보였다. 크고 작은 퓨전 레스토랑과 젊은 예술인들의 갤러리와 공방들이 들어선 결과다. 아마 서울숲 조성과 몇몇 재개발 사업이 몰고 온 변화였을 듯싶다. 서양의 어느 작가가 갈파했던가. “도시의 붉은 등불이 늘 젊은이를 유혹한다”고. 기자가 되기 전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을 배웠던 필자에게도 뚝섬의 변화는 퍽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반전이 이뤄지고 있단다. 성수동 일대의 골목 상권이 흥청거리면서 임대료가 고공비행을 하면서다. 동네의 변화를 이끌었던 이들이 임대료를 감당 못해 하나둘 떠나게 됐다. 도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신사 계급을 가리키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용어로 우리말로는 ‘도시 재활성화’쯤으로 풀이된다. 구도심이나 부심이 번창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르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내몰리게 된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도 도시 발전 과정에서 흔한 일이다. 오래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이나 근래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꼭 긍정적 현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하류층이 사는 공간에 중산층이 치고 들어와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원주민들이 중산층으로 계층 상승을 이루지 못한 채 밖으로 밀려난다면? 그야말로 ‘슬픈 아이러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서울 곳곳에서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홍익대 인근과 서촌, 그리고 경리단길 주변이 차례로 그런 홍역을 치렀거나 앓고 있단다. 성동구가 그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를 선포했다. 전국 첫 사례다. 정식 명칭은 ‘지역공동체 상호 협력 및 지속 가능 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다. 대형 프랜차이즈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주민협의체를 통해 입점을 선별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또 임대료를 크게 안 올리기로 임차인과 협약한 건물주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이런 방안들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진 미지수다. 분명한 건 주민을 소외시키면서 외양만 화려한 재개발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곳을 재개발하면 다른 곳이 낙후 지역으로 바뀌는 식의 도시계획에도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문화적 다양성이 숨 쉬는 도시가 정답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벽타는 도둑’ 얼씬도 못 하게

    강북구가 빈집털이 완전 차단에 나섰다. 강북구는 22일 강북경찰서와 함께 다음달 16일까지 주택 밀집 지역 가스 배관에 윤활유를 바른다고 밝혔다. 주로 다세대주택 건물 외부에 설치된 가스 배관은 절도범들이 침입 통로로 활용했다. 강북구는 지난 5월에도 건물 600곳의 가스 배관에 윤활유를 발랐다. 빈집털이가 자주 발생한 지역 6곳을 골라 가스 배관에 윤활유를 바른 결과 절도 발생률이 줄었고 주민들도 만족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의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범죄 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2013~15년 가스 배관 윤활유 도포 사업을 한 지역의 침입 절도 발생률이 전년 10건에서 2건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윤활유를 바르면 절도범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껴 범죄 예방이 된다. 번3동과 미아동, 송중동의 주택가에서는 건물주가 동의한 건물의 가스 배관에 윤활유를 바르는 작업을 끝냈다. 10월 16일까지 송천동, 수유3동, 수유2동, 번1동의 건물 600곳에 윤활유 도포 작업을 할 예정이다. 윤활유 작업은 최근 침입 절도가 많이 일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한 다음 건물주와 협의를 마친 지역에서 한다. 윤활유를 다 바른 지역에는 경고 현수막을 설치해 주민들을 안심시키고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노린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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