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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Q) 외국에 있는 동안 건강보험은 어떻게 되나요? A) 지역가입자가 출국해 1개월 이상 외국에 가 있으면 사유를 불문하고 급여가 정지돼 건강보험료 산정에서 제외됩니다. 출국 전에는 여권과 비행기표 사본을 제출해야 하고, 출국 후에는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 등 입증 서류를 가까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 제출해 신고해야 합니다.
  • 4300여명에게 새 희망… “여전히 벽에 부딪히는 이들 도와야”

    4300여명에게 새 희망… “여전히 벽에 부딪히는 이들 도와야”

    지난해 2월 26일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4300여명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구출됐다. 적극적인 기초생활수급자 발굴로 신규 수급자 수가 3년 연속 크게 감소하다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의 자살 소식이 들리고, 건강보험료 개혁은 비틀거리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에 등록된 신규 기초생활수급자는 2013년보다 4313명 늘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해마다 1만명 이상씩 줄어든 이래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지자체들이 앞다퉈 취약계층을 발굴한 결과다. 서울 중랑구 관계자는 “시가 지난해 더함복지상담사를 채용토록 했고, 기초생활수급자 심사 때 돕지 않는 부양자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를 해소하기 위해 집중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간 자식이 있는 경우 도움을 주지 않아도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가난한 이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자식이 부양 의무를 하지 않거나 부양 능력이 없을 경우 이를 지자체가 나서 증명해 주고, 적극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하고 있다. 17개 시·도 중 경기도는 지난해 전년보다 1348명의 신규 기초생활수급자를 새로 발굴해 그 수가 가장 많았다. 이후 서울시(746명), 인천시(653명), 충남도(557명), 충북도(547명) 순이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는 중랑구가 2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은평구(215명), 송파구(175명), 강서구(173명), 동작구(100명) 순이었다. 지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위한 소득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80% 이하에서 100% 이하로 확대했고 생계 급여도 최대 2만원 올렸다. 서울 강남구는 복지재단을 출범시켰고, 용산구 등도 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성북·도봉·성동·금천구 등은 올해부터 찾아가는 복지플래너 활동을 시작한다. 국회는 지난해 말 ‘송파 세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켰고, 오는 7월 시행된다. 하지만 송파 세 모녀에게 월 5만원의 건보료가 부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발된 건보료 개편은 백지화와 재추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고, 취약계층의 자살 소식은 여전히 들려온다. 홀로 장애 1급인 언니를 돌봐야 했던 류모(28)씨는 올해 초 대구의 한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했다. 그는 밀린 월세값 등을 남겼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 복지플래너 김모씨는 “근로 능력이 없는 이들도 당연히 도와야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스스로 살려 하지만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들은 작은 도움만 있으면 가난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기 때문에 이를 구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나이롱환자’ 핑계로 장기 입원료 올리려는 정부

    보건복지부가 장기 입원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올려 환자 입원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료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8월 시행 전에 여론 수렴을 통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는다면 질병으로 고통받는 서러운 서민들에게 ‘입원료 폭탄’을 안길 수도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16일 이상 장기 입원하는 환자는 입원료를 할인받는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같은 입원료 중 본인부담금이 최대 8배까지 껑충 뛰어오른다. 특히 장기 입원이 불가피한 암, 심질환, 뇌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자에게도 예외 없이 본인 부담률을 올리겠다고 한다. 암환자의 5인실 하루 입원료는 현재 2300원이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입원 16일부터는 1만 4000원, 입원 31일부터는 1만 9000원이 된다. 한 달에 수십만원을 더 내야 한다. 서민으로서는 부담이 여간 커지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자 치료비 100% 국가 부담’을 공약했고 우선 내년까지 치료비를 경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래 놓고 도리어 입원료를 올리려 하니 어르고 뺨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행령을 바꾸는 이유의 하나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나이롱환자’를 걸러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나이롱환자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광주경찰청 수사에서는 허리디스크 등을 핑계로 장기 입원한 뒤 지역 테니스대회에 출전해 준우승한 나이롱환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허위·과다 입원 사기 금액은 2년 전보다 두 배나 증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 환자의 입원료를 올리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2013년 국민 5명 중 1명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진료를 포기할 정도로 서민들의 병원비 부담은 크다. 이번 정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진짜 환자를 잡을 수 있는 행정편의주의요 반서민 정책이다. 나이롱환자 문제는 금융감독원과 건강보험공단, 검찰, 경찰이 힘을 합쳐 단속을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다. 정부의 본래 의도는 장기 입원 환자를 줄여서 건강보험 재정을 호전시키는 데 있는 듯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현재 누적 흑자가 13조원에 이른다. 환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는 게 맞다. 공약 역행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 고소득 농어업인 건보료 혜택 줄어든다

    앞으로 농어업인이라도 고소득자이면 경감받는 건강보험료가 이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어촌 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업인 지역가입자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져 요양급여를 받을 기회가 적다는 이유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건강보험료의 최대 50%를 지원받고 있다. 이 중 28%는 특별법에 의해, 22%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보험료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연소득 1억원이 넘는 농어업인도 건보료를 경감받는 데다, 특히 보험료를 정률로 지원받는 방식이어서 고소득층일수록 지원액이 많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매달 보험료로 1만원을 내는 사람은 특별법에 따라 2800원을 지원받는데,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아 2만원을 내는 사람은 5600원을 지원받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건보료 경감 혜택을 받은 연소득 1억원 이상 농어업인은 717가구(감경액 15억 4000만원), 2013년 912가구(감경액 20억원)다. 정부는 농어업인의 보험료 부과점수를 3개 구간으로 세분화해 차등지원할 방침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1구간은 현행과 같이 보험료의 28%를 정률 지원하고 이보다 높은 2구간은 최저 부과점수의 28%를 정액 지원하며 고소득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슈&논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이슈&논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추진키로 하자 이에 반발해 의사단체 수장이 지난달 20일 단식에 나섰고 일주일 뒤 한의사 단체 수장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규제 철폐를 촉구하며 단식을 하는 등 벼랑 끝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을 사용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라고 주장한다. 또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영상자료를 활용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반면 의사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면허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며 미숙한 사용으로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을 해친다고 반박한다. 전문가의 찬반 의견을 들었다. [贊] 남동현 상지대 한의과대학 진단학교실 교수 “기기 사용에 법률적 문제 없어…한의사 오진 줄이는데 이바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은 현대 한의사의 의무다. 기후 등 환경에 따라 지역별로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 달라 의학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발전해 왔다. 한의학 역시 유구한 역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발전해 온 정통의학으로, 고유의 장점이 있고 국민의 보건과 건강증진에 이바지해 왔다. 한때 근대화와 일제식민지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의학은 민간요법이나 미신으로 폄훼되기도 하고 중국 중의학의 아류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고유의 우수성에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적 성과를 흡수해 가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논의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필연적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의학은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동의보감의 탄생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결과물 중 하나였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국토가 황폐해지자 수입 약재 중심의 기존 중국의학으로 국민보건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조선은 당시 국산약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의학체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허준을 중심으로 국산 약재 중심의 새로운 의료체계를 확립한 결과물이 바로 동의보감이었다. 한의학의 세계화와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는 현재도 한의학의 변화와 발전은 절실하다. 한방의료 분야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는 한의학의 객관화와 세계화를 위한 발전 과정에 있어 필연적이다. 의료법은 한의사를 한방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는 의료인이라고 정의한다. 또 한의약육성법에서는 한의약의 범위를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한방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한의학을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 의료행위까지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의사가 최선의 한방의료를 수행하려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 법률적인 문제는 없다고 본다. 의료기기는 본질적으로 가치중립적이다. 의료기기는 사람이나 동물을 진료, 검사,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구나 장치를 말한다. 따라서 특정 의료인 집단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의료기기는 의료인이나 수의사가 그 직역에 따른 임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의사는 의료인으로서 한방진료를 수행하며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또 국가는 국민건강수호와 증진을 위해 이에 대한 적절한 사용을 권장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대한 많은 논쟁은 우리나라 보건체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부 의료인 집단에서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의료현장에서 오진은 항상 존재한다. 의료기기는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오진을 줄이는 데 이바지해 왔다. 따라서 진단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오진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국민 보건의 질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다. 또 이런 논쟁은 의료인이 더욱 신중하게 진단기기를 사용하게 할 것이며 검사 결과 해석의 숙련도와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현재 의료계의 의료기기 사용 관련 논쟁은 매우 긍정적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많은 논란과 견제는 긴장을 낳고 적절한 긴장은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옮기는 데 일조해 왔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 의료계 발전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 결과가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건강보험료를 줄이는 데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사회적 힘을 쏟아야 한다.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反]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현대 교육·면허제도 부정하고 본연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 현대의 면허제도는 허가행위보다 금지행위를 전제로 하며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의사와 한의사 모두 면허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즉 의사는 한방적 진단과 치료술을 할 수 없고 한의사는 현대의학적 진료를 할 수 없다. 한의대에서 현대의학을 배우기 때문에 현대 의료기기를 쓸 수 있다는 주장은 현대의 교육 제도와 면허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현대 의료기기가 한방 진료에 필요하니 사용권을 의사와 동등하게 달라는 주장은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대등하거나 독립된 의학’이란 한의계의 주장이 허구였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한의학의 용도폐기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진료를 위해 의료기기가 필요하다는 한의사의 주장대로라면 그동안 환자가 한의사에게 받은 진료와 진단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수십년간 한의사는 매번 ‘비싼 검사장비 없이도 진맥과 기(氣)를 느껴서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학적 검증 요구에 대해서는 ‘현대과학의 잣대로 우주 만물의 운행 원리인 기와 음양오행에 기반한 전통의학을 검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의계는 과학의 산물인 현대의료기기만 사용해 진단에 도움을 받을 뿐 현대의학과 과학의 잣대로 한의학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는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해 주되, 도로를 주행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은 질 수 없다라는 의미와 같다. 이전의 지식이 부정되면 다음 세대의 지식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과학과 학문의 발전 방법이다. 인류 발전을 돌아보면,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16세기 이전 고·중세의 인식론은 모두 소멸하거나 새로운 지식으로 바뀌었다. 수백년 전 서양의학이었던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 의학은 현대의학에 의해 부정돼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 뿐 어느 나라에서도 고대 서양의학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과 대만에서만 토속의학과 현대의학이 병존하고 있다. 중국은 몇십년간 중의학 연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패한 중의학 육성 정책을 한국 정부는 10년 전부터 다시 시작해 1조원가량의 혈세를 쏟아부어 왔다.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있는지도 모를 ‘기’를 측정하는 한의학기계, 정말 ‘기’가 우리 주변에 있다면 그 힘으로 비행기와 우주선은 모두 추락해야 했을 것이다. 고대의 형이상학적 관념(기·음양오행)이 과학화된다는 것은 전제가 잘못된 어리석은 망상일 뿐이다. 몇 가지 한방의료기기를 개발했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한의사 스스로 본연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상황에까지 왔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갈등은 과학과 그렇지 않은 것의 대립이며 이 안에는 역사적·민족적·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어 일반인이 보기에 착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갈등의 근원은 하나다. ‘점성술 vs 천문학’, ‘철학관 vs 기상청’, ‘창조설 vs 진화생물학’과 같이 종교나 철학, 믿음의 영역에 있어야 할 한의학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과학의 한 분야인 현대의학과 동등하게 취급을 받으며,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진단과 치료에 민족과 전통이란 이름으로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도의 과학적 판단이 필요한 이 문제에 일반 국민과 일부 정치인의 감성적 관여는 문제 해결에 크나큰 오류를 가져 올 것이다. 과학에 국경은 없다. 이제 우리는 모두 중국 청동기시대의 믿음인 ‘음양오행과 기’를 기반으로 한 중세의 중·한의학을 계속 보호하고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세계와 통하는 대한민국 의학을 확립해야 한다.
  • 월급 250만원 초과 육아휴직자 건보료 부담 줄어든다

    월급 250만원 초과 육아휴직자 건보료 부담 줄어든다

    월 보수 300만원을 받고 일했던 A씨는 첫째 아이를 낳고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가 복직하면서 43만 7040원의 건강보험료를 일괄 납부했다. 1년치 건보료로는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바로 직전 달까지 소득이라고는 매월 100만원 정도의 육아휴직급여가 전부였던 터라 부담스러웠다. 오는 4월 1일부터 A씨처럼 휴직 전 월급이 250만원을 초과하는 육아휴직자도 250만원 이하인 육아휴직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건강보험료를 경감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휴직 전 월 보수 250만원을 초과하는 육아휴직자가 건강보험료를 과도하게 부담하지 않도록 부과 방식을 개선한 ‘보험료 경감 고시’ 개정안을 23일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을 하면 그 기간 동안 월급을 온전히 받지 못하고 상한액 100만원 한도에서 임금의 40%를 육아휴직급여로 받게 된다.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감안해 정부는 육아휴직자가 복직할 경우 휴직 전 보수의 60%를 경감하고 나머지 40%에만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급여는 상한액이 100만원인 반면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에는 별도의 상한액이 없어 월 보수가 250만원을 초과하는 육아휴직자는 실제로 받은 육아휴직급여에 비해 건보료가 과중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휴직 전 월 소득이 250만원인 육아휴직자는 복직 후 250만원의 40%인 100만원에 대한 건보료만 일괄 납부 또는 10개월 분할 납부 하면 된다. 육아휴직 기간 건보료는 납부 유예된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도 100만원이어서 휴직 기간 실제 소득과 건보료 부과 대상 소득이 일치한다. 반면 현행 제도에 따라 휴직 전 월 소득이 300만원인 육아휴직자는 똑같이 급여 100만원을 받아도 300만원의 40%인 120만원에 대한 건보료를 납부해야 한다. 실제 소득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이런 지적을 반영해 월 보수와 상관없이 모든 육아휴직자는 육아휴직급여에 해당하는 건보료를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육아휴직자의 절반이 넘는 약 6만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박근혜정부 3년차 (상) 정치분야] G20 정상회의·이석기 구속 때 67% 정점… 靑 문건·연말정산 파동에 29%까지 추락

    취임 2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민심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올해 들어 최저치인 29%(한국갤럽 조사 1월 4주 차)를 기록한 뒤 그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이 51.6%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지지율이 거의 반 토막 난 셈이다. 지난 2년간 박 대통령 지지율은 각종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44% 지지율로 국정운영을 시작했다. 대선 득표율보다 7.6% 떨어진 수치로, 당선 직후부터 불거진 내각 및 청와대 인사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 탓이 컸다. 한때 41%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이후 ‘순방 외교’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회복세를 보였고, 2013년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내란음모 혐의를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구속될 즈음에는 67%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철도파업 장기화 등으로 다시 주춤했던 지지율은 취임 2년차에 접어들어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독일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하며 지난해 4월 6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같은 달 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지지율은 하락세를 거듭했고, 그해 7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거부 논란 때는 무너지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린 40%까지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후 지지율은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으로 다소 회복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12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이 터지고 박 대통령의 비선 측근으로 지목된 정윤회씨와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서면서 지지율은 37%로 떨어졌다. 하락세는 올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연초에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과 담뱃세 인상의 여파, 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연기 등 정책 혼선, ‘증세 없는 복지’ 논란 등으로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9%로 떨어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저가담배? 그럴 거면 왜 가격 올렸나”

    설 연휴 동안 지역구를 다녀온 여야 의원들은 우리 정치가 민생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예년과 다름없는 냉담한 민심을 더 차갑게 만든 이슈는 단연 담뱃값 인상이었다. 때마침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듯 정치권은 저가담배 도입 논의에 불을 붙였지만 이를 반기는 목소리를 듣기는 어려웠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전남 광양·구례)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담뱃값 인상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고, 저가담배와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세수(확충)가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이라고 했는데, (저가담배 도입은) 이러한 설명을 스스로 뒤엎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도 “담뱃값 관련 불만을 직접 말씀하신 분이 많았다”며 “연말정산, 건강보험료 문제는 그때 한 번인데, 담배는 피울 때마다 (담뱃값 인상이) 떠오르는 듯하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 듯했다. 특히 여권의 ‘텃밭’ 지역인 대구·경북에서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한다.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인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전과 달리 지역 어르신들이 입도 씰룩쌜룩하시고, 전 같으면 누가 대통령을 욕하느냐고 하셨을 텐데 좀 실망하신 기색이 있었다”면서 “특히 마치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걸 걱정하며 대통령 좀 잘 모시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대통령은 소통 좀 잘해라, 인사 좀 잘해라는 말씀은 여전했는데 정부나 여당 의원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 추석 때보다 더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신임 당 대표 체제에 대한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문재인 체제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하면서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 야당이 함께 표결에 참여한 것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전남 여수을) 최고위원은 “인준 표결에서 의원들이 일치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문재인 대표 체제 이후 ‘당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들었다”며 “하지만 문 대표의 ‘여론조사 발언’ 등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당 박수현(충남 공주) 의원은 “총리 인준 과정에서 야당이 반대 의사를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실현한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은 “새 당 대표 체제가 시작됨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정부·여당에 실망한 ‘반사이익’이 섞인 것 같다”고 민심을 전했다. 이 총리 임명에 대해 충청권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국정 수행에 대한 기대감’을 접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박덕흠(충북 옥천) 의원은 “의혹이 일부 나왔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셨다”며 “또 문 대표가 말했던 ‘호남총리론’을 많이 알고 말씀하셨다. 그에 대한 반발감이 컸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의원도 “일단은 그대로 통과를 잘 시켰다는 말씀이 많았고 특히 여야 소통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공무원연금 폭탄 돌리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무원연금 폭탄 돌리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어설픈 추진으로 민심의 된서리를 맞은 연말정산의 후폭풍이 심각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진해 온 몇몇 개혁 과제들이 주춤거리고 그 실행 동력을 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계획이 발표 하루 전 백지화됐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올해 안에 다시 개선안을 내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 6개월간 준비한 개편안을 구체적 설명조차 하지 못한 채 백지화한 것은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야심차게 선언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비롯한 노동시장 개혁 역시 구체적 추진 계획이 불투명하다. 민감한 사안은 지레 기피하려는 정부의 총체적 복지부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해 온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다음 정권으로 미루어질까 걱정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방치하면 엄청난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개혁의 불가피성을 역설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정부 고위 인사가 현재 20년 근무해야 받는 공무원연금을 10년만 근무하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국민대타협기구 회의석상에서 불쑥 꺼내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부가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뼈를 깎는 개혁보다는 모양내기 연금개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이유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도입 당시부터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데다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사회 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국가가 더이상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금 재정적자는 최근 10년(2005~2014년)간 15조원 규모로 발생했고, 향후 10년(2014~2023년)간 무려 55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만 보더라도 정부가 보전한 연금부족분이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에 마련됐던 공무원연금 구조는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단순히 정부 재정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적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 사회의 주인인 청년 세대에게 깡통 연금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데도 중요성이 있다. 최근 정부가 수세적 행보로 전환하면서 이를 계기로 연금개혁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공무원연금개혁안이 가시화되면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불어 대타협기구 내에서 정부안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최근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로 선출된 후 정부와의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어 공무원연금 개혁의 미래가 더욱 걱정스럽다. 개혁이 실패하는 것은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기득권 집단의 저항과 관련 집단의 지지 철회 앞에서 정부와 정치인들은 단기적 이익 추구의 손쉬운 유혹에 빠질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역대 정권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정치적 손익계산 때문에 자주 말을 바꾸고 개혁을 미루어 왔다. 2007년 노무현 정부를 예로 들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야심차게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했지만 구체적인 개혁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연금의 개혁이 인지됐지만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됐다. 연금 개혁의 장기적인 국가 이익은 뒤로한 채 다음 정권, 다음 세대에게로 연금 폭탄 돌리기를 계속해 온 것이다. 이미 저출산, 노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구조개혁을 미루다 국가재정을 파탄 낸 그리스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 여론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 국민들은 국민연금보다 2배 가까이 더 받으면서도 부족액을 국민들이 부담하는 공무원연금제도가 기형적이라고 본다. 정부는 국민 여론을 압박 수단으로 삼아 정부와 여당의 재정절감 목표치를 달성하는 고강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연금 수혜자들이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타협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 이완구 어디로… 정국 분수령

    국회가 16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동의안 가결 여부에 따라 박근혜 정부 3년차 정국이 최대 분수령을 맞으며 설 연휴 민심도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임명동의안 처리 다음날인 17일 신임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 및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임명을 계기로 집권 중반기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고, 설 연휴 직후 곧바로 경제활성화를 비롯해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구조 개혁, 연말정산·건강보험료 개편안 재논의에 매진하며 민심을 추스르겠다는 전략이다. 여야는 15일 각각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 및 저지에 마지막 총력을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여론조사 총리 인준’ 주장에 이어 이 후보자의 타워팰리스 구입 관련 위증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막판 공세를 가했다. ‘본회의 보이콧’을 고심 중인 야당은 표결 참여를 통해 여당 일부 반란표까지 몰아 ‘반쪽 총리’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높아진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막판 표 단속에 주력했다. 이 후보자는 12일 이후 강원도 모처에서 칩거하다 이날 상경했다. 여권은 지난해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 낙마에 이어 “세 번째 총리 낙마는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당면한 국정 과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총리 인준안이 원만하고 순조롭게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신임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만큼 16일 임명동의안이 처리되면 이 후보자는 17일 국무회의에 신임 총리 자격으로 참석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료 제청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 설 연휴 이후로 개각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더 굳게 닫은 지갑… 소비성향 72.9% 사상 최저

    더 굳게 닫은 지갑… 소비성향 72.9% 사상 최저

    지난해 가계 지갑이 더 굳게 닫혔다. 100만원 벌어 73만원 썼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가계부는 흑자다. 번 돈이 늘어서가 아니다. 내수 침체와 급속한 고령화 등에 대비해 씀씀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는 소득보다 큰 폭으로 올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떨어졌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다. 평균 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중에서 식료품비,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쓴 돈의 비율이다. 72.9%라는 것은 가처분 소득이 100만원이면 72만 9000원을 썼다는 얘기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취업자 수가 많아졌고 연봉이 올라 근로소득이 3.9% 증가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초연금 등 이전소득이 4.2% 늘어난 영향도 컸다. 하지만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55만 1000원으로 같은 기간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노년층은 물론 30~40대도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명보험 등 보험료로 쓴 돈은 가구당 월평균 8만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늘어난 세금도 소비 위축을 야기했다. 근로소득세 등 반복적으로 내는 세금(경상조세)은 월평균 13만 6000원으로 5.8% 늘었다. 취업자 증가 및 임금 상승과 더불어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 5000만원 초과로 확대됐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든 영향 등이다. 상속세, 증여세, 취득세 등 때때로 떼이는 세금(비경상조세)은 월평균 1만 5500원으로 14.5% 증가했다. 건보료,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도 12만 4000원으로 7.2%,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납부액은 12만 2000원으로 5.4% 많아졌다. 소득별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소득이 증가했다.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5.6%로 가장 많이 늘었고 2분위(하위 20~40%)는 2.2%로 가장 낮았다. 소비는 1분위 계층만 전년 대비 0.1% 줄었다. 3분위(40~60%) 소비증가율은 7.3%로 가장 높았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광장] 거꾸로 가는 비정상의 정상화/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거꾸로 가는 비정상의 정상화/김성수 논설위원

    아무 데나 다 갖다 붙인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구호 얘기다. 연말이면 해마다 하는 교통 단속도 지난해에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경찰이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것도, 불법 입·출국자 단속도, 심지어는 특허청의 위조상품 단속까지 다 그랬다. 원래 해 오던 일도 이 구호를 끌어다 붙여야 얘기가 됐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국정 과제여서다. 한 꺼풀 더 들어가 보면 속내를 알 만하다. 부처 실적 평가 때 비정상의 정상화 관련 과제의 비중이 높아서였다고 한다. 그러니 모든 정부 부처가 입만 열면 앵무새처럼 똑같이 이 구호를 외쳐댈 수밖에…. 지금껏 잘못됐던 걸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데 시비 걸 생각은 없다. 방향도 맞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특혜, 부조리를 없애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정작 박근혜 정부의 행태는 이 슬로건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입으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지만 드러나는 일들은 상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투성이다. 혹시 비정상적인 일들을 전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세월호 사고 이후인 지난해 4월 기자회견까지 하고 물러나겠다던 국무총리를 억지로 주저앉힌 일부터 정상(正常)이 아니다. 기자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총리 후보자라면 젊은 기자들을 앉혀 놓고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 주고 교수도 시켜 줬다”거나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인데 이제 안 막아 준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증세 논란도 상궤(常軌)에서 벗어나 있다. 세수가 늘었다면 분명 증세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겠나. 그런데도 한사코 아니라고 하니 그게 비정상이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건강보험료 논란도 ‘비정상’의 정도가 심하다. 현 체계에 모순이 많아서 개편안을 만들었던 보건복지부는 발표 직전에 취소했다. 올해 안에는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백지화다. 모든 언론이 그렇게 썼다. 그런데 정작 국회에 불려 간 장관은 처음부터 입장을 바꾸거나 그런 게 아니라 언론이 그렇게 보도한 것이라며 언론 탓을 했다.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과 관련한 행정자치부 장관의 말은 올리겠다는 건지, 안 올리겠다는 건지 아직도 헷갈린다. 한심한 일이다. 장관이 모교 출신 인사를 중용하면서 ‘괄목홍대’(刮目弘大)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인사 난맥상이 끊이지 않아 ‘문화인맥(人脈)부’라는 조롱까지 듣는 문화부는 또 어떤가. 차관이 오전엔 대통령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하고 그날 저녁에는 아무 설명 없이 그만둔다면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하기 어렵다. 적법한 절차를 거친 국공립대 총장 후보자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무 설명도 없이 임명을 미루고 있는 교육부의 행태는 비정상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 국립대가 교육부의 소유물이며 인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사들을 공직에 쓰지 않겠다고 공언해 놓고 청와대 개편 때마다 검사를 데려다가 민정수석실에 배치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도 비정상이다. ‘정(政)피아’, ‘박(朴)피아’라는 말을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데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만 “이 정부에는 낙하산 인사가 한 명도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냥 말문이 막힌다. 정윤회 파문과 문고리 3인방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에게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게 여론이었다. 하지만 정작 3인방의 경우 일부 자리 바꾸기만 하고 끝내며 민심을 외면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콘크리트같이 단단하다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다.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레임덕을 넘어선 ‘데드(Dead)덕’ 얘기까지 나온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데드덕에 들어섰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전폭적인 국정 쇄신에 나서고 경제를 살려 내면서 퇴임 때는 오히려 취임 때보다 더 높은 60%를 넘는 지지도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에게도 기회는 아직 있다. 단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경제를 살리고 지금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를 완수했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sskim@seoul.co.kr
  • [이완구 총리후보 인사청문회] 李 후보 “청와대가 인사 다하면 총리 그만두겠다”

    [이완구 총리후보 인사청문회] 李 후보 “청와대가 인사 다하면 총리 그만두겠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11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 후보자의 부동산 매입 자금 문제와 가족의 세금 탈루 의혹 등을 놓고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전날 ‘녹취록 공개’ 파문에 이어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질의 강도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공직 인사를 다할 경우 “총리를 그만두겠다”며 책임 총리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2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 때 선거자금으로 받은 돈을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매입에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경찰공무원은 박봉에 시달리는데 이 후보자는 강남 대형 아파트를 계속 굴려가며 대출받고 갚는 데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캐물었다. 홍 의원은 “이 후보자도 (선거자금을) 최소 1억 5000만~1억 8000만원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 시점이 바로 타워팰리스를 사기 전이지 않으냐”고 질문했다. 이 후보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이 후보자가 같은 시기에 5억원 상당의 전세권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2002년 타워팰리스로 들어갈 때 입주시기에 차이가 있어 4개월 정도 이미 매각한 현대아파트에 살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2003년말 기준 재산신고에 전세권 5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처남댁에게 빌린) 5억원도 빠져 있다. 이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이고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재산 은닉”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국회 사무처로부터 잘못됐다고 해서 정정해 바로잡은 기억이 있다”고 해명했다.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 차남이 억대 연봉을 받으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소득세도 탈루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당시 제가 혈액암에 걸려서 유서까지 쓰며 투병하던 상황에서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또 “홍콩에 있는 자식이 국내 체계를 잘 몰라서 생긴 일이고 현지에서 세금을 냈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총리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각오를 거듭 전했다. 이 후보자는 “청와대가 인사를 다하고 총리를 형식적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총리 그만둬야죠.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또 “할 얘기를 대통령에게 못 하는 총리는 있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말씀 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비서 문제는 쓰는 사람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재산 형성 과정에 각종 의혹이 제기된 차남 재산도 공개했다. 국내 유명 로펌에 근무하는 차남 재산은 경기 성남 소재 분당구 토지 20억원, 예금 1300만원, 대출 5500만원이었다. 분당구 토지는 차남이 이 후보자 장인에게 증여받은 것으로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을 받았다. 이날 자리에는 성무용 전 천안시장과 홍인의 전 충남개발공사 사장 등 증인 9명과 참고인 5명이 출석했다. 진성준 의원은 이 후보자 차남의 병역 면제와 관련해 당시 신체검사를 맡았던 중앙신체검사관 군의관에게 “보충역으로 충분히 근무할 수 있는 무릎 상태인데 재건 수술을 권고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군의관은 “(생활상에) 불편이 있다”고 이 후보자 차남의 병역 면제는 적법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분당구 토지 매입과 관련해 증인으로 참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불성실한 답변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강씨는 이 후보자의 친구로 함께 분당의 땅을 매입한 인물이다. 투기 의혹을 제기한 진선미 의원의 질의에 그는 “의원님은 젊으니까 15년 전 일을 기억할지 모르지만, 제 나이가 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충청에서 (총리)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 분이 계속 (질문)하잖아요. 보니까 다 호남 분 같은데”라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정책 혼선 최소화”… 교육·사회·문화 ‘컨트롤타워’ 시동

    황우여 사회부총리 주재로 교육·사회·문화 정책을 조정하는 관계장관회의가 매달 열린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번복 등 굵직한 정부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오는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다’<서울신문 1월 31일자 1·3면> 는 등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관계 부처들이 협업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10일 ‘교육·사회 및 문화 관계장관회의 규정(대통령령)’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시행된다고 밝혔다. 첫 회의는 13일 열린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교육·사회·문화의 주요 정책을 황 부총리가 종합적인 관점에서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다. 또 매달 넷째 주 정례회의와 함께 수시회의도 격주로 열릴 예정이다. 회의에는 황 부총리를 의장으로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행정자치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 9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다. 기재부는 사회 정책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 조율하고, 미래부는 연구개발(R&D)과 관련한 인적 자원 정책 등에 대해 함께 뜻을 모을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부총리 임명 이후 사회 관련 굵직한 정책들이 관계 부처들과 조율되지 않은 채 추진됐던 게 사실”이라며 “사회 정책 추진에서 발생할 부처 간 갈등과 예산, 일정 등을 조율해 혼선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계장관회의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사회 정책을 각 부처 장관들이 사전에 의사소통을 하고 협력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부처 간 충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부총리에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실어 줘야 정책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면서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이 실무진까지 전달되는 구체적인 통로를 미리 만들어 놓지 않으면 장관들의 모임 정도로만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완구 인사청문회 “자동차세·주민세 인상 검토해야” 이유는?

    이완구 인사청문회 “자동차세·주민세 인상 검토해야” 이유는?

    이완구 인사청문회 이완구 인사청문회 “자동차세·주민세 인상 검토해야” 이유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11일 “자동차세, 주민세는 지방 재정의 필요성 때문에 인상 필요성을 느껴 (인상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동차세, 주민세는 지방세로서 20년 동안 한 번도 인상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후보자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에 대해 “추계 데이터가 2011년 만들어진 것으로서 정확도에 이상이 있다”면서 “접근법에 다소 차이가 있어 건보료 체계는 정부가 고민하고 있으며, 정치권도 이의를 제기해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공무원연금에 이어 사학·군인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사학·군인 연금은 공무원연금에 비해서 아직 적자가 아니어서 심각하게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삐걱거리는 당정] 黨·靑, 표심 따라 정책결정 뒤집기… ‘식물정부’는 속앓이만

    [삐걱거리는 당정] 黨·靑, 표심 따라 정책결정 뒤집기… ‘식물정부’는 속앓이만

    “집행은 정부가 하지만 결정 권한 자체가… (정부에는 없다).” 정부 관계자의 이 말은 현재 엇박자가 나고 있는 당·정·청 관계에서 정부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이나 청와대가 제동을 걸어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관가에선 ‘일할 맛이 안 난다’는 불평이 나온다. 총선을 1년 남짓 앞두고 표심(票心)에 민감해진 여당과 지지율 급락 상황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청와대 사이에 끼어 이도 저도 아닌 ‘식물 정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 중단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보건복지부다.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따로 만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만큼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다. 도와 달라”고까지 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하루 만에 “올해 추진은 어렵다”고 말을 바꾸는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졌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여당의 요구에 밀려 개편안을 재추진하겠다고 했을 때도 논의의 중심에 복지부는 없었다. 지금도 사실상 여당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9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 중단으로 빚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자초한 일로 여당에 끌려다니게 된 상황에 대한 무기력감이 팽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정치권의 복지 증세 주장에 쐐기를 박고 이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한 발 비켜서 관전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도 속앓이를 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 때 교육부는 대학입시에 인성평가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섰다. 이 과정에서도 청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청와대가 직간접으로 개입된 듯 알려지니 교육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일할 맛이 안 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김신호 교육부 차관이 6개월 만에 별다른 이유 없이 교체되고 김재춘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신임 차관으로 오자 “또 청와대냐”며 고개를 흔드는 이도 상당수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와중에 차관으로 대통령의 심복이 왔으니 교육부를 좌지우지하는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말이 더 돌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여론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과 청와대의 개입이 꼭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정책의 중심이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긴 안목 없이 임기응변으로 방침을 내놓고 있다”며 “구호는 거창하지만 결국은 빈 수레”라고 꼬집었다. 정부 부처의 다른 관계자도 “입법 과정에서 정부안이 고쳐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정부안 자체를 심의하지 않는 등 정책이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모든 부처가 당·청의 등쌀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적은 부처는 당의 관여가 적은 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표에 영향이 큰 사안은 당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안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면서 “당이 먼저 안을 내기보다는 반응을 보고 대안을 내놓는 주먹구구식 접근이 많다 보니 논란이 확대되고 정책 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부처 종합
  • [기획] 샌드위치 ‘官’

    [기획] 샌드위치 ‘官’

    복지·증세 논쟁을 놓고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서로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국회가 먼저 ‘합의’해 달라며 일단 공을 입법부에 넘기고 호흡을 가다듬던 관(官)은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불가’ 선 긋기에 또 한번 얼어붙었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정국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잔뜩 움츠린 채 관망에 들어갔다. “소나기가 퍼부을 때는 쓸려 가지만 않으면 된다”는 공무원 특유의 ‘젖은 가랑잎 처세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재부·복지부 정책 유턴에 자신감 잃고 ‘우왕좌왕’ 이날 관가에 따르면 무기력감이 가장 강한 곳은 기획재정부다. 연말정산 파문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야기한 장본인인 탓이다. 엘리트 의식이 유난히 강한 기재부 공무원들이지만 요즘에는 자신감을 상실한 채 ‘있는 일이나 하자’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국장은 “몇날 며칠 밤새워 정책을 만들어 당·정 합의까지 이끌어내도 여론에 따라 순식간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국회 변덕에 지쳤다”면서 “이럴 때는 그저 젖은 가랑잎처럼 (길바닥에 철썩 달라붙어) 쓸려 가지 않는 게 최고”라고 털어놓았다. 업무에 동기 부여가 안 되다 보니 무리하게 ‘정책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복지부동도 역력하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료는 “(정책이) 번번이 당이나 청와대에 막히다 보니 일할 맛이 안 난다”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는 지금 (벌여 놓은) 일이나 마무리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보건복지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공무원은 “(정책) 집행권과 결정권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요즘 절감한다”면서 “여당 압력에 엿새 만에 (건보료 개편 재추진으로) 말을 바꾸다 보니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자괴감과 무력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증세·복지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다른 부처는 공무원 조직 전체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말정산 파문과 증세 논란 등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한다고 하지만 요즘 공무원은 그냥 여론과 윗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힘 없는 을(乙)”이라고 토로했다. ●“정책 혼선·어설픈 대책 자업자득” 지적도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책 혼선과 어설픈 대응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당사자가 바로 정부 관료들이라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정치적 판단을 우선하는 의회 권력이 점점 세지는 반면 공무원 조직은 행정적 뒷받침만 해 주면 되는 것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목소리가 커지면 정책이 ‘표퓰리즘’(표+포퓰리즘)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부처의 공무원은 “10년 전 정부와 국회의 주도권이 7대3이었다면 지금은 3대7도 안 된다”면서 “관료들이 영혼이 없다거나 책임을 안 지려 한다기보다는 이제 사회 흐름이 ‘옳은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으로 옮겨 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삐걱거리는 당정] 野 “靑 개입 해명” 與 “책임지고 사퇴하라” 문 복지 “靑과 협의 했지만 지시는 없어”

    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백지화 논란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극심했던 정책 혼선을 놓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문 장관에 대한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 야당에서는 문 장관이 개편안 연기 발표 직전에 청와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청와대 배후설’까지 나왔지만 문 장관은 개편안 발표 연기는 본인의 독자적 결정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보료 백지화 발표 이후 모든 언론이 청와대 개입을 얘기했다”며 배후설을 꺼냈다. 김 의원은 지난달 문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나서 ‘백지화가 아니다’라며 해명한 것을 두고 “장관이 결정한 것을 두고 왜 청와대 대변인이 해명하나. 청와대가 개입했으니 해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남윤인순 의원도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인데 장관이 혼자 (백지화를) 말했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단독 결정했다니 믿을 수 없다. 그러면 책임지고 그만둬야 한다”고 문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국정 과제를 장관 혼자서 백지화 결정을 했다면 그건 항명”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문 장관은 “청와대와 협의는 항상하지만 지시는 없었다”며 “개편안 연기 결정은 (청와대와) 논의하지 않았다. 제가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또 개편안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았느냐는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에 대해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최원형 고용복지)수석은 자리에 없어 만나지 않았다”며 “비서관을 만나 2월 6일 열리는 저출산 고령사회 토론 행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문 장관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날카로운 질책이 연달아 나왔다.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건보료 백지화 논란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부 개각을 한다는데 정책 혼선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문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에 문 장관은 “사퇴 문제는 인사권자가 결정할 사안”이라고만 답했다. 당정 간 정책 협조가 잘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 내부에서조차 피드백을 받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가계 稅부담 증가율 소득 증가율의 2배

    가계 稅부담 증가율 소득 증가율의 2배

    가계의 세금 부담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1만 4334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16만 4369원)보다 3.6%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의 월평균 조세 지출액은 15만 4276원으로 전년 동기(14만 5670원)보다 8606원(5.9%) 증가했다. 조세 지출은 근로소득세·재산세·사업소득세 등 가계에 부과되는 직접세인 ‘경상조세’와 부동산세·자동차 취득세 등을 아우르는 ‘비경상조세’를 합친 것이다. 가계가 물건을 사고 음식을 사 먹을 때 내는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 간접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로 가구가 부담하는 세금은 가계지출 통계에 잡히는 액수보다 더 많다. 이를 감안하면 가계의 세금 부담 증가율은 소득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의 조세 지출 증가율은 2010년부터 5년 연속 소득보다 더 높았다. 2010년 가계 소득이 5.8%(전년 대비) 늘어날 때 조세 지출액은 11.5% 증가했다. 양측의 격차는 5.7% 포인트였다. 이후 조세 지출액 증가율은 가계소득보다 2011년 3.1% 포인트, 2012년 2.4% 포인트, 2013년 0.7% 포인트 높았다. 좁혀지는 듯했던 격차는 지난해 1∼3분기에 다시 2.3% 포인트로 벌어졌다. 2003년만 해도 월평균 7만 1129원이었던 가계의 세금 부담은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 소득은 1.6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금뿐 아니라 연금과 사회보장 지출도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월평균 연금 지출은 12만 144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했다. 건강보험료와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액도 11만 5213원으로 7.2% 늘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이완구 총리 후보자 10일부터 청문회 ‘의혹과 해명’

    이완구 총리 후보자 10일부터 청문회 ‘의혹과 해명’

    10~11일 열리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사령탑에 오른 문재인 신임 당 대표가 “강도 높게 청문회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적극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여야 정국 대응의 첫 시험대가 될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정리한다. ●‘언론 외압’ 논란 우선 지난 6일 KBS가 공개한 녹취록에 담긴 ‘언론 외압’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녹취록에는 이 후보자가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저 패널부터 막아 그랬더니 빼더라고”(보도 통제), “윗사람과 다 관계가 있다. 지가 죽는 것도 몰라”(인사 개입)와 같은 발언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해명했다. ●차남 소유 땅 투기 의혹 2001년 이 후보자의 장인, 장모가 2억 6000만원에 사들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토지의 가격이 10년 사이에 후보자 부인을 거쳐 차남에게 다시 증여되면서 최근 20억원을 웃돌아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당시 실거래가(7억 5600만원)와 현 공시지가(21억 5000만원)의 차이를 들어 ‘투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타워팰리스 다운계약서 의혹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이 후보자는 2003년 2월 국회 사무처가 발행한 관보를 통해 159.43㎡(약 48평) 규모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6억 2000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실거래가인 10억원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의심된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자 측은 “공직자 재산 신고 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차남 건강보험료 미납 홍콩의 미국계 로펌에서 일하며 3년간 연봉(추산) 2억 3000만원을 받은 이 후보자의 차남이 건강보험료 약 2400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를 주장한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차남은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아버지 이 후보자 또는 형의 ‘지역가구원’으로 등록해 건강보험료 납부를 회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 회피 논란 이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병역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도 인사청문회의 쟁점이 될 듯하다. 최근 공개된 병무청 기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71년 첫 신검에서 ‘갑종’(현재의 1급) 현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고시 합격 뒤인 1975년에도 재검을 요구해 1을종(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이에 또 이의를 제기, ‘3을종’(4급) 보충역 판정을 받게 되는데 야당은 여러 차례 재검을 신청해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은 것 자체가 특혜라는 입장이다. ●황제 특강 및 삼청교육대 참여 논란 이 후보자는 우송대 석좌교수 재직 시절 ‘황제특강’ 논란에도 휩싸였다. 1년 4개월간 우송대에서 6차례 특강을 하며 수령한 금액이 5968만 4000원으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 측은 “특강 외에도 추가 활동이 있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삼청교육대 활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가장 하위직인 실무행정요원이었을 뿐”이라며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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