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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런 버핏 “적정 주가 측정하는 유일한 수단은 ‘이것’”

    워런 버핏 “적정 주가 측정하는 유일한 수단은 ‘이것’”

    GDP 대비 시총 비율…코스피 100% 넘어70~80%이면 저평가, 100% 넘으면 ‘거품’증권사 전망은 달라…“올해 ‘삼천피’ 간다”코스피의 ‘버핏지수’가 사상 처음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버핏지수는 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뜻한다. 버핏지수가 100%를 넘으면 보통 거품이 낀 장으로 평가한다. 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 GDP(국제통화기금 전망치 기준)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12월 30일 종가 기준)의 비율은 104.2%였다. 사상 최고치다. 코스피는 폐장일인 지난 30일 역사상 가장 높은 2973.47을 찍었다. 코스피 시총은 지난달 11일 처음 명목 GDP(IMF 전망치 기준 1900조원)를 넘어섰고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폐장일에는 1980조 5000억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특히 코스피에서 가장 돈이 몰린 종목인 삼성전자의 시총은 약 483조 6000억원으로 1년 새 150조원 이상 불었다. 반면 지난해 명목 GDP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전년(1919조원)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버핏지수를 높였다. 버핏지수가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94.5%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100%를 넘긴 적은 없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까지 포괄한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은 2366조 1000억원으로 GDP 대비 124.5%에 달했다. 버핏지수는 증시가 역사적 평균 대비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잘 사용된다. 세계적 가치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적정한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단일 척도”라고 평가했다. 보통 버핏지수가 70~80% 수준이면 증시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100% 넘으면 거품이 낀 것으로 해석한다.역대급 버핏지수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우선 버핏지수가 높다는 건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비교해 주가에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돼 괴리가 커졌다는 뜻이어서 우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버핏 지수는 증시를 평가하는 여러 참고지표의 하나일 뿐 현시점에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 등 다른 증시는 버핏 지수가 훨씬 높은 상황이라는 점도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 없다는 주장의 근거다. 고평가 논란이 무색하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삼천피’(코스피 3000) 달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예측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5개 증권사는 내년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 하단으로 2260∼2650으로 잡았고, 상단으로는 2830∼3300을 각각 제시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만질 수 없음을 만지는 언어:촉각의 소노그래피/전승민

    문학의 칼 칼날과 포옹할 수 있을까? 한강에게 언어는 세계와 자신을 가르는 칼이다. 언어는 전체 의미 중에서 표현 가능한 부분만을 잘라 기표에 담으므로 진실은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왜곡된다. 그래서 문학 하는 이들에게 언어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고통이다. 문학의 괴로움은 그것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비-진실해지는 이 운명에서 비롯한다. 현실의 경험을 기표로 쪼개어 재조합하는 언어로는 그 어떤 실재에도 완벽히 다다를 수 없다. 현실을 조각내지 않는 언어는 과연 가능할까?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문학동네·2011)은 진실을 조각내는 언어의 칼금과 대결하며 날것 그대로의 진실을 포착하려 한다. 그것은 현실을 분절하는 한계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현실을 가장 훼손하지 않는 순수한 상태의 언어에 의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언어가 언어이기를 포기할 때 획득되기에 순수를 추구할수록 더욱 비-순수해지는 역설 속에 있다. 그 ‘순수’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사람에게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은 어떤 인과나 합리적 추론으로 증명되는 참인 명제가 아니라 오직 몸으로 살아낼 때만 느끼는 힘의 압력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남자와 여자는 이 거대한 진실을 유한한 인간의 몸뚱이로 견디는 사람들이다. 남자의 진실은 영원한 실명, 여자의 진실은 계속되는 실어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실과 고통은 보상이나 처벌의 체계에서 비롯하지 않으며 당위나 인과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각자의 진실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영원히 실패한다. 예정된 실패의 운명 속에서 ‘희랍어 시간’이 길어 올리는 물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삶을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가이다. 이 궁극의 물음에 대해 소설은 질문으로 되돌아가 그것을 파괴하는 재귀적인 답을 제시한다. 삶이 인간에게 들이미는 통각은 소거되어야 할 병증이 아니라 그가 살아 있음을 감각하게 하는 생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한강의 소설은 인물의 아픔에 관한 원인을 굴착하기보다 그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 통과한다. 서사는 플롯의 인과와 시간의 합리적 흐름에 복무하지 않고 다만 고통의 양태와 통각을 소슬히 응시하기 위해 흐른다. 그래서 ‘희랍어 시간’에서의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고 소설의 언어 역시 일반의 언어로부터 탈구되어 있다. 요컨대 한강은 인간과 문학이 삶에 대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질문, 그러나 ‘왜’로 시작할 수밖에 없으므로 언제나 오류일 수밖에 없는 어떤 질문과 대결한다.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105쪽) 신성의 잠재태로서의 고통 ‘희랍어 시간’의 시간은 환(環)으로 흐른다.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26쪽) 소설에서 읊어지는 보르헤스의 말처럼 첫 번째 장은 ‘1’에서 시작해 21번째 장까지 진행된 후 마지막 장에서 ‘0’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1에서 0을 향해 구부러지는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삶이 전생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전사(前史)는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2013)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1) 남자와 여자는 ‘해부극장’ 연작에 나오는 백골의 전생이며, 백골의 고통은 곧 여자가 느끼는 통증이다. 그것은 말의 소리가 신체의 발음 기관을 경유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갈 때 발생하는 비릿하고 붉은 통각이다.2) 세 치의 혀와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 헐거운 말들, 미끄러지며 긋고 찌르는 말들, 쇳냄새가 나는 말들이 그녀의 입속에 가득 찼다. 조각난 면도날처럼 우수수 뱉어지기 전에, 막 뱉으려 하는 자신을 먼저 찔렀다.(‘희랍어 시간’·165쪽) 여자의 고통이 언어가 파열될 때 발생한다면 남자의 고통은 반대로 무언가가 덩어리로 뭉개질 때 발생한다. 완전히 실명하게 되리라 진단받은 마흔을 목전에 두고, 그는 마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것처럼 16년간의 독일 생활을 접고 모국으로 돌아온다. 사물과 풍경의 날카로운 경계는 그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진다. 그는 실명 이후의 삶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남자의 삶 역시 독일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으로 분절되어 있으므로(“그때 내 인생은 거의 정확히 절반씩 두 언어, 두 문화로 쪼개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40쪽) ‘희랍어 시간’은 여자와 남자가 공유하는 고통 그 배면의 시간이다. 여자는 두 번째로 찾아온 실어 증상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강의를 신청하고, 남자는 자신을 둘로 쪼개는 힘을 피해 “수천 년 전에 죽은 언어 (…) 마치 고요하고 안전한 방”(119쪽)과 같은 희랍어 속으로 숨어든다. 이 공통의 시간 너머에 있는 그들의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 백골들이 그러하듯 그들의 아픔은 단지 붉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성에서 비롯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파야만 하는 것이다. 까닭 없이 고통받는 인간은 신을 찾아 헤맨다.3) 소설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남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고해는 세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다. 가장 먼저 발송되는 편지는 독일에서 살던 시절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사과문이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장애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녀를 욕망한다.(“우리는 언젠가 함께 살게 될 것이고, 나는 눈이 멀 것이라고. 내가 보지 못하게 될 때, 그때는 말이 필요할 거라고.” 47쪽) 그는 “백치처럼 순진하게”(47쪽) 그녀에게 독순술 수업에서 배운 대로 말을 해 보라고 요청한다. 남자는 그녀의 청각장애를 자신의 예정된 실명과 동등하게 고려하지 못한다. 그녀의 독순술이 그의 ‘결핍’을 보충하는 자질이 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누군가의 언어 행위는 그의 자발적 선택과 의지에 의한 것이지 다른 이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언어는 강요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품는 모든 욕망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당화되고 그것이 그녀에게도 좋은 것이라 ‘백치처럼’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녀는 사과하는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세계를 두 눈으로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타인의 고통을 왜곡되지 않은 상(像)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사물을 보는 눈과 인간의 고통을 보는 눈은 다르다. 한편으로, 인간이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것은 그 또한 다른 인간으로부터 상처받을 수 있음을 내포한다. 두 번째 편지의 수신인은 여동생 란이다. 그는 여동생에게, 앞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될 그의 운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똑같은 병을 앓았던 아버지였음을 말한다. 그의 시력 상실은 부계 유전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어스름이 정말 완전한 밤으로 이어지는지”(82쪽)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으나 아버지는 자신과 똑같은 아들을 끝까지 멀리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에 결국 실패하면서 삶으로부터의 자기 소외 속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삶의 빛 속으로 한 발짝도 걸어 나가지 못했던 셈이다. 이제, 앞서 소설이 던진 유일한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도착한다. 인간이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영혼 안에 어리석고 나쁜 것과 함께 어떤 좋음 또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을 감각하고 수용하는 능력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새’는 그것의 체현물이며(“그의 얼굴 속에 새 같은 무엇인가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따스한 감각이 그녀에게 즉각적인 고통을 일깨운다는 것을 곧 깨닫는다.” 147쪽) 개별 존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다.(“새 같은 무엇인가가 문득 육체를 떠났고, 그 육체는 더이상 어머니가 아니었다.” 145쪽) 말하자면 새는 인간이 생의 통각에 반응하는 마음의 일부로서 육체와 정신을 이어 준다. 새를 통해 인간은 육체의 통증을 실존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뒤에서 논의되겠지만, 인간은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새’로 인해 자기 파멸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를 두고 인간이 각자 품고 있는 어떤 신성(神性)의 잠재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유한자로서의 운명에 함몰되지 않고 ‘인간적이지 않은’ 차원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그 무엇은 분명 신성하다. 요컨대 인간은 선험적인 신성을 배태하므로 고통받는다. 여자는 특히 이 신성의 언어적 측면이 육화된 존재다. 문자가 소리로 변할 때 언어가 겪는 분절의 고통을 그녀는 자기 몸의 통증으로 겪는다. 심장과 혀를 경유하여 귀로 도달하는 모든 파열하는 소리는 여자에게 폭력이다. 그래서 실어증은 파괴하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다. 침묵은 그녀를 에워싸고 보호한다. 실어의 원인은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55쪽)다. 여자는 언어의 신성 그 자체이지만 이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녀 역시 구원을 바란다. 어머니가 뱃속의 그녀를 지우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 속 무언가의 실존이 얼마나 연약하고 위태로운 우연에 기대고 있는지 아는 그녀는, 그래서 무언가의 존재를 위협하거나 변형시키는 힘에 대해 온몸으로 대항한다. 그녀에게 폭력은, 어떤 존재를 그것의 고유한 자리로부터 박탈시키는 모든 종류의 유형력이다. 목소리 역시 그러하다. 음성은 공간을 점유하면서 다른 존재들을 밀어낸다.(“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51쪽) 여자에게 말은 육체적인 고통이다. 그러므로 실어는 존재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통을 온몸으로 견디는 사랑의 행위-신의 사랑이다. 그녀는 말하지 않는 대신 언어를 시선으로 번역한다. “신은 보는 존재이거나, 시선 그 자체인 건가요?”(104쪽)라는 대학원생의 물음은 반쯤 정답을 향해 있다. 타인의 고통을 무참히 다룬 죄를 고해하고 받은 상처를 토로하던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남자가 찾던 신의 모습은 여자의 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 그는 과연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신과 인간의 소노그래피 그녀가 희랍어로 힘겹게 써 내려가는 시는 마치 예수가 부활하기 전 무덤 속에서 썼으리라 짐작되는 것이다. 한 여자가 땅에 누워 있다. 목구멍에 눈(雪) 눈두덩에 흙. (64쪽) 차가운 무덤 속에 묻힌 신의 눈에는 흙이 있고, 입과 목은 차가운 눈으로 막혀 있다. 그녀는, 신은 말할 수 없다. 무덤 안은 남자와 여자가 발 딛고 있는 현실 세계다. 카타콤베 묘지에 갔던 남자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러분, 왜 관 속에 유골이 없을까요? (…) 박물관에 가져다놓은 거 아니에요? (…) 누군가가 훔쳐갔나요? (…) 다아 여기 있습니다. (…) 관 속에 보이는 흙을 분석하면 칼슘과 인 성분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천 년이 흐르면, 사람의 뼈가 삭아서 이런 흙이 되는 겁니다.(153쪽) 백골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남자는 자신이 곧 그 백골이라는 것을 안다.(“수천 구의 육체들이 뼈까지 깨끗이 삭아버린 거대한 무덤 속에, 그토록 따뜻한 몸을 가진 우리가 모여 있었다는 게.” 155쪽) 그는 구토감을 느낀다. 온몸에 묻은 죽음의 흙냄새와 어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여자에게 고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이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마치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 채 그가 정원지기인 줄로만 알고 예수의 시신이 어디에 있느냐 묻는 막달라 마리아와 같다.(요한복음 20:15) 그는 앞으로 펼쳐질 영원한 어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신에게 거듭 질문한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 말, 거기서 듣고 있나요?(161쪽) 두 사람의 과거로 구부러졌다 돌아오곤 하던 현재는, 남자와 여자가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하게 되는 배타적인 둘만의 시간, 즉 17장부터 21장까지의 시간 동안 직선으로 그러나 더 천천히 흐른다. 건물 안으로 날아온 새를 구하려던 남자는 발을 헛디뎌 안경을 깨뜨리고 강의실로 돌아가지 못한다. 밖으로 나온 여자가 남자의 소리를 듣고 그에게로 향한다. 그런데 그녀가 그에게로 다가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녀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밖으로 나간다. 빈자리들이 이상한 통각을 띠고 그녀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아보았다. 그녀의 시간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어긋난 것 같았다.(160쪽) 남자의 시간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는 점점 흐릿해지는 자신의 시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잘 보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소리가 잘 들릴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감각되는 것은 시간입니다. 거대한 물질의 느리고 가혹한 흐름 같은 시간이 시시각각 내 몸을 통과하는 감각에 나는 서서히 압도됩니다.(39쪽) 두 사람의 대화는 남자의 빈자리가 발생시키는 시간의 진동을 여자가 감지하면서 시작된다. 이 시간의 감각은 파동의 형태로 전달된다. 남자는 여자의 구두 소리를 듣고 난간을 주먹으로 두드려 자신이 있음을 알린다.(“듣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 진동은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133쪽) 여자가 ‘들은’ 것은 귀로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녀의 몸 전체, 피부 세포에 닿아 그것들을 흔드는 진동이다. 그들의 대화는 시신경에 의한 시선도, 청신경에 의한 소리를 통해서도 아닌 바로 이 촉각의 소노그래피(sonography)를 통해 이루어진다.4) 시인이 존재들에게 엑스선을 투과시켜 백골들의 영상을 얻어낸다면(“검푸른 뢴트겐 사진에 담긴 나는/그리 키가 크지 않은 해골” ‘해부극장 2’) 소설 ‘희랍어 시간’에서는 소노그래피를 통해 육체의 말랑한 조직들, 피부나 혀, 심장에서 반향된 영상을 보여 준다. 엑스선은 말랑한 것들을 찍을 수 없고 초음파는 뼈를 투과할 수 없다. 통증은 말랑하고 붉은 것의 감각이다. 뼈에는 통각 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뼈가 육신을 가졌을 적의 고통의 서사다. 소노그래피의 언어는 존재 자체가 내뿜는 파동이므로 소리로 쪼개지지 않는 언어다. 이것 역시 몸으로부터 유래하지만 “폐와 목구멍과 혀와 입술을 움직여, 공기를 흔들어 상대에게 날아”(55쪽) 가는 목소리가 갖는 폭력성은 없다. 여자가 말 대신 택한 시선의 언어 역시 그런 점에서 비육체적이다.(“시선만큼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접촉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느꼈다. 접촉하지 않으면서 접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55쪽) 이때 접촉의 감각은 시각이나 청각이 배제된 상태의 대리보충, 즉 실제 피부의 감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5) 소노그래피의 촉각은 오감의 유무와 관계없이 존재가 뿜어내는 살아 있음의 파동, 즉 여자가 말한 ‘시간’의 감각이다. 한강은 특유의 독특한 문체로 두 인물 사이에 반향되는 소노그래피를 형상화한다. ‘희랍어 시간’에는 큰따옴표나 작은따옴표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뜻 자유간접화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유간접화법은 문장 안에서 형식적 서술자와 서술 내용이 담는 의식의 주인을 불일치시키며 서술자보다 인물을 부조한다. 그러나 한강의 문장에서 3인칭 화자는 남자와 여자의 의식 이면으로 유보되지 않는다. 따옴표 없이 곧장 전해지는 말은 인물의 목소리를 3인칭 서술자와 동일한 층위에 위치시키며 그들 간의 위계를 무너뜨린다. 모든 소리는 세계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자기 안으로 시를 틈입시킨다. 인용부호에 의해 절단되지 않는 하나의 커다란 말뭉치(corpus)를 만들어 내는 서술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3인칭 서술자 각각의 인격을 부각한다.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는 한 공간-소설 안에서 인물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시가 되고 그들의 모든 말은 행과 연의 형식으로 배열된다. ‘희랍어 시간’은 세 인격의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소리 풍경(soundscape)이다.6) 그녀는 그의 말을 똑똑히 듣고 있다. (…) 그녀는 그를 똑똑히 보고 있다. (…) 그늘진 그의 얼굴을, 그녀는 지금 온 힘을 다해 건너다보고 있다.(169쪽) 촉각의 소노그래피가 만드는 소리 풍경 안에서 듣는 일은 곧 보는 일이며, 보는 일은 곧 듣는 일, 존재의 파동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일이다. 진동은 소리가 글자로 박제되는 것과 달리 발생하고 감각되는 즉시 사라진다.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지는 소노그래피는 존재를 파열시키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다만 투명하게 통과한다. 모든 인물의 말이 인용부호 없이 제시되지만 특히 여자의 목소리는 서사 세계 안에서도 음성화되지 않는 가장 시적인 목소리다. 여자의 문장들은 기울어지면서 남자의 목소리와 구분된다.7) 19장 ‘어둠 속의 대화’ 후반부에는 이렇게 목소리가 뒤섞이면서 두 사람의 파동이 중첩되는 대목이 있다.8) 서사 표층에서 실제로 발화되는 음성은 남자의 목소리뿐이므로 소노그래피가 아니라 일반적인 감각으로 읽어낼 경우, 소설은 오직 남자의 독백으로만 가득 찬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의 대화는 각자가 소환하는 기억의 단위들로 교환되며 소리가 아닌 언어, 파동의 접면들이 교차하며 이루어진다.(“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핏자국이 덧씌워진다.” 155쪽) 언어의 칼금을 막아내기 위해 언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소설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서로 겹치며 일으키는 간섭을 현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화해할 수 없었다.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이 모든 곳에 있었다. (…) 독한 취기 같은 피로가 그녀의 의식을 둔하게 만든다. 그의 목소리가 마치 꿈인 것처럼, 아주 먼 곳에서부터 토막토막 끊긴 채 울려온다.(166쪽) 여자의 파동은 남자에게로 전해진다.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응시하려 애쓴다. 초점 없는 그의 눈을 또렷이 마주 보려 애쓴다.(167쪽) 여기서 남자의 응답은 여자의 파동과 똑같은 기울임체로 발화된다. 두 존재가 고막을 통해 소리를 교환하지 않고도, 살을 맞대지 않고도 그 무엇보다 깊은 층위에서 교감하는 장면이다.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과거로 여러 통의 편지를 쓰던 인간은 신의 고통 안에서 그와 함께 현재적으로 공명한다. 이 장면에서 남자의 목소리는 여자의 그것으로 중첩되며 같은 기울임체로 서술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남자의 그것으로, 다시 말해 기울어진 목소리가 평평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여자는 신성의 체현자이기 때문이다.(“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그런 침묵을 본 건 처음이었어.” 78쪽) 구원의 빛이 침묵의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온다. 나를 만지지 마라 이제, 소설의 질문에 대한 두 번째 답이 제시된다. 인간의 혼이 파괴되지 않는 이유는 고통을 감각하는 신성이 서로에게 중간태인 동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대 희랍어에는 수동태와 능동태가 아닌 제3의 태, 중간태가 있다.(18쪽) 중간태는 어떤 행위가 주어에 재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대상에게 했던 행위가 다시 주체로 돌아오는 이 재귀적 운동은 소노그래피의 언어가 보이는 양태다. 소노그래피의 방식은 그 자체로 중간태적 추론이다. 그는 대상에게로 뻗어 나간 자기 파동의 반향을 소노그램으로 읽어 낸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의 원인을 축자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일이다. 아무리 유사한 경험을 하더라도 고통은 결코 동일한 정도로 감각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의 아버지는 남자와 같은 유전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이미 잃은 사람,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이었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동일한 조건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주파수를 오롯이 피부로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타인의 삶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그의 삶을 추체험하는 일이다. 가령, 남자가 곧 실명하리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불투명한 비닐봉지를 자기 눈에 갖다 대며 “이건 소파고 이건 책장이야. (…) 이렇게 걸어도 안 넘어질 수 있어.”(146쪽)라며 일부러 왔다 갔다 하던 여동생처럼 말이다. 동생은 오빠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닥칠 ‘어둠’이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을 거라는”(147쪽) 위로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은 내가 영영 닿을 수 없는 점근선의 영역이다. 반면 마지막 고해, 요아힘과의 이야기는 남자 역시 언어의 육체성이 자아내는 폭력을 경험했음을 들려준다. 그 폭력은 곧 타인의 고통을 주체의 자기동일성 안으로 포획하여 해석해 버리는 일이다. 요아힘은 남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욕망을 타인과 자신의 고통 안에서 어떻게 겹쳐 두어야 하는지 모르므로 남자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그는 고통의 완전한 극복과 단절을 믿는다. 시한부 선고의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병실의 벤젠 냄새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10쪽) 말하는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꼭 같은 경험을 몸의 기록으로 가져야 한다고 확신한다. 어둠과 죽음의 병실을 물리친 그에게 생의 감각은 생동하는 육체의 폭발적인 감각, 물컹하고 뜨거운 것이다. 요아힘은 여자에게는 고통이었던 육체적인 것과의 접촉을 갈망한다. 남자가 어둠을 품은 이라면 요아힘은 빛의 질서를 품은 이다. 남자가 비논리와 모순을 껴안는 문학을 사랑한다면 요아힘은 사고를 명징하게 자르는 철학을 사랑한다.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났다고 믿는 이의 강한 확신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누구보다도 눈을 멀게 만든다. 자신이라면 완전한 어둠이 다가올 그때를 위해 점자를 배워 두겠다는 철학자의 명랑한 조언은 남자의 신앙인 소멸의 이데아를 산산조각 낸다. 다시 한번, ‘백치처럼’ 순진한 이 조언은 남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아힘에게 그것은 단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소멸의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야… 그건 깨끗하고 선하고 숭고한 소멸 아닐까? 그러니까, 소멸하는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깨끗하게, 아름답게, 완전하게,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진눈깨비 아닐까?(118쪽) 이것 봐. 죽음과 소멸은 처음부터 이데아와 방향이 다른 거야. 녹아서 진창이 되는 진눈깨비는 처음부터 이데아를 가질 수 없는 거야.(118쪽) 빛이 소멸한 세계에서 앞으로의 생을 계속해야 하는 남자에게 요아힘의 논증, 어둠 속에는 좋음의 이데아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반박은 그의 마지막 희망을 꺼트린다.(“네 말을 들은 순간, 덧없는 전 세계가 빛을 잃었지.” 118쪽) 그래서, 점자를 통해 남자와 진정으로 닿기를 바라던 요아힘의 욕망은 언어의 폭력적인 육체성과 실상 같은 것이다. 남자는 요아힘으로부터 깨닫는다. 자신이 독일에서 여자에게 던진 사랑의 말, 너는 나의 목소리가 필요할 테니 같이 살게 될 것이라는 그 고백이 폭력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받은 상처로부터 타인에게 준 상처를 깨달은 마리아는 이제 눈앞에 현전한 예수ㅡ언어의 육신을 본다. 신과 인간의 목소리는 구별되지 않고 한데 뒤섞인다. 남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의 파편들,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희랍어 시간의 여자 그 자체다. 그녀의 이름은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100쪽)이다. 고통받는 두 인간의 신성은 한데 섞이고 소노그래피는 중첩된다. 말할 수 없는 이와 볼 수 없는 이의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해는 공통원소 없는 그 존재들의 배면에서 투명한 파동을 통해 전해진다. 파동은 한 곳으로 수렴하지 않고 서로의 몸 안을 투과하며 지나간다. 이제, 신은 요아힘과는 다른 ‘접촉’의 방식으로 남자를 구원하고 눈으로 목이 막혔던 그녀 역시 그 구원으로 인해 부활한다. 따로따로 제시되던 목소리는 한 연으로 묶이면서 말을 주고받는 직접적인 대화의 국면에 도달한다. 1인칭 단수 화자들은 ‘우리’를 직감한다. 어두운 초록색 흑판에 백묵으로 문장을 쓸 때 나는 공포를 느껴요. (…) 태연하게 내 혀와 이와 목구멍으로 발음된 모 음운들에 공포를 느껴요.(167쪽) 구원은 끝없이 멀어지는 존재가 내 안으로 들이닥쳐옴을 느낄 때 일어난다. 부활한 예수는 마리아에게 “나를 만지지 마라”(Noli me tangere)는 말을 남기며 떠나간다.(요한복음 20:17) 멀어지는 자신을 붙잡지 말라는 이 말은 타자를 주체의 자기동일성 안으로 납치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타자를 몇 번이고 무한히 떠나보냄으로써 그의 존재를 부조하라는 율법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를 부축해 그의 집까지 데리고 온 여자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손바닥에 쓴다. 그녀가 그에게 최초로 대답한 말은 떠난다는 말이다. 첫 버스를 타고 갈게요.(171쪽) 두 사람이 가장 가까워지는 이 접촉은 소설이 시종일관 지양해 온 폭력적인 접촉과 다르다. ‘어둠 속 대화’의 절정 이후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두 몸의 접촉 이후 다만 ‘모른다’는 진실의 무자비한 범람만이 남자를 압도한다.(“심장과 심장을 맞댄 채 여전히 그는 그녀를 모른다.” 183쪽) 그가 그녀를 안자마자 뒤이어 열네 번의 ‘모른다’가 연속해서 등장한다. 그래서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출 때까지도 둘의 접촉은 항구적인 비접촉이 되는 것이다. 강력하게 현전하는 단 하나의 진실은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184쪽)나는 ‘시간’이다. 마리아는 이제 떠남 속에서 빛이 아닌 어둠을 본다. 이때의 ‘봄’은 시각과 무관하게 생의 파동을 온몸으로 수용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예수의 부활은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적을 의미하지 않는다.9) 그것은 죽음 안에서 떠나가는 생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구원은 영생이 아니라 떠나감의 현전 안에서 일어난다. 보르헤스가 말한 시간-존재를 태우는 불(122쪽)이 여자와 남자를 통과하고 나면 새는 날아가고 백골만이 남는다. 개별 존재의 신성이 육신 속에서 체현된 것이 새라면 죽음 이후부터 그 신성은 뼈들이다. 플라톤이 말했듯 진실에 대한 앎은 전생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그것을 다만 상기할 뿐이다. 전생의 기억은 시로 돌아온다. 그때 우리는 바다 아래의 숲에 나란히 누워 있었어요. 빛도 소리도 그곳에는 없었지요. (…) 마침내 당신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낼 때까지, 입술 사이로 둥글고 가냘픈 물거품이 새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곳에 누워 있었어요.(185~186쪽, 21장 ‘심해의 숲’) ‘심해의 숲’의 다른 이름은 ‘해부극장 3’으로 부활 이후 무덤가에 나란히 누운 여자와 남자의 그림이다.10) 죽었던 신과 고통받는 인간이 함께 나란히 누울 수 있다면, 인간의 신성은 더는 논증이 불필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인간의 혼이 파괴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의 신성과 달리 인간의 신성은 죽음으로부터 몸을 ‘일으켜’ 고통을 내려다보는 일이 아니라 다만 죽음 안에서 옆에 누운 다른 이의 뼈를 쓰다듬는 일이다.11) 구원을 바라던 신은 부활하여 드디어 입술을 연다. 시종일관 남자의 목소리를 사용하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0’에서 오직 한 번 여자의 목소리로 발화한다. 현전하는 이 말씀, 로고스는 음성도 문자도 아니다. 그것은 그 무엇도 파괴하고 밀어내지 않는 언어, 촉각으로 전해지는 파동의 말씀이다. 남자와 여자는, 우리는, 그리고 인간은 영원히 어긋나는 방식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결국, 구원의 반증은 ‘우리’라는 단어다. 그래서 소설은 ‘0’의 끝에서 다시 ‘1’로 돌아간다. 신은 말한다. 에모스, 에메테로스. 나의, 우리들의.(10쪽) 역설의 구원 한강의 문학에서 시간은 정말로 환(環)처럼 흐른다. 그러므로 ‘희랍어 시간’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읽은 이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는 눈사람이다.(‘작별’12)) 언 몸이 진눈깨비로 흩날리며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다. 눈사람은 남자가 갈망하던 소멸의 이데아의 현현이면서 새와 백골의 중간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가장 많은 것을 안다. 그는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몸 안의 심장을 얼리는 한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피와 살과 내장과 근육이 있는 몸을 다시 갖고 싶지 않”(150쪽)다고 확신한다. 아이와 애인과 가족과 작별하며 그가 마주하는 최후의 질문은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150쪽)이다. 이는 ‘희랍어 시간’이 던지는 질문과 같은 물음이다. “사는 일이 거대한 장례식일 뿐이라면/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13)는 물음이다. 그리고 그 최후까지 남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눈(雪)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소멸하는 것처럼 한강의 인물들은 사랑할수록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바로 그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서로의 “진동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투명한 접지”(‘작별’, 133쪽)가 된다. 나와 당신은 같아질 수 없으므로, 당신은 언제나 나를 떠나는 중이므로 나는 당신과 연결된다. 눈사람은 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실체는 다만 촉각의 소노그래피뿐이며 그것은 “변함없이 진동하며 두 사람 사이에 고요히 걸쳐져 있”(134쪽)음을 안다. 그리고 이 파동을 타고 전해지는 “무색무취인 데다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고요함이어서 거의 인간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134쪽)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은 강렬한 접촉이 아니라 다만 끝없이 멀어지는 ‘사이’에서 전해진다. 언어는 이때 비로소 완전한 순수에 도달한다. 의미는 분할되거나 상실되지 않는다. 따옴표로 분절되지 않는 목소리들이 행과 연을 만들면서 소설 속에 시를 쓴다. 그것은 인간을 구원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죽음 안에서 삶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 ‘작별’과 ‘희랍어 시간’의 마지막 장면이 모두 두 존재의 입맞춤으로 끝나는 것은 붉은 혀와 입술이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지만 또한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는 뜻일 테다. 우리는 서로를 만지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진실을 감각한다. 나의 파동이 쓰다듬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살이 아니라 다만 당신의 뼈, 시간의 불에 타고 남은 마지막 눈의 결정이다. 내가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기에 당신은 나를 구원한다. --------------------------------------------------------------------------------------------- 1) 시집의 해설을 쓴 비평가 역시 한강의 시들은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의 화자들을 ‘희랍어 시간’ 속 남자와 여자로 잠시 연결하며, ‘희랍어’를 “순수한 언어의 능력에 집중하는 소설”이라 평한 바 있다. 조연정, 해설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142~143쪽. 2)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구불구불 휘어진 혀가/ 내 입천장에/ 매끄러운 이의 뒷면에/ 닿을 때//(…)// 나에게 붉은 것이 있다,라고/ 견디며 말한다” 한강, ‘해부극장 2’, 한강, 위의 책. 3) “진심이야./ 후회하고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 한강, 위의 글. 4) 소노그래피는 초음파를 이용해 시각 영상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5) 양현진은 실명과 실어가 몸짓, 촉각에 의한 소통에 주목하게 한다고 본다. 그러나 피부의 직접적인 접촉과 몸짓만을 대화로 보는 것은 국소적인 독해다. 소설에서 시각과 청각이 배제될 때 도드라지는 것은 시간, 즉 파동의 흐름이다. 양현진, ‘한강 소설의 촉각적 세계 인식과 소통의 감수성’, ‘한국문학이론과비평’, 70집, 한국문학이론과비평학회, 2016. 6) 사운드스케이프는 여러 가지 소리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듣는 영상’으로 단지 소리가 만드는 공간적 환경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지각하는 청취자의 지각 속에서 그려지는 풍경이다. 7) 한강은 대상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기울임체를 사용한다. 시집에 수록된 ‘해부극장 2’의 백골과 ‘조용한 날들 2’에 등장하는 달팽이의 목소리가 그렇게 나타난다. “(건드리지 말아요) (…)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8) 서로 다른 두 개의 물질이 동일한 시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파동은 동일한 공간에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두 파동이 동일한 지점에서 교차할 때 일으키는 상호작용을 파동의 중첩 현상이라 한다. 9)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믿는 게 아니라, 죽음 앞에서 꿋꿋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장뤼크 낭시, ‘나를 만지지 마라’, 이만형·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5, 37쪽. 10) 한강의 시 ‘해부극장’ 연작은 두 편뿐이지만 소설의 ‘심해의 숲’은 남자가 쓰는 또 한 편의 시다. 11) 낭시는 예수의 부활을 수직 변화로 이해하지만 소설이 말하는 인간의 신성은 수평적이다.“이 ‘자세’가 (…) ‘부활’을, 다시 말해 ‘들어올림’이라는 사태를 만든다. (…) 무덤의 수평성과 직각을 이루는 수직성으로서의 들림 혹은 일으켜 세움인 것이다.” 장뤼크 낭시, 위의 글. 12) 한강, ‘문학과 사회’, 2017년 겨울호, 문학과지성사. 13) 한강, ‘회상’, ‘서랍에’, 문학과지성사, 2013.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김진애, 서울시장 출마 공식화…김의겸 비례대표 승계하나

    김진애, 서울시장 출마 공식화…김의겸 비례대표 승계하나

    “서울 진짜 개발 추진하겠다”출마시 비례 4번 김의겸 의원직 승계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최초의 도시전문가 출신 서울시장이 돼 시민들이 웃음 지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도시계획 박사인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저격수’로 활동한 뒤 21대에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김 의원은 “속이 알찬 서울의 진짜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부동산 거품에 기름을 붓는 게 아니라 건강한 부동산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300여개 역세권에 직주 근접 미드타운 추진’, ‘공익을 높이는 재개발·재건축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산책하고 앉을 수 있는 ‘10분 동네’ 생활권 계획을 반영하고, 1인 가구 사회에 맞는 ‘돌봄 오아시스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김 의원이 열린민주당 후보로 확정되고 최종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후보등록에 따라 의원직에서 사퇴하면 비례대표 4번이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김 전 대변인은 올 4월 총선 때 고향인 전북 군산 출마를 선언했지만, 부동산 투기 논란 등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대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4번을 받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지역 울상의 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방문의 해’ 사업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해마다 경쟁적으로 벌이던 ‘지역 방문의 해’ 사업이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해 대전시, 전남 고흥·해남군, 전북 정읍시, 경기 연천군·안산시, 부산 동래구 등 10여개 광역 및 기초지자체가 올해를 지역 방문의 해로 지정, 운영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행사와 축제를 마련하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쳐 왔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동으로 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잡았다. 전남 고흥군과 경기 연천군도 관광객 600만명, 300만명을 유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 방문의 해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지자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준비했던 각종 축제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고,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관광객은 되레 감소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경북 대표 관광지인 안동과 경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관광객 수가 각각 30.9%와 28.9% 감소했다. 특히 울릉도는 72.9%나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완주군이 유일하게 내년을 지역 방문의 해로 지정해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완주군과 내년에 방문의 해 공동 사업을 벌이기로 했던 경북 울진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완주군은 2021~2022년을 지역 방문의 해로 선언했고, 울진군도 2021년을 지역 방문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정경심 재판부 탄핵하라” vs “사법부 판결 존중해야”

    “정경심 재판부 탄핵하라” vs “사법부 판결 존중해야”

    與 지지자들 “檢 증거에만 의존한 판결”1심 재판부 탄핵 청원에 12만여명 몰려野 지지자들 “부정한 행위에 사필귀정재판부에 대한 부당한 공격 중단해야”법원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을 두고 여론이 또다시 둘로 쪼개졌다. 여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결과를 사실로 인정한 재판부를 탄핵해야 한다며 분노했고 이와 시각을 달리하는 시민들과 야당은 정 교수의 법정구속이 ‘사필귀정’이며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날부터 법원을 비난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정경심 1심 재판부의 탄핵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12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정 교수 1심 재판부에 대해 “34차례에 걸친 공판을 진행했음에도 검찰의 정황 증거와 진술조서에만 일방적으로 의지했다”며 “재판부가 ‘무죄추정의 원칙’도 무시했다. 탄핵소추안의 발의를 요청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청원인은 “1년 동안 재판하면서 검찰의 헛발질만 드러나고 확실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1심 결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정 교수는 무죄”라고 강변했다. 이 청원에는 1만여명이 동의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상임대표는 “변호인들의 해명은 모두 배척당하고 검찰에 유리한 증거와 검찰의 논리로만 구성된 일방적인 판결”이라며 “재판은 양측 증거가 유사하게 채택이 돼야 하지만 이번 판결은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이종배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대표는 “재판부가 특히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정 교수에게 중형을 내린 것은 누군가의 부정한 방법으로 정당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행위에 대해 사필귀정을 보여 준 것”이라며 “공정한 재판에도 법치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재판부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형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세게 나왔다”며 “애초에 사법적 문제를 정치화한 게 패착이며 명백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위증을 하거나 묵비를 행사하니, 재판부에서 피고 측이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권력형 비리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조상호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애초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사모펀드 시장에서 부정한 자본이 결합해서 대규모 부정이익을 취득하려고 했던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했지만, 결국 이 부분은 초라하게 끝나 버렸다”며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점을 생각하면 용두사미로 끝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정경심과 돌맞겠다는 김남국에 조수진 “총체적남국”

    정경심과 돌맞겠다는 김남국에 조수진 “총체적남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해 23일 내려진 징역 4년형 1심 판결을 두고 일년여 전 ‘조국사태’와 같은 여론의 분열상이 재연되고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비롯한 친정권 세력들은 사법부의 판결에 비통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으나 반대 세력은 정의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가슴이 턱턱 막히고 숨을 쉴 수 없다”며 “그래도 단단하게 가시밭길을 가겠다. 함께 비를 맞고, 돌을 맞으면서 같이 걷겠다”면서 조 전 장관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김 의원에 대해 “고민이다. 가슴이 턱턱 막혀 숨 못쉬겠다는 사람한테 돌까지 던지랴”라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의원은 “(김 의원이) 조 전 장관 사진을 침대 머리 맡에 올려두고 기도하는 것까진 그렇다 치자. 이번엔 조국씨 부인과 함께 돌을 맞겠다니…진짜, 총체적남국(총체적 난국+김남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찌보면 김 의원은 순진하다면서 ‘쌍김’의 다른 축인 김용민 의원은 정경심 교수와 함께 돌 맞겠다는 이야기 같은 건 안 한다고 덧붙였다.김용민 의원은 정 교수의 판결에 대해 “윤석열이 판사사찰을 통해 노린게 바로 이런거였다”면서 “윤석열과 대검의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검찰에서 작성한 판사 정보 문건에 정 교수의 재판부 판사 3명에 대한 내용이 있으며 특히 임정엽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세평> 주관이 뚜렷하다기보다는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이라고 기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작년 8월 27일 조국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던 날 그 수사가 문재인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는데 정경심 징역 4년 선고로 첫 결론이 마무리 되었다”면서 “검찰의 쿠데타라고 개거품을 물었던 김용민, 김남국 등 민주당 주요 인사 반응이 한결같이 상상도 못한,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라는 것이지만 너무도 당연한 정의가 실현되는데 1년 4개월이나 걸렸다는 것은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또 “부정과 비리의 종합 선물세트인 조국 일가를 수사했다고 검찰을 그리 난도질하고 오늘 이 시간까지 윤석열 총장을 찍어내려 했던 문재인과 추미애의 운명도 오늘로 판가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부동산 정책 실패, 진단 자체부터 잘못”

    “부동산 정책 실패, 진단 자체부터 잘못”

    정부가 내놓은 주택 투기억제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진단부터 틀렸기 때문이고, 다주택자·세금 중과 위주의 규제정책은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황세진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예외적인 시기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격 거품의 징후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택가격은 대체로 주택의 가치를 반영해왔고,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경제지표나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높다는 주장은 통계로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가격 통계가 시작된 1986년 1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는 235% 올랐지만, 올해 9월 전국 KB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3% 상승했다는 것이다. 투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리했다. 이들은 “50년 넘게 이어진 투기 억제 정책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억제해야 할 투기가 무엇인지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본 이득을 겨냥한 부동산의 취득·보유·처분을 투기라고 한다면 모든 국민의 부동산 활동이 투기”라고 지적했다. 내집 마련이 불가능한 저소득층에게는 주거 안정, 중산층에게는 저렴한 분양 주택 공급과 금융·세제 지원, 고소득층은 지원하지 말되 간섭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주택자와 세금 중과 위주의 대책도 지적했다. 이들은 “다주택자 역시 주택 공급 역할을 하고 있으며, 거래를 통해 시장 자율 조정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투기 억제 대책들은 빠짐없이 조세 측면의 제재를 포함하고 있는데 시중 유동성이나 이자율, 지역별 수급, 소비자 선호의 변화 같은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 세금만으로 주택가격을 잡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주택정책의 초점은 오로지 투기를 잡기 위해 내놓은 규제를 줄이며 계층별로 지원하되, 신도시 같은 대단위 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수해로 집 잃고 농사 망친지 넉 달”…댐 방류 탓인지 조사착수도 안했다

    “수해로 집 잃고 농사 망친지 넉 달”…댐 방류 탓인지 조사착수도 안했다

    지난여름 댐 방류와 함께 물난리가 나면서 집을 잃거나 농사를 망친 주민들이 엄동설한에 서 있다. 댐 방류로 인한 ‘인재’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유례없이 정부와 ‘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협의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용역도 착수하지 않았다. 조사 기간도 6개월 걸리는 데다 배상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조사결과에 충실히 따르겠다”며 “수해가 댐 방류 탓인지, 자연재난인지, 하천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상부터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담댐, 섬진강댐, 합천댐 등이 있는 충남, 충북, 전북, 전남, 경남 등 5개 도, 16개 시군의 댐 하류 수해민들은 배상에 대한 불안감 속에 언제쯤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목숨줄 같은 농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막막하다. 수해가 할퀸지 넉 달이 지난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심정을 들어봤다. 21일 오후 2시쯤 찾은 전남 구례군 읍내 곳곳에 ‘정부는 섬진강 수해참사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 정부와 수자원공사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지난 8월 541㎜의 폭우로 섬진강 지류 제방이 무너져 1188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은 구례는 계절이 두 번 바뀐 한겨울이 됐는데도 수해의 고통이 여전했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매서운 찬 바람이 몸을 파고들었다. ●컨테이너 임시 주택…“이불로 막아도 찬바람 쌩쌩 들어오고, 차 지나가면 움찔움찔” 이재민 50가구는 지금도 컨테이너박스에서 산다. 양정마을 20여개, 공설운동장 18개, 마산면 7개 등에 흩어진 임시 컨테이너 조립주택은 싱크대, 붙박이장, 화장실과 냉난방 시설을 갖춘 24㎡(약 7.3평)로 비좁고 답답하지만 당장 돌아갈 집이 없다.수해 때 소떼까지 지붕으로 피신했던 양정마을의 4가구는 집이 완파됐지만 무허가라 아직 새 집을 착공도 못 하고 있다. 안재민(70) 할머니는 “집이 무허가라는 이유로 보상을 못 받았다”면서 “지붕 위에 올라가고, 방 안으로 피한 소 10마리를 구하려고 군청 직원들이 중장비로 집을 부수면서 ‘책임지고 알아서 해 준다’고 했는데 지금은 나 몰라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 봉동마을 컨테이너박스에서 지내는 김보운(83) 할머니는 “길옆에 세워 놔 차가 지나가면 집이 움틀움틀 움직이고, 소음도 심하다. 밤이 되면 손이나 코가 베어지는 것처럼 춥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천장이나 벽이 너무 얇아 수건, 이불 등으로 틈새를 가려도 찬 바람이 쌩쌩 들어온다”며 “이런 컨테이너를 정부가 3000만원에 사라고 한다. 돈도 없지만 이런 불량품을 터무니없는 값에 사라니…”라고 혀를 찼다. “농장이 침수돼 나무 300그루도 다 죽었는데 보상 얘기조차 없다”고도 했다. 구례공설운동장 컨테이너박스에서 겨울나기하는 이재민들도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김관웅(54)씨 집 문 앞은 각종 생활용품이 쌓여 한 명 드나들기도 힘들었다. 김씨는 “창문으로 빗물이 들이치고, 난방이 부실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끔찍하다”면서 “여든 넘은 어머니는 수해 때 충격으로 쓰러져 요양원으로 갔다”고 눈물을 보였다. 앞집 모녀가 “우리는 물이 안 나오는데 거기는 어때요”라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속에 수도·오폐수 시설이 보호막 없이 밖으로 노출된 게 오버랩됐다. 주민들은 “동파가 걱정된다고 매일같이 호소해도 고쳐 주지를 않아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고 불만을 쏟아 냈다. 김씨는 “수해 배상은 없고, 조립식 주택은 불량이고, 사람들 관심은 사라지고… 하루하루 버티는 삶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연말·연초에 갚을 빚이 수천인데…” 올해 5억원 수익 기대했다 빈 손된 인삼 농민 수년 간 쏟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된 인삼 재배 농민도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서울신문과 만난 충남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 김상우(60)씨는 “지난여름 용담댐에서 방류한 물이 인삼밭을 휩쓸고 가면서 1년생부터 4년생까지 인삼이 모두 썩어 버렸다”면서 “연말·연초에 갚을 빚이 수천만원인데 손에 남은 게 한푼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5000만원은 있어야 인삼 농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빚을 갚지 못하니 돈을 더이상 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저곡리 2만 6000여㎡에 인삼과 약초인 지황을 재배했다. 김씨는 “농사 다 끝내고 두 달만 있으면 인삼과 지황을 팔아 5억원이 들어올 판인데 댐 방류로 다 틀어졌다”며 “아들이 아파트도 계약했는데 이를 어쩌느냐”고 발을 굴렀다.물난리는 지난 8월 초 터졌다. 7일 낮 초당 292t을 방류하던 용담댐에서 하루 만에 10배나 되는 2919t을 쏟아 냈다. 금강 물이 역류하면서 높이 7~8m의 봉황천 둑을 넘어 인삼밭을 덮쳤다. 제원·부리면 875 농가 141만 6862㎡의 인삼밭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됐다. 이날 둘러본 인삼밭은 황량했다. 축구장 수십개 크기의 저곡2리 앞 호평뜰 인삼밭 일부는 누런 잡초가 수북이 덮였고, 일부는 벌거벗은 지주목만 서 있다. 철거한 차광막과 지주목이 곳곳에 쌓였고, 포클레인이 여전히 복구작업 중이었다. 김씨는 “이웃 한두 명이 혹시 싹이 날까 해서 물에 잠겼던 밭에 씨앗을 심었는데 그게 되겠느냐. 높이 1.8m 지주목이 안 보일 정도로 침수됐었는데…”라고 했다. 수해로 평생 인삼 농사를 지어 온 95세 할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는 등 병원 신세를 진 주민이 한둘이 아니라는 김씨는 “용담댐이 생기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김씨는 농협 등에 농기구 임대료 등 2100만원, 농약·퇴비 구입비 1500만원 등 3600만원의 빚이 있다. 김씨는 “빚도 갚고 아들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다 끝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산은 전국 인삼 유통량의 70%를 차지한다. 김씨는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900만원은 차광막·지주목 철거에 다 썼다”며 “정부나 수자원공사에서 20~30%라도 배상금을 선지급해 주지 않으면 사채라도 써야 할 판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글·사진 구례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 월세 임차인 수요 분석 서적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리포트’ 출간

    서울 월세 임차인 수요 분석 서적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리포트’ 출간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각계각층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국내 최초로 서울 거주 월세 임차인의 수요를 분석한 서적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 리포트’가 오는 24일 출간된다.’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 리포트’는 역세권임대주택개발 연구소 서태양 소장이 대표 저자로 참여했다. 한때 우리 사회 저소득 층 일부의 문제였던 임대주택 관련 이슈가 다주택자 규제, 징벌적 과세와 맞물려 우리 사회 전체의 이슈로 전이되고 있는 현실을 극화로 명쾌하게 담아냈다.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가 된 2021년, 실제 임차인들이 집필에 참여하고 심층면접에 참여하여 내는 목소리를 가감 없이 생생하게 담았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대혼란에 빠진 임차인과 임대인의 현실에 관한 본 서적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상황을 맞게 됨에 따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서울 주택의 임대 시장에 대해 본격 진단한다.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리포트’를 엮어낸 ‘역세권임대주택개발 연구소’는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 CCD 친친디산업개발이 설립한 연구소다. 본 연구에는 서울대학교 부동산학회 SRC가 서울 청년 주거 품질 개선을 위해 동참했다. 이번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 리포트’에서는 서울 거주 20대·30대·40대 임차인 500명의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데이터를 스마트 튜브(소장 김학렬), HDC 현대산업개발 자회사 부동산 114와 함께 분석해 신뢰도와 객관성을 높였다. 2020년 한 해 동안 현행 부동산 법에 대한 다양한 뉴스보도, 다양한 연령대의 불특정 다수 서울 시민과 인터뷰를 통해 집필된 본 도서는 독자와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또한, 현행 부동산 법에 대한 다양한 자료 분석과 각 연령대의 서울 시민과의 심층 인터뷰는 세대별로 너무나도 다른 주택에 대한 니즈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꿈꿔야 할 주거품질의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 역세권임대주택개발 연구소 서태양 소장은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리포트’를 통해 “2020년 서울 집값은 요동을 쳤다. 덕분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투자가 나쁜 것(?), 빚내는 것은 더 나쁜 것(?)이라고 여겼던 근로소득자들은 연봉 1억이 넘어도 자가를 소유하기 어려워 한평생 월세 인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대해 시시비비, 왈가왈부 하기 이전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임차인들이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민간사업자의 임대주택시장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부동산 규제로 인해 급격한 영향을 받은 서울의 주택임대시장이 안정화되려면 자율적으로 시장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임대주택 공급도 좋지만 현시점에서는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임대인의 수익률 성장과 임차인의 주거품질의 향상을 유도할 것이라는 제언이다. 또한, “우리가 맞이할 2021년의 혼란한 부동산 시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전 지구적인 펜데믹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받아놓은 밥상이라면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문화의 생성을 유도하여 임차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2021년 신축년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2021 서울주택 임대트렌드리포트’는 ▲‘내집마련’에 성공한 어느 서울시민의 자화상 ▲2021 서울주택 임대시장 전망 ▲ 청년 ‘임차인’의 속성을 분석하기 위한 트렌드 키워드 ▲서울주택 임대시장 투자상품 트렌드‘ ▲서울주택 임대시장 이것만은 조심하자! 등 서울 주택 임차인의 주거 트렌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극화하여 소개하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본서 발간 기념으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예약판매를 실시한다. 예약 구매는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와 이디야커피의 공동 캠페인 ‘라떼대회’ 성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와 이디야커피의 공동 캠페인 ‘라떼대회’ 성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이디야커피(대표이사 문창기)와 함께 진행한 국산 우유 소비촉진을 위한 공동 캠페인의 일환인 ‘라떼대회’를 성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와 이디야커피가 지난 9월 23일 업무협약 후 상호 간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국산 흰 우유와 비니스트로 만드는 나만의 스페셜 라떼’를 대주제로 기획한 공동 캠페인이다. 지난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되었던 본 대회는 국산 우유에 이디야커피에서 판매하는 비니스트 제품 및 기타 토핑을 자율적으로 혼합해 나만의 스페셜 라떼음료를 개발하는 것이다.본 라떼대회에 총 168개팀이 접수됐으며,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이디야커피 관계자,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대상 100만원(1명) ▲최우수상 50만원(2명) ▲우수상 30만원(3명) ▲이디야 특별상 이디야커피 기프트카드 30만원(3명) ▲우수작 이디야커피 기프트카드 3만원(50명), 59개를 선정해 지난 10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수상자를 발표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산 우유를 활용한 라떼를 적극 홍보해 우유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개학 연기와 학교급식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가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고, 급감한 우유 소비촉진에 기여하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국산 우유와의 친밀감 형성과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유튜브 채널 ‘우유 TV’에 선정된 작품 중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특별상 총 9개의 레시피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레시피 가운데 우수상 ‘토피모카슈페너’의 재료는 우유 160ml, 비니스트 토피넛 라떼 1개, 비니스트 오리지널 아메리카노 1개, 생크림 50ml, 설탕 1 작은 술, 얼음 약간, 스카치 캔디 약간이 필요하다. 먼저 비니스트 토피넛 라떼에 우유 40ml를 넣어 섞어준다. 다음 생크림에 설탕을 넣어 거품을 낸 후 아메리카노를 넣어 밀크크림을 만든다. 그리고 컵에 얼음을 채우고 남은 우유를 부은 후, 토피넛 라떼를 넣고 밀크크림을 올린다. 마지막으로 스카치 캔디를 잘게 부숴 뿌려주면 완성이다. 특별상은 ‘초코져스 플랫치노’로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우유 100ml, 비니스트 초콜릿칩 라떼 1개, 얼음 약간, 몰티져스 6개, 몰티져스 약간(장식용)을 준비한다. 다음으로 우유, 초콜릿칩 라떼, 얼음, 몰티져스를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갈아준 뒤 컵에 담아 몰티져스를 올려 장식하면 완성이다. 특별상은 ‘깨어나라 면역아!’ 홍삼액이 포인트인 라떼이다. 우유 150ml, 비니스트 카페 라떼 1개, 아이스크림 1스쿱, 연유 1 큰 술, 얼음 약간, 홍삼 스틱 1개를 준비한 뒤 카페 라떼를 뜨거운 물 30ml에 섞어준다. 그리고 컵에 얼음을 담고 카페 라떼를 부은 후 연유, 우유를 붓는다. 다음은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그 위에 스틱 홍삼을 뿌리면 완성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앞으로 3년… ‘中 버블’ 붕괴 대비하라

    앞으로 3년… ‘中 버블’ 붕괴 대비하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중국 경제가 ‘V자 반등’을 하며 재도약을 시작했다. 2030년이면 ‘팍스 아메리카나’가 끝나고 ‘팍스 시니카’(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중국 경제는 장밋빛이라고 봐도 괜찮은 것일까. 차이나 버블은 정말 터지지 않을까. 그렇게만 보기에는 만성적인 국가 부채 등 위험 요소가 많다. 세계 유수의 경제 전문가들도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이유다. 베이징 특파원 기간을 포함해 30여년간 중국의 경제, 사회, 문화를 기록해 온 ‘중국통’ 김규환 서울신문 선임기자는 ‘중국이 파산하는 날’에서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는다. 개혁개방 이후 매년 국내총생산(GDP) 10% 상승을 이뤘고 최근까지 6% 이상 성장하며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대국이지만 치명적인 경제 리스크도 상존한다. 중국 정부는 GDP 대비 300%의 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통계 조작 등 금융 위기의 잠재적 요소들을 막아 왔다. 통화 완화 정책과 해외 자본유출 통제를 통해서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금융 리스크는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기업 부채는 지난해 6월 164%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일본 버블 정점인 132%(1989년)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일본 버블 붕괴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다. 책은 중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고 이에 맞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중 무역 전쟁의 과정을 설명하고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의 실체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정보기술(IT) 굴기’ 등 키워드를 통해 풀어낸다. 중국발 위기에 대한 예방책도 덧붙인다. 대중 수출 의존도가 27%에 달하는 한국은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 버블 붕괴 땐 다른 나라의 2배 이상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조업의 중국 러시와 필수 부품 수출 제한, 신산업 개발과 산업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게 현장에서 나온 저자의 조언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황성기 칼럼] 허송세월 트럼프 4년 보상받으려면

    [황성기 칼럼] 허송세월 트럼프 4년 보상받으려면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국경 봉쇄와 그에 따른 물자의 반입 제한이 실시된 지 내년 1월 말이면 1년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 건국 이래 사상 최고도의 대북 제재로 석유를 비롯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마저 겹쳐 ‘고난의 행군’ 2020년 스페셜 버전이 올 한 해 북한을 휩쓸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 추정은 지난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 비상방역도 해야 하고 혹심한 자연피해도 복구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언급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국력을 방역에 총동원하는 북한만이라도 환자가 없었으면 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북한은 ‘초특급’ 방역을 발령했다. 1급·특급·초특급 세 단계인 등급 가운데 최고 단계다. 독감과의 더블 팬데믹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라지만 상점이나 음식점, 목욕탕 등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이동 제한령도 내렸다. 국가 기능이 몰려 있는 평양의 방역은 ‘철통 방어’ 상태다. 올 들어 격리된 주민이 3만명을 훨씬 넘는데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지만 의문만 키운다. 북한이 전투하듯 국가비상방역체제에 돌입한 것은 무상치료를 근간으로 하는 보건의료 체계가 지극히 취약한 데에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전력난으로 약품관리나 수술이 어렵다. 예산을 늘렸다고 하지만 병원 운영 자금이 부족해 음성적인 방법으로 치료 비용을 조달하거나 환자들이 의약품을 들고 가야 치료가 가능하다. 개미구멍 하나에 둑 무너지듯 한 번 뚫리면 수습이 어렵다고 판단한 북한이 전 조직과 선전 매체를 총동원해 총력 대응하는 까닭이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짓겠다고 공언한 평양종합병원이 완공됐다는 뉴스가 없는 것은 북한의 사정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북한의 ‘80일 전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가 경제의 목표들이 심히 미진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한 결과”(김 위원장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마지막 해인 올해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를 달성한 게 분명하다. 국경 봉쇄와 물자 부족에 따른 민심 이반을 다잡으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연설에서 “미안하다”를 연발하면서 애민(愛民)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투’로 포장한 노동력 동원과 주민 결속, 사상 무장을 통해 제재와 수해, 코로나19의 3중고를 넘어서려는 김 위원장의 고전적인 통치 기법이 과연 내년에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5년의 경제발전 계획에 대한 평가 및 반성과 함께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나온다. 신년사를 대신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향후 5년간의 로드맵에 채워 넣을 내용물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고민이 클 것이다. 자력갱생, 정면돌파 같은 지난 2년간의 구호로는 결코 2500만 주민들을 납득시키고 이끌 수 없다는 점은 김 위원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은 김 위원장에게는 악몽일 수도, 축복일 수도 있다. 북미가 ‘전략적 인내’ 시즌2를 4년간 지속하면 핵합의로 제재를 풀어 새 5개년 계획을 이룬다는 꿈은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봉인된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입구 삼아 바이든 대북팀과 차분하게 교섭을 한다면 허송세월한 트럼프 4년을 보상받을 길이 열린다. 애민주의의 김 위원장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바이든 쪽과 접점이 없을 북한을 위해서라면 한국이 다시 한번 중간에 서는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바이든의 관심을 끌려고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는 북한이 바이든 정권과의 모라토리엄(핵·미사일 발사 유예)을 새로 맺고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한미가 전략을 짜내야 한다. 울림 없는 방역 제안으로는 모자란다. 시급한 게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이다. 동맹 중시의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처럼 한미군사훈련을 보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역에 올인한 북한에 한미훈련은 재앙이다. 한미가 손을 내밀어 북미의 새 케미를 만드는 내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marry04@seoul.co.kr
  • 시중에 풀린 돈 3150조 10월 한달새 34조 급증

    시중에 풀린 돈이 3150조원을 돌파했다. 월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증가액을 기록했다. 넘쳐나는 돈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쏠리면서 자산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10월 광의 통화량(M2 평잔)은 3150조 5000억원으로 9월보다 34조 7000억원(1.1%)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78조 6000억원(9.7%) 늘었다.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을 포함해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중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10월 증가액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지난 5월(35조 4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8조 5000억원, 기업 10조 7000억원, 기타금융기관 9조 8000억원, 기타 부문이 1조 7000억원으로 모든 부문에서 늘었다. 특히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증가 폭은 2006년 6월(21조 1000억원) 이후 14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은 측은 “9월 말 추석 상여금 유입 등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9조 6000억원, 요구불예금 7조원, 2년 미만 금전신탁 6조 2000억원, 수익증권이 4조 9000억원 각각 늘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美 ‘공모 대박주’ 에어비앤비·도어대시… 투자의견 하향에 주가 하락

    美 ‘공모 대박주’ 에어비앤비·도어대시… 투자의견 하향에 주가 하락

    지난 주 잇따라 뉴욕 나스닥 상장 뒤 ‘기업공개(IPO) 대박 랠리를 탔던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 주가가 14일(현지시간) 하락, 조정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각 국 증시엔 유동성이 몰린 시장에서 초대형 신규 상장주의 적정 공모가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투자자들은 IPO 대열에 선 기업들의 주가가 ‘제2의 테슬라’가 될 지, 2000년 ‘닷컴거품(버블)’의 재판이 될 지 논쟁 중이다. 미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배달앱 도어대시는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며 지난 9일(현지시간) 상장했다. 상장일 도어대시는 공모가(102달러) 대비 80% 가까이 오른 주당 182달러의 시초가를 형성한 뒤 첫날 공모가보다 85.85% 상승한 189.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조정장이 형성됐고, 14일 도어대시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57% 급락해 160달러에 장을 마쳤다. 몇 차례 IPO를 연기로 한층 더 주목받았던 숙박공유 기업 에어비앤비는 상장일인 10일 공모가(68달러)의 두 배 이상인 139.25달러로 올랐지만, 다음 거래일에서 상한가를 치는 ‘따상’(공모가 2배 이상 시초가 형성 다음날 상한가)엔 실패했다. 14일 에어비앤비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6.64% 하락해 130달러로 마감했다. 상장 첫 날 장중 최고가인 165달러에 비하면 20% 이상 급하락 했다. 두 기업의 이들의 공모 초기 주가에 과도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는 회의론을 담은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DA데이비슨의 톰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상장 이전까지 도어대시 매수 추천 의견을 냈지만, 14일 중립으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에어비앤비에 대해선 리서치회사인 고든하스켓이 일주일 만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저성과’로 낮춰 잡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지난주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건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영국에서 시작된 상황이 도어대시에겐 악재, 에어비앤비엔 호재로 엇갈리는데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사람들이 다시 식당을 가게 되면 배달앱인 도어대시의 수익은 악화될 것이고, 역으로 여행이 늘어나면 에어비앤비 숙박공유 서비스를 찾는 이가 늘기 때문이다. 호재인지, 악재인지 이슈에 관계없이 공모가가 몰렸다가 회의적 보고서 하나에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 그 자체를 버블로 규정하는 진단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 ‘2020대한민국브랜드대상’ 최우수 프랜차이즈부문 대상 수상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 ‘2020대한민국브랜드대상’ 최우수 프랜차이즈부문 대상 수상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이 이달 사단법인 대한민국브랜드협회가 주최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하는 ‘2020대한민국브랜드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프랜차이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대한민국브랜드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브랜드대상은 대한민국 각 분야에서 고객가치경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관 및 기업들을, 마케팅과 브랜드경영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와 대학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엄밀한 심사기준에 의해 선정하는 상이다.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은 가맹점과의 상생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된 물류유통, 매장관리, 가격경쟁력 등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 고객가치 경영으로 기업과 상품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최우수 프랜차이즈부문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기존의 타 치킨 브랜드와 차별성을 둔 숯불치킨메뉴, 높은 가성비와 맛, 합리적인 가격대로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은 특히, 가맹점에 본사직접 유통시스템, 거품 없는 창업비용, 꼼꼼한 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예비창업자가 주목하는 브랜드이다. 꾸브라꼬숯불두마리치킨 관계자는 “최우수 프랜차이즈부문대상을 수상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가맹점과의 상생을 지향하며, 소비자에게 보다 만족도 높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디까지 먹어봤니 ‘감귤’

    어디까지 먹어봤니 ‘감귤’

    ‘알고 먹으면 더 새콤달콤한 제주 감귤.’ 감귤이라도 다 같은 감귤이 아니다. 품종과 출하 시기, 재배 장소에 따라 모양도 맛도 다르다. 제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재배하는 감귤은 ‘온주감귤’이다. 수확 시기에 따라 ‘극조생감귤’, ‘조생감귤’, ‘중만생’으로 나뉜다. 온주는 중국 저장성 남동부 해안에 있는 항구도시로, 이 지역에서 유래된 감귤을 온주감귤이라고 부른다. 극조생감귤은 가장 빨리 수확하는 것으로 10월 중순부터 수확한다. 일반 조생보다 당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가장 먼저 출하되기 때문에 싱싱하고 상큼한 맛을 낸다. 조생감귤은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수확하는 것으로, 제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감귤이다. 껍질이 얇고 매끄러워 잘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 중만생은 가장 늦게 수확하는 품종으로 12월에 수확한 뒤 저장했다가 이듬해 출하한다. 감귤은 재배 장소에 따라 노지감귤, 타이벡감귤, 하우스감귤로도 나뉜다. 노지감귤은 밭에서 직접 재배되는 감귤로, 제주 감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지감귤은 비타민C 함량이 높아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겨울 과일이다. 나무 한 그루당 평균 830~900여개의 열매가 달린다. 타이벡감귤은 토양피복자재인 타이벡(부직포의 일종)을 과수원 토양에 덮어 재배한 감귤이다. 타이벡은 잡초와 해충을 차단해 농약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햇빛을 90% 이상 반사해 감귤을 잘 익게 하며 당도도 일반 감귤보다 높아 맛이 좋다. 또 하우스감귤은 비닐하우스에서 난방으로 온도를 조절해 재배한 감귤이다. 노지감귤보다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은 감귤로 4월에서 10월까지 출하한다. 속껍질이 부드럽고 과즙이 많으며 산도도 낮다. 오렌지와 겨룰 정도로 크고 당도가 높은 만감류도 있다. 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뒀다가 따는 감귤이란 뜻이다. 노지에서 가을에 생산되는 온주감귤보다 늦게 생산한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해 온주감귤보다 크고 당도가 높다. 만감류의 선두주자는 ‘한라봉’이다. 일본 과수연구소에서 감귤의 일종인 청견과 폰칸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제주에서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수확기는 12~5월로 다른 만감류와 비교해 껍질이 두껍지만 손으로 껍질을 벗기기 쉽다. 비타민C가 풍부해 차로 가공해 판매하고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살려 디퓨저나 향수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2000년대 초 제주에서 본격 재배된 ‘천혜향’은 한라봉을 육성한 일본 과수연구소에서 청견·앙콜에 마코트란 품종을 교배해 육성했다. 천혜향은 초기엔 일본어인 세토카로 불리다가 ‘천리 밖에서도 향이 난다’는 의미의 ‘천리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수확기는 1~3월로, 과실의 품질이 고르고 과실 모양이 약간 평평하며 껍질이 얇은 게 특징이다. 특유의 강한 향이 있으며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레드향’은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껍질을 벗기는 것도 무난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제주에서 재배된 레드향은 일본에서 서지향과 한라봉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수확기는 12~2월로, 껍질이 얇은 데다 껍질이 뜨는 현상이 거의 없어 상품성이 높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게 단점이다. ‘황금향’과 청견도 일본에서 육성한 품종이다. 황금향은 남향과 천초, 청견은 궁천조생과 크로비타오렌지를 교배한 것이다. 12월에 수확하는 황금향은 과형이 둥글고 껍질은 약간 벗기기 어려우며 속에 씨앗이 들어 있다. 과즙이 많고 신맛이 적다. 껍질이 매끈해 오렌지와 비슷한데 껍질 까는 게 좀 힘들다. 청견은 과실 표면이 일반 감귤보다 매끈하고 오렌지보다 껍질이 두껍지만, 알맹이는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하다. 수확기는 2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다. ‘풋귤’은 감귤의 기능성 성분을 이용할 목적으로 출하하는 덜 익은 노지감귤을 말한다. 제주도는 해마다 풋귤의 출하 시기(8월 1일~9월 15일)를 조정해 정해진 시기 안에만 출하가 허용된다. 제주 재래감귤 품종인 ‘청귤’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풋귤이란 이름을 달았다. 완숙귤보다 비타민C를 10배나 더 함유하고 있는 풋귤에는 항산화, 항염, 항암 효과를 지닌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많다. 감귤은 알맹이에서 껍질까지 모두 이용하며 귤껍질 말린 것을 진피라고 한다. 진피는 한약재로 쓰일 뿐만 아니라 목욕물에 담가 향긋한 입욕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감귤은 비타민C가 풍부해 산성식품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기질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감귤 1개에 함유된 비타민C는 평균 35㎎으로, 귤 2개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 60~70㎎을 거뜬히 충족할 수 있다. 비타민C의 함량은 단감(13.9㎎/100g), 사과(1.23㎎/100g), 배(2.76㎎/100g)보다 월등하게 높다. 감귤의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피로 원인물질인 젖산을 분해, 피로를 없애 준다. 비타민P(헤스페리딘)는 귤껍질에 붙은 흰 부분에 포함돼 있어 귤을 먹을 때는 과육과 함께 이 부분도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P는 비타민C의 작용을 돕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고 쉽게 파괴되는 것이 특징인데, 비타민P는 비타민C가 열이나 산화 등으로 인해 파괴되지 않도록 한다. 김경익 제주도농업기술원 기획홍보팀장은 “비타민C가 풍부한 제주 감귤만큼 겨울철 감기 예방 효과가 탁월한 과일도 없다”고 말했다. 12월 1일은 감귤데이다. 겨울인 12월에 먹는 1등 과일이라는 의미와 정말 맛있는 감귤의 당도인 12브릭스 이상 감귤과 신맛인 산도 1도 미만인 맛있는 감귤을 상징해 12월 1일을 감귤데이로 정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감귤 요리 셋 감귤은 생과육으로 먹지만 감귤로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많다.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감귤 요리 3가지를 소개한다.① 감귤 백김치 1. 냄비에 김칫국물 재료를 넣고 팔팔 끓여 물이 3분의2 정도 남으면 불을 끄고 식힌 뒤 건더기를 걸러 낸다. 2. 절인 배추는 잘 씻어 물기를 빼고 무는 6~7㎝ 길이로 채 썰고 쪽파는 5㎝ 길이로 썬다. 3. 실고추는 2~3㎝ 길이로 썰고 감귤칩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4. 저민 마늘과 생강은 면포나 삼베 보자기에 넣어 준비한다. 5. 식은 김칫국물에 새우젓, 천일염, 매실청을 넣어 간을 한 뒤 무채와 쪽파를 넣고 휘휘 저어 숨을 죽인다. 6. 절인 배추 사이에 무채와 쪽파, 실고추와 감귤칩을 넣고 배춧잎으로 잘 감싼 뒤 밀폐용기에 마늘과 생강을 넣은 면포와 함께 담는다. 이후 숙성이 되면 면포를 꺼낸다. 7. 남은 김칫국물을 부어 실온에 하룻밤 둔 다음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면 김치냉장고에 넣고 1~2주 뒤부터 먹는다. 감귤 백김치는 귤 과육을 그대로 이용하지 않는다. 귤즙을 내 김칫국물에 넣고 소에는 감귤칩을 넣어야 김치가 금세 물러지는 연부 현상을 예방하고 곰팡이도 끼지 않는다. (재료: 절인 배추 3포기, 무 큰 것 1개, 쪽파 30g, 실고추 약간, 감귤칩 15~20개, 저민 마늘 30g, 생강 10g, 새우젓 2분의1컵, 천일염 2~3큰술, 매실청 2분의1컵, 김칫국물 3리터, 대파 1대, 양파 2개, 다시마 10㎝ 사각 한 조각, 마른 새우 2분의1컵, 감귤즙 2컵)② 감귤 소스 포크스테이크 1. 돼지고기는 뼈가 붙어 있는 등심 스테이크로 준비해 밑간 재료를 고루 섞어 30분 정도 재운다. 2.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기를 넣어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익힌 뒤 덜어 둔다. 3. 고기를 덜어 낸 팬에 감귤 소스 재료 중 저민 마늘과 채 썬 양파를 볶아 향을 낸 뒤 깍둑 썬 감귤을 넣고 볶는다. 4. 재료들이 노릇노릇해지면 감귤즙, 화이트와인, 머스터드를 넣고 센 불로 끓여 간을 맞춘다. 5. 고기를 넣고 국물을 끼얹어 가며 조린 뒤 로즈메리와 통후춧가루를 뿌려 낸다. (재료: 돼지고기는 뼈 등심 스테이크 2대, 로즈메리, 통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 적당량, 돼지고기 밑간용 소금 1작은술, 잘게 다진 감귤껍질 1큰술, 화이트와인 2큰술, 후춧가루 약간, 감귤 소스용 저민 마늘 5톨, 채 썬 양파 2분의1개, 깍둑 썬 감귤 2컵, 감귤즙 2컵, 화이트 와인 2분의1컵, 머스터드 2큰술)③ 감귤잼 1. 감귤의 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의 하얀 섬유질을 대충 제거한 뒤 큼직하게 썰어 설탕과 레몬즙에 재운다. 2. 설탕이 녹으면 냄비에 넣고 센 불로 올려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인다.(불에 올린 뒤 초반에 생기는 거품을 걷어 가며 끓여야 잼의 색이 맑다.) 3. 다진 감귤 껍질을 넣고 농도가 좀더 진해지도록 조린 뒤 소독된 병에 담는다. (재료는 감귤 800g, 귤 과육 무게의 30% 설탕, 레몬즙 15㎖, 다진 감귤껍질 약간) ※레시피, 제주농업기술센터 ‘감귤 요리 즐기기’ 발췌
  • “자치역량 강화 다양한 행정 펼칠것”…“시행령 정할 때 재정특례 등 놓고 갈등 우려”

    “자치역량 강화 다양한 행정 펼칠것”…“시행령 정할 때 재정특례 등 놓고 갈등 우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경기도 수원시(119만), 고양시(107만), 용인시(106만)와 경남 창원시(104만)가 ‘특례시’ 지위를 얻게 됐다. 이 법안은 인구 100만 도시가 특례시 명칭과 함께 준광역시급 행정권한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이들 도시는 준비 기간인 1년을 거친 후 2022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특례시로 출범한다. 1997년 울산이 광역시 승격 이후 처음이다. 수원시·고양시·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국회 통과를 일제히 환영했다. 4개 대도시 시장들은 특히, 특례시 지정으로 광역시에 버금가는 100만 도시가 각자의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기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00만 인구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 행정수요·국가균형발전·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한 시·군·구 특례조항을 넣어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그동안 변화된 행정환경을 반영해 주민 중심 지방자치에 힘을 실어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특례시를 통해 도시브랜드와 경쟁력을 높여 ‘살고 싶은 용인, 친환경 경제 자족도시’ 용인의 위상을 더욱 확립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3기신도시와 장항지구 등 130만 도시로 거듭나고 도시규모에 걸맞는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광역과 기초를 아우르게 되어 지방자치역량은 더욱 강화됨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반겼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특례시 규모에 맞는 행·재정 권한을 확보해 시민들에게 더 풍요롭고 더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하겠다”며 “광역시급 규모에 걸맞는 복지제도를 마련하고 해양·항만 등 대형 국책사업에 있어서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권리 확보 노력도 계속하는 등 창원이 대한민국 최고 특례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기도는 “지방정부 간 위화감 조성과 향후 갈등 반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 관계자는 “광역 지자체의 재원이 특례시로 이전되는 것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이 없어 추후 행안부장관이 시행령을 정할 때 재정특례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특례시는 일단 행정·재정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은 행정·재정 자치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된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특례시가 될 경우 택지개발지구 지정(도지사와 협의 필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위임사무의 경우 도가 아닌 정부 지시를 받게 되는 혜택이 있다. 또 지방연구기관 설립 운영, 5급 이하 직원들의 직급과 기관별 배치 권한 등도 특례시 권한으로 부여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회의 숙원인 인사권 독립도 실현됐다,인사권 독립이 이뤄지면 의장은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의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원의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 특례시에 대한 지위와 위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고 시행령 등 개별법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안 부대 의견에는 “다른 지자체의 재원 감소를 유발하는 특례를 둬선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재정과 조세 특례가 얼마 만큼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한편, 후보도시로 거론됐던 성남시(94만명), 화성시(85만명), 부천시(81만명), 청주시(84만명), 남양주시(71만명) 등은 아쉬움이 크다. 애초 정부가 입법예고한 ‘인구 50만명 이상인 전국 16개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은 특례시 과다, 형평성 등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실질적인 행정수요와 국가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에 특례 권한을 주기로했다. 이에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시는 인구가 94만명 이지만 하루 이동인구가 250만명을 넘고 예산도 226개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다”며 “하지만 인구 50만 도시로 분류돼 연구ㆍ기획ㆍ연수 기능을 독자적으로 갖지 못한다” 면서 “판교를 품은 성남이 글로벌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행정수요도 반영된 특례시 기준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인구 50만 이상의 특례시를 기대했던 경기 안양시는 불만이다. 안양시 인구는 55만명으로 지난해 취득세 징수액은 총 3571억원 이었다. 인구 규모와 재정 정도에 따라 안양시는 징수액의 42.4%인 1513억원을 배분받았다. 도세인 취득세를 특례시세로 전환하면 안양시는 2085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됐지만 특례시에서 제외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부천시도 특례시 지정을 희망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시행령이나 특례시 기준을 만들 때 어느 도시를 염두에 두고 만들 것인지 그 기준이 매우 민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행정수요나 균형발전·지방소멸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에 따라 행안부장관이 정하는 시·군·구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놓았는데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듯하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다시 보릿고개… ‘3조+α’설 前 주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다시 보릿고개… ‘3조+α’설 前 주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상인 외 취약층 주려면 1조 추가 필요“특수고용자·청년·저소득층까지 지급재정 여건 어려워도 지원 대상 늘려야”8일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되면서 또다시 ‘보릿고개’가 시작됐다. 상인들이 기대했던 연말 특수는 영업 금지나 제한 조치로 물거품이 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청년 등 고용취약계층, 저소득층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 됐다. 상인들에겐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예정돼 있어 최소한의 생계 지원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3차 지원금이 사각지대 없이 가능한 한 많은 계층을 품도록 하고, 신속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지원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3차 지원금 규모는 ‘3조원+α’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의결된 내년 예산에서 3조원을 빼놨고, 2차 지원금 중 미지급된 5000억원도 이월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에겐 2차 지원금 수준의 지급이 이번에도 가능할 전망이다. 2차 지원금의 경우 소상공인 250만명에게 100만~200만원을 지급했는데, 총 2조 8000억원가량 소요됐다. 하지만 다른 취약계층을 지원하기엔 예산이 빠듯하다. 2차 지원금 지급 땐 특고와 프리랜서 등 70만명에게 긴급고용안정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6000억원이 편성됐다. 이와 별도로 저소득층을 위해서도 4000억원(89만명)이 마련됐다. 이번에도 같은 수준으로 지원할 경우 소상공인 지원분까지 합쳐 4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이 필요하다. ‘+α’를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김정유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지금은 지원금 지급 대상을 넓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년 예산이 통과됐지만 지원금 재원이 부족하다면 ‘증액 없는 추경’ 편성을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 재원을 돌리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진 3차 지원금 규모가 ‘3조원+α’라는 데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지원금 규모를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피해 규모가 파악돼야 지원금 지급 대상을 선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설 연휴 전에 지급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해 규모는 예상으로도 충분히 산출할 수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지원금 지급 대상과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지원금 지급 방식을 보면 총액을 먼저 정해 놓고 지급 대상 등을 골랐다”며 “지원금 지급 기준을 제도화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월세 400만원인데 문 닫으라니, 우리 생계는…” 애끓는 자영업자

    “월세 400만원인데 문 닫으라니, 우리 생계는…” 애끓는 자영업자

    8월 이어 다시 문닫은 헬스장 “알바해야”한 건물에 PC방·당구장 등 10여곳 폐업 오후 9시 종료 음식특화거리 적막감만연말 특수 물거품… “어디에 하소연 하나”“우리도 입에 풀칠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견뎌야 하나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8일 수도권의 노래방과 헬스장, 음식점 등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당장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PT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전모(45)씨는 “이러다 영영 가게 문을 닫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가족 생각에 배달 알바라도 뛰어야 할 판”이라며 한숨지었다. 지난 8월 거리두기 격상 때 영업을 잠시 중단했는데, 이번에 실내체육시설이 집합 금지 업종에 포함되면서 다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져 거리두기 방침에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달 월세가 400만원인데 영업을 하지 말라고만 하니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며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원 인계동의 노래방 주인 김모(51)씨는 “우리 상가에 폐업한 PC방과 당구장, 식당 등이 10여개가 넘는다”면서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휴업 등 희생만 강요하지만 말고 3차 재난지원금 등 적당한 지원을 빨리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후 9시까지 영업할 수 있는 식당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찾아간 경기 안양 비산골 음식문화특화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뿐 아니라 차량마저 거의 없어 적막감이 돌았다. 한정식집과 장어, 해산물, 파스타 등 전문 음식점 50여곳이 모여 있는 지역 명소지만 연말 특수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A낙지 전문점 사장인 박영숙(60)씨는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요? 허공에라도 대고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에요”라면서 “제발 우리도 살 수 있는 방법과 대책을 찾아주세요”라고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부천시청 인근 백화점에 입점한 C신발 판매점은 한낮인데도 매장을 찾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주인 신모씨는 “평소 중국 손님이 40%가량 차지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중국 손님이 사라졌다”면서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또 관광객이 끊긴 임진각 DMZ곤돌라 탑승 건물에 입주한 상인들이 ‘못살겠다’며 곤돌라운영사와 파주시에 임대료 80% 감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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