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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화마는 나흘 만에 잡혔다. 두툼한 잿더미와 무너진 바위들만 남기고서. 녹원은 결심했다. 담배를 끊자. 한 번에 끊어 버리자. 대신 그는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몇 시간 내내 산불 사진만 바라보자니 눈이 따끔거렸다. 사진 속 불길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타오르는 가지들이 밤을 붉게 밝히고, 바위를 감싼 불꽃은 날개처럼 솟구쳤다. 녹원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줄에 묶인 채로 화마의 먹이가 된 개들, 산 위로 녹아내린 짐승들의 잿더미. 지난 나흘간 몇 장의 사진을 보았더라? 수십 장, 어쩌면 수백 장에 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진도 녹원이 찾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녹원은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 “주말에는 산에 다녀올까 해요.” 노아가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나 그랬듯, 탕비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읍내의 백반집에 갔을 터였다.                    어쩌다가 노아와 매일 점심을 먹게 되었더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노아는 점심 도시락을 싸 들고 탕비실에 찾아왔다. 언젠가, 센터의 다른 직원들이 노아에게 슬그머니 질문하는 순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었다. 노아씨는 박 주사가 안 무서워요? 노아가 물었다. “전에 일하던 곳 가시는 거예요?” 녹원이 답했다. “네,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네요. 그냥 한 번 직접 보고 올까 싶어요.” 노아가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그날, 노아의 대답을 떠올리면 언제든 웃음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뒤, 노아는 양손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말했었다. 글쎄요. 녹원 주사님 요리를 엄청 잘하시는데… 맨날 나눠 주세요. 노아가 불쑥 말했다. “주사님,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주말에 가실 때요.” “산에요? 왜요?” “그냥… 마음이 쓰여서요.” 녹원이 웃었다. “아니, 누가 주말에 직장 상사를 만나요.” “아니, 그래두 그거랑 다른 게, 저희는 친하잖아요.” 노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 손짓까지, 그 모든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녹원은 빠르게 백기를 들었다. “아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요. 토요일 아침에 출발할 거예요.” 노아가 웃었다. 녹원 역시 웃어 버렸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검게 번진 산맥이 펼쳐졌다. 새카맣게 그을린 산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붉거나 노란빛으로 번득거렸지. 지지 않는 태양처럼 사흘 내내 빛났다. 녹원은 그것을 보면서 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너덜너덜해진 손끝을 보며 생각했다. 무엇을 생각했냐면, 그러니까.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 그 산에서, 아직도 살고 있을까?            그해,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리산에서 걸려온 전화는 사무소 곳곳을 돌아 우도근 과장의 손에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과장은 눈썹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곰이 왔다구 그러네요. 녹원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곰이요? 직원 중 하나가 물었다. 곰이요. 우도근이 덧붙였다. 아마 또 그 곰이겠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원은 몇 분간 말없이 기다렸다. 곰이라는 게 무엇인지, 진짜 동물을 뜻하는지, 혹은 일종의 암호인지.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무소 사람들 대부분이 녹원을 어려워했다. 그들은 녹원이 신입이라는 것을, 그가 대학을 갓 졸업했으며 이 사무소가 첫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은 양 굴었다.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녹원이 어느 집단에 녹아들기까지는 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대개 녹원을 불편해했다. 처음에는 그의 거대한 몸집에 압도당하고, 이후에는 그의 무표정이 난처하다고들 했다. 어쩔 수 없지. 녹원은 생각했다. 불편한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녹원이 손을 들자, 사무실의 눈길 모두가 그에게로 쏠렸다. 녹원은 모른 척 말했다. 과장님. 저는 곰이 뭔지 모르는데요. 아 맞네. 박 주임 들어오기 전에 생긴 일이구나. 잠깐 와 볼래요? 과장에게로 가려면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했다. 통로 측 직원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의 의자를 당겼다. 녹원은 그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갔다. 우도근 과장이 빈 의자를 꺼내어 툭툭 두드렸다. 녹원은 의자에 앉았다. 과장은 사무소 내에서 녹원을 꺼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위 탓인지, 경력 덕인지, 혹은 한평생 산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우도근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지위나 나이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고, 자잘한 실수는 웃으며 넘어갔다. 정말이지 괜찮은 상사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람이 이토록 불편할까. 아니, 사실은, 불편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우도근은 불편하고… 께름칙한 존재였다. 이 곰이 그 곰이에요. 과장이 컴퓨터를 가리켰다. 화면 중앙에서 어린 곰이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내보인 모습이었다. 과장이 말했다. 우리끼리는 도돌이라구 불러요. 녹원이 물었다. 도도리요? 우도근이 정정했다. 도돌이. 도돌이표 할 때 그 도돌이요. 그가 곰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이 녀석이 말이에요. 매년 돌아오거든요. 아무리 내쫓아도 포기하질 않아요. 그래서 도돌이에요. 멈추지 않고 되돌아와서요.      노아는 반쯤 감긴 눈으로 차에 탔다. 어깨에 멘 가방 입구로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비죽 나와 있었다. 그는 차가 출발했을 때부터 꾸벅거리며 졸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할 무렵에는 푹 잠들었다. 녹원은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양쪽 창 너머로 산기슭이 형태를 드러냈다. 새카맣게 탄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녹원이 기사에서 찾아본 대로였다. 산은 파괴되고 소실되었다. 기사들은 특정한 단어들을 되풀이했다. 재앙, 재난, 상실. 평소에도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이었으나, 이번 피해는 유난히 참혹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부터 불씨가 솟아올랐다. 불씨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마치 누군가 사주한 양, 화마는 적절한 환경 속에서 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현장의 직원들은 검은 재로 뒤덮인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까만 코피가 쏟아져요. 그들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매일 목이 아픕니다. 그들의 말은 녹원을 슬쩍 스치고 사라졌을 뿐이다. 녹원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곰을 생각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곰에 대한 질문만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괜찮을까? 살아 있을까? 산속에서, 이제는 폐허로 변한 그곳에서? 녹원은 흘끗 조수석을 보았다. 노아는 덜컹거리는 창에 이마를 댄 채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뒷좌석의 목 베개를 찾으려다가 관두었다. 괜한 배려를 해 준답시고 잠을 깨우는 건 아닐까. 상사와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가득 긴장하여 잠들지 못한 건 또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손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녹원은 한숨을 내쉬고서 속력을 올렸다. 여전히 이런 일들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조차 무엇을 해 주는 게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아는 톨게이트를 지날 즈음에 깨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좌우를 살피고서 웅얼거렸다. “주사님. 커피 안 드셨죠. 드셔야 해요. 제가 직접 내렸는데. 맛있을 텐데.” 그는 보온병 뚜껑에 커피를 따라 건네고서는, 다시금 까무룩 잠들었다. 녹원은 홀로 웃다가 커피를 마셨다. 노아의 말이 맞았다. 커피는 맛있었다. 알맞게 따뜻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마지막 야생 반달곰은 설악산에서 죽었다. 천구백팔십삼년, 녹원이 태어난 해였다. 곰은 살해당했다. 웅담을 노린 밀렵꾼의 총알이 곰의 척추를 뚫었다. 곰은 총알이 박힌 몸으로 마등령 계곡까지 달아났다. 바위들 사이에 웅크려서 며칠을 울어댔다. 그의 죽음을 다룬 기사는 울음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으엉, 으엉. 글자로 적힌 울음은 처절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웠다. 으엉, 으엉. 짐승은 보름 가까이 앓다가 죽어 버렸다. 우도근은 말했다. 그 후로 이 산에는 곰이라고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사십여 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녹원이 입사하기 삼 년쯤 전에, 곰 한 마리가 설악산에 나타났다. 아홉 살배기 암곰이었다. 백오십오 센티미터의 신장에 백 킬로그램, 날렵하다고 할 만한 덩치였다. 몇 해 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중 하나인 양 싶었다. 주말 등산회 사람들이 그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암곰은 폭포를 어슬렁거리며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신고인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곰이 도토리를 먹는다니까요. 곰이 원래 도토리를 먹어요? 사무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리산에 방생한 곰들이 다른 국립공원으로 넘어간 일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설악산이라니. 이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야생동물은 한 번도 없었다. 곧 남부보전센터에서 인력을 파견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쪽에서도 직원들을 내보냈다. 모두의 목적은 최대한 빠르게 곰을 생포하여 지리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계장이던 우도근을 포함하여, 현장직 몇몇이 포획 조에 가담했다. 그들은 방패와 밧줄을 지고서 산을 올랐다. 암곰은 폭포에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후다닥 참나무에 올라가서 버텼다. 우도근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녹색 그물을 설치했다. 보전센터 직원이 마취총을 쐈다. 십여 분이 지나고, 정신을 잃은 곰이 그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기절한 곰은 꽁꽁 묶인 채 지리산으로 돌아갔다. 그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 달이 지났을 때 암곰이 새끼를 남기고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악산에서 낳은 새끼인지, 설악산까지 데리고 온 새끼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곰에게 어떤 발신기도 붙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새끼 곰은 폭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홀로 남은 새끼를 잡는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당시의 도돌이는 약 육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포획되는 순간에는 나무 뒤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더랬다. 촉촉한 코나 동그란 귀가 어찌나 귀엽던지, 현장에 나온 직원들 모두가 끙 소리를 냈더랬다. 붙잡힌 도돌이는 어미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를 타고 지리산으로 갔다. 현장에 간 직원들은 은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녀석, 돌아가서 엄마랑 다시 만났겠지? 이것 참, 이산가족 상봉이네…. 그들 중 누구도, 그 곰이 귀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새끼 곰이 무수한 위험을 무릅쓰며 산맥을 넘어오다니. 우도근이 손가락을 튀겼다. 그런데 진짜로, 이 녀석이 돌아온 거예요. 이 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대피소의 직원이 먼저 곰의 흔적을 발견했다. 대피소 부근의 물푸레나무에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남아 있노라고 했다. 족제비나 오소리의 발톱 같지는 않다.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깊은 자국이다. 꼭 곰이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고. 무인카메라를 추적한 결과,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시금 보전센터의 직원들이 오고, 또 한 번 포획 조가 꾸려졌다. 우도근은 지난 포획에 참여한 경력을 인정받아 두 번째로 방패를 들었다. 곰은 나무 위 벌집을 습격하던 중에 붙잡혔다. 마취총에 맞아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전센터 직원들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몸을 밧줄로 묶어야 했다. 그들은 곰의 왼쪽 귀에서 조그만 기계를 하나 발견했다. 배터리가 닳은 발신기였다. 수의사는 말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전에 서식지를 탈출한 모양이네요. 곧 그들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아냈다. 수의사는 곰이 세 살이 조금 안 된 암컷이며, 또한 두 해 전 이 산에서 퇴출당한 바로 그 새끼 곰이라는 사실까지 밝혀 주었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얘가 그 곰이라고? 우리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그 아기곰 말이야? 수의사가 말했다. 뭐, 이제 아기라고 부르긴 뭐하죠. 그의 말이 맞았다. 철창에 갇힌 짐승은 일 미터하고도 오십팔 센티미터였다. 몸무게는 백사십오 킬로그램, 울부짖는 모양새는 가히 맹수라고 부를 만했다. 곰이 또다시 지리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다들 찜찜한 느낌을 걷어내지 못했다. 과장이 말했다. 물론, 그 느낌이 맞았죠. 일 년 만에 지리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위치 추적을 했는데, KF-75가 그곳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요. ‘돌아갔다.’ 그쪽에서도 돌아갔다고 표현하더군요. 설악산의 직원들은 혀를 찼다. 독한 곰이다. 지독한 놈이야. 쑥덕거렸다. 곰 방사 계획 같은 거 대체 누가 짠 거냐?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심지어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나뭇가지마다 흰 서리가 열매처럼 맺혀 있었다. 다른 반달곰들은 지리산 곳곳에 웅크려 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단 한 마리의 곰만이 얼어붙은 산맥을 넘어 고향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곰을 도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며칠간 추적이 이루어졌다. 곧 곰이 설악산에서 동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사무소에서도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어느덧 세 번째로 이곳에 방문한 보전센터의 직원들과 함께 동면포획을 준비했다. 산속의 굴 어딘가에 잠든 곰을 끌어내는 방법이었다. 녹원이 끼어들었다. 잠든 중에 끌어낸다고요? 네, 그래서 동면포획인 거죠. 무서운 방법이네요. 음, 사실은 그게 가장 평화로운 방법인데요. 곰의 입장에서는, 잠든 사이에 세상이 뒤바뀐 거잖아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요. 우도근이 턱을 괴고서 녹원을 바라보았다. 곰의 입장이라. 과장이 중얼거렸다. 곧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그 미소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우도근이 말했다. 박 주임은 곰이 불쌍한가 봐요. 나는 우리 직원들이 불쌍한데. 매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짐승 하나 때문에. 안 그래요? 녹원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우도근의 앉은키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백육십 센티미터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키에 가느다란 팔다리. 그와 비슷한 외양의 남자들은 대체로 녹원을 불편하게 여겼다. 경계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녹원의 몸을, 그의 크기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듯했다. 과장은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인 적 없었다. 외려 그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녹원을 대하곤 했다. 이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녹원 주임님. 이번 포획 작전에 같이 가 볼래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좋아요. 그럼 좋을 것 같습니다. 우도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좋다. 그럼 정해진 거지요? 이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사무소는 녹원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정문 양쪽에서 가지를 맞대고 있었다. 진입로 안쪽으로 목조 건물이 엿보였다. 여기까지는 화마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녹원은 정문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막 깨어난 노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녹원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노아씨.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설명을 먼저 드려야겠는데요.” “아, 네, 네.” “그러니까…. 여기에 곰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시작점이었다. 녹원은 가장 건조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개체, 포획, 복원 프로젝트, 서식지, 정부 지침. 그런 단어들이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도돌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노아는 찌푸린 얼굴로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침내 고개를 돌린 노아가 활짝 웃었다. 녹원은 물속에서 나온 사람인 양 참던 숨을 토해냈다. 노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사님. 진짜로 엄청난 사연이네요. 저라도 여기 왔을 거예요. 잘 오셨어요.” 녹원은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양 뺨이 화끈거렸다. 곧 코끝까지 시큰거릴 듯했다. 녹원은 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열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푸른 기를 머금은 하늘은 투명해 보였다. 녹원은 길을 건넜다. 사무소 정문 기둥에 기대고 서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사무소의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약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건너편에서 달칵, 소리가 트였다. 곧 우도근이 소리를 쳤다. - 아니, 뭐야. 박녹원 주임이 건 거예요? “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제가 지금 사무소 앞에 와서요.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요.” 우도근이 정문으로 나오기까지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녹원은 금세 그를 알아보았다. 깡마른 몸집과 산양처럼 총총거리는 걸음걸이. 과장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그를 비껴간 듯 보였다. 머리가 더 벗어지지도, 주름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우도근은 어설픈 인사치레로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질문부터 던졌다. “아니, 진짜로, 뭐 때문에 왔어요?” “도돌이 말이에요. 무사한가요?” “에? 도도리?” “도, 돌, 이. 아시잖아요. 되돌아오는 곰이요.” 우도근이 아아― 길게 소리를 냈다. 탄식 같은 소리였다. 녹원은 지금껏 내내 연습한 얼굴, 가능한 한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버티고 섰다. 과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박 주임, 그거, 곰 때문에 온 거예요? 그거 물어보러?” “네. 맞습니다.” “세상에… 박 주임 대단하네요. 아니지, 지금은 주임이 아니지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보통 주사라고들 불러요.” “그래요. 박녹원 주사님.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거기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굉장하네, 정말로 굉장하네요.” 녹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과장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우도근이 한숨을 내쉬면서 웃었다. 눈에 익은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요새는 산불 뒤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재난안전과고 자원보전과고 할 거 없이 다들 난리거든요. 곰까지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몰라요. 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발신기는요? 센터 쪽에서 확인 들어가지 않았어요?” “발신기 그거.” 과장이 수염 자국조차 없는 턱을 어루만졌다. “어디 보자…, 그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 봐요. 지금 몇 시죠?” “점심시간 끝나려면 아직 삼십 분 남았어요.” 과장이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침내 우도근 쪽에서 손을 들었다. “좋아요. 알아봐 줄게요.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데.” “감사합니다.” “사무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괜찮습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차 안에 있을게요.” “친구? 박 주임 친구요?” “네. 직장 동료 겸 친구요, 같이 왔어요.” 과장이 눈을 치켜떴다. 입은 헤 벌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하리만치 환한 웃음이 그의 얼굴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녹원은 어찌할 바 모른 채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과장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도근은 사뭇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녹원은 그의 뒷모습이 사무소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과장의 안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삼차 포획은 이른 새벽 중에 진행되었다, 직원들은 사무소 정문 앞에 모였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으로, 우도근의 이야기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의사는 녹원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와 함께 온 보전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점잖은 인상으로, 말수가 적고 걸음이 빨랐다. 설악산에서도 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녹원과 우도근을 포함한 공원사무소의 직원들 외에도, 곰이 머무는 구역 근처의 분소 직원들 역시 합류했다. 보전센터 직원들은 여섯 다리가 달린 은색 안테나를 들고 왔다. 그것으로 곰을 찾아냈다고 했다. 곰은 탐방로로부터 머지않은 계곡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도돌이가 홀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계곡이었다. 사람들은 장비지원조와 마취조, 추적조로 나뉘었다. 녹원은 장비지원조에 배치되었다. 곰을 붙잡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우도근은 추적조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우도근의 조가 선두에, 녹원의 조가 후미에 섰다. 행렬은 흔들다리를 건너고 금강문을 거쳐서 산길을 올랐다. 폭포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들은 곧 탐방로를 벗어나 숲 안쪽을 가로질렀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멈춰서 짐을 풀었다. 녹원은 가방을 내려놓고 장비를 하나씩 꺼냈다. 녹색 안전그물과 구조용 밧줄, 헬멧과 방패 등이 손에서 손을 타고 넘어갔다. 이제 마취조와 추적조가 공터 너머의 폭포로 가서, 곰을 데리고 올 것이라고 했다. 녹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수풀 뒤에서 조끼를 걸치는 우도근이 보였다. 녹원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우도근이 인사를 건넬 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녹원은 그 몸짓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곰이 여기에서 살 수는 없나요? 예? 뭐라고요? 곰 말이에요. 세 번이나 돌아왔잖아요. 여기가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요. 원하는 곳에 놓아주는 게 불가능한가 해서요. 침묵이 흘렀다. 과장이 천천히 헬멧을 썼다. 턱에 매는 끈을 고정한 뒤 녹원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웃음기조차 없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박녹원 주임님. 네, 우도근 과장님. 저건 맹수예요. 말이 천연기념물이지, 사실은 유해조수라고요. 그리고 여기는 국립공원이에요.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산이요. 이해하겠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올라오는 말을 삼키려 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그의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저도 안다고요. 과장님. 매일매일 사람들이 여기에 오잖아요. 자연이 좋다거나,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취미 생활이라면서 산에 오르내리죠. 그런데 제 말씀은요, 과장님, 그건 그 사람들 선택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 곰의 경우는 다르다고요. 쟤는 이 산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계속 되돌아오는 거겠죠.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 여기서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녹원은 입을 다물었다. 턱이 떨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과장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거의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는 녹원이 건네준 가방 안에서 보호구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 위로 보호구를 주섬주섬 끼우며 말했다. 우리 박녹원 주임님은 말이야.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요. 녹원은 그를 쳐다보았다. 질문들이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란 어디이며, 대체 무엇이 안 되는 거냐고,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론, 녹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도근은 낡은 지프를 타고 되돌아왔다. 도돌이가 사라진 지점까지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미리 얘기해 놓았다고도 덧붙였다. 과장은 왜인지 들뜬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과장이 따라나서 준다면, 훨씬 간편히 산을 돌아다닐 수 있을 터였다. 노아와 녹원은 우도근의 지프 뒷좌석에 올라탔다. 과장이 몸을 돌려서 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 반갑습니다. 박녹원씨 직장 동료라면서요.” “네.” 노아가 그와 악수하며 답했다. “네, 동료 겸 친구예요.” 우도근이 빙긋 웃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녹원은 우도근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박녹원씨라니. 생경한 호칭이었다. 우도근 과장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저 산속에서. 우도근의 지프는 금세 산중도로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는 까맣게 탄 산맥이, 왼쪽으로는 잿빛 강이 이어졌다. 검은 산에서부터 흩날린 잿가루가 차창에 달라붙었다. 지프는 강의 굽이를 따라서 모퉁이를 돌았다. 국립공원의 시작점을 알리는 아치형 입구와 함께, 강변을 따라 선 갖가지 가게들이 나타났다. 잿빛 먼지에 휩싸인 편의점과 식당, 분사무소와 등산로로 향하는 흔들다리. 우도근은 다리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녹원과 노아는 창밖으로 목을 뺐다. 강 건너로 접근금지 테이프를 친 약수터가 보였다. 폭포 방향으로 입산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구간이었다. 몇 해 전 녹원이 삼차 포획 행렬에 낀 채로 지나갔던 지점이기도 했다. 우도근이 약수터 위쪽을 가리켰다. “저쪽 산허리에서 발신기를 발견했어요. 아주 훼손되었다던데. 억지로 뜯어 버렸나 봐요.” “그 외 흔적은 못 찾았고요?” “네, 사체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과장이 룸미러로 녹원의 얼굴을 흘긋 보았다. 그가 시동을 끄면서 말했다. “산에 다녀오고 싶으면, 지금 다녀와요.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녹원은 머뭇거렸다.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껏 우도근을 오해했던 것일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과장은 친절하고 온화한 남자였다. 녹원의 기억 속에서 보여 주던 적대적인 태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허탈한 웃음이나 경시하던 눈길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군처럼 보였다. 녹원은 차에서 내렸다. 노아가 그를 뒤따라왔다. 그들은 다리를 건너고 약수터를 지났다. 숲은 고요했다. 산으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바삭하게 타오른 나무들은 식물보다는 불꽃의 잔재처럼 보였다. 보이는 곳마다 회색 재가 휘날렸다. 새들이 지저귀지 않고 잎사귀도 흔들리지 않았다. 도돌이를 처음 만난 날과는 모든 게 달랐다.         추적조와 마취조는 숲 너머로 떠났다. 장비지원조는 공터에서 짐을 가지고 대기하기로 했다. 녹원은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숲속을 바라보았다. 물푸레나무와 박달나무, 피나무, 소나무, 벚나무. 여름의 샛노란 볕뉘가 나뭇가지 사이를 환히 비췄다. 곧 낯선 소리가 그 풍경을 뒤흔들었다. 쿵. 높은 곳에서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위에 기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산 전체가 몸을 털어내는 듯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하게 번져 왔다. 얼마 후, 그들이 나무 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행진이라도 하듯 한 줄로 선 채 숲을 가로질렀다. 수의사와 과장이 선두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들것을 붙든 남자들이 내려왔다. 녹원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들것 안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짐승이 있었다. 포로처럼 눈과 입, 팔다리를 묶인 채. 녹원이 지고 온 밧줄이 곰의 몸을 엑스자로 붙잡고 있었다. 수의사의 목에 둘렀던 파란 천은 곰의 눈을 가리는 데 쓰였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붉은 혀가 늘어져서 달랑거렸다. 녹원은 행진을 쫓는 아이처럼 곰을 따라서 걸었다. 필사적으로 들것을 쫓아가며 곰을 보았다. 그의 귀에 새로 부착된 발신기를,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흰 반달을, 마른 땅처럼 갈라진 발바닥을 보았다. 남자들은 공터 정중앙에 들것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보호구를 주섬주섬 벗었다. 녹원은 장비들을 챙기는 일도 잊고, 내내 곰만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다가온 사람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 만져 봐요. 녹원은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우도근 과장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얼굴로 곰을 가리켰다. 쓰다듬어 보라니까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머뭇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녹원은 곰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검은 털은 까슬까슬하고 서늘했다. 피부는 몹시 단단했다. 녹원과는 전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털과 살, 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거렸다. 녹원은 눈을 깜빡였다. 곰의 치욕과 자존심, 곰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끊임없이 돌아온다는 뜻의 이름도 곱씹었다. 짐승이 꿈틀거린 순간에도,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나중에 과장과 수의사를 비롯한 몇 사람이 물어보았다. 왜 손을 떼지 않았어요? 왜 달아나지 않았습니까? 녹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느꼈던 소속감을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그토록 아늑하고 달콤한 마음은 처음이었다. 극복해 낼 수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곰은 소리를 질렀다. 으엉, 소리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밧줄의 매듭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곰은 순식간에 들것에서 벗어났다. 그는 녹원이 보았던 사진처럼 양팔을 벌리고,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드러낸 채로 일어나 섰다. 도돌이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녹원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았다―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현을 썼다. 끌어안았다. 곰이 그를 끌어안았다고. 녹원은 등 뒤의 바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 녹원의 목숨을 구했다. 곰의 무게는 녹원의 몸을 지나 바위 아래로까지 분산되었다. 만약 선 채로 힘겨루기를 했거나, 땅바닥에 곧바로 쓰러졌다면, 녹원의 뼈는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다. 녹원은 그 접촉을 기억했다. 그날의 다른 어떤 때보다 더욱 선명히 기억했다. 늑골을 짓누르는 냄새와 촉감. 곰은 녹원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작았다. 그런데도 어찌나 무거운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녹원은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돌이는 저를 끌어안지 않았어요. 걔는 저한테 기대어 있었죠. 수의사도 그의 말에 증언을 보태 주었다. 곰이 박녹원씨를 고목이나 바위, 혹은 어떤 기둥처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살기 위해서, 박녹원씨에게 매달린 거죠. 파란 천이 흘러내리며 초점을 잃은 눈이 드러났다. 입가에서 흰 거품이 끓었다. 남자들이 곰을 끌어냈다. 녹원은 바위벽에 기댄 채로 주저앉았다. 흐릿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괜찮아요? 숨 쉴 수 있어요? 녹원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렇지가 않았다. 호흡할 때마다 갈비뼈가 조각나듯 아팠다. 결국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곰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사에서 읽은 기묘한 울음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채우고 있었다. 정말로 으엉, 으엉, 하고 우는구나. 녹원은 생각했다. 정말로 울어버리듯이 우는구나. 바로 앞에서는,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녹원씨. 박녹원씨. 녹원은 고개를 돌렸다. 우도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그는 몇 해는 더 늙어버린 양,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서 일하면 안 돼요.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해. 과장은 몇 번이나 말했다. 박녹원씨. 산에서 내려가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요.              “날이 늦었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들 가요.” 우도근은 주장했다. 녹원과 노아가 연거푸 손사래를 쳤는데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그의 집은 산기슭 끝자락에 있었다. 녹원과 노아는 빨간 지프를 따라서 시멘트 언덕 위를 올라갔다. 새하얀 돌벽에 노란 지붕을 올린 집이 나타났다. 옅은 녹색 잔디를 깐 마당에는 흔들 그네와 스프링클러, 평상이 놓여 있었다. 집의 뒤뜰은 산사면과 바로 맞닿았다. 천만다행으로 이쪽 능선까지는 불길이 오지 않아서 피해를 면했노라고 했다. 녹원은 자신의 트럭에서 내려와 주위를 살폈다. 우도근의 집은 언덕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언덕 앞뒤로 보이는 것은 산과 강뿐이었다. 주위에 놓인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녹슨 가로등 하나가 전부였다. 우도근이 노란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란이. 나 왔어.” 녹원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도근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은 들은 적 있었다. 직접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우도근이 부인을 부르는 광경을 보다니. 란이, 라고 부르다니. 그가 누군가를 저토록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곰을 부를 때만 제외하면. 저녁 시간은 한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란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아름 꺼내 녹원의 품에 안겨 주었다. 별구경하다가 자세요. 란은 오래전부터 녹원을 알아온 양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마당 평상이 별구경하기 딱 좋거든요. 맥주 곁들이면 그만 한 휴가도 없어요. 막상 부부는 평상 휴가에 동참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홉 시만 되어도 눈꺼풀이 감겨서, 먼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도근은 평상에 담요를 깔아 주었다. 조카에게나 건넬 법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재밌게 놀고 푹 자요. 알겠지요?” 마당에는 녹원과 노아만 남았다. 두 사람은 평상에 나란히 앉았다. 다리를 죽 편 채 맥주를 홀짝거렸다. 산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살갗을 서늘하게 적셨다. 부부의 말대로, 마당에서 보는 별은 몹시 선명했다. 허공에 멈춘 불씨처럼 반짝거렸다. 녹원은 언덕 너머에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두 갈래로 나뉜 물길이 다시 한 길로 합쳐지는 지점까지 살폈다. 강 뒤편의 산은 부드러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녹원이 불쑥 말했다. “천 킬로미터예요.”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곰이 이동한 거리 말이에요. 한 번에 삼백사십사 킬로미터, 세 번 돌아오면 천백삼십이 킬로미터 정도 돼요. 서울에서 도쿄까지가 그 정도 거리래요.” 노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지독한 곰이네요.” 녹원은 동의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곰이었다. 세 번째 귀환 이후, 이 독한 곰은 제법 유명해졌다. ‘되돌아오는 곰.’ 그런 유의 머리기사와 함께. 도돌이라는 이름 역시 앙증맞게 실렸다. 설악산 측은 이 사건을 일종의 기회로 삼았다. 설악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시작점을 ‘되돌아오는 곰’으로 삼자. 마침내 도돌이는 설악산으로 방사되었다. 몇 가지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서, 사무소 내부에도 곰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절차가 투입되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이토록 강력한 의지를 가진 곰이 번번이 돌아오던 고향. 한 기자는 도돌이를 천구백팔십삼년에 죽은 곰의 환생인 양 묘사하기도 했다. 수십 년의 한이 이제야 풀렸노라고. 녹원이 말했다. “어릴 때 제 별명이 웅녀였거든요.” 노아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웃어도 돼요?” 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웃는 사이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열세 살쯤 때 이미 키가 백칠십을 넘었어요. 그때 짝꿍이 되게 웃기던 애였거든요. 저를 맨날 웅녀라고 불렀는데, 그게 못내 좋았어요. 그전에는 한 번도 별명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녹원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곰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마지막 야생 곰, 그가 태어나던 바로 그해 엉엉 울어버리다가 죽은 짐승. 녹원은 곰이 죽은 날짜도 찾아보았다. 곰은 칠월 말일, 녹원이 태어나기 바로 전날에 죽었다. 그 숫자 간의 관계를 깨달은 순간, 녹원의 머릿속으로 괴상한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가는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다. 녹원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야말로, 그 곰에게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노아는 웃지 않았다. 녹원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은 오래도록 그를 옭아맸다고. 누구나 이상한 믿음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그런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지나치게 묵직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그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존재라면, 왜 이토록 사람들이 어려운지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사람에게 죽은 짐승은,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역시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바로 그런 경우는 아닐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에서 마음을 떼어낼 수 없었다. 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래서요. 도돌이와 나 사이에도 무언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녹원은 고개를 들었다. 노아는 끌어안은 무릎에 턱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평상에 깐 담요를 펼쳐 노아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고개를 드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희고 선명한 달이었다. 두 갈래의 강 위로 두 개의 달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밤 동물의 눈동자처럼 보였다. 녹원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양팔을 죽 펼친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빳빳이 굳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눈앞으로는 밤의 어둠을 타고 흐르는 산의 능선만 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등 뒤 어딘가에서, 아마도 뒤뜰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낮게 숨 쉬는 소리가 울렸다. 녹원은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 분명히 귀에 익었다. 다시 한번 비닐이 흔들렸다. 얇은 막이 찢어졌다. 그것이 그르렁거렸다. 나는 알아.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이 소리를 알고 있어. 녹원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발뒤꿈치를 들고 돌아섰다. 주택은 엷은 가로등 불빛에 잠겨 있었다. 소리는 조금 더 뒤에서, 가로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녹원은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을 지나서 집의 뒤쪽으로 갔다. 뒤뜰에는 지붕을 씌운 분리수거함과 차고가 있었다. 차고의 비상등은 활짝 켜져 있었다. 안쪽의 빨간 지프가 선명히 보였다. 그 옆의 분리수거함을 뒤적거리는 물체 역시도 뚜렷하게 보였다. 녹원은 멈춰 서서 그 물체를 보았다. 검고 큼직한 뒷모습. 몇 해 전보다는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곰은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검은 발이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움켜쥐었다. 비닐들이 흔들리고 찢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녹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 메었다.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마음은 한 차례 솟구치더니, 도무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녹원은 집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곰의 움직임을 훑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부석거리는 털이라거나 바싹 야윈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얘.” 녹원이 말했다. “도돌아.” 곰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응답하듯이.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녹원은 한 발짝 다가섰다. 다음 걸음은 좀더 가볍게 옮겼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계속 걸어갔을 터였다. 손은 녹원을 꽉 쥐고 뒤로 당겼다. 녹원은 뒤돌아보았다. 노아가 거기 있었다. 비상등의 빛에 새하얗게 질린 채, 녹원을 붙들고 속삭였다. “움직이면 안 돼요. 주사님, 움직이지 마세요.” 녹원도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괜찮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미 한 번 이 곰을 만난 적 있다. 그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곰은 놀랍도록 명민한 동물이라 몇 해 동안 사람을 기억한다. 그러나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곰은 구부정하게 서서 멀뚱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흰자가 슬며시 드러난 눈은 사람의 것보다 둥글고 검었다. 그 눈동자에서는 어떤 생각도 읽어 낼 수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 그것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감정 또한 없었다. 곰은 그와 전혀 다른 구역에,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했다니.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들 간에는 무엇도 교차하는 것이 없었다. 녹원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녹원이 속삭였다. “노아씨. 뒤로 가요. 등 돌리지 말고, 뒷걸음질로요.” 노아는 그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기묘한 춤을 추듯, 일정한 리듬에 따라 뒷걸음질을 쳤다. 곰은 그들을 빤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트럭 옆으로 다가갔을 무렵, 녹원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그것을 차의 앞문에 대고 몇 차례 내리쳤다. 열쇠와 문이 맞부딪치며,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곰이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팍에 모으고 있던 앞발을 바닥에 내딛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산속으로, 그리하여 어둠 너머로 녹아내렸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곰이 뜯어둔 비닐들을 바라보면서. 창문 안쪽에서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도근 아니면 란이 깨어난 모양이었다. 녹원은 잽싸게 몸을 돌렸다. 노아는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녹원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노아 씨. 여기에서 다른 거 본 거로 해요. 아무거나 좋아요. 고양이나 멧돼지, 살쾡이. 뭐 그런 게 내려왔다고 그래요. 곰을 봤다고는 하지 마요.” “왜요? 주사님. 방금 보셨잖아요. 곰이에요. 맹수라고요. 제대로 말씀드려야 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눈 한 쌍, 그 눈길이 불에 덴 자국처럼 머릿속에 새겨졌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몇 해 동안 그를 옭아매던 감정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곰은 사람과 다르다. 곰은 사람이 아니다. 곰은 사람보다 나은 존재다. 앞뜰에서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녹원이 낮게 속삭였다. “노아씨. 나는요. 늘 곰에게 산을 주고 싶었어요. 아주 통째로 줘 버리고 싶어요.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고요. 그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하겠어요?” 노아가 자신의 팔을 붙든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는 오래전에 과장이 짓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 울음을 터뜨릴 듯 일그러진 얼굴, 여전히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주사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산을 줄 수 있나요? 우린 애초에 산을 가진 적도 없잖아요. 다들 그걸 알아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저 곰을 찾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찾아서 보호하고, 같이 살려고요. 다들 그걸 위해서 애쓰는 거잖아요.” 노아의 등 뒤로 우도근이 보였다. 그가 집의 벽을 따라 돌아와 가로등 아래 섰다. 그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물었다. “뭐 깨지는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 있어요?” 노아가 녹원을 올려다보았다. 녹원도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노아씨. 박녹원 주사가 안 무서워? 직원들의 질문이 녹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노아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 노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더니, 이내 포기한 듯 몸을 돌렸다. 우도근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노아를 흘끗 보고서, 녹원에게 다가왔다. 녹원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차 안에서 무엇인가 찾다가 열쇠를 떨어트렸고, 차 문에 부딪힌 열쇠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고. “죄송해요, 주무시는 걸 깨웠네요.” 우도근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녹원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도근도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과장의 눈길이 뜯어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가 닿는 순간, 녹원이 입을 열었다. “과장님. 여기 족제비 같은 게 있던데요.” 우도근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족제비요?” 녹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열쇠를 찾다가 뒤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다가가니 족제비인지 오소리인지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중이었다고. 꽤 굶주려 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장은 분리수거함으로 다가가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봉투를 이리저리 비쳐 보더니 혀를 찼다. “아이고, 이걸 하루 늦게 내놨더니…험하게도 물어뜯어 놨네.” “안에 들여놓으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녹원은 너덜너덜한 봉지를 들어 우도근에게 건넸다. 옛 과장이 그것을 받으며 빙그레 웃었다. “시골은 시골이지요?” 박녹원도 마주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의 대응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녹원은 방으로 돌아왔다. 벽을 향해 누웠다. 그의 옆에 누운 노아가 뒤척거렸다. 그는 녹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반대로 돌아눕고,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의 망설임이 애틋한 동시에 힘겹게 다가왔다. 녹원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았다. 노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녹원은 벽에 드리워진 그늘을 물끄러미 지긋이 보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등 뒤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울렸다. 노아가 결국 피로에 항복한 모양이었다. 녹원은 몸을 돌려 정면으로 누웠다. 유리창으로 스민 달빛이 천장을 부드럽게 밝혔다. 녹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불타는 산을 생각했다. 잿빛 산, 폐허처럼 모두 불타버린 산, 잿더미로 뒤덮여 일견 늪처럼 보이기도 하는 산이다. 곰이 그 위를 달리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처럼, 두 발이 아니라 네 발로. 그는 산맥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빠르다. 성체로 자라난 곰들은 사십에서 육십 킬로미터의 속력을 낸다. 그는 타고난 사냥꾼이며 끈기의 화신이다. 바삐 위치를 바꾸는 앞발과 뒷발 너머로 회색 구름이 퍼져 나갈 것이다. 곰은 바위를 뛰어넘고, 나무를 오르고, 강을 건넌다. 어떤 방해도 없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누구도 그를 쏘지 않는다. 잠든 채로 끌려 나오지도 않는다. 그는 어디든지, 원하는 만큼 간다. 산은 모두 곰의 것이다. 그는 자유롭다. 녹원은 가슴에 양손을 올렸다. 마치 포로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로 번져 나갔다.
  • [2022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반려울음/이선락

    [2022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반려울음/이선락

    슬픈 시를 쓰려고 배고프다, 썼는데 배곺으다라 써졌다곺 뒤에 커서를 놓고 백스페이스키를 누르자 정말 배가 고팠다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렸나? 배가 깜박거리기 시작했다고프다, 쓰자 배가 없어졌다. 등이 구부러지는, 굴절된 뼈 같은 오후 그래, 슬픔은 늘 고프지어딘가가 고파지면 소리 내어 울자, 종이 위에 옮겼다 * 세면대 위에 틀니를 내려놓듯 덜컥, 울음 한마디 내려놓고 왔습니다그뿐인가 했더니옆구리 어디쯤에 쭈그리고 있던 마음, 굴절되어 있네요 거품을 집어삼킵니다 씹어도 건더기라곤 없는 튀밥혓바닥이 마르고, 버썩거립니다 그래요, 뭐든 버썩거릴 때가 있어요 잠깐 눈 돌리면쏟아지기도 하고… 난 수년 전 아이 몇몇 쏟아버린 적도 있어요 그땐 내 몸도 깡그리 쏟아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 손톱을 파낼 땐눈에도 금이 가고 있었죠 ‘얘야, 눈빛이 많이 말랐구나 눈을 새뜨고 있는 게 아니었어’ 내가, ‘손가락을 흘리고 다니지 말랬잖아요 근데 왜 까마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지…’ 보송보송 털이 난 꿈속에서 * 배가 고프단 얘긴 줄 알았는데, 그림자 얘기였어 부품해진 그림자론 날아오를 수 없다, 어떤 돌은 그림자도 생겨나지 않는다, 죽은 후론 배꼽도 떠오르지 않는다, 쏟아졌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수면에 떠올라‘배꼽은 어디 있을까?’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깨지지 않는 것도 깨진 것이 돼 버린 오후이렇게 비좁고, 나는 깎아지른 맘뿐이었나 몇 줄 적지 못한 종이 한 장 찢어, 공중에 날리는
  • [길섶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길섶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박홍환 평화연구소장

    최후의 달력 한 장이 마지막 잎새처럼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요즘, 마음만 바쁜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다. 연초 세웠던 크고 작은 계획들이 ‘코시국’의 연장으로 대부분 물거품이 돼 버린 것도 그렇거니와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뿌연 안갯속 같은 코로나 위기 전망으로 내년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은 조여들고, 어깨는 딱 ‘물먹은 솜’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흘러가는 강물이 방금 전 흘러간 강물이 아니고, 오늘 떠오른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지 않은가. 반성하며 흘러간 한 해를 보내고, 힘찬 각오와 함께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해야겠다고 심기일전하게 된다. 십수년 전이다. 한 해의 마지막날 오후 서쪽으로 내달려 강화에서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시뻘건 묵은 해를 보내고 곧바로 차를 돌려 양양에서 수평선을 뚫고 나오는 검붉은 새 해를 맞이한 경험이 있다. 차량 정체로 12시간 넘게 운전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송구영신의 반성과 각오가 남달랐기 때문일 게다. 올해 마지막날과 새해 첫날 전국의 낙조 및 일출 명소가 대부분 폐쇄된다고 한다. 하지만 해는 지고, 또 떠오를 것이다. 동네 뒷동산에라도 올라, 아니 마음속으로라도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새겨야겠다.
  • 다른 팀들은 ‘윈 나우’ 비명… 롯데·한화 육성 기조가 불안한 팬들

    다른 팀들은 ‘윈 나우’ 비명… 롯데·한화 육성 기조가 불안한 팬들

    모두가 육성에 초점을 두기로 약속하면 구단들은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자유계약선수(FA)를 거액에 사는 순간 기조가 깨지기 시작한다. FA 시장 참전 구단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치솟고, 육성을 꿈꾸는 구단들은 돈은 아낄 수 있지만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계약 총액 1000억원을 바라보는 이번 FA 시장 상황이 그렇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죄수의 딜레마란 협력적인 선택이 서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만 자신의 이익에 치중한 선택을 함으로써 서로에게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육성을 강조하고 거품 투자를 막았던 구단들이 올해는 대거 ‘윈 나우’ 모드로 지갑을 열면서 시장에 다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육성 기조를 유지하는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때 FA 시장의 큰손이었던 두 구단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성난 한화 팬들은 그룹 본사 앞에 트럭을 보내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롯데 팬들 역시 프랜차이즈 손아섭을 NC 다이노스로 떠나보낸 아쉬움이 크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성민규 롯데 단장은 28일 “지금은 별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한화와 롯데가 이처럼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기 육성 계획이 있는 데다 당장의 투자가 내년 성적으로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정민철 한화 단장도 “중장기 기조로 설정을 해놔서 분위기를 타고 계약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내부 계획도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구단들이 한화와 롯데의 성장을 기다려줄 만큼 순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적 의지가 강할수록 구단들은 매년 투자할 수밖에 없고 우승에 도전하는 팀은 과잉 투자를 통해서라도 전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 프로의 목표는 결국 우승이라는 점에서 한화와 롯데가 성장한 선수들로 우승에 도전할 때 우승을 꿈꾸는 다른 구단들의 전력이 약해지리란 보장도 없다. 특히 올해 9위 KIA 타이거즈가 나성범을 영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한화와 롯데의 행보가 더 대비되고 있다. 지금은 성장의 명분이 있지만 두 팀이 오랜 시간 끝에 성장을 이룬다고 해도 결국 21세기 첫 우승에 실패한다면 팬들의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다들 ‘윈나우’ 클릭하는데… 한화·롯데의 딜레마를 어쩌나

    다들 ‘윈나우’ 클릭하는데… 한화·롯데의 딜레마를 어쩌나

    모두가 육성에 초점을 두기로 약속하면 구단들은 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자유계약선수(FA)를 거액에 사는 순간 기조가 깨지기 시작한다. FA 시장 참전 구단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치솟고, 육성을 꿈꾸는 구단들은 돈은 아낄 수 있지만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계약 총액 1000억원을 바라보는 이번 FA 시장 상황이 그렇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죄수의 딜레마란 협력적인 선택이 서로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만 자신의 이익에 치중한 선택을 함으로써 서로에게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육성을 강조하고 거품 투자를 막았던 구단들이 올해는 대거 ‘윈나우’ 모드로 지갑을 열면서 시장에 다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육성 기조를 유지하는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때 FA 시장의 큰손이었던 두 구단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난 한화 팬들은 그룹 본사 앞에 트럭을 보내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롯데 팬들 역시 프랜차이즈 손아섭을 NC 다이노스로 떠나보낸 아쉬움이 크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성민규 롯데 단장은 28일 “지금은 별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화와 롯데가 이처럼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기 육성 계획이 있는 데다 당장의 투자가 내년 성적으로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정민철 한화 단장도 “중장기 기조로 설정을 해놔서 분위기를 타고 계약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내부 계획도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구단들이 한화와 롯데의 성장을 기다려줄 만큼 순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적 의지가 강할수록 구단들은 매년 투자할 수밖에 없고 우승에 도전하는 팀은 과잉 투자를 통해서라도 전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 잠시나마 육성에 관심을 뒀던 구단들이 이번에 투자에 나선 것만 봐도 앞으로도 투자기조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의 목표는 우승이고, 우승은 결국 한 팀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함이 크다. 한화와 롯데가 성장한 선수들로 우승에 도전할 때 우승을 꿈꾸는 다른 구단들의 전력이 약해지리란 보장도 없다. 특히 올해 9위 KIA 타이거즈가 나성범을 영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한화와 롯데의 행보가 더 대비되고 있다. 지금은 성장의 명분이 있지만 두 팀이 오랜 시간 끝에 성장을 이룬다고 해도 결국 21세기 첫 우승에 실패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팬들의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한파 속 폭주하는 FA시장, 역대 첫 1000억 보인다

    한파 속 폭주하는 FA시장, 역대 첫 1000억 보인다

    올해 광풍이 몰아치는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계약 총액이 900억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윈나우’에 올인하는 구단들이 대거 경쟁에 뛰어들면서 올해 FA 시장은 사상 첫 1000억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KT 위즈는 27일 “내야수 황재균과 4년 총액 6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25억원, 연봉 29억원, 옵션 6억원이다. 올해 우승팀 KT는 외부 전력 보강이 없었지만 장성우(4년 42억원)와 황재균 단속에 성공하며 전력 유출을 막았다. 황재균까지 대형 계약을 마치면서 올해 FA 시장의 계약 총액은 900억원을 넘었다. 1호 FA였던 최재훈(한화 이글스)이 5년 54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줄줄이 규모가 큰 계약이 이어졌다. 프로야구는 최근 FA 시장에 거품론이 강하게 불거지며 총액 규모가 가라앉는 추세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총액 40억원 이상의 계약이 단 3건이고 지난해에도 5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40억원 미만 계약이 단 2건이고 40억원 이상이 10명이나 된다. 100억원대 계약도 5건이다. FA 광풍의 주역은 단연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다. NC는 프랜차이즈 나성범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급하게 외부로 눈을 돌렸고, 박건우를 100억원에 데려오며 올해 첫 100억원대 계약을 열었다. 이후 김재환(두산 베어스)과 김현수(LG 트윈스)가 나란히 115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터뜨리며 FA 시장이 폭주했고 KIA가 나성범을 150억원, 양현종을 103억원에 잡으며 절정을 이뤘다. FA 시장 역대 최고 기록은 2016년의 766억 2000만원이다. 그러나 이날까지 FA 계약 총액만 937억원에 달한다. 복수의 구단이 선수 보강을 노리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예상보다 더 뛰었고, 역대급 FA 시장으로 남게 됐다. 아직 시장에 박병호, 정훈, 허도환이 남아 있다. 여기에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2군 FA도 3명이나 있어 올해 FA 시장의 계약 총액이 전무후무한 1000억원을 돌파할지 관심이 쏠린다.
  • 분양예정 39만+사전청약 7만 가구 공급… 수도권 일반분양 50% 늘어 19만 6000호

    분양예정 39만+사전청약 7만 가구 공급… 수도권 일반분양 50% 늘어 19만 6000호

    정부가 내년에 주택 46만 가구를 분양하기로 했다. 사업 승인을 받거나 예정인 공공·민간 주택 39만 가구와 사전청약 주택 7만 가구를 더한 물량이다. 39만 가구는 최근 10년 평균 분양 물량보다 10만 가구 정도 많은 수준이다. 올해 분양한 38만 8000가구(예정)보다는 30% 늘어난 수치다. 이 정도면 분양 물량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분양 물량은 서울 4만 7000여 가구, 경기 11만 6000여 가구, 인천 3만 3000여 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19만 6000여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물량이다. 그러나 민간 업체의 분양 계획은 변수가 많이 따른다는 점에서 목표 물량을 분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실제 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이 연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면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전청약 물량(7만 가구)은 이미 계획된 공공물량 3만 가구에 2000가구를 더한 3만 2000가구와 민간 사전청약 물량 3만 8000가구다. 공공 사전청약 물량 가운데는 3기 신도시에서만 1만 2000가구가 나온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신도시 등에서 공급된다. 민간 사전청약 대상은 공공택지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 가운데 성남 복정, 의왕 월암지구 등에서 차례대로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다. 특히 서울에서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진행되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4000여 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된다. 증산4구역·방학역·연신내역·신길2구역에서 내년 말부터 사전청약이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도 마련했다. 내년에 43만 가구를 지을 수 있게 지구 지정을 마무리한다. 공공택지 지구 지정(27만 4000가구), 밀도 상향(1만 가구), 도심복합사업 속도 제고(5만 가구), 서울 등 공공정비(3만 2000가구), 소규모 정비사업(2만 6000가구), 신축매입 약정사업(4만 4000가구) 등이다. 신규 지구 지정을 마치는 43만 가구 중 수도권 물량이 20만 가구에 이른다. ‘2·4 주택 공급대책’으로 찾아낸 16만 가구의 도심 주택공급 후보지는 주민 동의 속도를 높여 내년 지구 지정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 통합공모 등을 통해 내년 말까지 5만 가구(서울 2만 8000가구)를 발굴하고, 공공정비사업 물량도 지방자치단체 합동공모를 거쳐 상반기에 2만 7000가구를 확보한다. 직주근접성이 높은 도심 후보지도 10만 가구 이상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 46만 가구 공급 청사진은…민간 참여 저조하면 공수표 될 수도

    46만 가구 공급 청사진은…민간 참여 저조하면 공수표 될 수도

    정부가 내년에 주택 46만 가구를 분양하기로 했다. 사업 승인을 받거나 예정인 공공·민간 주택 39만 가구와 사전청약 주택 7만 가구를 더한 물량이다. 39만 가구는 최근 10년 평균 분양 물량보다 10만 가구 정도 많은 수준이다. 올해 분양한 38만 8000가구(예정)보다는 30% 늘어난 수치다. 이 정도면 분양 물량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분양 물량은 서울 4만 7000여 가구, 경기 11만 6000여 가구, 인천 3만 3000여 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19만 6000여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50% 정도 늘어난 물량이다. 그러나 업체의 분양 계획은 변수가 많이 따른다는 점에서 목표 물량을 분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실제 분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이 연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면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전청약 물량(7만 가구)은 이미 계획된 공공물량 3만 가구에 2000가구를 더한 3만 2000가구와 민간 사전청약 물량 3만 8000가구다. 공공 사전청약 물량 가운데는 3기 신도시에서만 1만 2000가구가 나온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신도시 등에서 공급된다. 민간 사전청약 대상은 공공택지에서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이다. 성남 복정, 의왕 월암지구 등에서 차례대로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다. 특히 서울에서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진행되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4000여 가구가 사전청약으로 공급된다. 증산4구역·방학역·연신내역·신길2구역에서 내년 말부터 사전청약이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대책도 마련했다. 내년에 43만 가구를 지을 수 있게 지구 지정을 마무리한다. 공공택지 지구 지정(27만 4000가구), 밀도 상향(1만 가구), 도심복합사업 속도 제고(5만 가구), 서울 등 공공정비(3만 2000가구), 소규모 정비사업(2만 6000가구), 신축매입 약정사업(4만 4000가구) 등이다. 신규 지구 지정을 마치는 43만 가구 중 수도권 물량이 20만 가구에 이른다. ‘2·4 주택 공급대책’으로 찾아낸 16만 가구의 도심 주택공급 후보지는 주민 동의 속도를 높여 내년 지구 지정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민간 통합공모 등을 통해 내년 말까지 5만 가구(서울 2만 8000가구)를 발굴하고 공공정비도 지방자치단체 합동공모를 통해 상반기 안에 2만 7000가구를 확보한다. 직주근접성이 높은 도심 후보지도 10만 가구 이상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
  • 한은, 이례적 ‘부동산 경고’… “가계빚 잡으려면 주택 늘려라”

    한은, 이례적 ‘부동산 경고’… “가계빚 잡으려면 주택 늘려라”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기업 빚은 3343조원으로,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금융위기가 닥쳐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0%까지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집값 폭등에 따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한은의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00을 기록했다. 1분기 91.85, 2분기 97.23에 이어 3분기 최고치를 찍었고,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부동산 FVI는 주택가격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임대료 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한다. 역사적 최고치를 100, 최저치를 0으로 설정해 매기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의미다. 집값이 들끓으면서 민간부채도 폭증했다. 9월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부채 합산) 비율은 219.9%로,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비율은 각각 106.5%, 113.4%로 1년 전보다 각각 5.8% 포인트, 3.6% 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발생 확률이 10%이지만 국내 자산가격 붕괴와 채무상환 불이행, 내수 침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복합 충격이 몰아치면 내년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부동산시장 자금 쏠림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나성범·손아섭도 사인 안 했는데 벌써 482억… FA 1000억 시장 열리나

    나성범·손아섭도 사인 안 했는데 벌써 482억… FA 1000억 시장 열리나

    박건우·김재환·김현수 3명만으로 330억“전성기 지나고 있는데” 팬도 의문 제기 최대어 나성범 사실상 ‘150억원대’ 전망박병호·양현종까지 과열양상 이어질 듯 한국프로야구(KBO)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계약금 총액 기록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벌써 500억원 가까이가 시장에 풀린 가운데 남은 선수들도 고액의 계약을 기대하면서 FA 계약 총액 1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현재 FA로 공시된 14명의 선수 중 소속팀을 찾은 선수는 6명이다. 과열되는 FA 시장에 불을 지핀 건 NC 다이노스다. 박건우는 NC와 6년 총액 100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6번째로 1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앞서 100억원 클럽에 가입했던 선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최정(SSG 랜더스), 양의지(NC), 최형우(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스)다. 7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박건우도 좋은 선수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름값만 놓고 보면 이들과 비슷한 대우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잠실 라이벌인 두산 베어스와 LG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계약’ 대열에 합류했다. 두산은 지난 17일 김재환과 4년 총액 115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최초로 100억대 풀베팅을 하며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두산이 김재환과의 계약을 발표하자 LG도 바로 김현수와 4+2년 최대 115억원의 계약을 확정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김재환과 김현수가 1988년생으로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100억대 투자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열 양상은 앞으로 남은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소속팀을 찾은 FA 6명의 계약금 총액은 482억원이다. 역대 FA 시장에서 기록한 가장 큰 액수는 2015시즌 이후 766억 2000만원이다.현재 ‘최대어’ 나성범(NC)도 사실상 100억원대를 예약했다. 나성범의 몸값은 150억원 이상으로 예상돼 역대 FA 최고액인 양의지(125억원)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손아섭(롯데),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양현종까지 쟁쟁한 선수들이 계약을 기다리고 있어 스토브리그 과열 양상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 ‘잠실대첩’에 벌써 100억대만 3명…총액 신기록 경신 시간문제

    ‘잠실대첩’에 벌써 100억대만 3명…총액 신기록 경신 시간문제

    한국프로야구(KBO)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계약금 총액 신기록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일 벌써 500억원 가까이 시장에 풀린 가운데 남은 선수들도 고액의 계약을 기대하면서 FA 계약 총액 1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현재 FA로 공시된 14명의 선수 중 소속팀을 찾은 선수는 6명이다. 과열되는 FA 시장에 불을 지핀 건 NC 다이노스다. 박건우는 NC와 6년 총액 100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6번째로 10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앞서 100억원 클럽에 가입했던 선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최정(SSG 랜더스), 양의지(NC), 최형우(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스)다. 7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박건우도 좋은 선수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름값만 놓고 보면 이들과 비슷한 대우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잠실 라이벌인 두산 베어스와 LG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계약’ 대열에 합류했다. 두산은 지난 17일 김재환과 4년 총액 115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최초로 100억대 풀베팅을 하며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두산이 김재환과의 계약을 발표하자 LG도 바로 김현수와 4+2년 최대 115억원의 계약을 확정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김재환과 김현수가 1988년생으로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에서 100억대 투자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팬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열 양상은 앞으로 남은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소속팀을 찾은 FA 6명의 계약금 총액은 482억원이다. 역대 FA 시장에서 기록한 가장 큰 액수는 2015시즌 이후 766억 2000만원이다. 현재 ‘최대어’ 나성범(NC)도 사실상 100억원대를 예약했다. 나성범의 몸값은 150억원 이상으로 예상돼 역대 FA 최고액인 양의지(125억원)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손아섭(롯데),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양현종까지 쟁쟁한 선수들이 계약을 기다리고 있어 스토브리그 과열 양상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에 또 다른 내가 존재? ‘다중우주’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에 또 다른 내가 존재? ‘다중우주’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17일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천체물리학자 폴 서터의 '다중우주는 얼마나 현실적일까?(How real is the multiverse?)' 칼럼이 게재됐다. 로켓을 타고 지구를 떠난다고 상상해보자. 먼저 태양계를 떠나고 우리 은하계를 벗어난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평선을 돌파하고 우리 우주를 뒤에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가야 하므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여기에서 대범하게 '나는 할 수 있다'고 우겨본다.  이제 당신은 영겁의 시간 동안 측량할 길 없는 공허 속을 순항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은하가 있고, 또 다른 태양계, 또 다른 지구가 있는 또 다른 우주, 그리고 또 다른 당신이 거기 앉아서 이 기사를 읽고 있다.  이것이 바로 다중우주이며, 우주의 시작을 정의하는 물리 이론이 자연스럽게 내놓는 예측일 수 있으며, 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이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크고 오래된 우주 우주의 크기에 대한 개념은 매우 가설적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상보다 훨씬 큰' 정도면 충분하다.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이 사건의 대체적인 모델은 우주의 관측 가능한 크기보다 적어도 10^52배 더 큰 우주를 보여준다. 관측 가능한 구역의 너비는 이미 900억 광년 이상이므로, 이것은 너무나 큰 나머지 우리 우주의 진정한 크기는 인간의 모든 상상을 넘어선다. 따라서 우리는 거의 이해할 수가 없다.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인 표준 빅뱅 우주론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우주가 태어난 것은 138억 년 전으로, 빛보다 빠른 것이 없음에도 서로 수백억 광년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의 영역이 어떻게 소통하여 거의 같은 온도를 갖게 되었을까 하는 문제 등이 그렇다.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그 지역들은 한때 훨씬 더 아늑했고 인플레이션이 그들을 갈라놓기 전에 서로를 꽤 잘 아는 '이웃'이다.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잠재적인 경우의 수가 있다. 사실 그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이것을 '영원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며, 이 아이디어는 가장 큰 규모의 우주가 항상 팽창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중 한 작은 주머니만 선택되어 우리 우주와 같은 정상적이고 차분한 구역이 될 수 있다. 쪼개진 각각의 섬 우주는 광대한 무(無)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분리될 것이며, 섬들은 빛보다 빠르게 서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큰 '다중우주'에 끼워넣어진 이 섬 우주들은 결코 서로 만나지 못하며 서로 소통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실 그들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가능한가? 그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우리는 최소한 다중우주의 존재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어떻게 합리적인 추측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는 거품으로 가득 찬 거대한 멀티 우주 욕조 속에 있는 하나의 거품일 경우 어떻게 이웃 거품들을 알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는 인플레이션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배심원단은 아직 이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초기 우주에서 인플레이션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다.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의 변동, 곧 우리 우주가 태어난 지 38만 년이 지나 냉각되기 시작했을 때 방출된 빛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볼 수 있는 패턴과 일치한다. 초기 우주에 대한 다른 이론은 그 빛의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것으로 좋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단일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이론의 한 종류이거나 범주에 가깝다. 다른 모델은 이 이벤트의 다른 물리학, 다른 동인, 다른 원인 및 다른 결과를 가정한다. 이 모든 이론은 초기 우주의 극한 물리학에 대한 가상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이론이 올바른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물리학자들은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플레이션 모델의 결과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의심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맞다면 영원한 인플레이션도 맞을 가능성이 있으며, 다중우주는 실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우주는 다중우주 거품 욕조 속의 한 개 거품인가? 말할 필요도 없이, 다중우주의 존재는 삼키기에는 꽤 큰 알약이다.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맞다면, 우주는 단 하나, 또는 많은 우주가 아니라 무한한 수의 주머니 우주가 있을 수 있다. 각각은 잠재적으로 자체 물리 법칙과 입자 배열을 지원할 것이다. 따라서 물질과 에너지를 배열하는 방법의 수가 유한하다면(우주를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무한 다중우주는 물리적 구성의 특정 조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물더라도 동일한 물리적 상황의 반복적인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유한한(그러나 매우 먼) 거리에 당신의 복제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너머로 또 다른 복제가 무한 반복된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일반적일 때만 다중우주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즉, 인플레이션 모델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모델의 공통적인 특징). 이것은 한 물리학자 팀이 인쇄 전 데이터베이스 아카이브와 '우주론과 입자물리학 저널'에 제출된 최근 논문에서 주장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들은 그라인더를 통해 많은 수의 인플레이션 모델을 넣고 모델의 유형과 모델 매개 변수를 변경하여 어떤 것이 일회성 문제이고 어떤 것이 영원한 인플레이션과 다중우주로 이어지는지를 계산했다. 그들의 대답은 복잡하다. 첫째, 그들은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원래 생각했던 것만큼 흔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주론자들이 왜 영원한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초기 우주론자들이 제한된 모델 세트만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많은 실행 가능한 인플레이션 모델(여기서 '실행 가능'은 관찰과 명백히 모순되지 않았음을 의미함)이 영원히 팽창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인플레이션 모델과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원한 인플레이션과 같은 것의 '공통성'을 측정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 물리학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반성에 대한 질문에 단일 대답으로 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똑같은 기사를 읽고 있는 또 다른 당신이 있을까? 과학은 말한다.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이다. 
  • 코로나19로 어렵다더니… 벌써 ‘602억’ 폭주하는 스토브리그

    코로나19로 어렵다더니… 벌써 ‘602억’ 폭주하는 스토브리그

    스토브리그에서 벌써 602억원이 풀리며 역대급 ‘쩐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크다며 ‘제발 관중 좀 받게 해달라’고 읍소했던 구단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씀씀이가 상당하다. 이대로는 총 1000억원대 규모가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토브리그가 폭주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17일 각각 김재환과 4년 115억원, 김현수와 4+2년 11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박건우(NC 다이노스)가 6년 100억원에 계약을 맺은 것을 포함해 100억원대 계약이 3건이 나왔다. 여기에 나성범, 양현종 등 100억원대가 예상되는 계약이 또 남아 있어 더 불타오를 전망이다. 시장에 적정가는 없지만 확실히 비싼 분위기다. 프로야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품론’이 강하게 일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구단들이 투자를 아꼈다. 하필 그 시기에 시장에 나왔던 선수들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나오는 금액의 반도 못 받았지만 그마저도 ‘거품’이라며 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SSG 랜더스가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의 비FA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기존보다 시장이 커졌다. 두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전력을 확실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선수들이 쏟아지다 보니 시장이 과열 양상이 됐다. 그러나 시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더 문제다. 나성범과 양현종을 빼고도 손아섭, 강민호, 황재균 등 대어들이 남아 있다. 박병호와 정훈도 적지 않은 금액이 예상되는 알짜배기 선수다. 역대 스토브리그에서 최다 금액은 2016년의 766억 2000만원이다. 그러나 올해는 비FA를 빼더라도 482억원이라 766억원은 가뿐하게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야구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32만 8317명, 올해 122만 8152명의 관중이 찾았다. 내년이라고 상황이 나아지리란 법은 없다. 여기에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쳐 야구 인기도 식은 상황이라 정상화가 되더라도 팬들이 얼마나 경기장을 찾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모든 씀씀이의 목표는 결국 우승이다. 그러나 우승을 하는 팀은 딱 1개 팀으로 나머지 9개 팀이 투자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단들의 투자가 산업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투자가 될지, 팬들을 불러 모으고 우승의 결실을 고루 맛보는 알찬 투자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 SH, 고덕강일4단지 원가 ㎡당 479만원… 분양 수익은 980억

    SH, 고덕강일4단지 원가 ㎡당 479만원… 분양 수익은 980억

    앞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은 아파트의 택지조성원가를 포함한 분양원가와 분양수익이 모두 공개된다. 서울시는 SH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택지조성원가 등 분양원가 71개 항목을 전면 공개한다고 15일 밝혔다. 첫 공개 대상인 강동구 고덕강일4단지의 분양수익은 약 980억 5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시와 SH공사는 이날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시작으로 사업 정산이 마무리된 최근 10년치 건설 단지 34곳에 대한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 정보 공개는 서울시와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이번에 공개한 분양원가 항목은 건설원가 6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 등 모두 71개 항목이다. 아파트의 설계·도급 내역서가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택지조성원가를 비롯해 아파트 분양원가 관련 항목이 모두 산정·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택지조성원가는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공개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SH공사가 지은 아파트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고덕강일4단지는 지난 9월 준공 정산이 완료됐다. 총분양원가는 1765억 800만원으로 택지조성원가가 ㎡당 271만 7119원, 건설원가가 ㎡당 208만 6640원이다. 이에 따른 분양수익 980억 5300만원은 ▲단지 내 임대주택 건설비 260억 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 475억 4500만원 ▲SH공사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 244억 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분양원가 확대 공개가 주택분양가 거품 제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대형 시행사 고위 관계자는 “민간에도 택지조성원가 등을 공개하라는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코시즌도 못 막은 역대급 돈잔치…프로야구 FA시장 ‘과열 주의보’

    코시즌도 못 막은 역대급 돈잔치…프로야구 FA시장 ‘과열 주의보’

    코로나19도 스토브리그의 열기를 꺼트리지 못했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연이은 대형 계약으로 과열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14일 “박건우와 6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세부 조건은 계약금 40억원, 연봉 총액 54억원, 인센티브 6억원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대형 FA의 몸값이 100억원 이상일 것이란 소문은 박건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박건우는 2009년 데뷔해 2015년부터 두산 베어스의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해 통산 타율 0.326, 88홈런, 478타점을 기록했다. 올해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을 정도로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서 가치가 높았다. 임선남 NC 단장은 “나성범이 남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남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여러 선수를 생각했다”면서 “최근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움직였고 박건우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박건우는 소셜미디어에 자필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 박건우는 “2009년부터 두산 박건우란 이름으로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을 이제 추억으로 간직하고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면서 “부족한 나를 항상 응원해주시고 넘치도록 주신 많은 사랑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평생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LG 트윈스도 박해민과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 총액은 박건우에게 못 미치지만 1년 단위로 계산하면 박건우가 16억 6666만원, 박해민이 15억원이라 규모가 만만치 않다. 한화 이글스가 최재훈과 5년 총액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3억원, 인센티브 5억원)으로 FA 1호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 스토브리그는 벌써 3건의 FA 계약만으로 총액이 214억원이나 됐다. FA는 아니지만 SSG 랜더스가 이날 박종훈, 문승원과 각각 5년 총액 65억원, 55억원의 계약 소식을 전해 스토브리그 계약 총액이 334억원을 찍었다. 게다가 아직 시장에 다른 대어들도 많아 지갑을 다 연 것도 아니다. 나성범의 경우 KIA 타이거즈와 6년 15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손아섭, 김현수, 황재균, 강민호, 김재환, 양현종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대형 계약이 예상된다. 프로야구에서는 2014년~2015년, 2015~2016년 두 번의 스토브리그 때 총액이 700억원을 넘었다. 초반부터 대형 계약이 쏟아지는 이번 스토브리그도 700억원을 넘을 수 있다. 거품 논란이 또 제기될 수밖에 없다.
  • 블랙홀에 ‘누출’ 존재…NASA 허블, 우리은하 중심서 ‘탐조등 빛 같은 제트’ 발견

    블랙홀에 ‘누출’ 존재…NASA 허블, 우리은하 중심서 ‘탐조등 빛 같은 제트’ 발견

    우리 은하의 거대질량 블랙홀에 ‘누출’이 있다는 증거를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10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따르면, ‘궁수자리 A별’(Sagittarius A*)로 불리는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이 같은 누출을 통해 몇천 년에 한 번꼴로 ‘탐조등 빛’ 같이 좁은 기둥 모양의 제트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우리 블랙홀은 가스 구름과 같이 무거운 물질을 집어삼킬 때마다 트림하듯 제트를 분출하는 데 이는 거대한 수소 구름에 부딪히는 것으로 여겨진다.제럴드 세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캠퍼스 교수가 주도한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 등 다양한 망원경의 다파장 관측을 퍼즐처럼 조합해 궁수자리 A별 근처 수소구름이 빛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는 구름이 불과 2000년 전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온 제트와 부딪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관측은 또 태양 410만 배의 질량을 지닌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별이나 가스구름을 집어삼키며 제트를 분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 때문에 가스와 플라스마, 먼지 등의 물질을 강착원반으로 끌어당긴다. 그런데 이런 강착원반으로 유입되는 물질 중 일부가 블랙홀의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유출되는 제트로 휩쓸려 들어간다고 NASA는 설명했다. NASA는 또 제트를 좁은 ‘탐조등 빛줄기’라고 표현하며 치명적인 전리 방사선의 범람을 동반하다고 덧붙였다.이번 연구에 따르면, 제트는 처음에 연필 모양처럼 가늘고 길었지만, 근처에 있는 수소구름과 부딪히면서 문어의 다리 모양처럼 빛의 산란을 일으켰다.이 연구에서는 또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트 유출에 관한 관측 결과를 재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제트는 수소구름을 통과할 때 물질과 부딪히면서 최소 500광년까지 팽창하는 일련의 기포를 만들어냈다. 이 흐름은 우리은하와 같은 나선은하를 둘러싼 크고 먼지가 상대적으로 없는 구형 영역인 은하 헤일로로 계속해서 스며든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은 지난 100만 년 동안 분명히 적어도 100만 배 더 밝아졌다”면서 “이는 제트가 은하 헤일로에 부딪히기에 충분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궁수자리 A별에서 제트가 뿜어져 나왔다는 증거는 이미 존재한다. 2013년 찬드라 망원경으로 검출한 X선과 VLA 망원경으로 검출한 전파는 블랙홀 근처에서 남쪽으로 짤막한 제트가 분출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블 우주망원경 등의 고성능 망원경을 사용한 이전 관측에서는 우리은하의 블랙홀이 약 200만 년에서 400만 년 전 사이 분출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0년 NASA의 페르미 우주망원경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감마선으로, 우리은하 위에 높이 솟은 한 쌍의 거대 거품을 만들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자세한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 日경제석학 “G7에서 일본 빼고 한국 넣자고 해도 할 말 없어” [김태균의 J로그]

    日경제석학 “G7에서 일본 빼고 한국 넣자고 해도 할 말 없어” [김태균의 J로그]

    “선진 주요 7개국(G7)의 아시아 대표 국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한국의 우위를 보여주는 지표를 들이밀 때 일본은 과연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 석학이 한국과 일본은 1990년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났고, 이것이 현재의 일본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쇠락한 상태’로 내몰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느덧 일본은 G7 퇴출을 우려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의 원로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81) 국립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 발간 경제지 겐다이(現代)비즈니스에 ‘일본은 20년 후 경제규모에서 한국에 추월당한다: 유감스러운 그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다양한 지표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고 단언하며 글을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점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동일했지만, 그것에 대한 대응에서 일본은 한국에 크게 뒤졌다. 한국은 대학의 내실을 기하고 영어 실력을 높이면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일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노구치 교수는 다양한 통계와 국제 순위를 제시하며 “한국은 일본보다 풍요로운 나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기준 2020년 평균임금은 일본 3만 8515달러, 한국 4만 1960달러로 한국이 앞선 상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은 23위, 일본은 31위로 차이가 난다. 2020년 기준 전자정부 순위(유엔)도 한국은 2위, 일본은 14위다. 주식 시가총액 세계 100대 기업 중 한국은 최상위가 삼성전자로 14위에 올라있지만, 일본에서 가장 높은 도요타자동차는 고작 36위에 그친다. 시가총액 규모 자체도 지난 6월 말 기준 각각 4799억 달러와 2444억 달러로 2배 차이다. 노구치 교수는 “한국은 이미 2019년부터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했지만, 나는 지난해 가을 5G 폰을 샀는데도 언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변화 추이를 보면 암울하기 그지없다고 한탄했다. 2020년 기준 1인당 GDP는 일본 4만 146달러, 한국 3만 1496달러로 아직 일본이 높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 이후 20여년간 겨우 1.02배로 늘어나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56배로 증가했다. 그 결과 2000년 일본의 31%에 불과했던 한국의 1인당 GDP는 현재 78%로 격차가 좁혀든 상태다. 세계 상위 100대 대학(영국 평가기관 QS 발표 기준)도 한국이 6개로 일본(5개)보다 많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이는 2배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TOEFL(iBT) 점수 평균치도 한국은 아시아 29개국 중 11위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홍콩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본은 27위로 최하위권이다.노구치 교수는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기정사실일뿐 아니라 양국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추이가 동일하게 반복된다면 20년 후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 1143달러, 한국은 8만 894달러로 거의 갑절 차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80년대 말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권은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미국 기업들보다도 위에 있었다. 일본은 세계 제일이었고 한국 기업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버불(거품)에 따른 것이었고, 버블이 붕괴한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의 뼈아픈 패착은 버블 붕괴 이후 경제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정보기술(IT) 혁명을 통해 새로운 경제를 이룩했고, 중국도 경이로운 발전을 실현했으며 한국도 경쟁력을 키웠지만, 일본은 정체를 거듭했다.” 그는 일본이 현재와 같은 G7 회원국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1986년에 만들어진 G7은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선진국 클럽’의 성격이지만, 지금 같은 상태에서 일본이 G7 멤버로서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은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바꾸려고 어떻게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어딘가에서 ‘구원의 신(神)’이 나타날 리 없다. 현재 상황을 바꾸려면 오직 일본인이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일본인은 이제 각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 30년 선유고가차도 지우고 사람 중심 영등포 탁 트인다

    30년 선유고가차도 지우고 사람 중심 영등포 탁 트인다

    친환경 인증 거품 사용해 분진 최소화막혔던 도시 경관 회복·단절문제 해소“안양천 물 끌어와 생태실개천 만들 것”“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차량 정체나 소음, 먼지 등의 관련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고가차도. 1차 철거가 예정된 여의도 방면(목동→여의도) 2차로는 차량이 통제된 채 뻥 뚫려 있었다. 현장에는 ‘경축, 선유고가 철거공사 착수’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현장을 찾아 고가 곳곳을 돌아보고 직원들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문제와 교통 체증 등을 살폈다. 선유고가는 강북 방면 도심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영등포구 양평동 국회대로와 선유로가 만나는 경인고속도로 입구 교차로에 1991년 설치됐다. 고가는 양평동 3가, 당산동 3·4가 사이를 가로막아 지역 간 단절을 초래하고 주변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철거가 결정됐다. 채 구청장은 “30년 전에는 고가도로가 신기술과 발전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지역 간 단절을 초래하고 주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대상이 됐다”며 “시의적절한 때에 철거 공사를 시작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유고가 철거공사는 친환경 공법으로 진행된다.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을 없애기 위해 기존 공사현장에서 물을 뿌렸다면 선유고가 철거에는 친환경 인증 거품이 사용된다. 또한 날카로운 ‘와이어쏘’를 활용, 건식으로 콘크리트를 잘라낸다. 분진 포집용 커버와 집진장치를 설치해 분진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선유고가가 철거되면 고가와 하부도로로 이원화됐던 도로 체계가 평면교차로로 일원화된다. 고가차도로 막혔던 도시 경관이 회복되고, 지역 간 단절 문제가 해소돼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하부도로 차로 폭을 줄여 기존 6차로를 8차로로 만든다. 또한 보도 폭은 2배(6.8m→13.12m)로 넓혀 국회대로 상부공원화 및 도로 다이어트와 연계해 사람 중심의 도시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채 구청장은 “고가가 철거되면 주민이 안양천에 접근하기가 편리해지고 보행로가 확보된다”며 “안양천의 물을 끌어와 친환경적인 생태 실개천을 만들고 지중화 사업을 같이 진행해 녹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영등포로터리 고가차도까지 철거가 시작되면 주민에게 탁 트인 하늘과 쾌적한 보행환경을 되돌려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메타버스·블록체인 등 ‘5대 시그널’… 2022년 이후 세상을 읽다

    메타버스·블록체인 등 ‘5대 시그널’… 2022년 이후 세상을 읽다

    2021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백신이 나오면 종식될 것으로 기대됐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고, 경제적·지정학적·산업적 변화의 폭풍이 전 세계를 휘감았다. 그동안 기술 중심 변화의 진앙지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는 지난 1년간 대부분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이어 간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시도했으며, 디지털 결제 기업 스퀘어도 ‘블록’(Block)으로 바꾸면서 최근 부상하는 웹3.0 시대 장악을 선언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당적 인프라 투자가 미 의회를 통과, 디지털 인프라 확대의 기폭제가 됐다. 5세대(5G) 무선 인터넷 인프라의 확대는 틱톡이 메이저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했으며, 인플루언서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소위 창작자 경제(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가능하게 했다. 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플러스, HBO맥스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을 벌여 미국인들이 미디어를 즐기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공급망 붕괴로 인한 수요 공급의 불일치, 그리고 반도체 부족(쇼티지) 현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자동차(중고차 포함) 가격이 폭등했으며, 쇼핑 시즌의 모습이 바뀐 것도 2021년을 상징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은 ‘테슬라’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음이 증명됐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이 전기차 올인을 선언했으며, 테슬라 대항마로 꼽히던 루시드, 리비안이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이런 2021년에 벌어진 이벤트는 ‘회고’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 아니다. 2022년 이후 바뀔 세상에 대한 ‘신호’(시그널)였던 것이다. 신호를 파악하는 것은 변화의 변곡점을 일찍 알 수 있게 한다. 2회에 걸쳐 2021년에 벌어졌던 ‘신호’는 무엇이었는지, 2022년엔 어떤 신호를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생활환경 지능으로 진화 중인 AI 인공지능(AI) 기술은 지난 5년간 강력한 힘이 있으며 산업을 바꾸는 잠재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지난 5년간 AI 기술의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및 로봇 등 각 영역에서 접목이 빨라졌다. 앞으로 AI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생활환경지능)로 진화,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2021년 오픈AI는 자연어처리(NLP)와 컴퓨터 비전 모델링을 결합한 클립(CLIP)과 달리(Dall-E)를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는 글자를 입력하면 그대로 이미지로 형성해 주는 인공지능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인체에서 생성되는 2만여개의 단백질 전체를 포함해 대장균, 초파리, 생쥐까지 20개의 다른 생명체에 의해 생성되는 35만개의 단백질 구조를 3차원(3D)으로 예측한 ‘알파폴드2’를 선보였다. 딥마인드는 AI를 활용,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AI와 헬스케어, 생물학이 큰 진전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AI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묻는 흐름도 생겼다. 유럽연합은 중국 및 실리콘밸리 AI 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를 추진했으며,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미국 도시는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의 저작권을 묻는 움직임도 있었다. 뉴골드러시가 된 ‘메타버스’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융합하고 확장시키는 개념의 ‘메타버스’(Metaverse)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골드러시가 됐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즈니스 응용 프로그램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으며, 엔비디아는 디지털 트윈과 산업용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해 ‘옴니버스’라는 프로그램을 베타 버전으로 출시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국의 제페토(네이버제트)는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메타버스 골드러시에 뛰어들었다. 2021년은 디지털 부동산과 가상 상품이 실제 자산처럼 인식된 해이기도 하다. 게임 프로그램 같은 마스하우스(Mars House)는 50만 달러에 낙찰됐으며 디지털 요트(메테플라워 슈퍼 메가 요트)는 65만 달러(149이더)에 거래됐다. 랄프로렌은 제페토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아바타 의류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막 오른 ‘스페이스 테크’ 시대 2021년은 민간 우주관광 시대가 열린 해다.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이 민간 우주여행을 시작했으며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성공리에 우주여행을 마쳤다. 비록 고도 약 100㎞ 인근까지만 날아올라 몇 분간 무중력을 체험하는 수준이었지만 민간 우주여행을 시도했다고 하기엔 충분했다. 12월에도 미식 축구선수 등이 포함된 관광객들이 우주로 향한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우주비행사 없이 민간인들만 탑승한 우주선 발사에 최초로 성공했다. 특히 스페이스X는 우주선에서 우주정거장과 도킹하는 부분을 빼고 돔 유리창을 설치, 탑승객들이 유리창을 통해 360도 우주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주 개발은 ‘관광’에만 그치지 않았다. 중국과 미국, 아랍에미리트(UAE)는 화성 탐사를 진행했으며, 러시아는 달 탐사를 선언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12월에 발사될 예정인데, 이 우주망원경이 보내는 데이터는 우리가 아는 지구와 달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스타링크), 아마존 등이 근궤도 인터넷 수만 개를 쏘면서 본격적인 우주인터넷도 2021년부터 열렸다. 사막, 산간, 격오지 등의 인터넷 음영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주인터넷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인도는 스타링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자국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다고 했으며 우주인터넷의 우주 쓰레기 문제도 앞으로 계속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디파이·NFT 르네상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실험’ 또는 ‘거품’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산업 적용 단계에 진입했다. 2021년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성공리에 상장했으며, 페이팔·벤모·마스터카드 등은 고객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암호화폐는 미국 기관의 60%가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사실상 또 다른 자산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기도 했다. 2021년엔 이더리움과 솔라나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경쟁적으로 샀기 때문이다. 올해 미 주식시장에는 암호화폐 및 웹3.0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거 등장했다. 지난 2일에는 NFT와 암호화폐에 노출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NFTZ ETF’가 거래를 시작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3조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 지난 11월에는 암호화폐가 이미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 가치를 넘어서는 규모로 유통되기도 했다. 이미 달러의 안전성을 확보해 주는 수단이 된 것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크립토닷컴(Crypto.com)은 미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센터의 네이밍권을 확보했다. LA레이커스의 홈구장인 이 센터는 이제 크립토닷컴 센터가 된 것이다. ‘컨스티튜션 다오(DOA)’의 등장도 화제가 됐다. 경매에 나온 헌법 초판본을 낙찰받기 위한 모임으로 암호화폐 이더리움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면서 일주일간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벌인 끝에 4700만 달러(약 560억원)를 모았다. 결국 실패했지만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새로운 컨스티튜선임을 인정받으려는 시도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중, 자국 테크기업 때리기 미국과 중국은 2021년 기술 전쟁에 이어 패권 경쟁을 본격화했지만 공통된 일을 한 것이 있다. 바로 자국 테크 기업 때리기를 한 것이다. 미국은 2021년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중국은 심각했다. 알리바바 자회사 알리페이의 상장 계획을 철회시킨 데 이어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미국 상장을 막았다. 올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디디추싱은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으로 옮겨 가도록 했다. 이는 지난 8월 중앙재경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한 ‘공동부유’(함께 잘살자는 뜻으로 부의 분배 및 공평을 강조하는 정책)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후진타오나 장쩌민의 경우 겉으로는 사회주의를 믿는 척하고 속으로는 자본주의를 동경했지만 시진핑은 달랐다. 중국도 성장에서 분배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 안정과 공산당 집정을 고려해 공평, 민생, 복지를 강조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시 주석의 영향력에 완벽히 사로잡혀 기업 가치와 성장, 그리고 회사의 운명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당’의 지침에 따라야 했다. 더밀크 대표
  • 지지율 바닥 치자 中 때리는 바이든… 미중 냉전으로 돌아서나

    지지율 바닥 치자 中 때리는 바이든… 미중 냉전으로 돌아서나

    미국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가 제한적이나마 공조를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번 발표로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메리스트대가 지난달 16~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집계됐다. 같은 달 7~10일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설문에서도 41%에 그치는 등 대부분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집권 이후 최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급망이 무너져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에 실패해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선거 패배로 정국 주도권을 공화당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4년 11월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더 압박해 국내 여론을 바꿔 보기로 결심한 듯하다. ‘반중’이 국민 정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중국과 상생하려는 유화적 행보로는 지지율 반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110개국을 초청해 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9~10일)를 사흘 앞두고 보이콧을 선언해 반중 기조를 극대화했다.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베이징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감안해 올림픽 개최 직전까지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단호히 정공법을 택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어 가며 대만을 회의에 초청한 만큼 시 주석을 향해 제대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보이콧 동참 여부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우리(일본)의 대응은 올림픽과 외교의 의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의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개별 회원국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유럽의회는 지난 7월 올림픽 보이콧을 회원국에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뉴질랜드는 ‘파이브 아이스’(미국의 정보동맹)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보이콧 선언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AFP통신에 “정부 관계자 및 외교관 파견은 각국 정부의 순수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미중 관계는 양국 정상의 화상 회담 이전의 경직된 분위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동계올림픽을 파괴하는 언행을 멈추지 않으면 양국 대화와 협력에 해를 끼칠 것이다. 미국은 잘못된 행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다들 지켜보라”고 말했다. 당장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한 비축유 방출 등 양국 간 협력 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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