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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회 노벨상 주인공은

    111회 노벨상 주인공은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로 111회를 맞는 노벨상은 각 분야에서 ‘지구 상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칭호나 다름없는 권위를 갖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0월 8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9일), 화학상(10일), 평화상(12일), 경제학상(15일)을 발표한다. 문학상은 관례에 따라 일정이 별도로 공개된다. 글로벌 학술 정보 서비스업체 ‘톰슨 로이터’는 올해 수상이 유력시되는 노벨상 후보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톰슨 로이터는 논문 인용 횟수와 주목도로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노벨상 수상 후보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1년간 이 업체가 선정한 후보 중 22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미국이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학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했다. 한국인 후보는 없다. ●의학:세포 접착 vs 유전자 조절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세포와 세포가 자연스럽게 붙는 현상의 원리를 밝혀낸 리처드 하이네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에르키 루오슬라티 샌퍼드번햄 의학연구소 교수, 마사토시 다케이치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원 등이 첫 번째로 꼽혔다. 세포 간의 신호 전달과 조작을 발견해 암 발생 원인을 알아낸 앤서니 R 헌터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교수, 앤서니 J 포슨 토론토대 교수도 유력한 후보로 선정됐다. 또 후천적 요인에 의한 유전자가 후대로 물려지는 과정을 발견한 데이비드 앨리스 록펠러대 교수, 마이클 그룬스타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힉스 입자 발견으로 관심을 모은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물리학상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데이비드 펜들버리 톰슨 로이터 노벨상예측팀장은 “과학적 발견 이후 수상하기까지 25년 정도 걸리는데 힉스 교수가 올해 바로 수상하기는 이르다.”면서 “또 힉스 입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학자가 최소 5명 이상으로, 공동 수상이 3명까지만 허용되는 노벨상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신 ‘빛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낸 스티븐 해리스 스탠퍼드대 교수, 레넨 하우 하버드대 교수팀이 유력한 후보로 분류됐다. 이들은 초속 30만㎞에 가까운 빛의 속도를 자전거 선수의 속도인 초속 16.9m 수준으로 늦추는 데 성공했다. 다공성 실리콘이 빛을 낸다는 사실을 밝혀낸 리 캔햄 버밍엄대 교수도 후보로 거론됐다. 찰스 베넷 IBM 연구소 연구원, 자일스 브라사드 몬트리올대 교수는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암호를 개발한 업적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화학상에서는 광촉매를 개발한 아키라 후지시마 도쿄대 교수, 양자점으로 나노크리스털을 만든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각각 단독 후보로 꼽혔다. 또 금촉매를 발명해 환경 오염 개선에 영향을 미친 마사타케 하루타 도쿄도립대 교수, 그레이엄 허칭스 카디프대 교수도 후보로 선정됐다. ●경제학:파생상품 vs 시장변동성 경제학상 후보로는 1976년 파생상품 가격과 관련된 ‘재정가격결정이론’을 주창한 스티븐 로스 MIT 교수가 최우선 후보로 꼽혔다. 로스 교수는 2010년 키코 소송에서 은행 측 증인으로 국내 법정에 선 바 있다. 시장변동성을 이용해 주택가격지수(케이스-실러 지수)를 만든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두 번째 후보다. 실러 교수는 미국의 주택 거품 붕괴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대표적 시장 비관주의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012 베스트브랜드 대상] 아모레퍼시픽 ‘미쟝센’

    [2012 베스트브랜드 대상] 아모레퍼시픽 ‘미쟝센’

    ‘미쟝센’은 샴푸·린스 등의 헤어케어 제품부터 왁스·젤 등의 스타일링 제품, 남녀 염색약의 컬러링 제품까지 전 카테고리의 제품을 갖춘 헤어전문 브랜드다. 성분에 따라 용기 색깔이 구분돼 있다. ▲잘 끊어지는 머리를 위한 ‘레드컬러’ ▲부스스한 모발용인 ‘핑크컬러’ ▲100% 천연 식물 추출 성분으로 만든 ‘그린컬러’ ▲힘없이 늘어지는 모발을 위한 ‘퍼플컬러’ ▲윤기 없는 머리를 위한 ‘골드컬러’ 등 머리 특성에 맞게 색깔별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엔 손으로 발라 샴푸하듯 쉽고 빠르게 염색할 수 있는 미쟝센 ‘쉽고 빠른 거품염색’이 인기를 끌고 있다.
  • [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정치 경험·조직 없는 ‘아마추어리즘’… 검증 리스크 견딜까

    [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정치 경험·조직 없는 ‘아마추어리즘’… 검증 리스크 견딜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제도권 정치의 변방에서 ‘중심부 정치’를 바꾸는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다. 12월 19일 대선까지 90일간의 ‘안철수식 정치 실험’에 나선 그가 응답해야 할 건 두 가지다. 현 정치 지형을 바꿀 만한 힘과 세력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 국정을 끌고 갈 수권 능력을 갖고 있는가이다. 안 후보의 동력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다. 그가 가진 위협적인 지지율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환멸이 작동하고 있다. 이 점에서 안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역설적으로 ‘안철수 그 자신’이다. 안 원장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국정 비전은 밝혔지만 그 비전의 청사진인 구체적인 정책은 뒤로 미뤘다. 준비가 덜 됐거나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그에 대한 중도층 지지를 수성하며 대선 정국에서 표의 확장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는 난이도가 있는 문제다. 20·30·40대는 안 원장을 호평하는 분위기가 짙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안정을 바라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여전히 안 후보에게 아마추어 프레임이 덫으로 작용한다. 일자리·보육·교육·주거·노후 불안에 대해 안정감 있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 20~40대로 국한된 지지층을 확대하는 게 당장 그의 앞에 떨어진 숙제다. 안 후보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국정운영 구상의 얼개는 소개했지만, 집권 구상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대담집을 통해 현 정당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강고한 기득권이 됐으며, 민심에서 멀어졌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정당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대통령은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폭발적 관심을 모았던 제3의 후보들이 적지 않게 중도 포기를 하곤 했다. 이는 이인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안철수 혼자의 힘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다. 정당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지만, 한순간에 정당을 만들 수는 없다.”며 “안철수의 생각으로 국가를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정치권의 공통된 의구심을 드러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안 원장이 현실 정치에 제대로 착근하지 못하는 한 그가 구상하는 정치 개혁도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는 게 딜레마다. 국내 정당 정치와 그 문화에 대한 불신을 대체할 개혁 행보도 중요하지만 대선에서 실질적으로 뛰어야 하는 정당을 대신할 안 후보의 조직을 만드는 것도 관건이다. 문재인 후보가 결국 안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민주당이 자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안 후보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그린 것은 거품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 후보 지지율이 호남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지지율이 실제 표심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거는 조직 없이 불가능하다.”면서 “본격화될 검증 공세에 정당이 아닌 개인이 맞서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정치 행보에 나선 참모진 역시 각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엘리트 그룹이지만 정치 경험은 일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떤 물음에도 “안 후보가 최종 판단할 일”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안 후보와 국정운영 구상을 그려야 할 참모진조차도 안 후보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민심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안철수 신드롬’을 걷어 내겠다며 검증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연대 대상인 민주당도 안 후보의 정책과 공약, 자질 검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차적으로는 안 후보가 정치권의 검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까지 검증 공세에 대한 안 후보의 대응 방식은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오랜 전세살이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밝혔던 안 후보가 24년 전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오래된 일이라 기억 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은 구태 정치와 다를 바 없는 변명이었다는 것이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수억원의 차액을 남긴 의혹 등에 대해서도 안 후보 측은 말끔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재개발 딱지 매입 의혹 같은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계속 드러나고 지금과 같은 대응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지율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안동환·이현정기자 ipsofacto@seoul.co.kr
  •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터키(TURKEY)-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바이블보다 오래된 터키 이야기 이름도 생소한 터키의 말라티아Malatya와 샨르우르파 Sanliurfa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가본 지역들은 신생의 시간으로 충만했고, 낯선 지명만큼이나 생경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태초의 자연과 신비로운 유적이 새로 태어난 시간 속에서 뒤채였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터키문화관광부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 유프라테스 강변의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살포시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배출한 강에 저녁노을이 고여 흥덩흥덩 넘칠 것만 같았다. 강안의 풍경은 평화로웠고, 강바람은 선들선들했다. 살구 도시의 건강 밥상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티아의 6월 말 날씨는 무더웠다. 낮 기온이 32도로 높았으나 대기는 건조했다. 그늘에 몸을 숨기면 금세 열기가 가라앉았다. 물기가 사라진 공기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바싹 메마른 땅에서는 누런 흙먼지가 풀썩풀썩 일었다. 그렇다고 해서 황량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처에 과실수들이 즐비했고, 군데군데 수풀이 우거졌다. 말라티아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도시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살구였다. 시市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온 미디어와 여행사 관계자들을 위해 내건 플래카드에는 ‘살구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말라티아는 전세계 말린 살구의 80%가 생산되는 곳이다. 살구 이외에 오디와 체리도 유명하다. 말라티아에 머문 3박 4일 내내 과일의 향기가 진동했다. 예실유르트Yesilyurt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예실유르트의 ‘예실’은 녹색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은 연한 녹음에 싸여 있었다. 대여섯 가지의 빵, 서너 가지의 치즈, 올리브와 각종 채소, 살구 잼과 직접 벌치기를 해서 얻은 꿀, 호박튀김, 살구와 체리 등이 식탁에 올랐다. 한눈에도 재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 터키 동부 지방 사람들은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귀띔했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성대한 아침상이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을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나 싶었지만 다른 상차림을 엿보아도 2인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양과 종류 모두 푸짐했다. 말라티아의 옛 시가지인 에스키 말라티아를 찾았다. 1637년에 지어져 대상들의 숙소로 쓰였던 케르반사라이Kervansaray가 흥미로웠다. 여기서 대상은 ‘大商’이 아니라 ‘隊商’이다. 즉 장사를 크게 하는 상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나 초원과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에서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떼를 지어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 집단을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케르반사라이의 역할도 바뀌었다. 소박한 예술이 숨쉬는 공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에브루Ebru 작업실이었다. 터키 전통의 에브루는 마블링 기법의 일종이다. 물이 담긴 네모난 철판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리고 송곳처럼 생긴 도구로 모양을 만든 다음, 종이를 물 위에 덮으면 물감이 묻어난다. 물과 기름과 종이의 상호작용에 전문가의 손길이 보태어지니 어느 틈에 꽃 한 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케르반사라이에서 나와 바탈가지Battalgazi 골목을 걸었다. 바탈가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공공 미술의 거리였다. 투박하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이 살림집의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었다. 조붓한 골목길과 예스런 집들보다 더 마음 밭에 밟혀드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스카프로 멋을 낸 여인들은 수줍은 듯 두 뺨에 홍조가 떠올랐으며, 천둥벌거숭이 같은 꼬맹이들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들까불었다.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비스듬한 오후 햇살에 실려 나붓거렸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말라티아 시내에서 차로 30~4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레벤트 협곡은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흡사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터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2 다렌데의 소문주바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도 3 레벤트 협곡의 동굴 집 4 토흐마 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식당 수크르 쿠르트씨의 동굴 집 내부는 조붓했다.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들이 집주인의 검박한 생활을 말해 주는 듯했다. 오랜 세월 대대의 어른들이 살았던 집은 그 자체로 생활사 박물관이라 이를 만했다. 1,000년을 살아온 동굴 집 케르반사라이와 바탈가지, 그리고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7개 시대 문명의 흔적이 켜켜이 아로새겨진 아슬란테페Aslantepe 유적지를 돌아본 날 저녁식사를 한 장소는 유프라테스Euphrates 강변의 레스토랑이었다. 메인 요리인 송어 구이가 나올 무렵, 태양은 이미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거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강과 하늘이 불콰해졌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유프라테스 강의 면모는 평범했다. 도드라진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유프라테스는 풍경의 강이 아니라 의미의 강이었다. 말라티아가 간직한 풍경의 절창은 시내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레벤트Levent 협곡이었다. 직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은 아찔했고, 귀부로 다듬은 듯한 바위기둥은 기기묘묘했다. 지금이야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400m에 이르지만 6,500만년 전 협곡은 바다였다. 어느 순간 거대한 융기 현상이 일어났고 길고 긴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레벤트 협곡에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28개나 있다. ‘지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레벤트 협곡의 안쪽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트레킹을 해야 한다. 28km와 48km의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런데 협곡을 찾았을 때 한쪽에서는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었다. 번지점프대를 필두로 각종 레포츠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을 꼭 이런 식으로 소비해야 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연을 어디에나 있는 인공 시설에 의지해 감상해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편의 시설 확충을 검토하게 될 것이고,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늘지 않는다면 시설물은 흉물로 남을 수도 있다. ‘Let it be’는 위대한 자연 앞에서 가장 절절한 문장이다. 레벤트 협곡 일대에는 9,5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자연 동굴은 물론이고 인공 동굴을 만들어 집, 창고, 무덤, 교회 등으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도 동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퀴추크퀴르네 마을의 수크르 쿠르트씨가 그 주인공이다. 1949년생인 그는 대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자식만 19명이다. “조상 대대로 1,000년 이상 동굴에서 살았다”고 전한 쿠르트씨는 현재 말라티아 시내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동굴은 주로 여름철에 이용하고, 겨울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른다. 동굴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85년의 일이었다. 당시 마을 촌장이었던 쿠르트씨가 말라티아가 고향인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 동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던 것이 주효했다. 그전까지는 동굴 내부의 천연 냉장고에 물건을 보관했다. 자신의 동굴 집 내력을 담담하게 밝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일지 않는 강물처럼 고요해 보였다. 그의 일상도 그의 얼굴만큼이나 평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말라티아와 아드야만 주의 경계에 위치한 넴루트 산. 산 정상의 서쪽 테라스에 안티오코스 1세의 조각상이 있다 2 넴루트 산 유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기념엽서들 3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에 있는 레벤트 협곡 4 숯불에 구워 먹는 닭고기와 토마토 5 다렌데의 토흐마 강을 따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 넴루트 산 정상의 주인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의 명을 받들어 조성된 돌무덤과 조각상들이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믿으며 영원불멸을 꿈꿨던 왕의 과대망상은 지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신의 영역을 넘봤던 왕 레벤트 협곡을 떠나 다렌데Darende의 토흐마Tohma 협곡을 방문했다.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석회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색깔이 뿌연 강 주변으로 야외 식당과 음식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들은 숯을 피우고 부채질을 해가며 닭고기와 토마토를 구워냈다. 맛있는 냄새가 계곡을 지배했다.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서 있으려니 사람 좋은 인상의 한 사내가 고기 한 점을 맛보라며 권했다. 올해 들어 먹어 본 숯불구이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사람들이 대형 고무보트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강의 상류로 나아갔다.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노를 손에 쥐었다. 탑승이 완료되자 이내 보트가 출발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직접 래프팅에 참가하지는 못했다. 다시 차를 타고 하류로 내려와 ‘피니시라인’ 부근에서 보트의 귀환을 기다렸다. 나중에 래프팅을 경험한 이들에게 전해 들으니 생각보다 물살이 빨라 흥미진진했다고 한다. 트레킹 코스는 대략 1.3km에 달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한 절벽을 벽면으로 삼은 야외 수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곡의 생김새에 순응하며 조성된 트레일은 신비한 풍경화를 거듭거듭 만나게 해주었다. 바위에 쪼그려 앉은 중년의 사내는 계곡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타고 5분가량 이동했다. 40m 높이의 균프나르 폭포를 앞에 두고 미리 주문해 놓은 닭고기 요리를 음미했다. 단단한 바위산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줄기를 바라보자니 자연의 신비가 새삼스러웠다. 말라티아에 작별 인사를 고하기 전, 도심의 재래시장에 잠시 들렀다. 말라티아의 재래시장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에서도 사라져 가거나 이미 사라진 풍경들이 여전히 자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장간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선 사내들이 번갈아 망치질을 해댔다. 땅, 땅,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말라티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케밥 식당도 이곳 시장에 자리했다. 말라티아는 넴루트Nemrut 산 여행을 위한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말라티아에서 차로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넴루트 산 정상 아래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강풍을 뚫고 해발 2,150m의 정상에 오르니 50m 높이의 돌무덤과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야를 막아섰다. 넴루트 산의 유적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에 의해 조성됐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는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대표적인 신들인 아폴론·제우스·헤라클레스 등의 조각상과 사자 및 독수리의 조각상을 세웠다. 자신이 건설한 능과 조각상이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던 안티오코스 1세의 호언장담은 지진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은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고, 조각상이 앉아 있던 의자는 무너져 내렸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욕망은 한낱 부질없는 꿈에 불과했다. 1 샨르우르파의 할페티 마을. 대형 댐의 건설로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겼다 2 아브라함이 15년간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하란 3 아브라함 탄생 동굴과 메블리드 이 할릴 자미 4 도넛 모양의 빵에 깨를 듬뿍 뿌린 시미트를 머리에 이고 어딘가를 향해 가는 행상들. 터키 사람들이 특히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다 샨르우르파 곳곳에서 아브라함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마주쳤다. 그가 태어났다는 동굴을 비롯해 화형을 당하기 직전,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전설을 품은 연못, 그리고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투신했다는 연못 등에는 관광객들과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도시에 새겨진 아브라함의 흔적들 넴루트 산에서 내려와 샨르우르파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호텔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었다. 이튿날 본격적인 도시 탐험에 나섰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장소들이 주요 볼거리인 샨르우르파는 말라티아에 비해 종교적인 색채가 훨씬 진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랐다는 동굴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출입문이 각기 달랐다. 내부에는 간단한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여기서 나오는 물을 성수로 여기는 듯했다. 동굴의 안쪽은 유리를 통해서만 들여다보게 돼 있었다. 아브라함 탄생 동굴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직사각형 모양의 ‘성스러운 연못’이 나왔다. 연못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아브라함이 지역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격노한 지배자는 그를 화형에 처한다. 불길이 아브라함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불은 돌연 연못으로 변하고 화형에 쓰인 장작은 물고기로 바뀌었다. 한낮의 연못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었고, 연못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몇몇 사람들이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다. 한 아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연못의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신성한 연못의 기운을 받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더위를 식히려는 것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성스러운 연못 남쪽에 또 다른 연못이 자리했다. 님로트 왕의 딸인 젤리하가 평소 연모하던 아브라함이 화형을 당하게 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몸을 던졌다는 곳이다. 공주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구하는 기적을 끝내 보지 못했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연못은 아름다웠다. 호수 주변을 푸른 수목이 호위했고, 햇살이 호면에서 자글거렸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연못을 유람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샨르우르파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하란Harran은 아브라함이 15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자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정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아내가 될 라헬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던 장소인 야곱의 샘도 이곳에 있다. 하란에서는 원추형 지붕의 흙집이 눈에 띄었다. 지붕 모양 때문에 천장의 공간이 넓어져 여름에는 태양열을 분산시키고 겨울에는 온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흙집에는 사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샨르우르파 일정의 마지막은 외곽의 괴벡리테페Gobeklitepe가 장식했다. 괴벡리테페는 어수선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발굴 작업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까닭이었다. 육중한 석회암 기둥과 그 위에 돋을새김된 동물들이 앞선 문명의 위엄을 웅변하는 듯했다. 1만2,000년 전에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을 지탱했던 돌기둥 중 가장 큰 것은 높이가 무려 5.5m에 달한다. 어떠한 도구도 없었던 그 옛날, 수레나 짐을 나르는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떻게 거석을 운반하고 다듬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인간의 머리로 풀어낼 수 없는 역사의 비밀 앞에 돌연 마음이 숙연해졌다. 선뜻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travie info 항공편 터키항공(www.turkisharilines.com)이 매일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한다. 비행시간 약 10시간 50분.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까지는 국내선으로 각각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화폐 터키의 화폐단위는 리라. 1리라는 약 640원이다. 날씨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한다.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지만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겨울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샨르우르파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넴루트 산을 오를 때는 한여름에도 긴팔 옷이나 얇은 점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쇼핑 말라티아는 살구, 체리 등의 과일이 풍성하다.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샨르우르파는 고추의 집산지다. 대부분의 음식에 고추를 곁들인다. 호텔 말라티아의 숙소 중에는 아네몬 호텔(www.anemonhotels.com)이 깔끔하다. 말라티아 공항에서 20km, 말라티아 시내로부터는 6km 떨어져 있다. 샨르우르파에서는 힐튼 가든 인(hiltongardeninn3.hilton.com)을 추천할 만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錢의 방황… 정기예금 100兆 만기땐 700兆 떠돈다

    錢의 방황… 정기예금 100兆 만기땐 700兆 떠돈다

    올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이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불투명한 국내외 경기 전망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630조원을 웃돌고 있어 ‘돈들의 방황’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강력한 경기부양책 발표를 틈타 단기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강력한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 불안요인도 많아 상당기간 눈치 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좀 더 우세하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가운데 95조 9400억원이 10~12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1분기에 만기 도래하는 정기예금도 87조 5200억원이다. 가뜩이나 단기 부동자금이 많은 상태에서 정기예금 만기분까지 가세하면 시중에 떠도는 돈이 7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현금, 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빼 쓸 수 있는 단기자금은 올 7월 말 현재 총 633조 5500억원가량이다. 2009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500조원대에 불과했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된 2010년 중반 649조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춤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단기자금이 많은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시중자금이 지나치게 단기화되면 장기 투자가 침체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진다. 돈이 흐르지 않다 보니 소비도 침체돼 실물경제가 더 어려워진다. 게다가 이 돈들이 한꺼번에 주식시장 등에 몰리면 거품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발표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승 등 잇단 호재와 맞물려 시중 단기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위험자산으로 본격적으로 옮겨가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내다봤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미국의 금리 인하 등) 10월에 있을 해외 이벤트와 12월 우리나라 대선의 불확실성 등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대거 옮겨가기보다는 안정적인 단기상품으로 갈아타거나 (현금을 든 채) 대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중국 등 세계 경제 부진과 주식·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1~2년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과잉 유동성이 상당 기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공연시간이 무려 4시간에 육박하거나 무대에 물이 차오르는 연극부터, 발레와 결합하거나 힙합과 만난 현대무용까지, 예사롭지 않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월 나란히 개막하는 ‘2012 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공연축제 2012’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국내외 연극과 무용으로 포진했다. ●대학로서 세계공연예술의 현재·미래 진단 다음 달 5일부터 23일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 2012 국제공연예술제(SPAF)가 펼쳐진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최치림 이사장은 “형식과 표현에 있어서 시대의 사상과 고민을 아우를 수 있는 12개국 27개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공연예술의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휴식을 포함해 공연시간이 4시간 15분에 이르는 폴란드 연극 ‘(아)폴로니아’로 축제의 문을 연다. 유대인 어린이 25명을 구한 폴란드 여인 아폴로니아를 비롯해 이피게니아(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로 희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라이브 음악과 서커스,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세기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과 로뎅의 이야기를 춤과 대화로 그린 루마니아의 ‘나, 로뎅’도 기대작이다. 벨기에 무용수와 안무가, 프랑스 극작가, 루마니아 연출가와 배우가 뭉친 이 작품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극도 실험적이다. 극단 노뜰의 ‘베르나르다’는 스페인 대문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현실을 그렸다. 원영오 연출은 “홍수로 집에 물이 차오르는데 그것도 모른 채 서로를 억압하는 현실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 정치상황으로 각색했고, 극단 작은신화의 ‘트루 러브’는 미국 포스트모던 작가 찰스 미 주니어의 작품으로, 성 문제를 공론화한다. 무용 참가작들은 몸과 움직임에 집중한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주역으로 꼽히는 마틸드 모니에의 ‘소아페라’는 커다란 비누거품과 무용수들이 유기적으로 조화하면서 춤과 시각예술의 융합을 보여 준다. 독일·스위스가 공동제작한 마마자의 ‘커버업’은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독일 안무가 헬레나 발드만의 ‘리볼버를 들어라’는 인간 두뇌의 해방과 망각을 표현한다. 국내 무용작은 11개가 준비돼 있다. 분단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을 그린 JK프로젝트의 ‘홈워크18’, 탄성·중력·마찰 등 물리현상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찾은 노경애의 ‘마스’, 임지애의 ‘생소한 몸’, 숨 무브먼트의 ‘내밀한 무한’, 댄스씨어터 4P의 ‘도시의 부재’ 등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paf.or.kr) 참조. ●서울을 물들이는 53개 무용단의 ‘춤 성찬’ 새달 5~20일에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연다. 16개국 53개 무용단이 참가해 예술의전당, 강동아트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 서울 곳곳에서 공연한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무용단과 안무가를 소개하고, 무용 예술의 대중화와 춤의 공공성을 위한 무대”라고 말했다.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현대발레를 선보이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이 개막공연을 한다. 리허설과 공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의 자유를 강조한 ‘공연중’, 해학을 담은 ‘검정과 꽃’ 등 발레와 현대무용, 연극적 요소를 골고루 갖춘 작품을 선보인다. 캐나다 안무가 다니엘 레베이예는 의상과 무대 장식을 거부한 ‘사랑, 시고 단단한(큰 사진)’을 준비했다. 신체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가혹한 삶, 무거운 육체에서 도피하고픈 욕망을 그렸다. 반면 이스라엘 안무가 야스민 고더의 ‘러브 파이어’는 무용수들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춤으로 60여분을 채운다. 성적 코드의 은유가 녹아 있어 19세 이상 관람가다. 발레에서 스트리트 댄서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무용수 왕현정은 비보잉과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등을 결합한 ‘힙합의 진화 Ⅵ’를 선보인다. 이 무대에서 이영일은 낯설고 상반된 일들에 맞닥뜨린 한 남자의 상상을, 안수영은 ‘15분 뒤에 죽는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몸으로 표현한다. 일정은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조.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립스틱/임태순 논설위원

    일반적으로 눈과 코가 잘생겼으면 여성들에게 예쁘다고 말한다.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성형수술 가운데 하나가 쌍꺼풀 수술일 정도로 눈은 미모를 좌우하는 첫째 요소다. 얼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코도 미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로마시대의 미인 클레오파트라를 두고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했을까. 그러나 눈, 코 못지않게 ‘앵두 같은 입술’이라는 말에서 보듯 입술 또한 여성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서글서글한 눈과 오똑한 코가 상대편의 눈길을 끄는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다면, 입술은 분위기나 이미지를 좌우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굳게 다문 입술은 도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레드, 핑크, 오렌지 등 입술 색깔에 따라 정숙한 이미지는 도발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여성들이 입술에 색상을 입혀 미를 추구한 것은 3000년이 넘는다. 색조 립스틱은 기원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초에서 추출한 빨간 염료에 요오드와 브롬 혼합물을 섞은 립스틱을 바르다 부작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볼이나 입술에 붉은 색을 칠하는 연지화장에 대한 기록이 기원전 1150년쯤인 은나라 주왕 때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5, 6세기 축조된 수산리 고구려 벽화 인물상에 볼과 입술이 칠해져 있으니 연지·곤지의 전통은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처럼 여성들의 입술 치장은 화장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엊그제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YWCA가 수입화장품 가격을 조사해 보니 립스틱에 가격거품이 가장 많이 끼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28g짜리 립스틱 수입가는 세금을 포함해 평균 4673원인 데 반해 국내 백화점에서는 3만 6714원에 팔려 가격차가 7.9배에 이르렀다. 아무리 외제 화장품이 좋다고 해도 가격차가 너무 크다. 반면 남성용품인 위스키와 전기면도기는 수입가와 백화점 가격차가 각각 5.1배, 2.7배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백화점 등 유통상들이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심리와 허영심을 교묘히 이용,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 탓으로 여겨진다. 화장품 가격 거품은 여성경제인구 및 1인가구의 증가, 아름다움 추구 경향 등에 비춰볼 때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경기도 불투명한데 이제 여성들도 립스틱을 지우고 화장품 가격을 한번 냉정히 들여다볼 때가 됐다. 콩나물값 깎는 또순이 마음으로 달려들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골목사장 분투기’ 펴낸 前 커피숍 운영자 강도현

    [저자와 차 한 잔] ‘골목사장 분투기’ 펴낸 前 커피숍 운영자 강도현

    요즘 신문 경제·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 중 자영업과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대부분 우울한 것들이다. 폐업, 자살, 빚더미…. 이런저런 통계만 대충 들여다봐도 자영업이 얼마나 험하고 힘든 영역인지 금세 알 수 있을 정도다. ‘자영업자 비중 경제활동 인구의 28.8%’,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원 이하’, ‘자영업자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창업 2년 내 50% 폐업’…. 최근 ‘골목 사장 분투기’(인카운터 펴냄)를 낸 강도현(34)씨 역시 그런 ‘우울한 영역’의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희생자다. “망하고 나서야 자영업 생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눈 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커피숍을 2년 남짓 운영해 보니 겉보기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카페 하면 낭만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품만 둥둥 뜬 아수라장인 셈이지요.” 카페 운영에 뛰어들기에 앞서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였다. 미국 리버티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 상품 트레이더로 남부럽지 않은 넉넉한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봤단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고액 연봉을 팽개치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소셜 카페 운영자로 변신했던 것이다. 물론 철저하게 망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요. 십중팔구는 망합니다. 망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지요.” 카페 운영을 하면서 보고 느낀 충격이 컸단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않은 조건들을 감수해야만 하는 토양과 환경이 문제다. 망하고 나서야 전직 컨설턴트의 생리가 작동했고 그 불합리와 부조리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넉넉한 사람이 자영업을 하나요? 먹고살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미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위험한 시장에 뛰어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조건들이 기다린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임대료에 실체도 없는 권리금,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섭과 요구…. 쉬지도 못 하고 밤낮으로 벌어 봐야 임대료며 인건비를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은행 대출까지 받으면 그야말로 숨 쉬기도 힘이 들 정도다. 불합리한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자영업은 영원히 위험한 영역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자영업 쇼크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향후 30년가량 지속될 고용 충격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대열의 대부분이 베이비부머잖아요. 앞날이 빤히 보이지 않습니까.” ‘자영업은 은퇴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장기 충격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단다. 지금의 고충을 자식 세대들에까지 대물림할 게 뻔한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닌 것이다. 자영업이 더이상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은퇴자의 무덤’이 아니기 위해 그는 지금 색다른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올해 초 서울 동교등 근처에 소셜 카페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카페는 공의와 공동체의 삶이 살아 있는 실천의 공간이다. 큰 수익은 내지 못하지만 함께 나누고 공동의 목적이 실천되는 대안의 자영업이랄까. “당장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뜬 구름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지금의 모순과 폐해를 답습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화려한 소비 차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치에 눈을 돌려 보자는 말이지요.”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Weekend inside] 日 대부업체의 한국 점령사

    [Weekend inside] 日 대부업체의 한국 점령사

    대부업계 1위인 일본 회사 러시앤캐시가 지난 13일 6개월의 영업정지를 면했다. 그동안 턱밑까지 추격해오던 또 다른 일본업체 산와머니를 따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두 회사 모두 법정 최고이자율(39%)을 위반, 기존 최고금리인 44%를 받아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러시앤캐시는 신규대출이 아니라는 점이 받아들여져 영업정지를 피했다. 두 업체를 떨게 했던 법정 최고 이자율은 그러나 한때 없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대부업계는 정부로부터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았다. 이자율 최고 상한선인 연 40%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효율적 재원 배분’이라는 명분 아래 폐지됐다. 하지만 IMF가 고금리 정책을 요구했지, 이자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당시 일본의 법정 최고 이자율은 29.5%였다. 일본 정부의 감독도 엄격했다. 일본 대부업체로서는 ‘탐스러운 새 시장’이 바로 옆 나라에 생긴 셈이다. 러시앤캐시(회사명 A&P파이낸셜)는 최고 이자율 폐지 이듬해인 1999년 10월 한국에 상륙했다. 일본 법인인 J&K캐피털이 99.9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미즈사랑, 원캐싱 등이 자회사다. 국내 대부업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처음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491억원, 이자수익 142억원, 순이익 23억원이었다. 가장 최근 감사보고서인 2011년 9월 말 기준으로는 자산이 2조 955억원으로 43배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6677억원으로 같은 기간 47배, 순이익은 948억원으로 41배 늘어났다. 12년 사이에 4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순익만 놓고 따져도 러시앤캐시는 12년 동안 총 6231억원을 벌어들였다. 산와머니는 9년여 동안 6524억원을 벌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출금 상환이나 이자 지급 등을 통해 일본으로 흘러들어갔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이자제한법 폐지가 1등 공신 역할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이자제한법은 1962년 처음 제정됐다. 당시에는 최고 한도가 연 20%였다. 이후 최고 한도가 오르내렸지만 외환위기 직후에도 연 40%로 유지됐다. 이자제한법 폐지는 사채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사채시장이 일본 대부업체의 상륙으로 전국을 상대로 영업하는 법인 시장으로 바뀌었다. 대출과 추심(빚 회수) 기법이 선진화돼 있는 일본 대부업계는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갔다. 내수 확대를 위해 장려된 신용카드 사용도 빼놓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신용카드를 사실상 무제한 발급했다. 신용카드사는 1999년 영업정보 유출을 이유로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정보공유를 거부했다. 2003년 ‘카드 대란’이 터지고서야 4장 이상 카드 소지자의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지금은 2장 이상 보유자의 정보가 공유된다. 카드 거품이 터지면서 ‘돌려막기’가 시작됐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은 대부업체를 찾았다. 이자제한법 폐지와 신용카드 정보 미공유라는 두 개의 정책 공백은 국내 금융시장에는 독이 됐지만 일본 대부업체에는 비약적인 발전의 토양이 됐다. 러시앤캐시에 이어 2002년 8월 또 다른 일본계인 산와머니(산와대부)가 한국에 진출했다. 그해 10월 최고 이자율을 66%로 정한 대부업법이 시행됐다. 국내 토종업체로 업계 3위인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도 이때 세워졌다. 2003년 2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산와머니는 지난해 4509억원을 벌며 17배 성장했다. 최대주주는 일본 산와그룹이 출자한 페이퍼컴퍼니 유나이티드(지분 95%)다. 러시앤캐시가 언론 인터뷰나 대부업협회 업무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산와머니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일본 대부업체들은 정보기술(IT)에 적극 투자, 1시간 안에 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누가 더 빨리 대출해주느냐의 경쟁이었다. 서울 강남·잠실 등에 세련된 사무실도 갖췄다. 돈을 빌릴 때마다 시중은행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굴욕감을 느껴야 했던,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높은 이자였다. 이들은 마케팅에도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유명 연예인에게 억 단위의 모델료를 지급하고, 케이블방송에 엄청난 광고를 했다. 러시앤캐시는 최근 1년간(2010년 10월∼2011년 9월) 595억원, 산와머니는 지난 한해 534억원을 광고선전비에 썼다. 지나친 물량 공세라는 지적에 러시앤캐시 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얼른 기억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케이블방송의 광고 가운데 대부업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이들의 성장에는 제1금융권의 도움도 작용했다.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 금리 연 7.5%로 50억원, 우리은행은 8.43%로 10억원, 신한은행은 6.41%로 4억 9475만원을 이 회사에 대출해줬다. 하나은행은 2001년 러시앤캐시에 10.5% 금리로 10억원을 빌려주는 등 초기 진출을 도왔다. 국내 은행에서 저금리로 종잣돈을 빌려 급전이 필요한 개인 고객에게 20~30%대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익이 많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은행만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산와머니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메릴린치에서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거래금리)에 4.5% 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540억원을 대출받았다. 시중은행의 해외 차입 금리는 리보+1% 포인트 안팎이다. 저축은행들도 10%대 금리로 대출해줬다. 전주(錢主)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거래처이기 때문이다. 최윤(재일교포) 러시앤캐시 회장도 8.5∼10.0%에 160억원을 자사에 대출해줬다. 일본 업체들의 성공으로 토종 대부업체도 늘어났다. 법인 대부업자는 2008년 말 1199개에서 지난해 말 1625개로 3년 사이 35.5% 늘었다. 물론 1, 2위 일본 업체의 아성은 굳건하다. 토종인 웰컴론은 격차 큰 3위다. 실적이 두 업체의 절반 수준이다. 고리대금업의 피해와 극복 사례 등을 담은 책 ‘머니 힐링’(가제)을 준비 중인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1국장은 “자본력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일본계 대부업체의 독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하·이성원기자 lark3@seoul.co.kr
  • 거대한 거품파도 위에서 서핑…희귀 장면 포착

    바다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거대한 ‘거품’ 위에서 서핑을 하는 서퍼들의 모습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 작가인 크리스 가든은 뉴질랜드 카리타네 바다에 나타난 황색의 거대한 바다거품 속에서 능숙하게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 황색 바다거품은 카리타네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한 뒤 바닷물이 갑자기 범람하면서 생긴 것으로, 파도와 마구 섞여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했다. 100m 가까이 이어진 거품들은 그 규모가 일반적인 파도와 달리 매우 거대해 장관을 이뤘다. 크리스 가든은 “당시 날씨가 매우 추웠지만 서퍼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희귀한 ‘거품바다’를 만끽했다.”면서 “10년간 바다와 서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일부 서퍼들은 거품을 타고 높이 3m 가까이 뛰어오르는 장관을 연출했다.”면서 “거품은 파도와 부딪히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나는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을 포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하늘 모르던 분양가 낮추고 주택부족 수도권 공급 숨통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대표 주택 상품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지어 분양, 임대하는 것을 주택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보금자리주택이 나온 지 4년이 지난 지금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가 내놓은 보금자리주택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기만 하던 아파트 분양가를 잡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지역 시세 대비 10~20% 높게 책정되면서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도입할 당시 부동산 가격과 분양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지역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의 분양가를 낮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 감시팀 간사는 “강남에는 정말 반값으로 공급되면서 서민·중산층의 주거와 집값 안정에 기여를 했다.”면서 “이후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이로 인해 집값이 안정화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공급이 절실했던 수도권 주변에 주택을 공급한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수석팀장은 “서울에서 15~20㎞ 정도 떨어진 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이 절실했는데 보금자리를 통해 이를 일부 해소했다.”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도심 접근성이 좋은 주택을 서민과 중산층에 제공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시 서울 인근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 2기 신도시가 만들어지던 시점”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2기 신도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지만 다르게 보면 도심의 주택 수요에 맞춰 적절하게 주택을 공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간주택시장을 위축시켜 부동산 거래를 얼어붙게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을 본 주택 수요자라면 집을 사는 것을 망설이게 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이들이 집을 사지 않으니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현규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안 사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구매 능력이 있는 주택 수요 대기자에게는 전셋값 상승이 별 문제가 아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전세를 사는 서민들에게는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보금자리주택이 임대보다 분양에 초점을 맞춘 탓에 그린벨트라는 공공재를 개발해 발생한 이익이 몇몇 개인에게만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 교수는 “강남에 분양된 보금자리주택은 사람들에게 ‘로또’로 불렸다.”면서 “차라리 분양가를 제대로 받아 그것을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주거 복지 차원에선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학점 거품 빼자니 학생 반발” 대학들 딜레마

    “학점 거품 빼자니 학생 반발” 대학들 딜레마

    연세대가 서울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재수강’(한번 수강한 강의를 다시 듣는 것) 제도의 사실상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대학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재수강제, 학점 포기제 등 점수 부풀리기용으로 활용되는 제도들을 바꿀 필요성은 느끼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고학점 등 ‘스펙’(취업 등에 도움되는 조건)을 통해 청년실업을 뚫으려는 학생들로서는 학교가 취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모든 대학들이 함께 학점을 정상화해야 공평하지만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쉽지 않아 보인다. 12일 수도권 주요 대학의 교무 관계자들은 재수강 제한 등을 통해 학점 거품을 빼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실제 학사제도를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고려대 고위 관계자는 “재수강을 포함해 학사제도 전반을 바꿀 혁신적 개혁 방안을 연내에 마련,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수강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의 반발 등으로 손을 보지 못했다.”고 혁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재수강 등에 중복투자되는 비용이 연간 20억원에 이른다.”면서 제도 개선 방침을 시사했다. 반면 경희대 관계자는 “재수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학생은 물론 교수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려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학점에 거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대학 학점은 상대적으로 짜다고 불만인 학생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런 판국에 어떻게 학점을 더 내릴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학점 부풀리기가 워낙 만성화되다 보니 취업·유학 때 국내 대학에서 얻은 고학점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공개한 2011년 182개 4년제 대학 평균학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별 대학 졸업생 가운데 A학점과 B학점을 받은 비율이 89.4%나 됐다. 여러 차례 재수강을 하거나 낮은 학점 포기제를 통해 학점을 ‘세탁’하는 일이 잦아진 결과다. 학생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절박하다. 자기 학교만 재수강 제한 등으로 학점을 낮추면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취업 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재수강제 폐지 검토’ 소식이 알려진 연세대에서는 신촌캠퍼스 총학생회가 ‘학생과 협의 없이 재수강제 개편을 발표했다.’며 11일 교무처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구조화된 고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재수강 제한 등을 해도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배경헌기자 dynamic@seoul.co.kr
  • 올 수시 경쟁률 30% 하락… 왜

    주요 대학의 2013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30%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부터 수시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되면서 ‘묻지 마 지원’으로 인한 거품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주요 대학의 지원률이 여전히 20대1을 넘어서는 등 실질 경쟁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9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지난 8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서울 지역 주요 13개 대학의 수시 평균 경쟁률은 22.1대1로 지난해의 34.0대1에 비해 35%나 낮아졌다. 대학별로는 건국대가 지난해 48.2대1에서 22.7대1로 낮아진 것을 비롯해 경희대 21.0대1(지난해 29.7대1), 고려대 24.9대1(31.5대1), 국민대 18.7대1(29.0대1), 동국대 19.1대1(31.5대1), 서강대 29.3대1(41.3대1), 성균관대 28.3대1(36.5대1), 숙명여대 15.8대1(23.6대1), 연세대 18.5대1(28.0대1), 이화여대 11.2대1(21.3대1), 중앙대(서울) 23.3대1(29.0대1), 한국외대(서울) 21.1대1(31.2대1), 한양대(서울) 32.6대1(45.9대1) 등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학교별로 20~5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수시부터 적용된 응시 횟수 제한과 충원 합격자의 정시 및 추가 모집 지원 금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는 수험생들이 1인당 10개 이상의 대학에 중복 지원한 뒤 나중에 응시할 대학을 선별하는 ‘묻지 마 지원’이 많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외형적인 경쟁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질 경쟁률은 별 변화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대1이 넘는 경쟁률은 결코 낮지 않으며 지난해 지원하고 시험을 치르지 않은 허수를 감안하면 경쟁률 역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토플 성적발표 또 연기… 수험생 반발

    토플(TOEFL) 시험의 성적 발표가 잇따라 두 차례나 미뤄져 미국의 시험 주관사에 대한 국내 응시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토플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7일 “지난달 25일과 26일 시행한 인터넷 기반 토플시험(IBT)의 성적을 7~12일 사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홈페이지와 응시자들의 이메일을 통해 공지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일방적 연기라니” 토플 성적은 통상 시험일로부터 10여일 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응시자들은 지난 6~7일쯤 시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 19일 치러진 시험 결과 발표 연기에 이어 이번 시험 성적 발표까지 미뤄진 것이다. ETS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시험과 마찬가지로 응시자가 너무 많았고, 미국 공휴일(4일 노동절)이 끼는 바람에 채점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의 원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 8일까지 성적이 발표되지 않아 대입 서류에 토플 성적을 제출하려던 수험생들은 전형 유형에 따라 심각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달 25일과 26일 치른 시험이 수시 원서접수 마감 전에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대입 어학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재수생 윤모(19)군은 “8일까지도 성적이 발표되지 않아 결국 예전에 받은 점수로 원서를 접수했다.”면서 “1, 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 열심히 공부해 치른 시험이 물거품이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TS측 “美 공휴일 끼여 채점 늦어져” 한 응시자는 토플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아무리 항의해도 응시생들이 (유학 등을 위해) 또다시 토플 시험을 볼 수밖에 없어 ETS가 한국 학생들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독도 갈등 이후 열도… 한류, 너 괜찮니?

    독도 갈등 이후 열도… 한류, 너 괜찮니?

    #1. 지난 4일 밤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구의 한 대형 대여점. 게임과 CD, DVD를 함께 빌려주는 이곳에선 한류 드라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수천장의 DVD 속에는 ‘야인시대’와 같은 일제 강점기 주먹패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도 눈에 띄었다. ‘혐한류’가 무색하다고 느낄 즈음 구석의 현란한 원색 DVD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합작’이란 설명이 붙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본 AV(어덜트 비디오)들. 게다가 한류코너 바로 옆은 ‘18금(禁)’이 선명한 일본 AV 전문코너. 신작 한류 드라마의 1박 2일 대여료는 380엔(약 5400원) 안팎이었다. 출입문 가까운 목 좋은 곳에 진열된 일본·미국 드라마의 3분의2 수준이다. 대여점 종업원은 “한류 드라마를 빌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혹은 40, 50대 여성”이라며 “올 들어 부쩍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2. 도쿄 시내를 안내한 여행 가이드 한소정(31)씨는 “일본 여성들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강한 남성에 대한 선망이 강해졌다.”면서 “최근 남성다움을 강조한 2PM과 동방신기 등의 인기가 다시 올라간 이유”라고 말했다. 지요다구 유라쿠의 교통회관 앞에서 만난 30대 일본 여성들도 배우 장근석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케멘데스네(미남이시네요)~.”라며 그가 출연한 드라마 이름을 외쳤다. 한인타운이 있는 신오쿠보역사는 한국 드라마와 뮤지컬, 공연 등을 알리는 광고판으로 도배돼 서울이 아닌가 헷갈릴 정도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일본 내 한류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새 아이돌 그룹과 연예인들의 진출로 콘텐츠는 쉼없이 수혈되고 있지만 그와 비례해 한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콘텐츠 내용과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도·위안부 문제와 별개로 일본 내 한류 붐 지속 여부가 더욱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부 연예인의 독도 관련 행사 참여 이후 일본 내 우익단체들이 송일국 등 해당 연예인의 일본 방문과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 방영에 반대하고 있지만 타격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반한류 현황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도 “한류 소비자들은 한·일 간의 정치적 마찰이 발생해도 콘텐츠 소비와는 별개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콘텐츠 자체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 한인타운인 신오쿠보 거리의 한류백화점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한류관련 상품의 매출이 줄고 있다. 혐한이라기보다 거품이 가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이 알려진 것처럼 마냥 뜨거운 것만도 아니다.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성그룹 포스터는 ‘카라’나 ‘소녀시대’가 아닌 일본그룹 ‘AKB48’이다. 신오쿠보 거리의 한 자영업자는 “왜 한국 연예인들에게 (한국 언론이)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는 질문을 던지느냐.”며 “정치적 답변을 강요하면 약해진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온라인 독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1%가 ‘K팝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관심이 줄었다’는 응답도 18%나 됐다. 이유로는 ‘비슷한 가수가 많아서’(39%)가 가장 많았다. 최근 홋카이도와 삿포로에서 예정된 2개의 K팝 공연은 티켓판매 저조 등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한류의 쇠퇴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지사 관계자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붐은 과열 양상을 보이다 최근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진행중이라는 분석이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지 소비자의 기대수준 이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도쿄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내 모습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정말 헷갈려… 내 안에는 어마어마한 장난기 엉뚱함이 있죠”

    “내 모습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정말 헷갈려… 내 안에는 어마어마한 장난기 엉뚱함이 있죠”

    시작부터 달랐다. 춥고 배고픈 시절은 없거나 짧았다. 1991년 KBS 공채탤런트가 되고서 드라마 ‘내일은 사랑’(1992)으로 단박에 청춘스타가 됐다. 단역·조연 건너뛰고 1995년 영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의 주연을 꿰찼다. 이후 ‘런어웨이’(1995), ‘그들만의 세상’(1996), ‘지상만가’(1997)까지 줄줄이 실패했다. 그래도 기회를 얻었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로 평단의 지지와 흥행을 동시에 거두면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데뷔 22년차다. 여전히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지금껏 한국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은 일회성이었다. 반면 그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아시아계 배우 캐스팅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월드스타’는 미디어가 만든 거품이지만, 할리우드에 연착륙한 것은 사실이다. 블록버스터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전세계 흥행수익 3440억원), ‘지아이조2’(2012)에 이어 웬만한 아시아 배우들은 다 거론됐던 ‘레드2’의 살인청부업자 역할에 캐스팅된 것이 그 방증이다. 충무로의 구애와 할리우드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이병헌(42)의 얘기다. 그가 ‘광해, 왕이 된 남자’(19일 개봉)로 첫 사극에 도전했다. 광해군의 흔적이 조선왕조실록에서 15일간 사라졌다는 데서 착안했다. 정적에 의해 독살당할 위기에 놓인 광해군(이병헌)을 대신해 광대 하선(이병헌)이 대역을 맡으면서 영화의 심박동은 빨라진다. 131분이 지루하지 않다. 진지한 체하는 포스터와 달리 무겁지도 않다. 몇 차례 웃음바다가 된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나라 곳간을 바닥낸 폭군부터, 실용정책을 펼치다가 제거당한 비운의 군주까지 판이한 역사적 해석이 나오는 드라마틱한 캐릭터, 광해다. 그런데도 인물들의 관계와 결말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파격과는 거리가 멀다. 흠잡을 구석 없는 웰메이드지만, 감정적인 울림을 끌어내기엔 건조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병헌은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아이리스’ 등은 심각하고, 어둡고, 무거웠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광해’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재밌었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니터링 시사까지 두 번이나 ‘슬쩍’ 다녀왔다고 했다. 웬만한 배우들은 안 하는 행동이다. 조금 뜨면 홍보용 인터뷰조차 귀찮아하는 게 충무로 스타임을 떠올리면 의외다. “모니터링 시사란 게 있는 걸 알았으면 진작 다녔을 텐데 이번에 알았다. 자신감·책임감 때문은 아니다. 관객들이 내 작품을 보고 웃는 걸 보면 몇 달간 고생한 게 눈 녹 듯 사라진다. 전에는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몇십 번씩 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를 본 적도 있다.” 영화 초반, 허준의 지시로 광해를 흉내내던 하선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기생 치마폭에 파묻힌 양반 앞에서 ‘만담’을 펼치던 천민에서 참된 군주의 모습까지 목소리 톤과 행동,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꿔야 했다. ‘1인 2역’이라기보다는 ‘1인 다역’에 가까운 셈. “촬영순서가 뒤죽박죽이기 때문에 미묘한 변화를 주는 게 어려웠다.”면서도 “둘 중 하나를 굳이 꼽는다면 광대 하선이 더 편하다. 내 안에는 어마어마한 장난기와 엉뚱함이 있다.”며 웃었다. ‘내일은 사랑’ 촬영장에서 몰래 동료들에게 BB탄 총을 쏘다가 걸려 한동안 서먹한 사이가 됐을 만큼 장난꾸러기였다는 게 그의 자백(?)이다. 이병헌은 10일 캐나다로 떠나 ‘레드2’의 촬영에 돌입한다. 지난 5월 공개된 포스터에서 이병헌의 이름은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메리 루이스 파커에 이어 4번째다. 캐서린 제타 존스보다 앞선다. 비중을 짐작하게 한다. 팬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할리우드에서 악역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영웅호걸의 대명사 리롄제(李?杰)도 할리우드에서는 ‘리썰웨폰4’(1998), ‘워’(2007), ‘미이라3: 황제의 무덤’(2008) 등 악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말할 순 없지만 ‘레드2’에선 악역이 아니다. 또 앤서니 홉킨스나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같은 대배우들과 함께한다면 어떤 영화든 내 일생일대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가면 거리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무슨 ‘월드스타’냐(작품을 가릴 처지는 아니다). 한번은 커피숍 직원이 나보고 영화배우 아니냐고 묻기에 으쓱했다. 그런데 나보고 ‘행오버2’를 잘 봤다고 하더라. (재미교포 코미디배우) 켄정과 혼동한 거다. 난 지금까지 포지셔닝을 잘한 정도이지 확고한 할리우드 배우라고는 할 수 없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최근 이민정과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성 댓글이 쏟아졌고, 방송인 강병규와의 송사도 진행형이다. 자연인 이병헌을 둘러싼 상황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의 고민이 궁금했다. 그는 “지인들이 아는 내 모습과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병헌은 괴리가 크다. 선배들에게 ‘배우는 신비감이 있어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시대가 원하는 배우상이 어떤 것인지 헷갈린다. 어디까지 보여 줘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이가 들어도 지금처럼 역할과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배우로 남을 수 있을까.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배우로 남을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마냥 지금 위치를 즐길 나이는 아니지 않나.”라며 웃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법원 “휴대전화 요금 원가자료 공개하라”

    휴대전화 요금 산정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6일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가 산정 자료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동통신 요금 산정 및 요금인하 논의와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방통위의 비공개 처분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자료는 ‘요금 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 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이동통신 3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요금 산정 근거 자료’ ‘이용 약관의 신고·인가와 관련된 적정성 심의 평가 자료’ 등 청구된 자료 대부분이다.  재판부는 다만 ‘사업 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자료’ 가운데 개별 유형자산, 취득가액, 감가상각비 등 세부 항목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돼 비공개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방통위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TF)의 의사록 공개에 대한 청구는 각하했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자료가 적용되는 시기는 2005∼2011년으로 2세대와 3세대 통신 서비스에 해당된다. 근래 보급이 확산하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향후 LTE 서비스에 대해서도 원가 자료 공개 소송을 낼 경우 어떤 판단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참여연대는 작년 5월 ‘이통 3사가 책정한 통신요금의 거품이 지나치다’며 요금 원가와 요금 산정 관련 자료, 요금 인하 논의와 관련한 최근 회의록 등을 공개하라고 방통위에 청구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대부분의 자료를 “법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 다수 포함됐다.”며 비공개 결정하자 “정보 공개로 이통업체들의 정당한 이익을 해한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참여연대 측을 대리한 조형수 변호사는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과 요금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큰 영향을 고려해 재판부가 판단했다고 본다.”면서 “향후 관련 정보가 공개되면 요금이 적절히 산정됐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판결문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기초연구는 토목공사가 아니다/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기초과학회연합체회장

    [기고] 기초연구는 토목공사가 아니다/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기초과학회연합체회장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산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8년 1조 9000억원이었던 기초연구 예산은 2011년 3조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30.7%로 높아졌다. 특히 올해 개인 기초연구 지원 예산은 2008년에 비해 두배 이상인 8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바짝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과 연계된 개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당장 먹고 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선진 창조형 연구개발과 노벨상은 배부른 꿈이라는 얘기다. 기초연구 성과에 대한 인식도 논란거리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내야만 성과로 인정을 받고, 상업적으로 개발된 평가와 지수들이 만능의 잣대가 되고 있다. 우리말로 써서 우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에게 정말 필요한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기본은 사라졌다. 심지어 정부가 기초연구의 선정과 수행 과정은 물론 성과까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초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기초연구는 당장 성과를 만들어내는 토목공사가 아니다. 미래의 기술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고, 노벨상 수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의 증진이 최우선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고유한 사회·문화적 전통을 지키는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의 양성도 중요하다.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벽을 낮추는 융합연구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기초연구의 영역이다. 무엇보다도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선진국의 상징이며 의무이고, 사회의 진정한 품격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절실하다. 기초연구의 성과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일한 목표일 수는 없다. 우리 것이 무시된 세계화는 공허한 거품이다. 인문·사회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21세기 과학기술 시대에 걸맞은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말과 우리 글로 표현된 기초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성과 이상으로 중요한 이유다. 성과에 대한 평가가 단순하지 않다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지원 방식도 바꿔야 한다. 진짜 창조적인 기초연구는 방종에 가까운 사고와 행동의 자유가 전제돼야만 한다. 정부가 진도를 관리하고, 연구비의 용처까지 일일이 확인한다면 진짜 창조적인 기초연구는 불가능해진다. 기초연구의 연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길 수밖에 없다면, 선진국을 향한 기초연구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 기초연구는 어느 정도의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연구비의 관리를 대학에 맡기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학계의 뼈를 깎는 반성과 적극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실제 학계의 윤리는 위험한 수준이다. 알량한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만 강조할 상황이 아니다. 표절, 연구비 횡령·유용, 연구실의 비민주적 운영이 설 자리가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학계 스스로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 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래야만 기초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깔깔깔]

    ●잔돈 준비는 알아서 합니다 북적거리는 마트에서 한 여성이 핸드백을 잃어버렸다. 핸드백을 주운 정직한 소년은 그 여성에게 가방을 돌려줬다. 그런데 지갑 안을 살펴본 여자가 말했다. “음… 이상한 일이구나. 분명히 지갑 안에 오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만 원짜리 5장이 들어 있네.” 그러자 소년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번에 제가 어떤 여자분 지갑을 찾아줬는데 그분이 잔돈이 없다며 사례금을 안 주셨었거든요.” ●난센스 퀴즈 ▶마시고 돈내고 나가라 의 줄임말은? 마돈나. ▶궁둥이에 불을 피우면 화가 나서 거품을 품는 것은 무엇일까? 주전자. ▶음식점에서 키우는 개는? 이쑤시개.
  • 한국영화 제2의 전성기 비결은

    한국영화 제2의 전성기 비결은

    바야흐로 한국영화 전성시대다. 올 초부터 300만~400만명을 넘어서는 ‘중박’ 영화가 잇따라 터지면서 시작된 한국 영화의 흥행 열풍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라선 ‘도둑들’로 정점을 찍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55.7%. 2007년 이후 한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 영화는 지난해 점유율 51.9%로 다시 50%대를 회복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영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영화 10년 새 양적·질적 균형 성장 한국영화의 맷집이 눈에 띄게 강해진 것은 양·질적인 면에서 동반 성장이 가능했던 덕분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는 양적(관객수 기준)으로 2배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총 관객수는 1억 5972만여명. 하지만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관객수가 이미 1억 3000여만명에 이르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2년 총 관객수 1억 513명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양적 성장은 CJ, 롯데 등 대기업 자본이 유입되고 동네마다 복합상영관이 들어서면서 가속화됐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부족한 콘텐츠의 질이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됐다. 2012년은 그동안의 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한 해로 평가할 만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한국영화 돌풍의 원동력은 장르의 다양화다. 장르의 쏠림 현상은 늘 한국영화의 병폐로 지적됐다. ‘추적자’로 시작돼 2년여간 불었던 스릴러 열풍처럼 특정 장르가 흥행하면 투자·제작 방향이 그쪽으로 쏠렸고, 다양성의 부재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흥행 1~10위를 보면 겹치는 장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범죄액션’(도둑들)을 필두로 정통멜로(건축학개론), 누아르(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법정물(부러진 화살) 등 다양한 장르가 동시에 성공을 거뒀다. 스토리 부재 등을 지적받아 온 한국영화의 콘텐츠도 약진을 보였다. 영화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콘텐츠 개발에 자본과 시간을 투자한 결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배급사들은 콘텐츠 기획팀을 내부에 두고 국내외 원작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웹툰 원작의 ‘연가시’나 일본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화차’가 대표적이다. 중소 배급사들은 규모보다는 기발하고 독특한 기획에 집중한 결과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부러진 화살’,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배급한 NEW의 박준경 마케팅팀장은 “요즘 충무로에는 스타, 감독 등 흥행 보증수표를 앞세운 안이한 기획이 사라졌다.”면서 “스타캐스팅이나 제작 규모가 아니라 콘텐츠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상반기”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이제는 캐릭터와 스토리 등 탄탄한 기획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성공하는 등 거품이 빠지는 것 같다.”면서 “과거 조폭 코미디 등 장르 쏠림 현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 따른 학습 효과로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시간 차 공격을 통해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주지 않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전성기 이끈 3040세대의 힘 3040세대의 힘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 한국 영화는 20대 관객을 겨냥한 작품이 많았으나 30~40대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낸 작품이 많았고, 나아가 50대 관객까지 이어졌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나 1990년대의 첫사랑 이야기인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1990년대 X세대를 주인공으로 3040세대 주부들의 애환을 감성적으로 그린 ‘댄싱퀸’(감독 이석훈)이 대표적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연출력으로 승부수를 띄운 3040세대 감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이전 영화의 흥행 패턴은 20대 초반 관객이 입소문을 내주고, 30~40대가 관람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면 올 상반기에는 3040세대 예매량이 부쩍 늘었다.”면서 “X세대로 불리며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고 자란 3040세대가 문화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직장 동료와 함께 관람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등 관객층이 두꺼워졌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처럼 10~20대에 한정된 로맨틱 코미디가 30대 기혼자 이상으로 외연을 확장해 성공하는 등 영화를 다루는 3040세대 감독과 프로듀서들의 감각과 연출력이 동시대의 관객들과 잘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적 정서 점차 옅어져… 문제점은? 한국영화 흥행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신파 코드 등 한국 정서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홍콩과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도둑들’처럼 가족애와 사회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 공식도 깨졌다. 반면 지난해 ‘마이웨이’나 ‘퍼펙트게임’, 올해 ‘코리아’처럼 애국주의나 신파 요소가 들어간 영화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 황동미 연구원은 “관객들이 신파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점차 깨지고 있고, 강요된 감동이나 감정 과잉을 내세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올해 흥행작을 보면 유머 코드가 포함된 작품이 많았고, 구성의 재미와 편집의 속도가 강조된 기획물이 많았다.”면서 “현실에 지친 관객들은 거대 담론을 다루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영화 자체의 오락성을 즐기는 풍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전성시대라고는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대 자본의 시장 독과점과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황 연구원은 “한국영화 전성시대는 2000년대 중반 한국영화의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 제작이 경직된 이후 기획 강화, 제작비 절감 등을 거쳐 나온 결과”라면서 “아직도 한해 제작되는 영화의 3분의2는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영화이고, 배우 개런티는 줄지 않는 반면 스태프 인건비는 200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무는 등 영화계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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