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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잼난영상] 자동차 자동세차 하듯…태국 애완견 목욕 머신

    [잼난영상] 자동차 자동세차 하듯…태국 애완견 목욕 머신

    세상에 이런 기계도 있네요. 그것은 다름 아닌 애완견 전용 목욕 머신. 영상에는 최근 태국 치앙마이에서 발명된 애완견 목욕 머신이 등장합니다. 사각형 머신 속 안절부절 못하고 머신 밖으로 얼굴만 내민 흰색 애완견을 놀라지 않게 주인이 얼굴을 어루만져 줍니다. 주인의 손에 안정을 찾은 애완견. 자동 기계 세차처럼 머신이 움직이며 물과 거품을 뿌립니다. 머신 안 솔들이 앞뒤로 움직이며 애완견의 몸통을 깨끗하게 문지릅니다. 곧이어 물이 분사되며 비눗물을 씻어냅니다. 애완견도 개운한 듯 행복한 표정입니다. 사진·영상= Live Leak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북한 “수소탄 핵실험”] “김정은 방중 등 개선 노력 물거품…북·중 관계도 돌이킬 수 없게 돼”

    [북한 “수소탄 핵실험”] “김정은 방중 등 개선 노력 물거품…북·중 관계도 돌이킬 수 없게 돼”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북·중 관계도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교수는 6일 북한의 수소폭탄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서울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중국 방문 등 그동안 고려됐던 모든 북·중 관계 개선 시나리오가 일거에 사라졌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에 무조건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폭탄 실험을 어떻게 평가하나. -수소폭탄 실험 능력은 없을 것이라고 봤는데, 이번을 계기로 북한의 핵 능력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입증됐다. →북·중 관계는 어떻게 되나.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꾸준히 북한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지만 북한은 계속 무시했다.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이 방북해 김정은에게 비핵화를 촉구했을 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북한 내부는 이미 안정적이어서 내부 결속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과 직접 대결해 뜻하는 것을 얻어내겠다고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핵에 대한 집착은 김정일만큼 강하다. →뜻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번 실험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우길 수 있는 명분을 더 축적한 만큼 이젠 북한 핵 포기를 위한 6자회담도 별 의미가 없게 됐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은 그런 책임 전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핵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북한과 북한을 방치한 미국의 합작품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당장 한·미·일 동맹체제 강화가 불을 보듯 뻔하며, 이는 중국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에 중국이 참여할 것으로 보나. -당연히 참여할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북·중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없나. -오랫동안 기약이 없을 것이다. 비핵화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중 핵심 원칙인데, 북한은 이를 또 무시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뉴스 분석] 중국발 ‘5대 리스크’ 쇼크… 한국 경제 직격탄 두렵다

    [뉴스 분석] 중국발 ‘5대 리스크’ 쇼크… 한국 경제 직격탄 두렵다

    “주식, 부동산, 경제 모두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했다.”(후싱더우(胡星斗) 중국 베이징이공대 경제학부 교수) 연초부터 ‘중국 리스크’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그간 시장의 이목이 미국 금리 인상에만 쏠려 있었지만 ‘제1 수출선’이 중국인 우리로서는 미국보다 중국을 더 주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경상 흑자와 3685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미국발 금리 리스크’는 그나마 버틸 만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불안한 것은 ‘5대 리스크’(기업 도산, 부동산 더블딥, 금융시장 불안, 성장 둔화, 위안화 절하 가속화) 때문이다. 당장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저리 자금을 끌어다 쓰느라 채권을 찍어 댔지만 성장 둔화로 회사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서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 이런 ‘중국판 좀비기업’은 잇따라 쓰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4월에는 전력 변압기를 만드는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가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금융사 제외)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63%로 홍콩(226%)과 함께 18개 신흥국 중 1, 2위를 다툰다. 부동산 거품도 중국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위험 요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더블딥(침체 뒤 회복됐다가 다시 침체)에 직면할 경우 은행 부실 등으로 파급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주택 거래량 증가율은 지난해 7월 21.3%에서 11월 7.8%로 3분의1 토막 났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가 5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조사한 결과 2014년 7.4%였던 중국의 성장률 최저치 전망은 올해 5.8%이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10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경착륙’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무엇보다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추락은 중국의 자본 유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3조 달러가 넘는 대규모 외환보유액으로 버텼지만 해외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다. 중국이 올해 5% 안팎의 성장에 멈춰 경착륙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현대경제연구원)가 이미 나와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05년 21.8%에서 2015년(11월 기준) 26.0%로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4.5%에서 13.2%로, 일본은 8.4%에서 4.9%로 쪼그라들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중국이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합병과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 등 경제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기술경쟁력에서 한국을 앞질러 전자, 해운 등 주력 산업이 겹치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중국 경제가 휘청거려도 주요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돼 (중국은) 잘돼도, 못돼도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승용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부수석 대표는 “창업 기업들이 기존 제조업 투자 부진을 얼마나 보충하느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로 대표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부동산 투자 부진을 만회하느냐가 중국 경제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은 중국을 ‘공장’이 아니라 ‘시장’으로 봐야 한다”면서 “기존엔 반제품이나 원료 수출 등 중간재, 가공무역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완제품과 고부가가치 기술로 중국 본토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다변화 수출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실종된 눈·얼음 축제, 웃자란 농작물… ‘철없는 날씨’에 속탄다

    실종된 눈·얼음 축제, 웃자란 농작물… ‘철없는 날씨’에 속탄다

    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축제장과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자치단체와 농민들에 따르면 예년 평균보다 2~6도 높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눈·얼음 테마 겨울축제들이 속속 취소되고 웃자람과 병충해로 겨울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울상을 짓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올겨울에 한반도에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당장 겨울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면서 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겨울철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6일 예정했던 ‘원조 겨울축제’인 강원 인제군 빙어축제는 지난겨울 가뭄으로 취소한 데 이어 올겨울에는 포근한 날씨에 발목 잡혀 2년째 축제를 접었다. 강원 홍천군의 홍천강 꽁꽁축제를 비롯해 경기 가평군의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 전북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는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다. 3년 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던 자라섬축제는 오는 9일부터 열 예정이었지만 얼음 두께가 2㎝에 불과해 관광객 안전을 우려해 취소했다. 2011년 구제역 파동 이후 두 번째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얼음낚시를 즐기려면 얼음 두께가 적어도 20㎝ 이상 돼야 한다. 평창 송어축제는 지난달 18일 예정대로 개막했지만 축제의 핵심인 얼음 낚시터는 얼음이 얼지 않아 31일 간신히 개장했다. 경북 안동 암산얼음축제는 안전 점검을 거쳐 축제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을 곧 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열려던 강화도 빙어축제도 잠정 연기했다. 경남 대표 얼음축제인 금원산 얼음축제는 개최를 보름가량 미루다 지난달 30일에야 개막했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무늬만 얼음축제가 됐다. 지난달 2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문을 여는 대구 비슬산 얼음축제도 얼음조각을 비롯한 조형물은 볼 수 없고 눈썰매장만 있는 반쪽짜리 축제가 됐다. 충북 영동군은 높이 40∼100m, 폭 200여m의 거대한 인공빙벽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하고 빙벽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 오는 24일 예정된 국제빙벽대회를 취소했다. 그나마 국내 대표 겨울축제로 오는 9일 개막하는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는 현재 15㎝ 이상 얼음이 얼어 당장 축제를 여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포근한 날씨 속에 안전을 위해 얼음낚시 구멍을 기존 2m 간격에서 4m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최전방 산골마을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라도 겨울축제를 끝까지 열어 관광객들에게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심어 주겠다”고 말했다. 겨울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 가고 있다. 파종한 마늘이 웃자라고 양파의 생육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가을에 파종한 보리도 웃자라고 노균병과 고자리파리와 같은 병해충도 늘었다. 비까지 자주 내려 토양에 습기가 많다 보니 뿌리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과 군위 등에서는 보리가 무성하게 자라 벌써 꽃이 피는 기현상이 생겼다. 광주·전남지역에는 지난해 11월부터 비가 자주 내려 일부 겨울 작물이 습해를 당했다. 습해가 가장 심한 작물은 지난해 11월 중순 출하를 시작한 시금치다. 광주·전남지역 시금치 최대 생산지인 신안에서는 전체 재배량 절반이 뿌리썩음병에 걸려 농민들이 울상이다. 신안군의 피해 신고 결과는 시금치를 재배하는 1571가구 가운데 1100농가(70%)가 피해를 봤다.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한 피해 규모는 1057㏊ 가운데 783㏊(74.1%)다. 버섯과 곶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 표고버섯 노지 재배지인 전남 장흥은 470여 농가 가운데 70% 정도가 습해를 당해 수확을 못 했다. 표고버섯 재배 농가는 내년 봄 원목의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아예 못 쓰게 되는 2차 피해도 우려한다. 감 주산지인 전남 장성·광양·구례, 전북 완주 등에서는 곶감을 말리면서 꼭지가 빠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인천 강화군은 총채벌레 개체 수의 증가 여부를 주시한다. 겨울이 따듯하면 총채벌레 개체 수가 늘어나 이듬해 고추 생육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벌레는 주로 고추나 토마토의 즙을 빨아 먹으며 황화잎말림병 등을 일으킨다. 김철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사는 “이상 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철저한 배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가평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재혁 자격정지 10년… 사실상 퇴출

    사재혁 자격정지 10년… 사실상 퇴출

    대한역도연맹이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재혁(31)에게 자격정지 10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이번뿐 아니라 지난해 초에도 폭력 사태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자 일벌백계 차원에서 사실상 ‘퇴출’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역도연맹은 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 내 회의실에서 선수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사재혁에게 ‘선수 자격정지 10년’의 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회의 도중 영구제명까지 거론됐었지만 사재혁이 한국 역도에 공헌한 것을 고려해 제명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도연맹은 회의가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사재혁 선수 폭력 사건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심히 송구스럽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사재혁이 결정에 불복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역도연맹은 다시 회의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하게 된다. 사재혁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번 결정이 그대로 확정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역도 77㎏급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은 지난달 31일 강원 춘천의 한 술집에서 후배선수인 황우만(21)을 폭행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혀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최근 체급을 85㎏급으로 올리고 새 소속팀을 찾으며 올해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징계로 올림픽 출전이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 사실상 역도계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사재혁에게는 경찰 조사도 남아 있다. 춘천경찰서는 지난 3일 사재혁을 포함해 당시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4명을 불러 2시간가량 조사했다. 사재혁은 경찰에서 “지난해 2월 태릉선수촌에서 뺨을 때린 것과 관련해 서로 오해를 풀고자 황우만을 불렀으나 얘기 도중 감정이 격해져서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우만은 “사재혁은 전혀 화해할 생각이 없었다”며 “사재혁이 지난해 이야기를 꺼내면서 ‘형들이 잘해준 게 있는데 너는 그런 것도 생각 안 해봤느냐, 그때 일을 생각해 보니까 화가 난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술자리에 있던 다른 선배가 사재혁도 모르게 자신을 불렀고, 사재혁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뺨을 때렸다는 사실을 말하고 다녔다는 걸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사재혁에 대해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로 역도연맹의 대표팀 선발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역도연맹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주 초 국가대표 명단을 확정해 11일부터 합숙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역도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대표팀을 일단 해산한 상황”이라면서 “리우올림픽을 대비해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하려고 했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피셔 “금융시장 과열땐 금리 인상해야”

    “금융시장이 과열되면 적절한 금리 인상 조치가 따라야 한다”(스탠리 피셔 미국 연준 부의장). “후속 금리 인상은 완만하고 꾸준한 속도로 이뤄질 것이다”(로레타 메스터 미 클리블랜드 연준은행 총재).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사회과학연합회(ASSA) 연례회의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 ASSA 소속 미경제학회(AEA) 등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모여 글로벌 경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미국 경제 전망 세션에 참석, ‘중앙은행 업무 :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1차 방어선은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거시 건전성 규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어야지, 단기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제 전반에 걸쳐 자산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으로 여겨진다면, 즉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피셔 부의장은 현재 미 금융시장을 과열 상태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피셔 부의장은 “연준의 정상화 정책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되면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며 “물론 정상화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우리가 동원하는 정책수단들에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9년 만에 금리를 올린 것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나 홀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AEA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공동주최 행사에서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은 완만하고 꾸준한 속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스터 총재는 “연준의 정책은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가 아니라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기초를 둬야 한다”며 “점진적인 속도로 정상화에 나서면 시간을 두고 정책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낮은 것은 2014년 중반 이후 원유와 다른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일시적 영향과 달러화 절상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물가 압력이 낮게 유지되겠지만 경기 확장세가 계속되고 에너지와 다른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화 절상 여파가 약해짐에 따라 중기적으로 2% 물가 목표를 점진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상당히 자신한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가 평소보다 더욱 둔화된 환경에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이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정부 지출을 비롯해 연준의 정책 영역 이외에 다른 부양정책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벼랑 끝 몰린 더민주… 수도권 ‘비주류 엑소더스’가 관건

    벼랑 끝 몰린 더민주… 수도권 ‘비주류 엑소더스’가 관건

    새해 벽두부터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 분당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3일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박지원(전남 목포)·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 등 호남 중진은 물론 당의 오랜 뿌리인 동교동계와 구 민주계의 탈당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의 새판 짜기는 현실이 됐다. 야권의 대표적 ‘설계자’인 김 의원은 이날 탈당 회견에서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 내야 한다”며 안철수 신당을 중심으로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 각자도생하던 신당 추진 세력의 통합 산파(産婆)를 자임했다. 김 의원의 구상대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주류 엑소더스’가 일어난다면 야권 무게중심은 급격하게 신당으로 쏠리게 된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야 하는 수도권 비주류들은 여전히 관망 중이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안풍’(安風)의 기세는 확인됐지만 여전히 ‘컨벤션 효과’에 따른 거품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에서 기호 2번을 포기하고 친노(친노무현) 성향 유권자와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수도권의 김한길계 가운데 최재천(서울 성동갑) 의원이 탈당을 했을 뿐, 최원식(인천 계양을)·정성호(양주·동두천) 의원은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김한길 의원 등 23명이 일사불란하게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했던 것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김 의원이 이날 “당적에 관한 부분은 각 국회의원들의 고독한 결단이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로선 더민주의 전면적 붕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달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더민주를 이탈한 현역은 9명이다. 앞서 탈당한 천정배·박주선 의원을 합치면 11명이다.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윤석(전남 무안·신안)·장병완(광주 남구)·박혜자(광주 서구갑) 의원 등이 가세해도 안철수 신당이 원내교섭단체(20명)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변수는 김한길계를 제외한 비주류 중진들의 행보다. 이종걸(경기 안양 만안) 원내대표는 탈당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는 2007년에도 김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 3선 중진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도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안철수 신당의 영입 대상과 두루 가깝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박 의원은 거취와 관련해선 “생각을 가다듬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떴다 ‘지거국’… 의대·채용 지역할당 효과

    떴다 ‘지거국’… 의대·채용 지역할당 효과

    전국 각 권역을 대표하는 이른바 ‘지방 거점 국립대’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약진했다. 서울대를 제외한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경쟁률이 4.16대1로 최근 5년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대학의 거품이 걷히고 비수도권 대학의 인기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국 대학의 2016학년도 정시모집 마감 결과를 31일 분석한 결과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부산대 등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평균 경쟁률이 4.16대1을 기록했다. 9개 대학은 각기 광역 행정구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로, 서울대를 포함해 10개를 통칭 지방 거점 국립대로 분류한다. 대학별로는 제주대가 1600명 모집에 8456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5.27대1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충북대가 5.22대1, 충남대가 4.86대1, 부산대가 4.41대1을 기록했다. 강원대의 경쟁률은 3.03대1로 9개 대학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지난해 2.95대1보다는 상승했다. 9개 대학의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2012학년도 4.00대1이었다가 2013학년도 3.96대1에 이어 2014학년도에는 3.3대1로 바닥을 찍었다. 경쟁률 하락은 수험생들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5학년도에 3.82대1로 상승한 데 이어 2016학년도에는 최근 5년간 경쟁률 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다양한 이유 가운데 2014년 7월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 육성법)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우수 인재가 인근 지방대학에 진학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법에 따라 지방대학은 의학계열과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도 해당 권역의 학생을 학부는 30%(강원·제주권 15%), 전문대학원은 20%(강원·제주권 10%) 선발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공공기업도 신규 채용 때 모집정원의 35% 이상을 해당 지역 고졸자나 지방대학 졸업자로 선발하도록 권하고 있다. 유정기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의대 정원 일부를 지방 출신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할당하자 다른 학과들로도 파급효과가 나타나 전체 지방대 경쟁률이 올라갔다”며 “2014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수험생에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인 지역 대학 총장과 교수 등 14명은 지난 8월 헌법재판소에 “지방대학 육성법이 경인 지역 대학생들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당분간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취업난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 거점 국립대의 인기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성호 하늘교육종로학원 대표는 “수도권의 사립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대학의 거품이 점차 걷히고 있다”며 “앞으로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강화되면 지방 거점 국립대는 물론 지방대학 선호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2016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핀 캐리(pin carry)-김현경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볼링공의 무게는 다르다. 몸무게의 10분의 1 정도 되는 볼링공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완력에 자신이 있다면 더 무거운 공도 괜찮다. 볼이 무거울수록 흔들림은 적고, 파괴력은 더 커진다. 오빠는 자신의 체중에 비해 다소 무거운 공을 사용하곤 했다. 그 16파운드짜리 볼링공이 65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오빠에게 실제로 버거웠는지, 아니면 적절한 무게였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오빠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되돌려 보았다. 유튜브 검색 창에서 오빠의 이름과 ‘볼링’이라는 단어를 함께 치면 열 개가 넘는 동영상이 뜬다. Y시장배 아마추어 볼링 대회의 결승전 영상, 그리고 형식이 ‘제일볼링장’이라는 태그를 달아 업로드한 짧은 영상들로, 대부분 볼링공을 던지고 있는 오빠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다. 이따금 스트라이크를 치고 나면, 뒤로 돌아 허공을 향해 두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는 모습이 짤막하게 잡히기도 했다.  기차가 속도를 줄이자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커다란 모형 볼링핀을 지붕 위에 얹은 ‘제일볼링장’ 간판도 보였다. 나는 객차의 출입문을 향해 트렁크 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걸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낡고 찌든 구두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로, 십여 년 전 그를 쫓아낸 오빠가 아버지의 외투와 함께 마당으로 내던졌던 그 구두였다. 앞코가 해지고, 뒤꿈치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낡은 갈색 구두의 원래 모습이 얼마나 날렵했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신은 아바이도 아이다.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만 우리 둘 다 제 명에 몬 삽니데이. 살아생전에 서로 보는 일 없도록 하입시더!” 오빠는 커다란 전정가위를 손에 든 채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내가 있는 한, 이 집에 그 종자가 발을 디디 놓는 일은 없을 끼다. 엄마도 맞고 산 세월은 이제 잊으이소. 열일곱 살의 오빠는 짐짓 근엄하게 말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던 오빠의 말은 그대로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오빠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는 십 년 만에 나타나 러닝셔츠와 트렁크 팬티 바람으로 거실에 선 채로 나를 맞고 있었다. 닳을 대로 닳은 구두만큼이나 아버지의 몰골은 비참했다. 몸피가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다 빠져 휑뎅그렁했다. 게다가 새카만 피부와 깡마른 팔다리, 그리고 볼록한 배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연상시켰다. 기세등등했던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린 채 젓가락 같은 팔로 러닝셔츠 안의 배를 긁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왔나? 밥은? 너거 엄마는 밭에 갔다. 덥은데 어서 들와서 선풍기 바람 쫌 쐐라.” 약간 새된 소리가 섞인 음성은 그대로였다. 방금 학교에서 돌아온 딸을 맞는 듯 다정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고 있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내한테도, 거…걸리가 있다 카더라. 나도 다 들었는 말이 있다.” “걸리고, 권리고 간에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게 어떤 집인데!”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서 현관과 맞닿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내 방이었다. 고향을 떠나고 나서야 갖게 된 내 방. 그가 방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내가 신발조차 벗지 않고 현관에 서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현관에 놓인 그의 구두를 집어 들어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냉장고에는 자양강장제 열 병이 두 개씩 나란히 줄을 지은 채 놓여 있었다. 각성 효과가 있다는 자양강장제를 물처럼 마시던 오빠가 세상을 뜬 지도 이 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냉장실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 갈색 병에 담긴 드링크를 열 병씩 정리해 놓는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다. 오빠는 매일 아침 자양강장제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젊은 날의 선택’이라는 광고로 유명한 노란색 드링크제를 양쪽 점퍼 주머니에 불룩하게 넣은 채로 출근하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고가 났던 날, 오빠가 몰던 트럭 조수석 바닥에는 빈 드링크제 병이 스무 개 남짓 뒹굴고 있었다. 오빠는 졸릴 때마다 자양강장제를 마시면 힘이 난다고 했다. 오빠는 자주 졸려했고, 늘 피곤해했다. 일상생활에서도 깜박깜박하는 일이 잦아서 소변을 본 후 변기 커버를 위로 젖혀 놓고 물도 내리지 않은 채, 화장실에서 그냥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나는 그를 대신해 물을 내리면서 자양강장 드링크제처럼 샛노란 오빠의 오줌이, 거품을 일으키며 변기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다. 오빠 방에 들고 온 짐을 풀었다. 책상에 놓인 액자 속 오빠는 머리카락을 노랗게 탈색한 채 경직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담은 이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다. 사진 액자 옆에는 두 개의 볼링핀이 놓여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볼링핀 모양의 트로피다. 한 개는 2.0리터짜리 생수 병 크기 정도로 크고, 나머지 하나는 막걸리 병만 했다. 오빠가 냉장 트럭에 가득 싣고 다니던 막걸리 말이다. 오빠는 이 지역에서 소문난 아마추어 볼링 선수였다. 그와 한판 붙기 위해 인근의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이곳까지 원정을 오기도 했었다는 건 오빠가 죽고 나서야 알았다. 빈소에서 문상객들이 늘어놓는 오빠의 무용담을, 나는 상복을 입고 빈청에 앉아 참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오빠의 사인은 졸음 운전이 불러일으킨 사고로 인한 심박정지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 인근에서 서울 방면으로 시속 130㎞로 달리던 K주류회사의 냉장 트럭이 오전 6시 40분경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탈 만큼 큰 사고였다, 새벽부터 출근해 냉장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로 막걸리를 배달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므로 그의 죽음은 당연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했다. 사고 전날에도 오빠는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했고, 사고 당일에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는 오빠가 죽기 전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쳤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나는 엄마에게 절대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합의서 따위에 도장을 찍어 주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엄마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오빠의 회사 사람들이 찾아와 현란하게 혀를 휘두를 때에도 엄마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의 곁을 지켰다. 문도 열어 줘서는 안 된다는 회사 사람들을 집에 들이고, 오빠가 즐겨 마시던 드링크제를 그들에게 내놓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엄마를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오빠가 그날 밤 12시까지 볼링을 치지 않았더라면…. 회사는 이런 가정을 내놓고 우리를 괴롭혔다. 과한 취미생활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나는 오빠를 대신해 회사와 싸웠다. 회사의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 강변하면서도 새로운 가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괴로웠다. 그날 아침 내가 오빠에게 전화라도 한 통 했더라면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빠가 그날 새벽에 뜨거운 국과 밥을 먹고 나간 것이 오히려 졸음 운전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을까. 엄마는 싫다는 오빠에게 한사코 아침을 먹여 보낸 것을 후회했다. 만약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 한 학기 등록금은 당시 식구들이 살던 고향집의 연세(年貰)보다 비쌌다. 머릿속에서 새로운 가정이 하나씩 튀어나올 때마다 커다란 대바늘이 심장을 깊게 찔러 대는 느낌이었다. 오빠의 죽음을 곱씹을 때마다 튀어나오는 가정들과 후회는 바늘 끝처럼 날카롭고 좁았다가 때로는 큰 파도처럼 밀려와 삶 전체를 부정하고 휘저어 버렸다. 아버지가 반듯한 가장이었다면, 엄마가 좀 더 야무지게 우리 남매를 건사할 줄 알았더라면, 오빠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례식장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위로의 말은 엄마에게 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웃들과 몇 안 되는 친척들은 동공이 초점을 잃고 실성한 사람처럼 빈소를 지키고 있는 엄마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나더러, 이제 너그 엄마한테 남은 사람은 인숙이 니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척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일말의 부담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감추고 살아남은 내 책임을 강조했다. 나 역시 하나뿐인 오빠를 잃었다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슬픔 이전에 책임이라는 단어가 목구멍에 와 박히면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더구나 촌각을 다투면서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다. 오빠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을 면담하고, 장례 절차를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내 동창이자 오빠의 친한 후배였던 형식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곤란한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인호 행님은 내한테도 친행님이나 다름없다. 형식은 삼일 내내 장례식장에 머무르며 우리를 도왔다. 형식은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오빠의 부고를 알렸고, 생각보다 늘어나는 조문객을 맞으려 술과 음식을 추가로 주문했다. 나를 대신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음식을 나르며 조문객들을 대접했고, 장례 행렬 맨 앞에서 오빠의 영정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장례 기간 내내 내 시선을 피해 의아한 마음이 들게 했다.  오빠의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화장터 앞마당으로 나를 따로 불러 오빠가 남긴 보험금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준 것도 형식이었다.  “장례 다 치아고 말해 줄라 캤는데 행님을 저래 불구디에 보내디리고 나이 인자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볼링동호회에 보험설계사 하시는 행님이 계시거덩. 그 행님한테 인호 행님이 얼마 전에 보험 하나를 들었다. 그기 정확히 말하만, 무슨 내기를 해가꼬 20만 원 정도 인호 행님이 땄는데 그거를 보험 행님이 돈으로 안 주고 인호 행님 이름으로 종신보험을 들어뿌맀다 이기라. 첫 달 보험료 대납해 줬다 카민서. 두 달도 안 된 일인기라. 그걸로 그 보험 행님이랑 인호 행님이 싸우고 억수로 난리 났는데, 일이 이래 되고 보이 이런 거를 불행 중 다행이라 캐야 되는 긴지…. 사람 운명이라 카는 기 참… 얄궂다.” 형식은 끝까지 내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나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화장터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와 형식의 담배 냄새가 섞여 공중으로 흩날려졌다.   오빠가 내 이름으로 남긴 보험금이 꽤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웃들은 그래도 이제 인숙이네는 걱정 없겠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들 죽은 보험금으로 포도밭을 사고 새로 집을 지었다며 수군거렸다.  돈으로 위로할 수 있는 죽음이란 없다. 오빠의 보험금을 받았다고 해서 그를 잃은 슬픔이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위로받기 위해 그 돈을 받은 것 또한 아니었다. 오빠는 죽으면서 보험금을 내 앞으로 남겼고, 우리는 오빠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했다. 우리는 항상 가난했다. 오빠는 가난하게 자라, 가난하게 살다가 갔고,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돈을 남겼다. 보험금 5억과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1억, 6억이란 돈은, 남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돈이었다.  남의 집 농사일을 도와주고 품삯을 받으며 살던 엄마의 소원은 자기 명의의 땅과 집을 가지는 것이었다. 내 소원은 학교 앞에 원룸이라도 하나 얻고,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니는 것이었다. 오빠는 형식처럼 볼링장 아들로 태어나 볼링을 실컷 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가 굳어지는 엄마의 표정을 보고 농담이라며 유난스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꿈은 나와 엄마의 소원을 이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세 사람의 소원은 모두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고시원을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내 공간으로 마련한 8평짜리 오피스텔은 아늑했다. 뜨거운 물을 가장 센 수압으로 오래도록 틀어 놓고 머리를 감다가,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는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 벌거벗은 몸으로 주위를 둘러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집에서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되뇌면서 괜히 주눅이 들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링을 몰랐더라면, 형식과 어울리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은 지금도 떨치기 어렵다. 장례가 끝난 후,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휴대전화에 남겨진 형식의 메시지들을 읽으며 나는 호흡이 가빠졌다. 형식은 거의 매일 밤 오빠를 자기네 볼링장으로 불러냈다.  행님 오늘 제가 3 대 3 죽이는 멤버들로 조 짜놨습니더. 판돈이 꽤 커예. 이거는 진짜 빅 매치라요. 컨디션 조절 잘하고 오시이소. 드링크 시원하게 해 놓고 기다리께예. 오빠의 휴대전화를 들고 읍내에 있는 형식의 볼링장으로 달려갔다. 볼링장 입구의 커피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를 보자마자 따귀를 올려붙였다. 형식이 놓친 종이컵에 담긴 커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으. 뜨거버라! 니 미친 거 아이가.”  대답도 없이 볼링 레인 앞에 놓인 공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볼링공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 볼링장 입구의 유리문을 향해 힘껏 던졌다. 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야, 이형식. 너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머라카노. 니 뭐 잘몬 쳐 묵었나.” “너는 왜 이렇게 멀쩡해? 우리 오빠를 노름에 끌어들여 죽게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고 있냐고!” 나는 형식이 가슴팍과 어깨를 주먹으로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다, 그런 기 아이고. 니가 무슨 오해가 있는 갑는데, 행님은 노름을 하신 기 아이고… 그거는 그냥 친목 도모다. 그라이깐 여기 볼링동호회 회원들끼리 재미로 했던 내기인기라.” “그래? 그럼 이 얘기 경찰서 가서 한 번 해 볼까. 매일 밤 판돈이 백만 원에서 이백만 원씩 오가는 볼링 게임이 내기인지 도박인지 말이야.” “니 말 다했나? 니 그래 말하만 나는 뭐 할 말 없을 줄 아나. 그래도 해…행님이 우리캉 볼링을 칬기 때문에 그 보험을 들게 된 기지. 동네 사람들이 다 칸다. 너거 집은 행님 죽어 가꼬, 그나마 남은 사람들이 살게 됐다꼬. 6억이 뭐 누구 집 아 이름이가?” 나는 형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레인 앞에 놓인 볼링공 하나를 들어 카운터 방향으로 던졌다. 형식이 자리를 비운 카운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둔탁하게 볼링공이 떨어지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장 볼링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뒤통수에 대고 거칠게 욕을 하는 형식에게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입구에 잘게 부서져 있는 유리 조각을 밟으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밭에서 돌아온 엄마의 바지 자락은 흙투성이였다. 엄마는 입구에 더러운 몸뻬 바지와 토시를 허물처럼 벗어 두고, 반팔 셔츠와 팬티만 입은 채로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들어갔다. 못 본 사이 살이 더 빠졌는지 팬티조차 몸뻬처럼 헐렁했다. 엄마는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욕실 바닥에 소변을 보았다. 욕실 문도 닫지 않고 수채 구멍에 오줌을 누는 엄마의 엉덩이를 나는 얼굴을 찌푸린 채 바라보았다. 변기가 아닌 수채 구멍 앞에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보는 엄마의 버릇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나는 이기 편한데 우짜겠노. 엄마는 늘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입안에서 삼키듯이 말했다. 학창 시절, 매일 아침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욕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린내에 숨이 막혔다. 변기 물 내리는 것을 자주 깜빡하는 오빠도 지긋지긋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꼭 서울로 대학을 가야겠냐고 묻는 오빠의 질문에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학기 등록금만 마련해 달라고, 그다음에는 어떻게든 내가 알아서 해 보겠다며 겨우 오빠를 설득했다. 오빠에게도 집을 떠날 기회가 있었다. 공고 3학년 때 수원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취직이 되었지만 오빠는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했다. 아들을 멀리 보내기 싫어했던 엄마의 만류 탓이 컸다. 대신 오빠는 집에서 멀지 않은 막걸리 공장에 취직했다.  “인숙아, 오빠야가 볼링부인 거 알제? 오빠야가 볼링 칠 때 제일 어려븐 기 뭐꼬 카만 스페어(spare) 처리다. 한 번에 스트라이크를 못 시키만 두 번째 공 떤질 때 나머지를 다 넘가야 되거덩. 최고 골치 아픈 기 뭐꼬 카만 핀이 몇 개 남지도 안해 가꼬 뚝뚝 떨어지가 있을 때인 기라. 그거를 스플릿(split)이라 카거덩. 양쪽 끝에 핀이 이래 두 개 뚝 떨어져 있으면 결국 한 개를 내삐릴 수빢에 없더라 카이. 그라이깐, 식구끼리는 서로 붙어 살아야 처리가 쉽다. 뭐 이런 말이다.”  오빠가 한창 볼링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오빠는 모든 것을 볼링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려 들었고, 볼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환하게 웃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나는 그때부터 굳게 다짐했다. 처치 곤란한 스페어,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스페어가 아니라, 아예 다른 레인에 스스로를 세워 보겠다고. 나는 일부러 사투리를 쓰지 않았고, 친구를 깊게 사귀지도 않았다. 이 좁은 동네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온전한 나로 새롭게 살아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들고 온 유리단지 속에는 수백 마리의 굼벵이가 서로 몸이 뒤엉긴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예요? 이런 게 어디서 났어요?” “어데서 났기는? 샀지. 읍내 건강원에 외상 잽히가 샀다. 읍에 나갈 일 있으만 그 집에 돈 쫌 갖다 주라. 구하기 힘든 기라꼬 억수로 생색내더라. 이따가 너거 엄마 오만 이거 씻거가 한 번 찌놓으라 캐라.” “아니, 대체 뭘 믿고 외상을 줘요?” “내 믿꼬 줬겠나? 인숙이 니 인자 부자됐다꼬 소문이 자자하더라.”  “그래서, 좋으세요?” “누가 좋다 카더나. 사람들이 그칸다 카는 기지. 나도 참 기가 차가 말도 안 나온다.” 아버지는 유리단지를 손에 든 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나는 투명한 단지 표면에 희뿌옇게 찍힌 손자국을 보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얼마를 원해요? 그때 말한 권리라는 게 얼마짜리라고 생각하세요?” “35다.”  “당장 필요한 용돈 말고요. 얼마를 주면, 이 집에서 나가겠느냐고 물은 겁니다. 많이는 못 줘요. 우리 이제 돈 없어요. 엄마도 농협에 빚내서 비료 사고 농사지어요.” “35만 워이 아이라 35키로. 그기 지끔 내 몸무게다.” 예전의 그는 36인치 사이즈 바지를 입을 정도로 체격이 좋았다. “걱정 마라. 오래 안 있는다. 나도 곧 인호 저트로 갈 끼다.” 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죽을 병에 걸렸다는 말도 엄살로 보이지만은 않았다. 나는 무슨 병인지 묻지 않았다. “그러면서 약은 왜 구해다 먹어요? 무슨 염치로 이래!” “하루를 살아도 쫌 덜 아프까 싶어가 칸다. 내가 이거 한 빙 사 묵는 것도 아깝나? 인호 글마가 살아 있었으만, 내를 이래 멸시하지는 않았을 끼다. 적어도 다 죽어 가는 아바이한테 이래 하는 거는 갱우가 아이라 카이!”  아버지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소리쳤다. 우윳빛 투명한 몸체에 붙은 검은색 대가리를 뒤흔들며 유리벽을 타고 있는 굼벵이들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 이름 입에 올리지도 말아요. 오빠가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 알기나 해요?” 더 독한 말로 쏘아 주려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놀라 엉거주춤 팔을 뻗었다. 그는 내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달려갔다. 푸른색 타일이 깔린 욕실 바닥에 검붉고 끈적끈적한 피가 흩뿌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러닝셔츠 앞섶을 붉은 피로 흥건하게 적신 아버지가 욕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자, 나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물을 세게 틀어서 바닥의 끈적끈적한 핏자국을 지우다 말고, 나는 쪼그려 앉아 울었다. 오빠였더라면 아버지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오빠가 돌아와 어서 이 스페어들을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방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오빠의 방에는 그가 쓰던 물건과 옷가지 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내가 갖다 버린 오빠의 유품들을 엄마는 모두 다시 주워 왔다. 오빠가 입던 옷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 보았다. 오빠에게서 늘 나던 냄새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담배 냄새와 시큼한 막걸리 냄새가 섞여서 나던 찌든 내가 좀약 냄새와 함께 코끝에 돌았다. 외투 주머니에서는 따스한 온기마저 전해졌다. 오빠의 점퍼 주머니에 하나하나 손을 넣어 보다가 손바닥 크기의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수첩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볼링에 관한 메모밖에 없었다. PVC 재질의 수첩 커버에는 ‘제일볼링장 이용권’이 스무 장 남짓 끼워져 있었다.  책상에 앉아 수첩을 첫 장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수첩은 각 장마다 오빠가 치른 게임에 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었다. 오빠는 자신이 얻은 점수와 딴 돈 혹은 잃은 돈을 먼저 기록하고, 그날 컨디션과 치러 낸 게임의 보완점들을 짤막하게 적어 놓았다. 돈을 잃은 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액수라도 잃은 날이면, 처리하지 못한 스페어의 위치와 공의 각도까지 그려 가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들었다. 나는 모르는 볼링 용어를 인터넷 검색 창에서 찾아보면서까지 오빠의 게임을 내 나름대로 복기해 보려 애썼다. 오빠는 파워모션 볼링을 선호했다. 5스텝의 순서로 빠르게 어프로치 라인을 통과해 공의 스피드와 파워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오빠는 되도록 1회 차 투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 성공시켜야 한다고 수첩에 써 놓았다. 스페어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오빠가 정신력이 강한 선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첫 투구에서 스트라이크를 성공하지 못하면, 2회 차 투구에서는 미스가 잦았다. 그럼에도 그의 에버리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더블(두 번 연속 스트라이크)과 터키(세 번 연속 스트라이크)를 심심치 않게 보여 줄 정도로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수첩 곳곳에 빨간색 글씨로 쓰인 ‘일타열피!’라는 문구는 계산할 줄 모르는 오빠의 삶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막걸리 상자를 들 때에도 오빠는 남들처럼 한 상자씩 드는 게 아니라 두세 상자를 한꺼번에 겹쳐 옮기곤 했다. 상가에 조문 온 회사 동료들은 남들보다 일 처리가 빨랐던 오빠를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을 허겁지겁 끝내고 그가 달려간 곳은 볼링장이었다…. 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것에 매달릴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침 느지막이 거실로 나가자 엄마는 집에 없고, 아버지의 방문 앞에는 빈 죽 그릇이 놓인 개다리소반이 나와 있었다. 나는 늦은 아침을 먹고 읍내의 볼링장으로 나갔다. 카운터 앞에서 쿠폰을 내밀자, 형식은 두 눈이 동그레져서 물었다. “니 이거 어데서 났노?” “이 쿠폰 너네 볼링장 꺼 맞지? 240 사이즈로 줘.” 나는 대답 대신 건조한 목소리로 내 할 말만 늘어놓았다. 형식은 순순히 볼링화를 꺼내 주었다. 푸른색 쿠폰 한 장을 내고 하루 종일 볼링을 쳤다. 쿠폰 한 장당 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섯 게임에서 열 게임은 족히 쳤다. 신발 대여료도 따로 내지 않았다. 형식은 그런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평일 낮 시간의 볼링장은 한산했다. 오빠의 옆에서 구경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볼링을 쳐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부러 볼링공을 세게 바닥에 던지듯 굴렸다. 레인 위로 볼링공을 떨어뜨릴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나며 발끝에 진동이 와 닿았다. 미치광이 같으니라고. 이게 뭐라고, 수첩에 공부를 해 가면서까지 쳐. 대단한 박사 나셨어. 그 시간에 집에 일찍 와서 잠이나 잤어야지. 나더러 걱정 말라고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 하더니, 결국 이렇게 나한테 다 떠넘기고 혼자 떠났나. 공은 레인 옆의 도랑같이 생긴 회색 거터 속으로 들어가 떼굴떼굴 굴러가기 일쑤였다.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형식이 슬그머니 옆에 다가와 이죽거렸다.  “그래 가꼬 바닥이 뿌사지겠나. 더 씨기 쾅쾅 떤지 뿌라. 아이고 답답아래이. 그래 하는 기 아이고….” 형식이 내 손과 어깨를 붙들고 볼링공 잡은 자세를 교정시켜 주려 했다. 나는 볼링공을 손에 든 채로 형식을 노려보았다. 순간 형식은 움찔한 기색을 보이며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오일이 덧발라져 번들거리는 레인 위로 나는 폭탄을 던지듯 공을 던졌다. 오빠에게 등록금을 부쳐 달라고 했던 내 발등을 볼링공으로 찧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옆 레인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들이 시끄럽게 순서를 바꿔 가며 볼링을 치고 있었다. 볼링공이 굴러가 핀에 부딪칠 때마다 그들은 요란스럽게 박수를 치며 깔깔 웃어 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카운터에 신발을 반납하며 힐끗 학생들의 전광판을 들여다보았는데, 그들은 10프레임이 아니라 12프레임으로 게임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나는 형식에게 시비조로 말을 붙였다.  “쟤네들은 왜 열 번이 아니라 열두 번씩 쳐? 내가 쿠폰 손님이라고 홀대하는 거야?”  형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니는 여어가 노래방맨치로 사장이 뽀나스 프레임 더 주고 싶으만 줄 수 있고 그런 덴 줄 아나? 그기 아이라 쟈들은 10회 차 떤질 때 스트라이크를 해 가꼬, 뽀나스 프레임을 받은 기다.” “보너스?”  “하긴, 니는 맨날 개판 치는 점수만 받아 가꼬 그런 기 있는 줄또 몰랐겠지. 인호 행님이 진짜 뽀나스 게임의 명수였는데…. 10회 차를 스트라이크 때리 가꼬 두 번 더 뽀나스 투구를 받아 뿌리민 당해 낼 사람이 없었제.” 형식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때 저 행님은 진짜 운빨 쥑인다 생각했거덩. 스트라이크를 치도 우째 저 순간에 딱 성공시키민서 뽀나스 투구를 받아 가까. 행님이 내한테 자주 했던 말이 인생 끝까지 가봐야 안다꼬, 두고 봐라 늘 그캤는데….” 오빠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더 볼링의 운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실력에 운까지 따라 준다고 치켜세워 주는 주변 사람들의 부추김이 졸린 눈을 부비며 공을 던지게 하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빨간색 팬티와 체크무늬 양말을 신은 날이 제일 점수가 좋다며 속옷과 양말 색깔까지 메모해 놓은 오빠의 수첩을 떠올리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볼링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직선으로 곧게 굴러가는 경우는 드물다. 공이 휘어지는 지점인 후킹 포인트까지 계산에 넣어야 완벽한 스트라이크를 이뤄 낼 수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오빠는 언젠가는 인생의 훅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 그러나 오빠가 펼치던 인생이란 게임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보너스는커녕 주어진 프레임의 점수 칸을 제대로 채워 보지도 못한 채 종료되어 버린 것이다.   엄마와 아버지를 앞세우고 포도밭을 향해 걸었다. 포도송이를 종이 포장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 집은 너거 아이라도 일손 안 많나. 오늘 우리도 해야 되는데, 우짜노. 내일은 약 치야 되는 날인데…. 오늘은 꼭 우리 밭에 와 줘야 된다꼬 내가 말 안 하더나…. 어데, 내 말은 그기 아이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자 엄마는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고 있었다. 약속을 어긴 건 상대방인 것 같은데, 엄마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쩔쩔맸다. 오기로 했던 이들은 엄마와 함께 조를 짜서 인근의 과수원과 비닐하우스로 일당 벌이를 다니던 아주머니들로, 오빠의 장례식장에 달려와 가장 큰 목소리로 곡을 해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포도밭을 사면서 그들의 태도는 묘하게 변해 갔다. 유월 초순, 포도알이 새파랗게 영글 즈음이면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 줘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병충해나 햇빛, 농약으로 포도가 상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도울 테니 남한테 아쉬운 소리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 방 안에 틀어박혀 숨죽이고 있던 아버지도 눈치를 보며 나갈 채비를 했다. 아버지나 나나 밭일을 안 해 봤기는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 게 문제였다. 나는 엄마와 예닐곱 걸음 떨어져 혼자 일했고, 아버지는 엄마와 한 조를 이루어 일했다. 아버지가 포도송이를 종이로 감싸면 엄마가 옆에서 그 위를 철끈으로 묶었다. 너무 쫄리게 묶으만 안 된다 카이, 포도도 숨을 쉬이야제. 엄마가 종이를 건네주면서 하는 말에 불현듯 기억하기조차 싫은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입관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었다. 피투성이로 병원에 실려 왔을 때와는 달리 깨끗한 모습으로 분까지 바르고 누워 있는 오빠의 모습은 차라리 편안해 보였다. 사고 직후 끔찍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엄마는 오빠를 쓰다듬으면서 통곡을 했다. 그리고 장례사를 붙들고 염해 놓은 오빠를 가리키며 애원하듯 말했다. “우리 아는 답답은 거 싫어하는데, 너무 꽉 쫄라 놨다. 옷도 찡기는 거 싫다 캐가 내가 맨날 한 치수 큰 걸로 사주고 캤는데…. 어차피 태울 꺼 아이가. 쪼매만 풀어 주만 안 되겠나. 우리 인호는 저래 답답은 거 싫어한다 안 카능교.” 목구멍에서 넘어온 뜨거운 기운을 억지로 삼키고 있는데, 아버지와 엄마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지난 삼십여 년간 아무 탈도 없이 서로 의지하면서 산 금슬 좋은 부부인 양, 같은 포도송이를 붙든 채 도란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허망한 생각마저 몰려왔다. 엄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내려와 있는 내가 한심했다.  “니는 와 하필이믄 포도밭을 샀노. 쪼매난 하우스 같은 거를 샀으만 차라리 좀 핀하고 나슬 낀데.” “우리 인호가 포도를 제일 안 좋아했능교. 맨날 넘우 밭에서 얻어 가꼬 알매이 쪼매난 것만 믹인 기 계속 마음에 걸린다. 제사상에 제일 큰 걸로 올리 줄라꼬 그캤제.”  오빠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는 별안간 땅바닥에 주저앉아 꺽꺽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몸속 깊은 곳에서 토해 내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었다. 한편으로, 별안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철퍼덕 주저앉아 우는 품새가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어쩌면 엄마는 목 놓아 울기 위해서 이 밭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차라리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웅얼거리면서 속의 말을 삼키던 엄마였다. 이렇게 울기라도 해야 썩은 포도알처럼 문드러진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는가. 주변은 고요했다.  아버지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니 와 이카노. 일나 봐라. 동네 사램들이 들으만 머라카겠노. 내가 니 뭐 우째 했는 줄 알겠다. 동네 우사시럽구로.” 그는 진땀을 흘리며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의 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팔뚝은 엄마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앙상했다. 엄마를 일으키려던 아버지가 오히려 휘청거리면서 흙바닥에 넘어졌다. 아버지는 스스로 일어날 기력조차 없는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네 발 짐승처럼 엎드려 있었다. 나는 눈을 찡그린 채, 쓰고 있던 선캡을 벗어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포도나무의 높이가 낮아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허리를 숙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신 부채질만 해댈 뿐이었다. 숨이 막히게 더웠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지고 있을 무렵 아버지가 땅바닥에 카악하고 가래침을 뱉었다. 길고 끈적끈적한 가래침이 끊어지지 않고, 그의 아랫입술에서 덜렁거렸다.   오빠는 죽기 전날까지 도박판을 벌였다. 수첩을 절반쯤 넘기다가 나는 게임일지의 패턴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가 생의 막바지에 빠져 있었던 게임은 단순히 볼링 에버리지를 얼마나 많이 내는지를 다투는 게 아니라 누가 점수를 제일 적게 내는지로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그렇다고 공을 레인 옆의 거터 구역에 빠뜨려서도 안 되었다. 핀 스폿까지 공을 굴리되, 가장 적게 핀을 쓰러뜨리는 자가 돈을 따갔다는 점에서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한 투전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빠의 공은 킹핀과 헤드핀을 아슬아슬하게 잘 비켜나가 많은 수의 핀을 남겼다. 형식의 말에 따르면, 점수를 많이 내는 오빠를 견제하기 위해 점수를 적게 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도록 룰을 바꾼 것이었는데, 오빠는 의외로 빨리 새로운 게임에 적응했다. 투구 자세와 쓰던 볼을 바꾼 효과가 컸다. 5스텝 대신 4스텝, 평소 쓰던 16파운드의 볼 대신 13파운드 볼을 쓴다. 거친 필체로 채워진 오빠의 메모는 꼼꼼했고 진중했다. 배치도까지 그려 놓고, 검은색으로 표시된 10번 핀 하나만 안정적으로 아웃시키기 위한 공의 동선을 짰다. ‘훅 볼’이라고 동그라미 쳐진 단어 옆에는 별모양 그림이 여러 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스트레이트로 곧게 전진시키다가 핀 앞에서 오른쪽 바깥으로 볼의 커브를 유도해서 10번 핀을 날리는 전략이었다.   ⓻ ⓼ ⑨ ❿   ⓸ ⓹ ⓺ ↱    ⓶ ⓷ ↗     ⓵ ↗      ↱      ↑ ‘뉴 게임’이라고 이름 붙인 그 게임의 판돈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 메모에 담긴 욕망의 크기도 기묘하게 불어났다. 사고 즈음의 오빠는 팬티 한 장을 갈아입는 데에도 예민하게 굴어 엄마가 애인이 생겼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게임 한 판에 한 달치 월급이 오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른 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헤드핀(1번 핀)과 킹핀(5번 핀)을 비켜 지나가 단 하나의 핀만 깨끗하게 날려야 한다고 휘갈겨 놓은, 낯부끄러울 정도로 진지하고 치열한 메모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 수첩을 나는 마당으로 들고 나와 오빠가 남긴 잡동사니와 함께 불태웠다. 맞춤법도 제대로 몰라서 ‘핀 캐리를 경게하자.’라고 빨간 글씨로 강조해 놓은 오빠의 흔적을 나는 볼품없는 물건을 버리듯 내팽개쳤다. 내 서울살이를 지탱했던 것이 오빠가 쓰러뜨리지 않은 스페어스(spares)라는 걸 잊고 싶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잿더미를 발로 밟고 침을 퉤퉤 뱉었다. 수첩에서 빼낸 몇 장의 쿠폰이 손 안에서 구겨졌다.  화가 치솟으면서 무언가 던지고 부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볼링장에 갔다. 이 집에서 머무른 대부분의 시간이 그런 나날이었다. 마지막 남은 쿠폰을 내고 벤치에 앉아 볼링화를 갈아 신으며, 나는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점수를 적게 내는 볼링을 쳐 보기로 했다.  오른쪽 끝의 10번 핀을 노리고 던졌더니 볼링공은 손에서 떨어지는 족족 레인 밖으로 굴러가기 바빴다. 한 번은 10번 핀에 공이 닿긴 닿았는데, 스치기만 했는지 핀이 살짝 기우뚱하는 데 그치고 오뚝이처럼 말짱하게 섰다.  “으이고, 속 터지 죽겠네. 니는 우째 핀을 맞차 놓고도 점수를 못 내노? 이거 끼고 한번 해봐라.” 형식이 볼링 아대라며 낯선 장비를 내밀었다. 광택이 나는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진 붉은 아대는 아이언맨의 갑옷 같았다.  “핀이 맞으만 머하노. 손모가지에 히마리가 없어 가꼬, 핀이 쓰러지지를 안 하는데. 이거 차고 한 번 해 봐라. 훨씬 더 힘이 잘 들어갈 끼다.” 나는 웅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딱 하나만 아웃시키고 싶어. 아주 깨끗하게.” 형식은 내 팔에 억지로 아대를 채우느라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 번에 다 되는 기 아이다. 첨부터 우째 깨끗하이 다 처리하겠노. 부담 가질 필요 엄따. 공짜로 주는 거 아이다. 빌리주는 기다. 신발하고 같이 반납하만 된다.” 단단한 아대를 착용하자 팔목부터 팔꿈치까지 깁스를 한 느낌이었다. 공의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고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확실히 공이 뻗어 가는 기세가 이전보다 좋았다. 10번 핀을 향해 스트레이트로 나아가던 공이 핀 스폿 앞에서 갑자기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1번 헤드 핀을 정확하게 때렸다. 헤드 핀이 넘어지면서 킹 핀을 때렸고, 또 킹 핀이 주변의 핀들을 쓰러뜨렸다. 스트라이크였다. “브라보! 내가 말 안 하더나. 아대 끼면 힘을 팍 받아 갖고 점수가 더 나올 끼라고. 이야, 핀 캐리 직이네. 일단 공을 쌔리삤다 카만 저런 반발력으로 핀 캐리가 나와 줘야 속이 씨원해진다 카이. 아대가 완전 임자 만났는 갑다.” 형식은 박수를 쳐 가면서까지 너스레를 떨었다. 스트라이크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손끝에 얼얼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한 희열을 불러일으켰다. 공에 맞은 핀이 튀어 오르는 순간, 핀과 핀끼리 부딪치며 내는 소리의 경쾌함이 내 몸마저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쓰러진 핀들이 쓸려져 나가고 새로운 열 개의 핀으로 리셋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얼한 손끝과 팔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아대를 어루만졌다.  볼링핀 간 중심에서 중심 사이의 거리는 30.48㎝이다. 각각 떨어져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서 있는 것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에는 서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망가려 해 봤자, 강한 힘이 덮쳐 버리면 결국 한꺼번에 무너지게 마련이다.  반환구가 방금 전 내가 던졌던 10파운드짜리 남색 공을 뱉어 냈다. 오일이 표면 곳곳에 묻은 공을 헝겊으로 닦으며 오빠를 생각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힘껏 굴려도 결국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이 볼링공처럼 매일 새벽 수백 상자의 막걸리를 싣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도시까지 가 닿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무거운 볼링공을 던지며 그가 얻어 내고 싶었던 보너스는 무엇인지 나는 계속 외면하려 들었다. 그가 죽고 나서야 그것을 더 고통스럽게 들여다보게 된 것은 아마 그 대가일 것이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벤치에 앉은 형식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희뿌옇게 펼쳐진 눈앞에는 다시 제자리를 찾은 열 개의 볼링핀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서 있었다.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 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었다. 나는 보너스 프레임에 선 기분으로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볼링공에 세 손가락을 끼우고 어프로치 라인에 섰다.
  • [아줌마·아가씨 기자의 달콤살벌한 맛짱] 레드벨벳·초콜릿 컵케이크 만들기

    [아줌마·아가씨 기자의 달콤살벌한 맛짱] 레드벨벳·초콜릿 컵케이크 만들기

    자동차 핸들 대신 거품기를 잡았다. 아줌마 대신 자동차 업계를 출입하는 예비 아빠 박재홍 기자가 등판했다. 아내와 함께 시판용 믹스 가루를 이용해 스콘을 만들어 본 게 전부인 베이킹 왕초보다. 지난 8월 한국에 상륙한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는 하루에 5000개의 컵케이크를 팔아 디저트 신드롬을 일으켰다. 대표 메뉴는 레드벨벳 컵케이크. 붉은 빛깔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케이크의 식감이 마치 벨벳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요리학원에서 ‘매그놀리아 따라 잡기’에 나섰다. 컵케이크도 생소한데 레드벨벳은 더욱 모르는 예비 아빠는 레드벨벳 컵케이크에 도전했다. 아가씨(김진아 기자)는 초콜릿 컵케이크를 만들었다. 왕초보라고 가볍게 볼 게 아니었다. 남자 팔뚝의 위력이란…. 부드러운 컵케이크의 맛은 첫 번째 단계가 좌우한다. 설탕과 버터, 계란을 섞어 아이보리색이 나도록 크림화하는 일이다. 거품기로 버터와 설탕을 섞어 부드럽게 풀어 준 뒤 계란을 3~4번에 걸쳐 조금씩 넣어 섞는다. 빠르게 휘저어야 버터와 계란이 분리되지 않고 한 몸이 된다. 힘이 달려 자주 멈췄던 탓에 아가씨의 반죽은 버터와 계란이 제대로 섞이지 못했다. 마치 순두부 같았다. 반면 예비 아빠는 완벽한 크림화를 이뤄 냈다. 레드벨벳 컵케이크의 상징인 붉은빛의 비밀은 다량의 식용색소였다. 예를 들어 1회 대결 분홍색 마카롱을 만들 때 적색 식용색소를 한 방울 정도 떨어뜨렸다면 이번에는 10방울 가까이 떨어뜨렸다. 잘 구워진 컵케이크를 식힌 뒤 윗면에 아이싱(설탕과 생크림, 크림치즈, 버터 등을 섞은 것)을 바른다. 전 과정을 지도한 박지현 서울요리학원 강사는 예비 아빠의 손을 들어 줬다. 박 강사는 “초콜릿 컵케이크는 버터와 계란이 분리된 탓에 케이크가 퍼석퍼석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입맛에는 누구의 컵케이크가 가장 예쁘고 맛이 좋았을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시민 33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벌인 결과 레드벨벳 컵케이크가 15표, 초콜릿 컵케이크가 18표를 받았다. 레드벨벳 컵케이크는 “맛이 부드럽다”는 평가를, 초콜릿 컵케이크는 “많이 달지 않아 먹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사의 평가까지 더해 16대18, 2표 차이로 아가씨의 초콜릿 컵케이크가 간신히 이겼다. 아이싱이 멋들어지게 들어간 컵케이크는 주먹 하나 크기임에도 1개에 5000원 이상 파는 곳이 있을 만큼 고급스러운 케이크다. 다만 과정에서 보듯 버터와 설탕, 크림치즈 등 고칼로리 재료가 다량으로 들어간다. 맛있는 만큼 살이 찌는 건 각오해야 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수강 문의는 서울요리학원(www.seoulcooking.net, 02-766-1044~5)
  • 산타 할아버지, 올핸 코스피 찾아올 거죠?

    산타 할아버지, 올핸 코스피 찾아올 거죠?

    주식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연말 이맘때면 ‘산타 랠리’에 대해 한번쯤 듣는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파랗고 빨간 지수에 일희일비하는 ‘주식쟁이’들은 어릴 적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놓인 선물이 산타가 준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증시에서만큼은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한다. 주식시장에는 정말 산타가 있는 걸까. 산타 랠리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식 거래자 연감’의 저자 예일 허시가 “산타는 매년 월가에 나타나 12월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1월 2거래일 동안 짧지만 달콤하고 인상적인 랠리를 선사했다”고 분석하면서부터다. ●월가 46년간 34차례 발생·평균 1.4% 상승률 월가에서는 아직도 산타 랠리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다. 허시의 아들 제프리가 편집한 2016년판 주식 거래자 연감에 따르면 1969년부터 지난해까지 46년간 뉴욕 대표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는 34차례 산타 랠리가 발생했고, 평균 1.4%의 상승률을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1896년부터 산타 랠리가 77% 나타났으며 평균 1.7%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다.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지난 수십년간 이 랠리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내놓았다. “연말을 맞아 투자자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곰’(약세장)도 휴가를 가기 때문이다” “휴가비로 받은 보너스를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등의 단순한 설명부터 “연초에 납부하는 소득세를 줄이려는 투자자가 남는 자금을 주식에 쏟아붓는 탓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연말 실적을 짜내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하기 때문이다”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런 해석이 모두 맞을지도 모른다. ●산타 랠리 안 나타나면 새해 증시 폭락 가능성 산타 랠리는 주식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데도 쓰인다. 산타 랠리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듬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분위기가 들떴던 1999년에는 산타 랠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S&P500지수는 마지막 6거래일인 12월 23일 1457.09에서 새해 두 번째 거래일인 1월 4일 1399.42로 4%나 떨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같은 기간 1만 1405.76에서 1만 997.94로 3.6% 하락했다. 몇 달 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경기가 호황이던 2007년 말에도 많은 이들이 산타를 기대했지만 오지 않았고, 이듬해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맞았다. 이 사태는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인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졌다. 물론 월가가 산타 랠리를 무조건 맹신하는 건 아니다. 대내외 경제 상황과 각종 지표에 따라 증시가 상승하는 것이지 동화 속 산타가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산타 랠리가 발생해도 7거래일 중 최소 하루는 주가가 하락하는 날이 꼭 있다는 경고도 있다. 산타는 국내 주식 시장에도 선물을 들고 올까.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간 코스피를 분석한 결과, 새해 첫 2거래일 주가가 전년도 12월 마지막 6거래일에 비해 올랐던 경우는 15차례 있었다. 월가의 논리를 적용하면 60%의 확률로 산타 랠리가 나타난 것이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확률이 절반씩이라고 가정하면 우리 증시에서 산타는 그리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21차례 주가가 올랐고, 떨어진 건 4번뿐이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은 11월 넷째 주 금요일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연말 소비 성수기를 맞아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소비 국가가 아닌 한국은 산타 랠리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대신 미국 등에 연말 물품을 수출하는 10~11월과 정부 정책이 나오는 1월 장세가 좋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찾아온 산타가 가장 화끈하게 선물 보따리를 푼 건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8년이다. 이해 12월 18일 524.85였던 코스피는 이듬해 1월 4일 598.55로 무려 14.04%나 뛰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2001~2002년 연말연시에도 코스피가 9.5%나 급등했는데, IT 거품 붕괴 충격에서 벗어나는 미국과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산타를 불렀다. ●1996년엔 코스피 6거래일간 ‘사탄’ 방문 산타가 아닌 ‘사탄’이 찾아온 경우도 있다. 1996년 12월 20일 700.87이었던 코스피는 허시가 지목한 산타 랠리 7거래일 중 6거래일이나 하락했고, 이듬해 1월 4일 8.2% 떨어진 643.41에 그쳤다. 산타 랠리가 오지 않으면 이듬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월가의 분석이 우리 증시에도 통하는지 코스피는 이듬해 하반기 외환위기로 400대까지 곤두박질했다. 2002년에도 산타 랠리 기간 6.81%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듬해 터진 카드 대란으로 600대 중반에서 50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보이는 미국은 올해 산타 랠리를 기대한다. 이달 초만 해도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그린치’(크리스마스를 훔치는 짐 캐리 주연 영화의 악당)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었으나 이번 주 들어 다우존스 산업평균과 S&P500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졌다. ●“코스피 다시 2050선 넘을 가능성 제한적” 하지만 아직 낙관할 수 없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도 시차를 두고 시장이 좋지 않다”며 “산타 랠리가 왔다고 표현하려면 주가가 상당히 강하게 올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2013년과 지난해 연말연시 각각 1.88%, 1.41% 하락했다. 2년 연속 산타가 오지 않은 것이다. 올해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2050선을 웃도는 등 지수가 괜찮았으나 최근 유가 하락 등의 악재로 많이 가라앉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산타 랠리로 2000선 안착을 시도할 수 있으나 우리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수급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다시 2050선을 넘어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와우! 과학] 3D프린터로 ‘로켓 엔진’ 출력…21세기 新 연금술

    [와우! 과학] 3D프린터로 ‘로켓 엔진’ 출력…21세기 新 연금술

    거품 논란도 있기는 하지만, 3D 프린터 기술은 21세기 새로운 연금술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응용범위가 다소 제한적이지만, 점차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기업이 3D 프린터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NASA는 이미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ISS)에서 최초의 우주 3D 프린터를 테스트했으며 심지어 우주에서 음식을 출력하는 3D 프린터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우주 기지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야심찬 계획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널리 사용될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3D 프린터가 보여줄 가능성 때문입니다, NASA는 이미 금속 3D 프린터 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이제 실제 로켓 엔진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단계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 로켓 엔진을 3D 프린터로? 일단 이 제목만 보면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의구심부터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금속을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부품을 만드는 모습은 놀랍기는 하지만, 과연 현재 상태에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의문을 품을 만하기 때문입니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고 있습니다. 비용과 제조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대형 로켓 엔진은 매우 크고 복잡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엔진이라도 그 제작 과정은 1년이나 걸렸습니다. 생산 수량이 적다 보니 생산 과정을 자동화시키는 거대한 공장을 세우는 것은 도저히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죠. 물론 구조가 복잡해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량 생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복잡한 엔진 부품을 한 번에 출력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3D 프린터 몇 대로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거대한 공장도 필요없고 온종일 일을 할 테니 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입니다. 과정을 자동화해서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 레이저를 이용해서 엔진 부품을 만들다 금속 소재를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금속은 대개 매우 높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이죠.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금속을 조금씩 녹여서 붙이는 것인데,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NASA의 엔지니어들은 상당히 신뢰성 높은 금속 3D 프린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NASA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의 소재 및 가공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선택적 레이저 융해(selective laser melting) 방식을 이용해 만든 풀 스케일 로켓 부품을 공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세한 구리합금을 레이저로 녹여서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위에 보이는 제품(사진 아래)은 로켓 연소실 라이너로 섭씨 수천 도의 고온을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있는 금속 합금 중 이런 고온에서 안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부품 벽 내부에 200개에 달하는 미세한 관을 만들고 여기로 영하 173도의 액체 수소를 흘려보내 온도를 식히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기존의 방식으로는 제작이 어려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한 번에 출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부품이 실제 초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잘 버틸까요? 아무래도 기존의 제작 방식보다 못 미더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NASA의 과학자들은 몇 년째 연소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실용화를 목전에 둔 3D 프린팅 로켓 엔진 최근 NASA에서 공개한 테스트에서 3D 프린팅 로켓 엔진은 2만 파운드의 추력과 섭씨 3,000도가 넘는 고온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료를 공급하는 터보 펌프(turbopump)의 경우 9만 rpm이라는 엄청난 회전속도를 견뎌냈고, 액체 산소와 수소를 주입하는 인젝터는 영하 240도의 극저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이 부품들은 모두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입니다. 브레드보드(Breadboard)라고 명명된 테스트 엔진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칠 것입니다. 실제 로켓이나 우주선에 탑재하기 전에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엔진은 부품의 75%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입니다. 참고로 NASA에 의하면 이 엔진의 출력은 대형 로켓의 1단으로는 부족하지만, 화성 착륙선이나 2단 이상의 로켓 엔진으로는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앞으로 화성의 대기에서 직접 메탄가스와 산소를 추출해서 연료를 만드는 실험에 대비해 이 엔진은 액체 수소 이외에 메탄가스 연소도 가능합니다. 과거의 제조 방식으로는 1년 정도 걸렸을 엔진 제작은 3D 프린터로 복잡한 부품을 출력하면서 몇 개월로 기간이 짧아졌습니다. 들어가는 부품 수도 줄었습니다. 터보 펌프의 경우 부품 수를 45%나 줄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조립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제품의 신뢰성도 높아졌습니다. - 금속 3D 프린터의 미래 3D 프린터로 엔진 부품을 만들게 되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간단하게 수정해서 출력할 수도 있고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부품도 한 프린터에서 출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로켓 제조 부분에서 혁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혁신이 로켓에서만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신뢰성 높은 엔진을 제조할 수 있다면 3D 프린터는 다른 분야에서 필요한 다양한 금속 부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할 이유는 없겠지만,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소량 생산을 해야 하는 분야라면 3D 프린터가 혁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라 미래를 너무 장밋빛으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러나 금속 소재를 출력할 수 있게 되면서 3D 프린터의 활용 범위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막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경제 전문가들이 본 당면 과제

    [막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 경제 전문가들이 본 당면 과제

    “우리 경제는 지금 ‘관리형 소방수’가 필요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처럼 새롭고 와일드하게 일을 추진할 게 아니라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정책을 펼치기만 했던 최 부총리와 좌고우면이 많았던 현오석 전 부총리, 이 둘을 합친 리더십이 나와야 합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일호 경제팀’의 당면 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첫손에 꼽으며 앞으로 가야 할 정책 방향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하루 걸러 대책을 내놔 ‘미스터 대책’으로 불린 최 부총리가 남긴 ‘설거지거리’를 얼마나 깨끗하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비롯해 갈수록 늦춰지는 기업 구조조정, 거품이 낀 부동산 시장, 미진한 구조개혁 등 최 부총리가 벌여 놓은 일들이 쌓여 있다. 게다가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 미국은 역사적인 ‘제로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22일 “가계부채는 단기적 위험 요인이며 당장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없다”면서 “유일호 경제팀은 (가계빚 문제가) 우리 경제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의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컨틴전시플랜(비상대책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부채 관리를 주문했다. 성 교수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다가 커져 버린 가계빚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를 띄우기 위해 유동성(돈) 공급으로 연명시킨 부동산 시장도 연착륙할 수 있도록 퇴로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부실기업 정리도 시급하다. 올 10월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45개사로 1998년(61개사)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기업부채연구센터장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들이 단숨에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미적대다가 부실화 단계로 넘어갔을 때는 우리 경제의 큰 부담”이라고 경고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단기 경기 부양에 힘을 쏟는 것은 이제 위험할 수 있다”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노동법과 같은 구조개혁 법안들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과 이해 당사자를 잘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소비절벽’ 가능성을 우려해 가계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 부총리는 건설투자와 부동산 대책으로 경기를 띄우려고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며 “유일호 경제팀은 가계소득을 높이고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 부진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과제”라면서 “소득 불평등에 대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2015 하반기 히트상품] 롯데주류 ‘클라우드’

    [2015 하반기 히트상품] 롯데주류 ‘클라우드’

    롯데주류가 지난해 4월 야심 차게 선보인 맥주 ‘클라우드(Kloud)’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맥주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클라우드는 한국을 의미하는 Korea의 ‘K’와 풍부한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구름의 영문 ‘Cloud’ 단어를 결합한 것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롯데주류의 의지가 담겨있다. 국내 판매 중인 라거 맥주로는 유일하게 맥주 본고장 독일의 정통 제조방법인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으로 만든 알코올 도수 5도의 프리미엄 맥주다. 클라우드는 최고급 홉을 제조 과정 중 다단계로 투여해 맥주의 풍부한 향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멀티 호핑 시스템’과, 맥주 발효원액에 추가로 물을 타지 않고 발효 시 농도 그대로 제품을 만드는 ‘오리지날 그래비티 공법’을 적용해 맥주 본연의 깊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 특히 ‘오리지날 그래비티 공법’은 독일, 영국, 북유럽 등 정통 맥주를 추구하는 나라의 프리미엄급 맥주가 채택하고 있는 제조공법이다. 롯데주류는 깊고 풍부한 맛을 위해 최고 품질의 원료를 엄선, 제조한다. 최고급 ‘유럽산 노블홉’(Noble hop)을 사용해 풍부한 맛과 향을 살렸다. 클라우드는 올해 3월까지 출시 11개월 만에 1억 4000만 병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 시흥, 서울대 없는 ‘서울대 신도시’ 되나

    서울대가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한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자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대 효과’를 노리고 조성된 배곧신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은 서울대 측이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하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22일 시흥시에 따르면 서울대와 2011년 배곧신도시에 서울대 국제캠퍼스를 건립하겠다는 기본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해 왔다. 배곧신도시(490만㎡) 가운데 교육·의료복합용지 66만 2000㎡에 국제캠퍼스와 5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이 들어서기로 돼 있다. 시는 캠퍼스 부지를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하고 사업자는 부지 내 주택용지(20만㎡)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서울대 측에 캠퍼스 부지는 물론 시설까지 건립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서울대 입장에서는 공짜로 캠퍼스를 확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국제캠퍼스 콘텐츠와 운영 방안을 둘러싼 내부 의사결정 지연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실시협약을 계속 미루고 있다. 서울대 캠퍼스 조성이 물거품이 될까 불안해진 배곧신도시 입주민들은 시흥시민연대를 결성, 56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최근 서울대에 전달했다. 유호경 배곧신도시입주자연합회장은 “허허벌판인 이곳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은 서울대 캠퍼스가 들어온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면서 “내년에 착공하지 않을 경우 서울대와 시흥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곧신도시에서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을 분양한 업체들은 모두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최대 무기로 마케팅을 벌였다.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신도시’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인근이 공장지대인 이곳에 아파트 분양이 잘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배곧신도시에는 올해 입주한 2856가구를 포함해 모두 2만 1000가구가 들어선다. 배곧신도시 분양가에 서울대 캠퍼스 조성비가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캠퍼스 개교가 늦어지거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집단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블라터 8년 자격 정지 ‘사실상 퇴출’

    블라터 8년 자격 정지 ‘사실상 퇴출’

    제프 블라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축구계에 8년 동안 발붙이지 못하게 됐다. 나이를 따졌을 때 사실상 축구계에서 퇴출된 것이다. 또 내년 2월 차기 FIFA 회장에 도전하려던 플라티니 회장의 꿈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FIFA 윤리위원회 심판위원회의 한스 요아힘 에케르트 위원장은 21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7일부터 진행된 일주일 동안의 평결 과정을 마무리하며 이 같은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2011년 플라티니 회장의 자문에 대한 수고비로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건넨 블라터 회장이 이해 상충과 성실 의무, 금품 제공 등에 대한 윤리위 규정을 위반했으며 플라니티 회장 역시 이해 상충, 성실 의무 규정을 어겼다고 평결했다. 나란히 90일 자격정지 처분 중인 블라터 회장에게는 5만 스위스프랑(약 5916만원), 플라티니 회장에게는 8만 스위스프랑(약 9466만원)의 벌금도 부과했다. 물론 윤리위에 대한 항소 및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가 남아 있지만 둘의 축구계 퇴출은 되돌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플라티니 회장의 출마 역시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힘들어졌다. 블라터 회장은 윤리위 기자회견 한 시간 뒤 예전에 FIFA 본부로 쓰였던 취리히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왜 8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되묻고는 “나와 FIFA를 위해 싸우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이어 “나와 플라티니에게 ‘거짓말쟁이’란 오명이 덧씌워졌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라며 “내가 41년 동안 온 힘을 바쳐 일한 FIFA의 ‘펀칭백’(샌드백)이 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지난 18일 FIFA 윤리위 청문회 출석을 보이콧했던 플라티니 회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블라터 회장에 견줘 훨씬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또 회장 선거에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바레인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프랑스 전직 외교관 제롬 샹파뉴, UEFA 사무총장인 스위스 출신 지아니 인판티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인 토쿄 세콸레 등 다섯 명만 나서게 됐는데 사실상 두 이슬람권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는 전망이 많다. 파리 테러로 악화된 유럽의 반이슬람 정서를 뚫고 얼마나 표를 결집시킬지가 승부의 관건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美 중앙은행 역할’ 연방준비제도 운영은

    미국의 중앙은행 시스템인 연방준비제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개의 연방준비은행, 연방준비은행 이사회 등 4개의 조직이 주축을 이룬다. 1913년 12월 23일 연방준비법에 의해 설립된 연방준비제도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달성을 위한 통화정책 수립 ▲금융시장의 안전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금융기관 감독 및 규제 ▲미국 정부·금융기관·외국기관에 금융서비스 제공 등을 책임지고 있다. 연준은 미국의 전반적인 통화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12개 연방준비은행을 감독한다. 연준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공급량을 조절해 미국의 물가 안정과 고용 증대를 달성하고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연준은 통화 공급 조절 수단으로 시중은행이 연방준비은행에 빌리는 자금의 이자율을 조정하거나 시중은행이 연방준비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을 결정한다. 또한 기준금리와 국채매매를 결정하는 FOMC에 과반의 위원을 파견한다. 이 밖에 연준은 과도한 신용거래로 거품경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가 신용거래 시 금융기관에 지불해야 하는 보증금 비율을 결정하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의회가 제정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집행한다. FOMC는 연준 이사 7명 전원과 연방은행 총재 5명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FOMC에 들어가는 총재 5명 중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당연직 부의장으로 참석하며, 4명은 나머지 11명의 총재가 1년씩 돌아가며 맡는다. FOMC는 6주 만에 한 번씩 모여 미국과 세계 경기 동향 등을 살피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전역을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 지구를 담당한다. 연방준비은행은 연준과 FOMC에서 결정된 통화정책을 각 지구에 시행하고, 각 지구의 금융기관을 감독, 규제한다. 또한 연방·지방정부와 각 지구의 예금 취급 금융기관에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방준비은행에는 9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있어 연방준비은행의 운영을 감독하며 총재를 선출한다. 연방준비제도는 행정부와 의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정치를 마련했다. 연방준비제도의 핵심 기관인 연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 의장, 부의장, 이사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의장과 부의장은 임기 4년에 연임이 가능하지만, 이사는 임기 14년에 단임만 허용된다. 연준 이사는 선출직 및 행정직 공무원을 겸임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의 예산은 자체 보유한 미 재무부 채권의 이자 수익으로 운영되며, 1년 동안 운영하고 남은 예산은 정부에 반납한다.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회계감사는 의회가 아닌 독립 정부기관에 의해 수행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NASA, 화성 로켓엔진도 3D프린터로 출력한다

    [고든 정의 TECH+] NASA, 화성 로켓엔진도 3D프린터로 출력한다

    거품 논란도 있기는 하지만, 3D 프린터 기술은 21세기 새로운 연금술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응용범위가 다소 제한적이지만, 점차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기업이 3D 프린터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데,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NASA는 이미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ISS)에서 최초의 우주 3D 프린터를 테스트했으며 심지어 우주에서 음식을 출력하는 3D 프린터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우주 기지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야심찬 계획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널리 사용될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3D 프린터가 보여줄 가능성 때문입니다, NASA는 이미 금속 3D 프린터 부분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이제 실제 로켓 엔진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단계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 로켓 엔진을 3D 프린터로? 일단 이 제목만 보면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의구심부터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금속을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부품을 만드는 모습은 놀랍기는 하지만, 과연 현재 상태에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의문을 품을 만하기 때문입니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고 있습니다. 비용과 제조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대형 로켓 엔진은 매우 크고 복잡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엔진이라도 그 제작 과정은 1년이나 걸렸습니다. 생산 수량이 적다 보니 생산 과정을 자동화시키는 거대한 공장을 세우는 것은 도저히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죠. 물론 구조가 복잡해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량 생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복잡한 엔진 부품을 한 번에 출력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3D 프린터 몇 대로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거대한 공장도 필요없고 온종일 일을 할 테니 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입니다. 과정을 자동화해서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 레이저를 이용해서 엔진 부품을 만들다 금속 소재를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금속은 대개 매우 높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이죠.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금속을 조금씩 녹여서 붙이는 것인데,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NASA의 엔지니어들은 상당히 신뢰성 높은 금속 3D 프린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NASA의 마셜 우주 비행 센터의 소재 및 가공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선택적 레이저 융해(selective laser melting) 방식을 이용해 만든 풀 스케일 로켓 부품을 공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세한 구리합금을 레이저로 녹여서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위에 보이는 제품(사진 아래)은 로켓 연소실 라이너로 섭씨 수천 도의 고온을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있는 금속 합금 중 이런 고온에서 안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부품 벽 내부에 200개에 달하는 미세한 관을 만들고 여기로 영하 173도의 액체 수소를 흘려보내 온도를 식히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당연히 기존의 방식으로는 제작이 어려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한 번에 출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부품이 실제 초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잘 버틸까요? 아무래도 기존의 제작 방식보다 못 미더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NASA의 과학자들은 몇 년째 연소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실용화를 목전에 둔 3D 프린팅 로켓 엔진 최근 NASA에서 공개한 테스트에서 3D 프린팅 로켓 엔진은 2만 파운드의 추력과 섭씨 3,000도가 넘는 고온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료를 공급하는 터보 펌프(turbopump)의 경우 9만 rpm이라는 엄청난 회전속도를 견뎌냈고, 액체 산소와 수소를 주입하는 인젝터는 영하 240도의 극저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이 부품들은 모두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입니다. 브레드보드(Breadboard)라고 명명된 테스트 엔진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칠 것입니다. 실제 로켓이나 우주선에 탑재하기 전에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엔진은 부품의 75%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입니다. 참고로 NASA에 의하면 이 엔진의 출력은 대형 로켓의 1단으로는 부족하지만, 화성 착륙선이나 2단 이상의 로켓 엔진으로는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앞으로 화성의 대기에서 직접 메탄가스와 산소를 추출해서 연료를 만드는 실험에 대비해 이 엔진은 액체 수소 이외에 메탄가스 연소도 가능합니다. 과거의 제조 방식으로는 1년 정도 걸렸을 엔진 제작은 3D 프린터로 복잡한 부품을 출력하면서 몇 개월로 기간이 짧아졌습니다. 들어가는 부품 수도 줄었습니다. 터보 펌프의 경우 부품 수를 45%나 줄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조립이 쉬워지는 것은 물론 제품의 신뢰성도 높아졌습니다. - 금속 3D 프린터의 미래 3D 프린터로 엔진 부품을 만들게 되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간단하게 수정해서 출력할 수도 있고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부품도 한 프린터에서 출력할 수 있습니다. 이는 로켓 제조 부분에서 혁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혁신이 로켓에서만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신뢰성 높은 엔진을 제조할 수 있다면 3D 프린터는 다른 분야에서 필요한 다양한 금속 부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할 이유는 없겠지만,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소량 생산을 해야 하는 분야라면 3D 프린터가 혁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라 미래를 너무 장밋빛으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러나 금속 소재를 출력할 수 있게 되면서 3D 프린터의 활용 범위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아라“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아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아라.”  중국 지도부는 지난 18∼21일 나흘 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었다. 내년도 경제정책의 중점방향을 확정한 경제공작회의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위정성(?正聲)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 류윈산(劉雲山) 당중앙서기처 서기, 왕치산(王岐山) 당중앙기율위원회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국무원부총리 등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공산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국무원 경제 관련 부처 책임자 및 31개 성·시·자치구의 경제업무 총괄 책임자가 전원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작회의는 미국 금리인상 등 날로 악화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써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공급측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급측 개혁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경제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 변화에 적응하고, 지속적 발전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요한 개혁작업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내적으로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한계기업, 다시 말해 ‘좀비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공급 과잉으로 경쟁력이 없어진 산업군을 전면 재수술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따라 중국 시장의 개방 속도에 탄력을 붙이고 존폐 기로에 선 국유기업들 간의 합종연횡은 물론 외국 자본 유치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지도부는 이를 위해 ▲공업생산능력의 첨단화, ▲재고 정리, ▲부채 축소, ▲기업비용 절감, ▲취약부분 개선 등을 2016년도 ‘5대 임무’로 선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중국 지도부는 회의에서 복잡한 국내외 경제상황을 의식한 듯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의에 앞서 16일 중국 인민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8%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은 7%에서 6.9%로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마쥔(馬駿)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제작한 조사국 실무보고서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6.8%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7%로 집계됐지만 3분기에는 6.9%로 하락했다. 내년 중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인민은행은 성장률이 소폭 떨어지더라도 경기 전반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이 올해 감소세를 나타내겠지만 내년에 다시 3.1% 증가하며 기존의 수출 증가세를 회복할 것”이라면서 “고정자산투자는 올해와 내년 각각 10.3%와 10.8% 증가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부동산시장도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소속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내년 성장률이 6.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6.6~6.8% 수준으로 전망하고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돈을 푸는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사회과학원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내년 2.1% 정도로 올라가 2014년 중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당분간 디플레이션 상황을 빠져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은 3200~4000선에서 움직이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내년에 대규모 성장촉진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겠지만 재정지출이 확대돼 재정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과학원 산하 전략연구원과 도시경쟁력연구센터는 3일 “내년 2분기 이후 중국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 기초가 불안하고 변동 리스크가 비교적 크며, 대도시와 중소형 도시간 양극화 추세가 심각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인민대 산하 국가발전과 전략연구원도 지난달 발간된 ‘2015~2016년 중국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6년은 중국 경제가 지속적이고 심화된 하락을 경험하는 한해가 되고 최근 수년 가운데 가장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 성장률이 6.6%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또 “전세계 경제 발전 상황, 중국 부동산, 채무, 신 산업 발전 주기 및 정치상황 등 복합적인 요인을 종합해보면 내년 중국 경제는 발전의 마지노선을 탐색하게 되고 3~4분기쯤에 바닥을 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의 경우 현재의 ‘온건함을 바탕으로 한 미세조정’에서 ‘적절한 완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올해 성장률은 6.9%로 전망했고, 중국 거시경제의 회복은 2017년 후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1.4% 상승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목표치는 3.0%였고, 지난해 상승률은 2.0%였다. 이로써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인하를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연구를 주도한 류위안춘(劉元春) 원장은 “2015년은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끝내고 ‘중속 성장’ 시기인 ‘뉴노멀’시대에 진입한 첫 해였던 만큼 전면적인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면서 “거시 경제구조의 분화와 미시적인 변화가 심화됐고 변동성마저 가중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중국 경제는 불확실성이외 2가지 위기를 직면할수 있다”면서 “미시적인 주체로 인한 거시 경제의 내생(內生)적 요소의 하락과 여러가지 ‘거품’ 요소로 인한 충격과 체계성 위기”라고 분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자의적 금리 결정 명백한 실수” vs “수학 공식 따라 결정땐 재앙”

    [글로벌 인사이트] “자의적 금리 결정 명백한 실수” vs “수학 공식 따라 결정땐 재앙”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결정은 마치 소련 정치국의 소수 지도부가 빵의 가격을 결정하던 것과 같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연준이 9년여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준이 계획경제체제의 소련처럼 자의적으로 금리를 결정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폴 의원은 이날 연준의 금리 결정 방식을 소련의 빵값 결정 방식에 비유하면서 “소련은 결국 빵의 가격 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붕괴됐다”며 “정부가 임금과 물가를 통제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연준에 돈의 가격(금리)을 결정하는 권한을 거리낌 없이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에 대해 정치적이며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탄생 102년을 맞은 연준은 그 자체가 ‘달러 가치’라고 할 정도로 신용받는 기관이다. 연준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비판은 연준의 독립성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자유지상주의적인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2008년 이전에 연준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많은 사람이 빚을 내며 부동산을 매수했고,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위기를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금융위기 사태 이후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돈을 찍어내는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재선시키기 위해 경제 거품을 조장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한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는 “재닛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을 미룬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연준에 대한 미국 보수파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19일 공화당은 의회의 연준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연준 감독 개혁과 현대화 법안’(FORM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연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감사, 정책감독의 강화를 골자로 한다. 법안은 기존에 연준 회계감사를 독립 기관인 연준 감찰국(OIG)이 진행하던 것을 의회 소속의 회계감사원(GAO)이 진행하도록 했다. 또 회계감사원이 연준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결정 및 집행도 감독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연준의 금리 결정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법안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의 경제 지수를 변수로 한 ‘수학 공식’을 만들어 이 공식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도록 했다. 연준의 금리 결정이 이 공식에서 벗어날 경우 연준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식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이 밖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구제하는 데 활용됐던 연준의 긴급자금 지원 권한도 엄격히 제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옐런 의장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이 법안은 통화정책 결정자들을 방해하고 FOMC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재앙”이라면서 “특히 법안에 규정된 ‘수학 공식’과 같은 단순한 규칙에 따라 금리가 결정됐다면 실업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고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비해 턱없이 낮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연준의 금리 결정이 단순한 수학 공식에 의해 결정되거나 의회의 입김에 크게 흔들릴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더스트리트는 “경제 상황과 조건은 매우 복잡하다”면서 “정책 결정에서 고려할 변수와 목표를 미리 결정해 단순화한다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들을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할 스콧 하버드대 법학 교수는 “의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연준의 권한을 제한한다면 2008년과 같이 긴급한 금융위기가 닥쳤을 경우 연준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준이 독립성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투명성 또한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크 레본트 미 의회 거시경제정책 전문위원은 이달 의회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에서 “연준에 대한 감독과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을 강화할 경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경제학자 대다수는 연준이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될 때 더 나은 정책을 생산한다고 결론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 등 내부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의회와 국민이 연준의 결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투명성의 강화는 연준이 특정 정파와 기업을 부적절하게 도와준다는 정실주의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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