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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곳 쪼개고 9곳 붙이고 게리맨더링… 정의화 지역구 ‘공중분해’

    16곳 쪼개고 9곳 붙이고 게리맨더링… 정의화 지역구 ‘공중분해’

    4·13총선의 전장(戰場)이 마침내 그려졌다.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전도 사실상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28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보낸 획정안은 ‘인구 지형’을 반영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국회 의석에서도 10석이 늘어나 전체 지역구 의석의 48.2%(122석)를 차지하게 됐다. 충청권도 27석으로 늘어나면서 28석인 호남권에 육박했다. 반면 여야의 지역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영호남의 비중은 감소 추세다. ‘지역주의’ 색채가 빠지는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농어촌 지역구 감소는 논란의 대상이다. 갑자기 선거운동장이 바뀐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서울 중구, 중·성동을에서 투표해야 선거구 유지 하한선에 미달한 서울 중구 선거구는 사라지고 중·성동갑과 중·성동을로 재편됐다. 기존의 성동갑과 성동을을 재편한 뒤 중구 유권자 전체를 성동을로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중구의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중·성동을’ 선거구에서 투표하게 됐다. 다만 선거구 이름이 통일돼야 하기 때문에 중구 유권자가 전혀 포함되지 않아도 이름은 ‘중·성동갑’이 됐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 중·성동을은 ‘금호1·2·3·4가동, 옥수동+중구’의 유권자가 투표하고, 나머지 성동구 주민들은 중·성동갑에 투표하면 된다. 강남구와 강서구에는 강남병과 강서병이 새로 생겼다. 경기에서는 수원무, 남양주병, 군포을, 용인병, 김포을, 화성병, 광주을 등 8개 지역구가 신설됐다. 특히 최초로 생긴 수원무(戊)는 수원을(세류1~3동, 권선1~2동, 곡선동)과 수원정(영통2동, 태장동)의 지역구 일부를 흡수해 탄생했다. 수원의 행정구는 4개(장안·권선·팔달·영통)인데 인구가 늘어나 지역구가 5개가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군·구 분할 금지의 원칙을 어기고 ‘게리맨더링’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용인 역시 행정구는 3개(처인·기흥·수지)인데 지역구가 4개가 되다 보니 게리맨더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인천에서는 연수가 갑·을로 나뉘었다. 중·동·옹진, 서·강화군갑과 을은 ‘중·동·강화·옹진’과 ‘서구갑·을’로 조정됐다. [충청·강원권]생활권 다른 곳 묶인 괴산 뿔났다 대전의 유성도 인구가 33만 4200명에 육박해 갑·을로 쪼개졌다. 충남은 2곳이 분구되고 2곳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최종 ‘+1석’이 됐다. 천안에서는 천안갑과 을 2곳 모두 인구가 30만명을 초과해 천안병이 생겨났다. 아산도 인구가 30만명에 육박하면서 아산갑·을로 분구됐다. 공주와 부여·청양은 인구가 각각 11만 1476명, 10만 3480명에 불과해 공주·부여·청양으로 통합됐다. 충북에서는 보은·옥천·영동이 통폐합 대상이었다. 하지만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괴산을 가져오면서 ‘인수·합병’ 위기를 벗어났다. ‘보은·옥천·영동·괴산’과 ‘증평·진천·음성’으로 조정됐다. 이에 괴산군민들은 “역사적 배경과 교통·지리 등 생활권이 전혀 다른 지역이 한데 묶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활한 영토의 강원은 결국 1석이 줄어 9석에서 8석이 됐다. 인구 하한선에 미달한 지역은 홍천·횡성(11만 6216명)과 철원·화천·양구·인제(13만 3649명) 2곳이었다. 당초 강원의 ‘빅 3’ 도시인 춘천·원주·강릉의 지역구만 살아남고 나머지 5곳이 연쇄 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간단했다. 홍천·횡성이 공중분해돼 각각 인접 지역구에 붙으면서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재편됐다. [영남권]“미달 안 됐는데… ” 찢어진 의령·함안 경북은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2석이 줄었다. 인구 미달 지역은 영주, 영천, 상주,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까지 5곳이었다. 이 가운데 2곳씩 통합해 ‘영주·문경·예천’, ‘상주·군위·의성·청송’이 됐고 영천은 경산·청도에서 분리된 청도와 붙어 ‘영천·청도’가 됐다. 이에 영주와 상주 주민들도 “생활권과 문화권, 정서가 서로 섞일 수 없는 지역이 하나로 묶였다”며 항의했다. 부산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동구가 해체돼 사라졌다. 중구는 영도와, 동구는 서구와 각각 합체해 ‘중·영도’, ‘서·동구’로 바뀌었다. 여기서도 ‘생활권’ 문제가 빚어졌다. 중구와 영도는 ‘영도대교’로 연결돼 있는데 반해 서구와 동구는 산을 경계로 생활권이 전혀 다른 지역이라는 것이다. 경남도 양산이 갑·을로 쪼개졌지만 산청·함양·거창이 하한선에 고작 504명 모자란 13만 9496명을 기록하면서 1석이 없어지게 돼 결국 ‘제로섬’이 됐다. ‘산청·함양·거창’은 의령·함안·합천에서 합천이 붙으면서 ‘산청·함양·거창·합천’이 됐다. 나머지는 밀양·창녕 쪽에 붙어 ‘밀양·의령·함안·창녕’으로 재탄생했다. 의령·함안·합천은 인구가 미달되지 않은 지역구인데도 선거구에 주인이 없다 보니 양쪽으로 찢겨졌다. [호남권]인구수 최다 순천은 단일 지역구로 전북과 전남이 1석씩 감소했다. 전북은 정읍(미달), 남원·순창(미달), 진안·무주·장수·임실(미달), 고창·부안(미달), 김제·완주(유지) 등 5개 지역구가 섞이고 섞여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등 4개로 조정됐다. 전주 완산갑·을, 덕진은 전주갑·을·병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전남은 고흥·보성(미달), 장흥·강진·영암(미달), 무안·신안(미달) 등 3개 지역구가 ‘고흥·보성·장흥·강진’, ‘영암·무안·신안’ 등 2개로 정리됐다. 순천·곡성(30만 9727명)에서는 순천이 단일 지역구로 독립했다. 곡성은 광양·구례에 붙어 ‘광양·곡성·구례’가 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인터뷰②] 네오나또 퓨로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 제품에 그대로 녹였다”

    [인터뷰②] 네오나또 퓨로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 제품에 그대로 녹였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네오나또 퓨로가 18일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를 시작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CAMSPA(네오나또 퓨로 제작사) 브랜드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는 CEO Gianfranco Rho(이하 ‘G’), 그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 Simone Rho(이하 ‘S’)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제품 퓨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퓨로’를 개발하게 된 계기 및 브랜드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S : ‘퓨로’라는 말이 이탈리아어로 ‘순수함, 깨끗함’이라는 뜻이다. 이태리 사람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퓨로’도 군더더기를 빼되,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멋을 강조시켰다. 음식을 예로 들자면, 이탈리아 음식들은 원재료의 맛을 가장 살리기 위해 부재료들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편이다. 즉, 필요 없는 것들은 제거하고 가장 필요하면서도 중요한 부분들만 살린다. 퓨로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군더더기를 뺐다고 필요한 기능을 다 없앤 것은 절대 아니다. 3년간 엄마와 아기들에게 필요한 기능들을 유모차에 접목시켜 심플하면서도 고효율적인 유모차를 만들었다. 퓨로는 아기 용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엄마들의 편리함을 돕기 위해 탄생됐다. 필요한 기능은 모두 첨부가 되면서 디자인 적인 부분도 동시에 살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가려고 하면 디자인 부분이 무너질 수 있는데, ‘퓨로’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Q. 주목해야 할 퓨로의 기술적인 기능들이 있다면.S : 무엇보다 유모차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는 유아의 안전과 주행감을 모두 충족시킨다. 어떤 지형에서도 안전한 형태의 26cm 와이드 바퀴와 진동 및 소음을 줄여주는 더블 메탈 볼 베어링, 충격을 흡수해 아이에게 안정적인 승차감을 주는 충격 흡수 독립 서스펜션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또한 네오나또 퓨로는 가벼운 알루미늄 프레임, 누구나 다루기 쉬운 폴딩 시스템과 양방향 전환 기능으로 엄마 혼자 아이를 케어하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한국 육아의 특성에도 적합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많은 연구를 거쳐 완성된 폴딩 기술을 적용, 유모차를 접으면 세단형 차량의 트렁크에 2대까지 실을 수 있어 아이가 둘 이상일 경우에도 보관이나 이동의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다. 유모차로서의 기능이 전부가 아니다. 요람과 카시트, 유모차 기능을 한 번에 구현하는 3 in 1 시스템으로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것. 9kg 이하의 어린 아기의 경우, 시트 아래에 위치해 있는 지퍼를 열어 요람으로 사용하거나 유모차의 양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 시트를 분리해 카시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첫돌 이전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바구니형 카시트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도 이동하거나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감각적인 이탈리아 제품답게 7가지 컬러로 선택의 폭을 높이고 에코 레더 핸들로 고급스러움을 더해 스타일리쉬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퓨로가 엄마들에게서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다. Q. ‘네오나또 퓨로’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S : 단순함. 사용 방법이 간단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기능들이 제품 안 쪽으로 숨어 있어 디자인이 심플하고 세련됐다. 이전 ‘네오나또 퓨로’를 음식에 비유했다면, 이번에는 패션에 비유하고 싶다. 이탈리아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거추장스러운 장식들이 없는 깔끔한 느낌의 디자인 덕분이다. 보완해줄 디테일이 없어 의상만으로 매력을 표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몇 개 안 되는 의상의 라인을 완벽하게 만든다. 약간 거창하게 보일 수 있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제품의 형태는 바로 패션이나 음식처럼 이태리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된 단순함’이 ‘네오나또 퓨로’의 장점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Q. 제29회 베이비페어로 국내에 선 보이게 된 소감과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G : 4년째 ‘㈜아벤트코리아’와 일을 하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회사에 우리 기업을 맡겨도 되겠다’라고 생각해서 한국 내 론칭을 준비했다. 또한 유아용품 업계에서는 베이비페어가 무척이나 중요한 박람회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물론 이번 페어에 참여하게 돼서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S : 현재 네오나또 퓨로는 패키징 1, 2, 3 BOX로 나눠져 있어 주부들의 입맛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원하는 색깔에 맞게 연출할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 매일 입는 옷이 달라야 한다는 여성성의 상징을 나타냈다. 색깔 조합을 여러 가지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블랙 컬러의 프레임만 론칭하였으며, 앞으로 순차적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현재 퓨로는 CJ몰, 롯데닷컴과 전국 백화점 압소바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앞으로 방한 이후로도 퓨로의 옵션 관련해서 다양하게 제작할 계획이다. 특히 색상, 액세서리 등에 대해 확장하고 싶다. ‘네오나또 퓨로’를 구매하는 이들이 자신의 개성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 해 ‘자신만의 명품’을 창조하길 원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선거구 획정안 국회 제출]수도권·충청 웃고, 경북·호남·강원 등 울상

    [선거구 획정안 국회 제출]수도권·충청 웃고, 경북·호남·강원 등 울상

    [선거구 획정안 국회 제출]수 도권·충청 웃고, 경북·호남·강원 등 울상  수도권 10석 늘어 122석 최대 승부처  국회의원 10명이 늘어나는 수도권이 이번 20대 총선의 최대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아산 등에서 인구가 늘어난 충청도 1석이 늘었다. 반면 경북과 호남, 강원 등은 자신들 지역은 의석이 줄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28일 총선을 45일 앞두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20대 총선 지역구 의석수를 253석으로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47석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했다.  서울·인천·경기 등의 의석수가 현행 112석에서 122석으로 10석이나 늘면서 수도권 표심이 총선의 승패를 가르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 1’ 결정에 따른 선거구 획정안이 마련되면서 의석수가 크게 늘어난 수도권이 20대 총선 최대 승부처가 된 것이다.   우선 현행 48석에서 1석이 증가한 서울은 중구가 성동구갑·을과 합쳐진 뒤 중구·성동구갑과 을로 통합·조정됐다.  또 강서구갑·을 선거구는 강서구병 선거구가 신설돼 1석이 증가했고, 강남구갑 선거구도 강남구병이 신설돼 1석이 증가, 총 1석이 순증했다.  또 인천은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의 지역구인 연수구가 갑·을로 분구돼 새로운 지역구가 신설됐다.  경기도는 8석이 늘었다. 우선 수원의 경우 현행 갑~정 선거구에서 수원 ‘무’ 선거구가 신설됐다.   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지역구인 양주·동두천과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포천·연천), 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 지역구는 동두천시연천군, 양주시, 포천시가평군, 여주시양평군 선거구로 조정됐다.  아울러 현행 남양주시 갑, 을 선거구는 ‘병’ 선거구가 분구됐고, 화성시 갑, 을 선거구도 병 선거구가 신설됐다.  기존 군포시 선거구는 갑, 을 지역구로 분구됐고, 용인시 갑~병 선거구에도 ‘정’ 선거구가 신설됐다.  한강신도시 등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크게 증가한 김포시도 김포시갑, 을 선거구로 총 1석이 증가했고, 경기 광주시 선거구도 갑과 을로 총 1석이 늘었다.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로 넘겨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테러방지법을 놓고 대치를 이어 가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충청권은 충남에서 현행 10석에서 1석이 증가해 11석이 됐고, 충북은 현행과 같이 8석이 됐다.   우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 지역인 부여·청양과 더민주 박수현 의원의 지역인 공주가 통합돼 1석이 줄었다.   반면 아산이 갑·을로 분구돼 1석이 늘고, 천안 갑·을에 병 지역구가 신설돼 1석이 순증했다.  충북은 보은·옥천·영동 지역구와 증평·진천·괴산·음성 지역구에서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선거구와 증평군·진천군·음성군 선거구로 조정됐다.   부산은 기존 18석이 유지된다. 다만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인 중구·동구 선거구가 쪼개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영도(중구), 유기준 의원의 지역인 서구(동구)와 통합돼 1석이 줄어들었다.  반면 해운대구·기장갑 선거구와 해운대구·기장을 선거구가 해운대구갑, 해운대구을, 기장군 선거구로 분구됐다.  경북 지역은 2석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현역 의원끼리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의 지역인 경북 영주와 이한성 의원의 지역인 문경시·예천군이 영주시·문경시·예천군 선거구로 통합됐다.  또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밀양시창녕군과 의원직을 상실한 조현룡 의원의 지역인 의령군·함안군·합천군, 신성범 의원의 지역구인 산청군·함양군·거창군 선거구를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선거구와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선거구로 통합했다.   각각 1석이 줄어드는 전북과 전남에서는 우선 전주시·완산갑, 을과 전주시·덕진구 선거구를 전주시갑, 을, 병 지역으로 조정했다.  아울러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정읍), 더민주 강동원 의원(남원·순창), 더민주 최규성 의원(김제·완주), 더민주 박민수 의원(진안·무주·장수·임실), 더민주 김춘진 의원(고창·부안) 지역구는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으로 통합 및 조정됐다.  전남의 경우 국민의당 김승남 의원(고흥·보성),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장흥·강진·영암), 더민주 이윤석 의원(무안·신안) 지역구는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선거구로 통합, 1석이 감소했다. 1석이 감소한 강원도의 경우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지역인 홍천군·횡성군과 염동열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 한기호 의원(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가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 선거구와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선거구로 통합돼 1석이 감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태일 동생’ 전순옥 의원 심경 고백 “중앙정보부 24시간 감시 속에 살았다”

    ‘전태일 동생’ 전순옥 의원 심경 고백 “중앙정보부 24시간 감시 속에 살았다”

    ‘전태일 동생’ 전순옥 의원 심경 고백 “중앙정보부 24시간 감시 속에 살았다”필리버스터 나흘째, 전순옥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15번째 주자로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전 의원은 26일 오후 10시 40분쯤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15번째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전 의원은 이날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저는 권력기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때 그것을 제어할 장치가 없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저의 큰오빠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신 후 우리 가족에게 남겨진 것은 ‘전태일’이라는 이름과 유언,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억압, 핍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앙정보부의 회유를 어머니가 거절한 뒤 ‘국가 안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우리 가족은 중앙정보부에 의해 모든 집 전화 내용을 도청당했고, 24시간 감시 체계에 있었으며 동네 슈퍼 한 번 가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개인 사찰은 물론이며, 미행, 동행 등으로 혼자 산책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전 의원은 이어 테러방지법에 대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된다”면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헌법 10조 행복추구권, 11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 12조 신차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 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19조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글을 통해 주장했다. 전 의원은 “저의 동료 의원들과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고 국민의 권리가 보호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 “부디 대통령이 이 점을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필리버스터 나흘째, ‘전태일 동생’ 전순옥 의원 “중앙정보부 24시간 감시 속에 살았다”

    필리버스터 나흘째, ‘전태일 동생’ 전순옥 의원 “중앙정보부 24시간 감시 속에 살았다”

    필리버스터 나흘째, ‘전태일 동생’ 전순옥 의원 “중앙정보부 24시간 감시 속에 살았다”필리버스터 나흘째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15번째 주자로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전 의원은 26일 오후 10시 40분쯤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15번째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전 의원은 이날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저는 권력기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때 그것을 제어할 장치가 없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저의 큰오빠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나신 후 우리 가족에게 남겨진 것은 ‘전태일’이라는 이름과 유언,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억압, 핍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앙정보부의 회유를 어머니가 거절한 뒤 ‘국가 안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우리 가족은 중앙정보부에 의해 모든 집 전화 내용을 도청당했고, 24시간 감시 체계에 있었으며 동네 슈퍼 한 번 가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개인 사찰은 물론이며, 미행, 동행 등으로 혼자 산책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전 의원은 이어 테러방지법에 대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된다”면서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헌법 10조 행복추구권, 11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 12조 신차의 자유와 고문받지 않을 권리, 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19조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글을 통해 주장했다. 전 의원은 “저의 동료 의원들과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막고 국민의 권리가 보호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면서 “부디 대통령이 이 점을 잘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원 갑·을·병·정에 무까지…

    “갑·을·병·정에 무까지.” 지난 23일 여야 간 선거구 획정안 합의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에 천간(天干)의 5번째인 ‘무’(戊)가 등장했다. 경기 수원에서다. 선거구 이름에 ‘무’가 들어가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수원 인구는 선거구 획정 기준인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118만 2228명으로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다음으로 많다. 19대 총선까지 수원 지역구는 갑·을·병·정 4곳이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갑·을·정이 각각 지역구 유지 상한선인 28만명을 초과했기 때문에 선거구 한 곳이 더 추가된 것이다. 앞으로 5곳의 선거구 그림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면 갑·을·병·정에 출마한 후보 중에서도 주거지에 따라 수원무로 지역을 바꾸는 후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온 수도권과 충청권의 표심은 이번 총선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수도권이 112석(37.3%)에서 122석(40.7%)으로, 충청권이 25석(8.3%)에서 27석(9.0%)으로 늘어났다. 두 지역을 합하면 과반에 2석이 모자라는 149석(49.7%)에 이른다. 반면 영남 의석수는 65석(21.7%), 호남 의석수는 28석(9.3%)으로 둘을 더해도 93석(31.0%)에 불과하다. 여야의 정치기반인 영호남의 의석수 감소로 정치권을 지배해 온 ‘지역주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1석이 줄어드는 강원에서 인구 미달 지역은 2곳(홍천·횡성, 철원·화천·양구·인제)이지만 물고 물리는 연쇄 획정으로 모두 5명의 의원이 유탄을 맞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속초·고성·양양에서 고성이 한기호 의원의 지역구에 붙어 최초로 5개 지역이 하나로 묶인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탄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지역에서 단 1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된다. 서울의 의석수는 49석이다. 경남에서는 양산이 갑·을로 쪼개진다. 조현룡 전 의원의 지역구(의령·함안·합천)에서 합천이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의 산청·함양·거창에 붙고, 의령·함안이 조해진 의원의 밀양·창녕에 붙어 1석이 사라지면 최종 의석수에는 변함이 없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깡촌 소작농의 아들 누나의 희생으로 진학 철도원으로 살다가 다시 주경야독육사에 붙고도 결핵으로 불합격그래도 내 결론은 도전박운상 선생님 덕에 물리학에 눈떠4년 만에 석·박사 탄소나노튜브 실험과 응용 연구나는 콧수염 학자 애벌레처럼 살 거야 “제가 원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에요. 철도원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를 오랜만에서 해서 그런가,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공부에만 정신이 팔리니까 다른 일들은 다 귀찮아지더군요. 하루이틀 안 깎은 게 60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콧수염의 역사를 묻자 이영희(61) 교수는 “사람들이 전공인 탄소나노튜브보다 이 털들을 더 궁금해하니 큰일”이라며 껄껄 웃었다. 경기 수원에 있는 연구실(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물리학과)로 그를 만나러 간 지난 15일은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 단장을 겸하고 있는 이 교수는 7명의 교수, 30명의 박사후연구원 및 연구교수, 80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 등 120명에 이르는 대식구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학생들 논문 지도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다”며 약속 시간에 30분 늦은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1974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오늘처럼 추웠다. 기차를 타고 출근하며 메마른 창밖을 내다보는데 문득 ‘10년 뒤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철도고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들어간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였다. 인천 부평에서 누나 집에 얹혀살며 매일 근무지인 서울역으로 통근을 했다. 갑작스럽게 든 생각처럼 결론도 갑작스럽게 났다. ‘그래, 다시 공부를 하는 거야. 공부를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 그때 고민만 하고 끝났다면 지금쯤 난 한적한 시골역의 역장이 돼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게 산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중학교 때까지 전북 김제의 깡촌에서 자랐다. 논이 동네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누가 “이 동네에서 가장 못사는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우리 집을 가리켰을 것이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머슴에 가까웠지만.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초등학생 때 가진 꿈은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큰 농장을 갖는 것이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어린 사람에게까지 무시당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동네 형들하고도 주먹질을 할 정도로 괄괄한 ‘이씨네 말썽꾸러기’로 통했다. -원래 집안 사정이 안 좋기는 했지만 애들이 공부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어려워진 것은 ‘딸깍발이’ 할아버지 탓이 컸다. 일제가 쳐들어와 양반들이 몰락하자 “왜놈들 세상에선 아무것도 안 한다”며 평생 돈벌이라곤 하지 않으셨다. 집 안에 먹을 게 다 떨어져 자식들이 굶고 있는데도 할아버지는 소신만 지키셨던 것 같다. 평생 힘들게 사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려서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은 이게 뭐냐”고 대들다가 아버지나 삼촌들한테 맞은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난한 집에 먹는 입은 많다고, 나는 3남 2녀 중 장남이었다. 바로 위 누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누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내가 이만큼이나마 된 것도 그렇지만 여동생과 남동생이 초등학교 교사와 공무원을 하고 있는 것도 누나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부모님은 “우리 장남 영희는 중학교까지는 나와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뒤집어 보면 중학교 졸업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남의 집 머슴일을 하면서 틈틈이 중학교 등록금을 모아 놓으셨는데, 어느 날 그 돈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중학교에 못 가게 될 상황이 된 거였다. 그때 이웃집 할머니께서 “사내놈이 중학교까지는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여기저기 수소문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셨다. 그게 나에겐 약이 됐다. 중학교 들어가서 정말 미친 듯이 공부만 했다. 한 초등학교 친구가 “영희가 미쳤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꿈은 없었다. 그냥 공부를 잘하는 걸로 만족이었다. -대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는 마치고 싶었다.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인문계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나라에서 세운 철도고에 들어가면 학비 대주고, 나중에 취업까지 시켜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딱 내 학교였다. 그렇게 철도고에 들어갔는데 철도원으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다 보니 별달리 꿈이란 게 생길 턱이 없었다. 머리건 몸이건 좀 더 써 보고 싶은데, 내 몸의 혈액과 호르몬들은 나에게 한계 상황까지 가 보라고 다그치는데 현실은 그저 ‘등교-수업-하교’가 전부였다. 그러다 유도를 시작했다. 먹고 자는 시간과 수업받는 시간을 빼고는 그것만 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멋지게 업어치고 메칠 수 있을까, 관심은 그것뿐이었다. -1974년 1월 5일 토요일에 졸업식을 하고 7일 월요일 서울역으로 첫 출근을 했다. 통신전자과 출신인 나에게는 통신기지국과 열차 간 송수신기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열차 자동 정지장치를 수리하는 일이 부여됐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달을 지내고 난 어느 날 아침, 불현듯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시작됐다. 딱히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가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공부가 하고 싶었다. 배움에 대한 갈증에 공부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다고나 할까. 실업계 학교를 나왔으니 당연히 대학 입시 기초가 약했다. 서울 종로2가에 있는 종로YMCA에서 대학입시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난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국문학과가 어울릴까? 수학 문제를 풀 때가 제일 신나는데, 그리로 가 볼까?’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학원에서 ‘분석물리’ 과목을 가르치던 박운상 선생님 덕이다. 입시 학원이었음에도 문제 풀이 요령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실험도구를 갖고 물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리학도 문학만큼이나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구나.” 거창하게 말하면 내 인생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1975년 초 기관차 수리 공장이 있는 수색역으로 발령났다.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곳이라 공부하기엔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체력은 바닥나고 업무 환경도 그리 좋지 않아 대입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결핵이라는, 당시로서는 꽤 중한 병을 얻었다. “고등학교 졸업해 번듯한 직장까지 얻었으면서 몸까지 상해 가면서 대학을 가려고 하느냐.” 아버지는 나를 꾸짖다가 “다 내가 못나서 널 제때 공부를 못 시켜 준 탓”이라며 통곡을 하셨다.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공짜로 공부시켜 주는 곳.’ 내가 가야 할 대학의 최우선 조건이었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필기·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했지만 결핵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때의 상실감은 아주 컸다. 회사에 2개월 휴직계를 냈다. 머리까지 박박 밀고 고향집에서 2주 동안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부모님께서는 ‘얘가 죽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셨단다. 방 안에 틀어박혀셔 ‘과연 나는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결론은 ‘일단 시작한 것, 원 없이 한번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다. -2개월 휴직 기간이 끝나니 김제에서 가까운 익산역으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직장 생활과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전북대 물리학과였다. 입학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고 76학번으로 입학했다. 함께 일하는 직장 선배가 눈감아줘 근무 시간에 전공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그러기를 1년. 공부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회사에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표를 냈다. -죽어라고 공부만 했다. 장학금 받기 위해서도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뤄진 공부가 쌓이자 내 평생의 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지도교수님께서 미국 켄트대를 추천해 주셨다. 입학 지원서를 냈는데 놀랍게도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다. 1982년 8월 졸업이 예정돼 있었는데 가을 입학을 하라는 통보를 받아 7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학 후 첫 학기를 끝낸 1월 갑자기 온몸이 아파 왔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학교 보건소 의사는 타이레놀 한 알을 주더니 “푹 자라”고 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멀쩡해졌다. 유학에서 비롯된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좋아하는 공부를 장학금 받고 해서 그랬을까. 석·박사 과정을 4년 만에 초고속으로 마쳤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고 모교인 전북대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마침 우리 학교에 교수 자리가 하나 났으니 지원하라”고 하셨다. 덜컥 합격했는데 그게 1986년 여름이었다. 7월 켄트대 학위수여식을 한 달 앞두고 모교에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박사 때까지 희한하게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이 순조로웠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나는 졸업식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학위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이 없다. 아들내미와 딸내미가 아빠 학력 위조한 거 아니냐고 말한 적도 있었다. -반도체 물리학이 전공이었지만 다양한 분야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었다. 1991년 탄소나노튜브가 세상에 처음 소개됐다. 논문들을 읽다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본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기초연구이면서도 실험과 응용연구가 가능했다. 대단한 매력이었다. 물리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험 두 분야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내게는 공고 출신이라는 남다른 이력이 있었다. 직장에서 열차 무전기를 고쳤던 경험 등 현장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실험과 응용연구에 두려움이 없었다. -일반 사람들에게 내 연구 분야는 아주 생소하다. 이름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탄소는 뭐고, 나노는 뭐고, 거기에 튜브는 뭐란 말인가. 탄소나노튜브 연구가 잘 이뤄지면 요즘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정도로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까. 탄소나노튜브를 응용하면 고성능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생명인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전자 소재로 응용될 경우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초고속 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다.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각국의 연구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눈에 불을 켜고 책과 논문을 파고 실험을 하는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기초이론을 보강하고 응용연구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앞으로도 지난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후배들과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막다른 길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은 물론 연구원들에게도 나는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 나온 구절을 인용한다.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최종 목표’를 묻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다. “내 최종 목표는 이거다”라고 정해 버리면 그것을 성취하고 난 다음에는 무슨 재미로 삶을 살겠나. 나도 알 수 없는 미지의 내 인생 최종 목표를 향해 이제 제대로 한 걸음 뗄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이영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우리나라보다 해외 학계에서 더 유명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함께 맡고 있는 그는 전 세계 대학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 ‘탄소나노튜브’ 열풍을 일으킨 한국의 대표 물리학자 중 한 명이다.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는 단층 탄소나노튜브의 대량 합성과 성장 메커니즘 규명이 그의 성과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이론’과 ‘실험’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자기 주력 분야를 정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 이론뿐 아니라 수소 저장, 투명전극, 복합체 연구 등 산업화 기술도 함께 개발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누가 “기초과학은 투자 대비 성과가 적다”, “기초과학은 돈이 안 된다” 같은 말을 하면 질색을 한다. ‘기초과학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가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1955년 전북 김제 출생 ▲1987년 전북대 물리학과 교수 ▲1989년 미국 에임스국립연구소 방문연구원 ▲1993년 IBM 취리히연구소 방문연구원 ▲2001년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2006년 한국물리학회 학술상 수상 ▲2006년 국가석학 선정 ▲2014년 수당상 기초과학분야 수상. 【탄소나노튜브 Carbon nanotube】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 모양이 서로 연결돼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을 이루고 있는 신소재. 1991년 일본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처음 발견한 이 물질은 튜브의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에 불과한 나노(10억분의1)급 크기여서 탄소나노튜브로 불린다. 탄소나노튜브는 구리보다 전기 전도율이나 열 전달률이 우수하고 강도도 강철보다 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배터리, 초강력 섬유, 생체 센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가 원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에요. 철도원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를 오랜만에서 해서 그런가,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공부에만 정신이 팔리니까 다른 일들은 다 귀찮아지더군요. 하루이틀 안 깎은 게 60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 [사설] 공직 유연근무제 국민 편의 우선 고려를

    인사혁신처가 그제 내놓은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은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어영부영 일해도 정년까지 일자리가 보장돼 ‘철밥통’ 소리까지 듣는 공직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민간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이번 지침에 따라 주당 40시간 범위에서 근무일과 시간을 자율 조정해 하루 12시간씩 사흘을 집중 근무하고, 하루는 4시간만 일하는 주 3.5일 근무도 가능해진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봉급생활자들이 꿈꾸는 ‘월화수목일일일’이 공직사회에서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번 지침의 저간에는 2200시간이 넘는 공무원의 연간 근로시간을 2018년까지 1900시간대로 낮춰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는 근무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이 담겨 있다. 연간 초과 근무시간 총량을 예산처럼 설정해 부서별로 나눠 주고, 공무원 각자의 초과근무 사용량을 월별로 관리토록 해 되도록 초과 근무를 줄이면서 대신 근무시간 중의 사적인 전화, 불필요한 인터넷 검색, 다른 부서 방문 등을 자제토록 해 업무 집중도와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해야 할 시간에 놀고, 쉬어야 할 시간에 일하는 비효율적 근무 방식은 당연히 고쳐야만 한다. 하지만 과연 공직사회의 현실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혁신처는 민원업무 담당자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거나 연가를 사용할 때는 공백이 없도록 대체 근무자를 세우도록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많은 민원 창구에는 ‘옆 창구를 이용하라’는 팻말이 붙어 창구마다 북새통인 게 현실이다. 이미 반 토막 난 민원 창구가 유연근무제 시행으로 더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공무원은 국민들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복이다. 또한 공무원들의 정년을 헌법에 보장한 이유는 그만큼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국민에게 피해를 줘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집중근무제와 유연근무제 등은 근로 감독이 엄격한 민간 부문에서도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근로와 휴식을 정확히 계량하고,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지침이 오히려 일부 나태한 공무원들의 ‘쉬는 시간’만 늘려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공공인력의 정보처리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의 생산성 향상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일과 휴식의 조화 못지않게 역량 강화와 근태 및 성과의 철저한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 [한방으로 잡는 건강] 건망증이 치매 될 수도… 침술요법으로 인지장애 개선을

    흔히 나이를 먹으면서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대부분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조금씩 떨어진다. 보통 생활에 작은 불편이 있는 정도이지만, 일부는 인지기능의 감퇴가 심해 치매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2026년 20.8%에 도달한다고 한다. 평균 기대수명의 증가 추세로 볼 때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라는 거창한 명제는 제쳐 놓더라도 개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치매는 조기에 예방해야 한다. 정상과 치매의 경계에 해당한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지고 최근에 일어난 일을 자주 잊는다. 단기 기억력 저하 등 불편이 있지만 치매로 진단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일반적으로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 이뤄진 대규모 인구조사 연구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10~20% 정도가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라도 증상이 악화하지 않거나 오히려 호전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현재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 약물은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복합 운동 프로그램이나 인지 재활과 같은 다양한 비약물 치료 방안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전침요법, 두침요법 등 각종 침 치료가 인지기능 장애의 개선에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연구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침 치료를 하고 뇌기능을 관찰한 결과 침 치료가 기억력·인지기능과 깊이 관련된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이 국제적 수준의 학술저널을 통해 규명되기도 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인지기능 저하가 치매로까지 진행하는 확률은 10% 정도다. 따라서 고령자에게서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치매로 진행될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고 포기해선 안 된다. 근거와 안전성이 확보돼 장기간 적용할 수 있는 침 치료를 중심으로 운동, 식이 조절, 영양관리 등의 방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호전과 예방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도움말 조희근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
  • 제주에서 쉼표 찍기

    제주에서 쉼표 찍기

    마음이 지쳤을 때 간절해지는 것은 여행이다. 여전히 거창하게 이룬 것은 없지만 지난 365일을 묵묵히 달려 준 내게도 쉼표가 필요했다. 당연히 떠오른 곳은 제주였고, 나는 아무런 계획 없이 제주에 갔다. 케니에게 소원을 말해 봐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켄싱턴 제주 호텔의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덕분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전부 포함된 패키지인지라 항공도 렌터카도 일정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왔으니 호텔에 도착해 ‘케니Kenny’부터 찾았다. 케니는 켄싱턴 제주 호텔의 액티비티 팀으로 아이들을 위한 키즈 프로그램, 갤러리 투어, 겨울 트레킹, 감귤 따기 체험 등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켄싱턴Kensington과 램프의 요정 지니Genie가 더해져 붙은 이름인 만큼 이곳에서는 케니에게 소원을 빌어도 좋겠다. 총 11명의 케니가 호텔 곳곳에서 마법을 부린다. 호텔을 미술관처럼 느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테다. 리셉션 뒤로는 배병호 사진작가의 작품이 미디어 아트가 되어 신비로운 영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로비의 천장마저도 강병인 작가의 캘리그라피가 소리를 냈다. 로비부터 복도, 라운지 곳곳에는 도예,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등 무려 200여 개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케니에게 첫 번째 소원을 빌었다. 호텔 구석구석에 자리한 작품들을 소개해 달라고. ‘뿅’ 하고 나타난 전문 큐레이터가 보이지 않았던 작가의 마음까지 술술 읊어 주니 동공이 자꾸만 커질 수밖에. 호텔 3층에는 복도 일부를 제1갤러리로 만들고 두 달에 한 번씩 기획 전시를 연다.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문화재단과 함께 신진 작가들을 선정해 무료로 대관해 주며 작품 판매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두 번째 소원은 오름에 오르는 일이었다. 애월읍에 있는 오름 중 직접 사전답사를 통해 선정한 곳이라는 케니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갈 채비를 마쳤다. 두 명의 케니가 궷물 오름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그림 지도를 나눠 주며 오름에 대한 퀴즈로 흥미를 돋우고 가파른 구간이 몇 분 정도 지속되는지, 숨어 있는 사진 촬영 스폿은 어디인지 깨알같은 정보를 귀띔해 준다. ‘오름 트레킹’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오는 투숙객을 위해 난이도가 다소 낮은 오름을 선정했단다. 트레킹을 마치면 새콤한 감귤파이와 함께 따뜻한 차를 건네주는 배려마저! 어느새 마음은 촉촉해진다. 유일하게 서운한 것이 있다면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 투어, 감귤 따기 체험 등 여러 가지 액티비티 중 한 가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텔에서 야밤이 즐거운 이유 그간 제주를 여행하면서 ‘밤에 즐길 게 없다’고 결론지은 것이 황당하기만 하다. 해가 지면 켄싱턴 제주 호텔에서는 더욱 분주해진다. 호텔 안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을 삼시세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저녁만큼은 루프톱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권한다. 메인 요리를 하나 주문해도 식전 빵부터 애피타이저, 디저트까지 정식으로 대접 받는다. 은은한 조명 아래 와인까지 한 잔 곁들이니 칸쿤이며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친구가 부럽지 않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법은 쉽다. 루프톱 풀사이드 버블 파티에서 디제잉을 즐길지, 아뜨리움 라운지 더 뷰에서 골든 홀리데이 파티를 즐길지 선택하면 된다(물론 체력이 가능하다면 둘 다 즐겨도 좋다!). 골든 홀리데이 파티에서는 이탈리안 아이다 듀오가 라운지 바에서 피아노 연주와 함께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데 3종류의 멕켈란 테이스팅 또는 칵테일과 와인이 무제한으로 더해진다. 루프톱 샴페인 바에서는 매일 밤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는 디제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도 칵테일과 와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애주가라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마련이다. 사계절 내내 온수풀로 운영되는 루프톱 수영장 ‘스카이피니티’가 바로 옆에 자리하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 베드 위로 히팅 시스템이 빵빵하게 가동되고 있지만 그래도 춥다 느껴지면 핀란드 사우나 ‘스카이 캐빈’에서 잠시 온기를 충전하면 그만이다. 아이들 입장을 제한하고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오픈하는 넉넉한 인심이 고마울 뿐이다. 올인클루시브 패키지의 모든 혜택을 누리자니 피곤할 법도 하지만 조식을 포기할 수 없다. 베이커리부터 한식, 양식,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와 함께 제철 재료를 사용한 특별 메뉴가 뷔페로 제공된다. 점심에도 런치 뷔페를 제공하는데 이미 제주도민들에게는 입소문이 나 평일에도 만석은 흔한 일이라고.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도 제주산 제철 식자재로 토속 한식 코스를 선보이는 돌미롱 레스토랑 앞에 서성인다. 아직 각종 음료와 간식거리로 꽉 차 있는 객실의 미니바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계획 없이 방문한 제주에서 이리도 바쁘게 지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켄싱턴 제주 호텔 에어 +럭셔리 올인클루시브 패키지(2박 3일, 2인 기준) 기간 2016년 1월31일까지 가격 100만원부터 포함내역 아시아나항공 왕복 항공권, 딜럭스룸 2박, 조식 2인(뷔페 ‘라올레’, 한식당 ‘돌미롱’, 이탈리안 퀴진 ‘하늘오름’ 브런치, 룸서비스 중 택1), 중식 및 석식(뷔페 ‘라올레’, 한식당 ‘돌미롱’, 이탈리안 퀴진 ‘하늘오름’, 풀 사이드 카페 ‘더 테라스’ 중 택1), 골든 홀리데이 파티, 풀사이드 버블 파티, 풀사이드 바(더 테라스의 생맥주, 후르츠 소다, 클럽 하우스의 프리미엄 칵테일 무제한 제공), 액티비티 1회, 픽업 & 센딩 또는 렌터카 서비스, 더 스파 바이 딸고 10% 할인. 모든 이용권은 각 2회씩이다. - 상품은 소인 1명이 추가된 에어+럭셔리 올인클루시브 패밀리 패키지도 마련되어 있다. 혜택은 동일하다. 가격은 126만원부터며 기간은 2016년 3월20일까지다. - 항공을 제외한 럭셔리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는 1박2일, 2인 기준 42만원부터, 패밀리(성인 2인+소인 1인) 패키지는 51만원부터다. 기간은 2016년 3월20일까지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켄싱턴 제주 호텔 www.kensingtonjeju.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사설] 고질적 체육계 비리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대한체육회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에 대한수영연맹이 걸렸다. 연맹 관계자들의 공금 횡령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검찰은 연맹의 고위 간부 등을 국가보조금 유용 혐의로 체포했다. 수영 발전에 쓰라고 준 보조금 수십억원을 사적인 용도로 빼돌리다 덜미가 잡혔다. 이 단체가 불투명한 국가보조금 운영으로 지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연맹이 관리하는 수영 시설을 선수 훈련에 쓰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간부가 운영하는 사설 클럽 강습소로 활용하다 발각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체육계 비리는 잊힐 새도 없이 꼬리를 문다. 어지간한 비리에는 무감각해졌을 정도다. 검찰이 작정하고 들여다보고 있는 수영연맹만 해도 그렇다. 이번엔 보조금 횡령 비리가 걸렸다지만 비단 그 문제뿐이겠으며 어디 그곳만 그럴까 싶은 의구심이 먼저 든다. 안타깝게도 체육계를 보는 일반적인 인식이 그런 지경이다. 체육계의 고질적 비리가 손을 쓰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는 경고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현 정부는 스포츠계 4대 악을 뿌리 뽑겠다며 출범 초기부터 장담을 거듭했다. 승부 조작과 편파 판정, 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 등을 체육계의 고질병으로 간주하고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이 상시 합동으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 거창한 구호와 제스처에 비한다면 여전히 성과는 미미하다.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파벌주의를 지목하며 비리 근절을 촉구했지만 달라진 게 뭔가. 빙상, 유도 등 어느 한 곳 뿌리깊은 파벌이나 조직 사유화 폐단이 줄었다는 평가가 들리지 않는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구조적인 체육 비리의 사슬을 끊어 보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궁금하다. 수영연맹 의혹만 짚을 게 아니라 검찰은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 훈련비 횡령 등 비위가 드러나 문체부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대한사격연맹, 대한승마협회 등도 집중 점검 대상에 들어야 할 것이다. 때만 되면 비리로 불거지는 보조금 집행과 운용 문제도 딱하다. 관리 체계를 전면 재수술할 일이다. 징벌 규정을 몇 배 강화해 스포츠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도록 다잡아야 한다. 정부의 비상한 관리 대책과 지속적인 감독이 전제되지 않고서야 체육계의 신뢰 회복은 꿈도 못 꿀 일이다.
  • “토닥토닥 힘내” 낯선 이의 위로, 읽는 이의 힐링

    “토닥토닥 힘내” 낯선 이의 위로, 읽는 이의 힐링

    위로를 해 주기도, 위로를 받기도 힘든 세상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경쟁 상대요, 지친 사람들이다. 학업 성적을 놓고 예민해져 있는 친구들, 승진으로 경쟁하는 직장 동료들, 팍팍한 살림살이에 아이 키우느라 힘든 아내와 남편들. 하지만 이럴수록 짧은 위로 한마디가 절실해진다. 다행히 사람들이 낯선 누군가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음이 담긴 위로를 전하는데,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친 삶을 보듬어 줄, 바로 그 ‘위로 한마디’를 들려주는 힐링의 공간들로 떠나 봤다. 지난 3일 저녁 지하철 4호선 이수역 부근의 작은 공간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뜻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한 평(3.3㎡) 정도의 공간에는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로 여대생 이모(21)씨가 쭈뼛쭈뼛 들어와 앉더니 펜을 들었다. 이씨는 ‘오늘도 두렵고 힘든 하루를 버텨 낸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만 같아도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의 내용은 정말 멋졌어요’라고 적었다. 그는 금방 적은 이 엽서를 놓아 두고 앞서 다른 사람이 먼저 써 둔 엽서를 들고 자리를 떴다. 5분쯤 지나자 30대 남성이 들어와 엽서에 글을 적은 뒤 앞서 이씨가 남겨 둔 엽서를 들고 갔다. ‘쌈드림’으로 불리는 이곳의 주인 최현우(31)씨는 “4년째 응원 엽서 릴레이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낯선 사람에게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5000여명 정도 된다”며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각박한 세상에 다른 사람과 나누는 위로 한 줄에서 삶의 의미를 얻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2013년에 우리 쌈드림을 찾은 30대 트랜스젠더 여성은 ‘당신은 존재만으로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누군가의 엽서를 마주하고 30분간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더군요. 부모도 모른 채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보육교사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더군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로해 준 게 처음이라고 했어요.” 7년째 고시공부를 하던 남학생은 ‘할 수 있다’는 네 글자가 적힌 엽서를 들고 힘을 얻었다. 대학생 딸과 산책을 하던 엄마는 ‘당신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부드럽고 넓은 존재’라는 글귀로 누군가에게 힘을 주었다. 최씨의 당초 구상은 대입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에 지친 노량진 수험생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30대만 참여할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70대 남성도 “노인정에서 자식 문제로 힘들어하는 다른 노인이 생각난다”며 글을 남겼고, 초등학생도 이곳을 찾아 “잘될 거야”라는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1200여장의 엽서를 복사해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당역, 이수역, 여의도 한강공원 등을 순회하고 오는 4월에는 청계천에도 쌈드림을 설치할 생각이다. 최씨는 자신이 수집한 위로 문구 중 가장 감동적인 것들은 빔프로젝터로 건물 외벽에 비춰 준다. 그는 ‘응원의 벽’이라고 이름 붙였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이 시작되었고 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힘내’ 등 그다지 특별한 문구들은 아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동작구와 함께 지난해 11월 동작구의회 건물 외벽에 문구들을 띄웠고, 지난 3일에는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안에도 선을 보였다. 경복궁역에서 위로 문구들을 봤다는 직장인 김모(44)씨는 “20년 넘게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따뜻한 위로의 글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거창한 문장이 아니어서 더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이 써 놓은 글귀를 통해 위로를 받는 공간은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음이 울적해지면 마포대교를 찾는다는 이모(40)씨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에 적어 놓은 것인데 고민이 있을 때 읽으며 건너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조금 늦는다고 속상해하지 마’, ‘‘인생의 정답이란… 없습니다’ 같은 문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위로 문구를 담아 시청 건물 정면에 내거는 대형 간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관광 가이드에게 의미를 물어보며 사진을 찍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토닥토닥’이라는 문구에 이어 현재는 ‘올해는 당신입니다’라는 글귀가 내걸려 있다. 직장인 최모(47)씨는 “대학 시절 도서관이나 화장실에 적혀 있던 위로의 낙서 문구들이 떠오른다”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관악구도 2011년부터 지금까지 25편의 위로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시인 도종환), ‘태양에 임자 있나요. 가슴에 품은 사람이 임자지요’(소설가 이외수),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시인 최영미) 등이다. 올해에는 시인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를 붙였다. 벽화마을에서도 좋은 문구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벽화에는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길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이라는 문구가 예쁜 꽃과 함께 적혀 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지난해 갔던 전주 한옥마을의 한 카페 앞에서 ‘당신이 날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옥상에서’라는 문구를 보았다”며 “옆에 있는 종이비행기 그림과 함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주로 가입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어라운드’의 진화는 온라인의 ‘위로 열풍’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된 경우다. 100만명 이상이 가입했고, 익명으로 짧은 글을 공유하되 악플이 아닌 선한 내용으로 소통하는 게 이 앱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달콤쪽지’라는 코너가 있다. 짧은 응원글을 적은 메모지를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전동차 내부,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공공장소에 붙여 놓는 식이다. 메모지에 달콤쪽지라는 문구와 함께 붙인 날짜와 시간, 내용을 넣는다. 지난 3일 오전 5시 20분 한 버스 안에 붙은 달콤쪽지에는 ‘널 위한 하루야 힘내! 그리고 오늘도 수고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수도권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퍼졌다. 위로를 받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지하철역 및 대학교 사물함을 빌려 위로 문구와 함께 과자나 초콜릿 등을 놓아 둔 뒤 비밀번호를 앱에서 공유하는 ‘달콤창고’도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달콤쪽지를 붙인다는 김민정(24·여)씨는 “쪽지를 붙인 후 다음날 쪽지가 없어진 것을 보면 나 자신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위로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익명성을 전제로 한 단순한 글귀라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데 큰 효과를 낸다”며 “‘너 얼마나 힘들었니’ 같은 말은 언뜻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울림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위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설명하기에 앞서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며 “키워드 중심의 핵심적이고 쉬운 내용들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위로마저 가장 가까운 가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익명의 누군가에게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4·13 총선 핫클릭] “김해·익산 등 8곳 지자체장도 뽑아요”

    오는 4·13 총선의 지역 표심은 국회의원 외에 전국 8곳의 지방자치단체장 동시 선거도 주목하고 있다. 내 고장 살림을 책임지는 일꾼 자리인 동시에 선거법 위반 등으로 단체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유권자들의 잣대는 더욱 엄중할 수밖에 없다. 해당 지역은 경남 거창군·김해시, 전북 익산시, 대구 달서구, 광주 동구, 경기 양주·구리시, 충북 진천군 등 8곳. 지역별로 예비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영호남 지역은 사실상 여야별 후보단일화, 표 몰아주기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해시장 예비후보 10명 난립 김해시장 재선거는 여야 각각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예비후보만 새누리당 5명, 더불어민주당 3명, 무소속 2명 등 10명이 난립한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은 18대 김해갑 의원 출신인 김정권 전 경남발전연구원장을 비롯한 주도권 싸움, 더민주는 공윤권 노무현재단 운영위원, 이준규 경남도당 부위원장 등 노무현계를 서로 자임하는 후보들 간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거창군수 재선거 역시 새누리당 후보만 5명으로 과열양상을 띠면서 여당 후보 단일화에 시선이 쏠린다. 여기에 양동인 전 군수 등 지역 기반 인물들이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며 구도가 복잡해졌다. ●익산 더민주·국민의당 각축전 전북 익산시장을 놓고선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 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의 인재영입 차원에서 이뤄진 강팔문 전 화성도시공사 사장의 입당과 관련해 이춘석(익산갑) 더민주 의원이 “전략공천은 없다”고 밝혔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표몰아주기가 변수 ‘광주 정치 1번지’ 상징성을 가진 광주 동구청장을 향한 야권 경쟁구도는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초반판세는 국민의당 후보군이 점령한 모양새다. 더민주 소속 예비후보 1명 대 국민의당 6명의 구도 속에 탈당한 박주선 더민주 의원과의 러닝메이트 여부가 표심 장악에 중요 변수가 되리라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달서구청장 경선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만 7명이 도전장을 내 사실상 결선이 될 당내 경선에 관심이 집중된다. 더민주에선 김성태 달서을 지역위원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러, 지구 위협 소행성에 ‘ICBM 발사’ 파괴 테스트

    러, 지구 위협 소행성에 ‘ICBM 발사’ 파괴 테스트

    우주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현실판 슈퍼히어로' 임무를 러시아 과학자들도 시작했다. 최근 러시아 공영 타스통신은 로켓 전문 과학자들이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직은 러시아 당국에 정식 허가를 받지않은 이 프로젝트는 지구에 접근 예정인 소행성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파괴하는 안이 골자다. 핵을 장착해 미국 등을 노리고 개발된 ICBM이 역설적으로 우주 밖 '적'을 향해 발사되는 셈. 이 프로젝트는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한 마케예프 로켓 디자인 설계국(Makeyev Rocket Design Bureau)이 추진 중으로 테스트 소행성은 99942아포피스(Apophis)다. 축구경기장 3배 정도 크기인 이 소행성은 지난 2004년 처음 발견됐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오는 2036년이면 지구에 최근접 해 위협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러시아 과학자들의 설명. 이 테스트에 ICBM이 사용되는 이유는 있다. 마케예프 연구소 측은 "대부분의 로켓은 액체를 연료로 주입하기 때문에 발사까지 며칠이 걸린다"면서 "이 때문에 지구 근접 몇시간 전에 감지되는 첼랴빈스크 운석같은 천체에 대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은 곧장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량만 하면 아포피스 같은 소행성 타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스통신은 그러나 ICBM 사용이라는 특수성과 수백만 달러가 드는 비용 때문에 실제 러시아 당국이 이 테스트를 승인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지구방위총괄국(PDCO·Planetary Defence Coordination Office)쯤 되는 거창한 이름의 이 조직은 말 그대로 만화영화에나 등장하는 현실판 ‘지구방위대’다. 주요 업무는 지구에 다가오는 물체(NEOs·Near-Earth Objects)와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을 모니터하고 만약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을 시 방어 계획을 맡는 것이다. NASA 측은 지금도 이 업무를 수행 중이나 이번에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 확장되면서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한 지난해 초 NASA와 유럽우주기구(ESA)는 공동으로 힘을 합쳐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파괴해 인류를 구하는 AIDA(Asteroid Impact & Deflection Assessment)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영화처럼 지구와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을 산산조각내는 것이 아닌 충격을 가해 그 궤도를 일부 바꿔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방식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금수저 흙수저, 그리고 영화 속의 현실/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금수저 흙수저, 그리고 영화 속의 현실/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설 명절 기간 중에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이 카톡으로 떠돌아다녔다. 정몽준 전 의원과 안철수 대표가 같이 만난 사진이다. 사진 속의 정 전 의원이 말풍선으로 “나는 금수저인데 너는?” 하고 묻는다. 안 대표가 말풍선으로 대답한다. “난 그냥 철수져….” 정 전 의원이 보면 기분이 안 좋을지 모르지만, 네티즌들이 그냥 웃자고 만든 사진이다. 금수저 흙수저가 얼마나 세간에 회자됐으면 네티즌들이 이런 사진까지 만들어 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의 핵심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다. 핏줄과 커넥션이 개인의 능력에 앞서는 사회에 대한 좌절감이 만들어 낸 신조어다. 금수저 위에 다이아몬드 수저, 흙수저 밑에 일회용 수저까지 나왔다. 요즘은 금수저, 흙수저에 관련된 영화도 인기다. ‘검사외전’은 개봉 이틀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인기몰이를 했던 ‘암살’을 넘어선 기록이란다. ‘검사외전’은 지난해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 황정민과 유아인 주연의 ‘베테랑’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의가 무너진 우리 사회에 대해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들 중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소재가 많다. 젊은 층은 ‘금수저, 흙수저’를 논하며 좌절감을 표현하고 있다. 가진 자들끼리의 견고한 커넥션 속에서 약자는 더 소외감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정의가 무너진 사회를 강타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에 천만 관객은 환호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에 인기몰이를 한다. ‘검사외전’도 특권층의 커넥션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철새 도래지를 개발해 돈을 벌려는 자본가, 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주민들,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시위의 합법적 진압을 위해 폭력 조직이 동원된다. 이들은 환경단체 회원이 돼 경찰을 폭행하고, 여론의 방향이 바뀐다. 이 모든 이야기의 위에는 검찰 상층부와 집권당 정치인의 거대한 커넥션이 있다. 기득권 세력의 ‘검은 커넥션’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정의롭지만 폭력적인 주인공 검사 황정민은 이 검은 커넥션을 고발하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이 검은 커넥션이, 권력층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돼 감옥에 간다. 영화 속에서 강동원은 뜻밖의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기꾼이지만 귀엽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거대한 복수극 속에서 그가 지니는 방관자적인 태도다. 주인공 검사를 돕지만, 사회 정의 같은 거창한 목적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죽지 않기 위해서 뛰는 것이다. 인간적인 정을 끊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그 캐릭터는 서민의 캐릭터다. 거대 담론보다는 눈앞의 삶 속에서 살아남기에도 버거운 서민들의 상황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소름끼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악행의 근원인 죄인이 자신의 모든 죄가 밝혀지고 난 후에 이렇게 외친다. “이는 야당이 나를 죽이려는 음모야.” 어디서 많이 겪어 본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이다. 흥행 돌풍 중인 영화 ‘검사외전’은 독과점 논란에도 휩싸였다. 절대적인 스크린 숫자로만 보면 독과점이 의심되지만, 독과점 비난을 퍼붓기엔 이 영화의 좌석 점유율이 매우 높다. 시원찮은 영화로는 스크린을 아무리 많이 잡는다고 해도 관객이 오지는 않는다. 관객은 1만원 가까운 입장료를 내버렸다고 생각할 때 더 분노한다. ‘검사외전’은 우리 사회의 분노 코드를 건드린다. 관객들은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이다. 수저 계급론은 사회 계층 간 격차가 심해지고,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갈등이다. 갈등과 불만의 근원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일 것이다. 예전에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교육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도 죽어라 공부하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었다. 사회의 커넥션이 견고해질수록 개천에서 용이 될 기회는 줄어든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열어 놓고 기득권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때라야 수저 논란이 잦아들 것이다.
  • [스타뷰] 윤동주 시인의 삶 처음 다룬 흑백영화 ‘동주’의 배우 강하늘

    [스타뷰] 윤동주 시인의 삶 처음 다룬 흑백영화 ‘동주’의 배우 강하늘

    오는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해방을 불과 반년 앞두고 세상을 뜬 지 71년째 되는 날이다. 하루 뒤 영화로는 처음으로 윤 시인의 삶을 다룬 ‘동주’가 개봉한다. 시인은 이름조차 우리말로 쓰지 못하던 엄혹했던 시절, 죽는 날까지 한글로 시를 쓰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운명적이라고 하면 과장된 것일까. 그가 첫 시집의 제목을 고민했을 때 처음 떠올린 ‘하늘’을 이름으로 가진 배우가 시인을 연기했다. 강하늘(26)이다. 본명은 김하늘. 아버지, 어머니가 지었다. 그가 태어날 당시만 해도 한글 이름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할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단다. 아버지는 한자 이름으로 하겠다고 말하고는 막상 동사무소에서는 한글 이름을 신고해 버렸다고. 이름에 담은 뜻을 아버지가 똑 부러지게 설명해 준 적은 없다. 술기운에 나왔던 이야기들을 추려 보며 하늘처럼 높고 넓게 살라는 의미였을 거라고 얼핏 짐작할 따름이다. 강하늘은 생일도 같고 띠동갑이기도 한 여자 선배 연기자와 성과 이름이 모두 같아 예명을 쓰고 있다. 시인과 강하늘 사이에 공교로운 점은 또 하나 있다. 지난해 개봉했던 ‘쎄시봉’에서 강하늘은 가수 윤형주 역할을 맡았다. 윤형주는 시인의 육촌 동생이다. 2010년 ‘평양성’을 통해 강하늘을 스크린에 데뷔시켰던 ‘동주’의 연출자 이준익 감독은 스무 살의 그에게서 이미 시인의 모습을 직감적으로 느꼈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인연이 있기는 있는가 봐요. ‘동주’ 캐스팅 소식을 윤형주 선생님께 알렸더니 ‘성을 윤씨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윤동주 시인의 팬인데요, 시를 읽어 보면 시인은 굉장히 자아 성찰적이라고 느껴져요. 제3자 입장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비판하죠. 저는 다른 종류의 자기 사랑법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죠. 저도 스스로를 떨어져서 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시인과 접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영화가 시인의 삶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삶과 극적으로 얽혀 있는, 그러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의 삶을 함께 좇는다. 북간도 용정의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독립운동가 송몽규다. 시인의 고종사촌으로 석 달 먼저 태어났던 그는 시인이 삶을 마감한 뒤 불과 한 달도 안 돼 같은 장소에서 눈을 감는다. 어린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시인과 함께 다닌 연희전문학교에서는 우등생이었으며, 일본 유학 시절 시인은 쓴잔을 들었던 교토 제국대학에 단번에 붙은, 독립운동에도 열정적이었던 그는 시인에게 어느 정도는 모차르트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 민족 시인으로 추앙받는 시인의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과정은 빛나지 않았지만 결과가 아름다웠던 시인의 삶을 통해 과정이 훌륭했지만 잊혔던 송몽규의 삶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게 감독의 의도. 수년 전부터 충무로에서 연기파로 주목 받고있는 박정민(29)이 송몽규 역을 맡았다. 관객들이 상상했던 민족 시인의 삶과는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강하늘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부담을 느끼면서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지점이다. “무의식적으로 시인을 굉장히 거대하고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 머릿속에서 시인은 순결하고 고결한 이미지뿐이었죠. ‘동주’의 대본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저처럼 시인도 질투, 열등감, 패배감 등 여러 감정을 느끼는 젊은이였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큰 충격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동주’를 선택하게 됐죠.” ‘동주’가 더욱 돋보이는 점은 빼어난 각본가이기도 한 신연식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아 시인의 삶의 굴곡과 이야기 흐름에 맞춰 ‘서시’, ‘별 헤는 밤’, ‘자회상’ 등 시인의 대표작 13편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서정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 시대의 관객들에게 ‘동주’는 한 권의 시집으로도 다가온다. 관객들은 강하늘이 독백하듯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동주’가 디지털 시대에 찾아온 흑백영화라는 점도 눈에 띈다. 5억원의 저예산 탓도 있지만 우리 기억 속에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는 시인의 모습을 영화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려는 연출자의 의중이 반영됐다. 평소 ‘쉰들러 리스트’, ‘지슬’ 등 흑백영화를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라는 강하늘은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이 왜 흑백영화를 좋아하는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흑백영화는 다른 것에 시선이 가지 않아요. 인물에게만 가게 하죠. 눈썹의 움직임, 눈 깜빡임, 입술 움직임 등이 컬러영화보다 훨씬 눈에 잘 띄더라고요. 잘 활용하면 더 효과적인 연기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평소에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흑백영화는 소설처럼 제 마음속에서 제 마음대로 색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강하늘은 서울국악예고 재학 시절인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2013년 인기 드라마 ‘상속자들’ 등을 통해 조금씩 인지도를 쌓다가 이듬해 ‘미생’의 장백기 역할로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쾅’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화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이 잇따라 개봉하며 청춘 아이콘으로 훌쩍 떠올랐다. 올해는 ‘동주’와 로맨틱 코미디 ‘좋아해줘’의 동시 개봉으로 문을 활짝 연다. ‘좋아해줘’에서 강하늘은 귀가 들리지 않는 작곡가를 연기하며 자칫 코믹으로 흐를 수 있는 작품에 눈물을 살짝 보탠다. TV로, 영화로 한창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젊은 배우로서는 이채롭게 연극, 뮤지컬 무대를 향한 욕심이 남달랐다.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한 사극 드라마 ‘보보경심:려’를 끝내면 개인적인 욕심이라는 것을 전제로 연극 쪽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배우 황정민의 아내이자 공연 제작자인 김미혜 대표가 이끄는 샘컴퍼니에 둥지를 틀고 8년째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것도 무대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대는 집 같은 느낌이에요. 현장성이 매력이죠. 무대 위에서 대사를 하다가 아무 말을 안 하는 것만으로 공기가 달라져요. 지금은 집 나와 고생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시 집밥을 먹으러 가서 힐링해야죠. 일정이 바쁜 드라마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고 연기를 하는 상황이 생기곤 해요. 연극을 하면 한계를 느껴 스스로 다잡게 되고 저를 다시 채우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힐링을 할 수 있죠.” 연기에 대한 욕심을 조금 더 깊게 캐 보고 싶었는데 의외의 답이 이어졌다. “옛날에는 연기 잘하는 멋진 배우가 꿈이었는데, 지내다 보니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좋은 연기자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어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좋은 배우는 영화 상영 2시간 동안 빛나는데, 좋은 사람은 나머지 22시간까지 빛날 수 있잖아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인사]

    ■대법원 ◇지방법원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최병철 배인구 이수영 김영학 김종문 조의연 김경 윤태식 김한성 윤성식 박원규 이재석 이정민 문혜정 안동범 이종림 황기선 김지철 김선일 김수정 김진동 나상용 설민수 성창호 오상용 윤종섭 임성철 최석문 김세윤 이상현△서울가정법원 엄상필 권양희 이민수△서울행정법원 유진현 윤경아 홍진호 강석규 장순욱 김용철△서울동부지법 염기창(수석) 송경근 한숙희 김경란 김현석 이동욱 문유석 이동연△서울남부지법 심우용(수석) 강태훈 정창근 최규현 반정우 한정훈 김도현 김선희 문수생 이지현△서울북부지법 오재성(수석) 박이규 이재희 조휴옥 김병룡 박남천 도진기 김광섭 신현범 조양희△서울서부지법 김미리 이성구 지영난 김양섭 조미옥<의정부지법>△홍이표(수석) 고충정 최종한 이효두 조윤신 조우연 최성길 박진환 황순교 정도영 심경 윤태식 권창영 이근영△고양지원 박양준 문병찬 이성용 김창형 손동환 유석동 이준희 허명욱<인천지법>△김익현 김현미 김홍준 오연정 박대준 박홍래 최한돈 장세영 임민성 홍기찬 서중석 이영풍 박준민 변성환 이순형 김태훈△부천지원 김수일(지원장) 이언학 최병률 임정엽 황정수<수원지법>△조병구 하태흥 최복규 김대성 지상목 홍승철 이성복 송경호 권덕진 박형순 최희준 김강대 반정모 이승원 전대규 박용우 김익환 이정권△성남지원 정효채(지원장) 배성중 김상호 오동운 홍순욱 명재권 선의종△평택지원 박연욱(지원장) 손진홍 김동현△안산지원 정일연(지원장) 이주현 김병철 박정규 김순한 이형주△안양지원 하현국(지원장) 정진원<춘천지법>△김동국(수석) 노진영 이다우 임정택 조규설 김창현 송승훈△강릉지원 이창열 이현복 노태헌△원주지원 이상주(지원장) 양은상<대전지법>△김정민 정정미 최병준 심준보 방승만 문봉길 김승곤 문보경 이경훈 정우정 박창제 원정숙 이병삼 김윤영 박주영 조현호 송선양<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홍성지원 김용덕(지원장) 권성수△공주지원 임은하(지원장)△논산지원 조영범(지원장)△서산지원 한경환(지원장) 박태동 김춘수△천안지원 조용현(지원장) 박헌행 박연주 윤도근 임지웅 정성호<청주지법>△양태경(수석) 송인혁 이현우 남동희 김한성 김갑석 남해광△충주지원 정택수(지원장)△제천지원 신현일(지원장)<대구지법>△김현환 손현찬 박만호 차경환 허용구 김영훈 황순현 신혜영 최정인 오병희 손승은 이관형 최은정 문흥만 류기인 오영두 강경숙△서부지원 남대하 오태환 조현철<대구지법·대구가정법원>△경주지원 김성열(지원장) 권기만△김천지원 김연우(지원장) 김지숙 박원근△상주지원 신헌기(지원장)△영덕지원 강경호(지원장)<부산지법>△이영욱 김성수 박민수 이균철 김동윤 한영표 장성훈 정성욱 김동현 임창훈 최욱진 한성진 김상윤 차은경 김미경 신형철 전국진 윤희찬 정우영 허선아△부산가정법원 김수경 김옥곤△동부지원 이흥구(지원장) 권기철 전지환 김동현 이영철<울산지법>△손봉기(수석) 민철기 신우정 박형준 이동식 이종엽 배용준 송승우 이수열 황승태 김우현 유재현 성경희 한경근<창원지법>△정재규(수석) 양경승 정재헌 성금석 김홍기 오상진 김제욱 유환우 정성완 강종선 박재영 송현경 조중래 채정선 박정훈△마산지원 김진오 김세종△진주지원 이승택(지원장) 조은래△통영지원 권영문(지원장) 박진수△밀양지원 최운성(지원장)△거창지원 김승휘(지원장)<광주지법>△김상연 이상훈 박현 강규태 이중민 주채광 강영훈 김영식 이헌영 전기철 정용석 박지원 이태웅 김현정 김형진 이진웅 나경선△광주가정법원 조영호<광주지법·광주가정법원>△목포지원 장용기(지원장) 김용찬 전보성△순천지원 장준현(지원장) 김정중 이승규 양재호<전주지법>△박강희(수석) 이석재 김예영 장찬 허명산 김봉규 강두례 김선용△군산지원 박종택(지원장) 허윤 김병찬 윤웅기△정읍지원 진광철(지원장)<제주지법>△박희근 이진석 이원중 서현석 성언주(이상 2월 22일자)<인천가정법원>△강혁성 김정곤(이상 3월 1일자)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김동일△조세정책과장 정정훈△정책총괄과장 김언성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 승진△감사관실 안현태△운영지원과 김규직△정책기획관실 김동은△예술정책관실 김진희△문화기반정책관실 천은선△콘텐츠정책관실 윤문원△저작권정책관실 김미경△체육정책관실 김혜수 김일△종무실 김덕수 ■농림축산식품부 ◇국장급 전보△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이주명△가축질병상황실 지원근무 서해동◇과장급 전보△재해보험정책과장 김원일△식품산업진흥과장 배상두△국가식품클러스터추진팀장 최호종△과학기술정책과장 이시혜△지역발전위원회 파견 하경희△새만금개발청 전출 박종민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파견 변영만◇과장급△세종연구소 교육파견 박진서 ■여성가족부 ◇국장급△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훈련파견 박난숙◇과장급△성별영향평가과장 홍현주△세종연구소 교육훈련파견 조신숙 ■해양수산부 ◇과장급 파견△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상문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승진△기획조정관 김성삼◇과장급 전보△공정거래위원회 정진욱△협력심판담당관 이용수△유통거래과장 유성욱△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장 서남교◇과장급 파견△OECD대한민국정책센터 홍대원△세종연구소 이태휘△국립외교원 박기흥◇과장직 승진△가맹거래과장 권혜정◇과장급 인사교류△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장 신욱균(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정책관 정완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위공무원단 <승진>△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제품연구부장 홍성화<교육훈련 파견>△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서경원 ■조달청 ◇과장 전보△외자구매과장 김종권△조달품질원 납품검사과장 박진원◇과장 파견△관세청(관세국경감시과장) 여인욱 ■기상청 ◇교육 파견 <고위공무원단>△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김성균<3급 과장급>△국립외교원 김금란<4급 과장급>△세종연구소 장근일 ■중부발전 ◇1직급 전보 <본사>△감사실장 이호태△기획조정처장 최중창△경영관리처장 염흥열△조달협력실장 정춘돌△보안정보전략처장 이영조△발전처장 이덕섭△건설처장 김흥록△신성장사업처장 김호빈 ■아시아경제 ◇승진△편집국장 노종섭◇보임△금융부장 이의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승진△상무 류기정△이사대우 남용우△노동경제연구원 노동법제연구실장 이형준△노동정책본부장 김영완△노사대책본부장 겸 노무법률상담센터장 황용연△경제조사본부장 겸 임금체계혁신지원센터장 하상우△사회정책본부장 이상철△안전보건본부장 임우택△노동경제연구원 노동법제연구실 연구위원 이준희△법제1팀장 박진서△노사대책1팀장 이대우△경제조사2팀장 손석호△사회정책팀장 이승용△산업안전팀장 전승태◇전보 및 겸직△연수본부장 김판중△법제2팀장 김종국△노사대책2팀장 장정우△기획의정팀장 겸 홍보팀장 홍종선 ■NH농협손해보험 △전략총괄부문장 오성근
  • 친구 넋이라도 데려와 밥 한술 먹였으면

    친구 넋이라도 데려와 밥 한술 먹였으면

    위안부 할머니 영화 ‘귀향’ 24일 개봉 “이 영화를 찍으며 제일 많이 들었던, 화가 나는 이야기들이 바로 ‘증거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증거가 아주 많은데도 그런 말들을 합니다.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증언도 증거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렇다면 제가 영화로 만들어 문화적 증거를 남기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조정래 감독이 작품을 구상한 지 14년 만이다. 그는 2002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집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를 받으며 그렸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충격을 받아 시나리오를 썼다. 그림 속에서는 일본군에 총살당한 수많은 조선의 소녀들이 한 구덩이에서 불타고 있었다. 16세에 중국 목단강 위안소에 끌려갔던 강 할머니가 목도한 장면이다. 강 할머니는 일본군과 광복군의 교전이 일어나며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타향에서 외롭게 세상을 뜬 분들을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와 따뜻한 밥 한술 올렸으면, 영령으로나마 우리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한 번 상영할 때마다 한 분씩 돌아온다는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의 한자가 ‘歸鄕’이 아닌 ‘鬼鄕’이다. 다큐멘터리 분위기가 강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작품은 무척 ‘영화적’이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3년과 위안부 피해 접수가 처음 이뤄졌던 1991년을 오간다. 경남 거창의 시골 마을에 사는 열네 살 소녀 정민(강하나)은 어느 날 갑자기 일본군에 끌려간다.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던 기차에서 정민은 한 살 위 영희(서미지)를 비롯해 비슷한 처지의 수많은 소녀들을 만난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욕에 굶주린 잔혹무도한 일본군. 영화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영희(손숙)가 어린 무녀 은경(최리)을 통해 정민의 영혼과 만나며 뼛속 깊이 사무친 한과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동시에 그린다. 은경은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넋을 모시는 귀향 굿을 펼치며 과거를 현재로 가져온다. 영화는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장면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지는 않는다. 자극적일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며 영상미를 살린다. 목단강 위안소 실내 전경을 위에서 잡은 짧은 장면 하나에 당시 상황이 지옥도와 같이 집약된다. 작품은 일찍 기획됐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진행은 더뎠다. 중국 쪽 투자가 성사되는 듯하다가 엎어지기도 했다. 대략적 줄거리와 티저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게 계기가 돼 2014년 말부터 시민들의 기부가 이어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에서도 후원이 이뤄졌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모두 7만 5270명이 문자 후원, 자동응답전화(ARS) 후원, 펀딩 등으로 약 12억원을 성원했다. 순제작비의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4월부터 2개월간 이뤄진 촬영에도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손숙을 비롯해 오지혜, 정인기 등 연기파 배우가 동참했다. 일본에서도 영화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게 일본어가 모국어에 다름없는 재일교포 배우들을 상당수 캐스팅했다. 재일교포 4세인 강하나, 3세인 정무성이 주연을 맡았다. 조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정치적 이슈나, 한·일 간 이슈가 아닌 휴먼 드라마로 봐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단순하게 일본은 나쁘다, 일본 제국주의를 고발한다는 의미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끌려갔지만 살아 돌아와 정부에 등록된 숫자는 238명에 불과합니다. 현재는 마흔여섯 분만 생존해 계십니다. 이분들은 물론 모든 영령들이 마음을 푸는 계기가 되는 치유의 영화입니다.” 127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친구/박홍기 논설위원

    출근해 이메일을 여는 것도 일과 중의 하나다. 직업상 메일 주소가 공개된 탓에 갖가지 메일이 쌓여 있다. 대부분은 제목만 보고 지워 버리기 일쑤다. 스팸메일도 적잖다. 오늘따라 눈에 띄는 제목이 있다. ‘친구의 정의’다. 내용인즉슨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상금을 내걸고 ‘친구’라는 뜻이 무엇인지를 공모했다. 응모 엽서에 쓰인 친구는 사람마다 달랐다. 기쁨은 곱해 주고 고통은 나눠 갖는 사람, 침묵을 이해하는 사람, 많은 사랑을 베푸는 사람…. 1등은 ‘온 세상 사람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었다. 친구, 많기는 한데…, 콕 집어 “진정한 친구야”라고 입 밖으로 꺼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더 친하고 덜 친한지를 진지하게 따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친구들을 제때 만난 지도 오래된 듯하다. 때마침 한 고교 친구가 전화를 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 고교 친구들이 모이기로 했는데 나오라는 것이다. 고교 친구 모임은 종종 다른 개인적인 모임에 밀렸던 터다. 미안함도 적지 않았지만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친구란 어떤 거창한 정의보다 ‘언제 만나도 편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3] 설날 아침에 퍼진 떡국을 먹으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3] 설날 아침에 퍼진 떡국을 먹으며

    설날 아침에 먹는 떡국 중에서도 저는 차례상에 올려 느물하게 퍼진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이 허랑한 탓인지 먹는 것도 그런 황당한 취향을 가진 것이겠지요. 그런 저를 보고 예전에 어머니께서는 “귀신이 운감(殞感)한 제사 음식은 원래 맛이 없는데, 지가 좋다니 그거라도 실컷 먹고 복이나 많이 받아라”시며 별 일이라는 듯 타박을 하시곤 했지요. 그렇게 떡국을 먹고 나면 으레 세배 차례가 오는데, 어른께 드리는 인삿말도 “과세 평안하게 하셨습니까” 정도로 아예 틀이 갖춰져 있어 따로 고민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올해는 철 좀 더 들어라” 딱 그 말 한마디 하시고는 괘춤에서 세뱃돈을 꺼내 나눠주시곤 했지요.  ●“철 좀 들라”는 그 지난한 가르침 그 “철 들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다. 이 나이에 새삼 철 들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사는 일 가만히 곱씹어보면 참 철없이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합니다. 철이 든다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또 말 자체가 자의적이어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지만 간추려 정리하자면 ‘나잇값 좀 하며 살라’는 뜻이겠지요. 개인적으로도 그 말의 함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기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어려운 사회적 화두와 마주친 적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군부독재 타도’나 ‘직선개헌’ 등의 화두가 지배했던 시대를 지나 지금의 ‘양극화 해소’나 ‘인구와 고령화 대책’, ‘성장과 분배’ 문제 등이 모두 국가적 난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누구도 선뜻 이거다 싶은 방책을 내놓지 못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이런 거대담론이나 사회적 화두들이 갖는 난이도가 하나 같이 ‘철 들라’는 이 난감한 화두에 한참 못 미칠 뿐이고, 또 생각해 보면 이런 고난도 화두의 해법이 어쩌면 ‘철 좀 들라’는 예전의 그 설날 덕담에 있는 일인지도 모를 입입니다. 20때, 30대를 거치면서 나도 철이 좀 들고 싶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에 골몰히 빠져도 보았고, 집착도 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습니다. 나잇값 한답시고 좀 진중하자니 마치 스스로 소외된 ‘루저’들의 인간군상 속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고, 좀 설치면서 나대자니 뒷전에서 누군가 비죽거리며 수근대는 것만 같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돈도 좀 모아 노년을 편하게 살 궁리도 해야 하지만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탓에 그런 일은 꼭 남의 일만 같고, 돈 걱정 안 하면서 ‘철 없이’ 살자니 아내와 딸들의 얼굴이 밟힙니다. 게딱지처럼 작고 낡은 집 채를 장만하지 못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할 일이 걱정인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이미 ‘나의 것’이 아닌 ‘나’ 가족들 태우고 운전을 하다보면 더러 욕할 일이 생깁니다. 어찌나 운전을 거칠게 해대는지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꺾을 일이 종종 생기니까요. 그럴 때면 “저런 개망나니 같은 놈이…”라거나 “뭐, 저딴 자식이 다 있어”라며 나도 몰래 욕설을 내뱉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여지없이 아내의 타박이 날아듭니다. “그래 봐야 그 욕, 나하고 애들 밖에 안 들어. 그러려니 하면 되잖아”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니, 내게 저렇게 하는 놈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그러겠어? 그걸 자꾸 점잖은 척 봐넘기니 세상이 갈수록 이렇잖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제가 옳은 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봐도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누구는 “야, 그래도 넌 아직 젊구나. 그럴 수 있을 때 그렇게 살면 되는거지, 의기소침해서 살 필요 없잖아”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이젠 우리도 나이 들었어. 그러다 노상에서 젊은 애들에게 봉변 당하기도 십상이고, 걔들 해코지라도 하려고 들면 사고 나. 그냥 모르는 척 사는게 제일이야” 그렇게 우리는 하루 하루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사는 일’에 익숙해져 갑니다. 일이 없지 않지만 없다고 여기고 싶고, 실제로 일이 있어도 덮고 지나치려 합니다. 왜 그렇게 우리의 삶은 왕성한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자꾸 위축되거나 기세를 잃어가는 것일까요. 문제는 보통의 삶,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1년 단위, 한 달 단위, 하루나 시간 단위로 목표를 정해 두고, 그걸 지키며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인의 의지 문제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 삶, 특히나 어딘가에 소속된 직장인이라면 집에 들어와 먹고 자는 일까지도 이미 직장의 일이고, 직장의 사람인 탓입니다. 직장의 사람은 자기 의지대로 살기가 어렵습니다. 내 삶이지만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정을 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사회에 발을 디디고 나선 그 순간, 우리의 삶은 무엇엔가 예속돼 끌려갑니다. 그 무엇이 자본일 수도 있고, 관행일 수도 있고, 법령에 근거한 규칙이나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계약관계에 의해 우리의 삶이 규정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당신이 만약 아침을 거른다면, 왜 그렇습니까. 아마 너무 늦게 일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씻고 옷을 차려입고 하려다 보니 시간이 빠듯해 차분하게 식사를 할 여유가 없어 그 중 쉬운 식사를 포기하는 것이지요. 애당초 아침을 안 먹는 습관이라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밤잠을 푹 잘 수 있다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신문도 보고, 몸도 움직이다가 입맛이 들면 가볍게 식사를 하겠지요.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일단 일을 하고자 하는 그 순간, 당신은 그 일, 그 일의 주체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고, 그런 일련의 예속이 당신의 삶, 구체적으로는 식습관까지 규정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도, 그걸 보고 욕을 해대는 저도 그런 예속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겠지요.  ●예속된 삶이지만 자기 정체성 찾아가야 우리가 생각없이 소일하는 나날들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철이 든다는 것은 이런 예속을 자각하는 일, 그리고 그런 예속의 삶 속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미나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 아닐까요. 그만 해도 좋은 일이지만, 좀 더 노력하고 애를 써서 그런 의미나 가치를 현실 속에서 유형화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우리 같은 갑남을녀가 항상 거창한 것만 꿈꾸며 살 수는 없습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도 학창시절이나 20∼30대 젊은 나이에나 가능한 일이지요. 만약 누군가가 나이 들어서도 그렇게 산다면 죽는 순간까지 시행착오와 불만, 그리고 자기부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안고수비(眼高手卑)라고 하지요. 물론 젊다면 거대한 이상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삶이 아름답겠지만, 이상이라는 것도 현실의 토대 위에서 키워야 하는 것이니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꿈도 좋지만, 그런 이상의 허물을 벗겨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어마어마한 꿈보다는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정해 하나씩 이뤄가는 것이 보다 실질적이겠지요. 예컨대 새해에는 담배를 끊겠다거나, 음주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거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때 버럭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거나 하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것입니다. 개개인의 삶이 각자의 삶으로 이름지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삶, 다시 말해 ‘진정한 내 삶’은 ‘각자의 삶’ 중에서도 자투리에 불과합니다. 그것 말고는 우리가 임의로 구상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건 시대착오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내고 가꿔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이 허락한 삶 중에서 진정 내 것을 일구는 아름다움이기도 할 것이고, 그래야만 건강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건강한 삶이란 자신을 옥죄지 않는 것일테지만, 세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자투리를 잘 활용해 자신과 가족과 사회의 건강성을 엮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만 해도 그렇습니다. 다들 시간이 없어서 운동할 엄두도 못 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쁜 나날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운동할 시간 정도는 뺄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3∼4회, 회당 2시간 정도면 되니까요. 운동은 투자에 견줘 무조건 남는 선택이니 헛수고라고 여기지 말고 한번 시작해 보시지요.  ●자신의 방식으로 건강 도모하는 새해가 되길… 보편적인 건강법이 참 많습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담배 끊고, 과음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추가되었지요. 다 옳은 말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살면 건강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자기 삶이지만, 따져보면 예속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돈이 없어서도 그렇게 못하고,바빠서도 그렇게 못하고, 돈과 시간이 다 있어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그렇게 못 합니다. 지혜는 궁할 때 필요합니다. 지금 당신의 처지가 건강 따위를 살필 여력이 없다고는 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의지만 있다면 근무지에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장딴지와 허벅지, 허리와 복부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고, 심장 기능도 강화할 수 있으니까요. 또 매일 회사 근처에서 사 먹는 점심이라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달고 짜서 ‘입에만 좋은 음식’ 대신 덜 짜거나 야채가 많은 음식을 골라 먹기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세상만사는 생각 나름이고, 맘 먹기 나름입니다. 앞서 말한 ‘틀림없이 자기 삶이지만,따져보면 예속된 삶’이라는 현실도 생각을 바꾸면 ‘틀림없이 예속된 삶이지만, 따져보면 자기 삶’이라는 기막힌 반전의 발상이 가능한 게 또한 사람의 일이니까요. 건강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자기만의 건강 방식을 찾아서 진득하게 실천하고 지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나이 들수록 ‘남의 장단에 깨춤을 추지 않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올 설에도 퍼져서 느물한 떡국을 먹을 것입니다. 복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저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또 저다운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내 방식대로 내 삶을 사는 것’의 작은 부분이라면 굶는 것도 아닌데, 좀 퍼진 떡국이면 어떻습니까. 또, 그래서 ‘철이 든 삶’이라는 이 지난한 화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것은 망외의 소득일 터이니 기쁨이 더하지 않겠습니까.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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