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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책속 이미지] 당신은 ‘피너츠’ 속 어떤 캐릭터인가요?

    [그 책속 이미지] 당신은 ‘피너츠’ 속 어떤 캐릭터인가요?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 지음/공보경 옮김/찰스 M 슐츠 그림/더좋은책/280쪽/1만 3800원밤늦게까지 이어진 축구 경기를 보며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은 선수와 관중을 걱정한다. 그러나 강아지 스누피는 선수와 관중이 개에게 먹이를 늦게 챙겨 줄까 봐 걱정한다. 스누피의 엉뚱한 생각에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는 1950년부터 2000년까지 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만화 ‘피너츠’의 등장인물로 살펴보는 심리학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가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찰리 브라운, 독선적이고 심술궂은 루시, 남 탓 잘하는 페퍼민트 패티, 그리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스누피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부정적인 성격을 고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찰리 브라운은 열등감이 심한데, 이런 태도는 자아에 상처를 주고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만든다. 반면 스누피는 찰리 브라운에게 충성하지만, 삶의 중심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때론 자신이 거창한 존재라 생각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조금만 바꾸고 노력한다면 우리도 스누피처럼 세상을 좀더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남부내륙철도 연계한 서부경남 발전 그랜드비전 수립

    남부내륙철도 연계한 서부경남 발전 그랜드비전 수립

    경남도가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 건설과 연계한 ‘서부경남 발전 그랜드비전’을 세워 추진한다. 도는 5일 정부가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조기착공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역세권별 개발계획을 포함한 ‘서부경남발전 그랜드비전 수립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도는 용역비 7000만원을 2019년 본예산에 편성했다. 도는 내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용역 주요 내용에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에 따른 진주·사천시와 의령·고성·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군 등 서부경남 10개 시·군의 신성장 경제권 구축을 위한 그랜드 비전 제시 등이 포함돼 있다.서부경남지역 발전을 위한 종합적 장기적 마스터플랜 수립과 문화·관광·힐링산업 등 서부경남 관광 클러스터 구축 계획도 수립한다. 또 서부권개발을 위해 농정과 환경산림 등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사업 개발 계획을 세우고, 서부경남 컨트롤타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남서부청사(진주시 초전동) 구조와 기능 정립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도는 용역을 통해 남부내륙철도 건설 이후 서부경남 거점별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한 뒤 도 기본계획에 포함시켜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도는 용역이 완료되면 내년 12월 성과보고회를 개최해 용역 내용을 도민들에게 상세히 보고·설명할 예정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한국전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성금 2억원 돌파

    한국전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성금 2억원 돌파

    미국 워싱턴 DC에 건립될 한국전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 성금이 2억원을 돌파했다고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30일 밝혔다. 향군 관계자는 이날 “지난 10월 15일부터 모금을 시작해 1개월만에 1억원을 돌파하고 11월 28일 2억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성금 누적액은 2억 2268만 8342원이다. 향군본부 임직원의 모금액이 1600여만원이었고, 산하업체 2000여만원, 향군 각급회 1억 1500여만원, 참전 및 보훈단체 1600여만원, 기업 및 일반회원 3800여만원 등이었다. 최근 들어 기업 및 일반인 참여도 늘면서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금일봉을 보내왔고, 한성중공업 등 기업들도 참여했다. 추모의 벽 건립은 한국전참전기념공원 안의 ‘추모의 못’ 주변에 둘레 50m, 높이 2.2m의 원형 유리벽을 설치하고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3만 6000여명과 카투사 전사자 8000여명의 이름을 새겨 넣는 사업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다음은 성금 기부자 명단(11월 15일~30일) □ 향군본부 임직원 배성대 300,000원, 한교출 300,000원, 최학래 200,000원, 박종학 100,000원, 김형수 100,000원, 손무현 100,000원, 안찬희 100,000원, 최준식 100,000원, 홍민 100,000원, 이상명 100,000원, 신동규 50,000원, 김종국 50,000원, 이숙경 50,000원, 박래혁 50,000원, 임명식 50,000원, 이상배 50,000, 강경원 50,000원, 장형기 50,000원, 조정휘 50,000원, 조철희 50,000원, 김영운 50,000원, 황은철 30,000원, 곽신권 10,000원, 김혜영 10,000원, 박민서 10,000원, 송필근 10,000원, 주인석 10,000원, 정명식 10,000원, 박경선 10,000원, 강우석 10,000원, 김중옥 10,000원, 김진석 10,000원, 박현미 10,000원, 이왕호 10,000원, 강경운 10,000원, 권태윤 10,000원, 김성규 10,000원, 문한조 10,000원, 우보리 10,000원, 임정락 10,000원, 고대현 10,000원, 김현종 10,000원, 박여진 10,000원, 성욱경 10,000원, 엄춘광 10,000원, 이수정 10,000원, 공승갑 10,000원, 조규호 10,000원, 조정일 10,000원, 진광진 10,000원, 최수경 10,000원, 최원준 10,000원, 황승원 10,000원, 이용재 10,000, 오경자 10,000원, 강치구 10,000원 □ 향군 산하업체 향우종합관리 - 향우종합관리(주) 1,510,000원 향군타워본부 - 향군타워임직원 365,000원 통일전망대 - ㈜통일전망대200,000원 □ 향군 각급회 서울시회 - 서울시회 4,030,000원 부산시회 - 신용길 100,000원, 기장군회 100,000원, 해운대구회 100,000원, 염봉준 50,000원, 심은정 50,000원, 서구회 30,000, 북구?사상구회 150,000원 경기도회- 경기도회 4,101,000원 광명시회 - 광명시회 360,000원 구리시회 - 구리시회 452,000원 하남시회 - 하남시회 1,000,000원 강원도회 - 정선군회 500,000원, 춘천시회 500,000원, 태백시회 500,000원, 인제군회 250,000원 대구시회 - 대구시회 2,481,280원 대전?충남도회 - 천안시회 5,000,000원, 금산군회 3,100,000원, 성대림 1,000,000원, 동구회 1,200,000원, 서천군회 1,000,000원, 대전?충남이사회 950,000원, 천안군회 헌우회 200,000원, 동구용전동회 100,000원, 유성구회 30,000원, 충북도회 - 청주시회 채수민 1,000,000원, 진천향군임원 340,000원, 보은군회 이사회 200,000원, 보은군청년단 100,000원, 청주시회 성안동 200,000원, 송석유 120,000원, 한용석 100,000원, 남일면 100,000원, 강서동 100,000원, 오송읍 100,000원, 최재문 50,000원 경북도회 - 경주시회 1,000,000원, 울진군회 강현덕 1,000,000원, 장흥군회 1,000,000원, 포항시회 이종엽 500,000원, 울진군회 300,000원, 문경점촌3동 200,000원, 문경가은읍회 200,000원, 홍순임 200,000원, 고령군회 144,000원, 청송군회 이사회 100,000원, 문경점촌5동 100,000원, 문경점촌2동 100,000원, 상주군회 변인주 50,000원, 문경점촌4동 50,000원, 이상인 10,000원, 배득찬 10,000원, 정기진 10,000원, 김주일 10,000원, 이병만 5,000원, 정상진 5,000원, 이종오 5,000원, 박승기 5,000원, 배한수 5,000원, 공대현 5,000원, 김태호 5,000원, 김상화 5,000원, 윤재웅 5,000원, 오세정 5,000원, 이재목 5,000원, 강경모 5,000원, 임주요 5,000원, 채성철 5,000원, 조현태 5,000원, 윤보영 5,000원, 한백병 5,000원, 서한수 5,000원, 김민수 5,000원, 김병철 5,000원, 김연출 5,000원, 김유태 5,000원, 봉화군회 정식 30,000원, 임병진 10,000원, 정현숙 10,000원, 영천시회 이성기 24,000원, 유운식 24,000원, 정병창 12,000원, 경산시회 김종근 12,000원, 백상현 12,000원, 방영택 12,000원, 이상우 12,000원, 황희문 12,000원, 박임택 12,000원, 김종수 12,000원, 이용운 12,000원, 김영길 10,000원, 최종담 10,000원, 이종호 6,000원, 김종완 6,000원, 조승래 6,000원, 박선미 6,000원, 포항시 이혁재 4,800원 경남?울산시회 - 함안군회 1,210,000원, 창녕군회 1,202,000원, 울산중구회 1,000,000원, 진주시회 1,000,000원, 김해시회 1,000,000원, 의령군회 김정수 1,000,000원, 경남고성군회 1,000,000원, 밀양시회 900,000원, 거창군회 740,000원, 통영시회 653,000원, 창원의창성산구회 630,000원, 마산시회 520,000원, 울주군회 500,000원, 거창군회 500,000원, 울산남구회 450,000원, 울산동구회 285,000원, 양산시회 200,000원, 창원시진해구회 150,000원, 밀양시회 김재희 100,000원, 진주시회 100,000원, 거제시회 박재운 100,000원, 아주동 100,000원, 상주면회 100,000원, 통영시회 197,000원, 황금부 10,000원, 울산동구회 89,000원, 통영시회 50,000원, 밀양시회 박찬동 20,000원, 밀양시회 오상경 20,000원 전북도회 - 전북도회 10,000,000원, 박지량 7,000,000원 광주전남도회 - 광주북구회 1,900,000원, 고흥군회 1,250,000원, 신안군회 1,111,000원, 하동군회 1,000,000원, 강진군회 1,000,000원, 광양시회 990,000원, 무안군회 810,000원, 구례군회 750,000원, 목포시회 사무국장 250,000원, 목포시회 행정과장 50,000원, 맹중겸 50,000원, 양유술 50,000원 □ 참전친목단체/유관단체 육종회 후원자 27명 3,200,000원, 기술행정사관총동문회 3,000,000원, (사)한국방위산업진흥회 1,000,000원, 아홉길사랑교회 1,000,000원, 여군협의회 이재순 1,000,000원, 정보동우회 1,000,000원, 이상돈 국회의원 금일봉, 육탄십용사 200,000원, 071-ROTC경주 200,000원, 순천검찰 이혜영 100,000원, 이상호 군사편찬연구소 100,000원, 무술지도사범전역회 100,000원, 월남찬전자예산지회 100,000원, 허원 50,000원,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 50,000원, 월남참전대전동구회 서홍석 50,000원 □ 국회 : 이상돈 의원(바른미래당) 금일봉 □ 기업/일반회원 엔텍월드(주) 3,000,000원, 김홍철 한성중공업 2,500,000원, 용천종합건설(아산) 2,000,000원, AMERICA KOREAN VETERNAS 1,109,458원, 다원노무법인 최종치 1,000,000원, 임병립 900,000원, 법무법인 지평 200,000원, 김용주 444,400원, 강신혁 200,000원, 071-경주민속한우 200,000원이영하 200,000원, 송종희 파워아이엔티 200,000원, ㈜수소프트 100,000원, 김두환 100,000원, 김영애 100,000원, 김용규 100,000원, 김종진 100,000원, 박민정 100,000원, 위성철 100,000원, 대구노원동 100,000원, 지광준 100,000원, 우리은행 이상흡 100,000원, 이현재 100,000원, 전종철 100,000원, 박경수 100,000원, 변희성 100,000원, 김영호 80,000원, 백성호 60,000원, 최혜경군사편찬연구소 50,000원, 남광우 50,000원, 김미영 50,000원, 정장백 50,000원, 장석은 50,000원, 이사의 50,000원, 최순창육사7기 50,000원, 이창환 50,000원, 유인선 50,000원, 배문수 50,000원, KBS 이상근 50,000원, 박광준 30,000원, 김영자 30,000원, 김정택 30,000원, 박태순 30,000원, 박형남 30,000원, 박효기 30,000원, 천상현 20,000원, 최갑두 20,000원, 김동열 20,000원, 김민수 20,000원, 이광훈 20,000원, 조대성 20,000원, 김재겸 20,000원, 손은남 20,000원, 공상건 10,000원, 정문덕 10,000원, 서윤하 10,000원, 전석희 10,000원, 이기용 10,000원, 김봉건 10,000원, 현광식 10,000원, 황삼주 10,000원, 홍두선 10,000원, 허철산 10,000원, 한성방 10,000원, 최희대 10,000원, 최순창 10,000원, 최동안 10,000원, 주호정 10,000원, 전자열 10,000원, 이종정 10,000원, 이병옥 10,000원, 이백림 10,000원, 이동수 10,000원, 이건영 10,000원, 윤상철 10,000원, 유병현 10,000원, 엄경환 10,000원, 박형수 10,000원, 박창긍 10,000원, 박유래 10,000원, 김하영 10,000원, 김자일 10,000원, 강순향 10,000원, 강원봉 10,000원, 김영진 10,000원, 깅용림 10,000원, 한찬상 10,000원, 이봉황 10,000원, 안광원 10,000원, 이완준 10,000원, 김찬 10,000원, 백남선 10,000원, 설동균 10,000원, 공호성 10,000원, 강민지 10,000원, 박인숙 10,000원, 이종섭 3,000원
  •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해를 따는 소년들’로 국제 2인극 페스티벌서 대상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해를 따는 소년들’로 국제 2인극 페스티벌서 대상

    동아방송예술대학교(총장 최용혁)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이 ‘제18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에서 ‘해를 따는 소년들’이란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인 연기예술학과를 졸업하고 극작가, 연출가 및 배우로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출자 나지훈의 창작극인‘해를 따는 소년들’은 ‘청년 실업자가 40만 명을 넘어선 현실에서 취업도 미래도 포기한 N포 세대들에게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내용이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계열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동 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인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이강열 학생은 “2인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에 끌려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했으며, 연습할 때도 지훈이 형과 민수 이렇게 셋밖에 없었기에 부담없이 연극에만 집중하며 즐길 수 있었다”며 “예술 전문배우라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듯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졸업에 앞서 작지만 학교의 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함께 수상한 연출자 나지훈은 전년도 전공심화과정 재학 중에 ‘2017 거창국제연극제 대학국제(청춘마칭페스티벌)’에서 ‘돛단배(작/연출/배우)’로 참여하여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10월 28일 개최된 ‘제18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이하 페스티벌)’은 순수한 예술전문축제로서 해외초청작 4작품을 비롯해 총 46편의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으며, 이중 85개 대학출품작 중에 본선 참가 24작품이 지난 18일 경연을 마쳤다. ‘통찰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개최되고 있는 이 페스티벌에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연기예술학과 이강열과 방송연예계열 박민수 학생은 대학 참가작들의 공연 부문에서‘해를 따는 소년들’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본 페스티벌은 오는 12월 2일까지 공연을 펼친다. 한편 나지훈, 이강열, 박민수는 본 공연작품인 ‘해를 따는 소년들’을 청소년들의 인성 및 정서적 함양과 연극의 대중화를 위해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찾아가는 연극’으로 기획, 제작해 현재 16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0회 공연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옥상에 올라갈 때 이혼을 세일할 때 건네는 위로

    옥상에 올라갈 때 이혼을 세일할 때 건네는 위로

    옥상에서 만나요/정세랑 지음/창비/280쪽/1만 3000원멀리 마천루와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옥상 난간에 한 사람이 기대 서 있다. 책 표지 하나 가득 드넓게 펼쳐진 초록색 방수 페인트에서 막막함을 넘어 먹먹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어라? 반대편 난간, 그러니까 책 표지 뒷면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빼꼼히 고개를 내민 사람들 셋이.‘옥상에서 만나요’는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세랑이 활동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소설집이다. 2016년 발표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여성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었던 ‘웨딩드레스 44’ 등 단편 9편을 묶었다.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의 ‘나’는 직장에서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늘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가장 친애하는 세 언니가 차례차례 결혼을 하고 회사를 뜬다. “셋 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결혼해 버린 거야? 나 빼고 미팅이라도 나갔던 거야?” ‘나’의 볼멘소리에 돌아온 언니들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문서야.”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할 때나 썼을 것 같은 그 이름도 거창한 ‘규중조녀비서’. 그런데 놀랍게도 그 조악해 뵈는 주문서가 ‘나’를 구했다. 언니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핍진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따뜻한 양감 같은 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책이 품은 연대의 기운 때문이다. “내 후임으로 왔다는 너는, 아마도 그 옥상에 자주 가겠지”라며 자신이 앉아 울던 옥상 에어컨 실외기 밑에 ‘비서’와 편지를 넣어 두거나(‘옥상에서 만나요’), ‘돌연사맵’을 만들어 사랑하는 이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도 서로의 연대 지점을 찾는 식이다. (‘보늬’) 나의 힘겨움을 나의 것으로만 두거나 남 탓만 하지 않고, 다음에 오는 이는 덜 아프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뭉클하다. “신선하고 경쾌한 상상력, 다정한 문장이 주는 ‘정확한’ 위로.” 책에 대한 출판사 측 설명이다. 맞다. 위로도 지점이 정확해야 위로가 된다. 뭉뚱그린 위로만큼 성가시게,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게 없다. 정확한 위로는 그만큼 상대방을 잘 알 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귀하다. ‘이혼세일’에서 악마 같은 아들 둘을 키우다 안면 마비까지 온 지원에게 친구 이재는 말한다. “그러니까 애들 성격은 계속 변할 거야. 이대로 고정되지 않을 거야. 너는 게다가 보기 드물게 일관적인 양육자니까.”(216쪽) 그 말을 주문처럼 외던 지원은 이재가 결혼 생활의 물품을 처분하겠다며 연 ‘이혼세일’에 가기 전 다짐한다. “가서 무언가 근사한 말을 돌려줘야 했다. 주문 같은 말을.” 평범한 여성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설정의 ‘영원히 77사이즈’나 남편이지만 좀 특이한 무엇이 등장하는 ‘옥상에서 만나요’에서 나타나는 정세랑식 상상력이 뜨악하거나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로가 필요한 그 부분을 ‘정확히’ 건드려 주기 때문에. 그럴 때 있잖은가. 일요일 밤에, 전통적인 클리셰로 ‘개콘’이 끝나고 ‘자면 출근’ 생각에 헛헛할 때. 그럴 때 펴들고 싶은 온기 어린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금요칼럼] 소쇄원에 담긴 선비의 꿈/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소쇄원에 담긴 선비의 꿈/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조선의 선비들은 자연과 하나 되기를 꿈꾸었다. 그 마음이 곳곳에 아름다운 유적으로 남았다. 선비의 정취가 물씬한 소쇄원(전남 담양)이 떠오른다.‘소쇄’(瀟灑)는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이다. 주인 양산보는 티끌세상을 멀리하겠다는 의지로 소쇄원을 만들었다. 나이 열다섯에 그는 조광조의 제자가 됐다. 2년 뒤 스승이 기묘사화(1519)로 목숨을 잃었다. 젊은 양산보가 받은 충격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을 벗 삼았다. 소쇄원은 선비들이 모이는 교류의 장이었다. 당대 최고의 학자인 하서 김인후를 비롯해 송순, 정철, 기대승 등이 여기서 만나 학문을 닦았다. 그들은 간간이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소쇄원 근처에는 선비들의 자취가 뚜렷하다. 무등산 원효계곡을 따라 광주호로 흘러내리는 증암천(자미탄) 기슭인데, 식영정, 면앙정, 송강정, 환벽당, 취가정, 독수정 등이 아직 건재하다. 이곳의 풍광이 설마 퇴계 이황이 많은 제자를 거느렸던 도산서당만이야 하겠냐며 반문할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비들이 자연을 호흡하며 심신을 수양하는 데 이만한 공간을 다시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소쇄원이 열린 지 200년도 더 지나 ‘소쇄원도’가 제작됐다. 그 모사본이 남아 있는데, 그림에는 20여채나 되는 건물이 즐비하다. 한창때의 소쇄원은 규모가 거창했다. ‘소쇄원도’에는 김인후의 연작시 ‘소쇄원 48영’이 적혀 있다. 시인은 양산보의 심우이자 사돈이기도 했다. 시 가운데 ‘침계문방’(枕溪文房)이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창 밝아오자 방안의 첨축(籤軸: 책의 표지와 글을 쓴 족자)이 한결 정갈하네(窓明籤軸淨)/ 맑은 수석에 그림과 책이 어리누나(水石暎圖書)/ 정신 모아 사색도 하고 마음 내키면 드러눕기도 하네(精思隨偃仰)/ 오묘한 일치, 천지조화(연어비약 鳶飛魚躍) 아닐 손가(竗契入鳶魚).” 이 시의 제목인 ‘침계문방’은 개울가에 있는 선비의 방이란 뜻이다. 광풍각(光風閣)이 그것이다. 김인후는 이 시를 통해 광풍각의 격조 높고 한가로운 정경을 그렸다. 나는 김인후의 연작시가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특히 흥미롭다고 여긴다. 첫째, 소쇄원의 위치와 구성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다. 김인후는 각각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선비의 생각과 동작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둘째, 송나라 학자 주돈이가 ‘태극도설’을 통해 표현한 유가(儒家)의 세계관이 소쇄원에 구체화됐다.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삶)하며 하늘의 이치대로 살고자 했던 선비들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다. 셋째, 소쇄원은 성리학적 이상세계를 구체화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는 점이다. 대봉대 아래쪽의 대숲 및 오동나무들은 태평성세를 향한 염원이었다. 그런가 하면 광풍각 근처의 석가산, 복숭아밭, 그리고 매화밭은 지상선경(地上仙境)을 표현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조선의 선비들은 너무 추상적이었고 실용적이지도 못했다. 자연과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그들은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우리에게 부족한 미덕이 있었다. 선비에게는 물질적 욕망을 절제하는 청아한 인품이 있었다. 그들은 상대방의 인품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쳤다. 그들에게 인간의 삶이란 천지자연의 일부였다. 자연과 하나 되기를 바랐던 그들의 꿈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 법 절차 어기고 강제집행한 전 군수 등 공무원 벌금형

    경남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단독 오흥록 판사는 23일 공공체육시설을 위탁 운영한 단체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뒤 단체를 내쫓은 혐의(업무방해·공동주거침입)로 재판에 넘겨진 양동인 전 경남 거창군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또 거창군 체육시설사업소 소장에게 벌금 300만원, 당시 거창군 체육 관련 공무원 3명에게는 각각 벌금 50만원씩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법 준수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 등이 정한 절차를 시간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어기고 대규모 인원을 동원해 강제로 체육시설을 회수한 행위는 법치주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오 판사는 다만, 사적 이익이 아니라 공무 수행 과정에서 범행을 한 점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거창군은 거창국민체육센터(이하 체육센터)를 군청이 직영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2016년 11월 체육센터 위탁운영기관인 거창스포츠클럽과의 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어 이듬해 2월 공무원 30여명을 동원해 체육센터 내에 있는 거창스포츠클럽 사무실에 들어가 피해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양 전 군수는 강제집행으로 체육센터를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승인했고, 나머지 공무원 4명은 체육업무를 맡으면서 환수계획과 강제집행에 직접 연관된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다. 당시 강제집행에 대해 법률적 근거가 약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묵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창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문경·거창 태양광 발전시설 화재 잇따라…12억원 피해

    22일 오후 5시 13분쯤 경북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불이 났다. 불은 100㎡ 규모인 발전소 전부를 태워 소방서 추산 8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 만에 꺼졌다. 경찰은 에너지저장장치(ESS)실에서 처음 불이 났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비슷한 시간 경남 거창군 위천면 강천리 태양광발전설비에서도 불이 났다. 불은 태양광발전설비 전기저장시설 17㎡를 태워 4억여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태양광발전설비는 무인으로 운영되므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300여 건, 올해만 70건이 넘었다. 이 가운데 에너지 저장장치 등 전기 관련 설비·부품에서 비롯된 화재가 지난 5년간 전체 화재의 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광 발전시설에 빛 에너지를 모아두는 배터리가 충전되면 전류 증가로 인해 열이 발생하면서 급격히 배터리의 온도가 상승하는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경사노위 출범] 탄력근로-ILO ‘맞불’… 文 “역지사지 대화로 절충안 끌어내야”

    [경사노위 출범] 탄력근로-ILO ‘맞불’… 文 “역지사지 대화로 절충안 끌어내야”

    노사정위보다 위원구성 확대… 18명 체제 청년·비정규직·여성·소상공인까지 참여 첫 회의 “민노총 조속 합류” 권고문 의결 노동시간개선委 발족… 노동계 원성 커 재계도 “10 받고 100을 내준 느낌” 불만22일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998년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다. 노사정위보다 위원 구성을 크게 늘려 비정규직과 청년, 여성, 소상공인도 테이블에 앉는다. 그러나 노동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데다 일부 안건에서 경영계의 불만이 적지 않아 합의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경사노위가 노사정위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위원 규모다. 모두 18명의 위원이 경사노위를 이끈다. 참여 결정을 미룬 민주노총을 제외하고 17명의 위원이 이끈다. 근로자대표 4명, 사용자대표 5명, 공익위원 4명, 경사노위 2명, 정부대표 2명으로 꾸려졌다. 노사정위(위원 10명)가 말 그대로 노사정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체였다면 경사노위엔 근로자대표로 청년과 비정규직, 여성이 추가됐고 사용자대표에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위원도 들어왔다. 기존 노사정 틀만으로는 담지 못했던 사회 양극화 문제부터 청년실업, 비정규직 처우개선, 여성의 유리천장까지 우리 사회의 시급한 현안들을 논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셈이다. 경사노위 하부 조직으로 의제·업종별·특별위원회가 설치됐거나 발족을 기다리고 있다. 의제별 위원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 7월 꾸려진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다. 최근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회보험 등의 사각지대가 늘고 있는데, 이에 대비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논의하고자 조직됐다. 업종별 위원회로는 지난 20일 만들어진 ‘금융산업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금융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비 방안을 논의하는 곳이다. ‘해운산업위원회’가 23일 발족하며 보건의료산업위원회와 공공기관위원회는 출범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구성된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에선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성을 놓고 각 주체 간 합의점을 찾는다.이처럼 경사노위의 목표와 포부는 거창하지만 순탄치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특히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사노위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1차 본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노총의 조속한 합류를 바라는 권고문을 의결했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년 1월(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 이전이라도 각급 위원회 논의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경사노위는 노동계가 강력 반대하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경영계는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지난 20일 내놓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등을 비롯해 노동계의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담아 경영계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10(탄력근로제 확대)을 받고 100(ILO 핵심협약 비준)을 내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경사노위는 ILO 비준 관련 법안을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로 역지사지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씨줄날줄] ‘불수능’ 국어와 독서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수능’ 국어와 독서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불수능’ 국어가 연일 입방아에 올라 있다. 지난 15일 치러진 수능에서 국어 문제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들이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6문제를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주요 입시기관이 예상하는 국어 영역 1등급 컷은 85점. 지난해보다 무려 12점이나 떨어졌다.국어 시험을 보다가 아예 재수를 결정했다는 학생들이 많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 울어 버렸다”는 여학생은 주변에서도 여럿이다. “1교시 국어를 맨 나중으로 옮겨라”, “(1교시 국어를 망친 뒤) 멘탈 관리가 관건”이라는 우스개도 떠들썩하다. 지탄이 쏟아지는 문제는 비문학 영역의 31번. 수학과 물리의 배경지식이 없고서는 긴 지문 자체는 물론이고 문제와 보기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오죽했으면 “대학생을 뽑는 문제냐, 대학교수를 뽑는 문제냐”라는 비아냥이 터진다. 후폭풍은 거세다. 수능 점수로는 정시 전형에서 승산이 없을 거라 판단한 수험생들이 논술전형으로 갑자기 방향을 튼다. 벼락치기로는 가망이 없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몇백 명을 뽑는 논술전형에 수만 명이 몰리기는 예사다. 이런 희망고문이 또 없다. 영어와 한국사만이 절대평가인 현실에서는 다른 과목으로 어떻게든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난이도를 높여 수험생들을 질리게 해야 하는지는 해마다 의문이다. 몇 년째 국어가 ‘킬러 과목’이 되면서 ‘국어 공포증’도 갈수록 커진다. 막연한 책 읽기로는 난수표 같은 국어 지문을 독해조차 하기 어렵다. 두 번 읽을 시간이 없는 긴 지문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사설 학원은 사실상 필수다. 학원에서는 지문과 문제 유형에 따라 정답을 찾는 ‘요령’과 ‘기술’을 친절하게 가르친다. 다양한 독서로 입체적 사고의 근력 키우기. 수능 국어의 거창한 목표에 현실을 아는 학부모라면 맞장구 쳐줄 사람, 과연 몇일까. 교육의 취지와 현실이 심각하게 따로국밥인 사정을 모르는 학부모는 없다. 당장 수시 전형의 관건인 학생부의 독서 기록만 해도 요지경 수준이다. 안 읽었더라도 책 제목을 빽빽하게 채워 놓는 ‘독서의 기술’은 공공연한 공식이다. 깊이 읽는 독서 습관은 우리의 입시에서는 ‘독’(毒)이다. 요약본으로 최대한 여러 권을 빨리 읽어 학생부를 반짝거리게 꾸미는 요령이 최선인지 오래다. 독서의 기술에만 눈독 들이는 국어 시험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까. 이런 국어 문제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박경리, 김수영, 이문구의 작품 제목을 다만 하나라도 쓸 수 있는지? ‘멘붕’의 표정들이 눈에 선하다. sjh@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학생 동원/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학생 동원/손성진 논설고문

    남북 축구경기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960~1980년대에는 학생들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학생 동원은 일제의 잔재다. 일제는 신사참배는 물론이고 축제나 시가행진, ‘근로보국대’ 등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가시켰다. 광복 직후에도 학생 동원은 일제강점기보다 덜하지 않았다. 1958년 3월 26일은 이승만 대통령의 83세 생일이었는데 초등학생들을 동원해 매스게임을 펼치는 등 탄신 축하 행사를 거창하게 열었다. 매스게임 문구는 ‘만수무강’이었다(경향신문 1958년 3월 27일자).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나 우리 대통령이 외국을 드나들 때 김포가도에는 동원된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억지 환영·환송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60년 6월 두 번째로 방한했는데 겉으로는 학생들의 환영은 자발적인 의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아이크’가 김포에서 내려 한강대교를 건너 도심으로 들어올 때 삼각지에서 덕수궁까지 서울의 남녀 중고생 전원을 배치해 성조기를 흔들게 했다(경향신문 1960년 6월 18일자). 여중고생들은 더위 속에 환영춤까지 연습해 추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3공화국 정부는 학생들을 행사에 동원해 수업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수시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당시 실세였던 김종필씨 강연에도 학생들을 동원하는 등 금지령은 말뿐이었다. 학생 동원은 박정희 정권하에서 가장 심했다. 수해 복구에도 학생들은 불려 나갔고 가뭄 극복에도 동원됐다. 조림공사, 모내기, 보리밟기운동, 교통량 조사, 송충이 잡기, 새마을 사업, 피마자 재배, 추수, 각종 캠페인 등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군소리 없는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1년 취임 일성으로 취임식 행사부터 학생들을 동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켜질 리 없었고 제스처일 뿐이었다. 그해 7월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학생 밴드를 포함해 100만명의 환영 인파가 동원됐다. 모내기, 벼베기 등 농촌 일손 돕기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도시에서도 가두 캠페인 등의 행사에 학생은 약방의 감초였다. 학생 동원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때 최고조에 달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카드섹션에 학생들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6500여명이 수업을 희생하며 연습을 한 끝에 개막식장에 동원됐다(동아일보 1986년 6월 20일자).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신산업의 미래 ‘규제 샌드박스’/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월요 정책마당] 신산업의 미래 ‘규제 샌드박스’/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발명품이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1876년 전화기 발명 이후 휴대전화 출현까지 약 120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 개발로 이어진 데는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늘의 기술 혁신이 내일의 우리 삶을 더 빠르게 바꿀 것이다.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하기 어렵지만 더 크게, 더 멀리, 더 빨리 변할 것임은 분명하다. 인터넷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집에 있는 3D 프린터로 받아볼 수 있다는 상상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다. 제품을 만들고 구매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와 일상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그렇다면 현재의 기술 수준에 기반한 규제 체계로 신기술이 촉발하는 거대한 삶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을까.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 하듯 규제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 혁신을 경험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과학자 에버렛 로저스(1931~2004)가 제시한 혁신의 속성은 미래 규제의 방향에 대해 이정표를 제시한다. 혁신이란 시험할 수 있고 현존하는 제품·아이디어보다 이점을 제공해야 하며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존하는 가치 체계와 사회 규범과도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혹은 유예시키는 제도)는 이런 혁신의 속성에 부합하는 제도다. 기업에 새로운 제품·서비스의 혁신성과 안전성을 시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핵심은 사전에 규제하지 않고 실행을 통해 배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증기기관이나 자동차 등 혁신의 결과물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금지하지 않고 이용하면서 안전한 방법으로 발전시킨 나라가 결국 산업혁명의 승자가 된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가르침이다. 규제 샌드박스로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 결과물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창의와 활력이 넘치는 기업 활동을 촉진해 국민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할 신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될 것이다. 1970년대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1000배 가까이 좋아졌지만 가격은 100만분의1에 불과한 오늘날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앞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미래를 위한 합리적이고 정교한 규제 체계를 설계할 때도 도움이 된다. 신산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과도하게 규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규제당국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산출된 객관적인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꼭 지켜야 하는 가치 체계, 사회 규범과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은 지난해 말 1년간의 시행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기업과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을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바람직한 기업 생태계 조성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는 알아서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 체계는 일단 지켜보고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때까지 도와주는 것이다. 엄격하게 사후 책임을 묻는 균형 미학이 핵심이 되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를 가진 페이스북은 아무런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값나가는 소매업체 알리바바는 재고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업체인 에어비엔비는 부동산이 없다. 재밌는 현상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이런 재밌는 변화를 이끌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남 살리는 것이 내가 사는 길… 더불어 같이 살자”

    “남 살리는 것이 내가 사는 길… 더불어 같이 살자”

    생명보호지킴이 100만명 육성 맡아 “어느 누구도 미래 몰라… 공론화 필요 주변서 언행 살피면 극단적 선택 예방”300만명.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자살을 한 번 이상 생각해 본 인원이다. 전체 국민의 5%가 넘는 많은 사람들이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떠올린다. 우리 주변엔 이런 잘못된 선택을 막으려 노력하는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거창한 직함을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려움을 이해해주려 노력한다. 그들의 중심에 윤진(48) 중앙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이 있다. 윤 팀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생명보호지킴이 100만명 육성’을 진두지휘한다. 생명존중 교육 매뉴얼 개발과 생명보호지킴이 육성이 그의 일이다. 1년에 전국에서 교육으로 만나는 인원만 어림잡아 1만명이나 된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니 해마다 이동거리가 수천㎞나 되지만 “아직 성과를 말하기엔 이른 시기”라며 말을 아꼈다. 윤 팀장과 자살예방센터, 지킴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통계청)이 2011년 31.7명에서 지난해 24.3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에서 2위로 한 단계 내려오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입사 후 그와 센터가 육성한 생명보호지킴이 누적 인원도 어느새 100만명에 가까워졌다. 12일 센터에서 만난 윤 팀장의 첫 말은 “더불어 같이 살자”였다. 그는 “자살을 공론화하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 분들이 많다”며 “아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팔짱부터 끼고 교육받는 분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나도 미래에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만큼 ‘남을 살리는 것이 곧 내가 사는 길’이라는 설명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웃었다. 자살은 경제, 가족, 스트레스 등 여러 분야가 복합돼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막기가 어렵다. 본인 스스로 충동을 억제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징후’가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도우면 극단적 행동을 막을 수 있다. 윤 팀장은 “갑자기 ‘죽고 싶다’, ‘나 하나 없어지면 편할 것’이라는 말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을 쓰기도 한다”며 “밥을 먹지 않거나 잠을 너무 많이, 또는 너무 적게 자는 등의 행동을 눈여겨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언론과 SNS 운영사의 자정 활동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면 수십배 관심도가 높아진다”며 “클릭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보니 사건 현장을 조명하는 등 선정적인 접근이 많은데, 보다 깊은 직업윤리 의식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산청·함양 민간인 희생사건 67주년 합동 위령제

    산청·함양 민간인 희생사건 67주년 합동 위령제

    경남 산청군은 2일 한국전쟁 중에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산청·함양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제67주기 산청·함양사건 양민희생자·제31회 합동위령제와 추모식’이 이날 산청군 금서면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에서 열렸다고 밝혔다.이날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에는 박정준 산청 부군수와 서춘수 함양군수, 각 기관·단체장, 산청·함양사건 양민희생자 유족회(회장 정재원), 지역주민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산청·함양사건은 거창사건과 함께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국군이 공비토벌 작전을 하는 중에 벌어진 양민 희생사건이다. 당시 산청군 금서면 가현마을과 방곡마을, 함양군 휴천면 점촌마을, 유림면 서주마을 등에서 주민 705명이 통비분자로 몰려 집단 학살됐다. 거창군 신원면에서도 산청·함양 사건과 비슷한 과정으로 719명이 사살됐다. 1996년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금서면 방곡리 일대에 합동묘역사업이 조성됐다..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은 사건 당시 희생된 영령들을 모신 합동묘역이다.위패봉안시설, 위령탑, 회양문, 합동묘역, 역사교육관 및 영상실 등이 설치돼 있는 추모공원은 참배객과 방문객 역사 교육장으로도 활용된다. 산청군에 따르면 올해 위령제는 거창사건 유족과 산청·함양사건 유족들이 배상관련 특별법안을 병합 심의하기로 최근 합의한 뒤 열린 첫 위령제다. 두 유족회는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우리 머리 위를 위협하는 우주물체 ㎜수준으로 감시한다

    우리 머리 위를 위협하는 우주물체 ㎜수준으로 감시한다

    지난 4월 초 중국의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1호가 추락했다. 지구 주변을 계속 돌고 있어 추적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지만 추락 6시간 전까지도 정확한 추락 예상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처럼 우리 머리위로 돌아다니는 수 천 수 만 개의 인공위성과 소행성 같은 우주물체의 위치를 ㎜ 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한국천문연구소는 경상남도 거창군 감악산에 인공위성 레이저관측소(SLR)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연구관측에 돌입한다고 25일 밝혔다. 2015년 세종특별자치시에 세종 인공위성 레이저관측소를 설치한 뒤 두 번째이다. 우주물체에 의한 인공위성 충돌 가능성과 이에 따른 지구로 추락 등 다양한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우주물체 추적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주물체 추적 및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보를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SLR은 지상에서 위성이나 우주에 있는 물체에 레이저를 발사한 뒤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수신해 레이저 왕복시간을 측정해 빛의 속도를 바탕으로 계산해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특히 고정밀 위성 추적에 필요한 정밀궤도를 결정하는데 많이 활용된다.이번에 구축한 거창 SLR은 망원경 크기가 40㎝급인 세종 SLR보다 더 큰 1m 구경 망원경이 활용된다. 레이저 출력도 높아져 정지궤도 위성이 움직이는 3만 6000㎞ 상공에 있는 인공위성이나 우주물체에 대한 정밀 측정이 가능하다. 특히 20㎝ 크기의 우주물체에 대한 추적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거창 SLR은 국제레이저추적기구(ILRS)에 거창관측소(GEOL)로 등록돼 국제 연구 네트워크에도 참여하게 된다. 세종 SLR 역시 세종관측소(SEJL)로 등록돼 있다. 이형목 천문연 원장은 “세종과 거창에 구축된 SLR은 인공위성의 정밀궤도 결정, 우주 측지 및 지구환경 모니터링 연구를 비롯해 한반도에 추락 가능성이 있는 우주물체를 추적하고 관련 이미지를 촬영하는 등 우주위험 감시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새마을운동은 유신 잔재일 뿐? 본질인 ‘생명운동’ 발전시킬 것”

    “새마을운동은 유신 잔재일 뿐? 본질인 ‘생명운동’ 발전시킬 것”

    “어떤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을 유신 독재의 잔재로 여겨 그 중요성을 애써 무시합니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봉사단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요. 국민 대부분이 새마을운동의 참뜻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네요. 이 운동의 본질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직접 투자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시대정신’이라는 거창한 용어까지 꺼낼 필요도 없어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 자율적으로 실천 목표를 정한 뒤 꾸준히 활동하면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죠.”정성헌(72) 제24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은 23일 경기 성남시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새마을운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회장은 “흔히 새마을운동 하면 주로 빈곤 퇴치사업을 떠올리는데 이는 1970~80년대 국민적 염원과 정부정책 모두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데 공감대를 이뤄 그쪽에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놓고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시민사회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대표적인 관변 단체로 꼽히던 새마을운동중앙회 수장에 농민운동가 출신 정 회장이 뽑혔기 때문이다. 춘천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77년 한국카톨릭농민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농민 운동에 나섰다.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과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역임해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새마을운동중앙회 내부에서는 그가 기존 이미지를 깨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근면·자조·협동’으로 상징되는 새마을운동의 3가지 모토도 ‘생명·평화·공경’으로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중앙회 중심의 하달식 지휘방식이 21세기에는 잘 먹히지 않는다. 개별 단위 조직의 협치가 중요하다. 새마을운동 역시 분권으로 가야 한다”면서 “중앙회장이 되고 나서 회원 3000여명을 만나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가치가 무엇이 돼야 할지 끊임없이 물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압축한 가치가 바로 생명·평화·공경”이라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새마을운동이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만 봐도 올해 1월 혹한에 이어 4월 봄 추위, 7~8월 폭염 등을 겪었다.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된 것”이라면서 “이 상태로 가면 한반도 역시 2040년 정도면 기후이탈이 올 것이다. 사람이 살 수는 있겠지만 여름이 매우 길게 이어지는 등 기후 환경이 나빠져 노약자 등이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때문에 그는 생명운동의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유기농·태양광 연계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기농 밭이나 비닐하우스 위에 햇빛이 골고루 투과되도록 특수 설계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산물 수확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 회장은 “이 사업이 널리 퍼지면 농민들은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면서 동시에 전력 판매로 추가 소득을 얻는다. 멀쩡한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비극도 막을 수 있다”면서 “농약을 쓰지 않아 환경 파괴를 막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며 농가 소득도 늘릴 수 있어 미래 농촌마을의 대안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 사회에 ‘공경’의 가치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투’운동을 필두로 각계에서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결국 고소·고발을 통한 법정 싸움으로 귀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인권을 제대로 보장하려면 그보다 한 단계 위 차원의 개념인 공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마음 감싸는 깊은 여운…손 흘림 커피에 빠지다

    마음 감싸는 깊은 여운…손 흘림 커피에 빠지다

    커피 천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엔 동네 골목에서도 커피숍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다. 브랜드마다 맛 차이가 있지만 지점마다 같은 맛을 유지하려다 보니 다양성은 떨어진다. 뭐든지 흔해지면 새로운 것을 찾는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핸드드립 커피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커피를 만드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좋은 원두로 잘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마셔 보면 커피의 신세계로 들어간다. 원두마다 다른 코끝을 스치는 향과 단맛, 신맛, 쓴맛의 오묘한 조화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원두는 과육을 벗긴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이다. 볶는 정도에 따라 옅은 색에서 진한 색으로 변한다. 핸드드립은 종이나 융으로 만든 필터에 분쇄한 커피를 담아 주전자로 물을 흘려 추출하는 방식이다. 핸드드립 커피에 맛을 들이면 더 좋은 원두와 커피를 파는 로스터리 커피숍에 주목한다.원두는 로스터의 솜씨와 감각에 따라 같은 종류를 볶아도 사뭇 다른 맛을 낸다. 게다가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손맛까지 더해지면 맛의 변주는 끝이 없다. 더욱이 핸드드립 커피엔 거창한 장비가 없어도 된다. 깔때기처럼 생긴 드리퍼와 필터, 주전자, 서버만 있으면 된다. 분쇄기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즉석에서 갈아 커피를 내릴 수 있어 더 신선하다. 이렇게 간단한 도구만 갖추고 좋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 화사하게 퍼지는 향과 목으로 넘어가면서 느끼는 기분은 ‘소확행’(소소하고 작지만 행복) 그 자체다. 테라로사, 보헤미안 등 1세대 커피숍에 이어 유명한 로스터리 커피숍은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전국 곳곳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성 있는 커피 맛을 내는 로스터리 커피숍을 찾아가 봤다.●서울 누하동 ‘장인커피’ 화사하게 퍼지는 과일향… 직화식 로스터기로 수분량 조절 원두 특유의 향 살려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연합 건물 안에 있는 ‘장인커피’는 원두가 원래 가진 과일의 밝은 산미, 단맛, 깊은 풍미 등을 최대한 끌어내는 커피를 만든다. 농장주 등 생산 이력이 확실한 스페셜티커피 원두를 쓴다. 유기농, 자연재배, 재래농법으로 생산돼 공정무역으로 이뤄진 원두다. 결점두(디펙트)가 거의 없어 손을 골라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좋은 원두를 선택한다. 장인커피는 마시면 화사하게 퍼지는 과일향에 상큼하게 떨어지는 뒷맛이 일품이다. 집에서 내려도 그 맛을 나오게 하는 게 특징이다. 로스터이자 바리스타인 박정은씨는 “좋은 원두를 선택해 특성에 맞춰 잘 볶아 누구나 쉽게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중점을 둔다”며 “10년 이상 커피를 볶았지만 기본기에 충실해야 제 맛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화식 로스터기로 원두 수분량을 잘 조절하면서 원두 특유의 향을 살려 볶아내는 감각이 남다르다. 커피 교육도 가능하다. 커피에 어울리는 치즈케이크 등 사이드 메뉴 맛도 뛰어나다.●서울 마포 ‘빈스서울’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원두 볶아… 인천 ‘코페아신드롬’ 융드립커피 맛 볼수 있어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있는 ‘빈스서울’은 원두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볶아 준다. 직화식 소형 로스터기 2대가 있다. 빈스서울 커피는 불맛이 밴 중후하고 깔끔한 바디감이 뛰어나다. 로스터 김동진씨는 “원두 특성에 맞는 볶는 포인트가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볶아 준다”며 “커피도 다른 음식처럼 개인차가 있어 자기 입맛대로 즐기면 된다”고 쿨하게 자신의 ‘커피 철학’을 설명한다. 원두만 판매하지만 15분 정도 원두를 볶는 동안 김동진씨는 직접 무료로 커피를 내려 준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가 커피숍 옆에 작은 갤러리를 꾸며 운이 좋으면 전시회를 덤으로 만나게 된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 ‘코페아신드롬’에서는 융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필터가 기름을 흡수하지 않아 진한 단맛과 부드러운 쓴맛이 얽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로스터이자 바리스타인 김나영씨는 종이필터도 사용해 다양한 커피 맛을 선보인다. 바가 있어 커피 내리는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커피 교육에 중점을 둬 강의실도 갖췄다. 음악 전공자인 김씨는 “커피 내리는 것은 곡을 연주하는 것과 똑같아 내면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핸드드립 커피의 매력을 소개했다.●전주 ‘까미노 데 산티아고 852㎞’ 원두 종류만 100종… 즉석에서 볶아주고 ‘인생커피’ 찾아 줘 맛의 고장 전북 전주시에는 효자동 주택가에서 2012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 852㎞’가 있다. 메뉴에 커피 종류뿐이다. 대신 먹을거리는 무엇이든 가지고 들어가도 좋다. 로스터이자 바리스타인 강준권씨가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단골의 ‘인생커피’를 찾아 주다 보니 원두 종류만 100종을 웃돈다. 취향에 맞게 즉석에서 볶아 주려고 작은 용량의 국산 열풍식 로스터를 사용한다. 여러 과일의 단맛을 바탕으로 한 기분 좋은 신맛이 특징이다. 로스터를 독학해서인지 독특한 맛을 낸다. ‘산티아고당’이라고 할 정도로 단골이 많다. 강씨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커피 회사에 맞서기 위해 소규모 로스터들이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연대에도 적극 나선다. 강원 강릉은 커피 도시로 알려졌다. 제10회 강릉커피축제가 지난 5~9일 개최됐다. 신라 시대부터 이름을 날린 강릉차의 저력 덕분인지 커피에서도 맛을 자랑한다. 숱한 로스터리 커피숍 거인 속에서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영진해변에 자리한 ‘카페 브라질’은 정성을 듬뿍 담은 맛으로 승부한다. 로스터이자 바리스타인 엄우성씨는 “집에 가서도 떠올릴 커피를 만들려고 애쓴다. 여운을 오래 곱씹을 깔끔한 쓴맛을 내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영중 선임기자 jeunesse@seoul.co.kr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머리 안 쓰고 머리에 돈 쓴다고요?…뷰튜버와 1만원으로 ‘얼·완·헤’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머리 안 쓰고 머리에 돈 쓴다고요?…뷰튜버와 1만원으로 ‘얼·완·헤’

    전국 630만 중·고교생의 헤어스타일이 불쑥 뉴스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7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내년부터 학생들의 두발 길이는 물론 파마·염색 허용도 전향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국적 이슈가 됐다. ‘여학생은 귀밑 3㎝ 단발머리, 남학생은 단정한 스포츠형 머리’ 등으로 전교생이 대동단결하던 모습은 추억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염색·파마 등으로 마음껏 멋내는 데는 학생생활규정(학칙)상 제약이 있다.교육감 등 기성세대는 학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며 ‘인권’이라는 무거운 담론을 언급했지만, 요즘 학생들은 헤어스타일을 ‘개성의 완성’ 정도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은 ‘헤완얼’(헤어스타일의 완성은 얼굴. 얼굴이 잘 생기면 헤어스타일이 어떻든 잘 어울린다는 뜻)이라는 표현을 곧잘 쓰지만, 그래도 ‘얼완헤’(얼굴의 완성은 헤어스타일)가 상식이다. 2018년 대한민국 10대들은 어떤 머리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까. 또 두발 자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신문이 요즘 10대들의 생각을 들으려 서울 강·남북과 경기도 등의 고교, 미용실 등을 찾아 직접 물었다.●“레이어드·투블록컷… 내 스타일은 내가” “우린 엄청 보수적인 학교에요. 기껏해야 앞머리에 롤을 마는 정도니까요.” 지난 12일 서울 강북 지역 A여고의 2학년 교실에서 만난 교사 김인숙(가명)씨가 말했다. 남녀공학에서 최근 전학왔다는 이 반 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학교에 비하면 여기 애들은 별로 안 꾸민다. 전 학교에서는 여학생 10명 중 9명은 (남학생 등을 의식해) 화장하고, 머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스포츠·단발 머리 밖에 모르고 학교를 다녔던 30대 후반 기자의 눈에는 ‘착하다’는 이 반 학생들이 모두 교칙 위반처럼 보였다. 학생 30명 중 대부분은 머리카락을 어깨 한참 밑까지 길렀고, 허리춤까지 내려뜨린 아이도 있었다. ‘두발을 자유롭게 선택하되 염색·파마·펑크머리 가발 등은 금지한다’는 정도가 교칙이라고 한다. 김 교사는 “염색이나 파마를 하면 원래 벌점 2점을 줘야 하지만 엄격하게 단속하지는 않는다”면서 “노랑·초록 염색 등 심한 위화감을 줄 정도가 아니면 놔둔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근엄하고, 진지하게 ‘선언’까지 했지만 이미 고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크게 옭죄던 두발 규제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708개 중·고교 가운데 두발 길이 제약 학칙이 있는 학교는 111곳(15.7%)뿐이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사실상 지금도 거의 자유화된 상태인데 거창한 선언까지 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은 어떤 헤어스타일을 선호할까. 학생과 미용사들에게 물었다. 여학생은 이마가 보이게 앞머리를 가볍게 내린 ‘시스루 뱅’ 스타일이 수년 째 유행하는 가운데 ‘레이어드 컷’(머리 뒤를 자연스럽게 층을 져 다듬는 스타일)과 ‘C컬’(머리 끝을 안쪽으로 말아 넣는 스타일) 등을 많이 한다는 의견이었다. 남학생은 2010년대 들어 투블록컷(앞·윗머리를 남기고 옆·뒷머리를 짧게 깎는 스타일)이 장수하는 가운데 ‘다운펌’(머리카락의 숨을 죽여 옆머리 등이 뜨지 않도록 하는 파마), ‘가르마펌’(5대5 가르마를 타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주는 스타일), ‘애즈펌’(가르마펌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한 스타일)과 ‘쉼표머리’(눈썹까지 내려오는 앞머리 끝을 쉼표(,)처럼 휘어 올린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가르마펌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선보인 헤어스타일이었다. 경력 10년차인 한 미용사는 “1990년대 후반 핑클·SES 등 1세대 아이돌 영향으로 ‘뽀글 파마’로 불린 강한 웨이브가 유행했고, 2000년대에는 보아·동방신기 등의 영향으로 샤기컷과 브리지 염색(부분 염색) 등이 유행했다”면서 “하지만 2010년대 아이들은 자연스러움을 선호한다. 아이돌보다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한 다양한 헤어스타일 중 자신에 어울리는 것을 택하는 식”이라고 귀띔했다.●“여고생 헤어롤 필수품… 앞머리는 셀프컷” 파마·염색까지 허용하는 완전한 두발 자유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도 나온다. 돈 버는 성인에게도 부담스러운 수만원의 염색·파마 비용을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남학생이 선호하는 투블록컷과 파마, 여학생에게 인기인 레이어드컷과 C컬 파마를 하는 데는 비싼 미용실은 비용이 9만~10만원까지 한다. 헤어스타일에서 가정 형편이 드러나 일부 학생들의 박탈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요즘은 ‘홈살롱’이 대세”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앞머리 커트 등 간단한 손질뿐 아니라 염색·파마 등도 약품만 사면 얼마든 혼자 할 수 있다. 과거 맥주나 과산화수소로 염색·탈색하던 세대에겐 ‘상전벽해’다. A여고의 한 학생은 “염색약은 미용용품 판매점인 ‘올리브○’ 등에서 만원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뷰튜버’(화장법 등 미용 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 창작자)도 ‘천군만마’다. 이들이 선보이는 헤어스타일링법만 잘 배워도 미용실 갈 필요가 없다. 미용실 관계자는 “여학생 앞머리를 자르면 3000원 정도 받는데 이 돈도 아까워 집에서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요즘 오전 시간 여고 교실을 들여다보면 반 학생의 3분의 1가량이 분홍색 롤을 말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앞머리에 컬을 넣는 스타일이 유행인 까닭이다. A여고의 한 학생은 “교탁 밑에 반 친구들이 공용으로 쓰는 롤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학칙 안 지키는데…” 회의적 시각도 10대들은 학내 두발 자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반대보다 찬성이 많은 분위기였지만, ‘열에 아홉은 찬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회의적 답변도 나왔다. A고 선도부 소속이라는 한 학생은 “지금도 학칙을 잘 안 지키는데 두발 자유화하면 학내 규율이 무너져 질서가 없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염색한 머리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김 교사는 “염색을 허용하면 아이들이 피어싱이나 문신 등 더 나갈까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두발을 완전 자유화한 서울 한 혁신고의 교감은 “전교생 300여명 중 20명 정도만 노랑머리”라면서 “처음에는 더 많은 애들이 호기심에 노랑머리를 하기도 했는데 스스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시선이 불편해서 다시 검은 머리로 염색한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시내 모든 학교의 두발이 완전 자유화되면 학교 안에 노랑머리가 넘실댈 것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 스스로 질서를 찾아간다”고 덧붙였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이정수의 덕업일치] ‘엑소 우주’·‘에프엑스 숲’ 별천지가 펼쳐졌다… 한류 성지 ‘SM 아티움’

    [이정수의 덕업일치] ‘엑소 우주’·‘에프엑스 숲’ 별천지가 펼쳐졌다… 한류 성지 ‘SM 아티움’

    명품숍 같은 외관의 ‘SM타운 뮤지엄’ 굿즈 가득·아티스트존 등 ‘슴덕’ 천국 스튜디오 생방 땐 아티움 앞 팬들 운집 핑크빛 본사 1층 김떡튀·슈주버거 등 다양 직원수 가장 많은 기획사답게 활기 가득 기획사 탐방 5번째로 찾아간 곳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아이돌 기획사이자 어쩌면 국내 아이돌 산업의 역사 그 자체라고도 봐도 좋을 SM엔터테인먼트다. 창업주 이수만 회장의 이니셜을 딴 이름으로 1989년 시작한 작은 회사는 1996년 한국형 아이돌 그룹의 원형인 H.O.T.를 데뷔시키며 가요계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케이팝 한류를 대표하는 ‘넘버원’ 기획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SM은 최근 시가총액 기준으로 JYP엔터테인먼트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방탄소년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한다면 3위로 밀릴 거란 예상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독보적 1인자임을 증명했던 SM이다. 아이돌 2세대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현재의 3세대는 엑소의 데뷔와 함께 모두 SM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그런 SM의 힘을 엿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이번 탐방을 시작했다. SM 삼성동 사옥 방문에 앞서 먼저 찾아간 곳은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이었다. 2015년 1월 삼성동 코엑스 바로 옆 6층 건물에 개관한 아티움은 지난 5월 건물 3~4층을 ‘SM타운 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입장료 1만 8000원(어른 기준, 온라인 예매 시 할인)을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 기획사 탐방 취지와 맞지 않아 보여 처음엔 영 탐탁찮았다. 그러나 뮤지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여기가 바로 아이돌 별천지로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홍보처럼 느껴져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덕후의 ‘진심’이니.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코엑스 쪽 출구로 나오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건물이 보인다. SM타운이라는 간판이 없다면 대형 명품숍일 것 같은 외관이다. 건물의 절반 이상을 감싸고 있는 초고화질 대형 전광판에서는 SM 아티스트들의 영상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1층 현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기프트숍’이다. 입장은 무료인데 나올 때는 지갑이 탈탈 털려 나오는 곳. ‘슴덕’(SM 아이돌 덕후)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드넓은 매장에는 온갖 공식 굿즈(기념상품)가 가득했다. 캐릭터 인형, 휴대전화 케이스부터 핫팩, 마스크 등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굿즈가 있었다. 한류 관광의 성지답게 외국인도 많았다. 3층 뮤지엄은 유료다. 입장권에는 QR코드가 인쇄돼 있는데 뮤지엄 내 AR(증강현실)존에서 아티스트당 3회씩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다. ‘SM 아카이브’에는 SM에서 지금까지 낸 모든 앨범이 아티스트별로 전시돼 있었다. CD를 꺼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수많은 화보집도 펼쳐 볼 수 있다. 3층의 ‘온 에어’ 표시가 붙은 스튜디오에서는 종종 아티스트들의 방송이 진행된다고 한다. 운이 좋은 팬은 스튜디오 바로 앞에서 방송을 지켜볼 수 있다. 건물 외벽 전광판으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그런 날이면 아티움 앞에 팬들이 운집한다고 한다. 연도별로 SM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해 놓은 공간에 발을 들이자 가수 이수만의 1988년 앨범 ‘뉴 에이지’ 표지가 시선을 강탈했다. 지금의 ‘회장님’이 맞나 싶은, NCT 드림 뺨치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라니…. 뮤지엄의 백미인 ‘아티스트존’은 아이돌마다의 역사를 간직한 물품이 전시돼 있었다. 에프엑스 ‘포 월스’ 분위기를 낸 세트장, 샤이니 ‘줄리엣’의 화려한 가면, 엑소 ‘싱 포 유’에 등장한 세훈의 우주복 등 케이팝 팬이라면 추억하지 않을 수 없는 전시물의 연속이었다. 공연장 뒤 대기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는 실제 아이돌들이 입었던 의상도 있었다. 안무연습실과 녹음실은 뮤지엄으로 새 단장하기 전인 올해 초까지도 실제로 사용한 공간이라고 한다. 5~6층은 ‘홀로그램 뮤지컬’과 콘서트 영상 등을 상영하는 극장이다. 뮤지엄과는 별도 요금으로 운영된다. 6층 한편에서는 전통의 ‘토요오디션’이 지금도 매주 열린다. 슈퍼주니어 희철, 소녀시대 윤아 등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와 데뷔의 꿈을 이뤘다고 한다. 아티움만 보고 갈 수는 없어서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 근처 사옥으로 이동했다. 회장 집무실 등이 있는 건물이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1층은 SM의 트레이드 색상인 ‘핑크’로 곳곳이 장식돼 있었다. 1만 6000원짜리 ‘김떡튀’와 ‘슈주버거’ 등 다양한 메뉴가 있고, 카페에서는 영업 전 SM 직원 대상으로 무료 조식 서비스도 한다. 직원만 출입할 수 있는 2층으로 올라가 맛보기로 둘러봤다. 개방된 1층과 달리 무채색의 깔끔한 내부 디자인이다. 뻥 뚫린 라운지와 투명유리 칸막이의 십수개 회의실마다 직원들이 있었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은 기획사라 그런지 앞서 방문한 기획사들보다 활기가 느껴졌다. 그중 한 방에서는 신입사원 면접이 한창이었다. 혹시 제2의 이수만을 꿈꾸는 지원자는 없었을까. SM은 삼성동 사옥(커뮤니케이션센터)과 아티움 외에 청담동 스튜디오센터와 압구정동 셀러브리티센터를 갖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곳을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가득 안고 SM 탐방을 끝냈다. 팬이 아닌 사람이라면 거창하게 꾸며 놓은 아티움을 보고 ‘상술’일 뿐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돌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금전적 이득 너머 어떤 ‘꿈’을 창조해 내겠다는 의지가 덕후 기자에게는 느껴지는 듯했다. 글 사진 tintin@seoul.co.kr
  • 6년 만에 1440억원 매출 스포츠 브랜드 ‘짐샤크’ 창업한 26세 청년

    6년 만에 1440억원 매출 스포츠 브랜드 ‘짐샤크’ 창업한 26세 청년

    이렇게 말간 웃음을 짓는 이는 영국 젊은이들에 인기를 끄는 스포츠 브랜드 ‘짐샤크(Gymshark)’의 창업자인 벤 프랜시스(26)다. 6년 전 대학을 다니며 피자를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브랜드를 창업해 올해 매출만 1억 파운드(약 1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버밍엄의 아스턴 대학을 다닐 때 아침에 등교했다가 오후 일찍 하교해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피자를 배달하며 창업 구상을 가다듬었다. 프랜시스는 30일(현지시간) BBC 인터뷰를 통해 “배달 일을 하면서도 브랜드에 관한 메일 답신을 보내곤 했다. 귀가하면 홈페이지를 만들고 제품 디자인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창업 전에도 돈 버는 데 소질을 보였다. 10대 초반에 이미 자동차 등록 번호판을 판매하는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피트니스를 좋아해 아이폰으로 피트니스 훈련 과정을 체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둘이나 만들어 그 중 하나로 8000 파운드를 벌었다. 이렇게 2년 눈코 뜰 새 없이 살았더니 연간 수입이 25만 파운드로 불어났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과 피자헛의 아르바이트 일을 그만 뒀다.짐샤크의 창업 아이디어는 건강식품 등을 다 써본 피트니스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소매 사업이었다. 프랜시스는 “피트니스에 갈 때마다 눈여겨봤다. 어떻게든 피트니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결합시키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직접 옷을 제작하지 않으면 이윤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아울러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찾기가 쉽지 않아 “직접 만들어보지 뭐”라고 생각했다. 형제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봉제 기계와 스크린 프린터를 사들여 아버지 차고에서 봉제 일을 배우며 만들었다. 그는 “하루 10건의 주문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종일 일해야 12~15벌을 지었다. 하지만 배우는 건 엄청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거창하게 사업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커졌다. 피트니스를 즐기는 10대들은 성인과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점을 눈여겨봤다. 성인들은 어떻게든 근육을 커보이게 하는 옷을 선호하는 반면 10대들은 날씬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다음은 가격 설정이 관건이었는데 그는 무작정 “20파운드면 내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렇게 6년이 흘러 짐샤크는 12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웨스트미들랜드주 솔리훌 본사에만 215명을 고용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속 성장의 비결은 소셜미디어를 영리하게 이용한 결과였다. 렉스 그리핀스나 니키 블랙키터처럼 유명 보디빌더나 피트니스 마니아를 ‘인플루엔서’ 삼아 공짜로 제품을 보내주고 소감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게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이들이 낸 소문은 엄청난 영향을 미쳐 매출이 치솟았다. 이렇게 해서 인스타그램 240만명, 페이스북 15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게 됐다. 인플루언서가 팬들과 만나 함께 즐기는 행사를 자주 열어 호흡하게 함으로써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브랜드 역시 해외 진출이 목표다. 이미 매출의 40%는 미국이 담당하는데 현재 11개국에 진출한 온라인 판매망을 2020년까지 25개국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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