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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령군수 보궐선거 혼탁·과열

    오는 27일 실시되는 보궐선거가 혼탁·과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특정 후보를 도와주기 위해 위장전입과 식사접대 등 불법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의령군수 보궐선거를 앞두고 친·인척을 무더기로 위장 전입시킨 혐의로 A(53·의령군청 공무원)씨 등 3명과 거창군 도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자의 지지를 부탁하며 선거구민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김모(63)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A씨는 지난 4일 사위와 딸 등 친·인척 14명을 위장 전입시켜 거짓으로 부재자 신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처남(47)도 자신과 배우자 등 3명을 위장 전입시켜 부재자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회사 직원 B(40)씨도 지난 7일 허위로 자신과 배우자, 자녀 등 3명을 전입 신고해 선거인 명부에 등재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 선관위는 또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쯤 의령군 모 음식점에 지역 모 단체 회원 17명을 모아놓고 식사를 대접하며 특정후보 지지를 부탁하고 25만 2000원의 식사비를 지불한 혐의로 이 단체 전·현직 간부 2명도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이 식사자리에 특정 후보가 참석해 회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지지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음식물을 제공받은 회원에게 1인당 음식값 1만 4820의 30배인 44만 4600원씩 모두 666만 9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씨는 지난달 8일과 12일 산청지역 식당에서 2차례에 걸쳐 선거구민 29명에게, 지난달 10일 합천지역 식당 2곳에서 22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특정 후보자의 지지를 부탁하며 모두 150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선거구인 거창군과 떨어진 산청과 합천 지역 식당으로 유권자들을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말했다. 선관위는 음식물을 제공받은 이들에 대해 음식값의 3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10·27 재·보궐선거는 전국 6곳에서 실시되며 기초단체장 선거는 의령군과 광주 서구 등 두 곳이다. 경남 거창군에서는 도의원 보궐선거(제2선거구)도 실시된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맘마미아 감동 다시 느껴보세요”

    “맘마미아 감동 다시 느껴보세요”

    ‘맘마미아’ ‘댄싱 퀸’ ‘생큐 포 더 뮤직’ ‘워털루’ ‘아이 해브 어 드림’…. 1970년대 세계 팝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스웨덴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 1982년 해체된 아바를 가장 훌륭하게 재연해냈다고 평가받는 트리뷰트 밴드(특정 뮤지션이나 밴드를 기리기 위해 그들의 음악, 의상, 목소리 등 모든 것을 따라하는 밴드) 아바걸스가 한국을 찾는다. 2008년 두 차례 내한 이후 2년 만이다. 22일 오후 3시 30분과 8시 서울 홍지동 상명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공연 제목은 ‘아바걸스 내한공연 맘마미아 그린 콘서트’. 아바걸스는 공연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영국 런던의 어린이재단과 환경센터에 기부한다. 이번 내한공연 때도 국내 녹색소비자연대 등과 함께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모색한다. 환경에 유해한 형광물질이 담긴 야광봉은 공연장 ‘출입금지’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스모그 효과도 쓰지 않는다. 홍보 전단은 재생지로 만들었다. 1부에서는 보컬리스트 클레어 루이스가 나와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시카고’ 등 유명 뮤지컬의 인기 노래를 모은 갈라쇼 ‘매직 오브 뮤지컬스’를 선물한다. 2부에서는 아바걸스와 함께 아바의 명곡 14곡을 즐길 수 있다. 1995년 결성된 아바걸스는 킴 그레이엄(아바의 프리다 역할), 켈리 밸런스(아그네사), 랠프 앤서니 레이슨(비욘), 마크 도슨(베니)으로 구성된 영국 4인조 밴드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미국 등 전 세계 20여개국을 돌며 35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왔다. 200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바 트리뷰트 공연을 처음 열었으며 이후 해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고 있다. 내한공연을 준비한 이광호 대표 프로듀서는 19일 “이번 콘서트는 세대가 서로 다른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면서 “거창하진 않지만 환경에 대해 작은 실천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만~7만원. (02)2287-7186~7.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중국의 한글공정/노주석 논설위원

    중국은 툭하면 공정(工程)이란 용어를 쓴다. 대표적인 것이 동북공정. 엄연히 한국사인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지방정부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이다. 여기서 공정이란 일이 진척되는 과정이나 정도를 가리키는 우리 말 의미보다 영어의 프로젝트 개념이 강하다. 거창한 사업에만 공정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아니다. 체면을 세워주는 ‘면자(面子·체면)공정’, 지방관료의 치적을 알리는 ‘수장(首長)공정’, 외관의 치장에만 매달리는 ‘형상(形象)공정’ 같은 사소한 데도 붙인다.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한글공정’이 누리꾼들로부터 난타당하고 있다. 사태는 중국이 조선어국가표준워킹그룹을 구성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휴대형 기기와 PC 키보드용 한글입력 표준 등 4가지 한글표준 마련에 착수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해 촉발됐다. 중국 측은 조선족 등 자국 내 56개 소수민족에 대한 자판입력방식의 표준화 작업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동북공정에 놀란 반(反)중국 정서가 또 한 번 자극을 받았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트위터에서 “진실로 귀한 것을 귀한 줄 모르면 도둑이 그것을 훔쳐 간 뒤에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중국이라는 도둑이 이를 훔치려는 마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원색적으로 쏘아붙였다. 트위터 팔로어 수 37만명으로 1위를 달리는 이씨는 역사에 이어 고유문자까지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통탄했다. 딱한 일이다.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얼 했다는 말인가. 전문가들은 한글 종주국인 우리가 중국이 정한 표준에 맞춰 한글을 입력해야 하는 비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표준화된 단일 한글자판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휴대전화는 국내에 2000만대, 북한에 18만대가 보급돼 있다. 200만 중국 조선족도 잠재적 소비계층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기기 한글 자판시장은 삼성(55%), LG(15%), 팬택(13%) 등으로 삼분사열돼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어제 한글공정은 ‘중국, 네 탓’이 아니라 ‘한국, 내 탓’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관련 특허가 400여개에 이르는 등 제조업체 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15년째 표준화가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중국 캠페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오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글자판 국가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정부도 화답했다. 여당이 오랜만에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한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KTX 김천(구미)역 새달 1일 운행 시작

    경북 김천의 교통지도가 다음 달 1일 KTX 김천(구미)역 개통과 함께 확 달라진다. 13일 김천시에 따르면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오는 28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식을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김천시 남면에 건설 중인 경부고속철도 김천(구미)역이 준공돼 김천은 본격적인 KTX 시대를 맞게 된다. 인근 구미도 마찬가지다. ●주중 36회·주말 44회 정차 코레일은 김천(구미)역에 평일(월~목요일) 기준으로 36회, 주말(금~일요일)엔 44회 정차할 예정이다. 상행선(서울 방면) 첫 열차는 오전 7시 10분, 마지막 열차는 밤 11시 39분에 선다. 하행선은 오전 6시 58분, 밤 11시 30분이다. KTX 운행시간은 김천(구미)역을 중심으로 서울까지 1시간 20분, 부산까지 1시간 5분이 각각 소요된다. 지금까지는 경부선의 경우 서울까지 새마을호가 2시간 30분, KTX는 2시간 정도 걸렸다. 요금은 서울까지 주말 3만 3000원, 주중 3만 1100원이다. 부산은 주말 2만 2200원, 주중 2만 700원으로 정해졌다. ●서울까지 1시간20분… 40분 단축 KTX 김천(구미)역 개통으로 인근 상주·칠곡·성주·문경·전북 무주·경남 거창·충북 영동 등지의 접근성도 크게 높아지게 됐다. 칠곡과 성주는 국도 4호선, 상주는 국도 3호선,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은 국도 3호선, 충북 영동은 국도 4호선을 각각 이용하면 경북드림밸리를 관통하는 지방도 913호선을 통해 바로 KTX 김천(구미)역에 닿을 수 있다. ●주요 도시 나들이 시간 단축 기대 따라서 이들 지역 주민들의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주요 대도시 나들이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됨은 물론 지역 발전 가속화와 주민 생활 여건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KTX 김천(구미)역이 개통되면 경부선을 따라 하루 8회 왕복하던 기존 대전~김천~동대구간 KTX열차는 운행이 중단되고, 새마을호는 운행구간이 축소된다. 하지만 무궁화호는 현행대로 운행된다. 김천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부고]

    ●이상곤(오상산업 대표)씨 부인상 준형(오상산업 대표)씨 모친상 정동석(스포츠서울데일리 경영기획실 과장)씨 장모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7시30분 (02)3010-2294 ●최한승(사업)한중(진화기술공사 회장)한용(삼성서울병원 원장)씨 부친상 1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2)3410-6902 ●김분도(대우증권 고객자산운용부 파트장)씨 장모상 9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30분 (02)2650-2749 ●이상탁(김이안치과 원장)씨 모친상 민병성(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이효식(이효식내과의원 원장)씨 장모상 1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30분 (02)3010-2266 ●유천상(거창고 교사)지상(학원 원장)씨 부친상 이경종(한양대 교수)김성민(동국대 〃)씨 장인상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30분 (02)2227-7580 ●최우종(사업)세종(삼도 회장)화종(사업)씨 모친상 김진우(사업)이기영(〃)씨 장모상 11일 천안 단국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10시 (041)550-7185 ●심장섭(로움코리아 명예회장·예비역 공군 소장)씨 별세 수연(에코티크 대표이사)씨 부친상 이재현(이베이아시아태평양 대표이사)씨 장인상 11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4일 오전 5시 (02)2227-7550
  • 방통위, 제3기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 위촉

    방통위, 제3기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 위촉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8일 인터넷주소 등록·사용과 관련된 분쟁 조정업무를 수행하게 될 ‘제3기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향후 운영방안 등에 대해 간담회를 개최했다.이번 위원회는 위원장 조태연 조앤파트너스 변호사를 비롯해 이대희 고려대교수, 남호현 변리사, 최성준 수석부장판사 등 24명으로 구성됐다.방통위 관계자는 “인터넷주소 분쟁은 기존 오프라인의 상표 등과 밀접하게 관련될 뿐만 아니라 새 한글인터넷 도메인이 서비스 되면 인터넷주소 분쟁도 크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쟁조정위원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공정·원활하게 분쟁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한편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임기는 2013년 10월 7일까지 3년간이다.▼ 이하 제3기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현황▶ 위원장 조태연 조앤파트너스 변호사▶ 학계 백승민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문철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 정찬모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조계 김운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도두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후동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장덕순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조경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최성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판사 김후곤 창원지검 거창지검장(부장검사) 남상봉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변리사 김종윤 특허법인신세기 변리사 남호현 바른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안상배 와이에스장합동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이덕재 특허법인 화우 변리사 조철현 우리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허정훈 제이에이치허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전문가 서정일 대한상사중재원 분쟁종합지원센터장▶ 정부 이상철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장 강경호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팀장 홍진배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정책과장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사람들이 ‘강남적인 무엇’ 내세우는 까닭은?

    사람들이 ‘강남적인 무엇’ 내세우는 까닭은?

    부러움이건 질시건 농담이건 간에 ‘강남’에 대한 얘기들은 많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 거주 목적의 비닐하우스 90%가 몰려 있는 곳이 또 강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왜 ‘강남적인 것’을 구분하는가. 도대체 ‘강남적인 것’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인가. ●이동헌·이향아씨 공동 발표 7일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에서 열리는 ‘2010 서울학 정례발표회’에서 이동헌(영국 런던대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이향아(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박사과정)씨가 공동 발표하는 연구논문 주제다. 두 연구자는 ‘경계 짓기’(Making Boundaries) 논리에 따른 ‘심상 규모’(Cognitive Scale)에 초점을 뒀다. 즉 ‘강남적인 것’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강남의 영역이 바뀐다는 주장이다. 경계 짓기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distinction) 전략을 떠올리면 이해가 좀 더 쉽다. 예컨대 묶인 밧줄이 찍힌 사진을 그냥 제시했을 경우 노동자 계급은 이게 뭐냐고 밀쳐버리고 만다. 반면 부르주아 계급은 어떻게든 뭔가 거창한 설명을 달아 두려 한다. 이것이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 짓기다. 계층 간 차별화 전략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쉽게 말해 ‘좀 더 있어 보이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계 짓기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강남 거주자는 강남지역을 좁게 한정 두 젊은 연구자들은 ‘강남적인 것’의 실체를 찾기 위해 183명을 설문조사했다. 우선 서울 지도를 펼쳐 놓은 상태에서 각자 생각하는 강남 지역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강남 거주자는 좁게, 강남 비거주자는 넓게 그리는 경향이 확인됐다. 언론 등에서 흔히 ‘강남 3구’라 일컫는 강남·서초·송파 3구 전체를 표시한 사람은 불과 4%였다. 그나마 강남 비거주자는 3구를 대략 포괄하도록 그린 데 반해, 강남구 거주자는 강남구만을 강남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서초구 거주자는 서초구 일부도 포함시켰고, 송파구 거주자 역시 잠실 일부 지역을 강남에 포함시켰다. 이는 강남 지역 안에서도 강남에 대한 ‘지리적 인식’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강남 이미지’ 차이와 연결된다. 강남 비거주자는 ‘강남=비싼 땅값, 땅투기, 졸부, 외제차’를 떠올렸다. 반면 강남 거주자는 ‘강남=학력, 직업, 직위’라고 답했다. 강남 거주자들은 단순히 부(富)뿐 아니라 일정 정도 학벌에 사회적 지위까지 갖춰야 강남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의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강남 비거주자는 강남에 대해 ‘탈세, 사교육 과열, 오만, 성형미인’을 많이 꼽았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강남 거주자는 ‘효율, 자녀에 대한 헌신, 진취, 세련’이라고 답했다. ●강남 안에서도 경계짓기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강남 거주자 8명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다. 이들은 “대치(동)나 은마(아파트)는 강남이 워낙 비싸서 젊은 사람들이 몰려간 곳” 정도로 치부했다. 강남 안에서도 구분 혹은 경계 짓기, 즉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남적인 무엇’을 내세우는 것은 욕망의 사다리에서 좀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계 짓기 전략과 다름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동의 여부를 떠나 지정학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한국 사회의 ‘뜨거운 영역’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연구결과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자축구부 훈련비 지원…경남, 4개 학교 총 1억여원

    경남도는 30일 17세 이하 세계여자청소년축구 우승에 공을 세운 함안 대산고등학교를 비롯해 여자축구부가 있는 도내 4개 학교에 모두 1억 2000만원의 훈련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도는 함안 대산고에 5000만원, 함성중학교에 3000만원, 창원 명서초등학교와 거창초등학교에 각 2000만원을 지원한다. 경남도는 또 세계여자청소년축구 우승에 기여한 함안 대산고 여민지·이정은 선수와 김은정 감독에게 300만원씩의 장학금을 수여한다. 장학금은 이날 함안군에서 여민지 선수 등의 귀국 환영 행사가 열린 가운데 김두관 지사가 직접 전달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모닝 토크] ‘제2창업’ 나선 정식품 김성수 대표

    [모닝 토크] ‘제2창업’ 나선 정식품 김성수 대표

    “얼마 전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다른 거창한 타이틀보다도 1루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야구를 하면서 그야말로 ‘도인’이 다 된 듯합니다. ‘제2의 창업’에 나선 우리 정식품에도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7일 서울 회현동 정식품 본사에서 만난 김성수 대표이사는 요즘 회사가 사활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중국법인(베이징) 설립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건강을 위해 하루 2~3개씩 베지밀을 챙겨 마신다는 김 사장의 얼굴에는 두유의 본고장인 중국에 베지밀을 본격 수출한다는 자신감도 읽혔다. 1973년 설립된 정식품은 ‘국민두유’로 자리매김한 베지밀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이지만, 그동안 베지밀의 성공에 안주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에 최근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본사 사옥을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이 1969년 베지밀을 처음 개발했던 회현동 터로 옮겼다. 여기에 ▲유아용 이유식 개발 ▲두유와 과즙을 혼합한 컨버전스 음료 출시 ▲여성용 음료 개발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976년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 김성수는 ‘국가 산업 발전에 1등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은 식품용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험도 없는 20대 젊은이가 단박에 성공할 만큼 세상이 그리 만만하던가. 서울 반포의 아파트 가격이 500만원가량 하던 시절에 그는 부모로부터 2000만원을 빌려 투자했다가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 철수하고 말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는 김 사장은 “그렇지만 당시의 실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즈음 한창 베지밀 영업망을 넓혀가던 2세 경영인 정성수 정식품 부사장(현 회장)이 그의 실패 경험을 높이 사면서 경력직원으로 채용했던 것. 김 사장은 1979년 정식품 입사 후 지금까지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영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발품’을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란다. 덕분에 그는 2004년부터 10년 가까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고 있다. 김 사장은 “양준혁을 생각할 때마다 영업 일선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던 지난날이 떠올라 더욱 특별한 느낌”이라고 했다. ‘성공한 기업인’이라 할 수 있는 김 사장이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다. 두유 하나만큼은 정식품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아직까지 베지밀 말고는 기억할 만한 히트상품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정식품을 베지밀로만 기억되지 않는 종합식품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면서 “회사생활의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성실한 젊은이들이 우리 회사에 많이 도전했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연극리뷰] ‘VVIP’ 핵심은 비켜간 언론풍자 코미디

    [연극리뷰] ‘VVIP’ 핵심은 비켜간 언론풍자 코미디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병신 삽질한다.’는 말도 정치적인 말이 되어 버렸어. 이젠 웃을 거리가 없어요.” 뒤이어 저 높은 곳에 계신 ‘그 분’을 풍자하는 코미디를 들려준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걱정말아요. 이런 건 방송에서 안 하니까. 그랬다간 나도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사찰받을지 몰라. 요즘엔 입조심 몸조심이 최선이라고.” 연극 ‘VVIP’(박혜선 연출, 이다엔터테인먼트·극단 전망 제작) 도입부에서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강한철(사진 가운데)이 늘어놓는 넋두리다. 영국 원작을 번안한 작품인데 ‘김제동·김미화 사태’ 등 최근 우리 상황을 녹여낸 솜씨가 제법이다. 집중력 강한 창작 희곡으로 올 상반기 화제를 모았던 ‘루시드 드림’의 차근호 작가가 번안 작업에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강한철은 어느날 프라이빗 뱅크에서 나온 직원 이항복, 오나래에게 불려간다. VVIP 고객으로 특별관리해줄테니 VVIP고객들을 위해 강연 한 번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이항복은 갖은 아양을 떨어대고, 오나래는 슬쩍슬쩍 노출해주면서 강한철의 환심을 사려한다. 서서히 경계심을 늦춰가던 강한철. 그러나 오나래와 술 마시다 마약에 손대고, 오나래를 겁탈하려 든다. 이항복, 오나래의 정체가 이 때 드러난다. 창간을 앞둔 옐로 언론의 편집장과 기자였던 것. 알코올 중독에 마약 중독에 성폭행 미수까지. 창간 특종에 걸맞은 반찬들이다. 강한철은 모든 일에서 쫓겨나고 만다. 블랙코미디인 만큼 진하게 배어 있는 풍자가 좋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원작의 포인트는 도덕성의 잣대로 대중스타의 위선을 쥐락펴락하면서 결국 제 잇속 챙기기에 여념없는 옐로 저널리즘 문제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신정환, MC몽, 4억 명품녀 등 최근 연예계 이슈들을 언론이 어떻게 다루는가를 보면 비틀기를 시도할 대목도 많아 보인다. 4대강, 천안함, 인사청문회, 여당의원 사찰파문 같은 것들보다 연예인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왜 그리 유독 거창한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 말이다. 그런데 작품이 던지는 한국적 상황은 도입부의 코미디에만 그치고 만다. 정작 언론 문제를 건드리질 않으니 극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극 막바지에는 부활을 노리는 강한철의 개인적 욕망만 남는다. 그에게도 언론 시스템에 ‘놀아난’ 희생자적 성격이 있음에도 말이다. 블랙 코미디의 좋은 소재가 눈앞에 있는 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폐광지 삼척 ‘와인메카’ 변신 시동

    ‘동굴의 고장’ 강원 삼척시가 천연동굴과 폐갱도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와인산업에 팔을 걷어 붙였다. 삼척시는 폐광지역인 도계읍의 특화 대체작목으로 자리잡은 ‘머루와인(끌로너와)’의 상품성을 높이고 와인산업을 고부가가치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의 특수성을 살린 명품 와인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시가 주목하고 있는 신상품은 ‘동굴와인’과 ‘아이스와인(Ice Wine)’이다. 동굴와인은 천연동굴이나 탄광지역의 폐갱도가 많은 ‘동굴도시’의 특수성을 와인 상품 개발에 접목시키는 방법이다. 와인은 최적의 보관 온도가 13도인데, 삼척지역 곳곳에 산재해있는 동굴이나 폐광 갱도가 와인의 숙성과 보관에 안성맞춤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스와인은 일교차가 큰 도계읍 고원지대의 기후 특성을 활용해 최고급 머루와인을 생산하겠다는 취지에서 상품화한다. 실제로 해발 600m 고원지대에서 생산되는 삼척 도계지역의 머루와 포도는 맛과 당도가 뛰어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존의 신리 너와마을에서 생산되는 ‘끌로너와’는 지난해 강원지역 와인 품평회에서 최고의 맛과 향을 지닌 금상 수상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대수 삼척시장은 “동굴와인과 아이스와인의 상업성과 성공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16,17일 이틀간 도계읍 신리너와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 등 5명이 색다른 와인상품 개발에 성공한 전북 무주군과 경북 청도군, 경남 거창군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며 “머루와인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머루 생산을 위한 시설에서부터 가공, 포장, 마케팅 전반에 지속적인 지원을 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삼척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세대공감] 포기할 수 없는 유혹, 군것질

    [세대공감] 포기할 수 없는 유혹, 군것질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밥도 못 먹는데 군것질이 웬말이냐며 허전한 입안을 콩 두어 알과 생쌀로 달래야 했다. 자꾸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며 좋아했다. 그러다 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가 큰 맘먹고 사다주신 ‘눈깔사탕’이라도 손에 받아든 날에는 뛸듯이 기뻐하며 사탕을 잘게 쪼개 아껴 먹기도 했다. 시대가 달라져 군것질거리가 넘쳐난다. 밥 먹고 난 뒤 커피와 케이크는 필수라는 사람들, 오후 3~4시를 간식타임으로 정해두고 오늘은 어떤 군것질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 끼니는 대충 먹어도 달달한 디저트를 포기할 수 없는 군것질 마니아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종류는 달라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 군것질에 대한 서로 다른 추억을 들어봤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sam@seoul.co.kr ■ 그땐 그랬지 요즘은 도처에 군것질거리가 널려 있지만 30~40년 전엔 달랐다. 부모님들은 5일에 한 번 열리는 장에서 물건을 팔아 만든 돈으로 자식들 줄 군것질거리를 사오곤 했다. 군것질거리라 해봐야 눈깔사탕이며 엿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장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거창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른들이 안겨주는 간식거리를 받아 들고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수양(49)씨는 군것질 하면 장날 할머니가 나물을 팔아 사다 주시곤 했던 엿가락이 생각난다고 했다. 아침 일찍 장터에 나가시는 할머니를 보며 김씨는 마루 턱에 나와 “나중에 맛있는 거 꼭 사와야 돼.”라며 몇 차례나 다짐을 받곤 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김씨에게 할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책상에 꼭 붙어 공부할 것’을 조건으로 내거셨다. 학교에 다녀와서도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은 날은 목이 빠져라 동네 어귀만 내다보며 동구 밖 들길을 건너 오실 할머니를 기다렸다. 약속한 공부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할머니 손에 들려올 군것질거리만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다 늦어지는 할머니를 기다리지 못하고 잠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땐 아침 잠자리에서 머리맡에 놓인 엿봉지를 발견하고는 깜짝선물이라도 받은 양 기뻐했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놓여져 있는 엿을 보고 좋아하며 아침부터 다디단 엿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 즐겼던 군것질거리를 요즘엔 별미로 즐기기도 한다. 당시에는 배가 고파 ‘맛도 없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먹을거리에 추억까지 더해 별미로 즐기기도 한다. 강원 강릉에 사는 오창수(58)씨는 씹으면 씹을수록 쫀득쫀득해지던 ‘밀껌’이 군것질거리로 최고였다고 돌이켰다. 6월 보릿고개 막바지, 밭에 누렇게 밀이 익어가면 아이들은 밭두렁에서 익어가는 밀 목을 따 손바닥으로 비벼 알곡을 추린 뒤 질겅질겅 씹으며 허기를 견디곤 했다. 지금은 밀밭이 거의 사라져 다시 해보기도 어려운 풍경이 돼 버렸다. 친구들과 서리한 콩을 구워 먹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저물녘, 동네 친구들과 소를 몰고 돌아오다가 길가 콩밭에서 잽싸게 콩 대를 한 웅큼 후려다가 모닥불을 지펴 구워 먹곤 했다. 살짝 구운 깍지를 벗기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을 호호 불어서 먹을 수 있었다. 검게 그을린 깍지를 벗기던 손으로 땀을 닦고 코를 비비다 보면 어느새 얼굴은 검댕 칠갑이 되었고, 그런 모습들을 쳐다보며 깔깔 웃느라 날이 저무는 것도 몰랐다. 여름이 되면 아이들은 대바구니에 호미를 챙겨 들고 바다 갯벌에 나가 조개를 주워 모았다. 바지런히 호미로 긁어대면 어렵잖게 두어 사발의 조개를 캘 수 있었다. 저녁이 되면 마당에 멍석을 펴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여름 별미로 조개칼국수를 즐겼다. 칼칼한 국물에 풋풋한 애호박이 들어간 칼국수와 함께 찐감자를 곁들이면 더위에 지친 여름밤이 넉넉하고 안온했다. 초가을 무렵, 감나무 밑에 뒹구는 맛이 덜 든 땡감을 주워 먹던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오씨의 어머니는 아직 덜 익어 떫기만 한 감을 먹는다며 나무라셨지만 텁텁한 대로 허기는 면할 수 있었고, 더러는 그렇게 주워 모은 감을 된장 속에 묻거나 소금물이 담긴 독에 며칠씩 넣어뒀다 떫은 맛이 가시면 꺼내 먹곤 했다. 오씨는 “지금도 칼국수는 많지만 예전에 흔하디 흔했던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보다는 못하다.”면서 “지금은 그러고 싶어도 되찾을 수 없는 음식들이 돼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 요샌 이래요 고등학교 2학년인 김미희(17)양은 교문 앞 포장마차에서 파는 일명 ‘마약 토스트’에 푹 빠졌다. 구운 식빵 두 장 사이에 노란 치즈 한 장 달랑 들어간 간단한 음식이지만 김양네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토스트에 마약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김양은 “엄마가 아침에 밥을 먹고 가라고 해도 뿌리치고 일부러 토스트를 사 먹고 등교할 정도”라면서 “학교에 일찍 도착한 다른 친구들이 들어올 때 토스트를 사다 달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말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등굣길에 토스트를 먹지 못한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이 ‘마약 토스트’를 찾아 담장을 넘는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등교시간이 지난 후에는 교문을 닫는 학교규칙상 쉬는 시간에도 학교 밖을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담장을 넘다 선생님께 걸리기라도 하면 벌점을 받거나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하지만 학생들은 결코 마약 토스트를 포기하지 못한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마약 토스트’를 매점에서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문 바로 앞에 있는 토스트집까지는 교내로 간주하도록 교칙을 개정하자.”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하며 깔깔대곤 한다고 전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윤규현(28)씨도 학교 앞 명물간식을 기억하고 있었다. 윤씨가 다녔던 서울 한남동의 한 중학교 앞에는 모든 메뉴를 1000원에 파는 일명 ‘1000원 분식점’이 있었다. 라면, 쫄면, 떡볶이, 김밥 등 다양한 메뉴를 파는 분식점이었는데, 모든 메뉴가 통일된 가격 단돈 1000원이었다. 점심을 먹고도 금세 배가 고파지는 학창시절, 윤씨와 친구들은 하루에도 2~3번씩 그곳을 찾았다. 수업이 끝나고 귀가하는 길에 들러 라면 한 그릇씩을 비우고는 다시 학원가는 길에 찾아가 쫄면을 시켜 먹는 식이었다. 다른 분식점에 비해 절반 수준의 가격이라 부담이 없었다. 워낙 가격이 싸고 인기가 좋아 한때 학생들 사이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가져온다.”는 등의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1000원 분식점의 인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윤씨는 “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분식점은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면서 “물가가 많이 올라 요새는 모든 메뉴가 2000~3000원대지만 여전히 맛이 있어 집에 가는 길에 종종 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희재(26)씨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학교 앞 문방구표 군것질거리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씨가 초등학생이던 10여년 전, 학교 앞 문방구에는 온갖 군것질거리가 다 있었다. 이씨와 친구들은 문방구에 학용품을 사러 갈 때보다 그곳에서 파는 컵떡볶이를 먹으러 갈 때가 더 많았다. 문방구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설탕을 가득 넣어 만든 달달하고 맵싸한 떡볶이와 떡꼬치, 순대꼬치, 얼린 음료수 등 어린 학생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군것질거리들이 가득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학교가 끝나면 문방구에서 간식을 사먹는 아들에게 “불량식품이니 사먹지 말라.”고 말하곤 했지만 이씨는 “당시에 사먹었던 문방구표 간식이 어머니가 해주시는 간식보다 훨씬 맛있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맛있는 떡볶이도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문방구 앞에 앉아 종이컵에 담긴 빨간 떡을 긴 꼬치로 찍어 먹는 재미가 동심을 자극했던 것이다. 어떤 친구는 종이컵 대신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 떡볶이를 모서리에 낸 구멍으로 쏙쏙 빼먹기도 했다. 이씨는 “어머니 말씀대로 불량식품일 수도 있지만 그걸 먹고 자라서 지금 이렇게 튼튼한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과거와 달리 주위에서 쉽게 군것질거리를 구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대학생 이지원(21·여)씨는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외국산 간식을 즐겨 찾는 ‘희귀 군것질거리 마니아’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에 가면 수입식품 코너가 있지만, 이곳의 한정된 상품은 이씨의 군것질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이씨는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미국산 초콜릿잼, 일본에서만 파는 쿠키 등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곤 한다. 장에 가신 할머니 쌈지에 담겨 오는 군것질거리를 기다리듯 이씨는 주문한 간식 택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이씨의 어머니는 “집에도 먹을거리가 이렇게나 많은데 엉뚱한 데 돈을 쓰느냐.”며 핀잔을 주지만 이씨는 오늘도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군것질거리를 탐색한다. 이씨는 “한국에서 팔지 않는 간식을 찾는 것은 맛도 맛이지만, 새로운 것을 접하고 먹어보기 위한 호기심이 더 크다.”면서 “군것질거리를 찾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일종의 재미인 만큼 이제는 하나의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 “예산 조기집행으로 재정 수입 감소”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방재정 조기집행이 지방자치단체 금고의 이자수입 감소를 불러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남도의회 김해연 의원은 12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조기 집행이 지자체 금고의 예금 잔액 감소와 이자 수입 감소로 이어져 재정 악화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방침에 따라 지자체가 앞다퉈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면서 지난해 경남도와 시·군의 이자수입 감소는 모두 514억 5200만원에 이른다. 경남도의 경우 도금고 이자 수입이 예산 조기 집행을 하지 않았던 2007년 336억 7300만원에서 2008년 403억 3100만원으로 늘었다가 예산 조기집행을 한 지난해에는 오히려 전년도 절반 수준인 200억 7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18개 시·군을 합친 이자 수입도 2008년 1301억 2만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989억 2900만원으로 311억 9100만원이 줄었다. 시·군 가운데 통합 창원시의 이자 감소가 66억 8200만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양산시 54억여원, 김해시 50억여원, 진주시 35억여원 등의 순이었다. 농촌 지역인 합천군도 28억원, 거창군 22억여원, 남해군 18억여원, 하동군도 16억여원의 이자가 감소했다. 김 의원은 경남도가 지난해 재정 조기집행에 따라 202억원의 이자수입 감소를 본 대신 포상금으로 받은 특별교부세는 14억여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자립도가 경남도 34.2%, 시지역 38.4%, 군지역 15.1%로 모두 열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예산 조기집행으로 상반기에 재정의 70% 가까이를 쓰고 나면 하반기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돼 채권 발행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지나친 조기집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국 다른 지자체도 비슷하다. 경기도의회 이재준 의원도 최근 경기도와 시·군의 지난해 전체 예산은 40조 4399억 8100만원으로 전년도보다 3조 3530억 8500만원이 늘었으나 이자수입은 2307억 9800만원으로 오히려 1148억 7000만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예산운용 방법 등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도 이자수입이 대폭 떨어진 것은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영향 탓으로 보이며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압박이 어려운 지방재정의 이자수입 감소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전국종합·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부고]

    ●조창화(의령군청 공보담당·전 경남매일 논설위원)창현(신세계백화점 지원본부 기획담당 상무)씨 부친상 9일 진주 경상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55)750-8651 ●김용조(익산시청 도시계획계장)씨 부친상 조남준(전 월간조선 이사)씨 장인상 10일 원광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63)855-1734 ●신자선(대동일렉트릭 대표이사)문선(미국 거주)씨 모친상 김진동(전 강원 동해시장)진정수(한진해운 상무)씨 장모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30분 (02)3010-2295 ●박우상(사업)우성(삼호 상무)씨 모친상 이종영(성창기업지주 감사)김창로(전 한국생활환경시험 연구원장)씨 장모상 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31)787-1501 ●허철(프로디에셋 대표이사)신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씨 부친상 신철기(사업)우제학(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본부 부장)이교식(사업)이준환(MBC프로덕션 콘텐츠사업부장)씨 장인상 1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2)3010-2294 ●김영회(세계환경신문사 논설위원)씨 별세 태억(아리랑TV 제작팀 차장)씨 부친상 안준석(KT 차장)김진성씨 장인상 1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2일 오전 6시 (02)3410-6912 ●지훈상(전 대한병원협회장)씨 장모상 9일 강남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30분 (02)2019-4001 ●전상현(헌법재판소 연구관)씨 부친상 김종진(자영업)김재웅(일진그룹 홍보팀 부장)씨 장인상 10일 경남 거창장례식장, 발인 12일 오전 6시 (055)944-4444
  • 죽음, 유쾌한 기억으로 덮다

    죽음, 유쾌한 기억으로 덮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저마다 다르죠. 가장 큰 고통은 아마 그 누군가를 실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겠죠.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살아갈까. 기억의 힘이 아닐까. 기억이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고도 하는데, 만약 잊어버리게 된다면 더욱 슬프지 않을까요?” “충격이란 말이죠, 받아들이는 쪽에서 마음만 먹으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발명한 게 아니라 충격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개발한 겁니다.” 윗글에서 충격 대신 그 자리에 ‘죽음’이란 단어를 넣어보면 어떨까. 죽음과 같은 최후의 충격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마음만 먹으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을 때 수능 공부하듯 밑줄 쫙 그으며 읽을 필요는 없지만 소설가 김중혁(40)이 들고 온 첫 장편 소설 ‘좀비들’이 주는 위안은 이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죽음의 개인적 고민 풀고 싶었다 가족은 물론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주인공 채지훈이 형의 유일한 유품인 LP판을 듣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에 설치한 플레이어의 이름은 ‘허그 쇼크’. 충격을 방지해 음악이 튀지 않게 해주는 이 기계를 만들어 파는 업자의 설명은 소설이 죽음에 대해 견지하고 있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고 외국에 나가면 공동묘지를 둘러보기를 즐긴다는 그는 “‘죽음이란 뭘까’ 하는 개인적 고민을 풀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펭귄뉴스’로 등단한 지 10년 만에 첫 장편이라니. 주제도 묵직하게 죽음이고, 제목도 거창해 음산한 장르 소설의 냄새를 풍기지만 여기까지다. “사람을 피해 안테나 감식반 일을 선택”한 지훈은 ‘스톤 플라워’라는 록그룹의 음악을 매개로 뜻밖의 친구들을 사귄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뚱보130, 번역가 홍혜정과 만나 유사가족을 형성하게 되고 자연스레 고리오라는 이상한 마을로까지 흘러든다. 이곳에서 그와 친구들은 밤마다 출몰하는 좀비들, 아니 과거의 기억들과 사투를 벌인다. “처음에는 살육이 벌어지고 하는 걸 구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그런 걸 잘 못하더라고요(웃음).” 소설 속의 좀비들은 그저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오며 “우웨우웨”하는 이상한 소리를 낼 뿐 그닥 공포스럽지 않다. 그래서인지 등장 인물들의 태도는 여유작작이다. 문 밖에 좀비들이 득실거리는데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카페에서 세 시간째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들뜬 마음을 안고 몇 년 만에 작은 언덕으로 소풍을 나온 사람들”처럼 허튼 질문과 실없는 농담만 뱉어낸다. 어찌보면 심각한 상황인데 웃음이 기침처럼 터진다. ●소설 통해 비로소 나를 정리 죽은 자도 산자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인 좀비들은 끈질기게 달라붙는, 죽거나 떠나간 이에 대한 기억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저마다 다르죠. 가장 큰 고통은 아마 그 누군가를 실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겠죠.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살아갈까. 기억의 힘이 아닐까. 기억이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고도 하는데, 만약 잊어버리게 된다면 더욱 슬프지 않을까요?” 소설은 말한다. 공동묘지의 십자가는 누군가가 땅에 더해진 “더하기”일 뿐이라고,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 기억과 같이 가는 한, 우리는 슬프지 않다고. 좀비가 되어 지훈을 쫓게 된 뚱보130과 지훈이, 열광해 마지않던 ‘스톤 플라워’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함께 달려가는 마지막은 작가 자신이 “상상해낼 수 있는 최고의 해피엔딩”이다. 타인을 가족으로 맺어준 음악은, 그 음악에 대한 기억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시하게 하며 여전히 살아갈 용기를 준다. ‘좀비들’을 머릿속에서 빼내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단다. 그는 첫 장편소설을 냈다는 기쁨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주눅들지 않고 나타낼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에 물들어 있었다. “옛날에는 좀 무서웠어요. 이렇게 써도 될까. 내가 나를 못 믿는 거죠. 이번 소설을 통해서 나 자신이 정리가 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 이제 뭘 써도 내 스타일로 풀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박혁권 “밑바닥부터 시작한 연기 어떤 상황도 두렵지 않죠”

    박혁권 “밑바닥부터 시작한 연기 어떤 상황도 두렵지 않죠”

    영화배우와의 인터뷰라. 왠지 메이컵 아티스트가 수시로 화장도 고쳐주고, 코디네이터가 옷도 손질해 주는, 그런 거창한 분위기가 생각나겠지만 사실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수수할 때가 더 많다. 그와의 인터뷰는 더 그랬다. 화장은커녕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나타났다. 혹시나 사진 촬영이 있을까봐 옷을 가방에 싸가지고 왔다고 어수룩하게 말한다.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자 “버스요. 서울 시내에서 웬만해선 차를 안 타려고요. 성격 버리잖아요.”라고 짧게 답한다. 바로 저예산 영화의 스타, 독립영화계의 ‘송강호’ 박혁권(39)의 친근한 모습이다. 16일 개봉하는 ‘계몽영화’로 돌아온 그를 최근 서울 통인동의 한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혹시라도 “이 사람, 얼굴은 아는데 어디 나왔더라….”라고 고개를 갸우뚱할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부터 한다. 앞서 독립영화계의 스타란 수식어를 붙였지만 박혁권은 일반 대중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드라마 ‘하얀거탑’,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시실리2㎞’(2004), ‘차우’(2009), ‘의형제’(2010)와 같은 상업영화에서도 얼굴을 내비쳤다. 물론 그의 주무대는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2007),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 등을 통해 마니아 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했는데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까진 안 했거든요. 그냥 관심만 있는 정도? 그런데 학교 졸업하고 극단 산울림에서 단원을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봤어요. 그게 1993년이었어요. 오디션에 통과하고 밑바닥 생활부터 했죠. 이듬해에는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연기 공부를 하게 됐고요.” 여느 배우와 마찬가지로 박혁권도 처음엔 연기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무척 했다고 했다. 연습이 끝나면 우는 게 일이었다. 항상 주눅이 드니 결국 악순환. 물론 시간이 약이었다. 조금씩 시간 흐르면서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고 연극판에서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2004년 영화 오디션을 봤어요. 이왕 시작한 거 더 큰 판에 나가보고 싶었죠. 물론 돈도 필요했고요(웃음). 어차피 연극은 계속 할 수 있으니까 다른 일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거였죠 뭐.” 이때부터 영화와 드라마에 발을 들여놓았다. 연극에 정을 끊기 위해 그 뒤로 연극에 출연하지 않았다. 박혁권은 특히 ‘하얀 거탑’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살면서 이같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또 찍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라고. “사실 드라마는 연극과는 달리 진행이 빠르더라고요. 속이 많이 상했어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술도 많이 먹었죠. 하지만 그런 조건에서도 잘 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잖아요. 지금은 닥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그의 신작 ‘계몽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박동훈 감독의 계몽영화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관통하며 끊임없이 주류지향적인 삶을 욕망한 정씨 집안의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박혁권은 영화에서 이 집안의 사위 ‘김성호’ 역을 맡았다. 영화 주요 배우들 가운데 유일하게 가족 외 인물이다. 어긋난 정씨 집안에 대해 “너희 집안 되게 웃겨.”라고 푸념하는 냉소자인 동시에, 이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이기도 하다. “김성호는 뭐랄까. 자기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순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인물인 것 같아요. 끌려다니는 거죠. 나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스스로 택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해요. 일종의 복수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김성호는 존재감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성호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가족들의 이미지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일종의 조력자라는 것. 그래서 박혁권은 김성호 캐릭터를 ‘배려’란 말로 압축한다. 인터뷰 중간에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계몽’(啓蒙)이 뭔지. 사전적 의미는 지식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치게 한다는 걸 의미한다. 박혁권은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계몽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영화는 특정 상황 속에서 한 어떤 행동들이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그걸 그려내고 있어요. 물론 나중에 후회를 할 수도 있고, 잘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죠. 그러면서 조금씩 배워나가는 거고요. 일종의 계몽이죠. 영화는 그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끝으로 영화의 매력을 물었다. 박혁권은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영화에는 특별한 악인도, 그렇다고 선인도 없다. 그냥 평범한 삼대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갈등 구조를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추지도 않아요. 객관적으로 전개되죠.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요. 이게 영화의 재미고 묘한 매력이죠. 관객들도 담담하고 편안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글 사진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신라의 출발은 6개국 연합이었다”

    서의식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교수가 이번엔 신라사 연구서를 펴냈다. ‘신라의 정치구조와 신분편제’(혜안 펴냄)다. 강단사학계 거물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검토해 나가면서 고조선을 일개 소규모 원시부락 정도로만 치부하던 통념을 버리고 당당한 고대국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한국 고대사의 이해와 국사 교육’<서울신문 4월7일자 21면>에 이어서다. 이번 책도 이런 주장의 연장선 위에 있다. 지금까지 신라에 대한 통설은 사로국이라는 경주 부근 조그만 나라가 주변 여러 부족들을 정복하면서 4세기쯤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고대국가의 틀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를 ‘사로 6촌설’이라 한다. 그러나 서 교수가 보기에 이런 주장의 가장 큰 맹점은 고조선으로부터 이어지는 국가성립발전사가 끊기게 된다는 데 있다. 경주 어느 산골 같은 곳에 살던 부족장 몇몇이 모여 만든 게 신라의 출발이었다고 한다면, 각종 기록에서 드러나듯 중국과 대등하게 겨룰 정도로 강성했던 고조선의 유산은 한순간에 증발한 것이냐고 되묻는 것이다. 멀쩡한 고대국가를 만들어서 수세기 동안 유지해오다 어느날 갑자기 수백년 동안 원시부족 형태로 퇴화했다가 다시 고대국가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무시하는 희한한 논리라는 것이다. 동시에 사로 6촌설은 유독 경주 지역이 그렇게 강성해서 다른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 따라서 서 교수는 신라라는 국가의 출발 자체가 국가 간 연합이었다고 본다. 또 그에 앞서 삼한(三韓) 70여개국이 병립하기 이전에 이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진국(辰國)이 있었다고 본다. 진국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가장 강한 왕이 진국의 왕이 되는 느슨한 연방국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후대에 가서 고조선의 패망으로 남하한 유민들이 몰려들면서 이들 소국이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되고 진국 전체를 통할하는 국가의 성격이 바뀌는 과정에서 신라는 물론, 백제도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신라 왕의 명칭이 처음에는 거서간(居西干)이었던 것도 ‘간(干=王)들의 우두머리’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를 구체적으로 골품제와 연결시킨다. 사로 6촌설을 기반으로 하면, 골품제는 사로국의 지배계급이 곧 신라의 지배계급이란 뜻이다. 그러나 서 교수가 보기에 골품제는 그리 좁은 개념이 아니었다. 연방을 이루던 소국의 왕들과 그 친인척이 골(骨)이었고, 이 가운데 으뜸을 진골(眞骨)로 삼았다고 본다. 또 성골(聖骨)은 신라의 왕이 ‘간들의 우두머리’를 넘어서 좀 더 강화된 권한을 쥐게 되면서 왕위계승자에게 한층 더 높은 신분을 주기 위해 만들어냈던 개념이라고 본다. 그러나 성골은 왕위계승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대상이 좁을 수밖에 없고, 자칫 잘못하면 왕위를 이어받을 성골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성골을 어느 정도 두껍게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이 때문에 왕족 일부에게 갈문왕(葛文王)이란 특이한 지위를 내렸다고 본다. 사로 6촌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던 성골과 갈문왕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할 때 고려로의 전환 또한 매끄럽게 이해된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서 교수의 주장은 한마디로 신라의 성립을 고조선사회의 계기적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창하게 새로 발굴된 유물이나 문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문헌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한번 정교하게 하는 방식을 택할 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객원칼럼] 이재오의 숙제/김동률 KDI 연구위원

    [객원칼럼] 이재오의 숙제/김동률 KDI 연구위원

    화장실 소변기는 누렇게 찌든 얼룩과 코를 찌르는 악취에 곤혹스러웠고, 좁은 사무실에는 ‘가리방’으로 불리는 등사판과 싸구려 갱지가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1980년 말 내가 본 서대문 어느 허름한 건물 꼭대기, 특임장관 이재오의 민중민주연합 사무실의 풍경이다. 단체 이름이야 지금 들어도 거창하지만 실체는 운동가 이재오가 혼자 꾸려 가는 조그만 조직에 불과했다. 그 시절 운동가 이재오는 시국 사건이 터지면, 밤새 등사판으로 저 혼자 만든 성명서를 자전거 뒤에 싣고 가까운 서대문경찰서 기자실로 찾아왔다. 그의 말대로 콧대 높은 기자양반들 해장국 한 그릇 사줄 돈이 없어 담배 한 개비를 권하면서 ‘최근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부탁해 왔다. “민주세력의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한다.” 정도로 끝을 맺는 비분에 찬 성명서는 대개 신문 하단에 1단 크기로 조그맣게 게재되었다. 권위주의 시대, 그래도 게재된 날은 운수 좋은 날이고, 대개는 편집국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그런 날이면 새내기 기자였던 필자와 운동가 이재오는 서로 민망한 얼굴로 바라보다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경찰서 뒤편 전주집에 들러 모주 한 사발로 울분을 삼켰다. 빈 속의 모주에 적당히 불콰해진 얼굴로 고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십대 청년이자 제도권 기자였던 나는 인간 이재오에 대해 나름대로 감동을 느끼고 그를 위해 간곡하게 빌었다. 세월이 흘러 그는 화려한 권력자로 돌아오고 필자는 기자를 그만두고 유학을 다녀와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서로간의 호감을 가진 속내야 어떻든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특히 굴곡으로 가득찬 그의 삶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풋내기 기자였던 필자를 잊어버렸음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는 이미 필자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MB 정부의 핵심 권력이 아닌가. 세월이 흘렀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면서 MB 정권 출범 이후 유배 아닌 유배생활로 워싱턴에 체류하던 그를 연전에 레이건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먼 발치의 그는 (자신에 차지 않는 표정으로)아는 체 다가왔지만 필자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급히 공항을 빠져 나왔다. 너무 커 버린 그와 새삼 아는 척하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항바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는, 그를 세상에 내놓은 일월산의 깡촌, 영양 석보의 버스 대합실 노인의 모습이었다. 이재오는 신산에 가득찬 그의 생이 증명하듯 민주화 과정에서 감옥살이만 다섯 번이나 했다. 은평구 구산동 23평 단독주택에서 이십년 이상을 살고 있다. 그의 삶은 온통 밑바닥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혁명가의 면모를 엿보이는 그가 자신과 너무나 대조적인 MB 정권 창출의 절대 공신이었다는 점은 권위주의 시대를 맞서온 이땅의 민주세력들에게 엄청난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그런 그가 청문회를 통과해 우리 앞에 권력의 실체로 섰다. 청문회는 투기와 위장전입으로 더럽혀진 뻔뻔스러운 얼굴들과는 달리 오히려 그에게는 절대적인 기회가 됐다. “험난한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쳤던 내 삶의 전부를 증언하고,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온 꿈 많은 시골소년의 이야기를 털어놓겠다.”는 그의 말 그대로다. 발가벗겨진 인간 이재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는 자서전에서 “박정희의 사망소식을 듣고 참았던 분노와 설움이 폭발했다.”고 적고 있다. 마음속에 박근혜는 여전히 ‘독재자의 딸’로 각인되어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원리주의자 같은 그가 자신의 꿈을 위해 재벌회사 회장 출신 대통령 만들기에 온몸을 던진 것처럼 이 땅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개발연대도, 박근혜도 감싸 안아야 한다. 권위주의 시대가 남겨놓은 마지막 증오는 동 시대의 큰 희생자인 그만이 해결할 수 있다. 민주화 과정에 맞섰던 지난 시절의 갈등과 증오는 이재오를 끝으로 역사속으로 보내져야만 한다. 그런 ‘특임’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다.
  • 일제강점기 통감·총독 면면을 읽다

    일제강점기 통감·총독 면면을 읽다

    일제 강점기를 떠올리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가능하다. 짐승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일본군 위안부의 치욕을 견뎌왔던 할머니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고 삶의 존엄과 일제의 야만성에 새삼 가슴 저려올 수 있다. 아니면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 혹은 이광수의 매국적인 행위를 다시 접하며 공분을 키울 수도 있다. 또는 조선의 청년을 일제의 야만적인 전쟁터의 부속품으로 내모는 시를 쓰며 자신의 천재적 문재(文才)를 악용했던 다쓰시로 시즈오(達城靜雄) 혹은 서정주를 돌이키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물론 그리 거창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몇 남지 않았을 장삼이사 평범한 어르신들이라도 당시 일제의 지긋지긋함을 증명할 구체적인 유·소년의 사례 몇 가지씩은 충분히 갖고 있다. 친일문제 연구에 천착해온 서울신문 기자 출신의 재야사학자 정일성(68)씨는 약간 다른 곳에서 일제 강점기의 기억을 돌이킨다. 그는 최근 펴낸 ‘인물로 본 일제 조선지배 40년’(지식산업사 펴냄)에서 당시 식민지 조선 지배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했던 일본 제국주의 인물들, 즉 통감과 총독의 면면과 구체적인 행적을 똑똑히 살피고 기록함으로써 일제 식민지배의 야만성과 폭압성, 조선의 백성들이 겪었던 고통의 실체에 접근해 간다. 그는 1910년 이전, 사실상 국권을 상실한 1905년 을사늑약을 실질적인 강점기의 시작으로 본다. 그는 초대 통감이던 이토 히로부미와 그를 이은 두 번째 통감 소네 아라스케를 제외하고 총독을 지낸 8명은 모두 육군, 또는 해군 대장 출신들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조선 지배의 야만성과 폭력성의 또다른 이유라고 분석한다. 지난 2일 정씨를 만났다. 그는 “도대체 일제 시대 통감· 총독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 이러한 인물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총독의 얼굴이 모두 군인이었던 만큼 식민통치가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점기의 역사를 학문적이기보다는 저널리즘의 시각에서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책은 강제 징용, 창씨개명, 강제 동원, 문화재 약탈, 무참한 학살 등을 어느 시대에, 누가 했는지를 여러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실사구시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부역자로서 친일파 관료들의 규모와 내용 또한 여러 자료로 뒷받침하고 있다. 초대 통감이자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그랜드 비전’의 틀을 만든 이토 히로부미를 시작으로, 문화재 약탈을 자행한 2대 통감 소네 아라스케, 강제 병합의 주역인 통감으로 초대 총독까지 겸한 데라우치 마사타케, 3·1만세운동을 학살의 장으로 삼은 하세가와 요시미치(2대 총독), 기만적인 문화통치를 펼친 사이토 마코토(3, 5대 총독) 등 10명의 통감· 총독이 일본에서 갖는 정치적 위상과 성장 배경, 개인적 특징 등을 면밀히 조사해 기록했다. 정씨는 특히 제7대 총독이었던 미나미 지로를 ‘조선의 히틀러’라고 불렀다. “모국어를 빼앗아 정신을 말살하려 했으며, 창씨개명을 주도해 민족의 뿌리까지 빼앗으려 했던 가장 악질적인 총독이었다.”고 말했다. 이력을 다시 들여다 보니 그는 30년 가깝게 서울신문사 기자 생활을 했다. 1985년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메이지유신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관심의 싹을 틔웠다. 그리고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 성과를 쏟아냈다. ‘황국사관의 실체’, ‘후쿠자와 유키치-탈아론을 어떻게 펼쳤는가’, ‘이토 히로부미-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등 ‘인물로 본’까지 포함해 평균 2년에 한 권 꼴로 저서를 냈다. 책 뒤쪽에 일제의 한국 병탄 조약문들을 모아놓았다. 외교권과 사법권을 박탈해가는 일한협약, 한국병합 조약 등을 따라 읽노라면 100년 전 역사 속 우리의 무력함과 치욕감, 그들의 야만적인 폭압에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또한 두 번째 부록으로 통감·총독 시절에 도지사를 맡았던 인물들의 실명이 총독(통감) 임기와 맞물려서 나열된다. 당대의 적극적 친일부역자들의 대표쯤이 되겠다. 객관적 사실의 힘은 그 자체로 절대적이고 감정을 뒤흔든다. 2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톡식 히어로’

    [공연리뷰] 뮤지컬 ‘톡식 히어로’

    10월10일까지 서울 대치동 KT&G상상아트홀에 오르는 ‘톡식 히어로’(Toxic Hero·이재준 연출, 쇼노트·CJ엔터테인먼트 제작)는 대극장 부럽지 않은 소극장 뮤지컬이다. 무대에는 4인조 밴드가 배치됐다. 이들이 연주하는 노래는 그룹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만든 것이다. 1980년대 상업적 팝메탈의 아이콘이었던 밴드가 만든 노래답게 편안하고 안정감을 준다. 배우들도 출중하다. 주인공 멜빈·톡시 역의 ‘만사마’ 오만석은 능수능란하고, 악덕 여시장 등 1인 3역에 더블 캐스팅된 홍지민과 김영주는 각각 능글능글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드러낸다. 멜빈의 짝사랑 상대인 새라 역의 신주연·최우리 역시 섹시하면서도 애교가 넘치는 연기와 발성이 좋다. ‘웨이트 포 유’, ‘김종욱 찾기’ 등 전작에서 발군의 멀티맨 기량을 선보인 임기홍과 ‘파이란’의 멀티맨 김동현은 옷이나 화장 외엔 아무 것에도 관심 없는 새라의 깡통 친구들을 비롯, 교수, 할머니, 경찰, 깡패 등 수십가지 역할을 소화해낸다. 모두가 주연배우다. 여기에다 미국 무대 세트를 고스란히 재연했고, 130벌이 넘는 의상까지 등장하니 웬만한 대작 뮤지컬이 부럽지 않다. 오히려 노래소리만 들리는 대극장과 달리,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의상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소극장만의 장점이 더해진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다. 이야기는 오염 물질을 몰래 들여오고 있던 시장이 환경 문제에 관심 많은 소심한 모범생 멜빈을 제거하려 들면서 시작된다. 시장의 사주를 받은 깡패들은 멜빈을 유독물질 탱크에 처박아 버리지만, 멜빈은 가까스로 살아난다. 온 몸은 흐물흐물 녹았지만 힘만은 장사인 녹색괴물 톡시로 말이다. 톡시는 이제 시장에게 복수전을 펼친다. 환경 문제를 내걸었음에도 보고 나면 “그래서 뭐?”라는 반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무슨 거창한 교훈을 주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주제의식이라도 있었으면 싶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B급 컬트 영화 원작 ‘톡식 어벤저’의 느낌이라도 온전히 살리는 게 나았을 뻔했다. 남자 밝히는 새라는 그럴 듯하지만, 악당의 내장을 뽑아 줄넘기하는 등 톡시의 엽기적 행각은 그다지 부각되지 못한다. 웃음은 되레 교장과 멀티맨 연기에서 쏟아진다. 배우와 무대의 호사스러움에 얼마만큼의 점수를 주느냐, ‘톡식 히어로’의 총점도 딱 거기까지다. 5만 5000~6만 6000원. 1544-155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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