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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이제 어르신에게도 문화를 허하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제 어르신에게도 문화를 허하라/서동철 논설위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류한 부동산이며 미술품, 시계와 보석류 등이 줄지어 공매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씨 일가는 물건의 값어치가 아깝기보다는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갔다는 사실이 더 치욕적일 것이다. 전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모두 내기로 한 것도 수사보다는 악화한 민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정이지만 가장(家長)의 역사적 책임을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나누겠다는 의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를테면 각자 재산의 일부를 추렴해 파고다공원 앞에 작은 건물을 마련하고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과 건강 돌보기,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자녀 중 한 사람이라도 봉사에 일생을 바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세상의 눈길은 달라졌을 것이다. 추징금을 완납해도 역사적 책임은 여전히 남을 것이니 아직 늦지 않았다. 노인 복지는 그 중요성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현재 65세 이상 노령 인구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2.2%에 이른다. 노령 인구가 지난 2000년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8년에는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2026년에는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파고다공원과 종묘공원 일대는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슬럼화가 가속화하면서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거리로 이미지가 굳어져 가고 있다. 국가가 이토록 노인들을 외면하는 것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 아닌가 생각한다. 노인 세대가 가진 정치적 잠재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인 세대의 정치적 파워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령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노인 유권자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 유권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노인층이 각종 선거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미래로 갈 것도 없이 지난해 대선 역시 야권 후보의 분열보다는 우리 사회의 노령화가 외려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인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쳐놓는 정당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집권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 및 액수의 조정이 정치 쟁점화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나는 등 논란을 빚고 있지만 2014년 7월에는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기초연금에 반발하는 민주당도 기존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개선해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누구의 법이 근거가 되든 부족한 대로 끼니를 거르는 노인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노인 문화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말하지 못한 것은 일단 노인들이 배를 곯지 않게 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는 문제가 최소한이라도 해결된 다음 단계의 노인 복지는 당연히 문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즐거움을 느끼며 그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면 족할 것이다. 수천명의 노인이 모여들지만 장기판 말고는 문화가 없는 파고다공원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노인은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서는 소외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이 일부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국에 226개뿐, 한 시·군·구에 한 곳꼴도 되지 않는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이 복지의 목표라면 노인 복지 역시 복지의 문제이자 문화의 문제이다. 문화융성위원회가 대통령에게 건의한 문화정책의 기조 역시 ‘문화가 있는 삶’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노인들의 삶에도 문화정책적 차원의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dcsuh@seoul.co.kr
  • [의정 포커스] 안병건 도봉구 의원

    [의정 포커스] 안병건 도봉구 의원

    “권력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봉사 활동 아니겠습니까. 작은 재능이라도 나눠야죠.” 안병건 서울 도봉구의회 의원은 지역 사회에서 알아주는 봉사의 달인이다. 없는 시간까지 쪼갤 정도로 봉사가 늘 몸에 배어 있다. 비결을 들으려고 만났던 지난 13일에도 그는 이른 아침부터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터)에 다녀왔다. 외롭게 살다 세상을 뜬 독거노인 한 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그는 2004년부터 도봉노인종합복지관 등이 시행하는 장례지원단 봉사자로 뛴다. 정병원에서 있었던 발인에서부터 승화원 시설에 유골을 뿌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묵묵히 수행하고 점심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안 의원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이 많던 분이더라고요. 얼마 되지 않는 기초수급비도 이웃과 나눠 쓰곤 했답니다.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오면 기분도 좋고 보람도 있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봉사 활동은 이뿐만 아니다. 치매 어르신 야유회 차량 봉사를 하다가 인연을 맺게 된 도봉노인복지관의 셔틀버스 운전대도 잡는다. 기사가 교육, 휴가 등으로 결근해 복지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간다. 벌써 7~8년 됐다. 아침 일찍부터 두 시간이 넘도록 도봉 지역 전체 14개동을 돌며 복지관을 오가는 노인 100여명을 실어 나른다. 그의 달력에는 매주 금요일은 아예 봉사의 날로 정해져 있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 노인 가정 등에 도시락 및 반찬 배달을 하는 날이다. 하루 20개 안팎을 전달하게 된다. 이 또한 십수년째 해오고 있는 활동이다. 의정 활동에 지장은 없냐고 물었더니 안 의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버스를 몰며 도로 곳곳의 상태나 시설을 살피고 어르신들을 만나 소통하며 불편한 점과 필요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의정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너만한 일꾼이 없다”며 등 떠밀려 지방선거에 나왔다가 덜컥 구의원 배지를 달게 된 3년 전부터는 봉사 활동에 불편한 점이 많아졌다며 아쉬워했다. 예전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는데 의원 신분에서는 기부 행위에 해당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소 무슨 일이든 불러만 주면 다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더니 “외출했는데 가스불을 켜놓은 것 같다”는 전화도 받았다며 싱긋 웃는 안 의원은 봉사 활동을 다니다가 오늘은 누구누구가 와서 사진 찍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봉사 활동은 거창한 게 아니다. 생활 속에서 시간 나는 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가진 재능을 나눈다면 사회가 더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식파라치 ‘먹잇감’ 된 촌부

    식파라치 ‘먹잇감’ 된 촌부

    농한기를 맞아 수확한 농작물의 가공품을 팔아 수입을 올리려는 시골 촌부를 노린 ‘식파라치’의 얌체 신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파라치란 불량식품 등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식품위생법상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려면 반드시 영업 등록을 하고 분리된 작업장을 갖춰야 하지만 이를 따르지 못하는 소규모 농가의 처지를 교묘히 악용하는 셈이다. 경북 경주시에서 마농사를 짓는 최모(72) 할아버지는 인근 5일장에서 직접 키운 마를 갈아 가루로 팔다가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했다. 40대 남자가 마가루 한 봉지를 사가며 “전통시장 정취가 보기 좋으니 사진을 한 번 찍어도 되냐”고 묻길래 흔쾌히 허락했다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시청 단속반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벌금까지 냈다. 최 할아버지는 “못 배우고 늙은 촌부들을 신고하는 식파라치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장꾼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상 농민들은 고추와 깨, 사과 등 농산물을 그대로 파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업 신고 없이 분쇄·절단하거나 가공한 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식품을 가공·제조해 팔려면 독립된 작업장과 소독·살균이 가능한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영세한 시골 농가에서 이 기준을 충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농가의 처지를 노린 식파라치의 기승으로 2010~2012년 3년간 지급된 신고 포상금이 6억 25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포상금은 2010년 50만 5894원, 2011년 62만 3712원, 지난해 62만 6612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법 규정에 어두운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식품위생법상 특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늑장 대응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례에서는 농민이 직접 기른 농산물로 가공 식품을 만드는 것에 한해 지자체장이 조례로 시설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전국에서 해당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경기 남양주시와 경남 거창군 등 단 2곳뿐이다. 국회도 지자체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농가의 소규모 식품가공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았지만 아직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농수산식품위원회 공춘택 입법조사관은 “식품위생법보다 완화된 기준을 각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조례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밤새 기온 뚝…올가을 들어 가장 추워

    밤새 기온 뚝…올가을 들어 가장 추워

    밤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8일 아침 전국 곳곳에서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는 등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봉화 -3.7도, 철원 -2.1도, 파주·장수 -1.8도, 의성 -1.6도, 거창 -0.9도, 임실 -0.6도, 안동 -0.2도 등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을 기록했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아침 최저기온을 보였다. 서울 4.1도, 수원 2.6도, 동두천 0.7도, 춘천 0.5도, 북강릉 3.8도, 금산 0.3도, 전주 3.9도, 군산 4.1도, 광주 5.1도, 부산 9.1도, 통영 6.9도, 진주 0.5도였다. 새벽부터 아침 사이 지상의 기온이 0도 내외로 떨어지면서 내륙 지역에서 첫 얼음이 관측된 곳도 있었다. 춘천과 원주에서는 각각 작년보다 21일, 7일 늦게 첫얼음이 얼었다. 인천에서는 작년보다 7일 빠르게 첫서리가 내렸다. 기상청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가운데 밤사이 대기와 지표면이 냉각돼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오늘 아침기온은 크게 떨어졌지만 낮 기온은 어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주말에 가을비치고는 꽤 많은 비가 예상되며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도 있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두 아들 꿈을 키워낸 싱글대디 ‘바짓바람’

    두 아들 꿈을 키워낸 싱글대디 ‘바짓바람’

    아빠의 기적/함승훈 지음/중앙북스/228쪽/1만 3800원 자녀 교육에 정답은 없다. 어느 부모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방법이 옳을까’ 늘 불안하고 답답하다. 세상의 잣대와 주변의 편견까지 더해지면 고민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저자 또한 그랬다. “남자 혼자 아들 둘을 어떻게 키울래?”, “초등학생 아이들만 독일로 유학을 보낸다고?”, “왜 하필 헝가리 의대야?” 남들이 선뜻 가지 않는 길을 갈 때마다 우려와 핀잔이 쏟아졌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범하고 뚝심 있게 아이들을 길렀다. 서른다섯 살에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키워낸 두 아들은 헝가리 의대를 최고 성적으로 졸업하고 국제 의사가 됐다. ‘아빠의 기적’은 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이 쓴 자녀교육 에세이다. 거창국제학교는 저자가 글로벌 의학영재를 양성하기 위해 2006년 설립한 학교다. 졸업생은 대부분 헝가리 데브레첸 치·의대에 진학해 국제 의사의 길을 걷는다. 저자는 ‘바짓바람’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고 말한다. 걸음마도 떼기 전에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강남 학원가 정보에 목을 매는 그런 치맛바람이 아니다. 저자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보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것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어리다고 마냥 애 취급 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른바 ‘징검다리 교육법’이다. 저자는 부모가 큰 그림을 펼쳐 놓고 장황하게 설교하는 대신 그림에 도달하기 위한 징검다리들만 놓아 주라고 제안한다. 아이 앞에 징검돌 하나씩을 놓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는 부모의 그림보다 더 큰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힘을 합쳐도 어려운 자녀교육을 싱글 대디로서 성공적으로 해낸 비결은 뭘까. 저자는 “남들과 똑같이 100%를 채워 주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버렸다”면서 “최대한 노력해서 70%쯤 채워 주고, 나머지 30%는 아이들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으로 여겼다고 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커버스토리] 커플 매니저들이 말하는 꼴불견&베스트 Top 5

    거절당했다고 욕설 퍼붓고 확신이 없다고 지갑 안열고 이러면 평생 솔로 ■헐크형 30세의 A씨는 잘생긴 외모에 대기업 근무, 유복한 가정환경 등 흔히 말하는 ‘킹카’다. 하지만 매니저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 1위다. 여성에게 거절을 당하면 그는 180도 딴 사람이 돼 전화나 문자로 상대방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자기 옷을 찢는 게 아니라 여성의 마음을 찢어 놓는 ‘헐크’인 것이다. ■짠돌이형 30대 후반의 공기업 직원 B씨는 인상도, 성격도 좋은 남성인데도 여성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자기 지갑을 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돈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녀 관계가 돈을 많이 쓴다고 잘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 없이 잘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막무가내형 세상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조건을 따지는 것은 물론이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남편이 공기업 임원인 주부 C씨가 그런 경우다. 20대 후반의 딸은 외모, 학력, 직장 등이 지극히 평범한데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사윗감을 원했다. 그렇게 여러 결혼정보회사를 섭렵하면서 4~5년을 보낸 지금 C씨의 딸은 평범한 직장인도 소개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사립탐정형 20대 후반의 은행원 D씨는 ‘신상털기’의 대가이다. 남성을 소개받으면 3주 안에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한다. 인맥 동원은 기본이고 집에 직접 가서 사는 수준을 확인할 정도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그렇게 꼼꼼하게 살피니 흠 없는 사람 찾기가 힘들다. 어찌어찌해서 좋은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사귀는 것도 아니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못 여는 것이다. ■인상파형 30대 초반의 직장여성 E씨는 인상파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봄꽃 같은 화사한 표정을 짓지만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앞에선 마귀할멈 표정이 된다.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를 좋아할 남성은 거의 없다. 미소 띤 얼굴에 유머감각 변치않는 순애보는 기본 이러면 결혼 골인 ■잔잔한 미소 상대가 말할 때 밝은 미소로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조건을 떠나서 성공 확률이 70% 이상이다. 20대 후반의 A씨가 그렇다. 조건 따지는 결혼정보회사에서 평범한 그녀가 인기 있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가지만 그녀 얼굴에 살짝살짝 비치는 미소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보기 좋은 외모 예나 지금이나 남녀 관계에서 중요한 열쇠는 외모다. 그러나 지나치게 잘생기면 오히려 상대를 위축시킨다. 적당하게 보기 좋으면 상대를 기분좋게 만들고 자꾸 만나고 싶어지게 한다. ■유머 같은 회사 동료 2명이 함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무뚝뚝한 미남과 유머러스한 평범남이었는데, 다른 조건은 비슷했다. 여성들의 평가는 달랐다. 미남은 다시 만나자는 연락을 거의 받지 못한 반면, ‘평범남’은 성공률이 90% 이상이었다. 비결은 유머감각이다. 유머는 상대를 무장해제시킨다. ■한결 같은 마음 ‘이 사람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신뢰는 자칫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한결같음으로 사랑에 성공한다. 복싱에서 결정적인 한방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도 있지만 계속 들어오는 잽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것도 작전이다. 거창한 이벤트의 몇 배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보여지는 한결같은 마음이다. ■특별한 사랑법 30대 중반의 H씨는 애인의 회사로 가끔 꽃을 보낸다. 직접 만나서 줄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그녀가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잘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가 사랑의 기술에 밝은 것은 절대 아니다. 자신이 곁에 없는 곳에서까지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혼자만의 사랑법을 개발하게 하는 것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주말의 경기]

    26일(토)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경남-제주(오후 2시 거창스포츠파크) △K리그 챌린지 29라운드 ●수원-광주(수원종합운) ●부천-고양(부천종합운 이상 오후 4시) ■프로농구 ●오리온스-LG(고양체 SBS-ESPN) ●인삼공사-SK(안양체 KBSN스포츠 오후 2시) ●KCC-삼성(오후 4시 전주체 MBC스포츠+) 27일(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강원-전남(춘천종합운) ●대구-성남(대구스타디움 이상 오후 2시) ●부산-인천(오후 3시 부산아시아드 SPOTV+) ●울산-수원(오후 4시 울산문수구장 MBC스포츠+) △K리그 챌린지 29라운드 ●상주-경찰(상주시민운) ●안양-충주(안양종합운 T브로드안양 이상 오후 4시) ■프로농구 ●SK-모비스(잠실학생체 KBSN스포츠) ●전자랜드-동부(인천삼산체 SBS-ESPN 오후 2시) ●KT-삼성(오후 4시 부산사직체)
  • 총력 방범

    내년부터 서울 송파구·성북구 등 전국 15개 지역에서 범죄나 재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역을 표시한 범죄지도(생활안전지도)가 공개된다. 안전행정부는 23일 심사를 거쳐 시 6곳, 군 3곳, 자치구 6곳을 범죄지도 구축 시범지역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지자체는 서울 송파구와 성북구, 부산 부산진구, 인천 남구, 광주 광산구, 대전 서구 등 자치구 6곳과 경기 안양시·시흥시, 충북 충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구미시, 제주 제주시 등 시 6곳, 대구 달성군, 전남 무안군, 경남 거창군 등 군 3곳이다. 안행부는 시범 지자체에 대해 올해 말까지 재난·범죄·교통사고 다발 구역을 표시한 범죄지도 구축을 끝내고 내년부터는 해당 지자체와 경찰관서에 범죄지도 정보를 제공해 안전시설 개선과 위험지역 순찰강화 등의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비틀스를 지켰던 그녀, 비틀스를 말하다

    비틀스를 지켰던 그녀, 비틀스를 말하다

    ‘스타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가 그의 개인 비서로 발탁돼 스타의 모든 것을 지켜본다.’ 트렌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 5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국이 낳은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의 개인 비서였던 프레다 켈리(67)의 실제 이야기다. 리버풀 출신인 그녀는 16세 때 비틀스가 노래하던 캐번 클럽에 ‘출근 도장’을 찍다 프로듀서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눈에 띄었고, 비틀스의 공식 팬클럽 회장이자 개인 비서로 활동했다. 이들이 무명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서기까지 11년간 이들의 곁을 지켰다. 비틀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 온 그녀가 50년 만에 처음으로 비틀스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스’(Good Ol’ Freda)에는 그녀가 기억하는 비틀스의 숨은 이야기들이 미공개 자료들과 함께 담겨 있다. 25일 막을 내리는 제10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의 뮤직 다큐멘터리 섹션에 작품이 소개돼 한국을 찾은 그녀는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결코 거창하지 않은 비틀스와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 비틀스에 대한 책을 써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조용히 제 삶을 살고 싶었고, 제 이야기가 과장될까봐서요.” 1970년 비틀스가 해산한 후 평범한 워킹맘으로 돌아간 그녀는 50년이 넘도록 침묵을 지켰다. 그랬던 그녀가 비틀스와의 추억을 끄집어낸 건 세상을 떠난 아들이 계기가 됐다. “큰아들이 제 이야기를 알고 싶어 했지만 끝내 말을 해 주지 않았어요. 그러다 큰아들이 세상을 떠났죠. 딸이 낳은 손자가 이제 3살이 됐는데, 손자에게라도 제 이야기를 남겨 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단순히 비서를 넘어 스타와 팬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멤버들이 반려동물을 분양받았다는 등 소소한 소식들을 팬들에게 전하는 한편 멤버들의 머리카락을 뽑아 팬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은 25일 고려대 KU시네마트랩에서 상영되며, 24일에는 EBS TV(오후 8시 20분)에서도 방영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꿈의 5급’ 면접만 남았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합격 필살기

    ‘꿈의 5급’ 면접만 남았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합격 필살기

    지난 17일 국가직 5급 행정직 공무원 제2차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이 공개됐다. 일반행정(전국) 143명, 재경 87명을 비롯해 총 321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5급 행정직 공무원 선발 예정 인원은 262명이다. 1.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자가 되려면 이제 면접시험을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면접시험은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다음 달 8~9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다. 면접 준비에 매진할 수험생들을 위해 지난해 임용된 이종원(왼쪽·31·일반행정직·안전행정부), 김미진(오른쪽·26·여·재경직·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부터 면접 경험을 들어봤다. 이 사무관은 4번의 도전 끝에 5급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이 사무관은 “공부하는 동안 합격에 대한 확신보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때가 훨씬 많았다”면서 “시험에서 계속 떨어질 때마다 공무원이 되기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묵묵하게 전진하다 보니 어느덧 기나긴 수험생활이 끝났다”고 말했다. 5급 공무원 면접시험은 ‘토의 면접’과 ‘역량 면접’(개인 발표와 개별 면접으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토의 면접은 면접자 6~7명이 한 조가 돼서 90분 동안 제시된 토의 주제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사무관이 시험을 봤던 당시 출제된 주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 운동과 정치 활동’이었다. 그는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SNS를 이용한 정치 참여에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미 SNS가 거대한 사회적 흐름의 하나가 됐다고 전제한 뒤 SNS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뿐더러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이 정치적 무관심에 있다고 분석했고, 가치갈등 해결보다는 이익 분배로 전락해버린 정치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고, 이것이 성숙한 형태로 제도화된다면 정치를 향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의견을 매듭지었습니다.” 토의 면접은 단순히 면접자들이 찬반 논리를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 면접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상대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일은 필수다. 이 사무관은 “SNS를 통한 정치 참여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오히려 정치에 대한 반감만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한 주장 역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 뒤에 재반론을 폈다”고 전했다. 토의 면접 후 진행된 개별 면접에서 이 사무관은 “살아가면서 매우 힘들었던 경험을 묻는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뻔한 대답을 하기에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가식적이거나 거창한 대답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고시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공무원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라며 괴로워했던 일을 진솔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면접위원들이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관은 집단에서 갈등을 겪었던 경험을 묻는 개별 면접 질문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예상 질문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월하게 대답을 했지만, 면접위원이 다른 경험은 없느냐고 추가로 물었을 때 잠시 말문이 막혔다”면서 “면접을 준비할 때 집단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 갈등을 겪은 뒤 이를 해결한 사례 등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 사무관은 개인 발표 시간에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외국인 밀집지역의 슬럼화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대책’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는데,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했던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잘못 읽고 문제가 요구하는 시각과 정반대 시각에서 답을 했어요. 면접위원 한 분이 이를 지적했을 때 너무 당황해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어요. 하지만 생각을 다시 정리할 시간을 청한 후 다시 답변을 했어요. 처음 가진 생각이 잘못됐다고 해서 당황하거나 그 논리를 계속 관철하려 하기보다는 잘못을 빠르게 시인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개별 면접은 사전조사서를 중심으로 인성 및 업무 역량을 평가하는 자리다. 면접위원은 면접자가 작성한 사전조사서를 보고 심층 질문을 한다. 때문에 사전조사서는 잘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김 사무관은 “지금까지 해왔던 봉사 활동이나 동아리, 친목회 등 사회 활동에서 느꼈던 경험을 공직 가치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신문을 매일 읽으면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예상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막장종편’ 재승인으로 엄정히 가려내야

    내년 초 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안쓰럽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애초 종편 한 두 곳만 사업 승인을 하는 게 적정했다고 본다”며 ‘종편 정리’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종편의 생존투쟁은 더욱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침묵의 카르텔’을 뒤로 한 채 서로에 대한 날 선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제기한 채널A의 우회투자 의혹을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주주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MBN을 겨냥한 공세도 만만찮다. 의혹대로 채널A의 편법투자가 사실이라면, MBN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했다면 재승인 심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종편의 편파성과 파행운영에 대해서는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종편은 엄밀한 의미에서 종편이라고 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처럼 보도와 오락·교양 등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역량, 곧 ‘종합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종편이다. 올해 보도편성 비율은 TV조선은 48.1%, 채널A는 46.2%에 이른다. 이쯤 되면 ‘보도채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에 시사토크 프로그램 등을 남발하다보니 종편은 이미 싸구려 ‘정치토론꾼’들의 말놀이 장터가 됐다. 국민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이 박이다시피한 자극적·선정적 보도행태는 급기야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왜곡방송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종편을 단순한 돈벌이 사업으로만 여긴다면 정말 천박한 일이다. 그동안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되돌아보기 바란다. 종편4사의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애초 사업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4%에 불과하다. 그러니 무슨 방송의 알맹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방송경쟁력 강화라는 거창한 출범 취지가 무색하다. 이행실적을 재승인 심사에 꼼꼼히 반영해야 한다. 종편 출범 시 정치적 논리가 개재되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 그나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비극이라도 막으려면 김이라도 제대로 매야 한다. ‘막장’ 수준의 종편을 솎아내지 못하는 한 방송생태계의 발전은 요원하다.
  • [열린세상] 리더의 이중성에 대한 책임/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리더의 이중성에 대한 책임/김정현 소설가

    ‘노출’, ‘몰카’, ‘성추행’, ‘강제’ 하루도 피할 수 없이 듣고 보게 되는 단어들이다. 일부러 찾아봐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무심할 수 없어 인터넷을 켜면 벌써 바탕화면에서 만나는 게 선정적인 사진이다. 각종 언론 매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도무지 눈길을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 아주 친절하게 슬라이드로까지 보여준다. 그러니 어쩌겠나! 명색은 문화다. 그 거창한 ‘한류’의 주인공이라니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동정을 알려주는 것도 의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한데 우리의 문화는 그처럼 드러내고 아슬아슬하고 선정적이기만 한 걸까. 가수는 노래로 감동을 주고, 배우는 연기로 공감을 끌어낸다. 드라마에는 스토리가 있고, 영화에는 메시지가 있어 세계인이 감탄하고 환호한다. 물론 재미는 기본이다. 최소한 내가 만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몇몇 배우는 예쁘고 멋있더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환호의 근본은 감동이었다고. 힘든 길보다 쉬운 길을 선호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저절로 눈길 가는 미모에 속된 말로 ‘쭉빵’이면 일단 관심은 끌 수 있을 테니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최소한 이류에도 못 미치는, 아주 절박한 삼류나 선택할 길이 아닐까. 또 그러한 삼류의 행태에는 누구도 ‘문화’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을 테니 잠깐 반짝하더라도 이내 외면당해 시들해질 것이다. 거의 모든 문명화는 일류라 불리는 사회 상류층의 주도하에 만들어지고 대중에게 전파됐다. 그래서 일류는 사회의 리더로 인정받으며 그들의 권위를 향수(享受)할 수 있었다. 일류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근거도 바로 그 권위의 향수에 있는 것이고.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일류는 과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창조하고 나아갈 문화는 거의 포르노급이 될 듯싶은데, 기대되는 것이 아니라 역겹고 끔찍하다. 선정적 문화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염려와 질타를 들어보면 분명히 우리가 지향할 문화의 길은 다르다. ‘점잖음’, ‘체면’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것들이 아니더라도 ‘품위’, ‘공감’, ‘감동’ 등이 추구하는 바인 듯싶다. 그런데 야구장 시구에서 보이는 어린 소녀들의 과감한 노출에 보내는 환호는 어디에 해당하는 건가. 기본적 차림새가 유발하는 면도 있지만 노래가 아니라 하필 아슬아슬한 노출의 순간에 초점을 맞춰 확대 재생산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그걸 ‘젊음’과 ‘자유’에 대한 찬사라고 한대도 이의는 있다. 세상에는 그런 젊음과 자유를 쫓아갈 여유가 없거나 다른 길을 찾는 이들도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즐겨서 찾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을 굳이 중계하듯 퍼뜨려 확산시켜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라고 자칭하는 이들까지. 범죄의 세세한 공개는 예방의 효과도 있지만, 모방의 위험도 크다.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선정적 장면의 반복은 덤덤한 관조가 아니라 호기심의 자극이 될 위험성이 아주 높다. 무심하고 싶어도 자꾸만 눈에 띄는데, 반복 정도가 아니라 수위도 점점 높아지는데, 어쩌란 말인가! 어쩌면 그게 범죄의 유발인지도 모르는데 과연 비난할 자격은 있는 것일까.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무심하면 달라지는 것이 세상 이치다. 더구나 잘난 외형은 어느 시대에나 외면당하지 않았다. 내버려둬도 잘사니 불이익의 가해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장애인의 시구는 어떨까. 처음에는 머쓱할지 몰라도 그 감동은 서서히 고조되지 않을까. 외모가 아닌 음률의 감동에 찬사를 보내는 세상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입장을 모르지는 않는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이중성의 변명 말이다. 그렇지만, 소위 ‘메이저’라 불리고 자처하는 일류에게 그런 변명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어차피 인간은 위를 바라본다. 그래서 상류가 리더가 되는 것이다. 삼류는, 천박함에는 이내 식상하는 법이다. 인류의 발전과정이 그렇지 않았는가. 그런데 추구하는 일류가 삼류와 다르지 않다면 결국 그 천박함이 상류인가보다 착각하고, 보편화될 수밖에 없다. 어쩔 텐가, 그 책임을!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10) 필리핀 산업 기반 다지는 대림산업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10) 필리핀 산업 기반 다지는 대림산업

    건설업계에서는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을 국내 건설산업의 장기 불황이 시작된 해로 꼽는다. 그 이후 지금까지 건설업과 관련한 언론 보도와 전망은 어두운 내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국내 건설사들이 먹을거리를 찾아 눈을 돌리고 있는 곳이 국외 시장이다. 하지만 국외 시장 역시 이미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유한 한국 건설사들과 국외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 대림산업이다. 국외 시장 중 특히 필리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대림산업의 필리핀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동남아 최대 규모 RMP2] 지난 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국제공항. 상공에서 내려다본 마닐라 인근 지역 곳곳이 누런 흙탕물에 잠겨 있었다. 지난여름 내내 반복된 폭우와 열악한 배수시설 탓에 발생한 국가적인 홍수 사태가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건설업은 날씨가 공사 기간과 예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필리핀 현지 건설 공사 난도가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대림산업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바탄주 라마이 지역. 평소 두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가는 길 곳곳이 불어난 물에 잠겨 이동이 어려웠다. 이렇듯 건설 프로젝트 수행이 어려운 곳이 필리핀이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 비행기로 출발해 현지시간(한국보다 한 시간 늦음) 오후 5시쯤 대림산업 필리핀 페트론 리파이너리(정제공장) 마스터플랜2(RMP2)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한글 간판의 부품·자재점과 ‘서울 함바식당’ 등 한식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국 기업이 필리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곳에 모여들었다. “저희 대림산업에도 큰 프로젝트지만 현지 지역경제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에는 주변에 민가는커녕 수풀만 무성했는데 지금은 인구 8만명의 소도시 형태를 갖춰 가고 있습니다.” RMP2 프로젝트가 대림산업과 한국 협력사들의 일자리와 수익창출 외에 필리핀의 경제 기반을 다지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게 한광수 대림산업 현장 부장의 설명이다. 리마이시는 대림산업이 현지에 낸 세금과 거주 주민과 상점 증가 등에 따른 세원 확대에 힘입어 턱없이 부족했던 학교와 병원 등을 확충하고 부분적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니 대림 측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선 프로젝트 규모가 압도적이다. 현장 면적만 축구장 52개 넓이와 맞먹는 37만 2252㎡다. 2011년 필리핀 최대 정유사 페트론이 발주한 사업으로 기존의 낡은 정유공장을 2014년 4월까지 현대식 설비로 신·증설하는 대규모 공사다. 총사업비는 20억 달러(약 2조 2500억원)에 달한다. 이 공사가 끝나면 RMP2는 고부가가치 정유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규모 정유공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발주처뿐만 아니라 필리핀 정부도 이곳을 중심으로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조성해 국가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본’과 ‘신뢰’를 꼽았다. 유재호 RMP2 현장 상무는 “발주처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공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림을 선택했다”면서 “대림의 시공능력과 책임감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국내 건설업체 중에서는 선제적으로 필리핀에 진출한 이후 20년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든 건설 과정에서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페트론 등 현지 대기업들과 정부에 “대림이라면 믿고 사업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주게 됐다는 게 대림 측의 설명이다. 유 상무는 한국 경제·산업계의 화두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모호해 전혀 없거나 거창한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일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창조경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림산업의 슬로건인 ‘기본이 혁신이다’와도 맞닿아 있다. 프로젝트 수행 때 계약 조건을 충실히 따르고 공사 과정에서도 기본을 지키면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차기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유 상무가 말하는 창조경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은 모두 1만 3296명으로 이 가운데 대림산업의 한국 직원은 135명이다. 국외 프로젝트 현장 관리 수요로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또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32개 협력사 중 19개가 한국 기업이다. 그만큼 국내 중소형 건설사의 일자리 및 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RMP2 프로젝트 공사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대림산업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설계에서 구매, 시공까지 책임지는 일괄도급방식(EPC)뿐 아니라 라이선서들의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인 ‘프로세스 통합서비스’와 기본설계 등 EPC 선행 작업(Soft Work)에도 참여한 점이다. 그동안 EPC 선행 단계에 해당하는 선행 작업은 높은 기술 진입장벽 때문에 세계적인 선진 EPC 업체들만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로 평가받아 왔다. 대림산업은 현지에서 20여년간 쌓은 신뢰와 높은 수준의 설계·시공 능력 등을 바탕으로 RMP2 프로젝트 이후 추가로 나올 프로젝트까지 지속적으로 수주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첫 에틸렌 공장 JG서밋NCC] 이튿날 도착한 곳은 필리핀 남부의 항구 도시 바탄가스. 이곳 역시 민가를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지만 오전 7시가 넘어가자 전날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차량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통근버스로 보이는 작은 버스가 줄지어 서더니 미리 나와 있던 현지 주민들이 차량에 올랐다. 이 차량 행렬이 향한 곳은 대림산업이 짓고 있는 필리핀의 첫 에틸렌 공장 ‘JG서밋 NCC’ 현장이다.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강점을 지닌 대림산업은 다음 달 말까지 이곳에 에틸렌 공장을 완공해 필리핀 석유화학 산업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현재는 공장 시험 운전만을 남겨둔 막바지 단계로 현장 인력은 35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현장 노동자의 하루는 ‘국민체조’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울려 퍼졌던 “국민체조~시작~!”이라는 구령에 현장 노동자 모두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언제든지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설 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다. 대림산업은 2008년 2월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4860억원으로 필리핀 석유화학 업계 4위 기업인 JG서밋사가 발주했다. 대림은 이 프로젝트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JG서밋은 필리핀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에틸렌 공장을 짓는 만큼 사업 개시를 놓고 7~8년간 사업 타당성과 수익성을 따져 보는 등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사업을 놓고 오랜 시간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사업 파트너로는 대림산업을 최우선에 올렸다. 그만큼 대림산업이 지난 20여년간 필리핀에서 쌓은 명성과 신뢰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김병곤 현장 소장은 “이 공장의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면 원유를 정제할 때 발생하는 나프타 가스를 1200도 이상의 고열로 분해해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재료가 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만들게 된다”면서 “경제·산업 기반이 열악한 필리핀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물인데 발주처도 대림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 사업에 착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협력사는 모두 9곳으로 이 가운데 4곳이 한국 업체다. 이들은 현지 세부 공정별로 관리·감독을 담당하면서 인력은 현지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수익을 한국 기업들이 나눠 가지는 동시에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1 수준인 필리핀 경제에도 기여하는 형태다. 대림산업은 이번 프로젝트 종료 이후도 내다보고 있다. 발주처가 본 공장 가동 이후에 대비해 추가 공장 증설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의 핵심 공장을 대림산업이 지은 만큼 추가 발주 사업에서도 대림산업이 가장 가까이 다가선 상태다. 박희열 대림산업 JG서밋NCC 현장 상무는 “건설사에 있어 기본이란 계약 내용과 공기 준수, 안전관리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런 기본을 지키려 노력한 결과가 추가 사업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끊임없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인 ‘기본’이 바로 창조경제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이어 “창조경제라는 단어에만 빠져 새로운 것만 찾다 보면 정작 중요한 흐름과 가치를 놓칠 수 있다”며 “기본, 신뢰, 소통을 모든 일에 핵심 가치로 둔다면 기업의 성장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바탄·바탄가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심의 화신인가. 모두가 선망하는 장관 벼슬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니 색다른 양심의 소유자 같다. 그런데 찜찜하다. 장관 자리를 초개처럼 버린 그 양심의 정체가 수상하다. 그에게 양심은 필경 옳고 그름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 곧 양심(良心)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마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그는 다만 방황하는 양심(兩心)의 주인공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선공약집만 훑어 봐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이고 공약임을 몰랐을 리 없다. 박 대통령 아래서 장관 노릇까지 할 것 다 하고 이제 와서 공약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애당초 골치 아픈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인원’을 꽉 쥐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 같은 느긋한 자리를 원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장관 한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 소신도 접고 복지부 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정부안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게다가 국정감사라는 결전의 장을 코앞에 두고 “양심의 문제” 운운하며 발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장관쯤 됐으면 양심의 다른 이름이 책임감인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도 다른데 괜히 ‘휘핑 보이’(whipping boy)가 돼 남의 죄를 떠맡고 대신 벌을 받을 수는 없다는 심산인지 모르지만 결코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장관 자리가 아니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공직의 엄중함을 한껏 조롱한 가벼운 처신이 공직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렵다. 물의를 빚고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의원으로 또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이다. 엊그제 신문엔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국회에 온 진 전 장관을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환한 빛으로 맞는 사진이 실렸다. 험한 말을 퍼붓던 모습은 간데없다. 정치꾼의 본색인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린다. 그러니 정치가 불신받는 것이다. ‘정치인 장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진영 사태’는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한 한 정말 솜씨가 없고 불운하기까지 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국정철학 공유라는 박근혜 정부 인사 대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을 중용한 꼴이 됐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제는 다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아무리 소통 부재 현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국정쇄신을 주문해도 대통령의 ‘나홀로 통치’는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항명파동을 겪으며 배신의 트라우마까지 더쳤을 테니 더욱더 문을 안으로 걸어 잠글지 모른다. 홀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그래도 믿을 건 친박 원로들밖에 없다는 듯 전비(前非)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新)386’ 연로층을 대거 불러내 호위병풍을 둘렀다.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의 실종이요 상식의 배반이다. 그들이 과연 ‘윗분’을 모시고 파트너십의 지혜를 발휘하며 진정한 소통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까. 경륜 있는 원로그룹도 물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육질의 정치력과 신축자재한 사고를 지닌 청장층과의 조화가 없는 원로들만의 행진은 공허하다. 섞여야 힘이 나온다. 창조경제가 시대정신이라면 창조정치 또한 시대정신이다. 명령일하의 리더십은 창조의 적이다. 권위는 지키되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 정권출범 8개월, 귀가 아프도록 듣고 또 듣는 불통 소리에 우리는 모두 지쳤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뭐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소통하는 양심’이 좀 돼 달라는 것이다. 나만의 원칙보다 중요한 게 만인의 상식이다. 대통령의 서늘한 각성이 필요하다. jmkim@seoul.co.kr
  • [학교 밖에서 배운다] “아빠 불러야 한가족이 뭉쳐… 아이와 노는 일부터 시작을”

    [학교 밖에서 배운다] “아빠 불러야 한가족이 뭉쳐… 아이와 노는 일부터 시작을”

    ‘프렌디’(Friend+Daddy), ‘플대디’(Play+Daddy). 친구 같은 아빠, 함께 노는 아빠가 유행이다. 아빠 신드롬과 함께 각종 미디어 매체나 지방자치단체 문화행사 등에서 ‘아빠’가 들어간 가족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부모와 함께’, ‘가족과 함께’ 같은 행사에는 흔히 엄마와 아이만 참석한다. 때문에 ‘아빠’라는 단어를 넣어야 아빠가 오고, 아빠와 아이만 보내면 불안해지는 엄마까지 함께 오면서 가족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다. ‘놀아주는 아빠, 함께하는 가족’을 기획한 김세희 꿈꾸는 다락방 꿈 컨설턴트는 이를 두고 “북유럽이나 미국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가 정착된 곳과 우리는 다르다”면서 “결국 아빠를 불러야 진짜 가족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무작정 아빠에게 ‘주말을 책임지라’며 짐을 지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연간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많은 한국에서는 아빠 신드롬에 떠밀려 주말에도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 의무감에 시달리는 아빠들도 적잖다. 김씨는 이런 문제의 해결법으로 아빠들이 노는 방법부터 가르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 중 아빠한테 장기 두는 법을 배우는 애들이 얼마나 되느냐”며 “거창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외식을 즐기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소소하게 노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지자체는 국제행사 개최 유혹에서 벗어나야/이갑수 ㈜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지자체는 국제행사 개최 유혹에서 벗어나야/이갑수 ㈜ INR 대표

    5공 시절 엄청난 예산을 들여 대규모 행사를 열며 정권의 정통성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때가 있었다. 1981년에 개최된 ‘국풍’이라는 정체불명의 정부 주도 행사가 대표적이다. 그 후 정부는 수천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나 스포츠 행사들을 유치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그나마 그 덕에 국제행사 개최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한국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긍정적 효과도 거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민관이 함께 국제회의나 전시회를 유치하고 관광으로 연결시키는 MICE를 중요한 국가산업의 하나로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행사의 유치가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좁혀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천억원의 지방예산을 쏟아부은 국제행사를 치르는 동안 허허벌판 위의 모텔에서 외국 기자들이 머물며 행사를 취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를 위해 공문서 위조 의혹이라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지자체들이 ‘국제’, ‘세계’란 타이틀을 달고 열었던 행사 중 수준이나 해외 참가 규모, 준비나 진행에서 제대로 된 국제행사가 몇 개나 될 것인가.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3년간 지자체 행사 감사 결과 무려 9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같으면 부도 상태에 이르렀어야 할 지자체들의 불감증은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고 국민들의 혈세만 축내는 것으로 귀착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시장·군수 등 단체장들이 임기 중 뭔가 업적을 만들어 놓겠다는 과시욕의 산물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지난주 서울신문에 지자체의 국제행사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정부가 광역단체의 국제행사만 엄격히 심사해 허용하고, 기초자치단체에는 최대한 국제행사를 허용치 않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무리한 국제행사 유치를 억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참에 소요 예산, 경험, 진행 능력, 경제효과 등을 감안해 기초단체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할 타당성에 대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역 행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이름을 올린 화천 산천어 축제의 성공 사례는 거창한 이름과 예산 낭비 없이도 얼마든지 지역 행사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 장들은 무분별한 행사 유치 욕심에 사로잡히기보다 자기 지역 출신 젊은이들의 푸른 꿈에 투자하거나 아니면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작은 캠페인이라도 이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혹시 지자체의 홍보 목적으로 국제행사 유치를 원하는 단체장이 있다면 페이스북 하나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위스의 ‘오버무텐’이라는 작은 마을을 찾아가 볼 것을 권유한다. 마을 페이스북에 ‘좋아요’만 눌러 주면 그 사람의 사진을 인쇄해 마을 벽에 붙여 주는데, 전 세계 참가자들이 나중에 그 마을을 방문해 자신의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과정에서 마을은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관광 수입도 늘어났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정부와 지자체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서울신문은 향후 지자체들의 국제행사 유치 전이나 개최 후에라도 수익성이나 홍보효과를 꼼꼼히 따져 지자체장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나 홍보를 엄청난 예산이 드는 국제행사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용두사미 된 여야 싱크탱크 첫 공동세미나

    용두사미 된 여야 싱크탱크 첫 공동세미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싱크탱크’가 9일 처음으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러나 양당이 세미나의 거창한 취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와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정당으로 가는 길: 정당정책연구소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만 장외투쟁을 이유로 불참했을 뿐 여야에서 20여 명의 의원이 모였다. 공동 세미나에 대한 기대감은 여야 의원 사이 화해 분위기로 전환되는 듯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여야가 전시 중에 만나 작은 통일을 이룬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당에 “정책정당을 구현하고 정치 발전을 선도하는 선의의 경쟁에 나서자”고 제안했고,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어려운 사정이 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의 고뇌와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치켜세웠다. 변 원장도 “국가정보원 등 국가권력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지, 조세형평성 문제 및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공천문제 등 주제를 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미나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축사가 끝나고 본격 주제 발표 및 토론 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은 썰물처럼 세미나장을 빠져나갔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이 자리를 뜨자 사회를 보던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님 사진 찍고 가세요”라며 발길을 돌려세우기도 했다. 이후 토론자와 사회자를 제외하면 의원은 단 한 명도 남지 않았고, 양당 기관 관계자 30여 명과 취재진 2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한 참석자는 “틀어진 여야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한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등은 각각 정당 정책연구소의 현황과 활동, 정당연구소의 과제와 발전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날 양당은 독자적 활동 보장과 정책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려고 했으나 심도있는 논의는 하지 못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보험사 배만 불리는 지자체 출생아 보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지방자치단체의 ‘신생아 보험제’가 보험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보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면 자격이 박탈돼 그 이전에 지자체가 낸 보험료를 보험사가 고스란히 챙기는 구조다. 신생아 보험제는 일회성 출산장려금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낮은 수준의 보장 혜택과 현실과 동떨어진 자격 요건으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5일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체 244개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80여개 시·군·구에서 지역 출산장려정책으로 출생아 건강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지역의 출산율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충북 증평군은 2004년부터 군에서 태어난 신생아 1인당 한 달 약 2만원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군이 5년간 보험료를 지원하면 피보험자가 만 18세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증평군은 올해 이 사업에 예산 3억 3600만원을 편성했다. 경남 거창군도 군에서 태어나는 셋째 이상 자녀에게 출생아 건강보험을 지원한다. 신생아 출생일을 기준으로 부모 모두 6개월 이전에 군내에 주소지를 두고 실제 거주해야 지원 대상자가 된다. 이 밖에 부산 서구와 경북 문경시 등 전국 80여개 지자체가 보험사와 협약을 맺고 매월 1만 2000~4만 7000원의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실제로 이 보험의 혜택을 보는 가정은 많지 않다. 부모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주소를 옮기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방식과 미미한 보장 수준 때문이다. 7남매를 키우는 주부 최모(48)씨는 “많은 자녀 수 때문에 지자체의 양육비, 의료비 지원이 누구보다 절실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3년 전 경북 안동시에 거주할 당시 여섯째와 일곱째 자녀 앞으로 든 출생아 보험은 1년 전 구미시로 이사오면서 자연스럽게 해지됐다. 최씨는 “태어난 지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는 사례가 요즘 얼마나 많겠나”라면서 “피보험자가 이사를 가더라도 보험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지자체가 이를 외면함으로써 헛돈만 쓰고 보험사만 좋은 일을 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장 수준도 낮아 다른 보험에 가입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올 초 네살배기 셋째 딸이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지자체의 출생아 보험 혜택을 받았던 회사원 이모(39·여)씨는 입원 나흘째부터 보장금액 하루 2만원을 받고 허탈해했다. 이씨는 “지자체의 보험과 개인이 드는 실비보험의 보험료 차이가 한 달에 1만원도 나지 않는데, 차라리 실비보험을 들어주고 부족한 금액을 각 가정이 내라고 하는 방식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생아 보험을 지원하는 군청 관계자는 “군청과 보험사 간 단체협약에 따라 진행되는 계약이다 보니 개인이 선택한 보험만큼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 약관에 따라 처리할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이 온다, 깊고 풍성한 연극과 함께

    가을의 문턱에서 연극 무대가 어느 때보다 풍성해졌다. 역사와 사회, 인간의 내면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세계적인 작품들을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시도가 뜨겁다. 더러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더러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과 사회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9월 첫째 주부터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 3편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6~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말들의 무덤’은 한국전쟁 중 일어난 양민 학살 사건을 목격자의 ‘말’로 되살려낸다. 배우 13명이 양민 학살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녹취록을 재현하며 전쟁 중 사라져 간 이들의 영혼과 학살을 목격한 이들의 기억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이에 앞서 3~15일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되는 ‘알리바이 연대기’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며 개인의 삶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거창 주민 학살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워 100페스티벌2013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 땅은 니캉 내캉’은 앵콜 공연으로 3~29일 중구 세실극장에서 공연된다.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3~22일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천개의 눈’은 영웅 서사, 미궁 신화 등 동서양의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질투와 수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천개의 눈’이 돼 인물들의 수치와 치욕의 역사를 지켜본다. 3~22일 대학로 예술공간SM에서 공연되는 ‘어른의 시간’은 일본의 극작가 가네시다 다쓰오의 희곡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교사의 20년 뒤에도 계속되는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서울대연극동문회 부설 극단 관악극회는 5~14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시련’을 공연한다. 17세기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있었던 마녀사냥을 모티브로 거짓 편견에 사로잡힌 집단적 광기,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또 세계적인 희곡의 한국 초연 무대도 기대를 부른다. 7일부터 두 달간 대학로 해피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퍼즐’은 스릴러 영화 ‘아이덴티티’의 작가 마이클 쿠니의 ‘포인트 오브 데스’가 원작으로, 사고 후 기억을 잃은 남자가 기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이 긴장감을 선사한다. 4~15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되는 ‘엄마가 절대 하지 말랬어’는 영국 극작가 샬럿 키틀리의 작품이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딸 등 4세대의 여성을 복합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며 여성의 삶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3년 만에 재공연되는 세계적인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9월 13일~10월 13일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광부화가들’은 평범한 광부들이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희곡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묻는다. 12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무대에 오르는 ‘클로저’는 네 남녀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그 속의 집착과 탐욕, 소통과 진실을 가감 없이 그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손성진 칼럼] 속성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손성진 칼럼] 속성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지하철에서 쫓기듯 뛰는 사람들. 밥그릇을 빼앗기기라도 할까봐 허겁지겁하는 식사. 한국인의 유전자엔 조급증이 있다. 우리는 빨리 이뤄내야 한다는 ‘속성’(速成)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산다. ‘ppalli ppalli’(빨리 빨리)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올랐다. 급한 성질은 불과 40년 전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던 배고픔의 소산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빨리 먹고 빨리 움직여야 했다. 생존본능이었다. 속성은 속전속결을 중시하는 군부가 집권한 1960년대부터 최고의 가치가 됐다. 하루라도 공기(工期)를 단축해야 직성이 풀렸다. 육군 준장 출신인 김현옥 전 서울시장은 단 2년 만에 서울을 다 뜯어고쳤다. 416㎞의 경부고속도로는 단 2년 5개월 만에 완공됐다. 서울지하철이 노선 길이로 세계 4위권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0년이다. 사실 ‘한강의 기적’은 속성의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기에 기적을 일궈낸 한국은 외국인의 눈에는 활기 넘치고 역동적으로 비칠 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국가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인들에게 ‘빨리 빨리’는 가장 본받고 싶은 정신이다. 지난해 임기를 마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빨리 빨리 정신’은 한국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속성의 관행 탓에 우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속성은 기본은 무시하고 결과만 따진다. 1년 앞당겨 완공하는 데는 수백명의 목숨이 희생되는 대가를 치렀다. 부실하게 지은 아파트와 백화점이 내려앉았으며 다리가 끊어졌다. 속성한 ‘비료 콩나물’을 먹고 ‘카바이드 막걸리’를 마시며 건강을 해쳤다. ‘토익 4주 완성’, ‘두 달 만에 20㎏ 감량’ 같은 광고에서 보듯 속성의 악습은 아직도 일상에 뿌리가 박혀 있다. 역대 정부들도 속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바뀐 정권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에 일을 서두른다. 그런 압박은 책상머리에서 설익은 속성 정책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전 정권의 정책과 사업은 내팽개쳐 버린다. 그런 악순환이 수십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다. 느긋함, 진득함, 끈질김이 없다. 증세와 감세의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새 조세정책이 발표됐다. 사회적 합의 과정이 충분치 못했기에 난타당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대체안이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며칠, 대통령의 한마디에 의해서였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공급 부족이라고 외쳐댄 때가 5~6년 전인데 그새 엄청난 땅을 파헤쳐 살 사람도 없는 아파트를 지어 올렸다. 정책 금융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조급하게 만들었던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 다시 합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이 바뀌자 여섯 달 만에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왔다. 입시제도가 전리품인 양 정권마다 뜯어고친다. 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3년 만에 사실상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학교 선택권의 다양화’나 ‘학사 운영의 자율화’라는 출발 당시의 취지가 무색하다. 거점학교가 자율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몇 년 후 또 폐기 운명을 맞을지 아무도 모른다. 녹색성장은 정책의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의 미래를 밝힐 신성장 전략으로 거창하게 출발했던 전 정권의 정책이다. 임기 내 완공의 목표를 달성했던 4대 강 공사는 어떠한가. 시멘트가 마르기도 전에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급성을 버리고 멀리 봐야 한다.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 주도면밀한 검토와 준비가 없는 조급한 정책은 말로가 뻔하다. 어설픈 물건이 아니라 몇 세기를 내다보는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00년 넘게 짓고 있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할 시대는 지났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득점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이다. 속성 교육은 사람을 망치고 속성 정책은 국가를 망친다. 어느 학자의 말처럼 속성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쉼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다.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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