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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장표현사전/장재성 지음(화제의 책)

    ◎글감찾기·마무리 기법 등 담아 ‘급격한 문명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을 첨단 과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하여 성도 얼굴도 모르는 어린 중학생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컴퓨터 통신의 약점을 빌미로 아무렇게나 성폭언을 하고,이에 충격을 받은 소녀가 목숨까지 끊었다.’문장이 길고 생각이 정리돼지 않았다.‘문명의 발달은 첨단과학화를 부른다.그러나 어찌 부작용이 없으랴.컴퓨터통신의 피해가 만만찮은 가운데,한여중생이 성폭언의 충격으로 목숨을 끊었다.’로 고칠수 있다.문장술은 현대인의 필수과목이다.글은 그사람 교양의 거울이기 때문이다.글감을 찾는 방법,얼개를 짜는 방법,마무리의 기법,악문(惡文)의 예 등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박문각 장재성 3만원.
  • 地上 최고의 계급 대령:3(공직 탐험)

    ◎잦은 전속·이사… 태반이 주말 부부/부대 보조비 턱없이 부족/주머니돈 들여 품위유지/집없는 대령 50% 넘어 K대령은 출근을 위해 정모를 눌러 쓴 뒤 거울 앞에서 “오늘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하자”고 다짐하고는 힘차게 방문을 나선다.그러나 그것도 잠시,이마가 반지하 셋집의 출입문에 부딪히면서 정모와 함께 ‘국가와 민족에의 충성’도 날아간다.전방에 근무하다 집 값이 비싼 수도권으로 옮긴 대령들의 비애를 다룬 일화다. 육본 과장인 L대령은 육사 32기.금년으로 임관 22년째를 맞았다. 아직 자기 앞으로 집 한칸 없다.“군에 있는 동안은 집 걱정 안해도 돼 굳이 내 집을 가질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말했다.동료들도 집 없는 이가 태반이라고 소개했다. 아내와 고2,중3짜리 자녀 등 그의 가족은 지금 육본 계룡대 20평 아파트에 산다.물론 육본을 떠나면 비워줘야하는 집이다.육본 서울 사무소에 근무하는 자신은 국방회관의 3평 남짓한 숙소에 살며 주말이면 가족한테 내려간다.15평에 살 때는 아이들 침대를 놓을 수 없었는데 2년 전 20평짜리로 옮기면서 몇 ㎝ 차이로 침대가 방에 들어가 아이들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이들 교육문제.잦은 이사 때문이다.두 아이 모두 국민학교만 7번 옮겼다.지금까지 총 이사횟수는 18번.81년 결혼 후 서울 성수동을 시작으로 용주동,수색,진해 육군대학,경기도 금와,외국유학,다시 서울로,대전으로.그의 가족은 이사를 ‘밥먹듯’했다. 중소도시 이상 부대에 근무할 때는 가족들이 군인아파트에 입주해 살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김없이 셋방살이였다. 수당까지 합하면 L대령의 연봉은 4,500여만원.적지 않은 액수다.게다가 제대하면 연금을 받으니 “굳이 재산 모을 욕심 안낸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실 대령만 돼도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다.전방부대로 가면 부대내 관사를 받는다.또 부대 지프 외에 쏘나타 승용차,운전병,사무실 당번,관사 당번,주임 상사 등의 ‘수발’을 받는다.하지만 전방부대에 근무하는 대령들 중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이는 거의 없다.아이들 때문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령의평균 연령은 43.5세.자녀들이 중학교 이상 다닐 나이이다.부대 따라 이리저리 함께 다닐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그래서 가족은 서울 등 대도시에 남고 본인만 부대 관사에 살며 주말에 서로 오가야 한다.그래서 “두 살림을 벌여 돈 모은다는 건 거짓말이다”고 말한다.이같은 이중생활로 추가되는 생활비 부담은 월평균 50만원이 넘는다. 부대 지휘관으로 나가면 휘하 장병을 거느리고 ‘폼’을 잡는다.하지만 폼에는 돈이 따라야 한다.병사수에 따라 지급되는 부대 보조비는 지휘관 품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수도권 후방 연대장인 Y대령은 “축구공 한개값이 2만∼3만원이다.연대 축구시합 한번 하려면 축구공 20개는 사야 한다.한달에 나오는 연대보조비가 50만원이니 내 호주머니 돈 안쓰고는 부하를 통솔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부대를 지휘하면서 많든 적든 빚지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병참,병기 등 업자를 상대하는 경우에는 뒷돈 챙길 기회도 없지 않겠지만 옷벗을 각오를 먼저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Y대령은 “지역 유지들이 모이는 방위협의회에 나가면 간혹 밥이야 그냥 먹지만 그외에 뒷돈 생길 건더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클린턴 참모들 백악관 떠난다

    ◎볼스 비서실장·에마뉴엘 경제수석 사표/강력한 원군 루빈 재무장관도 사임설/의회 예산안 심사 등 ‘고군분투’ 할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명참모들이 속속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마이크 매커리 전 대변인에 이어 람 에마뉴엘 대통령 수석 경제보좌관과 어스킨 볼스 비서실장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밝힘으로써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성추문과 예산 안심사 등을 앞두고 의회와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할 판국이다. 볼스 실장은 5일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면 사임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백악관측은 “볼스가 지난해 사임하려했으나 클린턴 대통령이 올해 예산심사 때까지만 참아 달라고 말렸었다”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볼스가 지난해 의회의 예산안 심사 때 상하 양원 합의를 도출해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클린턴은 올해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고군분투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에마뉴엘 보좌관의 사표는 클린턴에게는 ‘그로기’ 펀치와 같다.성추문에서 비롯된 언론의 돌팔매질에도 불구,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탄탄한 국민적 지지도를 얻어낼 수 있도록 클린턴을 도왔던 브레인.그의 사임은 클린턴의 방패를 없앤 것과 같다. 마이크 매커리 대변인은 이들보다 앞서 지난 2일 백악관을 등졌다. 명 참모들이 클린턴 곁을 속속 떠나며 밝힌 이유는 여러가지다.볼스는 오는 2000년 실시될 고향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주지사로 출마한다고 밝혔다.에마뉴엘은 고향 시카고의 노스 웨스턴 대학의 강단에서 후학을 기른단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이 아니었더라면 이들이 백악관을 떠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볼스가 얼마전 성추문과 관련,“만약 오늘이 주지사 선거날이면 그것은 틀림없이 막대한 손상을 입혔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시사하는 게 크다. 클린턴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각료중 가장 강력한 원군인 루빈 재무장관과 도너 샬럴러 보건후생장관의 사임설이 미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꼬리를 물고 있다. 클린턴의 곁에는 이제 지기(知己)이자 핵심 참모였던 버논 조던 변호사만이 남았다.이해해주고 아껴주던이들이 속속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클린턴의 발걸음은 전례없이 무거울 것만 같다.
  • 역사의 거울(金三雄 칼럼)

    역사를 옛 사람들은 통감(通鑑)이라 했다.과거사를 거울 삼아 오늘을 비춰 보고 내일을 설계한다는 뜻이었다.강목(綱目)이라고도 했다.역사에 역행하는 사람(일)을 놓치지 않는다는 교훈적 의미다. 불교의 정파리경(淨璃鏡)은 염라대왕의 궁전에 걸린 큰 거울이다.이 거울은 죽은 사람이 생전에 행한 선악의 소업(所業)을 빠짐없이 나타낸다고 한다. 노자는 천지도(天之道)에서‘천망론(天網論)’을 폈다.‘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불실(疎而不失)’즉 “천망은 하늘의 그물이니 옳고 그름을 심판한다.촘촘하지는 못하나 결코 놓치지는 않는다”란 뜻이다.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투스가 처음으로 사용한 그리어스 historia의 의미는‘진실을 찾아내는 일’이란 뜻이었다.허신(許愼)은 역사의 사(史)는 ‘사(事)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풀이,史의 뜻을‘바르게 기록하는 손’의 의미를 썼다. 역사의 산물인 인간은 역사의 엄숙성을 깨달아야 한다.‘역사의 엄숙성’과 관련,찰스 비어드는 “역사 서술은 일종의 신념 행위”라고 정의했다.어떠한 역사적사건이나 위대한 인물에 대한 기록이라도 시대가 달라지면 비판 대상이 되고 재평가하는 것이 역사의 신념 행위다. 역사처럼 무서운 존재는 다시 없다.평범한 사람은 죽어 정파리경에 비치는 죄업에 따라 심판을 받으면 되겠지만 지도자들은 이와 함께 하늘의 그물과 역사의 심판이 별도로 따른다. 과거에는 역사의 심판에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현대는 인지와 과학문명 발달로 기간이 아주 짧아졌다.‘10년 세도’도 옛말이 된다.그만큼 역사는 무서운 속도로 엄격한 심판관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역사 우습게 아는 무리 역사를 우습게 아는 자들이 있다.이런 자들이 국민을 대수롭게 여길 리는 없다.‘당대주의자(當代主義者)’라 불러야 할 이들은 역사의식이나 사명 따위에는 담을 쌓고 철저한 출세주의와 동물적 쾌락을 탐닉한다. 국민의 피를 먹고 사는 독재자,주권을 농락하는 부패정치인,땀을 빼앗는 악덕 기업인,혼을 훔치는 사이비종교인·교육자,판단을 왜곡시키는 곡필언론인·지식인을 대표적 당대주의자라 할 것이다. 요즘 우리 정치 현상을둘러보면 새삼 역사 의미를 생각게 한다.군사독재 시절 민주인사들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면서 반독재 투쟁을 벌일 때 독재집단이었거나 양지쪽에서 이를 방관하던 이들이 반성도 없이 ‘민주수호’‘독재규탄’을 절규한다.국세청을 동원하여 세금을 도둑질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거금을 갈취한 부패정치인들까지 나선다.해방 후 친일파들이 반공과 안보를 내세우며 독립운동가들을 몰아치던 모습과 어쩌면 저리 닮았는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친일 언론인들이 독립운동가들을 음해하던 모습과도 비슷하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교훈을 찾자는 데 있다.키케로가 역사를 ‘인생의 교사’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만일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들을 알지 못하면 영원히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천망에 걸린 부패정치인 역사는 거울이고 그물이다.선악,정사,진위를 가르고 심판한다.국민의 생활을 가을걷이는커녕 쭉정이로 만들어 놓은 자들은 먼저 역사 앞에 참회해야 한다.돈 먹고 법망(法網)에 걸린 자들은 역사의 천망으로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 감옥의‘감(監)’자가 거울에서 비롯된 의미를 알아야 한다.사람이 누워서(臥) 그릇(皿)을 쳐다보고 있는 형상은 무엇을 뜻하는가. 항상 새롭게 쓰이고 평가되는 역사는 인간이 기대는 마지막 정의의 언덕이고 진실의 평원이다.‘역사의 거울’의 의미를 바로 알았으면 한다.
  • 늘 새옷 처럼…/여름 옷 손질·보관법

    ◎재킷·슈트­외출후 먼지털고 통풍 시켜야/셔츠­칼라·소매 때 먼저 제거후 세탁 때늦은 더위탓에 여름옷을 정리하기가 좀 망설여지지만 절기상 슬슬 옷장정리를 해야 할 때다. 최근 ‘거울을 보는 남자가 성공한다’는 패션가이드북을 펴낸 코디네이터 염영숙씨의 도움말로 옷의 수명을 2배 늘리는 세탁법과 보관법을 알아본다. □재킷·슈트=외출에서 돌아오면 바로 솔질을 해 옷에 묻은 먼지와 오염물을 털어낸다.습기가 안 차도록 통풍이 잘되는 곳에 걸어놓는다.옷장에 옷을 빽빽히 넣으면 모양이 흐트러지므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다. □셔츠=셔츠를 빨때는 칼라와 소매의 때를 먼저 제거한다.형태를 유지하도록 하기위해 옷걸이에 건후 맨 위의 단추를 잠근 상태에서 말린다.접을때는 단추를 끼우고 접는다.여러개의 셔츠를 보관할 경우 칼라가 겹치지 않도록 반대 방향으로 쌓아두면 칼라가 구겨지지 않는다. □바지=물빨래가 가능한 소재일 경우 아랫단의 얼룩을 비벼빤 후 안쪽을 확인한다.바지 안쪽은 더러워지기 쉬운 곳이므로 꼼꼼히 체크한다.주름이 지지않도록 물에 넣기 전에 접어서 세탁기에 넣는다.말릴때는 뒤집어서 똑바로 걸어야 빨리 마른다. □넥타이·양말=넥타이는 다리지 않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한 경우 우선 신문이 종이를 말아서 끼워넣어 끝부분이 눌리는 것을 방지한다.
  • IMF 결혼 비용/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미국이나 영국 중소도시의 예비신부들은 결혼을 앞두고 중소형 백화점 고객서비스부에 자신이 원하는 선물 리스트를 마련해놓는다고 한다. 벽시계 벽거울 전화기 청소기 커피메이커와 침대커버까지 골고루 적어놓고 친구들이 ‘무엇을 사줄까’ 물으면 각자 분수에 맞게 선물을 고를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값이 나가는 것은 친구 서너명이 어울려 사고 누군가가 먼저 구입한 것은 체크되기 때문에 물건이 겹칠 염려는 없다. 신랑 신부는 집근처의 레스토랑이나 골프장 구내식당에 친지들을 초청해서 답례파티를 연다.실속있고 알뜰한 결혼식 문화다. 우리는 결혼 몇달전부터 냉장고에서 에어컨·TV등 각종 전기제품과 주방용구·침구·응접세트를 사들이고 과소비가 판을 치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700만원짜리 밍크코트며 1,500만원이 넘는 롤렉스시계를 결혼예물로 준비하기도 했다. 한때 의사 변호사등의 신랑감에겐 ‘열쇠 3개’를 줘야한다는 해괴망측한 신풍속이 유행했다. 실제로 지난 95년, 35평짜리 아파트와 학비 2,000만원을 혼수로 지참하고 결혼한주부가 결혼 후 의사남편의 계속적인 금품 추가요구에 시달려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가정법원은 결혼당시 지참한 정도의 위자료와 재산분할금등 2억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됐었다. 그런중에도 호화 피로연과 값비싼 야외촬영, 예식장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 징수 등의 병폐는 끊임없었고 심지어 딸의 혼수를 장만하느라고 빚을 진 가장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어느덧 결혼시즌이다. 마냥 부풀던 혼수거품이 제거되고 결혼비용이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신혼부부 12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한쌍 6,900만원이던 결혼비용이 올 상반기에는 5,100만원으로 1,700만원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신혼여행지도 47%가 국내를 선호한다니 다행한 일이다. 지금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의 한가운데서 살고있는 시점이다. 결혼 약속으로 실반지를 나누어 끼고 단칸방에서 한푼의 저축으로 시작되는 알뜰한 결혼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게끔 결혼비용은 좀더 바짝 줄여야 한다. 하객도 가장 필요한것을 사주고 결혼 당사자들도 결혼은 그 무엇보다 사랑이 전제된 애정의 열매임을 인식하는 일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 고어 美 부통령 ‘클로즈 업’/클린턴 성추문 확대로 급부상

    ◎“위대한 대통령” 추켜세우며 미소/11월 중간선거 유세 모시기 경쟁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는 속설을 새긴 뒤 출근할 판이다.클린턴이 구겨질수록 고어의 몸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이리저리 주판알을 퉁겨봐도 악재가 안 나온다.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인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의 직감이 더욱 고개숙이라 타이른다. 스타 보고서가 인터넷에 공개돼 클린턴이 세계적 망신을 당한 뒤에도 고어는 대통령 곁을 지켰다.지난 11일 조찬기도회에서 “클린턴은 위대한 대통령,위대한 친구”라고 지원사격했고 12일 오리건주 민주당 유세에서는 “클린턴의 지도력이 유례없는 번영을 가져왔다”며 나팔수 노릇을 자청했다. 저러다 클린턴과 함께 무너지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고어의 자신감엔 근거가 있다. 고어를 2000년 대선 후계자로 지명한 클린턴은 스타 보고서 파란을 겪으며 고어에게 더욱 의존하게 됐다.성추문 조사가 시작된 뒤 고어 전문인 환경·기술정책은 완전히 손아귀로 넘어왔다.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 해도 클린턴은 아직 정부 수장이며 민주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스타 보고서가 공개된 뒤에도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열의 예닐곱이 “탄핵은 안된다”고 할 만큼 기본적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밉보여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입장은 좀 다르지만 민주당 원내총무 리처드 게파트가 ‘사건’ 터지고 줄곧 클린턴과 거리를 둬온 것과 고어의 ‘의리’는 대비되는 게 사실.이목구비 뚜렷한 미남 부통령이 만신창이 대통령을 끝까지 감싸 안는 모습을 나쁘게 보기만 할 이는 많지 않다. 공들인 클린턴이 탄핵된다 해도 걱정없다.곧바로 대통령 직무대행이 돼 대선전에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어떻게 돌아가도 화창한 앞길이다. 걸리는 것은 96년 대선자금 유용 혐의 정도.하지만 이를 문제삼는 민주당원들은 없다.오히려 11월 총선 유세에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이다.썰렁한 클린턴 문전과 대조적이다. 지난 주말 태평양 서북부 순환유세에 이어 고어는 이번주 14일 뉴욕 선거자금모금 집회와 18일 뉴햄프셔주 유세장을 찾아간다.대통령 예비선거 테이프를 끊는 뉴햄프셔를 거치며 고어가 ‘준비된 대통령’감으로 완전히 자리잡을지 주목거리다.
  • 시험대 오른 신여권 정치력/吳一萬 기자·정치팀(오늘의 눈)

    집권당의 역할은 차질없는 국정운영에 있다.치열한 정쟁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시키는 것이 임무다.가정에 비유하자면 구성원들간의 갈등을 화목으로 승화시키는 가장과 다름없다. 여권은 그동안 ‘악처(惡妻)론’을 앞세워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사사건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논리였다. 많은 국민들도 다소 무리가 따랐지만 여권의 의원영입에 박수를 보낸 것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기 때문이다.적어도 여소야대 정국의 ‘비(非)생산성’에 실망한 측면이 강했다. 상황은 반전됐다.여권은 그렇게 고대하던 원내 과반수를 확보했고 영입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국민회의 주장대로라면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의 횡포가 더 이상 자행될 수 없는” 정치구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여권은 ‘과반확보’에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이제는 수적 열세라는 ‘방패막이’를 이용,국정운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국회 다수장악으로 막강한 ‘힘’을 틀어쥔 만큼 그 책임감도 배가된것이다. 여대야소의 첫 정치력 실험대가 바로 정기국회다.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10일 국회 개회식도 반쪽으로 끝났다.세풍(稅風) 등 정치권 사정에 대한 야당의 반발 때문이다. 어쩌면 야당의 ‘극렬저항’,여당의 ‘강행처리’라는 구태가 재현될 공산도 적지 않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신여권의 ‘정치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국민들은 더 이상 파행국회,식물국회를 바라지 않는다.어떤 변명을 늘어놓든 정치권 정쟁이 민생복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그 매개역할이 집권당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YS정권의 실패’를 지켜봤다.15대 총선 직후 139석에서 161석으로 늘린,영토확장의 과정도 기억한다.정치력보다는 단순한 수적 우위를 앞세운 ‘패권주의’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잘 안다. 여야 모두 정국운영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하지만 최종 화살은 집권당에 돌아온다.그것이 민주주의다.구여권과 다른,성숙된 정치력을 주문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너무도 무리한 요구일까.
  • 리게티 오페라‘그랑 마카버’(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10·끝)

    ◎죽음의 추문을 씻는 방법/좋은 이들 모두 모르리 자신의 시간 끝나는지/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모든 걸 숨기는 오페라/육체와 죽음의 추문들 씻어내는 현대의 제의/미세 다성음악의 원조 인류 비극 자신에 육화 1.‘대기괴’(大奇怪)쯤으로 번역되는 리게티 오페라 ‘그랑 마카버’는 이런 6중창으로 끝맺고 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말 것,좋은 사람들 모두/ 아무도 모르지 자신의 시간이 언제 그치는 지를./그리고 그때가 오면 그냥 그렇게 둬…./안녕,그때까지는…명랑하게 살 것’ 중세에 ‘기괴한 춤’이라는 소재가 있었다.아릿따운 소녀를 끔찍한 죽음의 몰골이 껴안는 형상이다.슈베르트 ‘죽음과 소녀’는 그것을 낭만주의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결과다.그리고 케테 콜비츠 판화 ‘딸을 위해 죽음과 싸우는 어머니’는 그 ‘사회주의적 변형’이다.그런 기괴,더군다나 ‘대기괴’의 마지막에 이 무슨 상투적 권하는 말씀? 아니,그 전에,오페라의 줄거리는 정말 말도 안되는 추문의 극치다.모든 것이 괴상망칙한 브뤼겔의 나라.보통사람 피에트가 모국을예찬하면,연인 미란다와 아만도가 합류한다.둘은 성교(性交)중이고 그치지않는 오르가즘을 열망한다.네크로차르(그가 ‘대기괴’이다)가 세상을 끝장내겠다고 선포하고 피에트를 조수로 부린다.두 연인의 성교는 무덤 속으로 이어진다. 장면이 바뀌면 한 천문학자와 부인이 더 열렬하게,그리고 변태적인 성교를 벌이고 있다.남편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동안 아내는 비너스에게 ‘더 센’ 남자를 보내달라고 간청하는데,그때 대기괴가 나타나 그녀를 과격한 사랑으로 죽여버린다. 대기괴,피에트,천문학자 세사람이 이제 청년 군주 고고의 궁정으로 향한다.궁정에선 흰 장관과 검은 장관이 서로 앙숙이라 골치가 아프다.비밀경찰 총수 게포포가 위협을 알리고 ‘대기괴’가 등장,세계의 종말을 선언한다. 2.음악은 더 뒤죽박죽이다.‘진노의 날’ 선율,몬테 베르디 ‘포페아의 대관식’,베르디 ‘팔스타프’,로시니 ‘세빌랴 이발사’,심지어 베토벤 ‘영웅교향곡’까지 동원되면서 하이 소프라노의 괴성­절규에 찢기고 베이스의 신음­무게에 짖눌린다.그리고 크게왜곡되고 악용된다.값싼 춤음악과 진부한 팡파르들이 세계의 종말에 달한다.그 결말에서 위의,권고의 말씀이라.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죽음은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이 다가오므로,그게 언제인지 알 수조차 없으므로,그때 까지 열락에 몸을 담그라는 뜻? 아니다.리게티는 직접 이렇게 말하고 있다.두려움이 전혀없는 삶,쾌락에 전적으로 바쳐진 삶,그것은 사실 심각하게 슬픈 삶이다….그렇다면? 과도한 음탕이 과도한 죽음을 낳는다.거꾸로도 마찬가지다.즉,죽음은 음탕하고 음탕은 죽음이다.‘그랑 마카버’의 이,매우 우스꽝스러운 깨달음은 음악,특히 오페라음악에 대한 역사적이고 현대적,그러므로 비극적인 통찰의 결과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아니 음악의 아름다운 의상을 듣는다.그렇게 ‘음악속’이 들리거나,보이지 않는다.오페라는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모든 것을 숨긴다.그렇게 이야기의 ‘음악속’이 들리거나,보이지 않는다.왜냐하면 음악은 사랑과 교접사이를 흐르면서 교접을 선율로,미­육체화(美­肉體化)하고 그것을 의상화한다.그러나,본질은?혹 그 모든 것은 육체의,그리고,그러므로 죽음의 추문을 은폐하기 위한 장치 아니었을까? 3.쇤베르크는 음악 의상의 조화를 찢어버렸다.그 깨진 거울 뒤로,음악이전의,성욕(性慾)의 추악한 전모가 언뜻언뜻 보인다.그렇다.‘그랑 마카버’는 추문의 음악화를 통해 음악의 추문을,그렇게 육체와 죽음의 추문을 씻어내려는 현대 제의(祭儀)에 다름 아니다.이 제의 속에서 번제물 역할을 하는 것은 서양음악사 전체이다. 서양음악사,아니 역사는 그렇게 조롱받으며 스스로의 추문을 정화(淨化)할 밖에 없다.쇤베르크 이래 모든 현대음악은 폭로 혹은 자기파멸로만 치달았다.쇤베르크의 기법을 이어 받았지만,쇤베르크가 염원한,파경이후 새로운 음악적 총체는 점점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왜냐하면,인류는 지식을 넓혀갔지만,동시에 자신의 악마성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서,그러므로,음악이 음악을,음악적으로,번제물 삼는다.리게티는 헝가리 태생이다.1956년 헝가리 민주화운동을 소련군 장갑차가 진압했을 때 그는 33세,부다페스트에 있었다. 당시 전위음악의 총아였던 슈토크하우젠음악 ‘청년의 노래’를 몰래 라디오로 들으며 그는 창밖으로 계엄령 상황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곧장 서방으로 망명,딱 두 달 만에 콜로뉴 전위음악파의 선두로 부상한다. 그는 서양음악의 현대적인 기법을 두루 탐구하고 발전시켰다.스스로 자신의 음악방식을 ‘미세(微細) 다성음악’이라 명명하면서 그는 1960년 서양현대음악 전체의 최첨단에 달할 수 있었다.1970년대는 오페라 ‘그랑 마카버’ 작곡에 바쳐졌다.그의 모든 기법과 사상이 총동원된 이 오페라 작업은 그로 하여금 현대음악의 막다른 골목에 회의를 느끼게하는 계기로 작용한다.아니,그는 파탄에 이른 현대음악에 회의를 느꼈으므로 이 오페라에 진력했다. 그는 비극적인 청년 시절을 보냈다.아버지와 형은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그도 강제노동에 처해졌다.나치이후 공산주의 정권은 그의 급진적인 음악을 금지했다.그리고,그러나,그 비극성이 그에게 ‘총체성의 마지막 보루’로 작용한다.전 인류의 고통이 그의 고통으로 특수화­심화하면서‘총체를 위한 번제’의 음악이 탄생하는 것이다. 새로운 리듬과 화음을 찾겠다….그는 ‘그랑 마카버’이후 그렇게 공언했다.오늘 소개하는 것은 현대음악 처녀지이자 성지(聖地)인 베르고 레이블이 자랑하는,리게티 자신의 숨결이 연주에 배인 음반이다. 1987.녹음,1991.wergo wer6170­2 ORF­합창단과 아르놀트 쇤베르크 합창단 ORF­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엘가 하워스
  • 불법과외 추방과 교육개혁(사설)

    서울 강남지역 불법고액과외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문제교사 중징계,일선교육청의 학원 감독 직원 교체,관련학원 등록 말소등을 내용으로 한 이 대책이 문제해결의 속시원한 해법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과외문제는 학벌이 신분상승과 유지 수단이 되는 학력물신주의(物神主義) 경쟁사회인 우리 나라의 고질적인 불치병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외추방의 근본대책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학력보다는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사회풍토가 조성되고,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심한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여 나가며,입시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과외욕구를 해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여러차례 대학입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과외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서울대의 구조조정 방안과 함께 대입 무시험전형 확대등 교육개혁이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번 강남지역 불법고액과외 사건은 대입 무시험전형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학교 내신(內申)에 대한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공교육을 책임진 교사들이 돈을 받고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市場)에 넘기고 과외교사로 직접 나서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학원에서 서울시내 여러 학교의 학생 ‘환경조사서철’이라는 것이 나오고 관련 교사와 학생 명단이 수백명에서 1,000명까지 설왕설래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해당교사들을 해임 또는 파면하는 중징계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 교사에 대한 중징계와 함께 우수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과외해결의 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교육부가 불법과외 근절대책과 별도로 추진하는 ‘우리들의 참스승’ 인증제가 주목된다. 교실수업 혁신에 탁월한 성과를 거둔 교사들을 선정한다는 이 제도는 교사들간의 위화감 조성과 용어상의 문제점등을 안고 있지만 능력과 의욕을 지닌 교사가 공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 듯싶다. 교육부의 대책과는 별도로 강남지역 불법고액과외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불법고액과외를 시킨 학부모 중에는 현직 국회의원,판·검사 등 권력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한점 의혹 없이 수사가 진행돼야 선의의 피해자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학원운영자들에 대한 추적수사로 불법고액과외의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 아울러 교육당국은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대입무시험 진학을 비롯한 교육개혁 방안에 문제점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 국회 상임위 구성을 보고(사설)

    국민들의 질책에 밀려 개원한 국회가 15대 후반기 원(院)구성을 마쳤다.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간에 벌인 밥그릇 싸움끝에 나눠먹은 상임위원장직 배분과 그 자리를 맡은 의원들의 얼굴을 보고 실망했던 국민들은,각 상임위에 배정된 위원들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망과 우려를 느낀다.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에 원칙도 없거니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의원과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인 의원을 법사위에 배정했는가 하면,수서특혜 사건으로 감옥에 갔던 의원들이 건설교통위에 배정되기도 했다.영장집행을 눈앞에 둔 의원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을 법사위에 배정한 숨은 뜻이 국회법사위원이라는 직위에 기대어 구속재판을 모면하거나,무죄판결 아니면 가벼운 형량을 얻어내라는 것인가.그렇지는 않을 것이다.91년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수서사건 관련 의원들이 건교위에 배정된 것도 그렇다.수서사건 때는 건설부문 관련 뇌물을 서툴게 받았다가 감옥에 갔으니,그 경험을 거울삼아뇌물을 받더라도 세련되게 받으라는 것인가.역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당사자들 자신이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임위 배정을 거부해야 옳다. 국회의원은 누구나 특정 상임위에 배정되고 상임위를 통해 의정활동을 편다.상임위에서 하는 활동이야말로 의정활동의 중심이다.그래서 상임위 배정에서는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만 의안 심의나 국정감사등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법조인 출신이 법사위에,교육계 출신이 교육위에,의약계 출신이 보건복지위에 배정되는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그러나 학교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했던 의원들이 교육위에 배정되고,병원을 운영하고 있거나 의약품회사를 운영했던 의사·약사 출신이 보건복지위에 배정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왜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것일까?그것은 과거의 관행때문이다.일부 의원들은 관련분야의 속 사정에 정통하다는 ‘전문성’을 내세워 개인적 이익을 챙기기도 했고,관련업계의 이익을 위해 로비를 맡기도 했다.의사·약사 출신들이 보건복지위에 배정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이 ‘의·약 야합’이나 ‘의·약 대리전’을 지레 걱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과거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의원 개개인의 공인 의식과 청렴성이 앞서야겠지만,국민 한사람 한사람과 시민단체들이 의정감시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 高宗의 부부싸움(秘錄 南柯夢:21)

    ◎“황태자 폐위” 궁중流言 나돌아/고종 “맏아들 폐위는 나라 망치는 일” 진노/“누구의 획책인가…” 嚴妃 추궁하자 졸도/30분뒤 깨어나니 노여움 풀고 부부화해/“가화만사성 경의 말들어…” 번갈아 하사품 고종과 엄비의 가정불화는 마침내 엄비의 기절로 끝나게 되었으니 궁중 사건으로는 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런 긴급 사태를 당하여 정환덕은 고종에게 “안심하십시요.30분 뒤에는 깨어나십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과연 깨어날수 있을까.이 예언이 맞지 않으면 당장 해임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30분이 지나 밤 8시가 되었다. 엄비께서 갑자기 몸을 옆으로 둘리시더니 얼굴을 벽에 대고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시며 숨을 몰아 쉬셨다.기사회생한 것이다.상궁과 내인이 급히 뛰어 대청에 나와 고종에게 엄비가 깨어난 것을 아뢰었다.황상께서는 급히 달려가서 엄비가 깨어나신 것을 확인하셨다.너무 기뻐 좌우를 돌아보시더니 “정시종(鄭侍從=정환덕)의 추산법(追算法)은 과연 천하 제일이다”하시며 칭찬하시기를 마지 않으셨다. 어떻게 엄비의회생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그건 정환덕이 엄비의 졸도가 약으로 치료될 일이 아니라 화병으로 일시 까무라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엄비가 졸도하기 전 정환덕이 엄비에게 불려가 고종과 독대 내용을 질문받은 일이 있었다.그 뒤 소문이 고종의 귀에 들어가 다시 고종에게 불려갔으니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터이다. 황상께서는 경위총관(警衛總官) 이근순(李根淳), 궁내협판(宮內協判) 이봉래(李鳳來),탁지대신(度支大臣) 이용익(李容翊),평양참령(平壤參領) 길영수(吉永洙),호위대참장(護衛隊參長) 이서구(李書九) 등 요인들이 즐비해 있는 가운데 대청에 좌정하시어 나(정환덕)에게 물으시기를 “지금 엄비가 너를 불러 무슨 일을 묻던가”고 하시었다.이에 아뢰기를 “엄비께서 단지 나라 일을 걱정하시며 왕실의 운명에 대해 점치라고 하셨을 뿐 그 밖에는 다른 말씀은 없었습니다”고 했다.황상께서는 “알겠다”고 하시면서 자리를 뜨셨다. 그때 나는 몸을 일으켜 “한 말씀만 더 드릴 일이 있습니다”고 아뢰었다.“무슨일인가” 하시기에 “속담에도 있듯이 집안이 화평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家和萬事成)고 하였습니다.군신간에도 화목하여야 나라가 잘되는 것이오니 폐하께서는 부디 매사 평화와 관용과 원만으로 해결하시고 상벌을 분명히 하시며 허실(虛實)을 분명하게 하신다면 궁중은 물론 장안도 아무탈 없이 승평(昇平)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만일 그렇지 못하면 위험과 난리가 박두하게 될 것입니다. 본시 권좌에 오르면 그 순간부터 정신이 몽롱해져서 정사를 그르치게 마련이다.1904년은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던 해다.그런데 국왕이 부부싸움에만 정신을 팔고 있었으니 그것은 마치 클린턴이 성추문 사건에만 신경을 쓰다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그르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라가 위태롭다는 말은 입달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던 말인데 ‘남가몽’에 보면 성주목사를 심선택(沈善澤)이 이같은 말을 하고 있다.심선택은 북간도 개척을 진언한 인물이다. 편안할 때 위태함을 잊지말아야 하고 즐거울 때 우환을 잊지말아야 한다(安不忘危樂不忘憂)는 것은 고금의진리입니다.지금 나라 형편을 보건데 겉으로는 태평한 듯 하지만 속으로는 지극히 험난하여 문자 그대로 누란의 위기요,‘눈섭이 타는 위급’(燒眉之急)이라 할 것입니다.그러나 모두가 이같은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으니 이것은 마치 만신창이가 된 몸에 도화분을 발라 상처를 가리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근본을 다스려야 낫지 말초를 다스려서야 나을 수있는 병이 아닙니다.지금이야말로 국가를 치료할 양약이 필요할 때입니다. 병든 나라를 치료하기 위한 양약이라고 했는데 이름이야 ‘개혁’이든 ‘제2의 건국’이든 상관이 없다.지금이야말로 그런 약이 필요한 때 아닌가. 아무튼 고종과 엄비의 부부싸움은 엄비의 졸도로 일단락됐는데 사실은 배후에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정환덕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내시가 한사람 있었는데 이름이 봉시(奉侍:내시) 강석호(姜錫浩)였다.이 사람이 불시에 정환덕을 찾아오더니 엄청난 궁중비밀을 털어놓았다.정환덕도 몰랐던 일이기에 깜짝놀랐다. 봉시 강석호가 내게 찾아와 “영감께서는경선궁 사건을 실지로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하고 물었다.이에 답하기를 “사실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아직도 안개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고 했다.강석호는 말하기를 “영감이나 저나 천안(天顔:임금)을 지척에서 모시는 몸으로서 다같이 나라와 고락을 함께 하고 있는 처지가 아닙니까” 하며 목소리를 낮추면서 “근일에 궁중유언(宮中流言)이 돌고 있는데 민비 소생인 황태자(순종)를 폐해 대군(大君)으로 강등하고 엄비의 소생인 영친왕을 황태자로 모시고 저 한다는 말이 돌고 있는데 황상폐하께서 이 소리를 들으시고 크게 진노하셔 말씀하시기를 ‘예부터 맏아들을 폐하고 어린 아들을 세운다는 것은 국가를 망치는 근본이라 했다.어느 반역분자가 이런 일을 획책하고 있는가’하시면서 엄비를 나무라셨습니다.엄비가 황공무지하여 어쩔줄 몰라 하시다가 까무라치게 된 것입니다.영감께서는 이 일을 알고 계셨습니까. 강석호는 부부싸움의 진상은 대개 그러하니 “이런 어려운 시기를 당해 앞으로 우리 두사람은 대소사를 가릴 것없이서로 협력하여 나가자”고 제의해 왔다.정환덕이 “물론 그렇게 해야지요”라고 동의했는데 얼마 뒤 고종이 정환덕을 불러 치하하였다. 황상께서는 “짐이 경의 말에 따라서 궁중의 유언비어를 말끔히 씻어 냈더니 화기(和氣)가 되살아났다.이 어찌 가화만사성 아니겠느냐”하셨다.엎드려 아뢰기를 “이는 이 나라의 훙복이옵니다.옛말에 ‘착한 마음을 한번 품으면 길신(吉神)이 따르고 악한 마음에 흉귀(凶鬼)가 따른다’고 하였사오니 이제 이 나라는 다시 회생할 것이옵니다”고 아뢰었다. 이때 고종은 손수 금일봉(금화 200환)을 하사하며 정환덕을 치하하였다.그런데 다음날 경선궁에서 엄비가 정환덕에게 “약간 정표를 준비했으니 받아 가라”는 하명이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물건을 그냥 받아갔다가는 큰일날 것 같았다. 그래서 10여일을 그냥 맡겨두고서 찾아가지 않았더니 엄비께서 “저번에 약간의 정표한 물건은 왜 받아가지 않느냐”고 물으셨다.대답하기를 “너무 황송해 받아가지 못했습니다”고 하였다.그리고 나서 황상께 고하기를 “경선궁에서 약간의 정표로 하사하신 물건이 있었습니다만 감히 받을 수가 없어 이처럼 말씀드립니다”고 아뢰었다. 황상께서는 “무슨 물건이든가”고 물으시기에 “엄비의 말씀이 ‘막중 존엄한 자리를 가까히 모시는 신하로서 의복이 남루해 혹시 정결하지 못하여 냄새가 날까 두려워 다소의 의복을 하사한다’하셨습니다만 아직 펴보지 못하였습니다”고 아뢰었다.이에 고종이 “받는 것이 옳다”고 허락하셔 마침내 선물을 받아 펴보았다. 펴보니 구름 무늬 비단으로 만든 크고 작은 예복 각 한 벌씩과 물소뿔띠와 학을 그린 흉배자 각 한 벌,수단(繡緞) 두필,왜비단 두필,순인갑사(淳仁甲紗) 한필,가는 모시 세필,분명주 두필,목양목 두필,백미 10섬,지화(紙貨) 300환.씨를 뺀 화솜 50근.안동포 두 필 그 밖에 여러 물건이 들어 있었다. 고종은 200환밖에 하사하지 않았는데 엄비는 이처럼 지화 300환 이외에도 엄청난 물품을 하사하였으니 그때도 지금처럼 경제권이 여편 쪽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 ‘반민특위’ 인터넷서 살아났다

    ◎96년 ‘친일논쟁’ 참가자 80명 모여 결성/‘겨레의 거울’ 개설… 친일파 100명 행적 띄워/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삶 재조명도 지난 96년 5월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때아닌 ‘친일 논쟁’이 붙었다. 이화여대의 한 신입생이 “성경시간에 金活蘭 박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렇게 훌륭한 분인 줄 몰랐다”라는 글을 올린게 발단이었다. 곧 다른 대학생이 “金박사는 대표적인 친일인사”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논쟁은 다른 친일인사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한달 이상을 끌었다. 이 논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 뒤 ‘인터넷 반민특위’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48년 정부수립 후 설치됐다 친일파의 공작으로 사라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부활한 것이다. 이 모임은 독립운동가로 잘못 알려진 친일파 인사들의 행적을 제시,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을 주축으로 20∼30대의 미국·영국 유학생,회사원 등 80여명이 회원이다. 따로 모임은 갖지 않고 인터넷에서메일로 정보를 교환한다. 인터넷 반민특위는 96년 광복절에 ‘겨레의 거울’(banmin.ifp.or.kr)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관료,정치인,문인,여성계 인사 등 100여명의 친일행적을 그대로 실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사가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뽑힌 조선인을 독려했던 전문(全文)을 게재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초자료는 일제때 신문이나 잡지에서 얻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파 99인’ 등 관련 서적도 큰 도움이 됐다. 회원들은 전자우편을 통해 정보수집,자료요약,번역,웹사이트 구축 등 업무를 분담한다. 인터넷 반민특위는 최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삶을 재조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최후의 레지스탕스’인 金始顯 선생과 광복군 총사령관 池靑天 장군의 둘째딸로 광복군의 첫 여군 소위였던 지석영 여사의 업적을 조명하는 일 등이다.
  • 쇤베르크 오페라 ‘모세와 아론’(명반과 함께하는 음악여행:9)

    ◎현대 예술의 파경과 진리/모세 표현능력 없어 고민 현대 예술가와 닮은 꼴/‘죽은’하느님의 20세기 구시대­현대 파경 상징/장­단조 파괴 12음기법 정처없이 열린 난해성/솔티 스무번 넘게 지휘 “갈수록 명료해진 진리” 1.막이 오르자마자 매우 불안한,아니 불길한 선율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그,‘인적없는’ 분위기는 매우 길 것같다. 그 예상은 곧 깨진다. 모세가 말한다. 유일한 분,무한한 당신,편재(遍在)하는 분,감지할 수 없고,상상조차 할수 없는 하느님!… 그러나 모세의 인성(人聲)이 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예상은 소재적으로 깨졌지만 내용적으로 이어진다.‘없는’ 하느님 대목에서 벌써 불안이 공포로 찢어진다. 너는 하느님의 예언자가 되라! 불타는 숲에서 목소리가 그렇게 명한다. 그러나 모세는 주저한다. 왜냐면,벌써 암시했듯이,모세에게 하느님은 감지할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존재다. ‘아무도 나를 믿지 않을 것이다…’ 모세는 스스로 하느님의 전언(傳言)을 이해는 하지만 그것을 백성들이 ‘알아듣게 표현’할능력이 없다. 불타는 숲의 목소리가 말한다. 너의 형 아론에게 설명할 능력을 주겠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앞에서 이끌 것이다. 영원한 존재와 하나되어 그들은 다른 모든 민족에 모범을 이룰 것이다…. 그렇게 하느님은 모세를 설득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모세의 고민을 오해한 것이다. 모세는 표현능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그 ‘표현’이 하느님의 왜곡을 부를 것을 예견할 능력이 ‘있는’ 존재이다. 그렇게 문제는 구약성서의 시대와 종교를 뛰어 넘어 아연 현대성을 띤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사명,그것이야말로 현대 예술가의 사명인 까닭이다. 2.아론은 ‘눈에 보이는’ 기적과 ‘손에 잡히는’ 비유로써 하느님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세가 생각하는 하느님과 터무니없이 멀다. 아니,하느님의 전락이다. 그가 보기에 아론은 정말 구약시대의 예언자에 불과하다. 신약시대의 예수는 자신의 탄생과 죽음으로써 인간 삶의 난해성을(단순 설명하지 않고) 육화(肉化)했다. 그리고 20세기는 ‘없는’,혹은 ‘죽은’ 하느님의 시대다. 아론의 기적과 비유는 그 정황에 비추어 너무도 낡았다. 음악적으로 아론은 노래 투를,모세는 일상 대화 투를 구사한다. 즉,아론은 대중적으로 아름답지만 낡은 조화의 시대를,모세는 괴롭지만 현대의 난해를 포괄하는,모종의 파경을 상징한다. 하느님의 전락은 인간의 전락에 다름 아니다. 아론은 대중과 접하면서 급격하게 우중 선동가로 전락한다. 그 전락은 천박할뿐 아니라 끔찍하기도 하다. 대중은 ‘눈에 보이는’ 숭배대상을 요구하고 아론은 급기야 황금송아지를 우상으로 세운다. 대중은 산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십계명을 받아들고 내려온 모세는 그 처참한 광경에 경악,아론을 질책하지만 아론도 할 말이 있다. 십계명 판은 우상이 아니더냐…. 모세는 십계명 판을 부숴버린다. 그렇다. 우상 뿐 아니라,계명­율법화 또한 종교의 전락이다. 손쉬운 주문 몇 개로 진리를 대신하는 밀교의 길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십계명의 길은 사실 ‘제사장’ 아론의 길이다. 3.쇤베르크의 ‘12음 작곡기법’은 한 옥타브내 전음(全音) 7개와 반음(半音) 5개를 똑같이 대우한다. 즉,몇개의 음을 중심으로,혹은 지향점으로 음악이 진행되는 장조­단조체제가 파괴된다. 천년동안 발전해오던 음악적 명료성,혹은 조화의 세계가 깨지고 ‘정처없는’ 난해의 공간이 열린다. 쇤베르크는 ‘모세와 아론’에서 자신의 음악혁명을 옹호하려 한 것일까? 답은 노. 왜냐면 오페라 등장인물인 모세 자신이 스스로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세계의 조화,하느님의 조화를 무책임하게 파괴하기만한 것이 아닐까? 그는 그런 종교적 원죄의식에 시달렸다. 아론의 대중적 화술에 대한 찬탄도 모세는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채로 그는 끝없이 자신을 미지의 영역속으로 밀어넣는다. 그 갈등의 조화가 이제까지의 조화를 일순,너무도 순정하고 천진난만하고,또는 철없는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때 그의 음악혁명이,기법을 넘어서 음악예술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그는 결코 난해,자체를 지향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느끼게’ 하는 이해의 길로서 난해를 명료화하는 것이다. ‘모세와 아론’은 음악적으로이제까지 오페라예술의 성과를 집대성하면서 그것을 현대 세계의 난해성과 대립시키고 있다. 거울은 이미 깨졌다. 그 깨짐 자체가 길이 되지않으면 안된다….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4.쇤베르크 이래 현대음악은 ‘깨진’ 거울속에 있다. 음악은,특히 오페라는 ‘성(性)의 극복’이라는 예술의 무의식적인 목표에 충실해왔다. ‘모세와 아론’은 그 장(場)을 삽시간에 아름다움의 불모지로 만든다. 즉,성이(극복되지 않고) 노년화하거나 삭제된다. 쇤베르크 이래 현대음악 또한 그 불모성 속에 있다. 그것은,음악이 진정한 인간해방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할 통로일 것인가,아니면 그냥 그렇게 닫혀 버릴 것인가? 이것은 ‘모세와 아론’ 이래 모든 현대 예술을 총괄하는,사활의 질문이다. 이 작품에 대해 오늘 음반의 지휘자 솔티는 이렇게 말했다. “1965년 이 작품악보를 연구하면서 느꼈던 두려움과 불안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정말 복잡한 작품이었다. 내가 제대로 해낼수 있을까. 스스로 그런 의문에 사로잡혔을 정도다. 그 후 나는 스무번 넘게 이작품을 지휘했다. 갈수록 작품이 명료해졌다… 이번 녹음에서 나는 작품의 복잡성보다는 명료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의 말은 경험담이지만 ‘모세와 아론’의 주제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그렇다. 진정한,진리의 (현학이 아니라) 난해를 포괄하면서 예술은 복잡해지지만 그것이 명료성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아니,오히려 복잡성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예술의 몸은 나이를 먹으면서 복잡하게 아름다워진다. 그것이 인간의 미래향으로서 예술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쇤베르크는 3막의 대본에 음악을 붙히지 않았다. 미완(未完)의 열림? 아니,누군가가 자신을 음악으로 열어주기를 바랐던 것 아닐까? 1984 녹음 1985.Decca 414­264­2 베이스­바리톤 프란츠마주라 외(外)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게오르그 솔티 경(卿)
  • 정치·사회·통일분야­주제발표(제2의 건국선언 무엇을 담나:Ⅰ)

    올 8월15일은 정부가 수립된지 50년이 되는 날이다.지난 반세기동안 8·15라면 일제로부터의 해방,광복의 의미로만 받아들여왔다.자유총선거에 의한 민주공화국이 처음으로 탄생한 건국의 가치는 소홀히 다뤄온 감이 없지 않다.金大中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를 통해 국정 최고 슬로건으로 ‘제2의 건국’을 선언한다.현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명실상부한 민주·선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6대 국정운영철학과 구체적인 개혁프로그램을 국민앞에 제시하게 된다.金대통령은 이미 국정운영 기조로 ▲민주주의 ▲시장경제 ▲세계주의 ▲화해와 통합 ▲지식중심의 산업 ▲안보와 교류·협력의 6대 지표를 천명한 바 있다. 서울신문사는 건국의 참의미와 그 건국정신이 우리 현실에 어떤 의미를 주며,그리고 6대 국정운영 철학의 실천적 방법이 무엇인지를 총론 및 정치·외교부문,경제분야 등 두차례로 나눠 전문가들 집중토론을 통해 조명해봤다.1차로 동국대 白京男 교수와 서울대 朴相燮 교수,연세대 文正仁 교수를 초청,총론과 정치·사회·통일분야를 정리했다. ◎주제발표/수평적 정권교체 원년… 새 1,000년 준비/과거의 실패 거울삼아 위기 극복에 총력/白京男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우리는 지금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로 들어가는 시점에 서 있다.더욱이 금년은 광복 53년째이자 분단과 남북 냉전시대가 50년째 지속된 해이다. 동시에 올해는 수평적 정권교체의 원년이기도 하다.따라서 세계사의 흐름속에서 국내 정치의 새로운 위치 설정과 민족사적인 입장의 재정립이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제2의 건국’이 필요한 것이다.광복후 제1건국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를 성찰하고 새로운 1000년을 앞두고 민족사의 방향과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올 8·15를 맞아 원점에서 생각해 보고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방향을 마련해야 한다.이것이 ‘국민의 정부’의 제2건국 추진 동기다.이제 거기에 따른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국제환경을 보자.동서 이념대립이 종식되고 국가간 상호의존적인 협력체제가 구축되고 있다.국경없는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된 것이다.능동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제1건국 시대의 국가 틀로 21세기를 맞이할 수 있겠는가.산업화 모델과 개발독재 모델을 갖고 세계사의 흐름에 적응할 수 없다.세계의 충격속에서 자주적으로 국가의 길,민족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세기를 돌이켜 보건대 우리가 시종 비참한 운명에 빠진 것은 19세기 서양의 충격을 자주적으로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식민지가 되고 그 여파로 인해 분단체제를 맞고 이데올로기 대립속에서 국력을 소모했다.이런 체제의 연속이 대응력을 잃어 오늘날의 국난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자주적으로 21세기 물결을 받아들이는 입장에 서야 한다.20세기에선 보수와 진보,지역간 갈등,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사회적인 균열이 심화됐다. 또 근대화가 미완성인채 탈(脫)근대화를 맞게 됐다.그런데도 아직 새로운 정치·경제·사회 제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체화되지 못했다.정치 외교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근대를 청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제1건국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21세기에는 제2건국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제2건국은 국가의 총체적 개혁운동이다.우리나라는 경제회생,정치적 민주주의,사회통합,한반도 평화정착 등 4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국민의 정부는 과거 정권의 모든 업적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실패한 것,성취하지 못한 것을 완성하자는 것이다.실패한 것을 딛고 위기극복을 위한 총체적 개혁으로 민주체제를 안착시키는,역사적 의식을 갖고 출범했다. ◎‘제2건국’ 제안 의미/낡은 시스템 바꿔 21세기 준비/前정권과 단절 아닌 미완의 과제 완성/지역·계층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로 金大中 대통령이 정부수립 50주년을 맞는 8·15 경축사에서 ‘제2의 건국’을 제안하는 이유는 자명해보인다.‘새롭게 시작하는 나라,다시 뛰는 한국인’이라는 호소이다.지난 50년 동안 쌓인 폐단을 일소하고 어려운 IMF 현실을 헤치면서 내일을 준비하자는 메시지인 것이다.金대통령은 바로 그 해법이 새로운 ‘건국의 정신’에 있다고 믿고 있다. ○50년간 쌓인 폐단 일소 제2의 건국은 흔히 과거와의 ‘단절’을 연상시키기 쉽다.광복 후 역대 정권의 통치스타일이 전 정권을 긍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보다는 철저한 부정의 역사로 점철돼 더욱 그렇다.5공의 정의사회 구현,6공의 권위주의 청산,문민 정부의 신한국 창조 등도 수사(修辭)의 범위를 넘지 못하고 전 정권의 부정에 머물렀다. 국민의 정부가 제2의 건국을 계승과 창조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국민적 정서를 감안한 결과다.전 정권들이 모든 것을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평가에서 출발하고 있다.예컨대 개발독재는 당시 국제질서와 환경의 산물이었으며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를 “건국정신은 결코 부정이 아니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따라서 건국정신은 전 정권들이 마무리짓지 못했던,미완(未完)의 문제를 완성시키겠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또 낡은 시스템을 21세기에 맞는 선진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나아가 지역간,사회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한데 아우르는 ‘통합의 용광로’인 것이다. ○새시대에 맞는 틀 필요 창조적 측면은 WTO체제와정보화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가의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이는 한마디로 ‘앞으로 50년 혹은 21세기의 전망과 미래설계(李康來 정무수석)’로 압축할 수 있다.청와대의 한 비서관도 “과거에는 통했던 시스템이 이제 맞지 않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입증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21세기 밀레니엄시대에 맞는 국가발전의 비전과 개혁 청사진이 필요한 때이며 이게 바로 국민의 정부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라는 인식이다. 金대통령은 이를 6대 국정운영 철학으로 요약하고 있다.‘△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관치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민족주의에서 세계주의로 △분열과 갈등에서 화해와 통합의 시대로 △공업 중심에서 지식산업 중심으로 △남북대결주의에서 안보와 화해·협력의 병행으로’ 등이 그것이다.지난달 타임지와의 회견에서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를 지표의 하나로 삼았으나 지역적·사회적 통합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발적 참여·개혁 호소 이러한 국정 철학은 과거 정권유지 차원의 통치이념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민주공화정의 이념을 내세운 상해 임시정부로부터 시작,우리의 현대사 구비구비마다 점철되어온 정치 역정의 산물이다.이제 그 철학에 어울리는 국가와 사회를 건설하자는,즉 구호가 아닌 실천의 국정 철학인 것이다. 경축사에는 6대 국정지표의 구체적인 비전을 담는다.대통령 취임사는 IMF 위기극복에서 시작했다면,이번에는 수해복구 현장의 위기극복과 희생정신을 화두(話頭)로 삼을 복안이다.그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호소한다. 개혁을 향한 시민사회운동이 물결치는 국가,원칙이 통하는 사회,성실한 사람이 성공하고 지역·계층·연령간 차별이 없는 나라 건설이 바로‘제2의 건국’이념이다.
  • 제10차 SAARC정상회의를 보고/金明培 주 스리랑카대사(기고)

    ◎西南亞는 잠재적 거대시장/한국경제 제3의 활로 주목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개최된 제10차 SAARC(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정상회의는 세계적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수차의 핵실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두 정상이 SAARC 회의를 계기로 만날 것인가,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나눌 것인가 정도가 관심사였을 것이다. ○IMF후 경제력 집중 심화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분명한 사실은 해를 거듭할수록 SAARC의 국제적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SAARC 정상회의가 개최된 지 올해로 10번째다.무슨 일이든 열 번을 반복하면 의미가 부여되고 힘이 생기는 법이다. 특히 역내 국가들이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해 어떤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때에 국제사회에서 자연히 큰 무게가 실리게 마련이다.현재 EU국가간에 화폐 단일화가 구체화되고 있고,바로 이웃인 동남아 국가들이 ASEAN을 통해 응집력을 발휘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남아 국가들은 SAARC 협력체의 강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SAARC 회원국들은 수년 전만해도 이 기구의 장래에 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지만 SAARC는 해를 거듭할수록 내부적 결속을 강화하면서 점차 지역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실질적 기구로 변모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서남아자유무역협정(SAFTA)의 시행시기를 2001년으로 정한 기존 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이 지역에 가까운 장래에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서게 되고 SAARC가 장차 지역 경제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다졌다.또한 급변하는 국제경제 환경에 회원국들이 공동대처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 우선 1999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제3차 WTO 각료회의시 공동 대처키로 하였다. 그렇다면 SAARC는 과연 어떤 의미에서 우리에게 중요한가.한마디로 서남아는 장차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활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서남아 지역은 현재 세계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인구증가율에 비추어 2020년에 인도는 중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인구국이 될 것이다.현재 서남아 국가들의 국민소득은 300∼800달러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경제발전 단계는 노동집약적 산업수준에 머물러 있어 자본집약적 내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행하는 우리 경제와는 상호 보완적 성격을 띠고 있다. ○시장경제 활성화 기여 한국은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에 대한 최대 투자국으로서 우리의 노동집약적 사양시설을 투자해 주재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착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서남아 경제와 우리 경제간의 상호 보완적 성격을 반영하는 실례이다.서남아 국가들은 동남아 경제위기를 거울삼아 외환관리에 신중을 기해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더 높은 연평균 6%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특히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 이 지역으로의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서남아 지역은 거대한 소비 잠재력을 갖춘 수출시장으로서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서남아야말로 월남,중동에 이어 우리 경제에제3의 활로가 될 수도 있다.우리가 제10차 SAARC 정상회의의 이의를 수출 확대와 경협 증진 차원에서 새로이 조명해야 할 까닭도 여기에 있다.
  • TV무속/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움베르토 에코가 쓴 소설 ‘장미의 이름’에 보면 이탈리아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이단혐의를 조사하러 나온 윌리엄수도사는 수도원의 외관만을 보고 “기름진 수도원이긴 하지만 원장이 민중의 기를 죽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수도원의 하인들이 우왕좌왕하자 이번엔 “말을 잃어버린 모양인데 그 말은 멀리 가지 못했다”고 안심시킨다. 심지어는 말의 생김새와 키, 이름까지 알아맞힌다. 자연에 비친 비언어적인 거울을 통해 그는 수도원장의 횡포와 말의 모습을 명료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그것은 점(占)과는 다르다. 바람의 방향과 나뭇가지에 달린 말갈기로 과학적 측면에서 감지한 관찰력일 뿐이다. 어느 시대나 미신은 존재하지만 사회가 불안할때 미신은 더욱 성행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주어진 환경이 흔들릴수록 인간은 불가사의(不可思議)를 추구하게 되고 인간이 풀수 없는 신비의 세계에 천착하기도 한다.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도 보장받지 못할 미래에 대해선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인간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점이나 미신이다.요즘의 TV들은 미스터리 프로에 집착하여 점과 역술, 귀신과 무속에 깊이 빠져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무당의 세계를 속속들이 파헤쳐 허(虛)와 실(實)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력과 신통력을 내세워 흥미위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인생역정이 서로 다른 두사람을 내세워 누가 더 그의 과거를 잘 알아맞히느냐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무속인들 의 신기한 능력을 확인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지만 프로그램이 내건 취지나 의도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하는 불안한 현실에 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삶을 개척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라고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술(邪術)에 의지해 행운을 잡아보라고 부추기는 것같아 민망하기 짝없다. 자신이 살아온 당위성과 타당성으로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란 때가 되면 부딪치는 자연의 법칙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때문에 한가닥 희망의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TV의 무속취미는 또다른 ‘선정주의’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 정직한 역사위에 ‘제2건국’을/李昌淳 특집기획팀장(데스크 시각)

    ‘제2건국’이라는 말이 절실히 마음에 와닿는 오늘이다. 건국 50주년을 맞은 지금 왜 제2건국이란 말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로 들리는가. 지난 반세기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오늘의 현실이 불만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가장 큰 현실적 불만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러한 경제난의 원인은 경제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중에서도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와 비리 등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부패와 비리는 널리 퍼져 있다. 어제 신문 1면에도 경성그룹에 대한 특혜대출과 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거액 밀반출 사건이 크게 보도됐다. 정당한 경쟁보다는 정치인·관료들과의 유착을 통한 특혜를 얻어 사업을 하려는 잘못된 기업경영 풍토가 일반화돼 왔다. 경제발전이 필요했던 우리 사회에서는 물질적 풍요가 최고의 가치처럼 여겨졌다. 물질적 풍요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 속에 부패와 사회적부조리가 묻히며 정의에 대한 가치관의 혼란이 사회문제화돼 왔다. ○친일파 청산 역사적 과제 가치관의 혼란은 광복 후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못한 부끄러운 역사로부터 시작됐다. 광복 후 친일파 청산은 너무나 당연한 역사적 수순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승만 정권과 결탁한 친일파는 반공을 앞세우며 오히려 집권세력의 핵심이 됐다. 그들은 친일파 청산작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친일파 처단을 위한 반민족행위처벌특별위원회(반민특위)가 1948년 발족했으나 친일파의 방해로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49년 해체됐다. 반민특위 활동으로 기소된 친일파는 겨우 221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중 1명 사형,1명 무기,10명 유기징역형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1950년까지 풀려났으며 유일하게 사형을 선고받은 김덕기도 한국전쟁 직전에 석방됐다. 2차대전중 독일에 협력했던 프랑스 비시정권의 퓌시 내무장관등 주요 인사들이 처형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한 것은 ‘정의의 역사’가 현실에서 패배한 민족의 비극이다. 그 비극은 독재권력에 의해 현대사가 왜곡되며 계속돼 왔다. 그러한 민족의 비극을 단절시키기 위해 이제 일그러진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 첫 출발은 광복 직후 실패했던 친일파 청산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친일파를 청산하자는 것은 개인을 단죄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다.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리려 하는 것도 아니다. 친일파 청산의 실패로 나타난 가치관의 혼란을 바로잡고 정의가 살아 있는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로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만이 건강하고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정당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힘을 길러야 세계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부패구조 아래 특혜를 받고 불공정 경쟁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잘못된 관행으로는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이 IMF사태로 증명되고 있다. 정의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는 역사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제2건국도 물질적 풍요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던 지난 반세기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직한 역사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 정직한 역사는 민족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 자성과 바람/전문화·재교육에 집중투자(위기의 경찰:5·끝)

    ◎투철한 사명감·직업의식 확립 선결과제/무사안일 등 고질적 병폐 과감히 척결/경찰관 총기 사용 국민 시각도 바꿔져야 탈옥수 申昌源 사건으로 몇차례 곤욕을 치른 이후 경찰은 자성하는 빛이 역력하다.무사안일 등 고질적인 병폐를 도려내지 않으면 ‘제 2의 申昌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절감한다. 경찰 수뇌부는 이에 따라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金世鈺 경찰청장은 “경찰의 실책에 대한 따가운 질책을 거듭나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잘못된 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다시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金 청장은 “성숙한 시민의식은 경찰이 거듭나기 위한 원동력”이라면서 “사회를 지탱하는 준법정신과 건전한 고발정신이 살아있을 때 이번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金光植 서울지방경찰청장은 “申昌源 사건을 통해 경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면서 “투철한 직업의식과 함께 맡겨진 직분에 충실하는 것이 경찰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金 서울청장은 “앞으로 경찰의 직업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모범적인 경찰관 모델을 만들어 전 경찰관을 대상으로 교육시키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李奎植 기획관리관은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申을 검거하지 못한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수사력을 완벽하게 키우는 데 역점을 두겠다”면서 “특히 경찰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화·재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金榮和 종로경찰서장은 일선경찰서장으로서 범인 체포요령의 숙지를 강조했다.용의자를 발견하면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되며 무조건 기선부터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다.金서장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명시된 합법적인 총기 사용요령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완력으로 범인을 제압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범인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洪永基 기획담당관은 “달아나는 범죄자는 영웅시되고 범죄자를 못잡는 경찰은 비난을 받는 이중잣대는 경찰의 사기만 꺾을 뿐”이라면서 “범죄자가 발붙일 수 없는 토양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趙城焄 동대문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관의 총기사용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趙과장은 “범인을 쏘아 다치기라도 하면 과잉대응이니,인권무시니 하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범인을 제압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11월 북유럽 밝힐 러 인공달/대형 거울로 햇빛 반사

    오는 11월이면 ‘인공 달’이 뜨게 된다.영국의 BBC방송은 22일 러시아 과학자들은 오는 11월 거울로 햇빛을 반사해 달처럼 빛나게 하는 인공위성을 띄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러시아 과학자들이 지난 93년 시험용으로 발사했던 ‘인공 달’ 사진도 방송했다.하룻동안 빛났던 ‘인공 달’은 북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진짜 달보다 더 밝았었다. 거대한 거울을 인공위성과 함께 쏘아 올려 역시 하룻동안 북유럽 일대를 비추게 될 11월의 ‘인공 달’ 실험이 성공하면 긍극적으로 거울을 수백개로 늘려 밤을 비추도록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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