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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면 칼럼] 이제 종북을 葬送하라

    [김종면 칼럼] 이제 종북을 葬送하라

    진보가 중병을 앓고 있다. 종북 몸살에 진액이 다 빠질 지경이다. 종북 주사파가 1980년대 이후 20년 넘게 진보진영을 압도하면서 진보는 기신조차 힘들 정도로 피폐해졌다. 마침내 이석기라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진보의 막장을 봐야 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그런데 이석기 혹은 그 부류는 정말 ‘진보’이기는 한 것인가. 시대착오적인 종북이념에 사로잡혀 병정놀이 수준의 게릴라식 무장투쟁을 들먹이며 ‘혁명’ 모임을 가졌다니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괴물과 싸우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제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이다. 매카시즘 종북몰이라면 물론 경을 칠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에누리해서 봐도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자신이 발 딛고 사는 나라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어쩌다 종북 외에는 더 이상 꿀 꿈도, 바칠 열정도 없어 보이는 외눈박이 전사가 됐나. 진작에 자취를 감췄어야 할 화석화된 종북이념 집단이 활개를 치는 것은 우리의 진보 토양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얘기다. 이 땅의 진보는 자기성찰의 거울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민주당의 무분별한 야권연대가 종북세력을 국회까지 진출하도록 길을 터줬다고들 한다. 이른바 종북숙주론이다. 기생생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존재가 숙주다. 숙주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다. 한데 그게 요즘 문제다. 민주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진보당과 선거연대를 맺고 그 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기 당 후보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종북의 숙주 노릇을 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하지만 누구도 숙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종북 숙주는 도처에 널렸다. 이석기 자격심사안을 내놓고 몇 달이 지나도록 좌고우면하고 뭉그적대면서 종북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새누리당도 따지고 보면 종북숙주다. 국정원이 공안 분위기를 타고 개혁을 게을리해 종북세력에게 불신의 먹잇감이 된다면, 그래서 다시 비빌 언덕을 마련해 준다면 그 또한 숙주다. 종북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은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 정보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숙주타령은 그만하고 종북 척결, 국가정보원 개혁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민주당이 먼저 종북 사과성명을 발표했으면 히드라만큼이나 검질긴 종북의 고리를 자연스럽게 끊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당의 색깔과 로고를 바꾸고 아무리 독한 혁신을 한들 ‘종북 참회록’ 한 줄만 못하다. 사과를 하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생각은 단견이다. 결과적으로 종북의 놀이터를 넓혀준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한 국민은 끝내 민주당에 어른거리는 종북의 그림자를 걷어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분명한 어조로 사과하고 ‘우리 안의 종북’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한다. 그런 연후에 국정원 개혁에 나서야 명분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가 담당해야 할, 아니 진보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진보 간판을 내걸고 철 지난 종북놀음이나 벌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종북 방패막이가 진보당의 존재 이유인가. 그들에게 자유, 평등, 정의, 인권 같은 진보적 가치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 애당초 그들에게서 그런 숭고한 이상을 기대한 것이 무리였는지 모른다. 통합진보당은 이미 진보를 담당할 그릇이 아님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종북 불나방이 돼 하얗게 타버렸다.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진보당과 진보정치를 살려달라”고 하는가. 그야말로 후흑학의 대가다. 북한은 헌법에서 ‘사회주의’라는 말을 삭제했다. 진보당은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지 말고 ‘진보’ 두 글자를 당장 지워내야 마땅하다. 진보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껍데기 진보는 가라. 여전히 진보적인지는 의문이지만 건강한 민주 중도세력이 손잡고 ‘진보의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종북의 장송곡이 울려 퍼질 때 비로소 진보의 새살은 차오를 것이다. jmkim@seoul.co.kr
  • [이석기 수사] “쇠는 뜨거울때 달궈야… 시간 끌면 민주 손해”

    [이석기 수사] “쇠는 뜨거울때 달궈야… 시간 끌면 민주 손해”

    “쇠는 뜨거울 때 달궈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제명이 더 어려워진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심재철 의원은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제명 요구 징계안과 관련, “본회의에 (이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이 상정된다면 충분히 통과 가능하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심 의원은 수사 중인 사안임에도 새누리당이 소속 의원 전원 찬성으로 이 의원 징계안을 제출한 데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1년 이상 걸리는데, 그사이 (이 의원이) 정보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수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된다”면서 “대법원 확정판결과 상관없이 빨리 제명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징계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3명 전원의 찬성에 야당 의원 46명이 찬성표를 던져 재적 의석의 3분의 2(199표·의원 정원은 300명이지만 현재 2명 궐석으로 298명)를 넘겨야 한다. 심 의원은 낙관적인 전망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 종북이 아니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의원들이 최소한 3분의1 정도는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심 의원은 지난 10년간 민주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들에 대해 5번의 제명을 추진했지만 모두 부결된 것에 대해 “지난 건들은 의원의 품위나 명예 등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헌법적 기준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까지는 민주당과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특위에 회부된 뒤에도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아예 의사일정 합의가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럴수록 민주당의 정체성은 훼손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심 의원은 이 의원이 제명되더라도 진보당의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는 데 대해서는 “후순위 비례대표자 역시 ‘종북 의원’일 수 있지만, 내란음모를 모의한 자의 의원직을 유지시킨다면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후순위자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따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바닷물 부었다 졸였다 10차례… 보석으로 재탄생한 천일염

    바닷물 부었다 졸였다 10차례… 보석으로 재탄생한 천일염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천일염전의 염부들이다.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천일염은 1년 중 봄부터 가을까지 약 5개월 동안만 생산이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상의 천일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람들은 새벽 단잠을 마다한 채 이른 아침부터 염전으로 향한다. 4일 밤 10시 45분에 방송되는 EBS ‘극한 직업’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양질의 천일염을 만들어 내는 염전 사람들을 만나 본다. 천일염에는 칼슘, 철과 같은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바다의 보석으로 불린다. 그만큼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무엇보다 사람의 정성을 필요로 한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물을 만들고 소금 결정을 수확하는 모든 과정에서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염부가 직접 염전 곳곳을 누비며 소금을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염전 일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소금이 생산되는 20일 동안 묵묵히 기다리면서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전북 부안의 한 천일염전. 뜨거운 태양 아래 소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햇볕에 졸이기를 열 차례. 이렇게 해서 얻은 염도 25도의 소금물은 소금 결정을 맺을 채비를 끝낸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면적의 8배에 달하는 이곳 염전에서는 한 해 2500t의 소금이 생산된다. 물기가 가득한 소금을 삽으로 퍼 나르는 사람들의 옷에는 어느새 땀이 흥건하다. 소금을 수확하고 나면 다음 날 수확할 소금물을 염전에 다시 안치는데 염부들이 직접 물꼬를 터서 염전에 물을 가둔다. 그런데 이튿날 밤 염전 사람들이 급히 일터로 모여든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한바탕 비 소동이 지나간 오후 소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계속된다. 우선 염전에 가득 고인 빗물을 빼내고 염전 바닥에 붙은 석고를 제거한다. 석고는 바닷물에 함유된 돌가루의 일종인데 바닷물이 증발을 거듭하는 동안 염전 바닥에 켜켜이 쌓여 굳는다. 180㎏에 달하는 롤러를 굴려 가며 바닥에 붙은 석고를 깨는데 장정 두 명이서 끌어도 버거울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염전 사람들의 노고가 생생히 읽힌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대女 “남자 10만명과 ‘잠자리’ 하겠다” 논란

    20대女 “남자 10만명과 ‘잠자리’ 하겠다” 논란

    한 20대 여성이 무려 10만명의 남자들과 ‘잠자리’를 갖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은 ‘잠자리’를 위해 ‘전세계 투어’ 계획도 잡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의 여성은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의 아니아 리제스카(21). 그녀는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해 이미 지난달 284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도발적이고 황당한 리제스키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향후 폴란드를 넘어 유럽, 그리고 전세계를 무대를 넓혀 한 남성당 20분 씩 관계를 갖는다는게 그녀의 세계 정복(?) 프로젝트다. 리제스키는 “폴란드는 성에 있어서 폐쇄적이며 성적 판타지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지 몰랐다”고 밝혔다. 현지언론은 리제스키의 이같은 행동이 유명세를 얻기위한 일종의 마케팅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10만명의 남자들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60년 동안 주당 32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언론은 “리제스키가 자신의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기네스협회에는 이같은 부문이 없다” 고 보도했다. 니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산은 산 물은 물’ 성철 스님 30일부터 법어·사진 특별전

    평생 혹독한 수행으로 일관한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1912~1993)의 법어·서화와 열반 무렵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이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여는 ‘성철 스님 열반 20주기 추모 특별 전시회’에는 성철 스님의 법어를 서화로 그린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의 서화 작품 40여점과 성철 스님 열반 당시 각 언론사가 촬영·보도한 사진 32점이 들어 있다. 서화작품으로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법어와 열반송, 열반 3주기 때 서정주 시인이 발표한 추모시 등이 눈에 띈다. 서화에 수록된 법어는 성철 스님 저서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本地風光),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禪門正路),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비롯해 불필 스님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 원택 스님의 ‘성철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 1·2’와 ‘성철 스님 행장’ 등에서 가려 뽑은 것들이다. 특히 스님이 생전 즐겨 입었던 누더기 가사를 회화적으로 재현한 ‘지상의 옷 한 벌’은 소박하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엄격했던 구도정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지리산 끝자락 기운 센 땅, 경남 산청을 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해졌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 거지요. 한데 여름 내내 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던 몸은 쉬 회복되지 않는 듯합니다. 거센 자연에 시달린 몸, 자연에서 좋은 기운 받아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경남 산청으로 갑니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한방의 땅이지요. 생초, 차황 등 마을 이름에서조차 약초 향 물씬 풍기니 산청에서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가붓해질 듯합니다. 산청은 ‘동의보감의 고향’쯤으로 여겨진다. 지은이 허준(1539~1615)이 산청을 다녀갔다는 기록 한 줄 없는데도 그렇다. 이는 미암일기 등 허준의 행적을 다룬 여러 문집이나 전설 등에 따른 추정일 뿐이다. 허준에 대한 기록은 그가 33세 되던 1571년에야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가 종 4품의 내의원 첨정에 중용된 때다. 서른셋 이전의 허준은 뭘 하며 지냈을까. 그의 일생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는 것도 바로 이 기간이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박물관의 김요한 학예연구사는 “집안에 아들이 없어 실질적인 적자 노릇을 하던 허준은 아버지가 정실부인을 들여 아들을 낳는 바람에 또다시 서자의 지위로 떨어지는 등 이 기간 곡절 많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질풍노도의 젊은이가 이 같은 상황에서 집 밖의 세계를 동경하는 건 당연한 노릇일 터. 김 학예사는 허준이 이 기간 약재상으로 전국을 떠돌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허준이 1000여종의 약초가 자란다는 지리산, 특히 산청 지역을 여러 차례 돌아봤을 거란 추정도 가능해진다. 요즘 말로 허준의 ‘전공’이 침이 아닌 약초학이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훗날 어의에까지 오른 허준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게 꼬박 400년 전인 1613년의 일이었다.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이하 산청엑스포, www.tramedi-expo.or.kr)가 9월 6일~10월 20일 열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의보감 초쇄 간행 4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다. 행사장은 지리산 끝자락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한방의료클러스터 일대다. 허준이 약초를 찾아 발품 팔고 그의 스승 유의태가 의술을 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산청 최대의 국제 행사를 앞두고 최구식 집행위원장이 최근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다. 요약하면 “산청엑스포 현장이 생애 통틀어 최고의 근무 환경”이란 거다. 공기 청량하고 물 맑은 곳이라면 산청 말고도 나라 안에 즐비하다. 한데 뭐가 그리 다른가.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게 ‘기’(氣)다. 이른바 ‘명당’의 자리가 선사하는 기운이 남다르다는 거다. 이영복 문화관광해설사는 산청엑스포장을 “기의 보고”라고 했다. 지리산 천왕봉과 왕등재를 지나 온 정기가 왕산(王山·923m)을 거쳐 엑스포장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왕산은 필봉산과 함께 엑스포장의 뒤편을 떠받치고 있는 산이다. 기가 센 곳엔 이를 수렴할 암자나 탑 등이 들어서게 마련이다. 산청엑스포장엔 건축물 대신 돌을 세웠다. 왕산 자락을 따라 위에서부터 석경(石鏡)과 귀감석(鑑石), 복석(福石)을 배치했다. 석경은 중심부에 봉황 형태의 무늬가 새겨진 돌 거울이다. 다리 굽혀 품에 안으면 맑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핵심 포인트는 석경의 윗부분이다. 기가 특히 센 곳이어서 반드시 이마를 대고 있어야 한단다. 귀감석은 동의전 뒤편에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기 받는 바위’로 입소문을 내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원래는 차황면 신촌마을에 있던 신석(神石)이었다. 이 해설사는 주민들이 국가적인 행사의 성공을 위해 선뜻 산청엑스포 측에 제공했다고 귀띔했다. 거북이 등껍질 형태의 귀감석은 ‘기의 최강자’다. 특히 가운데 ‘황기’라고 쓰인 부분이 핵심이다. 장삼이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의 흐름이 없는 건 아닐 터. 사지 쭉 뻗어 물 샐 틈 없이 거석과 밀착하는 게 한껏 기를 받는 지름길이다. 복석은 엑스포장 끝자락에 있다. 전각 안에 있는 데다 형태도 밋밋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탑돌이 하듯 돌 주위를 돌면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산청엑스포 행사장은 주제관과 동의보감관, 약초생태관, 힐링타운, 기체험관, 세계관, 약선문화관, 산업관 등 8개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한의학 체험, 약초 구매 등 전통 의학과 관련된 모든 체험을 한곳에서 할 수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인도 등 5개 전통 의약 강국의 의료 체험 등 독특한 콘텐츠도 마련됐다. 왕산 자락에서 찾아야 할 곳이 또 있다. 구형왕릉이다. 신라에 패망한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仇衡王·521~532)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공식 기록이 없어 이름 앞에 전(傳) 자를 붙이기도 한다. 무덤 형태가 특이하다. 돌무더기를 7단으로 쌓아 올렸다. 왕릉 옆엔 증손자 김유신이 시묘살이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구형왕릉 못 미처 ‘유의태 샘’도 찾을 만하다. 왕산의 정기가 서렸다는 샘물이다. 유의태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이 약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풍경의 명당’ 하나 덧붙이자. 산청의 산하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 정취암(淨趣庵)이다. 개창 시기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다. 지리산과 황매산 등 산청의 명산에 오르려면 땀깨나 쏟아야 하는 것에 견줘 정취암까지는 차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절집은 신등면 대성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절집까지 오르는 길이 빼어나다. 이리저리 휘휘 돌 때마다 산청의 산과 들녘이 번갈아 자태를 뽐낸다. 산 중턱에 걸터앉은 절집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렸던 ‘절벽 위에 핀 연꽃’ 그대로다. 절집 뜨락까지 왔다면 5분만 더 투자하시라. 응진전 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더욱 빼어난 풍경과 마주한다. 비 갠 오후, 산자락을 딛고 오르려던 조각구름 하나가 힘에 부쳐 절집 위에 머문다. 아찔하게 선 너럭바위 위로는 돌탑 하나가 서 있고 그 너머로 지리산과 산청의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남사예담촌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의 아이콘이다. 어깨 높이로 쌓인 흙담이 마을 전체를 둘러싼 곳이다. 한 민간단체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마을에 들면 약 400년 된 이씨 고가 등 고색창연한 옛집들이 객을 반긴다. 이씨 고가는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옛집 앞엔 X자 모양으로 굽은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마을의 상징 같은 나무다. 수령은 300년을 헤아린다. 원래 화기(火氣)를 막으려 심었는데 미군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됐을 때도 이씨 고가는 멀쩡하게 남아 ‘효험’을 입증했다고 한다. 담장길을 따라 마을 안쪽의 수백년 묵은 매화나무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사진 산청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산청으로 내려서는 나들목은 모두 3개다. 국제조각공원 등을 둘러보려면 생초 나들목, 동의보감촌이나 구형왕릉, 정취암 등을 먼저 보려면 산청 나들목이 빠르다. 남사예담촌, 남명 조식 유적지 등은 단성 나들목에서 가깝다. →맛집 약초와 버섯골식당(973-4479)은 약초버섯전골로 이름났다. 흑돼지와 누렁이(973-8289), 민물고기찜을 내는 물레방아식당(972-8290)도 소문난 맛집. 읍내 바다양푼이동태탕(972-3030)은 오가는 길에 부담 없이 들를 만한 집이다. 시원한 동태탕과 찜이 별미다. →잘 곳 지리산힐링타운은 ‘기’가 모인다는 왕산 끝자락에 있다. 산청엑스포장 안에 있어 축제를 둘러보기도 수월하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남사예담촌의 고택 민박이 좋겠다. 경호강변의 산청한방리조트펜션(972-9989)도 깔끔하다.
  • 美 ‘1020세대’로 북새통… K팝의 힘 실감

    美 ‘1020세대’로 북새통… K팝의 힘 실감

    지난 25일(현지시간) 찾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 1984년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이곳에 한국의 문화 및 서비스, 제품을 소개하는 큰 장(場)이 섰다. 이곳에서 ‘대박’이라고 한글이 적힌 모자와 역시 한글로 등판에 ‘제시카’ ‘로빈’ 등 자신의 이름을 적은 현지 10~20대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피부색이 다양한 이들이 ‘소녀시대’는 물론 뜬 지 얼마 안 된 걸그룹 ‘크레용팝’의 무대 의상을 똑같이 입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군무를 추다가 CJ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비빔밥과 농심 ‘신라면’을 익숙한 듯 먹거나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은 사뭇 뿌듯한 감정을 일으켰다.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소프트파워’ 강국인 미국에서 CJ그룹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한 한류 마켓 페스티벌 ‘K-con 2013’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류의 가능성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작년보다 규모를 2배 키워 75개 기업의 100개 부스가 차려진 행사장은 미국의 ‘1020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발랄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만난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의 입에서 ‘샤이니’ ‘엑소’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것처럼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 16살 소녀 섀넌을 따라온 던(77)과 바브 러더(69)는 “손녀딸이 2년 전부터 K팝에 푹 빠진 이후 코리아타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엑소 멤버 전원을 똑같이 그린 대형 초상화를 들고 나타나 주변 또래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은 섀넌은 “언젠가 한국에 꼭 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다양한 세대, 인종을 소통케 하는 K팝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K-con의 하이라이트로 행사 2일째인 25일 열린 한류 콘서트 ‘엠카운트다운 What’s up LA’로 LA는 또 한 번 들썩였다. 티켓값이 작년보다 3배나 뛰었는데도 1만 1000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관객의 80%가 미국인으로 300달러나 하는 VIP석의 경우 1200석이 판매 개시 10분 만에 동나기도 했다. 콘서트를 포함해 이틀 동안 K-con을 찾은 인원은 2만명을 훌쩍 넘는다. 첫 행사에서 K-con의 잠재력을 엿본 현대자동차와 미국 통신사 버라이존 등 2곳은 올해도 공식 후원사로 적극 참여했다. LG, 농심,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 20여곳도 당당히 부스를 차리고 현지 고객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었다. 특정 문화 행사와 기업의 브랜드 및 제품 마케팅이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컨벤션 비즈니스’가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가운데 CJ그룹이 처음 시도하는 K-con의 의미는 남다르다. K팝을 원동력으로 음식, 패션 등 다른 산업으로 한류를 확산시킬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K-con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아이디어다. 몇 년 전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 경기장을 찾았던 이 부회장은 그곳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유수의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고 소통하는 현장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CJ그룹의 노희영 브랜드 전략 고문은 “가장 즐거울 때 접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며 K팝을 원동력으로 삼은 K-con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보다 협찬 액수가 7배나 뛰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지만, K-con은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충성도 높은 미래의 소비자를 길러 내기 위한 투자로 본다. CJ는 K-con을 단계적으로 해외시장에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 일본·중국에서 연 3~4회 개최한 이후 2020년까지 동남아와 유럽까지 K-con의 자장을 넓혀 나간다는 방침이다. 행사를 참관한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는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배급·유통까지 하는 CJ그룹이 컨벤션 비즈니스의 적임자로 한류 산업의 불씨를 잘 피웠다”며 “K-con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참여 기업 수를 늘려 CJ만의 컨벤션이 아니라 ‘코리아 컨벤션’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스앤젤레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우리 조상들의 그림, 제대로 보는 법

    1405년 태종이 경복궁의 이궁으로 창건한 창덕궁은 조선시대 가장 오랜 기간 정궁(正宮)으로 사용됐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타 버렸기 때문이다. 창덕궁은 경복궁과 달리 인위적 구조를 따르지 않고 자연지형과 토착적 풍수지리에 따라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경복궁과 창덕궁에는 쏙 빼닮은 공간도 있다. 왕의 집무 공간인 경복궁 근정전과 창덕궁 인정전의 어좌 뒤편에 해와 달, 오악, 소나무, 바다를 그린 ‘일월오악도’가 펼쳐진 것이다. ‘일월오봉도’ ‘오봉도’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왕이 하늘의 아들임을 널리 알리고자 한 그림이다. 그림은 다섯 봉우리의 산, 파도치는 물, 흘러내리는 폭포, 짙푸른 적송, 그리고 해와 달로 화폭이 꽉 채워진다. 왼쪽에 흰색 달, 오른쪽에 붉은색 해가 들어서 좌우 대칭을 이루는데 조선시대 우주관, 음양사상, 천명사상, 길상 관념을 모두 아우르는 씨줄과 날줄 같은 상징체계를 품었다고 한다. 해와 달에선 낮과 밤을 뜻하는 서양 천문학과 달리 조상들만의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일월은 밝음의 덩어리라, 빛을 받아들일 만한 곳은 모두 비춰 준다”(맹자)는 말처럼 이를 하나의 통합된 밝음으로 봤다. 또 청명한 하늘인 호천은 태극, 다섯 봉우리 오악은 땅, 폭포가 짙푸른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천하가 임금에게 의지함, 소나무는 왕권의 장구함과 공고함을 각각 뜻했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그림에다 알고 있는 것, 생각하는 것, 보고 싶은 것을 담았다. 중국 땅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어도 동정호 주변 소상팔경을 그렸고, 주자가 은거했던 무이구곡을 그렸던 까닭이다. 조선 태종 때는 용의 얼굴과 사슴의 몸, 소의 꼬리, 말발굽을 가진 상서로운 동물 ‘기린’이 출몰했다며 그림에 담아 명나라 황제에게 보내기도 했다. 전통미술 전문가인 저자는 새 책 ‘옛 그림을 보는 법’에서 옛 선조들은 사물 그대로를 표현하는 서양과 달리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둔 채 주관적 감성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선조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법도 서양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전통시대의 그림이나 장식미술은 옛 선조들이 자연과 인간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았으며,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꼈는지 보여 주는 거울과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책은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미의식을 바라보기 위해 그림의 주제와 소재를 산수화, 사군자, 시의도, 고사인물화, 길상도, 상상의 동물 등 13가지로 분류해 150여점의 그림에 담긴 뜻을 읽어 내는 방법을 귀띔해 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주말인사이드] 신제품 개발자들의 희로애락 24시

    [주말인사이드] 신제품 개발자들의 희로애락 24시

    애경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인 박윤철(34)씨는 매일 아침 머리를 감지 않고 출근한다. 머리가 떡 지고 까치가 집이라도 지은 듯 뻗쳐 있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연구소 한쪽에 있는 ‘헤어살롱’에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샤워기 2대와 드라이어, 화장대 거울과 의자가 3개씩 놓여 있는 이곳은 작은 동네 미용실처럼 생겼다. 박씨는 40여종의 샴푸 가운데 하나를 골라 머리를 감는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말리고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책상에 앉는다. 2006년 12월 입사 후 이런 생활을 7년째 하고 있다. 박씨는 헤어케어 제품 개발자다. 말 그대로 ‘샴푸의 요정’이다. 애경의 인기 제품인 케라시스, 에스따르, 하나로, 현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제품을 만들고 직접 머리를 감으면서 효능을 시험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 “하루에 15번 머리를 감고 드라이어로 말린 적도 있어요. 원료를 섞는 비율을 미세하게 달리해도 효능이 확 달라질 수 있어서요.” 머리를 못살게 굴다 보니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박씨는 “손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모발을 비비다 보면 탈모 증세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샴푸 연구원들의 고질적인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또 최대한 여성의 모발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려고 1년에 두세 번가량 정기적으로 염색이나 파마를 한다. 손상모발용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박씨가 가장 최근 개발한 헤어제품 ‘현’은 농협한삼인의 국내산 6년근 홍삼농축액과 우리 땅에서 자란 씨앗 성분이 들어갔다. 가루 형태인 씨앗을 샴푸용액에 섞느라 애를 먹었다. 그는 “씨앗이 분말이어서 잘 풀리지 않고 뭉쳐서 떠다니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다른 제품에 쓰지 않던 새로운 용해제를 찾아 넣고 그 상태가 오래 유지되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퇴근 직전 박씨가 하는 일은 역시 머리 감기. “집에 가면 머리 감기가 싫어요. 그래서 집 화장실에는 최대한 줄여서 8종류의 샴푸만 갖다 두었죠.” “병 주고 약 주는 건가요.” 김동구(54) 하이트진료음료 수석연구원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술 만드는 회사에서 김씨는 지난 1년간 숙취해소제 ‘술깨비’(술 깨는 비밀) 개발에 매달렸다. 이에 앞서 3년 동안은 한방원료 100가지와 씨름했다. 숙취와 취기를 유발하는 알코올, 아세트알데히드를 가장 잘 분해해 주는 성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자체 실험을 통해 물 위에 떠서 자라는 풀 열매인 마름의 효능이 헛개나무 열매보다 두 배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마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국내에서는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어서 많은 양을 구할 수 없었다. 김씨는 베트남과 중국 산골을 찾아다니며 마름의 성분을 비교해 보고 수확 상태도 두 눈으로 확인해 재료를 받아왔다. 다음 단계는 직접 마셔보는 것. 마름을 주원료로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 L아스파라긴 등의 재료를 섞어서 숙취해소 효과가 가장 좋은 ‘황금 비율’을 찾아야 했다. 1년여간 김씨를 비롯한 연구원 15명의 회식자리에는 소주와 술깨비가 빠지지 않았다. 안주 없이 소주 0.5~1병과 술깨비 1병을 마시고 30분~1시간 간격으로 음주상태를 확인했다. 교통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도 두 대 구입했다. 연구소 앞 삼겹살집은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당 삼겹살 200g을 구워 먹으며 소주를 곁들였고 술깨비의 효능을 실험했다. “처음에는 즐거운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30분 간격으로 5시간 동안 음주 측정을 하고 일일이 기록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들 지쳐 버리죠.” 좋은 약재추출물을 많이 첨가할수록 제품색이 탁해지고 가라앉는 물질이 많아지는 것도 고민이었다. 김씨는 “약재를 저온에서 전처리하고 꼼꼼히 걸러냈다”면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원액을 빨리 돌려주면 찌꺼기는 가라앉고 맑은 액체만 위로 떠오르는데 이 방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의 제품 가운데 씁쓸한 인삼 맛이 나지 않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어린이 음료인 ‘정관장 아이키커’다. 홍삼 성분이 0.15% 이상 들어가면 제품명에 홍삼을 쓸 수 있다. 그런데 홍삼은 0.1%만 들어가도 아이들이 싫어하는 쓴맛이 느껴진다. 아이키커는 홍삼을 0.2% 넣었는데 쓴맛이 없다. 포도, 사과, 오렌지, 제주감귤 등 과즙향과 단맛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키커는 경기 불황 중에도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대형마트에서 파는 어린이 음료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이 음료는 늦둥이 아들을 둔 서장호(51) 인삼공사 인삼연구소 제품개발2부 팀장이 개발했다. 그는 2006년까지 웅진식품에서 아침햇살, 초록매실, 자연은, 하늘보리 등을 만든 히트상품 제조자이기도 하다. 서 팀장은 2009년 당시 일곱 살이었던 막내아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음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키커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초기부터 서 팀장은 천연재료만 쓰겠다고 선언했다. 과일음료에는 과즙과 향이 들어간다. 진짜 과일을 가열할 때 나오는 향을 포집해 만든 천연향은 20~30개 화학물질이 들어가는 합성향보다 가격이 2~3배 비싸다. 감귤, 오렌지,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은 오일 성분이 있어서 착향이 쉽지만, 포도나 사과는 가열하면 맛과 향이 변해버려 가공이 어렵다. 과일의 원래 향과 가장 가까운 재료를 찾으려고 서 팀장은 유럽, 미국 등지에서 50~60개 표본을 받아 분석했다. “음료에서 향이란 그림 그릴 때 낙관을 찍는 것과 같아요. 향이 맛을 좌우하죠. 실제 과일 향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여러 원산지의 향 재료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정태영(41) 피자헛 연구·개발(R&D)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폴 셰프’로 불린다. 피자헛의 메뉴인 파스타, 코제(홍합요리)를 시연하는 쿠킹클래스를 피자헛 페이스북에 중계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2000년 입사한 그는 4년 뒤 R&D팀이 생기자마자 합류해 치즈바이트, 더스페셜, 치즈킹 피자 등 대표메뉴를 내놨다. 그가 개발한 피자는 모두 1000만판이 팔렸다. 정 팀장과 R&D 팀원들은 하루 50판 이상의 피자를 먹는다. “피자가 주식이고 밥이 간식”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1년 동안 개발한 더스페셜 피자는 팀원들이 1만 5000판을 굽고 먹었다. 올해 초 개발한 치즈바삭 피자는 빵 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고구마, 무, 파인애플, 소고기칩 등 30여 가지가 넘는 식재료를 번갈아 넣으며 실험했다. “치즈의 양을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하루 50~70판을 질리도록 먹었어요. 바삭한 맛을 만들려다 보니 입천장이 까지고 허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감자칩과 체다치즈의 궁합이 좋다는 결론을 얻기까지 6개월 넘게 걸렸어요.” CJ제일제당이 최근 내놓은 ‘식후 혈당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은 식사 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을 첨가한 건강기능성 즉석밥(햇반)이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도 즐길 수 있는 흰쌀밥을 목표로 2007년 개발에 착수했다. 정효영(37)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전통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기능성 원료를 쌀에 섞어 밥을 지으면 간단하다고 여겼던 것. 하지만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의 누런색 때문에 흰쌀밥 색깔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는 “밥의 색이 어둡고 식감도 차지지 않았다”면서 “수분함량, 쌀 불리는 시간, 살균 조건 등 제조공정을 바꿔가면서 맛과 품질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능성은 유지하는 밥을 짓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동안 정씨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했다. 연구소에 오자마자 공복 상태에서 혈당을 체크하고 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반찬은 간장 반 숟갈, 참기름 한 방울이 전부였다. 혈당 조절 햇반의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맨밥을 먹고 식후 30, 60, 90, 120분에 자가 혈당 측정기를 사용해 피를 뽑아 당 수치를 쟀다. 지금도 연구소에서는 ‘맨밥 조찬 회동’이 열린다. 정씨는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은 당뇨 환자뿐만 아니라 당뇨 위험군 요소를 가진 잠재적 환자들에게 좋은 제품”이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기능성 즉석밥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센스 ‘개코·아메바컬쳐 디스’, 시작은 켄드릭 라마와 스윙스

    이센스 ‘개코·아메바컬쳐 디스’, 시작은 켄드릭 라마와 스윙스

    23일 힙합 그룹 ‘슈프림팀’의 전 멤버 이센스가 최근 계약해지를 한 전 소속사 아메바컬쳐와 소속 그룹 다이나믹 듀오를 강하게 비난하는 노래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센스는 23일 ‘You can’t control me’라는 노래를 통해 ‘연예인 아닌 척. 한국 힙합 후배를 위해 한 몸 다 바치듯 연기하며 사기를 치네’, 등 아메버컬쳐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특히 아메바컬쳐의 실질적인 수장인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개코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거 듣고 나면 대답해 개코’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멤버인 최자를 ‘니 옆의 랩 퇴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궁금해 걔네가 나한테 저지른 양아치짓에 입 닫고 눈감은 여우의 피도 뜨거워질지’라는 가사 중 ‘여우’가 함께 슈프림팀으로 활동했던 래퍼 사이먼 디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아메바컬쳐가 이센스와 계약해지를 발표한 뒤 이센스는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심상치 않은 예고를 해왔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조만간 구체적인 소식 올리겠습니다. 안 어울리게 바쁘게 지냄. 다 죽었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센스의 디스(Disrespect’의 줄임말로 상대방을 깎아내린다는 뜻의 힙합 용어)곡 발표는 최근 미국 힙합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Control’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켄드릭 라마는 최근 래퍼 빅션((Big Sean)의 앨범에 참여, ‘Control’란 곡을 통해 힙합의 성지인 미국 뉴욕 출신 래퍼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해가면서 이들을 디스했다. 켄드릭 라마는 이 노래가 앨범에 실리지 못하자 무료로 음원을 공개했다. 이 노래는 현지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급된 래퍼들은 물론 다른 래퍼들까지 디스전(戰)에 뛰어들면서 미국 음악계가 시끄러워진 것이다. 미국에서 이른바 ‘켄드릭 라마 대전’이 벌어지자 국내 래퍼들도 나섰다. 가장 먼저 디스곡을 낸 것은 최근 Mnet ‘쇼미더머니2’로 인기를 끌고 있는 래퍼 스윙스였다. 스윙스는 지난 2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King Swings’란 곡을 통해 ‘한국 거의 다 쓰레기, 이미지 창조에 바빠’, ‘연예인되고 싶어 거울만 보는 찌질이’ 등 래퍼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스윙스가 가사 가운데 힙합 크루 ‘벅 와일즈’를 언급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스윙스의 곡 발표 이후 벅 와일즈의 멤버인 어글리 덕과 테이크 원 등이 각각 스윙스를 디스하는 노래를 내놓았다. 특히 어글리 덕은 스윙스의 곡 발표 직후 ‘ctrl+alt+del *2’란 곡에서 ‘그리고 언급할라면 대놓고 언급해 똑바로 ’라고 비난했다. 다음날 스윙스는 다시 ‘황정민 (King Swings Part 2)’란 노래로 다시 반격에 나섰다. 스윙스는 여기서 어글리 덕에 대한 비난과 함께 ‘대놓고 언급하겠다’는 명분으로 이센스의 전 동료인 사이먼 디를 욕설을 섞어가며 비난했다. 특히 ‘센스(이센스)가 쫒겨날 때 넌 다듀(다이나믹 듀오)와 두 손을 잡아’, ‘걔가 자고 있을 때 내용증명서를 보내, 그래놓고 TV 나와서 착한 척하며 쪼개(웃었다는 속어)’, ‘10억짜리 노예계약을 거부한 게 (계약해지의) 탓’이라면서 이센스와 아메바컬쳐 사이의 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항에서 이센스 역시 디스전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힙합팬들은 이센스의 노래 제목에 ‘You Can‘t Control Me’에 켄드릭 라마의 ‘Control’이 들어가 있다는 점, 켄드릭 라마의 ‘Control’을 들은 미국 래퍼 패볼러스(Fabolous)가 트위터에 “지금 열려있는 녹음실이 어디냐?”고 적은 것을 인용해 이센스도 트위터에 “어디 녹음할 데 없습니까 지금”이라는 글을 올린 점 등을 증거로 들고 있다. ‘힙합계의 전설’로 불리는 듀스의 전 멤버 이현도 역시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켄드릭 라마가 지른 불이 한국까지 번졌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센스의 디스곡에 대해 아메바컬쳐는 아직까지 정확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메바컬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아직 정확하게 파악을 할 경황이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급히 가사를 보고 있는데 한솥밥을 먹었던 입장에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문화재 관리부실, 더 이상은 안된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옴부즈맨 칼럼] 문화재 관리부실, 더 이상은 안된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역대 왕의 행적을 알려주는 인장이자 상징물인 조선왕실의 ‘어보’에 낙서 흔적이 발견되었다. 조선 제8대 예종의 어보에서 한글로 ‘예종’이라고 쓴 글씨 이외에 썼다가 지운 흔적도 확인됐다. 이 문화재가 우리나라가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유물인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신문은 지난 16일 자(8면)에서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대표인 혜문 스님이 문화재청이 발간한 도록의 사진에서 예종의 어보에 낙서 흔적을 발견하고 문화재청에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립박물관에 소장된 문정왕후 어보의 반환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군이 불법 반출한 문정왕후 어보의 반환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이미 국내 국립고궁박물관에 관리 중인 예종 어보에 낙서 흔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지 않은가? 예종 어보 낙서사건을 계기로 서울신문이 낙서가 발견된 단편적인 상황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부실한 문화재 관리상황까지 짚었다면 더 생산적인 비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문화재 당국은 언론 보도 이후 시민단체의 질의와 유물 훼손 여부에 관한 정보요청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어보에 한글로 ‘예종’이라는 글씨가 쓰인 것은 사실이나, 이는 낙서라기보다 이전에 유물의 관리를 위해 표기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글씨를 새긴 것이 아니고 필기구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보존처리 기술로 쉽게 지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유물의 관리를 위해 사인펜 등으로 유물에 직접 표기를 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이는 현재 문화재 부실관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2012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서울시 문화재 관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 소재 보물급 문화재 7건을 포함한 총 40건의 문화재가 훼손돼 26억원이 보수 예산으로 책정되었지만 유물 및 문화재의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법률소비자연맹 등 각종단체에서 저조한 목조문화재의 화재보험 가입률, 자연재해 위기대응 예방시스템과 실무 매뉴얼 부재, 문화재 안전관리 예산 감소, 잦은 도난과 7.2%에 불과한 회수율 등을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과 5년 전인 2008년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다시피 했는데 문화재 관리의식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내 비종교적 전통 문화재의 90% 이상은 이미 소실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6월 서울신문을 통해 보도된 경복궁의 엉성한 문화재 훼손기준을 지적하는 기사와 같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재 관리 부실을 비판하는 글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새로운 문화재의 발굴과 지정 못지않게 문화재의 관리·보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뤘으면 한다. ‘문화재 기사는 따분하다’는 선입견은 진화하는 문화재 발굴과 보존·복원방법, 문화재와 지킴이들의 숨은 이야기 등을 통해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문화재청은 어보 낙서 사례를 거울삼아 문화재·유물 보존·관리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 하정우·구혜선 볼까… 극장 말고 청주비엔날레서

    다음 달 11일 개막하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최민수, 하정우, 유준상, 임혁필, 박은혜 등 국내 유명 연예인 20명이 손수 만든 공예품을 출품한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설명회를 열어 배우 최민수와 박은혜가 직접 바느질하고 빚은 가죽 공예품과 도자 공예품을 각각 출품하는 등 다양한 전시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별 전시 부문인 ‘스타 크라프트’전에 참여한다. 최민수는 7년간 공들여 만든 지갑, 벨트 등 가죽 공예 오브제를 내놓는다. 앞서 몇 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으나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배우 하정우는 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그림을 넣은 작품을 선보이고 배우 구혜선은 그림을 새긴 거울을 출품했다. 가수 조영남·남궁옥분·유열·이상은, 배우 리사, 개그맨 임혁필 등도 입체적인 그림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스타 크라프트전을 기획한 김종근 홍익대 교수는 “연예인들의 작품을 통해 청주비엔날레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작품은 경매에 부쳐 수익금을 불우 이웃 돕기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70억원이 투입되는 청주비엔날레는 오는 10월 20일까지 40일간 충북 청주시의 옛 연초제조창에서 이어진다. 1999년부터 시작된 행사의 올해 주제는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2013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조아나 바스콘셀로스를 비롯해 영국 왕립미술학교 출신의 깃털공예가 케이트 맥과이어, 미국 최초의 살아있는 인간문화재 데일 치훌리, 도예가인 신상호 홍익대 명예교수 등 60개국의 작가 3000여명이 참여한다. 전시 감독은 박남희 서울과학기술대 외래교수와 가네코 겐지 미노도자기박물관장이 함께 맡았다. (043)277-2501~3.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광복절, 英 에든버러에 울려 퍼진 아리랑 선율

    광복절, 英 에든버러에 울려 퍼진 아리랑 선율

    광복절인 15일 오전 11시(이하 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번화가에 자리한 어셔홀에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행인들의 눈길이 에든버러 최대 콘서트홀인 어셔홀의 유리벽에 쏠리는 순간, 500여개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선 우리 민족의 상징물인 백두산과 한라산, 독도의 웅장한 인공위성 사진이 투사됐다. 이 미디어 아트의 제목은 ‘미디어 스킨스’. 김형수(54)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브루스터가 1817년 발명한 만화경의 원리를 활용해 LED 화면에 옮긴 작품이다. 미디어 스킨스는 민족의 상징물 외에도 아리랑 2, 3호가 찍은 전 세계 100곳의 위성사진을 마치 거울에 반사된 색채무늬처럼 90초 간격으로 투사한다. 나일강과 아마존강은 물론 에든버러, 뉴욕, 파리, 런던, 상하이 등의 모습이다. 아리랑 선율에 맞춰 절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김 교수는 “한반도의 인위적인 국경은 예부터 만화경처럼 끊임없이 바뀌어 왔지만 우리 고유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져 왔다”면서 “분단된 한반도가 언젠가 다시 통일될 것이란 꿈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국내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KT빌딩을 실시간 스크린으로 이용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 뒤 주목받아 왔다. 김 교수는 지난 9일 개막한 세계 최대의 공연 예술제인 ‘2013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EIF)에 고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초청받았다. 1947년 출범한 EIF는 매년 세계 최정상의 예술가를 공식 초청한다. 올해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 교수와 그의 부인인 무용가 김효진(YMAP 대표), 백남준이 초청됐다. 지난 2011년 정명훈 서울시향 단장 등에 이어 두 번째다. 미디어 스킨스는 개막식 오프닝 행사 때 조너선 밀스 예술감독에 의해 개막작품으로도 선정됐다. 어셔홀 광장은 물론 페스티벌 극장 야외 무대에서 가로, 세로 각 60㎝ 크기의 한국산 LED 패널 560여개를 사용해 상영됐다.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위성사진 투사를 통해 기억과 역사, 재생의 이미지를 하루 12시간씩 선보이고 있다. 현지의 반응은 뜨겁다. ‘이브닝 타임스’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들은 그의 작품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축제의 주제인 ‘예술과 기술’에 부합한다는 호평을 듣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40개국 3000여명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EIF는 다음 달까지 에든버러 일대에서 개최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가야계 고분서 청동거울 출토

    가야계 고분서 청동거울 출토

    삼국시대 가야계 공동묘지로 평가되는 전북 남원시 아영면 두락리 고분군 중 32호 분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청동거울은 지름 약 17.8㎝로 권력 최고층으로 추정되는 무덤 주인공 머리 위에서 발견됐다. 앞면에는 주칠과 포목, 목질 흔적이 확인됐다.
  • [사설] 靑 참모진 인선 국정 정상궤도 진입 계기돼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비서실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번 인선으로 사실상 청와대 2기가 출범했다. 보통 1년여 지나 비서진의 교체가 있었던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르고, 교체의 폭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5개월여 만에 비서실장과 수석 9명 중 4명이나 교체한 것은 일단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통해 하반기 국정 운영의 고삐를 다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하겠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전문성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에 공석인 정무수석 인선 시 일부 ‘문제’ 수석들의 경질도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하지만 허태열 비서실장까지 포함해 수석 절반이 교체된 것은 그만큼 비서진의 업무 능력이 국민의 눈높이는 물론 대통령의 기대에도 크게 못 미쳤다는 방증일 것이다. 까닭에 이번 인사는 ‘경질’ 차원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 스스로 인사 실책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이를 개의치 않고 여론을 의식해서도, 야당의 압력에 밀려서도 아닌 스스로의 결단으로 잘못된 인사를 도려내고자 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족한 이들을 물러나게 한 인사만으로는 박수를 받지 못한다. 능력 있는 인재를 적소에 배치했는지 등을 포함해 인사의 방향과 내용이 옳아야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그런 신뢰 받는 참모진과 함께해야 국정 운영이 순항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로 알려진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의 경우 벌써부터 야당에서 거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비서실장을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과거 유신헌법 초안 마련 등의 경력을 가진 김 비서실장이 과연 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인물인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빈틈없이 보좌할 수 있을지 걱정이 없을 순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신임 비서실장 스스로 ‘예스맨’ 비서실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직언도 할 수 있는 자세로 소신을 갖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것이다. 박준우 전 유럽연합(EU) 대사의 정무수석 발탁도 얼마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정무수석은 당정 및 대야 관계에서 소통에 힘써야 하는 자리다. 난마처럼 꼬인 현 정국에서 직업 외교관 출신이 얼마나 정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여 뒤에서 다른 이가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정무수석이라면 아예 공석으로 두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부디 청와대 2기 참모진은 전임자들의 실족을 거울삼아 올해 하반기에 안정적 국정 쇄신이 이뤄지도록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이아가라/박판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이아가라/박판식

    나이아가라/박판식 생몰 연대 미상의 새가 창가에 앉아 있다 몇 달째 보이지 않던 고양이 똥이 전봇대 아래 다시 생겨나 있다 미녀가 등장하기 좋은 날이다 오늘은 색깔만 있는 꿈을 꾸고 어제는 소리만 들리는 꿈을 꾸었다 짙은 파랑 바탕에 노랑과 빨강 그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 것 같은 충동을 가까스로 이겨 내고는 외출 준비를 서두르며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서 서서히 빠져 나왔다
  • [오늘의 눈] 총리의 발언/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총리의 발언/안석 정책뉴스부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2009년 대전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후 나오는 길에 ‘계란 세례’를 받았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던진 계란이었다. “제 고향인 충청도를 배반하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믿어 달라”며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막지 못했다. 애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 전 총리에게 세종시 수정안을 전적으로 맡겼다. 정 전 총리도 줄곧 “내가 책임지겠다”며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갈 비판을 막았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이듬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고 한 달 뒤 정 전 총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의 말대로 정 전 총리는 세종시라는 십자가를 진 셈이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논쟁이 한창 뜨거울 당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다. 세종시 논란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였을까. 지난달 23일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세종청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 총리의 발언은 예상보다 직설적이었고, 수위도 높았다. “멋만 실컷 부렸다” “실용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세종청사의 비효율성을 강한 톤으로 지적했다. “청사가 하늘에서 봐야 용이지 땅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2007년 7월 말 세종신도시 부지조성 공사의 첫 삽을 뜬 지 정확히 6년 뒤에 나온 평가다. 심지어 신문 제목으로 세종청사가 ‘용’이 아닌 ‘뱀’이 됐다고 나올 만큼 절묘한 비유였고, 기자들 앞에서 세종청사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지적한 것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평가도 나올 수는 있다. 최고위 공직자로서 세종청사를 비롯한 세종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는 총리의 발언으로 표현 수위나 내용 등이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것 같다. 우선 국무조정실 세종시 지원단과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등 세종시가 불모지였을 때부터 먼저 와서 건물을 지었던 직원들이 정 총리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부터가 궁금하다.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 청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홍보활동도 행정부 2인자의 발언으로 결과적으로는 ‘빈말’이 됐다. 인간 중심, 자연친화적이라고 자랑하던 청사가 직사각형의 서울청사만도 못한 평을 들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투입된 수천억원의 예산도 결국 ‘멋만 실컷’ 부리려고 쓴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미 개청 1년을 넘어서면서 청사 건물뿐 아니라 주차난, 주택 문제 등 세종시의 비효율성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가 방관자처럼 ‘오불관언’의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업무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지만 정 총리는 지난 3월 5일 세종시 전입을 마치고 명실상부한 ‘세종시민’이 됐다. 세종청사의 첫 총리인 정 총리가 훗날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세종시의 비효율을 실제로 어떻게 고쳤는지, 미래 패러다임에 대비해 국정과 행정 형태를 어떻게 바꿨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ccto@seoul.co.kr
  • [피플 인 라운지] 여자 루지 1세대 최은주&성은령

    [피플 인 라운지] 여자 루지 1세대 최은주&성은령

    “야식 먹을 시간이에요.” 밤 9시 30분이 되자 처녀들은 바빠졌다. 루지 국가대표팀 성은령(21·용인대)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렸다. 쫄깃한 라면 면발을 후루룩 먹고 밥까지 말아 ‘폭풍 흡입’했다. 최은주(22·대구한의대)는 “한 달 안에 68㎏까지 찌워야 돼요”라며 바로 단백질 보충제를 들이켰다. ‘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루지대표팀 ‘여자 1세대’ 최은주, 성은령을 25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만났다. 풋풋하고 뽀얀 아기 얼굴과 달리 몸집은 한눈에 봐도 다부졌다. 떡 벌어진 어깨와 팔 근육에는 군살 하나 없었다. 하지만 둘은 루지 세계에서 왜소한 축에 든다. 180㎝에 70~80㎏를 넘나드는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가볍다. 약 1500m의 슬라이딩 트랙을 썰매에 누워서 내려오는 루지는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붙어 유리하다. 0.001초에 순위가 갈리는 걸 감안하면 단 1㎏도 아쉽기만 하다. 가녀린 우리 선수들은 국제 규정에 따라 납 조끼를 입어 무게를 보완하지만 내 몸 같은 편안함이 없는 건 당연하다. 최근 루지대표팀과 평창까지 5년간 장기 계약한 슈테펜 스켈(독일) 코치는 선수들을 보자마자 “평창에서 메달 따고 싶으면 무조건 68㎏까지 찌워라. 못 하겠으면 피겨장으로 가라”고 엄포를 놨다. 60㎏ 초반 몸무게인 선수들은 그래서 먹고 또 먹는다. 살을 빼는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살을 찌우는 것도 힘들다. 성은령은 “무게는 늘려야 되는데 먹는 건 안 들어가니까 일단 쑤셔 넣고 토할 때도 있었어요. 월·금요일마다 몸무게를 재는데 안 늘면 속상하고 진짜 화나요”라고 말했다. 최은주도 “밥은 한 공기 반씩 먹고 웨이트트레이닝 할 때 단백질 보충제 먹고 밤에는 치킨, 라면, 피자를 돌려 가며 먹어요. 엄청 배부른데 그래도 무거워져야죠”라며 웃었다. 한창 예뻐 보이고 싶을 나이에 몸집을 불리게 만드는 루지의 매력은 뭘까. 최은주는 “처음에는 스피드가 재미있었는데 요즘엔 피니시라인에서 브레이크 잡으면서 올라올 때 쾌감이 느껴져요. 슬라이딩 코스마다 모양, 얼음 상태 등이 다 다른 것도 정복하는 맛이 있고요”라고 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그냥 누워서 멀뚱히 내려오는 것 같은데 세심한 조종법이 있단다. 시속 100㎞를 넘는 속도로 ‘번개’같이 내려오면서도 커브를 돌 때마다 양손에 힘을 줘 썰매 바닥의 날을 미세하게 다룬다. 코스에 따라, 얼음 상태나 날씨에 따라, 날을 어떻게 갈았는지에 따라 힘을 주는 강도, 타이밍, 길이 등이 전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성은령은 “몇 명밖에 못 해본 운동이니까 사람들이 ‘루지가 왜 좋아?’라고 물어보는 것도 뿌듯하고요”라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루지에 빠진 건 아니다. 단거리 육상선수였던 최은주는 2010년 선발전을 통해, 태권도 선수였던 성은령은 이듬해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둘 다 교수의 추천으로 선발전에 도전했는데 인터넷에 ‘루지’를 쳐 보니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사망한 그루지야 루지 선수 기사만 가득했단다. 당시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의 코스 설계가 다소 위험했는데 개막 전 연습하던 그루지야 선수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트랙에서 튕겨 나가 죽었다. 최은주는 “루지를 검색하는데 죽은 선수 동영상밖에 없더라고요. 부모님께서도 사고를 아셔서 반대가 심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걱정이 응원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은주는 그해 겨울 아시안컵 주니어에서 여자부 금메달을 따내며 가족을 강력한 후원자로 만들었다. 2011, 2013년 아시안컵 여자부 은메달도 그의 차지였다. 2011년 태극마크를 단 성은령도 그해 아시안컵 주니어 금메달을 땄고 올해 휘슬러세계선수권에서는 팀릴레이 10위로 새 역사를 썼다. 한여름 아스팔트에서 바퀴 썰매를 타며 써낸 위대한 성적표다. 2014소치올림픽 출전도 코앞에 성큼 다가왔다. 내년 1월에 올림픽 티켓이 결정되는데 전망은 매우 밝다. 이창용 루지대표팀 헤드코치는 “우리 위에 있는 세 명 정도를 꺾으면 되는데 2013~14시즌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포인트”라고 전했다. 소치행이 확정되면 ‘썰매 3종목’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을 통틀어 한국 여자 최초의 올림픽 출전이 된다. 성은령은 “여자 썰매 최초로 올림픽에 나갔다고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거잖아요”라고 흥분했다. 경사도 겹쳤다. 대한루지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출신의 스켈(장비 담당), 페그 로버트(기술 담당) 코치 두 명과 2018평창올림픽까지 계약을 맺고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발벗고 나섰다. 루지 선진국인 독일에서 태어나 2003년부터 캐나다 코치를 맡았던 로버트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세 대륙의 루지 기술을 합쳐서 사고를 쳐 보자. 한국인의 강인한 근성과 체력에 우리 기술이 합쳐지면 못할 게 없다”고 힘을 실었다. 스켈은 썰매의 날 관리 노하우를 차근차근 전수하고 있다. 덕분에 2018평창올림픽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가득하다. 최은주는 “2016년에 코스가 완공되는데 많이 연습해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루지 발전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겁니다”라고 말했다. 성은령의 당돌한 한마디도 인상적이다. “외국 애들은 썰매, 헬멧, 유니폼에 스폰서 패치가 가득한데 정말 부럽더라고요. 저희 앞으로 더 잘할 거니까 후원해 주세요. 루지도, 기업도 같이 쑥쑥 클 거라고 약속해요.” 글 사진 평창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용어 클릭] ■루지(Luge)는 유럽 알프스 산맥에서 즐기던 썰매놀이가 스포츠로 정착된 것으로, 얼음으로 굳혀진 1000m 이상의 코스를 내려오는 경기다. 13~16개의 커브를 굴곡 없이 빠르게 내려오는 게 관건이며 1000분의1초까지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가린다.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소치올림픽에는 남자·여자 1인승, 남자 2인승, 팀릴레이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이에게 정분 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막 눈치챈 것이지만, 그 위인이 행중에서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손위 손아래를 막론하고 꾸짖고 면박 주기를 일삼아 도덕군자로 알아왔는데, 구월이를 꼬드겨 꼭지를 따버릴 줄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더니 딱 그 짝이군.” “두 사람이 정분을 둔 지가 벌써 한 해가 넘습니다.” “임자는 남의 일을 엿듣고 엿보는 일에 능숙한가?” “겉으로는 사내로 행세하지만, 속내로는 계집편성을 가졌다 보니, 자연 주위에 있는 남의 일에 눈길을 빼앗길 때가 많습니다.” “내가 눈 딱 감고 있을 테니, 어디 두 사람 가시버시 되도록 주선해 보게나. 그건 그렇구… 배고령이 걸핏하면 도덕군자 행세하려 했던 것이 얄밉군. 국량이 깊고 심성도 올곧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얌전하다는 고양이처럼 남보다 먼저 부뚜막에 올라갈 위인일세.” 만기가 애매한 당나귀들을 들추어 발뺌했으나 속내로는 행중에서 행수로 행세하는 정한조에게 정분을 두고 은근히 따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정한조를 수발하고 위하는 행동거지를 눈여겨보노라면 그 속내가 거울 속 들여다보듯 훤하게 바라보였다. 그러나 정한조는 만기를 그런 상대로 볼 수는 없었다. 간구한 집안 살림을 견디다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객지를 떠돌며 유리걸식하던 계집아이가 우연히 해안가 염전으로 흘러들었다. 울릉도로 드나드는 소금 배의 선원들이나 염전에서 염간들의 떡찌끼를 얻어먹고 연명하던 계집아이가 바로 연임이었다. 그때 나이가 불과 열셋이었다. 그 측은하고 처량한 모습을 보다 못해 만기란 이름을 주고 남장을 시켜 접소로 데려와 중노미 노릇을 시킨 것이었다. 섭생이래야 조석으로 강조밥에 소금국이었지만, 떠돌며 걸식하던 고단함에서 벗어났으니 연임으로선 그런 천행이 없었다. 중노미 노릇 주선한 지 3, 4년이 지난 뒤에 마침 나귀를 들이게 되어 견마잡이로 행중에 섞여 작반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남장은 이제 몸에 배어 편안해졌고, 정한조만 쳐다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좌정하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정한조가 말머리를 돌렸다. “천봉삼이란 위인은 이제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거동할 때도 되었는데?” “장독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도감 어른께서 귀한 소합환을 구해주셔서 구완하고 나서부터 차도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행보할 만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열흘 뒤였다. 먼산 뻐꾸기 울고 오동 꽃이 조롱조롱 피기 시작하는 6월 초순, 곽개천은 천봉삼과 작반하여 말래 도방에서 20여 리에 상거한 매야장으로 발행하였다. 매야장에 인접한 오산 포구 근해에서는 빈한한 어부들이 조업하여 명태, 대구, 고등어, 문어, 양미리와 어물들을 잡아 올렸고 염장품도 심심찮게 거래되었다. 울진 일원의 포구와 비교해서 규모는 보잘것없었으나 염전도 있었다. 역시 보부상들은 매야장에서 어물이나 염장품을 거래하여 높을재*를 넘어 영양과 진보를 거쳐 안동 상주까지 내왕하기도 했는데, 그들 고장에서는 대개 콩과 같은 잡곡을 거래해서 돌아왔다. 그들은 해질 무렵에 매야에서 발행하면 시오리 상거에 있는 높을재 못미처인 동막에서 하룻밤을 잤다. 다시 하루해를 걸어서 높을재를 넘어 깊으내*에서 숙박하고 수비를 거쳐 진보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매야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검댕이만 털고 발행하면 높을재 노루막이에 있는 숫막에 당도하여 객주를 정하고 깊으내까지 당도하여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가근방에 살고 있는 부상들은 옥방에서 내성으로 가는 길을 택하여 새내*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매야와 영양 사이 행보도 십이령길 못지않은 첩첩산중이어서 많은 보부상들이 후미진 자드락길을 돌아설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넋을 빼놓는 짐승들 때문에 고초를 겪었고, 십이령길처럼 협객을 흉내내며 신출귀몰하는 화적은 없었으나, 데데한 좀도둑들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떠돌았다. 일테면 높을재의 후미진 길목에 상복을 입은 위인이 섬거적에 시신을 둘둘 말아 짊어지고 걸어가면, 그 뒤로 역시 상복을 차려입은 상제가 서럽게 곡을 하며 뒤따른다. 가난한 상제들이 시신을 묻으러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섬거적 속에는 시신이 아니라, 산협 마을에서 훔친 가축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좀도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섬거적 속에 들어 있던 돼지가 땅에 떨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는 것을 상제 두 사람이 잡으려고 허둥지둥 뒤따르는 것이 행인들에게 목격되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좀도둑은 볼 수 없었으나 근자에 이르러 조정이 뒤숭숭하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터지고, 흉년이 거듭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좀도둑들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모이면 적당이 되고 헤치면 양민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떠돌았다. 소금 상단이 평소 출입이 뜸했던 매야 장시와 높을재를 겨냥하고 발행한 것은 까닭이 없지 않았다. 내성의 윤기호를 장시에서 훼가출송시킨 뒤 마땅히 거래할 소금 도가를 찾지 못한 처지였고, 잠적해버린 산적들이 높을재 근처의 산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적경을 매야장을 출입하는 상대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천봉삼과 함께 작반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매야장에 당도한 곽개천 일행은 허술한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행장을 풀었다. 곽개천이나 박원산 같은 원상들은 몇 번 찾아온 경험이 있었으나 나머지는 매야가 초행이었다. 당도해 보니 매야 장시도 대처의 장시처럼 괄시하지 못할 만치 행상인들의 출입이 번다하였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의 영양과 진보 안동의 행상꾼들이 높을재를 넘어 매야장까지 와서 건어물을 거래하면서 장시의 규모가 커진 것이었다. 인총이 드물고 살기가 팍팍한 곳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높을재:고초령 *깊으내:심천 *새내:신천
  • [‘史草 게이트’ 본격화] 출구 찾는 여야

    여야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은 양측 지도부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초 실종’이라는 초유의 일을 정치적으로 끌고 나가기 버거울 뿐만 아니라 저마다 계획한 정국의 흐름에서 너무 크게 이탈해 길을 찾기 쉽지 않은 형국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초대형 이슈를 장기화하면 정권과 정부의 일이 묻히게 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슈가 길어지면 ‘일하는 정부’는 사라진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2일 이 정국이 일단락되자마자 23일 바로 민생 탐방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조사 기간 연장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소모적 정쟁’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초 유리할 게 없는 주제였다. ‘출구전략’ 마련이 더욱 시급했다는 얘기다. 특히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논란이어서 손해본 게 적지 않다. 가뜩이나 증인 채택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관심은 다가올 휴가철에 사그라들기 쉽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문재인 의원 등 친노무현계가 주도하고 있는 이 자존심 대결에 끌려다니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다음 달 15일까지 예정된 국정원 국조를 빨리 털고 나서 9월 정기국회에 대비해 민생 강조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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