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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에 제작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입장은?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에 제작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입장은?

    19일 SBS 동상이몽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지난 18일 방송된 스킨십 부녀 에피소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동상이몽 제작진은 “커가면서 점점 멀어지고 스킨십이 적어지는 딸이 서운하다는 아빠와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을 여전히 아이로 보는 아빠를 이해가 안된다는 딸이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기회가 필요하다는 가족들의 마음이 제작진 또한 그런 마음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녹화를 했고 출연 가족 모두 처음으로 가슴 깊은 속 마음을 솔직히 얘기하며 훈훈히 녹화를 마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딸이 ‘자칫 아빠가 서운해할까를 가장 걱정하는 모습과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에서’ 아빠에 대한 속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녹화를 통해 아빠도 훌쩍 어른스러워진 딸의 속깊은 생각을 통해 딸에 대한 애정표현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습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제작진의 의도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분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또한 MC진도 녹화를 진행하면서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녹화 분위기를 밝게 이끌기 위해 했던 이야기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여러분께 불편하게 전달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면서 “더욱 더 신중하고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시기에 편안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더욱더 노력하고 앞으로도 가족들의 소통과 갈등 해결의 창구가 되는 동상이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사과했다. 앞서 18일 방송된 ‘동상이몽’에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부담스럽다는 18세 여고생의 고민이 소개됐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 제작진 사과 “작가가 ‘○○ 좀 해주세요’라고 요구”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 제작진 사과 “작가가 ‘○○ 좀 해주세요’라고 요구”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스킨십 아빠 큰 딸이 악플에 시달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가운데, 제작진이 사과의 글을 올렸다. 큰딸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방송으로 저희 가족이 너무 이상한 가족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아빠가 성폭행범이 될 것이다’, ‘돈을 받고 뽀뽀를 했으니 동생은 창녀다’, ‘큰딸이나 부인에게는 스킨십을 하지 않으면서 막내에게만 스킨십을 강요하는 것을 보아 근친상간이다’, ‘딸을 여자로 보는 것 같다’, ‘고통받는 동생과 딸을 보면서 왜 엄마와 언니는 방관만 하고 있는가’ 등등 점점 더 심한 악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엔 키보드 워리어들의 한풀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분의 댓글을 보니 ‘자신의 아버님을 이렇게까지 망가뜨리는데 해명글이 올라오지 않겠냐’라는 말이 있었다. 타인이 봤을 때도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저희 가족이 봤을 때 상처받을 거라는 생각을 왜 못하나. 한가정의 가장을 이런 식으로 무너뜨려도 되는겁니까.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이렇게 악플을 보고 저희 아빠가 상심하고 자신이 범죄자란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큰딸은 “저희가 신청한 것도 아니고 방송 작가가 동생을 섭외해 나가게 됐다. 집안에서 성폭행이 일어나고 엄마와 내가 그것을 방관하고 있는 집이라면 동생이 프로그램에 출연했겠나. 아빠도 ‘스킨십 하는게 지겹다, 어렵다, 너무 많이 한다’라는 말을 촬영 내내 달고 다녔을 만큼 방송이라 만들어진 장면이 많다. 방송 작가들이 촬영내내 메시지를 보내 ‘○○ 좀 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면서 “저희 가족은 그 어떤 가족보다 화목하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악플말고 아빠가 과한 것에 대한 따끔한 충고는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동상이몽’ 제작진 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커가면서 점점 멀어지고 스킨십이 적어지는 딸이 서운하다는 아빠와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을 여전히 아이로 보는 아빠를 이해가 안된다는 딸이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기회가 필요하다는 가족들의 마음이 제작진 또한 그런 마음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녹화를 했고 출연 가족 모두 처음으로 가슴 깊은 속 마음을 솔직히 얘기하며 훈훈히 녹화를 마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제작진의 의도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분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또한 MC진도 녹화를 진행하면서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녹화 분위기를 밝게 이끌기 위해 했던 이야기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여러분께 불편하게 전달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면서 “더욱 더 신중하고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시기에 편안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더욱더 노력하고 앞으로도 가족들의 소통과 갈등 해결의 창구가 되는 동상이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앞서 이날 방송된 ‘동상이몽’에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부담스럽다는 18세 여고생의 고민이 소개됐다. 사춘기 딸의 침대에 함께 눕고 어깨동무와 입술 뽀뽀를 하려는 아빠의 행동에 고민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에 제작진 공식입장

    동상이몽 스킨십父 논란에 제작진 공식입장

    19일 SBS 동상이몽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지난 18일 방송된 스킨십 부녀 에피소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동상이몽 제작진은 해당 글에서 “이 가족은 처음 취재 단계부터 화목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건강한 가족이라는 것을 제작진 모두 느꼈습니다. 단지, 유일하게 스킨십문제로 의견차이가 있었습니다”고 전했다. 이어 “커가면서 점점 멀어지고 스킨십이 적어지는 딸이 서운하다는 아빠와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을 여전히 아이로 보는 아빠를 이해가 안된다는 딸이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기회가 필요하다는 가족들의 마음이 제작진 또한 그런 마음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녹화를 했고 출연 가족 모두 처음으로 가슴 깊은 속 마음을 솔직히 얘기하며 훈훈히 녹화를 마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그런데 제작진의 의도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분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게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또한 MC진도 녹화를 진행하면서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녹화 분위기를 밝게 이끌기 위해 했던 이야기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여러분께 불편하게 전달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면서 “더욱 더 신중하고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시기에 편안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더욱더 노력하고 앞으로도 가족들의 소통과 갈등 해결의 창구가 되는 동상이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사과했다. 앞서 18일 방송된 ‘동상이몽’에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스킨십이 부담스럽다는 18세 여고생의 고민이 소개됐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싫다는 딸에게 스킨십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불편했다는 반응과 함께 이같이 심각한 고민을 해결해줄 패널 중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기획-여성 혐오 판치는 사회] ‘숨쉴한’ 등 남성 비하 속어 확산… 그녀들 뿔났다

    [기획-여성 혐오 판치는 사회] ‘숨쉴한’ 등 남성 비하 속어 확산… 그녀들 뿔났다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속어인 ‘씹치남’, 남성은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의미인 ‘숨쉴한’ 등 남성 비하와 혐오성 표현이 여성 회원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초부터 들썩이던 ‘남성 혐오’ 현상에 불을 지핀 것은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확산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시)에는 지난 5월 30일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는 목적으로 ‘메르스갤러리’(메갤)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개설 목적과 달리 이 게시판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취지가 확대된 남성 혐오의 진원지가 됐다. 발단은 ‘메르스를 유포시킨 것도 다 김치녀(허영심 많은 한국인 여성을 일컫는 말) 탓’이라는 식의 낭설이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남성 이용자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면서부터다. 일부 남성들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비상사태조차 여성을 향한 공격의 수단으로 삼자 ‘여성시대’ ‘소울드레서’ 등 대표적인 여성 중심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맞대응을 시작했다. 메갤 게시판에서는 지금껏 회자돼 온 여성 비하, 여성 혐오성 표현이 주체만 남성으로 바뀐 채 변형되는 이른바 ‘미러링’(거울에 비추듯 닮은 방식으로 행한다는 뜻)이 이뤄졌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남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남성의 작은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실잦’ 등이 사례다.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다룬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1996·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저)을 본뜬 ‘메갈리안’(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메갤 이용자)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졌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남자의 키나 능력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 비난받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갑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큰 틀에서 볼 때 이성이나 합리주의가 사라진 기존 일베 현상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당·정·청 소통 민생 마라톤 계속 뛰겠다”

    “당·정·청 소통 민생 마라톤 계속 뛰겠다”

    새누리당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에게는 최근 불협화음이 있었던 당·정·청 관계를 복원하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꽉 막힌 대야 협상을 원만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생 공약을 개발해야 하는 책임도 원내지도부의 몫이다.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건만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정·청 소통의 정상화를 통해 민생 마라톤을 계속 뛰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원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직에 합의 추대된 소감을 말해 달라. -당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마음이 무겁다. 당내 화합과 당·정·청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가뭄 이후 서민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하루빨리 민생 안정을 이루고 경제를 살려내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당·청 관계는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가. -당·청은 기본적으로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당·청은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공동 운명체로 소통과 협력의 관계다. 당·청 간에 불협화음이 있으면 국민들이 불안해진다. 고위 당정회의나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끊임없이 정책을 만들고 국정 과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도록 도울 예정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평가하자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려운 시기에 원내대표로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 처리도 당의 총의에 따라 처리했고, 국무총리 인준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그 점에 대해선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당·청 소통 관계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김무성 대표에 대해 평가한다면. 향후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김 대표는 지금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셨고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하는 데 큰일을 하셨다. 원내대표로서 당연히 당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김 대표가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도) 실시 주장을 했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나. -오픈프라이머리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해당 지역의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사람이 후보로 결정되는 절차를 내포하고 있는 공천 방법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미 당론으로 추인된 상황이다. 야당도 우리의 이런 정치 발전을 위한 선택에 같이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내년 총선을 위한 민생 공약 개발은 어떻게 해 나갈 생각인가. -정책위의장 시절에 끊임없이 민생, 서민 중심의 정책을 발표하고 만들어 왔다. 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 가계 통신비를 인하했다. 또 서민 대출도 확대했다. 이런 민생 위주의 서민 정책 드라이브를 계속 걸어 왔다.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서 첫 번째로 얘기한 것도 민생 원내대표가 돼서 민생 마라톤을 뛰겠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구체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원내대표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여야 협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제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제일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뵙고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말씀드렸다. 추경의 신속한 처리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시는데 내용과 관련해서는 조금 이견을 보이셨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는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가. -잘 맞는다. 경기도 출신 4선 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평소에도 의정활동을 같이 해 온 분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한다면 대야 협상도 잘 풀릴 것으로 본다. →원내지도부 조합은 잘된 것으로 보나. -일단 기본적으로 능력 위주로 인선이 됐고, 지역을 안배한 거다. 김정훈(부산 남갑) 정책위의장과 조원진(대구 달서병) 원내수석부대표의 조합은 능력과 지역을 적절히 안배한 좋은 사례다. 수도권과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아주 잘 맞지 않은가.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열린세상] 결혼과 합병/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결혼과 합병/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람은 혼기가 되면 결혼을 한다. 결혼은 남녀 간의 자유로운 의사의 합치가 요구되는 감성적 계약이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의 결혼을 천생연분이라고 하지만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에서 살아온 신랑 신부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일심동체로 살아라”라는 덕담을 많이 한다. 회사도 결혼을 한다. 그것이 회사 간의 결합이라고 일컫는 ‘합병’이다. 그러나 사람과 달리 이성적·계산적으로 하는 계약이다. 회사에는 소유자인 주주, 근로자, 채권자, 경영자 등 이해관계인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시장 확대, 경영합리화, 도산회사 구제, 국제경쟁력 강화 등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이뤄진다. 미국의 타임워너그룹이 1966년 주차장 영업에서 출발해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한 후 뉴스잡지사 타임(Time), 유선뉴스방송사인 CNN과 합병, 세계 최고의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한 것은 좋은 예다. 합병은 일방 회사가 소멸하고 모든 재산은 존속 또는 신설 회사에 포괄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사람의 결혼보다도 더 강력하다. 결혼에서 일심동체는 덕담으로 하는 것이지만, 합병에서는 당사 회사가 완전히 합일되어 효력이 발생한 후에는 원상회복이 어렵다.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이후 주택은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다고 공표했다. 두 회사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진 삼성계열사다. 사람으로 치자면 뿌리가 동일한 친족 간의 결혼이라고 볼 수 있다. 건설·무역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물산이 패션과 식음료, 바이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제일모직에 합병되지만 브랜드 가치가 높은 ‘삼성물산’을 회사명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합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게 된 삼성물산은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도기업으로 거듭나며, 매출액은 지난해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핑크빛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예측에 불과하다. 신혼부부도 장래 설계를 하고 원대한 포부를 갖지만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기결혼이 아닌 한 부부 일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합병 이후에 예측이 어긋난다고 해서 무효로 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따라서 결혼 전이나 합병 전에 이를 결정하기 위한 최초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삼성계열사 등 대주주 지분이 50%가 넘기 때문에 합병안 통과가 확실하지만, 삼성물산은 계열사와 우호지분이 19.87%에 불과해 주주총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기업의 합병안에 대해 삼성물산의 주식 7.12%를 취득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합병 비율(1대0.35)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불공정한 결정이라며 합병 반대를 주도하고 있어 삼성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만약 국내외의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가 엘리엇에 동조한다면 합병안이 부결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61%이며 시가 1조 17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그룹을 제외하고는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합병 찬성의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10일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고 찬성으로 입장을 결정했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국민연금 소유주식의 의결권행사를 자문하고 있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반대를 권고한 바 있어 나머지 주주들의 의결권 향방이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100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국내 30대 대기업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의 노후자금 투자수익극대화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찬반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 발표가 삼성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반대파 주주들의 의견을 결집해 역효과를 나타낼지는 오는 17일 주주총회에서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투기자본의 부당한 경영 간섭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낙후된 지배구조의 선진화, 주주 중심의 경영, 사회공헌도의 증진을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인피니트 컴백, ‘배드’(BAD) 뮤비로 시선강탈

    인피니트 컴백, ‘배드’(BAD) 뮤비로 시선강탈

    그룹 인피니트(INFINITE)가 미니 5집 앨범으로 컴백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정규 2집의 리패키지 앨범 ‘비 백’(Be Back) 이후 1년 만이다. 13일 자정 각종 온라인 음원에는 인피니트 미니 5집 앨범 ‘리얼리티(Reality)’의 음원 전곡이 발매됐다. 아울러 같은 날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타이틀곡 ‘배드’(Bad)의 뮤직비디오 또한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 속 인피니트 멤버들(김성규, 장동우, 남우현, 호야, 이성열, 엘, 이성종)은 다소 음산하지만 신비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거울 앞에 선 인피니트 멤버들의 표정 연기는 시선을 집중시킨다. 타이틀곡 ‘배드’(Bad)는 상대가 나쁜 여자임을 알지만 여자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모든 것을 거는 남성의 고백을 담은 곡으로, 웅장하면서도 감각적인 사운드 속 EDM 비트가 돋보이는 곡이다. 인피니트의 ‘데스티니(Destiny)’와 ‘백(Back)’을 만든 프로듀서 알파벳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한편 인피니트의 ‘배드(Bad)’는 음원 공개 1시간 만에 멜론, 네이버뮤직, 엠넷 등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앨범 수록곡 전곡 역시 상위권에 차트 줄세우기를 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피니트의 미니 5집 ‘리얼리티’에는 타이틀곡 ‘배드’(Bad)를 포함 ‘베팅’(Betting), ‘문라이트’(Moonlight), ‘발걸음’, ‘마주보며 서 있어’, ‘러브레터’, ‘엔딩을 부탁해’ 등 7곡이 담겼다. 사진·영상=인피니트(INFINITE) “배드(Bad)” 공식 뮤비 Official MV /유튜브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백제, 日과 교류 가장 활발… 아키히토 “나는 무령왕의 자손”

    [새로운 50년을 열자] 백제, 日과 교류 가장 활발… 아키히토 “나는 무령왕의 자손”

    지난 3일 오전 11시쯤 충남 공주시 금성동 송산리고분군. 매표소를 지나 고분군에 들어서자 공원과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축구장만한 산이 구릉처럼 야트막하다. 송산(松山)이다. 포장된 길 사이로 연두색 잔디밭이 잘 가꿔졌고, 소나무 등 각종 나무가 서 있다. 중간 산자락에 높이가 약간씩 다른 6기의 커다란 묘지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멀리 시내의 아파트와 묘하게 대조됐다. 이 중 유일하게 주인을 알 수 있는 ‘무령왕릉’이 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2001년 12월 23일 68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간무 천황(50대·737~806)의 어머니가 무령왕 자손이라고 기록돼 한국과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일본 고대사 연구의 중요 사서인 ‘속일본기’에 적힌 기록을 인용한 것이지만 일왕 스스로 이를 인정한 파격적 발언이었다. 3년 뒤인 2004년 8월 3일에는 아키히토의 5촌 당숙으로 일본 왕족인 아사카노 마사히코가 친척과 함께 무령왕릉을 참배했다. 여론을 의식한 비공식 참배였지만 일본 왕족의 무령왕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무령왕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백제 한성(서울)시대 마지막 왕인 개로왕이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교류를 돈독히 하고자 461년 4월 동생 곤지를 일본에 보내면서 임신 중인 자신의 부인을 딸려 보냈다. 부인은 그해 6월 규슈 북쪽 가카라시마 섬에서 아들을 낳았고, 이 아이가 25대 무령왕이다. 아키히토 선조인 간무 천황의 아버지는 고닌 천황이고, 그 부인이 무령왕의 10대 후손이다. 간무 천황은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황태 부인으로 추종하고 극진히 제사를 지냈다. 이날 현장 취재에 동행한 박재용(43)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백제 중흥을 이끈 무령왕 때 일본과 교류가 매우 활발했다”며 “이 과정에서 백제의 수많은 선진 문물이 일본에 전수됐다”고 말했다. 고분군 모형전시관에 들어서자 7호분인 무령왕릉과 5·6호분 모형이 눈에 띄었다. 박 연구원은 “송산리고분군 무덤 중 무령왕릉만 지석(誌石)을 통해 주인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유물 4600여점이 발굴됐다. 발견 당시 유물이 놓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유리관이 보였다. 박 연구원은 “왕과 왕비의 신발, 청동다리미, 수문경(거울)은 똑같은 게 일본 고분에서도 출토돼 백제 문물이 얼마나 전수됐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서진 널빤지만 남은 관은 일본에서만 자생하던 금송으로 만들어졌다. 주로 백제가 중국에서 들여온 ‘시경’, ‘춘추’ 등 오경과 갖가지 문물을 일본에 전파했지만 금송처럼 일본에서 넘어온 것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곳을 나와 공주와 인접한 또 다른 백제의 고도 부여로 갔다. 부여읍 동남리 정림사지는 학교 운동장만한 크기였고, 연못 위 다리를 건너자 ‘정림사지 5층석탑’이 서 있다. 박 연구원은 “돌로 만든 탑이지만 지붕 처마가 치솟고, 몸돌이 4단으로 이뤄지는 등 목조 양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탑이 나무에서 돌로 바뀌는 초기 형태”라고 알려줬다. 그는 “일본은 이 양식을 받아들여 나무 탑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석탑 뒤에 불상을 모시는 금당 터가 있다. 3층짜리 절이었던 금당은 잔디밭으로 흔적을 표시했다. 그 뒤로 한옥 형식의 강당 건물이 있다. 박 연구원은 “백제 가람(절)의 전통 양식은 남북 일직선상의 1탑 1금당으로 1탑 3금당인 신라나 고구려와 다르다”면서 “백제 양식이 오사카 시텐오지(四天王寺)나 나라 호류지(法隆寺) 등에 적용됐다”고 얘기했다. 무령왕이 웅진(공주)시대를 이끌었다면 성왕은 사비(부여)시대를 연다. 성왕은 노리사치계를 보내 일본에 불상과 경전 등 불교를 전파한다. 백제 기술자들은 일본에 많은 사찰을 지었고, 아스카문화를 꽃피게 했다. 제련기술, 말 사육 방법, 양잠과 의복제작 기술도 일본에 전수됐고 그 흔적이 교토, 오사카, 나라 등에 남아 있다. 선진 문물 혜택을 받은 일본은 백제가 전쟁을 벌일 때 군사를 보내 도왔다. 백제가 멸망한 뒤에는 유민 4000여명이 일본으로 망명해 여러 촌락을 이뤄 살았고, 거기서 벼슬도 많이 했다. 박 연구원은 “백제와 일본은 형제처럼 서로 도우면서 지냈다”며 “요즘 사사건건 삐걱거리는 한·일 관계를 보면 참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글 사진 공주·부여 이천열 기자 sky@seoul.co
  • 이용녀, 유기견 60여 마리 기르게 된 사연 ‘뭉클’… “빚까지 지며 유기견 분양”

    이용녀, 유기견 60여 마리 기르게 된 사연 ‘뭉클’… “빚까지 지며 유기견 분양”

    이용녀, 유기견 60여 마리 기르게 된 사연 ‘뭉클’… “빚까지 지며 유기견 분양” 이용녀 유기견 배우 이용녀가 유기견 60여 마리를 키우게 된 사연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용녀는 7일 방송된 MBC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해 유기견 60여 마리와 함께 지내게 된 계기를 공개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용녀는 “11년 전 길거리에서 눈알이 터진 딱한 강아지를 봤다. 근처 슈퍼 주인에게 알렸더니 주인이 버린 강아지라고 했다”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유기견 이야기를 해주더라. 많은 강아지가 버려지는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린 강아지도 많아서 보호소를 다니며 유기견들을 분양했다. 그랬더니 100마리가 넘게 됐다. 있는 돈을 다 써서 빚까지 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기견을 분양한 것과 관련해서 그는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 엄마도 후배들도 많이들 반대한다. 내가 유기견을 키우기 전까진 깔끔하게 하고 다니고 뭔가를 배우곤 했는데 지금은 머리도 산발에 세수도 안해서 꼬질꼬질하니까 그만 하라고 정신 차리라고 하더라. 그런데 당장 거울을 봐야 내 눈에 내 모습이 보이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유기견이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가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녀는 또 “유기견들에게 고맙다”면서 “강아지들이 배우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배우의 연기는 모든 바탕이 사랑이다. 사랑을 주는 법이 너무 어려운데 유기견들에게 사랑을 주다보니 연기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명품관 된 미술관

    명품관 된 미술관

    한국의 전통미술을 얘기할 때 흔히 여백의 미, 소박함,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고려시대 이래의 옛 기록들을 보면 정교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출중한 미술공예품을 극찬하는 글들이 많다. ‘공교하다’, ‘뛰어나다’,‘세밀하다’는 말을 통해 미술품들을 칭송했다는 것은 당대 우리 선조들의 미감의 기준과 인식을 보여준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기획한 ‘세밀가귀(細密可貴):한국미술의 품격’ 전은 세밀함, 정교함, 화려함을 통해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국미술의 편향된 시각을 극복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공들여 마련한 전시로 고대부터 조선까지 시대별, 장르별 최고의 명품을 망라한다. 금속공예, 회화, 나전, 불교미술 등 국보 21점, 보물 26점을 포함 140여점으로 구성된 전시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한국미술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전시 제목의 ‘세밀가귀’는 12세기 고려 미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사료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1123년)에서 인용했다. 고려 인종 때 중국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은 고려 나전을 일컬어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간송미술관, 호림박물관, 동국대박물관 등 국내 19개 주요기관의 대표작품과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영국미술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해외 21개 소장처에서 대여한 국보급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외국 유수박물관에서 보물로 간직해 온 고려 나전,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 등이 어렵사리 서울나들이를 했다. 전시작 중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독일 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 칠보산도병(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동경계회도(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은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전시한다. 전시는 세밀함과 화려함, 정교함을 드러내는 제작 기법을 중심으로 문(文), 형(形), 묘(描)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문양:정교함의 극치, 화려함의 정수’ 부분에선 단조, 입사, 나전, 투각, 상감, 감장 등 여러 가지 장식 기법을 통해 장인들이 빚고 다듬고 두드려 만들어낸 정교한 미감을 살핀다. 금속 덩어리를 두드려 망치, 집게, 가위로 문양 혹은 입체를 만드는 단조로 만들어낸 신라시대 금관(국보 138호)과 금속표면을 파내고 다른 금속선을 박는 입사기법의 청동은입사 보상당초봉황문 합(국보 171호)이나 금선을 붙여 알집을 만들고 유리나 보석류를 박는 감장기법의 금동 수정감장 촛대(국보 174호)가 전시되고 있다. 나전은 광채가 나는 자개 조각을 박아 넣거나 붙여서 장식하는 기법으로 고려 나전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최고의 경지를 자랑한다.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에 17점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희귀한 고려 나전 중 나전 국당초문 경전함(영국박물관), 나전 국당초문 화형합(보스턴미술관) 등 8점이 공개된다. 나전 단화금수문 거울(국보 140호) 등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 나전을 조망하는 특별공간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리움 측은 설명했다. ‘형태:손으로 빚어낸 섬세한 아름다움’에선 장인의 손끝에서 빚어진 치밀한 형태미를 보여주는 금속공예품과 불보살상을 보여준다. 흙으로 만든 거푸집에 녹인 금속을 부어서 굳히는 주조법은 금속공예 성형의 대표적인 기법으로 거푸집의 정교함에 따라 공예품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부여 능산리에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국립부여박물관)는 백제미술의 뛰어난 조형성뿐 아니라 최고 경지에 도달한 주조법을 보여준다. 화려하고 섬세하게 장식된 보살상들은 입체적인 형상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의 정수를 드러낸다. 금동 보살 좌상(후묘지, 일본 사가현 중요문화재), 금동 대세지보살 좌상(호림박물관, 보물 1047호) 등이 출품됐다. 마지막으로 ‘묘사:붓으로 이룬 세밀함’ 부분은 붓을 통해 표현한 섬세함의 다채로운 모습을 조명했다. 고려불화의 세부묘사는 화공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운품 변상도(국보 235호), 원각경 변상도(미국 보스턴미술관) 등이 전시되고 있다. 깊은 골짜기의 암자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겸재의 금강전도(국보 217호), 조선시대 동물화의 대가 이암의 가응도(보스턴미술관), 인물의 성격과 기질까지 보여주는 조선시대 초상화 등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이용녀, 유기견 60여 마리 기르게 된 사연 ‘뭉클’… “엄마도 후배들도 반대 많이 해”

    이용녀, 유기견 60여 마리 기르게 된 사연 ‘뭉클’… “엄마도 후배들도 반대 많이 해”

    이용녀, 유기견 60여 마리 기르게 된 사연 ‘뭉클’… “엄마도 후배들도 반대 많이 해” 이용녀 유기견 배우 이용녀가 유기견 60여 마리를 키우게 된 사연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용녀는 7일 방송된 MBC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해 유기견 60여 마리와 함께 지내게 된 계기를 공개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용녀는 “11년 전 길거리에서 눈알이 터진 딱한 강아지를 봤다. 근처 슈퍼 주인에게 알렸더니 주인이 버린 강아지라고 했다”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유기견 이야기를 해주더라. 많은 강아지가 버려지는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린 강아지도 많아서 보호소를 다니며 유기견들을 분양했다. 그랬더니 100마리가 넘게 됐다. 있는 돈을 다 써서 빚까지 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유기견을 분양한 것과 관련해서 그는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 엄마도 후배들도 많이들 반대한다. 내가 유기견을 키우기 전까진 깔끔하게 하고 다니고 뭔가를 배우곤 했는데 지금은 머리도 산발에 세수도 안해서 꼬질꼬질하니까 그만 하라고 정신 차리라고 하더라. 그런데 당장 거울을 봐야 내 눈에 내 모습이 보이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건 유기견이었다. 그래서 하루하루 가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녀는 또 “유기견들에게 고맙다”면서 “강아지들이 배우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배우의 연기는 모든 바탕이 사랑이다. 사랑을 주는 법이 너무 어려운데 유기견들에게 사랑을 주다보니 연기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무서워하지 마, 겁먹은 사자일 뿐이란다

    [이주일의 어린이 책] 무서워하지 마, 겁먹은 사자일 뿐이란다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아드리앵 파를랑주 글·그림/박선주 옮김/정글짐북스/33쪽/1만 2000원 어느 저녁 사자가 방을 비운 사이 호기심 많은 소년이 사자의 방에 들어갔다. 조금 뒤 밖에서 소리가 났다. 소년은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재빨리 침대 밑으로 숨었다. 하지만 방에 들어온 건 또 다른 소년이었다. 두 번째 소년이 들어온 뒤 얼마 안 있어 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두 번째 소년은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천장의 등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방에 들어온 건 소녀였다. 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소녀도 사자인 줄로 알고 양탄자 아래에 숨었다. 이번에 방에 들어온 건 개였다. 개가 방을 한 바퀴 막 돌았을 때 문밖에서 소리가 났다. 개는 사자가 돌아온 줄 알고 부리나케 거울 뒤로 숨었다. 이번에 들어온 건 한 무리의 새들이었다. 문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나자 새들은 커튼 뒤로 숨었다. 이번엔 정말로 사자가 돌아왔다. 사자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소년, 소녀, 새, 개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한편 사자는 자기 방이 낯설게 느껴졌다. 거울 위치가 조금 달라졌고, 발 아래 양탄자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사자는 덜컥 겁이 나 벌벌 떨면서 커다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었다. 아이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 특별한 실체가 없는 두려움을 느낄 때도 적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실체 없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실체를 몰라 느끼는 두려움은 실체를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책을 읽고 나면 평소 두려움을 느끼던 많은 상황이 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15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라가치상 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방에 숨어 벌벌 떠는 존재를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 사자로 그리며 통쾌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반복되는 운율이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초등 저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태동 鐘樓에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정치

    [이태동 鐘樓에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정치

    다산(茶山) 정약용은 일곱살 때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으니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네(小山蔽大山 遠近地不同)”라는 유명한 시를 썼다. 몇 해 전 작고한 시인 이성부는 이 시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져서/내 눈에 작은 것으로만 꽉 차기 때문이다/먼데서 보면 크고 높은 산줄기 일렁임이/나를 부르는 은근한 손짓을 보이더니/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봉우리 제 모습을 감춘다” 다산의 ‘산’이라는 이 시편이 오늘날에도 세속적인 우리 삶의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운 작금의 정치 풍경을 비쳐 주는 거울이 될 수 있으니 그의 시적 재능이 실로 놀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관습과 오랜 훈련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며, 많은 시간과 고통을 겪어야만 된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기억해야 할 정도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지극히 미성숙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냉전시대에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던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1978년 하버드대에서 말한 ‘분열된 세계’라는 연설에서 서구 민주주의의 부정적인 요소로 비판한 ‘군거본능’(herd instinct)과 ‘집단 이기주의’, ‘만족을 모르는 물질적 욕망’ 그리고 ‘정신적 고갈’로 인한 지적 수준의 하향평준화 같은 퇴행적인 현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음이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가장 무서운 적은 전제정치가 아니라 광포한 자유다. 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유익하게 작용하게 하기 위해서 적절한 자제가 요구된다는 것은 새삼 밝힐 필요가 없다. 민주사회에서 광포한 자유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법은 물론 관습적인 질서의식과 인간 상호 간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혼란으로 말미암아 민주주의가 가져다주는 아무런 자유도 생산적으로 누릴 수 없다. 불행히도 일부 우리 정치인들은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관습적인 규칙은 물론 법률보다 위대하다는 예의마저 저버리며 격심한 갈등과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맞아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움직임이 정치적인 것으로 비쳐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엄격한 의미에서 그가 정치적으로는 물론 행정적으로도 정치적 질서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4일 광역단체의 장인 박 시장이 중앙정부를 제치고 메르스 사태에 대해 심야 인터뷰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엘리트 의사 한 사람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아 위험한 건강 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박 시장은 당시의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다고 변명하지만, 그는 보통 시민이 아니라 1000만명의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지도자이자 행정관이기 때문에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침착성과 치밀함을 보였어야만 했다. 박 시장이 정부를 비판하고 “내가 메르스 퇴치를 위한 총지휘자가 되겠다”고 월권적 발언을 했지만, 그 후 서울시는 실질적으로 메르스 치료와 퇴치를 위해 결정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6월 4일 정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무능함을 비판했던 것만큼 신연희 강남구청장으로부터 ‘메르스’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한다며 시장으로서의 부실함에 대해 격심한 비판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정치가는 기회를 만든다. 그러나 기회는 정치꾼을 만든다”라는 말이 실감 나는 부분이다. 결국 정치인 박원순 시장은 신뢰 문제로 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민주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지만 그것을 성숙하게 만드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고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왜소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랠프 에머슨은 ”인생은 짧다. 그러나 예의를 지킬 수 없을 만큼 짧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한여름 억새는 억세다

    한여름 억새는 억세다

    예년과 달리 장거리 여행은 다소 삼가는 분위기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도 꺼린다. 가뭄에 메르스가 겹친 탓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가까운 산을 찾아 맑은 공기로 머리와 가슴을 씻는 것도 좋겠다. 수도권 명산으로 꼽히는 명성산을 찾은 건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억새꽃 필 무렵의 가을 명성산만 기억한다. 하지만 명성산을 잘 아는 이들은 여름 풍경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능선 전체를 푸르게 붓질하는 억새의 기교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억새가 만든 초원, 그 모습 보자고 행장을 꾸린다. 명성산(923m)은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정상 부분은 철원 지역에 속해 있지만 대부분의 등산로는 포천 쪽 산정호수 주변에서 시작된다. 명성산(鳴聲山)은 궁예(?∼918)의 한이 서린 산이기도 하다. 왕건에게 패해 진한 울음을 울었다고 해서 산 이름도 울 명(鳴)자에 소리 성(聲)자를 쓴다. 궁예의 흔적은 곳곳에 이름으로 남았다. 궁예가 적의 동정을 살폈다는 산정호수 뒤편의 ‘망봉’(望峯), 패한 궁예의 군사들에게 항서를 받았다는 ‘항서받골’, 패주하던 궁예가 지나갔다는 ‘가는골’(패주골), 궁예가 흐느끼며 넘었다는 ‘느치고개’(눌치), 궁예가 은신했다는 ‘궁예왕굴’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등산로 주변 샘물도 ‘궁예약수’다. 억새밭은 삼각봉 아래 능선에 걸쳐 있다. 억새밭까지는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두고 등룡폭포 방향으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명성산 등산로는 모두 4개다. 1코스는 주차장에서 시작해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억새밭을 지나 팔각정까지 간다. 명성산의 급경사 지역을 크게 우회하는 코스라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주차장에서 팔각정까지 3.5㎞,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의 산행이라면 1코스를 권할 만하다. 2코스는 1코스와 같이 주차장에서 시작해 비선폭포에서 갈라진다. 책바위를 올라 팔각정에 이른다. 거리는 짧은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다. 게다가 암릉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구간도 있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가급적 하산 코스로 잡길 권한다. 3코스는 자인사에서 출발해 팔각정까지 간다. 돌계단을 따라 급경사 구간을 올라야 해 힘든 코스로 분류된다. 4코스는 산안고개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삼각봉과 억새밭을 지나 주차장까지 가는 코스다. 거리가 길어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된다. 팔각정에서 내려가는 코스는 여러 갈래다. 2코스인 책바위 코스를 택할 경우 발 아래 산정호수를 두고 걸을 수 있다. 삼각봉, 책바위 등 거대한 암벽들의 암릉미를 감상하는 재미도 각별하다. 3코스 자인사 구간은 거리가 짧다. 하지만 경사는 급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산행의 들머리는 산정호수 주차장이다. 답답했던 포장도로는 금세 끝나고 길은 곧 조붓한 산길로 올라붙는다. 이어 선녀가 노닐었다는 비선(飛仙)폭포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군데군데 너덜이 깔린 비탈길을 한참 오르면 산은 또 하나의 폭포를 펼쳐 놓는다. 등룡폭포다. 폭포 아래 소에 살던 용이 물안개를 따라 하늘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가늘다. 가뭄 탓이다. 물색도 맑지 않은 편. 하지만 졸졸대는 물소리마저 없었다면 산행은 몹시 힘들었지 싶다. 암벽 위 철제 다리를 오르면 물소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계곡도 끝이 난다. 이어 또다시 너덜길. 오른쪽으로는 철망이 이어진다. 군 사격훈련장을 알리는 경고판도 철망 곳곳에 붙어 있다. 숲엔 야생동물이 흔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것에 견주면 뜻밖의 현상이다. 다람쥐는 지천이고 겅중대며 뛰는 족제비도 눈에 띈다. 초록빛 이파리에 숨은 파란 깃털의 큰유리새, 계곡물에서 첨벙대는 물까마귀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등룡폭포를 지나 30분쯤 오르면 땀범벅이 된 머리 위로 느닷없이 하늘이 열린다. 그 아래로 초록빛 너른 능선이 펼쳐져 있다. 명성산을 명산 반열에 오르게 한 억새군락지다. 삼각봉 아래쪽 능선 전체를 점령한 억새가 시나브로 제 키를 키워 가고 있다. 억새밭은 가르마를 탄 듯 양 기슭으로 갈라졌다. 면적은 20㏊(약 6만평)에 이른다. 초원 군데군데 물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서 있다. 이곳이 습지라는 증거다. 버드나무 가지엔 ‘울음터’ 푯말이 걸려 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목놓아 울었다는 뜻일 터다. 언덕 오른쪽엔 ‘천년수’(궁예약수) 푯말이 서 있다. 안내판은 “이 약수는 궁예왕의 망국 한을 달래 주는 듯 눈물처럼 샘솟아 예로부터 극심한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오래전 궁예는 이 능선에 임시 거처를 만들고 왕건과 대적했다고 한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고, 식수 조달이 쉬웠기 때문이다. 바람이 능선을 스칠 때마다 여린 억새들이 가늘게 흔들린다. 손 뻗어 보듬어 주고 싶은 장면이다. 한데 부디 조심하시라. 한여름의 억새는 억세다. 잎새의 날도 서슬 퍼렇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을 찢고, 붉은 피를 탐할 만큼 혈기방장하다. 줄기엔 작은 가시들이 나 있다. 여기에 베면 으악 소리 난다. 억새의 다른 이름은 ‘으악새’다. 옛노래 ‘짝사랑’의 첫 구절에도 나온다. “아 아 으악새 슬피우니…”라고. 울음산과 억새와 ‘짝사랑’은 그래서 잘 어울린다. 억새 군락지 정상은 팔각정이다. 정자 옆에 빨간 우체통 하나가 서 있다. 1년 뒤에 편지를 배달해 주는 느린 우체통이다. 하산은 책바위 쪽으로 내려선다. 우람한 자태의 암릉들을 보며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대한 암릉을 딛고 서니 발 아래 산정호수가 손거울처럼 작다. 수량도 바짝 줄었다. 40년 만이라는 최악의 가뭄이 그제야 실감난다. 포천에선 현무암들이 만든 풍경을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아주 오래전, 북한 땅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조탁한 풍경들이다. 이처럼 용암이 만든 풍경들만 모아 따로 ‘한탄 8경’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가운데 으뜸은 역시 비둘기낭(천연기념물 제537호)이다.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들이 만든 폭포다. 폭포수가 고인 비췻빛 소와 이를 감싼 검은 주상절리 절벽이 기이한 풍경을 펼쳐 낸다. 구라이골도 매우 독특하다. 창수면을 흐르는 운산천이 한탄강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다. 구라이골은 둥근 공동(空洞)의 형태를 하고 있다. 평지 아래로 용암이 흐르며 파 놓은 흔적이다. 길이는 1㎞ 남짓하다. 글 사진 포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의정부역 앞에서 138-6번 버스가 산정호수까지 오간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나들목으로 나와 내촌을 거쳐 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43번 국도~의정부~포천~성동리~문암리 우회전~78번 지방도로~산정호수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포천 하면 이동갈비다. 이동리 일대에 20여곳의 갈비집이 몰려 있다. 샘물매운탕(533-6880)은 메기매운탕만 파는 집이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는 맛보기 쉽지 않다. 관인면 냉정리에 있다. 모내기(535-0960)는 쌈밥으로 이름났다. 포천시내 청성체육공원 앞에 있다. →잘 곳:가족 단위로 간다면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534-5500)가 제격이다. 온천수를 이용한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졌다. 산정호수 바로 앞에 있다. 국립운악산자연휴양림(534-6330)도 예약이 쉽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숙소다. 산행의 피로는 온천욕으로 푸는 게 좋겠다. 일동제일유황온천(536-6000), 일동용암천(534-5500) 등이 널리 알려졌다. 온천수에 유황 성분이 많아 퀴퀴한 냄새는 나지만 수질은 좋은 편이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스트레스 테스트(티머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 외 옮김, 인빅투스 펴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장과 오바마 1기 정부의 재무장관을 지낸 저자가 정리한 금융위기 탈출기. 저자가 고안하고 밀어붙여 결국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금융위기 해결법을 통해 한국 금융위기 대응책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비영리단체의 해외주재원 자녀 시절부터 시작해 재무부 젊은 관료로 90년대의 신흥국 통화위기와 싸웠던 시기, 월스트리트 버블이 터지기 직전 뉴욕연방준비은행장으로서 무엇을 보았고 실행했고 놓쳤는지를 솔직하고 냉철하게 설명한다. 뉴욕 연준과 재무부 재임 중 가장 획기적인 금융개혁인 도드프랭크 법을 둘러싼 투쟁과정이 생생하다. 손상된 금융산업을 복구하고 산업계 붕괴를 막기 위해 내려야 했던 선택과 정치적으로 불쾌했던 과정들이 진솔하게 소개된다. 소수의 정책 결정자들이 짙은 불확실성의 안개 및 거대한 알력 속에서 2차 대공황을 막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지지는 상실했던 속사정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664쪽. 2만 5000원. 인생, 한곡(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유려한 글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 온 김동률교수의 음악 에세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권태균 교수와 함께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노랫말의 행간을 나란히 거닐며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향수’, ‘서른 즈음에’, ‘고래사냥’, ‘아침이슬’, ‘북한강에서’ 등 폭풍 같은 청춘기를 보내고 삶의 신산함을 겪은 대한민국의 허리 세대에게 인생과도 같은 노래 20곡이 담겼다. 명곡의 반열에 오른 대중가요로 지금도 회자되거나 리메이크되는 곡들이 대상이다. 당시 시대 상황과 노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그 시절 청춘들의 낭만과 사랑, 각각의 노래가 이 땅에 미친 영향 등을 살피며 한 시대의 삶을 노래를 통해 반추한다. 328쪽. 1만 4000원. 정리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사회가 컴퓨터화되면 단조로운 일은 컴퓨터가 하고 인간은 고귀한 목적을 위해 일하며 많은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때 많은 이들의 생각을 지배했던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 그 양상은 판이하다. 미국인이 처리하는 정보량은 30년 전보다 5배나 많아졌다. 온갖 사실과 거짓, 소문의 맹공격을 받으며 결정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맥길대의 신경과학자가 정보시대 인지 과부하 문제의 규명과 처방을 다뤘다. 우리 뇌는 선사시대 생활에 맞춰 진화한 탓에 디지털 시대에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며 의사결정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자주 잊고 엉터리 정보에 현혹되며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실수한다. 저자는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정리하는 습관을 강조한다.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가정, 비즈니스, 사회·인간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636쪽. 2만 2000원. 봉고차 월든(켄 일구나스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펴냄) 미국의 한 젊은이가 학자금 대출을 갚아 가며 삶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저자는 3만 2000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 장시간 아르바이트와 학업의 이중 생활로 탈모, 불안증세에 환청까지 겪었다. 취업이 안 돼 쓰레기 처리, 보조 조리사 등 저임금직을 전전했다. 북극 추위와 절망, 고독에 맞서 처절하게 학자금 대출을 갚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연못가 오두막에서 은둔했듯이 대학원 생활 2년반 동안 봉고차에서 극도로 소비를 제한하며 비밀스럽게 생활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봉고차족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물건이 아닌, 충만하고 즐거운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유행이나 타인의 가치가 아니라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출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알았다. 교육받기 위해 빈털터리가 됐지만 대신 정신적인 부유함을 얻었다는 저자는 지금도 소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408쪽. 1만 4800원.
  • [포토] 레이양 탈의실 셀카… 개미 허리·애플힙 ‘볼륨감’ 넘치는 뒷태

    [포토] 레이양 탈의실 셀카… 개미 허리·애플힙 ‘볼륨감’ 넘치는 뒷태

    ’2015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담당 트레이너 레이양이 잘록한 개미 허리와 애플힙 뒤태를 과시했다. 레이양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헬스장 탈의실 셀카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레이양은 운동을 마치고 홀로 남은 탈의실에서 볼륨 몸매가 드러나는 운동복 차림으로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다. 레이양은 남자들의 로망인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탈의실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그는 ‘2015 머슬마니아’ 2관왕에 빛나는 머슬미녀답게 잘록한 허리라인과 볼륨감 넘치는 애플힙 뒤태를 뽐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미스코리아 출신 트레이너 겸 피트니스 모델 레이양은 지난 5월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개최된 ‘2015 머슬마니아 유니버스 세계대회 선발전’에서 모델부문 톨1위, 미즈비키니부문 톨1위를 차지하며 2관왕 돌풍을 일으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 6·25 65주년] “희생영웅 기려야 나라도 발전” 朴대통령, 참전유공자 위로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6·25전쟁 제65주년 기념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우리나라가 역경과 시련을 딛고 일어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애국심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애국심을 역사의 거울로 삼아 기록하고, 국민이 그 영웅들을 마음속 깊이 기리는 것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토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참전용사 여러분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참전유공자로 미처 등록하지 못한 분들을 직접 찾아내 등록하고, 보상과 예우를 해드리는 사업을 펼쳐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아직 역사 속에 묻혀 있는 마지막 한 분의 영웅을 찾아내는 그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사회적으로 참전유공자를 우대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그 공적이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지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사에는 6·25 참전 원로 장성과 참전 유공자, 6·25 관련 보훈단체 회장 및 회원, 유엔군 참전 9개국의 주한 외교단, 한·미 양국의 주요 지휘관 등 480여명이 참석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영화 多樂房]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영화 多樂房]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무법의 ‘배드 시티’(bad city)에는 고독한 영혼들만이 적막함을 가로지르며 배회한다. 마약에 중독된 아버지를 돌보며 희망 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청년(아라쉬), 남성들에게 번번이 착취당하는 창녀, 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꼬마…. 흑백의 영상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듯 시공을 초월한 도시의 어두움은 이들에게 어떠한 희망의 빛도 허용하지 않고 암담한 시간의 톱니바퀴만 쉬지 않고 돌릴 뿐이다. 이렇게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들이 만난 뱀파이어 소녀는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특히 약에 취해 가로등을 바라보던 아라쉬 앞에 예고 없이 나타난 뱀파이어 소녀는 한 줄기 빛처럼 아라쉬를 설레게 만든다. 소녀가 약 기운 때문에 일어날 수도 없는 아라쉬를 스케이트보드에 태우고 집으로 데려오는 장면은 일견 코믹하면서도 앞으로 소녀가 아라쉬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장면마다 공들여 재단된 무채색의 미장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의 진행은 느린 편이다. 하지만 배드 시티의 음산한 기운과 뱀파이어 소녀의 출몰은 끊임없이 가슴을 졸이게 한다. 그러나 소녀와 다른 인물이 함께 잡히는 투숏에서는 서스펜스를 넘어 다양한 기류를 느낄 수 있는데, 뱀파이어에 대한 감독의 남다른 시각은 이 영화를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시킨다. 가령 밀폐된 공간에서 소녀와 창녀가 한 프레임에 들어왔을 때 폭발하는 감정은 공포와 두려움이 아니라 슬픔과 고독이다. 소녀는 멀찍이, 그러나 창녀와 같은 방향을 보고 앉아서 거울 앞에 있는 창녀가 어떤 사람인지 묘사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말을 걸어 준 것처럼 창녀는 이 신비스러운 소녀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객관화하게 된다. 소녀가 창녀와 유대감을 가지는 반면, 폭력적인 남성들을 공격하는 것은 이란 사회에 대한 여성 감독의 시각이 다분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녀가 발목까지 늘어뜨린 차도르를 곧 뱀파이어의 망토처럼 시각화한 것은 이 천이 가진 여성 억압적 속성을 고려할 때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소녀는 뱀파이어라는 정체가 무색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다. 관객들은 그녀가 가공할 만한 힘으로 잔혹하게 인간을 해치는 장면들을 본 후에도 계속 호기심을 갖고 그녀를 주시하게 된다. 발랄한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단발머리, 스모키 화장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즐기며, 길에서 만난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는 평범한 소녀로서의 모습과 행동이 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대사를 자제하는 대신 분위기나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된 음악은 새로운 뱀파이어 캐릭터와 더불어 영화의 클래식한 화면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차례로 붙여 나간 듯한 몽환적 느낌은 중독성이 강하다. 걸출한 신예, 애나 릴리 아미푸르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15세 관람가. 25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나만의 영화관… 손안의 영화관

    나만의 영화관… 손안의 영화관

    불을 끄자 작은 원룸 천장이 영화관으로 변한다. 이 극장의 최고 장점은 세상 편한 자세로 나만의 장소에서 언제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침대에 누워 영화 ‘중경삼림’을 즐겼다. 지난 3일 LG전자가 출시한 발광다이오드(LED) 프로젝터 ‘LG미니빔’(PV150G)을 직접 사용해 봤다. 제품을 세워 빛을 천장에 쏘자 눈앞에 대형 화면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영화를 틀기 위해 ‘LG TV 스마트쉐어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 이 앱은 미러링(거울처럼 특정기기의 화면을 똑같이 다른 기기에 화면에 띄우는 것) 기술을 지원하는데, 와이파이(WiFi)로 스마트폰 화면과 음성을 다른 제품과 공유할 수 있다. 설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 속 미러링 기술을 지원하는 ‘미라캐스트’를 선택하면 끝이다. 스마트폰에서 영화를 틀자 미니빔으로 벽에 쏜 화면에서도 스마트폰 화면과 똑같은 영화 장면이 흘러나왔다. 화질은 만족스러웠다. 화질이 좋다는 TV 명암비가 7만 대 1 정도인데 미니빔의 명암비는 이를 훌쩍 뛰어넘은 10만 대 1 수준이다. 영상전송을 위해 유선 케이블이 필수였던 제품들과 달리 미니빔은 무선 연결이 가능하고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배터리는 영화 러닝 타임인 101분을 거뜬히 견뎠다. 완충 시 2시간 정도 지속된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화면이 변형되거나 일그러질 때 자동으로 반듯하게 만들어주는 자동 보정(상하 40도까지) 기능도 눈에 띄었다. 야외 캠핑이니 침대 등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푹신해 수평을 잡기 어려운 곳에서 유용하다. 여성 손바닥 크기로 가벼운 무게(270g)도 미니빔의 장점이다. 가방 속에 쏙 들어가 휴대성이 높다. 다만 아쉬운 건 소리다. 경쟁사 등이 초소형 프로젝터에 부착한 스피커 출력은 보통 5~10W인데 비해 미니빔 출력은 1W에 불과하다. 가격은 39만 9000원. 70만원대 이상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합리적인 수준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글로벌 시대] 메르스와 비전통 안보위협/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대사

    [글로벌 시대] 메르스와 비전통 안보위협/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대사

    메르스 사태의 진정세 조짐이 뚜렷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한 달 이상 두 개의 메르스 전선에서 사투를 벌여 왔다. 하나는 질병과의 전쟁이며 다른 하나는 두려움과의 전쟁이다. 바로 이 공포가 우리 국민의 행동 반경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외국인의 발길을 돌리게 해 경제활동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산한 인천공항 입국장, 썰렁한 경복궁, 적막이 흐르는 듯한 해운대 백사장, 차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등 텅 빈 대한민국의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심장 맥박이 정상 호흡을 하도록 두 번째 전선을 하루속히 이겨 내야 한다. 이제 눈을 우리 이웃, 세계로 돌려 보자. 제때에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지 못하면 안보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및 메르스 등 감염병이 발병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유엔 및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사례를 보아 왔다. 유엔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촌 여행자 수는 11억 4000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7분의1을 넘었다. 국경 없는 지구촌 시대에 어떤 국가도 감염병 공격의 열외가 될 수 없음을 말해 준다. 지난해 한국인 출국자는 1600만명, 외국인 한국 입국자 1400만명이다. 이 두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국민 및 우리나라 역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지구촌 통합의 가속화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 세계적 인구 이동 추세는 인류를 메르스와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노출시키는 빈도를 더욱 잦게 할 것임이 틀림없다. 제2, 3의 신종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에 침투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신규 감염병 방역 국제 공조와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 우리 의료진의 현지 파견 지원 활동이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국가 이미지를 크게 고양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이번 메르스 감염 초기 대응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낸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문병·간병 문화가 상황을 악화시킨 점을 거울삼아 우리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 의식, 관행 및 문화 등을 선진형으로 높이고 바꾸어야 한다. 지난 13일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메르스 전파 원인과 양상 등을 국내 전문가들과 조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르스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유로 한국 의료진이 메르스에 익숙하지 않아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한 점, 붐비는 응급실, 한국 특유의 의료쇼핑 및 문병 문화 등으로 인한 2차 감염 확산을 꼽았다.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정부가 투명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의심 감염자를 통제하지 못했으며, 질병 확산 예측이 정확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자원 동원 등에 혼란이 있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마침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제2차 고위급 회의가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된다. 안보 관점에서 감염병 대응을 다루기 위해 주요 44개국의 참여로 지난해 출범한 이 구상은 감염병 예방, 탐지 및 대응체계 수립을 선도하며 감염병이 유발하는 안보위협에 신속,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서울 회의를 메르스 퇴치 경험을 공유하고 감염병 관련 보건·의료 체계를 선진화하며 국제 공조·협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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