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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구속 이후] 3.95평 독방 속 수인번호 ‘716’

    [MB 구속 이후] 3.95평 독방 속 수인번호 ‘716’

    ‘716’.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다. 이 전 대통령은 앞으로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신분으로 13.07㎡(3.95평) 규모의 독거실(독방)에서 지낸다.법무부는 23일 “이 전 대통령이 오늘 새벽 12시 20분쯤 일반수용자와 동일한 입소 절차를 거쳐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경호 및 수용관리 측면과 전례 등을 종합 고려해 독거수용했으며, 전담 교도관을 지정해 계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교도관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휴대한 소지품은 모두 영치했다. 샤워 후 카키색 미결수용자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또 왼쪽 가슴에 수용자 번호 ‘716’을 달고 수용기록부 사진(일명 머그샷)도 찍었다. 이 전 대통령에게 배정된 독방에는 화장실(면적 2.94㎡)이 포함됐다. 서울구치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방(10.08㎡)보다 조금 크다. 별도의 샤워시설은 없어 공동샤워장을 이용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독방은 가장 높은 층인 12층에 있고 해당 층은 모두 비어 있다. 운동시설도 같은 층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수용자들과 마주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방에는 텔레비전, 거울, 이불·매트리스 등의 침구류,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등이 비치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 수용자 거실에 비치된 것과 동일한 비품이고, 취침이나 식사 등 일상생활도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수감 첫날 아침식단은 모닝빵·잼·두유·양배추샐러드, 점심은 돼지고기김치찌개·마늘쫑멸치볶음·조미김·깍두기, 저녁은 감자수제비국·오징어젓갈무침·어묵조림·배추김치였다. 이 전 대통령은 식사를 끝내고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 반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입감 후 신문 구독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58㎏ 벤치 프레스도 거뜬히” 볼티모어 사는 81세 할머니 셰퍼드

    “58㎏ 벤치 프레스도 거뜬히” 볼티모어 사는 81세 할머니 셰퍼드

    안녕, 난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81세 할머니 어네스틴 셰퍼드라고 해요. 매일 새벽 2시 30분 일어나 기도와 명상을 한 뒤 아침을 먹고 동네를 뜀박질해요. 아침 7시 30분이면 어김 없이 체육관에 나와 몸을 만들어요. 11시 30분쯤까지 45명의 수강생을 모아놓고 트레이닝 지도를 해요. 집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 낮잠을 즐기며 남편 콜린을 돌본다우. 오후 5시 30분에 다시 체육관 나와 7시까지 20대 젊은이들부터 86세 노인까지 트레이닝을 시켜요. 요일마다 키우고 다지는 근육이 달라요. 월요일에는 가슴과 이두근(알통), 수요일에는 어깨와 삼두근, 금요일에는 등과 다리 근육을 키우려고 하지요. 사실 65세가 될 때까지는 체육관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어요. 성격이 너무 까탈스러워 운동은 엄두도 못 냈어요. 초콜릿 케이크를 늘 달고 살았어요. 하지만 언니 벨벳과 수영복을 사러 갔다가 거울을 보고 기겁을 해 에어로빅을 시작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벨벳이 날 보고 “우리 세계 최고령 보디빌딩 자매로 세계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려보자”고 하더군요. 그게 목표가 됐어요. 하지만 얼마 안돼 벨벳은 뇌종양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떴다. 생전에 언니는 “난 하지 못하더라도 넌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난 다른 나이 많은 숙녀분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어요.1995년 미스터 유니버스였던 요니 샴버거와 몇 번 만난 인연이 있어 이런 뜻을 전했더니 “꽤 기나긴 여정이 될텐데 매달릴 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71세이던 2007년 처음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1위를 차지했더니 기네스북에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최고령 여성 챔피언이라고. 해서 이탈리아 로마에 언니의 유해를 조금 가져가 텔레비전쇼에 출연한 뒤 혼자 있을 때 언니 유해를 뿌려줬어요. 2012년에 에디스 윌마 코너란 할머니가 내 기록을 깼다우. 내가 76세였는데 코너가 한 살 위였거든요. 하지만 그 뒤에도 유명 텔레비전쇼에 나가고 보디빌딩 대회에는 일곱 번이나 더 나갔어요. 마라톤 대회에도 아홉 번이나 출전했고요. 한번은 오프라 윈프리가 전화를 걸어 건강 비결을 묻기도 했고요. 벨벳의 유언대로 ‘3D(Determined(결단), Dedicated(헌신) and Disciplined(기율))’만 잘 지키면 무얼 하던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하려 하고 매일 같은 것을 먹지요. 아침은 두 번 먹는데 달리기 전에 8온스 유리컵에 계란 흰자를 풀어 마시고, 호두 한 줌, 오트밀을 먹고 뜀박질을 마친 뒤 찐계란 흰자를 4개 먹지요. 그 뒤 세 차례 식사를 하는데 계란, 참치, 칠면조를 구운 토마토, 감자, 채소나 갈색쌀 등과 곁들여 먹지요. 정크푸드를 먹지 않고 무과당 젤리를 먹고, 물을 많이 마신답니다. 그리고 잠자기 전 계란 흰자를 풀어 마셔요. 젊은이들은 뭘 먹는지, 어떻게 하면 근육을 키우는지 등등을 많이 물어요. 난 그들에게 나보다 더 무거운 것을 들어올릴 거라고 얘기해요. 난 대회에 나갈 때 68㎏, 지금은 대략 58㎏를 벤치프레스해요. 거울을 볼 때마다 건강미가 느껴져 행복해요.60세 아들, 21세 손주, 그리고 체육관에서 ‘입양’한 다른 아이들까지 누구한테도 부정적인 언급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남편과는 61년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몸은 좋지 않지만 지금도 내 식사 준비를 해준답니다. 체육관에 갈 때마다 내가 노래를 부르며 채비를 하면 남편은 늘 “좋아. 잘 다녀와. 그런데 조심해야 돼”라고 말해준답니다.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해요. 미국 전역을 돌며 강연하고 한달에 한 번 100명 정도 참여하는 동네 한바퀴 뛰기 돌기 프로그램을 해요. 162㎝의 키에 53㎏의 체중에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군가의 미움을 살 일도 없어요. 의사들은 계속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답니다. 다음 목표요? 실베스터 스탤론을 만나는 거요. 손전화 컬리링 음악이 영화 로키 주제가거든요. 그의 손을 잡고 그가 내게 얼마나 영감을 불어넣었는지 말하고 싶답니다. 때때로 벨벳이 원하던 만큼 내가 해내고 있는지 궁금해지곤 해요. 하지만 언니가 위에서 자랑스럽게 날 내려다볼 것 같아요. 사진·영상= BBC Three youtube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해수호의 날과 국가보훈 <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장 김성민>

    서해수호의 날과 국가보훈 <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장 김성민>

    모든 국가에는 그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헌신한 사람을 기억하고 기리는 기념일이 있다. 추모와 기념은 곧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제로부터의 민족독립에 이어 6.25전쟁이란 참혹한 시련을 거쳐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대한민국에 광복절과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이유이다. 6.25전쟁 이후에도 60여 년간 남북 간에 수많은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현재가 6.25전쟁의 종전이 아니라 휴전임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군사적 충돌 역시 당연히 기억되어야 할 역사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속적이고 국지적인 도발과 남북한 충돌은 도리어 우리의 기억을 무디게 한다. 불안을 견디기 어려워 불안을 잊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남북의 무장한 군인들이 마주보고 있는 상태이다. 남북한의 해상 경계를 가르는 NLL 중 도서로 이루어진 서해에서도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 함정을 이용한 전투와 일방적 공격, 민간지역에의 포격 등 도발의 양상도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주권과 영해를 지키기 위해 55명의 군인들이 순국하였다. 정부는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서해를 지키기 위한 우리 군의 활동과 희생을 기려 2016년 국가기념일로 서해수호의 날을 제정하였다. 천안함 피격일에 맞추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로 정하였으며 금년 제3회 기념일은 오는 3월 23일이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55명의 순국 장병들이 영면해있는 대전현충원에서 중앙기념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서울지방청과 남부‧북부보훈지청이 공동으로 광화문광장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거행한다. 서해수호의 날은 비단 서해만이 아니라 6.25전쟁 이후 지속된, 북한의 도발과 무력충돌을 기억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남북한의 무력충돌을 억제하고 평화공존으로 가는 미래지향적 관계는 국가수호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예우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를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는 특정한 정권이나 시기를 초월하는 공통된 국가정체성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헌과 희생이 더욱 기억되어야 한다. 국가 존립을 위해 공헌,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지만, 국민의 도리이기도 할 것이다.
  • 베트남 호찌민에 ‘인천공항’ 수출

    베트남 호찌민에 ‘인천공항’이 수출된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인천공항은 베트남 호찌민에 국제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2500만~3000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며, 사업이 확정되면 30억 달러 정도가 투입될 예정이다.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미얀마 국제공항 건설 수주 실패를 거울 삼아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사업비를 조달하되, 베트남 정부도 일부 투자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의 호찌민 공항 건설 참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국제공항 운영 기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베트남 정부가 적극 요청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인천공항공사는 미얀마 국제공항을 건설, 운영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국내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비 15억 달러를 전액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지만, 미얀마 정부가 보증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일본이 사업을 가로챘다. 호찌민은 베트남 남부 상업·무역·관광 중심지로 떤선국제공항이 있지만 한 해 이용객 수용 능력이 1500만~1700만명에 불과해 베트남 정부가 오래전부터 공항 확장을 준비해 왔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한성판윤과 서울특별시장

    [노주석의 서울살이] 한성판윤과 서울특별시장

    서울특별시장의 조선시대 관직명은 한성판윤이다. 한성부의 수장이라는 뜻이다. 한성부는 오늘의 서울특별시청이고, 한성은 서울특별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양은 한경·한도·왕도·황도·왕성·황성·도읍·도부·경조·경·경사·경도·경성·경화·수부·수선 같은 숱한 별칭 중 하나다. 1946년 미군정청이 수도의 지명을 경성에서 서울로 바꿀 때까지 이 복잡한 이름이 횡행했다. 미군정이 잘한 일 한 가지를 꼽으라면 서울이라는 도시 이름을 우리에게 준 것이다. 서울이라는 순우리말 지명은 1896년 4월 7일 창간한 독립신문 창간호 한글판에서 따왔다. 사상 처음으로 ‘조선 서울’이라는 발행 장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서울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중앙부처였다. 한성판윤 또한 정2품 경관직(京官職)으로 의정부 좌·우 참찬, 육조 판서와 함께 아홉 대신(九卿) 중 한 명이었다. 한성부의 담당 업무는 호적, 시장, 산, 도로, 하천, 차량, 순찰 등이라고 경국대전에 적혀 있다. 특이하게 도시행정뿐 아니라 전국의 호적 관리를 통해 소송을 담당하는 사법권을 행사했고, 궁궐과 도성을 지키는 치안 업무까지 맡았다. “한성판윤 되기가 영의정 되기보다 어렵다”는 옛말은 한성판윤의 집행 권한과 이해관계가 그만큼 크고 복잡했다는 얘기다. 한성판윤은 왕과 조석으로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논의하는 측근이었다. 뉴욕·런던·파리·모스크바·베이징·도쿄시장과 달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수도 시장의 전통이 여기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서울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국가 그 자체였고 서울이 곧 국가였다. 서울은 왕의 직할통치 지역이었다. 이처럼 서울의 행과 불행은 중앙이라는 장소의 역사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3선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과 각당 예비 후보들에 관한 기사가 연일 미디어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성패를 좌우하는 하이라이트이자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한 표를 행사할 시민의 반응은 달아오르지 않는 듯하다. 심드렁하다. 내 손으로 시장을 선출한 1995년 이후 지난 23년 동안 조순·고건·이명박·오세훈·박원순 등 5명의 민선 시장을 뽑았지만 누구를 위한 시장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일까. 또 진정한 자치의 길은 아직 멀었다고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이 시장직의 위상을 올렸다기보다 오히려 시장직을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기는 나쁜 풍조를 고착화시켰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그레고리 핸드슨은 한국 정치권력의 중앙집중화를 “정치권력을 향해 상승 기류를 타고 몰려드는 소용돌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모두 중앙만 쳐다보니 서울시민을 위한 민생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장은 중앙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울시의회와 구의회는 중앙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아류, 핫바지에 불과하다. 시민을 위한 시민정치와 생활행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수도 서울의 시장은 관직명만 달라졌을 뿐 시민의 삶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를 향해 한눈팔기에 바쁘다. 세상을 변화시킨 주체는 국민이 아니라 시민이었다. 영국의 청교도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의 대혁명을 세계 3대 시민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한민국 국민이기 이전에 서울시민의 온전한 삶을 누리고 싶다.
  • [MB 구속영장 가닥] MB·朴 ‘특활비’ 전달 과정 비슷… 점점 ‘정점’ 겨눈다

    [MB 구속영장 가닥] MB·朴 ‘특활비’ 전달 과정 비슷… 점점 ‘정점’ 겨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와 관련해 당시 국정원장들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줄줄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시기와 용처만 다를 뿐 국정원 예산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과정과 방식이 거의 비슷해 각각의 재판이 거울처럼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재판에서 측근들이 잇달아 혐의를 인정하면서 두 대통령 모두가 뇌물 혐의의 ‘정점’으로 점점 몰리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15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3명이 한 법정에서 나란히 피고인석에 선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각각의 재임 시절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자금 수억원을 뇌물로 건넨 혐의(뇌물공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로 보낸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뇌물 혐의에 대해선 완강히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기 전 원장은 “모든 것이 저의 국가 예산 사용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서 나온 문제이므로 책임이 있다면 기꺼이 지겠다”면서도 “그렇게 올려드린 돈이 제대로 된 국가 운영을 위해 쓰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반대로 된 것이 안타깝고 심지어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라고 밝혔다. 이병호 전 원장도 “제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장이 됐다면 제가 아닌 그분이 이 법정에 섰을 것”이라면서 “지금 (법정에) 세 명의 원장이 있는데 대한민국이 얼마나 엉망이면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남 전 원장은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변호인을 통해 “국민들께 많은 실망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던 시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에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첫 재판에 출석해 국정원 자금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방조)를 인정했다. 김 전 기획관은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자백했다. 이 재판부에선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국정원 자금을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혐의(특가법상 뇌물 수수)도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 전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사법 처리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도 뇌물의 ‘종착지’로 재판에 넘겨져 16일 형사합의32부에서 두 번째 재판이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리턴’ 박진희 “10년 동안 기른 머리 실제로 잘라” 남다른 열정

    ‘리턴’ 박진희 “10년 동안 기른 머리 실제로 잘라” 남다른 열정

    ‘리턴’ 박진희가 10년 동안 길러 온 머리카락을 실제로 자른 사실이 깜짝 공개됐다.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박진희는 지난달 14일부터 변호사 ‘최자혜’ 역으로 등장하면서 극의 2막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당시 박진희는 거울 앞에서 서늘한 눈빛과 함께 이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고, 곧바로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 로쿠로니움병 두개를 만지며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이 강렬했던 엔딩 장면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시청률 20.4%까지 치솟으면서 이후 전개될 스토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당시 박진희는 가발이 아닌 실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촬영은 지난 2월 13일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거울 앞에 선 박진희는 감독의 큐사인에 따라 실제 자신의 오른쪽 머리카락부터 자르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서걱서걱’ 소리와 함께 잠시 정적이 흘렀고, 감독은 주저없이 “좋습니다”라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스태프들 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동안 길렀던 실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 박진희는 집중력을 발휘해 실감나는 장면을 구현해냈다. 한 관계자는 “등장 이후 오열하는 장면을 포함, 명품연기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분들에게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남은 방송분에서 박진희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계속 기대해달라”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SBS 수목드라마 ‘리턴’은 14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SBS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두 마리 외눈박이 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다

    두 마리 외눈박이 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다

    각각 한 쪽 눈을 잃은 개 두 마리가 서로 첫눈에 반하는 마법같은 순간이 일어났다.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사는 외눈박이 애완견 플러트(9)와 위니(15)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둘의 깜짝 만남은 2016년 11월에 시작됐다. 플러트의 주인 에밀리 스턴(19)은 마트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자신의 애완견이 거울에 비친 것 처럼 똑 닮은 개 위니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위니는 당시 주인 앨리 스미스 프렌츠(28)와 함께 외출 중이었다. 스턴은 이번 주 초,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두 애완견의 사진을 공개했고, 해당 사진은 3만 7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녀는 “유명 인사를 만나면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구조견과 관련된 이야기는 내게 아주 중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본 플러트와 위니는 둘 다 몸집이 작은 ‘킹 찰스 스패니얼’ 품종의 구조견이었지만 한 쪽 눈만 가지게 된 사연은 달랐다. 플러트의 경우 문에 머리를 크게 부딪혀 그 외상으로 한 쪽 눈을 잃었고, 약 3년 전 주인 스턴에게 입양됐다. 반면 위니는 감염으로 눈 한쪽을 잃었고, 2013년 7월 4일 주인 프렌츠의 가족이 됐다. 프렌츠는 남편에게 결혼 선물로 구조견인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을 원한다 말해 예물 대신 위니를 건네 받았다. 현재 10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는 플러트와 위니는 첫 만남이 있었던 1년 반 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스턴은 “둘은 마치 쌍둥이 같다. 영원히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우연”이라며 “플러트가 한 쪽 눈만 가지게 된 이유를 이제 알 것만 같다”고 전했다. 사진=에밀리스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사설] 김현종 본부장만 쳐다보는 대미 철강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 관세부과 방침에 우리 정부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까지 미국에 머물며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대상에서 한국산 철강을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달 25일부터 3월 2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아웃리치’(대외 접촉·설득)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서면으로 철강관세 대상에서 한국을 빼 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정부는 최근 한·미 통상 현안을 놓고 긴급 통상관계장관회의를 처음 소집했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미국 내 우호세력을 접촉해 설득하겠다는 정도만 확인했다. 이런 대처 방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당당한 대응’과도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무엇보다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걱정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최대 25%의 관세를 추가로 매기는 232조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하니 우리로선 당장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미 간의 철강교역에 대해 미국 측의 오해가 많은 건 사실이다. 설득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 본부장의 발길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4년보다 32%나 줄었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도 1% 포인트 떨어졌다는 점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국내 철강업계가 지금까지 미국에 57억 달러를 투자해 3만 3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듣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232조 조치가 자동차와 항공 등 철강이 필요한 미국 내 연관산업과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당분간 김 본부장만 쳐다봐야 하는 신세다. 설령 설득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해도 김 본부장의 어깨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설득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유럽과 중국까지 번지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전방위로 대처할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책무가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남의 일인 양 통상외교에 손놓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개탄스럽다. 마치 통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계속 ‘읍소 대응’이나 하라는 방기(放棄)로 보여 몹시 언짢다.
  • 영화 ‘나쁜남자’ 김기덕-조재현과 작업한 배우 서원 “제 모습이 끔찍했다”

    영화 ‘나쁜남자’ 김기덕-조재현과 작업한 배우 서원 “제 모습이 끔찍했다”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이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영화 ‘나쁜 남자’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6일 영화감독 김기덕(59)과 배우 조재현(54)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온 가운데, 두 사람이 연출·출연했던 작품 ‘나쁜 남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나쁜 남자’는 사창가 깡패 두목(조재현 분)이 우연히 본 여대생(서원 분)을 창녀로 전락시켜 밀실 안에 가두고, 그를 비밀유리를 통해 지켜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당시 이 영화는 파격적인 소재, 수위 높은 표현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여성단체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당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 서원이 한 매체를 통해 인터뷰한 내용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나쁜 남자’에서 여대생 선화 역을 맡았던 배우 서원(40)은 지난 2002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나쁜 남자’ 이야기를 하면 촬영 때 일이 떠올라 표정까지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어두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선화로 있어야 하는 제 모습이 끔찍했다”며 “촬영장에서 거의 자폐였다. 말도 안 하고 촬영 없을 때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제가 정신이 나가 있는 것이 보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원래 감정 기복이 심한데, 시나리오 보고 나서 계속 울었다.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나더라. ‘슬프다’ 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들여다보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원은 1992년 MBC 드라마 ‘사춘기’로 데뷔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2002년 개봉한 ‘나쁜 남자’를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현재는 연기 생활을 접은 상태다. 그가 ‘나쁜 남자’에 출연할 당시 나이는 24살이었다. 사진=영화 ‘나쁜 남자’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안희정 비서 김지은씨 인터뷰 전문 “안희정 성폭행 벗어나고 싶었다”

    안희정 비서 김지은씨 인터뷰 전문 “안희정 성폭행 벗어나고 싶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전 수행비서) 김지은씨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에게 지난해 8월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김지은씨는 안희정 지사가 4차례 성폭행했고, 수시로 성추행도 당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지은씨 인터뷰 전문. 손석희: 직속 상관인 도지사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이에 대한 안희정 지사의 반론도 보도했지만, 추가 반론이 있다면 반영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 지사 쪽에서도 추가입장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내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씨가 제 옆에 나와 계십니다. 정말 쉽지 않은 자리여서 모셔도 되는가 걱정했습니다. 김지은씨께서 직접 나와 밝히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현해 주셔서 모시게 됐습니다. 작년 6월 말에 충남도지사 수행비서였고, 지금은 정무비서이지만, 수행비서로 근무를 시작하셨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8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안희정 지사와 김지은씨 사이에 벌어진 일이 위계에 의한 것, 권력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김지은: (10초 넘게 입을 열지 못 하다가) 저한테 안 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사였고, 지사님이었습니다.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지사님도 저한테 이야기해 주신 것 중 하나가, 늘 이야기하신 것 중에 ‘네 의견을 달지 마라’, ‘네 생각을 말하지 마라’, ‘너는 날 비춰주는 거울이다, 투명하게 비춰라’, ‘그림자처럼 살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사님이 이야기하시는 것에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항상 지사님 표정 하나 일그러진 것까지 다 맞춰야 되는 게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해서 된 관계가 아닙니다. 손석희: 작년 6월 이전에는 안 지사를 업무적 관계 등으로 보좌한 게 없나? 김지은: 안 했습니다. 그 전에는 홍보팀에 있었고, 지사님 캠프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 도청에 오게 됐습니다. 손석희: 안희정 지사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 강제는 아니었다”는 반론을 말했습니다. 김지은: 저는 지사님이랑 합의를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지사님은 제 상사시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그런 사이입니다. 저와 지사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닙니다. 손석희: 따라서 그것이 위계에 의한 강압이라고 하는 거잖아요? 김지은: 그렇습니다. 손석희: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을 눈치 챈 사람이나, 김지은씨가 이런 일이 있다고 고민을 풀어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김지은: SOS를 보내기 위해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 챈 한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그때 이야기를 했었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에게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저에게 거절을 하라고 해서 거절을 했습니다. 스위스에서, 아니라고 모르겠다고 했는데 결국에는…(고개를 저으며 한숨) 손석희: 안 지사 본인에게는 의사를, 표현하셨다는 말씀이잖아요? 김지은: 제 위치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표현을 했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일할 때 거절하거나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기에, 저로서 그때 머뭇거리고 어렵다고 한 것은 저한테는 최대한의 방어였습니다. 최대한의 거절이었고 지사님은 알아들으셨을 겁니다. 손석희: 다른 선배가 있었다고 하는데 김지은씨께서 아예, 그 누구한테든 고민 털어놓은 사실이 있습니까? 왜냐면 이런 문제는 안 지사쪽에서는 아니라고 하니까, (김지은씨 변호인단이)내일 고소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이 증언으로서 필요한 부분이다. 김지은: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에 심리상담 받으려고 전화를 한 적도 있었지만 일정이 많아 직접 못 가니까, 전화 상담이 어렵다고 해서. 그리고 실제로 안 지사 말고도 비슷한 성추행 사건이 있어서 그거에 대해서 해결을 해달라고 했는데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걸 봐서, 이것보다 더 크고, 안희정 지사 일을 이야기했을 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겠구나, 나 하나 자르고 말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석희: 안 지사 말고도 성추행 사건이 있다는데, 김지은씨를 향해서 있었던 사건인가? 지금은 밝히기 곤란한? 안 지사 그 주변에서 있었던 일입니까? 김지은: 그렇습니다. 손석희: 그건 밝히기 원치 않으니 질문 드리지 않겠습니다.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도움을 못 받은 심정은 어떠셨습니까? 김지은: 지사님이 그 일 이후 저에게 했던 말, 비밀 텔레그램이 있어요.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다 잊어라. 그냥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 잊으라고 저에게 말했기 때문에 내가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한테는 있는 기억이지만 없는 기억으로 살아가려고 다 도려내고 도려내고, 그렇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손석희: 없는 기억으로 하려고 했습니다만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이렇게 나온 배경은 무엇입니까? 김지은: 지사가 최근에 저를 밤에 불러서, ‘미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투’에 대해 불안해하는 기색을 보이셨던 것 같은데, 저에게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게 됐다. 그때 괜찮냐”고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오늘은 안 그러시겠구나’라고 생각 했는데 결국엔 그날도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하… 손석희: 언제 일입니까? 김지은: 2월 25일입니다. 손석희: 서지현 검사가 뉴스룸에 나온 것이 1월 29일이고 한달 정도 지난 날입니다. 미투 운동이 굉장히 활발하게 벌어지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김지은: 네. 미투 언급을 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신 상태에서 또 다시 그랬다는 하는 게 저한테는 ‘아,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다, 지사한테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나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손석희: 오늘 보도를 보기에는 안희정 지사가 ‘미투’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는데 혹시 보셨습니까? 김지은: 못 봤습니다. 손석희: 그러면 김지은씨에게 이런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나요? 김지은: 지사가 저한테 ‘미투’를 언급한 것은 ‘미투’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걸로, 무언의 지시로 알아들었습니다. 손석희: ‘미투’를 하신 분 중 일부는 가해자가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의 경우에 입증해야 되는 문제가 생겨서, 만일 증거가 불충분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도 좀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 미투 운동의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일부터 당장 법적 공방으로 들어가면, 김지은씨 입장에선 굉장히 피곤한 일들이 계속 될 것일 텐데요. 내놔야될 증거라고 할 것들이, 있습니까? 이렇게까지 얘기하셨는데 걱정이 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김지은: 내가 증거이고, 제가 지사와 있었던 일들을 모두 다 이야기할 것입니다. 내 기억 속에 모두 다 있습니다. 손석희: 변호인단으로서는 김지은씨 기억을 객관화시키는 데 상당 부분 노력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뭔가 나올 상황이 되겠죠. 작년에 한창 이런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직책이 바뀌셨습니다. 그 이유는 뭔지 아십니까? 김지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사가 보직을 변경하라고 해서 변경되었습니다. 손석희: 대개 정치인의 수행비서로 가면, 거의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자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맡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어떻게 수행비서로 들어가시게 됐는지? 김지은: 저는 지사의 뜻이라고 주변인들에게 들었고, 지사가 임명했습니다. 손석희: 혹시 본인이 그런 업무의 성격상 이건 내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곤혹스럽다는 느낌은 안 가지셨습니까? 김지은: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 체계상 ‘너 여기 가 있어, 너 뭐 해’라고 하면 할 수 밖에 없기에 그래서 하라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손석희: 혹시 인터뷰 하러 오시기 전에, 요 며칠 사이에 안 지사 측으로부터 본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있습니까? 김지은: 오기 전에도 안희정 지사 외에 주변인들이 계속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도요?) 네. (뭐라고 이야기들을 했습니까?) 오늘 전화는 받지 않았습니다. 손석희: 오늘 이전에는 혹시? 김지은: 이전에는 계속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안 지사가 물어봤습니다. 손석희: 무엇에 대해서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김지은: 말로 이야기한 적은 있습니다. “너를 가져서 미안하다”, “너한테 상처 줘서 미안하다”,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손석희: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 (안 지사가) 내놓은 입장, 합의 하에 관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게 되네요. 김지은: 그렇습니다. 지사가 무엇보다 더 잘 알 겁니다.(고개를 떨구며 한숨) 손석희: 죄송하지만 오늘 인터뷰 이후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김지은: 인터뷰 이후에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 충분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제일 더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입니다.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서, 조금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너무 지사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 힘을 국민들에게 얻고 싶은 거고, 그리고 그를 좀 막고 싶었습니다. 제가 벗어나고 싶었고, 그리고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압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손석희: 지금 말씀하신 다른 피해자라면, 안희정 지사에 의한 다른 피해자를 말씀하십니까? 김지은: 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분들도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희정 지사, 미투 언급하고 또 성폭행”…비서 김지은씨 “피해자 더 있다”

    “안희정 지사, 미투 언급하고 또 성폭행”…비서 김지은씨 “피해자 더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비서 김지은씨는 안희정 지사가 미투를 언급하며 사과한 뒤에도 성폭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다른 피해자가 있다고도 전했다.안희정 지사의 정무비서(전 수행비서) 김지은씨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가 지난해 8월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지은씨는 안희정 지사가 4차례 성폭행했고, 수시로 성추행도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지은씨에 따르면 성폭행은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 이후 지난해 9월 스위스 출장 등 대부분 수행 일정 이후에 사람들의 시선이 없을 때 이뤄졌다. 스위스 출장 이후 김지은씨의 직책이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바뀐 뒤에도 성폭력은 계속됐다고 김지은씨는 전했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 측은 성폭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희정 지사 측은 “부적절한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JTBC에 밝혔다. 수시로 이뤄졌다는 성추행도 없었다며 김지은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JTBC 뉴스룸에 직접 출연한 김지은씨는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안희정 지사와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면서 “합의에 의해 뭘 하는 관계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안희정 지사는 ‘수행비서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달지 마라. 넌 나를 투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림자 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면서 “수행비서로서 안희정 지사의 지시나 행동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안희정 지사에게 관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도 했다. 김지은씨는 “스위스에서 거절을 했다. 하지만 결국엔…”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지은씨는 “제 위치상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부) 표현을 했다”면서 “안희정 지사는 그걸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은씨는 “안희정 지사는 항상 ‘미안하다, 내가 부족했다, 다 잊어버려라,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만 기억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미투 운동을 언급한 뒤에 또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김지은씨는 “최근에 안희정 지사가 나를 따로 불러 ‘미투’에 대한 얘기를 했다”면서 “저에게 ‘내가 미투를 보면서 그게 상처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그날도 또 그렇게(성폭행을) 했다”고 전했다. 김지은씨는 그때가 2월 25일이라고 기억했다. 무엇에 대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을 한 적이 있는지 묻자 김지은씨는 “‘너를 가져서 미안하다’, ‘너에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지은씨 말이 사실이라면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는 말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안희정 지사의 주장과 상충하게 된다. 김지은씨는 “인터뷰 이후에 저에게 닥쳐올 수 많은 변화들이 두렵다. 하지만 내게 더 두려운 건 안희정 지사다. 실제 오늘 이후에 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그래서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서 방송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국민들이 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진실이 밝혀지도록 국민의 힘을 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언급도 했다. 김지은씨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면서 “다른 피해자란 안희정 지사에 의한 다른 피해자가 맞다”고 말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아이, 토냐

    [지금, 이 영화] 아이, 토냐

    美 피겨선수 토냐 하딩 삶 조명‘경쟁자 폭행’ 두고도 다른 시선 내 얼굴이 온전히 내 것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쉽게 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가 우리 얼굴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다. 엄밀히 말해 내가 내 얼굴을 아는 까닭은 거울에 비치거나, 카메라에 찍힌 ‘내 얼굴의 이미지’를 봤기 때문이다. ‘내 얼굴 자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얼굴이 온전히 내 것일 수 없다는 명제는 이런 의미에서 성립한다. 이것은 인생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우리는 인생을 살지만 ‘내 인생 자체’를 직접 보진 못한다. 그것은 자기의 기억과 다른 사람의 증언 등 뭔가로 재구성된 ‘내 인생의 이미지’를 통해서만 흐릿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 내 얼굴이나, 내 인생이나 있는 그대로 내 것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바로 그런 이야기를 ‘아이, 토냐’(8일 개봉)가 담아낸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1990년대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실존 인물 토냐 하딩(마고 로비)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여러 관점을 취해 입체적으로. 어떻게 했는가 하면 토냐를 비롯해 엄마(앨리슨 제니)와 전 남편(서배스천 스탠)과 같이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아 극 형식으로 편집했다. 그리고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오프닝 화면에 한 문장을 써 넣었다. “직설적이고 반박의 여지가 가득한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함.” 예컨대 토냐의 경쟁자 낸시 캐리건(케이틀린 카버)이 폭행을 당한 사건을 두고도 그들의 말들이 그려 내는 ‘토냐의 이미지’는 서로 어긋나기 일쑤다.그러니까 이 영화는 제목과 달리 명확한 ‘나(I), 토냐(Tonya)’, 즉 ‘토냐 자체’는 누구에 의해서도 제대로 파악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 당연히 토냐 스스로도 모른다. 이 작품이 자신의 삶을 다루고 있을지언정 여기에서는 그녀도 한정된 시각을 가진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나올 뿐이다. 풀스크린 화면은 등장인물들의 개별 인터뷰 장면이 나올 때만 양옆이 좁아진다. 전체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안 보인다는 예증이다. 따라서 이를 종합해도 (관객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납득할 만한 토냐의 진실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말대로 “모두에겐 각자 자신만의 진실이 있다”고 할 수밖에. 물론 거기에는 거짓도 많이 섞여 있다. 진실 또한 ‘진실 자체’가 아닌 ‘진실의 이미지’로만 우리에게 받아들여져서다. 이미지는 허상이다. 그런데 그 허상은 분명 나를 반영하고 있다. 내가 되고 싶었거나,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혹은 내가 감히 상상도 못했던 나를 말이다. 토냐만 그랬다는 것이 아니다. 딸을 강하게 키우려고 했다고 말하는 (하지만 딸을 학대한 것처럼 보이는) 엄마, 아내를 열렬히 사랑했다고 말하는 (하지만 아내를 상습적으로 때린 것처럼 보이는) 전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 이 작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얼굴과 내 인생의 진실은 내 생각보다 훨씬 이상하다고.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박상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박상순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박상순 여기, 철문으로 만든 얼굴이 있다.철문을 뜯어서 만든 얼굴이 있다. 작은 철문으로 만든 얼굴, 큰 철문으로 만든 얼굴모두, 검게 칠한, 검은 얼굴들 처음에는 옥상에, 복도에다음에는 문밖에, 거리에이제는, 산에도, 바다에도 무거운 철문을 뜯어서 만든, 무거운,딱딱한, 차가운, 너무 무거운,여기,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이 쌓여 있다. 여기저기 철문으로 만든 얼굴들이 떠돈다. 그 얼굴들은 제가 저지른 범죄를 모르고, 부끄러움을 모른다. 정치가의, 경제인의, 예술인의 이름으로 알려진 그 검고 끔찍한 얼굴들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숨이 막혀 비명을 지른다. “딱딱한, 차가운, 너무 무거운” 얼굴들이 내뱉는 말은 명쾌하고 화려하다. 그들은 늘 옳은 말로 남의 흠을 들춰내고 세상의 거짓들을 고발했다. 그들은 세상을 다 아는 듯이 판단하고 말하지만 정작 제 얼굴이 “철문을 뜯어서 만든” 건 줄을 모른다.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쳐다본다. 혹시 내 얼굴도 철문을 뜯어서 만든 얼굴은 아닐까 두려움에 떨며! 장석주 시인
  • “천황보다 미국”… 70년째 쩔쩔매는 日

    “천황보다 미국”… 70년째 쩔쩔매는 日

    속국 민주주의론/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 지음/정선태 옮김/모요사/344쪽/1만 6500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라운드를 돌 때 일이다. 아베 총리는 벙커에서 샷을 하고 나오다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굴렀다. 자신을 무시하고 앞서 가버린 트럼프를 따라잡으려 서둘러 벙커에서 빠져나오다 벌어진 일이었다. 한 방송사 카메라에 이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트럼프에게 쩔쩔매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아베를 두고 그의 경제 정책 ‘아베 노믹스’를 본뜬 ‘아베 코믹스’라는 말이 유행했다. 아베 코믹스라는 비아냥은 미·일 외교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 준다. 세계 경제강국 일본, 전쟁의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는 일본은 가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에 쩔쩔맨다. 이 답을 찾으려면 1945년 패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일본은 패전에도 반세기 만에 경제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 뒤에 미국이 있었다. 핵폭탄으로 일본을 굴복시킨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을 염두에 두고 일본을 ‘속국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미국은 패전 책임을 일왕에게 묻지 않았다. 대신 ‘평화헌법 제9조’를 통해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패전 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존속하는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전체 미군의 75%가 주둔한 이곳은 사실상 미국에 점령당했다. 미국이 쿠바 정부에 빌려 건설한 관타나모 기지가 비슷한 사례인데, 미국은 조차 비용으로 쿠바에 연간 고작 4000달러만 지급한다.‘속국 민주주의론’은 2016년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로 우리에게 유명한 논객 우치다 다쓰루(67)와 지난해 나온 ‘영속패전론’으로 사회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41)의 대담집이다. 두 논객은 일본 정치계에서 금기로 불리는 ‘속국론’을 꺼내 일본 정치계를 거침없이 공격한다. 우치다는 과거 중·일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허락 없이 독자외교를 펼쳤던 정치가 다나카 가쿠에이의 실권 배경에 워싱턴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갑작스러운 합의와 같은 일들은 사실상 미국의 존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두고 “아베 정권이 국민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안보 관련 법안을 고집하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존왕양이(尊王攘夷·왕(천황)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침)가 아니라 존미양이(尊美攘夷)”라고 비꼰다.시라이는 이런 모순상황이 이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적 욕망을 든다. ‘패전’을 ‘종전’으로 바꿔 부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패전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온다”며 “그것을 순수하게 몸으로 보여 주는 이가 바로 아베”라고 꼬집는다. 두 논객의 자학에 가까운 토론을 무턱대고 비웃기는 어렵다. 미국에 끌려다니는 꼴사나운 일본 우파의 모습이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우리에게도 보이기 때문이다. 주일미군이 자민당 정권을 지키는 파수견이라면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전시작전권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정치권의 논란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특히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 맹목적으로 북한을 비방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챙기는 일본 우파에게서 우리나라 정치꾼의 모습도 읽을 수 있다. 두 논객은 속국론과 함께 일본의 사회 문제도 비판한다. 소비를 종용하는 자본주의 프레임에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포기하는 이들을 비롯해 일본 교육의 위기에 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두 논객이 문제로 꼽은 AO(Admission Office)입시전형은 학생의 비교과능력을 살피는 우리나라 대입전형인 학생부 종합전형과 흡사하다. 획일적인 입시를 없애겠다며 AO입시전형을 도입했지만,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종신고용제도의 종말에 따른 회사의 공동체성 손실 문제, 도시와 지방의 문화 격차를 다룬 부분 등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곱씹어볼 만하다. 60대와 40대 논객이 전후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벌이는 과감한 비판은 결국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진짜 하늘을 나는 듯… 짜릿한 여행박람회

    진짜 하늘을 나는 듯… 짜릿한 여행박람회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내 나라 여행박람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거울의 방에서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고 있다. 4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국내 테마여행 10선, 한국관광 100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현장 행정] 임이 지킨 100년 우리가 지킬 100년

    [현장 행정] 임이 지킨 100년 우리가 지킬 100년

    “지난 100년을 거울 삼아 앞으로의 100년이 빛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함께하겠습니다.”지난달 28일 오후 3시 서울 성북동 심우장. 만해 한용운 선생이 눈을 감은 고택 마당에서는 굵은 비가 퍼붓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비롯해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김석환 충남 홍성군수, 이순선 강원 인제군수, 주민 등 100여명이 모여 3·1운동 99주년 기념 선포식이 진행됐다. 이들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남은 1년 동안 지난 100년을 공부하고 항일 독립운동 콘텐츠 발굴, 학술세미나 개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발굴 등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성북구는 올해 심우장을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신청하고 관련 기념관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만해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 행정협의회’(만해 협의회)의 ‘러시아 극동지역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 만해로드 대장정’의 종착지이기도 했다. 만해로드 대장정은 조국의 독립과 전 세계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연해주 지역을 방문했던 만해 선생의 발자취를 따른 것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3박 4일간 진행됐다. 이들은 항일 독립유적지와 한인 마을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등을 탐방했다. 만해 협의회는 만해 선생의 생애와 인연이 있는 홍성군, 인제군, 서대문구, 성북구 등 6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만해 선생을 포함해 선조들의 독립 정신이 어려 있는 길을 걸으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며 “독립이 그냥 된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초개와 같은 목숨을 버리면서 싸우고 또 싸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이어 “심우장을 중심으로 지난 100년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지방에 있는 공공기관, 단체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한 문 구청장 역시 “만해 선생 생애와 관련된 6개 지자체 외에도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생애와 연관된 지자체들이 많다”며 “그들과 함께 3·1운동 이념 확산을 위한 지방정부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서대문구에는 한용운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가 남아 있다. 이날 선포식 2부에서는 극단 더늠에서 소리극 ‘심우장 가는 길’을 선보였으며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3·1운동과 만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고개 숙인 천주교… “성폭력 사제 엄중 처벌”

    고개 숙인 천주교… “성폭력 사제 엄중 처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28일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만삼 신부의 성폭력 사건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종교계까지 번진 ‘미투’에 대해 주요 종교 최고 의결기관이 공개 사과를 한 건 처음이다.김 대주교는 이날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사제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독신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윤리 의식과 헌신의 종교적 표지가 돼야 할 사제들의 성추문은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교회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속죄하고,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교구가 한 신부를 ‘정직’ 처리한 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직은 성직자 성무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으로, 사제직을 박탈하는 ‘면직’보다 가벼운 처벌이다. 김 대주교는 “(수원교구에서) 본인으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못 들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주교회의는 3월 5∼9일 국내 16개 교구 주교들이 모두 참석하는 ‘한국천주교주교회 2018년 춘계정기총회’에서 사제 성범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교구 소속 한 신부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봉사단원인 여성 신도를 성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성범죄에 고개 숙인 천주교주교회의.. “해당 사제, 교회법따라 엄중처벌”

    성범죄에 고개 숙인 천주교주교회의.. “해당 사제, 교회법따라 엄중처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28일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의 성폭력 사실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김 대주교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사제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독신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윤리의식과 헌신의 종교적 표지가 돼야 할 사제들의 성추문은 실망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교회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속죄하고,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도 해당 교구는 가해 사제의 직무를 중지시키고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저희 주교들과 사제들은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고귀한 여성의 품위를 교회와 사회 안에서 온전히 존중하고, 특별히 사제의 성범죄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교구가 한 모 신부를 단순히 ‘정직’ 처리한 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직은 성직자 성무 집행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으로, 사제직을 박탈하는 ‘면직’에 견줘 낮은 수위의 처벌이다. 이에 김 대주교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서 강도를 높일 수 있다. 하나의 과정으로 봐달라”며 “(수원교구에서) 아직 본인으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못 들은 것으로 안다.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주교회의 차원의 재발 방지도 약속했다. 김 대주교는 오는 3월 5∼9일 국내 16개 교구 주교들이 모두 참석하는 ‘한국천주교주교회 2018년 춘계정기총회’가 열린다면서 “정기총회 기간에 (사제 성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봉사단의 일원이던 여성 신도를 성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했다 .피해자는 7년여 동안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힘을 얻어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2의 세월호‘ 없게… 독립적 재난조사기구 상설화

    ‘제2의 세월호‘ 없게… 독립적 재난조사기구 상설화

    조사·연구·대응태세 점검 업무 국가적 재난 재발방지 대책 마련 위원장 청문회 거쳐 대통령 임명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벌어진 특별조사위원회 업무 방해 논란 등을 거울삼아 국가적 대형 재난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할 정부 상설기구가 마련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국가재난관리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올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상설 독립조사기구 설치를 추진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제출된 법률 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국가재난관리위원회’를 두고 재난조사와 관련 연구, 재난 대응태세 점검 등 업무를 맡는다. 조사 대상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설치되는 규모의 재난과 대통령 또는 국회가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는 재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재난 등이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10명 이내로 꾸려지며 위원장(장관급 목표)은 국회 인사 청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조사 뒤 재난 재발방지 대책을 통보하고 재난 조사보고서도 작성해 공표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원인 조사가 중요해지고 조사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 재난조사 상설기구는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부처에서 22개 사고조사기구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상설 조사기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국토교통부)와 해양안전심판원(해양수산부) 등 두 곳뿐이다. 나머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시적으로 꾸려지는 비상설기구다. 이들은 재난 발생 때만 꾸려졌다가 해체되기를 반복하는 탓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연·늑장대응이 고질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4·16 세월호 참사 당시 독립적 조사기구가 없다 보니 해수부 내에 ‘세월호 특조위’를 설치했다가 오히려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컸다. 당시 김영석 해수부 장관과 윤학배 차관은 특조위 활동이 박근혜 정권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가 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현 정부 운영 방식에서는 한 부처에서 산업 육성과 안전 규제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다. 특정 부처에 사고조사기구를 설치할 때마다 ‘셀프 조사’, ‘셀프 점검’ 논란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행안부는 덧붙였다. 배진환 행안부 재난안전조정관은 “(위원회) 조직 규모와 형태, 예산 추계 등을 위해 전문가 자문을 구하고 기존 사고조사기구와의 역할 분담·통합 여부도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새로운 사고조사기구는 (정권과의) 독립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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