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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수구초심/신연숙 수석논설위원

    한때 세계를 경영하겠다며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던 전직 재계 총수가 늙고 병든 몸이 되어 돌아왔다.5년이 넘는 도피생활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에게서는 패기와 자신감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착잡한 표정과 극성스러운 취재진만이 과거의 사연을 암시할 뿐이었다. 전직 경찰, 국세청 간부 등 벌써 몇 명째 거물급 도피자들의 국내입국 모습을 지켜본다. 낯선 이국생활은 이웃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는 것도 어렵다. 하물며 남의 눈을 피해가며 일말이나마 가책을 끌어안고 살기란 오죽 고단했으랴. 가족들과의 격리,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단절은 몸만 자유로웠지 정신세계는 이미 감옥에 갇힌 것과 다름없었을 터이다. 전직 총수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이야기했다. 한 나라의 국빈급 보호도 마음의 피폐를 달래주기에는 충분치 않았던 듯하다. 그런데도 죄를 짓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거액을 챙겨 가 호의호식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의 심사가 저마다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도피생활 자체가 형벌이었음을 고백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수구초심,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교훈을 많은 사람들이 되새겼으면 싶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은행들 ‘해외로 해외로’

    은행들 ‘해외로 해외로’

    ‘은행 대전’이 해외로 ‘확전’되고 있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이 아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다.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고, 농협까지 해외점포망 개설에 나설 태세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에 해외 지점이나 사무소, 현지법인 등을 집중 개설할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 영업망 확충도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이라면서 “하반기가 해외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가 분수령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 점포가 16개였던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와 위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중국 상하이 포서지역에도 지행(支行·출장소)을 개설해 올 들어서만 3개의 해외 영업점을 추가로 열었다. 연말까지 중국 선전과 미국 애틀란타에도 지점을 낼 계획이다. 7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해온 하나은행도 하반기에 2∼3개 지점을 신설하고, 기업·신한은행도 연말까지 1개씩 늘릴 계획이다. 해외 영업망이 가장 넓은 외환은행은 칠레,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새 지점을 내기로 했다. 국책은행도 예외가 아니다.11개의 해외 점포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다음달 중국 광저우와 태국 방콕에 지점을 신설하고, 내년 초에는 브라질에까지 진출한다. 수출입은행도 올해 파리와 두바이에 지점을 설립해 해외 영업점이 16개로 늘었다. ●최대 격전지는 중국 최근 금융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농협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아직 해외 점포가 없지만 최근 중국,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에 조사단을 파견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지점 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협 금융전략팀 관계자는 “저금리와 예대마진의 축소 등으로 국내 영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다른 은행에 뒤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빨리 해외영업점 개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신한·기업·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영업점도 한결같이 중국에 쏠려 있다. 지역도 상하이, 칭다오, 톈진 등 동부해안 도시를 탈피해 선양이나 선전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교역량 1위 국가로 올라선 데다 기업들의 해외투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더 이상 국내에 앉아 중국 진출 기업을 상대할 수 없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대부분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면서 “막대한 대출을 다른 은행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저마다 중국지점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최근 월례조례에서 포서지행 개설과 관련,“국내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푸둥지구를 벗어났다.”면서 “비록 상하이 지점 개점 10주년 기념으로 개설된 지행이지만 영업 범위의 확대 차원에서 보면 획기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한국기업 위주 영업 탈피 못해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해외 영업은 대부분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현지 금융시스템을 좌우하는 ‘글로벌 금융’과는 동떨어져 있다. 하나의 국내 기업을 놓고 여러 은행이 해외에서 경쟁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하나은행은 각각 인도네시아의 BII은행과 중국의 칭다오은행을 인수해 직접 경영에 나섰고, 외환은행도 오는 20일부터 베이징 지점에서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위안화 업무를 취급하는 등 영업 범위를 다각화하고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국제영업은 아직 걸음마단계”라면서 “현지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거액을 챙기는 세계 수준의 투자은행(IB)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아파트 투기사례 보니

    아파트 투기사례 보니

    14일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457명의 아파트 투기혐의자 가운데는 대치동·개포동 등 서울 강남지역에만 아파트 36채와 상가 4채를 집중 매집한 50대 무속인이 포함돼 있다. 고리사채업을 하면서 영세사업자들에게 고리로 사채를 빌려주고 담보로 잡은 수도권 지역 아파트 56채를 가등기해 인수후 처분하는 수법으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사채업자도 있다. #사례1:아파트 근저당권만 134억원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56)씨는 세무당국의 자금출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들일 아파트나 상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수법을 동원, 투기를 일삼았다. 운명상담소를 운영하는 무속인인 김씨는 지난 99년부터 올 4월까지 본인 명의로 아파트 29채,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자녀 3명 명의로 7채를 사들였다. 상가도 본인 명의로 3채, 장남 명의로 1채를 매입했다. 김씨가 아파트 등의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1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134억원이나 된다. 은행 담보대출을 부동산 투기에 최대한 활용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36채 가운데 7채를 처분했다. 국세청은 “최소한 13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으나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파트 취득과 관련된 담보대출금 134억원에 대한 이자만 연간 8억원으로 추정되는데도 신고소득은 연간 1200만원에 불과, 수입금액을 누락한 혐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현재 아파트 28채와 상가 4채를 보유하고 있다. #사례2:영세사업자 아파트 노린 고리사채업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50)씨는 의류제조업 및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남편 이모(55)씨의 탈루자금으로 고리사채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2003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영세사업자들에게 고리로 사채를 빌려주고 담보 성격으로 이들 사업자의 수도권지역 아파트 56채(시가 80억원)에 대해 매매예약가등기를 설정했다. 이 가운데 자금사정 악화로 사채를 갚지 못한 영세사업자들의 아파트 5채(시가 25억원)를 헐값으로 사들인 다음 최근 아파트 값이 치솟자 3채를 단기양도, 거액의 차익을 냈으나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김씨가 현재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등기상 가등기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50여채로 시가는 60억원 가량 된다.”면서 “최근 강남권에서도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하는 등 전형적인 투기세력”이라고 밝혔다. 오승호기자 osh@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①-창업 최종건·종현씨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SK家 ①-창업 최종건·종현씨

    “윤원아, 신원아, 월요일자 신문 꼭 봐라. 우리 회사가 크게 나온다.”(고 최종건 SK 창업주) “아버지,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최신원 SKC 회장) “그때 보면 알 수 있어, 이놈들아.”(고 최종건 창업주) 최신원 SKC 회장이 공개한 워커힐호텔 인수 직전 부자간에 오갔던 대화다.1973년 1월 선경(현 SK)은 정부로부터 서울 워커힐(현 쉐라톤 워커힐)호텔을 26억 3200만원에 인수하며, 당당히 재벌 반열에 들어선다. 선경이 국민과 재계에 던진 ‘무명의 반란’이었다. 최종건 선경(현 SK) 창업주가 맨손으로 선경직물을 일으킨 지 20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최 창업주는 같은 해 11월 폐암으로 별세,‘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원대한 꿈을 동생인 고 최종현 SK(당시 선경직물 부사장) 회장에게 맡긴 채 ‘짧고 굵은’ 인생을 살다갔다. 그의 나이 48세였다. 최 창업주가 20년간 SK의 섬유를 책임졌다면 25년간 SK를 이끈 고 최종현 회장은 ‘석유’를 개척하고,‘이동통신’의 길을 터놓았다. 고 최종현 회장의 50년 지기(知己)인 언론인 홍사중씨가 본 형제는 이렇다.“형(최종건)은 좋은 의미의 ‘보스형’이었다. 의논할 상대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그는 모든 일에 혼자 결정을 내렸다. 동생(최종현)은 ‘리더형’이었다. 형제는 그렇게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좋은 짝이었다.” 소리없이 일을 꾸미는 사람은 동생이요, 밖에서 뛰는 사람은 형이었다. 그래서 회사 돌아가는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은 형을 가리켜 ‘용장’이라 했고, 아우를 가리켜서 ‘지장’이라 했다. 형제는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SK를 자산규모 재계 4위의 대그룹으로 일궈냈다. ●‘원조 불도저’ 최종건 창업주 최근 재계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강한 추진력과 남다른 승부 근성 때문에 ‘불도저’라 불리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실상 불도저라는 애칭은 최 창업주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의리파, 불같은 추진력, 강한 뚝심’은 최 창업주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장비’ 같은 성격에 ‘조조’의 꾀도 많았다. 이런 점을 잘 드러낸 에피소드 하나.1966년 선경직물은 차관 도입 문제로 일본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에 불과한 선경직물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며 차관 제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싶었던 최 창업주는 일본 대사관 관계자들을 단골 술집으로 초청했다. 그는 약속시간보다 먼저 나가 술집 마담에게 거짓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전화가 왔다고 하라는 것. 술집 마담은 때가 되자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전화가 왔다고 말을 건넸다. 최 창업주는 일본 관계자 앞에서 “급한 일이 있으니 잠깐 나가겠다.”고 밝힌 뒤 2시간 가량 단잠을 자고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이거, 죄송합니다. 저 위에 좀 다녀 오느라 늦었습니다.”고 설명했다. 일본 관계자들은 최 창업주가 정부 최고위층의 부름을 받고 나간 것으로 모두 오해했다.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선경직물이 정부로부터 대단한 신임을 받고 있구나.’를 암시하며, 차관 도입 문제를 깨끗하게 처리했다. 그의 장비 같은 성격은 또 이렇다. 최 회장의 지인들은 그가 다혈질인 데다 성미가 급하고, 감정을 폭발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화가 나면 앞뒤 생각없이 퍼부었다. 그러나 뒤끝은 없었다. 이 때문에 그가 화난 얼굴로 “누구 불러오라.”고 불호령을 내리면 서울에 있으면서도 일본으로 출장갔다고 곧잘 거짓말을 했다고 회고한다. 최 창업주는 1926년 수원에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의 4남4녀(양분, 양순, 종건, 종현, 종분, 종관, 종순, 종욱)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1944년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당시 일본인이 운영하던 선경직물에 견습기사로 취직,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24세 때인 1949년에는 교하노씨인 노순애(77) 여사와 결혼했다. 그는 결혼과 동시에 다니던 선경직물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상반된 스타일의 ‘안주인’ 노순애 여사가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끼게 한다면, 최종현 회장의 부인인 고 박계희 여사는 세련된 도시 여성의 이미지를 풍긴다. 노 여사는 시동생과 시누이 등을 거느린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시집살이를 만만치 않게 했다. 차남 최신원 SKC 회장의 얘기다.“100마지기 농사 일에 집안 대소사를 다 챙기셨으니 고생이야 말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부친은 사업 때문에 공장에서 먹고 자며, 한달 가까이 집에 들어오시지 않은 적도 있었으니…. 전형적인 한국 여인이었습니다.” 노 여사의 조용하고, 얌전한 태도에 반한 최 창업주의 누나 최양분(83) 여사는 그를 맏며느리감으로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고 박 여사는 박경식 전 해운공사 이사장의 넷째딸로 1953년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베네트칼리지를 거쳐, 칼라마주대학을 졸업했다. 최종현 회장과 만났을 때는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그는 내성적이고, 자기 의사를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강단있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이태원에 가서 1만∼1만 5000원짜리 옷을 사 입을 정도로 검소하고, 깍쟁이였다. 고 박 여사가 모일간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내가 ‘이태원표’ 옷을 입고 있으면 모두들 몇십만원짜리로 아는데, 그래서 더욱 그런데 가서 사 입어도 불편한 게 없어요.” 최 회장도 부인을 깍쟁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병마와 씨름하던 그는 먼저 간 박 여사를 두고 “자기 성격 따라 깍쟁이처럼 죽었다.”고. 박 여사는 1997년 6월18일 최 회장의 폐암 수술 경과가 좋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밤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두 ‘안주인’은 상반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도 적지 않았다. 말수가 적고, 나서는 것을 무척 꺼려했다. 특히 가정 일에는 소홀함이 없었다. 박 여사가 미술관에서 일하면서도 최 회장이 일찍 퇴근하면 아무리 중요한 미술관 행사를 주재하는 중이라도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최재원(42) SK엔론 부회장은 “모친은 외출도 좋아하시지 않고, 조용한 성격”이라며 “두 분께서 같이 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골프였다.”고 말했다. ●최종현 회장의 연애론과 혼맥 고 최종현 회장의 연애론은 이렇다. 그가 죽음을 몇 달 앞두고 마지막으로 손질을 한 책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여라’에서 “나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그 때 지켜본 바에 따라 나는 남녀간의 연애과정을 이렇게 정리해 본다. 연애는 ‘date→steady date→I love you’, 이렇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처음에 호감을 가지고 ‘데이트’를 하다가 다른 사람과는 데이트를 하지 않는 ‘스테디 데이트’를 하게 되고, 그것이 발전되면 ‘아이 러브 유’가 되어 결혼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헤어진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너 없이는 못살아.’가 되는데 이것은 병이다.” 최 회장 본인의 경험 때문일까. 최씨가의 2세들은 정략이나 중매 결혼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특히 최종건 전 회장이 일찍 별세한 이후 최종현 전 회장이 사실상 10남매의 가장 역할을 자임했던 만큼 ‘큰집’ 조카들도 이같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신원 SKC 회장은 “숙부는 자식들 결혼과 관련해서 복잡한 것을 굉장히 싫어하셨다.”면서 “예물 등도 가능한 한 안 주거나 받지 않는 주의였다.”고 설명했다. 장남인 최태원(45) SK㈜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4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결혼했다. 부친과 똑같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노 관장을 만나 연애했다. 차남인 최재원(42) SK엔론 부회장의 부인은 영어교사였던 채희경씨의 맏딸 채서영(41) 서강대 영문과 교수다. 막내딸 최기원(41)씨는 당시 ㈜선경정보시스템 차장으로 근무하던 김준일(46)씨와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큰집’인 고 최종건 회장의 일가 혼맥도 학계부터 권력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지만 정략적인 냄새는 없어 보인다. 장남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김이건 전 조달청장의 딸인 채헌(51)씨와 결혼했다. 장녀 정원(50)씨의 남편은 고학래 전 사상계 고문의 아들인 고광천(54)씨며, 차녀 혜원(48)씨는 박주의 전 금융인 아들인 박장석(50) SKC 사장과 결혼했다. 막내 아들 최창원(41) SK케미칼 부사장은 변호사 집안인 최유경(38)씨와 결혼했다. 4녀 예정(43)씨의 남편인 이동욱(43)씨가 최종건가(家)에서는 눈에 띈다. 현재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이씨의 부친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다. 최 창업주와 이후락 전 중정 부장은 서로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막역했던 사이였다. 양가가 둘의 결혼을 일찍이 약속을 했고, 결혼은 최 창업주 사후에 이뤄졌다. 고 최종건 회장이 각별하게 지냈던 재계 인물로는 김용산 전 극동건설 회장이었으며, 언론계에서는 고 방일영 조선일보 고문과 ‘형님 동생’하는 사이였다. 방계로 넘어가면 장녀 최양분 여사는 한때 종건·종현 형제의 가정교사였던 고 표현구 전 서울대 농대 학장과 결혼했다. 표문수(52) 전 SK텔레콤 사장이 그의 아들이다.3녀 최종분(73) 여사는 고 이한용 신아포장 대표와 혼인했으며, 막내 사위인 정재현(46)씨는 현재 SK C&C 전무로 일하고 있다. 차녀 최양순(82) 여사는 고 여운창 경기개발 대표와 결혼했으며,4녀 최종순(69) 여사는 해군 중령 출신인 고 조제동씨에게 시집갔다. 3남 최종관(71) 전 SKC 고문은 장명순(71) 여사와의 사이에 1남 6녀를 두었다. 이 가운데 3녀 경원(42)씨가 김연준 전 한양대 이사장 아들인 김종량(55) 한양대 총장에게 시집갔다. 또 4녀 은성(40)씨는 나웅배 전 부총리 아들인 나진호(42)씨와 짝을 이뤘다. 장녀 순원(47)씨는 존 캐리 퍼크너(47)씨와 국제 결혼했다. 장남인 최철원(36) 마이트엔메인 대표이사는 한숙진(34)씨와 인연을 맺었다. 4남 최종욱(66) 전 SKM 회장은 조효원 전 서울대 교수 딸인 조동옥(59)씨와 결혼했다. 조씨의 남동생이 조동성 서울대 교수다. 미혼인 장남 준원(30)씨는 현재 SK C&C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차녀 윤선(29)씨도 통신·방송장비 전문업체인 SK텔레시스에서 일하고 있다. ●섬유에서 석유…정보통신 SK그룹의 모기업인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은 1930년대 일본인이 조선에서 만주 일대를 대상으로 직물을 수출하던 선만주단(鮮滿綢緞)과 일본의 교토(경도)직물(京都織物)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였다. 교토직물은 현물출자하고, 선만주단은 공장 부지를 비롯한 건물 공사비 등을 투자했다. 상호도 선만주단의 ‘선’자와 교토직물의 ‘경’자를 따서 ‘선경(鮮京)’이라고 지은 것이다. 고 최종건 회장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을 재건하기 위해 1953년 부친 몰래 빼낸 땅문서로 공장을 불하받는다. 이후 선경직물은 나일론 생산을 계기로 본격적인 섬유기업으로 탈바꿈한다. SK의 성장사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3단계로 나눠진다.1단계는 아세테이트 원사공장과 폴리에스터 원사공장(현 SK케미칼) 건설.2단계는 유공(현 SK㈜) 인수,3단계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다. 소프트웨어로 볼 때 최종현 회장의 경영 참여와 이순석과 손길승, 김항덕 등 1세대 전문경영인의 합류 등이다. 1980년은 유공 인수로 선경의 숙원 사업을 달성한 해이다. 고 최종건 회장이 울산을 오가며 국내 유일의 정유사였던 유공을 넘본 지 10년 만이다.‘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매진한 결과, 돌아온 보상이었지만 당시 재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선경은 유공을 손에 넣자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선경이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구상한 것은 80년대 초반까지 올라간다. 당시 국내 어느 기업도 정보통신사업에 대해 꿈도 꾸지 않을 때, 고 최종현 회장은 미국 방문길에서 통신사업에 진출할 것을 결심하고, 미국 현지에 경영기획팀을 만든다. 이것이 훗날 한국이동통신 인수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golders@seoul.co.kr ■ 풍수지리 거부한 최씨 형제 “집터보다 내 기가 더 세니까 염려들 말어.” 국내 재벌가(家)가 최근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동에 둥지를 트는 까닭은 풍수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곳은 남산을 베개삼아 한강으로 다리를 곧게 쭉 뻗어 복록과 자손복이 대대로 넘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터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아예 재벌가 ‘집성촌’으로 불린다. 이처럼 집터의 풍수지리를 꼼꼼히 따지는 재벌가에서 유독 이에 무관심한 집안이 있다.SK그룹 최씨가이다. 고 최종건 회장이 1968년 서울 삼청동에 새 집을 마련했을 때의 일이다. 일본 데이진 오야 사장의 부인이 풍수지리를 잘 안다면서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삼청동 자택의 지형 사진을 보내달라고 연락해왔다. 당시 최 회장과 오야 사장은 비즈니스를 떠나 개인적으로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오야 사장은 당시 일본 정·재계의 거물로 최 회장의 호탕한 성격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오야 사장 부인은 매우 까다로운 성격 탓에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잠옷만 두 박스를 가지고 왔으며, 매일 밤 우유로 목욕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최 회장은 이들이 한국에 머물 때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을 본 오야 사장 부인은 “지형이 사나워 좋지 않다.”며 “다른 집으로 이사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이사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삼청동 자택은 화재로 가정부가 화상을 입어 숨진 데 이어 여름 장마철에 큰 물난리를 겪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집터의 기가 세서 그런 것이니 이사가는 게 좋다고 자주 권했다. 그래도 최 회장은 “내 기가 집터보다 더 세니 염려말라.”고 했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도 집터와 관련된 고집은 ‘그 형에 그 동생’이었다. 암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1997년 11월. 풍수지리 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최 회장이 사는 서울 워커힐 호텔 내 빌라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광나루 쪽을 찌를 듯 달려드는 곳인 탓에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다며 이사를 권했다. 그는 “그런 곳은 일시 머물며 휴식을 취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장기간 머물며 살기에는 문제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최 전 회장이 풍수지리 연구를 위해 교수직을 내던진 최 전 교수의 소식을 듣고, 아무런 조건 없이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맺어졌다. 최 회장은 그러나 “집이란 어차피 일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라며 “나는 이곳이 좋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집을 옮길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최 회장은 훗날 “형님처럼 기가 세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여기서 산 지가 1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느냐.”며 껄껄 웃었다고 한다. golders@seoul.co.kr ■ 1세대 전문경영인 3인방 ‘그룹부흥 한몫’ “손길승 실장은 단순히 내가 부려먹는 사원이 아니라 나의 비즈니스 파트너, 동업자입니다.” 고 최종현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 일개 그룹 기획실장이 거액의 정치헌금을 다룰 수 있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손 회장을 경영 참모가 아닌 동반자로서 얼마나 믿고, 의지했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정태수 한보 회장의 ‘머슴론’과 비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그룹이 오늘날 재계 서열 4위의 위상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순석 전 ㈜선경(현 SK네트웍스) 부회장과 손길승 전 SK 회장, 김항덕 고문 등 1세대 전문경영인 3인방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이들의 역할은 이 전 부회장이 ㈜선경, 김 고문은 유공(현 SK㈜), 손 전 회장은 경영기획실로 나눠진다. 특히 손 전 회장은 20년간 기획실에서만 근무해 직업이 ‘기조실장’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59학번 서울대 상대 동기 출신으로 때로는 ‘맞수’로 경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회장이 1995년 가장 먼저 SK를 떠났으며, 한때 ‘좌(左)길승, 우(右)항덕’으로 불렸던 전문경영인 체제도 결국 손 전 회장의 단독 체제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김 고문은 손 전 회장이 당시 그룹 회장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최종현 회장이 돌아가시고 난 뒤 그룹 회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결과, 그룹 전반을 꿰찬 사람은 손길승 전 회장 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명분이나 이치에도 맞았고요. 그리고 나는 사심없이 회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손 전 회장은 199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야인으로 물러났던 김 고문을 회장대우 상임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는 회장 집무실 옆에 자신의 방과 똑같은 크기의 공간을 김 고문에게 제공했고, 경영 현안이 있을 때마다 그와 상의했다. 그러나 3인방 가운데 ‘SK호’에 가장 먼저 탑승한 사람은 이 전 부회장이다. 그는 1965년 4월 고 최종건 회장의 설득에 못이겨 선경직물에 입사했다. 수원 출신으로 최종욱 전 SKM 회장과는 초등학교 동기다. 김 고문은 일본 이토추상사에서 근무하다가 69년 선경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는 39세 때 대한석유공사의 수석 부사장에 올라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전 부회장의 강력한 권유로 65년 12월에 입사한 손 전 회장은 지난 40년간 고 최종현 회장의 평생 동지이자, 경영 전도사였으며, 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였다. 그는 대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회장에 오른 최초의 전문경영인인 동시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30년 ‘증권 라이벌’ 투자금융 재대결

    30년 ‘증권 라이벌’ 투자금융 재대결

    증권가의 30년 라이벌 대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갑옷을 바꿔 입고 싸움터에 마주섰다.‘용호상박(龍虎相搏)’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투자금융시장이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PB) 또는 기업투자 중심의 투자은행(IB) 중에서 어디로 흐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계와 증권계의 맞대결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대한투자증권(약칭 대투증권) 본사에서는 조왕하 신임 사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조 사장은 “대투와 하나금융의 조합이 갖는 잠재력과 폭발력은 한국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의 결합보다 강하다.”면서 “이제 경쟁 상대는 더 이상 투신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 바로 옆 한투 빌딩에서는 동원과 합병한 한국투자증권(약칭 한국증권)의 통합 출범식이 열렸다. 홍성일 신임 사장은 “한투와 동원이 한 가족이 되면서 이제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선언했다. 대투는 지난 4월 은행계인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하나금융지주가 출범하면 하나은행과 대투증권, 하나증권, 대투운용, 하나알리안츠투신이 한 식구가 된다. 앞서 지난 3월 증권계인 동원금융지주에 매각된 한투는 동원증권과 합병했다. 이로써 ‘대투+하나’는 수익증권 판매액 20조 8547억원, 펀드 설정액 25조 3281억원 등으로 펀드업계의 1위 금융사로 재탄생했다.‘한투+동원’이 간발의 차이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언제 뒤집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점 수는 각각 646개,124개로 늘었다. ●소액을 모아 vs 거액을 한꺼번에 두 금융사의 인연은 1969년 설립된 한국투자공사에서 시작됐다. 지난 74년 수익증권(펀드) 업무를 떼어내 출범한 곳이 한투다. 이어 77년 공사가 해체되면서 본래 주식매매 업무를 인계한 곳이 대투다. 그래서 한투가 ‘펀드업계의 원조이자 맏형’이라고 자부하면 대투는 ‘한투는 잔뿌리고 우리가 원뿌리’라고 주장한다. 두 금융사는 다른 증권사들이 주식매매 수수료나 챙기는 단순 영업에 몰두할 때 선진적인 펀드 영업을 하면서 경쟁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무리한 영업이 경영난을 불렀고, 외환위기 당시엔 ‘대우 채권’에 발목을 잡혀 둘다 휘청댔다. 대투와 한투에 각각 4조 5000억원(회수율 13.3%),7조 5000억원(12.0%)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결국 하나은행과 동원증권에 각각 4750억원,5460억원에 팔렸다. 두 금융사가 걸어온 길은 비슷하지만 나아갈 길은 엇갈린다. 자산관리의 양대 시장에서 대투는 고객영업을 잡았고, 한국증권은 기업금융을 선택했다. 대투는 하나은행의 막강한 판매망을 이용, 적립식 펀드 등 PB 영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증권은 기업금융이 강했던 동원증권의 장점을 살려 인수·합병(M&A) 등 IB 영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투가 적은 것을 많이 모으겠다는 복안이라면, 한국증권은 큰 것을 한꺼번에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각자의 취약점에 대해 대투는 “기업금융은 같은 계열사인 하나증권이 전문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는 “펀드 판매는 기업은행과 판매망 제휴를 했기 때문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맞선다. ●조직 통합이 우선과제 이들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분명하게 엇갈린다. 삼성증권 장효선 수석연구원은 “자산관리시장의 핵심인 펀드 판매는 은행망을 활용한 대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심규선 연구원도 “한국증권이 기업은행과 제휴을 했다고 해도 브랜드 가치와 신시장 개척에서 대투에 밀린다.”고 지적했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 손현호 연구원은 “동원은 상품개발에, 한투는 판매에 강점이 있어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에 앞서 노조를 포함한 조직통합을 얼마나 원활하게 이끄느냐가 시장 선점의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투는 지난 8일 상품전략본부 신설 등 영업력을 강화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장 5명과 부서장 17명 전원을 40대 인사들로 교체했다.143명의 희망퇴직도 접수했다. 반면 한국증권은 한투 노조의 고용보장 파업 등으로 출발점에서 주춤하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최순영前회장 일부 무죄취지 원심파기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10일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하고 계열사에 1조 2000여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 신동아 회장 최순영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과 추징금 2749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최씨가 19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가공의 역외펀드를 설립,1억달러를 유출한 혐의에 대해 적용한 법조항은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1억달러 유출 부분에 대해 적용한 규정은 1998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무효로 판단한 규정인 만큼 원심이 이에 근거해 유죄로 판결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가 수입서류를 위조해 1억 6000만달러를 빼돌렸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에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4조1항이 범죄행위를 충분히 특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원심은 구체적으로 어느 법령을 위반했고 실제로 이 법령을 위반한 것인지 심리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씨의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원심의 판단이 적절했다고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불륜몰카 찍었다” 한마디에…

    “불륜몰카 찍었다” 한마디에…

    ●1억3000만원 뜯어낸 40대 검거 간부급 공직자들이 “불륜 현장을 찍었다.”는 낯선 남자의 전화 한 통화에 두말 않고 거액의 돈을 갖다바쳤다. 이들을 협박,1억여원의 돈을 뜯어낸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논산경찰서는 10일 김모(49·광주시 농성동)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전화번호부를 보고 전국 시·도지사, 시장·군수, 기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와 여관에 가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협박, 임모(57·5급)씨 등 53명으로부터 1억 3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다. 김씨는 경찰과 검찰 등 힘있는 기관장은 빼고 전국 시·도지사와 시장·군수, 읍·면장 등을 협박했다. ●단체장·기관장에 전화 … 성공률 5% 김씨에게 돈을 바친 기관장은 농업기반공사 지방소장, 조달청 및 통계청 지방출장소장, 시·군 국장과 읍·면장 등 모두 5급 이상 공직자들이다. 김씨는 자치단체장과 기관장에게 1068통의 협박전화를 걸었다.5%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전화번호부에서 지자체와 관공서 간부급 공직자의 전화번호를 발췌해 수첩 2권에 정리한 뒤 범행에 착수했다. 김씨는 이들이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여자와 여관 가는 모습을 찍었는데 돈을 안 주면 공개하겠다.”고 협박, 상대가 무시하면 전화를 끊었지만 “돈이 별로 없다.”거나 “어떻게 알았느냐.”는 등 관심을 보이면 물고늘어졌다. 김씨는 상대방이 물어볼 틈을 주지 않았고, 협박전화를 받은 기관장은 1∼2일 사이에 100만∼500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이전에 대포폰을 불법 판매하면서 전단지를 뿌리기 위해 고용했던 고교 1∼2년생 명의로 통장 4개를 개설, 돈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범행이 성공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테이프를 폐기했다.”면서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확인않고 바로 돈 보내 범행 계속했다” 김씨는 협박전화를 받은 논산 모기관장이 신고해 꼬리가 잡혔다. 김씨는 전과 11범으로 2002년에도 공무원 30여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100만원 정도씩 뜯어낸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형을 살고 2003년 8월 출소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예상 외로 비디오 테이프를 요구하는 등 확인절차 없이 바로바로 돈을 보낼 만큼 잘 먹혀 범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치단체장을 포함해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7억원 어치 황금의 배를 몰고 온 사나이

    7억원 어치 황금의 배를 몰고 온 사나이

    자유를 보상 받은 방진호(方震昊)「총좌(總佐)」의 현주소는 전쟁이 한창 막바지에 이른 1950년 10월 14일 새벽 - 인천 앞바다에는 자욱한 아내를 헤치면서 북괴기가 펄럭이는 50「톤」급 발동선 한 척이 소리없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갑판 위에는 괴뢰군 총좌(대령급) 한 사람을 둘러싸고 20명의 북괴장교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대한민국 만세」를 목청이 터져라 소리쳐 부르고 있었다. 자유를 찾아 남하한 조그마한 발동선. 그러나 이 발동선에는 시가 7억원 상당의 금괴 1「톤」반이 실려 있는 황금의 배였다. 18년 전 영웅, 오늘은 왕초(王草) 거부(巨富)의 꿈 대신「평애원장(平愛院長)」 괴뢰군 방진호 총좌. 부하장교 20명과 황금덩어리를 싣고 자유를 찾았던 이 영웅은 자기와 자기 부하가 자유를 찾은 대신 황금은 몽땅 대한민국 정부에 바쳤다. 그러나 정부는 이 영웅의 값진 행위에 보답하기 위해 1억 3천만환(현화 1천 3백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1억 3천만환의 거액을 쥐고 거부의 꿈을 지닌 채 한때 군에서 문관으로 있다가 53년 가을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 지난 날의 영웅 방진호 총좌는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기도 평택군 송탄읍 신장(新場)리 경부선철도 연변에 30채의 집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는 평애원. 고아원겸 양로원인 이곳에서 넝마주이 왕초라는 별명을 가진 50대의 허수룩한 한 사나이가 조용히 과거를 되씹으며 살아가고 있다. 평애원 원장인 이 사나이 - 이 사람이 바로 황금의 배와 부하장교 20명을 데리고 자유를 찾았던 지난 날의 영웅 방진호씨(49)이다. 1억 3천만환의 보상금 태풍 사라호로 일장춘몽 한때 거부의 꿈을 지니고 전남 목포 근해에서 간석지를 막아 염전을 만들었지만 예기치 않았던 「사라」호 태풍으로 방대한 염전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채 알거지가 되어버린 방씨. 그 후 이곳에서 넝마주이들을 모아 스스로 넝마주이 왕초로 전락(?)해버린 이 사나이의 기구한 운명은 글자 그대로 파란만장의 연속이다. 평안북도 신의주가 고향인 방씨는 해방 전 만주국 안동현(安東縣)에서 측량학원을 수료한 뒤 집안현(輯安縣)의 건설국 기사로 취직, 기구한 운명의 첫발을 내디뎠다.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누렸던 방씨는 그곳 요릿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요릿집 종업원「요리명」이라는 중국 사나이와 친히 사귀기 시작했다. 타향에서의 고독도 풀 겸「요리명」과 술자리도 같이하여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가 아닌 서로의 심금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이국땅에서 해방을 맞은 방씨에게는「요리명」을 사귄 덕분으로 하루 아침에 큼직한 감투가 굴러들어왔다. 며칠 전까지 요릿집 종업원 행세를 하던 중국 공산당의 거물「요리명」이 집안현 수석(首席)의 자리에 있으면서 방씨를 집안현 평양변사처장(平壤辯事處長:영사)으로 임명한 것이다. 벼락감투를 뒤집어 쓴 방씨는 46년 2월 평양에 부임했다가 그 해 11월에는 소위 북조선인민위원회 조직에 관여, 평양철도경비사령부 총책 유경수(柳慶洙)중장(김일성의 매부)의 부책(副責)으로 중용되었다. 그 후 괴뢰정권의 내무성 정치보위부 직속기관인 진남포(鎭南浦)제련소 총책으로 영전한 방씨는 6·25 동란을 이 자리에서 맞았다. 원래부터 투철한 공산주의 사상자가 아닌 방씨는 차차 자유에의 향수를 느끼기 시작, 기회만 있으면 남하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뜻이 같은 부하장교 20명을 포섭한 방씨는 이왕이면 당시 진남포제련소에 보관되어 있던 백금 3「톤」, 금 1「톤」반, 수은 70「톤」까지 같이 싣고 자유를 찾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50년 10월 한창 패주에 정신 없던 괴뢰정권은 방총좌에게 진남포제련소의 금과 수은을 만주 여순(旅順)으로 운반하라는 긴급지시문을 띄웠다. 이 지시문을 받은 방총좌는 때가 왔다고 느꼈다. 3개월 전부터 탈출 모의를 진행해오던 부하 20명과 비밀회의를 거듭한 끝에 D「데이」를 10월 10일 밤 11시로 정했다. 10월 10일 밤 11시. 칠흑같이 어두운 진남포 부두에는 50「톤」급 발동선 2척이「엔진」소리마저 죽여가며 조용히 와 닿았다. 북괴 경비병 10여 명의 엄중한 감시 아래 한 척에는 황금 1「톤」반이 실려지고는 또 한 척에는 백금 3「톤」과 수은 70「톤」이 실려졌다. 방총좌와 부하장교 20명은 황금이 실린 앞배에 탔다. 배 두 척이 진남포항을 벗어나 망망한 서해에 들어서서 한 시간쯤. 선수를 중공방면으로 막 돌리려는 찰나. 방총좌는 선장의 뒷머리에 권총을 갖다 대고 조용히 그러나 엄숙하게 명령했다. 『선수를 남쪽으로 돌려라!』 이 때 경비병 10여명이 반항, 조그마한 발동선에선 교전이 벌어졌다. 20분만에 싸움은 방총좌의 승리로 끝나고 10여명의 경비병은 서해에 수장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해전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총격 소리를 들은 북괴경비정 한 척이 추격, 또다시 해상총격전이 벌어졌다. 간신히 경비정의 추격을 벗어나 연평도 앞바다에 도달했을 때 수은과 백금을 실었던 뒷배가 총탄에 구멍이 뚫려 애쓴 보람도 없이 바다 깊숙이 수장되어 버렸다. 진남포를 떠난 지 나흘 만에 방총좌는 수은과 백금은 바다에 수장되었지만 부하장교 20명과 황금 1「톤」반을 이끌고 무사히 목마르게 그리던 자유를 찾은 것이다. 53년 봄 1억 3천만환의 거액을 쥔 북괴총좌가 아닌 민간인 방진호씨는 거부의 꿈을 안은 채 전남 목포 근해에서 간석지를 막아 염전을 만들었지만 4년간의 피땀나는 노력도「사라」호 태풍으로 일장춘몽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다. 수장(水葬)한 백금 3톤 수은 70톤 꼭 찾고 말겠다는 게 소원 돈하고는 인연이 없는 방씨. 이때부터 인생을 덤으로 생각한 방씨는 남을 위해 살기로 작정했다. 57년 가을 무작정 찾아온 것이 지금 그가 살고 있는 경기도 평택군 송탄읍 신장리 일명「쑥고개」라는 미(美)기지촌 주변이었다. 방씨는 우선 손수 흙벽돌을 찍어 경부선 철도연변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걸인 20명을 수용했다. 1개월이 지난 뒤 평애원이라는 간판이 내걸리고 식구도 1백여 명으로 불어났다. 11년이 지난 오늘날 평애원은 30채의 집이 들어섰고 식구도 372명으로 불어났으며, 평택과 방성(彭城) 두 곳에는 분원도 마련됐다. 그 동안 이곳을 거쳐간 원생 중에는 현역 육군대위가 있는가 하면 수백만원을 치부한 어엿한 실업가도 10여명이나 된다는 것. 원장으로 보다는 넝마주이 왕초로 더 알려진 방씨. 방씨의 유일한 소원은 자유를 찾아 남하하던 당시 연평도 앞바다에 아깝게 수장되어버린 백금 3「톤」을 꼭 찾고 말겠다는 것이다. <수원 = 한의교(韓義敎)씨> [ 선데이서울 68년 10/13 제1권 제4호 ]
  • ‘담배스캔들’ 獨 의학계 얼룩

    담배의 유해성을 낮춰 평가해온 독일 보건의학계 권위자들이 수년간 담배업계로부터 비밀리에 거액의 돈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독일 언론 보도를 인용해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6일(현지시간) 발행된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세계보건기구(WHO) 독일지부가 내놓은 보고서를 근거로 프라이부르크대학 의학사회학과장 위르겐 폰 트로쉬케 교수 등 4명의 보건의학계 권위자들이 담배회사들로부터 모두 수백만마르크의 지원을 받아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담배의 유해성을 평가절하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폭로했다. 슈피겔은 이들이 담배업계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듯한 의료재단을 통해 독일담배제조업자협회(GACM)의 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슈피겔이 폭로한 권위자들은 폰 트로쉬케 교수를 비롯해 하인리히 하이네대학 요하네스 지그리스트 교수, 아우구스부르크대 요하네스 고스톰지크 교수, 칼 유베를라 독일연합보건국(GFHO) 전 국장 등이다. 폰 트로쉬케 교수의 경우 흡연의 중독성을 반박하는 보고서를 포함해 흡연의 유해성을 낮춰 평가한 보고서를 내는 데 70만마르크 이상을 지원받았다고 슈피겔은 전했다.1990년 연 평균 마르크 환율(1달러=1.62마르크)을 적용할 경우 43만달러(3억원)가량의 금액이다. 폰 트로쉬케 교수는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나치의 유대인 처형’에 비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외 지그리스트 교수는 30만마르크, 유베를라 전 국장은 보건국 연구지원금으로 160만마르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스톰지크 교수도 지속적인 연구지원금을 받았다. 이들 4명은 즉각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WHO 독일지부는 “보건 전문가와 담배업계간 유착이 지난 20년간 흡연자를 줄이려는 독일 사회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막아 왔다.”고 비판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쓰레기소각시설 70%는 ‘휴업중’

    쓰레기소각시설 70%는 ‘휴업중’

    서울시는 지난 1991년 그동안 매립 위주로 진행된 쓰레기 처리정책을 소각 위주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 준공된 마포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포함해 양천·노원·강남 등 4곳에 총 3781억원을 투입해 자원회수시설을 건설했다. 이곳에서 하루에 소각할 수 있는 생활쓰레기량은 모두 합해 2850t. 여기에다 경기도 광명자원회수시설에 건설비 일부를 지원,150t을 추가로 소각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소각할 수 있는 생활쓰레기 총량은 1일 3000t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가 소각하고 있는 쓰레기량은 1일 770∼840t에 불과하다. 거액을 들여 건설한 자원회수시설이 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원회수시설이 위치한 강남·노원·양천구에서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를 전혀 받지 않고 ‘독점이용’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태울 수 있는 쓰레기조차 매립지로 향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을 공동이용하는 것이 서울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1차 요건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서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1만 1000∼1만 2000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55%가량은 재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45%인 4950∼5400t가량이 매립이나 소각처리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4곳의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에서 소각처리되는 쓰레기는 770∼840t이며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가 4180∼4560t이다. 시는 이대로라면 불과 15년 뒤에 수도권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매립지행 쓰레기 가운데 2000여t은 소각처리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연성 쓰레기조차 매립지에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회수시설을 보유한 노원·양천·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치구 쓰레기는 받을 수 없어” 노원·양천·강남은 ‘주민반대’와 ‘서울시와 맺은 협약’을 근거로 다른 자치구 쓰레기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자치구들은 “더 많은 쓰레기가 반입될 경우 주변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집 값 등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크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지난달 완공된 마포 자원회수시설처럼 다른 곳도 공동이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공동이용을 달성한 첫 사례로 지난 1997년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중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가 함께 이용하기로 광역처리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마포 자원회수시설에서는 4개 자치구에서 모인 쓰레기 500t가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1일 처리용량이 750t이다. 한상렬 시 청소과장은 “마포 자원회수시설이 완공된지 며칠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활용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다른 자치구들도 공동이용을 통해 이용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례 개정 통해 공동이용 유도 시는 양천·노원·강남에 건설된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사용료를 가동률에 연동시킨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가동률이 40% 미만인 자원회수시설은 t당 최고 8만원까지 사용료를 받고, 가동률이 40% 이상인 소각장은 t당 1만 6320원의 사용료를 받는다. 시는 자원회수시설을 보유한 자치구들이 이용률을 40% 이상 높이기 위해 인접 자치구로부터 쓰레기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동이용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남구는 지난해 12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시와 구, 주민협의체 3자가 2001년 12월 맺은 ‘강남 자원회수시설 가동에 관한 협약서’에 따라 오른 쓰레기 처리비용을 납부할 수 없다.”면서 “이 협약서를 근거로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협약서를 보면 쓰레기소각장에서 우리 구의 쓰레기만 처리하고(제2조), 적자액은 시가 감당한다는 내용(제3조8항)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이용은 상생의 길” 한상렬 과장은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은 상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 반입을 막다보면 결국 ‘부메랑’처럼 문제가 커져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4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건설한 시설의 이용률이 20%에 불과해 전국평균(약 7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또 일종의 기피시설을 유치한 데 대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받으면서도 시설은 활용하지 않겠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노원·양천·강남자원회수시설 인근 주민들에게 287억원을 난방비 지원 등 인센티브 성격으로 지출했다. 시 청소과 관계자는 “강남구와 진행중인 소송에서 서울시가 이기면 공동이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쓰레기문제만큼은 지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큰 틀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원회수시설 역사와 현황 서울시에는 가장 최근 완공된 마포 자원회수시설을 비롯해 양천·노원·강남에 자원회수시설이 건설돼 있다. 지난 1996년 2월 가장 먼저 만들어진 양천 자원회수시설은 318억여원을 들여 1일 처리용량 400t 규모로 지어졌다. 이어 1997년 2월 건설된 노원 자원회수시설은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1일 처리용량은 800t에 이르며 건설비로 742억여원이 투입됐다. 강남 자원회수시설은 지난 2001년 12월 가동을 시작했으며,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1일 처리용량은 900t이며 공사에 1010억여원이 들었다. 시 최초로 4개 자치구가 함께 이용하는 광역자원회수시설로 가동을 시작한 마포의 경우 지난달 5월 완공됐으며 1일 처리용량은 750t이다.1711억여원이 들었다. 시는 지난 1991년 쓰레기 소각정책을 도입할 당시에는 2∼5개 자치구가 공동으로 소각장을 사용하는 광역시설을 건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 전역에 11곳의 자원회수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양천과 노원, 강남 자원회수시설도 이 방침에 따라 출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1995년 8월 ‘1구 1소각장’으로 정책을 선회하게 된다.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결국 양천·노원·강남에 건설된 자원회수시설에서는 자기 지역 쓰레기만 처리하도록 규모를 축소했다. 그러나 1995년 실시된 쓰레기 종량제가 정착되고,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자리잡으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양천구의 경우 1997년 하루에 267t 발생하던 쓰레기가 2004년에는 140t에 불과하게 된 것. 이 때문에 ‘1구 1소각장’원칙에 따라 축소된 소각장 조차도 용량이 남게 됐다. 이 결과 1일 처리 용량이 400t인 양천 자원회수시설에서는 130t만 소각하고 있으며, 노원은 800t 가운데 145t, 강남은 900t 가운데 163t만 소각하는 등 세 곳의 이용률이 평균 20%를 겨우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률이 20%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자치구의 쓰레기를 반입하지 않아 태울 수 있는 쓰레기가 수도권매립지로 향하고 있다. 이는 또 자원회수시설의 적자가 누적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3개 자치구에서는 서울시와의 당초 협약을 들어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는 받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마포 자원회수시설이 광역화 시설로 완공됐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마포구·용산구·중구와 경기도 고양시가 공동이용하기로 협약을 맺었으며 총 750t의 이용량 가운데 현재 시험가동이 막 끝난 상태임에도 약 500t에 이르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다. 이용률이 66%에 이르고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공동이용 집념 한상렬청소과장 서울시 한상렬 청소과장은 지난 2001년 7월 부임 이후 줄곧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에만 몰두해 왔다. 벌써 햇수로 5년째다. 그동안 한 과장은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강남·양천·노원구의 공무원들이나 구청장, 지역 주민들 심지어 국회의원과도 숱하게 싸웠다. 그와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문제로 대립했던 한 국회의원은 지금까지도 공공연하게 ‘한 과장 죽이기’를 시도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신념을 꺾지 못한다. 그는 서울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자원회수시설을 공동이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은 반드시 실현돼야 합니다. 시의 엄청난 예산을 들여 건설한 시설을 일부 자치구가 ‘독점이용’한다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극단적 모습입니다.” 그는 자원회수시설을 일부 자치구가 ‘독점이용’하는 현 상황을 두고 “서울시 22개 자치구가 세금을 걷어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강남·양천·노원구를 지원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3개 자치구는 자원회수시설을 유치한 덕분에 난방비 지원과 더불어 지역환경개선 및 주민복지증진 사업에 서울시로부터 거액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인센티브만 챙기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 과장은 지난 4년 동안 청소과장으로 일하면서 기술직답지 않게 언어사용 능력이 크게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는 “자원회수시설에 대해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다 보니 자연스레 표현력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누구에게라도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의 필요성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면서 저돌적이기도 하다. 그의 수첩에는 그동안 서울시를 출입했던 기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한데 모두 그와 한 번 이상 마주했던 사람들이다. 한 과장은 처음 청소과장에 부임해 ‘소각장’이라는 표현을 ‘자원회수시설’로 바꾸기 위해 신문기자들을 먼저 공략했다고 한다. “‘소각장’이라고 쓰는 기자들을 기록해 뒀다가 일일이 전화해서 ‘자원회수시설’ 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죠. 안되면 반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웃음).” 한 과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15년 뒤인 2020년을 걱정한다. 그는 “자원회수시설이 ‘독점이용’되면 15년 후에는 수도권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른다.”면서 “그 사실만 생각하면 지금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두려운 것은 후배일 뿐입니다.2020년 서울시 청소과장이 된 후배가 저를 두고 ‘복지부동했던 공무원’이라고 욕하게 되는 일은 없게 할 생각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해외로 간 성매매 ‘코리안 걸’이 늘고 있다

    해외로 간 성매매 ‘코리안 걸’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 종사자들의 외국 진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단속을 피해 외국으로 나가려는 성매매 여성들을 모아 일본·호주 등지의 룸살롱, 가라오케, 마사지숍으로 보내는 모집책들의 활동이 극성이다. 한국의 성매매 단속 강화의 반작용으로 주변국들이 성매매 시장이 되는 것에 대해 외국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 여성의 해외 성매매 송출 실태를 국제단체 및 관련 종사자 등을 통해 짚어봤다. ‘무이자 선불금 2000만원·한달 수입 5000달러’(괌 S마사지숍),‘한달 수입 7200달러·주 정부 직업학교 입학 보장’(미국 LA B룸살롱),‘선불금 및 랭귀지스쿨 옵션’(일본 나고야 A클럽),‘한달 수입 1200만원·학생비자 가능’(캐나다 토론토 K출장마사지숍) 유흥업소 종사자의 구인·구직을 중개하는 S사이트에는 이런 광고가 빼곡하다.1700여건 중 3분의1인 550여건이 ‘해외 취업’을 부추기는 내용이다. 한국 여성들의 ‘국경없는 성매매’가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영국, 호주, 뉴질랜드, 타이완, 홍콩 등 전세계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선업자들의 광고는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성매매 여성들의 해외 진출 시도에 편승해 크게 늘고 있다. ●성매매여성 해외송출 모집책 극성 지난 2월 경찰은 성매매 여성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 진출을 알선하는 조직을 적발했다. 경찰이 장부를 조사한 결과, 모집책 1명이 69명을 뉴질랜드로 보냈고 캐나다와 호주에도 비슷한 규모로 송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성매매 업소는 대부분 업주가 중국인이며 이들은 국내 알선조직과 손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령 괌에 업소가 있다는 한 모집책은 광고에서 “한국 여성만 80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수입과 숙소, 선불금, 비자 해결 등 상세한 내용을 싣는다. 모집 연령은 보통 20세 이상,30세 이하다. 일부는 “성매매특별법을 피해 안전하게 해외에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여성을 업소에 알선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사실상의 ‘인신매매’다. 룸살롱, 클럽, 마사지숍에 소개할 뿐 아니라 외국인과 동반 여행을 하며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여성까지 모집하고 있다. 일부 업자는 어학연수와 유학을 조건으로 내걸며 끌어들이기도 한다. ●한국업소 미국 시골지역까지 침투 성매매 여성 구조활동을 하는 국제 단체 ‘폴라리스 프로젝트’ 공동대표 캐서린 천(25·여)은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전역에 한국인 성매매 업소가 퍼져 있다고 밝혔다. 폴라리스는 워싱턴DC에만 한국인 성매매 업소가 최소 35곳에 이르며 뉴욕·LA 등 대도시에는 1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마사지 업소 400여곳에도 한국 여성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라리스는 “미국내 성매매 여성은 주로 중국·한국·남아시아·남미·유럽 출신이며 한국 여성에 대한 수요가 미국은 물론 호주, 일본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서린 천은 “한국 여성의 성매매는 대도시가 아닌 미국 교외와 시골에서까지 이뤄지고 있다.”면서 “업소들이 수시로 이동하며 운영하다 보니 적발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국제 NGO, 성매매 취업 강력 단속 요구 폴라리스에 따르면 성매매는 국제적으로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듯이 단속이 심한 나라에서 약한 나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뒤 성매매 종사자들이 대거 이동, 전 세계적으로 한국 여성의 공급이 크게 늘었다고 폴라리스는 설명했다. 폴라리스는 지난해 한국여성을 포함,450여건의 전화 상담을 받았다. 여성들은 두려움과 수치심을 호소했고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를 받고 있었다. 미국·일본 등 5개국의 성매매 여성을 조사한 결과,73%가 신체적 학대를 받았으며,92%가 탈출을 원했다. 캐서린 천은 “담뱃불을 이용한 학대, 성병 감염, 폭행으로 미국내 모든 성매매 여성들이 우울증 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라리스는 한국 교민사회와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캐서린 천은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인신매매 반대운동의 선두 주자이며 미국 정부도 한국 성매매특별법의 효과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해외 성매매 취업을 막을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일 국제 인신매매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을 ‘성매매 근절 모범국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국을 여전히 성매매 여성의 ‘발생지’이자 ‘목적지’라고 언급했다. 한국 여성은 미국과 일본 등으로 진출하고 러시아·중국·필리핀 여성은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호주 유흥업소에만 한국 여성이 1000명 이상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호주 당국이 한국 여성관광객의 입국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등 국제적인 망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 유지혜 기자 sunstory@seoul.co.kr
  • 미발간 ‘해리포터’ 도난 소동

    해리포터 6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다음달 16일 배포를 앞두고 도난과 총격사건에 휘말렸다. 새로 나온 책을 보관중인 창고에서 일하던 직원이 공식 배포에 앞서 책을 빼돌려 거액을 챙기려다 일을 저질렀다. 사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아침 런던에서 북쪽으로 80마일 떨어진 케터링에서 일어났다.37세의 남성이 타블로이드 신문 ‘선’ 기자 2명을 향해 총을 쐈다. 기자들이 훔친 책을 낚아채 떠나려 하자 총격이 가해졌다는 것인데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19세의 또 다른 용의자는 모형 총을 들고 있었으며 두 명 중 1명은 해리포터 신간을 보관중이던 창고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용의자들은 새 책 사본을 훔쳐 ‘선’과 ‘데일리 미러’ 두 곳과 접촉, 각각 9만달러를 요구했고 이날 ‘선’ 기자들과 만났다.‘책 도둑’과 접선한 기자들은 총알이 비껴 지나가 다치지는 않았다. 기자들은 용의자들과 만나기 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훔친 책 2권과 총을 압수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사측은 용의자들이 법정에서 책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37세 남성은 무기 소지와 장물 취득으로,19세 남성은 절도와 모조 화기 소지죄로 기소됐다. 이번 신작은 다음달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판을 앞두고 아마존닷컴에서 최고의 구매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가 아닌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한명이 살해된다고 예고하면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BBC는 살해되는 인물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 교장일 것으로 추측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인쇄되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포크 번게이 지역 주민들이 덤블도어의 죽음에 거액의 돈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CEO 칼럼] IT 강국인가,인터넷 망국인가/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 칼럼] IT 강국인가,인터넷 망국인가/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한국은 지난 십수년 세계가 놀라는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그늘도 크다.‘정보의 바다’가 ‘범죄의 바다’라는 경고는 끊임없이 이어진다.‘정보윤리’ 없이 IT강국은 허상일 뿐이다. 반세기에 한국 경제는 급성장했고 급변해 왔다. 가히 현기증이 날 정도다.IT분야도 마찬가지다. 전동식 ‘먹통전화’로부터 ‘무선호출기(삐삐)’가 잠깐 휩쓸더니 금방 휴대전화 세상이 됐다.70∼80년대 중동건설 때는 텔렉스가 톡톡하게 몫을 해내더니 자취조차 없어졌다. 팩스로 문자나 그림을 주고받다가 이제 팩스도 부고장을 보내는데 사용될 뿐 고물이 돼 간다. 모든 것은 PC와 이메일이 차지해 버렸다. 그것도 벌써 가물거리는 징후가 보인다. 휴대전화와 PC, 그리고 미디어가 통째로 융·복합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른바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네트워크가 가능한 ‘스리 애니(three any)’를 실현하는 ‘유비쿼터스’ 비전으로 세상이 요란하다.‘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신의 목소리에 감히 인간이 만든 웹 서비스가 도전하고 있다. 전자강국 이코리아(e-Korea)는 국민이 음미할 짬도 없이 유코리아(u-Korea)로 국가적 어젠다가 홀연히 바뀌었다. “컴퓨터는 초소형화된 형태로 휴대전화 등의 모바일기기, 심지어는 입는 옷과 안경 등에 장착됨으로써 ‘사라지는 컴퓨팅’으로 불릴 제2의 PC 붐이 일어날 것이다.” 현대 디지털 문명의 영웅이자 최고 소프트웨어 기획자인 MS 빌 게이츠 회장의 공언이다.‘사라지는 컴퓨터’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핵심 개념이다.1999년 사망한 IT 과학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진다. 이들 기술은 일상생활의 얼개로 짜여져서 더 이상 일상과 구별이 불가능해진다.”고 설파했다. 휴대인터넷(WiBro),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주목받는 모바일 서비스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관련 단말기 시장의 폭발적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촌 전체가 격랑의 파고 속에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광대역통신 가입자수는 지난해에 이어 부동의 1위, 인터넷 사용자는 6위에 올랐다.2004년 IT수출 실적은 743억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했다. 이만하면 명실공히 한국은 IT강국이 아닌가.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얼마 전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서울디지털포럼 2005년’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플로’ 기술로 한국의 DMB 기술과 승부를 겨뤄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퀄컴은 한국의 휴대전화 핵심기술 부품 로열티를 꼬박꼬박 챙기는 만만찮은 핵심기술 보유·개발기업이 아닌가.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자고 한국은 지난 십수년 발작적으로 몸부림쳐 왔다. 그 결과 세계가 놀라는 업적을 이뤘다. 하지만 그늘도 크다.‘정보의 바다’가 ‘범죄의 바다’라는 경고는 끊임없이 이어진다.‘정보윤리’ 없이 IT강국은 허상일 뿐이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 ‘유클린(u-Clean)’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높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9∼12월 전국 초·중·고교학생 2만 7650명을 대상으로 생활 전반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터넷에 중독되거나 중독되기 직전인 ‘인터넷 폐인’이 30%에 달한다는 놀라운 보고가 있었다. ‘인터넷 조로(早老)’라는 보도도 있었다.10세 전후의 초등학생 52.4%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또래와 연애를 즐기고 폭력과 범죄를 일삼고 있다. 또 ‘은둔형 외톨이족’ 정신병자로 상당수가 전락하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거액을 인출한 인터넷 뱅킹 사건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신세기의 자유와 상상 그리고 창조의 세계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디지털 소돔과 고모라로 가고 있는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해킹에 뚫린 인터넷 뱅킹

    해킹에 뚫린 인터넷 뱅킹

    해킹기술을 활용해 다른 사람의 인터넷뱅킹 계좌에 침입, 거액을 빼내간 사건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다. 특히 이 ‘인터넷 절도’에는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이 쓰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일 인터넷을 통해 남의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설치, 인터넷뱅킹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해당 계좌에서 5000만원을 인출한 이모(20)씨 등 2명에 대해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이 빼낸 돈을 이체할 통장을 만들어 준 김모(17)군 등 고등학생 2명을 입건했다. 이씨 등은 지난달 초 강원도 춘천시의 한 PC방에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 그 글을 보는 사람의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치되게 장치를 했다. 이를 통해 김모(42·여)씨의 한 시중은행 인터넷뱅킹 정보를 알아낸 뒤 같은 달 10일 김씨의 통장에서 5000만원을 빼내 김군 등의 계좌에 이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사용한 해킹프로그램은 누군가의 컴퓨터에 설치되면 그 사람이 어떤 자판을 누르는지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알려주는 ‘넷 데블’로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게임의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빼돌려오다 경찰의 수배를 받게 되자 도피자금을 마련하려고 인터넷뱅킹에 침입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고객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사이트에 접속해 해킹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해킹이 아니라 개인과실”이라며 은행측의 보상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사고난 은행 말고도 다른 6개 국내은행도 똑같은 해킹 위험을 안고 있어 이들 7개 은행의 인터넷 뱅킹 프로그램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또 다음 주 증권사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인터넷 주식거래 프로그램 교체 문제를 협의할 방침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시스템이 막은 ‘10조 금융사고’

    “청와대 직원인데,K프로젝트의 소요자금 54조원을 우선 입금된 것으로 처리만 해주신다면….” 청와대와 비공개 국책사업을 앞세워 거액을 허위로 입금 처리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기극이 잇따라 발생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 국민은행 서울 S지점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은행원에게 접근,10조원을 전날 입금된 ‘선일(先日)거래’로 처리해 주면 사례금 5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54조 입금대가 500억 제의는 농협이 퇴짜놔 귀가 솔깃해진 은행원은 제3자 명의의 보통예금 통장을 만들어 10조원이 입금된 것으로 전산처리를 했다. 사기꾼은 사례금을 곧 보내겠다며 통장을 받아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러나 ‘유령금액’ 10조원은 몇분 만에 금융전산망에 걸려 입금이 취소됐고, 사기극에 가담한 꼴이 된 은행원은 구속됐다. 지난달 24일 농협 J지점에서도 비슷한 인상의 남자가 박모 지점장을 찾아와 “54조원이 입금된 통장을 만들어 주면 50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뒤 돌아갔다. 동일범으로 보이는 이 사기꾼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수행원과 함께 접근했다. 청와대 직원의 명함을 내밀며 “국책사업의 소요자금이 비실명이어서 입금된 것으로 우선 처리해 주면 2∼3일 후에 송금하겠다.”고 설득했다. 거액의 사례비는 물론 승진을 돕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3억이상 입금땐 2인이상 간부가 확인 요즘 시중에 떠도는 국가 프로젝트 등을 운운하면서, 부자 고객의 자금유치 실적에 시달리는 은행원들의 심리를 파고 든 셈이다. 거래 기업의 급여이체 등을 흔히 선일자 거래로 처리하는 은행의 관행도 노렸다. 하지만 사기꾼이 놓친 부분이 있다. 우선 3억원 이상이 입금되면 전산입력과 동시에 2인 이상 간부가 입금확인 코드를 따로 입력시켜야 한다. 은행원들도 모르게 지점의 감사담당자에게는 입금 사실이 문자메시지로 자동 발송된다. 국민은행에서 금전적 피해가 없던 것은 이런 시스템 때문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열린세상] 불멸에 대한 욕망/김민숙 작가

    요즘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황우석 교수의 얼굴을 자주 본다. 심지어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예상투표까지 하고 있다. 물론 그의 빛나는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지금 난치병과 싸우는 사람들은, 그 연구결과가 가져올 기적을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릴 것인가. 거기다 그 연구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니 별 뾰족한 자원이 없는 이 나라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버릇처럼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는 가끔 오싹한 공포를 느낀다. 과학에는 무지하지만 인간의 저 야만스럽고 자제할 줄 모르는 욕망에 대해서는 웬만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그 줄기세포를 손상된 장기에 투입해 거부반응 없이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 이번 황 교수의 업적이다. 인간복제에는 생식용 개체복제와 치료용 배아복제가 있는데 황교수는 치료용 배아복제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줄기세포는 뼈나 뇌·근육·피부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줄기세포가 치료용으로 이어지려면 멀고먼 길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복제된 개체의 배아가 생명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로 그 업적의 중요성을 훼손할 생각은 없다. 1970년대 초반 무렵 텔레비전의 인기 외화시리즈로 ‘육백만불의 사나이’라는 게 있었다. 미국의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사고로 빈사 상태에 빠졌지만 600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최첨단 생체공학으로 양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은 초능력을 보유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는 그 능력을 이용하여 OSI 비밀요원으로 활약하는데, 그 꿈같은 초능력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복제니 줄기세포니 하는 말을 들으면 이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현실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난다. 신문에서는 날마다 저출산 현상을 걱정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심지어는 독신에게 독신세를 부과하자는 기특한 안을 낸 경제연구소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도 이상한 세상이니 세금내기 싫어서 아기를 낳거나 미혼모가 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여자의 평균수명이 80.4세이고 남성의 평균수명은 73.4세라고 한다. 사실상 비교적 건강한 체질을 가졌고, 운이 좋아 암같은 병에 걸리지 않고, 의료 혜택을 잘 받고, 거기다 가족의 보살핌까지 충분히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균수명보다 훨씬 오래 산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그 이유가 있다고 보아진다. 태어나 죽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어서 그 불가능해 보이는 불멸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원초적 욕망이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종교 또한 불멸에 대한 꿈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몸은 죽더라고 영혼만이라도 영생을 누리고 싶은. 무병장수는 소박한 인간의 소망이다. 장수에 대한 욕망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노년에 더욱 절박해진다. 유전자의 기본목적이 바로 생존이라니, 유전자 덩어리인 인간의 좀더 오래 생존하고자하는 욕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100세가 되고 120세가 될 거라는 미래 예측 기사를 읽을 때면 소름이 끼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말 무병장수가 좋기만 한 것일까? 병없이 건강한 사람에게 이제 90세이니 죽음을 준비하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늙고 몸이 아플 때 죽음도 그저 순순히 수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병들고 늙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은 본래 겸손한 존재가 아니다. 힘이 있고 능력이 있으면 못하는 것이 없다. 좀더, 좀더…라고 외치는 인간의 욕망을 견제할 어떤 도구가 있을 것인가. 차라리 가능한 한 자연스레 살다 더이상 품위를 지킬 수 없을 때 좀더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법과 의술의 발전을 기다린다면 너무 소극적이고 겁많은 인간인가. 황 교수는 이번 연구가 치료에 한한다고, 인간을 위한 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핵폭탄과 노벨상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불멸에 대한 인간의 야욕이 얼마나 집요하고 끔찍한지 짐작하는 사람이라면 내 앞서는 두려움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김민숙 작가
  • 공사비 부풀려 수십억 착복혐의 건설업체 2곳 수사

    의정부지검은 2일 고양시가 발주한 한국국제전시장 진입도로와 화훼단지 조성공사를 각각 맡은 S기업,T건설 등 2개 건설업체가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을 가로챈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S기업은 고양시 장항동 자유로∼한국국제전시장을 잇는 킨텍스전용도로 공사를 하면서 택지개발 현장에서 나오는 토사를 헐값에 사들여 매립하는 데 쓴 뒤 정상적인 가격에 토사를 구입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고, 매립량도 실제보다 부풀려 고양시로부터 7억 9000여만원의 공사비를 부정하게 타낸 혐의다. 또 T건설은 고양시 원당동 화훼단지 조성공사를 하면서 인근 건설현장에서 폐토를 반입해 매립하고 토사 구입비용을 실제보다 21억여원 과다 청구해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충청권 땅시장 과열 ‘투자 주의보’

    충청권 부동산 시장에 이상과열 열풍이 불고 있어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띠고 있다. 이용·개발 여건을 따져보지 않는 ‘묻지마 투자’도 여전하다. 승용차 접근도 불가능한 땅을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하반기 엄청난 보상액의 향배에 따라 충청권 토지시장은 다시 한번 출렁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시장 과열 위험 수준 넘어서 행정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연기군, 공주시 일대 시골 동네는 길이 없어 경운기조차 들어가기 어려운 맹지(임야)도 평당 10만∼20만원을 부른다.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진 땅도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 길옆 땅은 평당 30만∼40만원에 내놓았다.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다. 서해안 일대 토지 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당진 일대는 INI스틸이 고로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뒤 땅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태안반도 일대 땅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거래 규제가 강화되자 현지인을 내세운 불법 거래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일모 공인중개사는 “당진·서산 일대는 대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면서 “먼저 개발이 가능한지 따져본 뒤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행정복합도시와 대전 서남부권 개발에 따른 거액의 보상이 시작된다. 부동산중개업계는 “5조∼6조원의 돈이 쏟아지면 투자 열풍이 대전 주변뿐 아니라 홍성, 예산, 청양, 충북 보은, 청원 일대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상가 수익률은 추락세 이어져 투자 주의가 요구되는 분야는 근린생활시설. 대전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라고 할 수 있는 서구 둔산동 일대도 임대·분양이 안된 상가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1층 상가도 텅텅 비어 있다. 노은2지구 아파트 단지 상가도 빈 곳이 많다. 빈 사무실과 상가가 증가하면서 임대 수익률도 연간 5% 이하로 떨어졌다. 임대·매매 물건은 많으나 건물 가격은 오른 상태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부르는 값대로 투자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오진우 벤처부동산 사장은 “둔산동 바닥에서 임대가 안된다는 것은 대전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내주는 것”이라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상가 건물을 지은 투자자들이 가게가 나가지 않는 바람에 투자금을 날릴 판”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남북 저작물 합법적 유통 ‘첫발’

    지난 5∼7일 개성에선 작지만 의미 있는 회담이 하나 진행됐다. 회담에선 북측 장편소설 ‘황진이’를 영화화하는 계약과 남측에서 무단 출판됐던 소설 ‘림꺽정’ 저작권료에 대한 보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내용은 며칠 뒤 서울에서 발표됐지만, 언론에서 짤막하게 요지만 보도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동안 냉전이란 미명 아래 남북 양측간 무법 내지는 편법적으로 처리되었던 저작권이 본격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는 자리였다. 또 이후 남북간에도 국내 및 국제법적 저작권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지식상품을 생산 판매해야 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측이 저작권을 소유한 책·음반·영화 등을 사용중이거나 사용할 계획인 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사용한 업체도 보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북한 저작권 문제의 실상과 문제점, 업체들의 입장,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북한 저작물 생산, 유통의 실상 이번에 개성 회담을 주선한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따르면 남한에서 생산 유통중인 북한 저작물은 확인된 것만 해도 수백건에 이른다. 도서는 소설류나 고전, 역사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학술서적도 많다. 고전이나 역사 분야의 경우 북한이 국책 편찬사업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남한쪽보다 양적·질적으로 연구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남측에서 이미 출판돼 유통된 ‘고려사’‘림꺽정’‘황진이’ 등 몇몇 책은 수차례에 걸쳐 출판되기도 했으며,1개 출판사가 20∼30종씩 낸 곳도 있다.‘고려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북한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북에서 출판도 되기 전 남측에서 무단 출판돼 북한쪽 항의가 특히 거센 저작물이다.‘이조왕조실록’은 여광출판사가 100만달러란 거액을 주고 출판권을 따내기도 했다. 영화, 음악도 마찬가지.N사에선 한때 수백건의 북한 음악·영화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켰으나, 지금은 음악만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음반·연예사업을 하는 Y엔터테인먼트는 ‘반갑습니다’‘휘파람’ 등 남쪽에서 유행한 북한 노래를 무단사용해 보상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온 북한 저작물 90%는 불법 문제는 이렇게 유통되어 온 북한 저작물 중 90% 이상이 불법 생산된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중국 옌볜 지역 출판사 등을 통해 출판 계약을 맺거나, 옌볜대 또는 주립도서관, 서점에 비치된 저작물을 불법 복사한 것이 많다. 겉표지만 바꿔 그대로 출판된 책들도 많다. 지금까지 북한 저작물을 들여다 유통시키려면 저자가 북한에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그 증빙서류를 통일원에 제출, 승인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 절차를 밟은 경우는 10여건에 불과하다. 통일원 승인을 얻은 경우도 북한측에서 계약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 생산, 유통된 저작물에 대해 경문협은 북한측의 의뢰를 받아 보상 협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개성 회담에서 도서출판 사계절(대표 강맑실)이 ‘림꺽정’ 출판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계절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출판된 ‘림꺽정’ 저작권료로 15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대신 북쪽 작가 홍석중은 더 이상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일부 업체 억울하다는 입장.‘상호주의 위배’ 불만도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저작물을 들여왔으나, 그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출판사들은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소설 ‘황진이’를 계간 ‘통일문학’에 3차례 나누어 싣고, 단행본으로도 두 차례 출판한 대운서적 김주팔 대표는 “이미 2003년 북한 나진에서 북한 조선수출입사 사장과 계약을 맺고 돈까지 지불했다. 저자인 홍석중씨도 여기 동의한 근거자료도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또 “돈이 제대로 저자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약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며 “국제적 쟁의로 가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반갑습니다’ 등을 무단사용했던 Y엔터테인먼트 측도 이미 법원에 사용료를 공탁해 놓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호주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북측의 남쪽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고 남쪽 업체들의 책임만 묻는다는 불만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남쪽 출판사는 대부분 영세해 보상할 능력도 없는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북측의 남쪽 방송프로그램이나 가요 사용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문협 관계자는 “남북의 경제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건 남북화해와 교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이 동독에 배려를 아끼지 않았듯 북한 저작권문제도 그렇게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북한측도 최근에야 남쪽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것을 알고, 과거에 생산·유통된 저작물에 대한 보상 요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저작물 유통 활성화할 듯 이같은 보상협의가 진행되면서 북한 저작물의 무단 생산과 유통은 크게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을 꼭 거쳐야 하고, 이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적으로 책이나 음반을 복사해 유통시킬 수는 있겠지만 북측의 저작권 행사 의지가 큰 만큼 단속될 위험이 커졌다. 반면 정상적 절차를 밟은 저작물 생산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 저작물을 내고 싶지만 중국을 통해 계약을 맺기가 번거로웠고, 그렇다고 불법적으로 내기는 내키지 않아했던 업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 보리의 경우 ‘열하일기’‘박지원작품집’ 등을 낸 데 이어 북한측의 저작물인 조선고전선집에 속한 100권을 모두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몇몇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판을 희망하고 있다. 또 사계절, 실천문학, 문학동네 등에서도 역사·고전물 출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북측은 개성회담에서 경문협에 70여종의 저작물 목록을 제시하고 출판 계약을 중개해줄 것을 의뢰하기도 했다. 음반도 대중음악작가연대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토장의 노래’ 등 북측의 노래 12곡을 묶은 음반을 준비 중이다.‘심장에 남는 사람’은 정주영체육관 개관시 기념공연에서 조영남이 불러 주목을 받은 노래이고,‘토장의 노래’는 요즘 인기 절정의 ‘어머나’와 비슷한 분위기의 트로트로, 음반이 나올 경우 상당한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제작자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클래식 음악 연주 음반 제작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中企 새달부터 구조조정

    中企 새달부터 구조조정

    선택과 집중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정책이 다음달 발표된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의 후속판으로 보증제도 개편, 중소기업 신용정보 강화 등을 통해 지원 일변도의 정책이 점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29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체계 개선방안’을 마련, 다음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용보증기관, 금융기관, 중소기업 등에 대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주 넘겨받아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증지원, 얇고 넓게 정부의 중기 보증규모는 큰 변화가 없다. 대신 한 기업이 오랫동안 거액을 사용하는 것을 여러 기업, 특히 창업과 기술혁신 기업이 짧은 기간에 걸쳐 소규모 금액을 사용토록 바꿀 계획이다. 중기 자금지원이 적게나마 계속 느는데도 업체들이 느끼는 자금 사정은 악화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신용보증기금이 재경부에 내놓은 개편안은 보증기간 10년 이상, 보증금액 15억원 이상인 기업은 만기도래 시점부터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둬 보증에서 졸업시키는 방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보증을 이용해 왔던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여러 기준을 마련,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최종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증요율은 현 연 1%(기준보증료 기준)에서 2009년 2%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중기 관련 정보 강화 신용정보회사(CB)가 중기 관련 정보를 보다 많이 획득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된다.CB가 기업 관련 정보를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보다 쉽게 얻도록 하고 기업들이 정부 발주 공사 등 입찰에 참가할 때 CB 평가서를 내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 중이다. 현재 대기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이뤄지고 있으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정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CB가 활성화되면 은행의 담보대출 관행이 줄고 신용대출 규모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 경쟁력 확보에 중점 이번 대책은 경기침체의 원인 중 하나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나왔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구조조정과 대규모 설비투자 등을 통해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중기의 경우 정부 정책이 지원 일변도로 흘러 시장의 왜곡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전환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한계기업의 빠른 퇴출을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구상채권(기업이 은행에 진 빚을 대신 갚아 주고 보증기관이 기업에 대해 갖는 채권)의 원금 일부를 깎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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