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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바이 코리아’ 열풍 거세진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정확하게 3년 만에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국내총생산(GDP)과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시가 먼저 ‘1조 달러 고지’를 달성한 셈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달러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작년 말 1조 50억달러로 2007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1조 170억달러) 이후로 처음으로 1조 달러를 회복했다. 폐장일에 코스피지수가 2051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141조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134.8원으로 떨어지면서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가총액은 원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잇달아 경신했지만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1조 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7년 1조 1000억 달러를 훌쩍 웃돌았던 달러 기준 시가총액은 2008년에 들어서자마자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2008년 11월 20일 3220억 달러로 3분의1 토막이 나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주가회복 과정에서는 원화 기준 시가총액이 최저 477조원에서 작년 말 1141조원으로 139% 증가하는 동안 달러 기준으로는 212%(3200억 달러→1조 50억 달러) 급증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16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1100원대로 떨어지면서 외국인이 얻은 차익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유가증권 시가총액 1조달러’는 외국인에게 국내증시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작년 말 2051로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2064)를 불과 0.6% 코앞에 뒀지만, 달러 기준으로 국내증시의 ‘몸집’은 2007년 10월 20일 1조 1430억 달러에 14%가량 못미친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덩치가 사상 최대규모로 커졌음에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2007년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라며 “외국인으로서는 한국 증시가 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우리에게 코스피 2000과 외국인에게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며 “유가증권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안착하는 것으로 외국인들은 코스피지수 2000 안착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紅色’ 짙어지는 中

    “중국 공산당사(史) 속에서의 오늘은?” 새해 첫날인 1일 중국 주요 언론매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에 지금까지 없었던 코너가 일제히 개설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선전판공실과 중앙당사연구실이 주도해 개설한 ‘당사 속에서의 오늘’ 항목이다. 오는 7월 1일로 창당 9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의 ‘위대한’ 업적과 ‘휘황찬란한’ 역사를 국민들에게 알려 믿음과 결의를 통해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길을 더욱 확고하게 걸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개설 목적을 밝혔다. 1일에는 1953년 국민경제발전 제1차 5개년 계획의 시작과 1979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발표한 ‘타이완 동포에게 알리는 글’ 등 10여개 내용이 소개됐고, 2일에는 1983년 당 중앙이 발표한 ‘당면한 농촌경제 정책의 약간의 문제’ 등이 게재됐다. 이렇듯 올 한해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혁명정신을 강조하는 붉은 물결이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정 지도자들이 지난해 후반부터 서방의 민주화 압력 등에 맞서 중국특색사회주의를 견지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올해가 공산당 창당 90주년이라는 점에서 대대적으로 이를 기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내년 말 선출되는 이른바 ‘5세대 지도자’ 후보군 사이의 ‘홍색 찬양’ 열기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말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서기와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의 ‘홍색 경쟁’도 치열하다. 보 서기는 지난달 31일에도 농민공 자녀들과 함께 혁명가요를 부르는 등 태자당(혁명세대 당·정·군 지도자들의 자녀 집단)의 이점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왕 서기 역시 최근 들어 마오쩌둥의 ‘해방전쟁’을 강조하는 등 홍색문화 찬양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의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도 지난달 초 충칭을 방문, 보 서기의 홍색 캠페인을 극찬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제1차 당대회를 열어 창당했으며, 1941년부터 7월 1일을 창당 기념일로 내세우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차현지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차현지

    아저씨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 아이는 5개월짜리. 5개월 전에 아저씨의 정액이 아내의 질을 파고들어 거센 산성반응에도 끝끝내 굴복하지 않고 수정란을 착상시켰다. 5개월 전이라면 아저씨와 내가 종로 3가 나이스 모텔 205호에서 새벽 내내 서로의 배꼽 속에 손을 넣었던 때다. 나와 만나기 전날이거나 혹은 다음날에 아저씨는 아내와 같이 잠자리에 들었고 기계적인 성교를 했을 것이다. 아저씨의 아내는 궁색한 가짜 신음소리 내기에 바쁜 여자니까. 아저씨는 여자의 신음소리에 민감하다. 신음소리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에 편집증 환자처럼 집착한다. 그런 아저씨가 나를 좋아하는 까닭은 단 하나. 나는 가짜 신음소리 따윈 내지 않는다. 오로지 진심. 나는 진짜에게만 연다. 그것이 성대든 밑구멍이든 간에. 오늘 만나. 삐리릭. 교실 한구석에서 체육복을 베개 삼아 누워 있던 나는 문자를 확인하고 곧장 가방을 싼다. 든 것도 없는 가방을 메고 나는 교실 밖으로 향한다. 교문을 빠져나오는 도중에 아저씨에게 한 번 더 문자가 온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장소가 적힌, 매우 절약적인 문자. 럭셔리 라운지 모텔 507호. 아홉 시. 아홉 시까지, 아홉 시간이나 남았다. 그날도 여지없이 바람이 불었다. 아저씨와 만나는 날은 어쩐지 모르게 세찬 바람이 분다. 한반도가 원래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나? 아저씨는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그러게요. 치마 밑단이 바람에 너풀거렸다. 얘, 허벅지 다 보인다. 아저씨가 말했다. 알아요. 그냥 내버려 두는 거예요. 넌 참 미쳤구나. 그래서 이름이 미치인가 보구나. 아저씨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갔더니 장례를 다 마친 식구들이 둘러앉아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하나 둘씩 꺼내고 있었다. 넌 그새 또 어디 갔다 왔니. 그냥 잠깐. 나는 대충 둘러대고 방으로 들어갈 셈이었다.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가 안 보였다. 엄마, 할머니는? 하고 물어보려던 찰나, 내 방 문 틈새로 할머니의 굽은 등이 보였다. 굽은 등은 서서히 몸을 웅크리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떨었다.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나는 다음날도 아저씨를 만났다. 삼성동 명아장 모텔 313호. 시간은 오후 아홉 시. 나는 근처 화장실에서 교복 와이셔츠를 벗고 보라색 민무늬 원피스를 입었다. 바람이 찼다. 나는 여덟시 오십 오 분에 모텔에 도착했다. 내가 313호의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아저씨가 다 벗은 몸으로 누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 아저씨가 인사했다. 방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쾌적한 향내가 풍겼다. 오히려 첫 번째 갔던 곳이 적당히 촌스러우면서 마음이 편했다. 옷을 못 벗겠어요. 내가 말했다. 아저씨는 보라색 민무늬 원피스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벗겨냈다. 그리고는 내 몸 이곳저곳을 꾹꾹 누르듯이 만져댔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냥 참았다. 나는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몸을 열고 젖히고 오므리고 뒹굴었다. 두툼한 손가락처럼 두툼한 아저씨의 뱃살이 출렁거리며 내 피부에 닿았다. 남의 살을 맞대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아저씨의 거죽에 파묻혀 질식할 것 같았다. 물론 아저씨가 그렇게 뚱뚱하지는 않지만 그냥 남의 살결, 살 틈으로 새어나오는 냄새 같은 것이 어쩐지 두려웠다. 한 차례 사정이 끝나고 난 뒤에 아저씨는 모로 누워 담배를 피웠다. 그때까지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얘, 너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아저씨가 슬쩍 내게 말을 건넸다. 미치. 미치예요. 아아, 그래. 그래서 내가 너에게 미쳤다고 말을 했었지. 네에. 근데 전 미치진 않았어요. 그냥 미치일 뿐이에요. 음, 그래. 하지만 좀 특별한 이름이구나. 네에. 미카엘 같은 거랑 연관된 건 아니에요. 음, 그렇구나. 그렇다면 미치는 무슨 뜻이니? 미치는 그냥 미치인데요. 별 뜻은 없어요. 음, 그렇구나. 아저씨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대화를 끝내겠단 듯 자세를 고쳤다. 등 돌린 아저씨의 넓은 등짝이 우스워 보였다. 나는 아저씨의 담배를 빌려 등짝에 무어라 쓰고 싶었다. 등신이라고. 그때 아저씨 이름을 물어보면 좋았을 걸. 아직도 나는 아저씨 이름을 모른다. 장씨, 김씨, 윤씨, 최씨. 개중에 하나겠지. 여하튼 내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씨일 거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저씨의 두툼한 손가락과, 출렁이는 뱃살, 수염자국이 난 얼굴피부뿐이다. 정수리 근처가 조금 휑한 거나 금이빨로 된 어금니가 하나 있다는 것, 배꼽부터 무성한 털이 하반신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과 생각보다 발이 아담한 것, 그리고 오른쪽 팔뚝에 개에 물린 자국 같은 게 있다는 것까지. 아저씨의 흉터는 곧 아저씨의 이름이었다. 아저씨와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만났다. 만나는 장소는 서울 전역. 아저씨는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고심하여 장소를 물색하는 것 같았다. 한 번도 같은 동네, 같은 모텔을 반복해서 간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서울은 넓었다. 구석구석 늘어선 골목과 로터리가 답답할 정도로 복잡했다. 위로 세우고 벙커를 만들고, 한정된 공간의 쪽수를 넓히거나 한 칸짜리 공간을 좁히거나 하는 식으로 자꾸만 넓어져 가는 서울. 뚝딱뚝딱 완공이 끝나면 어디에선가 증축이 시작되고, 어딘가가 매끈해지면 다시 어딘가가 더럽혀졌다. 더럽혀진 부분을 메우는 동안 또 어딘가가 파괴되고 무너져 갔다. 할아버지는 폭설이 내리던 날, 보도블록에서 미끄러져 죽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병원으로 후송된 지 십 칠 분 만에 사망선고를 받았다. 가족들은 오래 살다 가셨으니 여한 없으시리라 판단, 호상이라 여기며 잔칫집처럼 장례를 치렀다. 여기저기서 웃고 떠들고 화투 패를 돌리고 거나하게 취해 노래를 불러대고. 삼일 중 이따금씩 곡소리가 들렸으나 그것도 매우 형식적이었다. 하하호호 웃다가 누군가 곡소릴 내면 얼마간 따라 울어주고, 딸꾹질 멈추듯 뚝 그치면 다시 하하호호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내가 밖으로 빠져나와 교복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순간, 아버지가 홀연히 담배를 물며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보는 별은 참 폼이 안 나. 아빠는 소주가 담긴 종이컵을 조심스레 한 모금씩 마셨다. 아빠의 왼손에 달린 담배가 빨간 불씨를 태우며 양복바지를 위협했다. 그거 탈 거 같은데. 내가 말했지만 아빠는 듣지 못했다. 염병할 양반. 보도블록에서 고꾸라지기는. 아빠는 색색의 벽돌이 지그재그로 놓인 보도블록을 얼마간 쳐다보다가 가래침을 뱉었다. 카악, 퉤. 아직 녹지 않은 눈에 가닿은 가래침은 희부연 노란빛을 풍겼다. 아빠는 다 태우지도 않은 담배와 함께 종이컵을 집어 던졌다. 소주가 바닥을 치고 튀었다. 아빠는 불콰해진 얼굴을 하고 다시 식장 안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아저씨에게 문자를 넣었다. 아저씨 뭐해요. 그러나 답장은 오질 않았다. 실은 한 번도 먼저 연락해 본적이 없었다. 뭐하냐고. 역시 묵묵부답. 차라리 보내지 말 걸, 두 번씩이나 씹혔다. 쪽팔리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도착했다. 미친이구나. 오늘 만날까? 미친이라니, 내가 분명 미치지 않았다고 했을 텐데. 미친 아저씨. 나는 눈에 젖은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곧장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성이는 동안 아빠는 병원 건물 귀퉁이 어딘가에서 토를 하고 있었다. 아빠는 대충 토하는 것을 마치고는 보도블록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얼굴 표면이 토사물 범벅이었다. 아빠의 긴 속눈썹에 연주황색으로 변한 실파가 붙어 있었다. 더럽게시리. 나는 다시 대로변으로 눈길을 돌렸다. 택시는 쉽게 잡히지 않았고 나는 얼마간 더 병원 앞에 서 있어야 했다. 한쪽 손을 기계처럼 흔들면서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빠 말대로 별 몇 개가 우스운 크기로 떠 있었다. 저게 무슨 별이야. 그러는 사이에 택시가 잡혔다. 어디 가십니까? 하고 물어오는 택시 아저씨에게 별 보러요, 라고 말할 뻔했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삼일 내내 나는 아저씨를 만났다.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섹스가 전부였고, 섹스가 끝나고 치르는 비릿하고 울적한 냄새들을 소멸시키는 일에 신경 쓰느라 내 가방 속에 구겨져 있을 교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 아저씨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손가락으로 시트자락을 빙글빙글 말았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대꾸를 해야 될까 하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저씨에게서 아내 얘기를 그만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왜 애를 가졌어요? 내가 아저씨 배꼽에 손을 집어넣고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아저씨는 간지러웠는지 실실 웃으며 좌우로 몸을 배배 꼬았다. 내가 가진 건 아니고 아내가 가진 거지. 아저씨는 말했다. 그렇지만 아저씨 꺼가 필요하잖아요. 음, 그렇긴 하지만 뭐 그거랑 그거랑 같은 일로 봐서는 좀 그렇지. 그거랑 그거랑 원래 같은 거 아니에요? 그걸 해야지 그걸 할 수 있잖아요. 에이, 하지만 언제나 그걸 하려고 그거 하는 거 아니잖아. 아아, 하긴. 우리도 그거 하려고 그거 하는 거 아닌 것처럼요? 으응, 그래 맞아. 골치가 아픈 일이지, 그거는. 우리는 너무나 많은 그거를 사용했고, 나중에 가서는 굳이 그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까지 그거 타령을 했다. 그러다가 대화의 종반부에서는 그거가 무엇을 뜻하는지, 어디에서부터 그거를 그거로 불렀는지, 그거가 그거가 아닌 다른 그거인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대화를 마치고 다시 등을 돌려 누웠을 때, 아저씨의 등과 내 등이 맞닿았다. 나는 차갑고 아저씨는 뜨겁다. 섹스를 하고 나면 아저씨가 차가워지고 내가 뜨거워진다. 척추를 나란히 두고 우리는 열과 냉을 반복적으로 옮겼다.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가는 기분이었다. 아저씨도 참 후졌다. 내가 말했다. 아저씨의 등줄기가 움찔했다. 글쎄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아내가 만든 거라니까. 아저씨가 발로 내 종아리를 간질였다. 굳은살이며 티눈이 박인 피부 표면이 까끌까끌했다. 어떻게 하면 애를 낳을 생각을 해요? 너무 구려. 너무 너무 구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어떤 시대기는, 잘 먹고 잘사는 시대지. 너무 구려. 태어나는 일 자체가 구린 시대예요, 지금 이 시대는. 미치. 너는 너무 어린데, 너무 많은 걸 봤어. 그러니까 지금 이러고 있잖아요. 씨발. 나는 울먹였다. 아저씨가 발로 장난치는 것을 멈추었다. 다시 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 애 낳으면 나 꼭 보게 해줘요. 음, 그래. 그럴 수 있다면 뭐, 그렇게 해보지. 아저씨는 말을 이으며 침대를 빠져나갔다. 어디가요? 똥 누러. 아저씬 왜 만날 그렇게 똥을 싸요? 모르겠어. 난 너만 보면 똥이 마려워. 아내 앞에서는요? 집이건 회사건 똥 싸는 일이 고역인데, 난 너만 보면 똥구멍이 빠져버릴 거 같아. 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똥을 싸고 싶어 재빠르게 화장실로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나만 보면 똥이 마렵다는 아저씨. 나는 또 한번 아저씨에 관한 흉터를 진하게 새겼다. 똥냄새를 풍기며 침대로 돌아온 아저씨와 뒹굴다가 말고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여든 여덟의 할아버지와 함께 육십 년을 살아온 할머니. 할머니는 일흔 일곱. 열한 살 연상의 남편을 마주 대하며 겪었을 무수한 고통을 유순한 고집과 무지한 강직함으로 이겨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삼 년 전에 서울로 올라왔다. 평생 동안 밭을 일구고 소를 키우며 지냈던 고향을 저버린 것은 할머니의 류머티즘 관절염이 심해진 탓이었다. 밭을 안 일구면 되지 않냐, 그냥 일 안 하고 시골에 계속 계시면 안 되냐, 하고 심술을 툴툴 부린 내게 엄마는 꿀밤을 먹였다. 네가 시골에 가서 한 번도 살아보질 못해 이러는구나. 시골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일이다. 일을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곳이야. 등불이 없는 동굴 같은 곳이라고. 그렇지만 친하지도 않은 어른들과 함께 부대껴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걱정 마. 따로 모실 거니까. 따로 사는 데엔 나보다 엄마 몫이 더 컸다. 아빠는 미적지근하게 그러지 뭐, 하며 우리 집 근처에 값이 싼 아파트를 골라 전세계약을 했다. 십육 평형 아파트는 지은 지 이십 년이 넘었다. 군데군데 갈라진 틈새며 월마다 꼬박꼬박 작동 점검을 하는 엘리베이터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것 때문에라도 할머니 집에 잘 가지 않았다. 가끔 식용유나 세제 같은 걸 사들고 가는 아빠에게 거기 귀신 나올 것처럼 음산해, 라고 말하면 아빠는 내 콧잔등을 쿡 치면서 노인네들 잠자리 뒤숭숭하게 함부로 말 놀리지 말라고 대답했다. 그깟 귀신, 어차피 동년배들 아니겠어? 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할머니 집 전세계약이 얼마 안 있어 끝날 참이었다. 재계약 여부에 대해 곰곰이 따지고 있던 엄마는 되레 계약기간 전에 죽어버린 할아버지를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조금 원망하기도 했다. 엄마는 짐들이 가득 들어찬 다용도실을 대충 비워내고 할머니가 덮을 이불을 마련했다. 할머니는 풀지 않은 짐짝처럼 더욱 몸을 웅크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때때로 자정에 가까운 시간, 내가 비릿한 정액 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들어오면 건넌방에 있던 할머니가 빠끔히 문을 열고 나를 들여다봤다. 내가 왜요? 라는 기색으로 노려보면 이내 주춤거리는가 싶게 눈을 피하다가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다시금 내 쪽을 살폈다. 내가 한 번 더 뭘 봐요? 라는 표정으로 찌릿, 눈빛을 쏴주면 그제야 다 알겠다는 듯 체념한 얼굴로 방문을 닫았다. 기분 나빠. 내가 닫힌 방문 틈새로 들릴 만큼 크게 말했다. 그럼 방문 너머로 할머니가 쪼그라든 풍선처럼 한숨을 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별 몇 개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옹졸하게 쪼그라든 것이 언젠가는 점점 작게, 그보다 더 작게, 그래서 결코 보이지 않을 것처럼 아득해질 것만 같았던 별들. 마치 할머니의 쪼그라든 유방처럼. 너네 엄마니까 네가 알아서 해. 안방에서 언성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구질구질한 부부싸움이 또 시작됐다. 카악, 퉤. 아빠의 가래침 뱉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어디서 뱉어 진짜? 엄마가 이전보다 한 톤 높게 소릴 질렀다. 카악, 퉤. 카악, 퉤. 의식적으로 가래를 뱉다가 사래 걸린 아빠가 연신 밭은기침을 토했다. 조금 과장이다 싶게. 나는 방밖으로 나가볼까 하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웠다. 모텔과는 다른 차원의 이불을 손끝으로 매만지다가 말고 할머니가 궁금해졌다. 엄마 아빠는 아무래도 버려진 짐짝처럼 놓인 할머니 따위는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미친 엄마 아빠. 나는 방문을 열고 건넌방에 있는 할머니를 살핀다. 방문이 미세하게 열려 있다. 아마도 할머니가 직접 살짝 문을 열어 놓았을 터. 문과 문턱이 아귀가 딱 맞게 붙어 있지 않고 약간 틈을 벌리고 있다. 그 미세한 틈처럼 할머니는 숨을 쉬고 있는지 몰랐다. 사방이 막힌 곳에서, 끝없이 유입되는 물세례에 허덕이듯이. 할머니 서럽겠다. 짝이 없으니 얼마나 비참하겠어. 네 아저씨는요? 아저씨의 귓불을 빨면서 내가 물었다. 그건 여자에게만 국한된 일이야. 남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아예 머릿속에 그런 게 없어. 이 사람 없으면 죽겠다 싶은 그런 게. 결혼 왜 했어요? 내가 묻자 아저씨는 뜸을 들였다. 글쎄, 돈을 모아야 하니까. 그리고 어쨌든 옆에 사람이 있어야 좋지 않겠어? 남자란 게 그래. 챙겨주고 입혀줄 사람이 꼭 필요하지. 좆나 후졌네, 남자들이란. 내가 말을 마치자 아저씨가 깔깔 웃었다. 뭐가 웃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기분이 나빴다. 미친 아저씨. 뭐 이런 게 다 있지? 덜 말린 해초처럼 무성한 아저씨의 풀숲을 헤치다 말고 나는 입을 뗐다. 입술에 빳빳한 음모가 달라붙었다. 에이, 좀더 해주지 그래. 아저씨가 눈을 감은 채 말했지만 나는 그냥 일어났다. 반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된 화장실로 들어가 온몸을 빡빡 문질러대며 샤워를 했다. 아저씨가 따라 들어왔다. 에이, 미치. 섭섭하게 왜 그래. 아저씨가 내 팔뚝에 묻은 거품을 닦으면서 품에 안으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샤워기를 아저씨 방향으로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아저씨 살갗에 닿았다. 앗 뜨거워. 아저씨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오늘은 안 할래요, 피곤해요. 저리 가요. 이제 만지지 마요. 아저씨는 몸에 묻은 물기를 털고 아쉬운 표정으로 나갔다. 내가 샤워를 마치자 아저씨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미치. 앞으로 삼주 정도 못 봐. 나는 왜냐고 물어보려다 그냥 말았다. 아내랑 여행을 갈지도 모르겠어. 아무래도 애 낳기 전에 좀 돌아다녀야 될 것 같아서. 애가 나오면 피곤해지잖아. 나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매만지며 물기를 닦았다. 외국을 다녀올까 해. 연차랑 휴가 당겨쓰니까 삼주 정도 여유가 생기더군. 나는 대충 로션을 찍어 바르고 옷을 챙겨 입었다. 가방 속에 든 교복을 입을까 하다가 그냥 관두었다. 아내가 더블린에 가고 싶다네. 난 애초에 더블린이 어디 박혀 있는 덴지도 몰랐다니까. 그냥 동남아 일대나 둘러보고 올 것이지, 무슨. 대충 스타킹까지 신었다. 주머니를 쑤셔 담배를 찾았다. 아저씨가 담배를 건넸지만 무시했다. 삼주 뒤엔 웃으며 보자.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명랑해서야. …… …… 삼주 동안 똥 못 싸서 어떡해요? 그러게. 그걸 생각 못 했네. 아저씨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픽 웃었더니 아저씨가 갑자기 나를 들어 침대 중앙으로 눕혔다. 아직 화 안 풀렸거든요? 내가 말해도 묵묵부답. 아저씨가 좋아하는 보라색 원피스가 내 몸에서 멀어졌다, 부득이하게. 아저씨는 이전보다 더 맹렬하게 내 몸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그때 처음으로, 진짜 신음소리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엉덩이에 푸른 멍이 흉터처럼 들어 있었다. 언제고 지워질 것이 빤한 흉터가. * 아저씨는 정말 삼주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는 오랜만에 학교엘 갔다. 책상에 엎드려 잘까 하다가 그냥 수업을 들었다. 의자에 등을 펴고 앉아 있었지만 역시 좀이 쑤셨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종이 쳤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애들이 자리로 가 책상을 정돈했다. 아직 선생이 오질 않았다. 틈을 타 가방을 몰래 들고 빠져 나왔다. 이제 어디든 갈 곳을 찾아야 했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걸었다. 쎄미였다. 나도 데려가. 미친년. 귀찮게시리. 우리는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어디 갈 건데? 몰라. 뭐야, 시시하게. 그럼 나 따라와. 그러든지. 우리는 번화가 로터리에서 내렸다. 쎄미는 지하철역으로 나를 데려가더니 역사 안 물품보관함에서 옷을 꺼냈다. 초록색 미니 원피스였다. 넌 갈아입을 거 없어? 나는 가방 안에 든 보라색 민무늬 원피스를 꺼내 보였다. 우리는 쌍방울자매처럼 원피스를 맞춰 입었다. 쎄미가 아이라이너와 립스틱을 주었다. 나는 어설프게 아이라인을 그리고 립스틱을 발랐다. 우리는 피시방으로 갔다. 모니터 한 대를 앞에 두고 나는 쎄미가 게임하는 걸 지켜보다가 졸았다. 얼마 안 있어 쎄미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 나가자. 시계를 보니 일곱 시였다. 번화가 로터리는 반짝이고 있었다. 온갖 조명 세례에 비둘기들은 나뭇가지 위로 종적을 감췄다. 보도블록은 연이어 뱉은 껌들과 담배꽁초로 넘쳐났다. 쎄미는 로터리 변방에 있는 건물로 나를 인도했다. 색이 누런 간판에 조명도 시원찮은 것이 딱 학생들이 숨어 술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짜리몽땅한 할머니가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손짓으로 인사를 했다. 쎄미가 샐쭉이 웃어 보이며 익숙하게 소주 두 병과 부대찌개를 시켰다. 할머니는 그제야 태연히 일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가방 안에 있던 담배를 올려놓고 주변을 살폈다. 태반이 고등학생들처럼 보였다. 잘 하지도 못 하는 술을 마시며 저들끼리 신나게 놀고 있었다. 쎄미는 재떨이를 제 앞에 가져다 놓고 그새 담배를 두 대나 피웠다. 나도 라이터를 꺼내 담뱃불을 붙이려는데 어디선가 쎄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쎄미, 오랜만이다. 쎄미가 남자애 둘에게 알은 체를 하며 나를 쳐다봤다. 옳다구나, 같이 놀자는 소리로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가 큰 자식이 쎄미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뒤이어 눈썹이 숯덩이처럼 진한 남자애가 내 옆자리에 비집고 들어왔다. 그새 할머니가 전골냄비가 올라간 부르스타를 들고 와서는 퉁명스레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쎄미와 그 옆에 앉은 꺽다리가 계속해서 술잔을 기울였다. 취하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수저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숯덩이 눈썹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담배를 피웠다. 자박한 국물에 퐁당퐁당 빠져 있는 햄 조각과 두부, 콩나물과 양파. 찌개는 어쩐지 팔팔 끓여도 맛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앞에 두 사람이 기어이 취한 척을 하며 서로 부둥켜안을 때쯤 나는 수저를 들어 국물을 맛보았다. 그랬더니 옆의 숯덩이도 냄비에 제 수저를 꽂았다. 나는 맥주에 콜라와 소주를 조금씩 섞어 숯덩이에게 주었다. 숯덩이가 고마워하며 답례로 자신도 타주겠다고 했다. 각자 서로가 타준 폭탄주를 마셨다. 어쩐지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었다. 쎄미와 꺽다리는 팔짱은 물론 어깨동무며 심지어는 서로에게 입술까지 드밀며 야단이었다. 소주를 일곱 병쯤 마셨던가. 그 와중에도 쎄미가 자리를 뜰까봐 손을 꼭 부여잡으면서 집에 바래다주겠다는 꺽다리가 숯덩이에게 눈질을 보냈다. 무언의 암시 같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거행된 약속이 있었던 듯싶다. 쎄미는 비에 젖은 이불처럼 꺽다리의 팔뚝에 안긴 채 실려 나갔다. 이윽고 숯덩이와 나만 남았다. 숯덩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쭈뼛거렸다. 우리도 일어나지 뭐. 벌써 가게? 그럼 더 있으려고? 시간 별로 없어. 밤은 못 새. 숯덩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벅였다. 유치한 반응. 어디로 갈 건지는 정했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숯덩이. 아, 이래서 어린애들은 귀찮다. 다 정한 거 알고 있거든. 모텔로 갈 거 아니야? 일 치르곤 만나 해장할 거 아니었어? …… 그리곤 쎄미랑 나랑 누구 가슴이 더 컸는지 낄낄거리겠지, 뭐. 안 봐도 빤해. …… 빨리 계산하고 나와. 너구리굴처럼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을 헤집고 나와 건물 앞에서 숯덩이를 기다렸다. 숯덩이는 쭈뼛거리며 나왔지만 안절부절 갈피를 못 잡았다. 앞장 서. 내가 말했다. 그래도 돼? 어, 원래 이러려고 했잖아. 내가 인상을 쓰자 숯덩이가 이내 내 손을 잡았다. 손은 잡지 마. 숯덩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냥 말자. 숯덩이가 말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영화관에 들어갔다. 심야시간대에 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가 잠시 졸았다. 조는 내내 숯덩이가 내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박력 없기는.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숯덩이가 팝콘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릴 쯤에 나는 숯덩이의 팔목을 거세게 붙잡고는 그를 이끌었다. 어디 가려고? 심심한데 그냥 DVD방이나 가든지. 우리는 영화관에서 가장 가까운 DVD방으로 들어섰다. 프런트에서 계산을 하는 숯덩이 몰래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숯덩이와 몸을 섞고 난 뒤에도 아저씨에게선 답문이 없었다. 정말이지 짜증나. 나는 검은 소파에 누워 말했다. 숯덩이가 휴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말고 멈칫했다. 그리곤 내 쪽을 쳐다보며 눈을 흘긋거렸다. 화면에는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게 비쳤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러닝타임이 긴 시리즈물을 선택한 것이 후회가 됐다. 숯덩이가 슬금슬금 내 옆에 드러누웠다. 너 이만 가봐. 싫은데. 그럼 걍 닥치고 가만히 있든지. 어차피 나도 뺑이 치는 거야. 오전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되거든. 학교는 안 다니니? 너야말로 학교 다니는 년이 이러고 다니냐? 등신. 너만큼 구린 애 아니거든, 나. 웃기고 있네. 됐다. 그만 말해, 입만 아파. 딱 봐도 사이즈 나와. 나는 뭐 누나들이랑 안 놀아본 줄 아냐. 뭐라고? 나는 울컥 화가 났다. 나는 대충 윗옷을 걸쳐 입고 DVD방을 나왔다. 숯덩이는 자는 건지 자는 척을 하는 건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새벽 다섯 시였다. 거리는 아직 깜깜했다. 추위 탓인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드문드문 건물 앞 계단에 누워 토사물을 흘리며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으나 거리는 한적했다. 나는 터벅터벅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은 아직 운행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내려진 셔터에 기대고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어쩐지 발가벗은 느낌이 들었다. 숯덩이는 내 몸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주던 아저씨의 손길을 느낀 것일까. 내 몸에 남겨진 아저씨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쪽팔리게, 정말 후지게 자꾸만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아저씨를 만난 건 레코드 가게에서였다. 아담했지만 역사가 오래된 레코드 가게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다. 섹션별로 잘 나눠진 음반들은 가게 주인의 손을 거쳐 가지런히 정리되었고 새로운 주인에게로 입양됐다. 주인은 내가 오면 리패키지 앨범이나 베스트 앨범, 내가 모르는 희귀 앨범을 꺼내 들려주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아저씨를 보았다. 존 레넌의 사망주기 30년을 맞아 아저씨는 비틀스의 앨범을 사러 왔다고 했다. 주인은 LP로 된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을 꺼내주었다. 아저씨는 보물 다루듯 LP를 매만졌다. 그거 복사본 같은데. 내가 다가가 이 말을 전하기 전까지는. 아저씨는 내 쪽을 살피며 무슨 상관이냐는 듯 쳐다보았다. 제가 아는데요. 20년 전에 들어온 건 정식판 거의 없어요. 다 해적판이지. 그리고 진퉁이라 쳐도 몇 억 넘을 걸요? 그냥 작년에 나온 리마스터 앨범 사세요. 저 같으면 그거 안 사요. 내가 말을 마치자 아저씨는 피식 웃으며 LP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마친 아저씨는 앨범을 구경하고 있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이봐, 진퉁. 같이 나가지? 그리고 우리는 곧장 모텔로 향했다. 미치. 론리하츠클럽이란 밴드 아니? 비틀스 노래 제목이잖아요. 후추상사의 밴드. 물론 한국에 그 제목을 딴 인디밴드가 있단 건 알아요. 아니. 론리하츠클럽이란 밴드가 낸 책이 있어. 그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비틀스의 노래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지. 그 속에 든 여자주인공 이름도 역시 비틀스의 노래에서 따온 거야. 루시나 리타 같이.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이 밴드가 남아프리카 출신들이란 거야. 그래서 번역본을 구하긴 힘들어. 그 튼실한 내용의 책은 읽은 사람들마다 모두 엄지를 치켜든다고 해. 더 신기한 건 뭔 줄 아니? 소속된 밴드 팀원이 단 한 명이란 거야. 뭐야. 나머지는 다 세션이에요? 그 밴드는 공연 안 해요? 응. 그 밴드는 단 한 번도 공연을 한 적이 없어. 그 밴드의 업적이라곤 책 낸 게 끝이야. 그게 뭐가 밴드예요. 그냥 작가지. 그러게. 하지만 그 사람이 우기면 밴드겠지. 마치 네 이름이 미치가 아닌데도, 네가 줄곧 미치라고 우기는 것처럼 말이야. * 아침 7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고 몰래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데 어쩐지 고요했다. 방문을 열고 둘러보니 집엔 아무도 없었다. 꺼놨던 핸드폰의 전원을 켜니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문자가 잔뜩 와 있었다. [미친년. 집에 들어오기만 해.], [네 방에 있는 CD 다 갖다 버리기로 결단 내렸다.], [평생 네 멋대로 하다가 죽어. 여한 없이 그렇게 살아라. 부럽다.], [엄마아빠 오늘 등산 가니까 네가 할머니 밥 좀 챙겨드려. 것까지 안 하면 넌 정말 죽는다.] 나는 할머니 방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할머니는 축 늘어진 미역처럼 장롱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기척도 못 느끼셨는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큰 소리로 두어 차례 할머니를 부르자 그제야 어깨를 움찔하는 할머니. 저 왔어요. 밥 드셔야죠. 할머니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아차. 원피스를 교복으로 갈아입는다는 걸 깜빡했다. 생각해 보니 허접한 실력으로 그린 아이라인도 엄청 번져 있을 것이었다. 밥 챙겨드릴게요. 좀만 기다리세요, 하고 방문을 닫으려는데 할머니가 허공에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오라는 눈치인가 싶어 나는 대충 눈 밑에 번진 아이라인을 손으로 닦고 할머니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할머니의 주름이 징그러울 정도로 많았다. 내 어깨보다 한 뼘은 더 작아 보이는 할머니의 어깨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할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내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사람의 피부라기엔 어색할 정도로 꺼끌꺼끌했다. 뭐 해드릴까요? 정적을 깨고자 몇 차례 여쭈어도 할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몇 달 전 백내장 수술을 한 할머니의 눈동자는 부옇게 흐려 보였다. 나는 질문하는 걸 포기했다. 할머니는 다시 장롱에 머리를 기대었다. 할머니는 조만간 부서질 박제나비 같았다. 할머니의 눈가와 손, 입술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생각보다 더 깊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계실 때도 이렇게 주름이 많으셨나. 이곳에 와 있는 것이 가뭄처럼 답답하고 숨 가쁠 할머니. 할머니는 아침마다 이렇게 장롱에 머릴 기대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살아 있긴 한 걸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희정아. 할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잘 지내야 된다. 단디 몸 챙기고. 매사 조심하고. 매사 감사하고. 알제. 어쩐 일인지 눈꺼풀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방으로 돌아오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도대체 왜 우는 걸까? 이해가 안 됐으나 눈물은 더 솟구쳤다. 접을 수 있다면 잠깐 시간을 접어놓고 싶다. 정말 구리고 후지다. 나는 집전화기로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가 받아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한다. 아저씨의 아내가 받는다면 나는 다 폭로할 것이다. 아저씨와 나는 비틀스를 공유한 사이라고요. 론리하츠클럽이란 밴드 아세요? 남아프리카에 있는 원맨밴드를 아시냐고요. 그런 것도 모르면서 임신은 왜 해요? 그렇게 안정적인 게 좋으면 차라리 소파랑 결혼을 하셨어야지. 아저씨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고요. 신호가 계속 가는 동안 나는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아저씨가 받는다면 이제 아저씨와는 정말 끝이라고 말해야지. 아저씨의 똥배를 참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라고. 아저씨도 똑같아. 부인 앞에선 똥도 못 눈다면서 여행은 왜 같이 가요? 왜 나한텐 아저씨 이름도 안 알려줘요? 치사하게 산다. 치사 빤쓰다, 정말…… 그리고 달칵. 수화기 너머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네, 한창길입니다. 아저씨 목소리다. 한창길이라는 이름은 어색하지만 이건 분명 아저씨의 목소리다. 내가 수없이 핥았던 목에서 나는 그 소리 맞다. 허나 나는 한창길이란 이름을 모른다. 그런 이름일랑 들어본 적도 없다. 말씀하세요, 누구시죠? 그러니까. 저는. 저는요, 아저씨. 저예요, 미치…… 그러나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아저씨의 번호를 지웠다. 아마 얼마 안 있어 아저씨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 내게 시간과 장소를 문자로 보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의 번호를 지웠다. 아뿔싸. 이렇게 깔끔할 수가. 잠을 자는 동안 모든 걸 지워야지. 아저씨의 배꼽이 따뜻했다는 것 정도만 남겨두고. 다른 건 다 열여덟이라는 전투의 군사기밀이라 생각하고 블랙박스에 가두어 사장시켜야지. 나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집전화가 요란스레 울리기 시작했다, 한참동안이나. 짜증나게. <끝〉
  • “여자가 되고파”…스스로 성전환 청년 ‘발칵’

    성정체성 혼란으로 고민해온 영국의 20대 남성이 집에서 스스로를 ‘거세’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영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더비셔 체스터필드에 사는 보안상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22세 청년이 스스로 집에서 성전환수술을 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전했다. 성전환술은 숙련된 전문의가 환자를 전신마취 시킨 뒤 진행하는 정밀한 수술이지만 이 남성은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다가 우발적으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남성은 ‘거세’한 지 24시간이 지난 그 다음날에서야 응급실을 찾았다는 사실. 차를 몰고 홀로 병원에 온 청년은 “여자가 되고 싶어서 집에서 성기를 잘랐다.”고 담담히 고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자른 성기를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공원 주차장에 버렸다고 고백했으며 “끔찍한 고통을 마취도 없이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 “예상할 만큼 까무러치게 아프진 않았다.”고 태연하게 대답해 주위를 한번 더 놀라게 했다.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이 남성은 현재 퇴원한 상태다. 의료진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면서 “감염이나 출혈로 인한 쇼크 위험이 있기 때문에 거세는 절대 시도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광고·콘텐츠 확보 경쟁… ‘승자의 저주’ 현실화되나

    광고·콘텐츠 확보 경쟁… ‘승자의 저주’ 현실화되나

    31일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와 보도채널 1개가 선정됨에 따라 미디어시장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치열한 ‘생존투쟁의 시대’로 접어들어 ‘승자의 저주’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교차한다. 신생 매체가 5개나 쏟아지는데, 이를 뒷받침해 줄 광고시장은 신통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때문에 2~3개 정도의 신규매체만 소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무려 4개의 종편채널이 선정된 데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보도채널은 1개만 선정돼 공정성 논란을 키운다. 당장 ‘짜여진 각본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선정결과 발표 이전부터 종편은 최대한 많이, 보도채널은 아예 선정하지 않거나 1개만 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연합뉴스는 공교롭게도 예비사업자에 대한 청문심사일인 26일 직전에 전 일간지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광고를 냈다. 한 탈락 사업자 측은 “보도채널의 경우 애초에 글로벌 경쟁력 항목은 배점에서 6%에 불과했는데, 청문심사 직전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낸 공문에는 주요 평가지표로 적혀 있었다.”면서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힘 있는 종편은 절대평가, 만만한 보도채널은 상대평가’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 쏠림 우려도 크다. 야당 몫 방통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진 ‘반쪽 의결’에서 알 수 있듯, 심각한 분열 후유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중립성 훼손과 원칙 부재’를 들어 선정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신규 사업자들 또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먹거리’(광고)다. 광고시장이 크게 늘지 않는 한 파이를 더 잘게 잘라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지상파 방송은 물론 기존 프로그램 공급자(PP)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당장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 ‘소폭 올리되 광고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잡힌 것도 KBS의 ‘강력한 견제구’라는 말이 나온다. 중간광고 허용 등 ‘무더기 종편’ 안착을 위한 특혜조치들이 이어질 경우 반발 강도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종편만 방송이고 우리는 방송도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신생 매체들이 좋은 번호대와 의무 재전송까지 요구할 경우 기존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은 “채널편성권을 침해당한다.”며 반발할 게 뻔하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도 넘어야 할 과제다. 경험이나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몇몇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양산될 우려가 높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간판 스타급 연예인은 자신의 몸값을 3배 이상 부르고 있다.”며 “종편은 비싼 외주제작 비용 때문에 자사 채널방송분 말고 2차, 3차 판권은 외주제작사에 내주게 돼 초기에는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방송업계에서는 종편 스카우트 대상이 거론되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핵심 인력에 대해서는 각서까지 받아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그렇게 하더라도 자체 생산 콘텐츠로 방송시간을 채울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기존 지상파들조차 24시간 방송을 노리고 방송시간을 야금야금 늘리고 있지만, 대개는 재방송이나 편집방송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처럼 극우 상업방송 폭스뉴스가 등장하고, 일본의 저가 프로그램 수입이 허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동시에 신규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이나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파다하다. 조태성·안동환기자 cho1904@seoul.co.kr
  • 김영란 권익위원장 기용 참신… 종편 파장 물타기 지적도

    김영란 권익위원장 기용 참신… 종편 파장 물타기 지적도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마지막 날 쫓기듯 개각을 단행했다. 1월 초 개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지만 해를 넘기지 않았다. 당초 개각대상은 네 자리(감사원장, 문화·지경부장관, 국민권익위원장)였다. 장관급에서만 두 자리(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가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장관급 여섯 자리의 얼굴이 바뀌면서 인사폭도 예상보다 컸다. 청와대는 2011년부터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진용을 갖추고 일하기 위해 연내 개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연초까지 개각설이 이어지면, 자칫 일하는 분위기가 깨진다는 점을 의식해 인사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신설된 국가위기관리실장 등 청와대 인사까지 한꺼번에 연내에 끝낸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날 발표한 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의 파장을 우려해 ‘물타기’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등에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전격적인 개각 발표로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종편·보도채널 사업자에는 보수·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매체만 모두 선정됐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인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종편발표와 이것(개각)은 전혀 연계 요인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개각 내용 자체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홍준표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2012년 총선·대선 일정을 감안해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측근인사를 배격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요구해 왔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청와대 전·현직 수석을 비롯해 이른바 ‘MB맨’들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하거나 또는 입각했다. ‘돌려막기 인사’, ‘측근인사’의 전형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재풀이 그만큼 협소하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그나마 김영란 전 대법관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참신한 인사로 꼽을 만하다. 김 전 대법관은 수차례 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삼고초려를 하자 막판에 어렵게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는 기획관리실장(김두우) 자리를 수석급인 기획관으로 올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에 새로 만들어 놓고 16개월째 비워 두었던 인사기획관 자리를 이번에 아예 없애버렸다. 그간 청렴하고 공정하게 인사 검증을 할 적임자가 없어서 공석으로 뒀다고 청와대가 밝혀왔던 만큼 결국 이 정부에는 그런 인물이 없다고 보면 될 듯하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2010 뒤돌아본 관가]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지자체 빚더미’ 논란 불러

    [2010 뒤돌아본 관가]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지자체 빚더미’ 논란 불러

    2010년은 그동안 관가에 잠복돼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얼굴을 드러낸 해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정부부처의 이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정부의 공직 채용구조 개선 시도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좌절되기도 했다. 특히 빚더미에 오른 지방재정과 호화청사 문제 등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사제도의 개선이나 지방재정 감시체제 구축 등의 성과를 이끌어 내 행정시스템의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세종시 이전 현실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세종시 이전안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정안 논란 끝에 이전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1월 11일 세종시로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건설하는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수정안은 6월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수정안 추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7월 29일 사퇴했다. 수정안 부결에 따라 세종시에는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9부 2처 2청 등 35개 기관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이전하지 않고 공무원 혼자만 이주하는 ‘나홀로 이주’가 많을 것으로 보여 정부가 유인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공직채용제도 개선안 역풍 행정안전부가 8월 12일 발표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행정고시 폐지론으로 오해되면서 수험생은 물론 정부 여당 내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행안부는 당초 공무원 채용 경로 다양화를 위해 2011년부터 행시 선발인원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2015년까지 5급 특채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 무산에 따라 지난달 18일 행시 선발 인원은 기존 인원과 비슷한 규모로 유지하면서 시험을 통해 특채 인원을 선발하는 ‘민간경력자 5급 일괄채용’ 방안을 발표했다. ●공무원 임금 3년 만에 5.1% 인상 2008년 발생한 세계적 금융위기로 공무원 임금은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동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7월 초 국무회의에서 “경제위기 상황을 벗어난 만큼 내년에는 공무원의 봉급 인상이 필요하다.”며 “현실을 감안해 인상안을 마련하고 반영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인상률 5.1%는 2003년 6.5% 이후 최고 인상폭이다. 기본급 중심으로 인상되며 최종안은 30일 열리는 차관회의에 보고된다. 공무원 임금 인상폭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내년 각계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 행안부가 발표한 ‘공직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던 8월 말,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부정에 이어 외교부가 전직 외교관과 고위직 자녀 등 10명에게 특채 과정에서 혜택을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가가 발칵 뒤집혔다. 유 전 장관은 특채 비리 파동이 불거지자 9월 초 사퇴했고, 외교부는 5급 이상 특채는 행안부로 이관하고 특채로 선발하던 6~7급 공무원도 행안부가 관리하는 공채 위주로 선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만연한 내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재외공관장을 외교부 이외의 부처와 민간인에게 대폭 개방하기로 했다. ●공무원 근무형태 변화 스마트폰 확산과 태블릿 PC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스마트워크’ 시대에 맞춰 공직 근무형태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정부는 8월부터 중앙부처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시간제 근무, 시차출퇴근 등 유연 근무제를 전면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거점 근무시설인 ‘스마트워크센터’를 개소, 시범운영 중이다. 세종시 이전에 대비해 행정 기능의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행정기관 이전’이라는 세종시 이전의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 딜레마다.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 7월 성남시의 지자체 사상 첫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은 지자체 채무과다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판교신도시 조성사업 특별회계 차입금 5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지자체들이 방만한 지방채 발행으로 각종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 나머지 파산지경에 이른 위험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부산 남구·대전 동구 등은 소속 공무원 월급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해 쩔쩔매기도 했다. 행안부는 지방재정 위기경보시스템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자체 세입·세출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화청사 논란 경기도 용인시청과 성남시청, 서울 용산구청 등 혈세를 1000억원 넘게 들인 지자체 호화청사가 여론의 빈축을 샀다. 호화청사는 지자체 파산위기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성남시청은 3222억원, 용인시청 1633억원 등 천문학적 액수가 쓰였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시청처럼 단체장 집무실이 정부권고안보다 300% 이상 넓은 곳도 있었다. 반면 이들 청사는 에너지 효율이 10곳 중 8곳은 4등급 이하로 낮은 것으로 드러나 두번 지탄을 받았다. 정부는 뒤늦게 지자체 인구에 맞춰 신축 청사와 단체장 사무실의 최대면적을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방선거 여소야대 7월 출범한 민선 5기 지자체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으로 출발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었다. 16개 광역시·도 중 인천, 강원, 충남·북 등 10곳에서 야당 출신 지자체장이 탄생하면서 국책사업, 전 단체장 시절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남도는 4대강 사업에서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산적한 지역현안을 두고 지역의회와 대립하는 양상도 빚어졌다.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전 의회 추천을 받은 인물을 의회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가 야당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인사실험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는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4~5급 간부 40여명을 추려 3~5개월에 걸친 직무역량 강화교육과 평가를 거쳤다. 이 중 8명이 11월 면직됐다. 이달에는 6~7급 공무원 5명을 추가 퇴출하기로 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4~5급 간부 직원 인사부터 잡호스팅이 적용된다. 직원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업무 제안서를 내면 이 제안서 평가를 거쳐 합당한 경우 해당 부서로 발령내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산하기관인 노동위원회 상임위원(1~3급)들을 시간제 근무형태로 채용할 방침이다. 시간제로 일하는 고위 공무원단의 신호탄이며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도 다른 부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방행정의 달인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는 8월부터 전국 27만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방행정의 달인’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직 공무원들이 많은데 공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들이 폄하되고 사기도 떨어지는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다. 지자체와 공무원의 열띤 호응 속에서 29명이 선발됐으며 최종 등급과 시상식은 내년 3월에 열린다. 지방 공무원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사례들을 계속 발굴, 그들의 발전을 돕고 나아가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전경하·이재연·박성국기자 lark3@seoul.co.kr
  • 북반구 연말 雪亂 북극기온 상승 탓?

    북반구 연말 雪亂 북극기온 상승 탓?

    미국 북동부 지역에 내린 60년 만의 ‘눈폭탄’이 뉴욕 등 주요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폭설 탓에 이 지역 교통이 마비돼 크리스마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려던 많은 시민의 발이 묶였고 정전 등의 사고도 잇따랐다. 유럽에 이어 한국과 미국 등 북반구를 덮친 연말 폭설은 북극 기온 상승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6000편 결항 등 항공 대란 뉴욕과 뉴저지 등 미 북동부 해안 지역에는 26일(현지시간)부터 강한 눈보라가 치기 시작해 27일 오전 기준으로 30~60㎝의 눈이 쌓였다. 미국 기상청은 이날 뉴욕 시에 내린 폭설이 1948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기상 관측사상 5번째로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동부 주요 도시가 ‘설국’(雪國)으로 변하면서 시민들은 이틀째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폭설로 공항 상당수가 폐쇄되고 26일과 27일 6000편 넘는 항공편이 결항해 이용객들이 공항에서 추위,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도로와 철도 등 육상교통도 눈 속에 파묻히면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특히 뉴욕은 27일 오전까지 지하철만 일부 운행됐을 뿐 통근 때 주로 이용하는 롱아일랜드 철도나 뉴저지 트랜싯, 메트로 노스 철도 등의 주요 철도가 멈춰섰다. 재정적자에 시달려온 뉴욕 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강타한 눈폭풍 탓에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27일 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인 26~27일은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이다. 그러나 폭설 때문에 실적이 저조했다.”면서 “이 때문에 시의 판매 세입 줄어들 것이고 재정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온 상승하면서 북극 찬 공기 남하해 미국 북동부에 머물던 눈폭풍은 27일 오전부터 대서양 연안을 타고 북상, 캐나다 남동부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캐나다 뉴브런즈윅 주 대부분 지역에 강설 경보가 내렸고 같은 주 북동부에는 눈보라 경보가 발령됐다. 또 폭설에 따른 정전으로 인근 지역 주민 수만명이 피해를 봤다. 한편 유럽 대륙 역시 폭설에 따른 후폭풍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모스크바 남동부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는 24시간 넘게 공항에 발이 묶인 공항 이용객이 출입국사무소를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파리의 센 강도 폭설로 수위가 높아져 27일 유람선 운행이 전면 중단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성탄 연휴를 전후해 북반구를 강타한 폭설과 한파가 서로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찬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 소용돌이가 약해져 북극에 머물러야 하는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 강추위와 폭설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외계우주선 3대 지구로 돌진 중”

    “외계우주선 3대 지구로 돌진 중”

    인류가 최초로 외계생명체와 대면하는 두렵고도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질까. 아니면 이번에도 엄청난 충격만 남긴 채 그럴싸한 루머로 판명이 될까. 수년간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추적해 미국의 연구단체(SETI)가 최근 외계우주선 3대가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으며 곧 도착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아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대중지 위클리 월드 뉴스에 따르면 SETI는 “가장 큰 우주선의 지름이 240km나 되는 초대형 우주선 3대가 현재 명왕성 궤도 너머에서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외계우주선들이 화성궤도에 진입하면 천체망원경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할 것이며, 현재 속도를 감안할 때 지구에는 2012년 12월 께 도착한다고 예상했다. 존 말리 박사는 “이번 발견은 미국 알라스카에 있는 오로라 관찰시스템(HAARP)로 이뤄졌다.”고 설명한 뒤 “우주에는 분명 많은 생명체와 문명이 존재하며 그들의 침입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SETI 측은 “얼마 전 위키리크스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UFO관련 미국의 기밀문서 내용이 이 외계우주선의 접근 사안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미국 고위당국은 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SETI는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단체로, 최초에는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국가지원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나 국가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지원이 중단돼 현재 개인 및 기업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예보기금 공동계정’ 금융권 거센 반대

    금융위원회가 신년 업무보고에서 저축은행 부실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밝힌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 추진이 은행과 보험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예보 공동계정을 만들면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부실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게 은행·보험 쪽의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의 부실이 전체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른 업권을 설득하고 있다.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은 28일 “예금보험기금 내 통합계정을 만들자는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보험사들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에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예금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예보기금 내에 공동계정을 설치한 뒤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을 포함한 6개 업계는 예금보험료 적립액 중 50%와 앞으로 낼 보험료 중 50%를 공동계정으로 옮겨야 한다. 법안은 2월 임시국회 상정이 목표다. 현재 저축은행 계정은 2조 6000억원 적자인 반면 은행 계정과 보험 계정에는 기금이 3조원 이상 쌓여 있다. 결국 은행과 보험이 쌓아놓은 돈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막는 데 쓰일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의원 측도 무조건적 법안 통과보다 업계 설득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예보도 이미 쌓여 있는 적립금까지 소급해 공동계정에 넣는 기존안보다는 한 발짝 물러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보는 금융권 안정을 위해 향후 적립되는 예보기금에 대한 공동계정 설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이 부실로 무너질 경우 예금자 1인당 5000만원까지 대지급할 재원이 없고 부실 저축은행의 정상화를 위한 출자도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계정 적립 예상 규모는 1년에 7000억원이지만 이를 자산으로 차입이 가능해 몇배의 효과도 낼 수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담마다 아픈 엄마 이름…경찰 울린 ‘꼬마 낙서범’

    담마다 아픈 엄마 이름…경찰 울린 ‘꼬마 낙서범’

    ‘최미영(가명), 최미영, 최미영’. 경기 가평군 현리의 한 조용한 마을. 온 동네 담벼락과 집 벽이 누군가의 이름으로 도배된다. 지우면 다음날 또 어김없이 적혀 있다. 낙서는 수십일간 반복된다. 동네 꼬마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마을 주민들은 화가 치밀었다. ‘범인을 잡아서 혼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 주민들은 마침내 하면파출소(옛 현리지구대)를 찾는다. ●초등생 “이름 불러주면 나을것 같아…” 경찰들이 탐문수사를 했지만 범인의 실체는 오리무중.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 거세지는 주민들의 항의. 결국 경찰은 주민 몇명과 담벼락 부근에서 잠복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일명 ‘낙서범 검거작전’. 범인은 의외로 잠복 몇 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8~9살가량의 초등학생 남자아이였던 것. 청바지에 깔끔한 옷차림, 안경을 쓴 꼬마는 익숙한 듯 분필로 또박또박 이름 석자를 써 내려간다. 경찰은 일단 아이를 파출소로 데려간다. 낙서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이장과 동네 주민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파출소로 들어선다. 나이 지긋한 한 주민이 자초지종을 묻는다. “어떻게 된 거니?“ 꼬마는 말이 없다. 1시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는지 비로소 말문을 연다. 서울에서 전학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것. 그리고 벽에 적은 이름이 엄마의 이름이라는 것. 모두가 낙서를 한 이유를 묻는다. 소년이 대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 이름을 같이 보고 불러주면 엄마 아픈 거, 힘내서 다 나을 것 같아서…. 잘못했어요.” 순간 파출소는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흐른다. 미안한 마음에 동네 어른들은 아이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는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문제 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돌아선다. “동네 어디든지 마음껏 낙서를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경찰 홍보영상 제작… “도와주자” 수소문 동화가 아니다. 지난해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상물은 실제 지난 3일 서울 수서경찰서 성과경진대회에서 상영돼 경찰들의 마음을 울리며 화제가 됐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50대 경찰서장도, 신세대 젊은 경위도 순간 숙연해졌다. 벌개진 눈가를 주먹으로 문지르던 순경도 있었다. 영상을 본 경찰들은 “지금 소년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꼬마를 찾아 도와주자.”며 뒤늦게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경찰의 날을 기념해 이 홍보 영상을 제작한 경찰청까지 소년을 찾기 위해 별도 지시를 내렸으나,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도 지난 한달여간 소년을 찾기 위해 인근 마을과 파출소 등을 방문했으나 이동이 잦은 마을 특성상 이야기 속 소년을 찾을 수 없었다. 실제 아이를 만났던 윤병건(당시 가평서 소속) 순경은 “경찰 생활 중 그렇게 기분좋은 범인은 처음”이라며 “이장과 같이 아이에게 문방구에서 분필 5통을 건네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연락처와 인적사항을 묻지 못하고 돌려보낸 게 마음에 걸린다.”며 “어디서든 잘 지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비슷한 또래 자녀를 둔 다른 경찰들도 돕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등포경찰서 이승환 경사는 “아이의 효심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어머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北, 서해5도 직접 침공 가능성”…국정원 국가안보硏 보고서

    “北, 서해5도 직접 침공 가능성”…국정원 국가안보硏 보고서

    북한이 국지전을 도발할 수 있으며, 서해 5개 도서에 직접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26일 밝힌 ‘2010년도 정세 평가와 2011년도 전망’ 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의 ‘2011년도 북한정세 및 남북관계 전망’에 따르면 북한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며,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서해 5개 도서에 대한 직접적 침공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연평도 군사공격은 북한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후계체제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전면전까지 안 가더라도 육·해·공군력이 동원되는 국지전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달 美·中 정상회담이 분수령 이와 관련, 후계자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 또는 중앙군사위 제1부위원장을 맡아 국방위원회를 장악하고, 북한군에 대한 승진인사 등 대규모 시혜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북 군부의 충성경쟁에 따른 ‘돌발행동’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덧붙였다. 우리 군 잠수함에 대한 위협과 공격, 우리 군 초소에 대한 침투·포격, 탈북자에 대한 테러 위협, 우리 측 항공기 및 선박에 대한 전자전 공격 등의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북한 내부의 상황으로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내부적으로 김정일의 건강이상, 후계구도,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반발과 경제난으로 체제유지가 취약한 상태”라서 손을 내밀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중 국방회담 내년초 베이징서 따라서 내년 중반기 미국과 중국의 중재로 남북관계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보고서는 “북한 스스로도 중국의 압박 및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대북지원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다양한 유화책을 전개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북핵문제 진전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이 전향적 조치를 취한다면 남북 경제교류협력의 활성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2011년도 북핵문제 및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군사적 수단으로 강력히 응징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 두는 스마트(smart)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중국의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이 내년 초 베이징에서 만나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지역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내년 초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 1월 초 국장급 실무진이 만나 회담의제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내년 1~2월 중 ‘2+2’(외교·국방) 차관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미는 ‘2+2’ 차관보급 회의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공동 대응태세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백악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월 19일 미국을 방문,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미·중 간 분주한 행보가 이어질 내년 초가 한반도 정세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김미경·오이석기자 chaplin7@seoul.co.kr
  • 25일 서울 영하16도 ‘성탄 한파’…전산망 마비·수도관 동파 속출

    25일 서울 영하16도 ‘성탄 한파’…전산망 마비·수도관 동파 속출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는 등 전국이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낮까지만 해도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방에 발효됐던 한파경보도 서울을 비롯해 충청, 경북 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서울의 이 같은 기온은 1980년 12월 29일 영하 16.2도 이래 12월 기온으로는 30년 만에 가장 낮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은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바람이 거세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부터 충남·전북 서해안과 제주도 산간 등지에 내리기 시작한 눈은 지역에 따라 20㎝ 이상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성탄한파로 은행 전산망이 마비되고, 자동차 고장신고도 잇따랐다. 오전 11시쯤 한국씨티은행의 인천전산센터 내 냉각기가 강추위로 동파되면서 주 전산시스템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냉각기로 들어가는 물이 쏟아져 전산실 일부도 침수됐다. 이에 따라 지점 창구 거래와 자동화기기(ATM)를 통한 현금 입출금,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 전산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업무가 중단됐다. 오후 5시 20분쯤 백업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창구를 통한 여수신 업무와 ATM을 통한 통장 입출금, 조회 업무 등은 물론 다른 은행과의 거래는 정상화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일반 거래 등은 복구됐지만 인터넷 뱅킹과 폰 뱅킹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서울에서 자동차 고장 신고로 출동한 사례가 2990여건에 달했고, 이중 약 66%인 1966건이 한파에 따른 시동 불량이었다. 오후 5시기준으로 서울에서 모두 98건의 수도관 동파 신고가 있었다. 오달란·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동방불패? 쿵푸 연마하려고 ‘거세’ 中수련자

    동방불패? 쿵푸 연마하려고 ‘거세’ 中수련자

    쿵푸를 향한 열정이 지나쳐 평생 되돌리지 못할 선택을 해 목숨까지 잃을 뻔한 중국 남성의 사연이 소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베이징석간신문에 따르면 장(Zhang)이라고 알려진 60대 남성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스로 성기를 잘라냈다가 목숨을 잃을 뻔 했다. 40여 년 전 쿵푸를 시작한 이 남성은 “쿵푸를 완벽하게 연마하겠다는 일념으로 생식기 일부를 잘라냈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장의 말에 따르면 전날 꿈에 그의 사부가 나와서 “성기를 잘라내고 재산을 모두 다 부숴야만 기공(氣功)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공이란 기를 다스리는 수련으로, 쿵푸에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다. 꿈에서 깨자마자 이 남성은 꿈 속 사부의 말대로 생식기를 잘라냈다. 마취도 없이 생살을 도려내는 끔찍한 고통 때문에 집 주변을 뛰던 장은 결국 집 근처 공터에서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1시간 여 뒤 이웃주민에 발견돼 응급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경찰은 “장의 집에서 절단된 생식기를 발견했다.”면서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이 남성은 꿈 이야기를 하는 등 여전히 꿈과 현실로 착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나 절단된 성기를 다시 붙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건 당일 부인과 자녀 1명은 해외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m
  • “책이 X-mas 선물? Oh, No!” 3세 꼬마, 분노의 동영상

    “책이 X-mas 선물? Oh, No!” 3세 꼬마, 분노의 동영상

    “이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말도 안돼!” 산타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던 한 남자아이의 ‘분노’가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최근 유투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의 주인공은 귀여운 내복 차림의 3세 남자아이.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부모가 준 선물을 받은 아이는 급한 마음에 포장지를 마구 뜯는다. 하지만 선물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년의 반응이 재밌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 “크리스마스 선물이 책이라고? 정말 말도 안돼!” 라며 거친 리액션을 보인다. 이어 “난 책 갖기 싫어! 장난감도 아니고 책이라니. 크리스마스에 책 선물은 말도 안돼!” 라며 거세게 반항하며 귀여운 ‘욕설’을 뱉기도 한다. 부모가 “정말 책 안가질꺼야?” 라고 묻는 질문에도 아이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나는 싫어.”라고 대답한다. 부모는 이런 아이의 모습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꼬마의 격한 분노를 담은 동영상이 유투브에서 인기를 끌자 해외 언론도 이를 소개하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아이가 아무래도 책 선물이 자신을 놀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우리 아이는 밤에 자기 전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가졌을 만큼 책을 좋아한다.”고 아이 아버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합참 “NLL 절대 사수” 단호한 의지 천명

    합참 “NLL 절대 사수” 단호한 의지 천명

    “북한의 추가도발 시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마련하라.” 우리 군의 서해 연평도 포사격 훈련이 시작되기 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지하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한민구 합참의장 등 지휘부에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20일 오전 9시와 훈련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1시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훈련과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작전에 대해 점검했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고 전했다. “대한민국과 우리 군의 자위권을 지켜 내기 위한 비장한 각오가 흘렀다.”는 것이 국방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통상적인 사격훈련이라고 군은 이번 훈련을 설명했지만 북한이 보복대응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국제사회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후여서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우리 군의 최고 수뇌부가 모인 국방부와 합참은 전날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김 장관은 이번 훈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군사적 지휘권을 합참의장에게 일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참은 더욱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 의장은 지난 19일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훈련 최종 점검회의를 열어 육군 1·3군사령관, 해·공군작전사령관, 해병대사령관, 9715부대장 등을 화상으로 연결해 각 군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북한군의 추가 도발시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 도발 원점에 대한 타격 지침이 재차 하달됐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또 20일 오전부터 훈련 해상의 기상을 확인하며 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간을 저울질했다. 특히 이날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린 데다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 사격훈련에 대해 거세게 반대했지만 우리 군이 ‘훈련 강행’입장을 밝혀 국방부와 합참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외부 요건을 고려해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북방한계선(NLL)이 무의미해져 결국 우리 영토와 영해를 잃게 되기 때문에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결국 훈련은 긴장감 속에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실시됐다. 국방부와 합참은 언론에 공개하는 정보도 전달 창구를 일원화했다. 또 훈련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리핑도 자제했다. 훈련 일정도 극비리에 부쳤다. 남북한군 간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것이란 게 군 소식통의 전언이다. 합참은 11월 23일 이후 격상된 대북 감시 태세인 ‘워치콘’을 2단계로 유지하며 북한의 동향을 철저히 감시했다.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사전대비였다. 또 연평도 사격훈련에 참가한 미군은 첨단 정보자산을 공유하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방부는 군의관 및 군병원 등에 비상대기태세를 하달하고 의무장비 등을 확보토록 했으며 각군 본부도 전투지원을 위해 참모총장을 중심으로 비상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간총리 VS 오자와 ‘KO 담판’ 무산

    일본 민주당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간 나오토 총리의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 출석 요청을 거부했다. 간 총리는 20일 오전 총리 관저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과 만나 “출석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나 내년 봄 지방선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의원에 나가 검찰심사회로부터 기소된 불법정치자금 혐의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이에 “사법 절차 단계에 있는 만큼 스스로 출석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라고 밝힌 뒤 “(내각 지지율 하락에는) 정치 자금 문제도 있지만 다른 문제도 있지 않느냐.”며 간 총리의 국정 운영을 지적했다. 간 총리는 이에 따라 주중에 정치윤리심사회가 오자와 전 간사장을 소환하는 절차에 들어가도록 당 지도부에 지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윤리심사회의 출석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후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간 총리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국회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탈당을 권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대 계파인 오자와파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KO 결투’의 향방에 따라 오자와 전 간사장 측의 신당 창당 등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인권위 “성폭력범 거주지공개 반대”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폭력 범죄자의 집 사진과 인근 지역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성범죄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성범죄를 예방해 ‘잠재적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인권위는 1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특례법)’의 일부 개정안이 성폭력범 가족 및 인근주민의 인격권,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성폭력범 가족과 인근 주민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명백하지만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제공하는 자료의 범위도 ‘거주지역 인근에 대한 정보 등’으로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세주소를 고지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에 대해서도 “고지되는 주소를 읍·면·동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들끓고 있다. 청소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신상 공개가 이뤄져야 범죄 예방 효과가 높다고 지적한다. 초등생 자녀를 둔 이모(35·여)씨는 “인권 선진국들도 성범죄자의 신상 등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면서 “가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보다는 성범죄 피해를 볼 수 있는 불특정 다수 시민들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47) 일연의 ‘삼국유사’

    [고전톡톡 다시읽기] (47) 일연의 ‘삼국유사’

    ‘괴·력·난·신(怪力神)’의 사건을 담아낸 역사책 ‘삼국유사’. 승려 일연(1206~1289)은 기이하고 허탄하다는 이유 때문에 버려진 이야기들을 수습하여 ‘삼국사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삼국 역사’를 구성한다. 증명하기 어렵고 경험의 세계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껏 설화로나 취급될 법한 이야기들에서 역사의 진실을 보았던 일연. 일연이 아니었다면 ‘괴력난신’의 이야기들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삼국유사’의 마치 가공한 듯한 신이한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일연이 전하고 싶었던 바, 역사적 진실과 삶의 역동성을 우리의 현실로 만드는 것. 이것이 ‘삼국유사’와 만나는 방법이 아닐까. ●민족, 여러 인연들의 환상적인 조합 삼국이 고구려, 백제, 신라임엔 틀림없지만 일연은 삼국 이전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역사까지 모두 삼국의 역사 안에 포함시킨다. ‘삼국유사’ 기이편의 이야기들은 그 나라가 크든 작든 그 역사가 길든 짧든, 적어도 하나의 국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이적이 일어나며, 이렇게 만들어진 나라들이 한반도의 역사를 구성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연은 자료가 전해지는 한, 한반도에 존재했던 그 어떤 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했다. 단군조선, 위만조선, 마한, 진한, 2부(평주도독부, 동부도위부), 각기 만호씩 되는 72국, 낙랑국, 북대방, 남대방, 말갈, 발해, 이서국, 5가야, 북부여, 동부여, 고구려(졸본부여), 변한과 백제, 진한과 신라, 통일신라, 후삼국 등 ‘삼국유사’에 기록된 상고사는 한반도에 하나의 종족만이 이어져온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무수히 많은 종족들의 이합집산에 의해 오늘날의 한민족이 형성되었다는 사실. 단군, 위만, 주몽, 혁거세, 탈해, 수로 등을 시조로 하는 다양한 종족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것임을, 이것이 바로 역사의 진실임을 일연은 웅변하고 있다. 단군조차 환인과 웅녀의 조합으로 탄생했으니, 우리의 뿌리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는 여러 인연들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들일 뿐이다. ‘삼국유사’는 근대의 민족 만들기 프로젝트에 의해 강조된 ‘단일민족’의 신화 안에 갇혀있지 않았다. 일연은 한반도를 스쳐간 무수한 인연들 하나하나가 곧 우리의 몸이자 우리의 역사임을 기억할 따름이었다. ●신성불가침의 역사로부터의 탈주 기이편에서 신라 지증왕에 대한 기록을 보자. ‘제22대 지증왕은 음경의 길이가 한자 다섯 치나 되어 알맞은 짝을 찾기 어려웠다. 사자를 삼도에 보내 짝을 구했다. 사자가 모량부 동로수 아래 이르렀을 때 개 두 마리가 북만큼 커다란 똥덩어리 하나를 놓고서 양쪽 끝을 다투어 물어뜯고 있었다. 모량부 상공의 딸이 빨래하다 숲속에 숨어서 누고 간 것이다. 그 처자는 키가 일곱자 다섯 치나 되었다. 왕이 수레를 보내 맞이하여 왕후로 삼았다.’ 왕후 간택에 관련된 이야기가 참으로 질박하다. 왕의 혼사담이 이처럼 고상하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일연은 이 일을 역사적 사건으로 남겼다. 비상하게 큰 신체를 소유한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만남. 왕의 생활도 덧칠하지 않으면 이렇게 소박하고 단순한 것인지 모른다. 한편 김부식은 지증왕이 ‘몸집이 크고 담력이 남보다 뛰어났다.’고 기술했다. ‘국가’와 ‘권력’에 대해 기술하는 역사는 자연인의 얼굴에 근엄한 표상을 입힌다. 일연은 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국가, 권력, 이름으로 포섭 불가능한 삶의 영역을 전해준다. 기이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신비한 표상을 무너뜨리는 이 역설. 비현실적이지만 지나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일연은 신성불가침의 역사로부터 저만치 탈주해버린다. ●역사에서 삶의 윤리로 승화 어떻게 하면 천지를 ‘울릴’ 수 있을까? 삼국유사는 천지를 감동시킨 사람들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이에 대해 답해준다. 감통(感通) 부분이다. ‘경덕왕 때 귀진의 집에 욱면이란 여종은 주인을 따라 미타사의 뜰에서 염불했다. 주인은 이를 미워해 매일 저녁 곡식 두 섬을 찧게 했다. 욱면은 초저녁에 곡식을 다 찧고는 쉬지 않고 염불했다. 잠이 들까봐 뜰 양쪽에 말뚝을 세우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을 꿴 다음 이를 양쪽 말뚝에 매고 합장했다. 마침내 진신으로 변해 연화대에 올라 서쪽으로 올라갔다.’ 일연이 기록한 이 사건은 불교에 관한 역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연은 불교의 역사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교의 이적을 통해 결국은 삶의 윤리를 말한다. 출가승, 재가자,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간절하고 절박한 염원과 실천만이 부처가 되는 기적을 불러온다는 것. ‘신라 성종 때 부처가 되기 위해 백월산의 무등골로 들어간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각기 암자를 짓고 미륵과 미타불을 염원했다. 어느 날 스물 쯤 되는 아리따운 낭자가 한밤중에 암자로 찾아온다. 달달박박은 청정 도량에 여자를 들일 수 없다며 낭자를 내친다. 반면에 노힐부득은 한밤 깊은 골짜기에 찾아든 중생을 보살피는 것도 보살행이라 여겨 낭자를 거두어 준다. 게다가 해산하는 낭자를 도와 짚자리를 깔아주고 목욕까지 시켜준다. 이 낭자는 관음보살의 현신. 덕분에 노힐부득은 미륵존상이 된다. 뒤늦게 깨달은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의 도움으로 무량수불이 된다.’ 탑상(塔像) 부분이다. 불성(佛性)의 깨달음은 사건이 일어나는 그 현장에서 실현된다. 여자를 피한다고 청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밤중에 여자를 내치는 것은 오히려 여색(女色)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건 수행에 있어서 하수다. 여자가 옆에 있어도 유혹이 일어나지 않아야 진정한 수행자다. 노힐부득은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유자재함으로써 보살행을 실천하여 부처가 되었다. 그러나 달달박박은 마음은 자유롭지 않은 채 불법에만 매인 결과 보살행은 펼치지도 못했다. 이 이야기는 일상 그 한가운데가 수행처이자 깨달음의 장임을 역설하는, 삶의 태도와 윤리에 대한 기록이다. ‘삼국유사’는 ‘괴력난신의 이야기’를 계열화함으로써 사실에 입각한 역사주의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포기해 버린다. 대신 이야기 속 여기저기서 마주하는 역사적 진실과 삶의 방식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기실 역사책에 기술된 객관적 사건들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늘 ‘그 무엇을 위한’ 사실들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역사적 사실의 선택이 여전히 국가, 민족, 권력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럴 바엔 일연처럼 역사주의의 객관이라는 엄정성을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삼국유사’를 읽고나면, 이질적인 삶의 욕망과 힘들을 어떻게 하면 국가주의에 포섭당하지 않은 채 기억할 수 있을지를 절실하게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길진숙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급격한 外資유출 차단… 시장충격 예방

    급격한 外資유출 차단… 시장충격 예방

    19일 발표된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방침은 지난 6월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은행 부담금제 도입을 사실상 확정<서울신문 6월 1일자 9면>했던 실행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의 ‘은행 부담금’(Bank Levy)이 국내에도 도입되는 것으로 정부가 이름을 바꿨다. 정부는 내년 2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위기대응 재원에 대한 금융권 분담 방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줄곧 ‘은행세’ 또는 ‘은행 부담금’으로 불려왔다. 금융위기에 따른 손실을 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금융권에 부담시켜야 한다는 게 최초 논리였다. 그 후 캐나다와 호주 등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알아서 하기로 결론이 나고 미국에서도 흐지부지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달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환율 변동성이 심해지는 신흥국에 대해 거시건전성 규제 도입을 허용한 것이 결정적인 추진 동력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자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경험한 정부로서는 G20 서울선언으로 제도 도입의 명분을 얻게 됐다. 더욱이 선진국의 저금리 정책이 이어지고 특히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로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밀려드는 상황은 정부가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이번 조치로 지난 6월 발표된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도와 의원입법으로 1년 반 만에 되살아난 외국인 국채·통화안정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제도에 이어 정부의 자본 유·출입 3대 규제가 일단 완성됐다. 우리나라의 제도는 다른 나라의 은행 부담금과 차이를 보인다. 도입 목적이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금융기관의 지나친 자산 확대를 억제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명칭을 은행 부담금 등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부담금으로 정하고 부과대상도 유럽처럼 비예금부채 전체가 아니라 비예금 외화부채로 한 이유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대외적으로 자본통제 수단이 아닌 거시경제 여건과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건전성 조치”라면서 “금융회사나 기업의 경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반면 이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은 별로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외채 만기별로 부과요율을 차등화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단기외채(1년 이내)에는 20bp(0.2%), 중기외채(1~3년)에는 10bp(0.1%), 장기외채(3년 초과)에는 5bp(0.05%)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bp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나 수익률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기본단위로 100분의1%를 의미한다. 단기외채의 장기화를 유도한다는 정책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단기 차입에 한정하지 않은 것은 1년 이내로 국한할 경우 366일짜리 차입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예상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시장은 부담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은행 부담금 도입 방침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던 얘기”라면서 “문제는 요율이지만, 요율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예시한 대로 단기외채에 0.2%를 물린다면 시장이 적잖게 움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 은행 딜러는 “단기외채에 0.1% 정도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면서 “정부의 예시가 현실화된다면 (달러)유동성이 축소돼 달러 가치(원·달러 환율)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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