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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일통제 역행” 중 반발 “北 가만 있겠나” 일 우려 “北 최북단 타격” 러 긴장

    중국은 7일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무인 비행체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비공식 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800㎞로 늘어나고 무인 항공기 탑재 중량이 최대 2.5t으로 증가되는 내용으로 미사일 지침이 개정됐다는 소식을 긴급 기사로 타전했다. 통신은 이번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대량 파괴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무인 발사 시스템의 확산 중단을 목표로 하는 34개국의 비공식 자발적 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미국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연장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 북한 측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관련 사실을 긴급 보도하며 한국의 탄도미사일이 북한 최북단의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도쿄 이종락·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rlee@seoul.co.kr
  • [Weekend inside] 세계는 지금 분화중

    [Weekend inside] 세계는 지금 분화중

    스페인 카탈루냐, 캐나다 퀘벡, 영국 스코틀랜드, 중국 티베트의 공통점은? 이들은 모두 본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온 이른바 ‘분리주의’ 지역이다. 독립을 추진해 온 역사와 배경은 모두 달라도 본국에서 분리, 독립하고자 하는 의지는 서로에게 뒤지지 않아 보인다. 최근 들어 이들 지역에서 독립을 위한 시위가 거세지고, 국민투표가 추진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주목된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100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역의 중심지로, 시위 참가자들은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면서 ‘당장 독립을’, ‘새로운 유럽국가 카탈루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규모 시위에 이어 카탈루냐 의회는 지난달 27일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국민투표 시행 결의안을 승인했다. 결의안에는 오는 11월 25일 지방선거 이후 760만명에 이르는 카탈루냐 주민들의 ‘공동의 미래’에 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카탈루냐 “중앙정부에 세금 뜯기느니 갈라서자” 카탈루냐의 최근 독립 요구 움직임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스페인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큰 카탈루냐도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카탈루냐는 특히 중앙정부에서 걷어가는 과도한 세금 등으로 재정적자가 커져 400억 유로(약 58조원)의 부채를 안게 됐고, 지난 8월 부채 일부를 갚기 위해 중앙정부에 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조세권과 재정지출권 요구를 거절했고 분리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고유 언어와 독자적 역사·문화를 가진 카탈루냐는 1714년 9월 11일 스페인·프랑스 연합군에 점령당한 뒤 이날을 독립 염원 기념일로 여길 정도로 오래 전부터 분리주의 전통이 강하다. 1936년 쿠데타로 스페인 정권을 잡은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카탈루냐를 정치적으로 탄압하면서 독립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 카탈루냐의 독립 열망은 커지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스페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카탈루냐가 독립할 경우 채무 증가, 재정수입 축소 등이 예상돼 경제적 측면에서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말 실시된 스페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카탈루냐와 스페인 다른 지역 간의 공존 모색 가능성에 대해 카탈루냐 주민의 57%가, 다른 지역 주민의 74%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바탕 자치권 확대 추진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와 함께 영국을 이루고 있는 스코틀랜드는 지난달 초 분리독립 추진 일정을 공개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2013년 말까지 분리독립 법안을 통과시켜 2014년 가을쯤 국민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수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앨릭스 새먼드 당수는 내년 11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분리독립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새먼드 당수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결단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300년 만의 중대한 결정을 위해 분리독립 법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해 5월 자치권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당이 다수당에 오른 뒤 분리독립 문제가 다시 전면으로 부상했다. 역사적인 배경에서 시작된 분리독립 추진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된 것이다. 민족과 문화가 서로 다른 왕국이었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수백년간 전쟁과 협상을 지속하다가 1707년 단일 의회와 정부로 통합됐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왕으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하나의 독립된 세력이라는 뿌리 깊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전통과 문화를 고수해 왔다. 스코틀랜드 정부와 의회의 분리독립 추진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의 정서는 미온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스코틀랜드 독립 관련 특집기사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이 지역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집값과 땅값 하락 등 큰 비용을 치르게 할 것”이라며 “그래서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리주의당이 집권한 퀘벡, 독립 호재?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불어를 공용어로 쓰는 퀘벡은 최근 분리주의 정당을 제1당으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4일 열린 주의회 선거에서 퀘벡의 분리독립을 요구해 온 퀘벡당(PQ)이 지난 9년간 집권해 온 자유당을 제치고 제1당에 등극한 것이다. 퀘벡당이 집권하게 됨으로써 분리독립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퀘벡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당장 주민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상황이다. 퀘벡당은 대신 캐나다 연방정부로부터의 자치권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민들의 반발을 발판으로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조기 실시를 모색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 옛 식민지로 프랑스계 주민이 80%를 차지하는 퀘벡은 영국령으로 편입된 뒤 캐나다 연방의 일원이 됐으나 소수민족 문제 등을 겪게 돼 1960년대부터 연방으로부터 분리정책을 추진해 왔다. 연방정부는 퀘벡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등 융화정책을 취해 왔지만 퀘벡은 1980년에 이어 1995년에도 연방정부로부터 분리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등 대응해 왔다. 그러나 두 차례 주민투표는 각각 19%, 1% 표차로 부결됐다. 향후 주민투표를 다시 해도 주민들의 태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가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티베트 독립 시위는 ‘현재 진행형’ 소수민족에 둘러싸인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반세기 넘게 진행돼 온 티베트의 독립운동이다. 티베트에서는 최근까지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중국 정부의 탄압에 항거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쓰촨(四川)성 간쯔(甘孜)티베트족자치주 스취(石渠)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월에 이어 지난 달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대신 티베트기인 설산사자기를 게양하고,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을 요구하는 전단이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항의해 분신한 티베트인은 51명에 이르고 이들 가운데 41명이 사망했다. 영국 BBC방송 중국어판은 지난달 25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개최한 특별총회에서 “중국이 티베트를 사실상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독립정부를 구성했던 티베트는 1950년 중국 군에 점령당한 뒤 1959년 봉기를 시작으로 분리독립을 시도해 왔으나 중국 정부의 억압 통치가 계속되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도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분리독립을 철저히 억제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도자로 등극하면 티베트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삼성전자 최대 실적 4분기가 ‘고비’

    삼성전자 최대 실적 4분기가 ‘고비’

    삼성전자가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면서도 4분기 이후 실적 악화를 우려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월부터는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새해 경영계획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내부에선 “4분기부터 실적 급락 가능성”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3분기를 정점으로 영업이익 등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 이런 상황을 새해 경영계획에 반영하려 한다.”면서 “증권업계 등 외부에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장밋빛 전망과 우리 내부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 26곳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3분기 추정 실적은 매출 51조 5700억원, 영업이익 7조 56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7.8%, 24.9%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 2분기(매출 47조 6000억원, 영업이익 6조 7200억원)의 성과를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이어 반도체 부문에서도 영업이익이 개선돼 3분기 이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4조 6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내년에는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7조 6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성과가 다른 부진을 가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4분기부터 세계 주요 시장들이 모두 어려움에 빠져 본격적인 위기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과 중국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에서도 정부의 재정 지출 감소로 사회 전역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등 실적 개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과 나머지 부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스마트폰의 성과가 나머지 사업들의 실적 악화를 덮어버리는 ‘착시현상’도 내부의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실제로 2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매출 20조 5200억원, 영업이익 4조 19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43%, 영업이익 64%에 달한다. 하지만 그간 삼성전자를 먹여살려 왔던 반도체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나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애플의 ‘아이폰5’가 출시 3일 만에 500만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 성적을 거두는 등 경쟁 제품들의 성장도 거세지고 있어, IM 부문 역시 4분기 이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삼성의 냉정한 진단이다. ●“반도체사업에 발목 잡힐 수도”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현재 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 전체 투자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각각 5%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질 경우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반도체 사업은 오히려 삼성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성범죄 보도가 가야 할 길/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성범죄 보도가 가야 할 길/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엽기적인 성범죄로 인해 사회가 뒤숭숭한 만큼 대부분 언론사의 신문지면 역시 성범죄 관련 이슈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제까지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 아니라 가해자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치부돼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성범죄가 급증하고 성범죄 전과자 관리 미흡으로 인한 높은 재발률로 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관련 보도를 신문에서 찾아 보는 것은 매우 빈번한 일이 됐다. 이런 가운데 높은 성범죄율의 원인과 화학적·물리적 거세 등의 처벌에 대한 범죄자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며 성범죄 보도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서울신문의 성범죄 보도는 어떤 양상을 띠고 있었을까. 최근 아동 상대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서울신문 역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특히 주목했다. 4회에 걸쳐 연재된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9월 3일자)에서는 갈수록 증가하는 아동 성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아동 포르노물과 미흡한 범죄 예방대책 및 사후 관리를 지적했다. 해당 연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마지막 연재분인 ‘비뚤어진 성통념을 바로잡자’였는데(9월 6일자), 이 기사는 잘못된 성관념과 성범죄 피해자를 질책하는 잘못된 사회 통념으로 인한 ‘일상적 성폭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 도시설계 등 사회 인프라 구축 시 아동·여성과 같은 약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참신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성범죄 사건 자체에 주목, 예방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전통적인 성범죄 관련 보도를 넘어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환경적 대책까지 제시하는 다차원적 기사였다고 평가한다. 성폭력 가해자를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보도가 난무하는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 대신 ‘생존자’, ‘경험자’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이들을 단지 법의 보호를 받는 존재가 아닌 능동적이고 권리를 가진 주체로 대우할 것을 역설하는 기사도 의미 있었다(9월 6일자). 거세, 불심검문 등 자극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처벌 방법을 강조하기보다 사설 등을 통해 전체 국민의 인식 개선과 안전망 구축 등 예방책 마련을 역설한 부분 역시 다른 언론의 보도와 비교했을 때 좋았던 점으로 꼽고 싶다. 무엇보다 서울신문의 성범죄 보도에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해당 연재에서 성범죄의 원인으로 지적된 음란물, 특히 아동 음란물에 대한 문제의식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사에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별기획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연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아동 음란물의 유포 상황과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청소년들이 음란 광고 등에 쉽게 노출돼 잘못된 성관념을 갖게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이를 주장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음란 광고의 최대 유포지가 언론사라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서울신문의 홈페이지부터 솔선수범해 캠페인성 음란 광고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교과부와 여가부의 호응을 얻어 정책적인 뒷받침까지 받고 있으니(9월 27일자) 진정성과 파급력, 공익성이라는 기준을 모두 달성한 괜찮은 캠페인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신문의 성범죄 보도에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범죄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등 성범죄에 대한 미흡한 인식을 보여 주는 부분도 존재하며, 아동 음란물이라는 지엽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해 스스로가 강조한 성관념과 피해자에 대한 인식변화 등에서는 심도 있는 분석과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직접적 시도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서울신문의 노력이 성범죄 근절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범죄에 대한 분석 및 해결책 모색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속적이고 울림 있는 보도가 성범죄 없는 사회로 이어질 날을 기대한다.
  • “나만 살자”… 법정관리 ‘악의적 도피’ 수단인가

    “나만 살자”… 법정관리 ‘악의적 도피’ 수단인가

    웅진홀딩스처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5년 사이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실 경영의 피해를 채권단과 투자자, 거래업체 등에 떠넘기고 기업주는 책임을 면하는 ‘악의적 도피’ 수단으로 법정관리가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웅진그룹 계열사 및 하도급 업체들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무 상환 기간 연장 등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긴급 간부회의와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이병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3팀장은 “웅진 협력업체 채무에 대해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법인카드 사용 중지, 여신 한도 축소 등의 방법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지도공문도 전날 각 금융권에 보냈다. 금감원 측은 “웅진홀딩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계열사 차입금 530억원을 앞당겨 갚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최근 들어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도피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6년 76곳에서 지난해 712곳으로 급증했다. 이를 두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보다 법정관리가 해당 기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정관리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정상화 계획을 짤 수 있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면받는 채무의 범위도 금융권 채무에 한정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는 ‘채권자 평등 원칙’에 따라 비(非)금융권 채무와 일반 상거래 채무까지 적용받는다. 여기에는 경영권이 보장되고 채무 감면 폭이 큰 ‘통합도산법’이 근본적으로 자리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6년 제정된 통합도산법은 당시 미국에서 운영하던 ‘관리인 유지’(DIP·Debtor In Possesion)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통합도산법 제정 이후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7년 116곳, 2008년 366곳, 2009년 669곳, 2010년 630곳 등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법원 파산부가 지주회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장은 “법정관리는 회사채 투자자나 하도급 업체에 연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고통 분담과 자구노력 등을 통해 모두가 사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자신들만 살겠다며 손쉬운 법정관리로 달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과 법조계는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채무조정을 기다리다 기업들이 더 곪아 터진다.”면서 “법원의 엄정한 관리를 받는 법정관리가 워크아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현대차, 中시장 ‘센카쿠 분쟁’ 반사이익은

    현대차, 中시장 ‘센카쿠 분쟁’ 반사이익은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 현대차 베이징 3공장 준공과 현대캐피탈의 중국 진출 등도 시장 점유율 상승에 한몫할 것이란 분석이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빅3’가 중국에서 본격 감산에 들어갔다. 센카쿠 열도 분쟁의 영향으로 일본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토요타자동차는 26일부터 4일간, 닛산자동차는 27일부터 3일간 각각 광둥성 공장을 휴업 조치했다. 또 이들 기업은 중국의 국경절(건국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는 30일부터 8일간 조업을 중단한다. 이후 조업을 재개해도 잔업 중지와 2교대 축소 등을 통해 감산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닛산은 둥펑자동차그룹과의 합작 공장 등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혼다와 광저우자동차그룹과의 합작사인 광저우혼다는 주간에만 조업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스즈키도 당분간 충칭 공장의 조업시간을 단축한다. 중국 부유층을 겨냥해 공을 들여온 일본 고급차 수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토요타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렉서스 생산량을 20% 줄인다. 토요타 관계자는 “중국 10월 생산 중단은 잘못된 소문”이라면서 “다만 수요 감소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차 판매 부진이 현대차엔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현대차의 지난해 중국 시장 점유율은 9.4%로 3위. 토요타(6.8%) 4위, 닛산(6.6%) 5위, 혼다(4.6%)는 7위에 올랐다. 업체별로는 폭스바겐(17.8%)이 1위지만 나라별로 보면 일본차 업체가 중국 점유율 1위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 목표 125만대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반사이익을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5~10% 이상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뉴스 WHO] ‘샐러리맨 신화’ 위기 웅진 회장

    [뉴스 WHO] ‘샐러리맨 신화’ 위기 웅진 회장

    윤석금(67) 웅진그룹 회장이 법정관리 직전 대표이사를 맡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윤 회장은 책임경영을 이유로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행법 조항을 고려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종 부도를 막아 기업회생에 대한 불씨는 살렸지만 금융권과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자신의 이익만 채웠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27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거 내가 풀자는 것일 뿐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충무로 본사 1층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의 눈을 피해 출근한 뒤 사무실에서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법정관리에 대한 배경과 심경을 밝혔다. 윤 회장은 “극동건설 상황이 지주회사까지 위기로 내몰아 어쩔 수 없이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면서 “극동건설 채권자들은 건설경기 여하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에 올랐다고 했지만 부인 김향숙씨가 법정관리에 앞서 웅진씽크빅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는 등 윤 회장 일가의 최근 행적은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명예를 내팽개치고 몇 천만원 이익을 챙기려 했겠는가. 그런 잔꾀를 부리려면 극동건설 등을 그렇게 안고 가지도 않았다.”고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계열사에서 빌린 빚부터 먼저 갚았다는 사실이 또 드러나면서 윤 회장에 대한 도덕적 해이 질타가 거세지고 있다. 30년간 실패를 모르고 달려온 윤 회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팔던 외판원이었다. 1980년 자본금 7000만원과 직원 7명으로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을 세운 뒤 외판원을 하며 얻은 책 방문판매 노하우를 활용해 1988년 웅진식품, 1989년 웅진코웨이를 만들었다. 지금 웅진은 웅진홀딩스, 웅진코웨이 등 상장사 5곳을 포함한 14개 계열사와 총자산 8조 8000억원, 매출액 6조 1500억원, 직원수 4만 50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은 건설경기 둔화와 유럽발 경제위기로 탈이 났다. 계열사 부채가 무려 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자 윤 회장은 지난 2월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개월의 협상 끝에 지난달에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 2000억원에 팔기로 했지만 그 사이 부채는 더욱 늘어나 그룹 지주회사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 또한 “무리하게 태양광과 건설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을 꾀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하지만 자금난 압박의 원인이 됐던 태양광 사업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의 자금 사정이 좋기 때문에 에너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경쟁력 없는 태양광 업체들이 정리되고 수요가 늘면 2014년부터는 태양광 업황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문제가 있는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은 큰 문제가 없어 채권단, 법원과 잘 협력하면 그룹 정상화에 문제가 없다.”며 “2~3년 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비 때마다 뚝심 있게 밀어붙여 고비를 넘겨온 윤 회장이 그룹 해체라는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고노담화 폐기·신사 참배 공언… 日 정치의 ‘역주행’

    26일 일본 제1야당인 자민당의 총재로 우익 정치인인 아베 신조(58) 전 총리가 선출됨에 따라 한·일 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2007년 9월 갑작스럽게 사퇴한 아베 전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또다시 총리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임 총리는 총리 재직 시절인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독도 등 영토 문제에 관해 강경론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년 전 총리 재임 중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것을 두고 ‘통한’이라고 떠드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인접 국가들과의 선린 우호보다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며 탈(脫)원전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저서 ‘아름다운 국가’에서도 가치 동맹국으로 한국은 제외하고 호주와 인도 등을 포함시켰다. 우익 성향의 아베가 제1야당의 총재가 됨으로써 일본 정치와 국정의 우경화 흐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차기 총선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아베-하시모토’의 우익 연대가 출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베 내각이 들어서면 한국에서 내년에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더라도 경색된 한·일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타협카드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안을 논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재가 다시 정권을 잡으면 보수색을 전면에 내걸어 (중국·한국과) 마찰이 격렬해질 수 있다.”며 “잘못 대응하면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고립될 수도 있다.”고 보도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베가 총리에 오르면 현재의 주장과는 다른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중국과 극심한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과도 대립각을 세우면 동아시아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인 아베 아키에가 고(故) 박용하의 열렬한 팬일 정도로 한류 팬이어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이번 선거는 ‘민의’에 반하는 결과라는 평가도 듣고 있다. 아베는 1차 투표에서 141표(국회의원 54표, 당원·서포터 87표)를 얻어 이시바 시게루(55) 전 정조회장의 199표(국회의원 34표, 당원·서포터 165표)에 뒤졌다. 하지만 국회의원만 참여한 결선투표에서는 108표를 획득해 89표에 그친 이시바를 눌렀다. 당내에서 가장 많은 45명의 의원을 거느린 마치무라파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당원·서포터의 선택은 무시된 셈이다. 실제로 아베가 당선되자 자민당 아키타현 본부 간부 4명이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지역에서 반발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성산업·성폭력 비례” vs “성매매 합법 濠 성범죄↓”

    “성매매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행위가 조직폭력배의 사업임을 모르는 관념적 주장이다.”(한국여성인권진흥원) “악질적 성폭행 사건이 난무하는데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 인권 침해적이고 근시안적 대안만이 최선이라고 한다.”(성매매 종사자 여성대표) 26일 여성가족부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 8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서소문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성매매 피해여성의 법적 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인식의 격차다. 집창촌 모임인 전국한터연합은 이날 “성매매 금지가 성생활을 자유로이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억제함으로써 성인의 사생활 자유를 제한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정재원 박사는 토론회에서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거래 액수는 7조원에 육박한다.”며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북한 여성들이 성매매 여성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팀장은 탈북여성 3명이 3개월짜리 여행비자로 일본을 오가며 도쿄에서 유사 성행위로 2년여간 11억원을 벌어 경찰 조사를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또 “국제적으로 한국의 성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2002년 기준 국내총생산의 4.1%)임에도 성폭력 발생률이 세계 2위라는 현실은 ‘성산업 확대=성폭력 증가’를 바로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터전국연합과 남성연대는 “우리 성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성매매를 하는 호주는 2003년 전에는 성범죄 발생이 인구 10만명당 91건으로 세계 1위 국가였지만, 성매매 합법화 이후 2010년 성범죄가 26.2건으로 줄었다.”며 성매매방지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정 팀장은 호주에서 개인적인 성매매는 합법이지만 성매매 업소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내년 성폭력 예방 및 피해방지 예산을 올해보다 30.7% 늘어난 443억원으로 책정하면서 성매매·성폭력 피해를 본 탈북여성을 위한 예산도 처음으로 3억원을 배정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3)안철수의 측근 (상)용인술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3)안철수의 측근 (상)용인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캠프를 들여다보면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고도의 착지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개방성을 갖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다 보니 최정점의 안 후보가 독단으로 흐르면 오히려 폐쇄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탈이념적 용인술’ 역시 제3지대 후보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단은 되지만, 안 후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함정이 될 수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안 후보가 캠프 인물로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서울대 출신의 법조인과 유학파, 경제관료, 교수 등을 중용하는 건 탈정치적 행보의 일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펙 위주의 ‘엘리트주의’나 ‘정치적 선민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4개월 전인 지난 5월의 일이다. 현재 캠프 핵심이 된 A씨는 안 후보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는 색다른 ‘면접’을 치렀다. 안 후보는 그 인사에게 통상적인 질문이 될 수 있는 고향이나 출신 학교는 묻지도 않은 채 제일 먼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다. A씨는 ‘호구 조사’가 생략된 안철수식 면접을 치른 후 안 후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면접을 통과했고, 안 후보의 지근에서 대선 행보를 돕고 있다. ‘학연·지연·혈연’ 등 이른바 3연(緣)을 묻지 않는 면접을 거친 인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안 후보가 조직 내 ‘라인 형성’을 극도로 경계해 안철수 캠프에는 학연·지연·혈연을 고리로 한 연줄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영포(영일·포항)라인’처럼 지역 등을 기반으로 한 핵심 실세들이 없고 역설적으로 ‘연줄의 힘’을 통해 만들어지는 조직력도 없다. 여느 대권주자들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라인, 실세, 조직이 전무한 ‘3무(無)’ 캠프다. 안 후보가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영입부터 인선까지 직접 챙긴 ‘안철수의 사람’만이 있다. 공적 라인에 직접 검증한 인사를 앉혀 자신의 의사가 왜곡되거나 초기 구상안이 틀어지는 일이 없도록 완벽을 기하려는 안 후보의 ‘결벽증’마저 느껴진다. ‘3무’는 업무와 기능을 중심으로 캠프 구성원들이 팀제로 얽혀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형 대선조직을 가능하게 한다. 안 후보는 출마 전부터 선대본부장이 명령을 하달하는 기존 정치권의 수직적 체계를 벗어나 이런 형태의 대선조직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 개방성·참신성·전문성이 안철수 캠프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다. ●이상·현실 괴리 사이 ‘외줄타기’ 하지만 뒤집어 보면 캠프 구성원 모두가 수평적 관계에 놓인 가운데 안 후보 홀로 정점에 서 있는 구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안 후보를 가운데 두고 팀장과 팀원들이 바퀴살처럼 뻗어 있는 ‘방사형’이다. 구성원들은 기업 부서처럼 기능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계돼 있고 끈끈한 연줄이 없다 보니 구심점과 공유하는 가치는 오로지 ‘안철수’뿐이다. 후보 하기에 따라, 특히 후보가 마지막 순간 독단을 내리려 한다면 개방성이 순식간에 폐쇄성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구조다. 후보에게 조언할 최측근 그룹도 없고, 견제할 2인자도 없다.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주목받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공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조언자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후보와 막역한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을 최측근으로 꼽는 사람도 있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도 알지 못했다. 안철수 캠프 팀장급 회의의 대부분은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주재한다. 연관성 있는 팀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 이를 조정, 관리하는 역할이다. 팀장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권한도 주어진다. 그러나 캠프 관계자는 25일 “충분히 반영하고 고민하되 최종 결정에는 후보의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논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교통정리를 하느냐.’는 물음에 “지금까지 논쟁을 벌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구성원의 생각이 ‘안철수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논쟁이 붙을 만한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 없었거나 혹은 이에 대한 토론이 심도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 후보의 대외적 이미지는 ‘불통’이기보다는 일단 ‘소통’에 가깝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참석자들과 교감했고 안랩 최고경영자(CEO) 시절에는 사원들과 하루에 한번씩은 면담했다고 한다. 대선출마 직전까지 그는 전국을 돌며 밀도 있게 사람을 만나고 대선 도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고독함을 자처하는 스타일로 비친다. ‘안철수 비토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불통’ 아닌 ‘불통’의 단적인 예로 꼽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억양과 목소리 톤을 통해 감정까지 전달되고 때로는 불편한 말도 들어야 하는 ‘날것’ 그대로의 휴대전화 대신, 정제된 문장이 오가는 이메일만으로 ‘일방적 소통’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연줄을 멀리하거나 2인자 행세를 하려는 ‘킹메이커’를 가차없이 내치는 행동 패턴은 권력 욕구나 완벽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안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자신의 행보에 대해 언론에 이런저런 말을 하자 “저는 나름의 판단이나 역사의식이 있다.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300명 정도 된다.”며 정치권의 대표적 선거전략가인 윤 전 장관을 300명 중 1명으로 만들어 버렸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실세에게 영향과 간섭을 받으며 자신의 판단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상황을 못 견딘다는 얘기다. 안 후보 주위에 각 분야의 엘리트는 많지만 정치적 동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라인업’을 원천 봉쇄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라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조직 안에 세력이 형성된다는 것이고, 이 세력의 입김이 거세지면 안 후보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라인을 만들었다며 안랩의 한 간부를 자른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이켜 보며 “라인을 만드는 사람, 그래서 조직을 해치는 사람에겐 가차없다.”고 강조했다. 참모진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다. 안랩에서 안 후보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했던 박근우씨는 마감일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가 안 후보로부터 “어제까지 보고를 기다렸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제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겠습니다.”란 ‘통첩’을 받았다고 한다. 영입 대상의 성향은 진보·중도·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의식적으로 진보·중도·보수 간 균형을 맞춰 영입하려는 뜻이 엿보인다. 아직 캠프 가동 초반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피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전 경제부총리와 손잡은 것처럼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캠프에 중량감을 더하기 위해 코드만 맞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영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탈정치적 중용… 엘리트주의? 일부에선 안 후보의 ‘탈이념적 용인술’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체성’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후보는 폭넓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야권 전체적인 합이 진보적 가치이고 진보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이것과 다르게 가면 지지층을 결합할 때 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새누리당 사람들을 제외하고 캠프를 소수로 꾸리려다 보니 일명 ‘사’자 돌림으로 통하는 퀄리티가 좋은 시민 사회 계열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가 지향하는 정치 색깔과도 맞지 않다.”며 “‘안철수가 과연 민주적이냐. 박근혜보다 엘리트주의를 지향하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송수연기자 hjlee@seoul.co.kr
  • [기고] 동북아 영토분쟁 대비해야/장성호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기고] 동북아 영토분쟁 대비해야/장성호 배재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동북아시아가 영유권 분쟁으로 연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이 미사일과 항공모함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하고, 일본 해상 자위대 호위함이 인근해역 순찰을 강화하는 등 영토패권을 둘러싼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이래 맞이한 중·일 국교정상화 기념식을 중국 측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의 해묵은 갈등 또한 동북아에 상존하는 영토분쟁이다. 독도문제는 영토문제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이 사태가 함의하는 역사적인 의미가 특수하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본의 독도병(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발표한 2012년 일본 방위백서에는 “우리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존재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올해 3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 결과와 4월 외교 청서에 이어 일관된 태도다. 일본 정부의 확실한 저의는 향후 독도문제를 국제분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 일본의 우경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방위백서, 신문광고 등 정부 공식보고서와 언론에 독도문제에 대한 노골적인 주장을 연이어 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마디로 독도문제는 일본 국내정치의 제물이다. 최근 소비세 인상과 원자력 발전 강행 등으로 국민적 지지도가 낮아진 노다 요시히코 정부의 조급한 의도와 과거 제국주의 국가의 내부적인 난제를 외부적인 위기로 해결해 나갔던 통치 전형의 조합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통치행위다. 그러나 이후 한·일 간의 관계가 경색됐다. 우려할 일은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 과정과 함께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중요한 시기에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국내의 일부 언론매체와 단체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우리 고유영토에 대한 통치권자의 순시로서 대내외적인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아시아를 비롯해 주변국들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전범국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본은 같은 전범국인 독일과는 다르게 반성은커녕 변명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후안무치한 국가이다. 대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봐도 그렇다. 계속된 일본 고위층의 망언과 역사인식은 이미 상식 이하의 수준이다. 따라서 한·일관계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국가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태도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비정한 현장이다. 지금 동북아시아에서는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와 중국의 중화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민족주의와 결부된 영토분쟁의 악령이 꿈틀대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는 단단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국론 결집의 단합된 힘으로 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강온전략의 세련된 외교력을 통해 외교전에서 승리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 [사설] 정치권 포퓰리즘과 맞닥뜨린 장밋빛 예산

    장밋빛 예산이 복지 포퓰리즘과 맞물리면 나라 살림살이는 불보듯 뻔하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철회하는 새해 예산안을 확정하자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해 당정 갈등을 예고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도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 아닌가 하는 착잡한 심정이 든다.”고 말했다.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기 부양과 균형재정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사실상 균형재정을 포기한 것은 유감이다. 342조원의 예산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분야가 28.3%(97조원)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 수지를 내년에 균형인 ‘제로’(0)에 맞춘다는 목표는 마이너스 0.3%로 하향조정됐다. 경기 부양을 위해 균형재정 목표를 한해 늦추는 것은 불가피했다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한번 무너진 목표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방심하면 남유럽국가보다 더 위험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재정융자를 시중은행 대출로 전환해 재정으로는 이자차액만 부담, 재정지출 확대효과를 노린다는 이차보전 방식은 은행 돈을 정부 돈으로 쓰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행정편의주의적인 편법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24조원의 ‘삽질 예산’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4.0%로 잡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4%, 민간경제연구원의 3.3% 전망치보다 높다. 장밋빛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한 살림살이로는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다. 차기 정부에는 그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 산업은행 매각을 통한 8조 1000억원을 세수입으로 반영한 점도 세수 감소 걱정을 키우고 있다. 전면 무상보육 철회가 복지 포퓰리즘과 맞물려 어떻게 변형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대선 복지 공약들까지 반영되면 예산 지출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여야는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재정위기를 겪은 스페인과 그리스 국민의 모습을 떠올리기 바란다.
  • “거세된 환관이 양반보다 장수”

    “거세된 환관이 양반보다 장수”

    국내 연구진이 역사적 자료를 활용, 남성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이 ‘남성호르몬’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환관(거세된 채 궁중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같은 시기의 양반보다 장수했다는 것이다. ●남성호르몬 수명에 영향 민경진(왼쪽)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교수와 이철구(오른쪽)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25일 “조선시대 환관족보인 ‘양세계보’를 이용, 남성 호르몬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저널 ‘최신 생물학’에 실렸다. 연구팀이 양세계보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종합분석한 결과 조선시대 환관들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같은 시기의 양반들이 51~56세를 살았던 것과 비교할 때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 특히 조사 대상인 81명의 환관 중 3명은 100세 이상(100·101·109세) 살았다. 이는 비율로 따질 경우 현대의 대표적인 장수국가인 일본의 백세 비율인 3500명당 1명보다 130배가량 높은 것이다. ●새 항노화제 개발 가능성 기대 연구팀은 이런 근거를 통해 남성호르몬이 수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성호르몬과 수명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집단을 비교한 첫 사례”라며 “중년 이후에 남성호르몬의 차단 등을 시도하면 새로운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CEO 칼럼] 결국은 초혁신이 답이다/윤문석 VM웨어 코리아 지사장

    [CEO 칼럼] 결국은 초혁신이 답이다/윤문석 VM웨어 코리아 지사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適者生存) 법칙을 요즘 식으로 풀어 쓴 버전이란다.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생존의 방법을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 속 김병만은 이런 점에서 아주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생존하려면 기본적으로 남보다 강해야 하며, 그런 연후에는 변화에도 잘 적응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고, 그래서 강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거대한 생태계로 놓고 보면 기업들은 그 속에서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거듭하는 개개의 경제 단위이자 생명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기업의 생명은 갈수록 짧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 환경이 더욱 척박해지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지난 30년간 생존율은 16%,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에서 조금 모자란다고 한다. 세계 500대 기업의 지난 50년간 생존율도 14%에 지나지 않는다. 초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시장과 국가 간 경계와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 불확실성은 커지고,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며, 경쟁 우위의 생명력이 날로 짧아지고 있다. 앞서 가는 기업만 뒤쫓다 보면 언제 어떤 기업이 등 뒤에서 나타나 저만치 앞서 갈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시대에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필요하며, 그런 기업이 강한 기업이자 위대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어느 시대건 비슷한 조건 하에서 부침과 명멸을 반복해 왔다. 시대마다 승리의 룰은 달라지겠지만 근래 들어 성공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전보다 ‘혁신’과 ‘속도’가 크게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은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변화의 파도 위에서 좌초하지 않도록 균형감·민첩성·효율성을 갖추고, 혁신을 동력원으로 빠르게 고객을 찾아 항해하는 데 익숙하다. 고정된 항로가 아니라 고객이 있는 곳 어디든 항해하고 닻을 내릴 수 있는 뛰어난 레이더도 갖추고 있다. 기업 환경에서 혁신과 속도가 강조되다 보니, 아예 이전에 없던 기술과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이 어느 날 등장해 기존 산업의 모든 질서를 흔들기도 한다. 이른바 초혁신 기업들이다. 초혁신 기업은 기존의 먹이사슬 구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급속한 성장을 일궈 나간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는 파괴적인 변화가 일어나며, 새로움을 열망하는 고객과는 화학적인 반응이 거세게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초혁신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한 경제 강국이다. 이런 성과를 일궈낸 기업들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잘해 왔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고개 숙인 글로벌 경기 침체는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른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무역 보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대두를 우려하기도 한다. 앞만 바라보며 달려온 시대가 지나고 전후좌우를 살피고 싸우면서 지혜롭고 빠르게 전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전이나 모바일 기기 영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초혁신성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21세기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첫째도 혁신, 둘째도 혁신, 셋째도 혁신이다. 그냥 혁신이 아닌 속도를 수반한 초혁신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초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패러다임을 바꾸며 글로벌 경쟁 우위를 더해가야 한다. 묵은 때를 훌훌 털어버리고 가볍고 빠른 초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당당히 글로벌 시장을 항해해야 한다. 이뤄질 것이다. 석유 수입국이면서 석유 제품이 수출 1위인 것처럼, 가전 제품 1위에서 휴대전화 수출 1위가 된 것처럼, 코리아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싸이가 된 것처럼….
  • 경찰 상납비리 메가톤급… ‘제2의 이경백’ 사태 되나

    국내 최대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의 불법영업 등을 수사해 온 검찰이 업주들 사법 처리를 마무리하고 2단계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YTT와 경찰 사이의 상납 비리 수사다. 정해진 수순이긴 하지만 규모와 강도가 당초 예상을 초월한다. 지난 5년간 서울 강남경찰서 단속 부서 등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700~800명에 대한 전방위 조사다. 경찰은 ‘제2의 이경백’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이미 “업주를 기소한 이후 경찰 상납 비리 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이 23일 YTT 실소유주 김모(52)씨 형제를 구속 기소한 것은 경찰 상납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은 김씨 명의 휴대전화·차명폰의 통화 내역 분석, 김씨 등 관계자들의 금융거래 내역 추적 등을 통해 일부 경찰과 유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 5~6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김씨를 압박하기 위해 성매매, 탈세 등 YTT를 둘러싼 비리를 다방면에 걸쳐 파헤쳤다. 김씨는 YTT와 S호텔을 연계해 약 2년간 8만 8000여회의 성매매를 알선, 연간 650억원 이상의 매출에 6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김씨는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매출만 신고하고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금 거래 대부분은 누락했으며 ▲과세 대상이 아닌 여종업원 봉사료 허위 기재 ▲호텔 신용카드 단말기를 통해 유흥업소 비용을 결제(일명 카드깡) ▲개인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어제오늘내일’ 법인을 설립, 친인척을 차명주주로 동원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30억 4800만원을 탈세했다. 검찰은 탈세 금액 중 일부가 매월 경찰 상납금으로 유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일각에선 “검찰이 경찰을 표적 수사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검찰의 수사 타깃인 강남서 본서 및 지구대 등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했던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다. 논현2파출소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자신 있으면 당장 구속시킬 것이지 강남서와 관련됐다고 모두 범죄자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 고위 간부 A씨를 잡으려 한다는 등 검찰에서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면서 “김씨가 경찰보다는 검찰 쪽에 훨씬 큰 금액을 상납했다는 말이 있는 만큼 검찰 관계자들부터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김승훈·조은지기자 hunnam@seoul.co.kr
  • 신도시 상가주택 층·가구수 4층·7가구까지 완화 논란

    국토해양부가 올 들어 택지개발지구 내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에 대한 가구수 및 층수 제한 규정을 잇따라 완화해 기존 상가주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9일 고양 삼송지구 단독주택용지의 가구수 및 층수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양삼송지구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 신청안’을 일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에 상가주택을 신축할 경우 당초 3층에 3가구를 초과할 수 없었으나, 4층에 7가구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용 단독주택용지에 대한 층수 및 가구수 제한은 2층에 2가구로 변동이 없다. 이같이 신규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단독주택용지에서 가구수 및 층수 제한 규정이 완화되자, 택지개발이 이미 끝난 일산 분당 등 1~2기 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가구수 및 층수제한 완화요구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대선 3자대결구도] 文·安 단일화 과정 4차례 ‘분수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 등 2가지를 내걸면서 공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넘어갔다. 일단 두 후보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며 선거 초반부터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기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두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게 야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향후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는 적어도 4차례의 중대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고비는 추석 연휴 직후 민심이 재편되는 시기일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는 추석 때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단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20일 “추석이 지나고 나면 단일화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는 조국 교수나 원로인 백낙청 교수 같은 분들이 의견을 낼 것이고 자연스럽게 단일화 논의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시기는 지금부터 한달 뒤인 10월 20일쯤으로 상정할 수 있다. 대선을 두달 앞둔 이때쯤이면 단일화 논의가 무르익을 가능성이 있다. 문 후보 측은 경선 이후 컨벤션 효과와 야권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충분히 여론에 반영돼 안정적인 지지율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안 후보 역시 출마 선언 이후 컨벤션 효과와 공개 행보로 인한 중도층, 무당파층의 지지율 결집 현상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두 사람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엇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있고 이는 단일화 여론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문 후보 경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두 후보를 둘러싼 정치 지형이 중요하다.”면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엇비슷해야 단일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는 대선 한달 전 시점이다. 두 후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양 진영이 서로 자기 쪽으로 단일화할 것을 주장하면서 선거판이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양 진영이 본격적인 검증 국면으로 돌입할 수 있는 시기다.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전이 된다면 여론조사 지지율은 또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도 변수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여론의 압박 역시 거세질 수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후보 진영 자체보다는 언론이나 유권자 쪽에서 물어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시기는 후보자 등록 시점인 11월 25~26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 두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여론의 압박으로 인한 극적인 담판이 이뤄질 수 있다. 막판까지 두 후보가 양보하지 않으면 여론조사 방식인 노무현, 정몽준 간 2002년 모델을 따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든 담판이든 지지율이 낮은 쪽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누가 됐든 끝까지 역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를 늦출수록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측한다. 안 후보 쪽으로 단일화되면 민주당 입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 조건과 입당의 조건이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금 변호사는 “국민이 정당에 속하지 않은 안 원장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것은 어떻게든 기존 정당과 정치권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시키라는 의미”라며 입당의 전제가 정당의 변화와 혁신임을 거듭 강조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광장] 빗물세와 서울시청 앞 보도블록/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빗물세와 서울시청 앞 보도블록/노주석 논설위원

    제16호 태풍 산바가 한반도 남부를 강타하고 빠져나갔다. 15호 볼라벤, 14호 덴빈에 이어 태풍의 눈이 서울과 수도권을 비켜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물난리 재앙이 예고돼 있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억세게 운이 좋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잇따라 광화문과 강남이 잠기는 ‘수난’을 겪고도 서울의 치수방재 대책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운이 언제까지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더는 시험에 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산바가 오기 전 서울은 때아닌 빗물세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빗물세란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不透水) 면적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하수구를 통해 흘려보낸 빗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별도로 받겠다는 것이며, 거둬들인 돈으로 빗물 관리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복안이다. 저항이 거세지자 박 시장은 “빗물세란 잘못 선택된 용어이며 이로 말미암아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래도 ‘독일식 빗물세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강행한 것으로 보아 ‘빗물세 타령’은 잠시 가라앉은 것이지 철회된 것은 아닌 듯하다. 서울시의 빗물세 도입 발상이 얼마나 몰염치한지 한번 따져보자. 빗물세는 세금이 아니라 요금이라는 변명은 넘어가 줄 수 있다. 문제는 빗물 처리의 책임소재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하수도로 흘러내린 책임이 시민에게 있으니 처리비용을 부담하라는 논리다.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서울시민이 무슨 수로 하수도로 흘러드는 빗물을 줄일 수 있을지 방법이라도 알려주고 요금을 물려야 하는 것 아닌가. 빗물세 논의가 도시의 불투수 면적을 줄이는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서울의 지표면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보도블록 등이 인도와 차도 그리고 공원까지 뒤덮고 있다. ‘개념 없는’ 도시개발 탓에 맨땅을 밟기 어렵다. 서울의 불투수율은 1962년 7.8%였지만 2010년에는 47.8%로 늘어났다. 산을 제외하면 85%가 물이 빠지지 않는 땅이다. 서울은 빗물을 담는 거대한 세숫대야로 변했다. 지하로 물이 스며들지 않으니 땅속에 물기가 있을 리 없다. 도심열섬현상이 심화되고, 고온다습한 수증기와 열기의 급격한 증발이 불볕더위와 큰 비를 만든다. 폭우가 쏟아지면 하수 처리용량이 초과해 도시가 순식간에 물에 잠기기 마련이다. 빗물세가 ‘난리브루스’를 치기 며칠 전 어느 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곳곳에서 보도블록 단장공사가 진행되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기존 블록을 들어내자 드러난 바닥이 땅바닥이 아닌 것 같았다. 또 새 블록을 깔기 전에 바닥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흘러들어 가야 하는 보도블록 틈새도 ‘물샐틈없이’ 막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보도블록 포장에 관한 표준품셈’에 그렇게 시공토록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아스팔트로 인도를 포장하는 것이 예산을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구태여 2도 경사지게 공들여 블록을 한장한장 놓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도시의 불투수율을 더 높이려고 보도블록을 까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서울시가 자랑하던 빗물 흡수형 보도블록과 투수성 블록은 다 어디로 갔나. 서울시청 시장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율배반적 불투수율 높이기 공사의 실상을 알고서도 빗물세를 순순히 내려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전에 운영하던 ‘원순닷컴’에는 보도블록 관련 글과 사진이 종종 등장한다. 취임 후 ‘보도블록 십계명’을 발표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2009년 8월 24일 원순닷컴에 실린 보도블록 관련 글 중 한 대목이다. “서울시청 앞, 서울시의회 앞이 이런 지경이라면 다른 곳은 오죽하겠어요?” joo@seoul.co.kr
  • [오늘의 눈] 전경련의 ‘원맨쇼’/박상숙 산업부 차장

    [오늘의 눈] 전경련의 ‘원맨쇼’/박상숙 산업부 차장

    “잘못하다간 뒤통수 맞는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요즘 이런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있다고 했다. 그의 회사는 녹색에너지 관련 첨단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국내 대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나중에 기술만 뺏기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으니 법적 보호망을 단단히 쳐놓으라는 경고성 조언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 법안의 하나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한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일종의 심판역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18일 대기업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제도의 필요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 같은 날 대기업의 대변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에 대한 모의재판을 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용 및 부당 감액 등 가상의 사례를 토대로 징벌 배상제의 경제적 손익을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결론은 정치권을 향한 강한 반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분별한 소송 남발과 과도한 배상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모두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출연자 면면을 봤을 때부터 큰 기대는 없었다. 재판장석에 앉은 법무법인 바른 대표인 강훈 변호사부터(그는 ‘대기업 프렌들리’로 결론 난 MB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원고, 피고 측 대리인은 물론 배석판사들까지 모두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맡았다. 이런 촌극을 벌이자고 각계의 쟁쟁한 전문가를 동원했다니 재계의 맏형답다고 해야 할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룰, 게임’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경사진 축구장의 기울기를 조금이나마 완화해 보자는 노력에 이처럼 찬물을 끼얹는 행태는 정말 ‘쪼잔’하다. 재벌 때리기에 불만이 많더라도 지나친 ‘부자 몸조심’은 오히려 화를 불러온다. 전경련이 재벌만 대표하는 ‘재경련’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코미디는 이쯤에서 관둬야 한다. alex@seoul.co.kr
  • 원전·화전에 강원민심 ‘두 쪽’…지자체장 시험대

    원전·화전에 강원민심 ‘두 쪽’…지자체장 시험대

    원자력·화력발전소 유치를 놓고 지역 주민들 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해당 자치단체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강원도에 따르면 강릉·삼척·동해·고성 등 동해안 자치단체장들이 최근 몇년 사이 수조원에 이르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잇따라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삼척시는 근덕면 동막·부남리 일대에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면서 주민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대 측은 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를 조직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에 나서 핵발전소 건설만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원전유치 신청을 한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삼척을 아예 신규 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하자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찬성 측인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는 “원전 건설이 추진되면 하루 평균 3000명의 건설인력이 투입되고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과 지방세수 증대 등 6조원의 지방재정 확충으로 삼척시가 상전벽해의 변화를 맞을 것이다.”고 반기고 있다. 동해시도 북평·송정동 일대에 ㈜STX전력과 함께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동해항과 동부메탈 등으로 이미 주민들이 엄청난 환경오염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또다시 오염을 유발시키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결국 주민들을 떠나라는 것과 같다.”며 반대하고 나서 행정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강원 고성군 현내면지역 화력발전소 건설도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져 주춤한 상태다.‘신규 발전설비 건설의향서’를 한국전력거래소에 제출한 대림산업 측은 현내면 지역 130만㎡의 부지에 6조 5000억원을 들여 40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반발은 더 커졌다. 군에서는 “주민들의 50% 이상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주민들의 의향조사에 나서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강릉시도 강동면에 한국남동발전, 삼성물산과 함께 2020년까지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마다 “열악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찬성 여론도 만만찮다. 이 같은 발전소 건설을 놓고 갈라진 민심을 놓고 자치단체장들은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면 지역경제 발전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데 주민들의 갈등의 골만 깊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최문순 도지사도 “핵발전소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뽀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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