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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친일파’ 오선화 “한글 때문에 노벨상 못타”…한글 비하 망언 쏟아내

    ‘신 친일파’ 오선화 “한글 때문에 노벨상 못타”…한글 비하 망언 쏟아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를 지켜야 한다는 한글 우월주의자들 때문에 한자 부활이 막혀 있다. 이제 교사들에게 한자를 가르칠 인재마저 없게 돼 버렸다. 그래서 한국에 노벨상(수상자)이 없다” “한글은 표의문자인 한자와 달리 글자만으로 의미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알기 쉽게 바꿔 말해야 하는데 그러면 유치한 표현이 된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에 귀화한 친일·반한 여성평론가 오선화(일본명 고젠카·57)가 한글우대정책으로 한국이 노벨상을 타지 못한다며 한글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기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일본 극우 성향 국제시사잡지 ‘사피오’가 25일 발행한 최신호에서 오선화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를 지킨다 / 한글우월주의에 한자를 잊은 한국인 / ‘대한민국(大韓民國)’조차 쓰지 못한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오선화는 한국의 학력 위주 사회를 비판하면서 글을 시작했다. 오선화는 “한국에서는 대입시험 당일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도로의 통행이 금지될 정도로 수험 전쟁이 심하다”면서 “유년기부터 학원에 돈을 쏟아 붓는데 초등교육 수준은 국제적으로 높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다. 오선화는 “한국 서점에서는 참고서를 찾는 학생들만 있을 뿐 사회인은 거의 없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독서량이 가장 적은 국민이다. 한국인 40% 이상이 연간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고 썼다. 한국인들이 책을 멀리하는 이유로 오선화는 한자 폐지를 들었다. 오선화는 “내가 (한국에서) 중학생이었던 1970년 봄 한국은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걸 중단했다”면서 “한국어 어휘의 7할은 한자어인데 그걸 표음문자인 한글로만 쓰니 동음이의어로 인해 헤매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적었다. 오선화는 이 같은 한글 우대 정책이 세대간 문화 단절을 불러 왔으며 한국인들이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황당한 분석을 내놨다. 오선화는 “(한글만 배운 젊은 세대는) 고전과 사료를 읽을 수 없게 되고 대학의 연구자들조차 60년대 자신의 지도교수가 쓴 논문을 읽을 수조차 없게 됐다”면서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대통령인 ‘박근혜’조차 한자로 못 쓴다. 과거 조사에서는 대학생의 25%가 ‘대한민국’을 한자로 못 쓰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오선화는 끝으로 “(한국인들이) 노벨상 수상을 놓칠 때마다 일본이 돈으로 상을 샀다고 욕을 퍼붓는데 그럴 시간에 한자에 대한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MBC PD수첩이 2006년 광복절 특집으로 방송한 ‘신친일파의 정체를 밝힌다’편에 따르면 오선화는 1956년 제주에서 태어나 83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술집 호스티스로 일하다 학력 등을 속이고 일본 극우세력을 따라다니며 한국을 비난하는 선동질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오선화는 ‘치맛바람’, ‘한국 병합의 길’ 등의 책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고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오선화의 이름으로 발행된 이 책들은 사실 일본 극우세력이 오선화를 내세워 대필한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극우세력은 오선화의 엉터리 주장을 근거로 혐한론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오선화는 한국에서 자신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일본으로 귀화해 현재 타쿠쇼쿠대 국제개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선화는 지난달 2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아베 총리는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대체하는 ‘아베 담화’를 2015년에 내겠다고 했다. 오씨는 이를 위한 ‘아베 전문가 그룹’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년의 뚝심으로 찾아낸 민낯의 미공군 하급 문서 한국전 무차별

    한국전쟁기 미 공군이 실행한 공중폭격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전쟁 전시기에 걸쳐 민간지역 폭격을 결코 행하지 않았다”는 미국 측 주장과 “전쟁 초기부터 무차별 폭격이 가해졌다”는 비판자들의 반론이 맞서왔다. 그러나 양쪽은 각자 유리한 자료만을 근거로 삼는 동일 오류를 범했다. 민간폭격을 전면 부정하는 쪽은 워싱턴의 고위층 인사들이 작성한 정책문서를 내세웠고, 브루스 커밍스 같은 비판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언론기사들을 제시했다.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이 부제인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미 공군 최하급단위 임무보고서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미 공군의 공중폭격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2000년 즈음부터 미 국립문서보관소 등을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 미 공군 문서 10만여장을 수집·분석하고, 이를 러시아와 중국, 남북한 문서와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양측의 주장을 면밀히 검증했다. 가공되지 않은, 이른바 ‘위생처리’가 안 된 미공군의 하급 문서들에 따르면 전폭기 조종사들은 자신의 임무를 마을, 도시, 흰옷을 입은 사람들(민간인)에 대한 폭격으로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다. 민간폭격은 전무했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뒤엎는 자료다. 저자는 또한 전쟁 초기부터 무차별폭격을 가했다는 비판도 실제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49년, 미국에서 전략폭격의 무차별 성격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적어도 초기에는 ‘군사목표 정밀폭격정책’을 준수했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과 조종사들의 출신계급 및 참전 목적, 미공군내 문화 등의 환경적 요인과 함께 전쟁에서 최대한 빨리 승리하려는 전술적 목표가 더해져 무차별 폭격 양상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지난 60년간 미국은 한국전을 ‘자유를 위한 희생’으로,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으로 각각 규정해왔다. 저자는 그러나 중국이 자국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정전협상을 지연시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방조했다는 사실을 통해 미국이 그랬듯 중국 또한 자신들을 위한 전쟁을 수행했음을 지적한다. 80여쪽에 달하는 각주와 참고문헌 목록이 10년 넘게 한우물을 판 저자의 수고를 엿보게 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외국은 안 쓰는데… 적조 예방 황토 살포 논란

    적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황토살포의 효능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남도는 황토가 계속 바다 밑에 쌓이면 펄이 숨을 쉬지 못해 오히려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폐사한다며 황토살포를 금지했지만 해양수산부는 피해발생 초기부터 황토를 뿌리라고 장관 훈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8일 남해안에 내려졌던 적조주의보가 발생 5일 만인 23일부터 적조경보로 격상된 가운데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대치하자 어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5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18일 공문에서 적조주의보 발령 규정에 따라 피해발생 초기부터 황토살포, 피해발생 전 방류 등 조치를 지시했다. 해수부는 4일 뒤인 22일에는 황토살포를 요구하는 어민 민원과 관련해 전남도에 황토 미살포에 따른 피해발생 시 국고지원 대상 제외라는 엄중 경고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 여수시 화태도에서 양식업을 하는 한 어민의 자녀는 “‘황토금지령’은 손 놓고 죽으라는 것”이라며 국민신문고에 진정했다. 해수부는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황토로 인한 생태계 파괴 증거가 없고 현재까지 적조 방제물질로 황토를 대체할 만한 물질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남도는 완강하다. 전남도는 일부 전문가들이 오염됐거나 중금속 성분이 든 황토를 물고기들이 먹는 상황이 되풀이돼 큰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도 발생 61일 만에 적조가 소멸됐지만 황토살포 효능보다는 수온이 떨어지면서 자연적으로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립순천대 고분자공학과 나재운 교수는 “바다에 떠다니는 코클로디움과 무거운 황토를 결합시켜 우선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는 데 급급하지만 결국 황토살포는 바다의 부영양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먹었을 경우 5~10년 뒤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나 교수는 “황토는 적조 세포까지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물고기 대량 폐사만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는 외국에서도 황토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일본에선 1980년대 이후부터 황토 대신 점토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호주 등에서는 황토에 인 함유량이 많아 부영양화가 더 심각해진다는 이유로 극히 일부의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조는 지난해 전남과 경남 남해에서 여름과 가을 두 차례 발생, 380여만 마리의 어·패류가 폐사해 35여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는 지난해 9000t을 살포하는 등 적조 방제를 위해 관행적으로 했던 황토살포를 올해부터 금지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최근 어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적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어린고기 사전 방류와 성어 조기 출하, 재해보험 가입 등을 주문했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황토를 무한정 사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국립수산과학원이 황토가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은 광범위한 지역에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황토 1만 3000t을 살포한 경남도는 올해도 지난 19일부터 황토를 뿌리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황토가 친환경인 데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는 가운데 지난 18일 발생한 적조로 25일 현재 경남 통영·거제·남해에는 참돔·농어·쥐치 등 243만 마리가 폐사해 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학교 옆 화상 경마장 市 외곽으로 나가라” 용산주민 10만 서명운동 나선다

    오는 9월 학교 밀집지인 용산구 한강로 3가 16-48로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을 이전하려는 한국마사회에 맞서 용산구가 오는 29일부터 10만 반대 서명운동에 나선다. 용산구 전체 주민은 24만명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5일 “발매소의 현 위치와 이전지 모두 학교 밀집지역이라 주거 환경을 크게 저해한다”며 “따라서 시 외곽지역 이전을 촉구하기 위한 주민 의지를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성 구청장은 “이후에도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펴겠다”고 덧붙였다. 경마공원에서 진행되는 경마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베팅을 하는 시설인 장외발매소는 현재 한강초등학교와 207m, 용산공고와 312m 떨어진 용산역 주변에 위치해 있다. 이전하는 곳도 사행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학교정화구역으로부터 고작 30m 벗어나 있다. 직선 거리로 230m에 성심여중·고, 300m 반경에 선린중학교와 신광여중·고가 있어 주민 반발이 거세다. 특히 주민들은 마사회 용산지부가 건물 계약기간 만료 등을 이유로 2009년 말부터 발매소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주민들은 건물 완공을 4개월 앞둔 지난 5월에야 이전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같은 구역 내에서 이전할 경우 주민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09년 3월 내부 지침을 근거로 공청회나 설명회조차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장규 전 용산구청장은 임기 만료 하루 전인 2010년 6월 30일 건축허가를 내줬다. 반발이 거세지자 용산구는 지난 8일 용도를 변경하라고 마사회에 요구했다. 농식품부에도 이전 승인을 철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지난 6월 “마사회가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장외발매소를 개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힌 뒤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민대표와 관계 공무원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주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뒤 건의서 등을 첨부해 농식품부 및 마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국정원 국정조사] 문재인 “NLL 논란 끝내자” 성명 당 내외서 거센 후폭풍

    지난해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이제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을 끝내자”고 밝혔으나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후폭풍이 거세다. 당 내외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여론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정국을 이끌었던 문 의원이 설명도 없고, 사과도 없이 달랑 성명만 던진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문 의원이 정치력 시험대에 올라선 형국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24일 비노(비노무현) 세력을 중심으로 “대선후보까지 지낸 국회의원이 당과 국가를 우선시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만 계산한 성명이었다”며 실망과 함께 비판을 가했다. 그의 성명에는 당의 위기나 혼란스러워하는 국민들에 대한 일언반구의 해명이나 유감 표명이 없어 책임 있는 큰 정치인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의원이 NLL 대화록 열람을 먼저 제안했고, 지난달 29일에는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여야 극한 대립을 촉발했으면서도 회의록 증발 뒤 은근슬쩍 논란을 종식시키자고 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정치 지도자로서 무책임하고 ‘아마추어적’이라며 당내 장악력의 급속한 약화를 점치기도 했다. 문 의원이 대선 패배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얼버무린 뒤 다음 대선을 목표로 서둘러 정치의 한복판으로 나서려 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까지 정치권에서 나온다. 아무리 국회 초년병이라고 하지만 회의록 국면을 이용해 자신과 친노(친노무현)의 정치적 공간을 무리하게 확보하려고 민주당이나 국민을 고려하지 않고 질주하다 급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서조차 담벼락을 치는 친노의 배제와 독선의 정치에 대한 비난과 반성 요구 소리도 공개·비공개로 나온다. 중도파 김영환 의원은 이날 개인성명을 통해 “이번 일은 대선에 지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특정 계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절제되지 못한 주장을 단절하지 못한 지도부에도 책임이 있다”면서도 문 의원과 친노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지도자 문재인’의 상처는 분명 커 보인다. 자질 부족을 드러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반면 “현재 야권에 문재인을 대체할 지도자가 부재한 상태다. 지도자는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여권에서조차 “문 의원과 야권의 힘을 너무 빼면 여야 균형추가 무너져 정치권 전체가 약화될 수 있다”며 출구전략 주문도 나오고 있다. 정치는 냉정한 현실이다. 문 의원은 이날 회의록 실종 사태에 대해 성명 발표를 한 지 하루 만에 입을 열었다. 문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성명 발표에 따른 후폭풍을 감안한 듯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였나요”라며 “대화록이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어 “칼자루가 저들 손에 있고 우리는 칼날을 쥔 형국이지만 진실의 힘을 저는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특검 수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사설] 여야 ‘史草 게이트’ 검찰에 맡기고 민생 챙겨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는 진실규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면서도 정파적 이해에 따른 엇갈린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그제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한 상황은 국민들께 민망한 일”이라며 “이제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원본 공개를 요구하며 회의록 정국을 주도하다시피 한 당사자로서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이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이 다짜고짜 논쟁을 종식시키자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회의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나. 우리는 이미 회의록 실종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NLL논란을 끝낼 유일한 ‘원본자료’라고 주장하는 음원파일 공개의 부적절함도 지적했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사초 게이트는 검찰에 맡기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규명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요컨대 정치권은 민생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정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너무 팍팍하다. 경제상황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4·1 부동산대책, 금리 인하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까닭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부재로 국민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취득세를 내릴 방침이지만 광역 자치단체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NLL 나아가 사초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고 수사권도 없는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무리 논쟁을 벌인들 메아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민생 챙기기에 더욱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NLL에 이어 사초 게이트까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 [이슈&논쟁] 제한상영가 등급제

    [이슈&논쟁] 제한상영가 등급제

    영화가에 ‘제한상영가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불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이 영화는 지난 6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첫 번째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일반극장 상영이 불가능했다. 극 중 아들과 어머니의 성관계 장면 등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의 이유였다. 감독은 20여컷을 수정하거나 삭제해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지난 16일 영등위는 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감독은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필름을 더 잘라내 영등위에 세 번째 심의를 신청하되 오는 26일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 뒤 찬반투표에서 30% 이상 반대하면 아예 개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제한상영가 등급 전용관이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영등위원장의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贊] “외부로 표현되는 예술의 자유는 그 사회가 용인하는 한계 지켜야” 이우승 변호사·영등위 감사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직계 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 표현이 과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를 두고 영화계 일부에서는 제한상영가 결정이 ‘사전검열’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와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외부에 표현되지 않은 채 내부에 머무는 한 절대적인 자유에 속하는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와는 다르다. 외부적으로 표현되는 예술의 자유는 그 사회에서 용인하는 한계를 넘는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모든 예술적 표현이 가능해야 하며 어떤 영상물이든 자유롭게 상영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라 할지라도 언제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표현물이 공개되고 유통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서 제한상영가 등급의 헌법적 권위가 확인되는 것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폭력적, 선정적 표현이 담겼거나 일반적인 사회윤리나 국민정서에 끼칠 부정적 내용이 담긴 영화라면,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제한된 공간(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라는 제도이다. 영국, 호주 같은 선진국들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공공성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등급제도는 이미 완성된 영상물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요구하지 않으며 단지 관람에 적절한 연령별 등급을 결정하고 내용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그것도, 대중을 상대로 상업적 상영을 할 영화에만 적용된다. 그럼에도 최근 영화계 일부에서는 “예술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위헌”이라며 등급분류의 공익적 가치와 신뢰를 부당하게 흔들고 있다. 현 등급분류제도가 “사전검열이 아니며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한 이용연령분류 절차”라는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남용이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등급제도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널리 채택한 제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세르비안 필름’이란 영화가 좋은 예다. 2012년 영국에서는 이 영화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 및 아동 성폭력 장면 등이 문제가 돼 4분 11초를 삭제한 후에야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영국은 등급기구에 영화 삭제 권한이 있음) 호주에서는 ‘등급거부’ 결정이 나와 상영을 하지 못했고 스페인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 선진국에서도 그 나라의 공공적 가치를 저해하는 표현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제도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해를 조정하는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며, 표현의 자유와 공공적 이해의 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없어 사실상 상영할 곳이 없다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등급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에서 제한상영관 운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으니, 이는 별도로 해결할 문제다. 제한상영가 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이해한다면 ‘표현의 자유’ 논쟁은 쉽게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 [反] “제한상영 등급은 상영불가 판정… 도덕적 잣대 시험 관객에 맡겨야”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1996년 무렵 나는 영화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때 그 매체의 기자들은 지속적으로 수년간 끈질기게 검열철폐 캠페인 기사를 썼다. 그때까지 한국의 심의제도는 원성이 높았다. 조금씩 규제기준이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검열이었다. 검열과 심의는 다르다. 심의는 관람등급만 매기는 것이고 검열은 제작주체에게 삭제를 강요하는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에 확립된 완고한 기준은 질긴 관성을 발휘해 누구에게는 금기를 깨는 예술적 표현인 것이 다른 누구에게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불량품으로 보였다. 2000년 헌법재판소가 당시의 심의제도가 사실상 검열이라며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 그때 이후로 한국영화는 확대된 표현의 자유를 업고 르네상스를 누렸다. 한참 영화심의제도 개선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 시절,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를 기억한다. 그 영화는 예매 개시 직후 삽시간에 표가 매진됐고 극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외설 판정을 받고 극장개봉이 불투명했던 그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들은 시큰둥했고 어떤 이들은 흥분했다. 가장 위선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의 대답은 이랬다. “이 영화는 극장개봉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보기엔 부도덕하고 유해합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 영화를 봤을 어떤 시민들의 이런 반응을 방송 인터뷰에서 보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당신은 봐도 되고 우리는 보면 안 되나”라고 즉각 반문하고 싶어진다. 우리 중 일부 사람들에게는 오랜 세월 내면화된 검열관의 마음이 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가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착각을 받는다. 요즘 영화인들 사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기준이 퇴행적이라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강우석의 ‘전설의 주먹’은 학교 폭력이 나온다는 이유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에는 분명 학교 폭력이 나오지만 주제는 청소년기에 잘못된 폭력을 휘두르면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친절하게 설득하는 건전한 가족영화 쪽이다. 요사이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두 차례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은 상영불가 판정이다. 한국에는 제한상영가 등급 전문상영관이 없으니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려면 심의위원들이 지적한 부분을 잘라야 한다. ‘뫼비우스’에 상영불가 판정을 내린 심의위원들에게 항변하고 싶다. 당신들은 판단해도 되고 우리는 판단하면 안 되나. 명색이 영화평론가인 필자도 아직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존재하지 않는 극장에서 상영하라니 김기덕의 ‘뫼비우스’는 사실상 포르노나 극악무도한 스너프 필름과 같은 대접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김기덕의 영화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평론가지만 그가 위험한 예술가라는 점만은 존중한다. 그가 도덕적 금기를 깨는 묘사를 일삼는 감독이고 그의 영화의 표현수위가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가 금기시된 묘사를 할 때 그럴 만한 예술적 동기를 제시하는 통찰의 소유자라는 점은 인정한다. 아마도 ‘뫼비우스’는 이전까지의 김기덕 영화에 비해 더 과격한 묘사가 들어있을 것이다. 영화평론가이자 관객으로서 나는 이 영화가 건드리는 도덕적 잣대의 시험에 기꺼이 들고 싶다. 이미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한 영화감독의 신작을 밀실에서 몇 명이 자기들 마음대로 상영불가 판정을 내리는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기덕은 최근 보도자료를 돌려 관계자들을 모아 시사한 뒤 여론청취라도 하겠다고 읍소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도덕적 금기와 혼동하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선진국 운운은 비극이다.
  • [사설] 지방정부, ‘정치’ 앞세워 재정 축낼 생각 말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 전선이 갈수록 넓어지고 치열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개발 공약을 놓고 양측이 일찌감치 힘겨루기에 돌입하더니 엊그제부터는 정부가 부처 간 논란 속에 어렵게 마련한 취득세 인하 방침을 놓고도 정면 충돌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광주광역시가 유치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지원을 놓고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간 대립 역시 하반기 예산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렀건만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어제 전국 시·도지사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취득세 인하 방침을 당장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지방정부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의 세율을 내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취득세율을 내리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오히려 취득세 세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도, 만일 취득세 세입이 줄어들면 그만큼 보전해 주겠다는 정부의 다짐도 이들에겐 먹히지 않고 있다. 보전액 산정 기준을 서로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차제에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지자체 예산 지원을 늘려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지역개발 공약에 있어서도 해당 지자체들은 “무조건 이행”을 외치고 있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 지역공약의 우선순위와 완급 등을 조정할 뜻을 밝히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공약인 167개 사업의 총소요액 추정치가 무려 124조원에 이르러 예산 부담이 큰 데다 몇몇 사업들은 지난 정부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조정이 불가피한데도 “내 지역공약만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각 지자체의 ‘핌비’(Please In My Back Yard) 요구는 막무가내다. 국무총리 서명 도용이라는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국제대회를 따왔으니 이제 정부가 돈을 내놓으라’는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아예 고개를 젓게 만든다. 재정 문제로 골이 깊게 파인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의 이면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은 최대한 자신의 치적을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한푼이라도 정부 예산을 더 끌어오려는 욕심에 지금처럼 정부와의 가파른 대치를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시·도지사는 국회의원으로 치면 중진이다. 유력 시장이나 도지사는 대선 후보 반열에 서 있다. 지역 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1차적 과제이겠으나 나라 전체의 살림과 국정 방향도 살필 줄 알아야 하는 자리다. 정부에 손부터 벌리기에 앞서 치적 쌓기용 사업으로 제 스스로 지방재정을 갉아먹고 있지 않은지 살펴 개선하기 바란다.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대통령의 사과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대통령의 사과

    요즘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사과에서부터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요구와 기초연금 후퇴에 대한 사과 등 줄줄이다. ‘국정원 사건’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지켜본다 치더라도,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복지 정책의 후퇴를 비판하는 소리는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6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보장 공약을 수정한 데 이어 지난 5일 지역공약을 ‘재조정’하고 급기야 17일 기초연금의 대상자와 지급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침체로 세수가 연말까지 20조원이 부족할 것이 우려되니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대선 공약을 뒤집기 전에 먼저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촉구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 당국자 어느 누구도 사과하는 이가 없다. 나쁜 경제상황 탓만 할 뿐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 달 전쯤 가졌던 작은 기대에 헛웃음만 나온다. 그때도 기초연금이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지원이다, 반값 등록금이다, 굵직한 복지 정책들에 들어갈 재원 마련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과연 그 많은 공약들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컸다. 때마침 정부가 심층적인 분석 끝에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선 공약들 가운데 일부는 조정·축소하고 또 다른 일부는 미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실을 빠른 시일 안에 장관이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사과한 뒤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경제 관료에게 넌지시 운을 떼봤더니 “쉽지 않을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복지는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려나 싶어 사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국민들께 약속했던 이러저러한 공약들을 지킬 수 없게 돼 죄송하다’는 사과는 감감 무소식이다. 대신 민·관 위원으로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빌려 경제상황과 재정 형편 등의 이유로 기초연금 공약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들려왔다. 사회적 협의기구의 합의를 내세워 공약 수정 내지 후퇴에 대한 명분을 쌓고 여론이 어떨지 가늠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마저 들었다. 복지 공약 후퇴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청와대가 조용한 것도 의외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약과 현실이 다르다는 얘기나 후퇴했다는 지적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고 못 박고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을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길 바란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껏 아무 ‘말씀’도 없다. 나한테 돌아올 복지 혜택을 늘린다며 재정을 거덜내고 딸, 아들, 손주에게 빚더미를 넘겨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대선 공약이라고 다 지켜질 거라 믿는 사람도 솔직히 없다. 불가피하다면 바뀔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최대한 공약 목표에 가깝도록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과는 진정성 못지않게 타이밍과 형식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는 경우도 있다. 복지정책의 틀을 다지는 중요한 정책적 결정은 임기 초반에 이뤄져야 한다. 8월까지 정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윤창중 사건 때처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에게 간접 사과하는 형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TV 앞에 앉은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사과하고 설명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이다. 늦기 전에. 편집국 부국장 kmkim@seoul.co.kr
  • 돈 안 빌려준다고…50대가 70대 노인 쇠파이프로 살해

    서울 동작경찰서는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70대 지인을 둔기로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명모(53)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49분쯤 동작구 상도동의 한 전기재료 점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가게 주인 A(72)씨가 돈을 빌려주지 않자 쇠파이프로 A씨의 머리와 목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하고, A씨가 소지한 현금 16만원과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명씨는 강도혐의로 3년 복역 후 지난 5월 출소하고 나서 찜질방을 전전하다 생활비가 떨어져 A씨를 찾아갔다. 그러나 A씨는 돈을 빌려달라는 명씨의 요구를 거절했고, 명씨는 A씨의 바지 주머니 안에 있던 현금을 강제로 빼앗으려다 A씨가 거세게 저항하자 가게 안에 있던 쇠파이프로 A씨를 마구 때렸다. 경찰 조사에서 명씨는 “A씨가 나를 훈계하며 돈을 못 빌려주겠다고 해 기분이 상해 우발적으로 A씨를 때렸다”라고 진술했다. 명씨는 범행 후 경찰 수사망을 피해 관악산에 숨어 노숙하다가 영양실조와 탈진 증세로 병원에 옮겨져 사건 발생 18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저성장·세수 감소 등 ‘경고등’… 경제민주화보다 경기부양 총력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저성장·세수 감소 등 ‘경고등’… 경제민주화보다 경기부양 총력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경제팀은 리더십 부재 외에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성장, 재정, 물가, 부채 등 우리 경제의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해 사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여 왔다. 과도한 불안심리를 막으려는 것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부가 너무 느긋한 자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팎의 박한 평가는 7월 들어 한층 거세졌다. 여당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나서 “우리 경제팀이 경제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가 부동산 취득세 인하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한 것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놓고 질책을 하면서 경제팀에는 위기감이 한껏 고조됐다. 지난 16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정부 경제팀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대해 세수부족, 지방공약 이행, 경제 상황인식 등에 대해 자기 입장을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위해 러시아로 떠나는 날 오전 현 부총리는 경제 부처 장관들을 만나 취득세율 인하를 관철시켰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 2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업들이 불확실하게 느끼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하반기까지 이런 우려가 해소돼 경기회복과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게 쏠린 박한 평가에 대해서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경기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 경제팀은 민간 기업의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모으려고 했다. 여당에서도 화답하고 있다. 대표적 경제민주화 법안인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부작용 없도록 손보겠다는 것이다. 6월 국회에서 무산됐던 대표적 경제살리기 법안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및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도 9월 국회에서 다뤄진다. 정부는 향후 의료영리법인 등을 포함한 서비스산업대책, 투자활성화 방안 등을 계속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위기대응의 강도를 높인 현 경제팀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기전망이나 정책은 예측 가능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단번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책의 기간과 폭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민주화 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가 많은 대기업보다 중견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크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 체제 구축을 위해 경제민주화는 경기부양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美 살인병기 ‘드론’ 전 세계 감시망 펴나

    美 살인병기 ‘드론’ 전 세계 감시망 펴나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전투 및 테러단체 살상용으로 쓰던 무인항공기(UAV·드론)의 임무를 세계 주요 지역 정찰 및 인사 추적 용도로 변경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국내외 무차별 정보 수집 파문이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드론으로 전 세계 감시망을 구축한다는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여 미국의 ‘빅 브러더’(거대 권력) 논란이 다시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WP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10년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등에서 대(對) 테러 작전에 사용했던 미군의 드론 400여기를 향후 무장그룹과 마약거래 조직, 해적 등에 대한 감시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최근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드론 기지를 설치하고 페르시아만 인근에 대한 정찰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사하라 일대에서 활동 중인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추적하기 위해 아프리카 말리와 에티오피아 지부티, 세이셸 등에도 기지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군은 지금까지 스캔 이글(왼쪽) 같은 소형 드론을 이용해 특정 지역에 대한 정찰 활동을 수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프레데터(오른쪽)나 리퍼 같은 최신형 드론을 투입해 중동과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장거리 공중 감시망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한 연설에서 리퍼 드론을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다른 아시아 지역에 처음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당국자는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아·태지역에 대한 정찰 확대 계획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WP가 전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5월 워싱턴 국방대학 연설에서 무인기 폭격 제한과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등을 담은 미국의 대 테러전략 수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여론은 드론의 잇따른 민간인 오폭에 대한 미 정부의 반성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하지만 이 발언이 미국의 비밀 정보망 확대를 위한 꼼수였음이 드러날 경우 해당 국가의 반발과 함께 미국의 사생활 침해 논란도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국민은행장에 이건호 부행장 내정

    국민은행장에 이건호 부행장 내정

    KB국민은행 신임 행장에 이건호(54) 현 부행장이 내정됐다. KB금융그룹은 18일 행장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을 마치고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선임했다. 이 행장 후보자는 고려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으며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거쳐 2011년 8월 국민은행에 합류해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을 맡아 왔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 이 행장 후보자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행장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국민은행 근무 경력은 다소 짧지만 현안 과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리더십, 소통능력, 인재등용 안목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성장성 정체, 수익성 하락, 건전성 회복 지연 등 위기에 놓인 국민은행을 쇄신하는 데 이 부행장을 적임자로 평가한 것이다. 이 행장 후보자는 이르면 다음 주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다. 앞으로 가장 큰 난관은 노조의 반대다. 국민은행 혹은 주택은행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인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고위 인사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15일 이 부행장의 행장 선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병권 노조위원장은 이날 “임영록 회장이 내부인사 중용이라는 약속을 어겼다”며 “출근 저지 투쟁 등 강력한 임명 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 회장 선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라며 8일 동안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 행장 후보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엄청나게 막중한 책임이 느껴진다”면서 “어려운 시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의 반대에 대해서는 “2년 동안 국민은행 식구로 최선을 다한 만큼 원만하게 받아줬으면 좋겠다”면서 “(당국에서 밀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밖에 KB금융은 KB국민카드 사장에 심재오(55) 고객만족그룹 부행장, KB투자증권 사장에 정회동(57)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 KB생명 사장에 김진홍(55) 전 국민은행 본부장, KB자산운용 사장에 이희권(57) KB자산운용 부사장을 각각 내정했다. KB부동산신탁 사장에는 박인병(58) KB신용정보 사장, KB신용정보 사장에 장유환(59) 전 서울신용평가정보 사장이 내정됐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MD 편입 등 대가 불가피” 연합전구司 창설 미뤄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은 당초 예정된 2015년 12월 1일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짙어졌다. 오는 10월 한·미 안보협의회(SCM)로 결론을 미뤄 놓은 미래연합지휘구조 개편 문제도 전작권 전환 시점 재검토와 맞물려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18일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미국이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긍정적 검토를 하지 않을 것 같으면 스스로 먼저 얘기를 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또한 지난달 1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연기)을 재검토해보자”고 제안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천안함 폭침 후 북핵 악화, 북한의 여전한 도발위협, 정보능력을 비롯한 우리 군의 대응전력 확보 지연 등을 배경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탐지하고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등 억지력 구축과 전작권 전환이 맞물려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논리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이 2010년 첫번째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을 때와는 또 다르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이 연기되면 두 나라가 협의 중인 ‘연합전구(戰區)사령부’ 창설안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연합사를 해체하고 사령관을 한국 합참의장(대장)이, 부지휘관은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달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방안에 서명하려다가 10월 SCM으로 미뤄놓았다. 미군과 행정부, 의회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터라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전작권 전환 연기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늦춰질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먼저 재연기를 요청하는 만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우선, 지난 7월부터 진행 중인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미국의 증액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올해 분담금이 8695억원에 이르는 가운데 내년부터 연간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자존심보단 국가안보가 우선인 만큼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게 옳다”면서도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미국은 주둔비용의 50%까지 우리가 분담하도록 요청할 텐데 전작권과 북한 변수를 감안하면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맞물려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공짜’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전작권을 더 늦게 달라고 하면서 미국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일본, 괌, 하와이까지 커버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MD체계에 들어오라고 압박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주민들 말만 들었어도 ‘안전 불감’ 예고된 인재

    주민들 말만 들었어도 ‘안전 불감’ 예고된 인재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실종된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은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 학교 2학년생 198명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이 훈련캠프에 참여했다. 사고가 난 18일은 오후 1시부터 안면읍 창기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전체 학생이 래프팅 훈련 중이었다. 보트는 8대로 80명씩 교대로 타면서 훈련에 나섰다. 공주사대부고 관계자는 “바닷가에서 훈련 중이던 교관 지시로 많은 학생들이 허리 이상 물이 찰 정도 깊이까지 바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친 큰 파도에 학생들이 휩쓸렸고, 우왕좌왕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실종됐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교관들은 학생들이 보트를 타고 있던 중 육지가 가까워지면서 학생들에게 내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바다가 깊었고, 파도까지 쳐 학생들이 변을 당했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캠프에서 학생들과 교사를 격리시키도록 해 교사들이 휴게실에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안 해경은 학생들이 래프팅 훈련을 마친 후 물놀이를 하다 변을 당했거나 보트가 뒤집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안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를 더 해 봐야 알겠다”면서 “사고 후 캠프 측이 자체적으로 사고를 수습하려다 학생들을 찾지 못하자 신고를 한 것 같다”고 했다. 태안 해경은 오후 5시를 전후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학생들이 실종된 장소는 물살이 빠른 곳이라는 게 태안 해경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수차례 사고 위험을 지적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가 난 해수욕장 인근에서 최근 익사 사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태안 해경은 5시간이 넘도록 학생들을 찾고 있으나 날이 어두워지고 파도까지 높아지면서 수색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안군도 상황실을 차리고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실종자는 다음과 같다. 장태인(17), 김우석(17), 이병학(17), 김동환(17), 이준형(17)군.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태안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대한민국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24시간이 모자란다. 누구라 할 것도 없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매우 역동적이다. 새로운 풍경은 사회 트렌드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꾼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다. 이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신 대한민국 24시’를 주 1회 게재한다. #풍경 하나 “이 더위에 왜 길을 나서느냐고요?” “당신도 한번 걸어 보세요 스스로 행복해진답니다.” 요지경이다.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4~5시간 걸어 보란다. 그러면 행복해진다니. 태양이 작렬하는 7월의 제주섬에는 올레꾼들이 넘쳐난다. 오직 걷기 위해서 돈 써 가며 비행기 타고 제주에 온 사람들이다. 이해불가다. 하지만 무작정 간세다리(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제주어)처럼 걸어 보란다. 그것도 혼자서. 그러면 왜 제주 올레길이 행복한 길인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고….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고 다들 행복해했다. 불 같은 7월. 사람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기꺼이 올레길을 걷는다. 푸른 바다와 오름, 곶자왈 숲을 따라 살포시 펼쳐지는 제주의 속살에 모두들 열광한다.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내 안에 쌓이고 쌓였던 무언인가가 눈녹듯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치유’라고 불렀다. 내 안의 상처를 걷어내자 내면은 깊이를 더해 갔다. 어디 올레꾼들만 행복할까. 올레길 마을 제주섬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던 올레길 주변 동네 구멍가게는 다시 문을 열었다. 소박한 시골집은 ‘할망민박’이란 이름을 달았고 할망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 올레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레길에서 만나 서귀포 작은 포구에 신혼집을 차린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지….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올레길을 찾았던 어머니의 허한 가슴은 아직도 여전할까. 실연의 아픔으로 올레길에서 눈물을 떨구었던 젊은 도시 여자는 다시 사랑하게 됐을까. 직장을 잃은 막막한 마음을 올레길에 쏟아냈던 50대 가장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한 해 200만명이 자신들의 사연을 올레길에 쏟아낸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올레길은 세상사에 상처받아 치유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친구 같은 존재”라며 “올레길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제주는 올레가 대세다. 아직도 ‘치유의 길’ 제주 올레 한번 걸어 보질 않았나요? #풍경 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 서복에게 동방의 나라에 있다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했다.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 한라산까지 왔다가 서귀포 정방폭포 암벽에 ‘서복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서복과지’(徐福過之)라는 글귀를 남겼다. 진시황이 불로초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제주섬. 제주는 요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세상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항저우, 하얼빈, 광저우….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유커를 제주로 실어 나른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은 거미줄이 다 돼 간다. 저녁 무렵 제주시내는 우루루 길거리 쇼핑에 나선 유커들로 만원이다. 가게마다 빨간 중국어 간판과 메뉴판은 필수가 됐다. 지난해 1만 2000여명의 대규모 인센티브 여행단(기업의 포상휴가)을 제주로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신제주에는 중국기업 바오젠의 이름을 붙힌 거리도 등장했다. 중국어가 거리를 지배하고 중국 화폐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바오젠거리는 흡사 중국 어느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하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여권과 지갑을 넣은 작은 전대를 허리춤에 꽉 조여 맨 유커들. 좌변기를 사용할 줄 몰라 당황하기도 하고 해수탕에서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풍덩 탕 속에 뛰어들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떼를 지어 우루루 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호텔이고 식당이고 아무 곳에서나 독한 중국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유명 관광지 화장실과 일부 식당가에는 친절한 좌변기 사용 안내문도 등장했다. 아마도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우루루 동남아로, 중국으로, 일본으로 난생 처음 해외관광을 떠났던 우리의 모습도 그러했으리라. ‘닥치고 쇼핑.’ 저녁이 되면 제주시내 쇼핑거리는 유커들 차지다. 중국에선 명품 대접을 받는다는 중저가 국산 화장품은 단연 유커들의 최고 인기상품. 인삼과 꿀, 담배, 술을 닥치고 쇼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여야만 지갑을 연다. 제주 오일장 할망들도 중국어 한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유명 면세점은 매일 즐거운 비명이다. 하루 내내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매장 안은 밀려드는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명 면세점 한 곳의 한 달 매출액만 1610만 달러 수준이다. 유커들이 제주에서 자고 먹고 쇼핑하는 데 쓰는 돈은 1인당 157만원 정도(2013년 5월 제주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다. 큰손들도 수두룩하다. 전세기를 타고 제주의 특급호텔 카지노에 머물며 수억원을 베팅하거나 면세점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를 싹쓸이하기도 한다. 싸구려 중국 여행 가서 중국 사람들이 해주는 발마사지 한 번 안 받아본 한국 사람 어디 있을까. 제주에서는 전세 역전이다. 밤이 되면 관광에 쇼핑에 지친 유커들의 발마사지는 이제 한국 사람의 몫이다. 영주권을 주는 5억원짜리 고급 콘도도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제주에는 중국 영사관도 들어섰다. 다들 이구동성이다. 중국의 해외여행 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1~3시간 비행의 뛰어난 접근성에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한류 바람, 세계자연유산 신비의 화산섬 제주로 유커들이 계속 몰려들 거라고. 중국인들이 뽑은 신혼여행지 1위 제주섬.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설레는 여행을 제주에서 하고 싶단다. 과연 그럴까? 한때 엔화를 팍팍 뿌렸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제 제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교수(관광학)는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아울러 중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게 불 것”이라며 “동북아에서 접근성이 우수한 제주가 이들의 휴양 관광지로 계속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풍경 셋 여행만 가지 말고 아예 제주에서 눌러살아 볼까. 먹고살기 팍팍했던 배고픈 시절 섬 사람들은 하나둘 섬을 등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뭍으로 뭍으로 떠났다. 예전에 제주섬도 그랬다. 땅은 척박했고 거센 바다는 아버지를 삼켜버리곤 했다. 믿거나 말거나,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시절, 제주섬 여성들의 일등 신랑감은 철도 기관사였다. 기차가 없는 제주섬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이니. 세상사 돌고 돈다 했던가. 제주섬은 요즘 뭍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인구가 무려 6000여명이나 늘어났다. 모두 뭍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아니 이민 온 사람들이다. 제주는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 불러야 한다. 외국어 수준의 제주 사투리와 낯선 풍습들. 어딜 가든 텃세가 없으리라만은 ‘육지것들이’ 하는 제주섬의 텃세는 등급이 다르다. 예전에는 정 붙이고 살지 못하고 다시 떠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도시 사람들은 과감하게 제주 이민에 나선다. 수두룩하던 제주 변두리 시골 빈집은 이제 모두 그들이 차지했다. 5분이면 탁 트인 푸른 바다고 5분이면 한라산 울창한 숲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서울에서 역유학 온 도시 아이들로 가득하다.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이젠 말도 사람도 모두 제주로 보내는 시대다. “어디 제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빈집을 구할 수 있나요?” 제주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민자를 위해 시골 빈집 구하기 바쁘다. 제주에서 ‘안단테 안단테’ 느린 삶을 즐겨 보겠다는 이민자들이다. 바야흐르 르네상스 제주다. 수년 전 대구에서 이주, 섬 속의 섬 우도에 카페를 차린 이상국(48)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제주로 이주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박자 느린 일상 등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한 큰 즐거움”이라고 자랑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롯데백화점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롯데백화점

    최근 유통업계에서 ‘갑을 관계’로 규정되던 권위의식을 버리고 문턱을 낮춰 협력업체와 진정한 상생을 모색하는 바람이 거세다. 이런 분위기에 부응해 롯데백화점은 유통업계의 맏형답게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전통시장 돕기에 나섰다. 서울의 약수시장(본점)과 방이시장(잠실점), 부산 서면시장(부산본점), 광주 대인시장(광주점) 등 지역별로 전통시장 8곳을 선정, ‘활기차고 재미있는 전통시장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역의 각 전통시장과 자매결연한 점포들은 마케팅 기법과 서비스 마인드를 전수해 전통시장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지원한다. 그 첫 활동으로 지난 4월 잠실점 직원들이 방이시장을 방문해 전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위생 및 행정규정 사항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본점에서는 약수시장 60여명의 상인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난타’ 공연을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백화점의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 백화점식 ‘약수시장 특별 전단’ 제작을 지원했다. 시장 지도와 ‘알뜰 서비스 쿠폰’이 들어 있는 전단 2만 5000부를 시장 내방 고객과 인근 주민들에게 배포해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특별카트도 만들어 선착순으로 증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롯데백화점의 전통시장 지원은 재능 기부 형식의 새로운 상생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점으로 활동을 확대하고 서비스·이벤트·디자인 등 백화점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더욱 힘쓸 예정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이슈 &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

    [이슈 &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

    반만년 역사를 한 학기에 가르치는 파행적 교육법으로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과 한국사 교육이 위기에 처했다.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6·25전쟁을 ‘북침’이라 일컫고, ‘3·1절’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학생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뒤늦게 역사교육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서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손에 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반영만큼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중국과 일본이 촉발시킨 ‘역사전쟁’에 맞서기 위해 한국사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하지만 한국사 수능 필수가 능사일까. 입시 위주 암기식 역사교육이 우리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357시간 교육…中·日보다 적어 더이상 외면받는 과목 방치 안돼” 최근 국가적 이슈가 돼 버린 역사교육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으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매우 기형적인 교육방식과 입시제도에 의해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배우지 않는 과목’으로 전락했다. 또 중국·일본과의 역사 갈등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정작 학생들은 소 닭 보듯이 역사 과목을 보고 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중국에서는 애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중국사가, 일본에서는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한 과목으로 일본사가 강조되는데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육에 손을 대더니 학생에게 외면받는 한국사를 만들어 버렸다는 현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중국·일본과 역사전쟁을 한다면서도 현재 시행 중인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 시간을 총 357시간(초등 102시간, 중등 170시간, 고등 85시간)으로 중국(446시간), 일본(375시간)에 비해 가장 적게 만들었다. 게다가 ‘집중이수제’라는 학원주입식 단기 속성 방식이 도입되면서 중·고교에서는 2년에 배울 한국사 내용을 1년 또는 1학기에 몰아서 가르쳤다. 결국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한국사는 재미없고 짜증만 나는 과목이 돼 버렸다. 더욱이 한국사는 2005학년도 대입수능 필수에서 선택과목이 되면서 27.7%만 선택하더니 서울대 진학생만 공부하는 과목이 된 이후인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전체 응시생의 7.1%(4만 3918명), 그리고 201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6.7%(4만 243명)가 선택했다. 만일 서울대마저 입시 과목에서 한국사를 제외한다면 한국사는 선택 0% 과목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상황이 됐다. 이는 대입이란 지상목표 앞에 입시와 관련이 없는 과목이면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선택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극소수 학생만이 기초적인 역사 관련 물음에 답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 특강이 끝나고 고 3학생이 자신은 서울대를 준비하지 않아 진작 한국사를 포기해 우리 역사를 잘 몰랐는데 1학년 후배가 답을 잘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고 했다. 솔직히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어도 서울대에 갈 학생이 아닌 사람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해 선택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반면 미국 조기 유학을 준비하는 지인의 아들은 미국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시험인 SAT를 준비하면서 미국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우수한 인재가 유학을 가면서 미국사는 열심히 하지만 한국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성장한 ‘우수한 해외유학 인재’가 우리나라에 돌아와 국가 운영에 참여할 때 과연 무엇을 근거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이공계 학생들은 더더욱 역사 과목을 접할 길이 없다. 정말 역사가 필요 없는 것일까. 1980년대 철길을 도로로 바꿔 확장하는 공사가 실시됐는데, 일제가 의도적으로 우리 역사 유적을 파괴하고 한반도의 혈맥을 끊기 위해 부설한 철길을 도로로 덮게 됐다. 뒤늦게 이를 알려 주니 당시 지역 국토관리청장이 공사 설계 때 그 내용을 알았으면 유적을 복원한 뒤 도로 방향을 바꿨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5억원이면 될 유적 복원이 이제 1000억원이 넘는 대공사가 돼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역사 지식과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 인문계뿐만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사 교육 정상화는 대입수능 필수화가 아니면 현실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답이다. 학생들의 부담이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미래의 주역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국가 백년을 아니 만년을 위해 할 것은 해야 한다. [反] 나인호 대구대 역사교육과 교수 “시험 위한 역사교육 본질 흐려져…정치·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전락” 얼마 전 여러 언론은 청소년들의 역사에 대한 무식함을 연일 질타했다. ‘3·1절’과 ‘6·25’에 대한 무지, ‘야스쿠니 신사(神社)’의 ‘젠틀맨’(紳士)으로의 오해와 같은 비난이 그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사교육의 강화와 한국사의 수능 필수 과목 지정’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정확한 진단에 입각한 타당한 주장일까. 먼저 정량적 기준에서 볼 때 한국사가 경시되고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기를 국사 과목이 서울대 입시를 위한 소수에게 한정돼 대다수의 학생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2012학년도의 경우 사회탐구 영역 가운데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12%에 불과했으나, 같은 한국사 계열인 ‘근현대사’ 과목은 45%로 세 번째로 많이 선택된 과목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역사 지식은 모두 ‘근현대사’에서 가르치는 것들이다. 국사 과목이 외면을 당해 한국사 지식이 빈곤하다는 말은 사실과 어긋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사를 모르고는 각종 공무원 시험 및 공기업 시험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야겠다. 9급 공무원, 경찰 공무원 그리고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는 필수 과목이다. 또 외무·행정고시에 지원하려면 한국사검정능력시험 2급에 합격해야 한다. 올해부터 중등교원임용시험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 3급 합격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 각종 공기업 시험에서 이 시험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시험 준비를 위한 한국사 교육 및 학습이 더 큰 문제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가가 말했듯이 역사란 과거가 우리에게 던져 주는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시험을 위한 역사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역사교육 과정에 담긴 이론과 현장 교사들의 교육학적 고민은 시험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제 필연적으로 암기 위주의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주제를 선택해 심도 있는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역사 에세이를 쓰게 하는 유럽 및 미국의 역사교육과 단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주입식으로 교과서의 진도를 끝내야 하는 우리의 역사교육은 결코 같은 것일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사의 수능 필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암기 위주의 수업이 아닌 토론과 이해 위주의 역사 수업을 주장한다면 이는 공허한 수사학에 불과하다. 셋째, 한국사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외눈박이 역사교육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수능 관련 통계를 한 번 더 언급하자. 불과 8%의 응시자만이 선택한 세계사는 사회탐구 과목 가운데 꼴등을 차지했다.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의 세계사 인식은 쇄국시대에나 걸맞은 수준이다. 미국 및 유럽, 그리고 일본의 역사교육에서 자국사와 세계사의 비중은 거의 반반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개정 7차 교육과정 이후 ‘세계사 속의 한국사’ 교육의 틀이 갖춰졌다. 그러나 현재 국제 역사학계의 흐름이 초국사(transnational history), 더 나아가 글로벌 히스토리의 패러다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사와 세계사가 더욱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사 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 가운데 역사교육을 국가안보와 애국주의, 즉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도구로 간주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한·중·일 삼국의 ‘역사전쟁’은 ‘과거를 현재의 욕망으로 해석’하려는 이러한 민족주의 역사학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 근래 과열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을 보자. 역사가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위한 날카로운 무기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역사가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기능하는 한 나는 역사교육의 강화에 반대한다. 이런 역사의 과잉은 니체가 말했듯이 현재의 삶을 질곡시킨다. 미래를 향한 창조성과 에너지를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 [전두환 前대통령 사저 압류] 2205억 중 533억만 내고…“29만원밖에 없다”

    [전두환 前대통령 사저 압류] 2205억 중 533억만 내고…“29만원밖에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뇌물로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뇌물수수) 및 12·12 사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1995년 구속 수감됐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17일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했다. 복역 중이던 그는 1997년 제15대 대선 나흘 뒤인 12월 22일 김영삼 정부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으며 1998년 복권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전 전 대통령의 재산 중 무기명채권 188억원과 이자 100억여원이 추징됐고 2000년에는 벤츠 승용차, 2001년에는 용평콘도 회원권이 경매를 통해 추징금으로 납부됐다. 검찰은 추징금 집행 실적이 부진하자 2003년 그의 재산을 공개해 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법원에 내 공개 명령을 받아냈다. 당시 검찰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TV,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등의 가전제품은 물론 주전자, 카펫 등 각종 생활용품과 키우던 진돗개 2마리까지 압류했다. 당시 법정에 나온 전 전 대통령은 “예금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말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7년간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24%인 533억원만 납부했다. 검찰은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의 조세 포탈 사건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계좌에 있던 73억 5000만원이 재용씨에게 건네진 것으로 판단했지만 2007년 형이 확정된 뒤에도 이를 추징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2010년 10월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300만원을 냈으며 이것이 마지막 추징금 납부가 됐다. 이 와중에도 그는 특혜 골프 등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거나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등 갖가지 행태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오는 10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시효가 완료되는 데다 장남 재국씨가 2004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해외 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사실 등이 보도되면서 추징금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지난 5월 말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구성한 검찰은 16일 전 전 대통령의 자택과 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시공사 및 관련 업체 등 18곳에 대한 압수수색 및 재산 압류 절차를 진행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美정부, 국가기밀 폭로 기자 뒷조사 함부로 못한다

    미국 정부가 국가기밀을 보도한 언론인에 대한 뒷조사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사지침을 마련했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취재기자의 통화 내역 등을 무차별 열람해 온 미 수사당국의 행태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미 법무부는 국가기밀을 보도한 기자 등에 대한 수사 및 영장신청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수사지침을 새로 만들었다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새로운 수사지침은 최근 수사당국이 AP통신 기자의 전화통화 기록을 몰래 압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사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데 따라 마련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에릭 홀더 법무장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한 이 지침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앞으로 기자의 통상적 뉴스취재 행위와 관련해서는 수색영장을 청구할 수 없으며, 기자가 범죄 혐의자일 경우에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또 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상대로 한 조사를 목적으로 발부된 영장일 경우 기자에게 이를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영장 청구 사실을 미리 언론사에 알리는 것이 조사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법무장관의 결정이 없는 한 사전에 이를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도 새 지침에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이 결정의 주체가 법무차관이었다. 또 법무장관이 조사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해 영장 청구 사실을 사전에 언론사에 알리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더라도 수사 당국은 영장 청구 후 90일 이후에는 예외 없이 언론사에 영장 청구 사실을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단계로 영장 청구 후 45일간 언론사에 알리지 않고, 45일째가 됐을 때 법무장관이 한번 더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론사에 통보하는 시점을 45일 뒤로 더 미루는 식이다. 언론사에 영장 청구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도 되는 ‘조사에 미치는 큰 악영향’의 범주는 ‘조사의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경우, 국가안보에 중대한 해가 되는 경우, 인명(人命)에 위해가 예상되는 경우’로 한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새로운 지침은 현행법의 한도 내에서 언론인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한 것”이라면서 “이른바 ‘자유로운 정보유통법안’(FFIA)이 의회를 통과하면 추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보호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공공의 이익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론인에게 어떤 경우에도 기밀 정보원의 공개를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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