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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보이콧’ 찬반 격화

    지난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로켓포로 공격→4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 폭격→6일 팔레스타인 살라피가 이스라엘을 로켓포로 공격→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 가자지구에서 양측 간 전운이 고조되는 것과 맞물려 민간외교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보이콧 캠페인’과 이에 대한 친이스라엘 세력의 공방전도 격화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10여곳이 2005년부터 추진한 ‘이스라엘 보이콧’은 이스라엘 활동 기업을 상대로 불매, 투자철회 등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을 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업·운동팀·예술 행사 등을 국제사회가 기피, 남아공이 분리 정책을 폐기하도록 견인한 전례에서 비롯된 캠페인이다. 가자지구 상황에 따라 이스라엘 보이콧 활동도 한층 고조되면서 이스라엘 관련 기업들은 곳곳에서 소비자 저항에 맞닥뜨리고 있다. 유명 탄산수 제조사 소다스트림은 영국 소매점에서 퇴출된 데 이어 미국 소로스 재단의 투자철회 등의 압박을 못 이겨 지난해 10월 요르단 서안지구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에서 경비 업무를 하던 영국 보안업체 G4S도 미국 빌앤멜리다게이츠 재단 등이 거래중지를 천명하자 이스라엘 내 사업을 접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 선박 입항을 나흘 동안 중단시킨 일이 생겼고, 유럽 업체들은 이스라엘 과일 수입 계획을 철회했다. 급기야 지난달 말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요구로 이스라엘 제명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이 확산일로인 가운데 친이스라엘 세력들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대계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지난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친이스라엘 인사들과 함께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는 이스라엘 보이콧을 차단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아옐렛 사케드 이스라엘 법무장관은 최근 “이스라엘 보이콧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찬반 양론 거세” 도대체 왜?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찬반 양론 거세” 도대체 왜?

    성남시장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찬반 양론 거세” 도대체 왜?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6일 공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8시 1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성남시 조치 내용을 알리는 ‘<6.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된 글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성남시 ○○구 ○○동 ○○아파트 거주자로, 서울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심자는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2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의심자는 지난 2일 발열이 시작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퇴근했으며 4일 근무지인 ○○병원에 격리수용돼 검사받았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학부모 요구로 8일부터 휴교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써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실명을 밝혔다. 그동안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메르스 의심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의심자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발열시작후 격리수용될 때까지 접촉자는 가족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시는 발열 후 접촉한 가족은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자택격리 조치했고, 접촉자 및 동선은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측이 이 학부모의 메르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예방 차원에서 8∼10일 3일간 휴업을 결정한 뒤 학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 의심자의 자녀를 비롯한 이 학교 학생 일부는 지난 2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등교 중지된 상태여서 최근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이 거주지 등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불필요한 혼란, 공포 확산을 막는다며 병원과 지역 명칭 등을 비공개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시장은 직장과 직업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이 점을 강조해 시민들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 사태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피해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공개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이 의심자 때문에 성남지역 한 초교가 휴업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더이상의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공개배경를 말했다.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아니라 질병 발생 관련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정보와 대응방법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고도 했다. 정보 공개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는 “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메르스에 걸린 게 죄인도 아닌데, 어른은 그렇다쳐도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방역당국이 갖고 있는 병원과 환자 관련 정보를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는 의료인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시장의 행동에 선을 그었다. 추 회장은 “(성남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인한 의료인 자녀의 등교거부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며 “향후 환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의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 보겠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료법 등의 실정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시장의 행위 자체가 실정법 위반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는 의료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주체가 의료인이므로 이 시장의 메르스 의심환자 정보 공개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키기 때문에 해당 법률 위반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시장에 의해 개략적인 인적 사항이 공개된 의심환자는 이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와 근무 중인 병원이 동시에 적시된 만큼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은 구체적 인적 사항을 특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원치 않은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의심환자의 자녀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며 “소송에서 손해를 입증하면 배상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장이 자기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장 개인의 지극히 돌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서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과도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이 감염병 논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네티즌 상당수는 이 시장을 옹호했다. 한 네티즌은 “메르스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반겼으며, 또 다른 누리꾼도 “일단 알고 조심해야한다. 가족 중 누구라도 걸려서 불행하게도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져주냐”며 이 시장의 행동을 지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열감지기 “국빈행사 경호 위해 한시적 운용한 것” 무슨 뜻?

    청와대 열감지기 “국빈행사 경호 위해 한시적 운용한 것” 무슨 뜻?

    청와대 열감지기 논란 해명 “국빈행사 경호 위해 한시적 운용한 것” 청와대 경호실 측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차단을 위한 열감지기 운용에 대해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국빈행사 경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한국-세네갈 정상회담이 열린 4일 청와대 본관 출입구에 열감지기(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된 사진을 공개하며 청와대가 출입자들의 체온을 검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필요 이상으로 동요할 필요 없다”라고 했던 청와대 입장과 배치된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자, 대통령경호실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실은 6일 “메르스가 경호상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경호메뉴얼에 따라 6월4일부터 열영상감지기를 운용 중”이라며 “해당 장비는 경호실 보유 장비로 지난 3월 중동 순방 시에도 운용됐던 것”고 밝혔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시화문, 연풍문, 춘추관 등지에서는 출입자에 대한 열영상감지기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귓속체온계의 경우 대통령 근접상근자에 대한 검진 차원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호실 관계자는 또 “해당 열영상감지기는 국빈행사에만 청와대 본관 출입구에서 한시적으로 사용했으며, 현재는 운용하고 있지 않다. 출입자들에 대해 체온을 재고 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의심환자 전수조사·집중치료 병원 조기 지정… ‘철통 방어’

    中, 의심환자 전수조사·집중치료 병원 조기 지정… ‘철통 방어’

    한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속절없이 무너지자 중국이 철통 방어에 나섰다. 특히 환자들이 감염된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던 한국 정부와 달리 중국은 감염이 발생할 경우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까지 미리 지정, 공개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위계위)는 지난 4일 한국의 메르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각 지방정부에 ‘메르스 예방과 치료 대책’ 통지서를 긴급 발송했다. 위계위는 통지서에서 “환자 집중, 전문가 집중, 자원 집중, 치료 집중의 원칙에 따라 지방 정부별로 지정 병원을 결정하고, 수송 및 진료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상하이시는 5일 공공위생임상센터(성인 대상)와 푸단대학 부속 소아병원(어린이 대상)을 메르스 집중 치료 병원으로 지정했다. 두 병원은 상하이에서 의술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두 병원은 전문 의료팀을 꾸리고 환자 운송 체계를 구축했다. 베이징시도 이날 시내 모든 의료기관에 원인 불명의 폐렴환자에 대해 메르스 감염 여부를 전수 추적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시 위계위는 “2012년 메르스가 처음 발생할 당시 감시, 검측 체계와 대응 준비를 마쳤다”면서 “메르스 유입을 막기 위해 현재 베이징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출입국관리소와 긴밀히 협조해 응급대응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광둥성 질병통제센터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를 조장으로 한 ‘메르스 통제를 위한 전문가조(팀)’를 출범시켰다. 중난산 원사는 광저우시 호흡기질병연구소 소장과 광둥성 응급관리 전문가조 조장을 겸하고 있는 호흡기 질환 분야의 권위자다. 그를 투입한 것은 중국이 메르스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를 보여준다. 그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광둥성 후이저우시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J씨에 대한 합동진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광둥성 위계위는 이날 J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78명 모두에 대한 추적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중 광둥성 내에 있는 밀접 접촉자 75명에 대해서는 격리 관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나머지 3명은 광둥성 지역을 벗어나 관련국과 해당 지역에 통보했다. 75명 가운데 이상 증세를 보이는 이는 없다. 메르스 방역에 실패한 한국 정부에 대한 중화권 매체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생물학자인 호팍렁 홍콩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보건당국이 정보공개를 꺼려 오히려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호 교수는 “홍콩은 사스 참사를 통해 투명한 정보공개와 정보공유, 격리치료만이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한국은 성형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당국의 감염 대처 능력은 경악할 정도로 낙후됐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부실 대응이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봉황TV는 “마음대로 돌아다닌 환자와 대책 없는 정부가 화를 키웠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청와대 열감지기 논란에 “국빈행사 경호 위해 한시적 운용한 것”

    청와대 열감지기 논란에 “국빈행사 경호 위해 한시적 운용한 것”

    청와대 열감지기 논란 해명 “국빈행사 경호 위해 한시적 운용한 것” 청와대 경호실 측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차단을 위한 열감지기 운용에 대해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국빈행사 경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한 매체는 한국-세네갈 정상회담이 열린 4일 청와대 본관 출입구에 열감지기(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된 사진을 공개하며 청와대가 출입자들의 체온을 검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필요 이상으로 동요할 필요 없다”라고 했던 청와대 입장과 배치된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자, 대통령경호실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실은 6일 “메르스가 경호상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 경호메뉴얼에 따라 6월4일부터 열영상감지기를 운용 중”이라며 “해당 장비는 경호실 보유 장비로 지난 3월 중동 순방 시에도 운용됐던 것”고 밝혔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시화문, 연풍문, 춘추관 등지에서는 출입자에 대한 열영상감지기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귓속체온계의 경우 대통령 근접상근자에 대한 검진 차원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호실 관계자는 또 “해당 열영상감지기는 국빈행사에만 청와대 본관 출입구에서 한시적으로 사용했으며, 현재는 운용하고 있지 않다. 출입자들에 대해 체온을 재고 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 와중에…복지부-서울시 ‘메르스 충돌’

    이 와중에…복지부-서울시 ‘메르스 충돌’

    지난해 10월 미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텍사스주에서 최초 에볼라 감염 환자가 사망하고 그를 치료하던 간호사 두 명이 2차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구멍 난 방역 시스템이 드러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바로 그 시점부터 상황은 이전과 딴판으로 전개됐다. 주정부에 사태 수습을 맡겼던 워싱턴 중앙정부는 연방기구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해 전면에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에볼라 통제 지침을 전면 재정비했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역학조사에도 공동으로 대응했다. 결국 에볼라 사태는 43일 만에 진정됐다. 미국과 달리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은 초기 방역 실패로 피해를 키운 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집안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의 동선(動線) 정보를 놓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책임 있는 공적 기관들이 국민의 불안과 방역 체계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날 밤 메르스 확진 의사가 최소 1500여명의 불특정 다수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만약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이것(메르스)을 해결하려 한다면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소통, 그리고 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의 ‘불편한 갈등’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고 있다. 변호사 김모(38)씨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비밀화하면서 온갖 유언비어를 퍼지게 했다”며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에도 반하는 정보 비공개가 서울시 등 지자체와의 혼선을 빚게 만들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중앙정부가 재난을 대하는 수준의 자세로 메르스에 대응해야 하는데 정치적 공방을 펼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단독 행동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의학의 영역인 ‘메르스 사태’가 별안간 권력투쟁의 정쟁 양상으로 둔갑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갈등 원인으로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정보를 독점하면서 현재의 혼란 상황을 불렀고, 결과만 놓고 보면 유언비어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주요 해결 주체가 정치 논리로 맞설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불안과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채윤태 한일병원 과장은 “미국의 경우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기관 간 재난 관리 협력 체계가 공고하다”면서 “우리나라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컨트롤 타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0원부터 30만원까지… 지자체 국가유공자 ‘차별 예우’

    0원부터 30만원까지… 지자체 국가유공자 ‘차별 예우’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 또는 가족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우가 천차만별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시·군들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애국지사 등 국가유공자와 부인에게 예우수당과 사망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관련 조례를 통해서다. 하지만 시·군마다 지급 액수가 제각각이다. 관련 법과 시행령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천·구미·영주·상주·문경·경산시와 청송·영양·청도·고령·예천·울릉군 등 12개 시·군은 매월 유공자 1인당 5만원의 예우수당을 지원하나 의성·영덕·성주·칠곡·봉화·울진군 등 9개 시·군은 3만원을 지원한다. 영천시와 군위군은 예우수당 자체가 없다. 하지만 참전자에게는 매월 1인당 각각 5만원과 7만원의 명예수당을 지급해 대조적이다. 지원 대상도 시·군마다 다르다. 포항·영주시와 울릉군 등 3개 시·군은 65세 이상 모든 국가유공자가 대상자이지만 안동시와 성주·칠곡군 등은 관련 법이 규정한 6호(순국선열·애국지사·전몰군경·전상군경·순직군경·공상군경자)까지로 제한한다. 김천·구미·경산시와 영양·영덕·고령·예천·봉화군 등은 4호까지가 지원 대상이다. 청송군은 7호(무공수훈자 포함)까지, 상주시와 문경시는 5호까지다. 사망위로금도 차이가 있다. 포항·구미시와 청송·영양·영덕·고령·봉화·울진군 등 8개 시·군은 1인당 30만원, 위로금이 없는 영천시와 군위군을 제외한 나머지 13개 시·군은 20만원이다. 게다가 수당 지급일 기준으로 지역 거주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시·군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 밖에 상당수 시·군이 수당 등의 지급 대상 나이를 65세 이상으로 하지만 경주시와 의성군 등은 제한을 두지 않는다. 보훈단체 관계자는 “국가유공자들이 노년에 차등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명예훼손’이 아닐 수 없다”면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 관계자는 “시·군마다 유공자에 대한 지원액과 지급 대상이 달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수년 전부터 편차를 줄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시·군 관계자들은 “지역 재정 여력과 유공자 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편차가 없으면 좋겠지만 서로 사정이 달라 획일적으로 통일하기는 곤란하다. 다른 시·도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지방은행도 우먼파워 바람

    지방은행에도 우먼파워 바람이 거세다. 4일 전북은행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99개 지점 가운데 여성 지점장이 근무하는 지점은 5곳이다. 예전에는 여성 지점장이 거의 없었으나 2년여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전북은행이 여성 책임자급을 대상으로 지점장 양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여성 지점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전북은행은 올해 20명의 여성 책임자를 대상으로 지점장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전북은행은 또 여성 지점장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여성 지점장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점장 교육은 7주에 걸쳐 지점장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현장 적용이 가능한 각종 마케팅 능력, 소통 문화 등을 교육한다. 전북은행이 여성 지점장을 확대하는 것은 여성 특유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부드러우면서 친화력 있는 의사소통이 고객들은 물론 은행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감성 마케팅을 하는 여성 지점장들의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를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들도 남성들의 보수적인 리더십보다 다독여 주는 여성 지점장들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조직을 더욱 활기 있게 한다고 평가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원금보장 약속 ELB·DLB 증권사 발행 회사채입니다

    원금보장 약속 ELB·DLB 증권사 발행 회사채입니다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퇴직연금의 투자한도 변경에 대해 일부 증권사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해당되는 한 상품에만 운용할 수 있는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원금 보장을 약속했어도 분산투자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원금 보장’이 증권사의 ‘약속’에 불과함을 명확히 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인 ELB와 DLB의 지난달 발행 규모는 2조 2084억원이다. 매달 2조~3조원어치가 발행된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금이 원금이 보장되고 특정 조건에 맞을 경우 연 3% 이상의 금리를 약속하는 상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인 ELB의 정식 명칭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다.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증권(DLS)인 DLB의 정식 명칭은 기타파생결합사채다. 즉 증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다. 원금 보장이 된다고 광고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하듯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내고 법적으로 보호받는 상품이 아니고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예금보험료를 내는 상품은 고객예탁금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달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을 입법 예고하면서 퇴직연금을 ELB와 DLB 한 상품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삭제했다. 원금 보장이 된다고 해도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이면 10개 이상의 상품에, 근로자가 책임지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면 4개 이상의 상품에 운용하도록 한 것이다. 마치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한 상품에만 운용하도록 한 예외조항이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증권사들은 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할 경우 퇴직연금시장에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가 어려워 다른 업권에 비해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고 반발한다. 특히 ELB와 DLB 발행이 많은 증권사들은 “어떻게 영업하라는 거냐”며 거센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반면 발행이 적은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두 상품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후순위 회사채로 보면 된다”면서 “ELS나 DLS로의 쏠림이 심해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예외규정 삭제는 퇴직연금 취지상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황교안 총리 후보자 사건 수임 적절했나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뿌리가 깊다. 판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들이 맡은 사건을 현직의 판검사들이 잘 봐주는 악습이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왔다. 검찰총장 등 고위 판검사 출신들은 아예 선임계조차 쓰지 않고, 현직의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뢰인을 석방시키는 ‘마술’을 부리기도 했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 풀려나고, 그러지 못하면 감옥에 가는 것은 법조계의 불문율이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2011년 변호사법을 개정, 퇴직 후 1년간은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했지만 법의 맹점을 파고드는 전관예우는 여전하다. 현직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전관예우 의혹에 휩싸였다. 8일부터 열리는 사흘간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2011년 부산고검장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 영입돼 1년 동안 부산지검 사건을 최소 6건 맡았다. 부산지검이 마지막 근무 기관이 아니어서 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부산고검이 부산지검을 사실상 지휘하는 상급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꼼수 전관예우’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황 후보자가 수임했던 사건들이 적절하게 처리됐는지 그 결과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의원은 또 황 후보자가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2012년 횡령 혐의를 받던 청호나이스 정모 회장이 태평양에 변론을 맡길 당시 선임계 없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후 닷새 더 태평양에 근무하며 1억 1700여만원의 급여와 상여금을 추가로 받은 점도 석연치 않다. 이 밖에 국회에 제출한 사건 수임 자료에는 119건 가운데 19건의 내역이 지워져 있어 고의 삭제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황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미 병역면제 의혹과 종교 편향성 등이 문제가 된 바 있지만 고위 법조인 출신으로 부적절하고 편법적인 전관예우 수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확인된다면 이보다 치명적인 하자도 없다. 이는 청와대가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적임자”라며 황 후보자를 내세운 논리와도 어긋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병폐로 작용해 온 법조계 전관예우의 수혜자가 국정을 이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만 한다.
  • 악천후 속 운항 강행·구조 변경이 ‘참사’ 불렀다

    중국 양쯔(揚子)강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3일 중국 당국은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구조 골든타임(72시간)만 속절없이 흐를 뿐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승선인원 456명 가운데 이날 오후 현재 생존자는 14명(헤엄쳐 나온 선장 등 7명 포함)이다. 사망자도 전날에 이어 추가로 수습된 7명을 포함해 19명이다. 나머지 423명의 생사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구조당국은 수색 범위를 사고 현장에서 하류 220㎞까지 확대했다. 구조 당국은 이날도 잠수부를 동원한 선체 수색에 집중했다. 일부 잠수부들은 코피를 쏟는 등 체력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언론들이 일제히 “물 위로 떠오른 배 밑바닥의 승객들이 모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곳을 절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나 해군은 “선체를 절단하거나 구멍을 뚫으면 내부의 에어포켓(공기주머니)이 사라져 생존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와 닮은 듯 달라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악천후 속 무리한 운항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상국은 사고 발생 30분 전까지 기상악화를 의미하는 황색경고를 7차례 발령했다. 다른 배들은 대부분 적벽(赤壁)에서 정박했다. 사고 발생 40분 전까지 둥팡즈싱의 뒤에서 운항하던 유람선의 선장은 “비바람이 너무 거세 강가에 임시로 닻을 내렸는데 둥팡즈싱은 계속 직진했다”고 말했다. 선박의 항로를 보여 주는 자료를 보면 둥팡즈싱은 사고 시간대인 지난 1일 밤 9시 20분에서 31분 사이에 한 차례 90도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나와 있다. 방향을 바꿔 정박하려다가 회오리바람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 선박은 1994년 건조 이후 수차례 개조돼 구조와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변경 탓에 배가 물속에 잠기는 깊이인 흘수도 2m에서 2.2m로 늘어났다. 중국에서도 이번 참사를 세월호 사고와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구조가 더디고 선장과 기관사가 살아 남은 데다 배를 개조해 무리하게 운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둥팡즈싱은 캄캄한 밤에 회오리바람을 맞고 2분 만에 갑자기 좌초했다. 반면 세월호는 대낮에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내내 서서히 가라앉았다. AP는 “둥팡즈싱에서는 사고 발생 24시간 내에 3명의 생존자가 구조됐지만 세월호 때는 선체 진입에만 사흘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리커창만 보인다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호평을 받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확실해 구조 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구조 방법, 인력 배치까지 챙기고 있다. 심지어 생존자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면담한 뒤 의료진에게 “심리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니 절대 안정을 취하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리가 지시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유족들이 구조상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관료들은 탑승자 명단조차 확인시켜 주지 않았다. 현지 언론도 구조상황보다는 총리의 동선만 집중 보도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新국토기행] 인천시

    [新국토기행] 인천시

    인천시는 지난달 송도국제도시에서 교육 분야 세계 최대 회의인 ‘세계교육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도시브랜드 가치를 확실히 높였다. 이 포럼에는 각국 정상급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대거 참석해 국제도시로서의 인천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국제사회가 실행해야 할 교육방향을 담은 선언문에 ‘인천’이란 도시 이름이 명기됨으로써 인천을 홍보하는 효과도 얻었다. 환송 만찬에서는 호박고구마 등 인천 향토음식이 등장했고, 건배주로는 강화섬쌀로 빚은 전통술이 제공됐다. 수도권의 변방으로 취급됐던 인천이 ‘동북아 허브’, ‘대한민국의 미래’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말이 과장된 수사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인천은 도시와 농어촌 기능이 복합됐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레저 요소를 갖춘 신도시들이 들어서 도시 자체가 볼거리다. ■볼거리 ●비즈니스 관광 거점 송도국제도시 바다를 매립해 만든 간척지 특징상 모두 평지다. 블록 위주 개발로 골목길이 없으며 공원, 도로 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쾌적하고 넓게 조성돼 있다. 녹지율이 무려 40%에 달한다. 곳곳에 공원이 있어 ‘공원 천국’으로 불리지만 압권은 센트럴파크다. 이 공원은 국제업무단지와 주거단지 가운데 도시의 열섬현상을 막고 빗물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최신 공법으로 조성됐다. 국내 최초로 해수를 끌어와 만든 길이 1.8㎞, 최대 폭 110m에 이르는 인공수로에는 공원을 순환하는 수상택시가 운행된다. ‘산책공원’, ‘테라스정원’, ‘초지원’ 등 5개의 테마로 구성돼 회색빌딩이 밀집된 도시 분위기를 녹색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쇼핑·먹거리타운인 커넬워크는 이국적 분위기를 맛보려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아 평일에도 북적인다. 송도국제도시는 숙박이 문제로 대두됐으나 쉐라톤, 홀리데이인, 오크우드프리미어 등 6개의 호텔이 들어서면서 해결됐다. 송도는 마이스(MiCE)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s), 전시(Exhibition) 등 비즈니스관광을 통틀어 일컫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마이스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송도컨벤시아 2단계 확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까지 찾는 쉼터, 인천대공원 인천시에서 가장 큰 공원인 인천대공원(293만㎡)은 규모의 방대함과 입지 때문에 경기 부천, 시흥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 관모산(162m) 자락에 걸쳐 있으며 주위가 개발제한구역이라 도심 속에서 농촌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92과 332종 6550포기의 식물을 보유한 식물원, 1만 300그루의 다양한 장미가 심어진 장미원, 58종 231마리가 있는 어린이동물원, 23만㎡의 수목원, 환경미래관, 궁도장, 조각원, 야외음악당, 산림욕장, 사계절썰매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군부대로 통하는 도로 건너편에 소래산이 있어 등산을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적한 도로의 갓길은 조깅,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포장돼 있다. 인천대공원과 소래산 사이에는 농사체험장도 곳곳에 있어 일대는 종합 휴식공간이라 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섬마을 삼형제 신도·시도·모도 섬이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도·시도·모도는 이런 인식을 허문다. 육지화된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면 10분 거리다. 따라서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 배 시간만 맞추면 서울에서 차량으로 1시간∼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영종도에 개발 붐이 거세게 일 때에도 무풍지대였던 곳으로, 여전히 갯벌 위로 기러기가 날아다니는 한가한 섬마을이다. 일단 신도로 가면 시도, 모도는 연도교로 이어지기에 하나의 섬으로 봐도 무방하다.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이다. 섬과 섬을 편하게 오가며 때묻지 않은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30㎞가량 굽이돌며 해변과 야산을 넘나드는 쪽길을 따라 3개 섬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롭게 단장한 원조 볼거리 월미도 ‘문화의 거리’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사람들이 경인전철을 타고 인천에 오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월미도였다. 하지만 수도권에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나면서 월미도는 한물간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다. 이러한 평가를 견인하는 것은 월미도에 만들어진 문화의 거리다. 인천시는 횟집과 포장마차만 즐비하던 이곳의 가게들을 정비하고 길이 770m, 폭 20m, 면적 1만 5400㎡의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음악, 무용, 마당극, 행위예술, 풍물놀이, 작은영화제, 전통무예,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정기·부정기적으로 펼쳐짐으로써 명실상부한 문화의 거리로 정착됐다. 공연 참가자 가운데 전문 예술인 외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많다. 공연과 관련 없이 시민들이 이곳에 와 트럼펫을 불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문화의 거리 옆에 늘어선 횟집과 카페들은 ‘식후경’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100년 넘은 화교역사의 근원지 인천차이나타운 인천역 건너편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이나타운으로 화교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청나라는 한국을 돕는다는 핑계로 3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때 군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40여명의 중국 상인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초다. 화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세 자루의 칼이었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육도(肉刀), 양복점에서 쓰는 전도(剪刀), 이발소 면도칼인 체도(剃刀)를 가리킨다. 화교들이 주로 이들 업종에 종사하면서 부를 축적했음을 상징한다. 인천차이나타운에는 중국 음식과 토산품, 의상, 제과 등을 파는 상점들이 혼재해 있다. ‘외식의 왕’ 짜장면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중국 요릿집인 ‘공화춘’은 1912년쯤 인천항에서 막일을 하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출신 노동자인 쿠리(苦力)들이 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빈 짜장면을 개발했다. 수타 짜장면은 종업원들이 손수레로 바닷가로 가져갔는데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공화춘의 성공에 힘입어 화교들이 중화루·동홍루 등을 줄줄이 열면서 인천은 청요리의 본산이 됐다. 지금도 26곳의 중국음식점이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며 영업 중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먹거리 ●연락골 ‘추어마을’…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어요 인천 남동구 운연동 연락골은 주로 논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촌이었다. 그런데 논에 미꾸라지가 많이 잡히면서 마을 주민들이 추어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다. 인근 주민들에게도 이곳 추어탕 맛이 알려졌다. 어느새 마을에 추어탕 전문 음식점이 하나둘 생기더니 지금은 아예 추어마을로 불릴 정도가 됐다. 이곳은 손님 취향에 맞게 추어탕을 주문할 수 있다. 대체로 남자들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은 추어탕을, 여성과 노인은 추어를 갈아서 끓인 추어탕을 선호한다. 추어탕에는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내와 흙내를 없애기 위해 산초, 들깨가루, 부추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며 따끈따끈한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반찬은 도라지무침, 열무무침, 고추장아찌 등 다른 곳에 비해 특이하고 다양하다. 추어탕을 먹고 나면 솥째 담긴 누룽지가 나온다. 미꾸라지 튀김도 먹을 만하다.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어마어마한 양 사리도 무한 리필 요즘 냉면 한 그릇 먹고 ‘배부르게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거의 없다. 냉면으로 배가 부르고 입맛을 챙기고 주머니 걱정도 덜어주는 곳이 ‘세숫대야 냉면’으로 불리는 동구 화평동 냉면골목이다. 이곳은 1980년대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세숫대야처럼 큰 그릇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쌌다. 냉면이 고급 음식처럼 여겨지던 시절에 가격으로 승부한 것이다. 라면 한 그릇이 300원 안팎이었는데 화평동 냉면은 500원이었다. 싼 냉면을 찾는 사람들 덕에 냉면집은 계속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크기의 세숫대야 냉면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다. 한 끼 식사로는 왠지 부족한 듯 느껴지는 냉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숫대야’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의 냉면이 선을 보였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정말 크다. 그래도 모자라 추가로 냉면사리를 원하면 무한정 공짜로 제공된다. ●동인천 ‘삼치거리’… 50년된 맛 막걸리와 세트판매 인기 이곳의 뿌리는 ‘인하의 집’이다. 생긴 지 50년이 됐다. 지금의 삼치거리 뒷골목에서 문을 열어 가정집 방에서 손님을 받았다. 손님이 많을 때는 마당에 식탁이 될 만한 것으로 상을 만들었다. 이름처럼 인하대 학생들이 단골이었다. 처음부터 삼치구이가 대세를 이룬 건 아니었다. 각종 생선구이를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삼치구이가 유독 인기를 끌었다. 삼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식점이 잇따라 생겨났고, 덩달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손님들은 원조만 고집하지 않고 각자 기호에 맞는 집을 찾아가 단골이 됐다. 삼치구이에는 막걸리가 제격이어서 이 거리의 세트 메뉴처럼 인식된다. 삼치는 굽는 방식에 따라, 삼치를 찍어 먹는 소스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가게마다 서로 최고라고 자부한다. ●연안부두 ‘밴댕이회무침’… 제맛 느끼려면 7월 초까지는 맛봐야 연안부두 입구에 있는 3층짜리 해양센터에는 식당이 빼곡히 들어 서 있다. 다양한 해산물을 팔지만 밴댕이회무침이 주력이어서 ‘밴댕이건물’로 불린다. 온갖 양념에 버무린 밴댕이회무침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밴댕이는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 살이 바짝 올라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최고조에 오를 때다. 밴댕이는 가을 생선인 전어와 유사하게 어부들이 바다에 발을 설치하여 잡는다. 밴댕이는 성질이 몹시 급해 그물에 걸리면 제 분을 못 이겨 금방 죽어버린다. 그래서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는 말이 나왔지만, 먹어볼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 등에 은빛이 나고 윤기가 흐르는 밴댕이를 최상품으로 치는데 살이 연해 회무침으로 먹기 좋다. 회무침을 밥에 비벼 회덮밥으로 먹기도 한다. ●용현동 ‘물텀벙이거리’… 아구의 또 다른 이름 인천에서는 아구를 ‘물텀벙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인천의 어부들은 큰 머리에 배만 불룩하고 살이 없는 아구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가 없다고 해서 다시 물에 ‘텀벙’ 소리 나게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도 하역 노동자들이 모이는 남구 용현동 포장마차에서는 인기가 있었다. 싼 데다 시원한 국물 맛이 소주 한 잔 마시기에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값싼 술국에 불과했던 물텀벙이는 1970년대부터 인천의 별미로 떠올랐다. 용현동에 아구탕·아구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물텀벙이거리로 불리게 됐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국가비상사태인데 총리대행은 출장중

    국가비상사태인데 총리대행은 출장중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 일로인 가운데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의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내각을 통솔해야 할 총리 대행이 5박 6일 일정으로 해외 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증후군)가 중국과 홍콩 등에서 창궐했을 때 선제 대응으로 우리나라를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이끈 고건 전 총리의 행보와 비교된다. 최 총리 대행은 메르스 환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3일 만인 지난 2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날 오후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메르스 사망자 발생에 따른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자 출국을 앞두고 부랴부랴 회의를 만든 듯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회의와 한국경제 설명회가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행사에 장관 대신 차관이 참석한다. 일각에서는 최 총리 대행이 국제회의를 이유로 5일간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 안일한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부총리로서의 이미지 관리를 더 중시한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사스가 발병했을 때 당시 고 총리는 방역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며 비상대응체계를 진두지휘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직접 관련 회의를 주재했지만 인터넷과 포털에는 “국민 안전을 방치하는 정부, 자율 예방하라는 것이 정부의 지침”이라는 냉소적인 댓글이 넘쳐났다. 그중에는 국민 안전보다 국제회의를 더 중시하는 최 총리 대행에 대한 야유도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오늘의 눈] 누구를 위한 모듈화인가/유영규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누구를 위한 모듈화인가/유영규 산업부 기자

    글로벌 제조업계에 ‘모듈화’ 바람이 거세다. 전자, 자동차, 항공, 기계산업까지 예외가 없다. 모듈화란 기능이나 조립 영역별로 비슷한 일을 하는 부품들을 하나로 결합해 더 큰 단위의 부품 덩어리(모듈)로 만든 후 조립하는 공정을 말한다. 1000개의 레고로 모형 자동차를 만든다고 치자. 과거방법(셀 방식)은 완성품 제조업체가 정해진 순서대로 레고 1000개를 큰 뼈대부터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모듈화는 뼈대와 지붕, 범퍼, 엔진 등 미리 레고를 조립한 뒤 이 덩어리를 조립하는 식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모듈화는 장점이 많다. 이전까지 모든 부품 설계부터 생산, 조립, 검사까지 온전히 완제품 제조업체가 담당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물론 복잡한 과정이 줄다 보니 불량률도 감소한다. 조직이 작아지고 생산 단계가 축소되면서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자동차 업계는 모듈화를 통해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이 35%나 향상된다고 본다. 이런 배경에서 모듈화는 생산성 향상의 혁신 사례로 추앙받는다. 그럼 모듈화는 기업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서비스센터에 가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모듈화를 이뤄 낸 제품일수록 각 기업의 서비스센터에서 갈아 주는 부품도 덩어리째 공급되는 일이 다반사다. 과거 1000원짜리 부품 하나를 갈면 됐지만 이젠 부품 덩어리째 갈아야 한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스마트폰 액정 유리가 깨지면 10만원 이상을 들여 디스플레이 패널까지 통째로 갈거나 부품 하나의 불량 때문에 메인보드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공조기 부품 하나가 말썽을 부리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이상을 들여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지만 이미 생산 단계를 단순화해 놓은 기업들이 굳이 애프터서비스만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 물론 올라간 수리비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넓게 보면 모듈화는 노동 시장에도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 공장에는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숙련공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변화 중인 지금의 공장에선 숙련공 자리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해진 순서대로 모듈을 서로 끼워 맞추기만 하면 일에 전문가를 대거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숙련공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좋은 일자리의 감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선 언제든 대체 가능한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건넬 이유가 없다. 필요하면 다른 인력을 단기간 교육해 투입하면 그만이다. 모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 역시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그만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이 호기 좋게 저개발 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인 흐름을 우리만 거스를 수는 없다. 단 얇아지는 TV와 향상되는 자동차 성능에 찬사를 보내기 전에 우리에게 어떤 현실이 다가오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whoami@seoul.co.kr
  • KBS 수신료 인상 논의 재점화… EBS “지원 확대 절실” 힘 보태

    KBS 수신료 인상 논의 재점화… EBS “지원 확대 절실” 힘 보태

    KBS의 숙원 사업인 수신료 인상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대현 KBS 사장이 수신료 인상을 강력하게 주장한 데다 KBS로부터 수신료를 배분받고 있는 EBS까지 전면에 나서 수신료 인상 요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 사장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무 수행과 미디어산업의 상생, 제2의 한류 도약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KBS의 수신료는 가구당 2500원으로, 1981년 이후 35년간 동결돼 있다. KBS는 2007년과 201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상임위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KBS는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해 전체 수입 중 수신료의 비중을 37.3%(2012년 기준)에서 52.9%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품질 콘텐츠 제작 ▲EBS 지원금 확대 ▲공정성 확보 ▲인력 효율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특히 연간 광고 수입을 6000억원에서 4100억원대로 동결해 광고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2TV는 평일 새벽 1시부터 밤 9시까지, 주말 새벽 1시부터 낮 2시까지, 2라디오는 오후 5시부터 오전 8시까지 광고를 없애고 지역방송과 DMB는 전면 폐지하겠다는 게 KBS의 복안이다. 여기에 EBS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용섭 EBS 사장은 2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 수신료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EBS는 KBS의 수신료 중 3%인 가구당 70원을 배분받아 전체 예산 중 6%(170억원)를 충당하고 있다. 신 사장은 “전체 예산 중 공적 재원은 4분의1에 그치며 수신료 비중은 매해 감소하고 있다”면서 “국회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을 원만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EBS 수신료 배분 비율 15%로 상향 조정 ▲수신료 의사 결정 과정에서 EBS가 배제돼 있는 법제도의 개선도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에만 급급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KBS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보도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으나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3월 발표한 ‘공정성 가이드라인’ 이상의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임에도 인기 프로그램의 VOD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 점, 야간 황금시간대 광고는 유지한다는 점 등도 걸림돌이다. KBS의 광고 수입이 종편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KBS 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향을 보도하기에 급급하다”면서 “국민이 마음을 열고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 KBS의 혁신된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프로축구] ‘닥공’ 잡은 성남의 막판 5분

    [프로축구] ‘닥공’ 잡은 성남의 막판 5분

    시민구단 성남FC가 K리그 ‘1강’ 전북을 격침시켰다. 성남은 31일 탄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막판 황의조의 두 골에 힘입어 전북을 2-1로 제압했다. 성남은 이로써 9경기 연속 무패(4승5무)를 내달리며 5연승을 노리던 전북에 일격을 가했다. 선제골은 전북이 신고했다. 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호의 헤딩 슈팅이 골키퍼 전상욱의 손에 맞고 나오자 유창현이 몸을 날리며 머리로 받아 넣어 성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성남은 전반 내내 전북을 몰아붙이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한 데 이어 후반 들어서도 연이어 득점 기회를 놓치며 패색이 짙어갔다. 그러나 전반 거세게 전북의 골문을 두드리던 황의조가 막판 5분 사이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황의조는 후반 35분 김두현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40분에는 상대 골키퍼 권순태가 놓친 공을 차 넣어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성남은 지난 2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다소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종전 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K리그 네 팀 가운데 유일하게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안착한 전북은 최근까지 이어오던 4연승에서 멈춰 섰다.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인천과 수원은 1-1로 비겼다. 홈팀 인천은 수원에 먼저 골을 내줬지만 조수철의 동점골에 힘입어 리그 2위 수원을 상대로 승점 1을 쌓는 데 성공했다. 수원은 2위(6승3무3패·승점 21)를 유지했지만 성남에 덜미를 잡힌 전북과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날렸다. FC서울과 울산도 상암벌 경기를 0-0으로 비겼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월드컵 경기장 공사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 중 157명이 사망했으며, 전체 기간 중 사망한 노동자는 9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엠네스티 등 단체 수 곳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안티-로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데일리메일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소니, 비자, 현대, 기아 등 각국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공식 후원 업체들의 로고는 현지 노동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로고로 편집됐다. 예컨대 맥도날드의 경우 ‘스마일’을 형상화 한 기존의 로고는 긴 채찍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아디다스의 ‘삼선’은 공사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묘비를 상징하는 그림을 바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자(VISA)는 노예들이 고통스러운 자세로 무릎을 꿇고 ‘비자’ 로고를 떠받치고 있으며, 현대는 ‘H’로고에 수갑을 찬 손이, 기아는 높은 건물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노동자들이 추가로 그려져 있다. 일부 이미지는 로고와 더불어 후원사들을 비난하는 교묘한 멘트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한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는 이민 노동자들이 상당수 참여하는데, 얼마 전 네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네팔 출신의 노동자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공사장에 머물러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국제축구연맹(FIFA)가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위임원 7명이 체포되면서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체포된 고위 임원들은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결정 과정에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를 혐의가 적용돼 조사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잇따른 구설에 오른 카타르 월드컵이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FIFA와 카타르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카타르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카타르월드컵 후원사에 ‘안티 로고’…현대·기아도 포함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월드컵 경기장 공사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간 경기장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 중 157명이 사망했으며, 전체 기간 중 사망한 노동자는 9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엠네스티 등 단체 수 곳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안티-로고’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데일리메일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코카콜라,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소니, 비자, 현대, 기아 등 각국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공식 후원 업체들의 로고는 현지 노동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로고로 편집됐다. 예컨대 맥도날드의 경우 ‘스마일’을 형상화 한 기존의 로고는 긴 채찍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아디다스의 ‘삼선’은 공사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묘비를 상징하는 그림을 바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자(VISA)는 노예들이 고통스러운 자세로 무릎을 꿇고 ‘비자’ 로고를 떠받치고 있으며, 현대는 ‘H’로고에 수갑을 찬 손이, 기아는 높은 건물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노동자들이 추가로 그려져 있다. 일부 이미지는 로고와 더불어 후원사들을 비난하는 교묘한 멘트까지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한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는 이민 노동자들이 상당수 참여하는데, 얼마 전 네팔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네팔 출신의 노동자들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채 공사장에 머물러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국제축구연맹(FIFA)가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위임원 7명이 체포되면서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체포된 고위 임원들은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결정 과정에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를 혐의가 적용돼 조사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잇따른 구설에 오른 카타르 월드컵이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FIFA와 카타르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임금피크제 공청회’ 노동계 반발로 개최 무산…양대노총vs경찰 실랑이

    ‘임금피크제 공청회’ 노동계 반발로 개최 무산…양대노총vs경찰 실랑이

    ‘임금피크제 공청회’ 노동계 반발로 개최 무산…양대노총vs경찰 실랑이 ‘임금피크제 공청회’ 정부가 민간 부문으로의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준비한 공청회가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8일 오후 1시 30분 여의도 CCMM빌딩 12층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공청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200여명이 행사장을 점거하면서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주최 측은 오후 1시 15분쯤 행사장을 개방했지만,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몰려들었고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충돌 끝에 행사장으로 들어온 양대 노총 관계자들은 연단 앞에서 ‘임금삭감 강요하는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즉각 중단하라’,‘근로기준법 위반하는 취업규칙 불법변경 박살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사 진행을 저지했다. 오후 1시 40분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위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노총 관계자들이 이 장관의 입장을 막아 결국 연단에 오르지 못하고 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 장관은 행사장을 나가며 “노동시장 개혁은 아버지와 아들,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내년 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고용불안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학계, 경영계, 노동계를 모두 초청해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정부는 전날 내놓은 공청회 주제발표문에서 “사용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상당한 협의 노력을 했으나, 노조가 대안 제시도 없이 논의 자체를 거부할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동의가 없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노동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희망퇴직 등으로 현행 정년마저 누리는 노동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마저 도입하면,노동자는 임금 삭감의 고통만 겪게 될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전규석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기득권을 후퇴시켜 전체 노동시장을 하향평준화시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아랫돌을 빼서 윗돌로 괴는 식의 개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 무산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격화하며 춘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다음 달 총파업 찬반투표를 해 7월 초 총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7월 4일에는 서울에서 양대 노총의 제조부문 노동자들이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콜·슈뢰더 전 총리가 연금개혁을 평가한다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콜·슈뢰더 전 총리가 연금개혁을 평가한다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최근 독일 열풍이 거세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면서 국가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해서다. 분단되었다 통일을 달성한 독일이기에 관심이 큰 점도 있는 것 같다. 혜택이 많은 사회보장제도의 원조인 비스마르크형 연금제도를 도입했던 나라라서 관심이 집중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독일 통일비용 절반이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에 들어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통일시점이 독일에는 행운이었다. 좋지 않던 재정여건이 통일 무렵 급속하게 호전되면서 통일비용을 충당할 여력이 생겨서다. 변화한 시대환경에 맞지 않던 연금제도를 손보려는 노력도 꾸준했다. 건전한 정부재정과 시대에 뒤떨어진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알았던 사람이 헬무트 콜 전 총리였던 것 같다. 통일 기반 조성과 통일 후 혼란을 최소화할 기반 구축이 그래서 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내한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지지기반인 사민당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어젠다 2010’을 앞세워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가 부과방식(근로세대가 은퇴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전통적인 독일 연금제도의 기본 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이 연금제도 내에서 자동으로 해결되는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변화된 환경에서도 정치적 논란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11년 전의 일이다. 40% 중반을 밑도는 독일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2030년까지 40% 초반으로 떨어진다. 현재 19.5%인 보험료를 2030년까지 22%를 상한으로 묶는 것이 독일 정부의 목표다. 40% 초반 연금 소득대체율을 지급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산 증거다. 슈뢰더 전 총리의 연금개혁은 “최소 얼마만큼의 연금은 받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비용조달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연금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독일 공부에 열심인 우리에게 연금개혁이 국가 어젠다로 등장했다. 공무원연금이 지속 불가능해서다. 이런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공적연금 중향평준화’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국민연금이 너무 적어 공무원연금이 많아 보인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 같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다시 50%로 올리면 부담이 얼마 더 늘어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독일 사례(45%를 밑도는 소득대체율에 보험료는 19.5%)는, 현재는 46.5%이나 2028년에 40%로 낮아질 우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가 얼마나 올라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생생한 지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검토보고서’(2014년 6월 발간)도 보험료가 16.7%로 올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늘어날 부담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받는 것만 더 주겠다는 우리의 국민연금 논의, 기득권은 유지한 채 부담은 후세대에게 전가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실상을 콜 전 총리와 슈뢰더 전 총리에게 알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짓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서 왜 연금개혁이라는 말을 붙이냐”고 반문할 것 같다. 수급자와 재직자가 개혁의 고통을 분담하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비슷한 강도로 개혁한 나라라서 그렇다. 많은 분야에서 독일 공부가 한창이나, 정작 배워야 할 부분은 제대로 못 배우는 것 같다. OECD 회원국의 평균소득대체율이 40.6%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평균부담률이 20%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금역사가 짧아 실제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이 적어 벌어지는 일을, 낮은 소득대체율 문제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연금개혁의 산파역을 했던 베르트 뤼릅의 “사회 구성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연금개혁의 기준은 특정세대에게 손해가 많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을 되씹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결과가 판명되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과거와 달리 국가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그때가 되면 오늘의 논의 주역들은 어떤 변명을 늘어놓을까. 그래서 ‘장그래 세대’에게 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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