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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과 소녀 사이… 피투성이 토슈즈, 진정한 나를 찾다

    소년과 소녀 사이… 피투성이 토슈즈, 진정한 나를 찾다

    오는 7일 개봉하는 벨기에 영화 ‘걸’(2018)은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주인공이 치료를 병행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용기와 도전을 담은 드라마다. 외부 갈등보다는 내적 성찰과 고뇌에 초점을 맞춰 섬세하면서도 대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트랜스젠더 무용수 실화 바탕… 7일 개봉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고 싶은 16세 라라(빅터 폴스터 분)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빠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언제나 다른 여학생들을 동경한다. 뒤늦게 발레 학교에 입학했지만, 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몸이 거북하다. 단계적 성전환 수술을 받고 있지만, 하루속히 수술을 마쳐 완전한 여성이 되고 싶다. 발레 학교 선생님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노력하는 라라를 인정해 주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슷해지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채찍질한다. 발레 학교의 또래 여성 친구들은 라라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살갑지는 않다. 은근한 조소가 섞인 친구들의 시선과 고독감은 견디기 어렵다. 하루속히 여성이 되고 싶은 라라는 자신의 신체를 혹사시킨다.●여전히 낯선 성소수자의 삶… 포용적인 ‘배려’ 모습도 영화는 실제 트랜스젠더 무용수 노라 몽세쿠흐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루카스 돈트 감독이 2009년 몽세쿠흐의 이야기를 접하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트랜스젠더가 소재라는 점에서 톰 후퍼 감독의 ‘대니쉬 걸’(2015)이 연상된다. 다만 ‘대니쉬 걸’이 남자 주인공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면, ‘걸’은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라라가 겪는 감정적 변화에 집중했다. ●칸 황금카메라상 등 4개 부문 석권한 수작 라라가 발레 연습 도중 피로 물든 발로 발끝을 세우고 턴을 하는 장면은 애처롭다. 피투성이가 된 토슈즈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의 험난함을 보여 주는 듯하다. 다른 여성 동료들이 라라와 같은 샤워실을 사용하면서도 개의치 않는 모습은 한국 사회보다는 포용적인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보여 준다. 하지만 성기를 보여 달라는 짓궂은 장난에 상처를 입고, 남자와 스킨십을 하다 도망치는 모습은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성소수자의 삶이다. 따뜻한 응원과 차가운 시선이 공존하는 가운데 꿋꿋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추구하는 모습은 편견을 버리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다만 라라가 새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다소 애매한 결말이다. 여운을 남기면서도 관객에게 숙제를 던져 주는 느낌이다. 라라 역을 맡은 배우 빅터 폴스터는 실제 남성 무용수다. ‘걸’을 통해 생애 첫 연기를 펼쳤음에도 섬세한 동작, 말투에서 남성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는 71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황금카메라상 등 4관왕을 석권했다. 상영시간 105분. 15세 관람가.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연말 도로 공사 예산, 달리 쓰일 순 없나/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연말 도로 공사 예산, 달리 쓰일 순 없나/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평소 제2자유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보통은 광역버스가 출발할 때 눈을 감았다가 도착하면 뜬다. 간혹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버스가 급정지, 급회전을 하거나 평소와 달리 밀릴 때 눈이 떠진다. 지난 연말에 이런 일들이 잦았다. 사고가 났나 싶어 눈을 뜨면 대개는 공사 중이었다. 이런 현상은 출장 길에도 이어졌다. 서울을 빠져나갈 때부터 시작된 공사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로 이어졌다. 공사 중이라 차선이 줄어들기 일쑤였고, 거북이걸음을 해야 하는 시간도 그만큼 늘었다. “연말 예산낭비 1순위” 운운할 생각 없다. 새해 벽두부터 ‘지적질’에 나설 생각도 없다. 다만 시대가 변한 만큼 예산 운용에 대한 접근을 좀 달리 해 보자고 제안하는 거다. 지난해는 정말 특별했다. 코로나19 탓이다.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라는 식의 보도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성 빈혈에 빠진 민간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양은 당연해 보였으니까. 그래도 불요불급한 공사였나 하는 의구심은 들었다. 대개의 공사들은 멀쩡한 곳을 뜯거나, 시급하지 않은 보수 수준에 머문 것들로 보였다. 이런 식이라면 다른 공공 분야에 돈을 풀었어도 경기 회복의 마중물 노릇을 하는 건 마찬가지였을 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선은 항상 최선을 향해 있어야 한다. 지역관광활성화가 그중 하나다. 코로나의 습격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여행 업체와 기관, 단체들마다 우리가 관광 대국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지역관광활성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은 그런 말을 듣기 어렵다. 여행업계는 빈사 상태고 당국은 이들을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허덕대는 실정이다. 이상론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지금이 지역관광활성화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내국인의 국외여행 수치가 ‘제로’로 수렴되면서 국내 여행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이 늘었다.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이 빚어낸 현실이긴 해도 국민들의 시선이 국내 여행지에 쏠려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더 오래, 더 강하게 붙잡아 둘 방안들을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19 이후 국민 대다수의 시선이 해외로 옮겨 갈 걸 예상한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숙소를 예로 들자. 우리 주변엔 적은 투자로도 위험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설비들이 있다. 완강기, 제세동기 등이 그렇다. 숙소에 완강기만 제대로 갖춰져도 화재로 인명을 잃는 일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장비들이 온전히 갖춰진 숙소는 그리 흔하지 않다. 낡은 구명조끼를 새것으로 바꾸고 수납공간을 눈에 잘 띄도록 여객선을 개조하는 일, 장애인 등 관광 약자를 위해 시설물을 개선하는 일, 문화재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벌이고 있는 문화재 안내판 교체 사업 등도 비슷하다. 불요불급한 도로 공사에 쓰일 예산을 조금만 줄여 이런 곳에 투자하면 지역관광 기반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이다. 문제는 결국 동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예산은 약 6조 8000억원이다. 7조원(2008년 예산 7조 8132억원 및 국회 ‘2021년도 국토교통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총지출 규모’ 자료 중 도로 부문을 참조한 추정치)을 훌쩍 넘기는 한국도로공사의 1년 예산에도 못 미친다. 이 돈으로 지난해 대비 11.2%나 증가한 약 1조 5000억원을 관광 분야에 편성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올해도 코로나19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정부의 수혈도 연중 이어질 텐데 이전과는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부처 간 경계가 엄연한 상황에서 예산 전용이란 이상이나 관념에 불과하다는 거 잘 안다. 그래도 한번쯤 시도는 해 봤으면 좋겠다. 국무총리 산하 생활SOC추진단도 있고 국무조정실도 있지 않나. 방법을 찾자면 전혀 없지는 않다. angler@seoul.co.kr
  • 코로나19로 사라진 새해 첫 주말…전국이 썰렁

    코로나19로 사라진 새해 첫 주말…전국이 썰렁

    새해 첫 주말인 2~3일 코로나19로 인해 전국 유명 관광지와 공원 등이 대체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부 관광지와 명소, 쇼핑몰 등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경우도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3일 서울의 명소인 종로와 명동 일대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예년에는 연말연시에 중국,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였으나 연말연시 특별방역 조치와 영하권의 쌀쌀한 날씨 탓인지 올해는 이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명동에서 4년 간 갈비전문점을 운영해 온 박모(53)씨는 새해 연휴 사흘 중 1~2일만 장사하고 사흘째인 이날은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박씨는 “이틀 장사를 해보니 손님들이 찾지 않고, 몸과 마음만 상하는 것 같아 쉬기로 했다”면서 “평년에 비해 새해 연휴기간에도 장사가 너무 안돼 속이 탄다”고 했다. 종로 인사동 인근에서 2대에 걸쳐 횟집을 운영하는 조모(39)씨도 새해 연휴 장사를 접었다. 지난해 새해에는 장사를 했지만 올해는 손님들이 찾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조씨는 “연말 장사가 새해 장사를 견인하는 데 연말에 장사가 너무 안돼 이번엔 안될 것이라고 봤다”면서 “그럴 바에는 온전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유명관광지들도 코로나19 영향 탓인지 올해 연휴에는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에 사람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예년보다 추운 날씨 탓에 백양산 등 주요 등산로를 찾는 인파도 줄었다. 휴일인 3일 지인들과 함께 산행을 할 예정이었던 박모씨는 “예전보다 쌀쌀한 날씨와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등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강원에서도 연말연시 특별방역 탓인지 대체로 관광지와 국립공원 등이 텅 빈 모습이었다. 경포와 낙산, 속초 등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 백사장은 출입이 통제돼 인적이 사라졌다. 설악산과 오대산, 치악산 등 국립공원의 탐방로도 평소 휴일보다도 더 사람이 적었다. 다만 일출을 볼 수 있는 동해안 해안도로에는 새해 첫날 못했던 해맞이를 하는 인파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거리도 한산한 모습이었고, 눈이 내린 정읍 내장산국립공원에는 등산객 몇몇이 스틱을 짚으며 산에 올랐다. 충북도 청주 시민이 많이 찾았던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지난달 21일부터 휴관 중이다. 청주 문의 문화재단지와 제천 청풍 문화재단지 등 도심 인근 유원지도 한산했다. 인천대공원과 월미공원 등 인천 대표 공원도 지난달 15일부터 계속 폐쇄 중이다. 대구에서는 실내를 피해 시민이 찾던 신천 둔치와 수성못 유원지, 팔공산과 비슬산 등이 추운 날씨로 인해 한적했다.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와 유적지 역시 추위와 강화된 방역 조치로 썰렁했다. 제주에서도 한라산 입산이 금지돼 탐방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일부 유명 관광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무색하게 인파가 몰려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됐다. 지난 2일 오전 제주 한라산 해발 1100m에 있는 ‘1100고지 습지’ 주변 도로는 렌터카와 도민들이 끌고 온 많은 차량으로 마비되다시피 했다. 수십 대가 편도 1차선 도로에 동시에 몰리면서 지나가는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더욱이 1100고지 습지 주차장이 넓지 않아 주변 도로에 많은 차량이 길게 세워져 있는 바람에 사람들이 도로까지 나와 걷고, 바로 옆으로 차가 지나가는 등 아찔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방문객들로 인해 교통난까지 발생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무색했다. 일부는 방역 대책으로 출입이 금지된 습지 산책로 등 금지 지역에 들어가기도 했다. 한 도민은 “1100고지 습지 주변은 오늘뿐만 아니라 지난 연말부터 연일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며 “사람들과 차량이 뒤엉켜 지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도는 이날 강화된 방역 대책을 17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1100고지 습지 주변에서 교통정리를 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코로나 19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이 들게 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전국종합
  • [안녕? 자연] 현존하는 유일한 암컷…멸종위기 양쯔자라 발견

    [안녕? 자연] 현존하는 유일한 암컷…멸종위기 양쯔자라 발견

    세계적인 희귀종인 ‘자이언트 양쯔자라’(학명 Rafetus swinhoei)를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한 암컷이 발견됐다고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이 1일 보도했다. 양쯔강대왕자라로도 불리는 자이언트 양쯔자라는 전 세계에 단 3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이중 한 마리는 100살이 넘은 수컷으로,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다. 나머지 두 마리는 베트남의 야생 상태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성별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었다. 성별이 확인된 유일한 암컷은 2019년 4월까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의 한 동물원에 살고 있었으나, 개체 수 확보를 위한 인공수정 시술을 받은 뒤 죽었다. 유일한 암컷이 세상을 떠나자 자이언트 양쯔자라는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확실시 됐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이끄는 보건프로젝트 연구진이 지난해 10월, 하노이 시 손따이 지역에 있는 한 호수에서 자라 한 마리를 포획하는데 성공했고, DNA 검사를 통해 멸종 직전의 자이언트 양쯔자라 암컷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발견된 암컷 자이언트 양쯔자라의 몸무게는 86㎏이며,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에서 서식할 것으로 추정되는 남은 자라가 수컷이라면 개체 수 확보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희망을 걸고 있다. 자이언트 양쯔자라는 식용을 위해 자라와 알을 불법으로 사냥하거나 개발 탓에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의 이유로 멸종위기에 처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 무분별한 사냥이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자라와 거북 등의 알을 소금에 절여 먹으면 설사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동물보호단체인 거북이생존연합(Turtle Survival Alliance) 측은 “이번 소식은 전 세계 거북 종 보호와 관련한 올해 최고의 뉴스”라면서 “자이언트 양쯔자라에게 또 다른 생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한편 성별이 확인된 암컷 자이언트 양쯔자라는 원래 서식하던 호수로 돌려보내졌다. 과학자들은 해당 호수의 샘플에서 또 다른 양쯔자라 DNA를 확보한 만큼, 올 봄에는 남은 한 마리의 성별을 확인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동화 당선소감] 김상화 “세상 아름다움 캐내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죠”

    [동화 당선소감] 김상화 “세상 아름다움 캐내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죠”

    처음 습작으로 동화를 썼을 때, 난 아직 내가 어린이라고 생각했는데-이 말이 너무 거북하다면 ‘아직도 동심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라고 바꾸겠다-이건 동화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후 시간이 지나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겨우 깨닫게 된 이번 겨울,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나를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몇몇 아이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그들은 나도 한때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왜 이중섭은 가족을 사랑하면서 돈 안 버냐고 물었고, 옛날엔 1000원짜리가 붉은색이었다고 하니까 옛날 얘기 왜 하냐고 나를 구박했다. 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최근 학대받는 아이들 뉴스가 연달아 나와서 마음이 아프다.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죽은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의 책임을 지워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광부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을 캐내어 아이들에게 보여 줘야지 다짐한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는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고마움을 전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우리 토별반 식구들, 아무런 공식적 의무가 없는데도 나를 응원해 주거나 말거나 한 친구들, 내 팬 이수용 작가, 나의 0번째 독자 진경이, 첫 번째 독자 H, 정해왕 선생님, 김헌일 선생님, 사랑하는 가족,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어른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김상화 ▲1978년 통영 출생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강’직하게 ‘소’처럼 뚜벅뚜벅 ‘휘’둘리지 않고 뛰겠습니다

    ‘강’직하게 ‘소’처럼 뚜벅뚜벅 ‘휘’둘리지 않고 뛰겠습니다

    “당장은 아프거나 다치지 말고 챔피언결정전까지 가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남은 경기를 결승이라 생각하고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 시상대에 서 보는 것도 새해 목표입니다.” 신축년 흰소띠의 해를 맞아 1997년생 붉은 소띠인 강소휘가 31일 밝힌 당찬 소망이다. 그는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9점을 올리는 등 여자배구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데 공을 세웠다. 2015~16시즌 1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강소휘는 프로 6년차의 V리그 중견 스타다. 그는 이젠 “배구를 더이상 안 하겠다”고 투정 부릴 연차를 넘어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여자배구를 이끌어 갈 위치가 됐다. 그러고 보니 새해에는 강소휘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거액 연봉을 받는 계약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국가대표급 공격수의 몸값은 다년 계약으로 약 2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소휘는 “돈을 많이 받으면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며 “돈 많이 버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고생했던 엄마에게도 보답하고 싶고 하나뿐인 동생에게도 좋은 것을 사 주고 싶단다. 배구를 하는 목표가 분명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묻자 강소휘는 뜻밖에도 지난달 24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역전승한 것을 들었다. 올 시즌 출범 이후 부진했다는 평을 받은 강소휘는 이 경기에서 서브 득점 5점 등 20점을 올리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이란과의 경기나 컵대회 결승전에 대해서는 “어차피 과거잖아요. 저는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서 최근의 승리가 더 기뻐요”라고 말했다. 강소휘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어떤 상대든 무서워하지 않고 깡 있게 붙어 보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부딪쳐 보면 언젠가는 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멘탈의 소유자 강소휘도 신인 때는 ‘쫄보’였다. 2017년엔 위 수술을 앞두고 수술받다가 죽을까 싶어 너무 무서워 울었다고도 한다. “신인 때는 서브할 때 TV로만 보던 언니들이 옆에 있으니 위축되고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차상현 감독님을 만나고부터 제 안에 있던 깡이 밖으로 나온 겁니다. 감독님이 ‘너는 무조건 될 놈’, ‘거북이처럼 묵묵히 노력하라’고 매일 지도해 주셨어요.” 배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서브만 하루 몇백개씩 때렸다는 강소휘는 “지금까지 수천만개는 됐을 것”이라며 소처럼 뚜벅뚜벅 하겠다고 답한다. 걸그룹 블랙핑크 팬인 강소휘는 지난 30일 경기 후 “새해에는 블랙핑크를 실제로 보고 사진도 찍고 콘서트도 가 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올해 팬 미팅에서 블랙핑크와 영상통화도 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자 그는 “강소휘 하면 밝은 에너지, 깡 있는 선수, 배구 잘하는 선수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 블루’를 겪는 팬들을 향해 “코로나가 빨리 끝나 경기장에서 건강하게 만나고 싶다”는 덕담을 남겼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강소휘 프로필 ▲1997년 7월 18일 경북 경산시 출생 ▲신장 180㎝, 체중 65㎏ ▲경기 안산서초, 고양시 원곡중, 원곡고 ▲초등 4학년부터 배구 시작 ▲2015~16시즌 1라운드 1순위로 입단, 신인선수상 ▲2017 KOVO컵 MVP ▲2019~20시즌 1라운드 MVP, 리그 베스트7(레프트2) ▲2020 KOVO컵 MVP
  • 어린이 선생님이 어른을 가르친다면…

    어린이 선생님이 어른을 가르친다면…

    어린이에게 이른 아침부터 학교 가라고 깨우는 엄마 목소리는 짜증이 난다. 엄마와 아빠가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가기 싫은 내 기분을 이해 못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대통령이 진짜 어른이 되려면 어른자격증을 가져야 한다고 선포했다. 어른초등학교의 선생님은 바로 어린이들이다. ‘엄마의 걱정 공장’으로 유명한 이지훈 작가가 ‘국립어른초등학교’라는 엉뚱한 상상력을 동화로 구현시켰다.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인정받는 어른, 모범이 될 어른을 양성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두 딸의 아빠이기도 한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배움엔 나이가 없다는데, 가르침에는 나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 입장에서 어른에게 가르치고 싶어 할 과제들을 책에 꼬박꼬박 담았다. 국립어른초등학교에선 일기검사도 있고 장기자랑대회, 가족뉴스 유튜브 만들기 등의 과정이 있다. 어른들도 서투르고 실수를 한다. 어린이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신호등을 함부로 건너는 어른들은 통제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떤 교훈도 깨달음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재미있게 넘어가면서도, ‘역지사지’하는 순간 뭉클해질 때가 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격언이 실감 나게 아이들에게 강요만 하고 모범을 보이지 않는 어른들은 뜨끔해진다. 저자는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닌, 아이와 어른으로서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르고 또 오르면 새 길이 열리더라

    오르고 또 오르면 새 길이 열리더라

    경남 사천에는 남파랑길 34~36코스가 있다. 서정적인 바닷가 마을과 장쾌한 바다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코스다. 34코스 중간쯤의 노산공원을 들머리 삼아 36코스의 사천 관내 끝자락인 늑도까지 돌아봤다. 34코스는 원래 경남 고성의 하이면사무소에서 사천에 속한 삼천포대교 사거리까지다. 한데 사천의 명소인 남일대 해변 일대에 코로나19가 우려되는 밀집시설이 많아, 부득이 이 일대를 건너뛰어 삼천포항 옆의 노산공원을 들머리 삼았다. 용궁수산시장 등의 명소도 우회해 지났다. 워낙 들고 나는 사람이 많아서다. 대신 남파랑길에 포함되지 않은 무지개 해안도로를 덧붙였다.●추억 선물하는 노산공원 ‘삼천포 아가씨’ 노산공원의 랜드마크는 ‘삼천포 아가씨’ 동상이다. 1965년 발표된 은방울 자매의 동명의 노래와 이듬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난 2011년 세웠다. 동상이 선 자리는 삼천포항 옆이다. 삼천포 신항, 수산시장 등 번다한 시설들 틈바구니에 이렇게 적요한 공간이 있다는 게 놀랍다. 삼천포 아가씨 동상이 당대를 살아낸 사람들에게 어떤 정서를 안겨 주는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기억 속에 묻혔던 시간과 조우하는 느낌만은 각별하다. 노산공원 위엔 박재삼 문학관이 있다. 이 지역 출신인 박재삼(1933~1997) 시인을 기리는 공간이다. 바다와 맞닿은 곶부리엔 정자도 세웠다. 털썩 주저앉아 삼천포 아가씨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맞춤하다. 삼천포 수산시장을 그냥 지나친 건 여러모로 아쉽다. 요즘은 ‘용궁’수산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별주부전의 무대로 알려진 서포면 비토섬에 상응하는 이름이다. 조맹지 문화해설사는 용궁수산시장을 “바가지요금 빼고는 다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다양한 갯것들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사천 남파랑길을 찾는 이라면 꼭 들러 보길 권한다.●바가지요금 빼고 다 있는 ‘용궁수산시장’ 34코스 끝자락의 대방진굴항은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옛 군항이다. 고려 말 남해안에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대방진굴항을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조롱박 형태의 외양이 이름만큼이나 독특하다. 늙은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전하는 풍경도 웅숭깊다. 느티나무의 수령이 750년을 헤아린다고 하니 대방진굴항이 생길 때부터 이 일대의 모습을 지켜봤을 터다. 35코스는 대방진굴항 위의 삼천포대교 사거리에서 시작된다. 각산봉화대, 실안해안도로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다만 주차 등을 고려하면 삼천포대교공원을 기점으로 삼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이 코스의 핵심은 각산봉화대다. 각산 정상(398m) 언저리까지 케이블카가 놓여 편히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남파랑길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역시 걸어서 오르는 게 정도다. 최단 코스는 대방사를 거쳐 올라가는 것이다. 1시간 남짓 발품깨나 팔아야 한다. 각산 정상의 봉화대는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풍경 전망대다. 선조들이 만든 봉화대 앞에 서면 사천 앞에 펼쳐진 너른 바다를 온전히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섬과 섬 사이에 놓인 다리들이 인상적이다. 마치 물수제비 뜨듯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저 다리를 건너 그 아래 작은 섬들을 낱낱이 살피며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각산 봉화대서 온전히 담는 사천 앞바다 원래 코스대로라면 각산에서 산분령낚시터, 실안해안도로 등을 거쳐 삼천포대교공원으로 와야 한다. 그러자니 무지개해안도로를 놓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거리와 시간이 다소 늘더라도 이 해안 절경을 빼놓을 순 없다. 무지개해안도로는 용현면 종포~남양동을 잇는 6.2㎞의 해안도로다. 도로 경계석을 무지갯빛으로 칠한 것에서 이름을 얻었다. 빼어난 풍경과 일몰 등 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일대의 ‘인싸’(인사이더)들이 즐겨찾는 여행지가 됐다. 그냥 찍어도 ‘그림’인데, ‘인싸’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도로에 물을 뿌려 반영을 만드는 것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 빨간 사천대교, 무지갯빛 도로가 데칼코마니 그림처럼 펼쳐진다. 무지개해안도로 너머 바다는 평온하고 ‘좁짝한’(좁고 작다는 뜻의 사투리) 바다다. 오래전 사천해전(1592)이 벌어진 곳. 조맹지 해설사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이 해전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고 한다.●무지개해안도로서 인생사진도 ‘찰칵’ 무지개해안도로와 잇닿은 실안해안도로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일몰 풍경의 대명사처럼 평가받는 ‘실안낙조’의 주무대가 바로 여기다. 무지개도로 중간의 사천대교를 넘으면 비토섬이다. 요즘 캠핑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곳이다. 남파랑길 코스에선 빠졌지만 차박이나 캠핑 등의 숙박지를 찾는다면 고려할 만하다. 36코스가 시작되는 삼천포대교는 유려한 자태가 일품이다. 이 다리부터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등을 거치는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된 빼어난 풍경이 이어진다. 36코스의 사천 쪽 끝자락은 늑도다. 남해 창선도와 이웃해 있다. 늑도는 알면 알수록 독특한 섬이다. 크기는 작아도 선사시대 이야기가 풍성하게 전해온다. 늑도는 섬 전체가 국가지정사적지(450호)다.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말에 세상에 알려진 뒤 발굴조사를 통해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대의 유물 수만 점이 출토됐다. 대부분 중국 오수전, 일본 야요이계 토기 등 외래계 유물들이어서 초기 철기시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교역 거점으로 주목받았다. 늑도를 ‘고대의 국제무역항’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살려주세요” 폐그물에 뒤엉킨 새끼거북 가까스로 구조 (영상)

    “살려주세요” 폐그물에 뒤엉킨 새끼거북 가까스로 구조 (영상)

    호주 해안에서 폐그물에 뒤엉킨 새끼 바다거북이 가까스로 구조됐다. 29일(현지시간) 9뉴스는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주 항만도시 다윈에서 폐그물에 걸려 꼼짝 없이 바다를 둥둥 떠다니던 새끼 거북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다윈 지역 던디 해안에서 낚시를 하던 리스 시어러 일행은 망망대해를 둥둥 떠다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시어러는 “친구와 바다낚시를 나갔는데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가까이 가보니 폐그물에 뒤엉킨 새끼 거북이었다”고 밝혔다. 어망으로 건진 새끼 거북은 제 몸집보다 큰 폐그물에 통째로 걸려 지느러미 모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구조되지 않았다면 굶어 죽었거나, 바다를 둥둥 떠다니다 포식자의 먹이가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시어러는 “거북 지느러미 4개가 모두 그물에 칭칭 감겨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시어러 일행은 한올한올 조심스럽게 거북을 옭아맨 폐그물을 끊어냈다. 제 목숨을 구하는 중이라는 것을 아는 듯 거북도 그물이 모두 제거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드디어 그물에서 벗어난 새끼 거북은 오랜만의 자유에 신이 난 듯 지느러미를 팔딱거렸다. 시어러는 다시는 위험에 빠지지 말라는 뜻에서 등딱지에 입맞춤을 한 후 거북을 곧장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현재 전 세계에 서식하는 바다거북 8종은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기후변화로 개체 대부분이 암컷이라 대가 끊길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폐그물과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해양 생태계까지 오염돼 바다거북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지난 여름 스페인에서는 폐그물에 뒤엉킨 바다거북이 일주일 간격으로 구조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령처럼 바다를 떠다니는 폐그물에 걸려 죽은 해양동물 사체가 포식자를 유인해 다른 동물까지 연쇄적으로 그물에 얽히는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그물의 분실과 폐그물 수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해양 생물의 10%가 유령그물에 고통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 후 방치되는 유령그물은 연간 4만4000t, 이중 수거되는 물량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유령그물로 인한 피해액이 매년 37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악어거북 등 4종 생태계교란생물 추가 지정

    악어거북 등 4종 생태계교란생물 추가 지정

    애완용으로 국내 반입되고 있는 악어거북 등 4종이 생태계교란 생물로 추가 지정됐다.환경부는 29일 악어거북·플로리다붉은배거북·긴다리비틀개미·빗살무늬미주메뚜기 등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30일부터 관리한다고 밝혔다. 생태계교란 생물은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성이 높은 생물에 대해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한다. 이번에 4종이 추가돼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종은 총 33종·1속으로 확대됐다. 악어거북 등은 국립생태원에서 실시한 생태계 위해성 평가결과 1등급으로 판정됐다. 악어거북·플로리다붉은배거북은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과 같이 애완용으로 수입돼 사육되다 하천·생태공원 등에 방생·유기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명이 길고,생존능력이 뛰어나 국내 토착종(남생이·자라)과 서식지 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 특히 플로리다붉은배거북은 가격이 낮고 사육이 쉬운 데다 국내 토착종과 교잡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인 긴다리비틀개미는 경쟁종이나 천적이 없어 정착 후 순식간에 대규모 서식지를 형성해 식물에 피해를 입힌다. 국내에서는 2019년 인천항 수입화물에서 발견됐다. 빗살무늬미주메뚜기는 대형 곤충으로 국내 토착종 중 경쟁이 될 만한 종이 없으며, 먹이 습성이 다양해 국내 정착 시 농경지·산림 등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비행능력이 좋아 바람을 타고 단기간 집중 확산이 우려된다.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학술연구·교육·전시·식용 등의 목적으로 지방(유역)환경청의 허가를 받아 수입가능하다. 불법 수입·유통 등으로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할머니가 30년 전 손뜨개 선물한 점퍼 보여줬더니 어머니가요…”

    “할머니가 30년 전 손뜨개 선물한 점퍼 보여줬더니 어머니가요…”

    왼쪽 사진은 영국 런던에 사는 한나 조지(33)가 세 살 때 할머니가 손수 뜨개질해 성탄절에 선물한 닌자거북이 점퍼를 걸친 모습이다. 추억을 샘솟게 하는 물건을 보여주는 일을 ‘드로백(throwback)’이라고 하는데 한나가 성탄절을 앞두고 이 사진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며 그때가 그립다고 했다. 그랬더니 지금도 고향인 와이트 섬에 사는 어머니가 발품을 팔아 30년을 훌쩍 자란 딸의 덩치에 걸맞은 점퍼를 어렵사리 구해 오른쪽 사진처럼 다시 입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1980년대 TV 시리즈로 방영됐고, 마침 그해 영화로 처음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을 때 손녀에게 선물하려고 뜨개질한 것이었는데 어머니는 온 가게를 다 뒤져 점퍼를 구한 것이다. 한나는 27일(현지시간) BBC 라디오 5에 “그(선물 받은) 뒤에 내내 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사진을 나란히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사연을 털어놓았더니 1만 8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영화 및 텔레비전 작가인 그녀는 3개월 전에 점퍼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어머니가 이렇게 딱 맞는 옷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감격했다. 이어 “세상 최고의 엄마다. 그렇게 사려 깊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친절한 분”이라면서 코로나19로 봉쇄된 가운데 창의적인 뭔가를 하는 것을 즐겼다며 “내가 얼마나 좋아할지 알고 계셨다. 진짜 원래 것과 똑같다. 내가 조금 자랐기 때문에 분명히 약간 더 커졌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1984년 원작자인 피터 레어드와 케빈 이스터만이 만화로 그린 이 작품은 1987년부터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됐다. 1990년 실사 영화가 개봉해 모두 여섯 작품이 제작됐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새로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미국과 한국이 공동 제작했다. 2007년 3월 23일에는 미국에서 3D 애니메이션인 닌자 거북이 TMNT를 개봉했다. 2009년 말부터 닌자 거북이 판권은 니켈로디언이 소유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막도 비껴가지 못한 플라스틱 재앙…낙타 뱃속 쓰레기 한가득

    사막도 비껴가지 못한 플라스틱 재앙…낙타 뱃속 쓰레기 한가득

    두바이 사막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협을 비껴갈 순 없었다. 15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사이언스 뉴스’는 중동 사막 지역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낙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환경전문가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를 하던 마커스 에릭센 박사는 최근 걸프 지역으로 가 사막의 쓰레기 실태를 점검했다. 박사는 “바다사자, 고래, 거북, 바닷새 등 해양생물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많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비단 바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육지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사막이 처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에릭센 박사는 “깊은 사막 한가운데서 뼈만 남은 낙타 사체를 발견했다. 모래를 걷어보니 늑골 사이로 커다란 쓰레기 덩어리가 보였다”고 말했다. 죽기 전 낙타가 삼킨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 덩어리에는 온갖 플라스틱이 뒤엉켜 있었다. 비닐봉지에 밧줄, 유리병, 페트병, 심지어 작은 여행 가방까지 나왔다. 박사는 근처에서 비슷한 낙타 사체 4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에릭센 박사는 “오랜 세월 체내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단단한 덩어리로 석회화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낙타는 항상 배부른 상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낙타는 먹이 섭취를 완전히 멈췄을 것이고, 위장 장애와 탈수, 영양실조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모래가 아닌 건 모두 먹이로 착각하는 낙타에게 기름기 혹은 소금기가 남아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별식이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낙타가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가 뱃속에 독성 박테리아를 유입시켰다고도 전했다. 박사는 “실험실에서 행한 연구의 일부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사는 “2008년부터 두바이에서 낙타 사체 3만구를 조사한 결과, 300마리 뱃속에서 플라스틱 덩어리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뱃속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는 최소 3㎏에서 최대 64㎏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걸프 지역 낙타 39만 마리 중 1%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박사는 재활용도 제대로 안 된 쓰레기가 매립지에서 바람을 타고 사막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장애물 없이 개방된 사막 특성상 바람에 날린 쓰레기는 깊은 사막까지 도달한다고 우려했다. “재활용 문제는 나 몰라라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조사들이 환경을 위한 플라스틱 사용 억제 정책에는 발끈한다”고 꼬집은 박사는 “사막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세계최대 시흥 인공서핑장 코로나19로 자발적 운영 중단

    세계최대 시흥 인공서핑장 코로나19로 자발적 운영 중단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인 경기 시흥 ‘웨이브파크’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자발적·선제적 조치로 문을 닫았다. 24일 웨이브파크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지속하는 가운데 전국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선제적 조치로 지난 23일부터 인공서핑장을 잠정 휴장하기로 결정했다. 서핑장은 법적으로 실외체육시설이어서 정부의 공식적 금지시설은 아니나 겨울철 대표적 스포츠인 스키장에 운영중단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함께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웨이브파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서핑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정부입장에 협력하기로 결정해 긴급히 선제적으로 휴장 조치했다”면서 “내년 도쿄올림을 앞두고 출전선수와 서핑마니아층이 하루 100여명 가량 입장하는데 손실을 감수하수더라도 당분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웨이브파크에는 코치와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주4일 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3월 31일까지 휴장시 30억원가량 운영손실이 예상된다 웨이브파크 관계자는 “서핑장을 개장한 지 두달 정도밖에 안됐는데 코로나로 휴장하게 돼 아쉽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이해 미리 중단조치하고 이번을 계기로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8일 개장한 웨이브파크는 시화호 거북섬 일대에 총 면적 32만 5300㎡ 규모로 축구장 5배 크기로 조성됐다. 글로벌 테마파크가 전무한 국내에서 스페인 기술투자를 통해 만든 인공서핑 해양테마파크는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나 도쿄 디즈니랜드에 못잖은 대규모 해양 테마파크 단지다. 경기도·한국수자원공사가 대원플러스그룹과 2018년 테마파크 실시협약을 맺었다. 지난 4일부터는 시흥그린센터에 있는 발전소 폐열을 활용해 섭씨 170도 스팀을 시간당 최대 40t가량 웨이브파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스팀으로 서핑장 수온을 16도 이상 유지해 한겨울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사막도 예외 아니다…낙타 뱃속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

    사막도 예외 아니다…낙타 뱃속 가득한 플라스틱 쓰레기

    두바이 사막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협을 비껴갈 순 없었다. 15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사이언스 뉴스’는 중동 사막 지역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낙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환경전문가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연구를 하던 마커스 에릭센 박사는 최근 걸프 지역으로 가 사막의 쓰레기 실태를 점검했다. 박사는 “바다사자, 고래, 거북, 바닷새 등 해양생물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얘기는 많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비단 바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육지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사막이 처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에릭센 박사는 “깊은 사막 한가운데서 뼈만 남은 낙타 사체를 발견했다. 모래를 걷어보니 늑골 사이로 커다란 쓰레기 덩어리가 보였다”고 말했다. 죽기 전 낙타가 삼킨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 덩어리에는 온갖 플라스틱이 뒤엉켜 있었다. 비닐봉지에 밧줄, 유리병, 페트병, 심지어 작은 여행 가방까지 나왔다. 박사는 근처에서 비슷한 낙타 사체 4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에릭센 박사는 “오랜 세월 체내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단단한 덩어리로 석회화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낙타는 항상 배부른 상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낙타는 먹이 섭취를 완전히 멈췄을 것이고, 위장 장애와 탈수, 영양실조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모래가 아닌 건 모두 먹이로 착각하는 낙타에게 기름기 혹은 소금기가 남아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별식이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낙타가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가 뱃속에 독성 박테리아를 유입시켰다고도 전했다. 박사는 “실험실에서 행한 연구의 일부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사는 “2008년부터 두바이에서 낙타 사체 3만구를 조사한 결과, 300마리 뱃속에서 플라스틱 덩어리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뱃속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는 최소 3㎏에서 최대 64㎏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걸프 지역 낙타 39만 마리 중 1%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박사는 재활용도 제대로 안 된 쓰레기가 매립지에서 바람을 타고 사막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장애물 없이 개방된 사막 특성상 바람에 날린 쓰레기는 깊은 사막까지 도달한다고 우려했다. “재활용 문제는 나 몰라라 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조사들이 환경을 위한 플라스틱 사용 억제 정책에는 발끈한다”고 꼬집은 박사는 “사막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마셜 제도 환초에 유령선, 선실 뒤지니 마약 875억원 어치

    마셜 제도 환초에 유령선, 선실 뒤지니 마약 875억원 어치

    지난 주 남태평양 마셜 제도의 아일룩 환초에 배 한 척이 좌초된 채로 발견됐다. 주민들이 배를 움직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배 밑바닥에서 649㎏의 코카인 마약이 담긴 상자 하나가 발견됐다. 거리에서 판매한다면 8000만 달러(약 875억원)는 족히 받아낼 수 있는 양이었다. 현지 경찰은 태평양 건너 남아메리카 대륙 어딘가에서 물결에 떠밀려 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7일 전했다. 지난 15일 불태워버렸다. 다만 두 봉지만 미국 마약수사국(DEA)에 보내 출처를 파악할 수 있는지 검사하도록 했다. 사실 이 나라에서는 마약이 해변에 밀려 오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이렇게 많은 양이 한꺼번에 밀려온 것은 처음이다. 이 나라 법무장관 리처드 힉슨은 문제의 배가 일년 넘게 좌초돼 있었으며 중미나 남미 국가에서 온 것으로 짐작했다. 2014년에도 에본 환초에 떠밀려 온 보트에서 엘살바도르 출신 남성이 발견된 적이 있었는데 그는 맨손으로 생선과 새, 거북이 등을 잡아 먹으며 바다에서 무려 13개월을 지냈다고 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가 구조된 뒤 하와이 대학 연구진이 멕시코 연안에서 16가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거의 모든 경우에 마셜 제도에까지 떠밀려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셜 제도 당국은 해변에 떠밀려 온 마약들이 수도 마주로의 길거리에서 팔려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에서는 코카인 중독 후유증을 앓는 환자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고 했다. 힉스 장관은 몰래 감추지 않고 마약들을 신고한 지역 주민들을 칭찬해 마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쪽빛 바다 발리 섬, 지금은 ‘물반 쓰레기 반’…애꿎은 해양동물만 고통

    쪽빛 바다 발리 섬, 지금은 ‘물반 쓰레기 반’…애꿎은 해양동물만 고통

    ‘신들의 섬’ 발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쪽빛 바다를 자랑하던 인도네시아 발리섬 해안이 그야말로 물 반 쓰레기 반이 됐다. 자원봉사자는 물론 전문업체까지 나서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서식지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바다의 주인인 해양동물이다. 국제기업 ‘포오션’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 젬브라나 해안에서 낚싯줄에 걸린 돌고래 한 마리를 구조했다. 포오션 측은 “젬브라나 해안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작업자들이 낚싯줄에 걸린 병코돌고래가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낚싯줄은 돌고래의 입과 꼬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묶여 있었는지 꼬리에는 패인 자국이 선명했고, 입 주변에서는 피가 흘렀다. 낚싯줄이 입을 둘둘 감고 있었던 탓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돌고래는 고개를 가누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작업자들은 서둘러 낚싯줄을 제거하고 돌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죽을 고비를 넘긴 돌고래가 언제든 다시 낚싯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돌고래 방생 이후 작업자들이 쓰레기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대모거북 한 마리도 구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대모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 위급(CR)종으로 올라 있다. 포오션 측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에게 큰 위협이다. 비닐봉지를 해파리나 해조류 같은 먹이로 착각해 집어삼켰다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모든 바다거북이 살면서 한 번쯤은 플라스틱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멸종위기 취약(VU)종인 고래상어 역시 바다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지난 15일 포오션이 공개한 영상에는 발리 젬브라나 해안에서 쓰레기 사이를 유영하는 고래상어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고래상어는 매일 수천 톤의 물을 들이마신 후 크릴과 플랑크톤을 걸러내 섭취한다. 포오션 측은 고래상어가 빨아들인 바닷물에 섞인 미세플라스틱이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는 연간 130만 톤의 쓰레기가 바다로 버려진다. 포오션이 발리 해안에서 수거하는 쓰레기만 하루 500~1000㎏ 수준이다. 비닐과 빨대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부터 의자나 악기 등 생활용품까지 바다를 둥둥 떠다닌다.발리 정부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섬을 일시 폐쇄했다가 다시 개방하는 등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흘러든 쓰레기양이 워낙 방대해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나 좀 살려줘요” 상어에 쫓기던 바다거북, 낚싯배에 구조요청 (영상)

    “나 좀 살려줘요” 상어에 쫓기던 바다거북, 낚싯배에 구조요청 (영상)

    상어에 쫓기던 바다거북이 낚싯배에 구조를 요청했다. 1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대서양 카리브해에서 상어와 사투를 벌이는 바다거북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바하마령 아바코제도 앞바다에서 상어 한 마리와 바다거북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였다. 거대한 상어는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며 거침없이 바다거북 뒤를 쫓았고, 바다거북은 그런 상어를 피하려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상어를 따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같은 시각 친구와 함께 고기잡이하던 카이 수르반스는 저 멀리서 낚싯배를 향해 돌진하는 상어와 바다거북을 목격했다. 쫓는 상어와 쫓기는 거북이 낚싯배에 가까워질수록 긴장도 고조됐다. 어느새 낚싯배 코앞까지 다다른 바다거북은 상어에게 물리면서도 발버둥을 멈추지 않았다. 수르반스가 공개한 영상에는 상어에게 붙잡힌 바다거북이 “살려달라”는 듯 버둥거리며 낚싯배를 물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잘못 끼어들었다가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수르반스 일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상어의 거북 사냥을 지켜봤다.거의 먹힐뻔한 위기도 여러 차례. 바다거북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간신히 상어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일행은 거북을 들어 올려 낚싯배로 피신시켰다. 이후 상어가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멀리 떨어진 바다에 놓아주었다. 바다거북은 마치 감사를 표하듯 낚싯배 주변을 맴돌다 사라졌다. 다리에는 상어에게 물린 상처가 선명했다. 현지언론은 거북 사냥에 나선 상어를 열대 및 온대 해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뱀상어로 추정했다. 최대 6m까지 자라는 뱀상어는 주로 어류와 갑각류 오징어류를 먹이로 한다. 지느러미가 식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개체 수가 줄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취약(VU)종으로 올랐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바다거북 역시 멸종 위기(EN)종인 붉은바다거북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와우! 김광석·터틀맨이? AI ‘찐무대’를 소환하다

    와우! 김광석·터틀맨이? AI ‘찐무대’를 소환하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삽입곡 ‘시작’(원곡 가호)의 반주가 흐른다. 후렴이 시작될 무렵 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고 임성훈)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가사를 따라간다. “쉬어 가면 돼/ 힘들게만 보이던 내일도/ 넌 결국 해낼 거잖아.”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그는 다른 멤버와 함께 안무도 정확히 맞춘다. 지난 9일 엠넷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이 방송한 이 공연 장면은 2008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터틀맨이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인공지능(AI) 목소리 재현으로, 터틀맨이 예전 같은 얼굴과 체격으로 정확한 입모양까지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무대에서 춤을 추던 거북이 멤버 지이와 금비는 물론 그의 모습을 객석에서 본 터틀맨의 어머니와 형, 랜선으로 접한 관객들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찼다. 금비는 방송에서 “완전체를 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터틀맨과) 똑같아 깜짝 놀랐다”고 했고, 형 임준환씨는 “한 번이라도 다시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생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대 위로 뛰어오를 뻔한 걸 참았다”고 말했다.AI 목소리로 살아난 김현식·김광석···추억·새로운 경험 선물 최근 방송가에서는 이처럼 AI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통해 옛 가수들의 목소리를 살려내는 프로그램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스타를 추모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와 함께 시청자에게 추억과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만의 거북이 완전체 무대는 AI의 목소리 학습과 페이스 에디팅을 통해 가능했다. 가수의 생전 자료에서 뽑은 음성 데이터와 악보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한 AI의 음성에, 반주(MR)를 더하면 노래가 완성된다. 음악에 맞춘 영상은 과거 일상과 무대 위 모습을 담은 사진, 방송 자료 등에서 터틀맨의 모습을 가져와 댄서의 춤 동작에 입히는 방법으로 제작했다. 오는 16일에는 같은 방식으로 가수 김현식의 목소리에 홀로그램 시각 효과를 결합한 공연이 전파를 탄다. SBS가 다음달 22일 방송하는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은 김광석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1996년 세상을 떠난 그가 2002년 나온 김범수의 ‘보고 싶다’ 등 여러 가요를 부른다. 특유의 톤과 바이브레이션, 호흡 등 습관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예정이다. “AI가 오리지널의 근원적 가치까지 복제할 순 없지만, 긍정적 가능성도 큰 만큼 현주소를 짚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논의해 보자”는 기획 의도다. ‘다시 한번’과 ‘세기의 대결’에 참여한 오디오 전문 AI 업체 수퍼톤에 따르면 이러한 복원 과정은 AI로 김광석 악기, 터틀맨 악기를 각각 만드는 데 비유할 수 있다. 한국어 발음과 악보로 훈련시킨 AI에 각 가수의 목소리 데이터를 입력하면 맞춤형 AI가 만들어지고, 이후에는 어떤 노래든 그 사람처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한 가수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으려면 최소 20곡의 깔끔한 음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수 김현식처럼 음원 자료가 희귀하고 오래된 경우는 더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는 뉴스를 읽는 AI나 내레이션 등에 쓰이는 ‘텍스트 투 스피치’(TTS), 즉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 주는 기술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최희두 수퍼톤 이사는 “평범한 문장을 읽는 것이 2세대였다면 지금 기술은 그다음 세대로 감정 표현까지 담아낼 만큼 정교해졌다”며 “세계 최초로 우리가 상용화한 가창 합성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세기의 대결’은 노래 외에 ‘골프 여제’ 박세리 감독과 AI 골퍼의 대결도 펼친다. 박세리가 상대하는 미국 AI 골퍼 엘드릭은 로봇에 AI를 탑재해 스윙머신을 발전시킨 것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장타 괴물’ 브라이슨 디섐보 등 골퍼 1만 7000명의 샷을 학습했다. 벙커에 들어가면 망가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엄청난 ‘스펙’을 보유했고, 바람의 세기와 지형까지 스스로 읽어 낼 수 있다. 박세리와 롱드라이브(장타 대결), 홀인원, 퍼팅 등 세 종목을 겨룬다. 슈가도 무대 위에····디지털 휴먼·캐릭터 등 확장성 무궁무진 이런 AI 기술은 세상을 떠난 스타들뿐만 아니라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연예인을 대체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 6일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20 MAMA)에서는 어깨 수술로 외부 활동을 중단한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무대에 올라 놀라움을 자아냈다. 최신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무대 중간에 가상의 문에서 걸어나온 그는 멤버들과 나란히 서서 노래를 소화했다. 다른 멤버들과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가상 슈가’를 구현하는 데는 볼류매트릭 기술이 사용됐다. 360도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여러 대가 동시에 대상을 촬영해 실사 기반 입체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한 번의 촬영으로 3D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CJ ENM T&A와 무대 구현에 참여한 영상기술 전문 업체 비브스튜디오스에 따르면 슈가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노이즈를 제거한 3D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명을 묻히고, 피부톤까지 보정하는 섬세한 작업을 거친 결과물이다. 비브스튜디오스 관계자는 “볼류메트릭을 이용하면 활동을 중단한 가수는 물론 가상 캐릭터와 엔터테이너 개발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 AI 기술과 접목한 디지털 휴먼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의 결합은 콘텐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최근에는 비교적 창의적인 일까지 가능해 업계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SKT와 SM엔터테인먼트는 AI 서비스 ‘누구’의 음성 안내를 원하는 아이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엔터 업계 변화도 활발하다. 지난 1월에는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세상을 떠난 아이를 구현하기 위해 AI 음성 재구성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사용하는 등 방송가의 관심도 꾸준하다. ‘세기의 대결’을 연출한 김민지 SBS PD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방송계에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번 기획을 하게 된 계기”라며 “AI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상상하게 해주고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넓혀 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동규 CJ ENM 콘텐츠 R&D센터 프로듀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업계 모두의 관심사”라며 “올해 초부터 AI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을 본격적으로 검토했다”고 했다. 오남용 방지·권리 보호 등 장기적 과제 활용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에 고려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이미 상당 부분 사람의 음성과 AI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해 오남용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기술적으로는 사람과 AI를 구분할 수 있는 보완 장치와 목소리 출처를 알려 주는 워터마크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측면에서는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하기보다 우선 기업간거래(B2B)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최희두 이사는 “아직 관련 제도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AI 경찰’과 같은 보완 장치로 유출이나 악용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의 주인인 당사자나 유족, 저작권자 동의 없이 기술을 활용하지 않기로 원칙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엠넷과 SBS 등 방송 제작진 역시 일단 해당 가수들의 유족과 동료, 팬들로부터 목소리 복원에 대한 동의를 최우선으로 구하고, 복원도 허락된 범위에서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인격권, 저작권 등 권리 보호도 중요한 과제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간의 목소리나 모습을 복원하는 경우 인권과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세계적으로도 관련 기술에 대한 제도나 가이드라인이 정비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전개하면서 콘텐츠 개발도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마구 버려진 코로나19 마스크 15억개 바다로 흘러갔다”

    “마구 버려진 코로나19 마스크 15억개 바다로 흘러갔다”

    올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마스크가 대량 생산된 가운데 폐마스크 15억 6000만개가 전 세계 바다로 밀려들었다고 홍콩 해양환경 보호단체 ‘오션스아시아’가 주장했다. 13일 홍콩 프리프레스에 따르면 오션스아시아는 최근 보고서 ‘해변의 마스크’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마구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해양에 4680~6240t 규모의 플라스틱 오염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위생에 대한 우려와 포장음식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한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가방 사용 금지 등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조치는 후퇴하거나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일회용 마스크는 분해되는 데 450년이 걸리는 데다, 그렇게 돼도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덧붙였다.단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오염은 한해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와 바다거북, 1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 그리고 훨씬 많은 어류와 무척추생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그 결과 어업과 관광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전 세계적으로 한해 약 13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오션스아시아는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 착용 독려와 함께 각국 정부에 일회용 마스크의 대체재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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