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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계한 경제거목 왕회장 정주영씨/ 일대기

    정주영은 격동의 현대경제사의 산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근대화의 거목(巨木)이었고,옛소련과 중국의 경제 교류를 이끌어낸 민간 외교관이었다. 서울올림픽을 유치,성공적으로 치른 체육인이면서 사회사업가이기도 했다.누구도 엄두내지 못했던 ‘소떼 방북’으로 금강산 관광을 이끌어낸 이도 그였다.‘소떼 방북’은지난해 6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밑거름이 됐다.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자신의 퇴진 여부가 도마에 올랐던 지난해 5월에는 ‘3부자 동반 퇴진’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던정주영.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그의 자서전 제목만큼이나 그의 인생 역정은 위기와 시련,극복의 연속이었다. ■소년 정주영 1915년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의 산골짜기에서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그의 호 아산도 고향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어려서부터 남달리 야심이 많았던 그에게“농사일을 하라”는 부친의 말은 성에 차지 않았다.가난은 야심찬 통천 산골의 소년을 잡아두지 못했다. 신천지를 꿈꾸며 세번씩이나 가출을 시도했던 정주영은 19살때 아버지가 소 팔아 모아 둔 70전을 훔쳐 들고 네번째‘탈출’에 성공, 드넓은 세상으로 나온다.그러나 기다리는 것은 냉엄한 현실뿐.막노동판을 전전하다 다다른 곳이서울 신당동 쌀 가게였다.황소처럼 우직하게 일한 그에게운이 따랐다.그의 성실성에 탄복한 주인이 그에게 쌀 가게를 넘겨줘 일약 점원에서 사장으로 올라앉게 된다.‘경일상회’라는 상호로 자신의 간판을 내단 것은 고향을 떠난지 4년 만의 일이다.보통학교(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에게 ‘안되는 일은 없다’는 불굴의 의지가 생긴 것도 이무렵이다. ■사업은 탄탄대로 40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 자동차수리공장인 ‘아도써비스’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길로 들어선다. 이후 46년에는 중구 초동에 현대자동차공업사를,47년에는 현대건설 모태인 현대토건을 세우며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손대는 일마다 성공했다.그에게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머리 속은 ‘도전’ ‘성공’이란 단어들로만 가득찼다.반세기에 걸친 ‘현대 역사’의 시발점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잠깐 부산으로 피란 길에 올랐던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복구사업에 뛰어든다.단일 공사로는최대였던 한강 인도교 복구공사를 맡아 일약 대형 건설업체로 부상한 것도 57년이다.62년부터 본격 추진된 경제개발계획때는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5년에는 태국의 파타니 나라와소 고속도로공사를 따내면서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는 개가를 올렸다.68년엔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성공리에 마친다.세계 최단 시간 완공이라는 기록까지남긴 이 공사는 ‘정주영’을 불세출의 인물로 각인시킨대역사였다. 70년대 후반은 중동 붐을 타고 대규모 건설공사를 수주,현대를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사업 절정기는 80년대.76년 최초의 국산 모델 ‘포니’승용차를 만들어 미국 수출 길을 닦았다.86년에는 포니의 후속 모델인 엑셀이 미국 수입시장 소형차 판매 1위를 차지,‘엑셀신화’를 만들어냈다.엑셀신화는 후속 모델인 엑센트,베르나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결단의 승부사 그의 ‘신화 창조’는 초인적 의지와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그의 삶은 위기와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그때마다 특유의 뚝심으로 승부를 걸었다.결과는 늘 적중했다. 고비때마다 결단은 더욱 빛났다.한국전쟁 당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겨울에 유엔군 묘지에잔디를 깔라는 미군측 요청에 보리밭을 떠다가 푸른 잔디로 바꿔 현대건설이 미군 공사를 독점한 일화는 두고두고회자된다.조선소 도크도 없이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내밀어 영국에서 조선소 건설 차관을 따낸 일,일본나고야를 제치고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일은 아마도 그가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984년 2월 서해안 서산 간척지의 물막이공사는 정주영의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다.양쪽에서 쌓아온 방조제의 끝 사이를 막아 조류를 차단하는 당시 공사는 유속이너무 빨라 난공사 중 난공사였다.정주영은 때마침 외국에서 들여온 고물 유조선 한 척을 활용하는 ‘기발한 발상’으로 물막이공사를 완벽하게 해낸다.후일 ‘정주영공법’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대통령에 출마해 떨어진다.대가는 비쌌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실패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그는 현대그룹 일선에서 물러났고,건강도 극도로 악화되는이중고(二重苦)를 겪어야 했다. 회사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문민정부 5년간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일 욕심은 물론 명예욕도 컸던 그가재벌의 정치 참여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계산하지 못해무리수를 둔 결과였다. ■마지막 불꽃,대북사업 금강산에 가졌던 그의 애착은 남달랐다.그에게 통천에서 가까운 금강산은 바로 고향이었다. 98년 6월 ‘소떼 방북’을 추진하면서 “아버님의 소판돈 70전을 갖고 집을 나선 뒤 긴 세월 동안 저는 묵묵히일하는 소를 ‘성실과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삼고 인생을걸어왔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갚기 위해 한 마리의 소가 1,000마리가 되어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을 찾아갑니다”라며벅찬 감회를 표현했다. 발이 부르트도록 방북 길에 올랐던 그의 노력은 헛되지않았다.‘3부자 동반 퇴진’과 함께 대북 총수 자리를 아들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물려줬지만대북사업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을 따낸 것도 성과 중의하나다. 지난해 6월28일에는 막걸리를 싣고 방북,김 위원장이 지방 순시 중인 원산까지 날아가 대북경협을 담판짓는 지칠줄 모르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자식들엔 엄격 손주들엔 자상. 아버지 정주영은 자식들에겐 매우 엄격했다.잘못을 저지른 아들에겐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다.아들들은 아버지 앞에서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고백하곤 했다. 92년 총선 전후까지만 해도 자식들을 한데 모아 아침을같이 먹고 계동사옥으로 출근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면을지니고 있었다.자식들과는 달리 손자·손녀들에게는 정이많은 할아버지였다.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손자·손녀들을 자주 찾곤 했다. 이렇듯 위세당당하던 그도 나이는 이기지 못했다.말년에몽구(MK)와 몽헌(MH) 두 아들이 싸우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데 몹시 속상해 했다고 한다. 일 벌레로 비쳐진 그에게도 멋진 풍류가 있었다.‘아침이슬’을 곧잘 불러댔고,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가는 세월’ ‘고향의 봄’ ‘고향무정’ 등 3∼4곡을 불러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다.시간이 날 때면 작가와화가를 만나 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면도 있었다. 외지와의 회견에선 “120살까지 살겠다”고 장담했던 정주영.그러나 그도 불로초를 구할 수는 없었다.매순간 승부로 파란만장한 생을 살았던 대사업가 정주영은 이승에 ‘왕(王)회장’이란 이름 석자를 남기고 끝내 이 세상을 떴다.사업가로 첫 발을 내디딘 지 63년,47년 현대건설 전신인 현대토건을 설립한 지 꼭 54년 만의 일이다. 손성진기자 sonsj@
  • 청거북 방생하지 맙시다

    오는 5월 1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방생이 시작되자 환경부가 청거북 방생 억제에 나섰다. 환경부는 13일 청거북 방생 자제를 유도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문화관광부에 보냈다. 또 불교 신도들에게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 붉은 귀 거북(청거북) 방생을 자제하자”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환경부는 특히 청거북의 수입을 줄이기 위해 올해 안에 서식 실태를 조사한 뒤 청거북을 ‘생태계 위해 외래 야생동물’로 공식 지정할 방침이다.생태계 위해 외래 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수입·판매 때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된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청거북은 현재 전국의 하천과 호수,저수지,도심공원 연못 등에서 서식하면서 토종 물고기와 수서곤충,양서류 등을 마구 잡아먹어 황소개구리,큰입배스 등과 함께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불교계도 앞으로 청거북과 물고기 등의 방생 때 전문가 조언을 거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기자 dawn@
  • “”신화를 역사속으로…”” 획기적 변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내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가야의 건국설화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구지가(龜旨歌)’다.삼국유사에 전하는 가야 건국설화에 따르면 가야 땅을 다스리던 아홉 우두머리(九干)가 구지봉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문득 하늘에서 알 여섯개가 담긴 금합이 자주색 끈에 매달려 내려왔다.그 알이 차례로 깨어지며 아이가 하나씩 나왔는데,맨 먼저 나온 이가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라는 것이다. 가야의 아홉 우두머리가 새로운 왕을 염원하면서 ‘구지가’를 부르고,하늘에서 여섯개의 알이 내려왔다는 곳이 바로경남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龜旨峰)이다.높이가 200m에 불과해 봉(峰)이라고 부르기에도 조금은 민망한 소나무동산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6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구지봉을사적 제429호로 지정했다.신화(神話)를 당당히 역사에 편입시켜 보호하겠다는 뜻으로 문화재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라할 만하다. 사적(史蹟)이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역사’와 ‘흔적’으로 나눌 수 있다.그러나 구지봉에는 설화는 있지만 삼국유사기록 그대로가 역사적 사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의 흔적’이라는 측면에서도 구지봉은 보잘 것 없다. 정상부에는 서기전 4세기쯤의 것으로 보이는 남방식 지석묘가 하나 있다.삼국유사에 따르면 김수로왕이 탄강(誕降)한것이 서기 42년이라니,가야 건국설화와는 관계가 없다.상석에 ‘구지봉석(龜旨峰石)’이라고 새겨 있지만,한석봉 글씨로 전하는 만큼 후세에 남긴 것으로 보인다.정상에는 1908년세웠다는 ‘대가락국 태조왕 탄강지지(大駕洛國太祖王誕降之地)’비석도 있다.결국 가야시대 사람의 손에 닿은 흔적은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설화적인 이야기를 근거로 사적을 지정한 사례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1968년 사적 제163호로 지정된 경주 낭산(狼山)도 삼국유사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실성왕 12년(413년)에 ‘왕이 낭산에 상서로운 구름이 서린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신선의 영혼(仙靈)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니는 곳이니응당 복지다.이제부터 낭산의 나무 한그루도 베지 말라’고명령하여 ‘신유림(神遊林)’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낭산 일대는 선덕여왕릉과 문무왕 화장터,능지탑,왕실의 원찰인 황복사터와 삼층석탑 등이 있는 문화재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구지봉과는 다르다.한영우 문화재위원(서울대 교수)은 “구지봉은 거북이가 엎드린 지형을 하고 있는등 설화를 뒷받침해 신비에 싸인 가락국의 실체를 규명할 수있는 중요한 유적”이라면서 “이웃한 김수로왕비 허황후의능 및 김해국립박물관과 연계하여 사적공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굄돌] 마음의 경치

    무던히도 무더웠던 작년 여름,처음으로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방문한 고교 졸업생인 딸과 함께 전라도와 경상도의 명승지 단체 버스관광을 떠났다.두달동안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딸아이는 친구와 함께 벨기에에 있는 피난민수용소에서자원봉사로 그림을 가르치고 왔고,나는 27년만에 남편과 어머니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한국 땅에서의 삶에 적응하느라 남모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는 같은 아파트에서 온 60살 내지 70살 정도 나이의 두 그룹이 타고 있었다.그들은 서로 노래를 부르고 술도나누어 마시며 농담을 하고 버스 스피커에서는 계속 옛날 유행가가 흘러나와 흥을 돋우었다.하지만 나는 그것을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식당에서 한 테이블에 앉은 할아버지와도 별 말도 안하고 거북스럽게 밥을 먹고 버스에 오르자 딸아이가 나보고 “엄마 왜 그 분에게 친절하게 이야기를안해요? 할머니는 항상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친하게 지내는데….엄마는 너무 긴장해 지내요”라고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아! 내가 바쁜생활 속에서 인간에대한 사랑을 잊어버릴 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이내 일행에게 미소를 짓고 딸과의 대화의 길로 나섰다. “리사,한국에 오니 사람들이 50인데도 많이 늙었다고 하고 큐레이터들도 전람회를 기획할 때 거의 30대,40대의 화가들만 뽑는다고 하는구나.나도 거울을 보면 얼굴에 주름살이 많이 있는 것 같아.”그 말을 들은 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엄마,주름살 안 보여요.마음이 젊고 이상이 높고 최선을다하는 사람이 젊은 사람이지.얼굴에 주름 하나 없어도 아무것도 안하고 늙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늙은 사람이에요.엄마가 나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지않았어요?” 이 여행후 나는 긍정적으로 살기로 딸과 약속했고 딸은 대학생활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하면서 더 큰 마음의 경치를 보기 위해 먼 미국으로 떠났다. 곽 수 서양화가
  • ‘남북 과거사’ 후폭풍 政街 강타

    민주당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비상임 부소장인 동국대 황태연(黃台淵) 교수의 남북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한나라당이 이 발언을 빌미로 민주당에 간접공세를 펴고 있으며,민주당은 방어 중이지만 내부에서조차“지나쳤다”는 지적이 이는 등 곤혹스런 분위기다. 황 교수는 27일 강연 말미에 문제의 발언을 했다.A4용지 8장 분량의 준비된 원고였다.파장은 즉각 나타났다. 김정일 위원장이 ‘6·25와 KAL기 폭파사건’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해군 참모총장 출신인 민주당유삼남(柳三男) 의원이 “김정일 뿐만 아니라 김일성 이후세습된 북한정권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논지를 반박했다. 자민련 조희욱(曺喜旭) 의원 등도 “듣기 거북하다”며 반발하자 황 교수는 “사과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논지를 펴며 강연을 마쳤지만 파문은 이후 크게 번졌다. 민주당은 즉각 김영환(金榮煥) 대변인 등이 나서 “당과는상관 없는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그러나한나라당은 황 교수의 발언을‘망언’이라고 비난했다.또황 교수가 민주당 부설 연구소 부소장인 점을 들어 민주당과연결지었다. 정작 당사자인 황 교수는 파문이 확산된 뒤에도 “한나라당이 사과 주장을 하지만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사과를 요구할 수 있겠나.오히려 묵인하는 꼴이될 수 있다”면서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 개인소신임을 굽히지 않았다.또 “내 주장이 (사과를 요구한) 한나라당 주장보다 더 강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종락기자 jr lee@
  • 인간과 흙의 만남 그 ‘원초적 즐거움’

    “흙과의 접촉은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창조행위이며 원초적즐거움이다” 도예작가 원경환(47·홍익대 도예과 교수)의 예술작업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은 흙이다.보다 정확히 말하면 점토다. 점토는 암석이 풍화·분해된 것으로, 지름이 0.01㎜도 안될 만큼입자가 미세하다.그것은 물에 이기면 점성을 띠게 되고 불에구워내면 단단하게 굳어져 벽돌이나 기와, 도자기 등의 원료가 되어 왔다.이러한 점토의 물성에 누구보다 밝은 원경환은이제 굳이 점토를 가공하고 빚어내 무엇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차라리 흙의 본래적인 느낌과 표정, 즉 흙의 질감을 통해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을 창조하는데 관심이 있다. ‘흙의 작가’ 원경환이 흙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 마련된 ‘흙의 인상’전(4월8일까지)에는흑도(黑陶) 오브제 21점과 설치 3점이 나와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유리창과 사각형 기둥을 이용한 설치작 ‘대지의 내부’와 ‘흙의 인상’이다. 작가는 3t가량의 점토를 10m 높이의 로댕갤러리 유리창 전면과 18개의 사각형 기둥(높이 5m) 표면에 발랐다. 그 흙은 마르면서 거북등처럼 자연스레 갈라 터진다. 그리고 그 사이로빛이 새어들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점토를 바른 유리창이 색유리로 장식된 중세 성당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면,흙기둥은 고대의 토템 폴 또는 신전의 열주를 떠올리게 한다.작가가 이처럼 대규모의 흙 설치작업을 벌인 것은 89년 일본 도쿄 사가초(佐賀町)에서의 전시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전시작의 또 한 축은 흑도다.흑도는 도예의 기본 제작과정인성형과 건조, 소성(燒成)의 과정을 거친다. 섭씨 600도의 저화도에서 완성되는 흑도소성 기법의 작품은 일반 도자기와달리 그을음을 이용해 검은색을 만들고 유약을 바르지 않아토기처럼 흙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작가는 이번에 오행설에 바탕을 둔 ‘토생금(土生金)’‘목극토(木剋土)’등흑도작품을 여럿 냈다.흙이 쇠를 낳는다는 ‘토생금’은 상생을 뜻하고,나무가 흙을 이긴다는 ‘목극토’는 상극을 의미한다.원경환은 도예로 출발했지만 일반적인 개념의 용기보다는 ‘조형 도자’ 혹은 ‘오브제 도예’라고 불리는 탈공예적인 경향의 작품들을 주로 만든다. 도예는 흙과 불의 예술이다.작가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흙과 빛,공간까지 결합해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도조(陶彫)작가이기 이전에 흙을 이용하는 설치작가인 것이다.이번 전시는 80년대 초반 일본 유학시절부터 시작된 작가의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세계를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좋은 기회다.(02)2259-7781. 김종면기자 jmkim@
  • 폭설피해 잇따라…이틀째 교통대란

    32년 만의 폭설로 16일 서울 등 수도권의 도로가 대부분 마비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려 ‘출근 전쟁’을치렀다. 지하철 이용 승객은 평소보다 30% 가량 늘어 출근 시간대인오전 8시30분∼9시30분에는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했다. 서울 시내에는 차량이 평소의 30% 가량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도로가 얼어붙어 시속 20㎞ 안팎의 거북이 운행을 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16일 오후 7시 현재 전국적으로 비닐하우스 294㏊와 인삼재배시설 4㏊,축사 84동이 파손되고 가축6,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88억3,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30억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고,강원 25억5,000만원,전북 17억8,000만원,인천 5억6,800만원,충남 5억2,500만원 순이었다. 항공기의 결항도 이틀째 이어져 김포공항을 출발할 예정이던 230여편의 운항이중단됐다.폭설과 함께 폭풍우가 몰아친 연안에서는 43개 항로의 여객선이 전면 결항했다. 기상청은 “17일 최저기온이 서울·대전 영하 7도,수원 영하 9도,춘천 영하 12도,청주 영하8도 등으로 추위가 이어져빙판길이 계속될 것”이라며 대중 교통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17일 낮부터는 추위가 풀려 최고기온은 서울 3도,수원·춘천·인천 4도,대전·청주 6도,전주 7도,광주 8도로 예상된다. 송한수기자 onekor@
  • [대한광장] 이혼절차 개선 시급하다

    TV드라마 ‘아줌마’의 바람이 거세다.전업주부로 맏며느리고 ‘월급없는 파출부’이자 ‘새경없는 몸종’이던 오삼숙이 크게 달라졌다. “솔직히 한국사회가 여태까지 나 사는 데 뭐 하나 보태준거 있어? 나같은 사람 속여먹고 주눅이나 들게 했지?”라며당당하게 치고나가는 순간,나부터 아찔했다.드디어 지난 1월9일 밤 오삼숙과 장진구의 이혼판결이 나는 그 순간,마치 축구 한ㆍ일전에서 홍명보의 역전 왼발슛이라도 성공한 양,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박수소리와 환호가 진동했다고 어느주간지는 과장보도까지 할 정도다. 현실에서는 이미 세 쌍중 한 쌍의 부부가 이혼하는데도 불구하고,마냥 거북한 이야기인 양 쉬쉬해 왔는데,오삼숙이 당당하게 포문을 열기 시작하자 새삼 가면쓰고 행복한 척하던아줌마들과,호박씨 까면서 출세에 목매달던 아저씨들이 반성을 시작하는 것 같다. 여기서 이혼이 바람직한 현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보류하기로 하자.엄연히 중요한 사회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았는데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는 사이에,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연함과 품격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물론 지금 이순간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부에서 소외된사람에게는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남녀 양성 사이의 평등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서로 헤어지는 상대방의 앞길을 축복하며 이혼절차를 밟는 아름다운 부부조차도 현행 제도에서는 가는 발길 곳곳에서 모욕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우리 민법에 따르면 이혼의 자유는 보장되며,따라서부부는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수 있다.나는 변호사이지만 가급적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협의이혼을 권하고 있다. 물론 서로 헤어짐에 있어 해결해야 할 난제는 무척 많다.우선 자녀양육은 누가 할 것이며,재산분할 문제도 만만하지 아니하다.이혼이 정녕 이 시대의 뚜렷한 사회현상이라면 가사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한다든지,양육문제,미성년자의권리보장 등 좀 더 세분화된 조문을 미리 마련할 필요성이크다.이혼하는 부부마다 모두 그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가는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나는 기쁘게 주는 1,000만원이 억지로뺏는 2,000천만원보다 더,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권해 보지만,공허하다.좀 더 진지하게 제도적으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협의이혼 절차 중에는 판사 면전에서의 확인절차가꼭 필요하다.물론 과거 일부 권위적 가장의 아내인장 도용사례 때문에 여성의 권리를 지키고자 출발한 제도지만,사회의성숙도에 비추어 이제는 너무 불친절한 제도로 남아 있다.우선 대부분의 판사는 과중한 재판업무에 시달리며,협의이혼의사확인 절차를 귀찮아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신청을 접수하면 바로 처리하는 것도 아니어서,대기실 구석에서 기다리는 동안 당사자는 눈길 둘 곳을 몰라한다.이혼이 죄인가? 기왕에 정부는 공증제도를 도입한 만큼 당사자들의 인격이 보호될 수 있도록,친절한 공증으로 대신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결혼 경험이 없는 혼전의 판사가 협의이혼의 의사확인 업무를 보는 것도 자연스럽지 아니하며,재판이혼의 경우는 더욱그러하다. 나는 부득이하게 재판이혼을 청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첫이혼청구서는 간략하게 적는 것을원칙으로 하고 있다.우리법률도 조정전치주의라고 하여,이혼소장은 바로 재판에 회부하지 아니하고,또 한번 서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한다.그런데 이혼소장에 사는 동안 있었던 온갖 부끄러운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적어버린다면,그 소장을 읽는 순간 상대방 마음에는 복수의 분노심만 이글거리지 않을까. 기왕에 조정제도를 두었다면,부득이 판결로 가야하는 그 순간까지는 쌍방이 적어내는 서면은 조정위원만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것이다. 만남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은 더 중요하다.외면만 하지 말고,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지혜를 모을 때인 것 같다. 박 은 수 변호사
  • 스칼라피노교수 특별 인터뷰 “부시 對北 포용정책 포기 못할것”

    한반도 연구 권위자인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 로버트 스칼라피노 명예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비록 공화당 노선에 따라 대(對) 북한 강경자세를 공약하면서 대선승리를 이뤄냈지만 정치적 명분으로나실질적인 면에서 옳았던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포기할 수는없을 것”이라고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진단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4일 대한매일과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공화당정부가 투명성이나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워 북한에 대한 식량이나 중유 제공을 재고하는 등 정책변화 가능성을 나타냈지만 공화당 정부단독으로 이를 결정하거나 보류하는 등 독단적인 행동은 하기 어려울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자세로 대북정책이 미묘한 상황으로 바뀌었는데.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공화당 정책노선 자체가 강경자세로 보이고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보이려 한다.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대북정책에는 한 가지밖에 없다.지금까지 추진돼온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정치적 명분 쪽에서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포용정책 기조는 바뀌지않을것이며,또 바뀌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화당 역시 클린턴 행정부가 추구해온 대북정책을 그들의 정책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인지. 정책은 누구의 것을 받아들이는 문제가 아니라 효과를 따져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공화당 노선은 북한에 엄격한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이것은 북한이 그동안 취해온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행한 발언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그는 포용정책을 받아들이겠다(open)고 밝혔다.이는 포용정책을 이어갈 태세가 돼있음을 드러낸 중대한 발언으로 주목할 필요가있다. ●초기 공화당 강경책 방침으로 결국 당분간 대북정책은 지연되는 결과가 나타날텐데. 결국 그럴 수밖에 없다.미국 행정부가 공언한 것이 하루아침에 돌변하는 식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미사일 회담은공화당 행정부 이전에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뒷얘기가 있다. 부시 행정부도 실효가 눈앞에 보이는 단계에서 이를 포기하지는 않을것이다. 당분간 한·미·일 3국이 대화하는 자세를 보인 뒤 머지 않아 북미 관계는 개선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정부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포용정책을 적극 취한다는 자세인데. 한국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미국정부와 깊이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김대중 대통령이 올 3월쯤 미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것으로 아는데 이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부시 행정부도 한국정부와의대화 없이는 어떤 정책을 취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걸 잘 안다. 새 행정부 초기에 한국관리들과 대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전면재검토해야 한다고 공언했는데. 공화당은 식량뿐만 아니라 북한에 건네주도록 약정된 중유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조건으로 내세워왔다.북한은 전력도 긴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전력을 얻으려 애쓸 것이다.미국 쪽에서 보면 북한의 투명성은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원조를 기대하는 쪽으로 대응한다.그러나 다른나라로부터의 원조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공조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투명성 요구에 어느 정도 응하는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한국방문은 공화당 정부의 태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지난해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 이후 미국내 여론은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안정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방문한다면 공화당 정부의 입장도 그에 맞춰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여기에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가 어느 정도 깊이가 있느냐는 공화당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데 상당한 변수가 된다. ●북한은 러시아 창구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러시아를 한반도에 대입시키는 것은 군사적으로나 안보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러시아 역시 푸틴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과거연방국가 시절의 영향력을 목표로 추구하고 있다.러시아는 또 과거북한과 동반자 관계였다가 한동안 서로 외면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로변했다. 그러던 러시아가 최근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등 과거 한동안 단절되다시피했던 양국관계를 복원,한반도에서의 영향력도 키우려 하고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계가 있다.열악한 경제상황 때문에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의도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러시아라는 요소는 별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한국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경제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이는 대북정책의 정당성을잃게 할 수도 있다. 또한 국내문제를 극복해야 대북정책에도 힘을 줄수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한 노력과 함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 스칼라피노교수 약력. ▲1919년 미국 캔자스주 출생▲1948년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1949∼1990년 UC버클리대 정치학과 교수 역임▲1978년 UC버클리대 부설 동아시아 문제 연구소 설립 및 소장 역임▲현재 미 버클리대 명예교수. ▲‘한국의 공산주의’ 등 저서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씨줄날줄] 갈라파고스 諸島

    요즘 우리 TV광고를 보면 검게 그슬린 강원도 산불현장을 배경으로그곳에서 살다 불에 타 죽었을 토끼 고라니 다람쥐 등 동물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제 이들을 다시 만나려면 5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란 멘트를 들려준다.공익광고협의회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일깨워주는 광고다.하나뿐인 우리 지구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생태계 파괴행위는 인간의탐욕과 부주의가 빚은 것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년)이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 남아 발전한다”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바탕으로 진화론을 주장한 저서 ‘종(種)의 기원’의 산실인 남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諸島)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난 16일 산 크리스토발섬 인근에서 좌초한 유조선에서 유출된 600여t의 기름 때문이었다.사고원인은 선원들의 근무태만이었다고 한다. 기름띠가 갈라파고스 해역 1,200㎢까지 확산돼 그곳에 살던 각종 동물들이 기름띠를 피해 육지로 올라오는 등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갈라파고스제도의 희귀 동식물이 멸종할지도 모를 만큼 심각한 타격을입을 것이라는 보도였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960㎞ 떨어진13개의 큰 섬과 6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화산도다.1535년 스페인출신의 프레이 토마스 데 베를랑가 주교가 발견했을 때 큰 거북이많이 살고있어 ‘갈라파고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갈라파고’는 스페인어로 ‘거북’.그러니까 ‘거북들의 섬’이란 뜻이다. 총면적 7,850㎢으로 가장 큰 섬인 이사벨라섬은 5,800㎢로 제주도보다 3배 이상 크다.활발했던 화산활동으로 절벽이 많고 밀림이 울창해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은 이 섬은 기후도 온화해 각종동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대표적인 동물로 수명이 150년인 바다거북,열대 펭귄,다윈방울새,그리고 전세계에서 유일한 바다 이과나등 80여종의 희귀동물이 살고 있으며 고유식물만도 700여종이 발견되고 있다.인간의 탐욕과 부주의가 계속되는 한 생태계는 계속 파괴될것이다.그런 가운데 이뤄지는 환경보호운동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박찬 논설위원
  • 폭설 강원산간 르포/ 추위·굶주림…악몽의 대관령

    흰색 뿐이었다.대관령 등 강원도 영동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이틀째 눈속에 갇힌 차량들이 지친 듯 늘어서 있었다.8일 오후 하늘에서바라본 강원도는 이틀동안 내린 98㎝의 폭설로 도 전체가 온통 눈속에 갇힌 듯 했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와 양양군 어성전리 등 산간지역 30여개 마을은 줄이 끊긴 연처럼 위태로워 보였다.언제 다시 외부로 이어지는 도로가 뚫려 비상식량 등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산골마을 주민들이 고립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안타까웠다.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구비구비 이어진 도로 곳곳에서는 모든 제설장비들이 동원돼 켜켜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아예 눈속에 파묻힌 차량들로 인해 제설작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차량을 옆으로 견인한 뒤 눈을 치우는 사이 도로변에 쌓인눈이 바람을 타고 다시 도로 위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계령·진부령 등 경사가 완만한 고개 도로는 간간이 거북이 걸음을 하는 차량들이 눈에 띠지만 미시령·구룡령 등에는 제설작업 차량들만 오갈뿐 모든 통행이 금지됐다.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한 횡계IC∼강릉시 성산면 대관령 2차선 구간에서는 차량들이 이틀째 눈속에 갇힌 채 꼼짝없이 멈춰 서 있었다. 제설작업이 진행되며 뒤엉켰던 차량들이 제 자리를 잡고 도로여건이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차속에 갇힌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지난 밤 2㎞ 떨어진 대관령휴게소로 걸어서 가 차량 휘발류와 먹거리를 사와 이틀째 버티고 있다는 박연준(朴然俊·43·서울)씨는 “동해바다로의 주말 가족나들이가 이처럼 고생길이 될 줄은 몰랐다”고말했다. 때마침 강원도소방본부 항공대(대장 金光洙·45) 헬기가 식수 4박스와 빵 6박스를 고속도로 변에 내려놓자 눈속에 갇힌 차량 여기저기서아귀다툼을 하듯 가져갔다. 항공대 헬기는 또 이날 버스 안에서 이틀을 보낸 7개월짜리 어린이가 탈수증세를 보이는 등 환자가 속출하자 6명을 강릉의료원 등으로긴급 후송됐다. 다행히 이날 오후 5시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절반쯤 뚫려느리게나마 차량들이 움직이면서 7일 오후 2시쯤 이미 40㎝가까운 눈이 쌓이면서 시작된 악몽같은 눈속 고립생활이 27시간여만에 끝나가고 있었다. 대관령 상공 강원도소방본부119헬기에서 조한종기자 bell21@
  • 눈덮인 중부 ‘雪雪’

    휴일인 7일 서울 등 전국 대부분의 지방에 대설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많은 눈이 내려 도로가 통제되고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돼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는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지체와 서행이 반복됐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폭설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4∼33㎝ 안팎의 폭설이 쏟아졌다.추풍령과 경기도 이천은 기상관측 사상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거제 46㎜,제주 32.5㎜,부산 30.1㎜ 등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겨울답지 않게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전국 지방기상청 예보국과 기구국 1,000여명의 직원들이비상근무에 들어간 가운데 20여건의 기상특보를 잇따라 발표하는 등긴박하게 움직였다. ◆사고 빙판길 사고와 해상의 악천후로 전국적으로 10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오전 7시10분쯤 남양주시 금곡동 46번 경춘국도에서 춘천에서 서울방향으로 달리던 아반떼 승용차가 고장차량 견인작업을 하던 김모씨(34)를 치어 숨지게 하는 등 경기도 내에서만 5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4명이 숨지고 63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전 9시30분쯤엔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도원1리 2번 국도에서 이스타나 승합차가 도로옆 8m 아래 절벽으로 추락,이기자씨(66·여)가숨지고 김기숙씨(66·여) 등 7명이 다쳤다. 오전 9시50분쯤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73마일 해상에서 부산선적 트롤어선 수리아 21호가 파도에 휩쓸려 침몰,항해사 이봉주씨(37)와 조기장 이한기씨(43)가 실종됐다.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채소동 지붕이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면서 경매가 전면 중단됐다.낮 12시30분쯤에는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 전시장 지붕과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보라매공원내 체육센터의 함석 지붕이 무너졌다. 경기 과천 경마장은 폭설로 개장이래 처음으로 경주가 취소됐다. ◆교통통제 및 항공기 결항 강원도 인제와 고성을 잇는 미시령이 오전 9시부터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된 것을 비롯,서울의 남산순환도로와 북악산길,인왕산길,대구 팔공산 순환도로,경기도 포천∼강릉간 지방도로,울산∼청도간 국도,고령∼함양간 88고속도로 등이 통제됐다. 고속도로의 경우 30㎝ 가량 눈이 내린 추풍령 구간에서 차량이 시속5∼10㎞로 거북이 운행을 하는 등 서울∼부산 상·하행선이 15∼18시간,서울∼광주가 9∼11시간이 걸렸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운항이 취소된 항공기들이 김포공항 활주로를 차지함에 따라 오후 4시30분부터 항공기 착륙을 전면 금지했다.김포공항으로 들어오는 국제선 여객기들은 일본 후쿠오카나 김해,부산 등으로 회항시켰다.김포공항 국제선은 ‘서울∼일본 후쿠오카행’ 등 7∼8편만,국내선은 부산과 제주행 10여편만 정상적으로 운항됐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경부·호남·영동선 등의 고속버스운행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폭풍경보 발효로 인천 9개항로 여객선과 제주기점 6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설악산과 속리산 등 주요 국립공원은 입산이 금지됐다. ◆폭설 원인우리나라 남서쪽으로부터 접근해 온 저기압이 원인이었다.기상청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한파를 몰고 왔던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 세력과 남쪽에서 올라온 온난다습한 저기압 세력이 한반도 상공에서 부딪치면서 많은 눈과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현석 박록삼기자 hyun68@
  • 재외국민 부정입학 수사 ‘제자리’

    해를 넘긴 재외국민 특별전형 부정입학 사건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으로 알려진 K외국인학교재단이사 조건희(趙健姬·52)씨를 구속,수사의 실마리를 푸는 듯했다.그러나 조씨의 기소 시한이 오는 9일로 다가오고 있지만 수사는크게 진척되지 않고 있다. [브로커 조직 추적 제자리] 가장 궁금한 대목은 조씨 외에 부정입학브로커 조직이 더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대상에 올려 놓은 부정입학생은 90여명.이 가운데 조선족 정모군(19)이 중국 현지 브로커를 통해 입학서류를 위조한 것을비롯,5∼6명이 다른 브로커를 통해 부정입학을 한 것으로 일단 추정했다. 그러나 다른 브로커들의 실체는 아직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 부정입학을 주도했다고 구속된 조씨가 주장하고 있는 강모씨,올해 대입시즌을 전후해 조씨와 자주 연락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등 주변 인물 수사 역시 ‘거북이 걸음’이다. [대학과 학부모 수사] 대학 관계자의 방조 혹은 협조 부분도 지지부진이다.검찰은 일부 대학 관계자들을 조사했지만 개입 여부는 명확히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학 관계자들이 부정입학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후퇴하는 듯한 인상도 내비치고있다.학부모 수사도 30여명을 소환,조사했지만 몇몇 학부모들이 계속소환을 거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류위조단 추적] 검찰은 출입국사실증명서 등 관련 서류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전문기술자들에 의해 위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와학부모들의 진술을 토대로 위조 조직을 윤곽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을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나마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만한 부분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굄돌] ‘청출어람’도 윗물이 맑아야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니,어느덧 23년째 접어든 아파트 생활이다.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아파트 거주의 편리함이 있다면 다양한면면들의 생활상을 가깝고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소재를 얻는 글쓰기 작업에서,늘 바라보며 지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이웃 계층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한 이점이 된다.버릇처럼마주치는 얼굴들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하는 일도 색다른 체험으로 간직되는 것이다. 일반 주택가도 마찬가지겠지만,한눈에 수십 수백 가구를 마주 대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확연하게 관찰되는 건 부모의 성격과 교육 방식이 그대로 아이들 모습에 나타난다는 점이다.경비실이나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꼬박꼬박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아이를 보면,항상그 뒤엔 밝은 인사를 이웃에게 전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 반면에 차마 옮겨 적기에도 거북할 정도의 욕설을 입에 담고 지내는어린아이를 보면,그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음성엔 언제나 그 이상의욕설이 깜짝 놀랄 만큼 난무하곤 한다.어떻게 자기 자식에게 저런 표현을 쓸까 싶을정도의 비속어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자식으로부터또래의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전파되는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들 뒤에는,아무 곳에나 가래침을 내뱉는 부모가 있다.책 읽는 부모 밑에는 책 읽는 아이가,허구한 날 싸우는 부모 밑에는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며 싸우는 아이가,씀씀이가 헤픈 청소년 뒤에는 땀흘린 돈의 가치를 모르는 졸부 비슷한이들이 존재한다.불법 과외와 부정입학도 불사하려는 이들의 생활상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내면을가감없이 비춰 주는 투명한 거울과 같다.요즘 아이들이 버릇없다고,청소년 문제가 극에 다다랐다고 혀를 내두를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본 대로 배운다.청소년들은 사회현상을 관찰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한다.삿대질로 일관하는 정치판을 보면서,검은 돈이 오가는 경제 현실을 접하면서 그들이 무얼 배우며 느끼겠는가. 그들을 나무라고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생활을 평가 내릴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청출어람(靑出於藍)’도 윗물이 맑아진 다음에나 기대해 볼 만한 일인 것이다. 채 지 민 소설가
  • 모나코 군사박물관 거북선 모형 전시

    [파리 연합] 17세기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박 모형들을 전시하고있는 모나코 군사박물관에 거북선 모형이 등장한다. 거북선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라는데 관심을 가져온 군사박물관이한국 정부에 기증을 의뢰함에 따라 전라남도에서 모형을 기증하게 된것. 실제 크기의 축척 25분의1인 이 모형은 길이 1.37m,높이 0.78m,폭 0. 41m로, 해군사관학교 거북선연구반의 고증을 거쳐 해군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15일 개최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 연례총회 참석차 파리를 방문중인 허경만 전라남도 지사가 18일 군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기증식에서거북선 모형을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기증식에는 모나코 왕실 관계자들과 정부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 무의식이 펼치는 현란한 색채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물고기,의지가지 없이 허공에 매달린 과일,거북 등에 핀 꽃….서양화가 이존수(56)의 그림은 상식을 배반한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초현실주의 작가들이 꿈과 우연,원시적인 이야기 등에서 힌트를 얻어 불가사의한 이미지를 펼쳐가듯 그는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손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자동기술법이다. ‘무의식의 작가’ 이존수가 몽롱한 환상의 세계를 선보인다.13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관훈동 대림 아트갤러리(02-733-3788)에서 열리는‘이존수-현현(玄玄)’전.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제로 한 40여점의신작이 전시된다.인간의 운명은 결국 자연 생태계와 함께 갈 수밖에없음을 강조한 작품들이다.작가가 보기에 인간은 영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약한 존재다.그의 작품에 무당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이와 무관찮다.현대인의 정신적 소외,영적 방황을 작가는 샤머니즘 분위기짙은 그림들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전시 제목인 ‘현현’이란 말 속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밝힌다.“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원한 이치,곧 천하만물의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게 작가의 말.최근 경기도 파주 맥금동 산자락에화실을 차린 그는 누구보다 맹렬하게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81년 부산 공간화랑에서의 첫 개인전 이래 거의 해마다 국내외에서 전시를 열어오고 있다. 김종면기자
  • 조율안된 은행구조조정 헷갈린다 헷갈려

    정부가 또다시 은행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가 ‘애드벌룬’을 띄우면 은행권이 ‘김을 빼는’ 양상이 지리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금감위는 6일 ‘연내 슈퍼뱅크 2개 탄생’을 예고했지만 어떻게든올해안에 합병의 성과를 내려는 정부가 또다시 성급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변수가 많은 합병작업에 관해 정부가 ‘예고식 발표’를 남발해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국민,외환 합병설에 펄쩍 금감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한 ‘국민·외환 내년 합병설’이 보도되자,국민은행은 발칵 뒤집혔다.김상훈(金商勳) 행장은 “(외환은행과의 합병과 관련해)정부로부터 어떤 제안이나 검토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김행장은 “설령 외환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클린뱅크로 거듭나더라도 (국민은행의)주주이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환과 합병할 뜻이 전혀 없음을 거듭 밝혔다.또한 지방은행이나 평화은행의 ‘자회사’ 편입 의사도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한미·하나도지지부진 지난 9월부터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하나·한미 합병이)다음달에 가시화된다”는 말을 다달이 되풀이했다.언론이 그 가능성을 낮게 보도하자 “기자들이 뭘 모른다”며 역정까지 냈다.그러나 두 은행의 합병작업은 ‘거북이 걸음’이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이 대등합병을 염두에 두고 하나은행에 ‘한미은행과 똑같은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것’을 요구하면서 벽에 부딪쳤다.하나은행은 “(합병)안해도 그만”이라며 버티고 있다. ■지방은행 떠넘기기,효과 의문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제주은행과광주은행의 편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독자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정치적 협상 카드’에 불과하다.“(지방은행을)안받을 수 있으면 안받는게 상책”이라는 두 은행 관계자의 말이 뒷받침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P&A(자신인수)방식이 아닌 자회사 편입이 무슨 효과가 있으며 이를 은행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부,말 아껴야 한 시중은행장은 “정작 행장들은 별 접촉이 없는데도 정부가 자꾸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해 곤혹스럽다”면서 “그러다보니 정부와 은행이 시장의 불신을 사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다른은행장은 “합병처럼 민감한 사안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아무데도 없다”면서 “설령 물밑협상이 진행중이더라도 정부가 최대한말을 아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미현기자 hyun@. * 노조 인력감축 동의 안하면 조흥銀 “지주사 편입”. 조흥은행 위성복(魏聖復)행장은 6일 “노조가 인력감축에 대해 동의해주지 않을 경우 정부가 주도하는 지주회사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이는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에 우량은행의 합류 가능성을 밝힌 정부 발언과 맞물려 주목된다. 위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전체 직원의 10%인890명을 감축해야 한다”면서 “다음주까지 노조측이 인력감축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독자생존이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쌍용양회 임시주총일인 22일 전까지는 쌍용정보통신 매각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밝혀 계약체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안미현기자
  • 정세영씨 회고록 발간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21일 출간한 회고록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에서 조카이자 정씨 일가의 장자인 정몽구(鄭夢九·MK) 현대·기아자동차총괄회장의 사업과 관련해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과 몇차례 마찰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은퇴와 관련에 대해 “큰 형님이 떠나라는 거북한 말을 하기 전에 미리 떠났어야 했었다”면서 “미리 속뜻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오히려 송구스러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74년 MK가 현대차써비스를 설립할 당시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AS부문을 몽구에게 넘겨주라는 말을 듣고 독립된 서비스회사를 갖는 자동차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며 반발했고,80년대 초반에도 “자동차 판매권을 MK가 사장으로 있는 현대차써비스에 넘기라는 지시를받고 의견대립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99년 3월 32년간 몸담은 현대차를 떠날 당시 큰형님이 “몽구가 장자인데 몽구에게 자동차를 넘겨주는 게 잘못됐어?”라고 반문하는 바람에 3일만에 아들인 정몽규 당시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자동차인생을 끝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포니’에서 내렸지만 기사(騎士)가 바뀌어 이제껏보지 못했던 오류와 잘못을 고친다면 현대차는 더욱 훌륭한 준마로커나갈 것”이라며 현대차의 발전을 희망하는 것으로 글을 마쳤다. 한편 정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당초 회고록에서 현대자동차를 떠나면서 느꼈던 섭섭함 등을 좀더 상세하게 담았으나 현대그룹과 자동차 쪽에서 수정을 요구,많은 부문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출판기념회는 23일 오후 하얏트호텔 그랜드 볼륨에서 열린다. 주병철기자 bcjoo@
  • [굄돌] 화장실 문화와 교육 문화

    한국은 맛있는 것도 풍부하고 볼 것,놀 것도 많은 별천지 같다.그런데 재작년인가 막상 외국인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해보니 “한국인”으로 다닐 때는 못 느끼던 불편함과 거북함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선전소리,토한 자국이 남아있는 지하철 계단,안내표지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은 관광 명소들…그러나 무엇보다 화장실이 가장 곤란했다.외국인은 어느 역에 내렸다가 화장실이 급했는데 역 근처 화장실을 가보더니 그냥 나왔다.호텔로 되돌아 갈 때까지용무를 참는 외국인의 모습을 보는 내가 힘들었고,걱정되었고,창피스러웠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불과 한 두 해 사이에 정부까지 합세하고 있다.언젠가 왜 음식점은 초호화판으로 꾸미면서 화장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고질적인 한국병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절망적으로 답을했다.그러나 하나씩,둘씩 바뀌기 시작하니 얼마나 쉽게,빨리 바뀌는가? 나는 우리의 교육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본다.지금 한국의 교육은어디부터 손봐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절망적이라고들 한다.그래서 조기유학도 보내고 이민도 떠난다.자기 앞에 있는 화장실이 더럽다고 호텔까지 찾아가는 외국인 마냥.우리 자녀의 장점을 보살펴 주고 키워주는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다.학원 선생님이나 교육부 장관만이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아니,오히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부모의 몫이지 않은가.공부 타령을 그만하고 자녀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공부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잘 노는 게 공부”라는 21세기.무엇을 하며 어떻게 잘 놀 것인가는 자녀와부모가 함께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자.나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바로 오늘부터 각자의 마음 바꾸는 일부터 시작하자.수능점수,일류대학,빠른출세 따위에 대한 환상만 깨고 보면 너무나 괜찮은 아이들과 너무나훌륭한 부모님들.화장실 문화가 한 두 해 만에 바뀌는 것을 보며 나는 또 한번 한국에 희망을 그려본다. 최성애 국제 심리‘가족치료사.
  • ASEM SEOUL 2000/ 정상들 선물 어떤것

    서울 ASEM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서로에게 어떤 선물을 건넬까. 정상들이 해외를 방문하거나 손님을 맞을 때는 간단한 기념품을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의 경우 도자기나 은제(銀製)거북선 등‘전통’이 담긴 기념품을 주로 선물한다. 이번 ASEM에서 우리나라는 행사 마지막 날인 21일 26개국 정상 또는정상대행에게 주전자 모양의 도자기를 1개씩 선물할 예정이다. 정상과 함께 온 부인들에게는 분청자기 1세트씩이 전달된다.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여성이지만 남편을 동반하지 않고혼자 온 정상이기 때문에 도자기만 선물 받는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어떤 선물을 준비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선물은 교환 전에는 공개하길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 중에는 오스트리아와 같이 아예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아시아 정상들은 대체로 선물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기모노와 같은 전통 기념품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도 ‘작은’ 선물을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품목에 대해서는 대사관 직원들조차 함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선물은 정상끼리 직접 주고받기 보다는 외교실무자간에 교환하는 게 관례”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에 손님을 초청한 입장이기 때문에 모든 정상 내외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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