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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사 58기 졸업 임관식

    해군사관학교 제 58기 졸업·임관식이 12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영길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 진해시 해사 연병장에서 열렸다. 해군 152명,해병대 21명의 신임 해군 소위가 배출된 이날 졸업식에서는 김근향(23·여) 소위가 해사 개교 이래 처음으로 여생도로서 수석졸업,대통령상을 받았다. 졸업식이 진행되는동안 해사 연병장 앞 해상에는 최신예 한국형구축함(KDX-Ⅱ 1번함) 충무공 이순신함과 잠수함 나대용함을 비롯한 10여척의 환영 전단이 배치된 가운데 예포 21발이 발사됐다.또 임진왜란 당시 모습으로 복원된 거북선에서 총통 16발이 발사되고 해군 특수전 여단장병들의 고공 해상강하와 제트스키 및 반잠수정 기동 시범행사가 펼쳐졌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직후 졸업식이 열린 탓인지 행사장 분위기는 예년과 달리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i 센터-경복궁 내 ‘어린이 민속 박물관’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이번주엔 고궁 나들이를 해보자.경복궁 내 ‘어린이 민속박물관’은 아이들 손을 잡고 가볼 만한 도심 나들이 코스. “엄마 이거 드라마에서 봤던 다듬잇돌이네.나도 한번 해 봐야지.”,“크레파스로 문대니까,대나무가 생기네.”.역시 집에서 ‘방콕’ 하는 것보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복궁 뒤편 국립민속박물관 내엔 아이들을 위한 ‘민속박물관’이 따로 있다.하지만 아무나,아무때나 들어갈 수는 없다.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60명씩 입장을 시킨다.40명은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20명은 현장에서 접수한다.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다. 전시장은 입구부터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토끼와 거북이’,‘곶감과 호랑이’ 등 전래동화 벽화가 그려져있다. 우리 조상의 대표적 색깔인 오방색을 활용해 박물관 전체를 디자인했다. 전시 주제는 ‘우리의 맛’ ‘우리의 집’ ‘우리의 멋’ 으로 크게 분류된다.아이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의 장이야기’코너에서는 된장,고추장을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어 본다.콩으로 메주와 된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화면을 조작하며 배울 수 있다.볍씨가 큰 벼로 자라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제사상이나 돌상의 음식을 자석을 이용해 붙여본다. ‘우리의 집’은 집의 종류,담의 종류,풍속화에 나타난 건축 도구 등을 실물과 모형,그림 등을 이용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우리의 멋’은 옷의 종류와 옷감 짜기,염색 과정 등의 코너로 옷감의 생산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꾸며 볼 수 있는 코너가 다양하게 준비됐다.이를테면 기와집과 초가집을 블록을 이용해 직접 꾸민다.‘우리의 옷’ 코너에선 ‘민속아바타’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원하는 옷을 직접 입혀 보도록 남녀의상 12벌씩을 준비했다.농기구 놀이용품 등은 만져볼 수 있고,대나무나 국화,도깨비 탁본 뜨기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차를 가져가면 국립중앙박물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무료다.입장료는 어린이는 무료,어른은 1000원.민속박물관 표를 끊으면 경복궁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www.kidsnfm.go.kr,734-1346. 한준규기자 hihi@˝
  • 雪… 雪… 꽁꽁묶인 서울

    4일 밤 예상치 못한 ‘기습 폭설’로 퇴근길 차량들이 엉금엉금 ‘거북이 운행’을 했다.서울 시내 곳곳 도로에서 서행과 정체가 반복되면서 귀가가 늦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5일 아침 출근길도 얼어 붙어 큰 혼잡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3월 서울에 10㎝ 이상의 폭설이 내린 것은 91년 12.8㎝ 등 기상청 관측 이래 모두 4번뿐으로 그만큼 희귀한 눈이다. ●눈길에 차량들 거북이 운행 이날 오후 4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밤이 되면서 폭설로 변해 이면도로에 쌓였고,서울 시내 주요 간선도로도 노면이 미끄러워 자동차들이 속력을 내지 못했다.일부 도로는 차들이 서로 뒤엉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서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 주요 서울 주요 간선도로는 차량들이 시속 5∼10㎞로 느림보 운행을 했다.특히 도심 방면의 정체가 심해 광화문 인근 도로와 남산 1·3호 터널 강남 방면은 차가 꼼짝 못해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밤 9시40분부터는 서울 북악산길,인왕산길,내부순환로 길음∼월곡 상향램프,신장위길 등은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또 을지로 2가∼을지로 입구,남대문∼시청,종로 2가∼동대문4거리,종로3가∼종각역 방면에서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했고,강남 테헤란로와 도산대로 사거리∼안세병원 사거리에서도 정체가 극심했다.택시를 타고 가다 중간에 포기하고 지하철로 갈아 타거나 차를 회사나 주차장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귀가길이 어려워지자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시간을 새벽 2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 버스기사 장한성(47)씨는 “탑골공원에서 영풍문고까지 평소 2,3분이면 되는 거리를 40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저녁 8시쯤 서울 충정로에서 신도림동까지 택시를 이용한 최윤석(49·상업)씨는 “평소 50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접촉사고가 잇따랐다.오후 8시40분쯤 서울 이촌동 한강대교 온누리교회 방향에서 택시가 눈길에 미끄러져 체어맨 승용차와 추돌했고,오후 7시쯤에는 서울 상봉3거리에서 승용차와 화물차가 추돌,이 일대가 30여분 동안 교통 체증을 빚었다. 귀가를 포기한 사람도 속출했다.서울 장안동에서 일하는 배현식(29)씨는 “집이 경기도 안산이라서 평소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도저히 눈길을 뚫고 집에 갈 엄두가 안난다.”며 회사 당직실에서 잠을 청했다. ●대기 불안정해 큰 눈 내려 기상청은 “4일 우리나라에는 상층의 찬 공기와 지상의 따뜻한 공기가 머무르는 상태에서 눈·비구름대가 발달해 예상보다 많은 눈이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북서쪽에는 찬 고기압,남쪽에는 따뜻한 고기압이 있고 이 사이에 저기압이 형성돼 중국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5일에도 눈이 계속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비상근무에 들어가 교통통제와 제설작업에 나섰다.교통경찰과 순찰지구대 경찰관들은 시·군·구 교통통제 요원과 함께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며 눈을 제거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 내가 그녀를 죽였다고?-‘아웃오브타임’

    12일 개봉하는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은 반전과 음모를 적당하게 버무린 전형적인 스릴러.음모에 휘말린 주인공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아슬아슬하게 탈출하는 과정을 적당한 반전 속에 담아 긴박감도 맛볼 수 있다. 무대는 플로리다 해변 마을.보안관 매트(덴젤 워싱턴)는 내연의 관계인 앤(산나 라단)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동정과 연정이 겹치면서 이성이 마비된 그는 사무실에 보관하던 범인들의 압수금을 몰래 꺼내 그녀에게 건네준 뒤 함께 스위스로 건너가 특수치료를 받을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앤의 집에 불이 나고 앤과 남편이 죽으면서 매트는 사건의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방화 직전 초조한 상태에서 앤의 집을 찾은 자신을 목격한 이웃집 할머니,앤과의 통화 내역,앤이 가입한 보험의 수익자로 지정된 것 등 모든 정황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태다.더구나 수사를 책임진 강력반 형사는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인 아내 알렉스(에바 멘데스)여서 혼자 음모를 밝혀야 하기에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더 험난하다. 아내와 함께 수사를 하던 매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서 영화의 흡입력은 늘어난다.칼 프랭클린 감독은 치밀한 구성으로 주인공을 ‘덫’에 가둔 뒤 그가 탈출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지나치게 말끔한 구성이 오히려 애초의 의도를 가로막고 자연스러운 몰입을 깨뜨린다.매트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을 많이 배치한 것이나 너무 잦은 우연은 거북하다.또 반전 구도가 너무 틀에 박혀 결말이 빤히 보이는 것도 긴박감을 떨어뜨린다.게다가 마지막에 아내와의 화해 등 모든 것이 너무 쉽게 풀려서 싱겁다 못해 허탈해진다. 하지만 아카데미상을 두번이나 움켜쥔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여전히 돋보인다.위험에 빠진 캐릭터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실감나게 표현한다.영화 전체를 거의 혼자 끌고가다시피 하면서 연신 시선을 빨아들인다. 이종수기자˝
  • ‘실물경제통’ 이헌재부총리-이한구의원 경제위기 해법 ‘一合’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1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일합(一合)’을 겨뤘다.두 사람은 지난 1969년(이 부총리)과 70년 각각 재무부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한 선후배이자,대우에서 상무이사를 지낸 대표적 실물 경제통들이다. 이 의원이 선공을 했다.“경제를 망친 정권이 총선용 정책전문가를 비정규직 부총리 자리에 앉혔다.”고 꼬집었다.이에 이 부총리는 “굉장한 의미를 부여해 줘서 감사하면서도 거북하고 무겁게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김진표 전 부총리의 경제정책과 운용만 조금 바꿔서야 어떻게 현 경제위기를 해결하겠느냐.”고 공세를 본격화했다.그러나 이 부총리는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고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경기회복을 자신했다. 이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지도층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인수위에서 활동하던 진보적 학자들로 인해 국가운용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대통령이 된 뒤 끊임없이 합리적인 실용노선을 걸었고 개방적이고 기업친화적이었으며,노사문제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고 노 대통령을 적극 감싸기도 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가 선심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쏘아대자,이 부총리는 “정부가 난개발 계획을 발표한 적은 아직 없다.”고 응수했다. 전임자와의 차이점에 대해 이 부총리는 “김 전 부총리는 대화를 통해 무리없이 원만하고 완벽한 정책을 추구하는 분인 반면 나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필요할 때 필요한 행위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
  •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사기 9단 ‘뻥순이’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사기 9단 ‘뻥순이’

    ‘그녀를 믿지 마세요’(제작 영화사 시선)는 ‘그녀를 믿고 싶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다. 입신의 경지에 이른 사기꾼 영주(김하늘)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연신 웃음을 자아낸 뒤 끝날 무렵엔 잔잔한 감동마저 남기는 깔끔한 영화다. 거짓말에는 천부적 자질을 가진 사기범 영주.그녀는 특유의 연기력으로 가석방 심사위원을 감동시킨 뒤 풀려난다.하나뿐인 언니의 결혼식에 가려고 탄 열차에서 우연히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내려가는 희철(강동원)과 마주 앉는다.희철이 연인에게 줄 반지가 영주 자리 밑으로 굴러가고 잠에서 깬 영주가 반지를 줍는 희철을 치한으로 오해하면서 ‘우연과 오해의 도미노’가 열린다. 한바탕 소동 뒤 반지를 소매치기 당하는 것을 우연히 본 영주가 가석방 상태에서 도둑 누명을 쓸까 두려워 범인을 따라가 반지를 찾는 사이 가방을 두고온 기차가 떠난다.반지를 들고 희철의 동네를 찾아온 영주를 본 희철의 가족이 그녀를 약혼자로 오해하면서 시작한 이 ‘애정 빙자 사기극’은 거짓말이 꼬리를 물면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나친 우연성의 남발은 극적인 묘미를 반감시키는 법.‘그녀를’도 그런 에피소드를 너무 많이 삽입해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그러다 보니 희철이 연인을 만날 때까지 반지를 잃어버린 사실을 몰랐다는 것 등 전개과정에 약간의 비약도 보인다. 그러나 터무니 없는 발상이나 엽기적 소재로 웃음을 쥐어 짜려는 작품에 견주면 이는 넘어갈 만하다.더구나 영화를 메우는 배우들의 연기가 작위스러운 인공미를 덜 거북스럽게 한다.‘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푼수기에 도전한 김하늘의 코미디 연기는 만개한 듯하다.능청·의뭉·감동 등 다양한 폭의 연기를 넘나들면서 부담없는 웃음과 상큼한 감동을 전해준다.영화출연은 처음인 모델 출신의 강동원도 순박·철부지·어리숙함 등이 뒤얽힌 시골 약사역을 너끈히 소화하면서 화답한다.여기에 송재호 임하룡 등의 개성있는 조연배우들이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고스트 맘마’‘찜’ 등에서 연출수업을 쌓은 신예 배형준감독은 욕심을 내지 않고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 것 같다.잘 맞는 옷을 걸친 작고 아름다운 소품을 보는 듯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이종수기자 vielee@
  • 남성패션에 부는 美風

    ‘동물은 자고로 수컷이 아름답다.’ ‘여성보다 아름다워져라.’ ‘여성의 영역을 침범하라….’ 올해 남성에게 이런 지령이 떨어졌단 말인가.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은 ‘메트로섹슈얼’적인 남성이 늘고,이들을 위한 패션은 여성의 것만큼,어쩌면 여성 패션보다 더욱 눈부시다. ●크고 작은 꽃무늬 다양하게 응용 잘록하게 허리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의 재킷,레드·오렌지·옐로 등 밝고 환한 색상의 티셔츠,꽃문양 멀티스트라이프(다양한 줄무늬를 섞은 것) 등의 화려한 패턴 등 여성적 분위기가 가미됐다. 몇해 전만 해도 남자 연예인들이 꽃무늬 티셔츠나 바지를 입고 나오면 이런 반응이었다.“어우∼ 오늘 컨셉트는 느끼함인가요? 웬만하면 안 보이게 일어서지 마시죠.” 설령 그들이 완벽하게 의상을 소화할지라도. 하지만 요즘은 꽃무늬 옷을 입은 남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오우∼ 그대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메트로섹슈얼족!”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자칫 촌스럽다는 ‘동남아 분위기’가 되긴 하지만. 매년 봄마다 여성의 패션 소재로 등장하던 꽃무늬가 다양하게 변화해 남성복에 내려앉았다.티셔츠뿐만 아니라 넥타이, 머플러 등에도 이국적인 큼직한 꽃부터 작은 꽃까지 다양한 크기의 꽃무늬가 쓰인다.색상도 바탕색과 비슷하게 해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예전과 달리 보색대비로 확 튄다. ●퍼플·옐로·그린 등 밝은 색상 주류 꽃무늬가 부담스러운 남성을 고려했는지 보다 밝고 환한 색상의 옷들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크리스찬 라크르와 옴므의 주선희 디자인실장은 “블랙 그레이 계열의 어둠침침한 색상보다 퍼플(보라), 옐로, 그린 등 남성이 선호하는 색상이 과감하고 개방적”이라며 “옷 전체를 뒤덮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꽃무늬는 자연을 사랑하고 여가를 즐기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메트로섹슈얼족을 위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감각적인 꽃무늬 셔츠 위에 스트라이프 캐주얼 재킷을 걸치고 데님 팬츠로 마무리한 코디는 활력이 넘치는 보헤미안풍 패션.화려한 색상의 의상으로 코디하는 게 거북하면 부분적인 포인트 컬러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옷도 화려해져… 탄탄한 몸 강조 미적 감각이 충만한 남성을 겨냥한 스타일은 속옷 디자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휠라의 김세래나씨는 “올해 휠라인티모의 남성 제품은 여성보다 많은 55%를 차지하고 있다.”며 “속옷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남성을 위해 검정, 회색, 남색 외에 파랑, 분홍, 빨강 등 색상이 다양해졌고 망사, 자수, 큐빅 등 화려한 장식으로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닝 하면 떠오르는 흰색에 목이 깊게 파인 스타일은 목둘레 라인,어깨 라인이 딱 달라붙는 일반 면티셔츠(일명 쫄티)의 디자인으로 변신해 섬세한 가슴 근육과 가늘고 잘록한 허리를 돋보이게 한다. ●구슬·큐빅 등 세부장식으로 포인트 엉덩이와 허벅지 선을 부드럽게 조여 옷 맵시를 살린 팬티인 드로우즈는 이미 젊은 남성의 애용품이 됐고,팬티 라인까지 신경 쓰는 남성을 위한 티팬티도 출시되고 있다. 면,면스판 등으로 제한되던 속옷 소재도 새틴 망원단 등으로 다양해졌고,작은 구슬로 장식하거나 큐빅으로 로고를 새기는 등 세부장식에도 신경쓴다. 좋은사람들 J의 김계숙 디자인팀장은 “이전 속옷 스타일이 클래식이 주류인 가운데 극소수의 섹스어필 스타일로 양분됐다면, 올해는 패션성이 가미된 스타일이 대부분”이라며 “저속하게 야한 것이 아니라 화려한 디자인과 컬러의 과감성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이어 “남성들의 속옷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글 최여경기자 kid@ ˝
  • 청계천 오간수문지 보존 양호

    조선시대 서울 청계천에 놓여 있던 수문(水門)의 하나인 오간수문지(五間水門址)가 원형을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계천 복원공사 구간에서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앙문화재연구원은 청계6가 오간수문지에서 다리 양쪽의 교대와 무지개 모양의 홍예기초 등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오간수문은 서울 도성 안 북악·인왕·목멱·매봉산에서 모인 물이 청계천을 통해 배수되는 곳에 지어진 다섯칸 수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조사 결과 30.66m 너비의 양쪽 교대와 교대 부분의 물흐름을 좋게 하는 날개,4개의 홍예기초,수문바닥돌 등이 큰 손상없이 남아 있었다.홍예기초부 앞쪽에서는 거북이 모양의 석수(石獸)도 나왔다. 서동철기자 dcsuh@˝
  • [경제플러스] 中 후이저우 'LG의 날’ 행사

    LG전자는 지난 7일 중국 광둥성(廣東省) 후이저우(惠州)에서 ‘후이저우 LG의 날’ 행사를 열었다.디지털미디어 사업본부 우남균 사장,중국지주회사 손진방 사장,류진저우(柳錦州) 서기,황예빈(黃業斌) 시장과 시민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복지기관 상품기증,한류스타 구준엽 축하공연,LG 거북이 마라톤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후이저우시는 2002년 LG전자의 다양한 사회봉사활동 및 공익마케팅에 대한 보답으로 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도로의 이름을 ‘LG대도’라고 명명하고 매년 1월 31일을 ‘후이저우 LG의 날’로 지정했다.˝
  • 술따라 맛따라-문배술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문배술로 건배하는 것을 보고 참 놀랐습니다.국내 유일한 제조자인 저도 사전에 전혀 몰랐거든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86-가)로 등록돼 있는 문배술의 제조기능 보유자 이기춘(62·문배술 양조원 사장)씨는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스스로 ‘우리나라 최고의 텃술’로 자부하는 문배술이 정상회담에서 비로소 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문배술은 주암산 샘물로 빚어야 제맛”이라며 문배술에 대한 식견을 보여 주었는데,이기춘씨는 바로 평양 주암산 인근에 있던 문배술 양조장의 4대 계승자다. 문배술은 우리나라 텃술 가운데 향기로 따져 으뜸으로 평가받는다.은은하고 청초함이 느껴지는 문배꽃 향은 문배술의 생명.문배술을 문배로 담은 과실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꽤 많다. 그러나 문배술은 찰수수와 메조,누룩 단 세가지로 빚는 순곡 증류주.이처럼 단출한 재료에서 어떻게 향긋한 문배꽃 향이 날까. 문배술의 역사를 나타낸 문헌은 찾아보기 어렵다.다만 고려 태조 왕건 시대에 신하들이 앞다퉈 진상한 술 가운데 하나가 문배술이었는데,왕이 그 맛을 아주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구전돼 내려올 뿐이다. 이씨 집안의 문배술 계보는 증조모로부터 시작,조부(이병일),부친(이경찬),이씨,아들 승용씨로 이어진다.조부때까지는 집안에서 빚는 술인 가양주 수준이었고,부친 때부터 양조장을 만들어 문배술을 팔았다.부친이 해방후 평양 주암산 인근에 세운 ‘평천 양조장’에선 연간 3만ℓ의 문배술을 생산했다고 하니 당시로선 그 규모가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씨는 한국전쟁때 부친의 손에 이끌려 남쪽으로 넘어왔다.부친은 1954년 서울 성북구에서 ‘거북선’이란 이름으로 문배술을 생산했으나,이듬해 곡주 생산을 금지하는 ‘양곡관리법’이 발효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이후 금지조치가 풀리면서 90년 김포시 양촌면 마산리에 ‘문배술 양조원’을 세우고 술을 빚어내고 있다. 이씨는 부친 타계 전엔 공무원,항공사 직원 등 월급쟁이로 지냈다.부친은 가업을 잇기를 바랐지만 젊은 객기에 옛 것보다는 현대적인 것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우리것의 진정한 가치를 느꼈고,적극적으로 제조 기능을 익힌 끝에 95년 기능 보유자로 지정받았다.아들 승용씨는 대학에서 농화학을 전공하고,현재 미국에서 술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등 본격적으로 문배술 계보 잇기에 나선 상태. “우리술은 중국 술처럼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아요.일본 술처럼 섬세하지도 않고요.보드카처럼 독하지 않습니다.과실주가 아닌데도 느껴지는 은은한 향,자연스러운 빛깔,같은 알코올 도수라도 유난히 부드러운 느낌,자꾸 마시다 보면 느끼게 되는 미세한 맛의 차이,통음 후에도 두통이 없는 술이 가장 좋은 우리술입니다.” 그는 특히 약한 술보다는 증류 과정에서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내는 증류소주류가 건강에도 좋다고 주장한다. 좋은 술을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경건한 마음자세.조상에 제를 지내듯 엄숙한 마음으로 술을 빚어야지,언짢은 상태로 술을 빚으면 이상하게 맛과 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씨는 그래서 지금도 술을 빚기 전 목욕재계하고 부친과 조상을 모신 사당에 제를 올린단다. 그러나 요즘엔 전통주와 일반 주류 가릴 것 없이 상당수가 이같은 정성 없이 조변석개로 변하는 대중의 입맛 맞추기에만 급급하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글 김포 임창용기자 sdragon@ ● 따라 빚어보세요 준비물:찰수수,메조,백곡(누룩) 1.메조 3㎏으로 밥을 지어 식힌 뒤 누룩가루 2㎏과 버무린다. 2.조밥 2배 분량의 물을 부어 잘 섞은 뒤 이틀 정도 발효시킨다.(밑술 완성) 3.수수 4.5㎏을 알갱이째 쪄서 식힌다. 4.누룩가루 3㎏과 버무려 밑술에 섞어 술독에 담는다.(된죽 형태의 덧술 완성) 5.18일 정도 발효시킨다. 6.16도 정도의 원료술을 떠내 증류기로 증류한다.(증류기는 시중에서 살 수 있음). 7.처음 약 5분간 증류되어 나오는 술은 ‘꽃술’이라고 하여 68도 정도의 독주로,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으므로 버린다. 8.증류시간이 길수록 주도가 점점 낮아지므로,가장 맛과 향이 좋은 40도에 맞출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8)연기스님 前상사리(중)

    스님.저는 스님을 제비 연()자 연기라고 보려 합니다.신화적인 요소를 많이 지닌 분이지요.화엄사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을 존중하려고 합니다.그 말에 따르면 연기스님은 어머니를 모시고 인도에서 오셨다고 합니다.백제로 올 때는 배를 탄 것이 아니라 연()이라는 동물을 타고 왔다는군요.물론 어머님과 함께 타셨겠지요.이 동물은 육지에서도 살고 바다에서도 살 수 있는데 주로 남방에서 서식한다 합니다.거북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마에 외뿔이 달렸고 날개도 있어서 공중으로 날아다닐 수 있었다고 합니다.그 연을 타고 오셨다 해서 연기(起)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합니다.스님이 타고 오셨다는 그 연은 지금의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연곡사(谷寺)에 있는 연기조사탑(組師塔)의 귀부(龜趺)에 그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이 귀부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면 거북과 유사하지만 거북과는 다른 모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연곡사는 스님과 함께 백제로 오셨던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스님께서 별도로 지으셨다는 얘기도 전해옵니다.일단 있는 그대로를 두고 저의견해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백제 - 화엄사상 관련없다” 잘못된 것일 수도 스님.이쯤에서 저는 화엄사상 또는 화엄경에 관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견해가 신라 중심으로만 정리되어 있어서 백제와 화엄사상은 그다지 깊은 관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점부터 지적하려 합니다.백제와 화엄경의 관계를 추정하기 위해 384년 백제 침류왕 1년에 전라도 법성포(法聖浦)를 통해 백제로 들어온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전라도 영광 땅의 모악산 기슭에다 불갑사(佛甲寺)를 창건한 사실부터 얘기하겠습니다. 백제에 온 마라난타는 과연 백제인들과 어떤 언어를 이용하여 대화를 했을까요? 대화가 가능했으므로 백제인의 도움을 받아 사찰을 짓고 포교활동을 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인도 불경을 최초로 한문으로 번역한 이는 파르티아(Parthia)인 안세고(安世高)였지요.148년 뤄양에서 한역한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입니다.그 후 인도 출신 승려 불도징(佛圖澄·232~348)의 맨 첫 번째 중국 제자인 도안(道安·312~385),도안의 제자 혜원(慧遠·334~416)이 인도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하여 불교의 중국화를 시작했지요. 도안과 혜원은 유교와 도가사상에 정통했던 승려로서 동진(東晋)시대 중국 불교를 주도하면서 세속적 정치권력에 대한 승가의 독립성을 주창하는 데까지 나아갔지요.그후 남북조시대(420~581)를 통해 왕실의 지원을 받으면서 중국 불교가 번창했습니다.다시 수나라에 의한 중국의 통일(589),인도 유학에서 귀국한 정통 중국인 승려 현장법사(596~664)에 이르면서 불교는 중국의 문화적 풍토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갔습니다. 특히 모든 생명체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이 존재한다는 평등철학에 근거하여 마음을 닦는 점진적인 수행 전통이 자리잡게 되었는데,이 전통은 5세기 말엽 인도로부터 온 승려인 보리달마(Bodhidarma)에 의해서 들불처럼 번져나갔지요.이렇듯 5세기 말엽에 이르러서부터 중국과 인도 승려들의 교류는 매우 활발해져서 웬만한 승려들은 중국어와 인도어 즉 한문과 산스크리트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지요. 여기서 저는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온연대가 384년 즉 4세기 말엽이며,그 시기는 중국의 도안,혜원이 인도 불교의 중국화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이미 4세기말쯤이면 한문을 능통하게 구사할 줄 아는 인도 승려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도 있게 합니다.따라서 마라난타 존자는 한문을 근간으로 하여 백제에 온 초기의 대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큰 모순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마라난타 존자는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며,그 분을 시작으로 여러 사람의 인도 승려들이 백제로 와서 포교 활동을 했을 것입니다. ●선불교 불성사상, 화엄사상과 일맥상통 이와 같은 전제 위에서 연을 타고 왔다는 연기스님의 백제 입국이 544년경이라고 본다면 보리달마가 중국에서 선불교(禪佛敎)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킨 시기와 엇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선불교의 불성사상(佛性思想) 즉 모든 생명체에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이 존재한다는 평등철학은,모든 존재는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는 화엄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화엄사상을 일컫는 화엄경은 중국에서 세 가지로 번역되었지요.동진 때인 420년에 60권으로 번역한 진본(晉本),당나라 때인 699년 80권으로 번역된 주본(周本),당나라 정원(貞元) 연간인 798년에 40권으로 번역된 정원본(貞元本)입니다. 화엄경은 불교의 중심 경전이어서 불교사상의 전파에는 무엇보다 중요했지요.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올 무렵에는 아직 중국에 화엄경이 번역되어 전해지지 않고 있어서 혹 마라난타 존자가 화엄경을 갖고 들어왔다면 어떤 방법으로 백제 승려들에게 전파했을 것인지 짐작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그러나 연기스님이 백제에 온 544년에는 이미 진본 60화엄경이 중국에 널리 보급되어 있었습니다.따라서 연기스님이 화엄경을 가지고 들어와서 백제 승려들에게 가르치는데는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백제 땅으로 온 인도 승려들에 의하여 보급되기 시작한 화엄경이지만 신라에서는 그렇지 못했지요.고구려와 백제를 경유하지 않고는 해외의 고급 문화가 신라에 전해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이 점이 신라로 하여금 백제를 자주 침공하게 만든원인이지요.백제를 넘어 직접 중국과 교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도 승려들이 백제에 화엄경 보급 실제로 화엄사상을 최초로 신라에 소개한 인물은 자장율사(慈藏律師·590~658)인데,그는 636년에야 당나라에 가서 7년 동안 머물다가 643년에 귀국하면서 화엄경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귀국한 2년 뒤 645년에는 신라가 처해있는 백제와의 갈등에서 백제를 꺾고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황룡사에다 9층탑을 세웠는데 정작 그는 신라가 백제를 정복하기 두 해 전에 죽었습니다.그런 자장율사가 백제 영토인 전라도 구례 땅의 화엄사와 어떤 관련이 있었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더구나 600년 이후부터는 백제와 신라 관계가 극도로 나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가 국경을 넘어 백제로 들어와 종교활동을 하기는 불가능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합니다. 백제 불교의 우수성에 대한 신라의 열등의식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백제가 국가적인 열망으로 정립했던 미륵신앙을 배워가서 화랑제도를 강화시킨 점이나 백제 정복 후 백제의 화엄사상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점이 그렇습니다. 신라는 깊은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몹시 잔혹해질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3∼4세기 가야국과의 관계에서 보듯이 가야의 우수한 도자기 문명과 남방불교가 지닌 평등관에 대하여 신라의 열등의식은 매우 컸겠지요.가야의 그릇 문명을 모방한 초기 신라의 토기류와 생활들에서 충분히 그런 점을 유추해볼 수 있고,가야를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집단학살이나 가야 문명의 씨를 말리기 위한 철저하고도 집요한 유린,가야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가야 지배층의 귀화정책은 신라의 열등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봅니다. ●신라, 백제 불교에 열등감 컸을 듯 가야의 그릇 문화에는 인도 문명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했습니다만 신라가 백제문화에 대해 가졌던 열등의식을 극복하는 과정 또한 가야를 멸망시킬 때 보여준 그 잔혹함이 더욱 더 명료하게 드러났습니다. 아무튼 신라의 화엄사상은 자장율사에 뒤이어 의상(義湘·625~702)이 본격화시켰지요.의상은 661년에야 중국으로 갈 수 있었는데 671년까지 10년 동안 중국 유학을 했습니다.의상이 신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백제가 신라에게 정복당한 뒤였습니다.의상이 중국에서 배운 화엄경은 진본 60화엄이었는데,귀국하여 원효를 만났을 때 원효는 이미 그 화엄경을 알고 있었으며 화엄사상의 요체인 무애(無碍)를 실천하고 있었지요. 스님.원효가 어떻게 그토록 화엄경을 배울 수 있었을까요? 혹시 백제의 인도 승려와 교류하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의상과 원효가 화엄사상을 펼치는 방법에서도 원효는 민중 중심이었는데 반해 의상은 귀족 중심이었지요.그렇게 볼 때 의상이 화엄사와 어떤 관련을 가졌을 수는 있으나 백제 유민들의 슬픔을 치유시키기 위한 화엄사상의 실천자로서 화엄사를 중창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따라서 의상을 연기(緣起)라고 보는 견해는 자칫 백제역사를 신라기년(新羅紀年)으로 바꿔버린 정복자 중심 사관일지도 모릅니다.스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애달픈 사연’ 시청자 눈물샘 자극/MBC ‘꼭 한번 보고 싶다’

    TV를 보다 눈물이 나는 것 만큼 겸연쩍은 일은 없다.가족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평소 무뚝뚝한 아들 녀석이 눈물을 질금거리고 근엄을 ‘신조’로 삼아온 가장들의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MBC의 ‘꼭 한번 보고 싶다.’는 그런 프로그램이다.매주 금요일 오후 7시20분 방영되는 ‘꼭 한번…’은 평범한 사람들의 만남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인연 찾기’를 ‘그들만의 잔치’로 시큰둥하게 바라봤던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소리소문 없이 인기프로로 자리잡고 있다. 시청자들은 첫 회를 장식한 혼혈가수 소냐가 아버지를 찾았을 때 같이 울었고,39년 전 헤어진 어머니와 의뢰인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을 땐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쳤다.개그맨 남희석과 아나운서 박나림이 진행자의 본분을 잊은 채 울먹이는 것도,패널로 출연한 연예인들의 가식없는 눈물을 보는 것도 전혀 거북스럽지 않다. 사실 ‘꼭 한번 보고 싶다’의 소재 자체는 별반 새롭지 않다.그러나 일반인의 이야기를 품이 많이 드는 재연 드라마로 고급스럽게 포장해 재미를 주면서 가족·친구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여운까지 덤으로 준다. 시청자 게시판은 감동의 물결이다.“집사람과 앉아서 볼 때 한번도 울지 않았던 저를 매번 울리는 군요.” “밥 숟가락 뜨며 눈물을 억지로 삼키고.답답해져 오는 가슴 달래고.금요일 저녁 식사는 일주일 중 제일 긴 식사시간이 됩니다.” 평일 저녁시간대에 방영하기에는 다소 무겁다는 통념을 깨고 평균 18%대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유근형 담당 프로듀서는 “세상이 어려울 때 옛날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지 않느냐.”는 말로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혹자는 세상살이도 팍팍한데 TV까지 그럴 필요없다고 한다.그러나 때론 한바탕 크게 웃는 웃음보다 시나브로 나오는 눈물이 오히려 마음을 달래주는 약이 된다는 것을 이 프로가 말해준다. 박상숙기자 alex@
  • “옷차림이 곧 이미지”이미지 컨설턴트 박경화씨 조언

    남성들이 ‘옷차림도 경쟁력’이라고 말할 만큼 이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되는 시대,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비법이 있을까.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 컨설팅을 맡았던 박경화(사진·56)씨는 최근 펴낸 책 ‘나를 연출하는 이미지 컨설팅’에서 ‘이미지 메이킹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내적인 것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외적인 변화,즉 옷 입는 것에서 출발하라.’고 말했다.“흔히 옷을 잘 입는 것이 안목이나 감각이라고 하지만 저는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자신에게 맞는 색깔과 체형에 맞는 옷을 입는다면 좋은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지요.더욱이 외적인 이미지가 바뀌면 내면의 나도 자신감을 얻고,더 좋아지니까요.” 그는 독일 색채학자 요하네스 이텐의 이론을 패션에 도입해 발전시킨 4계절 팔레트 이론으로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선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찾으려면,그의 책 뒤편에 붙어있는 노랑과 파랑이 섞인 빨강과 녹색 색종이를 얼굴아래에 번갈아 대본다.노랑이 들어있는쪽이 어울리면 따뜻한 이미지,파랑쪽이 어울리면 차가운 이미지로 결정된다.그다음,눈빛이 강하고 피부나 머리카락이 윤기있다면 채도가 높은 색상을 고르는 것이 좋고,피부나 머리카락에 광택이 없고 부드러운 사람은 채도가 낮은 색상이 어울린다는 식으로 분류한다. “강한 눈빛의 사람이 낮은 파스텔 색상을 고르면 강한 눈빛이 시시해지고,눈빛이 부드러운 사람이 채도가 높은 선명한 색상을 입으면 사람은 사라지고 옷만 보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영어를 강의했던 그는 89년,런던 CMB에서 한국 최초로 이미지 컨설턴트 자격증을 취득했고,돌아와 한국색채연구소 교수부장을 지냈다.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과 대기업 사원연수,문화센터에서도 인기있는 강사다. 자신에게 맞는 색깔과 체형을 강조하는 그는 옷 잘입는 비법을 엉뚱하게 권한다.“우선 옷장 정리를 하라.”는 것.“바지와 스커트,자켓 등을 정리해서 갖고있는 옷을 알아야하고 작아지거나,입어서 돋보이지 않고 거북하기만 한 옷은 일단 장에서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당장 처분하기 아까우면잘 개켜서 일단 치우는 것이 좋지요.”특히 그는 몸이 불어서 못입는 옷은 정리하고,지난 1년간 단 한번도 입지않은 옷은 단호하게 처분할 것을 권했다.그리고 “올해는 옷장 청소하기 전에는 옷을 절대로 사지 말라.”고 권했다. 또하나 옷을 차려입고 모임에 나갔을 때,“젊어졌다.”거나 “예뻐졌다.좋은 일이 있나봐.”라고 이야기를 들으면 옷을 잘 입은 것으로 생각해도 되지만,“어디서 옷 샀니?”라는 질문이 돌아온다면 ‘사람이 안 보이고 옷만 보였다.’는 다소 비난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이며 직장인들의 옷차림 기본을 말했다. 허남주기자
  • [길섶에서] 소머리국밥

    며칠전 점심시간에 소머리국밥 집엘 가니 손님이 거의 없다.미국발 광우병 파동 때문이란다. 어릴 적 집안 어른들이 큰장을 보면 지게꾼에게 짐지워 돌아올 때가 있었다.10리도 넘는 길을 숨 헉헉 땀 뻘뻘 오고도 삯에다 국수 값 정도 얹어받으면 고맙다는 말을 열번도 더하고 가던 모습이 엊그제처럼 기억되는데,쇠고기가 기피대상이라니 세상 좋아지기도 했고 이상해지기도 했다. 썰렁한 방에 앉아 국물을 뜨니 맛도 예전같지 않은데 일행 가운데 한 명이 문득 국밥 이름이 목에 탁 걸린다고 말한다.재료나 조리방법이 그대로 드러나,듣고 먹기가 거북한 음식이 적지 않다는 데까지 말이 미친다.소머리국밥,내장탕,내장볶음,곱창구이,잡탕밥,닭똥집….소머리국밥 이름을 바꾼들 광우병 파동에 무슨 효험이 있으랴마는 파동과 관계없이 기왕이면 음식 이름을 예쁘게 붙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외국에선 별것도 아닌 음식에 온갖 ‘예명’을 붙여 사람을 현혹하기도 하는데….국밥 한 그릇 먹고 뒷덜미 땀을 손수건으로 훔치니 ‘머리국밥’이라는 이름이 더 뜨악하다. 강석진 논설위원
  • 꿈의 고속철, 삶의 지도 바꾼다

    바로 그 느낌이다.잔잔한 호수 위를 돛단배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느낌.그러나 속도는 시속 300㎞나 된다.점보 여객기 이륙속도인 시속 270㎞를 훨씬 웃돈다.1초에 무려 83.3m를 달려간다.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의 순간최대풍속 초당 60m와 비교가 안된다.하지만 속도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단지 저 멀리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버스들이 거북이처럼 보일 때에만 속도감이 느껴질 뿐이다.오는 4월 고속철시대 개막을 앞두고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미리 달려보았다. ■미리 달려본 고속철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 기존선을 타고 간 고속철은 광명역을 빠져나가자 승차감이 바뀐다.고속철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서서히 속도를 높인 고속철은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는다.그러나 미끄러져 간다는 느낌 외에 별다른 승차감을 느낄 수 없다.가속시의 덜컹거림도 없다.기존의 전동열차와 달리 전류와 전압 공급을 세밀하게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시속 300㎞에 도달하자 조금씩 좌우로 흔들거림이 느껴진다.이는 레일 시공에서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다.하지만 이 정도의 흔들림은 거의 무시해도 좋다. ●정숙함의 비밀은 관절 대차 고속철은 진동이 없다.진동이 없으니 소음도 없다.진동이 없는 이유는 레일에 이음매가 없기 때문이다.길이 25m의 레일을 용접해서 300m로 늘인 뒤 현장으로 운반해 다시 용접하기 때문에 고속철은 하나의 레일로 시공돼 있다.그래서 고속철 구간인 광명∼대전 140㎞와 옥천∼동대구 98.7㎞ 구간은 레일이 하나이다.레일에 이음매가 없으니 당연히 덜컹거림이 없다. 진동이 없는 또 하나의 비밀은 관절 대차에 있다.대차는 객차와 레일을 연결하는 주행장치.기존 열차는 2개의 대차가 1량의 열차를 떠받치고 있지만 고속철은 1개의 관절 대차가 2대의 차량 사이를 연결한다.이 1개의 대차가 2량의 열차를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곡선 구간에서도 진동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관절대차 때문에 소음 및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이 향상된 것이다. 고속철끼리 교행 시에는 공기 마찰 때문에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처음 당하는 사람은 조금 놀랄 정도다.●2등실에 가족용 테이블도 고속철의 1편성은 열차 20량으로 돼 있다.그래서 전체 길이가 388m나 된다.여객전무가 한바퀴 도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창문은 대형이어서 전망이 좋다.천장에 달린 2개의 모니터가 주행속도 등 차량 정보를 제공해준다.장애인용 휠체어 보관대도 마련돼 있다.팩스를 보내고 받을 수도 있다. 실내온도는 자동센서가 온도를 감지,항상 22℃를 유지하게끔 해준다.1등실 좌석은 1열 3석의 회전식이지만 2등실 좌석은 1열 4석의 고정식이다.고속버스처럼 앞만 보고 가야 한다.그러나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가족용 테이블이 8석 설치돼 있다. 각 객실 앞뒤에는 비상연락 벨이 설치돼 있어 여객전무와 통화할 수도 있다.또 비상탈출용 망치가 객차 당 4개씩 비치돼 있다.출입문 쪽 4개 유리창은 비상탈출용으로 제작돼 있어 쉽게 깨진다.선반 바닥은 투명해서 물건이 잘 보여 놓고 내릴 염려도 없다. ●좌석 간격 좁은 것이 흠 아쉬운 점도 있다.속도를 위해 차량을 경량화·소형화하다 보니 안락감이 희생됐다. 우선 2등실의 좌석배치가너무 답답하다.앞좌석 중심에서 뒷좌석 중심까지 거리가 93㎝에 불과하다.기존 새마을호의 115㎝에 비해 22㎝가 좁다.또 의자 1세트의 폭도 107㎝로,새마을호 112㎝에 비해 5㎝ 좁다.출입구와 좌석이 너무 붙어 있는 것도 흠이다.출입구쪽 승객은 문 여닫는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수익성을 고려해 좌석수를 늘렸기 때문이다.편의시설 표지판도 너무 작다. 또 터널을 통과할 때는 압력차 때문에 귀가 ‘웅웅’거린다.터널통과 시에는 소음 때문에 옆사람과 속삭일 수 없다.방음 펜스로 인해 바깥 경치 구경이 어려운 점도 아쉬움이다. 김용수 기자 dragon@ ■생활풍속도 어떻게 달라질까 고속철은 전국을 ‘1일 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게 된다.이에 따라 출퇴근,통학,주거,레저,관광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혁명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또 역세권 지역은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제 매일 만날 수도 있어요”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민(26)씨와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오정림(26·여)씨는 1주일에 이틀만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주말부부’다.한씨는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대전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오는 길이 늘 아쉽기만 하다.기차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오가는 데 최소 5∼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오는 4월이면 이들도 ‘평일부부’가 될 수 있다.한씨는 “고속철이 뚫리면 서울∼대전이 49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다.”면서 “이제 서울에서 통근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윤수(29)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에 자주 가보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바쁘기도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 때문에 조심스러워 선뜻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 이런 김씨에게 고속철 개통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김씨는 “비행기보다 싸고 안전한 데다 역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 집까지 쉽게 갈 수 있으므로 아내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자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넓어지는 생활권 이처럼 고속철은 국토의거리를 좁혀 생활반경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철도청 정문영(42) 고속철도홍보팀장은 “서울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흑산도·홍도 등 섬 지역도 목포까지 고속철을 타고 간다면 하루에 왕복할 수 있다.”면서 “명절에 고향에 가기 위해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에서 하루종일 견뎌야 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충청권과 수도권이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비용을 감수한다면 서울에서 대전·천안지역까지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해진다.따라서 대학 등 교육기관이 지방으로 분산되고,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주거지역은 서울과 수도권 주변 도시를 벗어나 충청권까지 확장된다. 레저·관광의 범위는 한층 넓어진다.영·호남지방이라도 고속철역과 가까운 지역은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으므로 주5일제 시행과 맞춰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 주말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대학 관광경영과 권혁률(41) 교수는 “고속철이 개통되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관광산업이 전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면서 “각 지역에서 특색있는 분야를 발전시킨다면 역 주변을 중심으로 특화된 문화·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도시 활성화 고속철 개통은 지방도시들을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일본에서는 지난 1964년 신칸센이 개통된 뒤 15년 동안 신칸센이 정차하는 8개 지역의 인구증가율이 1.4%로 전국 평균 1.17%보다 훨씬 높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는 다양한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오는 5월까지 경부고속철 주요 역 주변에만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고속철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대전은 역을 중심으로 도시기능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천안역 주변은 종합위락단지와 대학 캠퍼스 등을 갖춘 복합신도시로 개발되고,경기 광명과 안양 일대 60만평은 택지개발예정기구로 지정돼 중심상업지역으로 개발된다.2010년 개통 예정인 충북 오송은 중부권의 신흥도시를 꿈꾸고 있고,김천과 구미에는 첨단복합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루 15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 구내에는 다양한편의시설이 들어선다.서울역에는 백화점 콩코스가 문을 열고,용산역에도 백화점이 들어선다.할인점들도 입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RE멤버스 고종완(47) 대표는 “지금까지는 시간거리와 공간거리가 비례했지만 고속철 개통은 이러한 구조를 재편시킬 것”이라면서 “역 주변의 주거여건이 좋아지면서 점차 공단 등이 들어서고 대학과 공공기관이 이전,지방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유지혜 기자 taecks@ ■驛舍 마무리 한창 오는 4월 고속철 개통과 함께 경부·호남선의 전국 주요 역사(驛舍)가 ‘깜찍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된다.또 광명,천안·아산역은 고속철 개통에 맞워 일반인들에게 처음 선보인다.100년 철도역사의 흑백 사진이 사라지고 현대적·국제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컬러의 옷으로 갈아입고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통합 서울역사 지난달 오픈 지난 12월 18일 기존 서울역과 맞닿은 남쪽에 증개축된 역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전체 공정률은 99%.지하 2층,지상 5층의 건물로 전체적인 특징은 활을형상화해 고속철도의 역동적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지난 2000년 5월부터 총사업비 987억원(철도청 125억원,한화역사㈜ 862억원)이 투입됐으며, 상업시설은 오는 6월 완전히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의 역사는 철도박물관 등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지하에 환승광장을 신설,서울역과 지하철역을 연결시키고 있으며 역사 2층에 환승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연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민자역으로 확 바뀌는 용산역 용산 고속철 역사는 경부·호남선과 지하철 1·4·6호선 등 모두 9개 노선이 지나는 철도교통의 새로운 심장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99년 1월 현대역사㈜가 5073억원을 출자한 민자역사로 2005년 9월 완공예정이다.그러나 역무시설은 고속철 개통에 맞춰 완공된다.지하3층,지상9층에 이르는 현대적 친환경 건물을 표방하고 있다.아울러 주변의 벽산 메가트리움,대우 트럼프월드3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이 늘면서 대규모 주상복합타운이 형성될 예정이다. ●광명역사 99.6%의 공정률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다.지하2층,지상2층으로 건물 외관을 첨단 고속철의 이미지로 장식했다.2008년까지 정부가 일직동과 소하동,안양시 석수동,박달동 등 일대 70만평을 종합환승센터 및 비즈니스·상업·주거기능이 복합된 역세권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교통요지로 발전이 기대된다.현재 주변도로 및 광장 정비공사 등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다. ●천안·아산역사 이달 완공 역사 명칭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천안·아산역은 지하 1층,지상4층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다.역 설계 개념은 미래 호남고속철 분기점을 고려했으며, 역사 토목구조물로 인한 도시 양분화를 극복하기 위해 동서 관통로 8곳을 설치했다.총사업비 644억원이 투입됐으며 8년간의 공사 끝에 이달 중 완공될 예정이다. ●대전 증축역사는 영업중 총사업비 352억원을 들여 지난 2000년 12월부터 공사를 해왔으며 오는 3월 완공예정이다.지난해 5월 새로 증축된 역사는 일반인들에게 우선 오픈됐다.현재 기존 역사의 동쪽 부분에 연결통로 정비 등 마감공사가 한창이다.전체 디자인은 교통의 요충이자 기술한국의 입지인 대전지역 특성을 고려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동대구역 주차장시설 대폭 확충 현재 전체 공정률 97%를 보이고 있는 동대구 역사는 39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일부 기능은 지난해 7월부터 영업 중이며 현재 기존 역사 손질만 남겨 놓고 있다.고속철 개통 이전에 모든 공정이 완공될 예정이다.기존에는 역광장에서만 출입이 가능했으나 지하철역과도 바로 연결되고 동쪽 효목네거리에서도 진입이 가능토록 했다.20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을 새로 확보했다. ●부산역사 2월중 증축 완공 76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3년 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전체 공정 3단계 중 1단계는 2002년 11월에 완공됐으며, 2·3단계 공사는 오는 2월 완공될 예정이다. 지상5층 건물이며 배의 용골과 늑골 및 돛대의 상징을 살려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호남선 역사는 개·보수중 서대전역을 제외한 익산·광주·송정리·목포 역사는 대부분 홈지붕이나 승강장 등을 중심으로 개·보수작업이 한창이다.서대전역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153억원을 투입해 현재 9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서대전역은 여자 화장실에 별도의 화장대를 설치,눈길을 끌고 있다. 김문기자 km@ ■얼마나 빨리 가나 ‘서울 시내에서 대구까지 가장 빠르게 가려면 어떤 교통편이 좋을까.’ 국내선 항공기의 평균 속도가 시속 800∼850㎞이고 고속철이 평균 220㎞로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비행기 쪽 손을 들어줘야겠지만 실상은 다르다.도심간 이동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선 도심으로부터의 접근성,대기시간 및 실제 운항시간 등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비행기로 서울∼대구간을 이동하는 소요시간을 계산해보자.승객이 김포공항을 출발,대구공항에 내리는 시간은 55분.하지만 승객들은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미 40분에서 1시간을 보내야 했고 탑승수속에도 최소 20분이 걸린다.이에 대구시내까지 들어가는 시간인 15분을 합치면 총 소요시간은 2시간10분에서 2시간30분이 걸린다. 반면 도심과 도심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은 대구까지 1시간39분이면 충분하다.서울∼부산,서울∼광주 등 기타 노선도 별반 차이가 없다.서울역을 출발한 고속철 승객은 2시간40분이면 부산의 중심인 부산역에 도착하지만 항공편 여행자들은 그 시간에 김해공항에서 부산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 있어야 한다.이에 대해 모 항공사 관계자는 “대구 등 일부 구간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고속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이 마련한 고속철도운임체계(안)에 따르면 요금은 서울∼동대구 4만원,서울∼부산 4만9900원 등으로 항공기 요금의 70% 수준이다.이에 ‘고속철로 인해 최대 80%까지 국내선 항공기 승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항공사들은 “내년부터 항공편 감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고속버스는 ‘레일 위를 날아다닌다.’는 고속철과 비교하면 ‘거북이’ 신세지만 가격경쟁력에 있어선 탁월하다.서울∼대전 구간은 고속철 요금이 2만 600원인데 반해 일반 고속버스는 7000원으로 33.9% 수준이다. 유영규기자 whoami@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대한포럼] 잃어버린 1년

    산 좋아하는 사람 산에서 죽고,물 좋아하는 사람 물에서 죽는다는 말처럼 정치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올 한해 정치 때문에 죽어났다.‘죽어났다’는 표현이 너무 과격하다면 ‘곤욕을 치렀다’ 정도로 바꿔도 괜찮다. 1년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돌이켜 보자.‘코드 인사’,대통령과 장관들의 수많은 문제 발언,여당 분당,불법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수사,선거법 협상 등으로 정치권은 1년 내내 듣기 거북한 공방을 벌였다.대통령도 국회도 지혜를 모으는 정치과정을 작동시키기보다는 실컷 싸우다 막판에 몰려 현안들을 ‘땡처리’하곤 했다.정치권의 올 1년은 ‘잃어버린 1년’이었다. 정치가 사회적 투입(Input)을 적절하게 산출(Output)로 바꿔내 주지 못하면서 사회나 경제,외교·안보 분야도 꽤 시끄러웠다.부안 방폐장,사패산 터널공사,새만금 공사,NEIS,노동자 분신 자살,송두율 사건,이라크 파병,대북송금 특검,집값 폭등,청년 실업과 삼팔선까지 내려온 조기퇴직 바람,경기침체,한·칠레 FTA 비준 ….대구지하철 참사까지 더해지면 올 한해 나라 전체가얼마나 어둡고 힘든 한해를 지내왔는지 실감이 난다. 밝은 면을 꼽는다면 새 정권의 출범,권위주의의 완화,호주제 폐지 민법의 제정 임박,수출 호조 정도다. 왜 한해가 이다지 시끄럽게 지나갔을까. 개별 현안의 실질 내용과 쟁점에 대해 처방전은 무수하게 나왔다.물론 대부분의 처방전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처방전이 너무 많은데다 온갖 돌팔이의 처방전도 섞여 있었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면서 1년을 보냈다.우리 사회는 최근 전문가보다는 전투적이거나 거친 언사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조직화된 약간명의 보통 사람들이 혜안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사회가 돼 버렸다.제도화가 정치발전이라는 헌팅턴의 말과는 거꾸로 올 1년동안 우리 사회는 탈제도화 즉 제도의 기능과 영향력이 약해진 1년이었다.사회문화적인 면에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사회는 슬로건에 묶여 있다.치밀한 논의,이성적 판단,구체적 실행 계획보다는 슬로건이 우선한다.슬로건은 마패다.다양성과 다원주의에 내리는 ‘동작 그만’의 명령이다.개혁·진보·자주라는슬로건이 제시되면 찬반만이 요구됐다.보수진영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것저것 따져묻는 중간자들도 슬로건 문화에선 단지 ‘회색분자’일 뿐이다.슬로건 문화의 속박에서 해방돼야 한다. 우리사회는 ‘포지셔닝’에 매몰돼 있다.포지셔닝은 어느편인지를 선택하라는 강요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분법적 사고의 ‘그들’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지만 포지셔닝 문화에서는 토론이 제대로 될 리 없다.상대방에 대해선 거칠어도 괜찮다.아니 오히려 멋져 보인다.올 한해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 준 것은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이었다. 우리 사회는 정치 과잉,주장 과잉의 시대를 맞고 있다.이익단체나 시민단체들이 거의 모두 정치단체화했다.언론도,학계도,문화계도 정치담론이 무성하다.미국 정치학자 피터 바크라크가 정치적 무관심이 정치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행위자들이 정치 과잉으로부터 벗어나길 권하고 싶다. 모든 게 나쁘다고 말하면 실제로는 아무 것도 나쁜 게 없다는 말과 같게 된다고 한다.이 글도모든 게 문제라고 말한 건지도 모른다.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걸어갈 시간이 ‘되찾는 1년,5년,10년’이 되려면 고쳐야 할 문제점,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가려지고,이를 실행할 구체적 행동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지금 가장 고약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그것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이 새해에 우선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강 석 진 논설위원 sckang@
  • ‘명예·용기’ 무사도에 대한 찬가/16일 개봉 라스트 사무라이

    제임스 클라벨 감독의 ‘쇼군’을 필두로 서구 영화의 창에 비친 사무라이 모습은 이제 풍성해졌다.그러나 대개 바깥의 시선이었다. ‘하라키리(割腹)’와 게이샤만 부각시키며 추상적으로 묘사하거나 폭력,인명경시나 남성 중심문화의 대명사로 일그러뜨리기도 했다. 이런 시각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 새달 16일 개봉되는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보고 싹튼 그의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은 역사서 탐독으로 이어졌고 1876∼1877년에 일어난 사무라이 반란을 모티프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일본 전통정신의 상징인 사무라이의 부시도(武士道)에 대한 즈윅 감독의 찬가다. 영화는 남북전쟁 참전 뒤 전쟁에 대한 환멸로 망가져가는 알그렌(톰 크루즈)대위의 몰골을 비추며 열린다. 화려한 전적을 세웠지만 세태의 변화 속에 명분 잃은 살육에 대한 환멸은 내내 그를 짓누르는 악몽이다.알코올에 찌든 채 총술 쇼로 연명하는 그에게 옛 부하가 일본군대를 근대식으로 훈련시킬 교관을 찾는 일본 공사를 소개해준다. 조국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알그렌은 일본으로 건너와 총술을 가르치다가 근대화에 저항하는 최후의 사무라이 카츠모도(와타나베 켄)가 이끄는 집단과 전투하다 생포된다.이상향에 가까운 그들의 마을에 살면서 명예와 용기를 중시하는 무사도의 정신세계에 매료되고 자신을 누르던 살상의 악몽에서도 벗어난다.마침내 황제의 무장해제에 저항하는 사무라이 집단의 최후의 일전에 가담한 뒤 그들의 ‘실패 아닌 실패’를 증언해준다. 2시간 33분의 러닝타임에서 알그렌의 방황과,사무라이 정신에 눈떠가는 과정을 다룬 초반부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진다.하지만 갈수록 박진감 있게 진행되면서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는 스케일 큰 서사시를 연상케 한다.알그렌 대위라는 개인의 방황과 철학적 요소를 짜임새 있게 버무리면서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6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마지막 전투’신은 웅장하고 생생하다.곡사포와 연발식 기관총,총으로 무장한 천황군 앞에서 ‘활과 칼’뿐인 사무라이들이 패배가 뻔히 보이는 전투에 임하는 장면은 비장감마저 풍긴다.이미 세계적 스타로 자리잡은 톰 크루즈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열연으로 영화를 끌어간다.그리고 일본 사극의 대표배우 와타나베 켄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과거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우리의 정서에 비춰 사무라이 정신에 매혹된 즈윅 감독의 해석이 약간 거북하게 다가오기도 한다.그러나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해석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스케일이 큰 그의 영상미와 극적인 이야기 전개는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이종수기자 vielee@
  • “요란한 다비식도 세상의 빚인것을…”길상사 회주 ‘마지막 법회’ 주관 법정 스님

    “묵은 틀에 얽매여 있으면 안됩니다.한 생각 일으키면 훌쩍 버리고 떠나는 것이 출가정신입니다.그 맛에 중노릇하는 겁니다.” 법정(法頂·71) 스님이 2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승려)로서 마지막 정기법회를 주관하면서 이같이 소회를 밝히고 무소유의 삶으로 돌아갔다.올해로 10년째 이끌던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 자리도 지난달 말 내놓았다. 스님은 길상사 창건 6주년을 맞아 신도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법회에서 최근 잇따라 열반에 든 스님들의 입적을 화두로 삼아 번다한 영결·다비식과 사리에 집착하는 풍토를 비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사리를 남기면 큰 스님이고,사리 안 남기면 큰 스님이 못되는 것이 아니라,진짜 사리는 부처님이 45년간 중생을 제도한 대장경 법문”이라고 설파하면서, 죽을 때 무슨 말을 남길 것인지 정리해볼 것을 제안했다. “내일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생각해 보세요.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에요.죽음이 받쳐주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것입니다.죽음이 싫으면 살 줄 알아야 해요.사는 목적,목표가 있어야 해요.” 아울러 스님은 “생사에 거리낌없는 경지를 생애 마지막에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임종게인데,지금은 임종게가 남용되고 있다.”면서 “한 스님이 임종게를 남겨달라.’는 제자들을 꾸짖으며 ‘내가 지금까지 해온 말이 곧 임종게’라고 했듯이,어떤 말을 남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느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월간소식지 12월호의 ‘내 그림자에게’라는 글을 통해서도 “지금까지 많은 법회와 30권에 이르는 책에서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는데 정작 내 자신은 많은 말을 쏟았다.”고 반성하고 “앞으로 꼭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밝혔었다. 길상사에서 두달에 한번씩 열던 법회도 봄 가을 두 차례만 가질 예정이다.‘맑고 향기롭게’에 글을 쓰는 것은 그대로 유지한다.“나도 언젠가 죽을텐데 갑자기 사라지면 대중이 적응하기 힘들지요.천천히 사라지는 연습을 해야지요.” 스님은 “그동안 사람들이 ‘회주’라고 부르는 것이 마치 ‘회장님’처럼 들려 거북스러웠다.”면서 “지금 나이엔 화사한 봄꽃의 아름다움보다 늦가을에 피는 국화의 향기로움처럼 남고 싶다”고 말했다.스님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면서 “다비식을 요란하게 하는 것도 시줏돈으로 지는 빚”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호기자 kimus@
  • [대한포럼] 고해성사를 아는가

    언제부턴가 혼탁한 정치판에서 ‘고해성사를 해야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상을 규명한 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지하차고 접선’에 ‘차떼기’까지 동원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대선자금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정치권이다.그런데 이 사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때 ‘고해성사…’얘기를 하고있어 더 이상 달아날 수도,숨길 수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려 거북하다. 고해성사는 가톨릭교회의 중요한 전례 가운데 하나다.진심으로 죄를 반성하고 진실되게 고백하며 잘못에 상응한 벌을 받음으로써 죄가 용서된다.그래야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고 멀어진 이웃과 화해할 수 있다.그래서 이 성사를 ‘고백성사’ 또는 ‘화해의 성사’라고도 한다.진실한 고백과 용서와 화해를 이루고야 고해성사는 완성된다. 그러나 지금 정치판에서 들려오는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무래도 생소하다.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그 엄청난 액수의 불법자금을주고받고도 검찰 칼날의 표적이 되기 전까지는 모르쇠다.분식회계 등 부당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보험성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건네준 기업이나,조직폭력배 수준의 방법으로 돈을 뜯은 정치권이나 마찬가지다.철저한 참회와 반성을 읽을 수 없다.기업은 얼마를 어떻게 조성해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건네줬는지,정치권은 어느 정도 받아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하는데도 진실된 고백이 아직 없다.재계는 또 나라 경제가 걱정되니 적당히 수사해달라고 요구하고,정치권 역시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다.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며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자세를 찾을 수 없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15일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자신이 지시한 일이라며 국민앞에 사과하고 감옥행을 자청한 일도 마찬가지다.검찰 수사로 밝혀진 불법 대선자금 500억원을 시인한 것 외에 진실규명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단이다.오히려 준비 안 된 검찰에 느닷없이 출두해 수사만 방해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지금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 급선무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기에 앞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당직자들을 출두토록 해야 한다.그래서 진실을 완전히 파악한 뒤 죄상에 따라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처벌을 받고, 정계를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한다.이렇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 전 총재 역시 낱낱이 고백하고 처벌을 자청해야 순서다.“500억 이외 더 드러나는 자금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대목에서는 이 전 총재 스스로 불법 자금의 규모를 파악한 것으로 들린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 고백이다. 노무현 대통령 진영의 불법 대선자금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무엇보다 도덕성을 앞세우던 386측근들이 무너지고 있다.불법 자금을 전혀 받지 않았다던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은 썬앤문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들통났고,대통령의 왼팔이던 안희정 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창당준비위원장은 11억 4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아직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측근비리를 수사할 특별검사가추천되고 있는 시점에 노 대통령은 ‘직 걸고 정계은퇴’발언을 해 일파만파의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한나라당 불법자금의 10%가 무슨 기준일 수 있는가.이 발언 역시 검찰 수사에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아울러 노 대통령도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를 알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그렇다면 대통령도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지금이야말로 참다운 고해성사를 한 뒤 부패정치를 청산할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최 홍 운 논설위원실장 hwc7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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