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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로 누드·루크·쇼 마련하는「디자이너」

    한국 최초로 누드·루크·쇼 마련하는「디자이너」

    <말하는 분> 김비함(金毘含)씨 한국여성의 양장(洋裝)연령은 이제 겨우 20여년이다. 1년에 열 다섯 사람쯤의「디자이너」가 발표회를 갖는「패션」계의 실정은 그 어린 나이에 비하면 숙성한 걸까. 겨우 스무 살의 어린 나이지만 우리「패션」계에도 작품에「오리지널리티」를 주려는 몸부림은 있다. 12월초의 첫 발표를 앞두고「오리엔털·누드·루크」를 준비하는「디자이너」비함(毘含)여사의 변을 들어보자. “열등감 해소작전 펴겠다” 세 벌의 투명의상 만들어 혈색이 몹시 나쁘다. 며칠동안 의상제작과「보디·페인팅」의「패턴·디자인」에 몰두한 피로감 때문인가 보다. 세 벌의「누드·루크」의상 중 하나는「체인」이 6개 가슴에 매달려 안이 들여다 보이는「칵테일·드레스」, 또 하나는 앞은「타크」로 주름을 넣어 1cm폭의 투명 직선이「웨이스트」까지 내려오고 등은 완전한 투명인「롱·드레스」, 다른 하나는 전신에「보디·페인팅」을 하고「히프」이상을 완전히 투명하게 한「미니·드레스」. 모두 흑색(黑色). - 첫 번 발표회에 이처럼「쇼킹」한, 이를테면 벗기는 작품을 만드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내가「살롱」을 가지고 손님들의 옷을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2년 반이에요. 비록 장사이지만 이만큼 손님들의 몸을 소재로 하는 제작활동을 해왔으면 무슨 철학이든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우리 여성들의 육체관을 이제 알아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나를 찾아 오는 손님,「모델」들 가운데 자기 몸에 대한「콤플렉스」를 갖지 않은 사람은 딱 2명 밖에는 못 보았습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쩐지 어색해 보이는 사람. 그 사람은 반드시 그「디자인」의「키·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의식하고 또 거기「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에요.』 -「미니·스커트」를 입고 치맛자락을 잡아 당기는 사람은 다리「콤플렉스」이겠네요. 『그렇죠. 다리가 고운 사람이 입은「미니·스커트」, 아주 예쁘잖아요?「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의 옷은 만들기도 힘들어요. 대담한 것은 못 입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이「콤플렉스」를 없앨 수 있을까 늘 궁리하고 있었어요. 더러는 설득도 하고. 그런데 지난 가을「파리·콜렉션」에서「누드·루크」의 의상을 입은「모델」들은 절대로 B·B나「소피아·로렌」같은「글래머」는 아니더군요. 다리가 밉든 곱든, 가슴이 크든 작든, 생긴대로의 자기가 누구든 그 자신으로서는 최선의 모습이라고 난 생각해요. 가슴에 딱딱한「패드」넣고「히프」에는「거들」입고 하는 것 얼마나 불편합니까? 아, 이런 의상을 이번 발표회에 내놓아서 육체의「콤플렉스」해소 작전을 펴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콤플렉스」가 있으면 입든 벗든 그 여성은 거북스럽고 추해요』 전신「페인팅」착상하고 전위미술인과 공동작업 - 그렇지만 살을 감추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 여성의 미덕이 아니겠어요? 『물론 그래요. 가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디자인」이 얼마든지 있지요.「노·슬리브」,「미니·스커트」로 좀 노출하고 싶은데 그것을 멋있게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걱정인 거죠. 그렇다고 서양사람들처럼 완전투명은 발표가 불가능할 것 같고 우선「모델」이「콤플렉스」없이 입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보디·페인팅」입니다. 운이 좋아서 전위미술 동인인 정찬승(鄭燦昇)씨, 정강자(鄭江子)양을 만나게 됐죠』 -「페인팅」의「디자인」도 선생님이 하셨나요? 『전신에 칠한다는 착상은 제가 했어요.「디자인」은 셋이 같이 하고. 동양적으로 청결한「이미지」를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인데 그 점에서는 성공했어요』 「버스트」에는「데이지」모양의 은색, 녹색, 진달래색 꽃이 그려졌고 발에는 같은 꽃의「슬리퍼」를 그렸다. 그리고 하반신 전체에 녹색을 입혔는데 그처럼 식물적일 수가 없었다. 전혀「누드」의 느낌이 오지 않았다. 『발표된 것만 따진다면 몸 전체를 한 개의「모티브」로 다룬 전신「보디·페인팅」으로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림이 모두 눈, 입술, 이파리 따위로 매우 구체적인 것밖에는 본 기억이 없거든요』 한국「패션」계엔「노·코멘트」“묵묵히 자기 일만 하겠다” -「액세서리」「디자인」도 직접 하신다는 소문 정말이에요? 『제가 원래 이대 미술과 출신이에요. 자수가 제 전공이었죠. 이번「모델」들에게 입힐 옷에 맞추어「액세서리」를 전부「오리지널」로 장만했어요. 놋과 구슬을 많이 썼습니다.「모티브」는 한국의 가구장식에서 얻었죠』 1959년에는 한국 최초의 추상자수전시회, 62년에는「액세서리」전시회를 가진 일이 있다. 목각의 단추며「펜던트」「벨트」들이 호평을 받았었다. - 다시「누드·루크·드레스」얘기인데요. 그것을 입고 갈 장소와 때를 어떻게 권하십니까. 『「시폰」이라는 옷감 자체가 평상복으로 입힐 수 없는 것이에요. 그러니까「파티·드레스」로 마련한 의상입니다. 허물없고 탈속한 친구들이 모이는 동인회「파티」같은 곳에서는 입을 수 있는 것이겠죠. 물론 발표회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옷이지 이런 옷이 보편화될 형편은 아닙니다. 소매만 투명한 동체에 안을 대서 입는 형식의 옷은 이미 입혀지고 있잖아요? 만일 안을 대고「파운데이션」을 벗어 버리는 것은「호스테스·드레스」로 가능하겠죠』 - 이「누드·루크」이외에 이번 발표회를 위해서 마련한 다른 작품의 얘기도 좀…. 『첫 발표회서만이 아니라「오리지널리티」가 없는 작품 발표회는 안하니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서양에도 동양에서「모티브」를 얻은 새「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이를테면「헴·라인」을 누르지 않는 것은 우리의 진솔옷과 같거든요. 이런 조그만 부분에서라도「모티브」를 한국 것으로 잡고 싶어요.「포멀·드레스」는 한국의 건축이 갖는 곡선을 살리고 싶은데「아리랑·드레스」와「이미지」가 다른게 나올 것도 같아요』 한국「패션」계로 화제를 돌리려 하자「코멘트」를 거부. 그것이 동업자간의「에티케트」라고 했다. 묵묵히 각기의 작의(作意)에만 충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다른「디자이너」에게는 그들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비함여사에게는 육체에 대한「콤플렉스」가 눈앞의 문제이다. 이번에 시도하는「오리엔털·누드·루크」가 여사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을까. 대담한「디자인」을 입어낼 숙녀가 느는 것은 즐거운 일일 수밖에 없으니 성공을 빌어야겠다. [ 선데이서울 68년 11/17 제1권 제9호 ]
  •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문학! 아시아를 말하다] (하)인도네시아

    “포스트 포스트-식민주의를 꿈꾼다.”식민지배를 경험한 국가들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식민유산의 청산이다.‘청산’이라 해서 무조건 쓸어내는 것만은 아니다. 어찌보면 어떤 시대든 한 시대가 지나면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 작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스트-식민주의다. 이 작업은 프랑스 식민지배 경험이 남긴 알제리의 혼란을 형상화한 프란츠 파농의 작업에서 시작됐다. 나이지리아의 치누아 아체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드, 인도계 미국인 가야트리 스피박과 호미 바바의 작업들이 대표적인 포스트식민주의론으로 꼽힌다. ■ 김재용 원광대 교수 제시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식민지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다 90년대 초반 페미니즘이 활성화되면서 급격하게 유입됐다. 그러나 이들의 포스트식민주의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들 이론가들이 서양중심적인 시선 대신 스스로의 시각을 되찾자며 내세운 동양은 바로 서양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였던 아프리카와 아랍·인도 등 서아시아다. 같은 동양인인 일본에 침략과 지배를 받았던 동아시아국가들과 경험이 비슷할 수 있을까. 포스트-식민주의의 ‘뒤에 오면서, 동시에 뛰어넘는’ 포스트(post)가 하나 더 붙어야 하지 않을까. 문학평론가인 김재용 원광대 교수의 문제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도네시아 국립대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김 교수는 한국문학의 과제로 두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중심주의를 피한다며 만들어진 아시아주의의 함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1940년대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라는 일제의 대동아공영권 구호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에게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유럽중심의 근대라는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동아공영권에서 보듯 이들의 아시아주의는 순수하지 못한 아시아주의다. 김 교수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와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아시아인이기에 아시아는 하나여야 한다는 본질주의적 아시아주의는 기본적으로 폭력성을 안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개별성을 인정해주는,‘역사적 아시아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동시에 안고 또 넘어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일본식 국가주의 연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인도네시아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해주는 거점입니다. 역사적 아시아주의를 가꾸어 나가는 데 인도네시아가 지적 교류의 다리가 되어 줬으면 합니다.” 김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8월말쯤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주변국과 함께 식민지배의 경험과 청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에는 ‘인도네시아와 타이완 등은 한국과 역사적인 경험이 달라 식민지가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이 널리 퍼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학술대회를 통해 그런 한국의 통념도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ho1904@seoul.co.kr ■ 이다 국립대 인문대학장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국립대 구내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올드보이’‘연애소설’ 등 한국영화 상영을 알리는 포스터가 꽤 눈에 띈다. 약하긴 하지만 한류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화교 중심이지만 서서히 번질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없다. 인도네시아 국립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박사급 연구자가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심포지엄 뒤 열린 국립대와 ACN 관계자간 미팅에서 국립대는 이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이다 순다리 후센 인문대학장은 한국측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불문학을 전공했다는 이다 학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대단히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과를 만드는데 양국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박사급 인력 5∼6명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인력의 양성·배치 방안과 한국측의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면 초기에는 한국에 의존하겠지만 몇년 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학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다 학장은 또 양국 대사관을 통해 양쪽 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인력풀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교류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ho1904@seoul.co.kr ■고영훈교수가 말하는 한·인니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인도네시아 말은 매우 간단하다. 그래서 아주 문학적인 표현이나 고도의 전문용어가 아니라면 1년 살았거나 30년 살았거나 언어능력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과거·현재·미래 시제도, 동사 변화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언어가 있을 수 있을까. 비밀은 다양한 인종, 민족, 언어 구성에도 불구하고 2억 4000만 인구의 거대한 근대국가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19세기 말까지 인도네시아어 구어는 카스트에 따라 9단계의 존비법이 있는 대단히 복잡한 말이었다 한다. 그러나 근대국가건설과 국가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옛 구어는 폐지됐다. 대신 가장 간략한 말레이어 계통을 이어 받으며 문자는 알파벳을 차용했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인도네시아 또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나라다. 중국보다 1년 앞선 1920년 아시아 최초의 공산당이 창당됐고, 저 유명한 ‘반둥회의’를 통해 제3세계 비동맹중립외교를 주창했다. 노무현-김정일을 연결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혀 화제를 모았던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의 딸이다. 수카르노와 김일성은 제3세계 동지였다. 수카르노의 모나스타워와 김일성의 주체탑이 닮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반공국가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일본 대사관에 장갑차가 진주해있고, 한국의 까다로워진 입국절차에 맞서 한국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대우를 철회하는 등 9·11 테러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나라다. 미국 중심 세계관에 젖어 있는 한국과 공통점이 있을까. 한국외대 고영훈 교수는 그럼에도 식민지 경험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250여년간의 네덜란드 통치 경험에 이은 3년반 정도에 걸친 일본의 식민통치. 일제는 백인에 맞서 황인의 이익을 지키자고 외쳤고, 네덜란드에 저항하던 인도네시아인들은 온 몸으로 일제를 환영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250년간 통치보다 3년반의 통치가 훨씬 더 가혹했던 것. 일제의 통치기법은 단순했다. 바로 한국을 36년간 통치한 기술을 그대로 옮겨와 적용하는 것.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는 ‘Koreanlization’(한국화하다)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여기에다 66년 수하르토 장군을 중심으로 한 반공우익 군부집단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일본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자들을 억압한 것도 비슷하다. cho1904@seoul.co.kr ■노벨문학상 후보 거론 ‘파프람’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조태성특파원|프라무디아 아난다 토르.‘파(Pak·선생님)프람’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문학의 거장이다.‘식민지배와 독립’이라는 민족주의 주제를 파고든 그의 소설은 외국에서 높게 평가받았다. 그 때문에 80년대 중반 이래 끊임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도 대표작 ‘밍케’ 등 몇몇 중·단편소설 등이 번역·출간됐다. 그러나 반공우익 독재정권에게 강력한 민족자주노선은 어디서나 거북스러웠던 모양이다. 수하르토 독재정권은 80년대 초반 그의 책 모두를 금서로 지정했다. 금서로 지정되기 직전까지 수하르토 정권의 부통령은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사를 쓰고 있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독재정권이 붙인 금서딱지는 외려 품질보증서였던 셈이다. 지금은 18년간의 수감생활과 고문에 지친 80세의 노인이 됐다. 하지만 ACN과의 심포지엄이 있다는 소식에 억지로 참석해 심포지엄 내용을 꼼꼼히 챙겨 듣고 있었다. 여유도 잃지 않았다.“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제 치매에 걸릴 나이”라더니 “기억력도 예전만 못해서 받을 빚 외에는 자꾸 잊는다.”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한국과의 만남에 대한 느낌은. -먼 나라인데다 어찌보면 역사적으로 크게 관계가 없는데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놀랍기도 하고 너무도 반갑다. ▶최근에 쓰고 있는 작품은 있나. -나는 이제껏 충분히 썼다.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은 노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제껏 모아뒀던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6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문학과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정리해둬야겠다는 생각이다. ▶자신만의 문학적 모티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가를 통합하고 근대를 이룩해낸 작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의미만은 아니고 외려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 근대국가를 이룩한다는, 그 진취성이 남긴 폐해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나는 참여문학에 대해 고민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 고민은 인류의 행복을 위한 고민이고 동시에 인류 공통의 고민이라고 본다. cho1904@seoul.co.kr
  • 100여년역사 김포 5일장

    100여년역사 김포 5일장

    서울의 북서쪽에 자리잡은 경기도 김포. 한국 최초의 벼 재배지로 우리 농경문화의 발상지인 이 지역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김포 통진쌀을 비롯해 시설 채소, 과일이 풍부하고 특용작물인 인삼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저자의 ‘얼굴마담´ 시게전… 찰보리 인기 높아 심광은 농협중앙회 김포시지부 차장은 “김포지역은 한강 토사가 운반과 퇴적작용을 거쳐 드넓게 펼쳐진 기름진 김포평야를 배후지로 하고 있는 만큼 예부터 쌀·잡곡·콩·채소 등 여러가지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쌀이나 잡곡보다는 찰보리·시설 채소·과일·인삼 등 고부가가치 농산물이 더많이 재배·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김포 5일장의 ‘얼굴마담’은 단연 곡식을 한데 모아 파는 시게전이다. 찰보리·좁쌀·검은쌀·참깨·들깨·팥·녹두·검은깨·수수·메밀·검은콩…. 우리들이 상식(常食)하는 곡물들이 총출동해 선보이며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게전의 백미는 찰보리. 변비·대장암과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웰빙식품인 덕분이다. “뭘 드릴까?”(주인) “찰보리 한 됫박만 주세요.”(손님) “젊은 사람이 통도 좁지, 한 됫박 가지고 얼마를 먹겠나, 적어도 서너 됫박은 돼야 식구들이 며칠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지, 좀더 사가.”(주인)“아니에요, 됐어요. 그냥 한 됫박만 주세요. 다음에 와서 또 사면 되잖아요.”(손님) ●표정마다 훈훈한 인심 지난 27일 김포 5일장의 시게전 앞. 비를 피하기 위해 비닐로 씌워 놓은 찰보리·보리·수수·메밀 등 10여개의 크고작은 곡물 고무 대야가 늘어서 손님들을 맞고 있었고, 그 앞에서는 70대 주인 할머니와 30대 젊은 여성이 옥신각신하고 왁자지껄하는 바람에 장터 옛모습 그대로여서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도붓장수들 야채·과일·잡화로 발길 유혹 찰보리와 쌀을 섞은 밥을 즐겨 먹는다는 주부 사공영혜(38·김포시 사우동)씨는 “보리는 몸에 좋기는 하지만, 밥을 지을 때 미리 삶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데다 먹을 때도 입맛이 깔깔해 애들이 싫어한다.”며 “그러나 찰보리는 소화를 도와 변비를 해소하고 혈당의 증가를 막아 당뇨병 예방 등에 좋은 데다, 보리처럼 삶을 필요가 없이 씻어서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2일과 7일에 장이 서는 김포장은 1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장터. 김포시 북변동 구 직행버스 터미널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경기도내에서 모여든 300여명의 도부꾼들이 시게전 외에 야채·과일·의류·생선·먹을거리 등 각양각색의 다양한 물화를 가득 쌓아 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용필(58) 민속 5일장 상인회 회장은 “예전에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라가는 김포 통진쌀이 유명한 쌀 시장이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농협 등을 통해 계통출하된 소량의 각종 곡물과 일용잡화·야채·과일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그래도 이들 상품의 3분의2가 김포에서 생산되는 것인 만큼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건강식품·한약 노점도 ‘명물´ 김포장의 또 다른 쇼핑코너는 건강상품과 한약 노점이다. 이들 상품 중에서 녹각영지버섯과 볶은 검은콩이 눈길을 끈다. 사슴 뿔 모양의 활엽수 고사목과 그루터기에서 자생하는 영지버섯의 일종인 ‘녹각영지버섯’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간장보호, 정력 증강,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는 등 산삼에 버금가는 건강식품이라는 게 주인의 설명.100g에 1만 5000원.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는 볶은 검은콩은 한 됫박에 3000원이다. 한약 노점도 인기 품목. 황기·칡·천궁·녹차·둥글레·감초·당귀·복분자·산수유·오미자·헛개열매·헛개나무 얇게 썬 것·옻나무·엄나무·뽕나무·느릅나무·작약·백출·도라지·맥문동 등 200여가지의 말린 한약제가 나와 있다. 값은 2000∼1만원이 주류. 주부 이종심(56·김포시 운양동)씨는 “애들 아버지가 올들어서는 농사일을 부쩍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보약이 없을까 하고 장을 한번 둘러보고 있다.“며 “녹각영지버섯이 효과가 괜찮다기에 사서 먹어볼까 하고 생각중”이라고 털어놨다. ●행상이 파는 애완동물은 장터의 ‘고명´ 장터 한갓진 곳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애완동물 노점은 김포장의 ‘양념’거리. 김포·일산·포천장 등을 돌아다니는 이 노점은 기니피그·거북이·열대어·미니토끼·장수풍뎅이·십자매·앵무새 등 애완동물은 물론 애완동물 사료까지 갖추고 있는 까닭에,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를 옮겨다 놓은 모습이었다. 가격은 한마리에 500∼700원인 열대어부터 17만원 하는 앵무새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 찾아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김포공항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 쪽으로 가다 김포터미널 들어가는 진입로로 들어가면 된다. 전철은 서울에서 5호선을 타고 개화산역에서 내려 김포·강화 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시내버스는 시청 등지에서 직행좌석버스 631번 등을 타고 김포터미널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40∼50분. ■ 당뇨등 질병 예방·간편한 취사… 찰보리 ‘금상첨화’ 찰보리는 원래 ‘찹쌀보리’를 일컫는다. 변비·대장암·심장질환과 비만 예방,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찰보리는 밥을 하기 전에 삶을 필요가 없이 그냥 씻어서 바로 밥을 지어 먹어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보리밥을 먹을 때 느끼는 깔깔한 입맛이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전해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심어 이듬해 6월에 수확하는 찰보리는 인건비가 적게 들고 키우는 데도 힘이 적게 든다. 벼의 경우 못판을 만들고, 모내기를 해야 하는 등 일손이 많이 들어가지만, 찰보리는 직파를 한 뒤 이듬해 봄에 거름을 한번 주면 될 정도로 일이 쉬운 편이다. 김포 지역에서 찰보리를 재배하는 가구는 김포시 사우동·걸포동·고촌면 고촌리 지역의 70∼80여가구. 재배면적은 6만여평이며, 생산량은 24t 정도이다. 판매는 농협을 통해 계통출하하거나 경작자에게 전화주문을 하면 택배로 전해준다. 가격은 소포장인 3㎏짜리가 1만원,5㎏짜리 1만 5000원,10㎏ 2만 8000원,80㎏짜리는 20만원 등이다. 찰보리 경작자 심상훈(61·김포시 사우동)씨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벼농사만으로는 농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찰보리의 경우 벼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벼를 수확한 뒤 논이 쉬는 기간을 이용해 파종하는 만큼 논을 2배로 이용할 수 있어 농가의 좋은 소득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입처는 농협 하나로마트나 하나로클럽, 김포시찰쌀보리연구회(011-9706-6686). 김포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7) 대마도에서 이키까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7) 대마도에서 이키까지

    너무 가까우면 상대를 깊게 알 수도 있지만 뜻밖에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대마도(‘쓰시마’라는 현지 표기 대신 용어의 역사성을 고려해 대마도로 쓴다.)와 한국의 관계가 그렇다. 누구나 아침 6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8시40분에 부산역에 내려 10시30분에 출발하는 대마도행 페리를 탈 수 있다. 불과 1시간30분이면 하타가쓰항에 도착해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서울에서 흑산도 가는 것보다도 빠르다. 날씨만 맑으면 당연히 대마도가 육안으로 보이며, 반대로 대마도 최북단 와니우라에서는 불야성을 이룬 한국의 남해안이 지척에 보인다. 거리만 가까운 것일까? 역사적으로나, 심정적으로나 대마도는 우리와 ‘하나’가 아닐까. ●부산서 1시간30분… 너무도 가까운 섬 많은 사람들이 대마도는 알지만 이키(壹岐)에 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다. 이키는 한반도에서 대마도를 거쳐 규슈로 가는 징검다리였으며, 일본 입장에서 보자면 한반도는 물론 중국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문화의 흔적이 강력하게 남아 있는 섬들임에도 두 섬의 정체성이 어쩌면 이리도 다른지! 대마도가 한반도에 밀착되어 있다면 이키는 보다 일본적인 곳이다. 대마도 스스로도 조선과 일본 양쪽에 모두 걸친 속국, 혹은 일본 본토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문화사적으로 대마도가 비일본적이라는 사실은 역사적 정체성이 한반도에도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마도에서 한반도 문화를 모두 걸러낸다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다. 대마도가 오늘처럼 확고하게 일본 본토에 속하게 된 것은 메이지 정부가 대한(對韓)외교권을 중앙 정부로 가져가 이를 일본 정부에 편입시킨 결과일 뿐이다. 대마도는 국제법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일본 땅이다. 그러나 문화적으로나 심정적으로는 우리와 더욱 가깝다. 대마도 서쪽 해안은 가히 한국 쓰레기들의 종합 전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이곳 서쪽으로 모인다는 사실은 옛적 표류민 표착의 단서가 된다. 한반도 동남부에서 표류를 해도 자연스럽게 대마도에 닿곤 했으니 신라인 박제상이 이곳에서 죽은 것도 실은 이같은 교류사의 내역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백제나 신라식 산성이 존재함은 대마도의 선주민들 다수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었음을 뜻한다. 그래서 동국여지승람에 ‘대마도는 옛날에 우리 계림에 속해 있었는데 언제부터 왜인들의 소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조선에서는 대마도가 우리 주권 하에 복속된 섬은 아닐지라도 조선 영토의 일부로 보기도 했다. 지방에 내려보내는 경차관을 대마도에 파견했는가 하면 대마도 사람들이 수직왜인이 되어 조선의 벼슬과 녹봉도 받았다. 일찍이 고려 조정은 대마도주에게 구당관(勾當官)과 만호(萬戶), 즉 변방과 수상교통의 요충지를 책임진 관직을 내렸다. ●주민들 다수가 한반도에서 건너가 일본 본토인들 입장에서는 대마도가 한반도에 가깝다는 주장에 대해 거북스러움을 느낄 터이지만, 정작 역사시대의 일본인들 스스로가 대마도를 별종의 섬으로 간주하여 본토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보았다. 오늘날도 대마도는 ‘국경의 섬’식으로 인식돼 대륙에 맞서는 자위대 기지가 곳곳에 위치하는 전략적 가치만 인정받을 뿐 대단히 낙후되어 있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가사키현에 붙어서 소외받을 바에는 차라리 부산시 영도구에 붙어서 잘 살아보자는 농담도 나온다. 그 농담이 농담으로만 여겨지지 않음은 웬일일까.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이키 관광상품을 개척한 범주항공의 신우진 차장은 “이키에는 주로 후쿠오카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만 대마도는 일본인보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생계를 꾸려 간다.”고 통계 수치까지 제시한다. 대마도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어 기본 단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 이는 근래의 일이 아니다. 대마도 역사자료관에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본격 한국어 교재가 있다. 한국문화를 흡수하기 위한 방책으로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학습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증거다. 대마도는 남북이 81㎞에 이른다. 작은 섬이라고 여기는 일반의 인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미국 밑에 쿠바가 있듯이 한반도 코밑에 거대한 섬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일간 절묘한 곳에 자리잡은 대마도에 왜구가 득실거리기라도 할라치면 한반도는 밤잠을 못이루었던 것이다. ●만성적 식량부족으로 왜구들 극성 대마도는 한마디로 ‘먹고살기 힘든 섬’이다. 북쪽 히타카쓰항에서 남쪽 이즈하라까지 근 2시간여 거리를 달려 보지만 보이는 것은 산뿐이다. 섬이라기보다는 그냥 바다에 산들이 떠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배고픈 사람들이라 눈 앞에 건너다 보이는 조선을 바라보며 해적질을 꿈꾸었던 게 무리는 아니다. 대마도의 이름난 사찰마다 조선에서 얻어온, 정확하게 말해 약탈해 온 불상이나 범종들이 한두 개씩은 놓여 있다. 이키의 안국사에는 한반도에서 전래한 팔만대장경 초판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약탈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섬이라는 고립된 조건 속에서 고귀한 문화유산들이 멸실되지 않고 남아 전하는 것이다. 조선 정부는 대마도에 일정한 식량을 공급하고, 무역을 허락하며, 왜관을 열어 회유함으로써 왜구의 고통을 덜고자 했다. 대마도는 부족한 식량을 조선을 통해 해결하는 반면 일본 본토와 조선 사이에서 조정능력을 발휘하여 자신들의 생존권을 유지했다. 오랫동안 대마도는 에도 바쿠후를 대리하여 대한 외교를 수행했다. 대리인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막중한 권한을 가지고 바쿠후와 한반도 사이에서 능수능란한 중재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득을 챙겼다. 일종의 생존전략인바, 그들은 양자 사이의 중개무역으로 이윤을 냈으며, 그 수입으로 먹고살았다. 이런 탓에 임진왜란 이후에 일시적으로 한·일간 국교가 단절되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이들도 대마도민들이었다. 현재 나가사키현에 속한 대마도와 이키는 히라도(平戶)와 더불어 왜구의 본거지였다. 태종 때 대마도정벌에 나선 이종무 장군의 아소만 소탕작전도 왜구를 청소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소만을 바라보니 왜 이 장군이 한달여 동안 그토록 많은 피해를 입어가면서도 왜구를 소탕하지 못했던가가 자명해진다. 한마디로 천혜의 요새다. 섬들이 은하수의 별처럼 흩어져 있어 섬 사이로 신출귀몰한다면 강력한 대군도 왜구 몇을 감당하기 어려운 요충지다. 이키와 히라도에서 출발한 왜구들은 이곳 대마도 왜구와 연합작전을 펼치기도 하며 끊임없이 한반도의 해안을 침탈해 댔으니 고려와 명나라가 왜구 때문에 망했다는 말도 절반은 진실에 가깝다. ●전쟁과 평화 교차하는 ‘국경의 섬´ 그런데 일본의 후소샤판 교과서에는 ‘왜구란 조선반도 및 중국 대륙 연안에 출몰했던 해적집단을 뜻한다. 그들 중에는 일본인 외에 조선인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왜곡하고 있다. 왜구는 대마도, 이키제도와 히라도 등을 포함해 세토나이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해적 및 악당들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최근 들어 왜구의 구성을 국적이나 민족을 넘어선 차원의 인간집단으로 파악하려는 시각은 당시의 현실과 동떨어진 가공된 역사상일 뿐이다. 여기에는 왜구 근거지는 북규슈 지역의 도서 연안이고, 발생 원인도 일본 내의 정치적 혼란에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왜구의 시대에 이어 이번에는 임진왜란의 주역으로 다시금 대마도와 이키가 등장한다. 강항은 간양록에서 ‘이번 전란의 꼬투리는 대마도주 소오(宗義智)의 수작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고니시 유키나카(少西行長)의 딸 마리아가 바로 이 소오의 아내였다. 조선 침략의 선봉장이 된 고니시의 출병에는 조선말을 잘하는 대마도 사람 8000여명이 동원된다. 웬만한 남자들은 전부 동원됐다.‘전쟁이 끝나자 남자는 없고 과부들만 들끓어 대를 이을 수 없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이키도 대규모 병사를 내어 한반도에 출병했다. 과거의 왜구들이 왜군으로 변신한 것이다. ●조선통신사 맞이하는 기착지… 친선의 가교로 전쟁이 끝나고 조선통신사의 왕래가 재개되자 다시금 대마도와 이키는 한반도에서 오는 귀한 문화사절단을 맞이하는 기착지로 변신한다. 수백명에 이르는 조선통신사는 그 자체가 한반도의 선진문물을 전하는 통로였다. 조선정부는 성심성의껏 사신을 조직하였으며, 대마도와 이키 등지의 번주들도 최선을 다해 이들을 맞았다. 대마도와 이키는 조선통신사를 통한 친선과 교류의 장이었지만 때로는 왜구의 본거지로 역사의 굴절을 계속했다. 이키의 아름다운 ‘원숭이바위’가 있는 곳에는 2차대전 당시의 포대가 있으며, 대마도에도 거대한 지하포대가 있다.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은 아소만 일대에 군함을 잠복시켜 놓고 반세키(万關)운하를 통해 러시아함대를 기습·괴멸시켰다. 근래 대마도에서는 러일전쟁 100주년을 기념한답시고 곳곳에 러일 친선을 기원하는 전승비를 세웠다. 명분은 친선이겠지만 본래 목적은 딴 곳에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니 이처럼 일본은 대마도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마도를 자국 본토와는 달리 오로지 ‘국경의 섬’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대마도와 이키는 한·일 간의 친선을 돋우는 징검다리도, 침략의 가교도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최익현 선생이 단식 끝에 절명했을 때, 대마도 사람들은 선생의 유해를 지극정성으로 이즈하라의 슈젠지(修善寺)에 모셨다. 이키에는 해방되던 해, 꿈에 그리던 조국을 향해 귀환선에 몸을 실었다가 집단 수장된 우리 동포 160명을 애도하는 비가 한국쪽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또 와니우라 포구의 팔각정 형태의 한국 전망대에는 1703년 무려 112명의 역관사들이 조난당해 생을 마친 사실을 기록한 비석도 서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딛고 바다가 국제교류의 장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진실된 한일교류의 징검다리되어야 17세기 대(代)의 외교관으로 한국말에 능통했던 아메노모리 효슈의 말처럼 대마도와 이키는 진정한 ‘친선교류’의 징검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한반도의 수많은 백성들이 죽어 가고, 문화재가 불타 버렸지만, 강제 동원되어 이 전쟁에 참가해야 했던 대마도나 이키의 백성들도 운명은 비슷했다. 조선통신사가 오고 갔듯이 이제 한·일간의 해양 네트워크는 더이상 침탈의 역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러일전쟁 100주년,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국을 꺾었다.’는 자부심과 승리의 기분을 지금껏 향유하려고 드는 한 국제사회에서 그들이 ‘소인배’라는 비난과 지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1년 전인 1984년. 당시 서울신문사에서 대마도와 이키의 역사·고고·미술·민속·언어·물질문화 등을 망라한 보고서를 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바다를 통해 일본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목적의 대마도·이키 답사가 21년 만에 다시 서울신문 지면에서 재현된 셈이다. 일본인들에게는 발틱함대를 괴멸시킨 러일전쟁 승전 100주년 기념의 해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을사늑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친선의 바다인가, 침탈의 바다인가.’ 그 난해한 화두를 대마도와 이키에서 다시 곱씹어 본다.
  •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

    세상에서 가장 큰 가마솥

    충북 괴산군이 4만명분 밥을 한번에 지을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가마솥을 제작, 일반 공개를 앞두고 있다. 괴산군은 23일 지름 5.5m, 둘레 15.7m, 높이 2m, 두께 5∼8㎝로 뚜껑과 본체를 합쳐 모두 45t에 이르는 가마솥 제작에 최근 성공했다고 밝혔다. 솥 뚜껑에는 괴산 군민 단합의 상징으로 군내 읍·면을 상징하는 거북이 12마리와 무궁화 12송이, 화로 12개에는 읍·면의 이름을 새겼다. 이 솥은 80㎏들이 쌀 50가마(4만명분)를 한꺼번에 넣고 밥을 지을 수 있고 솥뚜껑을 여닫고 밥을 푸는 데는 크레인을 이용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가마솥 제작 아이디어를 낸 이는 김문배 군수다. 지난 2003년 11월 증평지역이 군으로 독립해 나가면서 괴산군은 인구 4만의 미니 농촌자치단체로 전락했다. 예로부터 한 가족은 한솥밥을 먹고 살아온 ‘한솥밥 문화’를 떠올린 김 군수는 가마솥 제작으로 주민들의 정서를 추스리고 단합의 계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 솥은 군민성금 2억 2000여만원 등을 포함해 모두 5억 6000여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됐다. 군은 거푸집을 모두 제거한 후 다듬기 작업을 거쳐 오는 8월 24일 열리는 괴산청결고추축제 전에 괴산읍 동부리 고추유통센터로 옮길 예정이다. 동하주물과 고추유통센터는 차로 20여분거리. 교통통제와 도중에 통과해야 할 하천 다리의 하중을 고려해야 하는 등 이동과 설치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밥을 짓기 위해서 석탄 화로 12개를 동원해 불을 때게 된다. 솥뚜껑을 들어올리는 크레인과 밥을 퍼 옮기는 크레인을 별도로 설치하고, 밥 푸는 기계도 따로 설치된다. 군은 오는 8월의 축제에서 특산품인 찰옥수수 4만개를 넣고 쪄서 관광객에게 돌릴 예정이다. 밥을 잘 지을 수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아 축제 전에 쌀 50가마를 넣어 시험삼아 밥을 지어볼 계획이다. 성공하면 10월에는 특산품 씨감자, 동지에는 팥죽, 설날에는 떡국을 끓여 군민에게 돌릴 계획이다. 또 ‘세계 최대의 솥’으로 기네스북 등재도 추진한다. 괴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삼국지 전쟁 중심으로 다시 쓴다” 군사학 측면에서 재구성한 김성남씨

    “삼국지 전쟁 중심으로 다시 쓴다” 군사학 측면에서 재구성한 김성남씨

    지난 1월 출간된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쟁을, 그것도 우리 선조들이 치른 전쟁을 군사학적인 시각에서 분석한 최초의 대중 역사서였기 때문이다.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임에도 군사학적 지식을 동원해 때로는 기존 통설과 맞서는 해석을 제시하는 등 역사적인 전쟁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구성해내 전쟁사에 관심이 높았던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샀다. 책의 저자는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중국사를,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김성남씨. 그가 이번에는 삼국지에 도전하고 있다. 유비·조조·손권에 대한 식상한 인물론이나 이들의 행동양태를 분석한 처세론이 아니라 군사학적으로 삼국지를 다뤄 올 늦여름이나 가을쯤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삼국지는 ‘촉한(蜀漢)정통론’에다 경극 형식이라는 대중화 과정을 거치면서 ‘뻥튀기’가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34살의 신진 연구자임에도 녹록지 않은 내공을 보였던 김씨가 이런 삼국지를 어떻게 복원해 낼지, 또 군사학적 작업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가 몸담고 있는 우리역사문화연구소에서 직접 만났다. ▶많은 비판이 있어 왔던 삼국지를 선택한 이유는. -삼국지는 지나치게 ‘인물’만 부각됐다. 구체적인 전쟁 상황이 없다. 기존의 인물론은 참고만 하고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싸우고, 왜 승리하거나 패배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생각이다. ▶김운회 교수도 ‘삼국지 바로 읽기’라는 책을 통해 인물론을 비판했는데…. -삼국지를 용인술이나 처세술로 보지 말자는 김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김 교수의 책 역시 인물론의 폐해를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넓게 봐서 인물론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에서 보듯 사료 부족이 큰 문제인 것 같은데 이번 작업에서는 참고할 만한 사료들이 있나. -중국과 일본 문헌 등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문헌마다 관점의 차이도 있고, 문헌의 절대량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쟁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공통성이 있다. 주력부대 구성과 기동부대를 통한 우회전략 등과 같은 것들이다. 그런 군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전쟁을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지난 역사를 군사학적으로 복원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삼국지와 비슷한 시기였던 로마는 재미있는 기록을 많이 남겼다. 예를 들자면 52세 군단병이 30여년의 군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해둔 것이 있다. 장군이나 정치가가 아니라, 일반 병사에게 전쟁이 어떻게 비춰졌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삼국지는 모든 사건을 장군의 인품과 대의명분으로 설명한다. 진짜 칼과 창을 들고 들판을 달렸던 일반인들의 얘기는 없다. 군사학적 접근은 부족하나마 이런 측면을 되살리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졸(卒)의 복권’이다. ▶우리는 반공과 민족주의라는 명분 때문에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문제다. 군대문화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까라면 까라.’에서 ‘안 되면 되게 하라.’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희생과 정신력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전쟁에서 정신력은 핵심이라기보다 ‘플러스 알파’에 지나지 않는다. 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의 정신력이란 다 같이 죽자는 말이다. 노련한 지휘관이라면 이 점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에게도 군사학적 지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맞다. 군사학적 연구가 결합됐을 때 군은 최대의 힘을 낼 수 있다. 미 국방성은 90% 이상이 민간 연구자들이다. 이들이 국방 독트린을 생산해 낸다. 장군들은 이 독트린의 충실한 집행자일 뿐이다. 이는 역사에서도 증명된다. 유목민족의 전투력은 어느 시대에서나 최강이었다. 생활습관 자체가 전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승리하는 쪽은 정주민이었다. 유목민에게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군의 문민화’라는 개념이 나왔는데 우리 군은 거북하게 여기는 것 같다. -폐쇄적이라 그렇다. 꼭 군이 아니더라도 연구집단과 실행집단은 어느 정도 분리돼야 좋다고 본다. 연구집단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군이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구결과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고급장교 집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재 도둑 ‘내손안에’

    문화재 도둑 ‘내손안에’

    “이건 상여(喪輿) 장식이잖아.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쓸어 담았구만.” 지난 15일 오후 경복궁내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3층 비밀벙커. 절도범들이 훔친 문화재를 압수해 보관해 놓은 곳이다.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강신태(54) 반장은 절도범들이 쉽게 운반하려고 마구잡이로 분해한 상여 조각들을 짜맞추며 연신 혀를 찼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이곳에는 고문서와 그림, 장식품, 제기 등 문화재 ‘장물’ 1000여점이 쌓여 있다. 강 반장은 23년 동안 문화재 도둑을 검거해 온 이 분야 국내 1인자. 그동안 170여명의 도난·도굴 사범을 붙잡았고 1500여점의 문화재를 회수했다. 이제는 문화재 도난 현장만 봐도 몇몇 전과자들을 용의자로 떠올릴 수 있다.‘꾼’들마다 범행 대상과 수법에 나름의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절도 급증… 올들어 1511점 도난 문화재 절도는 올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한해 동안 31건이 발생해 471점이 도난당했지만 올들어서는 5월 말까지 이미 30건이 발생해 도난품은 1511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절도범들은 1980년대에는 사찰,90년대에는 왕릉·선영 등을 주로 노렸지만 요새는 개인박물관, 향교, 사당, 종가집 등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강 반장은 “보통 3∼5명씩 무리지어 움직이는 문화재 절도범들 가운데 우두머리는 대단한 문화재 지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미술부터 회화, 도자기, 고서적까지 다양한 문화재의 분야에 따라 절도범들도 학자와 같은 ‘전공’이 있다는 것이다. 공소시효를 넘기기 위해 훔친 지 10년이 지난 뒤에야 물건을 내놓는 일이 많아 회수가 어렵다. 지난 89년 충남 부여군 무량사에서 여승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신라시대 금동보살좌상을 훔쳤던 승려 출신 사찰전문털이범 김모(65)씨는 12년 만인 2001년 서울 인사동에서 장물을 처분하다 강 반장에게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날 잡아넣지 못할 것”이라고 ‘미소지었지만’ 결국 폭력 혐의 등이 추가되면서 공소시효가 연장돼 철창 신세를 졌다. ‘한 밑천 챙길 만한’ 물건이 있으면 문화재 절도범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86년 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 8부 능선에서 사라진 거북상은 무게만 자그마치 5t이었다. 범인들은 밧줄과 나무받침, 지렛대로 거북상을 옮겼다. 거북상을 산 아래로 운반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20여일. 이동 경로를 따라 주위 나무들은 모두 부러지고 쓰러졌다. 지금은 기중기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작업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범인들이 다녀간 자리에는 풀 한포기 남아나지 않는다. ●80년대 사찰 90년대 왕릉 최근엔 박물관 털어 “진정한 프로는 국보나 보물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강 반장은 말한다. 값이야 일반 문화재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내다 팔 곳이 마땅치 않고 국보나 보물 도난 사건의 경우 당국의 수사도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국립 공주박물관에서 국보 제247호 금동관음보살입상을 훔쳤던 ‘간 큰 도둑’을 예로 들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박물관에서 국보가 강탈당하자 일부에서 전문가의 짓이라고 했지만 강 반장은 ‘초보’라고 단정했다. 실제로 보름 후 잡힌 범인은 문화재 절도 경험이 거의 없었다. 절도범들이 꺼리는 곳은 ‘부처님이 계신’ 사찰이다.10여년 전 암자에서 불교 문화재들이 잇따라 털리자, 강 반장은 서모(당시 35세)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서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서씨는 “한 사찰에서 대웅전 탱화를 잘라내고 있는데 부처님이 노려보는 것 같아 몸을 꼼짝도 하지 못한 일이 있은 뒤로는 사찰은 절대 털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문화재 절도는 크게 늘고 있지만 문화재청내 단속반원은 강 반장을 포함해 2명뿐이다. 그는 “후계자를 양성해야 될 텐데 큰 일”이라면서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세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문화재 사범은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 박영수 지음

    국보 제120호인 용주사 동종의 꼭대기를 보면 용(龍)모양의 고리가 달려 있다. 고리의 이름은 ‘용뉴’(龍 )로, 용의 아홉 종류 새끼 중 하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래의 공격을 받을 때 가장 큰 소리로 우는 습관이 있다고 해 좋은 소리를 내야 하는 종의 고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신선로의 손잡이는 왜 박쥐 모양일까? 조선시대 밥사발에도 박쥐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이는 박쥐가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장수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속 유물들을 보면 이처럼 다양한 동물 모양이 새겨져 있거나 그려져 있는 것이 많다. 각 동물들은 모두 역사적 문화적으로 독특한 의미를 갖게 마련.‘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박영수 지음, 내일아침 펴냄)는 이처럼 우리 역사의 흔적인 수많은 유물에 등장하는 동물 무늬와 소재를 통해 색다른 역사문화를 탐험한다. 상상속의 동물인 용과 봉황에서부터 호랑이, 거북, 해태, 불가사리, 기린, 말, 사슴, 코끼리 등 짐승, 그리고 두루미, 꿩, 오리, 원앙 등 조류까지. 유물속 동물 그림이 새겨진 까닭과 배경, 역사를 살피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숨어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US오픈] 탱크, 메이저 정복 ‘시동’

    ‘탱크’가 험난한 파인허스트 코스를 헤치고 첫 메이저대회 정상을 향한 진군을 순조롭게 시작했다. 최경주(35·나이키골프)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골프장 2번코스(파70·7214야드)에서 벌어진 올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두번째 메이저인 US오픈(총상금 625만달러)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 69타를 쳤다. 파인허스트 2번코스는 지난 1999년 첫 대회 때보다 100야드 가까이 늘어난 길이와 개미허리처럼 좁아진 페어웨이, 발목을 덮는 깊은 러프와 단단하고 거북이등처럼 휜 그린으로 무장해 오버파 스코어의 챔피언도 점쳐진 대회 사상 가장 어렵게 세팅된 코스. 악명에 걸맞게 첫날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156명 가운데 단 9명에 불과했지만 최경주는 공동 선두 올린 브라우니와 로코 미디에이트(이상 미국·67타)에 2타차 공동 6위에 올라 당당히 우승 후보로 등록했다. 평균 285.5야드의 장타를 휘두른 최경주는 페어웨이 안착률은 57%에, 그린 적중률은 39%에 그쳤지만 ‘짠물 퍼팅’으로 만회했다. 총 퍼트수는 홀당 1.39개꼴인 25개로 출전 선수 가운데 공동 3위. 지난해를 포함, 세 차례나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던 필 미켈슨(미국)도 1언더파를 쳐 최경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평균 310야드의 폭발적인 장타력을 뽐냈지만 이븐파 70타로 세계 랭킹 1위 탈환에 나선 비제이 싱(피지)과 함께 공동10위를 달렸고, 시즌 3승에 도전하는 어니 엘스(남아공)는 1오버파를 쳐 공동17위로 밀렸다. 한편 첫 메이저 무대에 데뷔한 양용은(33·카스코)은 전반 9홀을 이븐파로 버티며 한때 리더보드 상단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후반 첫 3개홀에서 내리 보기를 저지르는 등 난조에 빠져 4오버파 74타로 공동 54위에 머물렀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말만한처녀 공짜로 승마하기

    말만한처녀 공짜로 승마하기

    말갈기를 휘날리며 광활한 초원을 질주한다면 얼마나 시원하고 짜릿할까.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음직한 가슴뛰는 상상이다. 승마는 살아있는 말과 하나돼 푸른 초원을 달리며 스릴과 쾌감을 즐길 수 있는 레포츠. 푸른 자연 속을 달리며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것은 물론 30분의 승마로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량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귀족 레포츠라는 오해가 일반인들이 승마를 꺼리는 가장 큰 장애물. 하지만 알고보면 승마를 배우거나 말을 타는데 드는 비용은 다른 레포츠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으며, 조금만 배워도 영화속 주인공처럼 푸른 초원을 달릴 수 있다. 또 한국마사회(KRA)에서는 매주 무료강습도 진행한다. 올여름에는 망설이지 말고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승마에 도전해 보자. ●오늘은 초보, 내일은 승마인 ‘쯧쯧쯧∼’‘워∼워∼’ 오전 10시. 경기 과천시 경마공원내 승마교육원에는 승마 강습생 22명이 말고삐를 움켜쥔 채 긴장된 모습으로 모래 트랙을 돌고 있다. 늘씬하게 빠진 종마 위에 올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을 타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2005-4기생’인 이들은 입문과정 7회 교육을 마친 뒤 중급 3일차 과정중 2일차를 배우고 있는 초보 승마인. 아직까지 말타는 모습이 다소 어설프지만 내일은 푸른 초원을 달리고 있을 예비 승마인이다. 강습생들은 국가대표선수 출신이자 승마강습 경력 8년차인 베테랑 백승수(35)교관의 지도로 평보, 속보, 경속보 등의 순으로 강습을 받고 있다. 강습생 장춘아(25·학원강사)씨가 백 교관의 출발 지시에 따라 ‘쯧쯧’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발뒤꿈치로 말의 배를 조심스럽게 누르자 말이 앞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어 말의 움직임에 맞춰 몸을 들썩거리며 트랙을 돈 뒤 백 교관의 멈춤 지시에 따라 ‘워워’하며 능숙한 솜씨로 고삐를 몸쪽으로 당기자 말이 멈춰선다. 이런 장씨는 불과 한달전만 해도 왕초보였다. 지난해 우연히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승마장을 들렀다가 말을 타고 푸른 초원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반해 승마에 도전했다.1년을 꾸준하게 KRA의 무료 승마 강습에 응모한 끝에 20여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달에야 겨우 뽑혔다. 장씨는 “큰 말을 내맘대로 제어하면서 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재미”라면서 “교육을 수료한 뒤 푸른 초원에서 말을 타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관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 전정진(31)씨는 생명체와 하나돼 즐길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승마를 택했다. 강습도중 수시로 말을 쓰다듬는 등 말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전씨는 “처음에는 10분 정도만 타도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등 오금이 쑤시고 아팠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면서 “코스를 20분만 돌면 농구 1쿼터 이상 뛴 운동량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승마의 기본을 익힌 뒤 동기생들과 함께 푸른 초원에 나가 승마를 즐기며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승마의 기본은 말과의 스킨십 승마는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레포츠다. 그래서 말을 잘 타려면 말과 스킨십(?)을 자주 해야 한다. “말이 사람을 등에 태우고 달리거나 장애물을 뛰어야 하는데 그것을 좋아할 리 있겠 냐. 결국 말타는 기술은 말이 잘 뛰고 달릴 수 있도록 구스르고 달래는 것”이라는 게 백 교관의 설명. 그래서 장씨와 전씨 등 강습생들은 말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강습전에 마방(마굿간)으로 이동해 2인 1조로 직접 말을 인솔해 오고, 강습이 끝난 뒤 마방으로 데려다 준다. 승마가 말 잔등에 올라 앉아 있기만 하는 간단한 일로 보이지만 말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말을 타기에 앞서 기초 승마기술인 승·하마법부터 익혀야 한다. 그래서 입문과정인 초보 1일차에는 1시간 30분 강습시간 내내 말의 습성을 포함해서 주의사항, 승·하마법을 숙지한다. 2일차가 돼야 승마자세와 겨우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 평보를 배운다. 또 고삐 쥐는 법, 등자(말에 올라탈 때 혹은 말에 올라탔을 때 발을 얹어두는 발걸이) 밟는 법, 말 끄는 요령 등도 숙지해야 중심을 잡고 제대로 앉을 수 있다. 자세는 일단 말에 올라타면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 턱은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당긴다. 시선은 전방을 바라보며 어깨·손·팔은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내린다. 옆에서 바라보았을 때 어깨와 엉덩이 뒤선, 발뒤꿈치가 일직선이 돼야하고, 가슴과 등을 똑바로 편 상태에서 팔꿈치는 상체에, 다리는 자연스럽게 내려 종아리가 말의 몸에 가볍게 닿도록 한다. 평보는 시속 6㎞로 느리게 걷는 것이지만 움직이는 말 등 위에서 부두켜 안을 것도 없이 중심잡고 있기도 만만치 않다. 장씨는 “말 등은 높이가 160㎝에 불과하지만 막상 올라가면 마치 2층 난간에 앉은 듯 무서웠고, 말이 움직일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거려 중심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3∼7일차에는 속보와 경속보를 배운다. 속보와 경속보는 시속 10∼18㎞로 안장위에서 말의 움직임과 함께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리듬을 타는 승마기법이다.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중급반에서는 한단계 더 나아가 평보와 속보를 하면서 전후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방법과 일렬로 줄을 지어 달리면서 방향을 전환하는 공람마술을 익히게 된다. 백 교관은 “승마는 신체를 바르게 교정해 주고, 정신 집중력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담력을 북돋아 준다.”면서 “특히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하는 유일한 레포츠로 동물에 대한 사랑을 통해 인간애도 고양시킬 수 있다.”고 예찬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알고보면 싸고 쉽고 재밌어요 ●고비용 레포츠라는 잘못된 편견 승마는 다른 레포츠에 비해 비싸지 않다. 박옥민 승마교육원장은 “일부에서는 골프나 요트에 버금가는 고급 스포츠라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사설 승마장에서 승마를 배우더라도 월 20만원 안팎이며, 전국 승마장에서 1시간 정도 말을 타는데 드는 비용은 5만∼8만원 정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승마장이 산재해 있다. 장소에 따라 외승뿐만 아니라 해변승마, 산악승마 등 다양한 종류의 승마가 있다. 복장과 장비를 마련하는 데 50만원 정도의 초기 비용이 들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복장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어도 무방하지만 승마를 계속 즐기려면 한벌쯤 장만해 두는 것도 좋다. 승마모자와 장갑. 승마모자는 안전을 위한 장비인 만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장갑은 피부를 보호하고 고삐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끼는 것이 좋다. 대략 승마복은 20만원선, 부츠는 25만원선, 모자는 5만원선, 장갑은 3만원선이면 좋다. 색깔은 때가 잘 타지 않는 검정색 계열이 무방하다. ●안전한 업체에서 배워야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안전수칙으로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 말을 타거나 내릴 때는 물론 말을 끌 때도 항상 말의 왼쪽에서 접근해야 하고, 뒤에 서있지 말아야 한다. 마필 승·하마는 반드시 마장내에서만 해야 하며, 승마를 할 때 턱끈을 매야 한다. 또 다른 말과 나란히 운동할 때는 좌우 2m. 전후 4m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기승시간은 45분을 준수해야 한다. 한편 승마를 배우려면 반드시 대한승마협회에 등록된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무허가 업체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혜택을 받기 어렵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경마장이 수백여곳에 이르지만 KRA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 국가대표급 교관과 49마리의 전용 승용마를 갖추고 있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여기에 사설강습장의 경우 20만∼40만원(10회 기준)의 강습료가 드는데 KRA는 무료다. 다만 홈페이지(www.kra.co.kr) ‘무료승마강습신청’을 통해 접수해야 하며, 평일반(목·금·토)은 경쟁률이 20대 1, 주말반(토·일)은 30대 1의 치열한 추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단점.12∼55세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한번 떨어지더라도 계속 신청할 수 있다.
  • [US오픈] 공포의 코스를 제압하라

    ‘코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프로골프(PGA)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총상금 625만달러)이 16일 밤(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골프장 2번코스(파70·7214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로 105회째.‘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제이 싱(피지), 필 미켈슨(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 156명이 참가, 우승을 다툰다. 대회 장소는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올해 미국 100대 골프장 14위에 오른 명코스지만 난이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험악한 코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자만이 우승컵을 품을 전망이다.●돌아온 파인허스트, 언더파는 우승권 티켓 지난 1999년에 이어 두번째 US오픈을 치르는 파인허스트골프장 2번코스는 개최지 선정에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미국골프협회(USGA)의 입맛에 딱 맞는 코스다. 도널드 로스가 18홀로 완성한 1907년 당시엔 5870야드에 불과했지만 수차례의 개조 작업 끝에 첫 대회가 열린 99년에는 7122야드가 됐다. 거북이 등짝 모양의 돔형 그린과 혹독한 코스 세팅은 파인허스트만의 전매특허. 지난 99년 대회에서는 챔피언 패인 스튜어트(미국·사망)만이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할 정도. ‘코스와의 전쟁’은 올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첫 대회에 견줘 길이는 92야드나 더 늘어난 반면 폭은 더욱 좁아졌다. 가장 넓은 곳이 28야드다.7번홀 페어웨이는 20야드에 불과해 그야말로 ‘개미허리’다. 높이 10㎝의 러프에 빠질 경우엔 차라리 ‘언플레이어블’ 선언과 벌타를 맞바꿀 각오도 해야 한다. 어지간히 정교한 샷이 아니면 ‘무사통과’를 용납지 않는 109개의 벙커와 유리알처럼 빨라진 그린 스피드도 ‘악명의 코스’에 대항하는 선수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빅3’의 우승 노크 US오픈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우승 후보다.50년대 이후 2년 연속 챔피언은 벤 호건(1950∼51)과 커티스 스트레인지(1988∼89) 단 두 명에 불과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우즈와 싱, 미켈슨 등 ‘빅3’가 올해 가장 압축된 우승 후보군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정상에 올랐던 우즈에겐 이 대회가 지난 3월 마스터스에 이어 메이저 2연승으로 사상 첫 ‘그랜드슬램’의 반환점으로 삼을 기회다. 미여자프로골프(LPGA)의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한 시즌 4개 메이저대회 석권이라는 야망과 다를 바 없다. US오픈 정상에 오른 적이 없는 싱으로서는 첫 우승컵은 물론, 지난주 부즈앨런클래식 성적 부진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우즈에게 ‘넘버원’ 자리를 어이없이 내준 억울함을 풀 기회다.99년 패인 스튜어트에게 1타차 패배를 당한 이후 2002년과 04년 각각 우즈와 레티프 구센(남아공)의 벽에 막혀 ‘만년 2위’에 그친 미켈슨에게도 이번 대회가 메이저 무관의 멍에를 벗어던질 ‘3전4기’의 무대나 다름없다. 한편 5년 연속 출전하는 최경주(사진 왼쪽·35·나이키골프)는 최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뽑은 다크호스 9명에 포함되는 등 ‘톱10’ 입상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어렵게 예선을 통과해 첫 본선에 오른 양용은(사진 오른쪽·33·카스코)도 메이저 데뷔 무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PGA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탈출소동 코끼리 속죄의 ‘재롱’

    탈출소동 코끼리 속죄의 ‘재롱’

    11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월드’ 사육장. 지난 4월20일 집단탈출 소동을 빚었던 미증유의 사건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까맣게 잊혀진 모습이었다. ●테마쇼 관람객 장사진 정문쪽 환경연못 옆 공연장 입구에서는 “코끼리와 함께 멋진 추억을 남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하루 4∼5차례 펼쳐지는 테마쇼의 3회 공연이 다가오자 매표소엔 입장권을 사려는 손님들로 길게 장사진을 쳤다. 코끼리 등에 올라 100여m 길이의 공연장 바깥을 한바퀴씩 도는 트래킹 코스에는 아이들이 ‘V’자를 그리며 찰칵찰칵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라오스에서 온 조련사들은 코끼리 목에 타고 발을 구르는 등의 신호로 속도를 조절하며 ‘안전운행’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트래킹을 마친 이들은 높이가 2m 넘는 하차장에서 아쉬운 듯 한번 더 소중한 추억을 앵글에 담기도 했다. 축구 경기장처럼 관중석(902석)을 갖춘 4각형 공연장에는 유모차 행렬이 길어지나 했더니 5시10분 코끼리 쇼가 막을 올렸다. 공연장 한쪽에 쳐진 빨간색 커튼을 헤집고 주인공인 코끼리 9마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코를 도넛 모양으로 말아올리는 인사로 상견례를 가진 뒤 무대 뒤로 사라졌다. ●물구나무 서기에 박수갈채 관객들이 관중석 앞을 지나는 코끼리에 당근을 먹이로 건네는가 하면 더러는 지폐를 팁으로 주자, 코끼리들은 코를 뻗어 낚아올린 돈을 등 뒤로 넘겨 주인인 조련사에게 바쳤다. 일곱살 먹은 막내 ‘탬’이 첫번째 무대를 장식했다. 국기 게양대에서 코를 빙빙 돌려 태극기를 게양하자 260여명의 관객들이 갈채를 보냈다. 아기 코끼리들이 물감을 묻힌 붓으로 꽃을 그리는 재주를 선보인 데 이어 훌라후프 돌리기와 물구나무 서기 등의 묘기를 부리는 모습에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자 코끼리들은 앞발을 들어올리며 ‘만세’를 불러 화답했다. 풍선 터뜨리기, 코끼리 피라미드에 이어 지난번 탈출소동의 주범인 ‘뻥’이 출연하는 ‘누워 있는 사람 타넘기’ 순서에서는 관중석이 숨을 죽였다. 앞발과 코로 관중석에서 뽑힌 3명의 출연자를 톡톡 쳐가며 탐지한 끝에 무사히 인간장벽을 뛰어넘자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코끼리와 축구하기,‘코끼리와 빨리 달리기’ 등 관객이 함께하는 순서에서는 상품도 주어졌다.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깜짝 쇼’도 마련됐다. 농구 골 묘기에 가서는 갑자기 맏이 ‘탐’이 절뚝거리며 쓰러졌다. 쇼 진행자 이홍규(27)씨가 식은땀을 흘리며 왔가갔다 하더니 ‘뻥’이 나와 주사를 놓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쇼의 한 장면임을 관객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쇼는 6시쯤 거북이의 인기곡 ‘빙고’에 맞춰 거구를 흔들어대는 댄스파티로 끝났다. ●난입 식당엔 오히려 손님 부쩍 늘어 공연장은 코끼리떼 대탈출 뒤 지난달 10일 재개장한 지 30여일을 맞았다. 그러나 사건 당시 코끼리들이 난입해 집기를 부쉈던 인근의 한 삼겹살 식당은 리모델링을 해 ‘코끼리가 들어온 집’이라는 간판을 달아 인기를 끄는 바람에 손님이 북적대는 등 때아닌 대박으로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몸무게 800㎏∼1.5t인 코끼리들은 주식인 옥수수 건초와 영양식인 ‘알팔파’ 등 한 마리가 하루 40∼50㎏씩 먹어치우며 건강하게 지낸다.‘코끼리 월드’ 문병진 실장은 “코끼리 때문에 갈비뼈를 다쳤던 시민은 완쾌됐지만 정밀검사를 한번 더 해줄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코끼리는 코를 이용해 1t 이상의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코를 휘둘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등 뒤에 코끼리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피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02)3437-5959.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백의종군/김경홍 논설위원

    동북아균형자론은 숱한 파장을 몰고왔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국방부의 리처드 롤리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주미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동북아균형자론을 거론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동북아균형자론은 한·미동맹과 양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면서 “만일 동맹을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고 한다. 어쩌다가 부차관보급 인사에게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되는가. 아무리 쓴소리라지만 듣기에 거북하기 짝이 없다. 동북아균형자론은 한·미동맹과 양립할 수 없는 전략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론을 거론했을 때는 전자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핵 등을 둘러싼 동북아의 질서는 그동안 크게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맞물리는 형국으로 진행되어 왔다. 중국의 팽창을 미국과 일본이 견제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 와중에 한국이 균형자를 자처하고 나섰으니 미국과 일본의 심기가 편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동북아균형자론이 국내의 반발과 한·미동맹에까지 파문이 일자 정부는 그 의미를 설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동북아균형자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위에서 그 역할이 있다는 설명은 애교에 가깝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천영우 외교정책홍보실장의 균형자 해석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그는 동북아 역내 균형자인 우리나라와 세계적 균형자인 미국이라는 두겹의 균형자가 있다고 했다. 또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라고도 했다. 이쯤 되면 말이 말을 만들고,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도 이해가 됨직하다. 최근 청와대의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동북아균형자론을 주제로 군수뇌부들에게 한 강연내용은 그나마 정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과, 독창적인 학익진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주변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은 약하지만 이순신의 지혜와 국민의 신뢰를 갖춘다면 충분히 균형자와 조정자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났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전쟁터가 되었다는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말로 인해 괜한 평지풍파만 일으킨 동북아균형자론은 이제 접고, 구국과 백의종군의 정신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어린이 영어전문학원 활용 어떻게?

    어린이 영어전문학원 활용 어떻게?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영어 학원이나 어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서울 일대에만 수십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을 정도다. 영어 사교육을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어떤 곳에 보내야 자기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을지 답답해한다. 유아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 지역 영어 전문학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초등학교 5학년인 건영(11)이는 종종 편의점에서 영어를 사용해 물건을 산다. 점원과 대화도 척척 나눈다. 하지만 이곳이 외국은 아니다. 초등학생 전문 영어학원인 원더랜드다. 건영이는 4살 때부터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나 공항, 스포츠룸 등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을 꾸며놓은 학원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 맞게 영어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이 대상이다. 즐기면서 영어를 활용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실생활 활용·종합사고력 개발 중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학원들은 각자 독특한 프로그램을 내세워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방과후 매일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2∼3차례 가는 곳까지 다양하다. 수강료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가는 경우 15만∼30만원이 일반적이라고 보면 된다. 교재 값이나 이벤트성 프로그램에는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영어 학원들은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강사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한국인 강사는 주로 재외 동포 2세나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한 젊은 사람들로 주로 원어민 교사를 지원하는 보조교사로 활동한다.LCI키즈클럽은 원어민 강사만 있다. 미국에 와 있다는 느낌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사영어사에서 운영하는 YBM ECC는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강사가 교대로 들어온다. 한국인 강사가 들어오더라도 수업은 물론 영어로만 진행된다. 이춘재 과장은 “원어민 강사는 외국인을 대하는 두려움을 없애는 역할을, 한국인 강사는 문법에 맞는 영어 등 체계적인 영어를 가르치는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통해 종합사고력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학원도 있다. 말하기와 듣기, 쓰기, 읽기 영역을 고루 가르치는 곳이다. 이들 학원은 단순히 영어를 잘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기보다는 언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많이 다닌다. 청담어학원과 W어학원(구 이화학원)이 대표적이다. 청담어학원 임동욱 차장은 “미국의 대학입학 사정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논리적 사고력이 있어야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다.”면서 “논리적 사고력은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키워진다.”고 설명했다. 청담어학원의 경우 처음에는 읽기와 듣기에 70%, 말하기와 쓰기에 30%쯤 비중을 두다가 점차 말하기와 쓰기의 비중을 늘려 마지막에는 골고루 배우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W어학원도 오는 9월부터 종합사고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김영진 이사는 “앞으로 토플에서 말하기와 쓰기가 대폭 강화되면 여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종합사고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W어학원은 이를 위해 변호사·언론인·방송인 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토론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외국 유명 매체와 계약 강의 질 높여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기본 어휘 실력도 강조된다. 영어의 기본에 익숙해지면 어휘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청담어학원과 이지학원 등은 수업 시간마다 일정한 표현을 의무적으로 외우게 한다. 청담어학원은 매 수업마다 10개의 지문을 반복적으로 외우게 해 말하기와 문법실력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지어학원도 매주 관용어를 5개씩 외우게 한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유명 매체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YBM ECC는 CNN과 계약을 맺고,CNN에서 나오는 방송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바꿔 강의하고 있다. 청담어학원은 롱맨에서 제작한 펭귄시리즈 문학작품을 독점 계약, 강의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해설집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험도 치른다.YBM ECC는 매달 시험을 치르고 학부모에게 학생이 부족한 부분과 나아진 부분을 설명해준다.LCI키즈클럽은 매년 말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을 갖는다. 문화경험을 통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도 한다. 원더랜드는 영어권 국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나 핼러윈 데이에 영미권 국가에서처럼 칠면조를 먹고 가면의상을 입어보는 행사를 가진다.LCI키즈클럽은 캐나다 노바스코셔주의 밸리교육청과 자매결연을 하고, 수강생의 신청을 받아 겨울방학 때 해당 지역 초등학교에 두 달 동안 연수를 보낸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유아·초등학생 대상 영어 전문학원 -YBM ECC www.ybmecc.com (02)2267-0509 -원더랜드 www.wonderland.or.kr (02)517-0533 -리틀팍스 www.littlefox.co.kr (02)538-8770 -정철주니어 www.jungchul.com (02)586-0579 -서강SLP www.slp.ac.kr (02)716-1230 -삼육 SDA주니어 www.sda36.co.kr (02)2211-3605 -GNB영어전문교육 www.gnbenglish.com (02)567-0582 ■ 강남대 김종남교수 조언 “아이가 어떤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강남대 영문과 김종남 교수는 학부모들에게 이같이 조언한다. 유아와 초등학생 영어 프로그램을 고르기에 앞서 아이의 관심 사항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미취학 아동들은 10분 이상 학습을 할 수 없지만 2∼3시간 놀 수는 있다.”면서 “학습을 하더라도 곧바로 놀이로 바뀔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연극 속에서 한 역할을 맡아 보거나 레고를 맞춰보고 이를 설명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어를 가지고 놀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는 학부모가 경계해야 할 사항으로 욕심을 들었다.“많은 학부모들이 급한 마음에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배울’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릴 때부터 영어에 흥미를 잃어 싫증을 느끼게 돼 역효과를 낳습니다.” 영어 조기교육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입력시키듯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만 5∼7살 때 언어능력이 생긴다는 것은 언어학습이론에 의해 통계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면서 조기교육 옹호론을 폈다. 그가 말하는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영어교육은 발음 교정. 김 교수는 “이 시기가 지나면 발음이 굳어지고 나중에는 발음 교정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어에서 말하기와 쓰기, 듣기, 읽기 모두 중요하지만 만 5∼7살 때는 말하기와 듣기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른 두 영역은 말하기와 듣기가 되면 나중에 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학부모에게 조언했다. 값비싼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영어 유치원도 우후죽순 영어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영어 유치원이 크게 늘고 있다. 영어 유치원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정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려진 곳만 10곳 이상이라고 한다. 이름은 유치원이지만 사실상 미취학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도 겸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주로 4살부터 7살까지의 원생을 모집한다. 수강료는 대략 월 60만∼70만원선이다. 국내 4년제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영어 유치원의 수업은 ‘놀이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어린 만큼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즐겁게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이나 어학원이 영어의 기본에 중점을 두는 것과는 차별된다. SOT는 감성을 중요시 한다. 음악을 통해 아이와 원어민 강사가 함께 경험하는 느낌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현숙 원장은 “음악감상은 감성 프로그램의 하나로, 강사와 아이가 느낌을 함께 표현하다 보면 영어를 마음으로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어권 국가의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쓰기와 읽기 수업도 병행한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시기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인 점을 감안하면 읽기와 쓰기를 어느 정도 배워야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리번 영어유치원은 친환경적인 교육을 강조한다. 이곳 마당에는 강아지와 거북이, 도마뱀 등 동물들과 꽃과 감, 포도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놓았다. 친환경 체험을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원어민 강사는 영어로 동·식물 이름을 가르쳐주고 식물을 가꾸는 방법 등도 영어로 설명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영어권 국가의 식사 예절을 배운다. 정장을 갖춰입고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배운다. LCI키즈클럽이 운영하는 영어유치원은 원어민 강사 선발과정이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정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아이들이 선호하는 30대 이하 강사만 배치한다.5∼7살의 아이들이 대상이지만 5∼6살 아이들에게는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원어민 강사가 말하는 영어만 듣도록 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하반기 景氣도 지루한 회복세”

    “하반기 景氣도 지루한 회복세”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실물지표가 썩 좋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다. 올해 우리 경제는 답답하고 지루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지난해 말 발표했던 올 경제성장률 4%를 넘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 한국경제의 ‘더블딥(반짝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도 ‘토끼’와 같은 빠른 걸음이 아니라 ‘거북이’ 스타일의 느린 경제성장이 전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05년 하반기 경제전망 세미나’를 열고 올 한 해 3.7∼4% 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내수·수출은 소폭 동반 성장 한국은행 김재천 조사국장은 “올 하반기 민간소비는 심리 개선과 가계연체율 하락 등으로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회복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민간부문의 과소비가 60% 정도 조정된 만큼 내년부터 소비가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국장은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전체적인 모습이 수출에만 매달리던 지난해와 달리 수출과 내수가 절반씩 성장에 기여하는 균형잡힌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가계부채 문제 개선 등으로 올 4·4분기부터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4·4분기 경제성장률은 4.2%로 높아져 올해 연간 3.7%의 성장률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출 지난해보다 10∼15% 증가 한준우 KOTRA 정보조사본부장은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12∼15% 증가한 2840억∼29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최근 원화 강세, 고유가 등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한국 상품에 대한 해외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부품(증가율 21.8%)과 무선통신기기(28.5%), 가전(21.6%) 등이 지난해에 이어 20% 이상의 높은 수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3%)와 자동차(6%) 등은 지난해보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진병화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환율과 관련,“하반기에 원화는 북핵 및 국내 경기회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경상·자본수지 흑자 지속과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으로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그러나 원화 강세 폭이 과다하고 경기회복이 미진하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원화의 추가적 강세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바다의 날 특집] ‘해양강국 꿈’ 이룬다

    [바다의 날 특집] ‘해양강국 꿈’ 이룬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프론티어 영역인 해양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293개 해역에서는 국가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해저에 깔린 자원을 선점하려는 ‘총성없는’ 탐사 전쟁도 열기를 더해간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반경 1200㎞ 안에는 7억명의 인구와 5조 3000억달러의 거대시장이 펼쳐져 있다. 이 천혜의 조건을 바탕으로 선박 건조량과 수주량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21세기 거북선’이라고 불리는 해양탐사선과 차세대 위그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해양의 미래를 실은 ‘꿈의 배’를 소개한다. ●100t급 위그선이 난다 지난 1976년 카스피해에서는 물 위에 떠서 시속 550㎞로 내달리는 괴물체가 서방국가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배가 아무리 빨라도 550㎞로 운항할 수는 없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물체를 ‘바다의 괴물’로 명명했다. 괴물의 정체는 옛 소련의 군사용 위그선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위그선도 좌초됐다. 연구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해운 시장이 취약한 러시아는 위그선을 상용화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위그선의 효용’을 잊지 않았고, 꾸준한 연구 끝에 내년에 기본설계 및 성능 최적화 작업을 마치고,2009년 시제선 건조 및 2010년 시험 운항과 실용화가 가능한 단계까지 이르렀다. 위그선이 상용화되면 기존 항만시설을 활용해 뜨고 달릴 수 있어 별도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다. 따라서 공항이 없는 지역에 항공기와 유사한 고품질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항시설이 없는 울릉도, 백령도 등 국내 연안은 물론 중국 동부 연안과 일본을 1∼3시간 이내에 항공요금의 절반 정도로 연결할 수 있어 특송화물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위그선은 해군전력 증강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의 고속 공기부양정보다 3배 이상 빨라 기동성이 우수하고, 해면 위에 떠서 날기 때문에 잠수함의 주요 탐지요소인 수중방사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저고도 비행으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등 작전임무 수행 중 생존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해미래’ 6000m 아래로 가라앉는다 얼마나 넓은 바다를 확보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얼마나 깊이 바다 밑으로 내려가느냐이다. 대부분의 해양 광물은 심해 5000m 아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5000m 심해는 엄지손톱의 면적에 10여명의 사람이 올라가 있는 압력을 받는 곳이다. 그동안 심해 연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 이들 국가만이 극한 환경에서 원격제어를 통해 무인작업을 수행하는 무인심해잠수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도 드디어 내년부터 6000m 바다속을 샅샅이 뒤질 수 있는 무인심해잠수정을 갖게 된다. 공모를 거쳐 선정된 잠수정의 이름은 ‘해미래’. 지난 2001년부터 120억원을 투입한 해미래 개발 사업은 이미 완료단계에 접어들었고, 내년 3월 동해 심해로 시험 탐사에 나선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박사는 “해미래가 완성되면 전세계 해양의 95% 이상을 조사할 수 있다.”면서 “한국도 곧 심해 자원탐사, 해저 관측조사, 해저화산 및 생물조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극의 얼음은 내게 맡겨라 지난 2003년 12월 남극 세종기지로부터 비보가 날아왔다. 남극해양 탐사를 나갔던 대원들이 두꺼운 얼음에 갇혔고, 끝내 신예 과학자 1명이 희생됐다. 얼음을 깨며 연구할 수 있는 쇄빙선 한 척만 있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조선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쇄빙선을 1척 이상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독일 브라질 노르웨이 등 10개국이나 된다. 이 사고를 계기로 쇄빙선 건조 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고,2008년 6000t급 쇄빙선이 우리 기술로 탄생한다.1m 두께의 얼음을 짖누르며 항진할 수 있는 쇄빙선에는 최첨단 해양 장비가 탑재돼 남극과 북극 해양 탐사에 큰 진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탐사선의 맏형 ‘온누리호’ 행양과학 강국들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곳은 하와이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0㎞ 떨어진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이다. 선진국들은 저마다 이 해역에서 자신들의 고유 광구를 차지하고 망간단괴 등 심해 자원을 탐사하고 있다. 어느 국가가 얼마만큼의 자원을 찾아냈고, 끌어 올릴 능력이 됐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프랑스와 일본, 러시아, 중국, 동구권 컨소시엄(폴란드·불가리아·체코), 인도에 이어 7번째로 7만 5000㎢에 대한 탐사권을 국제해저기구로부터 부여받았다. 우리나라 국토 넓이(약 10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는 데는 1400t급 탐사선 온누리호가 큰 역할을 했다. 1992년 취항 이후 40여명의 연구원을 싣고 태평양 구석구석을 누빈 온누리호는 다중빔 정밀음향측심기, 다중채널 탄성파 탐사장치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장비를 구축하고 선진국들의 탐사선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지역플러스] 통영에 한산대첩 특수영상체험관

    경남 통영에 한산대첩 특수영상 체험관이 들어선다.29일 통영시에 따르면 2008년까지 95억여원을 들여 한산대첩의 해역이 바라 보이는 정량동 망일봉 일원에 지상 2층 연면적 2000여㎡ 규모의 거북선 모양을 갖춘 한산대첩 특수영상 체험관을 건립키로 했다. 올 하반기 착공될 거북선 체험관은 임진왜란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군 적선을 크게 무찌른 한산대첩을 입체 영상화해 600인치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는 특수영상 체험실과 충무공이 지휘한 한산대첩을 비롯, 남해군 노량해전, 거제시 옥포해전, 고성군 당항포해전, 전남 진도군 명량해전 등을 망라하는 ‘이순신장군 해전사 전시실’이 설치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3)진해와 포르투갈인 세스페데스

    진해는 일본인들이 붙인 지명이다. 원래 웅천읍성이 자리했던 곳으로, 그 웅천 바닷가에는 ‘세스페데스 방한 400주년(1553~1993)기념’이란 설명문이 붙은 조각상이 서 있다. 그의 고향인 포르투갈 톨레도의 니야누에다 데알카르데테 시민들이 우정의 정표로 기증한 것이다. 그는 1593년 12월27일에 웅천포에 도착해 1년여를 이곳 왜성에서 묵었다. 그 34년 뒤인 인조 6년(1628)에 네덜란드인 벨테브레가 부산 근처에 표착했고, 그로부터 59년 뒤인 1653년에는 하멜이 표류해 왔다. 그러고 보면 그는 표류가 아닌, 자의로 이 땅에 온 최초의 서양인이다. 그가 머물렀던 웅천 남산왜성을 올랐다. 돌들이 웅장하다. 틀림없는 왜성인데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1593년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축성했고 정유재란때 재침해 수축한 것이다. 경상도에는 유난히도 왜성이 많다. 웅천 안골포 양산 영등포 마산 고성 사천 남해왜성 등등 아예 장기 주둔을 염두에 두고 진을 쳤던 흔적들이다. 진해에는 웅천왜성 바로 건너편 안골포에도 왜성이 있다. 사면이 두루 보여 그만한 요새가 없다. 세스페데스가 웅천까지 온 이유를 알자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하다. 임진왜란때 평양성을 공격했던 고니시 고니시는 포르투갈 예수회에 의탁한 천주교도였다. 고니시의 딸 마리아는 당시 19대 대마도주 소오 요시토시(宗義智)의 아내였는데, 소오는 임란 직전까지 대마도 병마사로 조선의 녹봉을 받았다. 그 역시 천주교 신자였다. 소오는 조선의 지리를 꿰뚫고 조선말에도 능통해 왜군의 앞잡이로 선봉에 섰다. 세스페데스는 이때 일종의 종군 신부로 온 것이다. 그의 수기에 의하면 조선의 훌륭한 문화재는 모두 고니시와 소오가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임진왜란은 문화전쟁이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들은 문화재 약탈뿐 아니라 사람들도 엄청 붙잡아 갔다. 오죽했으면 강항이 ‘간양록’에서 ‘배 600∼700척이 몇 리에 걸쳐 바다를 메우고 있는데, 배마다 조선 남녀의 통곡소리가 바다와 산을 진동시킬 정도’라고 기록했을까. 고니시도 평양성 전투에서 6살 난 전쟁고아 소녀를 데려가 ‘오타’란 이름을 지어주고 길러 ‘줄리아’라는 세례명까지 얻게 했다. 도요토미가 죽은 뒤 천하의 패권을 두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벌인 대격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고니시는 패하여 처형된다. 줄리아도 이때 외딴 섬으로 귀양가 신앙을 지키며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죽음으로써 하나의 ‘신화’가 됐다. 한편 고니시의 사위인 대마도주 소오는 마리아와 이혼하고 도쿠가와의 가신으로 들어간다. 세스페데스는 1597년 3월에 다시 내한했다가 도쿠가와의 선교사 추방령으로 수박골에 피신해 있다 두달 후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임진왜란이라는 한·일간의 유쾌하지 못한 전쟁통에 묻어 오기는 했지만 서양인의 첫 방문은 역사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왜성이 위치한 안골포는 임란 전승지로 유명한 곳.1952년 7월 왜 수군의 주력부대가 한산도에서 참패를 당하자 그를 따르던 가토 기요마사의 42척 제2 주력부대가 당황한 나머지 안골포에 옮겨 정박한 것을 이순신이 추격, 격파한다. 한산도해전과 더불어 안골포해전은 왜 수군 주력부대를 격멸한 큰 전공지였다. 이듬해인 1593년 2월부터 한달동안 이순신 함대는 웅포에 무려 7차례나 출격해 해전을 치렀는데, 이때 웅포 남산왜성의 왜 육군이 엄호하여 많은 고초를 겪었다. 세스페데스는 그 해 겨울 웅천으로 들어왔다. 안골포에는 굴강(掘江)이 남아 있다. 방파제와 선착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전남 여천에 선소(船所)와 굴강이 남아 있을 뿐 거의 사라진 지금 이곳의 해양문화사적 의미는 크다. 이순신의 대격전지에 이같은 해양 유적이 전해지고 있어 감회가 새로운데 머잖아 간척될 계획이라 운명이 풍전등화다. 매립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바닷물을 끌어들여도 굴강만은 살릴 계획이라지만 이 희귀한 문화유산이 전해지는 임진왜란 대첩지를 매립해 땅을 얻어 써야겠다는 문화적 반달리즘을 두고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진해는 대마도를 거쳐서 규슈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마산에서 여몽연합군이 후쿠오카쪽으로 진격해 들어갔듯 최단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에는 본디 최초의 왜관이 자리잡은 곳도 또한 이곳 웅천이다. 왜관은 모두 세 군데에 있었으나 삼포왜란 이후에 변란을 걱정해 웅천왜성은 폐지되어 부산의 초량 왜관으로 통합됐다. 이같이 일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진해에 다시 왜인들이 나타난다. 근 300여년 만에 이번에는 왜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로 변신해 나타났으니, 그들은 지형·정서적으로 가장 잘 아는 곳부터 점령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진해만을 동양 제일의 대군항으로 키우기 위해 한반도 최초로 조직적·계획적 도시계획을 입안한다. 진해라는 말부터가 일인에 의해 처음 쓰여졌고, 옛 웅천읍성과 무관하게 신도시로 재탄생했으니 식민지 항구도시 건설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당시 비동 현동 좌천 등 여러 마을을 합해 진해라 부르고 진해만 군항지를 편의상 진해만이라 칭한 것이다. 군항지 경영에 당시로서는 대단히 큰 돈인 800만원을 퍼부어 10개년 사업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바닷가 염습지와 황무지를 매립하여 땅을 얻고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했다. 러일전쟁 직전인 1904년 1월12일에는 해군 함정을 거제도 송진포 연안에 대놓고 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기도 했다. 송진포에 ‘일본제국 해군 가근거지 방비대’를 설치하고 러시아와의 전쟁준비에 돌입한다. 일제는 1905년 러일전쟁의 여세를 몰아 웅천지역의 토지를 강탈하기에 이른다. 당시 시가지는 12만평이었으며, 계획도시답게 모범적 시가를 만들기 위해 도로는 방사형으로 설계했다. 그래서 오늘날 진해의 중원로터리 등을 보면 사방팔통으로 도로가 교체하는데, 여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미관을 엄격히 고려하고 토지를 1∼3등으로 3분하여 건축을 제한했다. 건물은 2∼3층을 원칙으로 하고 4층 이상은 허가를 받아 짓도록 했다. 이곳 토지를 불하받은 일인은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 사세보 사가 조슈 나가사키 출신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에 오래 전에 나와있던 용산, 마산, 부산 등지의 일본인들도 이곳으로 몰려 왔다. 이로써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의 신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조선인도 참여할 수 없었으며, 목포나 군산처럼 본래의 조선인촌과 병존하게 하지도 않은 식민도시였다. 그리하여 일제 해군본부가 들어서고, 한국뿐 아니라 극동의 군항으로 자리잡아 오늘날까지 한국 해군의 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진해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풍경을 읽는다. 방사선으로 뻗어나간 로터리 모퉁이에 고색창연한 진해우체국이 서있어 식민지 시대를 전하고 있다. 도로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일장기 모습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충무공 동상으로는 전국 최초인 1951년에 창원 통영 고성 김해 마산 등에서 갹출해 북원광장에 조성한 것이다. 일장기형 도로와 이순신의 동상이 주는 이중창이 묘한 갈등으로 다가온다. 자고로 벚꽃이 유명하여 4월 초순에는 군항제가 열린다. 충무공의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벚꽃도 즐기는 최대의 행사인데,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이 휘날리는 풍경 속에 서 있는 충무공 동상의 이미지는 왠지 좀 거북한 느낌이었다. 제황산정에는 웅장하게 솟은 탑이 있다. 일인들이 세운 러일전쟁 기념탑을 광복 후 철거하고 1967년 해군의 기함사령탑을 상징하는 이 탑으로 교체했다. 시내 로터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했을 때 남긴 기념휘호를 각인한 비석이 있는데 가장자리가 깨져 있다.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을 땜질해 붙여놓았다. 로터리 중심의 나무에 가려져 있어 외부인은 그런 비석이 있는 줄도 모른다. 반면에 진해 바닷가에는 도지정 무형문화재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과 전용 낚시터, 장제스를 만났다는 육각정 등이 잘 보존돼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본디 일본군 통신대가 쓰던 건물이다. 진해 사람들도 나름대로 불만이 많다. 해군기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보니 도시의 주요 토지들은 모두 군용으로 묶여 발전이 없다. 군사도시인 탓에 규제가 심해 발족 당시의 인구에서 별반 늘어난 게 없다. 게다가 부산시와의 갈등도 내연 상태다. 신항만 건설부지의 80%를 내놓았지만 명칭이 부산신항만으로 결정되는 분위기여서 폭발 일보 직전이다. 부산신항인지, 부산·진해신항인지를 놓고 대격돌을 벌이는 중이라 이래저래 군사도시의 고충이 깊은 요즘이다.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군항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게다가 이웃 거대도시 부산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진해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가장 쾌적하고 맞춤한 인구, 공장이 적은 대신 맑은 숲과 바다를 지닌 천혜의 미항 진해이건만 미래가 투명하게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벚꽃 펄펄 날리는 조건에서도 소작쟁의는 물론 동양제사 노동자들의 대투쟁, 그리고 각종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주기철 목사같이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 진정한 종교인을 배출한 곳이 진해 아닌가(황정덕의 ‘진해 항일독립운동사’ 참조). 진해예술촌장을 맡아 군사도시 속에서 문화를 가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박차생 진해문화원장이 망산도로 안내하면서 간절하게 전한 말은 이랬다.“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왕비인 아유타국 허왕옥 공주가 처음 내린 망산도도 진해지요.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국제 항구도시였으니 부산·진해신항으로 결정돼 사람들 시름 좀 덜었으면 합니다.”
  • [책꽂이]

    |유아·아동|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미하엘 엔데 글, 만프레드 쉴뤼터 그림, 유혜자 옮김, 보물창고 펴냄)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그 거북이 보다 끈기가 더 지독한(?) 느림보 거북이가 주인공. 더 큰 상상력, 짜릿한 반전까지 보태져 변주된 그림동화의 메시지.5세 이상.1만원. ●엄마, 나는 무슨 띠야?(심상우 글, 강명근 그림, 창작나무 펴냄) “음메헤헤! 따뜻한 털옷을 입은 양이에요. 고집이 세고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늘 맛있는 풀을 찾아다녀요.” 일년씩 돌아가며 한해의 대장을 맡은 열두 동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그림책. 원색의 강렬한 그림들에 눈이 즐겁다.3∼6세.8500원. |초등·청소년| ●어린이를 위한 진화 이야기(전5권)(구로다 히로유키 글·그림, 김영주 옮김, 바다어린이 펴냄) “손가락은 왜 다섯개야?”“배꼽은 왜 있지?” 신체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진화론’으로 풀어준다.‘물고기, 땅으로 올라오다!’‘포유류, 몸을 요리조리 바꾸다!’ 등 5권의 시리즈로 나왔다. 재미있는 그림과 세밀한 도판들이 있어 이해하기가 무척 쉽다. 초등생. 각권 7000원. ●마이돌핀 학습365(제2권)(서활원 지음, 양지사 펴냄) 여러 방송에 출연해 더 유명해진 저자가 효과적인 공부방법과 그 원리 및 과학적 근거 등을 상세히 제시했다.‘마이돌핀’은 두뇌활동을 결정하는 호르몬. 중학생 이상.1만원.
  • [마니아]“응원 우승하면 다 이긴셈”

    [마니아]“응원 우승하면 다 이긴셈”

    서울시 25개구가 뿜어내는 오색 찬란한 빛깔이 22일 개최된 서울시민 생활체육대회를 빛냈다. 선수단은 개회식에서 각 지역구의 특징을 살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입장, 눈길을 끌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 나와 구대항 응원전을 준비,‘단결된 힘’을 뽐냈다. ●지역특징 살린 입장 퍼포먼스 흥을 돋우기 위해 이날 오전 9시20분부터 식전행사가 펼쳐졌다. 염광여자정보고교 고적대가 첫 연주를 선보인데 이어 에어로빅, 음악줄넘기, 태권도 시범경기가 잇따랐다. 중앙무대와 운동장 중간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이런 모습이 생생히 전달됐다. 강동구를 필두로 선수단이 입장하자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명박 서울시장, 이의민 서울시 생활체육협회장, 임동규 서울시의회의장, 엄삼탁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 등이 무대 위에 올라 손을 흔들며 선수단을 맞이했다. 구청장이나 구의원, 지역 협회장이 참석한 경우엔 무대에 함께 올라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서초구 등은 구 관계자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선수단은 독특한 퍼포먼스로 박수 갈채에 화답했다. 고적대나 풍물패를 앞장세워 눈길을 모은 뒤 지역 특징을 살린 퍼레이드를 펼친 것. 중구는 충무공 이순신의 고향답게 대형 거북선을 선보였고, 송파구는 롯데월드 고적대로 흥을 더했다. 서대문구는 이색적인 사자놀이와 용춤 공연을 펼쳐 주목받았다. 동작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여성 2명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 이명박 시장 등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강서구는 말 5마리를 타고 등장한 뒤 허준을 그린 대형 그림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관악구는 수십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분위기를 띄웠다. 경기장을 에워싼 응원단 1만여명도 지역구 선수들이 입장할 때면 환호성을 질렀다. 흐린 날씨에도 빨강·주황·초록·남색 티셔츠와 응원도구 덕에 경기장은 오색찬란한 빛이 만발했다. ●응원전에 강남은 없다 지역구민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응원전에선 강북과 강남이 크게 차이를 보였다. 대표 강남지역인 서초구와 강남구에선 응원단이 나오질 않았다. 동작구만 유일하게 하늘색 옷을 맞춰 입고 에어방망이를 두드리며 응원, 결선 경기에 올랐다. 반면 도봉·광진·강북·영등포·중랑·동작·성동·서대문구 등은 자리를 가득 채우고 대중가요 ‘아파트’ 등에 맞춰 춤을 췄다. 서대문구에선 한성 화교 중고교 학생 20명으로 구성된 용춤 공연단이 운동장을 뛰놀았고, 빨강·초록·노랑·남색 대형 깃발이 응원단을 수놓았다. 광진구 치어리더는 노란·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꽃수술을 흔들며 응원단을 지휘했다. 우승은 도봉구가 차지했다. 점심식사도 거른 채 결과 발표 때까지 경기장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며 응원한 덕이었다. 특히 최선길 구청장이 지역 주민과 함께 응원에 참여, 사기를 높였다. 최 구청장을 비롯해 응원단 전체가 오후 2시쯤에야 도시락을 먹었다. 행사에 참가한 임일순(51·마포구 창전동)씨는 “이웃들과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다 보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신난다.”면서 “생활체육대회가 축제와 화합의 한마당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은주 이두걸기자 ejung@seoul.co.kr ■ 생활체육 경기일정 서울시 ●제15회 시장기 배드민턴대회.28일(토)∼29일(일).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02)2203-2456. ●제6회 시장기 탁구대회.28일(토)∼29일(일). 서울시립대.(02)571-0073. ●제4회 시장기 족구대회.29일(일). 망원유수지 체육공원.(02)412-6322. ●제6회 시장기 농구대회.29일(일).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농구장.(02)323-7823. ●서울시민 생활체육대회 축구.29일(일) 오전 9시.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축구장. ●서울시민 생활체육대회 테니스.28일(토) 오전 9시. 목동테니스장. ●서울시민 생활체육대회 풋살.28일(토) 오전 10시. 양천구 인조잔디구장. 성북 제2회 동선회장기 축구대회.29일(일) 오전 9시. 고명정보고 운동장. 용산 어린이 풋살축구대회.29일(일) 오전 10시. 청파초교 운동장.(02)710-3320. 금천 ●제5회 구청장배 수영대회.28일(토) 오후 2시. 금천구민 문화체육센터 수영장.(02)890-2410. ●제2회 구청장배 구민 건강달리기대회.29일(일) 오전 9시30분. 안양천 둔치.(02)890-2410. 송파 제3회 구청장기 여성축구대회.28일(토) 오전 10시. 송파구 여성전용축구장. 강서 제5회 구청장배 단학기공 경연대회.28일(토) 오후 2시. 강서구민회관. 노원 제4회 구청장기 당구대회.29일(일) 낮 12시. 중계동 오프라인 당구장.(02)976-8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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