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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간 굶으며 홀로 지낸 거북이, 극적 가족 상봉

    30년 간 굶으며 홀로 지낸 거북이, 극적 가족 상봉

    가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거북이가 돌연 사라진 건 지금으로부터 1980년대 초반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한 날이었다. 이사를 하면서 새 집의 창고에 물건을 옮길 때 일꾼들이 문을 열어놓은 게 잘못이었다. 가족들은 거북이를 영영 잃어버린 줄 알고 지냈다. 그 거북이가 30년 만에 발견됐다. 거북이는 줄곧 창고에 살고 있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살고 있는 알메이다가(家)는 1982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정신없이 이사를 하던 날 레니타라는 이름의 딸은 기르던 거북이를 잃어버렸다. 이사를 하고 보니 창고에 있던 거북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백방으로 거북이를 찾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잃어버린 거북이는 가족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하지만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 가족들은 오랜 만에 창고를 청소했다. 낡은 상자들은 버리기로 했다. 가족들이 상자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 한 이웃이 그들을 부르며 물었다. “상자를 버리는구나. 그런데 거북이도 버리려고?” 가족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 보니 상자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와 엉금엉금 걸어다니고 있었다. 30년 전 실종된 바로 그 거북이었다. 가족들은 “거북이를 다시 봤을 때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면서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수의사들의 의견을 인용해 “다른 동물이었다면 벌써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면서 “오랜 기간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거북이이기 때문에 30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어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G1글로보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납관사의 일을 통해 본 삶과 죽음

    납관사의 일을 통해 본 삶과 죽음

    첼리스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러운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백수 신세가 된다. 우연히 ‘연령 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 조건의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한다. 면접은 1분도 안 돼 초스피드로 진행된다. 그런데 여행사인 줄만 알았던 회사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납관 일을 하는 곳. 첼리스트에서 하루아침에 납관 도우미가 된 다이고는 모든 것이 낯설고 거북하다. 베테랑 납관사 이쿠에이가 정성스럽게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모습에 감동한 다이고는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친구들은 당장 그만두라며 반대한다. EBS에서 25일 자정에 방송되는 ‘굿’ 바이’는 2008년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를 필두로 같은 해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미국)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굿’ 바이’는 죽은 사람의 장례를 준비하는 납관사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납관사는 시신을 치장하는 것을 넘어 떠나가는 자와 남은 자의 앙금을 해소 시키고 화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중간 중간 독특한 사연을 지닌 고인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고인은 결국 가족이 여성의 장례 절차를 따르며 화해한다. 평생 고생만 한 아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는 것을 본 남편은 위안을 받는다. 재산 문제로 다투기만 했던 어머니와 아들은 헤어지는 순간 그동안 풀지 못했던 고리를 풀며 화해를 시도한다. 영화 제목처럼 좋은 이별을 한다. 좋은 이별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죽음을 겪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인생의 의미를 되찾는다.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는 다이고의 독백처럼, 하는 일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살기 위해 죽은 생명을 맛있게 먹어야 하듯이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화해하며 좋은 이별을 만들고 결국 좋은 인생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을 건다. 다이고 역을 맡은 모토키 마사히로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첼리스트와 납관사를 재현하려고 첼로 교습을 받고 시도 때도 없이 매니저와 스태프들을 상대로 염습 절차를 연습했다고 한다.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비밀’(1999) ‘음양사’(2001) ‘바람의 검, 신선조’(2003) ‘음양사2’(2003)등 화제작을 발표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사다리 유감/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다리 유감/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최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세상이 화들짝 놀랐다. 우리나라 고교생 10명 중 4명은 10억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저지르고 1년쯤 감옥에 가는 것도 괜찮다는 답을 했다. 설문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번 윤리의식의 결여로 진단했다. 교육을 받을수록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하건만 현실은 그 반대이니 앞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과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옳은 진단이었을까. 그들의 비윤리 의식이 단지 훈육 부족 탓일까. 현실에 열심히 발을 딛고 나아가면 거북이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우화가 공허하다는 사실을 그 나이쯤 되면 꿰뚫고도 남는다. 예서제서 입이 쓰게 떠들어대는 사다리 없는 사회의 실체를 머리 굵은 아이들이 감 잡지 못할 리 없다. 출구 없는 삶보다야 차라리 최악의 한순간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절벽을 봐버린 청춘들의 때 이른 허무였을 터다. 본지에서 교육 현실을 심층보도하는 기획시리즈(‘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가 화제다. 왜 아니겠나.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없이는 혼자 힘으로 도저히 입신할 수 없는 현실을 너나없이 절감하고들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한 부장판사의 득의양양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고 3인 아들이 수능 성적을 잘 받았으니 SKY대의 경제학부에 합격할 수 있겠다는 안도와 함께 아들의 장래지도를 넌지시 펼쳐보였다. 다음 목표는 로스쿨. 로스쿨 과정을 마치면 판·검사를 시킬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자신이 운영할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앉히면 된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얼마든 실현 가능한 꿈의 대물림 구도였다. 3년간 등록금만 최소 6000만원을 감당하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 없는 로스쿨 장벽은 이미 서민들에게 차단된 상황이다. 그 다음 단계의 게임 승률은 당연히 더 높아진다. 로스쿨 과정을 거쳐 대형 로펌의 러브콜을 받는 풍운아들이 십중팔구 뜨르르한 세력가들의 자녀란 사실은 법조계의 신종 금기어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 사이 인터넷 고시 사이트 어디에서든 맨주먹 청춘들의 좌절은 파도를 넘는다.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패스해 청와대까지 들어갔던 바로 그 대통령이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직설화법의 장탄식도 줄을 잇는다. 비록 빈 주먹의 삶일지라도 끊임없이 다독여 견인해 주던 사회적 메타포가 바닥이 나고 있다. 이런저런 훌륭한 취지와 명분에 밀려 외무고시가 폐지됐고, 사법고시가 없어진다. 아니, 꿈을 위한 본경기를 치러보기도 전에 많은 아이들은 궤도이탈을 강요받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해가 갈수록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는 대입 정책은 이젠 며느리도 모른다. 혼자 열심히 공부만 하는 건 삽질이 되고만 입학사정관제, 사교육 없이는 논제조차 이해하기 힘든 논술시험, 주요 과목의 A·B형 반영 방식이 난수표 수준이어서 대학들조차 백기를 들어버린 선택형 수능까지. 컨설팅 과욋돈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정책들이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은 교육과학기술부뿐일 것”이란 한숨이 쏟아진다. 생기있는 사회로 되돌리려면 어떤 모양새든 다시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당장 급한 대로 두레박이라도 내려놔야 할 판이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귀 닫고 눈 감았던 정책들을 새 정부에서는 살뜰히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sjh@seoul.co.kr
  • ‘고문 기술자’ 이근안 마지막 언론 인터뷰

    ‘고문 기술자’ 이근안 마지막 언론 인터뷰

    “그 시절로 돌아가지도 못하지만 돌아간다면 절대 고문 안 합니다. 나로 인해 손가락질받은 가족들과 내 손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공연한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뿐이에요. 아무 보람도 없는데….” 평생을 달고 다닌 ‘고문기술자’라는 꼬리표. 거동이 불편한 이근안(75)씨가 6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날을 돌이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죄지은 자’로서의 참회와 그동안 말 못한 심경들을 털어놨다. 이씨는 이번이 마지막 언론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여생을 은둔하며 기도하고 참회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맨 처음 대공 수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6·25 당시 인민군들에게 온 가족이 살해당할 뻔했다. 당시 형이 육군 장교여서 가족이 처형자 명단 1순위에 올라 있었다. 다행히 도망쳐 목숨은 부지했지만 당시 기억이 남아 간첩 잡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군사정권 시절 여러 간첩들을 검거하면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 영광은 모래성과 같은 것이었다. 도망자 신세가 된 이후 가난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가정이 엉망이 됐다. 봉사활동을 하며 덕망을 쌓던 아내는 동네 청소부로 전락했고 큰아들은 살기가 어려운지 거의 연락이 안 된다. 둘째 아들은 심장마비로 죽은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막내도 고생만 하다 재작년 교통사고로 죽었고 며느리는 손자들을 데리고 나가 버렸다. 지금은 월 20만원짜리 쪽방에 살고 있다. 난 지난해 6월 쓰러졌다가 간신히 일어났지만 콩팥과 심장에 혹이 다섯 개라 손도 못 대고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30일이 김근태 전 의원의 1주기였다. -아직도 김 전 의원을 처음 만났을 때와 신문 과정 등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장례식에 가고 싶었지만 교회 지인들이 ‘가 봤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다들 말렸다. 그래서 빈소에는 가지 못하고 누나 산소가 있는 김해 은하사 뒷산에 올라 조용히 기도드리고 왔다. 그날 많이 울었다. →“이근안한테 고문당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이 아닌 것들도 많다. 그동안 일일이 바로잡을 길이 없어 속앓이만 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내게 고문당했다고 해야 사람들이 공감하고 민주화 투사로 알아주는 건지…. 대표적으로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은 내가 고문 안 했다. 이 전 장관은 전국민주학생연맹 사건의 주모자로 잡혀 왔는데 당시 난 검거만 했고 신문은 김모 선배가 했다.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는 얘기들도 있는데. -잘못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간첩을 소탕하며 공적을 쌓고 국가에서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다 한순간에 도망자 신세에 ‘씹다 버린 껌’이 되니 처음에는 분한 마음도 들었다. 나라를 위해서만 일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이런 취급을 받나 싶어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경 공부를 하며 그런 마음들을 내려놓았고 내 죄를 깨닫게 됐다. 내가 고문한 사람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죄인이라 생각한다. 일일이 찾아가 사죄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교인으로서 참회, 회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사과라는 의미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몰라주더라. →얼마 전 책을 출간했는데. -인생을 마감하는 청산서로 썼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죄인임을 자복하는 심경으로 있는 실상 그대로를 양심껏 담았다.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용서받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 →출간 후 반응은. -인터넷은 보지 않는다. 지인들을 통해 사람들이 ‘반성이 없다’, ‘뻔뻔하다’ 등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 뜻으로 출간한 게 아닌데 뭘 해도 오해를 받으니 답답했다. ‘고문기술자 이근안’. 얼마나 거북스러운 꼬리표인가. 입에 담기도 싫었지만 내 처지와 후세의 평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제목도 그렇게 붙였다. →세상에 나오지 않고 은둔하겠다는 까닭은.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다 가고 싶다. 또 나도 사람인지라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컸다. 공직에서 손 놓은 지 수십년이 지났고 여러 가지로 죗값을 치르며 달라졌지만 여전히 믿어 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는 내게도 새 삶의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는 울컥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기도원에서 조용히 지난날을 회개하며 살다 가고 싶다. 언론 인터뷰도 이번을 끝으로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말에 가장 상처를 받았나. -고문할 때 마치 돼지 잡듯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었다고 하는데 나도 사람이다. 그저 그때는 상부의 명령을 목숨처럼 알았다. 고문이 애국이라 말한 것이 아닌데 그 점도 왜곡됐다. 국가에 충성을 바쳤던 수사관으로서의 전반적인 활동들을 애국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이었는데 앞뒤가 잘려 왜곡이 됐더라. 고문한 것을 애국이라 생각할 리가 있겠나. 시대가 만든 죄인이라 해도 지금은 내 업보가 크다고 느낀다.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소망이랄 것도 없다. 죄지은 자가 뭘 더 바라겠나. 다만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한 아내가 하루라도 건강히 살다 가길 바랄 뿐이다. 아내가 74세인데 골병이 들어 오래 못 산다. 얼마 전 사고로 요추가 함몰됐는데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집에만 누워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1970년 경찰에 입문, 1980년대에 경기 경찰에서 대공·방첩 전문 수사관을 맡았다. 국가안보 기여 등으로 많은 표창과 훈장을 받았으나 야당 인사와 학생 운동가들을 고문해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다.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사실이 밝혀지며 수배자가 돼 도피하다 1999년 검찰에 자수, 7년형을 살았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천재 예술가 고흐는 천문학에도 조예 깊었다

    천재 예술가 고흐는 천문학에도 조예 깊었다

    썰렁 농담 하나. 예술가는 모두 할망구다. ‘영감’이 있을 때만 일해서다. 예술혼에 불타오르는 고귀한 천재들 얘기, 지칠 법도 하다. 그래서 ‘필’받은 천재 예술가를 부정하는 ‘실험실의 명화’(이소영 지음, 모요사 펴냄)가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도입부에서 이미 19세기 영국 화가 조지프 터너의 눈과 1995년부터 목성을 관측한 우주선 갈릴레오호의 렌즈를 ‘풍경화가’라는 기준으로 비교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이다. 광기어린 천재의 대표선수 고흐를 두고 측두엽 뇌전증 환자였고 당대 천문학 지식을 충분히 연구했다고 지적한다. 측두엽 뇌전증은 뇌가 오버해서 주변 자극을 더 크고 활발하게 받아들인다.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면 왠지 그럴 것도 같다. 고흐의 천문학 지식도 상당했다.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두고서는 먹지로 대상을 베끼듯 그림을 베껴서 그렸을 것이란 추측을 소개해 뒀다. ‘천지창조’ 등의 그림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시스티나대성당의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해부학 강의였단다. 그러니까 그 천장에 뇌와 장기와 등뼈가 가득했다는 얘기다. 영국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은 거의 기상학자 대접을 받는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는 2004년 캐나다에서 발견된 ‘틸타알릭’ 화석을 떠올리는 식이다. 사실 이런 얘기들은 좀 거북하다. 모처럼 우아와 교양 한번 떨어보려는데 재 뿌리는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왜 이런 얘기를 할까. “과학의 출발이 그러한 것처럼 예술의 출발도 관찰”이라 믿기 때문이다. 과학과 예술은 관찰에서 태어난 형제자매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책에서는 갈릴레오와 카할(1906년 노벨생의학상 수상자)처럼 뛰어난 과학자들이 남긴 아름다운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이 얘길 듣다 보면 소설가 김연수가 떠오른다. 김연수는 제일 듣기 싫은 말로 “소설 쓰고 있네”를 꼽았다. 어떤 장면, 심리, 상태를 문장으로 묘사하는 건 집요한 관찰의 결과물인데 제 마음대로 지어내면 된다고 착각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저자의 주장을 재수없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디서 “예술하고 있네” 비아냥 소리가 들린다면, 충분히 함께 흥분해줄 것 같으니까. 소재가 딱히 새로운 건 아닌데, 주물럭대며 비빈 손맛이 좋다. 1만 68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탕평, 희망의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탕평, 희망의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바야흐로 탕평시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일성으로 탕평을 내세운 이후 탕평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국민단어’가 됐다. 박 당선인은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극한 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고 약속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지역과 성별, 세대 구분 없이 인재를 널리 구해 골고루 등용하겠다고 했다. 그 다짐이 온전히 실천으로 이어지고 인사의 대원칙으로 확고히 자리잡는다면 이보다 더한 국민통합의 묘방이 따로 없을 것이다. 탕평을 통한 국민통합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는 지역과 이념, 세대로 갈라진 ‘분열사회’에 살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는 다소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다. 철 지난 보수·진보 헤게모니 싸움도 변함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갈수록 악성으로 치닫는 세대 갈등이다. 2030세대와 5060세대는 선거에서 대쪽처럼 갈렸다. 20, 30대는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50, 60대를 적대시하며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감정섞인 주장을 펴기도 한다. 가파른 현실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어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인가. 무절제한 욕구 분출은 더 이상 젊음의 특권이 될 수 없다. 길 잃은 ‘절망과 분노의 세대’를 마냥 벌판에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박 당선인은 2030세대를 포함해 자신에게 등을 돌린 ‘48% 국민’을 끌어안아야 한다. 관건은 인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과 내년 2월 출범할 박근혜 정부 내각인사가 국민통합의 시금석이다. 그제 발표한 대통령직인수위 인선은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도 “나름대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인사”라고 논평했듯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첫 인사는 결코 진선진미한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꺼내어 말하기도 거북스럽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인수위 ‘윤창중 수석대변인’ 인사는 ‘하품’(下品)이다. 개인의 이념성향을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사실 극우든 극좌든 이념 스펙트럼의 맨 끝에 놓인 사람까지 두루 살펴 쓰는 게 탕평정신 아닌가.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를 곧 ‘악’으로 규정하고 섬뜩한 막말을 늘어놓는 인물이 다른 자리도 아니고 국민통합시대 ‘대변인’직을 맡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탕평인사도 최소한의 적재적소 원칙이 지켜질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쓰임새가 잘못됐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공허한 얘기다. 표범은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자기 반점을 바꿀 수 없는 법이다. 무엇이 개인을 위한 일이고 당선인을 위한 일이고 국가를 위한 일인지 윤 대변인은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란다. 유취만년(遺臭萬年)의 우를 범할까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직소가 그립다. 이명박 정부 초기 고소영·강부자라는 이름의 안타까운 ‘인사재앙’을 국민은 기억한다. ‘인사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국민으로서는 인사에 관한 한 새 정부에서만큼은 좀 제대로 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인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 잘못하지 않으면 잘한 것이라는 말장난 같은 말까지 있겠는가. 그러나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내내 강조한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의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좌절의 늪에 빠진 절반 가까운 반대 진영을 하나로 아우르는 일이다. 권력의 동심원에 갇힌 ‘그들만의’ 인사로는 안 된다. 파천황의 포용인사가 필요하다. 초대 총리의 상징성에 성패가 달렸다. 심정적인 대연정의 자세로 ‘적진’에 뛰어들어 물속 깊이 몸을 숨긴 잠린(潛鱗)을 건져 올려 쓰면 어떨까. 뺄셈이 아닌 덧셈, 나아가 곱셈의 미학까지 보여주는 용인술을 발휘해야 진정한 의미의 국민대통합이 완성된다. 우리 곁에 다가온 탕평, 그것은 마땅히 분열의 시대를 녹이는 치유와 희망의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50대의 삶/육철수 논설위원

    시성(詩聖) 두보는 늙도록 변변한 벼슬조차 못하자 인생이 조급했던 모양이다. 그는 50세에 쓴 ‘야망’(野望)이란 시에서 ‘젊던 몸 서서히 늙으니 병만 남아, 작은 티끌만큼도 나라에 보답하지 못하네’(惟將遲暮供多病, 未有涓埃答聖朝)라고 한탄했다. 두보가 살던 1300년 전에 나이 오십은 ‘머리털이 세어 쑥과 같다.’는 ‘애년’(艾年)이 어울릴 법하다. 뜻을 이루지 못한 회한과 여생에 대한 불안을 지금과 비교하기란 무리일 터. 하지만 ‘100세 시대 대한민국’ 50대의 처지도 두보보다 별반 낫지 않은 것 같다. 직장인 사이에 벌써 10년 전부터 회자됐던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놈)란 유행어가 여전히 유효하니까. 50대는 마음 놓고 밥벌이 하기도 쉽지 않은데,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니 더 서글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도시지역 50대의 여가생활 실태를 알아봤단다. 그런데 절반이 ‘종교모임’에 가는 게 여가의 전부였다. 스포츠·야외활동은 4명 중 1명, 문화활동은 5명 중 2명꼴이었다. 여행은 10명 중 1명이 겨우 즐길 뿐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분석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6·25전쟁 이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여가가 생겨도 놀고 즐길 줄 모른다나? 한마디로 유년시절의 여가경력(leisure career)이 빈천하고 부모 봉양, 자식 뒷바라지로 자기만의 삶의 질을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다. 구구절절 맞는 말 같은데 어째 좀 듣기 거북하다. 그래도 인터넷에 떠도는 어느 무명 작가의 글(50대의 삶은 아름답다)은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는다. 그는 50대를 ‘한들바람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나이’라면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강하고 부지런한 나이’, ‘인생을 크게 펼쳐 볼 나이’, ‘상처받기엔 시간이 아까운 나이’, ‘과거를 후회하기엔 살아온 세월이 아까운 나이’라고 했다. 또 ‘앞에는 희망이 있고 뒤에는 젊음이 있다.’며 멋진 인생을 맘껏 펼쳐보라고 용기를 준다. 서정주 시인도 ‘50대는 연애를 시작할 나이’라고 하지 않았나. 50세 남자의 기대여명(life expectancy)은 29.9년, 여자는 35.5년이다. 90세까지 살아남을 확률도 남자 16%, 여자 34%란다. 꿈을 접기엔 너무 이른 나이 아닌가. 이번 대선에서도 90% 투표율로 나라를 들었다 놓은 50대다. 하늘의 뜻을 알고(知天命), 옳고 그름도 분별하니(知非), 몸만 튼튼하면 창창한 나이다(春秋鼎盛). 이제 인생의 짐일랑 가볍게 줄이면서 즐기는 법도 좀 배워두자.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침묵의 크리스마스(KBS1 밤 10시) 화려한 불빛과 음악 소리로 가득한 이날,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가 있다. 세상의 소리를 잃고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는 아시아 최초의 농아(啞) 사제 박민서 신부다. 침묵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는 박민서 신부. 이 시대의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침묵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1 대 100(KBS2 밤 8시 50분) 예능의 대세 개그맨 김준호, 씨엔블루의 이정신이 각각 1인에 도전한다. 1인에 맞서는 막강한 100인 군단으로는 연예인 퀴즈군단, 이화여대 간호대 풍물패 ‘꾼’, 서비스 강사 모임 ‘해피 바이러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새내기들, 서울대 생체재료화학 연구실 모임, 래퍼들의 반란, 그리고 64인의 예심통과자들이 함께 한다. ●빨간모자의 진실 2(MBC 오전 9시 45분) 동화의 해피엔딩을 지키는 에이스 요원 빨간모자가 비밀리에 특수훈련을 받고 있던 어느 날, 사악한 마녀에 의해 헨젤과 그레텔이 납치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빨간모자 없이 긴급작전을 수행하게 된 할머니와 늑대, 날다람쥐는 무시무시한 마녀에게 맞서 싸우다 그만 할머니까지 마녀에게 납치되고 만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열정적인 댄스를 보여준 ‘리틀 싸이’ 황민우.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각종 행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민우의 바쁜 일상을 쫓아본다. 한편 이런 민우에게도 말 못한 고민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물론 제작진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과연 민우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전북 전주시 금실 좋기로 소문난 이영두, 박순실 부부가 살고 있다. 7남매를 낳아 기르며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뒤로 하고, 요즘 부부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민화 그리기, 할머니는 한글 공부,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판소리까지. 새로운 삶의 즐거움에 푹 빠진 이 부부의 건강비결을 알아본다. ●성탄특집 거북소년의 꿈(OBS 오후 6시 10분) 디디에가 사는 콜롬비아 마을에서는 그를 거북소년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디디에의 등에 커다란 반점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디디에와 가족들을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유명 TV쇼 진행자가 디디에를 방송에 소개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 티렉스보다 쎄…사상 최강 턱힘 가진 어류

    사상 최강 턱힘 가진 ‘블랙피라냐’ 식인 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냐가 사상 최강의 턱힘을 가졌다고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과 이집트, 브라질 연구진이 피라냐를 연구한 결과 이들 물고기의 무는 힘은 자신의 몸무게에 30배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블랙피라냐는 자연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턱힘을 갖고 있었다.”면서 “악어나 하이에나, 백상아리와 같은 다른 동물들이 더 강한 턱힘을 갖고 있긴 하지만 신체 대비로 비교해 볼 때 이들은 피라냐보다 훨씬 덜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사실 자신의 크기에 비해 피라냐는 타라노사우루스렉스나 고래도 잡아먹는 거대 상어인 메갈로돈과 같은 선사시대 괴물들을 능가하는 턱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에서 몸길이가 약 20~37cm에 이르는 블랙피라냐 15마리를 채집, 무는 힘을 측정했다고 한다. 블랙피라냐(학명 세라살무스 롬베우스)는 피라냐 중에서도 악명 높은 육식어류로 널리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매우 드물고 위험했으며 시행하기가 어려웠다.”면서 “피라냐가 득실거리는 물에 빠지면 뼈만 남는다는 일화는 과장됐지만 이들의 무는 힘은 과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블랙피라냐의 무는 힘은 320뉴턴(N)으로 측정됐다. 이는 미국악어와 크기가 같다고 가정하고 비교할 때 악어의 악력보다 약 3배 이상 강하다는 것. 참고로 1뉴턴은 질량이 1kg인 물체를 1m/sec2로 움직이게 하는 힘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피라냐의 턱힘은 그들이 가진 엄청난 크기의 턱과 이를 완벽하게 닫을 수 있는 지렛대 같은 턱 근육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피라냐의 턱 근육은 모두 합해봐야 총 신체 질량의 약 2%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데이터를 토대로 과거 500만년 전인 중신세(마이오세) 말기까지 등장한 메가피라냐 파라넨시스(Megapiranha paranensis)의 무는 힘도 추정했다. 몸길이는 약 70cm, 몸무게는 10kg 이상에 달한 메가피라냐는 분석 결과, 몸무게가 400kg 이상 나가는 백상아리보다도 강한 턱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메가피라냐의 먹이는 역사의 비밀 속에 묻혔지만, 그 괴물 어류는 거대한 거북과 갑옷 어류는 물론 강을 건너던 각종 육상동물까지 먹이로 삼았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SURFING HAWAII 인간의 온도 하와이

    SURFING HAWAII 인간의 온도 하와이

    그 섬에서는 중력을 느낄 수 없었다. 편서풍에 실려 어디든 날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 위를 걷는 것쯤은 손쉬워 보였다. 그것이 하와이 서핑에 도전한 변이다. 그 바람을 살 수 있다면 애스톤 와이키키 리조트 23층 21호. 19시간의 시차는 하와이의 밤에서 한국의 늦은 오후 사이를 운항하는 모호한 타임머신에서 몇 번 멀미를 하고 나서야 적응한 것이었다. 습관처럼 발코니로 향했다. 거기 놓인 1인용 플라스틱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하는 일은 항상 뻔했다. 한 5분 동안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다가 조금 지겨워지면 저 멀리 활처럼 휘어 있는 와이키키 해변으로 시선을 옮기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어둠 속을 달려오는 거품만 보이지만 일단 눈이 적응하고 나면 아직도 바다를 애무하는 섹시한 실루엣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이번에는 청각이 슬슬 깨어나서 해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을 감지하고, 후각은 비린내 없는 바다냄새를 분석하기도 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은 촉각이다. 이 섬의 공기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쾌적하지 않느냐 볼멘소리. 이것이 하루도 빠짐없이 하와이에서 치렀던 밤의 의식이었다. 바람. 이 모든 것은 순전히 바람 때문인 것 같았다. 파도가 높은 것도, 하늘이 맑은 것도, 별이 빛나는 것도, 무지개가 뜨는 것도, 내가 이곳에 다시 온 것도. 밤마다 와이키키를 내려다보며 내가 생각한 부질없는 소망은 ‘이 바람을 살 수 있다면’이었다. 그 바람으로 나는 매일 매일 서울의 매연을 날려 보내고, 예쁜 구름들을 뭉치고, 그 사이에 무지개를 띄우고 있는 나를 상상했다.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상상을 했었다. 1 해안 가까이 방파제를 쌓아서 천연의 수영장을 만든 와이키키 해변 2 서퍼들에게는 밀려오는 파도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다 3 스탠드 업 패들링을 하는 청년의 등에는 작은 봇짐과 운동화가 매달려 있었다. 항상 붐비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바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 바다를 걷지 않는다면 낮이 되어 관광객으로 붐비는 와이키키 해안 도로를 걷다 보면 라스베이거스가 생각나곤 했다. 바닷가에 늘어선 대형 호텔이 커다란 장막을 치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크고 작은 쇼핑점들이 자리잡고 있는 풍경 때문인 것 같았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또다시 수많은 삼정들이 블록마다 꽉꽉 들어차 있다. 단, 카지노의 바다 대신 진짜 바다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하는 방법이 다양하듯, 와이키키 지역을 여행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여행자들이 처음 하는 일은 대부분 짐을 풀자마자 와이키키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칼라카우아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일이다. 양복 입은 사람들과 비키니 입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흘러가는 그 길의 양쪽에는 호텔과 쇼핑센터, 레스토랑들이 가득하다. 유명한 오믈렛 레스토랑 ‘에그 포 낫싱’과 ‘치즈케이크 팩토리’도 그 대로변에 있다. 소란을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두 번째 방법, 모래사장을 걷는 방법이 있다. 누워 있는 사람들을 밟고 지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와이키키의 바다 위에는 교통정리가 필요할 만큼 많은 서퍼들이 하루 종일 정체를 이루고 모래사장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처음 시도해 본 세 번째 방법은 물속으로 산책하는 일이었다. 바닷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바라본 세상의 풍경과 감각은 낯설다고 느껴질 만큼 새로웠다. 허리춤을 간질이는 파도, 발을 부드럽게 핥아 주는 고운 모래, 멀리서 들려오는 ‘쏴아’ 물거품 소리와 별안간 나타나 떼를 지어 지나가는 물고기떼들. 그런 감각들로 충만한 채 수킬로미터씩 이어졌던 와이키키의 바다속길 산책은 내게 신항로 개척보다 의미 있는 루트 개척이었다. 그리고 급기야 지금까지 고수하던 ‘구경꾼’의 자세를 버리고 파도와 맞서 보기로, 서핑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interview KITV 뉴스앵커 케니 최 Kenny Choi “서핑은 조깅이다” 낯선 사람들이 함께 둘러앉은 원탁. 어색하게 밥먹기에만 열중하게 되기가 쉬운 그 테이블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중계하기 시작한 것은 케니였다. 질문을 던지고 주제를 이어가면서도 좌중을 고루 배려하는 세련된 매너는 ‘앵커’라는 그의 직업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하와이 지역방송사의 메인 뉴스 앵커이자 한인 2세라는 사실에 어디를 가도 집중을 받는 케니를 다시 바라보게 된 순간은 그의 입에서 ‘매일 아침마다 서핑을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였다. 누군가가 매일 조깅처럼 즐기는 서핑이 내게는 태어나서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스포츠였다는 사실이 갑자기 머리를 강타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그를 다시 만난 것은 토요일 아침, 듀크 카하나모크Duke Kahanamoku동상 앞에서였다. 며칠 전 보았던 정장의 앵커맨은 온데간데없고 맨발에 검은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서핑 보드를 옆구리에 낀 청년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하얗게 웃고 있었다. 뉴욕에서 왔다고 들었다. 서핑 때문에 하와이로 온 것인가? 하하. 그렇지는 않다. 2년 전에 메인 뉴스 앵커로 발탁되면서 이주했으니 직장 때문이다. 코네티컷 출신이지만 대학을 UCLA로 가면서 서핑을 종종 즐겼다가 하와이에 오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원래 나는 스포츠 리포터로 시작해서 스포츠 앵커로 일했을 만큼 스포츠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아했었다. 지금은 9시 뉴스의 앵커라서 매일 2시부터 11시까지 일하니까 오전에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서핑이 가장 좋다. 와이프도 지금 저 앞바다에서 서핑을 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일상인으로 산다는 것은 좀 다를 것도 같은데. 하와이에 와서 놀란 점은 사람들이 일을 매우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보통 하와이 사람들은 유유자적 즐기며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뉴욕에서 스포츠나이트 쇼, 스포츠 네트워크 뉴욕, 폭스 등의 스포츠 뉴스 앵커를 하면서 치열하게 살다가 하와이에 와서 ‘릴렉스’하는 법을 좀 배운 것 같다. 유전적으로 ‘알로하 정신’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할 만큼 친절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서핑의 매력은 무엇인가?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공기 속을 나는 느낌, 바다와 연결된 느낌이 든다.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처음 서핑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해보고 나서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최소한 2~3번은 계속 도전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래야만 서핑의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남성 서퍼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서핑은 남성적인 스포츠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많기는 한데 그렇다고 남자의 스포츠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이제 서핑을 좀 해보려고 하는데 좋은 장소를 추천해 달라. 이런. 서퍼들 사이에서 불문율은 장소를 누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 여러 해변을 찾아가서 서핑을 해 보면서 나만의 비밀장소를 찾는 것도 서핑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여기 와이키키는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좀더 동쪽의 한적한 해변을 찾는 편인데 며칠 전에 그곳에서 좋은 파도를 만나서 아주 기뻤다. 어딘지는 말할 수 없지만.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케니 최는 하와이 KITV의 밤 10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다. 내년이면 한인 이민 110주년을 맞이하는 하와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이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뉴스를 보고 싶다면 미국 예일대와 한국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의 부모님들처럼 KITV 사이트(www.kitv.com)를 열면 된다. ■Chun’s Reef 서핑 체험기 바람 반, 물 반의 자유 이틀 후 이른 아침, 눈을 뜨자 팔이 잘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온몸이 뻐근했다. 어제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커튼을 젖히고 발코니로 나가서 점점 밝아지는 바다를 향해 심호흡을 했다. 새벽 6시에도 이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로 어제와 다름없는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전까지 보이지 않던 전혀 새로운 것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파도들’이라고 불렀던 그 물결들이 하나하나 달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번에 나도 타 볼 수 있을 것 같은 파도, 그렇지 않은 파도, 너무 낮아서 그냥 흘려 보내야 하는 파도, 무섭지만 황홀하게 힘이 넘치는 파도 등등. 나는 각각의 파도를 구분해 내고 있었다. 그저 하나의 레포츠 경험으로 생각했던 서핑이 앞으로의 내 삶에서 파도를 향한 태도 전체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은 소름끼치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시계를 돌려 전날 오전, 오아후 섬의 북쪽으로 올라가는 서핑 버스 안의 나는 심각하게 망설이고 있었다. 언제든 마음이 바뀌면 취소해도 된다는 여행사의 안내가 있기도 했고, 15여 명 정도의 여행자 중에서도 서핑 레슨을 받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서핑을 배우게 될 장소의 이름이 Chun’s Reef가 아니었다면, 내 이름의 영문 스펠링이 Chun이 아니었다면 예약을 취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름이 같다는 우연의 일치에 운명이라는 망상을 덧댄 끝에 나는 일행의 응원을 받으며 홀로 버스에서 내렸다. 올 겨울 서핑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이곳에 와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캘리포니아 출신 프로 서퍼 제이크가 나의 선생님이었다. 피부와 보드의 마찰을 줄여 준다는 서핑티셔츠를 입고 나니 준비는 끝이라고 했다. 낡은 트럭에서 보드를 하나 꺼낸 그는 말했다. “단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나무’요. 나무만 바라보면 됩니다.” 물론 그때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다른 수강생이 없어서 개인 교습이 되어 버린 레슨은 빠르게 진행됐다. 보드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가 파도가 오는 타이밍에 맞춰 제이크가 보드를 빠르게 밀어 주면 그 순간 재빠른 동작으로 일어서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절대로 손으로 보드를 붙잡지 말아야 한다거나(그러면 보드의 균형이 깨진다),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스키나 보드를 타는 요령과 비슷하다) 것보다 가장 중요한 요령은 아래를 쳐다보지 않는 것, 즉 해안의 ‘나무’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내가 한 일은 수없이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순간이나마 완벽한 자세를 유지했다는 제이크의 과장된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그런 순간은 두 시간 동안 다 합쳐 30초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나의 파도를 넘으면 다음 파도가 넘어오듯이 서핑은 그런 것이었다. 파도가 좋다 싶어도 너무 늦게 일어서면 꽝이고, 제때 일어났다 싶으면 다리 위치가 틀렸고, 다리 위치가 맞았다 싶으면 상체가 기울고….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리는 내게 제이크가 말했다. “서핑의 재미는 수없이 작은, 그리고 수없이 많은 장애물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것이랍니다.” 서핑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다. 제이크는 수영을 못해도 서핑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발이 닿지 않는 물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감히 엄두를 내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큰 파도야 타 본 적이 없지만 서핑의 리스크는 파도에 휩쓸려 바위나 산호에 부딪치게 되는 일이다. 발밑이 온통 날카로운 산호라서 그 위에 발을 딛었다가는 ‘나처럼’ 살을 베이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체력고갈로 지쳐 버린 나는 제이크의 사진 한 장을 찍을 생각조차 못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발뒤꿈치의 상처가 다 아문 지금까지도 서핑의 여운은 길게 남아 있다. 그것은 내가 극복하지 못한 채 남기고 돌아온 ‘수없이 많고, 작은 장애물’들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고 물속으로 계속 곤두박질치게 했던 바다에 대한 앙심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리움이었다. 하와이의 바람을 내 소유로 만든 것 같았던 그 30초. 바람 반, 물 반으로 만들어진 파도를 밟고 섰던 그 기적적인 순간으로 자꾸만, 자꾸만 다시 돌아가고 싶다. 1 11월이면 큰 바람이 불어오는 오아후 북쪽 해안가. 반자이 파이프라인의 굵고 튼튼한 파도는 도전의 대상이다 2 환경단체 NGO들의 보살핌으로 자연 생태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하와이안 그린 터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만날 확률이 높은 편이다 3 해변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비치들이 이웃하고 있는 노스 쇼어에서 자전거는 가장 유용한 이동 수단이었다 4 울창한 원시림이 가득한 와이메아 계곡은 해변 못지않은 비경이다 Oahu North Shore ‘첫 서핑’을 위한 그곳 해변에도 셀러브리티가 있다면 오아후 노스 쇼어는 명예의 전당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핑과 스노클링 명소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는 뜻이다. 와이메아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다와 만나는 와이메아 베이Waimea Bay, 파도가 높기로 유명한 반자이 파이프라인, 최고의 해안 다이빙 장소이자 천연 수족관으로 꼽히는 더 코브The Cove, 하와이 그린 바다거북이 살고 있는 터틀 비치, 눈부신 모래사장이 펼쳐진 선셋 비치Sunset Beach까지,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빌렸다. 하지만 노스 쇼어의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했을 때 살짝 당황했던 이유는 고물상에 온 것이 아닌가 싶은 낡은 자전거들이 때문이었다. 다 고만고만한 녀석들 중에서 크기가 작은 것을 잡아타고 도로를 50m쯤 달렸을 때 두 번째 당황의 순간이 찾아왔다. 기어가 없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브레이크가 없다니! 혹시나 하고 페달에 힘을 줘 보니 페달 브레이크 방식이었다. 익숙지 않은 자전거에 잔뜩 겁을 먹고 돌아가서 핸드 브레이크 자전거를 찾았지만 주인은 태연한 표정으로 없다고 대답하며 한마디를 보탰다. ‘우린 어려서부터 그런 자전거를 타고 자랐는 걸. 브레이크 잡을 때 발의 위치를 주의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다리가 일직선이 되면 버티기가 어려우니까.’ 그리하여 노스 쇼어 여행은 시속 10km 이하였다. 브레이크 때문만은 아니고 1~2km 간격으로 이웃하고 있는 해변들이 하나같이 절경이라 자주 멈춰 서야만 했기 때문이다. 노스 쇼어 파도의 명성은 이미 버스가 반자이 파이프라인Banzai Pipeline에 잠시 멈춰 섰을 때 확인한 터였다. 오죽 파도가 높고 단단하게 휘어지면 이름부터 파이프라인이겠는가. 게다가 그 파도가 가장 높아지기 시작하는 시즌은 큰 바람이 찾아오는 11월부터다. 두 시간은 이 매혹적인 해변에 들러 사진만 찍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막상 하와이 그린 거북이를 만났을 때는 아주 빠른 속도로 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는데, 그때의 심정은 경주에서 지고 있는 토끼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해변을 독서실 삼아 일광욕과 독서를 겸하는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도 ‘루저’의 심정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할레이바 타운Haleiwa Town의 그 유명한 빙수를 버스가 떠나기 전에 가까스로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탕수수 농장이 흥했던 시절의 가옥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할레이바는 이제 서퍼들이 주둔하는 마을이다. 더위와 갈증을 한번에 날려 버리는 빙수가 유명해진 것도,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단백질을 공급하는 새우라이스 트럭이 유명해진 것도 서퍼들과 관련이 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트래블프레스 02-2264-8494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노스 쇼어 서핑 버스 해변과 서핑으로 유명한 오아후 북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원데이 투어 프로그램이다. 오전 오후의 자유 시간 동안 해변을 옮겨가면서 폭포 수영, 스노클링, 자전거 타기, 서핑, 바디보드, 카약, 스탠드 업 패들링, 서핑 등 1~2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필요한 장비와 왕복 교통편을 제공하며 식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해변뿐 아니라 할레이바 마을, 와이메아 폭포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바다거북이도 구경할 수 있다. 와이키키에서 노스 쇼어까지는 전용차량으로 50분 정도 소요되며 서핑, 카약 등의 레슨에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 투어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비용 76달러(액티비티 1가지 기준), 89달러(액티비티 2가지 기준), 2시간 서핑 교습 145달러(호텔 픽업 및 왕복 교통, 장비 대여 포함, 세금 별도) 문의 (808)226-7299 www.northshoresurfbus.com ▶Travel to Hawaii Hawaii 사랑을 부르는 섬, 하와이 하와이는 1778년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1959년 알래스카에 이어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었다. 하와이 제도는 오아후, 마우이, 하와이(빅 아일랜드), 카우아이, 몰로카이, 라나이, 니하우, 카홀라웨 등 8개의 큰 섬과 13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개인 소유와 군항기지로 이용되는 니하우와 카홀라웨를 제외한 6개의 큰 섬에 관광객이 들어간다. 이중 하와이의 주도인 오아후섬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8개 섬 중 규모로는 3번째 해당하지만 전체 주민의 78% 정도가 이 오아후섬에 거주하고 있다. 항공 찬스는 하루 4번! 최근 2년 사이에 인천-호놀룰루 사이에 신규 취항과 증편 등이 활발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오후 8시 인천 출발)과 하와이안항공(오후 10시 인천 출발)이 매일 취항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매일 2편(오후 7시, 오후 9시10분 인천 출발)을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하와이로 갈 때 8시간 40분이 소요되며 인천으로 돌아 올 때는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비자 허가를 받으시오! 까다로웠던 미국 비자발급이 2008년 11월17일부터 전자여행허가제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로 변경됐다. 여행 전에 미리 ESTA 사이트(www.estausa.co.kr)를 통해 입국 허가를 신청한 뒤 서류를 프린트해 미국 입국시 제출하면 된다.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신청하는 것이 좋다. 수수료는 4만4,000원. 날씨 이토록 쾌적한 맑음 아열대에 속하는 하와이는 평균기온은 23.8도로 아주 쾌적하다. 하와이가 북위 19~22도의 열대권에 들면서도 이런 날씨를 유지하는 것은 여름에 동북무역풍이 불고 한류인 캘리포니아 해류가 섬을 지나기 때문. 겨울에는 무역풍 대신 남풍이 비를 몰고 오지만 한바탕 내리고 나면 금방 맑아져 다시 상쾌하다. surfing season 지금 하와이는 서핑 중 서핑이야 일년 내내 즐기는 스포츠지만 한겨울에 파도가 가장 높아지는 오아후의 북쪽, 노스 쇼어에는 전세계 최정상급의 서퍼들이 모여든다. 매년 11월12일부터 12월20일까지 펼쳐지는 밴스 트리플 크라운 서핑 대회는 리프 하와이안 프로, 밴스 월드컵 오브 서핑, 빌라봉 파이프 마스터스로 이어지는데, 이들 대회에 걸린 상금만 총 80여만 달러다. 하와이관광청 홈페이지 www.gohawaii.com 음료 얼음빙수 한 방! 달궈진 몸,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을 살짝 식히기로는 얼음빙수shave ice만한 것이 없다. 단팥도, 떡도, 우유도 없이 그냥 얼음을 갈아 수북이 담고 그 위에 커피맛, 레몬맛, 메론맛 등등의 다양한 액체를 부었을 뿐인 심심한 빙수지만 할레이바타운에서는 최고의 간식이다. 언제 가도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팥빙수처럼 단팥을 넣은 메뉴도 있다. 재료와 크기에 따라 빙수 가격은 2.5~3.5달러 사이. 마츠모토 빙수집이 가장 유명하지만 90년 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 멋진 아오키스Aokis도 용호상박이다. resort 애스톤 와이키키 비치 호텔 방문을 열면 커다란 통창으로 바다가 쏟아진다. 25개 층에 있는 644개 객실 중 열에 여덟은 환상적인 오션뷰를 누릴 수 있는 애스톤 와이키키 비치 호텔Aston Waikiki Beach Hotel. 호텔 로비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나가면 펄떡거리며 살아 숨쉬는 와이키키를 만나게 된다. 하와이의 5개 섬 중에 호놀룰루가 위치한 오아후에는 수많은 호텔과 리조트가 있지만 코앞에서 와이키키 해변을 즐길 수 있는 애스톤 와이키키 비치 호텔이 특별한 이유다. 1948년 태평양에서 난파된 프랑스인이 하와이 원주민과 결혼해 조그만 숙박업소로 출발한 애스톤은 현재 오아후에 9개, 마우이 9개, 카우아이 5개, 빅아일랜드 3개의 숙박시설을 보유한 하와이 최대 규모의 호텔 그룹으로 발전했다. 일반 호텔 스타일부터 부티크 스타일, 콘도미니엄, 빌라형까지 다양한 객실 타입을 갖췄다. 특유의 환대정신인 ‘알로하 스피릿Aloha Spirit’으로 무장해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텔로 선정되기도 했다. 애스톤 와이키키 비치 호텔 역시 2010년 개보수를 마치고 재개장을 하면서 하와이를 찾는 많은 신혼부부를 위한 호텔로 손님에게 차별화된 허니문을 제공하고자 고심했다. 일례로 아기자기한 허니문을 위해 호텔은 작은 장치를 이용했다. 그중 하나가 소꿉놀이 같은 애스톤 라이프를 상징하는 물건인 ‘쿨러백’. 객실에 비치된 쿨러백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차곡차곡 담아 바닷가로, 야자수 밑으로, 해변의 벤치로 자리를 옮겨 야외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허니문에서 점잖게 멋을 부린 저녁식사는 필수! 호텔 내에는 하와이안 퀴진을 맛볼 수 있는 ‘틱스 그릴 앤 바Tik’s Grill and Bar’가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파인 다이닝이 가능하다. 식사를 하면서 즐기는 훌라쇼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호텔에 묵는 손님 모두에게 제공되는 ‘알로하북Aloha book’도 애스톤에서만 제공받을 수 있는 잔재미 중 하나! 알로하북에는 쇼핑, 레스토랑, 투어어트랙션 등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이 모두 들어 있다. 수영장과 로비에서는 무료로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주소 2570 Kalakaua Avenue, Honolulu, HI 96815 문의 866-77-774-2924 www.astonhotels.co.kr(한국어) place 폴리네시안 문화센터 수천년 전 머나먼 섬에 사는 폴리네시안Polynesian들이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들은 수개월에 걸쳐 해와 달 그리고 별의 길을 읽으며 바다를 항해했다. 파도의 방향을 읽고, 새들의 비행을 관찰하며 망망대해를 건너온 그들이 바로 하와이안들의 조상들이다. 자고 나면 땅의 모양이 바뀌어 있는 화산섬에 정착해 ‘알로하 정신’을 가꾸어 왔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폴리네시안문화센터PCC, Polynesian Cultural Center에서는 7개의 폴리네시안 부족을 만날 수 있다. 피지, 타히티, 사모아, 하와이, 뉴질랜드(마오리), 파파누이(이스터섬), 통가의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보여 준다. 방문객들이 잘 신경 쓰지 않는 사실 하나는 PCC가 몰몬교단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라는 것. 수익의 대부분을 장학금 등 교육사업에 사용하고 있으며 입장료 외에 기부금도 받고 있다. ‘민속촌’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주민들의 실제 삶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기에 PCC는 지금까지 3,300만명 이상이 방문한 하와이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잡았다. 하와이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루아우’ 뷔페식을 마치고 나면 느린 카누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가이드의 재담에 웃다 보면 어느덧 반대편 종착지에 도착하게 되고, 그때부터 각 부족 마을의 방문이 시작된다. 부족마다 매일 3~5회씩 공연이 반복되므로 시간표를 잘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는 카누 선상 쇼 관람을 위해 응달에 자리를 잡는 민첩함도 필요하다. 저녁에 펼쳐지는 쇼 <HA: Breath of Life>까지 관람할 예정이라면 입장료(49.95달러), 저녁 식사(35달러), 쇼(49.95달러)를 포함하는 패키지 티켓(성인 91.95달러부터, 소인 67.95달러)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폴리네시안문화센터┃주소 55-370 Kamehameha Highway in Laie, Hawaii 96762 운영시간 매일 낮 12시~오후 6시(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800-367-7060 www.polynesia.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고대 강 유역 지배한 6m ‘바다괴물’ 발견

    고대 강 유역을 지배한 6m ‘바다 괴물’이 발견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미국 과학전문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헝가리 과학자들이 해룡인 모사사우루스과에 속하는 파충류가 한때 담수성 환경에서 서식했다고 플로스원 저널 19일자로 발표했다. 새로 발견된 담수성 어룡의 이름은 ‘파노니아사우루스 이넥스펙타투스’(Pannoniasaurus inexpectatus). 여기서 ‘파노니아사우루스’는 헝가리 일부 지역의 옛지명인 파노니아에서 발견된 도마뱀류란 뜻이며, ‘이넥스펙타투스’는 담수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이란 뜻으로 붙여졌다. 연구진은 “이 거대한 포식자가 현대의 민물 돌고래와 유사한 생활방식을 갖고 있으며 고대의 강을 자신의 고향으로 삼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공룡이 땅을 지배한 동안 바다는 다양한 파충류가 살았으며, 여기에는 돌고래 형태의 어룡(익티오사우루스·ichthyosaurs)과 호수 괴물 네시와 닮은 사경룡(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s) 등이 있었다.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에서 과거 멸종한 해룡인 모사사우루스(mosasaurs)에 주목했다. 이 종은 거대한 지느러미를 가진 해룡으로 오늘날의 왕도마뱀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지난 1999년부터 헝가리 서부 바코니 힐스에 있는 노천광산에서 발굴 작업을 시작했고 마침내 새로운 모사사우루스 화석을 발견했다. 약 8400만년 전 생성된 이 화석은 아직 어린 종부터 다 자라서 몸길이가 6m에 달하는 종도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화석에서 오늘날의 악어와 같은 특징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화석의 두개골은 평평했으며 지느러미 대신 다리의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모사사우루스과와는 다른 꼬리를 갖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화석들이 발굴된 곳이 어류, 양서류, 거북이, 악어, 육생 도마뱀류, 익룡류(테로사우루스·pterosaurs), 공룡과 조류의 고향으로 한때 범람원이었던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새로 발견된 파충류는 최초의 담수 모사사우루스로 추정된다. 또한 이 종은 오늘날 강에서 볼 수 있는 분홍돌고래의 생활방식과 비슷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라스로 마카디 헝가리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은 “파노니아사우루스의 크기는 고(古)환경의 물에서 알려진 가장 큰 육식동물일 수 있다.”면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제안한 모사사우루스의 진화 역사는 고래와 돌고래의 삶과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아는 한, 그 모사사우루스와 일부 관련한 파충류 조상은 최소 1억년 전 육지에서 수생 영역으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진은 새로 발견된 이 파노니아사우루스의 화석을 심층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멕시코 매장지서 외계인 닮은 유골 대거 발견

    멕시코 매장지서 외계인 닮은 유골 대거 발견

    멕시코의 한 매장지에서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외계인과 닮은 유골이 대거 발견됐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멕시코 국립인류역사연구소(INAH) 공동 연구진이 최근 멕시코 소노라주(州)에 있는 소도시 오나바스 인근에서 약 1000년 이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25구를 발견했다. 이 중 13구의 유골은 두개골 뒤편이 길게 나온 기형적인 머리였으며 그들 중에서도 5구는 의도적인 치아 손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과거 메소아메리카문명 일부에서 나타난 두개골 변형에 관한 문화 때문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고고학자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모레노 박사는 “두개골 변형은 일종의 종교적인 목적으로 신분을 구분하는 데 사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더해 나타난 치아 손상은 다른 지역에 나타났던 전통과 혼합된 양상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유골 중 일부에서는 조개껍데기로 만든 팔찌나 코걸이, 귀걸이, 펜던트 등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으며 특히 한 구의 유골에서는 복부에 거북이 등껍질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은 두개골 변형과 함께 나타난 치아 손상은 일종의 통과 의례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모레노 박사는 “(멕시코 중서부) 나야리트주(州)와 같은 문화의 치아 손상은 사춘기가 나타나기 이전에 치르는 일종의 의식으로 간주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메소아메리카 지역 일부 문명에 나타나는 두개골 변형은 기원전 4만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시에는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끈이나 가죽으로 머리를 누르거나 판자로 된 틀을 채워 머리 모양을 길쭉하게 변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목디스크

    [Weekly Health Issue] 목디스크

    많은 의사들이 목디스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컴퓨터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목이 겪는 혹사의 강도가 적정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일찍 온 추위에 질려 몸을 잔뜩 움츠리다 보면 전신이 결리고 뻐근하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목에도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목 근육이 뻐근하고 어깨가 무거운 증상이 일반적인데 목디스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런 증상을 단순히 계절 탓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자세와 습관으로 목디스크(경추 수핵탈출증)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겨울철에 목디스크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척추센터 김우경(신경외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목디스크란 어떤 질환인가. 목디스크란 목 부위의 척추 부위인 경추와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 속의 수핵이 밀려서 빠져나와 신경근이나 척수를 압박하는 질환이다. 7개의 경추뼈 가운데 운동이 가장 활발한 5∼6번 디스크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기고, 이어 6∼7번, 4∼5번 순으로 발생빈도가 높다. ●발생 추이는 어떤가. 근래 환자가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느라 목뼈가 소위 ‘거북목’이라는 일자목으로 변한 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폭넓게 보급되면서 발생 추이가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이 때문에 향후 목디스크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가 있나. 최근 내원하는 환자들 상당수는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다. 운전을 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직장인들이 장시간 목을 거북이처럼 앞으로 빼고 앉아 일을 하다보면 인대나 근육이 긴장에 노출돼 점차 약해진다.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추 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지면 디스크가 쉽게 밀려 나오게 된다. 물론 겨울이라고 디스크 질환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겨울에 환자가 많은 이유는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을 움츠리게 되고,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 평소 좋지 않았던 부위가 과도하게 긴장해 디스크를 악화시키고,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최근에 발생하는 목디스크 특성이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 목디스크도 퇴행성 질환이다. 디스크는 수분과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수분이 빠져나가 탄력을 잃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디스크가 쉽게 빠져나오게 된다. 고령 환자에게서 목디스크 등 척추질환이 잘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목디스크 환자가 최근 들어 30∼40대는 물론 20대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디스크 퇴행보다 잘못된 습관과 자세가 문제다. 여기에다 레저활동이나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환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후방 추돌로 갑자기 충격을 받으면 목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뒤로 젖혀지면서 경우에 따라 심각한 디스크를 유발하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디스크가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이 약간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목디스크는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와 팔이 저리며, 등 뒤 날개뼈 사이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5∼6번 디스크가 탈출한 경우 젓가락을 들지 못할 정도로 팔 근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또 디스크가 바깥쪽이 아니라 몸통 중심 부위로 밀려나 척수를 압박할 경우 배뇨 및 보행장애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환자군에서는 목디스크임에도 목에 통증이 없는 대신 어깨나 등 부위에만 통증이 나타나 오십견이라며 방치하는 사례도 흔하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적인 진단 요소는 환자의 증상이다. 증상에 따라 신경학적 검사와 단순 X레이검사를 통해 상태를 파악하며, 목디스크가 의심되면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검사로 충분히 진단이 되지만 그래도 미흡하면 근전도를 통해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또 디스크는 수술치료가 어렵다는데 사실인가. 치료는 비교적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증상이 초기인 경우라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증상의 완화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소염진통제로 통증을 유발하는 화학인자를 조절해 통증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없을 경우 인공디스크 삽입, 유합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인공디스크 삽입은 자연스러운 관절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주변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늦춰 합병증도 줄여준다. 이 방법은 퇴행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연성 디스크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디스크가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라면 디스크를 제거하고 뼈를 하나로 유합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디스크 상태에 따라 뼈를 이식하거나 인공디스크 등 대체물질을 넣지 않고 정상 디스크를 그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전방경유경추 추간공확장술’도 시행된다. 6∼7㎜ 정도의 작은 구멍을 통해 현미경을 삽입한 뒤 디스크의 병변 부위를 직접 보면서 원인 부위를 찾아내 치료한다. 수술후 보조기 착용이 필요 없어 일상 생활로의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는 수술법이다. 이 방법은 부드러운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고 있거나,디스크 탈출은 아니어도 신경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협착증에 효과적이다. 이런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적용하는 마지막 치료 수단이지만 알려진 것처럼 환자들이 두려워할 만큼 어려운 치료는 아니다. ●치료에 따른 후유증 등의 문제는 없나. 목부위는 근육과 혈관, 신경조직이 밀집한 곳이어서 허리 쪽보다 치료를 위한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치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는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만 보존 치료가 가능해 수술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상 악화에 따른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30·끝) 전북 전주 권삼득路

    [길을 품은 우리 동네] (30·끝) 전북 전주 권삼득路

    전북 전주시 완산구 권삼득로에는 예술과 문화의 맥이 흐르고, 전주와 전북 젊은이들의 긍지와 활력이 넘쳐난다. 전주고와 전북대 등 인재의 산실이자 판소리와 창(唱)의 고장, 전주의 진면목를 보여주는 도립국악원과 예술회관이 이 길을 따라 있고, 전주의 주요 공연장 중 하나인 삼성예술회관도 위치해 있다. 지난해 새로 지어진 전북대 박물관도 권삼득로에 붙어 있다. 전주와 전북의 주요 교육기관과 문화·예술 공연시설들이 이 길을 따라 포진해 있는, 교육·문화·예술의 메카다. 총연장 4662m. 10리도 넘는 길인 만큼 구간구간 성격도 다르다. 중노송동의 전주고에서부터 덕진동 2가 전주천 앞의 호반촌까지 남북으로 뻗어 있다. 새 주소길로 다시 이름 붙여지기 전까지는 남북로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동부지역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주축 도로인 기린로 동쪽에 위치해 있다. 권삼득로는 기린로와 철로의 양축을 이루듯 나란히 남북을 횡단하며 구도심의 측면을 잇고 있다. 4차선이라 해도 될 너비의 2차선으로 시작되지만 오르내림을 거듭하다가 전주사람들의 대표적인 휴식처인 덕진 공원에 이르게 될 무렵에는 4차선으로 넓어진다. 폭이 넓다고 하기 어렵지만 길이는 주축도로인 기린로에 못지않게 길어 이용량과 통행량이 적지 않고 활기차다. ●10리도 넘는 길… 구간구간 성격 달라 ‘호남 인재의 산실’ 전주고 앞에서 시작되는 길은 금암초등학교, 옛 KBS전주 총국 등을 지난다. 백제대로가 동서로 가로지르기 직전인 전북은행 본점 앞까지 권삼득로의 전반부는 주거지와 상가가 뒤섞여 있는 구시가지의 여느 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주택들과 함께 건축자재점, 점집, 목욕탕, 모텔, 광고대행사, 조경업체, 꽃집 등이 아무런 연관성 없이 늘어서 있다. 안덕원길과 사거리를 이룬 뒤 권삼득로는 전주의 두 번째 큰 재래시장인 모래내시장 옆을 비켜 간다. 지안, 완주, 고산, 소양 등 전주 주변의 촌사람들이 산야채며 농산물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 내다 파는 정겨운 서민들의 교류지다. 백제대로를 넘어 전북대 교정을 서쪽으로 끼고 종단하면서 이 길은 확연한 교육과 문화, 예술의 길 성격을 드러낸다. 전북대 박물관, 삼성예술회관 등으로 진행된다. 전북대 옛 정문 앞으로는 전주의 대학로인 명륜길이 젊음과 열정을 뽐내며 권삼득로와 조우한다. 밤에도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학생들도 가득찬 이곳에는 커피숍, 책방, 휴대전화 상점, 미용실, 잡화점, 음식점 등이 밤을 잊은 채 불빛을 빛내고 있었다. 전북대 옛 정문을 따라 북쪽으로 길을 재촉하다 보면 4·19 혁명 때 전북대생들의 피끓는 열정을 기억하는 기념 표지석이 서 있고, 반대편에는 전북보훈회관(권삼득로 285번) 등이 나타난다. 이어 덕진 공원, 도립국악원, 덕진예술회관이 모여 있는 지역에 이르면 이 길은 판소리의 고장, 예향 전주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국악원과 예술회관을 지나노라면 어느 예인의 노랫소리인지 궁금케 하는 판소리 가락들이 흘러나오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네들과 노인들의 분주한 발길과 접하게 된다. 목요 상설공연 등 해마다 100회 이상의 각종 공연을 실시하고 있다는 도립국악원은 판소리와 멋의 고장 전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자부심이 넘치고 있었다. 덕진 공원과 국악원 블록을 지나면 이름있는 부촌이던 호반촌이 나온다. 권삼득로의 막바지에는 지난 9월에 문을 연 도립문학관이 정읍사와 서동요의 고향임을 일깨우고 있었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기리는 혼불문학공원도 지척에 있었다. 문학관 부지는 1980년대 대통령이 내려와도 묵고 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게 지어졌던 도지사 관사가 있었던 곳이다. 한때 전북예술회관 분관과 전북외국인학교로 이용되다가 도립문학관에 자리를 내줬다. ●후백제·조선 등 유구한 역사의 배후지 권삼득로란 이름이 새주소 사업으로 붙여지게 됐지만 이 길을 둘러싼 주변 지역에는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는 명소가 널려 있다. 견훤의 후백제와는 뗄 수 없는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 전주고 남측 담을 경계로 물왕멀 마을이 펼쳐지는데 견훤이 쌓았던 내성과 도읍지가 있던 곳이다. 전주고와 전주동초등학교 사이의 물왕멀은 물왕마을의 준말로 무랑물, 무랑말, 수왕촌(水王村) 등으로 불렸다. “견훤이 물 좋은 물왕멀의 구릉지대를 중심으로 궁궐을 짓고, 방어선을 쳤다.”고 사서들은 전했다. 지금도 후백제 시대 와당 파편이 발견되고 있다. 지금은 비어 있는 금암동 옛 KBS전주 총국 입구에는 거북모양의 커다란 화강암 바위가 보인다. 견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이 바위는 30여년 전만 해도 지역 수호의 상징이자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다. 두툼한 돌거북이 산을 타고 올라가는 형상이다. 사신신앙(四神信仰)에서 북현무(北玄武)는 왕권의 상징이며 사방수호의 의미를 갖는다. 전주 북쪽의 ‘금암동 돌거북’은 견훤의 역사와 함께 전주를 지키려는 고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 왕실 유적과 사연들도 권삼득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덕진 연못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작은 연못을 이씨 왕실의 발원지인 전주의 북서방향의 지기가 허하다고 해서 제방을 쌓아 물을 늘려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완산팔경’의 하나였던 덕진 연못은 덕진 공원의 중심부를 이룬다. 단옷날 연못 부근 덕진교 아래에 부녀자들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웃옷을 벗고, 몸을 씻고 머리 감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던 곳이다. 공원 후문 건너 건지산 줄기에는 전주이씨 시조묘를 모신 조경단 등 왕실과 관련된 자취들이 남아 있다. 과거 왕실의 기를 북돋는다는 의미로 지어졌던 승금정(勝停)은 지금은 전주 이씨 종친회 건물로 쓰이는 화수각(花樹閣)으로 바뀌어 공원을 굽어보고 있었다. 글 사진 전주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도움말:김진돈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이강식 전주시청 도시과 주무관
  • 오랑우탄과 사냥개… 種 차이 극복한 우정

    오랑우탄과 사냥개… 種 차이 극복한 우정

    5일 오후 11시 15분 EBS ‘다큐10+’는 ‘아주 특별한 동물 친구들’편을 방영한다. 반려동물 개념이 일반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각종 뉴스, 해외 토픽, 인터넷 등에서는 동물들의 기상천외한 생태를 드러내는 사진, 영상들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서도 종이 전혀 다른 동물들임에도 친구처럼 잘 어울리는 동물 여러 쌍을 뽑았다. 1969년 영국의 한 백화점에서 새끼 사자 ‘크리스티앙’을 샀던 두 청년은 결국 그 사자를 아프리카 케냐의 야생동물 보호기관에 보냈다. 야생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크리스티앙은 1년간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무리까지 이뤘으나 그 뒤에도 간간이 찾아오는 인간 친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 사자와 인간의 우정이다. 미국의 한 동물원에 사는 오랑우탄 ‘수리야’의 단짝친구는 ‘로스코’다. 로스코는 오랑우탄이 아니라 사냥개다. 그런데도 로스코한테 먹이를 나눠주고, 안아주고, 핥아준다. 2004년 인도양에 밀어닥친 쓰나미 때문에 고아가 된 새끼 하마 ‘오언’의 절친은 130살 먹은 거북 ‘음제’다. 2001년 암사자 ‘카문약’은 새끼 오릭스영양을 자식처럼 보살피기도 했다. 영양을 보호하느라 정작 자신은 굶어야만 했다. 이 새끼 영양이 다른 사자에게 잡아먹히고 난 뒤에야 카문약은 사냥에 나섰다. 코끼리 보호구역에 사는 코끼리 ‘타라’는 개 ‘벨라’와 단짝친구다. 1999년에는 길고양이 ‘캐시’와 까마귀 ‘모세스’가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먹이도 나눠먹고, 숨바꼭질하고, 뒹굴면서 함께 노는 모습이 포착돼서다. 이렇게 종의 차이를 극복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동물들이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일본도를 쥐고 있네, 광화문 이순신 동상

    2010년 11월14일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이 갑자기 사라졌다. 1968년 4월 광화문 사거리에 자리 잡은 지 42년 만의 일이었다. 동상이 이곳에 서게 된 배경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에 변형된 조선 시대 도로 중심축을 복원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 그 대신 광화문 사거리에 일본이 가장 무서워할 인물의 동상을 세우라.”라고 지시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문화재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건립과정에서 고증이 잘못됐음을 지적했고, 결국 1979년 5월 다시 만들어 세우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몇달 뒤 발생한 10·26사건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지자 실현되지 못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비롯해 국보 274호로 지정된 거북선총통이 사기극으로 드러난 일, 2011년 7월 짝퉁 거북선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허와 진실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왔다. 비록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은 40일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뒤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20년이 되는 해이다. 임진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이순신과 관련해 흥미를 끄는 신간 ‘How are you? 이순신’(혜문 지음, 작은숲 펴냄)이 나왔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이순신을 말하다’라는 부제처럼 ‘구국의 영웅’ 이순신을 우리 시대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보고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이순신을 둘러싼 허술한 고증과 무성의한 행정처리 등을 질책했다. 예를 들어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둘러싼 다섯 가지 의혹, 즉 일본도를 오른손에 쥐고 있는 점, 중국갑옷을 입은 점, 이순신의 얼굴이 왜 표준영정과 다르며, 장군이 지휘하는 북은 왜 누워 있는지 등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순신이 실전에 사용했던 쌍룡검이 사라졌는 데 왜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지, 현충사에 기증된 모형 거북선이 전시공간이 협소해 돛을 내리고 있는 모습 등을 지적했다. 저자는 일제에 강탈당했던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궤’를 찾아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혜문스님으로 지난 4년동안 이순신 표상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많은 문제점을 찾아낸 결과물들을 이번에 책으로 내놓았다. 이순신의 표준 영정의 문제점, 거북선, 난중일기, 현충사에 심어진 일본식 조경인 금송과 석등, 이순신 기념관 등 수많은 형식으로 표상화된 상징물에 관해 언론기사를 꼼꼼히 살피며 직접 확인해 기록했다. 이순신을 둘러싸고 있었던 각종 거짓과 이권, 그리고 위선과 반복된 사기극들을 정리했다는 점도 새롭게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朴, 마지막이라는데 짠하데이” … “文, 정권교체 발언에 공감”

    단상의 대선 후보들은 전국 곳곳을 돌며 때로는 격렬하게 상대를 비판하고 때로는 그럴싸하게 지역 개발을 공약한다. 지지자들의 박수가 나오기도 하고 환호도 들리지만 정작 유세를 지켜보는 일반 유권자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서울신문 취재진은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유세장 현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이들이 후보들의 연설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속마음을 들어봤다. ■朴 ‘마지막 정치여정’ 강조에…50대 이상 중장년층 ‘감성’ 움직여 “저의 마지막 정치 여정을 모두 바쳐서 부산 발전으로 보답하겠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데 짠하데이. 함 찍어줘야 안 되겠나.”(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50대 여성 상인) 박 후보는 30일 부산 유세에서 9곳을 돌며 ‘마지막 정치 여정’이라는 어구를 한번도 빼놓지 않았다. 부산·경남(PK) 지역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감성을 겨냥한 것이었다. 부산 유권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기 후반 이후 줄곧 홀대받았다는 지역적 박탈감에 싸여 있었다. 그런 탓인지 박 후보의 지역 쟁점 공약을 유독 반겼다. 반면 박 후보가 전례없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날 세워 비판하는 대목에선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금정구 서동시장 유세장. 부인과 함께 옷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우(52)씨는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부산 경제가 바닥에 바닥을 쳤다. 이렇게 먹고살기 어렵기는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박 후보가 “중산층을 70%까지 재건하고 민생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옳소!”라며 박수를 보냈다. 박 후보를 믿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다른 정치인보다 내뱉었던 말을 정직하게 실천해 온 인물이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앞서 사상구 괘법동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만난 사업가 박성진(49)씨는 가덕도 신공항,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에 대해 “지역 발전 공약을 확보된 예산 범위 내에서 약속하지 않나. 믿음이 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문 후보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선 반감을 표출하는 이도 만만찮았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선거운동 첫날부터 부산에 와서 저의 과거사 공격만 늘어놨다.”며 ‘실패한 과거 정권 핵심 실세’ ‘온 나라를 분열·혼란으로 몰고 간 장본인’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부전시장에서 이 연설을 잠자코 듣던 한 40대 자영업자는 “저렇게까지 안 해도 찍어줄 낀데 머하러 저런 말까지 하노.”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일부 공약에는 회의적인 반응도 보였다. 정치 검찰 청산 공약에 대해 직장인 하영진(35)씨는 “개인 의지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늘 그래 왔듯 박 후보가 원칙론만 나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산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울산대생들에게 목도리 선물받고… 20대 젊은층 지지 한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파탄 공동 책임자 아닙니까.”(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먹고살기 바빠서 잘 모르겠습니다.”(울산 중구 태화시장 생선 상인) 문 후보의 30일 울산 중구 태화시장 유세 현장. 문 후보의 연설을 듣는 유권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면서도 일부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유세 장소가 장터인 탓인지 “장사 잘되게 해 주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더.”라는 반응이 많았다. 유세장 옆에서 탕제원을 운영하는 김상배(47·자영업)씨는 고개를 내저었다. 김씨는 “아무리 비판해도 과거 한나라당 텃밭이어서 야당 후보는 고전할 거다.”라면서 “울산에서 야당 지지율은 20~30%뿐”이라고 귀띔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문재인이 왔는데 아무 말 안 하면 알지.”라고만 했다. 채소를 파는 김점자(66·여)씨는 연설을 들으면서 “서로 헐뜯어서 (당선)돼서 뭐하겠노.”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유세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대해 거북해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박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대구의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유세에서 문 후보는 예상치 못한 성원을 받았다. 문 후보 측은 “현재까지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유세장에서 50여m만 떨어지자 “문재인은 대구에서 안 돼. 박근혜. 박근혜.”를 외치는 시민이 일부 있었다. 안희연(51·여)씨는 “문재인은 사람은 마음에 들지만 소속된 당이 별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학가 민심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울산대 앞에 문 후보가 도착하자 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손님의 주문을 받다 말고 스마트폰을 든 채 뛰어나가기도 했다. 울산대의 수화동아리 학생들은 흰색 털목도리와 장갑, 귀마개를 문 후보에게 선물했고 한 지지자는 울산대 앞 건널목 앞에서 스무 송이의 노란색 장미를 건네기도 했다. 지역세와 무관하게 문 후보가 20대들에게 강세를 보이는 듯했다. 울산·포항·대구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화려한 어록 중 초기 대표작은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취임하고 며칠 안 된 2003년 3월 9일, 검사들과의 대화 도중 한 검사가 듣기 거북한 질문을 하자 튀어나온 말이다. 당시 검사들의 공격적 태도는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돼 회자됐다.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당당함’의 개념도 있었지만, 검사들의 ‘위세’와 ‘자만심’ 등을 희화화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어쨌든 검찰 혁신을 공언했던 노 대통령은 그 목표에 거의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검찰 개혁은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에서 한결같이 공언한 시대적 요구였다. 대통령 후보들은 어김없이 검찰의 권한 축소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제대로 집행된 적은 없었다. 검찰의 위세가 강하기도 했지만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던 사람들조차 정권을 잡으면 스스로 비난했던 바로 그 용도로 검찰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와 같은 독점적 권력을 얻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화 때문이었다. 과거 ‘중정’(중앙정보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 등 공포정치 하에서 폭력과 억압의 수단들을 쥐고 있었던 기관들이 약화되면서 그들 손에 쥐어져 있던 힘이 검찰 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됐다. 검찰이 지금 숨을 죽이고 있다. 10억원 가까운 돈을 긁어모은 고참 검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신참 검사의 엽기적인 추문이 터졌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에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검찰에 대한 비난과 변화의 요구는 한층 격하게 분출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돈검사’, ‘성검사’ 뉴스를 접하며 놀라워도 하지만 즐기고 있기도 하다. 잘난 척하고 힘센 학급반장의 추악한 뒷모습을 보는 후련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외부로부터의 혁신 압력의 조짐이 보이면서 검찰 수뇌부와 평검사들이 모임을 갖는 등 검찰 스스로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검찰 수뇌부의 거취다.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사퇴로써 지휘 책임,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장이 당장 물러나게 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단 한명의 검찰총장도 2년 임기를 못 채우는 꼴이 된다. 그가 스스로 물러날지,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물러나게 될지, 아니면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돼 검찰 총수가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총장 한 사람 물러나는 것은 검찰에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를 개인들의 부패와 일탈로 몰아 덮어 버리는 꼴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기업으로부터 태연히 돈을 받고 여성 피의자를 윽박질러 성관계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 최소한 그럴 힘을 자기가 갖고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힘과 그런 집단의식이 범죄의 원천이 된 것이다. 결국 집중된 검찰의 힘을 합리적으로 분산시키는 것, 검찰의 막강한 사회 지배력의 시스템을 깨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인 셈이다. 여론에 떠밀려 검찰 총수가 반성문 한 장 낭독하고 물러난다면검사들의 잇따른 범죄가 만들어 준 개혁의 기회는 다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보다는 당장 수뇌부를 중심으로 시늉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반대논리 개발을 위해 연구하지 말고 도입을 전제로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임용과 동시에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현재의 검사 직급 인플레이션까지 원점에서 뜯어보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누가 검찰을 ‘검사스럽지 않게’ 변혁시킬 적임자인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괜찮겠다. windsea@seoul.co.kr
  • 왕은점표범나비 등 멸종위기 동식물 9종 새로 발견

    왕은점표범나비 등 멸종위기 동식물 9종 새로 발견

    한강과 중랑천·탄천 등 서울 지역 한강수계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1835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2년 1480종에 비해 355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왕은점표범나비, 표범장지뱀,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종 9종이 처음 발견됐고, 생태계 교란 종인 노란배거북이가 처음 목격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올 9월까지 팔당댐 하류에서 신곡수중보에 이르는 한강 본류와 중랑천·탄천·안양천·홍제천·불광천·청계천·서울숲을 대상으로 한강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강과 지천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10년 전에 비해 355종, 5년 전인 2007년 1608종보다 227종이 각각 증가했다. 서울 전체 생물종의 65%는 한강과 지천에 서식하고 있었다. 물억새·수크령·갈대 등 식물류가 1082종, 누치·각시붕어·경모치 등 어류가 69종, 깔따구류 등 대형 무척추동물이 124종, 왕잠자리·검정물방개 등 육상곤충류가 420종, 큰고니·원앙·황조롱이 등 조류가 114종, 너구리·족제비 등 포유류가 11종으로 나타났다. 한강의 생물종은 전반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양서파충류와 대형 무척추동물은 지천을 제외하면 지난해 집중호우와 공사 등의 영향으로 한강 본류 구간에서는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는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44종 18000여 마리가 서식해 다른 곳에 비해 개체수가 월등히 많았다. 한강 본류 지역에서는 팔당댐 하류의 시 외곽 구간과 하류에서 개체수가 많았으며, 도심 구간에서는 중랑천과 성내천 합류부, 밤섬 등에 다양한 종이 서식했다. 한강에서 처음 발견된 멸종위기 종은 왕은점표범나비·표범장지뱀·흰꼬리수리·참수리·독수리·새매·삼백초·기생꽃·섬개야광나무 등 9종이다. 반면 금개구리·노랑부리백로·단양쑥부쟁이·애호랑나비 등 멸종위기종은 사라졌다. 생태계 교란 종은 붉은귀거북과 노란배거북·가시박 등이 발견됐다. 이번에 중랑천 상류 구간에서 처음 발견된 노란배거북은 애완용 수입으로 대거 유입돼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고 시는 밝혔다. 가시박은 팔당댐 하류로부터 확산돼 한강 상하류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강 본류 중 가장 양호한 생물 서식처는 왕숙천 합류부에서 성내천 합류부에 이르는 한강 상류와 창릉천 합류부에서 신곡수중보에 이르는 한강 하류로 나타났다. 지천은 중랑천 하류와 안양천 하류, 탄천 하류가 생태적으로 양호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KBS1 밤 12시 20분) 서기 690년 당나라. 고종 승하 이후 중국 역사상 최초 여황제의 즉위식을 앞둔 어느 날. 여황제 측천무후의 심복들이 차례로 불에 타 죽는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하늘의 분노라며 백성들의 공포가 커져가자, 측천무후는 최후의 수단으로 누명을 쓴 채 변방으로 좌천당한 천재적인 수사관 적인걸의 환궁을 명한다.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KBS2 밤 8시 50분 패자부활전으로 합류한 불사조 유소라, 거북이의 메인보컬 출신 임선영, 마골피 박미영으로 이루어진 3인조 걸그룹 ‘비너스’. 지난주 첫 경선에서 최하위 팀으로 선정되며 3명 전원 모두 탈락의 고비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비너스’가 과연 이번 무대에서는 최하위팀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최강연승 퀴즈쇼 Q(MBC 밤 8시 50분)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임윤선 변호사가 사상 최초로 6연승에 도전한다. 한편 임윤선 변호사의 6연승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대 치대, 카이스트, 과학고 출신 등 내로라하는 브레인들이 출연해 1승을 노리며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과연 이들은 ‘지옥에서 온 변호사’라는 별명을 가진 임윤선 변호사를 제치고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정글의 법칙(SBS 밤 9시 55분) 사칼라바 부족과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한 병만족에게 주어진 최종 미션, 마다가스카르의 마지막 보물 ‘그랑칭기’를 찾아라. 마지막 보물답게 쉽지 않은 그랑칭기 로드는 장장 1박 2일에 걸친 오프로드로 붉은 모래먼지가 가득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렇게 병만족은 마지막 날까지 생존 그 자체의 도전을 보여 준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일반적으로 ‘갑상선 항진증’이라고 부르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들을 두 번 울리는 2차적 증상은 바로 안구돌출이다. 모든 갑상선 환자들이 2차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이 심각한 안구돌출로 시야의 불균형을 호소한다. 안구돌출로 인한 시야 불균형과 시력저하는 또 다른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증상인데…. ●콘서트 고백 -내 젊음의 낮은 음자리(OBS 밤 11시 5분) 국민가수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 수많은 히트곡과 공연을 통해 일반 대중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안치환은 자신의 대표곡 ‘내가 만일’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그동안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의 대표곡들을 둘러싼 비화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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