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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자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령그물’을 아시나요?

    [안녕? 자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령그물’을 아시나요?

    어민들이 잃어버리거나 어업 후 아무렇게나 버린 폐그물이 유령처럼 바다를 떠돌며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몰디브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만 해도 그렇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를 기반으로 수중 장비를 판매하고 수익금을 해양생태계 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오션 아르머’ 측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바다거북 네 마리가 이같은 유령그물 하나에 한꺼번에 뒤엉켜 버둥거리는 가슴 아픈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 바다거북들은 그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바다 위를 떠다니다 겨우 구조됐다. 3주 전에는 폐그물에 앞지느러미와 몸통이 결박돼 제대로 헤엄치지 못하는 혹등고래 한 마리도 발견됐다. 오션아르머는 이 고래가 고통에 겨운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고 밝혔다.한 달 전에는 해변에 떠밀려온 정체불명의 빨간 덩어리가 목격됐다. 익명의 제보자는 “자세히 보니 그물에 얽힌 바다거북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를 본 노인이 다가가 그물을 한가닥 한가닥 일일이 끊어냈지만, 바다거북은 이미 숨이 끊어진 듯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 그물이 모두 제거될 때쯤, 발 한쪽을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물 때문에 이미 많이 지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것. 구사일생으로 그물에서 벗어난 바다거북은 한발 한발 힘없는 발걸음을 내딛다 이윽고 바다로 사라졌다.비슷한 시기 카누를 타고 바다로 나간 한 무리의 사람들도 유령그물에 걸린 바다사자와 마주쳤다. 그물에 목까지 감긴 바다사자는 잔뜩 겁을 먹고는 도움의 손길에도 이빨을 드러내며 버둥거렸다. 유령그물에 엉킨 새끼 바다사자가 해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었다. 이때 바다사자는 그물을 제거해주려 조심스럽게 다가간 경찰에게 위협을 느끼고, 온몸이 결박된 상태에서도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약 3분간의 씨름 끝에 경찰이 유령그물을 걷어내자 바다사자는 도망치듯 재빨리 바다로 향했다.이렇게나마 구조된 바다 동물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매년 수많은 바다 동물이 유령그물 때문에 질식사하고 있다. 영국의 해양 포유류 병리학자 제임스 바넷(58)은 수십 년간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 동물을 부검했다. 그는 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모두 유령그물이었다고 말한다. 바넷은 “부검한 바다 동물 4분의 1가량의 사인이 유령그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바넷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유령그물의 위협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폐그물에 걸려 죽는 바다 동물이 훨씬 많다는 지적이다.그는 2017년 영국 해안에서 그물 때문에 질식사한 돌고래 사체와 지난 5월 역시 그물에 뒤엉켜 죽은 채 떠밀려온 물범 사체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령그물에 걸려 죽은 물고기가 포식자를 유인해 다른 바다 동물이 연쇄적으로 그물에 얽히는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그물의 분실과 폐그물 수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해양 생물의 10%가 유령그물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 후 방치되는 유령그물은 연간 4만4000톤. 이중 수거되는 물량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유령그물로 인한 피해액이 매년 37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추석 귀경길 정체 오후 4~6시 절정…새벽 3시쯤 풀려

    추석 귀경길 정체 오후 4~6시 절정…새벽 3시쯤 풀려

    추석 다음날인 14일 오후 본격적인 귀경길 정체가 시작,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서 수도권 방향을 향해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양산나들목 인근 5㎞, 양재나들목∼반포나들목 11.3㎞ 구간에서 차들이 시속 40㎞ 미만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 방향 한남나들목∼잠원나들목 2.7㎞ 구간도 정체 중이다.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서청주나들목 인근 6㎞, 남이천나들목∼산곡분기점 21.7㎞ 구간 역시 정체 상태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33.8㎞,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44.2㎞,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 방향 23.2㎞·구리 방향 20.9㎞ 구간에서도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날 하루 교통량이 515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중 고속도로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차량이 40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차량은 54만대로 추산된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승용차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출발해 서울요금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부산·목포 7시간, 울산 6시간 50분, 광주 6시간 10분, 대구 6시간, 강릉 4시간, 대전 3시간 50분 등이다. 서울요금소에서 전국 주요 도시까지 소요 시간은 대전 1시간 40분, 강릉 2시간 40분, 광주 3시간 20분, 목포 3시간 40분, 대구 4시간 10분, 울산 4시간 40분, 부산 5시간 10분 등으로 예상된다. 오전 9시∼10시쯤 시작된 귀경 방향 정체는 오후 4시∼6시쯤 절정에 이르렀다가 다음날 오전 3시가 되어서야 해소될 전망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귀경 차량이 몰려 이날 오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혼잡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귀성 방향은 평소 토요일과 비슷한 수준의 정체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속보] 명절 첫날 귀성길 정체…오전 11∼12시 극심

    [속보] 명절 첫날 귀성길 정체…오전 11∼12시 극심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고향을 찾는 귀성 행렬로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오전 11~12시가 가장 혼잡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은 경기권과 충청권에 걸쳐 80여㎞ 구간에서 차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귀경 방향은 오전 9∼10시쯤 정체가 서서히 시작돼 정오 무렵 가장 혼잡하겠고 오후 6∼7시쯤 해소될 것이라고 공사 측은 전망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귀성 방향은 전날부터 시작된 귀성 행렬이 지속해 밤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전 11시∼정오에 가장 혼잡하겠고 오후 7∼8시쯤 정체가 해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요금소 출발 기준으로 승용차로 서울에서 지방 주요도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부산 7시간 40분, 울산 7시간 10분, 강릉 4시간 30분, 양양(남양주 출발) 3시간 20분, 대전 4시간 20분, 광주 6시간 40분, 목포 8시간, 대구 6시간 40분이다. 반면 각 지방에서 서울까지 소요시간은 부산 6시간, 울산 5시간 30분, 강릉 2시간 40분, 양양(남양주까지) 1시간 50분, 대전 2시간 20분, 광주 3시간 20분, 목포 3시간 40분, 대구 5시간이다. 현재 안성∼망향휴게소, 천안분기점 부근∼죽암휴게소, 신탄진∼비룡 분기점 구간에서는 차들이 시속 40㎞ 미만으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역시 비봉 부근∼서해대교 부근 28㎞ 구간, 동서천 분기점∼부안 42㎞ 구간에서도 답답한 흐름을 보인다. 중부고속도로 남이 방향은 동서울요금소를 빠져나가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대소 분기점 부근∼진천터널 부근, 오창∼남이 분기점 구간 곳곳도 정체돼 있다. 도로공사는 이날 하루 교통량이 517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49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는 38만대가 각각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공연 어때요] 전통춤·뮤지컬·연극…흥겹거나 따뜻하거나

    [공연 어때요] 전통춤·뮤지컬·연극…흥겹거나 따뜻하거나

    공연계는 추석 명절을 맞아 장르 불문, 다채로운 작품으로 가족 관객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추석 기간을 겨냥한 한국 전통 공연부터 가격 문턱을 낮춘 인기 뮤지컬 등 명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공연이 연휴 내내 이어진다.●전통무용에 어깨춤이 절로 들썩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은 전통 무용 8편을 엮은 명절기획시리즈 ‘추석·만월’을 무대에 올린다. 13~15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추석·만월’은 지난해 추석 첫선을 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 공연은 창작 춤 ‘기도’를 시작으로 ‘고무악’, ‘한량무’, ‘진도강강술래’, ‘사랑가’, ‘장고춤’, ‘소고춤’, ‘북의 시나위’ 등이 이어진다. 첫 공연 ‘기도’는 추석을 맞아 조상의 음덕과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통 의식에 빗대 기원하는 춤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진도강강술래’는 경쾌한 노래에 맞춰 원을 그리며 추는 전통춤으로, 공연은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흥겹고 강렬한 춤으로 에너지를 더한다. 한복을 입은 관객과 3인 이상 가족 관람객에게는 각각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국립국악원은 13~14일 서울 서초동 국악원 연희마당에서 전국 8도 전통 소리와 놀이를 한데 모은 ‘팔도유람’으로 명절 관객을 맞는다. 거북이 길놀이 ‘자진산타령’으로 유람의 시작을 알리고, 경기·충청 민속놀이 ‘경기 비나리와 방아타령’, 영남·황해도 민속놀이 ‘서도 비나리와 방아타령’, 제주·전라 민속놀이 ‘남도 비나리와 방아타령’ 등으로 한가위 흥을 더한다. 유람의 끝은 ‘대동굿-강강술래’가 장식한다.아울러 서울남산국악당은 14일 천하제일탈공작소와 함께 ‘가장무도-숨김과 드러냄’을 공연한다. 공연은 팔도강산에 전해지는 탈춤을 한데 모아 젊은 탈꾼들의 재담과 연행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든 신명나는 탈춤 판이다. ●할인 이벤트로 문턱 낮춘 뮤지컬 평소 뮤지컬 공연 관람료가 부담이었다면 할인 이벤트가 많은 추석 연휴 관람도 좋은 기회다. 명절에도 쉬지 않는 뮤지컬계는 할인으로 가격 문턱을 낮춰 관객에게 손짓한다.주목할 만한 작품은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신작 ‘스쿨 오브 락’이다.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의 월드투어 공연으로,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지난 1일부터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지역 관객을 만나고 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연휴 기간인 12~15일 공연은 최대 20%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제공한다.서울에서는 2014년 초연 5년 만에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마리 앙투아네트’가 추석연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14~15일 공연은 전 등급 좌석 30% 할인이 적용된다.●노년의 사랑·가족의 애틋함 담은 연극 가족과 함께 따뜻한 연극 한 편을 본다면 더욱 값진 명절 연휴가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맞고 있는 ‘장수상회’는 가족 연극으로 제격이다. 이순재·신구·손숙·박정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뭉쳤다. 2016년 초연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한 작품으로, 이번 공연은 서울연극제 연출상과 오늘의 극작가상 등을 받은 정범철 연출이 새롭게 단장했다. 노년의 사랑을 그리는 동시에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해녀할멈들 기억 속 50년 전 제주 바다...‘바다숲 제주, 옛바다와 산호’전

    해녀할멈들 기억 속 50년 전 제주 바다...‘바다숲 제주, 옛바다와 산호’전

    “거북이는 용왕님이랜 해서! 용왕님이난, 막 서방들게 합서. 물건 많이 보이게 해줍잰 하고 절하는 거. 거북이 보면 어른들도 경했댄 해부난. 우리도 놀라지도 않고 영 해여. 그냥 막 인사 해여” 제주 우도 해녀 공순삼 할머니는 ‘첫 물질 나갔을 때 바다 속’을 묻는 말에 바다거북과 마주친 기억을 떠올렸다. 큰언니 해녀 강금자 할머니의 기억 속 제주 바다에는 10m나 되는 물고기들이 색색의 산호초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의 제주 바다는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며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는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해녀 할머니들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기억 속 제주 바다를 한 가닥 털실로 엮어내는 일이었다. 사라진 제주 바다 산호숲을 뜨개질로 되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년 간 500명이 넘는 시민이 두 손으로 코바늘을 뜨며 사라진 산호숲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21명의 제주 해녀들을 만나 50년 전 바다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들의 절박한 마음을 담은 소박한 전시회 ‘바다숲 제주, 옛바다와 산호’ 전이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제주옹기 숨 미술관에서 제주 주민과 관광객들을 만난다.이번 전시를 기획한 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은 “환경운동으로서의 산호뜨개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우리를 꿈틀거리는 예술의 생명력으로 기운 나게 한다”라며 “산호뜨개를 하면서 사람들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동들에 대해 민감해지고, 자신의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바다의 상상과 바다에 대한 염려를 전한다”라고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오롯 측은 ‘전시의 마음’을 통해 “우리는 제주도 자연이 파괴되는 것과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는 것, 사람들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과 산호가 파괴되는 것이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산호를 알리는 것으로 단절과 파괴와 개발의 시대에서, 연결과 살림과 보살핌의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식순이·차순이·공순이…가난이 낳은 이름

    식순이·차순이·공순이…가난이 낳은 이름

    삼순이-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정찬일 지음/책과함께/524쪽/2만 5000원 “옆에 앉아 밀어붙이더니/ 슬금슬금 더듬어 온다/ 서자니 다리 아프고/ 옆에 앉자니 징그러워/ 엉거주춤 걸터앉았더니/ 엉덩이 툭툭 치며 엉큼하게 쳐다보다/…/ 애 어른 몰라보고 되는 대로 주무르는/ 밝혀대는 헷손질이니 기가 막히다/ 입술은 깨물고 가슴은 분노를 참다가/…/ 자학으로 가슴을 눌러 통곡해 쓰러진다”최명자 시인의 시 ‘술주정뱅이’(1985)의 한 대목이다. 실제 버스안내양이었던 시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당장 쇠고랑을 찰 일이지만 1960~70년대엔 만원 버스에서 안내양의 몸을 더듬는 게 그리 큰 허물이 아니었던 듯하다. 애 어른 가리지 않고 주무르고 헛손질을 해댔다니 말이다. 어디 이들뿐이랴. 버스안내양 이전엔 ‘식모’가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었고, 이후에는 ‘여공’들이 그랬다.새 책 ‘삼순이’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근현대 삶의 현장을 질주했던, 그러다 홀연히 기억 속에서 사라진 세 직군 여성들의 질곡을 들춰내고 있다. 한때 사람들은 식모를 ‘식순이’로, 버스안내양과 여공은 각각 ‘차순이’, ‘공순이’로 불렀다. ‘삼순이’는 이들을 아우르는 단어다.책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어멈’이라고도 불렸던 식순이에서 출발해 차순이, 공순이 순서로 흐른다. 서로 다른 이름이었지만, 그 호칭 밑에는 늘 공통적인 정서가 깔려 있었다. 업신여김과 성적 희롱의 대상.다시 버스안내양 이야기로 돌아가자. 버스는 서울 도심을 질주했지만 안내양은 서울 사람이 아니었다. 너나없이 빈곤했던 시절 많은 소녀들이 “한 입 덜기의 최전선”으로 내몰렸고, 일자리에 목마른 이들은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서울역 개찰구에서 나온 상경 소녀들은 알을 깨고 바다로 향하는 새끼 거북이와 같은 처지”였다. 많은 상경 소녀들이 사악한 혓바닥에 속아 윤락업소에 넘겨졌고, 버스회사나 공장 등에 취직하는 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였다. 버스안내양의 역사는 뜻밖에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오른다. 1933년 6월 대구의 부영버스는 여성 차장을 뽑는다는 공고를 낸다. 남성 차장이 대세였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치였을 텐데,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산술과 구술 등 평소 치렀던 시험과목 외에 또 하나의 선발 기준이다. 바로 ‘외모´였다. 모집 공고문에조차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얼굴이 아름다운 이’라고 명시했고 이력서에 상반신 사진도 첨부해야 했다. 남성 차장을 급속도로 대체한 버스안내양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꽤 이중적이었다. 동정심을 보내는 이도 있었지만, 요금 시비와 제시간 발차 요구 등 불만을 쏟아내는 이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차순이’는 철저히 을이었다. 손님 대 종업원, 어른 대 어린 것, 남자 대 여자, 배운 것 대 못 배운 것의 대립 구조에서 버스안내양은 늘 후자였다.만원 버스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터치’와 추행, 희롱 역시 일상이었다. 수치심에 몸을 떤 그들에게 돌아온 건 그러나 성 모럴이 희박하다는 편견이었다. 버스 요금을 가로채는, 이른바 ‘삥땅’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들은 ‘삥땅’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숙직실 등으로 불려가 ‘검신’이라는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알몸으로 검신을 받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졌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화려한 경제 개발의 그늘에서 그들(삼순이)은 이름과 달리 ‘순’하게 살 수 없었다”며 “지금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현대판 삼순이’ 동남아 이주 여성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최성해 총장 “유시민, 말에 기술 좀 넣으라고 해”

    최성해 총장 “유시민, 말에 기술 좀 넣으라고 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게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최 총장은 5일 SBS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 유 이사장이 전화를 걸어 언론 등에 의견을 말할 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유시민씨가 ‘우리들은 정치인이니까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걸 구분해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우리 최 총장님도 정치인 한 번 해보셔야겠다. 말에 기술을 좀 넣으라’고 이야기 하더라. 다른 사람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인터뷰 예시도 제안했다고 최 총장은 말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예를 하나 만들어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토끼하고 거북이하고 경주를 하는데 (라는 비유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총장은 유 이사장이 조 후보자 딸의 표창장 결재를 위임한 걸로 해달라는 직접적인 청탁을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최 총장에 전화를 건 것은 인정했지만 유튜브 언론인으로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이었지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6타 차 뒤집기… ‘거북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

    6타 차 뒤집기… ‘거북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지난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정상을 눈앞에 두고 돌아섰던 박채윤(25)이 일주일 만에 메이저대회인 한화클래식을 제패했다. 박채윤은 1일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6737야드)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4개를 뽑아내 3타를 줄인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적어 내 우승했다. 지난해 6월 용평리조트오픈 첫 우승 후 1년 3개월 남짓 만에 통산 2승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공동 2위 넬리 코르다(미국), 이정민, 김소이를 1타 차로 따돌린 짜릿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이자 2언더파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시작해 단독 선두로 6타나 앞섰던 코르다를 밀어낸 역전 우승이다.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70점을 추가해 374점을 기록한 박채윤은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우승 상금 3억 50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 랭킹도 종전 13위에서 2위(6억 4836만원)로 수직 상승했다. 박채윤의 이날 우승은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 ‘톱10’ 성적을 무려 11차례나 기록하며 우승 없이도 8월 말 현재 대상포인트 랭킹 3위를 달리고 있는 자신의 별명인 ‘거북이’처럼 꾸준한 경기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박채윤은 선두 그룹이 줄줄이 무너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코르다가 1번홀(파5) 보기와 6번홀(파4) 더블보기를 적어 내면서 무너진 사이 박채윤은 전반 9개홀에서 2타를 줄였다. 7번홀(파3) 보기를 범했지만 9번홀(파4)에서 4m 버디를 잡아내며 코르다, 김소이 등 공동 선두를 1타 차로 압박했다. 16번홀(파4)에서 다시 4m 버디를 추가해 순식간에 단독 선두로 나선 박채윤은 벌려 놓은 타수를 잘 유지해 ‘데일리 베스트’까지 작성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 대회 코스는 러프는 길고 페어웨이는 좁은 데다 최종일인 이날 핀 위치까지 더 어려운 위치에 세팅돼 있어 최종 언더파를 낸 선수가 11명에 불과할 정도로 역대급의 난도를 과시했다. 박채윤은 우승 직후 “욕심을 전혀 안 부렸고 기회가 오면 집중해서 자신 있게 치려고 했는데 그게 잘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장애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78곳뿐…설립 문턱 낮춰 기업참여·고용 촉진을”

    “장애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78곳뿐…설립 문턱 낮춰 기업참여·고용 촉진을”

    출연 통한 비영리법인 형태 허용하고 경영권 승계 수단화는 감시 강화해야”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는 한편 대기업에는 장애인 고용의무도 지킬 수 있게 한 ‘장애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확장세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기업과 장애인 모두에게 좋은 제도지만 현행법상 자회사 설립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려면 비영리법인 자회사도 만들도록 허용하는 등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장애인 표준사업장(일반·자회사형) 331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8125명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설립한 회사다. 크게 일반 표준사업장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으로 나뉜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는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고자 2008년 도입했다. 대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해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장애인은 대기업이 만든 안정적인 자회사를 다닐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커서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기 어려운 대기업들은 자연스레 법적 의무도 지킬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았지만 활용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애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78곳에 그쳤다.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100곳도 채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일반 표준사업장이 같은 기간(2008~2018) 30곳에서 253곳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과 대비된다. 제도 활성화가 더딘 이유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려면 기본적인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요건(장애인 고용인원 등) 외에도 반드시 모회사가 자회사의 발행주식이나 출자총액의 절반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기준이 높아서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다. 게다가 현행법상 출자만 가능하고 기부 등 ‘출연’으로는 자회사 설립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사회공헌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라도 영리법인 형태의 표준사업장만 만들 수 있기에 기업 규모가 불어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백영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연구위원은 “출연을 통한 비영리법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이 가능해지면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고 장애인들의 기회의 폭도 그만큼 더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비영리법인 형태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장애인 고용 확대 이외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애 한국방송통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비영리법인이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등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장애인에게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침이 준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포항서 죽은 채 발견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포항서 죽은 채 발견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이 죽은 채 발견됐다. 20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분 포항 북구 흥해읍 용한리 앞바다에서 파도타기하던 서퍼가 죽은 푸른바다거북을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이 거북은 바다 위에 떠 있어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확인한 결과 죽은 상태였다. 거북은 길이 74㎝, 너비 50㎝ 크기로 나이는 50∼60년 정도로 추정한다.푸른바다거북을 비롯한 바다거북은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포항해경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넘겨 처리할 방침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길섶에서] 아직과 벌써/장세훈 논설위원

    ‘아직’이라는 표현을 많이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소풍을 가려면, 방학을 하려면 몇 날 며칠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성인이 되던 그날은 거북이걸음으로 다가왔다. 시간은 참 더디 갔고, 시간이 갔다는 사실 자체가 선물과도 같았다. 그땐 그랬다. ‘벌써’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시간 개념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점심이 되고, 벌써 하루가 가고, 벌써 한 해가 그렇게 저문다. 내 나이 때의 시간은 토끼마냥 뜀박질 친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르고, 시간이 갔다는 사실 자체가 아쉬움이 된다. 지금은 그렇다. 그렇다고 시간을 거스르고 싶진 않다. 돌이켜 보면 “내가 그랬나?”라고 느낄 때도 적지 않으니 현재의 나에게 과거의 나는 낯선 존재이다. 하나의 추억과 하나의 인연은 찰나라 참으로 덧없다. 추억이 쌓이고 인연이 깊어졌으면 됐다.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하면서 “잘살아봅시다”라고 했다. 이 말 한마디는 두고두고 아내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얼마 전 사진을 함께 보다 아내가 혼잣말처럼 “참 잘살았다” 한다. 해준 게 별로 없어 머쓱하고 싸우거나 언성을 높일 때도 있었으니 겸연쩍다. 결혼한 뒤 벌써 이렇게 지났나 싶더니, 아직 남은 날들이 훨씬 더 많다. shjang@seoul.co.kr
  • [안녕? 자연] 세계자연유산 태평양 무인도, 인류 탓에 ‘쓰레기 섬’ 됐다

    [안녕? 자연] 세계자연유산 태평양 무인도, 인류 탓에 ‘쓰레기 섬’ 됐다

    인류의 문명과 5500㎞ 떨어진 남태평양 중부에는 원시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한 37㎢의 작은 섬이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은 이 섬의 이름은 헨더슨 섬. 섬 주위가 석회질 절벽으로 이루어진 헨더슨 섬은 많은 고유종 생물과 물새와 바다새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로 지난 1988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소중한 곳이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을 등진 채 아름답게 보존됐던 섬도 인류가 버린 쓰레기의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수많은 쓰레기로 뒤덮힌 헨더슨 섬의 현재를 고발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 등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헨더슨 섬으로 흘러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무려 18톤. 매일 3500개 정도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밀려들어와 현재 3900만 개의 엄청난 쓰레기가 섬 곳곳에 뒤덮여있다. 한때는 지구상에서 가장 때묻지 않은 환경을 자랑했던 보석같은 섬이 최악의 쓰레기 섬이 된 상황인 셈이다. 지난달 헨더슨 섬을 탐사한 태즈메이니아 대학 제니퍼 라버스 연구원은 "섬 곳곳에서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서 "국적을 보면 독일, 캐나다,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곳곳에서 흘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헨더슨 섬의 사례는 아무리 멀리 떨어진 나라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세계 모든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사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버려진 쓰레기를 조류나 거북이 같은 야생동물이 쉽게 먹고있다는 점이다. 라버스 연구원은 "2주 동안 해변에서 무려 6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했지만 역부족"이라면서 "방금 말끔하게 치운 해변에 다시 쓰레기가 밀려들어온 것을 볼 때면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며 한탄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갈수록 늘고있는 있는 상황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다에 버려진 인간의 쓰레기는 무려 1억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우리가 흔히 쓰는 생수병부터 의류, 각종 일회용품들이 이렇게 바다로 흘러들어가 거대한 쓰레기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미세입자로 이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래 뿐 아니라 거북과 바다새 등 수많은 생물이 이렇게 파편화된 각종 플라스틱 찌꺼기를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다. 물론 이는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다시 인간에게 돌아와 궁극적으로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살려주세요”…폐그물에 목 졸린 멸종위기 바다거북 포착

    “살려주세요”…폐그물에 목 졸린 멸종위기 바다거북 포착

    국제자연보호연맹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붉은바다거북이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벨기에 방송 채널 RTBF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아조레스 제도 피쿠섬 인근 해상에서 폐그물에 목이 감긴 바다거북이 구조됐다고 전했다. 벨기에 출신 해양동물 사진작가 빈센트 르그랑은 최근 동료 장 레이니에르와 함께 피쿠섬 근해로 나가 길고 긴 촬영에 돌입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빈센트는 그물에 엉켜 버둥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달 26일 오후, 촬영에 나선 바다 한가운데에서 폐그물에 목이 감긴 바다거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숨을 헐떡이며 어망에 붙어있는 작은 게를 먹으려 애쓰는 바다거북을 본 빈센트와 동료는 몇 분간의 작업 끝에 다행히 구조에 성공했다. 빈센트는 “근처에는 일행으로 보이는 또다른 바다거북이 헤엄치며 폐그물에 감긴 다른 거북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구조된 바다거북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붉은바다거북’으로, 최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붉은바다거북의 성별은 포란 시기 온도에 결정적 영향을 받는데, 기후변화로 살인적 고온이 계속되면서 수컷 부화가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붉은바다거북의 15% 가량이 서식하고 있는 북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에서는 최근 태어난 갓난 거북의 85%가 암컷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오는 2100년에는 새로 태어나는 붉은바다거북의 단 0.14%만이 수컷으로 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처럼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붉은바다거북이 그물에 엉켜 폐사할 뻔한 모습이 포착되자, 벨기에 현지언론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해양 생태계에 대한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24일 폐그물에 걸려 탈진한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된 바 있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가로 약 80cm, 세로 60cm의 붉은바다거북은 그물에 걸려 등껍질과 목 주변에 찰과상을 입고 탈진한 상태로 해안가로 떠밀려왔다. 사진=빈센트 르그랑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선우선♥이수민 오늘 결혼 “11세 나이차 몰랐다..3살 많은 줄”

    선우선♥이수민 오늘 결혼 “11세 나이차 몰랐다..3살 많은 줄”

    배우 선우선(44)과 액션배우 겸 무술감독 이수민(33)이 결혼식을 앞두고 카메라 앞에 섰다. 선우선 이수민은 14일 오후 12시3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뉴힐탑호텔에서 결혼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에 영화 촬영을 하면서 액션스쿨에서 연습 중에 처음 만났다. 이수민은 “고백은 내가 먼저 했다”며 “남들처럼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나도 소심한 면이 있어서 ‘오늘부터 1일 어떠냐’고 살짝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1세. 선우선은 “처음에는 나이 차이가 그렇게 나는지 몰랐다. 액션스쿨에서 만나서 첫 느낌이 좋았고, 그 기운에 끌려서 친해졌다”면서 “나이 차이는 솔직히 말해서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서로 느낌이 잘 맞고 소통이 잘 된다면 그건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수민은 “나는 그냥 선배님으로 알고 있었고 나이는 몰랐다. 나중에 기회가 돼서 대화를 나눴는데 나보다 세 살 많은 정도라고 생각했다”면서 “나이를 알고 나서도 크게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 때문에 거리감을 느껴졌으면 이 자리(결혼)까지는 못 오지 않았겠나. 나이 차이는 정말 안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선우선은 “결혼을 늦게 하는만큼 열심히 예쁘게 잘 살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수민은 “아직까지 실감이 되지 않는데 식장에 서봐야 알 것 같다. 열심히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말했다. 선우선은 “둘만 하는 결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하는 결혼이지 않나. 가족에 대한 책임도 큰 것 같다. 항상 그렇게만 생각하면 너무 어려워서 못 할 것 같고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아껴야 할 것 같다”라며 결혼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신랑이 자존감이 높은 분이어서 말다툼을 하다가도 바로 행동을 고친다. 내가 사람을 잘 만났구나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예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결혼 후 신접살림은 경기 파주시에 차릴 예정이다. 한편 선우선은 지난 2003년 영화 ‘조폭 마누라2’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구미호 외전’ ‘내조의 여왕’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백년의 유산’ ‘초인가족2017’ ‘사생결단 로맨스’ 등에 출연했다. 이외에도 영화 ‘거북이 달린다’ ‘전우치’ ‘평양성’ ‘가시’ 등에서도 활약했다. 무술 감독 겸 배우 이수민은 ‘강철비’, ‘걸캅스’, ‘악인전’, ‘남한산성’, ‘범죄도시’ 등에 무술팀으로 참여해 활약했다. ‘배우보다 더 잘생긴 스턴트맨’으로 화제를 모았고, 2015년 EBS ‘리얼체험 땀’과 2012년 KBS ‘다큐멘터리 3일’에도 출연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꿈 이룬 억만장자, 우주를 꿈꾼다

    꿈 이룬 억만장자, 우주를 꿈꾼다

    타이탄/크리스천 데이븐 포트 지음/한정훈 옮김/리더스북/504쪽/1만 8000원소년은 반에서 가장 허약했다.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던 그에게 공상과학소설은 큰 위로였다. 소년은 졸업 후 여러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어느 날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민했다. 공상과학소설처럼, 충돌 전 화성으로 사람을 보내면 되리라 생각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이런 일을 진행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스스로 로켓을 만들기로 한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두근거리며 보던 다섯 살의 다른 소년이 있다. 그는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뒤 꿈을 실행으로 옮기는 중이다. 몰래 도시 절반만한 땅을 사들이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로켓을 만든다. 첫 번째 소년의 이름은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왼쪽)다. 그리고 두 번째 소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오른쪽)다.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지구인들은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탑승했던 닐 암스트롱의 말대로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었지만, 인류 전체에게는 큰 도약”이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났다. 그 이후 인류는 몇 걸음을 도약했을까. 실망스럽게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달에 사람을 보냈으니 이제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러나 우주 개척 최첨단에 서 있는 NASA는 이들의 희망을 저버린 지 오래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우주선이 아닌, 이륙과 착륙이 가능한 우주선 개발은 50년 동안 지지부진하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의 신간 ‘타이탄’은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도전을 다룬 책이다. 독점 인터뷰와 밀착 취재로 구성한 500여쪽의 책은 민간 우주산업의 최전선에 선 두 명의 사업가를 중심으로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스트레토론치의 폴 앨런과 같은 억만장자들이 왜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는지를 담았다. 이들이 대담한 비전을 품고 우주 산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누구도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각종 불합리함에 맞서 싸우며 나아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엮어 냈다.이 분야 선두 주자인 머스크가 민간업체인 ‘스페이스X’를 세우고 우주 개발에 뛰어들 당시, NASA는 절대적인 지위에 있었다. 민간업체 선정 역시 인맥으로 좌우되곤 했다. NASA가 수의계약으로 파트너를 선정하자 머스크는 NASA와의 소송전에 돌입한다. 승소 가능성 10%도 안 됐지만, 머스크는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해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머스크가 거침없이 싸우며 나아갈 때, 베이조스는 아무도 모르게 ‘블루오리진’을 세우고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 저자는 거침없는 토끼와 같은 머스크, 거북이처럼 조용히 움직이는 베이조스를 대비해 보여 주고, 이들이 10년 넘게 벌이는 치열한 물밑 경쟁, 목숨을 건 시험 비행과 여러 차례 로켓 폭발을 다룬다. 둘보다는 조금 뒤처졌지만, 리처드 브랜슨, 폴 앨런까지 4명의 거물이 펼치는 우주 진출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멈추지 않는 도전과 성공 등 책 곳곳에 극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과장을 최대한 배제했지만, 이야기식으로 구성해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준다. 여러 난관을 거쳐 올해 5월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초고속 인터넷용 위성 60기를 한꺼번에 발사했다. 머스크는 2023년 민간인을 태우고 달을 탐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역시 자사 달 착륙 우주선 ‘블루문’을 얼마 전 공개했다.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에서 제작한 우주선 ‘스페이스 2’는 지난 2월 모하비 사막에서 탑승객 1명을 태우고 90㎞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귀환했다. 희망을 동력 삼아 미지의 우주 세계로 향하는 이들의 도전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 우주를 동경하던 소년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좌절 않고 나아가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련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올라타고 잡아 끌고…주민 등쌀에 발버둥치는 멸종위기 ‘장수거북’

    올라타고 잡아 끌고…주민 등쌀에 발버둥치는 멸종위기 ‘장수거북’

    인도네시아의 한 해변에서 멸종위기 바다거북이 주민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국 미디어 유니라드(UNILAD)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파푸아바랏 아수크웨리 해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장수거북’이 철없는 주민들에게 시달리다 바다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은 알을 낳기 위해 해변으로 올라온 장수거북을 보고 등에 올라타거나 잡아끌며 괴롭혔다. 공개된 영상에는 노인 한 명과 젊은 남성, 어린이 등 주민들이 거북이 등에 올라타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장수거북은 발버둥 치며 괴로워했지만, 주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수거북은 ‘위급’ 단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런 장수거북을 보호하기는커녕 괴롭히는 영상이 공개되자, 전 세계 동물 애호가들은 주민들의 철없는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유니라드는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최대 몸길이 2.5m, 몸무게 800㎏으로 현존하는 거북류 중 덩치가 가장 큰 장수거북은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한다. 다른 거북과 달리 등껍질이 딱딱한 각질판 대신 가죽질 피부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란기가 되면 암컷은 해변으로 올라와 구멍을 파고 50~160개의 알을 낳는다. 영상 속 장수거북 역시 알을 낳은 지 얼마 안 된 암컷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계자연기금(WWF)은 장수거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바다거북이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수컷 개체가 급감하면서 바다거북의 번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비영리환경단체 ‘지구의 날 네트워크’(EDN)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거북의 알은 주변 온도가 상승할수록 암컷이 부화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데,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수컷 바다거북이 매우 귀해졌다. 현재 호주 북동부에 서식하는 푸른바다거북의 경우 암컷 비율이 99%에 달할 정도다. WWF 측은 이처럼 보존이 절실한 멸종위기종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행동은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적 비영리 동물보호단체인 ‘프로파우나’ 역시 해변에서 바다거북과 마주쳤을 경우 무작정 접근하지 말고 소음을 최소화한 뒤 눈으로만 관찰하라고 권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불꽃놀이 보다가 바다거북 수백 마리 길 터주는 사람들

    불꽃놀이 보다가 바다거북 수백 마리 길 터주는 사람들

    미국의 243번째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州) 페르난디나 해변에서는 수백 마리의 새끼 바다거북이 부화해 일제히 바다로 향했다. 덕분에 이날 불꽃놀이를 감상하기 위해 바닷가로 나온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나쳐 바다로 나가려고 하는 이들 거북이 다치지 않도록 길을 터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주민 베키 핀스니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이 지역에 살면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은 처음”이라면서 “불꽃놀이가 시작된지 1분쯤 지났을 때부터 바닷가를 향해 새끼 거북들이 밀려들었다”고 회상했다. 핀스니스에 따르면, 바다에 있던 모든 사람은 새끼 바다거북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모든 거북이 해변을 떠날 때까지 거리를 유지했다. 또한 핀스니스는 “내 아들의 표현대로 홍해가 갈라지는 것 같았다”면서 “모두가 한 발짝씩 물러서서 새끼 바다거북들이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gTP7i5agiVU)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숨은 진주…태풍의 섬…神의 계단

    숨은 진주…태풍의 섬…神의 계단

    ●슈퍼태풍 연간 10번 통과하는 ‘바타네스’ 바타네스는 필리핀 최북단 루손섬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1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다. 필리핀보다 대만 쪽에 더 가깝다. ‘필리핀의 땅끝’이라 불리는 곳으로 필리핀 사람들도 가보고 싶어 하는 오지다. 바타네스의 별명은 ‘태풍의 섬’이다. 강한 태풍이 자주 지나가서 이렇게 불린다. 필리핀 태풍 관측 기준으로 슈퍼 태풍에 해당하는 초강력 태풍이 일년에 열 차례 이상 통과한다. 바타네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 자급자족을 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물물교환을 하며 살았고 시장이 생긴 건 2005년이다. 바타네스가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풍 때문이었다. 바타네스는 태평양 연안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길목에 놓여 있다. 바타네스 주변은 수많은 태풍이 만들어지는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은 시속 240㎞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야 태풍이라 부른다. 섬에는 ‘레이더 투콘’이라 불리는 레이더 기지가 있다. 미군이 대형 파라볼라 안테나를 세우려 했지만 강한 태풍이 불어 레이더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고 지금은 건물 잔해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태풍이 많다 보니 건축양식도 독특하다. 태풍에 견디기에 알맞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바닥을 깊게 파고 벽을 쌓아 올린다. 석회암으로 지어진 돌집은 벽의 두께가 1m에 달한다. 집 지하실에는 태풍이 불 때를 대비해 가축과 식량을 저장하고 사람이 대피할 수 있는 방공호가 만들어져 있다. 문과 창문이 모두 태풍이 오는 방향을 등지고 난 것도 이채롭다. 바타네스에서는 아주 독특한 고기잡이 방식을 볼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 기다란 장대 두 개를 든 남자가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파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물을 던지는 것이었다. 태풍이 올 때는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작은 그물 낚시로 조업을 대신한다고 한다. 이를 ‘플라잉 네트’라고 부르는데, 그물을 V자 모양으로 만들어 바다를 향해 힘껏 던진 다음 재빨리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작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쥐노래미 같은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 튀겨 먹는다.잦은 태풍으로 조업을 자주 나갈 수 없는 바타네스의 어부들은 생선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주로 자연 건조를 한다. 우리네 황태처럼 해풍에 말려 보관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건조하는 물고기는 ‘도라도’라 불리는 만새기다. 말린 고기는 1년 이상 두고 먹을 수 있다. 말린 도라도의 맛은 노가리와 비슷하다. 도라도와 함께 먹어야 하는 요리는 얌이다. 한국의 참마와 비슷하다. 바타네스 사람들은 쌀 대신 얌을 주식으로 먹는다. 거센 해풍 때문에 쌀농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얌은 고구마하고 감자를 합친 맛인데, 얌과 함께 도라도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빴던 것인지 바타네스에서 태풍과 맞닥뜨렸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슈퍼 타이푼”이라며 창문을 꼭꼭 걸어잠갔다. 태풍은 무시무시했다. 밤새 하늘이 울부짖는 듯했다.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사놓은 맥주를 홀짝이며 이 작은 섬이 태풍에 쓸려 나가지 않기를 비는 것뿐이었다. 아침이 되자 태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골목은 태풍이 지나간 흔적으로 어지러웠다. 나뭇잎과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몸통이 부러져 있는 나무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태연했다. 모닝빵을 파는 아이는 ‘빵 사세요’를 외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뛰어다녔고 빗자루를 든 아낙들이 태연하게 어지러운 골목을 쓸고 있었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주변의 나무전봇대는 벼락을 맞아 활활 불에 타고 있었는데 말이다. 바타네스 사람들에게는 태풍도 일상이었던 것이다.●스쿠버다이빙의 성지 ‘보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700㎞ 떨어진 보홀. ‘필리핀의 보석’ ‘필리핀의 숨겨진 진주’ 등 별명은 많지만 보홀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별명은 ‘아시아의 홍해’다. 그만큼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다. 다이버들 사이에선 ‘보홀은 몰라도 보홀 바다는 알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많은 다이빙 포인트 가운데 팡라오섬 남서쪽에 위치한 발라카삭섬이 가장 뛰어나다. 팡라오섬에서 필리핀 전통배 방카로 약 30분 정도만 나가면 된다. 섬 주변 바다는 수심이 낮지만 조금만 나아가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깊어지는 절벽 지형이다. 물이 맑아 가시거리가 좋은 데다 파도가 잔잔해 수많은 다이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꼭 경험해 보길 권한다. 물 밖 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 울긋불긋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호 군락과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는 풍경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커다란 바다거북이 등을 툭 치며 지나가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고래상어도 만날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이 아니더라도, 스노클링만 경험하는 것으로도 보홀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보홀섬 중앙에 자리한 초콜릿힐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다. 경주의 왕릉처럼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봉우리가 끝도 없이 솟아 있다. 이런 언덕들이 무려 1700여개로 추정된다. 사실 필리핀을 찾기 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필리핀 하면 세부와 보라카이가 먼저 떠올랐고, 이 두 여행지는 누구나 한 번쯤 찾은 흔한 여행지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선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타네스와 보홀에 머문 시간 동안 필리핀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수정해야만 했다. 그곳은 낙원에 가까운 곳이 아니라 진정한 낙원이었다. 아직도 바타네스와 보홀의 투명한 바다와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눈이 마주쳤던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눈앞에 맴돈다. 여행을 갈 때 단 한 곡의 노래만 가져가라면 존 레넌의 이매진을 가져갈 것이고 단 한 곳만 가라면 그곳은 아마도 바타네스와 보홀 둘 중 한 곳일 것이다.●바나웨 계단식 논 길이만 ‘지구 반 바퀴’ 루손섬은 필리핀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필리핀의 중심 섬이다. 수도 마닐라도 이곳에 있다. 바나웨는 루손섬을 덮고 있는 ‘루손섬의 지붕’이라 불리는 최고 높이 2922m의 ‘코르디예라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행정구역 상으로는 이푸가오주에 속하며 인구는 약 3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바나웨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300여㎞ 떨어져 있지만, 해발 2000m급 산들이 줄지은 코르디예라산맥을 따라가다 보니 자동차로는 꼬박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지프니를 타고 포장도 안 된 산길을 덜컹거리며 고역스런 길을 가야 한다. 이 험준하고 작은 산골 마을이 명소가 된 이유는 라이스 테라스라고 부르는 계단식 논 때문이다. 코르디예라산맥의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들이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데, 직접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산 하나가 온통 논이라고 보면 된다. 도저히 벼농사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60, 70도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끝없이 층층의 논이 자리잡고 있다. 바나웨를 비롯해 인근 산악 지역의 논둑 길이를 모두 합하면 그 길이가 무려 2만 2240㎞에 달한다. 만리장성의 10배, 지구를 반 바퀴 도는 거리다. 1995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쌀은 신… 산기슭에 2000년 세월 새긴 이푸가오족 이 장관을 만든 주인공은 이푸가오족이다. 이푸가오는 ‘언덕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2000년 전 코르디예라산맥에 정착했다. 이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등성이를 일궈 논을 만들었다. 중국의 한족이 만리장성을 쌓고, 로마가 유럽과 지중해를 누빌 때 이푸가오족은 해발 2000m 고지대에 먹고살 방편으로 계단식 논을 조성한 것이다. 맨 아래 논이 가장 먼저 만든 것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최근에 만든 것인데, 나무의 나이테처럼 유구한 세월이 산기슭에 새겨진 셈이다. 게다가 이 논들은 모두 천수답이다. 농사를 전부 빗물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이푸가오족은 이 논 전체에 빗물이 돌아다닐 수 있게 대나무관으로 배수로까지 만들어 놓았다니 더욱 놀랍다. 계단 곳곳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물을 빼는 배수로를 연결해 논마다 물이 고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 쌀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보니 보관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이푸가오족 전통 가옥을 ‘발루이’라고 하는데, 3층 구조로 만들어진 목조가옥이다. 1층은 돼지나 닭 같은 가축을 키우는 곳이고, 2층은 원룸 형식으로 만들어진 주거공간으로 부엌과 침실을 갖추고 있다. 제일 중요한 3층은 쌀을 보관하는 창고다. 2층 부엌에서 밥을 지으면 연기가 3층으로 올라가 쌀을 자연적으로 건조시켜 썩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쌀 수확을 마치면 제의를 지낸다. ‘뭄바키’라는 제사장을 불러 술과 고기를 마련해 쌀의 수호신인 ‘불룰’에게 바친다. 사람의 형상을 한 ‘불룰’은 라이스 테라스와 쌀을 지키는 이푸가오족의 수호신이다. 닭을 잡아 피를 빼고 배를 가른 다음 닭 내장을 꺼내어 ‘바일’이라고 부르는 점을 친다. 내장의 색깔과 상태로 길흉화복을 가늠한다. 제사가 끝나면 햅쌀로 지은 밥과 제를 올렸던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다. 바나웨에서 버스를 타고 낭떠러지나 진배없는 가파른 산길을 하루 종일 달려가면 또 다른 이푸가오족 마을인 바타드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한 시간 정도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300여 가구가 살아가는 작은 마을인 바타드가 모습을 보인다. 워낙 접근하기 힘든 곳이라 마을까지 생필품을 가져다주는 짐꾼까지 있다고 한다. 바타드는 800계단 논으로 유명하다. 맨 아래에서부터 산 정상까지 논의 계단 수가 800개 달한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이 마을 역시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곳인데, 아직도 절구질을 해서 쌀을 빻는다. 키질을 하며 쭉정이를 날리는 것도 옛날 우리나라에서 하던 방식과 다르지 않다.●산길 짐 나르던 나무자전거, 아이들 놀이기구로 바나웨와 바타드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아이들이 나무로 만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타는 자전거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겼다. 프레임과 바퀴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핸들로 방향 전환도 가능하다.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막대기가 있어 발로 밀면 그 자전거가 멈춘다. 하지만 페달이 없어 오직 내리막길에서만 달릴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쌀 축제 때는 나무자전거 경주대회도 연다고 한다. 이 나무자전거에 대한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짐을 가지고 비탈과 경사가 많은 산길을 걸어갈 일이 아득했던 이푸가오족들이 수고를 덜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처음의 용도를 떠나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놀이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푸가오족은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사냥을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 지금도 그 풍습이 남아 있어 머리에 두개골 장식을 즐겨 한다. 노인들 머리 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원숭이 머리뼈나 도마뱀 머리뼈로 장식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입에 껌을 씹듯 뭔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다. 이것은 이푸가오족의 기호품이자 전통 약재인 ‘빈랑나무’ 열매로 잇몸을 튼튼하게 해주고 충치를 예방한다고 한다. 열매는 씹고 난 뒤에 침을 뱉듯 뱉는데, 두개골 장식을 한 노인이 빈랑나무 열매 때문에 빨갛게 변한 입술로 씩 하고 웃으면 사실 좀 무서운 생각도 든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여행수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필리핀항공 등이 인천~마닐라를 운항한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40분을 가면 바타네스에 닿는다. 세부에서 보홀까지는 배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부에서 보홀의 타그빌라란까지는 70㎞ 정도 떨어져 있으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루손섬 북부는 저지대와 산악지대의 기후가 확연히 나뉜다. 저지대는 전형적인 몬순 기후이지만 산악지대(코르디예라)는 겨울철 기온이 10℃ 밑으로 떨어진다. 12~4월은 건기, 6~10월은 우기다. 산악지대 토착민들의 마을을 방문할 땐 반드시 현지인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밑창이 튼튼한 운동화가 필수다.
  • 캘리포니아 한인 소년들이 그린 자연사랑 메시지…‘세상과 우리’ 원화전

    캘리포니아 한인 소년들이 그린 자연사랑 메시지…‘세상과 우리’ 원화전

    오는 20일부터 25일 까지 6일간 종로 갤러리 우물에서 캘리포니아 한인 소년들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특별전이 열린다. ‘환경과 생명의 공존’ 메시지를 담은 ‘세상과 우리(The world and us)‘ 전시회는 어린이들과 시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과 멸종위기 동물의 위기를 알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회의 기본이 되는 원화를 그린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형제 다니엘 김(10)과 벤자민 김(8)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앞서 출판한 ‘200살 거북이 이야기’, ‘아기 고래의 똥’ 외에도 미출간 도서 ‘바람은 놀라워(Wind amazed·출간예정)’와 ‘아무르표범과 후크선장(An Amur Leopard and Captain Hook·출간예정)’의 원화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 다니엘과 벤자민 군은 “어릴적 방문한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의 코뿔소 이야기를 들었다. 또 최근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를 산디에고에서 북부 캘리포니아로 옮기면서 전염병에 희생된 불가사리의 이야기 등을 접하며 환경 보호와 멸종 위기 보호 등의 시급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지구에서는 우리 사람들도 생존할 수 없다”며 “이번 전시가 자연 보호와 환경 보존을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원화전시와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갤러리 우물‘로 문의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항구의 아침/박서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항구의 아침/박서영

    항구의 아침/박서영 페루의 민물거북이 휴식을 취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나비떼가 날아와 거북의 눈물을 핥아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도 서로의 눈동자를 씻겨 준 적이 있지요 그때 당신이 내 눈의 아름다운 맛을 다 갖고 떠났지요 애틋함과 행복 같은 것들 말이에요 한때 수많은 나비들이 날아와 내 눈물의 맛을 보고 함께 울어 주기도 했어요 고맙게도 이제 내 눈물은 쏘가리 은어 빠가사리 모래무지, 민물고기의 다른 이름 살을 발라내고 버려두어도 뼈 혼자 헤엄쳐 가지요 눈물이 헤엄쳐 간 곳 소금기가 흩날리는 항구의 아침 내 눈물은 잃어버린 맛을 찾아갔지요 슬픈 포식자처럼 국물 속의 흐물흐물한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간을 맞추지 않아도 서로에게 잘 맞았던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나비의 겹눈처럼 서로의 무늬를 들여다보며 나는 점점 아침의 단어들을 잃어가고 있어요 이 항구엔 한 집 건너 대구탕 집이 즐비합니다 담장 위에 넝쿨장미 꽃들 환합니다. 시는 장미 넝쿨 위 햇살 같은 존재일 때 빛이 납니다. 삶의 진실이 새겨진 뜨거운 말도 진부함 속에 펼쳐지면 빛을 잃지요. 쏘가리 은어 빠가사리 모래무지와 같은 민물고기의 다른 이름이 눈물이라는 것, 처음 알았습니다. 살을 다 발라낸 민물고기의 뼈가 눈물 속을 혼자 헤엄쳐 갑니다. 그렇게 헤엄쳐 아침 항구에 닿는군요. 대구탕 국물 속의 흐물흐물한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한때 우리 모두는 유월의 햇살처럼 서로에게 꿈 많고 싱싱한 눈동자였습니다.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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