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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 선제 타격력 키우고 中과 소통 강화 중요…韓, 핵무기 개발·전술핵 도입 현실적 불가능”

    “대북 선제 타격력 키우고 中과 소통 강화 중요…韓, 핵무기 개발·전술핵 도입 현실적 불가능”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이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주중 대사를 지낸 동북아 전문가 신정승(65)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을 만나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등 긴급 현안에 대해 들어 봤다.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평가하면. -(대략적으로 말하면) 이전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핵·미사일 등의 선적이 의심될 때만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민생 부문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대외무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중국이 결의안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가 관건이다. →러시아가 문안 검토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몽니’를 부려 결의안 채택이 늦어졌는데.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북한에 대해 생색도 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이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마련된 만큼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를 그냥 받아들이기보다 캐스팅보트를 잡고 있는 것처럼 함으로써 북한을 ‘보호’해 주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북핵을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6자회담 당사국인 남북한과 미·중·일·러가 회담에 임하는 자세나 목적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한·미는 CVID, 즉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정조준한 반면 일본은 자국인 납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염두에 두다 보니 대북 압박에 한계가 있다. 북한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들락날락한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북핵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북핵은 안 된다.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했지만 우리는 비핵화의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안보리 대북 제재안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우리 스스로도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미 동맹에 기반한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등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 일정 시점이 지나면 대화를 통해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한국과 미국, 중국이 3자 협의체를 구성해 북핵을 어떻게 다룰지 논의한 뒤 윤곽이 잡히면 러시아, 일본 등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자회담은 효용성이 있고 앞으로의 다자 안보 체제를 위한 유용한 대화틀이다. 하지만 북한이 참가를 거부하기 때문에 이른 시기 내 6자회담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 →북핵 폐기가 어렵다면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기는 어렵다. 우선 세계의 핵 비확산을 주도하는 동맹국 미국의 입장과 배치된다.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일본, 대만 등으로 확산되는 핵 개발 도미노 현상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둘째, 우리 경제 체제의 대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 우리가 핵 개발에 나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으로 이어지면 곧바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면 생존하기 힘들다. 셋째,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아서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방안을 거론하는데. -심리적인 효과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와 봤자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핵 비확산을 목표로 하는 미국이 원치도 않는다. 특히 다시 들여온 전술핵이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중국이 판단한다면 미·중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북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 동맹을 강화해 핵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재래식 무기 공격력을 강화해 선제적 대응(타격)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인데 중국이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미·중 간에 어느 정도 조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사드 반대 입장을 개진했지만 당분간 현안으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이 한·미 동맹의 약한 고리를 자극하는 등 한·미 동맹을 시험하는 요소도 있다. 앞으로 사드 문제가 대두되면 국익에 입각해 중국에 우리의 입장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이 우리 기업 등을 상대로 보복성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나.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어떻게 보나. -현재 동북아 정세의 변화 요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여기에 미·일이 대응하는 구도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과 일본의 보통 국가화(보수 우익)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중 간 영향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함에 따라 동북아를 요동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유난히 길었던 43분… 유승민 “당론에 배치된 일 안 했다”

    유난히 길었던 43분… 유승민 “당론에 배치된 일 안 했다”

    긴장 역력… 예정된 15분 넘긴 채 문답 朴대통령 비판한 대표연설 집중 해명 정종섭·곽상도·윤두현 등 TK 총출동… 이한구 “현역들 뭘 했나” 물갈이 예고 공천 신청자 여론조사로 솎아내기 관측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6일 ‘텃밭’인 대구·경북(TK)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했다. 특히 ‘TK 물갈이설’의 진원지가 된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면접 심사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 의원은 면접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손을 계속 무릎에 비벼대는 등 긴장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지역구 경쟁자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는 대화 없이 악수만 나눴다. 면접 심사는 예상시간 15분을 훌쩍 넘은 43분 동안 진행됐다. 면접을 마친 유 의원은 다른 후보와는 달리 취재진 앞에 서지 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유 의원은 “주로 원내대표 할 때 대표 연설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했던 대표 연설은 우리 정강정책에 위배되는 게 전혀 없다. 거듭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확인했다고 답했다”면서 “당론 배치에 대한 말은 없었고 잘 설명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계) 논란이나 계파 갈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런 질문 없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등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반하는 주장을 해 박근혜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다. 이어 유 의원이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가결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국회에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권 부여)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오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유 의원은 결국 그해 7월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진박 후보들도 총출동했다. 대구 동갑에 출마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공천 경쟁을 벌이는 류성걸 의원과 고교 동창 사이인데도 서로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면접 전에는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면접 후에는 밝은 모습을 보였다. 서구에 도전장을 낸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면접 후 인터뷰를 자청하고 정치 소신을 밝혔다.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치열한 공방 중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면접에 임했다. 김 전 지사는 진박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빙자해 무임승차하는 것은 대구 시민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의 더민주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에서도 탈당해서 저 당으로 갔기 때문에 또 탈당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면접 도중 기자와 만나 “대구·경북 주민들의 이슈는 ‘쉽게 당선시켜 놨더니 뭘 했느냐’는 것”이라며 넌지시 현역 물갈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면접을 해보니 모두가 친박이라는데, 수상하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관위가 공천 신청자 전원에 대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해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자를 무더기로 솎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심사용 여론조사에서 몇 % 포인트 차이는 의미가 없다. 대충 보는 것이지 그것으로 후보를 결정하진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당직자는 “설마 참고만 하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입법, 행정 간 갈등과 정책의 운명/이성엽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열린세상] 입법, 행정 간 갈등과 정책의 운명/이성엽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국회는 아직도 서비스산업발전법안, 노동개혁 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법안의 통과를 요구하는 10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말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를 비난하는 여론이 따갑자 여당은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을 탓하면서 이 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러한 갈등적인 정치 현상에 등장하는 세 주체는 국회, 대통령, 헌법재판소 또는 법원으로 각각 입법, 행정, 사법부를 대표한다. 이들 간에 권력을 나누어 가지도록 하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 법을 집행하는 행정, 법을 판단하는 사법 기능은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어야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권력분립 원칙은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시대에 따라 권력 간 불균형이 있었는데 입법 우위 시대, 사법 우위의 시대를 거쳐 현재는 행정 우위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미국은 1930년대 경제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정권이 강화됐고 우리도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행정권의 우위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서 보면 의회는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돼 민주적 정당성은 있으나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법은 법 판단의 전문성은 있으나 정치적 책임성이 부족하다. 이에 반해 행정은 직업관료제를 기반으로 전문성이 있고 선출된 권력으로서 대통령이 민주적 정당성도 지니고 있다. 행정의 이런 특성이 행정 우위 국가로의 변화를 가져온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행정의 우위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권력 간 잦은 충돌 현상을 보고 있다. 현행 헌법이나 권력 현상이 입법 우위인지 아니면 여전히 행정의 절대적 우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회의 반대로 정부 정책들이 지연되거나 좌절되는 사례가 많고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등 국회의 막강한 권한 앞에 무력감을 호소하는 행정 공무원이 많다. 상시 국회로 인해 공무원들마저 여의도로 출근하고 있고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잦은 국회 출장으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가히 국회 전성시대, 입법부로의 권력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러한 현상은 권위주의 시대에 행정부 절대 우위 상황에 익숙했던 공무원들이 입법부의 제자리 찾기를 지나친 권한 강화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국회선진화법의 통과로 야당의 동의 없는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의회 권력이 상당히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이나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같은 헌법상 제도로 권력 간 갈등이 견제되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정부가 제출한 법률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아도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과반수여도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현행 법제에서는 더욱 상황이 어렵다. 결국 이런 권력 갈등으로 인한 국가 사회의 피해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선거권 행사를 통한 정치적 책임 추궁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정책 시행의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과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감시가 중요하지만, 각 권력 역시 자기 권한만을 고집하면서 충돌할 것이 아니라 상호 간 권한에 대한 존중과 협력을 통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각 권력은 국민의 생존을 위해 필요할 경우 정치와 정책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책은 정치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양자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정책에 정치만 남아 정책이 권력 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우 정책은 실종되고 결국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는 것이다. 국회의 입법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일정 기간 국민의 선택과 위임을 받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막강한 전문성에다 정치적 정당성까진 가진 행정부의 권한 역시 신중하고 책임성 있게 행사돼야 한다.
  • 부트로스 갈리 제6대 유엔 사무총장 별세

    부트로스 갈리 제6대 유엔 사무총장 별세

     제6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사진?) 전 사무총장이 숨졌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94세.  안보리 2월 의장국인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라미레즈 유엔 주재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이 별세했다는 부고를 통지받았다”고 발표했고, 이에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표들은 1분 동안 묵념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사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은 이집트 출신으로 1992년 1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유엔을 이끌었다.  이집트 외교관이자 정치인 출신으로 아프리카 출신 첫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그가 당시 선출된 데에는 아프리카 국가이면서도 아랍 국가인 이집트 출신으로서 중동 사태를 해결하는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14년 동안 이집트 외무 담당 국무장관을 역임했고, 1977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에도 수행했다. 이집트 대표단을 이끌고 이스라엘과의 실무협상을 벌여 이듬해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이끌어내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은 아랍어는 물론 영어, 불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미국 유학파로 카이로대학에서 국제법과 정치학을 가르쳤던 서방통이기도 했다.  친한파 인사로, 재임 기간 중인 1993년 12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재임 기간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대규모 기아 사태에 대한 해결에 나섰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대한 유엔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또 1990년대 앙골라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임기 막바지인 1996년 11월 재임에 나섰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됐다.  당시 안보리의 투표에 부쳐진 그의 재임명 결의안은 찬성 14표, 반대 1표를 얻었으나 상임 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중국, 美 ‘류샤오보 광장’ 명칭 변경에 뿔났다

    중국, 美 ‘류샤오보 광장’ 명칭 변경에 뿔났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이자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다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1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 12일 워싱턴에 있는 주미 중국대사관 앞 광장과 도로 일대의 명칭을 ‘국제 광장’에서 ‘류샤오보 광장’으로 바꾸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민주당은 크루즈 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노르웨이와 스웨덴 대사 인준안 반대를 철회하자 광장 명칭 변경 법안에 찬성했다. 미국 의회는 1984년 소련의 대사관 앞 광장도 소련의 핵물리학자이자 반체제 인사였던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따 ‘사하로프 광장’으로 바꾼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은 “광장 명칭 변경은 중국에 대한 도발로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대사관 앞 광장의 이름을 중국의 범죄자 이름으로 바꾸면 중국이 화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미국이 군사·경제적으로 중국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치졸한 방식으로 중국을 역겹게 한다”고 비난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거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발효된다. AP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사 임명 반대를 철회한 크루즈 의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법안에 사인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백악관 참모들도 미·중 마찰을 우려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류샤오보는 컬럼비아대에서 방문학자로 지내던 1989년 6월 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이 발발하자 곧바로 중국으로 돌아와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에 동참했다. 이후 중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 인물이 됐다. 복역과 가택 연금을 거듭하다가 2009년 12월 25일 국가 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랴오닝성 진저우의 한 감옥에 수감돼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MLB] 대호, 험한 산 앞에 서다

    [MLB] 대호, 험한 산 앞에 서다

    1루·지명타자 박힌 돌 막강 최근 영입한 애덤 린드 1루에 2년 연속 40홈런 크루스와 경쟁 이대호(34)가 ‘돈’보다 소중한 ‘꿈’을 택했다. 하지만 꿈을 완성하기 위한 그의 행보는 험난해 보인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4일 “이대호가 시애틀과 1년간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면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 7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애틀은 최근 밀워키에서 좌타자 1루수 애덤 린드(33)를 영입했다. 우타자 이대호까지 계약하면서 플래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당초 예상과 달리 메이저리그 입성을 보장받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아시아 최고 타자로 검증됐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한다. 이대호는 적어도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끝까지 고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자존심을 접고 마이너 계약을 수용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1년 5억엔(약 50억 7000만원) 수준에서 안정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지만 도전을 선택했다. 이대호는 이달 말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와 지명타자를 놓고 무한 경쟁에 나선다.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야만 꿈의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갈 길이 험하다. 우선 지명타자 자리에는 넬슨 크루스(36)가 버텨 넘보기 버겁다. 그는 2014년 40개, 지난해 44개 등 2년 연속 40홈런을 친 빅리그 최고 거포다. 지난 3일 CBS스포츠가 올 시즌 지명타자 순위를 정하면서 박병호를 깜짝 10위에 올렸지만 1위는 크루스였다. 그렇다면 이대호는 1루수 경쟁이 보다 현실적이다. 하지만 1루에도 린드가 자리를 굳힌 상태다. 빅리그 10시즌 통산 타율 .274에 166홈런 606타점을 기록했다. 해마다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타자다. 그러나 린드는 좌투수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이 .213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좌투수 상대로 홈런 없이 타율 .221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좌투수가 나올 때 플래툰으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도 이대호를 1루수 백업 자원으로 보고 있다. CBS스포츠는 “이대호는 체형상 1루수와 지명타자로 한정될 것이다. 캠프에서는 1루수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나 주전 확보가 순탄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대호의 경쟁 상대는 린드가 아니라 린드의 플래툰 파트너라는 얘기다. 폭스스포츠도 “이대호가 스프링캠프에서 린드는 물론 헤수스 몬테로, 스테판 로메로, 가비 산체스와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귀국하는 이대호는 “주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오바마 ‘눈물의 정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전 국민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백악관에서 총기 난사 희생자 유족들과 관련 활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그의 숙원이던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AP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샌타바버라 대학생들과 콜럼바인 고등학생 등 희생자들을 열거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몇 초간 말을 멈췄다. 애써 말을 이어가던 오바마 대통령은 코네티컷주 뉴타운 초등학교 학생들의 희생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에서 급기야 눈물을 비쳤다. 그는 “나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초등학교 1학년생 20명을 생각하면 미칠 지경”이라고 말한 뒤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비통한 눈물을 쏟아냈다. 양쪽 뺨에 흐르는 눈물을 계속 훔쳐가며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로비에 맞서야 한다”며 “주지사와 입법가들, 기업가들에게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총기규제 행정명령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당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미국총기협회(NRA)의 로비를 받은 공화당으로부터 “대통령이 헌법의 근간을 파괴하려 한다”는 비난을 들으며 늘 좌절을 맛봐야 했다. 특히 뉴타운 사건 이후에는 “총기사고가 새로운 일상(a new normal)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줄을 이었고, 그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 공론화를 촉구했으나 의회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총기규제에 나서는 초강수를 뒀다.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도 법규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한 권한으로, 의회의 반대로 입법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이를 우회하기 위해 사용된다. 임기 1년을 남긴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라는 또 하나의 업적을 쌓으면서 레임덕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오랜 세월 총기 로비에 길들여진 공화당이 순순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 내 보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이 명령에 대한 위헌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대통령 직권으로 이 명령을 폐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화당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이 명령의 백지화를 예고했고 경선 주자인 마코 루비오(텍사스) 상원의원도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이는 수정헌법 2조에 저촉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당신이 보지 못한 가장 후끈한 MLB

    당신이 보지 못한 가장 후끈한 MLB

    내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기다리는 야구팬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토종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28·LA다저스),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 등 5명의 한국 선수가 동시에 MLB를 누비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6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최근 LA에인절스에 입단한 최지만(24)과 아직 구단들과의 접촉이 진행 중인 이대호(33), 오승환(33)까지 합류할 경우 숫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 이들이 낯선 구장과 부상을 극복하고 MLB에 ‘한인 선수 전성시대’를 열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MLB 새내기’ 김현수와 박병호는 안정적인 리그 연착륙이 최대 과제다. 두 선수 모두 국내 최고의 선수였지만 MLB에서도 실력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박병호의 경우 마이너리그행 거부권과 관련해 에이전트에서 즉답을 피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볼 때 거부권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자칫 잘못하면 마이너리그로 갈 수 있다는 부담감을 떨치는 강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다행히 현지에서는 박병호에게 적응의 시간을 줘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MLB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30일 ‘미네소타의 내년 시즌에 대한 5가지 질문‘이라는 기사에서 “강정호는 시작은 늦었지만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로 시즌을 마쳤다”며 “미네소타 구단도 박병호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는 구단과의 협상을 통해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확보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볼티모어가 쿠바 출신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의 영입을 추진하면서 주전 좌익수 자리를 안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지 MASN은 이날 보도를 통해 “세스페데스가 좌익수로 출전하고 김현수는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시간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현진과 강정호는 부상을 떨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내년 스프링캠프 합류를 목표로 재활훈련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다저스의 2선발이던 잭 그레인키가 팀을 떠난 상황이라 건강하게만 복귀할 경우 주전 경쟁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도 올해 놀라운 데뷔 시즌을 보냈지만 지난 9월 수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으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당초 내년 5월쯤 복귀할 것으로 보였던 강정호는 재활이 예상보다 순조로워 내년 4월 복귀 가능성도 엿보인다. 추신수는 올해 타율 .276, 22홈런, 82타점으로 무사히 시즌을 마쳤지만 전성기와 비교해 볼 때 만족스럽다고 볼 수 있는 성적은 아니었다.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515억원)라는 몸값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에는 좀더 큰 활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김현수 “미국에서 끝장 본다”

    “좌완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30·보스턴 레드삭스)와 대결해 보고 싶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입단을 확정 지은 김현수(27)는 29일 서울 강남구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대결해보고 싶은 선수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선수와 붙어보고 싶고, 각 팀 에이스들을 다 만나보고 싶다. 한 명을 고르자면 보스턴으로 간 프라이스”라고 밝혔다. 2008년 탬파베이에 입단한 프라이스는 올 시즌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8승 5패에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번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중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며 7년간 2억 1700만 달러에 보스턴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딪혀봐야 할 것 같다”며 “시범경기 때 최대한 많이 나가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달던 등번호 50번 대신 25번을 선택한 것에 대해 “50번은 이미 달고 있는 선수가 있었고, 25번과 27번이 비어 있어 27번을 달고 싶었는데 (구단 측에서) 강정호를 따라하는 것 같다며 배리 본즈가 달던 번호를 추천해서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루키이기 때문에 적응 잘해서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에서 잘해서 미국에서 은퇴한 뒤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어 “(강)정호가 정말 잘해줬으니까 이렇게 계약을 했다. 정호가 다져놓은 기반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현수 에이전트사인 리코스포츠의 이예랑 대표는 “마이너리그 거부권 옵션이 있다. 이는 두 시즌 모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는 김현수의 동의 없이 구단 임의로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구본영 칼럼] 몸에 맞지 않는 옷, 국회선진화법

    [구본영 칼럼] 몸에 맞지 않는 옷, 국회선진화법

    ‘세밑 국회’가 꽉 막혀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4대 구조개혁 법안들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안건들이 위나 장으로 내려가지 못하니 언제 체증이 풀릴지 기약도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요즘 소화제를 달고 산단다. 여당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라고 여당 출신 국회의장을 압박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법안 소화불량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막후 대화를 선호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대야 소통 방식, 내분에 휩싸인 야당의 당내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의결정족수를 과반에서 5분의3으로 올린 ‘국회선진화법’이다. 이는 예산안을 제외한 모든 의안에 대해 사실상 소수당에 무한대의 거부권을 쥐여 준 격이다. 19대 국회의 수명이 끝나가고 있지만, 차기 국회의 산실인 지역구 획정조차 못 하는 이유가 뭔가. 여야의 정략이 근본적 걸림돌이겠지만, 국회선진화법의 벽에 표결이란 출구조차 막혀 있다. 연말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전 선거구 무효’라는 헌정질서 위반 사태가 빚어질 판이다. 국회의장이 현행 국회선진화법 위반 논란을 무릅쓰고 직권 상정을 하지 않는 한 이를 피할 묘책이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의회민주주의가 기로에 선 느낌이다. 국민이 선거로 선택한 다수당이 입법 주도권을 행사하고 만약에 잘못되면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게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소수 야당이 헌법 정신에 반하는 5분의3 의결정족수를 무기 삼아 입법 주도권을 나눠 갖는다고? 그러려면 뭐하러 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려고 하는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그제 청와대·여당의 법안 처리 압박에 대해 “경제 불안 심리를 조작한 ‘경풍’(經風)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병신·바보인가”라며 막말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그가 ‘국정 발목 잡는 야당’이란 프레임에 걸려들까봐 제 발 저려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만큼 국민이 바보는 아닐 게다. 책임 정치가 실종된 마당에 야권의 정권 심판론인들 먹힐 리가 없다. 생각해 보자. 소수 야당의 결재 없이는 다수당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정부·여당이 설령 국정에 실패한다고 해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까닭도 없지 않은가. ‘수권 야당’이 ‘소수의 거부권’에 취해 있는 한 국회선진화법이 궁극적으로는 독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시쳇말로 “국회선진화법 실험은 이미 실패했다고 전해라”라고 해야 할 듯싶다. 한마디로 국회선진화법은 이름과는 딴판으로 한국 정치를 후진시키고 있는 셈이다. 다수당의 날치기와 소수당의 실력 저지가 부딪치는 의정 단상에서 몸싸움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했지만 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면서다. 폭력적 ‘동물국회’를 막으려다가 아예 국회를 뇌사 상태로 빠뜨린 꼴이다. 국회법을 국회선진화법으로 바꾼 취지 자체는 아름다웠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의 독주와 소수당의 물리력 행사를 막는 차원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필리버스터 허용을 넘어 세계 의회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의안 처리 시 5분의3 찬성이라는 초다수결 원리를 도입했다. 원내 1, 2당 간 간발의 의석 차가 관행이 되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 표결은 포기하고 무조건 절충하라는 뜻이었다. 결국 국회선진화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임이 드러났다. 합리적으로 토론·절충하는 정치문화적 토양이 아닌데 ‘선진’이란 허울을 억지 이식하려 했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입법권을 전적으로 의회가 갖는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의원내각제적 성격도 있다. 선진화법이 정부의 법률 제안권을 무력화하는 것도 문제다. 문제는 바로잡으려 해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국회법을 고치려 해도 5분의3이 찬성해야 하는 기막힌 역설 때문이다. 여당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법 개정을 주도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여당과 박 대통령이 입법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재개정을 위해 여야에 대승적 협조를 호소하는 게 유일한 출구일 것 같다.
  • [19대 국회 법안 합의 분석] 이완구·우윤근 95.4% ‘으뜸’… 이완구·박영선 40.5% ‘꼴찌’

    [19대 국회 법안 합의 분석] 이완구·우윤근 95.4% ‘으뜸’… 이완구·박영선 40.5% ‘꼴찌’

    21일 서울신문이 19대 국회 합의문 97건, 600개 항목을 전수 분석한 결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합의 사항 대부분을 이행한 원내대표 조합이 있는가 하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시원찮은 성적을 낸 조합도 있었다. 합의 이행률이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조합은 합의 항목 108개 가운데 103개를 이행해 95.4%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세월호특별법 합의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준수가 주효했다. 하지만 바로 직전인 ‘이완구·박영선’ 조합은 그해 4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정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40.5%에 그쳤다. ‘유승민·이종걸’ 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처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며 43개 합의 항목 가운데 36개(83.7%)를 이행 완료했다. 앞서 ‘유승민·우윤근’ 조합의 이행률은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초반 합의가 번번이 깨진 탓에 61.4%에 머물렀다. ‘이한구·박지원’ 조합은 대선 신경전과 맞물려 44.4%로 저조했다. 현재 ‘원유철·이종걸’ 조합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으로 합의 항목 45개 가운데 23개(51.1%)만 이행하는 데 그쳤다. 각 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팀플레이’ 성적을 살펴보면 새정치연합의 ‘우윤근·안규백’ 조가 83.6%로 월등했다. 이 ‘우윤근·안규백 콤비는 야당 내부에서 대여 강경론이 득세하는 상황 속에서도 합리주의를 표방하며 여당과의 협상에서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처리의 주역이기도 하다. 새누리당도 이들과 같은 시기에 호흡을 맞춘 ‘이완구·김재원’ 조가 80.0%의 이행률로 가장 우수했다. 새누리당 ‘유승민·조해진’ 조는 5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71.0%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법인세 인상안 처리를 연계한 야당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았고 국회에 시행령 수정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물론 국회법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고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새정치연합 ‘박기춘·우원식’ 조는 박근혜 정부 초기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등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75.0%라는 높은 이행률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최경환·윤상현’ 조와 새정치연합의 ‘전병헌·정성호’ 조는 같은 날 당선돼 1년간의 임기도 똑같이 모두 채우면서 각별한 호흡을 자랑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 등 민감한 정치 현안들에 잇따라 봉착하면서 68.0%라는 비교적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19대 국회 첫 원내지도부였던 ‘이한구·김기현’ 조 역시 반값등록금 등 총·대선 공약 이행 문제로 합의 파기 상황에 자주 직면하면서 이행률 66.1%를 기록했다. 현 원내지도부인 새누리당 ‘원유철·조원진’ 조와 새정치연합 ‘이종걸·이춘석’ 조의 합의 이행률은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5법 입법을 둘러싼 진통으로 각각 51.1%, 6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자의적 금리 결정 명백한 실수” vs “수학 공식 따라 결정땐 재앙”

    [글로벌 인사이트] “자의적 금리 결정 명백한 실수” vs “수학 공식 따라 결정땐 재앙”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결정은 마치 소련 정치국의 소수 지도부가 빵의 가격을 결정하던 것과 같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연준이 9년여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16일(현지시간) 연준이 계획경제체제의 소련처럼 자의적으로 금리를 결정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폴 의원은 이날 연준의 금리 결정 방식을 소련의 빵값 결정 방식에 비유하면서 “소련은 결국 빵의 가격 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붕괴됐다”며 “정부가 임금과 물가를 통제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연준에 돈의 가격(금리)을 결정하는 권한을 거리낌 없이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에 대해 정치적이며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탄생 102년을 맞은 연준은 그 자체가 ‘달러 가치’라고 할 정도로 신용받는 기관이다. 연준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비판은 연준의 독립성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자유지상주의적인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2008년 이전에 연준이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많은 사람이 빚을 내며 부동산을 매수했고,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위기를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금융위기 사태 이후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돈을 찍어내는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재선시키기 위해 경제 거품을 조장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한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는 “재닛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을 미룬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연준에 대한 미국 보수파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19일 공화당은 의회의 연준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연준 감독 개혁과 현대화 법안’(FORM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연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감사, 정책감독의 강화를 골자로 한다. 법안은 기존에 연준 회계감사를 독립 기관인 연준 감찰국(OIG)이 진행하던 것을 의회 소속의 회계감사원(GAO)이 진행하도록 했다. 또 회계감사원이 연준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결정 및 집행도 감독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연준의 금리 결정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법안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의 경제 지수를 변수로 한 ‘수학 공식’을 만들어 이 공식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도록 했다. 연준의 금리 결정이 이 공식에서 벗어날 경우 연준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식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이 밖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을 구제하는 데 활용됐던 연준의 긴급자금 지원 권한도 엄격히 제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옐런 의장은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이 법안은 통화정책 결정자들을 방해하고 FOMC의 독립성을 파괴하는 재앙”이라면서 “특히 법안에 규정된 ‘수학 공식’과 같은 단순한 규칙에 따라 금리가 결정됐다면 실업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고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비해 턱없이 낮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연준의 금리 결정이 단순한 수학 공식에 의해 결정되거나 의회의 입김에 크게 흔들릴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매체 더스트리트는 “경제 상황과 조건은 매우 복잡하다”면서 “정책 결정에서 고려할 변수와 목표를 미리 결정해 단순화한다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들을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할 스콧 하버드대 법학 교수는 “의회의 통제를 강화하고 연준의 권한을 제한한다면 2008년과 같이 긴급한 금융위기가 닥쳤을 경우 연준이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준이 독립성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투명성 또한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크 레본트 미 의회 거시경제정책 전문위원은 이달 의회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에서 “연준에 대한 감독과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을 강화할 경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경제학자 대다수는 연준이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될 때 더 나은 정책을 생산한다고 결론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 등 내부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의회와 국민이 연준의 결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투명성의 강화는 연준이 특정 정파와 기업을 부적절하게 도와준다는 정실주의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설] 국회선진화법 폐해만 각인시킨 정기국회

    삐걱거리던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멈춰 섰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대부분의 민생 현안을 미결로 남겨 둔 채 회기를 끝내는 마지막 날까지 여야가 거친 입씨름만 하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극심해지면서 부실했던 여야 협상 창구마저 닫혔다. 100일간 회기를 허송한 여야가 오늘부터 열기로 한 12월 임시국회마저 표류시킬 참이다. 허울만 그럴듯한 국회선진화법이란 벽 앞에서 겉돌기만 해 구제 불능이란 평판을 부른 국회가 출구조차 못 찾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19대 국회는 민생 법안을 제때 처리하는 생산성 면에서 역대 최악이었다.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는 비율은 여느 국회에 비해 낮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일인 어제 오전까지 이번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수는 1만 7222건으로 집계됐으나, 가결된 것은 5449건에 그쳤다. 가결률은 31.6%로 과거 국회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이는 당리보다는 공동체의 미래를 우선하는, 열린 토론으로 이견을 절충하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여야가 지지 계층만 바라보는 소아병적 자세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을 무작정 방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증상은 19대 국회 들어 국회선진화법이 가동되면서 더 심해졌다. 의결 정족수를 ‘5분의3’으로 올려 사실상 야당에 거부권을 준 선진화법의 폐해가 두드러지면서다. 세계 의회사에 유례없는 이 법안은 여야가 표결 대신 역지사지의 자세로 토론해 협상하라는 게 본래의 취지였다. 그러나 타협과 절충의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토양에서 개발에 편자를 달아 준 꼴이었다. 올 정기국회에서의 ‘입법 흉작’이 생생한 증거다. 그것도 모자라 여야는 선진화법을 각기 편리한 대로 악용하기도 했다. 야당이 5분의3이라는 비현실적 의결 정족수를 무기로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자 여당도 예산안을 법정시한에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안이 확정되도록 한 선진화법의 자동부의 조항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그 흥정의 결과가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 증액과 ‘법안 나눠 먹기’였다. 더 황당한 건 이런 기형적 합의조차 원활히 이행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어제 오전 내내 정부가 고용난 해소를 위해 목을 매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야당이 엉뚱하게 끼워 넣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심의하기 위한 유관 상임위도 못 연 채 무산시킨 게 단적인 사례다. 여야는 이들 법안을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등과 함께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국민이 눈 부릅뜨고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가 청와대 출장소인가”라는 등 설전을 벌인 건 뭘 말하나. 의회정치가 마비됐다는 방증이다. 여당의 날치기와 야당의 실력 저지가 부딪치는 의정 단상에서 몸싸움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선진화법이 국정 지체와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는 더 치명적 결과를 불렀다면? 과반수 다수결 원리라는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 국회법을 고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
  • “한국 세계인권 증진 활동 국제사회서 평가”

    “한국 세계인권 증진 활동 국제사회서 평가”

    지난해 12월 북한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 이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수위가 높아진 데다 우리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 역할까지 맡으면서 본격 논의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유엔 제3위원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외교부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에는 쿠바 등이 반대 결의안을 내놓는 등 굉장히 갑론을박했었는데 올해는 결의안 찬성 숫자도 늘었다”며 “국제사회나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되고 고착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래전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해 온 미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회의를 ‘세계인권의 날’(12월 10일)에 맞춰 여는 것도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지난 7일 최경림 주제네바 대사가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공식적으로 의장은 개별 국가의 의견을 회의에 반영시킬 수 없지만 이사국들이 모두 인권 증진을 위해 모인 상황에 의장국의 이슈는 좀더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의장국 수임에 대해 “우리나라가 세계 인권 증진에 기여해 온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10일 회의에서 실질적인 대북 제재까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논의 자체를 비판하는 등 완강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우리나라가 안보리 이사국에서 빠져 직접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견 있는 나라들이 있어서 논의 결과를 합의해 어떤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의장국에서 회의에서 나온 논의 결과를 설명하는 식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美공화 “난민, 법으로 막겠다” 오바마 “거부권 행사할 것”

    “우리가 시리아 난민을 버리면 안 된다.” VS “난민이 못 들어오도록 법으로 막겠다.” 파리 연쇄 테러 이후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난민 수용 확대를 고수하자 공화당은 난민 수용 중단법안을 만들어 막겠다는 기세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맞서면서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리아 난민 정책에 대해 “우리의 초점은 여성과 아이, 고문 생존자 등 극도로 취약한 시리아 난민들에게 피란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난민의 면전에서 매몰차게 문을 닫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와 맞지 않고 또 우리가 하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 심사를 거쳐 난민들을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이날 “미국은 외국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난민 수용 계획을 지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슬람국가(IS)는 당신이 난민들을 싫어하기를 원한다’는 기사에서 “파리 테러 이후 시리아 난민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IS가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난민 수용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뒤 관련 법안까지 발의, 이르면 19일 표결을 강행 처리하기로 했다. ‘외적에 대항하는 미국인 안전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난민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종교 심사가 아니라 단지 ‘보안 심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공화당이 법안을 통해 요구하는 조건은 안보를 강화하기는커녕 인도주의적, 국가 안보적 목적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방해할 뿐”이라며 “대통령은 법이 제출되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난민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미국의 주(州)도 공화당 집권 지역을 중심으로 31개로 늘어났다. 반면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 및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CNN에 출연, “테러리즘의 희생자인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전 세계에 끔찍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난민 수용 의사를 확인했다. 미국 내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가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0%는 난민 수용을 찬성했고 41%는 반대해 비등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700년간 귀족 증세 반대한 상원… 왜 저소득층 증세 막았나

    [글로벌 인사이트] 700년간 귀족 증세 반대한 상원… 왜 저소득층 증세 막았나

    ‘307대277.’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이 부결시킨 보수당 정부의 저소득층 증세안은 끝없는 파문을 몰고 왔다. ‘하원 우위의 원칙’이 확고한 영국에서 상원은 법안을 수정하거나 입법을 지연하는 권한만 갖고 있어 관습법(헌법)에 대한 ‘이례적’ 도전이자 용기로 받아들여졌다. 증세안 부결로 굴욕을 당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튿날 상원에 대대적인 ‘칼 대기’를 단행하겠다며 정략적 선언을 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하원이 입법한 세금 관련 재정 조치를 임명직에 불과한 상원의 야당(노동당·자유민주당) 의원들이 부결시켰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캐머런 내각은 주요 결정과 관련해 보수당이 장악한 하원의 영향력을 상원보다 앞세우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장기적 청사진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온 기존 ‘상원 개혁’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파성을 앞세운 캐머런 총리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국민적 동의를 끌어낼지도 알 수 없다. 보수당 지도부가 공공연히 상원 개혁을 외치는 배경에는 과거 노동당 정권이 주도한 개혁으로 수백년간 기득권을 유지해온 상원을 송두리째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자리한다. 상원은 이제 귀족들의 사교장이라기보다 국가의 중심을 잡는 비정파적 성격의 원로원 성격이 더 강하다. 내각 책임제인 영국에서 실질적 통치자인 총리와 총리를 배출한 집권당이 하원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보루이기도 하다. 앞서 1911년과 1949년 잇따라 개정된 의회법은 모든 법률안이 원칙적으로 상하 양원을 거치도록 했다. 다만 조세와 재정 지출 관계 법안(Money Bill)은 예외가 인정된다. 상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왕의 재가를 받아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상원은 정부의 세금 감면 철회안을 일반 법안이 아닌 위임안으로 해석해 부결시켰다. 상원의 정식 명칭은 ‘귀족원’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습 귀족들의 모임에서 유래한 상원이 저소득층의 세금 감면 혜택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과거 의회가 왕과 갈등을 빚을 때 쟁점 역시 세금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특권층에 대한 ‘부자 증세’가 문제였다. 이번 세금 감면 철회안을 놓고 상원은 4시간 넘는 토론을 벌였다. 복지를 둘러싼 기득권층과 젊은층의 세대 간 전쟁으로 비화된 정부안을 놓고 원칙을 강조하며 약자의 편을 들었다.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분분한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인 캐머런 총리의 폭주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는 앞선 노동당 정부(1997~2010년)의 상원에 대한 체질 개선 덕분이다. ‘영악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1330명에 이르던 세습 귀족 의원들을 단 92명만 남겨 놓고 퇴출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당 지지자들이었다. 세습 귀족을 몰아낸 빈자리는 총리의 제청을 받아 여왕이 임명한 종신직 의원들로 야금야금 채워졌다. 이는 상원이 보수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보수당이 (정당한) 상원 개혁을 미뤄왔던 점에서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미리 상원 개혁의 고삐를 잡았더라면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증세 문제 때마다 갈등 빚어 영국 정치권에서 상원 개혁이 화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세기 들어 국민 여론은 세습과 특권을 인정받는 상원에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미국처럼 선거를 통해 상원을 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9일 현재 상원에 등록된 정식 의원은 819명에 이른다. 이 중 의원직이 세습되는 귀족이 88명, 성직자가 25명이며 나머지는 종신직(706명)이다. 성직자인 대주교·주교 등은 자리에서 물러날 때 의원직을 상실한다. 정치 성향별로는 여당인 보수당 당적을 지닌 의원은 249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야당인 노동당(212명)과 자유민주당(112명)이 우위를 점한다. 이 때문에 상원은 하원에 비해 정파성이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습 귀족이 대거 퇴장하면서 중도세력이 늘어난 덕분이다. 당적도 고정적이지 않다. 보수당에서 자유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개혁을 추진한 처칠 전 수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1910년대까지도 영국 유권자들은 ‘비국교도=자유민주당’, ‘국교도=보수당’이란 등식 아래 종교적 성향에 따라 투표했다. 영국 의회 홈페이지(www.parliament.uk)는 상원이 의학, 법률, 예술, 경영, 과학, 스포츠, 교육 등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갖는 존경받는 직업인들로 구성됐다고 기술했다. 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연합왕국에 속한 성인이면 누구가 상원 의원이 될 자격을 갖는다고 명기했다. 1295년 완전한 모습을 갖춘 과거의 상원은 귀족과 성직자, 법률가 등이 주축이었다. 17세기 청교도혁명을 이끈 크롬웰이 공화정을 선포해 잠시 폐지되기도 했으나 20세기 초까지 수백년간 예산 결정과 법률 제정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백발의 가발을 뒤집어쓴 채 망토를 착용한 예전 의원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의회법 개정 뒤 실질적 권한 빼앗겨 1900년대 초반부터 잇따라 이뤄진 의회법 개정은 실질적 권한을 대부분 하원에 넘겼다. 의원들의 구성도 귀족보다 전문 직업인에 초점을 맞춰 점차 바뀌었다. 현재 상원은 주요 법안에 대한 토의와 국가 중대사에 대한 위원회 구성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드레스코드’도 변화했다. 의원들은 특별한 행사 때가 아니면 일반적인 정장 차림으로 등원한다. 홈페이지의 갤러리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토론에 나선 의원들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방청객들이 모습이 담겨 있다. 이곳에는 또 신규 의원, 자격 정지 의원, 사망한 의원 등으로 세분화된 신상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지난달에만 41명의 신규 의원들이 임명됐고, 각기 2명의 의원이 사망하거나 은퇴했다. 신규 의원의 당적을 살펴보면 과반이 넘는 21명이 보수당 소속이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7명, 1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립이거나 전문직 할당자다. 보수당 정권이 노골적으로 상원에서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과거 영국 언론은 노동당 정부의 상원 개혁도 정파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시 개혁은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이뤄졌다. 어느 정도 보수당과 정치적 합의도 이뤄냈다는 점에서 지금과 달랐다. 영국은 2007년 집대성한 ‘상원 개혁에 관한 백서’에 근거해 꾸준히 개혁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2010년 합의안에 따라 상원의 의석 수를 300석까지 줄이고 80% 이상을 선출직으로 바꾸는 일이다. ●상원의 뿌리 깊은 반정부 정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드맵에는 세습 귀족 의원뿐 아니라 종신 의원 폐지까지 담겨 있다. 매번 선출되는 의원의 임기는 10~15년으로 5년마다 3분의1을 선거로 물갈이한다. 임명직도 총리의 제청이 아닌 상원 임명 위원회의 제청을 따르도록 했다. 또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의원에게는 연간 약 6만 4000파운드(약 1억 1245만원)에 이르는 세비도 지급될 예정이다. 이를 추인할 마지막 선택은 국민 여론에 달렸다. 700년 전통의 귀족원이 ‘원로원’으로 개칭되는 순간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변화가 자칫 총리·상원·하원을 단일 정당이 독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걱정한다. 견제와 상생이란 영국 정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앵글로·색슨족의 왕국이던 영국은 8세기 말부터 노르만인에게 정복당하면서 차츰 서유럽화했다. 노르만왕조의 혈통이 섞인 프랑스 귀족이 왕위를 이어받았고 존 왕에 이르러선 과도한 세금 부과로 귀족 계층과 대립했다. 이때 존 왕은 귀족들이 강요한 ‘대헌장’(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는 의회 정치의 효시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 상원은 정부 정책을 견제하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정부 정책의 균형을 잡아줬다는 평가도 듣는다. 2002년 정부의 인간배아 복제 법안, 2006년 안락사 허용 법안, 2008년 테러용의자 구금연장 법안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6월 하원이 압도적 표 차이로 승인한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시행안도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미얀마의 봄’ 꽃피운 수치 “대통령보다 높은 지도자 되겠다”

    ‘미얀마의 봄’ 꽃피운 수치 “대통령보다 높은 지도자 되겠다”

    27년간 민주화 운동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아웅산 수치(70)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은 ‘대통령 위의 지도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미얀마 자유 총선에서 최대 야당인 NLD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수치 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AFP 등 외신들은 9일 미얀마에서 25년 만에 치러진 자유 총선의 중간 개표 결과 못지않게 수치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였다. 수치 의장을 ‘어머니 수’, ‘더 레이디’ 등으로 부르는 국민은 그가 전면에 나서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제 관심은 수치 의장이 미얀마 권력의 최정점에 올라설지 여부다. 현지 언론의 예상대로 NLD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1962년 이후 반 세기 넘게 이어온 군부 독재는 사실상 막을 내린다. 미얀마 건국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의장은 총선 직전 인터뷰에서 “헌법에는 대통령 위의 지도자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며 “대통령보다 높은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선 승리로 리더십을 재확인하더라도 국민의 바람대로 민주화의 상징을 넘어 국가를 이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부가 2008년 개정한 신헌법 59조는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이나 부통령에 입후보할 수 없도록 했다. 수치 의장은 역사학자인 영국인 마이클 애리스와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수치 의장은 내년 2월 초로 예상되는 대선에 입후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방제를 표방하는 미얀마에선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선출되는 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수치 의장은 대신 측근을 내세워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뒤 새 정부를 이끄는 실질적 지도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개헌 시나리오’도 내놓고 있다. 수치 의장의 대통령 출마 제한을 풀고 군부에 상·하원 의석의 25%를 당연직으로 할당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헌법 개정은 산 너머 산이다. 군부의 당연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5%의 의원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 데다 국민투표, 군부 거부권 행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로 인해 수치 의장이 이번 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하지만 추후 헌법을 고쳐 2020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치 의장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아이콘이다. 연예인을 능가하는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은 인물로 부각됐다. 수치 의장은 1988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병간호를 위해 영국에서 잠시 귀국했다가 정치 운동에 발을 들였다. 그해 8월 8일 벌어진 ‘8888’ 민주화 운동과 이를 무참히 진압하는 군부를 목도하면서 심적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끈 민주화 운동은 군부 독재자 네윈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며 결실을 맺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소 마웅 장군의 쿠데타가 일어나 이에 저항하던 3000여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수치 의장도 1989년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2010년까지 모두 15년간 바깥 출입을 통제당했다. 군사정부가 서방의 압력을 못 이겨 실시한 1990년 총선에선 수치 의장이 이끄는 NLD가 인기몰이를 하며 무려 82%의 지지를 얻어 압승했다. 하지만 군사 정부는 정권 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수치 의장은 가택연금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왔다.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아 국제적으로도 큰 신망을 얻고 있다. 2012년 4월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선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식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가택연금 탓에 직접 만나진 못했으나 막역한 관계로 알려졌다. 2007년 김 전 대통령은 직접 미얀마를 찾아 수치 의장을 만나려 했으나 입국이 거부됐다. 그해 자신의 노벨 평화상 수상 7주년 행사를 ‘미얀마 민주화의 밤’ 행사로 열어 수익금을 수치 의장을 비롯한 NLD 인사들에게 전달했다. 지금도 김대중도서관 1층에는 수치 의장이 보낸 자필 편지가 전시돼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던 수치 의장은 로힝야족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해 인권과 민주주의 옹호자의 역할을 팽개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불교 급진주의 세력이 득세하면서 정치적 갈등 못지않게 종교적, 민족적 갈등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법, 유우성 ‘간첩 혐의’ 무죄… 국정원 ‘증거 조작’ 유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5)씨가 검거된 지 2년 9개월 만에 간첩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반면 유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중국 공문서까지 위조했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9일 간첩·특수잠입 탈출·편의제공 등 유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과 여권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국 국적의 재북 화교였던 유씨는 북한 탈북자로 위장해 2011년 6월 탈북자 대상 서울시 특별전형에 2년 계약직으로 합격했다. 이후 국내 탈북자 신원정보를 수집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2013년 1월 국정원에 붙잡혔고, 서울중앙지검은 그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정원과 검찰이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로 활용했던 유씨 여동생 진술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씨의 여동생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받을 당시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했고, 국정원이 위법하게 진술을 받아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1심에서 패소한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는 간첩 활동의 증거라며 유씨의 중국 출입경 기록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의 조작으로 드러났다. 당시 유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조회 회신을 받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이 진상조사팀을 꾸려 수사한 결과 일부 국정원 직원들과 중국의 국정원 협조자가 관련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번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유씨는 선고 직후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를 대리한 김용민 변호사는 “조직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차근차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유씨를 강제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외국인은 법률상 강제 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대상에 해당하는지,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유씨 재판의 증거문서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김모(49) 과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전통 깬 영국 상원, 저소득층 증세 막았다

    전통 깬 영국 상원, 저소득층 증세 막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상원 의원들의 ‘세금전쟁’이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상원은 관습을 깨고 정부가 발의한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 축소 법안을 이례적으로 부결시켜 보수당 정부의 일방적 복지 축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보수당이 다수를 차지한 하원은 재논의를 거쳐 다시 법안을 상원에 올릴 계획이지만 2002년과 2008년 정부의 인간배아복제 법안과 테러 용의자 구금 연장 법안에 상원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시킨 바 있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간) 상원이 44억 파운드(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전날 표결에 부쳐 307대277로 부결했다고 전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노동당의 패트리시아 홀리스 상원 의원은 “(저소득 가구에) 성탄절을 앞두고 선물은 주지 못할망정 연간 1300파운드(약 225만원) 넘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편지를 보낼 순 없다”며 법안 연기를 호소했다. 비선출직인 소수 세습귀족과 법관 등으로 구성된 상원은 관례상 정부 법안을 수정할 수 있어도 부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원은 이번 감세 축소안이 법령이 아닌 위임 입법안이기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극빈층 보호에 앞장서 온 영국의 전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헌법의 관례가 깨졌다”며 위헌 논란에 불을 지폈고,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상원은 지난 21일 정부가 내놓은 세금 공제 축소 법안 상정을 보류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캐머런 총리가 직접 상원 공청회에 출석해 세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마이동풍이 된 셈이다. 보수당 정부가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고 칼을 빼든 것은 표면적으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다. 노동당 정부 때 입안된 세금 공제 탓에 연간 300억 파운드(약 52조원)의 부담이 지워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영국의 국가 부채는 1조 4800억 파운드(약 2566조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0%가 넘는다. 세금 공제 축소는 보수당 정부가 추진 중인 긴축재정의 핵심이지만 노동계급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말았다. 저소득 다자녀 가구 감면과 25세 이상 저소득 노동자 감면을 없애는 데 무게를 두면서 연간 300만 가구가 넘는 저소득층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 부과를 면제해 온 최저 소득 구간을 현행 6420파운드(약 1113만원)에서 내년 4월까지 3850파운드(약 668만원)로 줄이기로 했고, 공공노조는 저소득 가구당 연간 1500파운드(약 26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며 맞섰다. 보수당 내에서조차 “국민을 빚더미에 몰아넣을 순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노동당의 반격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은 지난 7월 보수당 정부의 130억 파운드(약 22조 5400억원) 규모의 복지 예산 축소안을 무기력하게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대대적인 반대 시위가 이어졌지만 해리엇 하먼 당시 노동당 임시 대표는 기권을 종용했다. 앞선 총선에서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탓이다. 그러나 지난달 강성 좌파인 제러미 코빈 대표가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빈 대표는 “정부의 복지 축소에 제동을 걸 것”이라 공언했고, 첫 실력 행사에 나섰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현재로선 ‘세금 전쟁’의 승자는 노동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인세율은 인하하면서 복지예산을 줄이는 정부의 반서민·친기업적 행태를 여론의 도마에 올려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영국 상원, 정부 저소득 감세법 부결...100년 전통 깼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상원 의원들의 ‘세금전쟁’이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상원이 100여년 전통을 깨고 이례적으로 저소득층의 세금 감면을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 법안을 부결시키면서 보수당 정부는 정치적 타격을 입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등 외신들은 26일(현시시간) 상원이 44억 파운드(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전날 표결에 붙여 307대 277로 부결했다고 전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노동당의 패트리시아 홀리스 상원 의원은 “(저소득 가구에) 성탄절을 앞두고 선물은 주지 못할망정 연간 1300 파운드(약 225만원) 넘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편지를 보낼 순 없다”고 호소했다.  비선출직인 소수의 세습귀족과 법관 등으로 구성된 상원은 관례상 정부 법안을 수정할 수 있어도 부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원은 이번 감세 축소안이 법령이 아닌 위임입법안이기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독일, 프랑스와 달리 극빈층 보호에 앞장서 온 영국의 전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존심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헌법의 관례가 깨졌다”며 위헌논란에 불을 지폈고,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냈다.  앞서 상원은 지난 21일 정부가 내놓은 세금 공제 축소 법안 상정을 보류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상원이 예상 밖의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정부와 하원은 당황했고, 캐머런 총리가 직접 상원 공청회에 출석해 세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당 정부가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고 칼을 빼든 것은 표면적으론 ‘재정 건전성’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노동당 정부 때 입안된 세금 공제 탓에 연간 300억 파운드(약 52조원)의 부담이 지워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영국의 국가부채는 1조 4800억 파운드(약 2566조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0%가 넘는다.  세금 공제 축소는 보수당 정부가 추진 중인 긴축재정의 핵심이지만 노동계급의 아킬레스를 건드리고 말았다. 저소득 다자녀 가구 감면과 25세 이상 저소득 노동자 감면을 없애는 데 무게를 두면서 연간 300만 가구 넘는 저소득층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 부과를 면제해 온 최저 소득 구간을 현행 6420파운드(약 1113만원)에서 내년 4월까지 3850파운드(약 668만원)로 줄이기로 했고, 공공노조는 저소득 가구당 연간 1500파운드(약 26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며 맞섰다. 보수당 내에서조차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을 빚더미에 몰아넣을 순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노동당의 반격이 제대로 먹혀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은 지난 7월 보수당 정부의 130억 파운드(약 22조 5400억원) 규모의 복지 예산 축소안을 무기력하게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대대적 반대 시위가 이어졌지만 해리엇 하먼 당시 노동당 임시 대표는 기권을 종용했다. 앞선 총선에서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탓이다.  그러나 지난달 강성 좌파인 제러미 코빈 대표가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빈 대표는 “정부의 복지 축소에 제동을 걸 것”이라 공언했고, 첫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법인세율은 인하하면서 복지예산을 줄이는 정부의 반서민 친기업적 행태를 도마 위에 올리면서 결국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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