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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자연] 유대류 잡아먹는 아마존 거미 발견‥이색 사례 보고

    [안녕? 자연] 유대류 잡아먹는 아마존 거미 발견‥이색 사례 보고

    아마존에 사는 거미류인 타란툴라가 유대류인 주머니쥐를 잡아먹은 보기 드문 사례가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최근 한 동료평가 학술지에 이런 사례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지난 2016년 11월 18일 자정 무렵, 페루의 한 열대우림에서 낙엽이 쓸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돌리자 커다란 타란툴라 한 마리가 유대류인 주머니쥐를 끌고 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타란툴라는 자기 몸집만한 주머니쥐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머니쥐는 타란툴라의 이빨에 목을 물린 상태였지만, 이들 연구원이 발견했을 당시에도 목숨이 붙어있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모습을 5분 정도 관찰하면서 증거 자료로 영상으로 담는 데도 성공했다. 타란툴라는 자신의 먹잇감을 근처에 있던 한 나무의 뿌리가 드러난 부분까지 끌고 간 뒤 그사이에 숨어서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 연구진은 해당 타란툴라의 크기를 주변 사물들과 비교해 가늠했을 때 디너플레이트(정찬 접시) 만큼 크며 몸통만해도 야구공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저지대 열대우림에서 절지동물들과 소형 척추동물들 간의 생태적 상호작용’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번 논문에는 이와함께 다른 거미와 지네 등 절지동물이 개구리나 뱀, 또는 도마뱀 등 소형 척추동물을 잡아먹은 사례 총 15건이 소개됐다. 이에 대해 논문 책임저자인 대니얼 라보스키 미시간대 생태·진화생물학부 부교수는 “이런 사례는 흔히 관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라보스키 부교수는 다른 연구원들을 데리고 1년에 한두 차례 페루 남동부에 있는 아마존 저지대 열대우림을 방문한다. 이들이 심야 조사 중에 발견한 동물들은 뱀과 개구리 그리고 도마뱀이 대부분이지만, 이 중 대형 거미가 사냥감을 노리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 데 큰 귀뚜라미나 메뚜기를 잡아먹는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라보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또 라보스키 부교수는 “생물학자들은 지금까지 소형 척추동물이 대형 거미나 지네에 의해 잡아먹히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대부분 이런 동물의 생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양서류·파충류 보존’(Amphibian & Reptile Conservation) 2월28일자에 실렸다. 사진=양서류·파충류 보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UAE “우리는 형제국”…원전·방산 넘어 첨단산업도 협력

    한·UAE “우리는 형제국”…원전·방산 넘어 첨단산업도 협력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아랍에미리트(UAE) 통합군 부총사령관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지금까지의 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주면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협력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두 정상은 향후 양국이 추진해 나갈 협력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성명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미래지향적 동반성장 추구 및 현재의 경제협력 증진, 사람 중심의 협력을 통한 인적교류 증진, 역내 평화와 안정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파트너십 구축을 4대 목표로 제시했다. 우선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관계 강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고위급 소통 채널 활성화와 바라카 원전 등에서의 긴밀한 협력이 양국 관계 발전을 견인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전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제3국에서의 잠재적 협력 기회를 모색해 나가자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다. 아울러 에너지·건설 분야에서의 전통적 협력을 넘어 비석유 분야로 양국 협력을 다변화하고,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형 동반성장을 추구하기로 했다. 인적교류 증진과 관련해서는 두 정상은 문 대통령의 UAE 방문 이후 채 1년이 안 되는 기간에 상호 방문을 통해 정상 간 신뢰와 우의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도 고위급 인사 교류와 함께 청소년 교류 사업 등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또 평화·안보·안정을 위해 국방분야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테러리즘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공동의 위협이라는 인식 하에 테러리즘 시도를 규탄한다는 점, 양국 모두 ‘반(反) ISIS 국제연대 장관급 회의’ 회원으로 반극단주의 협력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 등을 성명서에 담았다. 예멘 내전 사태와 관련해서는 마틴 그리피스 유엔 사무총장 예멘 특사의 중재 노력에 대한 지지 및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지지 등도 성명서에 명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2월 초 아라비아반도 국가 중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UAE를 방문함으로써 UAE가 역내 화해와 관용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회담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한반도에도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가 전파되기를 기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에 모하메드 왕세제는 “UAE가 한국의 형제국가로서 앞으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일관되게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최근 남북 관계의 긍정적 진전을 높이 평가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는 공식환영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본관에서 나와 모하메드 왕세제를 직접 맞이했고 두 정상은 국민의례 후 의장대를 사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방문이긴 하지만, 국빈에 준하는 환영행사를 준비했다”며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대정원에서 공식 환영식을 여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모하메드 왕세제 공식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영빈관에서 공식 오찬을 개최했다.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등도 참석했다. 오찬 메뉴로는 할랄식 안심 떡갈비와 양국 간 화합을 상징하는 색동 비빔밥 등이 나왔다. 오찬 중에는 정선아리랑에 아랍풍 선율을 조화시킨 ‘사막의 아리랑’이 연주됐고 매사냥 애호가인 모하메드 왕세제를 위한 비보이 공연, 가수 거미가 부르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 공연 등이 이어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인간이 미안해”…한국 떠난 개들

    [김유민의 노견일기] “인간이 미안해”…한국 떠난 개들

    한겨울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던 지난 19일. 캐나다에서 온 구조팀은 새벽부터 충남 홍성으로 향했다. 캐나다의 동물보호센터에 갈 17마리 개들을 공항 검역소로 보내기 위해서다. 검역 절차를 마친 개들은 비행기를 타고 미리 약속된 센터로 가 가족을 찾는다. 2015년부터 시작된 구조 활동으로 13개 개 농장에서 1800마리 개들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새 가족을 찾아 근황을 전하고 있다. 이번 농장 역시 이름도 없는 200여 마리 개들이 ‘식용’이나 ‘번식용’ 목적으로만 존재했던 곳이다. 수일에 걸쳐 160마리가 먼저 캐나다 토론토에서 미 중서부 동물보호단체로 떠났고, 남아있는 개들은 구조 기간에 순차적으로 이동하게 된다. 까다로운 해외 입양과 이동절차 때문에 그날 검역 절차가 예정된, 각종 검진과 예방 접종을 모두 마친 개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구조대원들은 이날도 구조를 위해 철창에 들어가 놀란 개를 진정시켰다. 직접 지어준 이름을 부르고 입맞춤을 하며 안아주었다. 비좁은 철창 안이 집이자 세상의 전부였던 개들은 바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면서도 문이 열리면 한 발자국을 내딛지 못하고 구석에 웅크려 나가지 않으려 했다. 철창에선 낯선 사람들의 등장에 있는 힘껏 짖으면서도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혀로 손을 핥았다.번식용 개들이 있던 안쪽 상황도 절망적이었다. 거미줄로 뒤덮인 가건물 안쪽은 입구부터 숨을 쉬기 힘든 악취가 올라왔다. 아침임에도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푸들, 시츄, 포메라니언, 프렌치불독 등 익숙한 얼굴들이 잔뜩 엉킨 털과 발간 눈물자국을 하고 짖어댔다. 가장 안쪽에 있던 엄마 푸들과 시츄는 경계심을 모르는 손보다 작은 새끼들을 지키려는 듯 맨 앞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손 한번을 내밀면 온몸으로 좋아했다. 가져간 간식은 몇 마리 주지도 못하고 동이 났다. 듬성듬성 깔린 지푸라기 사이로 바짝 마른 사료만 덩그러니. 개들이 가진 전부였다. 건조한 표정으로 바닥을 쓸던 농장주인 이상구(62)씨는 8년 동안 운영했던 농장을 폐쇄하며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농장이었지만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데다 체력적으로 힘이 부쳐 지인의 도움으로 HSI에 농장 폐쇄와 전업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구조대원들이 자신의 개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고 했다. “식용견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고 농장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 구조대원들이 이름을 불러주며 안아주자 좋아하는 개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건 따로 없구나. 다 같은 생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최근 국내최대동물단체 케어가 구조 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묵묵히 해왔던 구조 활동과 해외입양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현장이 논란이 된 케어 농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케어와 관련된 단체가 아니냐는 소문이 생기기도 했다. 현장 구조를 총 지휘한 캐나다지부 마이클 버나드는 “한국의 개농장은 대부분 무허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다른 개농장 주인들이 폐쇄를 결정한 주인한테 항의하거나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다. 주인의 요청으로 상세한 주소는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취재현장에 함께한 덴마크 프리랜서 기자 모텐(Morten Larsen)은 기자를 포함한 농장 주인에게 개고기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푸른 눈의 기자에게 비친 한국은 여전히 개고기를 소비하고, 품종이 있고 작고 예쁜 개를 선호하는, 그래서 개를 사고파는 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이러한 이유로 구조된 개들은 잔인하게 도살되거나 끊임없이 새끼를 빼내야 하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보낸다.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여러 동물단체로 이관된 개들은 입양 공고를 통해 마당이 있는 가정으로 분양을 간다. 북미에서는 개를 사고파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동물보호소를 찾는다. 미 서부에 머물 때 거리에서 같은 종류의 개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어떤 품종인지 알아채기 어려웠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품종이나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곳. 개 농장의 개들이 난생 처음으로 차별 없이 사랑받으며 지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HSI 한국지부의 김나라 캠페인 매니저는 말했다. 소리도 안내고 이동장에서 유난히 순하게 앉아있던 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였을까.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에서 그동안의 기억은 잊고 가족과 함께 실컷 뛰어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인간이 미안해.’매년 약25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한국 전역의 수천 개의 개고기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개식용 산업은 국내에서 합법도, 불법도 아닌 법적 회색지대에 속해있다. 하지만 목을 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도축하거나 공공장소 혹은 같은 종의 동물 앞에서 도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물 보호법에 위반된다.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동물 보호 단체 중 하나로, 20년여년 동안 과학, 협력,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모든 종류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힘써 왔다. 아시아 전역에서 매년 약 3000만 마리의 개들이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동물 학대가 발생한다. 현재 개식용이 이루어지는 주요 국가인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집중해서 개식용 산업을 종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홍성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연인들은 부지런히…’ ‘착한 사람이…’ 등 꽃잎으로 산화한 그의 심장 같은 시편들꼬박 50년 인생을 살았던 시인은 살아생전 부지런히 죽음에 관한 시어를 골랐다. 그랬던 그가 가기 직전 그러쥔 것은 사랑과 이별이었다.지난해 2월 3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박서영(사진 왼쪽·1968~2018) 시인 1주기를 맞아 시집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사진 가운데·문학동네),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사진 오른쪽·걷는사람) 등 유고 시집 2권과 2006년 출간됐다 절판된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걷는사람) 등이다. 1995년 ‘현대시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첫 시집 때부터 ‘죽음으로 가득 찬 시 세계’에 천착했다. 경남 고성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마을 주변에 널린 수많은 무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 지인들이 모은 원고에 문예지 등에 발표됐던 시를 모은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에서 시인은 ‘나는 흰 사람처럼 서 있다/노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서 있다/애도할 무언가 있는 것처럼 서 있다/수많은 의자를 배경으로 둔 채/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다’.(‘기다리는 사람’) 시인의 병은 완치 후 재발이라는 과정을 겪었고, 상황이 악화됐던 그 1년 새 저간의 사정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경복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박서영이 홀로 죽음을 맞기까지 가졌을 내면의 풍경을 짐작해 보는 것은 안타깝다 못해 섬한 느낌”이라고 했다. ‘어머니에겐 미리 말하는 게 좋을 뻔했어요/주치의가 말했다 나는 그날 이후 주치의를 바꾸었다.’(‘연인들’) 시인이 차마 제목을 붙이지 못한 원고 몇 편은 시의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했다. 또 다른 유고시집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다. 사랑은 나와 너의 사랑이기도 하고 생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스러져가는 몸뚱어리에 대한 사랑 같기도 하다. 나는 너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어서 생기는 필연적인 오해와 헤어짐에 관한 한 이 시집처럼 지극할 수가 없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등을 돌렸다. 이제 내 몸에서 돋아나는 그림자를 이해하기 위해 계절의 밤을 다 소비해야 한다. 우리의 그림자는 한패가 아니다. 그림자는 암호처럼 커진다. (중략) 우리는 오로지 나였을 한 사람과, 너였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붙어 있다.’ (‘홀수의 방’) 장석주 시인은 발문에서 말한다. ‘사랑은 부재하는 것과 현존하는 것을 그러쥐려는 욕망이고, 그 욕망은 불가사의한 영역에 속한다.’(106쪽)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 큰 해답이 되어 줄 시집이라는 출판사 측 설명이 이해가 된다. ‘관 뚜껑이 열리듯 꽃이 피면/내 몸은 쫙쫙 찢어진 꽃잎이 된다’고 첫 시집의 표제작에서 시인은 말했다. 꽃잎으로 산화한 시인의 마지막 심장 같은 시편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황지현, 거미·박정현과 환상 무대 “꿈 이룬 것 같은 기분”

    황지현, 거미·박정현과 환상 무대 “꿈 이룬 것 같은 기분”

    배우 황지현이 ‘너의 목소리가 보여6’에 출연해 화제다. 지난 15일 방송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6’에서는 황지현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황지현은 ‘2000년대 샴푸 CF 실력자’ vs ‘미스코리아 출신 비타민 CF 음치 모델’로 출연했다. 황지현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낼 곡으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불렀다. 이날 박정현과 거미는 황지현과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노래 실력자로 판정된 황지현은 “이 대단하신 분들 사이에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진짜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황지현은 지난 2000년 클린앤클리어 CF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논스톱3’,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 영화 ‘기생령’, 각종 뮤직비디오,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2년에는 걸그룹 갱키즈로 데뷔했다. 사진=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6’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북한 전쟁고아 기록정리가 남은 일…더 늦기 전에 끝내야”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북한 전쟁고아 기록정리가 남은 일…더 늦기 전에 끝내야”

    ‘독일서 韓문화재 발굴’ 김영자 박사가 말하는 ‘북한 전쟁고아’“한반도 현대사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아픔, 잊혀진 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의 전쟁고아야. 남편이 먼저 시작한 일인데 요즘은 그게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6·25 한국전쟁에서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전쟁고아가 많이 발생했지. 이들이 동유럽에서 위탁교육을 받다가 어느 날 하룻밤 새 갑자기 싹 사라졌거든. 이들에 대한 기록 정리가 여생의 일이 됐어.” 독일에 반출된 한국 문화재 발굴과 보존의 중심에 섰던 베커스 김영자(80) 박사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청했더니 경복궁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김 박사는 “서울 지리를 잘 몰라 다른 곳은 잘 찾아갈 수 없어. 그런데 민속박물관은 찾아갈 수 있어.”라며 “1층 안쪽 커피숍에서 만나자.”라고 했다. 독일에서 50년째 사는 그가 박물관 1층에 커피숍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이력대로 문화재에 조예가 깊어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민속박물관을 찾나 생각하고 설날 연휴인 지난 2일 약속 장소로 갔다.(※독일로 먼저 돌아간 남편이 북한 전쟁고아 사진을 보내주기까지 기사 발행이 미뤄졌다.) “체코의 北전쟁고아, 남편이 먼저 발굴60여명 작은 궁전서 5년간 위탁교육한국 모르는 남편 탓에 이 일에 빠져”‘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김 박사는 “나이가 이제 80인데 쉬어야지.”라며 잠시 뜸을 들였다. “남편(베커스 크리스토퍼·76)이 2015년 봄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체코의 어느 제후 궁전에서 북한 고아들이 1953~1958년까지 살았다는 기사를 읽은 거야. 아내의 조국 ‘코리아’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솔깃했던 가봐. 남편이 당장에 차를 몰고 달려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봤대. 60년이 훌쩍 지났으니 동네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기숙사 사감을 지냈다는 여성을 만났다고 해. 요양병원에 있는 그 여성이 나이가 많아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정도였고, 정신이 오락가락했는데, 남편이 그 여성이 돌보고 교육했던 북한 고아들의 사진과 앨범, 이들이 돌아가서 그녀에게 보낸 엽서 등을 전달받았거든. 이 여성이 돌아가신다면 북한 전쟁고아들에 대한 귀중한 자료도 그냥 재로 사라질뻔한 것이지. 그런데 남편이 한국말과 한국 사정을 잘 몰라 한계가 있으니, 내가 이 일에 끌려들어 간 거지.” “北전쟁고아 1958년 하룻밤에 귀국가서 ‘보고싶어’ ‘그곳이 천국’ 편지도1962년 이후엔 서신 왕래도 뚝 끊겨” 팔순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발음은 또랑또랑했고, 말은 박력이 있었고 빨랐다. 기억은 엊그제 한 일처럼 생생했다. 그러더니 대뜸 김 박사가 “남한에선 북한 전쟁고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한국에선 북한 전쟁고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잘 모르고 있다.”라고 답했다. 사실 기자도 수년 전 여자배우 추상미가 감독한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북한 전쟁고아들을 다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한국 기자들이 우리 집에 많이 왔었어. 그때마다 남편이 북한 고아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기자들이 ‘네, 네.’라고 대답했지. 그런데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아 남편도 거의 포기했어.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도 있고 해서인지 한국에선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 북한 고아 문제는 외국에서 더 관심이 있었어. 폴란드에서 북한 전쟁고아를 다룬 다큐 영화 ‘김귀덕(Kim Ki Dok)’이 2006년도에 먼저 제작됐거든.” 영화 ‘김귀덕’은 폴란드에서 무덤이 하나 있는데 이걸 파버릴까 하다 동양인 무덤이 여기에 왜 있지 하고 조사를 하다 보니 북한 전쟁고아였다는 이야기다. ‘김귀덕’은 유튜브로 검색하니 나왔지만, 한글이나 영어 자막이 달려있지 않아 보기가 쉽지 않았다.체코에 있던 북한 전쟁고아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 “체코의 작고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궁전인 발리치(Valec Valech)에 북한 고아 60여명이 위탁 교육을 받았어. 이 궁전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공공건물로, 보육원으로 쓰였거든. 전쟁고아를 남쪽 한국에선 나쁘게 말하면 선진국에 팔았지만, 북한에선 우방인 동유럽 국가에 위탁교육을 했던 거야. 최근에 한국 PD 한 사람이 취재차 왔었어. 이 궁전에 전쟁고아들이 있었다는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궁전 정원 한쪽 구석에 세워진 오벨리스크에 전쟁고아들이 위험하게도 올라가 영문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게 있거든. 글자가 많이 부식되고 상하고 있어 언제 없어질지 모르니 빨리 보존 조치를 취해야 해.” “北전쟁고아, 내 또래여서 더 동질감이들 북한서 어떻게 됐는지 문득 생각위탁 부모도 고령, 구술 정리도 시급” 김 박사의 설명은 계속됐다. 전쟁 직후 여력이 없던 북한은 1951년부터 전쟁고아들은 체코를 비롯해 구동독,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으로 위탁교육 명목으로 보냈다. 정확한 조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북한 전쟁고아는 몇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1958년 어느 날 김일성의 명령에 의해 북한 고아들이 어느 날 싹 귀국했어. 주위 사람들도 모르게 밤새 다 데려갔다고 해. 정성 들여 애들을 교육하고 돌본 엄마들은 ‘지금도 보고 싶어서 운다.’라고 해. 그리고 그 아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서 ‘엄마, 보고 싶어요.’, ‘그곳이 천국이었어요.’라는 내용의 엽서를 보냈지. 1962년 이후 편지 왕래마저 끊겼고, 그리곤 사라진 거지. 북한 전쟁고아들을 돌봤던 이들이 아주 고령이지. 더 늦기 전에 이들로부터 구술받지 않으면 전쟁고아의 기록은 사라질 수 있어.”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대개 6~12살쯤 되어 동유럽에 와서 몇 년 살았어. 돌아갈 때 나이가 많은 아이는 스무 살가량 됐고, 유럽 문화를 알고, 한창 정이 들 무렵이었지. 그때 동유럽이 사회주의 체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북한보다는 자유스럽고, 풍족했지. 북한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수용소로 끌려가서 자유스럽지도 못하고 혹사를 당한 것으로 추정돼. 북한에서 적응을 잘한 아이들은 동유럽 언어가 되니 고급 인력으로, 외교관으로 살아남았을 거야. 북한 전쟁고아들의 나이가 내 또래여서 더 동질감이랄까 연민이 느껴져.” “발리치 궁박물관장이 전시실 한 두 개를 내줄 테니 한국관 전시실로 꾸미라고 우리한테 제안했어. 이 궁전이 1976년 화재로 불탔는데, 문화유산이어서 EU가 겉모습은 복원해 줬거든. 내부는 아직 텅텅 비어 있어서 주로 콘서트나 미술관으로 이용해. 여기에 ‘당시 아이들이 입었던 옷, 당시 영상물, 동요 등을 전시하면 좋겠다.’라고 나랑 남편이 이야기하지. 전시관 기획 잘해서 신청하면 (발리치궁이) 자국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도 하더라.” 김 박사 부부의 집에서 발리치까지는 차로 3~4시간 거리여서 체코 문화와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이 종종 놀러 간다고 했다.“1968년 장학금 받는다는 말에 獨유학레겐스부르크大 한국어문화 강좌 맡아직접 쓴 문법책 기초한국어 인기 여전” 베커스 김영자 박사는 어떻게 독일과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193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그는 꽃다운 25살 때인 1965년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1년 장학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신부님의 말에 “아무것도 모르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땐 외국 나간다는 말에 무조건 좋았거든. 처음 수녀원에 도착해서 어학연수를 받는 동안 말이 안 통하니 많이 울었지. 뮌헨대학에 서양사와 독문학을 전공하고, 레겐스부르크대학에 입학해 서양사를 전공했지. 건축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애를 키우다 1975년에 이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지. 1979년부터 레겐스부르크 시립박물관의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인맥이 넓어졌고, 그때부터 한국과의 인연이 깊어졌지. 그러다 모교에 한국어문화 강좌가 개설되면서 교수가 된 거야. 1987년부터 정년퇴직한 2005년 9월까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지. 자매결연을 한 동국대에 독일 학생들을 보내 문화교류도 시키고 했어. 동국대가 독일 대학과 자매결연을 한 첫 한국의 대학일 거야.” 그가 사는 레겐스부르크는 뭔헨에서 동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맡을 사람으로 내가 뽑힐 때 독일어와 한국어가 되니, 한국사람이 한국어 가르치는 것을 처음엔 아주 쉽게 생각했어. 그런데 말은 잘해도 한국 문법을 모르니, 독일 학생들은 문법적으로 명확하게 설명이 안 되면 이해는커녕 공부하려고도 하지 않아. 얼마나 깐깐하고, 황당한 질문이 많이 날아들었는지. 한국에 들어와 시중의 문법책을 다 보고, 한국어학당을 다 가봤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어. 오죽 답답했으면 교육부에 들어가 ‘제대로 된 문법책 하나 내 놓으라.’라고 닦달했을까. 나중에 고등학교 국어 문법책을 하나 구해, 문법을 연구하면서 ‘기초한국어’를 썼어. 여전히 인기 좋아 지금도 잘 팔리고 있어. 한국으로 발령나서 가는 독일 외교관들이 ‘이 책을 들고가면 걱정이 없다.’라고 할 정도야. 한국어의 심화 과정과 한국 문화까지 소개하는 ‘한국어 플러스’도 냈어.” ‘삼국유사’ 독일어 번역…도서전서 호평“韓정체성 보여주는 역사책 내고파 번역” ‘삼국유사(국보 306호)를 독일어로 번역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박사는 그 뒷이야기부터 꺼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한국의 해’여서 삼국유사를 번역해 내겠다고 했더니 한국문학번역원이 글쎄, ‘삼국유사는 문학이 아닌 역사’여서 지원금 지원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이런 소식을 들었던 당시 경북 군위군의 인각사 주지가 백방으로 뛰고 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통하니 지원금이 나왔지. 당시 문학 100선이었는데 삼국유사가 더 들어가는 바람에 101선이 됐지. 출판기념회를 도서전에서 했는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문학번역원조차도 ‘선생님 번역 책이 최고.’라고 했지. 유럽에선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덜 알려진 게 아쉬웠는데,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사책을 유럽에 내보이고 싶었거든. 그게 번역에 나서게 된 계기였어.” 국립민속박물관이 약속 장소로 정한 이유도 나왔다. 김 박사가 한국에서 가장 자신 있게 잘 아는 곳이기에 그렇다. 1906년 한국을 방문해 기록 사진을 남긴 독일군 장교 헤르만 구스타프 테오도르 산더 대위의 사진 기증전시회가 2006년 4월 여기서 열렸다. 당시 김 박사가 사진과 함께 전시된 문서와 관련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해 줬다. 또 2008년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의 선교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전시회가 민속박물관에서 열릴 때도 김 박사가 깊이 관여했다. 그가 유럽에서 수십년간 수집한 근대조선 사료를 고스란히 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베를린 등 유럽 골동품 가게나 벼룩시장 등에서 취미로 사모았던 인형 600여점을 2009년 기탁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독일 문화재를 발굴해 정리할 때 민속박물관 학예사들의 도움도 컸다. “겸재 금강산 화첩 발견도 드라마틱수도원 ‘한국에 귀한 것…팔 수 없어’왜관수도원에 영구임대 형식 반환돼”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그녀가 1999년 번역한 ‘수도사와 금강산’(노르베르트 베버 지음)을 꼽았다. “이 책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조선시대 미술사를 다시 쓰게 했거든.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장을 지낸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년)는 1925년부터 4개월간 선교차 방한해 금강산을 돌아보고 가면서 ‘금강산을 잘 그린 그림을 하나 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금강산 등정에 동행한 독일인 헹켈이 나한테 선물을 했다. 수도원 박물관에 두었다.’라는 기록만 남겼지. 어디에서 어떻게 샀다는 말은 남기지 않았어. 어쩌면 이 선물이 금강산 화첩이었는지도 몰라. 그리곤 아프리카 선교를 가서, 그곳에서 선종하셨거든. 그러면서 그림이 책에 실렸어. 원서에 실린 이 그림을 본 한국의 한 미술사학자가 수도원에 편지를 써서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이 있느냐.’라고 하니 당시 수도원장은 ‘모른다.’라고 딱 잡아뗐다는 이야기 전해. 수년이 흘러, 그런데도 아주 이상하니 국립박물관 학예관 한 명이 직접 가서 보겠다며 수도원을 방문한 거야. 그리고 갔더니 직사광선을 받는 곳에서 그림이 빛바랜 채 다 죽어가고 있는 걸 본거야. 이 학예관이 깜짝 놀라는 것을 본 박물관 신부님이 ‘우리 이런 것 또 있어’하면서 두 폭의 그림을 더 갖고 나왔던 거야. 또다시 놀라자 이번에는 소장한 그림을 모두 갖고 보여준 거야. 이게 모두 21첩, 겸재 정선의 금강산 화첩이 된 거지. 발견 과정이 드라마틱해.” “이 그림들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 국보급 문화재 반환의 모범 사례지. 이 그림의 존재와 가치가 알려지면서 소더비 등 영국과 미국의 경매 회사들이 수도원에 그림을 팔라고, 그 비용으로 선교사업에 쓰라고 했어. 그렇지만, 예레미아스 슈뢰더 수도원 대원장이 ‘한국에 그렇게 귀한 것이라면 팔 수 없어. 돌려줄 거야.’라고 결심하고 자매관계인 경북 칠곡군에 있는 왜관수도원에 ‘국가에는 주지 마라.’는 단서로 영구임대하지. 난 반환된 겸재 화첩을 한국에서 보려고 겨우 날짜를 잡고 방문하기 1주일 전, 왜관수도원에 큰 불이 났어. 그 소식에 가슴이 철렁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지. 수도원이 거의 몽땅 다 불타버렸지. 다행히도 화첩은 다른 곳에 보관해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던 거야. 이런 보관의 이유로 반환된 겸재 정선의 금강산 화첩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거지.” “韓근대복식 300벌 한꺼번에 나와불상·곤여전도 등 1200여점 보관유럽 최대 한국 유물 소장 박물관”김 박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에는 대학을 정년한 2005년부터 10년간 자원봉사직 학예사로 근무했다.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한국 유물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합디다. 박물관에 가보니 조선시대 갑옷에 일본 사무라이 투구를 씌워 전시해 일본 유물로 착각하게 된 게 많았어. 설명도 엉터리가 부지기수였고. 동양관에는 한국·일본·중국 유물이 뒤섞여 있었던 거지. 선교박물관의 전시품 80%는 아프리카 것이었고, 나머지는 동양 3국의 유물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뒤섞여 있는 거야. 나 혼자 어찌할 수도 없고 해서 민속박물관에 요청하니 학예사 4명이 3주간 파견 나왔지. 우리 다섯이 먼지 속에서 정리했지. 전시실을 정리하니 한국 유물 540점이 나왔지. 다음해에는 지하실 창고를 뒤지니 먼지가 두텁게 쌓이고 거미줄이 쳐진 곳에서 한국 유물이 수두룩하게 나왔어. 17세기 불상과 1869년의 곤여전도(坤輿全圖·세계지도) 등 모두 1200여 점이나 됐지.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2016년 한국관을 별도로 재개관한 거야.” “하루는 수사님이 불러서 수도원에 갔더니 함을 하나 보여주는 거야. 열어보니 좀벌레가 휙 하고 지나가. 신랑 저고리, 신부 치마를 비롯한 근대 복식 300여벌이 나왔어. 전문가도 아니고, 정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알고 지내던 조우현 교수(성균관대 복식과)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어. ‘비행기 비용도, 작업비도 못 준다. 그래도 숙식은 제공해 줄 테니 와서 도와다오.’라고 부탁했지. 그가 조교 두 명을 데리고 와서 2주 동안 수도원에서 먹고 자면서 정리해 주고 갔지. 이게 1920년대 복식인데 보기보다 귀한 거야. 우리 한국에선 사람이 죽으면 옷을 불태우는 관습이 있어서 근대 복식이 예상외로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거야. 문화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국립민속박물관·서울시립역사박물관의 학예사들과 국외소재문화재단, 문화유산회복재단, 재정 지원을 해준 문화재청 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야. 감사할 따름이죠.”“내 나이 팔순, 사명감 있는 후배 나서야” “무보수로 선교박물관에서 일할 때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이 있었어. 훼손되는 귀중한 한국 유물을 복원하려고 독일과 한국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정말 동분서주했거든. 이젠 후배들이 나서서 해야 하는데…. 한독 문화교류의 지식과 기반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자기 분야가 아니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김 박사의 백발이 더욱 선명해 보였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동대문구, 거미줄 전선 대청소

    동대문구, 거미줄 전선 대청소

    서울 동대문구는 주택가 골목길 전봇대에 얽히고설킨 공중선을 정비하는 ‘2019년 공중선 정비사업’을 한다고 12일 밝혔다. 구는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실태조사를 거쳐 공중선 정비 요청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정비 구역을 선정했다. 한국전력, SK텔레콤, KT 등 9개 전기·방송통신 사업자들은 구역을 나눠 전신주에서 상가, 주택 등으로 이어진 복잡한 통신인입선과 전력선, 끊어지거나 늘어진 통신선 등을 정비한다. 고대앞마을 도시재생 희망지 및 감초마을을 포함한 제기5·7구역, 전농10구역 등 정비사업 해제구역, 장안평 일대 도시재생 사업지 등 4개 구역을 집중 정비한다. 정비 대상은 한국전력 전신주 및 통신 전신주 806개, 통신 케이블 28㎞다. 사업은 올해 12월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이번 사업이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전선 합선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중선 정비사업과 전선 지중화 사업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중선 정비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운영하는 공중케이블 민원콜센터(1588-2498)로 요청하면 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강남구, 거미줄처럼 얽힌 공중선 없앤다…15개 지역 전신주 2700곳 정비

    서울 강남구는 올해 한국전력공사·통신업체와 함께 논현1동주민센터, 신사동 압구정로 2길 일대 등 15개 지역 전신주 2700곳(148.5km) 공중선을 정비한다고 8일 밝혔다.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여러 방향으로 설치된 인입선, 폐공중선, 과다하게 설치된 통신설비 등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구는 이번 사업을 위해 지난달 합동조사반을 꾸려 공중선 일제 조사를 했다. 구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매년 단계적으로 전선·통신선을 정비해오고 있다. 한전·통신업체와 ‘공중선정비추진협의회’를 구성, 매달 간담회를 여는 등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백경 건설관리과 건설행정팀장은 “공중선은 방송통신 서비스 가입자 증가와 사용이 끝난 통신선 미철거 등으로 무분별하게 늘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강남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무질서한 공중선 정비로 ‘품격 강남’의 ‘강남다움’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리들리 스콧X터키항공, 단편영화 형식 광고 ‘그곳으로의 여정’ 유튜브 공개

    리들리 스콧X터키항공, 단편영화 형식 광고 ‘그곳으로의 여정’ 유튜브 공개

    할리우드의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터키항공 광고 ‘그곳으로의 여정’(THE JOURNEY)이 공개됐다. 터키항공은 영화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마션’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15년 만에 진행한 광고 프로젝트 ‘그곳으로의 여정’ 영상과 비하인드 스페셜 영상을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고 8일 밝혔다. 터키항공에 따르면 총 6분짜리 ‘그곳으로의 여정’에는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명소들을 따라 펼쳐지는 추격전이 담겼다. 아울러 85년 전 출범해 현재 세계 최다 국가로 취항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한 터키항공과 역사를 함께한 이스탄불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보스포루스 해협, 시라간 궁전, 지하궁전 예레바탄 사라이 등 이스탄불 역사 지구의 주요 명소가 등장한다.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등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배우 실비아 훅스가 주연을 맡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스탄불은 바다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라며 “주요 등장 인물을 한 군데로 엮어주는 흥미로운 역할을 하기에 이스탄불은 더할 나위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곳으로의 여정’은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1쿼터 중 30초 버전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민중미술 대부’ 윤범모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임명

    ‘민중미술 대부’ 윤범모 교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임명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미술평론가인 윤범모(68)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임명됐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윤 교수가 신임 관장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1일 도종환 장관이 임명장을 줄 예정이다. 이로써 첫 외국인 수장이었던 바르토메우 마리(53) 전 관장의 퇴임 이후 공백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이 한 달 만에 채워지게 됐다. 윤 교수는 다수의 전시를 기획한 민중미술계의 대부다. 1979년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중앙일보 출판국이 창간한 ‘계간미술’(월간미술 전신) 기자로 활동했다. 호암갤러리(삼성미술관 리움 전신),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 이응노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의 개관·운영에 참여했다. 20여년간 가천대(옛 경원대)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큐레이터협회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전시 기획에 대한 정부 측 간섭에 적극 반발한 전력이 있다. 예술의전당 초대 미술관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 12월 ‘젊은 시각’ 전시를 열었다가 정부의 간섭에 반발해 4개월 만에 사퇴했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를 놓고 광주시와 갈등을 빚어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핵잼 라이프] 곤충 스낵 자판기 흥행 예감…귀뚜라미·딱정벌레 맛~나요

    [핵잼 라이프] 곤충 스낵 자판기 흥행 예감…귀뚜라미·딱정벌레 맛~나요

    ‘자판기의 천국’ 일본에서 곤충으로 만든 과자를 파는 자판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구마모토시 주오구에 등장한 이 자판기는 곤충으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남녀노소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해당 자판기를 설치하고 관리 중인 도모다 도시유키(34)는 우연히 지인들과 미래의 식량난 및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곤충으로 만든 다양한 식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실제로 제조·판매되고 있는 곤충식품업체와 계약하고 자판기를 통해 곤충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곤충 자판기 사업은 성공을 예감하기에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줬다. 최근에는 자판기에 대한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 일부 상품의 ´매진´ 공지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도모다에 따르면 자판기를 설치한 지 1개월 만에 약 500개의 상품이 판매됐고, 이를 통해 50만 엔, 한화로 약 515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 자판기에는 총 10가지 상품이 비치돼 있다. 상품에는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바(Bar) 형태의 과자와 귀뚜라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과자 등이 포함돼 있다. 딱정벌레나 타란툴라(독거미의 일종)를 식용 형태로 만든 과자도 있다. 이 곤충 과자는 식용 곤충에 마요네즈와 붉은 고춧가루를 뿌려 독특한 맛을 자랑하며, 귀뚜라미 과자 등 일부 상품은 짭짤한 맛이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700엔(약 7210원)부터 1300엔(약 1만 3400원)까지 다양하며, 캔에 담긴 타란툴라 과자는 1900엔(약 1만 9600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도모다는 “곤충 스낵 자판기는 일본에서도 드문 편”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사람들이 식량 위기 및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귀뚜라미부터 딱정벌레까지… ’곤충’ 파는 자판기 日서 인기

    귀뚜라미부터 딱정벌레까지… ’곤충’ 파는 자판기 日서 인기

    ‘자판기의 천국’ 일본에서 곤충으로 만든 과자를 파는 자판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구마모토시 주오구에 등장한 이 자판기는 곤충으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남녀노소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해당 자판기를 설치하고 관리 중인 토모다 토시유키(34)는 우연히 지인들과 미래의 식량난 및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곤충으로 만든 다양한 식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실제로 제조‧판매되고 있는 곤충식품업체와 계약하고 자판기를 통해 곤충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곤충 자판기 사업은 성공을 예감하기에 충분할 수익을 가져다줬다. 최근에는 자판기에 대한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 일부 상품의 '매진' 공지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토시유키에 따르면 자판기를 설치한 지 1개월 만에 약 500개의 상품이 판매됐고, 이를 통해 50만 엔, 한화로 약 515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 자판기에서는 총 10가지 종류의 제품이 비치돼 있다. 여기에는 귀뚜라미 가루로 만든 바(Bar)형태의 과자와 귀뚜라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과자 등이 포함돼 있다. 딱정벌레나 타란툴라(독거미의 일종)를 식용 형태로 만든 과자도 있다. 이들 곤충 과자는 식용 곤충에 마요네즈와 붉은 고추 가루를 뿌려 독특한 맛을 자랑하며, 귀뚜라미 과자 등 일부 상품은 짭짤한 맛이 그 특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700엔(약 7210원)부터 1300엔(약 1만 3400원)까지 다양하며, 캔에 담긴 타란툴라 과자는 1900엔(약 1만 9600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 자판기를 제작한 도쿄의 한 업체는 “곤충스낵을 판매하는 자판기는 일본 전역에서도 드문 편”이라고 소개했다. 토시유키는 “이 자판기를 계기로 사람들이 식량 위기 및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게임 존재 알게 된 박신혜, 향후 행보에 ‘관심 집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게임 존재 알게 된 박신혜, 향후 행보에 ‘관심 집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박신혜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동생 정세주(EXO 찬열)의 실종과 그가 만든 게임에 대해 알게 된 정희주(박신혜). 비밀 퀘스트를 깨기 위해 그라나다로 떠난 유진우(현빈)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기묘한 게임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선 희주의 행보가 극의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보니따 호스텔을 100억 원에 거래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희주. 간간이 이메일로만 안부를 남겼던 세주의 행방에 대한 불안은 진우와 재회하면서 현실이 됐다. 세주는 1년 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진우를 처음 만났던 날 이후로 행적이 묘연했고, 설상가상으로 세주의 마지막 행적에는 마르꼬(이재욱)의 죽음이 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늘 게임만 하던 동생이 개발했다는 ‘어마어마한 가치의 게임’, 진우와의 계약, 그리고 사라진 세주까지. 거미줄처럼 하나로 엮여 있던 진실은 희주에게 절망과 분노를 선사했으나, 그럼에도 희주는 다시 한 번 진우를 “믿어보겠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세주를 추적해온 기록들과 미친 사람처럼 게임만 했던 진우를 이해했고, 속지 않겠다고 애쓰는 게 더 괴로웠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난 10회에서 세주가 보낸 비밀 퀘스트를 깨러 그라나다로 떠난 진우는 현실과 게임 양쪽 모두 연락이 끊겼고, 설상가상으로 정훈(민진웅)의 죽음이 전해졌다. “진우가 정상이라면, 진우가 죽으러 들어갔다는 뜻”이라고 했던 박선호(이승준)의 말과 맞물려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에 희주는 스페인의 누군가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지하에 들어갔다는 진우를 찾고자 도움을 청하기 위함으로 추측되는바, 게임의 위험성을 직면한 희주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제작진은 “낯선 땅에서 어린 두 동생과 할머니를 보살폈던 희주는 누구보다도 강단 있는 인물이다. 사라진 세주와 기묘한 게임의 진실을 대면하면서 변화를 거듭할 희주가 펼쳐갈 행보가 게임의 미스터리와 진우와의 로맨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 앞으로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불어넣었다. 한편,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매주 토, 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 tvN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우주서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우주선’ 기원 밝혀지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한국천문연구원,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공동연구진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극한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 ‘초고에너지 우주선(線)’의 생성 가설을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3일자에 발표했다.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여러 종류의 입자 중 큰 에너지를 가진 것을 우주선이라고 하는데 특히 에너지가 큰 것들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라고 부른다. 입자 하나의 에너지가 10의 20승 전자볼트(eV)이다. 현재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 입자에너지는 10의 13승 eV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지구에서 5000만 광년이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만들어져 거미줄처럼 은하들을 이어주고 있는 은하필라멘트를 따라 움직이다가 지구에 다다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는 ‘처녀자리A전파은하’가 포함돼 있는 만큼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시지프스의 나무, 그 역설의 존재론-이영광론/신수진

    1.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위상학 인간을 위해 죽음의 신을 쇠사슬로 묶었지만 신에게 붙잡혀 영원한 벌을 받는 시지프스의 신화를 통해 카뮈는 부조리에 대해 사유한다. 1) 그가 주목한 것은 바위가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순간, 주저 없이 고통의 근원으로 다시금 향하는 시지프스의 바로 그 돌아서는 순간이다. 시지프스는 자신의 비참한 존재 조건을 감히 통찰하고 부조리한 삶을 무한히 들어올림으로써 결코 패배하지 않는 반항적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스의 결의와 반복처럼 이영광은 계속해서 쓴다. 우울과 명랑을 진자처럼 오가며 그는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지고 절벽을 오른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 아니 그건 너무 SF적이다.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끝까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이 바람과 좌절은 그 자체로 시지프스의 은유와 부합한다. 1998년 등단 이후 서정적 주체의 환부를 드러내고 그 통증의 발로를 소상히 추적하고자 하는 시정신으로 그는 이제 ‘끝없는 사람’에 당도했다. 다섯 권의 시집에서 아픔을 갱신하며 정신의 높이를 몸의 위치로 끌어내린 그는 기꺼이 병실로 치환된 세계를 겪어낸다.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 새 없이 자라나는 위태로운 상태일지라도 그는 적어도 자기 세계를 가진 자로서 이 경사지고 거꾸로 선 각도의 입지는 이영광의 정신적 배후로, 그의 위상학으로 건재해왔다. 이영광은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한 번도 문제가 돼본 적”(‘문제’) 없는 역설적인 세계를 깨닫는다. 합리와 효용만을 쫓는 병리학적 사회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예의 그 반동의 시작점에 있었다면 그의 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역설적 사유의 방식이다. 이를테면 그에게 죽음이라는 테마는 삶보다 더 압도적이다. 죽음은 미학적 감수성의 대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을 도약시키는 극단이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대 한국시에서 진단되는 시대적 감각이나 향유적 양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의 대결구도를 견디는 주체의 극기를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윤리는 자칫 자기 동일성에 포섭될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폭력의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를 주시한다. 2) “죽기 전에”(‘오일장’) 죽기 위함이라는 역설과 비판적 실천 의지는 자해에 가까운 자학으로 점철되었고 마침내 이러한 기근 속에서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나무의 존재로 현현한다. 나무와 숲이라는 식물적 상상력과 가공할 병실로 환원된 세계 인식을 근거로 계속해서 “간다”, “가야한다”(‘나무는 간다’)를 역설하는 이영광의 이 길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3) 2. 상실과 존재의 원환(圓環)으로서 병폐의 징후 : 미치다, 아프다, 병들다 이영광의 시에는 상실과 결여의 수사가 넘쳐난다. 상실은 존재를 표상하고 존재는 다시 상실을 견인한다. 그에게 상실은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의식화이다. 대상이 충족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의식하지 않는다.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자는 사랑을 갈구할 필요가 없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때의 상실은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식화인 것이다. 나무는 미친다 바늘귀만큼 눈곱만큼씩 미친다 진드기만큼 산 낙지만큼 미친다 나무는 나무에 묶여 혓바닥 빼물고 간다 누더기 끌고 간다 눈보라에 얻어터진 오징어튀김 같은 종아리로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며, 가야 한다 세상이 뒤집히는데 고문받는 몸뚱이로 나무는 간다 뒤틀리고 솟구치며 나무들은 간다 결박에서 결박으로, 독방에서 독방으로, 민달팽이만큼 간다 솔방울만큼 간다 가야한다 얼음을 헤치고 바람의 포승을 끊고, 터지는 제자리걸음으로, 가야 한다 세상이 녹아 없어지는데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육박하고 뒤엉키고 침투하고 뒤섞이는 공중의 결승선(決勝線)에서, 나무는 문득, 질주를 멈추고 아득히 정신을 잃는다 미친 나무는 푸르다 다 미친 숲은 푸르다 나무는 나무에게로 가버렸다 나무들은 나무들에게로 가버렸다 모두 서로에게로, 깊이깊이 사라져버렸다 ―‘나무는 간다’ 전문 이상(李箱)에게 열두 명의 무서워하는 아해와 무서운 아해가 있었듯, 이영광에게는 미치고 푸르고 가고 가버린 나무가 있다. 시인의 자기의식은 나무로 환유되고 있는 이지러진 시적 주체의 자화상으로부터 기인한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주요한 지평으로서 나무는 시적 주체의 술에 취한 가계(家系)와 생활과 속내를 목도해왔을 뿐 아니라 그 울음을 위로하던 내밀한 기억으로 인하여 제 자신 역시 깊은 병을 앓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미쳐가는 나무는 제 스스로의 몸에 묶여 혀를 빼물고 있으면서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도망치지 못한 채 순순히 미쳐가고 있던 나무는 “천지에 가득 죽음에 뚫리”면서도 계속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징한 로고스를 탈각한 채 세계를 거대한 병실로 치환하면서 그것과 한몸인 나무가 겨우 붙어 있는 숨으로 뱉어내는 전언, 이 신음이 바로 이영광의 시가 육박해가는 시의 음성이다. 그것은 “고문받는 몸뚱이”의 형상이리만치 처절하게 으스러진 어떤 것이다. 변형되고 훼손되고 상실하면서 이제 나무들은 간다. “결박”과 “독방”이라는 이 문제적 존재의 필요충분조건 위에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나 있다. 그것이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가고자 하는 까닭은 세상이 “뒤집히”거나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분의 관계로서 나무의 뿌리격인 세상은 나무의 존재를 끊임없이 몰락시키며 역설적으로 바로 그 허물어지는 순간들로부터 나무가 재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나무는 미친다. 미치면서 간다. 미쳤기 때문에 가는 것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이 광기와 착란의 고투는 “공중의 결승선”에서 마침내 분신하듯 정신을 잃고 제 몸을 산화하고 만다. 정신을 잃고 나서야 푸르게 미친 나무와 푸르게 미친 숲은 모두 서로에게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온통 상실과 결여의 비존재로 읽히는 세계에서 에포케가 발생하는 이 공명의 찰나로부터 이영광의 시집은 시작된다. 정체와 암전에서 시동을 걸 때 나타나는 재부팅의 효과, 그 광포한 분란을 통과할 때에만 겨우 돌아오는 불규칙한 심호흡이 바로 이영광 시에서 나타나는 병폐의 첫 번째 징후인 ‘미치다’의 증상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미친, 혹은 미쳐버린 이 나무들의 진격은 삶의 벼랑 끝에서 발휘되는 재기의 몸부림이자 고유한 주체 확보의 계기가 된다. 시끄럽게 부서지고 피 나던 집이었는데/누구도 아이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았다/조용한 아이였다/조심하는 아이였다/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준비된 표정으로/떨려고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중략)/아프지 않겠습니다/아이가 되지 않겠습니다/온몸을 희끄무레한 붕대로 감고 있어서/아플 곳이 없었다/죽으면 죽으리라. 4) /살면 살리라/벗은 아이였다/벗겨진 아이였다/생각하지 않고,/늘 남의 생각만 생각하는/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무섭고 많은/시간이 잡은 아이였다/하루는 사십년처럼 흐르고/사십년은 하루처럼 멎어/어느 날, 돌아온 아이였다/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아직도 망가져가는 아이였다 ―‘망가져가는 아이’ 부분 상실과 결여로 화하는 존재의 나쁜 사정(아프거나 혹은 죽거나)은 핏속을 흐르는 불가해한 광기와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시라는 것에 붙들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몹쓸 운명에 다름 아니다. 문명과 역사의 폭압으로부터 거세된 욕망은 이제 생태적 상상력을 넘어서 가족 내력으로부터 발생한 병폐적 징후들, 상실된 존재라는 치부로 고백된다. 폭력과 방임과 유기라는 총체적인 학대 속에서도 아이는 자라야만 한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숨죽여 자라는 동안 모든 걸 알아차려버린 아이는 어느덧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된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있어서 아플 곳이 없는 그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성경을 외우는 동안 죽고 또 죽어 역설적으로 그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사십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는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도대체 왜”라는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이의 하루는 사십년처럼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사십년은 하루처럼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발가벗겨지고 죽임당한 채 자신을 영구히 복원하지 못하는 이 시적 주체의 내력은 질병의 코드로 나타나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상실과 결여의 반대급부로서만 존재의 기표에 가까스로 다다를 수 있다. 모든 곳이 아파서 아플 곳이 없는 아이, 아픈데도 아프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아이, 아픈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데도 안 보이는 아이로 아픔이 재현되는 양상에서 볼 수 있듯, 이영광이 상실의 주체를 존재의 그것으로 전복시키는 역설을 보여줄 때 그 도화선은 병폐적 징후로 드러난다. 병폐적 징후의 두 번째 시어로서 ‘아프다’ 역시 꺼져가는 삶에 대한 각성과 의지의 기제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새 활로의 모색을 담당하는 기저가 된다.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그는 병들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가만히 멈춰 있기죠/그는 병들었다, 하지만/나는 왜 병이 좋은가/왜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나/그는 버르적댄다/습관적으로 입을 벌린다/침이 흐른다/혁명이 필요하다 이 스물네평에/냉혹하고 파격적인 무갈등의 하루가,/어떤 기적이 필요하다/물론 나에겐 죄가 있다/하지만 너무 오래 벌받고 있지 않는가, 그는/묻는다,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중략)/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준다/그는 힘없이 낫는다/나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나는 무장봉기를 꿈꾸지 않는다/대홍수가 나지 않아도,/메뚜기떼가 새까맣게 하늘을/덮지 않아도 좋다/나는 안락하게 죽었다/나는 내가 좋다/그는 돼지머리처럼 흐뭇하게 웃는다/소주와 꿈 없는 잠/소주와 꿈 없는 잠 ―‘저녁은 모든 희망을’ 부분 이영광은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한다는 뒤바뀐 선후 관계를 통해 병의 중의적 차원을 암시한다. 이는 낫기 위해서는 먼저 병이 들어야 하는 논리적 인과성에 대한 일종의 언어유희이기도 하지만 병폐의 징후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은 본래 어떠해야 했는지를 복기시키는 반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병들어 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전력을 다해 멈춰 있기 위해 “혁명”이라든가 “기적”과 같은, 존재의 근원을 통째로 뒤바꿀 만한 지각변동을 꿈꾸지만 현기증을 일으키는 이 소요 사태 속에서 ‘나’는 도리어 병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병은 푸르게 미쳐가는 생의 긍정적 요소로 읽어내야 한다.) 시어들을 모두 거꾸로 뒤집어놓은 이러한 양상들은 이제 죽음 속에서만 살 수 있음을 가시화하기 위한 이영광식의 역설로 정립된다. 그래서 이영광이 쓰는 존재의 본질은 언어로 포착되지 않으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와해되고 생성한다. 이 유동적인 성질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존재가 되기 위해 ‘그’는 “버르적”대고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린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그’는 또 다른 ‘나’이지만 ‘나’는 ‘나’를 만듦으로써 도리어 더 외로워지는 아이러니에 처한다. 고통과 쾌락, 경험과 선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시인이 접근하고자 하는 ‘나’는 다가갈수록 멀어질 뿐 한시도 오롯한 ‘나’가 되지 못한다. 이영광의 시적 주체는 몸이라는 집을 한 채 지니고 있다. 집은 일종의 병실로 나타나며 그는 이 무력한 “스물네평”에 “변혁”, “새날”, “자폭”, “재앙”, 혹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 대혼란이 벌어지길 기도한다. 그것은 더 완벽하게 미치고, 더 못 견디게 아프며, 더 깊이 병들어 차라리 그 병세에 차도가 없어져버리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벌인 줄도 모르고 오래도록 희망을 앓아온 ‘그’는 싸워보지도 못한 채 힘없이 완치되고 만다. 이것은 패배조차 허락되지 않는 참담한 실패를 증거한다. 상실을 경험함으로써만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는 이영광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유의 패러다임으로 병폐의 세 번째 징후인 ‘병들다’의 의미다. 내 것조차 될 수 없는 고통의 전유물인 ‘나’ 앞에서 시인은 그의 유일한 도구인 시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지프스가 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시는 이영광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인 상실과 존재의 원환을 공유하고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멈춰 있는 것, 불변하는 것, 영구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논리적 명쾌함은 불가능해지고 점점 수식어가 많아질 뿐이다. 이 구태의연한 언어의 불가능성은 상실과 결여로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그대로 닮아 있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나’와의 간극은 모순으로 일관하고 있는 세계의 이원성, 이를테면 안과 밖, 전력과 정지, 죄와 벌, 아침과 저녁,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현실과 꿈 등을 통해 구조화된다. 마침내 모든 상실이 존재를 부상시킨다는 것을 예감하게 된 ‘나’는 “소주와 꿈 없는 잠”에 혼곤하게 빠져든다. 만해의 “잠 없는 꿈”(‘잠 없는 꿈’,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 이 구절 속에는 모든 대상이 뒤집어진 거울 속 같은 세계가 놓여 있다. 현상과 이면이 전복되는 세계를 목도하며 ‘나’는 세계의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트랙을 돌며 남겨진 부분(병폐로 나타나는 이상 징후)을 확보하고 그것을 존재로 변환할 궁리에 몰두한다. 3. 시지프스의 역설 : 나무의 존재론 지난 시력으로 볼 때 이영광의 작업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서 병폐의 징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시대적 데카당스를 향한 분기였고 시적 실천에 의한 궐기였다.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디스토피아와 대치하면서 그가 겪어내는 소외와 환멸은 미치고, 아프고, 병든 시적 주체의 상태로 반복된다. 시인은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이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사람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세월호 삼보일배가 살려고, 기어서 남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잃은 아이 언니인가 누나인가 하는/그 여린 아가씨, 옷이 함빡 젖고 운동화가 다 해졌데/(중략)/마음이란 거 그거, 찌르지 마, 자꾸 피가 샌다고/중환자실 천장에 달려 뚝뚝 떨어지는 피 주머니 같은 그것에게 ―‘마음 1’ 부분 아니, 아니…… 돌아가야 해요/예쁘고 미운 친구들과 괴롭고 즐거운 학교와/인사하던 골목길과 상점들에게로 그렇고 그런 사람들에게로/돌아가야 해요,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괜찮아지던 곳에,/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요 ―‘수학여행 다녀올게요 ―유령 6’ 부분 시집 곳곳에 기록된 4월 16일은 우리로 하여금 섣불리 환부를 봉합하는 대신 고통을 날것 그대로 경험하도록 한다.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겁도 없이”(‘겁’) 이야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징역 살고 싶”(‘무인도’)은 심정을 토로한다. 고통의 근원지를 밝히고 불편과 부끄러움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끝없는 사람으로 돌아”갈 때만이 유령처럼 출몰하는 이영광의 피 흘리는 세계는 사람의 것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영광에게 존재가 되기 위한 상실과 병폐의 과정은 다음 시들에서 죽음의 이미지들로 변환된다. 시집 전반에 걸쳐 삶과 죽음이라는 시어는 전도되어 있으며 자주 몸 바꾸어 나타나는 죽음의 현시들은 삶의 부장품처럼 예상치 못한 일상의 곳곳에서 불쑥불쑥 출토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매 순간 견디어내면서 끝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려야 하는 형벌과도 같다.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자기를/살려주는 일/정말 해야 할 일도 저에게 위로를/던지지 않는 일/입이 말을 못하겠나/손이 구원을 못 쓰겠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일 ―‘깔깔대는 혼’ 부분 고독이 안되자 그는 삶을 물어뜯었다/사람이 안되면 사람을,/진심에 지피면 진심을 무찔러야 했는데/삶을 쓰러뜨렸다/죽음이 안되면 죽음을 여의어야 했는데/삶을 버렸다 ―‘하지만’ 부분 자기를 순순히 살려주는 일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하는 이 전언은 스스로를 구원하지 않으려는 저 위악과 자위의 역설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내가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이영광식으로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로 죽기 위해서는 죽을 힘을 다해 “진심을 무찔러야”하고, “죽음을 여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 견딤의 미학이 그에게는 시를 쓰는 행위, 존재를 성립하기 위한 방법론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시의 외연에 등재시킨 상실과 결여의 병폐적 현상들을 주체의 확립과 존재로 복귀시키며 재구조화하는 이영광의 시도는 그것이야말로 시의 임무와 사명임을 숙연하게 보여준다. 뒷밭이 우릴 먹여주지 않니 시인은 싫다 너는 학교에서 라디오도 타왔지 않니 취직도 안하고 출세도 안되고 시인이 되어 내려갔을 때는, 나는 네가 시인만은 되지 말길 죽 바랐다, 이젠 객사하지 말라고 기도해야겠다, 어머니는 말했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뒷밭이 북풍한설이어서 굳게 다짐했다 시인이, 나는 아니다 언젠가는 가짜를 들킬 것 같아 두렵다 어쩌다 어머니 말을 잊어먹을 때면 그 짐승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도 한다 그때 깊이 눌러 감추어버렸던 시인이란 것을 들킬까봐 또 나는 무섭다 세상 모든 밭들은 왜 다 기근인가 객사 얘기는 그만하세요 뒷밭은 언제나 우릴 굶겼어요 저는 그냥 방랑만 하는 거예요 시늉만 하는 거예요 ―‘뒷밭’ 부분 시인님이 되느니/땅끝까지 실종되고 말겠다/시인님이 되느니/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겠다//높이지 않아도 시인은/만장처럼 드높으므로/아무리 높여도 시인은/꿇은 상주처럼 낮으므로 ―‘시인님’ 부분 자전적 시임이 분명한 위의 메타시들에서 시인은 시 쓰기를 업으로 삼고 영원한 삶을 견디는 시지프스로 화한다. 평생 뒷밭에서 일을 하신 어머니는 시인이라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들려주던 김삿갓밖에 알지 못한다. 그런데 김병연의 전기를 가능케 한 드라마틱한 방랑과 객사에만 방점을 두어 마치 시인이 되면 반드시 떠돌다가 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듯 아들의 행보를 심려한다. 시인이란 대개 시대의 병폐를 가장 먼저 진단하는 첨병으로 부나 권력과 같은 가치들을 풍자하며 으레 속세를 떠난 듯 자유로운 자들로 통용되지 않는가. 문학을 알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도 시인의 입지가 지닌 이 변방의 좌표가 어렴풋이 짐작되었으리라.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이 겪어야 할 그 정처 없는 빈곤도 싫었겠지만 도무지 숨길 수 없는 저 반역과 모반의 기질, 세상을 척지고 홀로 싸워나가야 하는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이 서늘히 엄습해왔을 것이다. “나보다 더 어두운 짐승”인 어머니에게 불효를 자처하면서 기어이 멋대로 시인이 되어버린 시적 주체는 그러나 간혹 제가 가짜임이 들통날까봐 저어한다. 또 제가 정말 시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것 역시 두려워한다. 자신은 그저 시인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이 되느니 “땅끝까지 실종되”거나 “살처분 당하는 분홍 돼지가 되”고 말겠다는 이 호언장담, 이 비하와 경멸의 자기모멸감 속에는 기실 시의 쪽배로밖에는 이 깊은 생을 건널 재간이 없는 한 사람의 떨림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만장처럼 드높”고 “꿇은 상주처럼 낮”은 이 고결하고도 비천한 이름 곁에 선 시인의 결연함은 슬프도록 장엄하고 눈물겹도록 어리석다. 뭇사람들이 그 눈에서 “죄인”과 “천치”를 읽고 간 미당의 피맺힌 아침과도 같은 부끄러운 혼, 그러나 뉘우치지 않는 그 오만한 자세를 이영광은 어딘가 닮아 있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빈 들은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비끄러맨다/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진다/한 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무한의 지평선을/한그루 장창으로 막아선다 ―‘한점 배후도 없이 나무는’ 부분 맨주먹을 쥐고 눈밭에 선 나무, 시적 주체로 형상화된 이 강인한 나무는 무방비 상태의 싸움꾼이다.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렇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상대는 바람이다. 바람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세력”으로 나무와 교전한다. 제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의 정직한 생의 기록은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홀연한 바람의 태생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나무가 거역할 수 없는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서 육중한 삶을 떠메고 가야 한다면 바람은 무한한 가변성이라는 무상함을 상징한다. 제 몸을 한그루 장창 삼아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 불어오는 지평선을 제압하는 나무 안에는 뜯겨나간 뿌리와 부러진 가지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이 부서진 한 그루의 육체 안에는 삶과 죽음이 온통 뒤엉켜 있어 그 둘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 “나무는, 오직 나무로 지워”지게 된다는 이 유연한 나무의 병법을 통해 시적 주체는 상실과 병폐를 넘어서는 영원한 시지프스의 시 쓰기와 존립을 이루게 된다. 언제나 환한 볕보다는 그늘의 모서리를 맴돌던 시적 주체는 마침내 “한 점 배후도 없이” 맨몸으로 제 삶을 일궈내는 나무가 된다. 당신이 한낱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날 죽여 나는 음 사월 물푸레나무같이 푸르렀습니다 푸르고 튼튼하게 병났습니다 물푸레나무 곁에서 춤추는 물푸레나무같이 기쁨을 못 이겨, 나는 당신이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당신은 한낱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쳐 날 다시 살려내고, 사랑 없는 사랑이 되어 떠났습니다 마른 가을이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듯 나는 모든 기쁨을 힘없이 무찔러 이기고, 음 시월 물푸레나무같이 시들어 병 나았습니다 ―’물푸레나무같이’ 전문 당신이 건넨 “사람의 몸” “사람의 말”로 인하여 병들고 죽어가는 ‘나’는 기쁨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도 당신이 외로웠다고 말한다. 당신이 “사람의 말” “사람의 몸”을 그치자 ‘나’의 병은 나았지만 나는 사랑도 기쁨도 잃은 채 시들게 된다. 시인의 책무란 본래 사람의 것으로 아플 때 죽음과도 같은 병폐 속에서 도리어 시퍼렇게 살아나 그 한없는 외로움을 읊는 것이며, 사람의 것이 떠났을 때 힘없이 시들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상실과 존재의 아포리아 속으로 망명하고야 마는 것이 아닌가. 시적 주체는 이제 자신의 생애보다 오래된 나무의 부동자세가 불러일으키는 바람의 무한수열을 느낀다. 그 바람은 상실과 존재의 원환으로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며 나무의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곳에서 분다. 그 바람을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바람보다 먼저 미치고, 먼저 아프고, 먼저 병들어버리는 자로서 시인뿐이다. 시적 주체는 필연적으로 역설의 폐허에서 기아와 고독과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존재의 상실이야말로 새 존재를 생성해내기 위한 회로의 추동장치로 작동한다. 이영광은 병폐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결국 시를 앓을 때만 존재가 도래할 수 있는 기반을 예비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으로 인하여 시적 주체는 소진되거나 무화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려가는 순간에 시를 통한 삶을 발견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존재로 재탄생한다. 사랑과 상실, 기쁨과 슬픔, 병과 치유, 죽음과 생명이 마치 한몸처럼 붙어 있는 이 역설의 시학은 나무의 존재로 부활하는 이영광식의 신화를 재현하고 있다. 시적 주체는 바람이 일으키는 병폐의 징후를 통해 생사의 영원한 지평 위로 나무의 삶을 고양시키고 재편한다. 그때 들려오는 푸른 존재의 잎사귀 소리는 원래 자기 몸 안에서 울리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천지의 울음을 내재하고 있는 나무의 존재론은 이제 이영광 시의 아이덴티티가 될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를 기억하는 주요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할 것이다. 4. 역설의 폐허에서 자란 존재의 아포리아 2000년대 이후 미정형 주체들의 등장은 기존의 논리로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서정시라는 장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독자적인 체계를 생성했다. 스스로 자기 존재의 기원이 되고자 했던 그들의 시도는 난해함에 유폐된 것일지라도 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명의 의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정치적 추문이라는 2010년대의 현실에 직면한 시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 해체환상유희적 계보에 틈입한 윤리의 맥락 속에서 이영광은 가장 클래식한 발성과 감성으로 노래할 때만이 구축될 수 있는 자기 세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담론보다 광활하고 가변적이며 모순적인 존재로서 ‘끝없는 사람’을 구현하는 시. 그가 세속성의 탐닉이나 언어의 실험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의 좌표를 확보한 까닭은 사람이 가진 그 예외적 불가능성만이 시의 자기복제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너무 나 같아서 나 같지 않”고,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나 같”(‘불을 끄려고 한다’)다고 하는 시적 주체의 음성은 소외와 환멸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메아리다.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세계의 트랙을 돌며 이영광은 미치고, 아프고, 병들어 있는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고 그 상실의 집합들을 지속적으로 출몰시킨다. 병을 앓듯 자신을 오래도록 앓는 자만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 중의성을 비롯한 역설적 언어의 고안은 시 안에 자신의 존재론을 도입하기 위한 장치이자 다의적 층위를 포섭하기 위한 그의 기획을 보여준다. 나무는 나무들 사이로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한 무더기의 푸른빛만이 단지 거기에 남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영광의 숲은 마음껏 길을 잃도록 안내한다. 그는 병들어 있는 주체를 통해 그 존재 자체가 곧 황폐한 세계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현실 맥락 속에 은폐된 이력과 배후를 드러낸다. 그러나 병의 의미가 긍정과 부정의 이중적 층위로 활용되면서 더 깊이 병들어 죽어버리는 지경에 이를 때라야 그 죽음으로서 삶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소외되고 병든 주체의 착란과 광기는 가고 가고 또 감으로써만 이 견고한 세계를 꿰뚫고 장악하고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의 푸른 흔들림으로 산화한 나무의 기투는 결국 “나는 자꾸자꾸 미쳐서 반드시 삶이 되고 말 것”(‘오일장’)이라는 다짐 속에서 두터운 자기 그늘을 겹겹이 축적해간다. “산은 산이다. 산은 산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다.”라는 선문답이 있다. 이 변증법에 의하면 이영광의 시도 나였다가, 나가 아니었다가, 다시 나로 재편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산 채로 죽어보는 건 커다란 일”(‘동구릉’)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영광은 간다. 간다는 말에는 저 피안으로 향하기 위해 이곳의 정신을 놓아버렸다는 뜻도 숨어 있다. 이영광은 간다. 더 잘, 더 곱게 가기 위하여 그는 “나으려 하지 않는 병”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덜 살고 덜 살고 덜 살아서” “숱한 사랑의 말”(‘세한’)을 찾기 위함이다. 그것만이 시지프스가 되어 기꺼이 감당해내야 할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다. 1) 알베르 카뮈, 오영민 옮김, 시시포스 신화, 연암서가, 2014, 201~208쪽. 2) 들뢰즈의 차이(difference)나 레비나스의 타자성(alterity)과 같은 숱한 담론에서 주체와 타자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상호 존립 가능한 관계의 회복은 이영광 시에서 여전히 화두로 존재한다. 3) 최근 두 권의 시집 ‘나무는 간다’(창비, 2013)와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을 대상으로 하며 시를 인용할 때는 작품의 제목만 표기한다. 4) 에스더서 4장 16절.
  • [아하! 우주] 화성에 거미 로봇이…네 다리 달린 셰르파 TT 개발

    [아하! 우주] 화성에 거미 로봇이…네 다리 달린 셰르파 TT 개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년에 걸쳐 4대의 로버를 화성에 보내 현지의 환경을 정밀하게 조사했다. 화성 로버는 그간 수많은 과학적 성과를 거뒀고 이 성과에 고무된 NASA는 5번째 로버를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화성을 탐사하려고 하는 단체는 NASA만이 아니다. 유럽우주국(ESA) 역시 엑소마스 로버(ExoMars Rover)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막바지 테스트로 분주하다. 동시에 엑소마스 로버 다음 타자가 될 후속 로버 개발도 한창이다.ESA의 주요 회원국인 독일항공우주센터(DLR)와 DFKI 로봇혁신센터(DFKI Robotics Innovation Centre) 연구팀은 셰르파 TT(Sherpa TT)라는 바퀴와 다리를 조합한 독특한 형태의 로버를 개발했다. NASA의 큐리오시티 로버나 ESA의 엑소마스 로버처럼 검증된 디자인이 아니라 마치 다리가 네 개인 거미같은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는 복잡하고 거친 지형도 통과하기 위해서다. 셰르파 TT는 무게 150㎏ 정도의 중형 로버로 큐리오시티 로버의 1/6 정도 무게지만, 다리를 모두 펼치면 2.4m로 길이가 늘어나며 높이도 최대 1.8m까지 조절할 수 있다. 반대로 다리를 모두 접으면 폭 1m, 높이 0.8m로 크기가 줄어든다. 당연히 기존의 로버로는 지나기 어려운 바위나 도랑도 쉽게 지날 수 있다. 다만 셰르파 TT를 화성으로 보내기 전에 바퀴가 달린 긴 다리의 내구성과 성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 번 고장 나면 누군가 화성까지 가서 수리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셰르파 TT는 지난해 미국의 사막에서 야외 테스트를 시작했고 올해에는 모로코의 사막으로 자리를 옮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화성과 비슷한 황량한 환경으로는 사막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셰르파 TT가 기존의 화성 로버와 한 가지 더 다른 점은 바로 자율주행 기능이다. 최근에 개발된 자율주행차에 흔히 사용되는 라이더(Lidar), 카메라,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탑재해 인간의 지시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탐사 목표를 찾을 수 있다. 덕분에 평균 초속 0.1m의 느린 속도로 움직이지만, 기존의 화성 로버보다 더 빠르게 탐사가 가능하다. 셰르파 TT는 모로코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는 1.3㎞를 스스로 이동해 목표를 찾아냈다. 현재 ESA와 여러 회원국은 화성 로버는 물론이고 드론 등 다양한 형태의 탐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셰르파 TT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시도가 우주 탐사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주춧돌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실패도 있을 수 있지만, 과거에 성공한 방법만 고집하면 새로운 혁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단지 화성 로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하! 우주] 태양보다 1만 5000배 밝은 ‘슈퍼스타’ 근황 (NASA)

    [아하! 우주] 태양보다 1만 5000배 밝은 ‘슈퍼스타’ 근황 (NASA)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우주에서 마치 화환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거대 별의 사진이 도착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공개한 이 사진은 지구로부터 약 65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RS 퍼피스’(RS Puppis)로, 엄청난 질량으로도 유명하다. RS 퍼피스의 질량은 태양의 10배이며, 크기는 200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빛의 밝기가 태양보다 1만 5000배에 달해 ‘자이언트 스타’, ‘슈퍼스타’로도 불린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RS 퍼피스는 변광성 별에 속한다. 변광성 별은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을 뜻하며, 마치 거미줄에 묶인 듯 두꺼운 먼지 구름에 휘감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NASA는 “RS 퍼피스 주변의 성운이 빛의 메아리처럼 번쩍이고 있다. 이러한 변동과 성운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빛의 메아리 현상을 측정함으로써, RS 퍼피스와 주변 천체와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 남부 천문대의 새로운 우주 망원경으로 연구한 결과, 지구와의 거리는 약 6500광년으로 밝혀졌다. RS 퍼피스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자세히 보면 촬영 시기에 따라 주위를 감싸고 있는 먼지 구름의 모습과 작은 별들의 위치가 달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거미를 좀비로 만들어 조종하는 기생 말벌 발견

    [핵잼 사이언스] 거미를 좀비로 만들어 조종하는 기생 말벌 발견

    기생은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많은 생물이 이 방식으로 삶을 영위한다. 일반적으로 기생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는 동물도 예외가 아닌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말벌이다. 다양한 기생 말벌이 다른 곤충이나 절지동물을 숙주로 삼아 자신의 애벌레를 안전하게 키우고 성체가 되면 독립생활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숙주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생 말벌이 발견됐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필리페 페르난데스-포이어는 에콰도르의 열대 우림에서 사회적 거미의 일종인 아넬로시무스(Anelosimus eximius)의 생태를 조사하던 중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이 거미는 여러 개체가 하나의 공동 군집을 이루는 사회적 곤충으로 평생 둥지를 떠나지 않는데, 일부 거미가 둥지를 이탈해 거미줄로 고치 같은 구조물을 만드는 행동을 보였다.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 거미의 복부에서 숙주의 체액을 빨아먹는 자티포타(Zatypota)속의 기생 말벌 애벌레가 발견됐다. 이 기생 말벌은 숙주인 거미에 알을 낳은 후 여기서 부화한 애벌레가 숙주의 체액을 빨아먹으면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는 애벌레를 보호할 뿐 아니라 꾸준히 영양분을 섭취해 애벌레에 공급한다. 더 놀라운 일은 애벌레가 성체로 변태를 할 때가 되면 군집을 벗어나 고치를 만들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기생충의 사례는 종종 보고되지만, 대개 톡소플라스마처럼 뇌에 감염되는 경우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고 과잉 행동을 해 고양이에 쉽게 잡아 먹힌다. 이런 방법으로 톡소플라스마는 최종 숙주인 고양이의 체내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 경우는 숙주의 몸 밖에서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고 본래는 전혀 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숙주의 행동을 몸 밖에서 정밀하게 조종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기생 말벌의 존재는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데 좋은 동물 모델이 될 수 있다. 절지동물보다 훨씬 복잡한 사람의 뇌는 이렇게 쉽게 조종할 순 없겠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사람의 뇌보다 연구가 쉽다. 앞으로 후속 연구 역시 기대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는 형님’ 거미 “박효신-린과 노래방, 점수는..”

    ‘아는 형님’ 거미 “박효신-린과 노래방, 점수는..”

    가수 거미가 동료 가수들과 노래방에 갔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15일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에는 가수 김범수와 거미가 일일 전학생으로 출연한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명품 보컬’인 두 사람이 시청자들에게 감미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노래뿐 아니라 풍성한 에피소드를 전하며 반전 예능감까지 뽐낸다. 최근 진행된 ‘아는 형님’ 녹화에서 강호동은 “거미와 김범수 같은 가수들도 평소 노래방에 갈까”라며 궁금증을 드러냈다. 이에 거미는 “81년생 가수 친구들끼리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박효신, 린 등과 함께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불렀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형님들이 “노래방 점수는 잘 나오나”라고 묻자, 거미는 “점수는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때 김영철은 “나는 기본 99점 이상 나온다”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자아냈다. 15일 토요일 오후 9시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와우! 과학] 거미를 좀비로…숙주 마음대로 조종하는 말벌 발견

    [와우! 과학] 거미를 좀비로…숙주 마음대로 조종하는 말벌 발견

    기생은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많은 생물이 이 방식으로 삶을 영위한다. 일반적으로 기생하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는 동물도 예외가 아닌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말벌이다. 다양한 기생 말벌이 다른 곤충이나 절지동물을 숙주로 삼아 자신의 애벌레를 안전하게 키우고 성체가 되면 독립생활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숙주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생 말벌이 발견됐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필리페 페르난데스-포이어는 에콰도르의 열대 우림에서 사회적 거미의 일종인 아넬로시무스(Anelosimus eximius)의 생태를 조사하던 중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이 거미는 여러 개체가 하나의 공동 군집을 이루는 사회적 곤충으로 평생 둥지를 떠나지 않는데, 일부 거미가 둥지를 이탈해 거미줄로 고치 같은 구조물을 만드는 행동을 보였다.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 거미의 복부에서 숙주의 체액을 빨아먹는 자티포타(Zatypota)속의 기생 말벌 애벌레가 발견됐다. 이 기생 말벌은 숙주인 거미에 알을 낳은 후 여기서 부화한 애벌레가 숙주의 체액을 빨아먹으면서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는 애벌레를 보호할 뿐 아니라 꾸준히 영양분을 섭취해 애벌레에 공급한다. 더 놀라운 일은 애벌레가 성체로 변태를 할 때가 되면 군집을 벗어나 고치를 만들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기생충의 사례는 종종 보고되지만, 대개 톡소플라스마처럼 뇌에 감염되는 경우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지고 과잉 행동을 해 고양이에 쉽게 잡아 먹힌다. 이런 방법으로 톡소플라스마는 최종 숙주인 고양이의 체내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 경우는 숙주의 몸 밖에서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고 본래는 전혀 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숙주의 행동을 몸 밖에서 정밀하게 조종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기생 말벌의 존재는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데 좋은 동물 모델이 될 수 있다. 절지동물보다 훨씬 복잡한 사람의 뇌는 이렇게 쉽게 조종할 순 없겠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사람의 뇌보다 연구가 쉽다. 앞으로 후속 연구 역시 기대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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