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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한파 매서워도 良書는 살아남는다

    새 밀레니엄이 눈앞에 바짝 다가섰다.지난 천년을 보내고 새천년을 맞는 설레임이 온 사회를 뒤덮고 있다.희망과 도전,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 가운데에서도 어제를 돌이켜 보고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필요하다.대한매일은 이를 위해 지난 10년 시대정신에 활기를 불어 넣은 양서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살펴보았다.교수와 출판사 대표 등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각 분야별 서적을 점검해 본다. ◆인문·사회◎제3의 길(앤서니 기든스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정책 배경을 이룬 이론.갈브레이드의 ‘불확실성의 시대’,토플러의 ‘제3의 물결’,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등에 이어 사회과학서적으로는 예외적으로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제3의 길’은 아직껏 ‘진행형’이지만 미래의 통찰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21세기에도생명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죽이기(강준만 지음,개마고원 펴냄) 우리사회의 전라도 차별주의를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사회 의식,즉 지식인의 이중성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비판한다.오피니언 리더들의 약점을 폭로해 지식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탈식민지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조혜정 지음,또하나의 문화 펴냄) 일상적 삶의 구석구석을 우리의 시각으로 들여다 본다.서구 학문의 권위나거대 담론에 기대어 말하는 것만을 학문인양 여기는 지적 풍토를 비판하고있다. ◆문화·예술◎욕망,그리고 도시와 문화-호모 픽토르 1(이화여대 기호학연구소 지음,호영 펴냄) 문화연구와 인간의 욕망구조를 접목시켜 우리의 일상을 해부한다.90년대 최신 대중영화에서부터 일상용어,춤 등의 문화현상을 통해 현대인의 의식에 노비(奴婢)심리가 각인돼 있음을 밝혀내는 등 다양한 시선으로 우리 일상생활을 탐구한다. ◎한국건축의 재발견(김봉열 지음,이상건축 펴냄) 옛 건축의 씨줄과 날줄을꿴 순례기로,건축만이 아니라 그 건축을 낳은 시대는 물론 사람과 정신을 알려준다.‘시대를 담는 그릇’,‘앎과 삶의 공간’ ‘이 땅에새겨진 정신’등 전 3권으로 이뤄졌다. ◎우연 또는 필연(강운구 지음,열화당 펴냄) 70년대 이 땅의 아름다운 것들과 빛나는 영혼들,그리고 그들을 질곡하는 온갖 악들을 정직하고도 준열하게 보여준다.황석영의 ‘객지’,신경림의 ‘농무’ 등에서 뛰어나게 형상화된이 땅의 모습과 사람살이 사진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과학◎새로운 생물학-자연속의 지혜의 발견(로버트 어그로스 등 지음,범양사 펴냄) 상대론·양자론 등 뉴턴 역학의 한계를 극복한 현대 물리학의 혁명이 생물학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생물학의 접근방식의 변화를 촉구한다.서울대 김상종 교수는 “생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생물학을 연구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면서 “자연과학도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하다”고 말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린 마굴리스 등 지음,지호 펴냄) 생명체를 경쟁과 정복의 관계로 해석한 다윈의 ‘진화론’을 뛰어 넘어 ‘생명체의 평등과 공생의 관계’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생명 및 환경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 깔려있다.과학서적에 대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읽는 재미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거미의 세계(임문순 등 지음,다락원 펴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거미의 종류,생활사,생태 등을 알려주고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게 해준다.‘생물생태의 교과서’의 전범을 제시하는,가치가 큰 책이다. ◆역사◎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한국역사연구회 지음,청년사 펴냄) 90년대를 대표하는 책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이들은 80년대가 이데올로기와 사회과학의 시대였다면 90년대는 역사학 대중화,문화적 개성의 발흥기라고 구획하면서 이 책이 그 결절점에 놓여있다고 말한다.용인대 이동철교수 등은 “향후 한국 역사학계를 이끌 소장학자들이 역사의 대중화에 새로운모범을 제시한 책”이라고 평가한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 지음,들녘 펴냄) 기술의 엄밀성과 분량의 방대함으로 일반인들이 외면하는 조선왕조실록을 쉽게 풀이한 값진 책. 역사서로는 드물게 1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장의덕 개마고원 사장은 “역사의식만을 강조하는 여타 역사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김상종 서울대 교수,유지나 동국대 교수,이동철 용인대 교수,김학원 푸른역사 대표,이기웅 열화당 대표,이원중 지성사 대표,장의덕 개마고원 대표,한철희 돌베개 대표. 정기홍기자 hong@
  • [김상웅 칼럼] ‘역사의 그물코’를 아는가

    한때 거미줄법이란 것이 있었다. 힘없는 미물이나 걸리고 참새 정도만 돼도거침없이 뚫고 나갔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검찰총장이나 장관도 비리가 드러나면 가차없이 법망에 걸린다. 법의 존엄성과 공정성이 확립되고 있음을 말한다. 우리사회가 법치주의에다가선 것이다. 비리가 드러나면 누구라도 법망(法網)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법망에는 실정법의 위반자가 걸려든다. 문제는 법망은 두려워 하면서실정법이 아닌 자연법과 ‘인도의 법칙’에 반하는 자들이 걸리는 사망(史網)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직자가 거짓을 말하고 정치인이 법을무시하고 언론인·지식인이 곡필을 휘두르는 것이 이에 속한다. 법망에는 시효가 있지만 사망에는 시효가 없다. 그래서 법망을 피하고 사망에 걸리더라도 당장에는 불편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곧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 군사독재자의 말로와 고 문을 일삼던 하수인들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에게 논리와 계략을 제공하고 여론을 오도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역사의 바른 길을저해한 지식인·언론인들에 대한 역사의심판이 더디다는 점이다. 법망이 비교적 촘촘한 데 비해 사망은 아직도 듬성듬성하고 이를 지켜보는 사안(史眼)도 총명하지 못한것 같다. 역사가 ‘눈멀고 귀먹어’범죄자들을 놓치면 천망(天網)이 기다린다. 시간이 가더라도 하늘의 그물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노자(老子)가 말한 ‘천망회회(天網恢恢)소이불실(疎而不失)’이다. 역사마저 심판하지 못하면 하늘이 심판한다. 아무리 교활하고 치밀하고 속임수를 쓰더라도 천망을 벗어난 자는 하나도 없다. 역사의 법망이 두렵다면 실정법이 삼심제를 거치듯이 역사와 하늘의 이치도 삼심을 두고있다. 인간의 역사가 진보와 문명을 일궈 여기까지 온 것은 선과 악, 죄와 벌을 심판하고 징벌하는 실정법이라는 형이하학적인 법제와 자연법과 사망과 천망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장치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실정법을 준수하면서 살면 된다. 허나 공인은 역사를 의식하면서 살아야 한다. 최근 국가기강을 문란시킨 공직자, 언론인들의 탈선은역사는커녕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당장의 이해에 집착한 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논어에 “사람이 먼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눈앞의 우환이 있다”(人無遠廬必有近憂)고 했다. 제2차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와 도쿄의 전쟁범죄재판은 전범들에게 ‘인도의 법칙’과‘공공양심의 요구’라는 자연법을 적용하였다. 이들 법정은 “그들을 처벌하는 것이 부정이 아니라 그들의 악행이 처벌되지 아니하고 방치되는 것이야말로 부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정법을 넘어서 자연법으로 전쟁범죄를 다스린 것이다. 우리가 친일파 청산이나 매국노재산환수 그리고 독재정권에 부역한 지식인과 언론인에 대한 자연법적 청산을 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세우지 못하고 사망과 천망에만 의존한 것은 당대인들의 직무유기다. 군사독재에 부역해온 언론인·지식인들이 국민의 정부의 개혁을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한 정부의 처리과정에 문제가 없는 바아니지만 일부 언론의 행태는 비판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같다. 사자의 포효에는 벌벌 떨다가 사자시체에는 가장 먼저 덤비는 하이에나언론의 행태를 드러낸다. 요순시절에도 환도(驩兜) 공공(共工) 곤(鯤) 삼묘(三苗) 등 악한들이 있었다.‘국민의 정부’시대라고 비리가 없겠는가. 물론근절시키지 못한 것은 정부책임이다. 그렇지만 실패한 로비를 마치 정부의총체적 부정과 도덕적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은 개혁을 두려워한 하이에나들의 반격으로 볼 수 있다. 개혁과 투명성을 두려워하는 하이에나들은 ‘사자의 상처’를 놓치지 않는다. 우물 밖 개구리 안목이라도평생을 우물 밖으로 나와보지 않은 개구리가 있었다. 어느날 다른 개구리가한마리 나타났다. “넌 어디서 왔지?” “호수에서 왔다”불청객 개구리가말했다 “호수라고? 어떻게 생긴거니? 내 우물만큼 커?” 호수에서 온 개구리가 웃으며 말했다.“비교도 안돼”우물안 개구리는 불청객 개구리가 말한호수에 관심을 보이는 척했으나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내 평생 이렇게 뻔뻔스러운 거짓말쟁이는 처음이야.”(앤소니 멜로, ‘철학자의 반란')‘우물안 개구리’적 사고로 새시대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우물 밖 개구리’정도라도열린 생각을 가질 것인가. 공직자, 언론·지식인들이 역사의 그물코를 두려워하면서 바른 처신, 공정한 글쓰기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김상웅 주필
  • 겨울이면 도지는 빨간 볼

    사소한 감정 변화나 약간의 온도 차이에도 금새 얼굴이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증.겨울엔 실내외 온도차가 심해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고,주변 사람들로부터놀림받기 십상이다. 안면홍조증은 피부 진피내의 가는 모세혈관들이 확장돼 생긴다.좀더 심해지면 나뭇가지나 거미줄 같은 모세혈관이 드러나 보이는 모세혈관확장증으로발전하기도 한다.선천적으로 피부가 희고 얇은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안면홍조증과 모세혈관 확장증은 체질적 원인이 크다.하지만 피부연고제 오·남용이나 잘못된 피부관리 등 예방 가능한 요인도 많다.다음은 차&박 피부과 레이저클리닉 박연호 원장이 전해주는 예방과 관리 요령. 먼저 자가처방에 의한 피부연고제 사용은 금물이다.피부염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연고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이것을 쓰면 일시적으로 얼굴이희어지고 화장도 잘 받는 것 같지만 오래 사용할 경우 피부가 얇아진다. 여드름이나 피부염,주사, 알레르기피부염 등 피부질환은 안면홍조증 원인이 되므로 미리 치료해야 한다.자외선은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섬유를 파괴해 모세혈관을 확장시키므로 외출시에는 반드시 자외선차단제를 바른다.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피부보호를 위해 뜨거운 물 목욕이나사우나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외출시에는 보습크림을 가볍게 바르고 마스크를 착용한다.심한 피부 마사지,자극이 강한 화장품이나 향수 사용을 자제한다.맵거나 뜨거운 음식 커피 술 담배 등도 안면홍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제해야 한다. 치료엔 주로 냉동요법이나 레이저요법을 쓴다.요즘엔 레이저요법이 많이 쓰이고 효과도 좋은 편이다.레이저 편광렌즈를 통해 피부속 모세혈관을 투시하며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다.보통 2∼3달 간격으로 3∼5회 치료를 받으면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임창용기자]
  • ‘상상의 寶庫’ 그리스신화 여행

    ◆‘신화속으로…' ‘그리스신화' 신화(神話)는 수천년동안 우리 인간에게 영감을 전해온,인간 역사의 기록이다.그리스·로마신화를 모르고는 단테의 ‘신곡’을 이해하기 힘들고 천체의행성과 별자리도 관측하기 어렵다.신화학자인 마이클 그란트는 “신화는 인간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역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웅진출판사가 펴낸 ‘신화속으로 떠나는 언어여행’(아이작 아시모프 지음,김대웅 옮김)과 ‘그리스신화’(김홍래 지음,최민오 외 3명 그림)는 일반인과 중·고교생 및 초등학생들이 그리스의 신 이야기에서 서구 단어와 문화의뿌리를 찾는 흥미로운 신화 여행기이다. 미국의 SF작가 아시모프가 쓴 ‘신화속으로…’는 그리스신화에 숨어있는언어의 뿌리를 탐구하면서 서양문화의 근원인 과학분야를 색다른 관점에서조명하고 있다.값 8,000원. 예컨대 그리스신화의 죽음의 덫을 의미하는 ‘시렌’에서 ‘사이렌’이 유래됐고,태양에서 불을 훔쳐 인류에게 전한 ‘프롬테우스’에서 ‘프로메튬’이 유래됐다고 소개한다. 그는 1911년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불길한 이름 때문에 침몰했다고밝힌다.대지의 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자손인 티탄(titan)족은 야만적이고 파괴적이어서 세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그리스신화’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그리스신화를 재미있게 엮었다.값 8,000원. 세상과 사람이 태어난 이야기,신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꽃과 나무랑 거미랑메아리가 태어난 이야기,용감하고 슬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등 4부로 나누어 싣고 있다. 작가는 “2000년전의 그리스는 작은 나라이고,힘센 나라도 아니었지만 하늘과 땅이 생겨난 순서부터 온갖 것까지 마음대로 상상하고,이를 글과 그림,조각과 건축물로 남겨 현대 문명의 어머니라 불린다”면서 “그리스신화는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라를 통한 창의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주·정기홍기자
  • 무당거미서‘황금실’뽑는다

    국내 연구팀이 한국산 무당거미(학명 네필라 클라바타)에서 고효율의 단백질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세계 최초로 분리해냈다. 생명공학연구소 곤충자원연구실 박호용(朴鎬用)박사팀은 한국산 무당거미의 장(腸)에서 단백질 분해효소를 생산하는 새로운 미생물을 분리하는 데 성공,‘아라니콜라 프로테올리티쿠스 HY-3’로 명명하고 국제학회에 보고했다고16일 밝혔다.미생물에서 생산되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대한 물질특허도 국내외에 출원했다. 이 미생물에서 나오는 단백질 분해효소는 섭씨 4∼16도의 저온과 10%의 매우 높은 염분농도에서도 안정된 효소활성을 나타내 세척력이 우수한 세제와소화제·소염제 등 의약품개발에 적용될 수 있어 산업적 응용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의 배양방법이 매우 간단하며 배양시간도 하루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정제·분리가 비교적 간단해 대량 생산체제가 가능하다고밝혔다. 세계 효소시장 규모는 연간 1조6,000억원이며 몇몇 선진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국내 세제용 효소시장도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그 시장규모는 연간 600억원에 달한다. 함혜리기자 lotus@
  • [기고] 부채비율 200%규제와 ‘大宇 교훈’

    대우그룹의 붕괴로 차입경영의 성장신화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됐다.특히 올연말은 재벌이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어야 할 시한이기에 대우사태가 던져주는 충격은 그만큼 더 크다고 하겠다.정책과 현실이 따로 맴돌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IMF 이후 정부의 재벌에 대한 부채비율 축소요구 자체는 매우 타당한 것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총론적인 방향설정은 옳았으나 정책추진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정부는 충분한 논리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99년 말까지 부채비율 200% 축소’를 마치 긴급경제명령인 양 재벌에 요구했으며 정치권은재벌의 정책수용 여부를 통치력의 시금석으로 간주하고 재벌에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독려한 만큼 재벌의 재무구조 건전성이 높아진 것 같지는 않다.부채비율 200% 축소 지시는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할수록 역설적으로 재벌에는 ‘종이호랑이’로 비춰지기 십상이다.상황논리에 입각한 그리고 시장원리를 우회한 정치적주문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벌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구체적으로 부채비율은 기업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부채비율 200% 고집은 경직된 정책발상이라는 것이다.지시적 규제는 반드시 ‘규제회피행위’를 유발하게 된다.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순환출자를 통한 부채비율 낮추기가 규제회피 행위의 전형인 것이다. 순환출자란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늘려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A사가 100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우선 B사의 유상증자에 참여,50억원을 출자한다.B사는 C사에 30억원을 출자하고 C사가 다시 A사에 10억원을 출자한다.이렇게 되면 A사는 자본금은 110억원으로 증가하게 되나 실제 자본금은 100억원이며 나머지 10억원은 ‘거품’이다.계열사간의 거미줄 같은 재무적 연결망을 감안할 때,순환출자 규모나 내역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단서로써 우회적으로 순환출자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있다.98년 30대 재벌그룹의 출자총액은 17조7,000억원에서 99년 4월 29조9,000억원으로 무려 12조2,000억원이 증가했으며,계열사에 대한 출자분은 10조9,000억원으로 전체 출자증가분 가운데 89%에 달하고 있다.이는 재벌이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늘려 인위적으로 부채비율을 짜맞춰 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며,사전적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한편 정부의 저금리정책도 문제가 있다.시장금리가 떨어져 이자부담이 크게 경감된 상황에서 어느 재벌이 부채규모를 줄이겠는가? 저금리정책으로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이했고,재벌은 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척’했을뿐이다.IMF 직후의 고금리정책이 부적절했던 것처럼 무리한 저금리정책도 재벌의 채무조정을 미루는 결과를 초래했다.결국 시장을 우회한 지시적 규제로는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없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도산 위험이 높아진다.대우사태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도산확률이 높은 기업은 당연히 가산금리를 물어야 하며,고부채로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기업은 적대적 기업사냥(M&A)의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퇴출돼야 한다.따라서 자율적 부채조정의 관건은행정명령이 아니라자금시장,경영권지배 시장,도산관계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정비돼 있는가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재벌의 고부채 비율을 초래하게 한 제도적 유인구조의 왜곡을 바로잡아 ‘시장의 힘’에 의해 부채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추진의 합리성과 유연성을 제고하는 일이다.또한 재벌은 부채조정이 공익차원이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일임을 명심해야 하며 대우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시장은 더이상 과다차입경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생존전략인 것이다.대우그룹의 부침과정에서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조동근 명지대교수.경제학 dkcho@wh.myongji.ac.kr
  • 정호승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49)을 일컬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인’이라고 한다.그런데 그 ‘아름답다’거나,‘서정적’이라는 단어는 한국문단에서는 때론 ‘아름답기만 하다’거나,‘서정적이기는 하다’는 비아냥거림이 되기도 한다. 정호승 역시 그런 인식의 피해자라고 할만하다.그렇게 된 이유는 지난 97년 펴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가 ‘너무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는것이다.아예 안팔리거나 적당히 팔리면 인정받다가도,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순간부터 문학성을 의심하는 것이 우리 문단의 이상한 현실이다. 그런 정호승이 일곱번째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창작과 비평사)를 냈다.이 시집 역시 앞선 ‘사랑하다가…’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이라고 ‘비판’받을 만 하다. 이 시집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은 왜 그의 시가 호응 받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그의 시는 결코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감싸안고 고뇌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고뇌를 고뇌 답지 않게 맑고 따뜻하게,때로는 희화적으로 극복한 결과 도달한 지점은 극단적인 고뇌를 통해 다다른 곳에서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그것이 그를 소녀들의 취향에 영합하기만 하는 대중시인과 거리를 두게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문학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 조차,이 시집이 가진 긍정적 의미의 대중성을 부각시키려하기 보다는,애써 대중성을 부정하는 시편에서의미를 찾으려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어쩌면 그것은 시인에 의해 어느 정도의도된 것인지도 모른다.이른바 문학성을 증명해보여야 자신의 본령인 서정성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경주박물관 앞마당/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있는 화단가/목잘린 돌부처들나란히 앉아/햇살이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자기머리를 얹어본다 소년부처다/누구나 일생에 한번씩은/부처가 되어보라고/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정호승이 던지는 화두(話頭)는 ‘소년부처’처럼 어려운 법이 없다.짝을 이루는 ‘햇살속으로’도 마찬가지다. 경주박물관에 가면/몸은 온 데 간 데 없고/돌부처의 머리만 길가에/쓸쓸히앉아있다 나는 어느 여름날/…/그 돌부처의 머리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내 머리를그 자리에 떼어놓고/돌부처의 머리를 내 머리에 얹고는 천천히 길을 걸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의를 ‘들녁’처럼 간결하면서,훈훈하게 표현하기도어려울 것이다. 날이 밝자 아버지가/모내기를 하고 있다/아침부터 먹왕거미가/거미줄을 치고 있다/비온 뒤 들녘 끝에/두 분 다/참으로 부지런 하시다 한권의 시집에서 이것 이상 어떤 엄청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오늘 지하철을 타거든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를 읽어볼 일이다.그러다 진짜 눈물이 나면 잠깐 내렸다가,다음 전동차를 타도 좋을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새 영화]

    ◆ '댄스 위드 미' ‘아메리카의 흑진주’ 바네사 윌리엄스가 춤으로 스크린을 휘어잡았다.뮤지컬배우이자 가수,영화배우인 바네사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댄스 위드 미’가 23일 개봉된다.특히 이 영화는 최근 맹위를 떨치고 있는 라틴문화의 한 흐름을 잇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라틴문화의 첨병은 역시 라틴음악.올 초에도 가수 리키 마틴은 ‘리빙 라 비다 로카’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고,푸에토리코 배우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 음반을 내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다.영화 쪽에서의 라틴문화는 전통적으로 강세다.‘달콤 쌉싸름한 초컬릿’‘맘보 킹’‘거미여인의 키스’ 등이 모두 라틴문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댄스 위드 미’는 댄스 교습소에서 일하는 쿠바 청년 라파엘(샤이안) 과 남편에게 버림받은 댄서 루비(바네사 윌리엄스)의 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그린다.영화는 살사·컨트리 투 스텝·이스트 코스트 스윙·파소 도블레·메렝게·퀵 스텝 등 온갖 라틴 댄스들로 출렁인다.그런 만큼 영화가 주는 시각적즐거움이 만만찮다.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모하는 여인을 품에 안는다는 단선적인 스토리 라인이 고만고만한 작품에 머물게 한다.‘작은 신의 아이들’을 연출한 미국 여성감독 랜다 헤인스의 작품으로선 아무래도 평균을밑도는 영화다. [김종면기자]
  • [촬영현장] EBS 카메듀서 이의호씨

    지난 14일 제주 시가지를 벗어난 지 10여분만에 들어선 어승생 계곡의 공동묘지.땅거미가 지자 동시에 풀벌레들의 노래도 요란해졌다. “찡 찡 찌르릉” 여태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찡찡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마치 옥구슬을 굴리는 소리처럼 맑고 청아하다. EBS-TV가 2000년 설날특집으로 방영할 예정인 자연다큐 ‘풀섶의 세레나데’의 마무리작업에 한창인 이의호 카메듀서(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조합어) 등 제작진이 이곳 공동묘지에서 작업한 지도 이번이 세번째. 제작진은 지난 3월부터 강원도 영월의 동강에서부터 충남 안면도,제주도 등을 들락거렸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곳을 찾아야 했다.논밭이 근처에 있으면 농약 때문에 다양한 풀벌레들을 만나기 힘들었다.또 다른 적은 소음.도로가 인접해있으면 풀벌레들의 사랑노래를 담을 수 없었고 결국 수년째 농사를 짓지 않은묵밭이나 해안가 초지,묘지 만한 곳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묘지옆에서 잠들기가 몇번이었던가.텐트를 치고 겨우 몇분의 방송분량을 담기 위해 기다리다 동터오는 새벽을맞기일쑤였다.제작진은 갑자기 들려오는항공기 소음과 씨름하고 조명을 들이대면 달아나는 곤충 찾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이 다큐는 소음으로 가득찬 도시와 이곳 벌레들의 서식처를 대비해줌으로써자연스럽게 환경의 중요성을 사람들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도시 아이들이 모르고 어른들도 잊어버린 철써기,여치,쌕새기,방아깨비,풀종다리,긴꼬리,방울벌레 등 20여종의 다양한 삶의 소리들이 안방에 전달된다.제작진은 이를 ‘곤충교향곡’이라 이름붙였다. 봄에 이들이 번데기에서 부화하여 애벌레로,곤충으로 자라나기까지의 과정과 유인해낸 암컷에게 달콤한 체액을 ‘선물’하고 짝짓기를 벌이는 사랑장면도 저속촬영 등으로 담아냈다. 이 카메듀서는 이번에 찾아낸 벌레들의 서식지가 초등학생을 비롯한 채집광들의 표적이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다.한때 반딧불이가 유행해 수집붐이 일었던 것을 기억하는 탓이다. 1년 내내 제작한 자연다큐 ‘논’으로 지난 해에도 적지 않은 상찬을 받았던 그는 “환경보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뛰어난 효과가 있다”며 “EBS가 아니고서는 기획과 제작에 1년이걸리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국가신경망 마비사고 잦다

    지하철 공사장이 대형사고의 ‘뇌관’ 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에는 가스관과 통신케이블 등 국가 기간산업 관련 설비가 대량 매설돼있다.그러나 시공회사와 감독 당국의 안전 불감증으로 8일에는 서울의 한 지하철 공사장에서 불이 나 통신케이블을 태우는 바람에 일대 주택은 물론 국방부와 검문소 및 파출소 전화까지 불통되는 사태를 빚었다.이날 새벽 4시17분쯤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공사장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불이 나 지하 7m를 통과하는 지름 7.7㎝짜리 대형 통신케이블 25가닥,20m 가량을 태웠다. 이로 인해 용산구 이태원동,갈월동,남영동,한남동 일대 2만3,200여가구와국방부 청사,용산경찰서 관내 13개 파출소의 전화가 불통돼 큰 불편을 겪었다.금융기관과 기업 등에서도 전화와 팩시밀리,전산망 등이 끊겨 애를 먹었다. 전문가들은 “통신케이블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노출돼 있는 데다화재에 대비한 방화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24곳에서 지하철 6∼8호선 공사가진행중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외부 공사로 지하 전력 케이블이 파손된 사고는 97년 64건,98년 43건,99년 1∼6월 21건 등이 발생했다.지하철 공사 등으로 매달 4건 이상의 정전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서울시내 땅 밑에는 2만V 이상의 고압선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어 방심하면 고압선을 건드리기 십상”이라고 말했다.그는 “공사 부주의로 인명 피해는 물론 정전으로 인한 막대한 재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공사 현장 직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서울 구로4동 지하철 7호선 공사현장의 지반이 침하됐다.이로 인해 주변 80여가구의 건물이 뒤틀리고 균열이 생겨 주민들이 보상을요구하는 등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를 빚었다. 지하철공사에 대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6년부터 지난 6월까지 지하철 공사장 안전 사고로 28명이 숨지고,363명이 부상했다. 회사원 김광섭(金光燮·36·은평구 응암3동)씨는 “지하철 공사현장을 지나다보면 장비 등이 도로를 막고 있어 불편할 뿐 아니라 도로에 작업용 전선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사고 위험성이 많다”고 말했다. 조현석 이창구기자 hyun68@
  • 수해지 쓰레기와 전쟁

    수해 쓰레기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4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도산동 미군2사단 앞.거미줄처럼 얽힌 좁은 골목에는 소파,침대,의자,옷가지들이 떠내려온 흙과 범벅이 돼 수십개의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시청측은 물이 빠진 지난 3일 한차례 쓰레기를 수거했으나 골목이 좁아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청소차량이 드나들 수 없어 군 장병들이 쓰레기를 일일이 자루에 담아 치우는 것이 고작이다.보일러에서 새어 나온 기름냄새마저 진동해 머리가 아플 정도다. 동두천시 중앙동 일대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넘친 오물과 분뇨,김치 등 음식물 썩는 냄새로 숨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한 쇼핑센터에서는 썩은 생선만 3t이 나왔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물난리로 서울,경기도,강원도에서만 약 5만여t의쓰레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경기도에서만 4만400여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경기도에서 8,020채의 침수 가구마다 무려 5t씩 쏟아내는 셈이다.경기도 파주시 3,369가구에서 나올 1만6,845t의 수해 쓰레기는 파주시가 하루에 처리하는 용량 136.2t의 100배가 넘는다. 경기도는 경기 남부지역 시·군,군부대 및 민간단체로부터 집게차,소형 트럭 등 60여대의 차량을 지원받아 연천,파주지역을 중심으로 쓰레기 처리에나섰다.중앙재해대책본부는 경기도와 강원도 24곳에 임시적환장을 설치,쓰레기에서 물기를 뺀 뒤 매립지로 운반할 예정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경기도 김포 수도권매립지의 매립비용은 1t당 1만6,000∼2만원선.운반비까지 합하면 쓰레기의 운반·매립에만 최소한 수십억원이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떠내려온 흙더미 처리는 더 골치아픈 문제다.수해지역에 남은 엄청난 양의흙이 하수도 등을 통해 하천으로 유입,하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하천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아 제2의 물난리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컴퓨터 정보 흐름-미 정부감시 논란

    ?워싱턴 최철호특파원?앞으로 미국내에서 컴퓨터를 통해 오가는 모든 정보는 정부의 감시하에 놓이게 된다는 백악관 발표에 찬반 양론이 뜨겁게 일고있다. 샌디 버거 미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28일 국가 컴퓨터망이나 중요정보데이터베이스에 침입하는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컴퓨터의 정보흐름을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감시망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초안을 마련한 이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03년까지이른바‘연방침입탐지 네트워크’(Federal intrusion detection network)라는 감시 프로그램 및 시스템을 마련,컴퓨터끼리 주고받는 정보를 감시,이네트워크에 무단 침입하려는 신호를 가려내 차단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이미 미국방부에는 이와 비슷한 소규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번에개발되는 것은 비군사 정부네트워크내 컴퓨터 활동을 파악해주는 첨단 소프트웨어와,국가재정운영망이나 연방항공국(FAA)등 금융 통신 운송등 분야에침입하는 이상 신호를 추적할 수 있는 방대한 시스템 등 두부분으로 이뤄져규모가 확대됐다. 거미줄같은 기존 컴퓨터망의 중요 길목에 지키고 있다가 특정 신호를 가진정보흐름을 가려내 추적,차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버거 보좌관은 정보화시대에 국가안보는 바로 정보 인프라 보호에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이 계획을추진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NSC의 추진배경에는 지난 5월 FBI의 수사에 반발하는 해커들이 백악관을 비롯,국방부,FBI 웹사이트에 마구 침입해 휘젓고 다닌 사고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이 계획에 커다란 우려를 표시하며 반대하고나섰다. 계획대로라면 컴퓨터로 이뤄지는 모든 개인 사생활이 전부 파악될수있게 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묘사된 ‘빅 브라더’와 같은 막강한 감시능력을 드디어 행정부가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있다. 시민자유연맹의 한 책임자는 “단지 ‘정부를 믿으라’는 말 하나로 컴퓨터정보흐름 모니터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정부에게 내줄 수는 없다”면서 다른시민단체와 연대, 저지활동에 나설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야심찬 이 계획의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 [대한매일 창간95]“꿈에서 보았던 그 세상 눈앞에 펼쳐진다”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 구축된 멀티미디어 사회’-21세기로 접어드는 우리는 새로운 ‘생활 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20세기의 문턱에서 겪었던 극심한 삶의 변화가 눈부신 정보통신의 발전을 타고 다시 우리에게 찾아온 것이다.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개인과 기업·정부의 노력이 활발하다.신문명의 풍요는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 재구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인류의 삶이 첨단 정보통신의 기반위에 재구성되는 혁명의 세기가 다가왔다.그 한가운데에 ‘디지털’과‘멀티미디어’가 있고,‘광속(光速) 네트워크’는 그 에너지를 거미줄처럼 엮어내는 혁명의 동맥이다. 현재 마무리 개발단계에 들어간 초고속 인터넷,IMT-2000,디지털 방송,홈네트워킹 등 신기술이 현실화돼 펼쳐지면 인류의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이제껏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된다. 전자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정치 참여의 틀을 바꾸고,사이버 공간을 새로운무대로 확보한 산업활동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펼쳐지게 된다. 사무환경이 가정에 그대로 옮겨져 재택근무나 ‘나홀로 사업’도 폭발적으로 증가할전망이다. 인류가 수천년 동안 쌓아올린 지식의 보고는 언제든지 ‘도깨비 방망이’버튼 몇개로 내 손에 쥐어지고,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통적 가전제품은 하나의 명령 체계로 묶여 정보도구로 활용된다. 가정이나 사무실의 책상에 앉아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원시인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 하드웨어의 발달이 가져온 산물들이다.4,400만개단어와 8,500장의 사진이 담긴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1초만에 내 컴퓨터에전송해주는 초고속 인터넷,설악산 정상에서 미국 마이애미 해변의 친구와 화상통화를 할수 있는 이동통신,동전만한 크기의 컴퓨터 칩에 63빌딩 높이만큼의 책을 담을 수 있는 저장기술 등이 그 핵심이다. 반면 주문형비디오(VOD),디지털방송,인터넷 비즈니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은 직접적으로 삶의 공간을 채워주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는 가장 격렬한 변화를 몰고 올 분야 가운데 하나다.기존 산업의 분야별 장벽이 허물어져 무역 행정 교육 문화 기업활동 등 모든것을 대상으로 무궁무진한 비즈니스가 창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자 상거래,인터넷 주식거래는 전혀 낯설지 않은 말이 됐다.미국 기업가운데 80% 이상이 인터넷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는인터넷에 직접 상점을 차려 돈을 벌고 있다.이런 추세는 해마다 2배 이상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리모컨 하나면 “만사 OK” 홈네트워크 커피포트에서 밥솥,냉장고,TV는 물론이고 화장실 변기에 이르기까지 가정내 온갖 기기가 리모컨 하나로 OK. 뉴밀레니엄 시대의 정보가전 세상은 꿈이아니다.디지털 혁명을 통한 홈네크워크 시대는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이같은 디지털 가정생활의 혁명주체는 누굴까.일각에서는 첨단기능으로 발전된 차세대 게임기과 개인용 컴퓨터를 내세우기도 하지만 단연코 디지털 TV일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홈네트워킹 시대의 디지털 TV는 말이 TV지 PC와 인터넷 네트워킹 기능까지겸비,정보종합센터 역할을 할수있기때문이다.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나데이터 축적용 홈서버로 백업받은 디지털 TV를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시키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세계적수준의 디지털 TV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정보가전 개발을 본격화 하고 있다.리모컨으로 디지털TV를 통해 인터넷을 연결하고간단한 연산은 물론 문서작성도 가능하다.VTR이나 CD롬 이용등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PC 게임기 기능까지 갖출 수 있다. 여기에 ‘EEE1394’라는 홈네트워킹 케이블을 연결하면 밥솥 커피포트 전자레인지 전화 에어컨은 물론이고 화장실 변기까지 연결,리모컨으로 작동된다. 조만간 디지털 방송시대가 열린다는 대목도 디지털 TV쪽으로 무게가 실리는주요 이유중 하나다.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10개도시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01년부터 시작한다.전문가들은 TV수상기 내구연한이 10년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10년이면 모든 TV수상기가 디지털로 바뀌게 되고 여기에 네트워크 기능을 결합시켜 홈네트워킹의 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PC진영도 ‘PC종언론’에 반박하며 PC중심의 정보가전을 구상하고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CE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정보 가전용 브라우저 개발에 나섰다.NEC를 비롯한 일본 가전업체들도 가전 개념을 도입한 PC를 선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산업의 본산인 일본에서는 오락용 게임기를 홈네트워크의 핵심으로 키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소니가 스타트를 끊었다.지난 3월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 2는 네트워크 게임은 물론 비디오를 보거나 인터넷을 즐길수도 있고 키보드와 연결하면 연산기능 및 문서작성도 가능하다. 김병헌기자 bh123@
  • [화성 어린이캠프 참사] 씨랜드 사고원인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또 한번의 대형참사를 빚었다. 30일 새벽 어린이 19명을 포함,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났다. 우선 소방서가 현장에 늑장출동을 해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경찰이 추정하는 화재발생 시간은 30일 0시 30분.현장에 처음 소방차가 도착한 시간은 80여분이 지난 새벽 1시58분이었다. 신고부터가 늦었다.1시간11분이 지난 오전 1시41분에야 화재신고가 접수됐다.여기에다 9Km 떨어진 곳에 있는 남양파출소 서신파견소의 소방차는 화재현장이 외진 곳에 있는데다 2∼3Km구간은 비포장 도로여서 출동에 어려움을겪었다.뒤에 오산소방서 등에서 지원이 왔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불길이 이미 거세게 번진 상태라 인명구조는 포기하고 진화에만 진력할 수 밖에 없었다. 수련원으로 부적합한 건물이 허가가 나면서 피해도 컸다.불이 난 수련원 C동 건물은 2층과 3층이 52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조립식 가건물이다.경량철골과 목조가 혼재돼 연소성이 강해 화재가 나면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진다.외부마감재는 목재이고 안쪽은 철골이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목재를 태우며 불길이 번지기 때문이다. 특히 외벽과 천장 등은 스티로폼으로 마감해 불이 나자 진한 독성연기를 내뿜었다. 그러나 관할 화성군청에는 이 건물이 철근콘트리트와 철골조로 지어진 정상건축물인 것으로 등재돼 있다.화성군 건축과의 관계자는 “사용승인을 내줄당시 가건물인줄 몰랐다”면서 “건축법에 따라 건축사가 감리를 맡은 건축물에 대해서는 서류검토만으로 사용승인을 내줬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후 현장을 찾은 서울 시립대 도시방재공학과 윤명오(尹明悟)교수는“내화구조물이 아니므로 건축법상 통과될 수 없는 시설이 다중이 이용하는청소년 수련시설로 쓰인 것이 대형참사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수련시설 내에는 제대로 된 소화시설도 없었다.야영장 안에 있는 소화기를점검한 결과,3.3Kg들이 소화기는 거의 비어있었다.이미 사용한 것들을 충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소화기 분출노즐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길이 52m 건물에 출입구는 좌우 양쪽에 있는 계단이 전부였다.불이 나면 이번처럼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상황은 이랬지만 지난 4월 초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 대한 소방점검을 한 남양소방파출소측은 소화기 비치,출입구 여부 등 소화시설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다. 5∼6세의 어린이를 인솔한 교사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화(禍)를 자초했다. 인솔 교사들은 어린이와 함께 잠을 자면서 감독을 해야 하는데도 처음 불길이 번진 3층 301호를 비롯,대다수 방에 인솔 교사가 없었다. 그 시간 인솔교사들은 건물 옆 사무실 바깥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취재반
  • [화성 어린이캠프 참사] 가족표정·이모저모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어린이들의 시신이 있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아들·딸의 얼굴이라도 확인하려는 부모들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이번 사고로 가현(嘉賢·6·소망어린이집)·나현(娜賢) 두 쌍둥이 딸을 한꺼번에 잃은 장정심(張丁心·여·33)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남편 고석(高錫·37·명인제약 근무·서울 송파구 문정동)씨도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가현 자매는 3층에 함께 잠들어 있다 숨진채 발견됐다. 고씨는 “갯벌 체험을 하러 간다며 좋아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눈물을 흘렸다. 부인 장씨는 “시신이 너무 심하게 타 신원파악이 힘들다고 통보해왔다”며 “가현이와 나현이의 시신이 어느 것인지 영원히 모르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숨진 어린이들의 시신이 있는 국과수에는 유가족들의 실신과 통곡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모(37)씨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잊은 채 땅을 치며 연신 눈물만 흘렸다.현민(5·소망유치원)이가늦게 얻은 아들인데다 이후로는 자식이 없어 이씨 부부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였다.“여름방학때 태권도장에 보내준다고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막내 딸 연수(7·소망유치원)를 잃은 우기영(38·상업)씨도 딸 생각으로 치밀어오르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어린 게그 뜨거운데서 소리도 못질렀을텐데…”,“내 아이를 그 더러운 깡통 속에넣고 태워 죽였어…” 라는 말만 내뱉었다. ■화재 당시 젊은 교사들은 건물 밖에서 술을 마셨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밝혀졌다.소망유치원 원장 천경자(37·여)씨는 경찰에서 “당시 수련원 건물밖에서 유치원 교사 10여명이 구운 고기와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고진술했다. ■숙소에 배치된 소화기들은 모두 형식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안시련측은 “유원지에 배치된 소화기 9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속은 모두 비어 있었고 사용 기한이나 소화기 검증표시도 없었다”면서 “소화기 노즐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굿모닝 새천년 패러다임을 바꾸자](7)대립을 넘어 相生시대로

    IBM과 애플은 미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회사이다.그러나 두 회사의 경영전략은 판이하게 다르다.애플은 매킨토시라는 PC를 생산하면서 순혈주의를 고집했다.컴퓨터의 부품생산에서 완제품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독점했고,심지어모니터까지 자사가 공급하는 것만 쓰도록 했다.반면 IBM은 문호를 개방했다. 모니터와 본체 등 모든 부품을 교환해 쓸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였다. 이에따라 이용자들은 호환성을 이용,PC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성능을 향상시킬 수있었으며 부품업체끼리의 경쟁으로 부품의 질도 높아졌다. 후발주자이던 IBM이 애플을 앞서 나간 것은 물론이다.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이후 애플도 IBM PC용으로 개발된 일부 프로그램을 매킨토시에서 쓸수 있게하는 등 호환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근대 이후 지구역사는 투쟁과 갈등으로 점철됐다.정(正)과 반(反)이 투쟁과정을 거쳐 합(合)이 된다는 헤겔의 변증법,환경에 적합한 적자(適者)만 생존한다는 다윈주의가 지배한 사회였다.이러한 약육강식의 논리를바탕으로 세계 열강은 다투어 영토를 확장하기에 바빴고 급기야는 두차례의 세계 전쟁으로 비화됐다.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도 투쟁과 갈등,대립,혁명의 원리는 여전히 지구를 지배했다.그 결과 한쪽에서는 풍요를 구가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식량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또 탐욕스러운 개발욕구는 숲과 산,강을 마구 파헤쳐 놓았다.훼손된 환경은 우리들이 먹고 마시는 물과공기를 오염시키며 부메랑처럼 그 대가를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있다.문명과자연이 상생(相生·Both All)의 길을 찾지 못하고 대립적인 존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이같은 ‘정글의 법칙’은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지식사회에선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컴퓨터와 인터넷,디지털 등 정보화 시대의총아들은 폐쇄성을 거부하고 개방,열린 사회를 지향한다.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정보통신망은 세계 각국의 안방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국경의 장벽을 제거한다. 새천년준비위원회 이어령위원장은 “다가올 새 천년은 너죽고 나살고 식의파괴의 패러다임이 아니라너살고 나살고의 상생체제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문턱을 높이는 ‘애플’이 아니라 ‘IBM사회’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생체제는 이미 여러곳에서 감지된다.유럽연합(EU)으로 정치적 결속력을다진 유럽은 올 초 유로통화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경제적 통합을 가속화시켰다.뒤늦은 깨달음이지만 도로로 잘리워진 산허리에 다시 동물들의 이동통로가 만들어지고 강가에는 물고기의 생존과 산란을 위해 콘크리트 벽 대신 수초가 심어진다.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승객의 주문을 대지 못할경우에는 경쟁 항공사로 안내해주는 것에 익숙해졌다.고양이와 개처럼 으르렁 거렸던 현대·대우·기아 등 자동차 3사도 자재와 부품,고객서비스 등을통합 관리하는 ‘초고속 전자상거래(CALS)프로젝트’를 구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배타적인 경쟁이 공멸을 가져올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새천년의 전환점에 왜 상생이 화두로 등장하는 것일까. 상생은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대립과 갈등,투쟁과 전쟁이 아니라 융합하고 화합하고 관용하고 용서하는 것이다.화해와 용서의 정신은 바로 휴머니즘으로 가는 밑거름이다.인간이 기본인 인본주의는 새천년의 화두가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는 한 영원한 키워드일 것이다. 임태순기자 stslim@- 밀레니엄 탐방-‘相生’테마 무대공연 활발 문화예술계에서 ‘상생’은 굵직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다양한 장르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미술·문학 작가나 무대예술 연출가들은 이미 ‘상생’을주제로 다양한 실험작들을 발표했거나 시도하고 있으며 문화 소비자들도 작품속에 드러난 ‘상생’의 의미를 시대의 당연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는분위기다. ‘상생’의 의미가 문화예술계에서 이처럼 폭넓게 수용되는 것은 테마 자체가 문화예술의 영역 안에 담겨지기에 훌륭할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공감대 형성에도 손쉽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생’의 메시지 전달은 특히 무대예술에서 두드러지는데 민족춤위원회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렸던 ‘민족춤제전’과 서울예술단이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매주 금요일 상설공연하고있는 가무악‘상생-비나리99’ 공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이 가운데 민족춤위원회의‘민족춤제전’ 공연은 인류가 생긴 뒤 동서양을 이어온 정보의 역사를 나흘간에 걸친 춤으로 꾸민 옴니버스 무대.정보문명과 새 밀레니엄을 무용언어로풀어낸 것으로 관객들은 출연진의 춤과 몸짓 자체가 정보전달에 빼놓을 수없는 수단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마지막날 공연은 사이버 공간에 서있는 인간이 상생 존중의 길을 찾아 순례에 나서는,‘상생’의 의미를강조한 독특한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이 작품은 지난 15일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에 이어 오는 9월17∼18일 청주 예술의전당 무대에 다시 오른다. 또 서울예술단의 가무악 ‘상생-비나리99’는 철저하게 상생의 의미를 강조한 공연.근현대사에서 당면했던 어려움을 영상과 마임,춤으로 해석하면서 이념의 갈등,지역간 감정을 상생의 개념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을 담았다.구체적으로는 액막이를 바라는 서민의 마음을 비나리굿으로 풀어냈다.서울예술단이아픔으로 점철된 20세기를 극복하고 21세기의비전을 제시한다는 뜻에서 기획한 장기공연으로 지난 4월부터 시작해 10월15일까지 예정돼 있다. 아울러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있는 사물놀이단인 사물놀이 한울림도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단체.이들이 세계인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아우르기 위해 벌이고 있는 공연예술·연구교육·음반기획사업에 상생의 정신이 들어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김성호기자kimus@- 밀레니엄 포인트-한국인은 지나치게 흑백사고에 젖어있나 상생(相生)의 시대를 열어 가자는 주장에는 늘 ‘한국인이 지나치게 흑백사고에 젖어 있다’는 지적이 따르곤 한다. 한국인은 정말로 흑백사고에 깊이 물들어 있을까. 대답은 제각각이다.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들도많다. 한국인들이 극단적인 사고로 흐른다는 지적은 외국인들로부터도 심심찮게 듣는 소리다. 왜 그렇게 됐을까. 문화계의 팔방미인으로 불리워지는 이어령(李御寧)교수는 그 시초를 조선조의 유교 사상에서 찾는다.조선조의 유교사상이 극단화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최근 베스트 셀러에 오르 내리고 있는 ‘공자가 죽어야나라가 산다’는 꽤 ‘극단적’인 제목의 책에서도 주장되고 있다. 유교 특히 주자학은 아주 좁은 범위 안에서의 서로 다른 주장 말고는 거의모든 사고,사상,해석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 부쳤다.권력 다툼은 곧잘 교리 싸움으로 포장됐다.중재자나 중간자가 설 땅은 매우 좁았다. 이런 극단적인 사고가 국가를 쇠잔하게 만들고 말았지만 조선 왕조가 무너진 뒤에도 우리에게는 다양한 사고를 키울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일제 시대는 지식인들에게 친일이냐 저항이냐의 선택을 강요했고 해방후에는 사회주의냐 반공이냐를 선택해야 했다.백범 김구(金九)를 비롯한 민족 지도자들의 죽음은 중간자가 우리나라의 정치와 사상 공간에서 차지할 땅이 거의 없음을 보여 주었다. 이어지는 남북분단과 독재는 남이냐 북이냐,민주 투쟁이냐 아니면 독재에붙어 영달을 꾀하느냐의 선택만을 남겨 놓았다.민주화의 주장 속에서는 개발의 공이 안 보였고 개발의 논리에서는 민주화는 잠꼬대 취급을 받기일쑤였다. 이와 관련 이교수는 신한국인이라는 저서에서 “심지어 종교까지도 한국에들어오면 엄숙해지고 엄격해진다”면서 “이념이 착색되면 아주 극단화된다”고 말한다. 서동철기자 dcsuh@
  • ‘스무살이 되기전에 꼭∼’ 117인 독서체험 곁들여

    스무살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다.새로운 자유에 대한 설렘.하지만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그 자유를 짓누르기도 한다.두려움을자기수련의 자양분으로 삼고,자유에 대한 막연한 설렘을 구체적인 꿈 실현을 위한 용기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권하는 것이 바로 책읽기다.‘스무살이 되기전에 꼭 읽어야할 책’(전 2권)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스무살 전후의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책에 대한 안내서다.하늘연못,각권 7,500원 삼사십대의 작가와 교수,출판·문학담당 기자 등 젊은 지성 117명이 자신의 소중한 독서체험을 공개했다.이들이 젊은 시절에 깊이 감명받은 책에 얽힌독서담,청소년들에게 권하는 책의 목록 등은 책의 선택과 책읽기 방법,독서안목을 키우는 길을 자연스럽게 제시하고 있다.이 책에는 괴테,셰익스피어,도스토예프스키,카프카,헤세,예이츠 등이 쓴 고전들과,마르케스,쿤데라,보네거트,쥐스킨트 등의 현대 명작들,일연,정약용,박지원,김구 등 한국사 중심인물들의 저작,정지용,이상,백석,윤동주,서정주,김수영,김지하,이성복 박노해,기형도,장정일,홍명희,조세희,이청준,박경리,이문열,최인훈,박완서,박상륭등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등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국내외 343인의저작 442권이 소개되고 있다. 스무살의 힘은 이러한 책들을 통해 어떻게 젊은 지식인들의 삶으로 현실화되어 있을까.10여년전 김수영의 시를 만났던 삼십대 소설가 조경란은 이렇게 답을 내놓는다.“그 시절의 내 모습을 청동거울처럼 아련히 되비추고 있는문장들.이를테면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나는 한가지를 안속이려고 모든 것을 속였다’ 등등.스무살의 내가 그의 시를 통해 알게된 것은 시가 아니라 문장이며 문학이거나 그 뒤에 숨어 있는생의 이면일지도 모른다.십여년이 지난 지금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나는 먼저 그의 시집을 꺼내 읽거나 가방에 챙겨넣는다.그가 ‘너는 언제부터 세상과배를 대고 서기 시작했느냐’고 하면 나는 여태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 출판저널 편집장 김지원은 문학평론가 김현과 서울대 교수조동일을 통해책읽기를 위한 가르침을 전한다.김현은 ‘책읽기의 괴로움’이란 책에서 “책읽기가 괴로운 것은 책읽기처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그러나 김현은 죽기전 몇년간 쓴 일기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절망과 현실,일상과 방황을 읽는 것은 곧 세상읽기이고 그것은 살아있음의 행복이라는 것을보여주고 있다고 김지원은 적고 있다.그녀는 또 조동일의 ‘독서학문문화’를 통해 ‘독서삼매론’을 타파하라는 역설적인 책읽기 주장을 한다.이는 생각 없는 자기만족적 책읽기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이 책의 글쓴이들은 이렇게 단순한 책소개가 아닌 자신의 독서 경험,다시말하면 ‘스무살의 자기고백’을 통해 아름다운 시대를 꿈꾸는 스무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北동향 파악 장비들

    서해 교전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동향을 감시하는 첨단기기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북 정보수집은 공중정찰과 통신감청으로 나뉜다.공중정찰은 미 정찰위성인 KH-11과 항공정찰기인 U2기,조기경보기(AWACS) 등이 맡는다. KH-11은 한반도 200∼500㎞ 상공을 12시간마다 한번씩 북한 영공을 통과하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한다.영변 핵시설은 물론 스커드미사일 기지,잠수함 기지 등을 찍어보내며 자동차의 번호판 같은 지상 30㎝∼1m 크기의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초정밀도를 자랑한다. 이렇게 포착된 화상자료는 오산 한·미 전술항공통제소를 통해 합참과 공군 및 해군작전사령부로 쏘아지며 이곳에서 분석된 자료가 일선 부대에 전달된다. 오산 기지에 배치돼 있는 U2기는 하루에 한 차례 이상 이륙,24㎞의 고공에서 휴전선 북쪽 40∼100㎞ 후방을 훑는다.U2기는 시속 760㎞ 속도로 10시간이상 비행할 수 있으며 39만㎢의 정찰이 가능하다. 조기경보기도 수시로 출격해 한반도 상공에서 반경 350㎞ 이내의 항공기·차량 등을 감시한다. 이를 위해 오산 공군기지는 전역항공통제센터(TACC)·중앙방공관제센터(MCRC)·전투작전정보지원센터(KCOIC) 등 3대 비밀시설을 모두 벙커 안에 갖추고 있다. 한편 통신감청을 위해서는 RV-1D,RC-12H 등 통신정보 수집항공기가 동원된다.전방 지역에 설치된 통신 감청소도 큰 역할을 한다. 이같은 거미줄 같은 정보망으로 북한의 남침조짐을 적어도 12∼16시간 전에 알 수 있으나 전면전을 준비하려면 대규모 부대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전쟁발발 4∼5일 전에는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지적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LG그룹 임직원 선정, 정보화시대 없어져야 할 속담 1위

    LG가 3일 계열사 임직원 500명을 상대로 ‘글로벌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속담’을 조사한 결과 ‘아는 것이 병이요 모르는 것이 약이다’가 정보화 시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 1위로 선정됐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속담은 스피드와 도전의 시대에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생산적인 실패는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 2위에 뽑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남녀평등에 역행하는 전근대적 속담으로,‘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시도하지도 않고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사고에 따라 각각 3,4위에 올랐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무사안일주의의 발상으로 5위,‘구관이명관이다’는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속담으로 6위,‘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요구되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7위에 랭크됐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개성과 창의성을 무시해서,‘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상사에 의지할 우려가 있어서,‘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랴’는 나태한 자세를 반영한다고 해서각각 8∼10위에 뽑혔다.이밖에 도전적자세에 역행하는 ‘개팔자가 상팔자다’‘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 등도 다수 선정됐다. 백문일기자
  • 파괴된 생태계 복원 가능성 확인…KBS1 환경스페셜

    ‘인간은 환경파괴자’라고 환경프로그램은 언제나 고발해왔다.그러나 2일방송되는 KBS1TV ‘환경스페셜­황조롱이가 여의도에 둥지를 튼 까닭은’은인간이 환경을 되살린 일을 보여준다. 환경스페셜팀은 황조롱이가 여의도에 ‘왜 나타났는가’‘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을까’를 2개월간 추적했다.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는 매과에 속하는 육식성 조류.스페셜팀은 두달동안 황조롱이 일가족이 둥지를 튼 여의도 광장아파트 정숙영씨집 목욕탕 환기구와 생태공원 등 두 곳에 카메라 두대를 설치하고 황조롱이의 생태를 밀착취재했다.이 팀은 황조롱이의 ‘복귀’가 여의도 샛강의 생태공원이 살아나면서 먹이사슬이 형성된 데 따른 것임을 알아냈다.즉 인공적으로 2년전 조성된 생태공원이 황조롱이 가족의 보금자리가 됐다는 것이다.‘자연파괴자’인 인간이 ‘복원자’로서 역할을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스페셜팀은 이어 작은 섬에서 족제비를 발견했다.족제비는 황조롱이와 천적.아울러 황조롱이의 먹이인 들쥐와 새,새의 먹이인 곤충도 숱하게쫓아냈다. 특히 환경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실잠자리가 떼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를 화면에 담았다.이는 샛강의 환경이 완전히 살아났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밖에 흰뺨 검둥오리,물총새,박새가 둥지를 틀고 환경지표인 염낭거미나참개구리가 알을 낳는다.참붕어,각시붕어,버들치 등 고유어종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스페셜팀은 이 모든 것을 시청자에게 생생하게 보여준다. 샛강은 버려졌던 땅이었다.사람들이 녹지공간으로 가꾸면서 다시 생명의 땅으로 숨쉬게 된 것이다.이 프로는 샛강 이야기를 통해 서울에도 생태계가 복구되는 기적이 일어날수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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