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거미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김동성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사나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복권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소유
    2025-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412
  • EBS 한여름 ‘생명의 눈’ 제작 구슬땀

    지난 14일 강원도 강릉시 이웃의 깊은 산골.백두대간의 줄기에서 멀지 않은 참나무군락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그들은 나무 한그루에 카메라를 대고 오전 내내 떠날 줄 모른다.나무를 찍나 했더니 나무에 붙은 장수풍뎅이를 화면에 담고 있는 것이었다.EBS ‘과학의 눈’(가제) 가운데 생물영역인 ‘생명의 눈’(가제)의 제작 현장이다. ‘과학의 눈’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으로2001년 3월부터 총 80회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분야는 물리,화학,지구과학,생물 등 모두 4개다.올해부터 EBS에서 ‘사전 제작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1년 먼저 제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눈’의 한 부분인 ‘생명의 눈’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친근하게접할 수 있는 생물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동·식물의 생태(生態)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교육용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일이라 시간과 노력이 더욱 많이 든다. 이날 제작팀에게 포착된 장수풍뎅이는 4∼5년 전만 해도 멸종이 우려되는희귀 곤충이었다.특히 장수풍뎅이의 생태를 담은 필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작팀은 장수풍뎅이의 움직임을 초긴장속에 지켜본다.숨도 크게 쉬지 못할 정도이다.드라마와 달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없고 언제 날아가 버릴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한 번 놓치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한동안 잠든 듯이 참나무에 붙어있던 장수풍뎅이가 나무 아래 쪽으로 서서히 내려가자 이효종PD의 움직임이 빨라진다.서영호 촬영감독은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서 밀접 촬영하기 위해 자체 제작한 5㎜렌즈 크레인 카메라를 들고 숨을 죽인 채 따라간다.급경사 면에서 미끄러져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하지만 카메라는 놓지 않는다. 이PD는 장수풍뎅이 촬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그동안 찍어둔 필름을 공개했다.청개구리가 멋쟁이나비를 잡아먹는 장면,남방계열의 거미가 교미 중인 모기를 포획하는 장면,거품벌레가 집을 짓는 장면 등이 펼쳐진다.희귀곤충 무궁화하늘소의 모습도 언뜻 지나간다. ‘생명의 눈’은 ‘곤충의 결혼식’,‘내 친구 잉꼬부부’,‘동물의 얼굴’,‘꽃의 비밀을 풀자’ 등 주제별로 모두 40회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 [네티즌 칼럼] 낚싯줄과 투자

    허풍에 대한 이야기를 꼽으라면 낚시꾼을 먼저 떠올린다.낚시꾼들이 잡으려다가 놓친 물고기는 웬만하면 팔뚝만하다.그러나 정작 잡은 고기를 보면 대부분 피라미다. 중국 사람들의 허풍 또한 대단하다.집채만한 황소가 바람에 날려 거미줄에걸렸다거나 적토마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등 중국의 고전을 읽어보면 허무맹랑할 정도의 허풍들이 많이 등장하며 ‘백발이 삼천장’이란 표현에 이르면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질 정도다. 물론 중국만 허풍이 있는 것은 아니다.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는 많다.이렇듯 강조의 표현이 지나쳐 허풍으로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우리들의 인성에 기인한다. 얼마전 어느 방송에선가 ‘극과 극’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내 상당한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이런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또한 시청자들을 강력하게 자극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다. 이런 센세이션 혹은 강한 자극은 언제부터인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흑백논리로 치우쳐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우유부단함을 참을 수 없어하는 우리의 조급함이 그 이유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주가가 조금 빠지면 그저 빠졌다는 표현보다는 폭락 또는 그도 성이안 차서 ‘대폭락’이란 표현을 써야 직성이 풀리고, 주가가 조금 상승기조에 이르면 폭등을 비롯한 온갖 장밋빛 수식어들이 들어가야 사람들은 주가가오르나 보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금 시장상황이 나빠지면 제2의 IMF를 운운하고 대통령이 평양에 다녀오니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언제 그랬냐는 듯 북한 당국자들에 대한 우호적인 표현들이 언론에 난무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는 이러한 강조 표현은 은연중에 접하는 사람들을 도취하게 한다.그런 까닭에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은 바닥권에 진입하면 대폭락이란 표현에 겁먹고 하한가에라도 주식을 내다 팔게 되고 소위말하는 상승의 꼭지에선 상한가에라도 못 사서 안달하는 뇌동매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표현들의 반대로 투자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을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지배하고있는 이와 같은 표현의 반대로 투자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증권시장의 정보를 일반투자자들보다 많이 접하게 되는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언론 관계자나 정보 생산자들의 자제력 부족도 한몫한다.누군가가 자신이 쓰는 글을 읽고 그 글에 따라서 투자를 하게 된다는동인을 제공하는 필력에 대한 욕심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지만 그만큼신중함도 요구된다. 하지만 누가 어떤 표현을 하든지 혹은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유혹을 한다하더라도 투자에 대한 최종적 투자잔고만이 결국 내 몫으로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고 투자에 임해야 하겠다. 김기현 이큐더스 대표
  • 어린이·청소년 책세상

    ◆여름사냥 (허문선·함윤미·문혜진 지음,뜨인돌 펴냄) 이른 아침 거미집에물방울이 송송송 맺혀있다면, 비 걱정일랑 붙들어매고 야외로 놀러나가도 좋을 것.왜? 고기압권에 들어있으면 밤에도 날씨가 좋아 심한 복사현상으로 이슬이 맺히니까!이 책은 여름방학을 알차고 신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깜찍한’ 생활정보들로 가득하다. 호기심이 너무 많아 좌충우돌하는 주인공 노빈손.노빈손이 가는 곳만 따라다니면 평소 놓치기 쉬웠던 생활속 과학이론들을 하나둘 깨우칠 수가 있다.더위 탈출을 선언한 노빈손이 공포영화를 빌리러 간 비디오 가게에서는 왜 여름철엔 무서운 영화가 인기있는지를 과학적 논리로 설명한다.공포영화를 볼때는 추위를 느낄 때와 똑같은 신체반응이 일어나는데,그 이유는 차가운 물체가 피부에 닿았을 때처럼 뇌가 피부근처의 혈관을 닫고 근육을 수축시키도록 명령하기 때문이라는 것. 다방면으로 뻗어있는 노빈손의 관심 덕분에 어린이 독자들은 역사,철학,자연분야의 상식을 덤으로 공부할 수도 있다.곤충과 꽃을 채집하고 기르는법이부록으로 붙었다. 글만큼이나 재미난 삽화는 인기만화가 이우일씨가 그렸다. 값 7,900원. ◆아가의 생일은 엄마의 생일(이해인 외 지음) 예비 엄마와 태아에게 풍부한정서를 심어주는 시 80편이 수록된 태교집.프리미엄북스 8,500원. ◆영리한 폴리와 멍청한 늑대(캐더린 스터 지음) ‘잭과 콩나무’ ‘빨간 모자’ 등 13편의 고전을 패러디한 창작동화.비룡소 6,500원. ◆사고뭉치 맞춤법 박사(장수하늘소 지음) 만화를 곁들여 한글 맞춤법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한 학습교양서.초등학생용.웅진닷컴 5,500원. ◆눈높이 학습화보(안선모 외 지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년별 교과과정에맞는 자료들을 컬러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학습자료집.전6권.대교출판 각권5,000원. ◆우주탐험(마틴 래드펀 지음) 200장이 넘는 사진과 그림으로 변화무쌍한 우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과학교양서.다섯수레 1만4,000원. ◆종이접기 나라(강명옥 지음) 창의력,구성력,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종이접기 안내서.사계절 변화에 어울리는 다양한 구성작품 수록.종이나라 1만원. ◆별빛 공주(애니 돌턴 지음) 세계동화속에 등장하는 공주이야기 8편을 골라그림 대신 앙증맞은 자수를 넣어 꾸민 동화집.베틀북 1만3,000원. ◆낡은 고무신 한짝(박경종 지음) 한국아동문학가협회 고문인 지은이가 자연을 소재로 한 글들을 엮은 동시집.베드로서원 5,500원. 황수정기자 sjh@kadily.com
  • 한국계 美당구여왕 재닛 리 컴백

    [로스앤젤레스 연합] 한국계로 세계 정상의 미국 여자 프로당구선수인 재닛리(29)가 마침내 병마를 딛고 다시 큐를 잡았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최근 “검은 독거미가 돌아왔으니 조심하라.무기는 당구봉(cue)”이라고 그의 컴백을 알렸다. 독거미(black widow)는 178㎝ 키에 미모를 갖춘데다 경기때마다 앞가슴이깊게 파인 검은 드레스를 항상 입고 강한 승부근성을 보인다고 해서 그에게붙여진 애칭. 지난해 12월 목뼈 탈골로 네차례의 수술을 받은 재닛 리는 6개월간의 공백끝에 지난달말 여자프로당구협회(WPBA) 순회대회인 캘리포니아 클래식에 참가,5위를 기록했다. 그는 “1위를 꼭 되찾을 것”이라며 “8월4∼7일 볼티모어 토너먼트대회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93년 프로로 데뷔한 재닛 리는 WPBA 대회에 참가한 지 18개월만인 94년말상위랭킹에 오른 뒤 95년과 96년 대부분의 대회를 석권했다.작년 9월 세계메이저 당구대회중 하나인 ‘비에이하스 서던 캘리포니아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당초 지난 1월초부터 출전하려 했으나당구대에 몸을 구부리고 공을겨냥할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심해지자 등과 목,어깨 등을 8주동안 수술받았다. 그는 수술후 자신이 집필중이던 당구교본 ‘블랙 위도우의 킬러 당구 가이드’를 마무리해 2주전 출간했다. 재닛 리는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행운아다”라며 “내가 사랑하는 당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순국선열 묘소·동상 관리 엉망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과 민족정기 회복에 몸 바친 선열들의 묘소와 동상·기념비 등 애국심을 일깨우는 귀중한 시설물이 내팽개쳐지고 있다.관리 주체가 국가보훈처,문화재관리청,지방자치단체,각 기념사업회 등으로 분산돼있어 체계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관리비 예산이 부족한것도 원인이다. 사적 330호인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상해임시정부 요인이었던 김구·이동녕·조성환·차리석 선생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유해가 안치된곳.그러나 공원에는 애국지사들의 묘소나 기념물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표지판조차 없다. 김구 선생의 묘비는 비바람에 퇴색해 회색으로 변했고,비둘기와 까치 등의배설물을 뒤집어 쓴 채 외롭게 서 있다.봉분에도 잡초만 무성하다. 이봉창 의사의 동상은 다 쓰러져가는 울타리 안에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는 솔방울과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곁에 나란히 있는 이봉창·윤봉길·백정기·안중근 의사의 묘소와 묘소로 올라가는 계단은 언제 청소를 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다. 공원관리사무소 직원 이모씨(53)는 “하루 평균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찾아와 무책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면서 “8명의 직원으로는 쓰레기 청소도 버겁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산공원에도 안중근 의사를 비롯,순국 선열 10명의 동상과 9개의 기념비가있으나 사정은 효창공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동상과 기념비들은 건립된지30년이 넘어 심하게 녹이 슬었고,심지어 표면이 떨어져 나간 것도 있다. 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공원내 동상 관리에 배정되는 예산은 연간 180만원 안팎.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동상에 스며든 녹과 기단의 화강암에 낀 때를 제거하려면 동상 1개당 2,000여만원이 든다”면서 “예산이 모자라 1년에한번 비둘기 배설물만 닦아 낸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애국선열 묘역의 이준 열사,이시영 선생, 광복군 18인묘소와 위훈비 관리도 엉망이다.이준 열사 위훈비는 이끼와 거미줄로 범벅이돼 있고 흉물스런 철조망이 묘소를 둘러싸고 있다. 묘역 입구에 사는 이시영 선생의 며느리 서차희(徐且喜·90)씨는 “예전에는 정부에서 묘소 관리를 도와주곤 했는데,요즘은 지원이 거의 없어 동네 사람과 참배객들의 힘을 빌려 청소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선양정책과 신명철(申明澈)서기관은 “공원·기념비·묘소 등의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현 상황에서는 시설물의 소재 파악조차 힘들다”면서“관리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는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경빈(尹慶彬)광복회장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산재해 있는 독립운동유적지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면서 “선열들의 넋이 깃든 곳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을 국민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자치단체 문화재관리 엉망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보물급 문화재와 사적지가 관리소홀과 시민들의 무관심 등으로 훼손되고 있다.경복궁,창덕궁,경희궁처럼 문화재청이나 서울시청이 관리하는 비중있는 문화재보다 구청이 관리하는 문화재가 특히 심하다. 2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국보 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거대한유리보호각 안에 갇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지난 84년 촬영한자료사진에는 밝은 회색을 띠고 있었으나 지금은 매연과 산성비,비둘기 배설물에 찌들어 검게 변해 있다. 탑의 전각(轉角) 곳곳은 부서져 있으며,칼로자른 것처럼 날카롭게 잘려나간 전각도 눈에 띈다. 이 공원에는 조선 세조 10년에 창건된 원각사의 내력을 적은 보물 3호 원각사비가 있으나 보물급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한다.비의 뒷면에는 돌로 긁어 쓴 ‘○○○ 천재,성공기원’ 등의 낙서가 선명하다. 탑골공원의 탑과 비를 관리하는 종로구청은 훼손된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문화진흥과 관계자는 “10층 석탑은 너무 심하게 훼손돼 보수할 방법이 없고 비석의 낙서는 보고받은 바 없다”면서 “일손부족으로 문화재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벅찬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종로구청이 관리하는 문화재와 사적지는 72곳이지만 기능직 직원 2명이 훼손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1896년 고종이 세자인 순종과 함께 피신한 ‘아관파천’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중구 정동의 옛 러시아 공사관 외벽도 곳곳에 2m 가량의 금이 갔다. 중구청 문화공보실 관계자는 “사적 제253호인 공사관 외벽 균열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기능직 직원들이 주변 청소를 하는 것 외에전문인력을 통해 문화재를 점검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93년 유형문화재 91호로 지정한 2m 높이의 ‘양호(楊鎬)거사비’는 명지대 학생회관 뒤편 동산에 페인트를 뒤집어 쓴 채 쓸쓸히 서 있다.비석 곳곳은 훼손됐으며 거미줄이 쳐져 있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1764년 영조 40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비석은 임진왜란때 조선을지원하러 온 명나라 장수 양호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지만,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학교시설을 관리하는 대학 총무과 직원조차 비석의 의미를알지 못한다. 서대문구청은 “양호거사비는 사유지인 대학교정에 있기 때문에 소유와 관리 책임은 모두 명지대학에 있다”면서 “문화재를 보호해달라는 협조공문만보낸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지건길(池健吉·57) 관장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문화재들이 당국과 시민들의 무지로 소리없이 훼손된다”면서 “문화재에대해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대한시론] 우리사회 터부와 시민문화

    우리는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여러가지 비판의 소리를 들어왔다.그 하나가 ‘패거리(Crony) 자본주의’란 지적이다.아마도 대표적인 대상은 재벌의 족벌 지배체제일 것이다.또 지연,학연,혈연으로 맺어지는 생활양식을 들수 있다. 그것은 속성상 파벌주의이며 가족주의이기 때문에 폐쇄적이다.농경사회에서는 혈연과 지연 및 신분의 연고를 통해 모인 폐쇄적 집단이 공동체를 이루어살았다. 그러나 사회는 변한다.농경 본위의 신분사회에서 산업화한 시민사회로 발전했다.농경사회의 신분윤리는 시민사회의 사회윤리로서 구실할 수 없게 됐다. 혈연공동체인 농경사회의 가부장적 지배사회에서 통한 유교윤리인 ‘충효’는 시민사회의 인간존중과 공공정신 및 봉사의 정신을 대신할 수 없다.지금충성의 의미는 군주나 독재자에 대한 맹종과 헌신이 아니라 겨레를 사랑하는공공 봉사의 정신을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혈연,지연,학연의 파벌적 폐쇄적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물론 민주주의 지도자가 아닌 국부나 독재자들에겐 연고를 통한 파벌주의를 이용하는 것이 집권에 편리했다.그래서 해방후 독버섯처럼 퍼져 온 것이패거리 자본주의이고 패거리 정치 문화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구조와 정치문화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봉건적 패거리문화는 이기주의이고 폐쇄적이며 이성을 외면한 감상주의를 기초로 한다.그런데시민문화에서는 공공정신과 봉사이고 공개와 비판 검증이며 이성에 따른 토론과 설득의 보장이다.이런 시민문화는 하루 아침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이루기 어렵다.그렇지만 우리가 시민문화가 주는 인간존중과 풍요와 협조를 누리려면 그 사회의 정신과 사회구조에 익숙해져야 한다. 천자문과 논어의 암송실력으로 합리적 비판과 검증을 대신할 수 없고,주역으로 컴퓨터를 배제할 수 없다.아무리 선현의 말씀이 훌륭해도 그 말씀을 익히는 목적이 출세하기 위한 것에 그치면 그것이 진리탐구의 학문정신과 시민적 정의를 배우는 시민정치교육을 대신할 수 없지 않은가.봉건적 시대의 고전을 연구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덕목으로 맹신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수입만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해방후50년을 통해 체험했다.자유는 자유인이 되는 자질을 갖추고 결단이 있어야가능하며,민주주의는 민주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할 정치능력이 있어야만 되는것이다.우리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총선시민연대 운동은 패거리 정치문화의 맹점에 기생한 구정치세력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나?패거리 문화로 얽히고 설킨 한국사회는 식민지배와 독재로 얼룩지며 왜곡굴절되어,비판의 터부(禁忌)가 엄연히 법률 이상의 제도로 위력을 발휘해 왔다. 우리 사회의 법률은 거미줄 같아서 잠자리처럼 약한 것은 걸려서 거미의 먹이가 되지만,박쥐같은 힘센 악당은 흔히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그런데 이 묵시적 율법으로 통하는 터부는 위반하는 자에게 무서운 보복과 징벌을 가한다. 지연과 학연의 패거리에서 이탈한 자,재벌을 비판하는 신중치 못한 자,기득권 옹호의 언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반항아,일제시대와 독재시대에 덕을 본기득권층을 부정하는 자 등은 이 사회의 터부를 침해한 것이 된다.그들에겐엄중한 보복과 처벌이 따른다는 현실이 있다.이것이야말로 현실에서 실제로효력이 있는 법률이고 제도인 것을 약삭빠른 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그렇지만 이 터부가 그대로 있고선 아무 것도 안된다. 그래서 우리는 개량이 아니라,개혁을 철저히 해야 한다.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이 말조차도 꺼리고 있는 판국이다.왜냐하면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아직도 구시대의 터부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말한다.간디가 진리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했듯이 우리는진실을 통해 실상에서 눈을 뜸으로써 자기를 찾아야 한다.세상흐름에 맡겨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슬기롭다고 하는 것은 구시대의 전제폭군 밑에서 살아온 노예들의 처세술이다.우리는 자유인이어야 한다.세상이 달라졌다.달라지게 해야 한다. 현대에 있어서 노예 처세술의 답습은 우리를 자멸로 인도한다.그래서 우리는개량이 아니라 개혁을 위해 이 사회의 터부를 깨부수어야 한다.지난 총선에서 시민운동이 그 선례인데,그것은 한번만으로 그치는 것이 되어선 안된다. 韓 相 範 동국대교수·법학
  • 재미작가 임충섭씨 회고전

    동서양이 결합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온 재미작가 임충섭(59)이 국내 회고전을 마련했다.지난 19일 개막해 6월 18일까지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계속될 '임충섭:빛의 건축'전.지난 73년 미국으로 건너간 임씨는 퀸즈미술관 전시(80년)를 시작으로 뉴욕 샌드라 게링화랑 초대전,뉴욕주립대 뉴버거미술관 설치작업 등 80년대 이후 뉴욕에서 주로 활동해온 중진작가다. 그의 작품은 70년대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미국을 풍미한 미니멀리즘의 세례를 받은 흔적이 짙다. 그는 이번에 '빛몰이''물매' 등 설치작품 2점과 드로잉 20여점을 내놓았다. '빛몰이(Light Hunting)'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빛과 실을 이용해 물질적 표상과 내면의 정신작용이 조화를 이룬 세계를 보여준다.'물매(Slant)'는 그동안 발표된 '물매 1,2…' 시리즈를 종합한 것으로 실과 베틀, 흙을 소재로 해 친근감을 자아낸다.이번 회고전에선 별도의 자료방을 마련해 작가의 30년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작가와의대화'(26일 오후 2시)시간도 마련했다.(02)2259-7781.
  • [발언대] 도로굴착때 지하매설물 보호해야

    요즘 상하수도,전기,통신,도시가스 등 공공시설물들은 차도와 보도밑 땅속에 거미줄 같이 매설돼 있다.이들 시설물은 각 가정과 사무실에 연결돼 있고,시대의 발전에 따라 그 수요는 날로 증가되는 추세이다.그러다 보니 기존시설의 보강이나 신·증설이 불가피하게 되어 도로를 굴착하는 작업 또한 증가일로에 있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불시정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굴착중 전력시설물의 손상이다.땅에 묻힌 전선에 손상돼 정전되면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각종정보통신 업무의 마비도 초래된다.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비용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도로를 관리하는 관계기관에서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매설물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그러나 지하매설물에 관한 피해사고는 걸핏하면 매스컴을 장식한다. 그러면 지하매설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첫째도관심,둘째도 관심,셋째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굴착 관계자는 유관기관에 협조를 의뢰하면 관련 지하매설물 도면 및 자료를입수할 수 있고 굴착시 입회도 가능하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서로 조심하면내 시설물은 물론 타기관 시설물도 보호할 수 있다. 이는 생활의 불편을 이겨내며 경제의 손실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자 지혜라 할 것이다. 작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를 포함해 주민,행인 등이 모두 지하매설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도로 굴착 때마다 감시자가 되어 무단굴착을 막아야 한다. 특히 지하시설물이 노출되어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즉시 신고(전기관련신고센터 123)해야 한다.그래야만 외상사고를 방지하고 이로 인한 감전사고나 불시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내 친지와 이웃의 불행과 불편을함께 없애나가야 하겠다는 취지에서 이같이 제언한다. 최영상[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 수묵화가 박대성씨 5년만에 개인전

    소평(小平) 박대성(55).수묵의 운필로만 30년의 화력을 쌓아온 그는 대자연을 스승으로 독학,한국 수묵화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온 입지전적 작가다.활달한 붓놀림과 강인한 필세,청명한 갈필(渴筆)과 은은한 먹빛.소평의 그정갈하고 자유로운 선과 묵향의 세계는 수묵화 본연의 품격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자연의 진리를 먹그림에 담아온 그가 18일부터 6월 11일까지 서울 평창동가나아트센터에서 5년만에 개인전을 연다.‘해금 일출’‘삼선암’‘향원정’‘묘향산 만폭동’‘평양 연광정’등 99년작과 올들어 완성한 ‘금강전도’‘돌담수화(樹話)’‘정방산 성불사’‘병산서원’‘오견금강산도’,문인화 ‘가지’등 근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묘향에서 인왕까지’라는 제목이 붙었다.그렇듯 조국의 산하가 주된 소재다.작가는 지난 10년동안 묘향산,금강산,백두산,정방산 등 북한지역에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북한산,인왕산까지 골골샅샅이 누볐다.그런 다리품 끝에 묘향산의 정기를 담아낼 수 있었고,화가로서 도전하기 쉽지않은 안동의병산서원을 농축된 화법으로 그려 냈다.작가는 북한에서 제일로치는 묘향산을 “백두와 금강을 합친 것”이라고 말한다. 수묵화의 생명은 선(線)이다.선이 살아 있어야 한다.소평 역시 그런 필선을 중시한다.그의 거실에 걸려 있는 마우쩌둥의 시 ‘만강홍(滿江紅)’을 옮겨 쓴 현판은 소평 그림의 수려한 필선을 짐작케 하기에 충분하다.그는 요즘고려불화의 선에 매료돼 있다.“섬세하면서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고려불화의 선은 거미줄에서 예지를 얻은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평은 지난 98년 북한 화문(화文)기행을 포함,수차례에 걸쳐 북녘의 산하를 둘러 봤다.그 때 스케치해둔 북녁의 풍광이 이번에 먹그림으로 온전히 되살아났다.전시작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견금강산도’.가로 11m,세로21㎝의 장축으로 연결된 그림이다.동해의 장전항에서부터 온정리를 지나 외금강,삼선암,괴면암,만물상,삼일포,해금강,명사십리,신계사,그리고 조선 후기부터 대가들이 즐겨 그렸던 옥류동 계곡,비룡폭포,구룡폭포에 이르기까지금강산 절경이 차례로묘사돼 있다.그 풍경 사이사이엔 꽃을 그려넣어 사계절의 경계를 지었다.적재적소에 배치된 산뜻한 색깔의 할미꽃,도라지,금강초롱,해당화,구절초가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산수화의 약점을 거둬낸다.해금강 일출 대목은 해가 뜨는 자리에 ‘양’자의 도장을 찍어 멋을 내기도 했다.동양화에서 흔히 쓰는 ‘유인(遊印)’,즉 문자도장이다.장축의 그림은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채우고 비우는 허허실실이 맞아야하고 음양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묵산수화는 전통적으로 문인화적인 화풍 일색이었다.실재하는 자연을 그린 실경산수화일지라도 정신성을 중시하는 사의(寫意)의 세계를 드러내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다.소평의 수묵화 또한 그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하지만 그는 다양한 소재와 표현형식을 통해 문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그의 그림에는 현대적인 감각들이 시원스레 배어 있다.문방사보와 함께 옥판선지와 한지를 사용하는 그는 더러는 붓질을 건너뛰고,대담한 간필(簡筆)을 활용하며,망실된 구조물을 복원해 그리기도 한다.그의 화면경영은 어떤 구속으로부터도 자유롭다.(02)3217-0233. 김종면기자 jmkim@
  • 거미·물고기·날씨에 과학이 숨었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상록’에서 “과학이란 그 현재와 과거를 묻지 않고,가능한 사물의 관찰이다”라고 말했다. ‘과학의 달’을 맞아 청소년들에게 생물의 오묘한 삶 이야기와 기상 현상을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한 ‘열려라! 거미나라’(임문순·김승태 글·사진 지성사)는 거미의 탄생과 성장,사랑,죽음 등의 과정을 이야기 형식으로꾸며 놓았다. 20년 이상을 거미 연구에만 몰두한 저자는 우리에게 ‘징그럽다’고 받아들여지는 ‘거미’의 대부분이 인간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늑대거미’와 ‘호랑거미’를 주인공으로 삼아,알에서 깨어나서부터 성장과 죽음까지를 실제 생활을 바탕으로 동화 형식으로 썼다.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거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돼있다. ‘춤추는 물고기’(김익수 지음·다른세상)는 우리나라 강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 126종의 생태와 생활습성을 담은 환경과학 도서이다. 저자는 책에서 진정으로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우리 주변에서 어떤생명들이 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류와 더불어 살아 온 물고기들을 ‘상류와 중류의 여울에 사는 물고기’와 ‘천천히 흐르는 하천 중류에 사는 물고기’,‘대형댐이나 호에 사는물고기’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 또 쉬리를 포함한 각시붕어,감돌고기,어름치 등 우리나라 고유 어종과 수원서호에서만 살다가 멸종한 서호 납줄갱이 등을 소개하고 있다. ‘날씨 토픽’(반기성 지음·명성출판)은 미래 사회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날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일상생활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먼저 날씨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생활의 지혜를 소개하고 날씨를 이용한 마케팅과,날씨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 세계전쟁사를 알아 본다.마지막으로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현상의 사례와그 원인을 추적한다. 김명승기자 mskim@
  • 33회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수상자 선정

    제 33회 대한민국과학기술상 수상자로 과학상에 서울대 물리학과 권숙일(權肅一·65)교수,기술상에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양승택(梁承澤·61)총장,진흥상에 경상북도(도지사 李義根)가 각각 선정됐다. 시상은 21일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강당에서 열리는 과학의 날 기념식에서 거행되며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상금 1,000만원이각각 수여된다. 권교수는 한국물리학회 회장,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장,과학기술처 장관등을 역임했으며 국내 고체물리학과 강유전체 분야 연구를 주도,활성화하는등 기초과학육성과 우수과학인재의 양성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양총장은TDX교환기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 이를 산업체에 성공적으로 기술을전수했으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장치)공동개발사업을 관리한 점이 평가됐다.경상북도는 98년 전국 16개 시·도 중 최초로 과학기술 전담 조직인 과학기술진흥과를 설치,과학기술혁신 추진체제를 확립하는 등 도민들의 과학기술마인드 제고와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이날 기념식에서 KAIST 이상수(李相洙·75)명예교수와 서울대 이만영(李晩榮·76)초빙교수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는 등 과학기술진흥 유공자 77명이 훈·포장 및 표창장을 받는다. 훈·포장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국민훈장 무궁화장 李相洙(75·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李晩榮(76·서울대학교 초빙교수) ▲국민훈장 모란장 鄭明世(58·(주)덕인 회장) 朴炳權(63·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 崔暢根(63·한국과학기술원 교수) ▲황조 근정훈장 姜哲熙(75·선문대 교수) 朴澤奎(62·건국대 교수) ▲국민훈장 동백장 金순圭(68·코네티컷대학교 교수) 高基秀(65·재일과학기술협회 회장) 尹昌國(57·기초과학지원연구소 서울분소장) ▲동탑 산업훈장 李址太(55·(주)한국중공업 생산본부장) 李斗哲(55·(주)삼창기업 회장) ▲홍조 근정훈장 黃禹錫(47·서울대 교수) 柳承欽(55·연세대 교수) 한편 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수상자로 영상·오디오부문에 SBS드라마 ‘카이스트’의 작가 송지나(宋智娜·41)씨와감독 주병대(朱秉大·43)씨,신문·잡지 부문에 조선일보 모태준(牟泰俊·37)기자, 도서부문에는 ‘거미의 세계’저자인 건국대 임문순(任文淳·65)교수와 ‘개미제국의 발견’저자인 서울대 최재천(崔在天·46)교수가 공동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함혜리기자 lotus@
  • 기상의 날 주제‘일기예보전’

    천둥번개 지진 해일 우박 서리….천변만화하는 자연의 얼굴을 예술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까.일기에 대한 관심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오는 23일 ‘기상의 날’을 맞아 기상청과 갤러리 사비나가 ‘2000 일기예보전’이라는 전시를 마련한다.날씨의 변화양상을 다양한 그림과 사진으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색다른 자리다.화가들이 일기예보라는 단일 주제로 전시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3일부터 4월9일까지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21명의 작가가참여한다.오명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사실적으로’재현한 작품 ‘봄바람’을 내놓는다.한지에 아크릴로 그린 풀꽃과 한 가운데 놓인 손수건의 선연한 빛이 봄을 재촉하는 듯하다. 자연은 조화무궁이다.살가운 미소를 짓는가하면 어느새 사천왕보다 더 험한표정으로 바뀐다.강운은 양떼구름이 노니는 청명한 하늘을,이민구는 거미줄에 맺힌 맑은 이슬을 서정적으로 담아낸다.김수연은 환경파괴로 인한 산성비와 황사비를,지영섭은 저기압의 스산한 느낌을 음울하게 그려낸다.김명제 신경철 김대수는 사진작업을 통해 날씨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02)736-4371.
  • ‘초록나라’ 비자림에 태고의 신비가…제주 비자림

    ‘제주 비자림을 아십니까.’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 14만여평에 500년이상 자란 비자나무 수천그루가 군락을 이룬 곳.일부 관광코스에 간혹 끼기는 하나 관광객 대부분이 스치듯 바쁘게 지나가는 곳이다. 그곳엔 광릉 노송지대의 거대한 위용이 없다.그렇다고 제주 여미지식물원의화려함도 갖추지 못했다.하지만 잠시 여유를 갖고 숲과 호흡을 맞춰 보자.왠지 범접하기 어려운 신비로움과 독특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3월 시작과 함께 비자림을 찾았다.하지만 숲속은 이미 봄을 지나 초여름의분위기.상록침엽수인 비자나무와 그 사이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들이 어우러져 한여름 못지 않은 초록을 연출해 낸다. 숲에 들어서니 비자나무 향을 담은 축축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500∼800년수령의 고목들.하지만 키는 10∼15m 안팎이다.1년에 1.5㎝ 정도 자란다니 커가는 아이에게 하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라’란 말도 비자나무에게만은 예외다. 비자나무는 결이 고와 예부터 고급가구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그래서훼손도 심했다.그나마 이만큼이라도살아남은 것은 ‘비자나무를 베면 큰벌을 받는다’는 이 지역 주민의 믿음 덕분이란다.그래서그런지 축축한 흙을밟을 때마다 왠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숲에는 비자나무 고목들 사이로 상록활엽수들이 자라나고 있다.생달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예덕나무 등등.크고작은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이 따사롭기 그지없다. 둘레가 2∼3m에 달하는 비자나무 고목 밑엔 착생난초들이 산다.지금은 막 싹이 트는 정도.하지만 4월이면 잎이 무성해지고 5∼6월이면 그윽한 난향을 뿜으며 꽃이 필 것이다. 가장 흔한 착생란은 혹난초.잎사귀 밑부분에 동그란 혹이 있어 붙인 이름이다.또 원추리 순처럼 포개진 잎새 사이로 길게 늘어진 꽃차례가 소박한 차걸이난,가늘고 긴 잎이 사방으로 달리는 거미난초 등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착생난초이다. 착생난초들은 대부분 화려하기보다는 아담하고 소박한 꽃을 피우는 게 특징. 하지만 금새우난이나 새우난 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희귀난도 자란다. 비자림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착생식물은 고목을 가득 덮다시피 감고 있는콩짜개덩굴.콩자반처럼 동글동글한 초록색 잎이 반질반질 윤을 내며 가득 달렸다.또하나의 착생란인 콩짜개난과 잎 모양이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혼동한다.6월경 황색 꽃을 피우는 진짜 콩짜개난은 콩짜개덩굴과 섞여 있지만 드물어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상록수초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자생해 울창한 숲을 이루었을까.비자림을 관리하는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 직원 한정우씨(38)는 “이곳 특유의 지형과 습한 토지 덕분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제주비자림은 다랑쉬오름,돛오름,둔지오름 등 세 오름(기생화산)사이 평원지대에 있다.즉 바람과 추위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또 아무리 가물어도 조금만 파면 물이 나오는 토지가 상록수초가 군락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가는길] 공항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사무소에서 지도와 안내책자를 구하는 게편리하다. 비자림에 가려면 제주공항에서 일주도로인 12번도로를 타면 된다. 서귀포 방향으로 30분쯤 달리다보면 평대초등학교가 나오고 이곳에서 우회전해 10분쯤 가면 비자림이다.버스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행 완행버스를 타고 가다 평대초등학교 입구에서 내려야 한다.문의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064-783-3857). [인근 가볼만한 곳] 만장굴이 10분 거리에 있다.세계 최장의 용암동굴로 총연장이 1만3,422m에 달한다.동굴 천정의 용암 종유석과 벽의 용암 날개 등이곁들여 신비로운 지하세계를 연출해낸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우도도 가볼 만하다.성산에서 뱃길로 5분정도 간다.우도의 얼굴이라 할 우도봉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제주도 동쪽 오름무리를 볼 수 있다.산호사해수욕장 등 산호해변이 있어 남태평양에서나 있는쪽빛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해녀도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성산에서 배로 5분 정도이며,배는 오전8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있다.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 [21세기 과학 대탐험](4)사이버토피아

    21세기 초부터 본격 시작된 인터넷에서의 혁명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기본틀을 뒤바꿔 놓고 있다.모든 정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시간과 공간,노동의개념이 바뀌고 인간관계도 바뀌고 있다.이제 곧 한 나라의 실제 국토의 면적이 얼마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가상의 세계인 사이버월드(Cyber World)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잡느냐가강국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정보통신 기술분야는 기술의발전속도가 빠르고 기술수명이 짧아 2010년 이후의 기술발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인터넷,메모리 반도체,가전,통신단말기 등급변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개발 목표를 바탕으로 2010년으로의 가상 여행을 떠나 보자. 어느덧 21세기로 접어든 지 10여년이 지났다.아침 7시에 잠에서 깨어난 K씨는 여느 때와 같이 PC,TV 등의 기능이 통합된 정보가전용 복합단말기를 켰다. 이른 새벽 친구로부터 E메일이 와 있었다.어제 저녁 휴대폰으로 연락했더니연락이 안됐다면서 오늘 함께 골프를하자는 내용이다.아내와 딸이 유럽 여행 중이어서 어제 저녁 모처럼만에 대학 동창과 맥주를 한잔 했는데 온통 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복합단말기에서 오늘 일정을 살펴 보았다.특별히 오전에는 회의가 없다는것을 확인한 K씨는 친구에게 약속시간에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E메일답장을했다.곧바로 아직 출근하지 않은 회사 직원에게 골프 후 오후에 사무실로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인터넷 사이버 거래로 투자한 종목의 시세를 살펴 본 후 보유하고 있는 A사 주식 1,000주를 팔았다. 집을 나서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걸려 온 딸의 전화다.이집트조각상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며 함께 풀어보자고 했다. 복합단말기를 켜고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이집트조각상을 불러내 3차원 홀로그램으로 띄웠다.앞과 뒤,옆,아래의 미세한 특징들이 드러나며 신비로운상형문자들도 보인다.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지만 문자해독 버튼을 눌러 해결하고 딸아이에게 그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친구와 약속한 골프장으로 향했다.이상하게도 평소 막히지 않던 도로가 붐비고 있다.얼른 자동차에 설치된 위성통신시스템과 연계된 지리정보시스템인GIS(Geographical Information System)를 켜서 도로정보를 확인한 후 한가한길로 우회,골프장에 약속시간에 도착했다. 라운딩 도중 이동단말기인 텔레컴퓨터로 전화가 두차례 왔다.사무실에서 급하게 결재할 것이 있다는 것이었고 결재 업무는 텔레컴퓨터로 처리했다. 모빌 인터넷이라고도 불리는 텔레컴퓨터 이동단말기는 모든 사람의 필수품이다.움직이면서 각종 정보를 얻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 단말기가 실용화된 것은 인터넷의 핵심인 교환 분야에 있어서 기존의 음성·데이터·정지영상 뿐만 아니라 동영상 등 고속의 데이터 서비스까지도 유연하게 처리할수 있는 테라급 교환시스템(초당 1,012개의 정보량을 처리할 수 있는 교환기)이 등장한 덕분이다.또한,전송기술 분야에서는 1970년대 광통신 기술이 도입된 이후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거듭,수백 Gbps의 용량까지도 손쉽고 값싸게 전송할 수 있게 됐다. 21세기 초,정보통신기술의 대혁명으로 이제는 텔레컴퓨터 단말기 한대면 세계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언어 소통의 불편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업무를 보고 게임,스포츠,오락 등을 즐길 수 있다.가정의 전화와 직장의 전화를 동시에 주고 받고,집과 직장의 PC를 원격에서 손쉽게 값싼 비용으로 무선 연결하여 제반 업무의 수행까지도 가능한 이동사무실의 환경속에 놓여 있다. 세계 각국은 광속도의 초고속정보통신망으로 연결돼 국경을 초월한 전자결제,전자현금시스템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어 있으며,해외출장 대신화상회의로 대체됐다.얼마전 개발된 인간 두뇌수준의 강력한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간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 타이핑이 필요하지 않게 됐고 영어,일어,불어,중국어 등 세계 모든 언어가 자동 번역되고 통역됨으로써 TOEIC,TOEFL 시험 등이 사라진 지 오래다.모든 사람들이 언어에 상관없이 책,신문,잡지,비디오,영화 등을 컴퓨터를 통해 검색,시청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K씨는 복합단말기의 전원을 켰다.저장된 낮 뉴스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인간 세포의 노화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의공학 기술 개발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세로 늘어 정년 폐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현재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로 진행되고 있어 오늘 저녁 뉴스에서 누가 당선됐는지 보도될 예정이란다. 모두가 정보통신 기술혁명이 바꿔놓은 세상의 모습이다.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Self-Learning)을 갖춘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한 인간의소외 등 상상할 수 없는 부정적인 측면도 일부 나타날 것이다.이제부터라도인간성을 고려하는 인간과 과학의 상호 조화 속에서 진정으로 과학기술의 또다른 대혁명이 우리 세기에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영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기획실장] ◆ 金 煐 善 ▲44세 ▲고려대 전자공학과 (공학박사) ▲한국통신학회 종신회원 ▲대한전자공학회 협동이사,전자교환연구회 전문위원장,학술위원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역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차세대 인터넷 개발 현황 '인터넷 혁명'의 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각국의 차세대 인터넷개발경쟁이 치열하다.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이라는 '메가 네트워크'를 인류에게 선사했다. 정보혁명의 결정체인 인터넷은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주고 있으며 무한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그러나 현재의 인터넷은 폭증하는 정보량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접속 및 전송 속도가 느리며 연결(라우팅) 경로를 비롯한 통신망이 불안정한 단점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신경망인 인터넷을 보다 빠르고,강하고,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 개발은 미국이 가장 활발하다.미 과학재단(NSF)은 5개의 슈퍼컴퓨터센터를 연결해 거대한 컴퓨터망을 형성한 vBNS(very-high-speed Backbone Network Service)를 시험가동 중이다. 미 정부는 이와 별도로 NSF의 vBNS,NASA(미 항공우주국)의 NREN, 국방부의DREN,에너지부의 Esnet을 기반으로 한 NGI(차세대인터넷)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매년 1억달러의 예산과 정부산하의전문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또 지난 96년 10월부터 미국내 34개 대학은 대학과 관련된 연구기관들간의네트워크 접속속도와 데이터처리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터넷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93년부터 7년간 12억달러를 투자,기존 인터넷망(CA*Net)의 성능을 테라급으로 향상시킨 학술연구전상망 카나리(CANARIE)와 상용서비스인 CA*NetⅡ를 진행 중이다. 유럽 국가들은 각국의 국가연구망을 하나의 초고속망으로 연결시킨 TEN(Trans-European Netwok)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한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을 중심으로 APAN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축했다.APAN은 대륙간 또는 대륙 내의 여러 링크들로구성돼 있으며 앞으로 태평양과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질러 더 많은 대륙들과연계,미국이나 유럽의 인터넷망을 능가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1세기 지식정보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05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또 2004년까지 지금보다 1,000배 빠른 차세대 인터넷 기술의 보급을 추진 중이다. 함혜리기자 lotus@
  • 싱가포르 ‘맛’ 보면 세계 ‘맛’ 본다

    [싱가포르 강선임기자]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듣기 원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욕심을 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한차례 여행으로 여러나라를 가본 듯한 효과를 얻고 싶으면 싱가포르를 찾는것도 괜찮겠다. 미니어처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는 중국·인도·말레이계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답게 각각의 전통생활을 엿볼 수 있는 지역이 그대로 남았다.인도인 생활상을 보여주는 ‘리틀인디아’를 비롯해 중국인 거리인 ‘차이나 타운’,게이랑 세라이(말레이지안 거리),페라나칸(중국과 말레이 혼혈)거리가 바로 그것. 싱가포르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싱가포르 음식축제’이다.올해가 7번째로 오는 3월31일 막을 올려 4월 한달 싱가포르 전역에서 계속된다. 개막행사가 열리는 ‘부기스 정션’은 레스토랑과 카페 밀집지역.주제는 ‘최상의 음식 경험’(Foodmania-A Bite of Every ‘Best’)으로 8개 분야로나눠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축제 구성이 휠씬 다양하다.새 행사로는 향료공원인캐닝요새공원에서 영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필름 알 프레스코’,워터프런터(보트키와 클락키 포함)와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맥주축제’,사자와 함께하는 점심식사,중국차 워크숍,주롱새공원에서의 아침식사와 아이스크림 뷔페,먹자골목인 H2O에서 즐기는 초콜릿축제 등이다. 싱가포르 강을 중심으로 강변에 이어지는 식당가 보트키와 클락키에서 열리는 세계맥주축제 ‘컨비비아 2000’에서는 세계각지에서 생산되는 맥주와 음식,안주 등을 맛볼 수 있다.클락키 쪽에는 강바닥터널을 뚫는 지하철 공사가진행중이어서 강물이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그러나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마시는 맥주 한잔은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신축 국회의사당과 멀라이언 공원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밤풍경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새로 조성된 먹자골목인 H2O에서 열리는 초콜릿 패션행렬은 재미를 더해주며 유리창을 사이에두고 사자와 마주하며 식사하는 프로그램은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이색체험을 제공한다.육지와 센토사섬을 연결하는 70여m 케이블카 위에서 싱가포르 야경을 바라보면서 즐기는저녁식사,주롱새공원에서 플라밍고의 춤을 감상하면서 호수가에서 먹는 저녁식사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듯. 페라나칸의 전통음식을 맛보려면 킴 티안 거리에 있는 페라나칸 식당 ‘칠리파디’가 적당하다. 전통음식과 함께 주인 졸리 위의 요리강좌를 들을 수 있다. 케이블카나 호수가의 저녁식사,사자와의 점심식사 등은 인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예약해야 한다.문의 싱가포르 관광청 서울사무소(02)399-5570. ◈싱가포르는말레이반도 남단에 위치.인구는 중국계 77%,말레이계 14%,인도계 7%,기타로나뉜다.통용어는 영어며 민족별로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를 사용한다. 영국식민지에서 말레이령으로 바뀌었다 독립한 때는 1965년.면적은 서울과비슷하며 인구는 400만에 못미치는 도시국가.적도부근에 위치,연중 평균기온이 26도로 높다.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 외에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조화가 놀랍다.도시 어느곳을 둘러봐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그러면서도 인공의 냄새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다.인간과 자연의 조화,공존의 원칙을 고수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음식 특징싱가포르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음식향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향신료가 강한 것은 음식맛을 내는 것말고도 방충제 구실을 하기 때문. 페라나칸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판단’은 향이 특히 진하다.벌레퇴치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택시 안에서 흔히 냄새를 맡을 수 있다.향료 탓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칠리소스나 삭힌 고추같은 것을 주문,함께 먹는 것이좋다. 코피 티암(원뜻은 커피점)이라 부르는 음식백화점과 아파트 1층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음식값은 싼 편이다. 싱가포르 화폐로 5달러(3,500원 내외)정도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sunnyk@ *싱가포르 주요 관광명소 [싱가포르 강선임기자] 싱가포르는 1년내내 축제가 열리는 나라다.방문하는시기에 따라 각각 다른 행사를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열린 축제는 타이푸삼(Thaipusam).힌두교인들이 믿음을 더욱 굳히려고 30일간 수양기간을 거쳐 화살로 제 몸을 찌른채 카바디스라는 커다란 철제 아취를 등에지고 3㎞ 고행길을 걷는 것이다.2월 한달동안에는 차이나 타운에서 설을 기념하는 점등식과 함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축제외 눈여겨 볼만한 장소를 소개한다. 주롱 새 공원에는 600여종 8,000여마리 새들이 서식한다.세계에서 가장 높은인공 폭포와 시뮬레이터를 통해 매일 정오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동남아시아조류관도 볼거리다.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어둠이 깔린 야생초원에서 푸른 눈빛을 발산하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동남아 우림지역,아프리카 사바나,버마 정글 등 총 8구역으로 나뉘며 110종 1,200마리의 동물들이 산다. 중국 당나라 수도 장안을 재구성한 당성도 흥미로운 장소.아시아 최대의 역사 주제공원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당시의 궁전과 왕실,장터,숙박지 등 옛 모습을 재현했다.유령의 집에서는 3차원 환영을 통해 귀신들과 교감할수 있다. 가장 큰섬인 센토사에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이 섬 중앙에 자리한다. 37m 높이의 멀라이언 전망대에서는 센토사 전체와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센토사섬에 있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해저아크릴 터널은 길이 80m에 이르는터널형 수족관.대형문어 늑대뱀장어 대형 거미게 등 250종 2,500여마리의 해양생물이 있다. 중국사원인 티안 혹 켕과 힌두교도가 불 위를 걷는 축제인 티미티가 열리는스리 마리암만 사원,회교예언가의 가계 및 계보를 볼 수 있는 압둘 가풀 사원은 서로 비교하면서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이밖에 리틀인디아,말레이 빌리지,차이나 타운,음식백화점인 코피 티암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아침식사인 로티브라타와 연유를 첨가한 진한 말레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싱가포르 여행중 할 수 있는 일이다.
  • 퍼즐·퀴즈 풀다보면 공부가 쏙쏙

    ‘쉽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따분하고 싫증나는 공부를 재미있게 할수 있는 학습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고리타분한 한자나 해도해도 늘지 않는 영어,까다롭기만 한 과학 등을 책을통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먼저 청주상고 영어교사로 있는 이제원씨가 펴낸 ‘퍼즐로 풀어보는 논어’(풀빛)는 퍼즐로 한자를 익힐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한자가 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재미를 곁들여 한자와 고사성어를 익힐 수 있게 한 것이다. 모두 10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퍼즐을 제시해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한 뒤,그 아래 자원(字源)을 붙여놓았다.이어 ‘어? 그래’에서는 논어를 중심으로 고사성어나 한자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수록,한자의 지식을 기르게 했다. 일본의 응용언어학자 이와마 나오후미가 쓴 ‘학교 영어싫은 사람 모두 모여라’(아카데미영어사)는 문법을 공부하고 단어를 외고 열심히 문제집을 푸는데도 영어가 좀처럼 늘지않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공부법을 권고한다. 모두 11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영어가 능숙해지기 위해선 ‘실천하는 것이빨리 능숙해 진다’ ‘어학에 재능이란 관계없다’ 등 8가지 법칙을 제시해주고 있다.또 회화가 서툰 원인과 치료법에서는 ‘회화 같은 건 못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은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등 10가지 증상과 치료법을 그림과예문을 곁들여 설명한다. ‘퀴즈퀴즈 퀴즈탐험 책으로 보는 신비의 세계’(차윤희 지음 세종서적)는지난 85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KBS 2TV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작가인 차씨가 프로에 등장한 동물의 이야기를 퀴즈형식으로 풀어 나갔다. ‘눈이 다르면 세상도 달라 보일까’라는 항목에서는 고양이와 카멜레온,황소,개구리,거미,벌 등의 눈을 사진을 곁들여 가며 자세히 설명했다.또 ‘황소의 눈에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은 어떻게 보일까’라는 퀴즈를 중간에 넣어자칫 지루함에 빠질 독자에게 상큼한 충격을 주고 있다. 김명승기자 mskim@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2)

    ◈창 달린방-안은영◈8.숨쉬는 아이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의 운동화 끈 묶어준다. 미라:(힘없이)엄마가 거울을 모조리 갖다버렸어. 해우:(미라 쳐다보고 무관심하게)그래?미라:(한숨)거울 보는 엄만 엄마가 아니야. 해우:(장난스럽게)엄마가 아니라니,엄마가 두 개니?세개?미라:(웅크리며)연극대본 보면서 거울 앞을 왔다갔다 하는 엄만 늘 뻔데기같았어. 해우:(운동화 끈 다 묶고)다 됐다.(미라 옆으로 앉는다)미라:(잡풀 뜯어서 연못가에 던지며)엄마는 거울에 꿈이 숨겨져 있대. 해우:(양손으로 잡풀 뜯어서 하늘 위로 날리며)꿈?머리 위를 빙빙 도는 꿈말이니?미라:엄만 사람들이 거울을 보며 꿈을 키워간대.어릴 때 거울 앞에 날 앉히고 머리 땋아주면서 꿈이 뭐냐고 묻더라. 해우:(관심 가득한 얼굴로)뭐라 대답했어?미라:내 꿈은 원래 있던 거야.있었어도 고쳤어야 했어.(잡풀,쥐어 뜯어 연못에 던진다.그러나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해우:(미라 머리 위에 떨어진 풀 떼어내면서)꿈을 고쳐?미라:엄만 내 생일만 되면 연필 한 타스를 선물하면서 꼭 극작가가 되어야한대. 해우:작가? 폼 난다. 미라:서랍에 연필이 가득 채워지고 서랍문을 열고 닫기가 힘들어질수록 엄마거울도 점점 늘어갔어. 해우:(풀물이 밴 손냄새 맡고)근데 거울을 왜 몽땅 치우신거야?미라:깨질까봐. 해우:그래 유리는 깨지기 쉽지. 미라:(연못 가까이 가 들여다보며)아니 꿈이 깨질까봐.아-여기로 빠지고 싶다.저 속은 따뜻할 거 같지 않니?(해우를 끌어당기며)여기로 들어가면 쟤네처럼 웃고만 살 수 있을텐데.(뒤로 물러나 앉으며)엄마 꿈은 거울에 있었나봐. 해우:배우라 생각하는 것도 틀리다. 미라:(연못에 손 담그고)아무도 몰라주는 배우였지.몇 줄 안 되는 대사를 밤새 연습하는 엄만 항상 빨간눈으로 날 봤어. 해우: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 거지. 미라:(손바닥에 물 담아 밖으로 뿌리며 흥분해서)엄마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 해우:흥분됐겠다. 미라:(바지에 손 닦고)나도 처음엔 떨리는 내 가슴이 흥분인 줄 착각했는데피가 마를 것만 같은 염려였어.대사를 엉터리로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어.어쩔 땐 멍하니 무대에 서서 진땀만 흘리고 아무 말도못했어.극이 끝나면 엄만 며칠을 울면서 매일 전화에다 대고 미안하다,죄송하다 죽음 앞에 선 토끼 마냥 뜀박질을 해댔어. 해우:너무 간절하면 엇나가기 쉽잖아. 미라:아니 소질 없이 욕심 하나로 버틴 거지. 해우:(다리 쭉 펴고)욕심?미라:내가 이름난 극작가가 되면 엄만 주연이 되서 누구보다 무대를 빛낼 수 있대.거울 앞에 날 앉히고 내 꿈을 직접 만든거야.난 꿈이란 건 누군가 만들어 주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하는 정답쯤으로 알았던 거야. 해우:(집게손가락 연필로 풀 휘저으며)어렸으니까. 미라:(잡풀 뜯어 자기 머리 위로 올려 날리면서)아니.난 내가 뭘 원하는지도모른 채 거울한테 복종당했어. 서랍에 연필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질 때쯤 난더 이상 아무런 꿈도 이룰 수 없는 걸 알았어. 엄마가 원하는 극작가는 덩그러니 형체만 있을 뿐이구. 해우:넌 뭐든지 잘 할 수 있어. 미라:밤새 토끼 눈으로 거울 앞을 왔다갔다 하는 엄마에게 서랍 통을 던졌어.그제서야 거울도 보호받게 된 거야. 해우:(미라 머리 위의 풀 털어 주면서)보호?미라:엄만 절대 깨질 수 없는 곳에 거울,아니 꿈을 숨겼겠지. 결혼식 때 쓰인 풍선이 해우와 미라의 머리에 내려앉는다. 해우,미라 풍선을 치면서 깔깔댄다. 9.거미줄 뜯어먹기해희,전구를 갈아 끼운다. 전구에 빛 들어온다.흔들리는 전구 빛이 방안을 왔다갔다 한다. 해희,해우 눈이 부신 듯 눈살을 찌푸린다. 해희:(앉으며)성당 안나간 지 오래됐다.결혼식 구경도 하고싶어. 해우:지겨워. 해희:왜?너 결혼 축하 곡 듣는 거 좋아하잖아.미라랑 눈감고 감상하던 니가 웬일이니?해우:발 치워!그리고 미라 얘긴 그만 해. 해희:(신이 난 얼굴로 해우에게 바짝 다가가 앉으며)싸웠니?해우:(등돌리고)그만 하라구. 해희:나도 미라 같은 애 싫더라.귀티가 줄줄 흐르는 게 사람 기를 너무 죽여. 해우:출근 안 해?해희:(시계보고 놀라서)아침빵 돌려야 되는데.(가방 들고 일어서며)미친 것도 아닌데 병원에 가두는 잘난 의사때문에 내가 늘 정신이 빠지는 것 같다니까. 해우:미친사람 덕에 밥 먹고 살면서 투덜대긴. 해희:기분좋은 발레리나 신경 긁지 마라. 해우:발레리나?주제에. 해희:(급히 나간다)해우:(씽크대 서랍을 뒤지고 부탄가스 꺼내며)꼭꼭도 숨겼네. 차츰 제자리를 찾는 전구. 해우:(벽에 기댄 채 까만 봉지에 얼굴을 쳐 박고)으으으으….(호흡 점점 빨라지다 스르르 방바닥에 웅크리고 누우며)으으으으….(가늘고 힘없는 목소리로)엄-마. 부탄가스통끼리 부딪쳐 쇠소리 난다. 10.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정신병원 매점해희:(빵과 우유를 셈하면서 낡고 작은 냉장고에 넣으며)열 여섯 열 일곱…. (앉아서 장부 뒤적거린다)잠시초코파이 아줌마:(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으며)니 묵어라. 해희:벌써 주사 맞았어요? 초코파이 아줌마:(두리번거리며)201호 처녀가 또 의사한테 먹혔다구. 해희:(요구르트를 단숨에 빨고 못 믿는 말투로)에이,의사 선생님이요?초코파이 아줌마:(바지 끌어올리며)그 놈은 영계만 보면 환장을 하구 설쳐. 해희:(빵 뜯어먹다가 가슴치고)캑캑!헛소문 많잖아요. 초코파이 아줌마:그 처년 퇴원하기 틀려 먹었데이,쯧쯧. 해희:아줌마만큼 건강해지면 병원 나가죠.병원은 병고쳐주는 곳이잖아요. 초코파이 아줌마:세상으로 못나가게 수갑채운다.누가 모르는 줄 아나.난 멀쩡 혀.미친년들한테 섞여 살란 께 골치가 아퍼 죽겠다. 해희:아줌마도 머리 아프시다고 뒹굴고 약 먹고 그러셨잖아요. 초코파이 아줌마:(못들은 척)그 처녀,인제 뱅실도 좋은데로 옮기긋지?어?해희:(걱정스런 얼굴로)이상한 말 쏟고 다니지 마요. 초코파이 아줌마:미친년들뿐인데 내가 누구한테 말을 한담. 해희:내가 보기에도 아줌만 멀쩡해. 초코파이 아줌마:(기분 좋아서)맞다,맞다.(한참 까르르 웃다가 겨우 웃음참고)머,멀쩡하제?마,맞제?(바닥에 뒹굴고 웃으며)마,맞제?해희:그만 해요. 초코파이 아줌마:(웃다가 의자와 같이 넘어지며)마,맞나,안맞나?해희:(초코파이 아줌마 일으키며)괜찮으세요?초코파이 아줌마:(웃음이 멈추지 않아 배를 쥐어짜며)아,아이고 배야,해희:밥을 안드시니까 힘도 없죠?초코파이 아줌마:약 탄 밥을 내가 와 묵노. 해희:약이요?초코파이 아줌마:(웃음 딱 멈추고 주위를 째려보면서)간호사년들끼리 짜고약 탄 거 몰랐나?해희:아줌만 의심병만 고치면 돼. 초코파이 아줌마:(해희에게 귓속말)밥 묵으면 이 병원서 썩어 죽는다. 해희:그래서 초코파이만 드세요?초코파이 아줌마:그럼 나보고 뒈지라꼬?해희:(시계보고)내일 봬요.밥에 독약 같은 건 없어요. 초코파이 아줌마:그냥 가는기가?해희:(가방 메고 장난스럽게)아줌마도 우리 집 가시게요?초코파이 아줌마:약속이 틀리네 오늘이 우리 만난 지…(손가락 셈하며)오늘이 그날인디. 해희:그날이요?초코파이 아줌마:까먹었나?해희:뭘요?초코파이 아줌마:내 새끼 찾아야 되는데.내는 여 있으믄 안 된다. 해희:그래서 탈출이라도 하겠다구요?초코파이 아줌마:(주머니 이곳 저곳을 뒤적거려 초코파이를 꺼내주며)이거다 묵어라.모잘라나?(해희의 가방 안에 초코파이 넣으며)됐제?해희:다 뭐예요?초코파이 아줌마:니 줄라꼬 간식 안 묵고 숨캤다. 해희:아이 잃어버렸어요?초코파이 아줌마:와?니가 찾아 줄라꼬?(손가락 셈하며)딱 니만 하것다. 해희:(혼잣말)엄마도 날 찾고 있을까?초코파이 아줌마:(해희의 가방빼앗아들고)어여 가제이. 해희:(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어 초코파이 아줌마의 머리에 감아주며)내가 봐도 아줌만 환자 아니야. 초코파이 아줌마:(웃음 참으며)아무도 몰라보겠제?해희:(속삭이듯)집 가서 밥 해 줄게요. 11.거미줄 뜯어먹기해희와 초코파이 아줌마가 팔짱끼고 들어온다. 해우:(엎드려 잡지보다가 빼꼼 올려보고)누나왔어?늦었네. 해희:젖 드러내고 있는 거 봐서 뭐해.그림의 떡이지. 해우:(잡지 덮고 일어서며 비꼬듯)누구야?초코파이 아줌마:(해우의 손을 잡고)잘 생긴네. 해우:누구냐구?해희:(망설이다가)그냥 아는 분. 초코파이 아줌마:(해희의 가방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주며)어여 묵어,니 선물. 해우:(초코파이 쳐서 바닥에 떨어뜨리고) 미친 여자 아니야?해희:손님이야. 해우:(어이없어)환자옷 입고 여기까지…. 초코파이 아줌마:(초코파이 줍고)뱅원에서 일하는 아줌마여.옷이 편해서 빌려 입은기다.그자?해희야.맞제?해우:누나가 말하던 초코파이 아줌마야?초코파이 아줌마:(반가워서)니,내 아나?해우:당신이 미쳤다는 것도 알아요. 해희:멀쩡해,니가 보기에도 미친 것 같으니?잃어버린 자식 있는데 찾아야 된대. 초코파이 아줌마:밥 안 묵었제?(씽크대로 가서 그릇을 뒤적거리며)창문 열자,해희야.답답다. 해우:정신병원에나 돌아가요.여긴 창문 같은 건 없으니까. 해희:아줌마,제가 할게요.밥해서 같이 먹어요. 초코파이 아줌마:(사방을 둘러보면서) 답답해서 우째 사노?그래서 니가 허옇게 얼굴이 뜬 기가?둥근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해희,해우,초코파이 아줌마. 해희:아,참!(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들고)주인집 갔다올게. 해우:안그래도 낮에 변태새끼 몇 번이나 왔다갔어.누나가 언제 쉬는 지도 모르는 띨띨한 놈.그 띨띨이,아줌마 친구하면 되겠다. 초코파이 아줌마:(방긋 웃으며)누군데?내 친구 소개시켜 준다꼬?해희:아니예요. 초코파이 아줌마:내도 같이 가자.내가 친구가 어딨노?소개 시키 도. 해희:식사하세요. 초코파이 아줌마:(실망해서)와?니 애인이가?주인남자,방문 열고 들어온다. 주인남자:냄새 죽인다. 초코파이 아줌마:누고?주인남자:(간드러지게)희야 왔어?초코파이 아줌마:(해희,해우 번갈아보고)희야가 누고?(해희 어깨 치면서)야!니다,해희 니 찾는갑다. 초코파이 아줌마:(정중하게 인사하고)식사 좀 하실랍니꺼?해우:(숟가락을 집어던지듯 상에 내려놓으며)방 값 줘서 보내. 초코파이 아줌마:주인인갑네. 해희:(흰 봉투 주인남자에게 준다)주인남자:(봉투 안에 든 돈 셈하며 씩 웃고)맞네.(간드러지게)앞으로는 날짜지켜. 해희:월급이 늦게 나와서요.죄송해요. 초코파이 아줌마:(흥분해서)하여튼 그 정신뱅원은 똑똑히 된 데가 한군데도없다카잉. 주인남자:같은 직장인가봐. 초코파이 아줌마:(당황해서)아,예 지,지는 의삽니더.바,바빠서 월급도 제때못주고 내가 미안 합니더. 주인남자:희야 월급 챙기랴,환자 보랴 수고가 많습니다. 초코파이 아줌마:약 묵고 주사 맞는 기 힘들지 다른 거는.(놀라 입 틀어막고머리 매만지며)아픈 데 있으믄 말 하이소,내가 봐줄께예. 해우,어이없는 웃음.해희,재미나서 웃음. 주인남자:(설거지하는 초코파이 아줌마 보고 조심스럽게)친척?해희:아,예. 주인남자:(간드러지게)희야,난중에 커피 한 잔 하자구. 초코파이아줌마:해희야,주인님 초코파이 드시라 캐라.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3)

    12.웃어요,하!하!하!웃어봐요. 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눈감은 채 무릎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해우:지난주에 나이 든 신랑 신부가 결혼했어.한동안 왜 안 왔니?몸살났다구?미라:결혼 축하 곡 지겨워졌어.다신 안 와. 해우:언젠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다며. 미라:내가 하고 싶은 게 뭔 줄 알았어. 해우:(기뻐서)잘됐다.뭔데?미라:모델. 해우:(고개 갸우뚱)모델?미라:어,누드모델. 해우:(눈뜨고 놀란 얼굴로)농담 마. 미라:사람들 눈을 끌고싶어. 해우:(미라의 손을 붙잡고 흔들며)미쳤어!미라:비록 엄만 사람들 눈에 들어차지 않는 인생을 살지만 난 달라.내가 부끄럽다면 헤어지자. 해우:(미라의 손을 세차게 흔들며)여태 기도한 건 뭐야!뭘 위해 기도한 거냐구!미라:(눈감은 채)날 위해. 해우:널 위한 게 이래?미라:이 거야. 결혼식 때 쓰인 풍선이 해우와 미라의 머리에 내려앉는다.해우,신경질적으로풍선 쳐서 날려보낸다. 해우:(안타까워서)미라야. 미라:거울처럼 빛나는 인생을 만들겠어. 해우:난 너 예전의 모습이 좋아. 미라:기도하는내 모습만 본 니가 바보같다.난 더 이상 어둠세상에서 제자리걸음따윈 안 해.이건 마지막 기도야. 해우:미쳤어?정신차려. 미라:내가 빛 받을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야. 해우:눈 떠!창녀 같은 년이 될 거면서 뭘 위해 기도해!(미라 세차게 흔들고)눈 떠!미라:돈 많이 벌어서 너 같은 고아들 잘해줘라. 해우:(미라 머리를 치며)눈 떠!미라:(눈뜨고)이제 세상이 똑바로 보인다. 해우:미라야…. 미라:너도 똑바로 봐.기도는 소원을 이루기 위한 게 아냐.또다른 세상을 보는 것일 뿐이지.앞으로 우리 시간낭비 말자. 해우:엄마가 또 널 거울 앞에 세워두고 꿈을 정해준 거니!미라:처음으로 내가 생각해 낸 꿈이야. 결혼 축하 곡 뒤로 이어지는 즐거운 사람들의 함성. 13.거미줄 뜯어먹기초코파이 아줌마:(해우 보고)손은 와 그렇노?해희:성당에도 안가고 집에만 있는 너 수상해. 해우:성당가면 미라 꼴보기 싫다고 난리더니 잘됐잖아. 해희:아니,그건….하도 잘난 척 하고 깝죽대니까. 초코파이 아줌마:병원은 가본 기가?잘못하면 상처 곪는데이. 해우:새벽까지 오토바이 타고 대학로 달렸어.거기 어린 계집애 많잖아. 해희:(해우 이마 툭 건드리고)넌 다 컸니?해우:(오토바이 손잡이 잡는 시늉하고 인상쓴다)태워달라고 서로 난리치길래 중삐리 계집애 태우고 미친 듯이 최고속력으로 달렸어.미라도 세상도 지 맘대론데 나라고 못할 게 뭐야?그러다가 트럭이 오길래 피하려다 박살났지 뭐. 걔는 아스팔트에 얼굴,가슴이 다 갈렸어.가슴 한쪽은 나가떨어졌을걸. 해희:(인상 찌푸리고)으-. 해우:걔가 피범벅돼서 아스팔트에 뒹구는데 난 놀라서 도망쳤어.팔목도 그때 다친거야.살이 나가서 뼈가 보여.흉칙해서 붕대 감은 거구. 해희:병원은?태우:가면 잡혀.자세히는 모르겠는데 경찰이 내 옆모습 정도는 확실히 찍었을 꺼란 말야. 초코파이 아줌마:아푸겄다. 해희:(인상쓰고)뼈가 갈렸다는데.(해우 등 후려치며)그렇다고 가스를 불어?해우:다른 세상에 들어가고 싶었어. 해희:(흥분해서)가스불면 니가 생각한 세상이 진짜가 돼!해우:당분간 밖에 안나갈테니 구박하지 마. 잠시해희:(마음을 가라앉히고 초코파이 아줌마에게)동생이 지금 연기하는 거예요.심통을 잘 부리거든요.전요,발레리나가 되는 게 꿈이예요. 해우:누나가?살찐 몸으로 무슨.(깜박 잊고 붕대감긴 손으로 태희의 아랫배를 툭 친다.금방 미간을 찌푸리고)아-야. 해희:(금이 가서 까만 테이프로 길게 붙어놓은 거울 앞에 서서 단발머리를귀 뒤로 넘긴다.거울이 작아서 정작 몸은 보이지 않고 얼굴만 보인다)이 정도면 날씬하지.(까치발)초코파이 아줌마:(해희 뒤에 서서 까치발하고 거울 보려고 애쓰며)발레리나가 뭐꼬?요로콤 추는 거 맞제?해희,초코파이 아줌마.손을 잡아가면서 신나게 춤춘다.둘의 머리가 전구에닿는다. 방을 빙빙 도는 전구빛. 해우:정신없어. 해희,초코파이 아줌마.까르르 웃으면서 더 신이 난 얼굴로 춤춘다. 해우:누나까지 돈 거야!해희,초코파이 아줌마.느린 동작으로 춤춘다.웃음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크다. 해우:시끄러!초코파이 아줌마:(어지러운 듯 벽을 붙잡고)해희야,동상이 신경질 났나부다. (해우의 손을 잡고 빙빙 돌며)심심나?니도 해봐라. 해우:(손을 뿌리치며)아직 덜 미쳤군. 해희:(벽치고 돌면서)연탄불갈아야 되는데. 해우:(방문 열고 나간다)해희,초코파이 아줌마.방바닥에 주저앉아 빙빙 도는 전구 올려다본다. 차차 제자리를 찾는 전구. 초코파이 아줌마:동상은?해희:(어지러워 눈감고)햇빛 훔치러. 초코파이:덥은디.창문 열자. 해희:금방 추워져요.그리고 창은 없어요. 초코파이 아줌마:만들자. 해희:예?초코파이 아줌마:색깔 나는 거 없나?해희:(서랍을 뒤져 크레파스 한 자루를 꺼내들고 웃음)해희,초코파이 아줌마,크레파스로 벽에 네모를 크게 그린다.먼지 묻은 아이보리색 커텐,발 밑에 있다. 해우:(투덜거리며 들어와)이 방은 불이 너무 잘 죽어,숯 피웠어.(해희 보고)근데 벽에다 웬 낙서야?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해희:(선 굵게 그으면서)뭐 하는 것 같니?해우:변태새끼가 알면 우릴 죽이려고 들 걸. 해희:주인아저씨가 무슨 수로 알겠어?벽면 반쪽이 창문으로 둔갑했다. 해희:어때?그럴싸하지?망치 가져와 봐. 해우:못 박게?해희:커텐 달아야지. 해우:칫. 탕!탕!탕!해우의 못질. 해희,크레파스로 그린 창에 커텐 단다. 해희:속이 확 트이는 것 같다. 해우:칫. 잠시전구를 반 만 돌려서 약하게 켜놓고 자는 세 사람. 해희:(웅크리고 끙끙댄다)어-해우,초코파이 아줌마.머리가 아파 미간을 찌푸린다. 해희:(몸 뒤척이고)으으…해우:(입맛 다시고 머리맡에 있는 주전자,더듬거리며 집어들고 흔들며)언제다 마신 거야.가스도 없을텐데.(일어서서 전구불 환하게 켠다)해우 머리에 부딪친 전구빛,온 방을 심하게 돈다. 해희:으으…. 해우:누나,어디 아퍼?이게 무슨 냄새야?아,머리야.(초코파이 아줌마를 흔들어 깨우며)일어나 봐요!초코파이 아줌마:(일어서려다 넘어지고)무신 냄새고?연탄깨스 아이가?해우:(해희 흔들어 깨우며)누,누나!정신 차려 봐. 해희:(눈 겨우 뜨고)몽롱한 기분 괜찮네.니가 왜 가스 부는지 알겠어.나도잠시 나마 창고 같은 지하 방 잊고싶다.꿈속에서 엄마도 봤어.초코파이 아줌마처럼 엄마마음도 참 따뜻해. 해우:정신차려. 해희:갑갑해.창 열어.우리 방에도 창문 있잖아.찬바람 쐬고 싶어. 해우:헛소리 마. 초코파이 아줌마:(비틀비틀 창가로 걸어가 커텐을 젖히려다가 넘어진다.주저앉아 벽에기대어)아이고,대갈박아…. 해우:(해희를 일으켜 앉히며)병원 가자.(자물쇠 빼서 던지며)이 따위가 누날지켜줄 것 같애!해희:괜찮대두.너 잡히면 안되잖아.자물쇠 채우는 건 더 싫어. 초코파이 아줌마:(귀 틀어막고 크게 하품,몽롱한 얼굴로 머리 흔들며)대갈박 아퍼 죽겠데이. 해우:(해희 일으킨다)해희:해우야,난 우리 인간들 가슴에 맑은 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좀 전에 내 가슴에 유리창이 달린 걸 봤어.창은 아주 컸어. 흔들리던 전구,차츰 제자리를 찾다가 어둠. 창문 틈으로 빛 들어오고 커텐,바람에 휘날린다. 바람,점점 강해질 때 천천히 막이 내린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1)창 달린 방

    ◈창 달린방-안은영◈◆등장인물해희·해우·미라·초코파이 아줌마·주인남자◆무대지하단칸방(씽크대가 방 안에 있는 원룸,창문이 없는 게 특징)성당(연못가)정신병원 매점(입원실 내에 위치)성당과 방이 한꺼번에 보여진다. 방 보여질 때도 미라의 기도하는 모습은 풍경처럼 계속된다. 1.거미줄 뜯어먹기조명 밝아지면서 해우의 신음소리 더 고통스럽게 난다. 해우,붕대 감긴 팔목을 감싼 채 까만 봉지에 얼굴 처박고 있다.호흡 빨라지다가 잠시 후 스르르 방바닥에 웅크리고 눕는다.일회용 부탄가스,해우의 몸에 깔리고 부딪쳐서 쇠소리 낸다. 해우:으으으으…으으으으…. 해희:(방문 삐그덕 열고 들어 와)미친사람한테 파묻혀 나까지 도는 건 아닌지 몰라.(해우보고)너 또!(해우를 일으켜 흔든다)해우:(신음소리만)해희:(해우 쥐어뜯으며)너 감옥 가!더 이상은 나도 못 참아.(식탁보로 덮어놓은 밥상을 들쳐보고)며칠 째 밥도 안 먹고 죽으려고 작정 했어!(부탄가스통 내 동댕이치고)나가 죽어!나가!(주저앉아 얼굴 감싸고 흐느껴 운다)낮은 천장에 매달린 오래된전구,깜박깜박. 2.사팔뜨기 사랑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연못에 꼬챙이 담궈 휘젓다가 돌멩이 두 개 찾아낸다.각자 발등에돌멩이 얹고 절룩절룩 연못가로 향한다. 해우:저 신랑 신부,주말 마다 성당서 섹스한 거 아니?미라:설마. 해우:(발등의 돌멩이 떨어뜨려 안타까워 하며)어제도 봤어. 미라:(떨어지려는 돌멩이,똑바로 얹고 절룩다리로 연못가 가깝게 가며)왜 여기서 했을까?해우:(돌멩이 다시 발등에 얹고)우리도 그러자. 미라:(돌멩이,연못에 던지고 넘어진다.물 조금 튄다)뭘?해우:(돌멩이,연못에 던지고 넘어질 뻔 한다.물 조금 튄다)사랑. 미라:(한쪽다리 들고 발등의 흙 털면서)사랑?해우:(새끼손가락 보이며)약속 해. 미라:(새끼손가락 걸고 흔들며)꼬옥-꼬옥-약속해. 3.거미줄 뜯어먹기전구,깜박깜박. 해희:(훌쩍거리며 설거지한다)해우:(몽롱한 얼굴)누나,일찍 왔네. 해희:…해우:(몸에 전율이 온 듯 재빨리 두리번거리다가 한쪽 구석에 부탄가스통이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떨군다)해희:경찰서 가자. 해우:(머리가 아파 미간을 찌푸리고)다신 안 그래. 해희:팔목은 또 뭐야?말 안 해?해우:고무장갑 치워.앗,차갑다니까.(천장 본다)전구,깜박 깜박. 해우:(서랍장 뒤지며)불 나가겠다.전구 사 둔 거 있지?해희:미라 때문이니?해우:(서랍장 뒤지면서)없네. 해희:그 년이 나보다 중해?해우:미라 얘긴 하지마. 해희:(비웃으며)왜?해우:(문 박차고 나가며)씨팔. 해희:어디 가!4.까마귀야 안녕?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미라 앉아서 연못에 흙가루 뿌린다. 해우:(눈에 흙 들어가 눈 비비며)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게 뭔 줄 아니?미라:(해우 눈에 바람불어주며)후--하늘과 후--땅. 해우:(연못에 조약돌 던지고)그건 세상에 속하지 않아. 미라:(해우가 쥐고있는 조약돌 빼앗아 연못에 던지고)죽음인가?생명?해우:(손 털고)누나는 햇빛이라는데 난 지금 들리는 결혼 축하곡 같아. 미라:(바지에 손 닦고 해우 뒤에 가서 허리 꼭 잡으며)오토바이 탈 때만 빼고 넌 시시해. 해우:(뒤돌아보고)좋아?미라:(눈 살짝 감고 입맛 다시며)오토바일 타는 니가 싫지만 멋 나. 해우:(속삭이듯)오토바이는 우리 존재만 빼고 세상을 다 녹여 주잖아. 미라:(눈 꼭 감고 해우 귀에 대고 귓속말)우릴 따라 잡지도 못해. 5.거미줄 뜯어먹기전구,깜박깜박. 해우,전구 보고 눈살 찌푸리며 들어온다. 해희:어디 갔다 와?해우:(힘없이)전구 사러.(전구를 갈려다가 바닥에 떨어뜨린다)전구,깨진다. 해희:(비명)해우:(깨진 전구,쓰레받기에 주워 담는다)해희:(비명)해우:(전구에 찔려)아!해희:(더 큰 비명)해우:(찔린 손을 빨며)시끄러! 해희:(해우의 손보고)유리 박혔어?해우:(붕대 감긴 손목이 해희의 몸에 부딪치자)아야. 해희:얼마나 다쳤길래 그래?풀어. 해우:누나가 의사라도 돼?해희:풀어!해우:됐어. 해희:안 풀래?해우:됐어. 해희:어휴!(주저앉아 해우보고 눈 흘기고 흐느껴 운다)해우:(미안한 듯)하긴,누나는 정신병원 있으니까 환자들 가끔 봐주기도 하겠다. 해희:(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은 채)내가 왜 봐주니?의사,간호사는 노니?(손등으로 눈물 닦고)나갔다 올게.(방문 열려다 깜짝 놀라)왜요?주인남자,실실 웃으며 방에 들어온다. 주인남자:(해희의 어깨를 어루만지며)퇴근한 건가? 해희:방 빼라구요?주인남자:(투덜대며)전구가 와이래?와이리 빤딱빤딱 난리야. 해우:나이먹은 전구,뒈질려구 그러죠. 주인남자:(놀라며)도,동생 왔어?(애써 웃는 얼굴 만들며)언제 온거야. 해우:전구 하나만 얻읍시다. 주인남자:오늘안으로 방 값이나 내. 해우:변태 같은 새끼. 주인남자:어이?해우:나이 먹어 가지고 미친놈. 주인남자:어이?해우:설마 했더니 진짠가 보네. 해희:(해우의 팔 잡아끌려고 애쓰며)내일 월급 받는다 했잖아요,퇴근하자마자 줄께요. 해우:(해희의 말 끝나기도 전에)어린 계집들 앞에서 불알 놀려댄다구?주인남자:얼어죽고 싶어 환장했구먼!해우:환장은 당신이 잘하는 거고!주인남자:쫓겨나고 싶나!해우:(비꼬아)누나 병원 가고싶어 몸에 두드러기라도 났수!해희:해우야!(주인남자에게 굽신거리며)가세요,예?죄송해요. 해우:누나!해희:가세요,예?주인납자:(해희의 엉덩이 톡톡 치고 윙크하며)희야는 난중 커피 한 잔 하자구. 해우:개놈. 해희:쉿!주인남자,문 모서리에 머리 부딪쳐 신경질 내며 나간다. 해우:조심해. 해희:그러니까 집 비우지 마.(큰 자물쇠가 걸려 있는 방문고리를 가리키며)솔직히 나도 겁나. 해우:앞으론 집 안 비울께. 해희:공터에서 아줌마끼리 주인아저씨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해우:어디?해희:집 앞 공터. 해우:불타 없어진 집?해희:나까지 이상하게 본단 말야. 해우:누나가 뭘!해희:(잠바를 걸치며)전구나 새로 사와야겠다. 6.벽안의 벽,또 그 벽 속의 벽. 성당에서 결혼 축하 곡이 흐른다. 해우와 미라,발등에 조금 무거운 돌멩이 얹고 절룩절룩 연못가로 향한다. 미라:빨 주 노 초 파 남 보.빨 주 노 초 파 남 보. 해우:빨 주 노 초 파 남 보,빨 주 노 초 파 남 보. 미라:(절룩걸음 점점 빠르게 가서 돌멩이,연못에 던지며)빨주노초파남보,빨주노초파남보!(물 튄다)해우:(미라 뒤를 이어 돌멩이,연못에 던진다)빨주노초파남보!(물 튄다)미라:(발등 털면서)하숙생,집나갔어. 해우:(주저앉으며)어?미라:(해우 옆에 앉고)돌 할머니를 훔쳐갔어. 해우:소원들어 준다던 돌?미라:(애처로워서)일 억 년밖에 안된 젊은 돌인데. 해우:그럼 소원은?미라:(하늘보고)소원은 소원이기에 소원인거야. 해우:(장난스럽게 울먹이는 표정)불쌍한 소원. 미라:(해우보고)소원의 소원은 뭘까?7.거미줄 뜯어먹기해희:(전구를 갈아 끼우며)됐다. 흔들리는 환한 전구. 전구 빛이 방안을 왔다갔다한다. 해희:(빛처럼 환하게)꿈같아. 해우:(어둠처럼 시무룩하게)꿈 깨. 해희:(숨 깊게 들이마신다)해우:꿈 깨라구. 해희:(눈 찌푸리고)새 전구 갈 때마다 눈부셔.엄마 만나는 것 같아. 해우:(해희 툭,툭 치고)꿈 깨. 해희:(고개 갸우뚱,갸우뚱)엄만 꿈처럼 멀까?빛처럼 가까울까?제자리를 찾는 전구,작게 떨린다. 해우:(건들대며)미쳐가는군. 해희: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미친 거니?해우:같이 미쳐갈 수는 있겠지. 해희:멀쩡한 사람,환자취급 받더라,뭐.꿈을 쫓다 미칠 수도 있지.그걸 모르는 니가 가엾다. 해우:(비웃으며)꾸미기 숙제해?해희:(편안하게 누워 전구 보면서)난 느껴. 해우:(어이없어 하다가 전구에 어깨를 부딪친다)흔들리는 전구. 사방을 도는 빛. 해우:(물 벌컥 들이키다가 일부러 엎지르고)현실은 이런 거야. 해희:(일어나 찌푸린 얼굴로 걸레질하며)뭐하는 짓이야!해우:쏟고,마르고,걸레같은 데 몸긁히고 색깔도 없이 죽는 게 현실이라구. 해희:겁을 온 몸에 바르고 사는 인간이나 그런 식으로 둘러대기에 바쁘겠지,(손가락질)너같이. 해우:꿈을 못 꾸게 만든 것도 엄마가 저지른 죄야. 해희:니 스스로 내린 생각일 테지. 해우:꿈은 꿈일 뿐이야. 해희:(설득하려는 듯이)우리도 엄마가 있었다면. 해우:(말 가로막고)그래,꿈같은 거 먹어가면서 별보고 기도도 하겠지. 해희:세상을 바로 못봤을지도 몰라. 해우:(실실 웃으며)세상을 뒤집는 게 내 꿈이야,소원이구. 해희:힘들고 차가운 세상일지라도 세상 준 엄마한테 감사해. 해우:그래서 주인남자한테 언제 당할 지 몰라 자물쇠로 무장하고 살어?해희:(능청스레)내 공간을 갖고 싶었을 뿐이야. 해우:쥐새끼도 살기 싫어 도망가는 이런 방이 그렇게도 아늑하셔?해희:(전구를 가리키며)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해. 해우:이런 방에서 상상력까지 키웠어?해희:(전구를 가리키며)저건 아무한테도 도둑 당할 염려 없는 우리 빛이야. 해우:숨막히게 할 뿐이지.가스통이 없으면 아무 것도 상상 못 해. 해희:(화가 나서)뭐?(치워놓은 가스통 봉지를 쥐어뜯으며)이게 니 머리를 썩게 만들었어!(비명 지르며 가스통을 이리저리 집어던진다)가스통에 전구가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깨진다. 어둠. 해희:(소리,지친 목소리로)니가 말한 게 이거니?좋아?해우:(소리)유리 조심해. 어둠 속에서 깨진 전구를 치우는 해우의 몸소리. 해희:(소리)그래 넌 어떤 상상을 하게 되는데?해우:(소리,유리에 찔려)아야!해희:니 가슴으로 세상을 보면 갈기갈기 찢겨서 결국엔 피만 토하게 될꺼야. 문이 삐그덕 열리는 소리. 주인남자:(소리,간드러지게)희야?(놀라서)엄마나,이 놈들이 집 갖고 튀었네!방!방을 갖고 도망을 갔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