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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IFA ‘올해의 선수’는 ?

    [취리히 AP 연합]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호나우두,지네딘 지단(이상레알 마드리드)이 19일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후보로 지명됐다. 골키퍼가 후보에 오르기는 91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칸이 처음이며 호나우두(96·97년)와 지단(98·2000년)은 각각 두번씩 수상했다. 독일대표인 칸은 2002월드컵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선취골을 내줬지만 나머지 6경기에서 1골만 내주는 거미손 수비를 자랑하며 대회 최우수선수상(골든볼)과 최고 골키퍼상인 야신상을 받았다. 호나우두는 2002월드컵에서 8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브라질에 통산 다섯번째 우승컵을 안겼고,프랑스대표팀의 지단은 월드컵 때 부상으로 활약이 크지 않았지만 소속팀을 01∼02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각국 사령탑의 투표로 뽑는 올해의 선수는 다음달 18일 발표된다.
  • 종목분석/ 남승우 풀무원 대표 인터뷰

    ***“생식품시장 성장성 매우 커 신선도·안전성이 신뢰 바탕” 경기둔화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내수주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는 요즘 승승장구하는 종목이 있다면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풀무원을 그런 종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두부·콩나물 등 푼돈거리밖에 안될 듯한 포장 생식품들이지만 주가는 상승랠리를 거듭하고 있다. 3·4분기 결산실적 기준으로 음식료 업종 평균(5.9%)을 4배 이상 웃도는 매출증가율(23.6%),20.8%로 업종 선두인 ROE(자기자본수익률) 등 독보적인 실적이 뒷받침된 결과다. 최근 주가가 4만원 고지를 넘나들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미래에셋 김재순 연구원은 4만 7500원,메리츠증권 홍성수 연구원은 4만 5000원을 각각 목표가로 제시하고 있다. 남승우 대표이사는 18일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깨끗한 식재료를 포장해 판매하는 생식품 시장의 성장성은 한참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풀무원의 강점으로 너나없이 소비자들에 신뢰를 주는 ‘브랜드 파워’를 꼽는다.이미지관리 비결이 있다면. 1981년 두부·콩나물로 포장 생식품 시장에 뛰어든 이래 20여년을 ‘화학조미료 무첨가’ ‘식품안전 및 신선도 유지’ 등의 제조 원칙을 지켜왔다.성장촉진제를 놓아 3∼4일만에 후다닥 길러내는 콩나물이 판칠 때도 7일간 물만 줘 키우는 콩나물을 고집했다.신선도와 안전성에 대한 한결같은 원칙이 소비자 신뢰의 바탕이 된 듯 하다. ◆풀무원의 잘 구축된 냉장물류시스템을 경쟁업체나 대기업마저 사업영역을 함부로 넘볼 수 없게 하는 경쟁력의 하나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냉장물류는 원재료에서 생산·유통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1일 배송권아래 둔다.20여년간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를 엮어왔다.자본력만으로 따라할 수 없는 노하우(기술)가 있다.과거 한 라면 업체가 유통기한 7일짜리 생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아 6개월짜리 라면으로 돌아간 예가 있다.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져 주가상승을 다소 제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분할은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 검토하고 있다.어떤 형식이 되든지 간에 기업의 펀더멘틀엔 큰 변화가 없으며,투자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본다. ◆현재 보유중인 제품군과 향후 사업다각화 방안은? 두부와 콩나물은 각각 한해 1000억원,400억원씩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군으로 자리잡았다.녹즙도 연간 50%씩 고성장하는 시장이다.면류,김치,유정란,장류,김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포장버섯 시장에도 곧 진출한다.강원도 지역의 산간 등을 매입,유기농 콩 재배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손정숙기자
  • 초고속인터넷 1천만시대/ 디지털경제 진입 토대 마련

    한국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열며 세계 최강의 정보인프라 국가 반열에 올라섰다.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4년반에 이룬 성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질적인 정보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추진 과정과 의미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쓰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가 기폭제가 됐다.정부는 전략회의를 수시로 열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시장 경쟁체제를 유지해 온 것이 오늘의 업적을 가져왔다.4년간 약 11조원을 투자했다. 서비스는 지난 98년 6월 두루넷이 케이블 TV망을 이용,가장 먼저 시작했다.하나로통신은 99년 4월 세계 처음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서비스를 선보였고 같은 해 6월 KT가 ADSL 서비스에 가세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초고속 인터넷의 성공은 ‘IT강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미국 하원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성공에 자극받아 지난 2월 초고속정보통신망 보급 촉진을 목표로 광대역보급법안을 가결했고,7월에 방한한 영국 초고속인터넷 사절단도 ‘기적’이란 표현을 써가며 극찬했다. ◆보급 현황 전국의 모든 읍은 물론 면지역의 98%인 1200곳에까지 초고속 인터넷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어 전 국민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보급률은 지난해 말 현재 100명당 17.16명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2위인 캐나다 8.4명,스웨덴 4.96명,미국 4.47명,일본 2.23명에 비하면 크게 앞선 것이다.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치(2.9명)를 훨씬 웃돌고 있다.사업자별로는 KT가 458만명,하나로통신 286만명,두루넷이 131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효과와 과제 11조원이 투자된 초고속 인터넷의 파급 효과는 IT(정보기술) 관련 산업 생산 유발액 17조원,부가가치 유발액 5조 8000만원,고용유발 59만명에 이르는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다른 나라에 앞서 디지털 경제시대에 본격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즉 PC 제조업체,부품업체,콘텐츠업체 등 관련 IT산업분야에 활로를 찾아준 계기가 됐다. 안방에서 온라인 주식거래는 물론 온라인 게임,온라인 교육,원격진료 등이 가능해지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여론형성에도 큰 몫을 했다.특히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전자정부’의 기틀 마련을 앞당기는데도 초고속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잘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디지털 영상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기홍기자 hong@ ■동탑훈장 김동훈 KT사장 “연내 읍면단위까지 망 구축” “깊은 산골에 정보망을 까는 것은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는 것과 다를 바없습니다.” 6일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000만명 돌파’ 기념식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김동훈(金東勳·사진·51) KT 사업지원단장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세계 1위는 정보 소외지역인 농어촌 투자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김단장은 전국적인 초고속 서비스 제공에 장애가 되고 있는 농어촌지역에 대한 투자를 주도했다.그는 “초고속 인터넷이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올초까지 전국의 30% 면지역은 이같은 혜택을 못받고 있었다.”면서 “연내에 읍면 단위까지 인터넷망을 구축,전국민의 정보 인프라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유선 초고속망 설비구축이 어려운 산간 및 낙도는 위성을 이용,서비스를 제공할것이라고 덧붙였다.김단장은 초고속 인터넷 도입초기에 국가정보망 구축사업에도 참여,전국 4500개 기관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이날 행사에서는 김단장 외에 김진덕(金鎭德) 하나로통신 전무,오영철(吳英喆) 삼성전자 상무가 산업포장을,임병택(任炳澤) 두루넷 이사,이승일(李承日) 드림라인 대표이사,김태수(金泰洙) 파워콤 상무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기홍기자 ■ADSL·PC방이 고속성장 견인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잡은 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첫불을 지핀 것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두루넷이 98년 케이블 모뎀을 이용,처음 시작했지만 이후 도입된 ADSL 시장을 놓고 벌인 KT와 하나로통신간의 기싸움 과정에서 커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ADSL은 99년 수익모델을 찾던 하나로통신이 먼저 도입했다. 당시 KT는 광케이블을 통해 초고속 데이터를 주고받는 ISDN(종합정보통신망)을 초고속 인터넷의 주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로는 대도시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 갔고,이에 KT가 2개월후인 6월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금까지 경쟁체제가 이어져 왔다.그러나 KT가 최근 ADSL보다 10배나 빠른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을 내놓아 격전이 불가피한 상태다. 다른 공로자는 PC방.우후죽순처럼 생겨난 PC방이 온라인 게임을 확산시켜 국민의 인터넷 활용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자연스레 보다 나은 서비스 환경이 개선돼왔다. 정보통신부 고위관계자는 “PC방은 불건전 오락 등 부정적 측면도 많지만 인터넷 강국으로 만든 최고의 공로자”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가구의 60%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90%가 전화국 반경 4㎞이내에 거주하는 등 밀집된 주거환경도 시장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 들꽃·곤충등 글마다 자연사랑 - 대한매일·국토연구원 공동주최 27일 시상식

    대한매일과 국토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협찬한 제7회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대회에서 강소영(제주 신제주초등 3)양이 개인부문상(국토연구원 원장상)금상을 차지했다.은상은 백미경(강원 횡성초등 6)양과 유다은(경남 신안초등 5)양에게 돌아갔다. 전국 127개교에서 모두 5392편이 응모한 이번 대회에서 강양은 ‘우리들의천국’이라는 생활문을 써내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이밖에 개인상에는 동상 4명,우수상 50명,장려상 268명이 선정됐다. 단체부문상(대한매일 사장상)에서 금상은 경기 신촌초등,은상은 경기 부흥초등,동상은 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가 각각 받았으며 지도교사상(삼성생명 사장상)은 금상에 박미옥(경남 신안초등),은상에 박남숙(경기 부흥초등),동상에 김정자(강원 횡성초등)교사가 선정됐다. 수상자 명단은 대한매일 홈페이지(www.kdaily.com), 국토연구원 홈페이지(www.krihs.re.kr)에 실렸으며 오는 23일자 대한매일 광고로도 게재된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국토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입상자 명단(개인상 중 우수상·장려상 생략)은 다음과 같다. ◇개인상 ▲금상 강소영 ▲은상 백미경 유다은▲동상 고기혁(대전 대덕초등6)도원주(경남 천전초등 6)최혜진(서울 도곡초등 5)이새미(경기 일동초등 6)◇단체상 ▲금상 경기 신촌초등▲은상 경기 부흥초등▲동상 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 ◇지도교사상 ▲금상 박미옥 ▲은상 박남숙 ▲동상 김정자 김소연기자 purple@ ■개인 수상작 요약 [금상]‘우리들의 천국’ 민오름.나무도 없는 벌거숭이 산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민오름에서는 예쁘고 신기한 이름을 가진 들꽃도 많이 볼 수 있고,우리들처럼 시원한 바람을 맞고 좋아하는 나무도 가득하다. 오늘은 금요일.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우리 동네 뒤쪽의 자그마한 산인 민오름을 오르는 날이다.오늘도 나는 선생님을 따라 걸으면서 물었다.“이 풀이름이 뭐예요?” “타래난초라고 한단다.”“그럼 이거는요?” “그건 오이풀.그 풀의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면 오이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대.” 잎 하나를 살그머니 따서 손에 비비고 냄새를 맡았더니 정말 시원한 오이냄새가 났다. “선생님은 풀 이름을 어떻게 다 아세요?”“예전에 ‘들꽃기행’이라고 하는 행사에 몇 번 참가한 적이 있었단다.다른 오름에는 들꽃들이 더 많아.그 들꽃들을 다 둘러보고 내려오면 멀리서만 봐도 오름에서 들꽃 냄새가 나는것 같거든.” 우리반 남학생들은 곤충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사슴벌레를 보고 신난 친구,개미들의 본부를 발견했다는 친구.다른 친구들은 경사진 풀밭에 누워서 떼굴떼굴 구르기 시합을 하고 있다.그래도 나는 향기로운 들꽃이 좋다. 얼마 전 얄밉고도 큰 태풍이 휩쓸고 가버렸을 때,나는 태풍에 왜 산이 무너질까 궁금해서 아빠께 여쭈어 봤다.아빠는 “산을 마구 개발하면 산이 약해져서 태풍에도 쉽게 무너져 버리는 거란다.”하시면서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셨다. 나는 함부로 산을 다루는 아저씨들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민오름에서 만난 개미,사슴벌레,무당벌레,쥐며느리,지렁이,거미….강아지풀,오이풀,타래난초….이 작고 예쁜 것들이 오순도순정답게 사는 아름다운 산,우리들의 천국을 조심히 다뤄주세요.” 강소영 제주 신제주초3 [은상]‘쓰레기로 해 본 체험학습’ 우리 학교는 각 학년이 돌아가면서 운동장 청소를 한다.우리 6학년이 청소를 하는 월요일,대부분 하기 싫은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었다.선생님께서는 갑자기 5일간 학교,집 주위에서 뭐든 주워 가져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나는 길에서 주운 쓰레기를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깨끗이 씻어 말리고 종이상자 같은 것은 차곡차곡 접기도 하고,하여튼 숙제니까 학교에 가져 가기 위해 준비했다. 5일 후 재량시간에 선생님께서는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모아 보고서를 써보라고 하셨다.발표시간이 됐다.장난감을 만든 모둠이 두 모둠 있었고,과자 봉지의 이름을 외래어·고유어·외국어로 구분한 모둠,그리고 우리는 재활용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발표했다. “쓰레기를 모으면서 이것으로 무엇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그리고 이게 재활용이구나 했었고요.”“사실 저는 분리함에서 꺼내 왔는데 제대로 넣어져 있지 않아 불편했습니다.”우리는 할 말이 많았다.5일 동안 쓰레기를 주우면서 환경이 깨끗해지고 보잘것없는 쓰레기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배운 셈이다. 백미경 강원 횡성초6 [은상]‘내일의 꿈은 초록색’ 이번 여름방학에 그동안 꿈꾸어 왔던 일이 이루어졌다.유럽여행.도착하자마자 인도가 있는 곳 어디든지 꽃과 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장미,피튜니아,칸나….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을까.그때 한 할아버지와 작은 꼬마가 물뿌리개를 끙끙대며 들고 나와 정성스럽게 가로수를 매만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수를 시나 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그러나 그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우리들이다.그러니 우리가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우리가 자연에게 정성을 다한다면 꽃과 나무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여행 도중 태풍이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한국에 돌아오니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나는 유럽 여행 전 우리의 자연을 볼 기회가 많았다.그때겉보기에는 푸른 산이지만 뿌리깊게 앉아 있는 나무는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그 때문에 더 많은 피해가 난 것일까? 집 근처 공원에서 유치원생들이 모여 고사리 같은 손으로 쓰러진 나무를 다시 세워주고 있었다.갑자기 자신이 생겼다.내 동생들이 만드는 내일은 분명짙은 초록색일 것이다. 유다은 경남 신안초5
  • 책꽂이/ 옥수수빵 이야기 外

    ◆옥수수빵 이야기(마태 지음) = 지난 84년 문예중앙 시인 추천으로 등단한 작가의 동화같은 소설.‘어려웠지만 꿈을 꾸었던 날들’이라는 부제에서 보듯,옥수수빵을 배급받던 시절을 특유의 부드럽고 감성적 시각으로 그려냈다.고암 정병례의 전각을 삽입해 책이 한층 운치를 더했다.어린이에게도 권할 만하다.민미디어.8000원.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김명리 지음) = 지난 8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네번째 시집. ‘노래의 서(序)’등 원죄의식을 삶의 충동으로 바꿔놓는 시의식이 주목된다.문학과 지성사.5000원. ◆미국,이라는 문제(박의상 지음) =‘9·11 테러’당시 미국에 체류한 시인이 반전과 빈부격차·종교문제 등을 풍자시 형식으로 쓴 시집.‘미국을 위한기도’‘미국은 멀었다’‘다시,릿슨 양키’등의 작품에 초강대국 미국의 그늘에 묻혀 살아온 한 지식인의 갈등이 묻어난다.아침나라.6000원. ◆염소(김성동 지음) =‘만다라’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가 지난 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쓴 첫 작품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를 고쳐 새 제목으로 출간했다.광주에서 살상극이 자행된 상황을 새끼 염소와 주변 환경에 투영해 생명의 존귀함과 존재 의미를 부각한다.청년사.7500원. ◆목마른 우물의 날들(이안 지음) = 지난 99년 ‘우주적 비관주의자의 몽상’등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은 시인의 첫 시집.효율과 실용성,소유와 소비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명을 비판하는 시인의 농경 정서가 싱싱한 발상으로 다가온다.실천문학사.5000원. ◆거미(박성우 지음) =‘거미’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의 첫 시집.체험을 바탕으로 가난과 슬픔의 가족사를 진솔하게 녹여낸 시편들에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가 있다.창작과 비평사.5000원. ◆보라색 커튼(김유택 지음) = 소설집 ‘어메이징 그라스’로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9년만에 내놓은 장편.자폐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과 고립된 생활을 해온 주인공이 정신병 치료과정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자전적 이야기가 반영됐다.문학과 지성사.7500원. ◆폭우(카렌 두베 지음,박민수 옮김) = 독일 여류작가인 저자가 지난 99년 발표한 장편소설.삼류작가 레온은 암흑가 보스인 피츠너의 자서전을 써주기로 하고 거액을 받아 옛 동독 지역에 집을 마련한다.어느날 레온을 방문한 피츠너가 살해된 뒤 인근 늪에 매장된다.끊임없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서서히 몰락해 가는 레온의 열정과 희망이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책세상.8000원. ◆웨이터(윤민호 지음) = 나이트클럽과 룸살롱 등지에서 20여년째 웨이터로 일해온 저자의 체험소설.막일꾼에서 인기 연예인·기업체 사장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 사람들의 술버릇 등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가 드러난다. 카드빚 때문에 술집에 나오는 젊은 여자들,외상값을 받지 못해 수억의 빚을 진 마담이나 웨이터의 애환 등을 묘사했다.창작시대.8000원.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농촌투자는 一擧三得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의 발전 또는 유지에 있어서 농업·농촌의‘경제적·환경적·사회적 기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그래서 그런지 선진국 치고 도시와 농촌이 골고루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도·농간 균형발전은 선진국 진입에 꼭 필요한 ‘입장권’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1960년대 이래 지속되어 온 도·농간의 불균형 개발과 95년부터 본격화된 농산물시장 개방 추세에 시달리고 있다.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협상에서는 농업보조금을 더욱 줄이거나,관세를 대폭 낮추라는 등 견디기 어려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농촌의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자연환경을 파괴하고,도시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교통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도 연간 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화두로 전 지구인이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했지만,우리나라도 이제는 친환경적인 농촌개발에 국민적 관심을 모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농업이 살려면 우선 무엇보다도 농사를 지어 적절한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이를 위해서는 농가마다 적절한 경영규모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규모화된 농민들은 훨씬 더 쉽게 생산비를 줄이고 품질을 높일 수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이어 월드컵 이후 한껏 높아진 코리아브랜드를 붙여 농산물 수출도 크게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불가피하게 농업활동을 그만둬야 할 농민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농촌에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은 21세기 유망 산업인 관광산업이 아닐 수 없다.주 5일 근무 등으로 생긴 여유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농촌은 더 이상 농사만 짓는 곳일 수 없다.아름다운 농촌의 자연과 문화는 앞으로 개발해야 할 무궁무진한 가능성 그 자체이다. 우리 땅이 비록 좁다고 하지만,도로망과통신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있는 지금,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넓게 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우리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지역이 친환경적으로 개발되면,그야말로 ‘농촌도 살고,농업도 살고,도시도 사는’1거3득의 효과를 얻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들도 농촌지역에 저마다 그림 같은별장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태/ 농림부 장관
  • 北·日 정상회담/ 조총련 대변신/北비밀공작 지원 ‘학습조’ 해산

    [도쿄 황성기특파원] 북한의 외교대표부 역할을 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다. 한국행 자유화,고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철거,조총련비밀조직인 ‘학습조’ 해체는 57년 조총련 역사에 획을 긋는 가장 큰 변화의 상징이다.남북관계 해빙,오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방북에 의한 북·일 관계 개선 조짐 등 국제정세의 변화,조총련 사회의 탈이데올로기가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변신의 직접적 이유는 김정일위원장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달 9∼17일 평양을 다녀 온 조총련의 허종만(許宗萬) 책임부의장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본의 실정에 맞는 조총련 조직의 운영”을 골자로 하는 3년 전의 ‘4월 말씀’을 조총련 상층부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흐지부지해왔기 때문이다. ◇김정일 직접 지시- 김 위원장의 ‘지도’를 받고 돌아 온 조총련의 실질적리더 허 부의장은 곧바로 중앙과 지방조직에 ‘환골탈태’를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상징적인 것이 재일 조선인의 한국행 전면 해금 방침이다. 지금까지 재일 조선인의 한국 여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왔다.조총련 동포의 고향방문단이나 지난 6월의 월드컵 대회 때 한국팀 응원차 온 재일 조선인을 제외하면 북한 국적의 동포가 한국을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한 재일 조선인은 “과거 일부 재일 조선인이 조총련 조직의 미행까지 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앙의 허가없이 한국에 가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면서 “몰래 갔다올 수 있지만 들키면 곤란한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 전면 해금의 현실적인 이유로는 관광이나 사업,유학 등의 이유로 한국에 가고 싶어하는 재일 조선인이 급증,이미 거센 물살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한국에 수학여행을 간 군마(群馬)의 학생들도 조총련의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강행하는 등 고향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동포 1,2세는 물론 젊은층에서도 한국행을 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있다.한국행을 자유화한다는 것은 이미 개방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평양 당국의 인식을 방증하기도 한다. 조총련의 변신은 ‘민족 교육’을 주축으로 한 조선학교에서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내리기로 한 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조총련의 한 소식통은 “초상화 철거는 이미 4년 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실행되지못했다.”면서 “초상화가 내려지면 민단계 재일 한국인의 입학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 조선학교에서는 ‘수령님’의 혁명전통을 가르치는 ‘연구실’을 없애고 ‘다목적 교실’ 등의 이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몇해 전부터 조선학교의 교과서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초상화 철수에 따라 조선학교에서의 이른바 사상 교육 등의 ‘정치교양’까지 없어질지도 주목해 볼 만한 일이다.교사월급도 제대로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조선학교가 ‘장군님’의 초상화를 내려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학생을 늘려보겠다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에 화해 메시지- 총련 내부의 비밀조직으로 알려진 ‘학습조’의 해산도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학습조는 조총련과 총련 산하단체에 조직돼있는 대일 공작조직으로 일본 공안의 추적을 받아 왔다.한때 5000명에 이르다 현재 2000명선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학습조의 해체는 북·일 정상회담과 관계개선을 앞둔 적극적인 대일 메시지로 여겨지고 있다.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변화도 앞으로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70년대 조총련의 융성과 함께 한때 발행부수 30만부를 자랑하던 조선신보는 현재 8만부로 줄어든 것은 물론 기자 숫자 감소,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있다. 당초 재일 조선인 동포들의 권익과 생활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선신보는 조선노동당의 대변지로 변해 김정일 위원장조차 “조선신보를 읽으면 노동신문을 보는 것 같다.일본을 알 수 있도록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련의 다른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지도를 따른다면 제대로 모습을 갖춘 주식회사로 민영화해 동포들의생활에 밀착한 소식을 전달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rry01@ ■조총련 앞날은/ 北·日 수교땐 위상 ‘곤두박질' (도쿄 황성기특파원) 만약 앞으로 북한과 일본이 국교정상화를 하게 되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은 어떻게 될까.일본과의 수교관계가 없는 북한은 지금까지 조총련을 실질적인 외교대표부로 활용하고 있다. 조총련은 북한 외교부의 위임을 받아 북한 국적의 재일 조선인들에게 여권을 발급해주거나 북한 여행을 원하는 일본인 등 외국인들에게 비자를 발행해 주는 대사관의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국교가 수립되면 정식으로 설치되는 대사관에 ‘본국’으로부터 파견된 외교관이 상주하게 돼 조총련이 수행하고 있는 ‘과외의 일’은 필요 없어지게 된다.1945년 10월15일 결성된 조총련은 북한의 융성과 함께 1970년대 전성기를 맞아 60만 재일동포의 3분의 2를 점하는 세력을 자랑했으나 이후 쇠퇴의 길을 거듭해 현재 10만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조총련은 중앙본부 아래 지방본부,지부,분회 등거미줄 같은 조직을 두고 있으며 산하에 조선인상공연합회,조선청년동맹 등산하단체와 조선신보사,구월서방,금강산 가극단 등 사업체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와 더불어 조총련의 경제적 기반이었던 재일조선인 상공인들의 침체가 동반되면서 조직 이탈,재정난이 겹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특히 일본 내에서는 괴선박 출몰,대포동 미사일 발사,일본인납치 등 갖가지 북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꾸거나 귀화하는 조총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한재일 조선인은 “조총련이 동포의 생활권리를 지키는 본래의 목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24시] 광주 무등산

    ■15개 거미줄 등산로 새벽부터 ‘야~호' 행렬 무등산은 광주사람들의 안식처다.아무 때나 곁에서 바라볼 수 있고 맘만 먹으면 금방 오를 수도 있다.시민 130여만명이 바로 곁에 해발 1187m의 명산을 안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운인지도 모른다.무등산은 광주의 북동쪽 가장자리와 맞붙어 있고 도심으로부터는 4~10㎞쯤 떨어져 있다.걸어서 1시간쯤, 차로는 5~10분쯤 걸린다. 도심과 맞닿은 곳에서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즐비하고 보리밥집,촌닭 백숙집 등 음식점과 휴게시설도 많다.부담없이 오를 수 있고 좋은 공기와 천혜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그래서 무등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남다르다. 무등산은 시대별로 ‘무진악’‘무진’‘서석산’‘무돌’ 등으로 불렸다.주변 지역 개발에 따른 환경변화도 겪었다.그러나 광주와 전남 화순,담양에 걸쳐 두루뭉술하게 솟아오른 전체 모습과 봉우리는 예전 그대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무등산을 찾는 등산객은 평일에 1만여명,공휴일에는 2만여명에 이른다.많을 때는4만∼5만명에 달한다.무등산에 오르는 길목은 크게 동구 증심사지구와 북구 원효사지구로 나뉜다.증심사지구는 시내 중심가 및 택지지구들과 이웃하고 있고 시내버스 소통이 원활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 최근 지리하게 이어진 장마의 뒤끝인 24일 토요일 새벽녘 증심사입구 주차장.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물통을 든 아낙네,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주말을 상큼하게 출발하려는 직장인들,부모를 따라 나선 아이들….모두가 활기찬 얼굴들이다.무등산은 이렇게 첫 손님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은 증심사 입구를 출발,의재미술관∼약사사∼새인봉 삼거리에 이르는왕복 8㎞를 오가는 새벽 등산객들이다.체력과 시간이 허락하면 새인봉삼거리에서 1㎞쯤 위쪽에 있는 중머리재까지도 오른다.내려오는 길에는 약사사 인근 약수터에서 얼음처럼 시원한 샘물을 길어 온다. 이날 새벽에 만난 나병주(58·동구 운림동)씨는 “운동삼아 5개월 전부터 매일 새벽 등산을 하게 됐다.”면서 “짙푸른 나무와 좋은 공기를 대하다 보니 지금은 비오는 날만 빼고는 매일 무등산을 찾는다.”고 말했다. 주부 이명숙(46·동구 학동)씨는 “아침밥을 짓기 위해 약수를 길러 왔다.”면서 “매일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운동을 함께 하니 하루가 상쾌해진다.”며 활짝 웃었다. 시민들이 등산로를 따라 잰걸음으로 움직이는 사이 노인들은 숲 주변 공터에서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 풀기에 여념이 없다. 같은 시각 원효사지구의 동구 산수오거리∼무등산장으로 이어지는 7㎞의 꼬불꼬불한 산길에도 승용차가 숲을 가르며 질주한다.가벼운 운동복 차림의 아줌마,아저씨들은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곧이어 목에 땀수건을 걸친 채 늦재∼바람재∼동화사터 구간을 오른다. 김성규(40·북구 각화동)씨는 “새벽 등산은 중독증세 같은 것”이라면서“하루라도 산을 안 오르면 온몸이 쑤시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다. 먼동이 터 오는 아침 6시쯤이면 머리 부분이 짙은 안개에 묻힌 무등산의 몸통이 드러나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전망대나 중봉에 이르면 잠에서 덜 깬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아침을 맞으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증심사 입구 등지의 주차장은 어느새 차들로 메워지고 산자락 상가들이 영업을 위해 문을 연다.진입로에는 옥수수·고구마·과일 등을 파는 행상들이 판을 깐다.등산객들의 간식용 먹거리 장터가 생긴다.사주나 관상을 봐주는늙수그레한 남자도 보이고 쑥떡이나 찐빵 좌판을 벌이는 할머니도 눈에 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산자락은 울긋불긋 오색 물결로 일렁인다.한껏 멋을낸 중년 아줌마들,계모임인 듯한 같은 또래의 주부들,유니폼을 입은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노인들,다정한 연인들이 거대한 숲속으로 하나씩 자취를 감춘다.무등산은 토산(土山)으로 경사가 완만해 5∼6살 아이들도 가볍게 오를수 있다.등산로 중간 중간에 약수터와 쉼터가 조성돼 지루한 줄도 모르고,완주하는 데 드는 시간도 4∼5시간이면 족하다. 정오쯤이면 무등산의 정상 부근인 중머리재,중봉,백운암터,새인봉,장불재,입석대,서석대 등지에는 끼리끼리 점심준비가 한창이다.정성스레 싸온 도시락이나 간식류를 먹고 약수터 물로 목을 축인다.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노래도 부른다.정상에는 연인끼리 속삭이는 대화도 있고 새소리 바람소리도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준다.어머니의 품같은 산이다.늦은 오후쯤에는 하산이 시작된다.게으른 사람은 이때 등산에 나서기도 한다.산자락에 즐비한 보리밥집도 붐빈다.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으로 식욕이 왕성해진 등산객들은 10가지 이상의 푸성귀 나물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얼버무려 보리밥을 비벼댄다.‘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허기를 채운 사람들은 막걸리 한 사발에 해 넘어가는 줄 모른다. 노인들은 자식자랑과 건강문제,주부들은 자녀 교육문제,중년 남자들은 사업문제 등 얘기꽃을 피운다.식당 한쪽에서는 고스톱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레방아 보리밥집 주인 이모(45·여)씨는 “외딴 산 속이지만 날마다 사람이 붐벼 시내에서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면서 “모든 이의 휴식처인 무등산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시민된 의무이자 도리”라고 말했다. 무등산은 이처럼 새벽부터 밤까지 시민을 품안에 안고 숨쉬며 살아간다. 무등산은 계절에 따라 ‘등산의 맛’이 크게 달라진다. 봄소식은 진달래가 가장 먼저 알린다.3월부터 산자락인 용추계곡,원효사계곡,증심사계곡에서 시작한 진달래는 능선따라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5월이면 자생 철쭉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여름철의 짙은 녹음을 거쳐 가을로 이어진다.10월쯤이면 장불재와 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억새풀 집단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억새풀은 하얗게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겨울에는 설화(雪花)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온대지방인 광주에서는 보기드문 정경이 펼쳐지는 곳이다.해발 800m이상이면 어김없이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핀다. 무등산은 공간적 의미의 ‘등산 장소’만이 아니다.광주의 역사와 세월을 간직한 마음의 안식처인지도 모른다.무등산 해맞이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80년 5월의 ‘아픔’ 이후 어느 때부턴가 새해 새날을 맞아 10만여명의 인파가 중머리재와 입석·서석대에 모여든다.소리도지르고 한을 달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광주시가 최근 들어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며 새해 해맞이 자제를 당부하고 나올 정도로 무등산에 대한 시민의 애착은 강하다. 지역 문단의 시인들도 무등산을 노래하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다.무등산이 광주시민들에게 주는 이미지와 상징은 단순한 산이 아닌 생활이자 역사인지도 모른다.장구한 세월 동안 한자리에 앉아 ‘우리’와 함께한다는 동질성 그 자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kdaily.com ■12개 약수터·유적지도 많아 토끼등~증심교 내년까지 휴식 광주시와 전남 담양·화순군에 걸쳐 있는 무등산은 1972년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전체 면적은 30.23㎢.자연보호지구,자연환경지구,취락지구,집단시설지구 등으로 분류돼 있다. 지정 등산로는 증심사∼약사사∼새인봉,공원관리사무소∼꼬막재∼규봉암∼장불재 구간 등 모두 15개 노선 42.5㎞이다.등산로 인근에 12개 약수터와 환벽당,도요지,충장사 등 각종 문화 유적지가 산재한다. 광주시 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는 자연환경 훼손을 막기위해 96년부터 지정등산로를 제외한 전 지역을 입산 통제지역으로 고시했다.토끼등∼증심교에 이르는 1.4㎞구간은 오는 2003년까지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이전한 정상 부근의 군 주둔지에 대한 생태복원을 추진중이다.전문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군 주둔지와 토끼등 일대 등 심하게 훼손된 구간에 자생 수목을 옮겨 심고 생태모니터링을 정례화했다. 이밖에 먹는 물 공동시설과 공중화장실,가로등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 관리와 환경 정비를 추진하고 공원내 자연 훼손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양정두(梁正斗) 공원관리사무소장은 “환경 훼손 등으로 갈수록 무등산 내동식물의 종류와 수가 줄고 있다.”면서 “간이 등산로 출입 등 불법행위는 시민 스스로가 자제해 아름다운 산 가꾸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 새영화/ 30일 개봉 프릭스 - 괴물로 변한 거미떼의 습격

    ‘프릭스’(Eight legged freaks·30일 개봉)는 잘 계산된 상업영화다.괴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공포영화와,재앙에 맞서 싸우는 집단을 그리는 재난영화의 문법을 적당히 섞었다.환경문제를 은근슬쩍 건드리기도 하고,인디영화 같은 황당 코믹도 들어 있다.멜로와 액션의 양념도 쳤다. 결과는? 뛰어난 작품까지는 못 돼도,다양한 재미가 혼합된 괜찮은 오락영화가 됐다.장르를 이리저리 섞다 보면 산만해지기 십상인데,적당한 선에서 장점만 끌어들여 깔끔한 구성을 만들었다.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배경은 미국의 작은 폐광촌.산업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전복돼 강으로 흘러든다.강가의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들은 며칠새 인간보다 더 큰 괴물로 변한다.‘터미네이터2’ ‘아마겟돈’ ‘스파이더 맨’의 특수효과팀이 만들었다는 이 거대한 거미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10년만에 마을로 돌아온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데이비드 아퀘트)와 그의 옛 애인이자 보안관인 샘(캐리 뷰러)은 거미떼에 맞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마을 사람들을 한 장소에 불러들여 함께 싸우는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정통적인 재난영화와 닮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웅이 없다는 점.선남선녀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뭔가 부족한 인물들이다.이 둘이 마을사람들과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뻔하지만 감동적인 데가 있다. 고양이가 거미에게 먹히는 것을 마치 만화처럼 벽에 새겨진 고양이의 몸짓으로 표현한 장면,거미의 습격을 외계인의 침공이라고 주장하는 수다쟁이 라디오 DJ,크리스가 위급한 상황에서 샘에게 머뭇거리며 사랑을 고백하려 하자 샘이 빠른 대사로 명쾌하게 받아치는 장면 등은 공포영화답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평화로운 마을이 예기치 않은 위기에 처하고 이를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은 9·11테러에 직면한 미국인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도 있을 듯.감독은 뉴질랜드 출신 엘로리 엘카옘.거미를 그린 단편 공포물로 재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에 스카우트됐다. 김소연기자 purple@
  • 책/ 어른도 흠뻑 빠져들 판타지 동화

    ‘해리 포터’시리즈가 던져준 판타지의 세계가 ‘대런 섄’‘레드월’‘눈동자의 집’ 등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모두 어린이책으로 분류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의 세계는,해리 포터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을 만족시킬 만하다.다룬 소재는 각기 다르지만 구성이 탄탄하고,저자의 이야기꾼다운 입심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켜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를 넘기게 한다.때론 공포로 가슴을 졸이고,때론 주인공의 불행에 손끝이 떨린다.또 의인화한 동물들의 재잘거림이 경쾌하고 즐겁다. 저자 스스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뱀파이어 소설 ‘대런 섄’(대런 섄 지음,문학수첩 리틀북스 펴냄)은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격찬한 책.할리우드의 워너브러더스사가 책이 나오기도 전에 판권을 사들여 화제가 됐다.여섯살 때부터 침실 벽에 커다란 드라큘라 포스터를 붙여놓고 뱀파이어에 홀딱 빠져 지냈다는 저자는 “내가 11∼12세라고 가정하고,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주인공 대런 섄은 친구가 많은 평범한 소년.우연히 괴물 서커스를 본 날부터 기구한 운명이 시작된다.뱀파이어의 독거미를 훔쳐온 섄은 독거미에 물려죽어가는 친구 스티브를 살리려고 할 수 없이 뱀파이어가 된다.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한 그 친구는 오히려 섄을 질투해 뱀파이어 사냥꾼이 되겠다고 맹세하는데…. 반은 인간,반은 뱀파이어가 된 섄의 고통이 잘 묘사됐다.이야기 전개가 빨라 읽는 맛이 있다.괴이한 등장 인물도 특징.허물을 벗는 스테이크 보이,인육을 뜯어먹는 울맨,코끼리나 탱크도 먹어치우는 라무스 투벨스 등 등장인물들이 의외로 생생하다.국내에는 3권까지 나왔는데 작가는 이미 20권까지 집필을 끝냈다.일본에서 150만부가 팔렸다.각권 7500원. ‘레드월’(브라이언 자크 지음,문학수첩 리틀북스 펴냄)은 미국서적상협회(ABA)가 뽑은 해리 포터풍 판타지 소설.세계 3대 판타지에 들지 못한다지만 20여개국에서 번역될 만큼 인기있는 작품.원래 맹인 어린이를 위해 쓴 단행본용이었지만,출간 후 독자들의 열광에 힘입어 시리즈로 바뀌었다.‘모스플라워’‘마티메오’‘살라만다스트론’‘전사 마틴’등등으로 현재까지 14권이 나와 있다.국내에는 상하권만 출간된 상태. 세상을 본적 없는 어린이들이 상상력만으로 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히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전설적인 검(劍)과 수도원 레드월을 둘러싼 선과 악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는데,주인공은 모두 동물이다.들쥐 시궁쥐 오소리 산토끼 여우 살모사 등 다양한 동물은 사람의 습관과 의식을 닮아 있지만,절대 동물적인 본능도 잃지 않는다.꼼꼼한 묘사로 문학적 향기를 느낄 수 있다.각권 7500원. 부모를 잃는 비참함,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판타지로서 ‘눈동자의 집’(레모니 스니켓 지음,문학동네 어린이 펴냄)은 압도적이다.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괴짜 작가가 쓴 ‘위험한 대결’ 시리즈의 첫권.1999년이래 모두 8권이 출간됐는데 이 가운데 6권은 뉴욕타임스 어린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작가는,해피엔드를 꿈꾸는 독자는 절대 보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한다.6500원. 이밖에 10대용 판타지물로 존 사울이 지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베스트셀러가된 ‘악령의 서곡’(현대문학센타 펴냄) ‘춤추는 악령’(경성라인)과 로빈쿡의 ‘납치’(열림원),R L 스타인이 쓴 ‘나이트메어 룸’(시공주니어) 등이 추천할 만하다. 문소영기자 symun@
  • [대한포럼] 한국은 세계무역의 고아인가

    미국은 지난 수십년동안 피를 나눈 우리의 맹방이었다.그러나 무역에 관한한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멕시코산 자동차부품은 미국시장에 들어갈 때 관세를 한푼도 내지 않지만 한국산은 관세를 내야 통관이 된다.멕시코 상품에 특별대우를 해줌으로써 한국 상품을 따돌리고 있다. 비관세 차별은 더 심하다.국내의 어느 자동차부품회사가 얼마전 미국시장문을 두드렸다.제품규격이 다르다,재질기준이 안맞는다,성능시험을 다시 받아라,인증을 받아와라….온갖 기준을 들이대며 못들어오게 막았다.문제는 이런 차별대우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유럽 시장에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상품에 비해,중남미 시장에서는 그 역내국가들에 비해 관세와 비관세면에서 우리 상품이 심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지난 95년이후 현재까지 각국이 발동한 반덤핑조사 건수는 모두 1845건.이중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138건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한마디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세계시장에서 ‘왕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집단따돌림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미국 시장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있고,중남미 시장에는 ‘중남미국가간관세동맹’(MERCOSUR)이 있다.이들은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이다.세계 각국은 10여년 전부터 이런 협정을 맺어 곳곳에 자신들의 성을 두껍게 쌓아 나갔다.세계무역기구(WTO)협정은 모든 나라가 동일한 혜택을 주고받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FTA는 몇몇 나라들끼리만 특별한 혜택을 주고받는 방식이다.WTO체제가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라면 FTA체제는 회원들에게만 개방하는 ‘프라이빗 골프장’인 셈.쉬운 말로 ‘끼리끼리’ 하는 무역이다. WTO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7월말 현재 지구상에는 이런 ‘프라이빗 골프장’이 172개나 운영되고 있다.협상이 진행중인 것까지 다 치면 240개나 된다.우리나라는 불행히도 이중 단 한곳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FTA망이 도처에 거미줄을 치고 있어 한국상품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FTA는 1980년대만 해도 10개 정도에 불과했다.그러나 1990년대에는 무려 100여개가무더기로 체결됐으며,2000년대 들어서는 매년 20여개씩 불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조합의 짝짓기를 통해 ‘끼리끼리’ 무역을 하고 있을때 우리 정부는 ‘나홀로’ 무역을 고수했다.다른 나라들이 서둘러 세계시장 곳곳에 울타리를 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았다.농산물 시장개방을 막는 것이 전체 국익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통상정책 당국자들은 최소한 10년전부터 FTA가 세계적인 조류라는 사실을 알았다.하지만 이를 위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자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세계 무역전선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이크게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지만 못본 체했다.지난해 칠레와의 협상이 무산된 것도 사과와 포도농가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 연구보고서는 정부의 우둔한 정책이 초래하고 있는 국민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하고 있다.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FTA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매년 344억달러의 수출기회를 잃고 1.33%포인트만큼 성장률이 낮아지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FTA 체결은 세계적인 대세다.이것이 늦어질수록 우리 수출이 입을 타격은 커진다. 부존자원이 적은 나라가 생존하는 길은 무역밖에 없다.국내시장 보호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택해야 한다.시장개방으로 입을 국내산업의 피해는 해외시장의 확대로 얻을 이익의 수십분의 일만 할애해도 충분히 보상이 가능하다.스스로 자기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통상정책을 언제까지 끌고갈 것인가. 염주영 논설위원yeomjs@
  • 어린이 책 세상/ 불꽃같은 부흥사 이성봉목사 등

    ◆ 불꽃같은 부흥사 이성봉목사(김덕래 글·그림)=만주,북간도,평양에서 해남까지 전국 방방곡곡 1000군데 교회를 순회하며 40여년간 오로지 기독교 전파를 위해 뛰어다닌 선지자의 삶을 만화로 재구성.생명의말씀사.8000원 ◆ 바우어양과 톰톰(힐케 로젠봄 글,슈테파니 샤른베르크 그림)=비바람이 치는 어느 봄날,슈퍼마켓 여직원인 바우어양이 작은 생쥐 톰톰을 보살피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게 되는 독일 동화책.디자인하우스.7000원 ◆ 분홍 코끼리는 슬퍼요(아델라 튀랭 글,넬라 보스니아 그림)=남녀 어린이에게 성차별의 문제점을 구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이탈리아 동화책.저학년용.1970년대 나온 책인데 그림과 내용이 세련됐다.프레스21.6000원 ◆ 거미 박사 남궁준 이야기(김순환 지음,이민선 그림)=‘한국의 거미’도감을 내고 신종 거미 7종을 찾아낸 거미연구가의 소박하고 진솔한 삶.우리교육.6500원 ◆ 나비는 어떻게 태어날까(김정흠 글,유진희·이준섭 그림)=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나비의 탄생을 설명한 과학 그림책.4∼7세용.다섯수레.7500원
  • [대한포럼] 도시와 농촌의 칸막이

    1990년대 이래 우리 농정(農政)의 기본 화두는 ‘돌아오는 농촌’이었다.문민정부 때는 5년간 4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농촌 환경을 개선해 도시인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살도록 하는 거대 농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그러나 농가인구는 그후에도 매년 1∼6%씩 줄고 있으니 ‘떠나는 농촌’은 여전하다.대신 농촌에는 성묘객 외에는 찾는 사람이 없는 거미줄 같은 임도(林道)와 비어 있는 유리 온실,아무리 용을 써도 짊어지고 설 수 없는 부채(負債)가 남았다. 도시인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려면 자본과 인력이 들어올 통로와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우리의 관리들은 ‘농자천하지대본’과 ‘식량안보’를 외치면서 ‘돌아오는 농촌’을 꿈꾼다.그러니 오랜기간,어쩌면 영원히 소득증대로는 연결되지 않을 산길 만드는 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농민들의 울화를 돋우지 않았겠는가.그러면서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농촌학교 없애기를 무슨 사회운동처럼 벌인 것이 우리의 농촌정책이었다. 농촌경제만큼 가격탄력성이 큰 분야도 없다.공장과는 달리 시설비가 필요치 않으니 노지(露地) 작물들은 돈이 되면 심고,아니면 누가 뭐라 해도 심지않는다.농산물도,농지정책도 시장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출발해야 문제의 구조가 보이고 해법도 찾아진다. 고구마는 한때 남부지방의 주요 식량이었다.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물이기도 했다.그러던 어느날 갑자기,고구마는 농촌에서 사라졌다.소득이 올라가 대체식량으로서의 역할이 없어져,밭에서 캐 집까지 가져오는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서다.농정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작은 70년대 시작됐던 ‘산에 밤나무 심기’다.곤궁한 시절을 기준으로 대체식량의 의미를 두고 밤나무를 권장했지만,80년대 이후 밤을 먹는 사람이 없고 밤나무는 많이 심었으니가격이 맞을 리가 없다.수천년간의 식량원이었던 보리밭이 어느 날 약속이나 한 듯이 봄·여름 풍경에서 안개처럼 사라지는 게 농촌경제다. 오래 전에 밤나무를 베낸 농민들은 이제 감나무를 베고,사과·배나무를 베고 있다.그런 와중에 쌀은 쌓을 창고가 없어 돼지사료로 내놔야 할 판이다.쌀값은 떨어지는 것이 순리다.중국과의 분쟁으로 이모작 들판 농사로는 소득이 가장 낫다는 마늘 농사도 고구마 짝이 나게 생겼다.가격이 맞지 않은 농작물은 휴경 보조금을 주어봤자고,지원금을 아무리 늘려봐도 결국은 농가부채만 늘린다.그게 우리가 수십조를 써서 얻은 경험이다. 비록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캠페인이어도 ‘돌아오는 농촌’은 우리 농정에서 지워서는 안될 화두다.돈은 그냥 두면 수익이 있는 곳을 찾아 흐르게 마련이다.사람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움직인다.도시의 돈이나 사람이나 결국은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가격이 맞지 않으면 심지 않는 보리·고구마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밤나무와 감나무를 잘라낸 자리에는 뭐라도 심어야 한다.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심을 것이 없다.김포평야에 꼭 벼농사를 지어야 하는가.서울 사람들이들어와 돈을 쓰게 하는 용도로 쓸 수는 없는가.농지라 해서 이것저것 못하게 하면서 도시사람들 보고 어떻게 돌아오라고 하나. 쌀이 지금은 남아도 통일 이후 북한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모자랄 것이라고걱정하는 사람도 많다.영원히 걱정해야 할일이지만,이것도 시야를 넓혀 보면 그때 가서는 만주벌판이라도 빌려 농사를 지으면 된다.가격이 맞으면 증산도 이뤄지게 돼 있다.농촌도 살리고 외국으로 돈 쓰러 가는 도시사람들을 농촌으로 끌고 들어오는 일이 아무래도 더 급해 보인다. 농림부는 최근 한계농지에 관광·위락시설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도시자본과 도시민의 ‘농촌가기’를 막고 있는 칸막이를 조금 낮춘 셈이다.환경문제를 제외한 다른 칸막이는 더 없애도 되지 않나 싶다.가장 경제적인 것 같아도 비경제적 용어가 ‘식량안보’다.농촌에 대한 통렬한 발상의 전환을 보고 싶다. 김영만 수석 논설위원youngman@
  • 새벽엔 신문배달 오후엔 우편배달,獨신문사 우편업무 병행

    (도쿄 황성기특파원) 광고 감소,독자들의 신문 구독 감소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의 신문업계가 우편 업무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프랑크푸르트발로 23일 보도했다. 독일의 신문사들은 수익 확보를 위해 거미줄 같은 판매망을 살려 우편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른 아침에 신문을 배달한 배달원에게 낮에는 서류나 작은 짐을 나르게 하는 계획으로 ‘신문배달원은 하루 두차례 우편 접수를 한다.’는 서비스가 각지에서 생겨나고 있다. 독일 중부의 신문 ‘다름슈데터·에호’는 신문사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0년 6월 우편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200명의 배달원이 관공서나 기업,병원 등 비개인 고객으로부터 모은 서류를 과거 국영 우편국이었던 ‘독일 우편’보다 10% 싼 요금으로 배달하고 있다. 서비스망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 지난 연말에는 다른 지방지 50여개사를 모아 장래의 공동사업을 향한 준비에 들어갔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의 판매 자회사 ‘메디엔 서비스’는 지난해10월부터 우편사업을 시작했다.이 회사 사장은 “오후 5시까지 회수한 우편물을 다음날 낮 12시까지는 배달할 수 있다.”면서 “배달조직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신문사는 우편국을 웃도는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사의 우편사업 참여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이라기보다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신문사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판매점은 하루 1차례 신문을 배달하는 것만으로는 채산이 맞지 않는 데다 배달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다.2003년으로 예정돼 있던 우편사업 전면 자유화가 2008년으로 연기됐다.‘당일 배달’같은 기존의 우편국에는 없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는 한 0.2㎏ 이하의 서류 배달이 인정되지 않는 등 독일신문업계도 이래저래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다. marry01@
  • 기초자치 청사진/ 임충빈 양주군수-난개발 해소… 친환경 산업도시로

    “교육·교통·환경 등을 무시한 난개발 해소가 가장 시급한 현안입니다.” 임충빈(任忠彬·58) 양주군수는 22일 “시 승격을 앞둔 양주의 백년대계를 위해 ‘양주발전기획단’을 구성해 도시기본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버스 노선을 전면 재조정하고 국지도 39호선을 조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도3호선 우회도로를 조기 완공하고 송추∼우이동간 도로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특히 출·퇴근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주식회사 ‘양주교통’ 설립 계획에 조만간 착수할 방침이다. “양주교통은 군청을 중심축으로 단위부락을 연결하는 거미줄형 버스노선망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법인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제3섹터 방식으로 설립하고 군의 지분은 50%미만으로 해 경영권을 갖지는 않을 것입니다.” 임 군수는 “양주군을 경쟁력 있는 미래형 산업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친환경 산업단지와 문화산업단지 조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중소규모의 친환경 첨단공단을 설립해 관내에 난립한 공장들을 집중화하고 민·관으로 구성된 ‘농업발전지원팀’을 발족시켜 지역산업의 근간인 농업발전 대책도 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주군은 별산대놀이,소놀이굿 등 과 회암사지 등 매력적인 유·무형 문화관광자원이 산재합니다.이들 관광자원을 상품화해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임 군수는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 “군립도서관을 전자도서관화하고 양주예총의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대안학교·특수목적고 등을 유치하고 교육대 분교와 특수목적대 등의 유치에도 나설 복안이다.또 4년제 대학 유치를 위해 수도권정비법의 관련조항 개정을 중앙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인터넷 스코프]인터넷 미아신드롬

    인터넷에는 없는 것이 없다고 할만큼 많은 정보들이 있다.요령만 좋으면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그래서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 또는 ‘정보의 보고’라고 말하기도 한다.인터넷이 없었을 때는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거나 신문사 조사부 같은곳에 들러야 했었다.인터넷이 생활화된 요즘에는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와 컴퓨터가 연결된,인터넷이라는 거미줄을 타고 국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터넷에 정보가 많다.”는 말과 “인터넷에서 온갖 정보를 찾을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그곳에 아무리 정보가 많더라도 정보를 찾는 요령을 모른다면 그림의 떡보다 못한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정보가 많다는 뜻이겠지만,바다처럼 넓어서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찾기 힘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그래서 ‘인터넷바다’에 있는 정보를 검색하는 능력은 어쩌면 기술에 가깝다고 할 만큼 상당한 수준의 ‘재주’를 필요로 한다.기사를 쓸때 자료활용을 많이 하는 신문사 같은 곳에서 정보검색을 잘하는 사람이 취재 잘하는 사람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자료(정보)를 잘 구하는 사람이 남보다 앞서 갈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그런데 많은 네티즌들이 정보검색요령을 잘 몰라 괜한 고생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더욱이 자료검색을 하다가 그만 두고 다른 방이나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한참 다른 곳에서 헤매다 보면 나중에 내가 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지 모르게 되기도 한다.필자도 인터넷에서 어떤 자료를 검색하다가 “혹시 나한테 온 메일이 없나.”하는 생각에 전자우편을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문제는 메일을 체크한 뒤 곧바로 본래의 목적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여기저기를 서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있다. 이런 현상을 ‘인터넷 미아신드롬’이라고 말한다.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할 때,잠깐 다른 사이트에 들렀다가 나중에 되돌아간다는 것이 그만 건망증환자처럼 처음의 목적을 망각한 채 길을잃고 헤맨다는 뜻이다.이런 경험은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데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월드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인터넷은 거미줄과 같은네트워크로 이어져 있어 어떤 곳으로든 쉽게 옮겨갈 수 있다.이러한 링크기능 때문에 네티즌들이 아무 생각없이 찾아 들어갔다가 그 속에 갇혀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 미아 신드롬에 쉽게 빠져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시대에서의 무한경쟁에서 결코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정보가 재화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정보화사회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찾아서 써먹는 사람만이 승리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그러나 업무와는 별관계가 없는 곳에서 길을 헤매는,즉 인터넷미로에 갇혀 이곳저곳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에게는 패배가 안겨질 뿐이다.사이버공간에서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채 필요 없는 시간을 자주 낭비하는 사람은 인터넷이 아닌 현실세계에서도 그렇게 할 우려가 많다.이와는 반대로 현실세계에서 그런 성향이 짙은사람이 사이버공간에서 인터넷 미아신드롬에 쉽게 빠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현실세계든 가상공간이든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은 그만큼 앞서 나가게 된다. 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
  • 11골폭죽 10만관중 “K~리그”

    개막전에 이어 또다시 구름 관중이 몰려든 가운데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프로 데뷔전을 치른 울산 이천수와 부산의 2년차 송종국은 나란히 시즌 1호골을 터뜨려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에 보답했다. 이천수는 10일 수원에서 열린 프로축구 정규리그 울산 현대-수원 삼성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프로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뒤 재치 있는 만회골을 터뜨려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이천수는 팀이 0-2로 끌려가던 23분 벌칙지역 왼쪽을 어슬렁거리다 오른쪽 옆에 있던 김현석과 기습적인 월패스를 주고 받으며 문전으로 대시한 뒤 골마우스 왼쪽에서 오른발로 골문을 열어 수원의 홈팬들로부터 아낌 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천수는 이로써 프로 데뷔전에서 기분 좋은 첫골을 터뜨리며 신인왕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울산은 수원의 산드로 이기형에게 전반에 릴레이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1-2로 무너졌다.개막전 승리로 사기가 올랐던 울산은 수원에 덜미를 잡혀 1승1패에 머물렀다. 반면 수원은 아시안슈퍼컵 1차전 승리에 이어 3일 늦게 치른 팀 개막전에서 승리,3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월드컵 대표팀의 ‘거미손’ 이운재는 이천수에게 골을 내줬지만 골문을 안전하게 지켜 수원의 첫 승리에 수훈을 세웠다. 부산 아이콘스의 송종국 역시 성남 일화와의 홈경기에서 월드컵대표로서의 농익은 기량을 선보이며 쐐기골을 터뜨렸다.송종국은 후반 10분 3번째 골을 넣어 부산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한편 5곳에서 동시에 열린 이날 프로축구 경기장에는 또한번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축구 열기를 실감케 했다.프로축구연맹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가 10만8504명으로 83년 프로축구 출범 이래 주중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해옥기자 hop@
  • 예순일곱 노시인의 넉넉한 절규 - 신경림씨 4년만에 새 시집 ‘뿔’펴내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길을 서성이고/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67)시인이 새 시집 ‘뿔’을 냈다.지난 98년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을 낸 지 4년만이다.새로 선뵌 그의 시에는 ‘농무’에서 보여준 ‘절박한 분노’와 ‘신명의 열정’대신 넉넉하다 못해 헐렁하기 까지 한 포용과 뒤돌아 봄의 여백이 고즈넉하게 배어 있다.즐거운 일이로되 아무래도 그‘분노’와 ‘열정’의 행방이 궁금하다. 지난 73년 그가 처음 낸 시집 ‘농무(農舞)’는 우리나라 민중시의 전범이었다.암흑 속에서 만난 빛살처럼 그의 시는 독자들에게 가슴 울렁거리는 충격이었다.‘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며 모든 잠든 것을 향해 변죽을 울려댔다. 그렇게 뜸을 들인 그는 세상을 향해 심금이 얼얼하도록 내지른다.‘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시는 임꺽정의 힘과 비애,그리고 그들을 격발시킨 시대상황이 옅은 시어의 홑겹에 가려 누가 보아도 담박에 시인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 헉헉대며 산을 오른 뒤 노곤하게 늙은 솔뿌렁에 몸을 기댄 나그네처럼 심연의 관조와 음유를 토해내고 있다.마치 바람에 몸을 맡기는 풀잎처럼 세월에 기대 또다른 ‘처소’를 꿈꾸는 이순(耳順)의 배회. 그는 ‘그날도 비가 오리라 내가 세상을 뜨는 날/벗어놓고 갈 헌 옷과 신발을/허위와 나태의 누더기를/차고 모진 빗줄기로 매질하면서’(비)라거나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석양 비낀 산길을./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집으로 가는길)라며 농무의 역동성을 한켠에 가만히 거둬 놓았다.그렇다고 그의 시가 과거와 단절된 것은 아니다.오히려 역사성의 진실에 대한 그의 천착은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있다. ‘1987년 그 우렁찬 함성……1980년의 육중한 탱크소리,비명 소리……1960년의 그 빛나던 환호……그리고,아아 1941년,석탄재 풀풀 날리는 화물칸에 실려 압록강을 건넜지,그 광활한 외인의 땅……’이라고 시간의 역순으로 역사를 짜깁기한다.우리가 ‘잊어버린 것’ 혹은 ‘잃어버린 것들’에 관한 의미의 되새김이다.우리 역사에 관한 그의 인식은 확실히 미완이며 비극적이다. ‘버린 것들은 버린 것들끼리 술판을 벌이고 남은 것들은 남은 것들끼리 싸움판을 벌여 광장에 작은 지도가 만들어진다,비에 젖은 눈물에 젖은 이 나라의 지도가.'(비에 젖은 서울역).적어도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직도 ‘대동(大同)’의 그것이아니다.역사의 영욕이 점철된,그래서 비극성이 더욱 명료한 서울역은 하필 왜 그때 비에 젖고 있었으며,온갖 악다구니와 구정물 질척이는 광장에 그려진 그 지도는 누구의 자화상인가. 그에게 현실은 항상 왜소하고 초라해 성에 차지 않았다.그러면서도 그의 현실인식,거꾸로 선 현실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는 항상 역부족이고 타율적이다.그래서 불만이고 그 불만이 ‘신경림의 시’를 낳는 원천이다.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았다.가라면 가고 오라면 왔다.쫓으라면 쫓고 물라면 물었다.그러다가…’(개).이러니 그의 앙심이 어찌 무뎌질 수 있을까.언제나 잠을 깨우고 경계심을 돋우는 것은 상황이다.그런 상황이 진행형인 만큼 앙심은 아직도 앙심이다. 그는 말한다.“우리 시가 억지에 의해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말장난에 시종하고 사소한 것에 매달려 시 자체를 왜소하게 만들고 하는 것이 모두 절규성(絶叫性)의 상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결국 농무에서 흐름을 이룬 ‘분노’와 ‘신명’은 ‘절규’의 다른 이름이며 그는 이 ‘절규’를 통해 지금도 시인의 직분을 칼칼하게 지켜내고 있다. 시인 정희성은 시집 ‘뿔’에 붙여 이렇게 말했다.“그의 시의 얼굴에 아직도 그늘이 어려 있다.상처없이 어떻게 시이겠는가.” 심재억기자 jeshim@
  • 태극전사 “그 약속 잊지 않았죠?”/프로축구 K리그 7일 개막

    ‘한국의 월드스타들을 프로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요.’ 4강 신화로 쇠를 녹일 듯한 월드컵 열기를 몰고온 태극전사들이 7일 막을 올리는 프로축구 K-리그에서 또 한번 팬들을 흥분시킨다. 23명의 월드컵 엔트리 가운데 황선홍 유상철(이상 가시와) 안정환(전 페루자) 설기현(안더레흐트) 박지성(교토 퍼플상가) 등 해외파 7명과 차두리(고려대)를 제외한 15명이 K-리그에 복귀한다.이들의 가세로 55일간의 ‘월드컵 휴가’끝에 열리는 프로축구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유럽 등 해외리그 진출 꿈을 이루려는 많은 선수들이 몸값을 올리기위해 출중한 경기력을 선보일 전망이어서 팬들의 기대가 크다. 이번 월드컵에서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오빠부대는 물론 주부 팬들까지 사로잡은 ‘왕눈이’김남일(전남)과 ‘악바리’송종국(부산),이천수(울산) 등 신세대 스타들은 프로축구 인기몰이의 최전방에 설 듯하다. 상대 공격진의 발을 묶으며 미드필드를 종횡무진 누빈 이을용(부천)과 이영표(안양)도 최상의 기량으로 월드컵 열기를이어갈 각오로 뜀박질을 시작했다.특히 월드컵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한 이을용은 지난 3일 축구회관에서 현대자동차 주최로 열린 승용차 기증식을 끝으로 갖가지 축하행사를 모두 접고 조용히 훈련에 들어갔다. 한국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낸 ‘거미손’이운재(수원)는 월드컵에서 보인 열정을 이번 정규리그와 6일 열리는 아시안슈퍼컵 1차전에서 그대로 쏟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또 나이를 뛰어넘은 투지로 어린 후배들을 이끈 30대 트리오 홍명보(포항)김태영(전남) 최진철(전북) 역시 소속 팀으로 돌아가 대표팀 동료가 아닌 선의의 경쟁자의 위치에서 서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밖에 최은성(대전) 이민성(부산) 현영민(울산) 등 월드컵에서 주목받지 못한 태극전사들도 프로축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축구화끈을 고쳐 맸다. 후배인 이운재와의 주전경쟁에서 밀려 월드컵 무대에 서지못한 김병지(포항)는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말할 뿐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 못잖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송한수기자 onekor@
  • 문학사상 7월호 ‘월드컵 축시’ 퍼레이드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전생의하멜처럼/히딩크는 머나먼 서쪽에서 온달마/그의 눈길이 머무는 찰나 우리들의 심장 붉게 열리고/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 승리에 굶주린 전사들이 돌진한다/골문을 향해 대포알처럼 날아간포탄이 터질 때마다/용장의 주먹은 하늘 깊은 곳을 꿰뚫는다’(최동호 시인의 ‘공놀이하는 달마의 붉은 심장’중에서) 문예월간지 ‘문학사상’은 7월호에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축하하는 시작 특집을 마련하고 중견 시인들의 축시 11편을 실었다.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우리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하자 최동호씨를 비롯해 유경환 김후란 유안진 이가림 오세영 신달자 송수권 문정희 노향림 나태주씨 등 11명의 중진과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인들이 태극전사들에게 보내는 축시를 모아 실은 것. 유경환 시인은 ‘그들은’이라는 시에서 ‘오오,진정 빛나는 깨달음이여/눈물지운 영광/청산으로 구비칠 백두대간 힘줄이여/다시 한번 우리 서로 껴안아볼/새 역사의 투혼을 얻었노라’고 적었다. 김후란 시인도 ‘우리는뛰었다 그리고 이겼다’에서 ‘광대한 녹색 그라운드에/꿈꾸던 용이 일어서고/동양의 심장이 힘있게 뛰었다/쏟아지는 빗줄기도/폭발하는 태양도/두렵지 않았다’고 감격의 순간을 기렸다. 그런가 하면 송수권 시인은 ‘반세기의 레드 콤플렉스도 떨쳐버리고/서구열강의 콤플렉스도 떨쳐버리고/질곡의 역사도 활활 벗어던지고/내친 걸음 한달음에 가자/민주화의 성지,광주에서 또 한 번/황금이마와 거미손 지칠 줄모르는/황금의 두 발로 새로 쓴 4강 신화’라고 감격의 격정을 토로했으며 유안진 시인은 ‘멋지다 눈부시다 황홀하다’에서 ‘지축도 흔들렸다 뻗치는 승리 승리의 환희로/태극전사 발끝에서 놀아라 공이여 지구(地球)여!/우리의 발(足)로 쓰자 새 역사를,세계사를/우리가 창조해낸 기적(奇蹟)으로 신화(神話)로/이 땅의 붉은 열기 전 세계를 달구어/이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며 각별한 시심으로 우리 대표팀의 투혼과 위업을 기록했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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