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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계의 사랑방 주점 ‘시인통신’ 대표 한귀남 여사

    문화계의 사랑방 주점 ‘시인통신’ 대표 한귀남 여사

    10월 한낮의 서울 인사동에는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고 있다.활짝 핀 길가의 황국과 아직은 반팔 차림인 젊은이들이 대조적이다.종로쪽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100m쯤 올라가다 보면 왼쪽의 작은 골목에 보일듯 말듯 ‘시인통신’ 간판이 나타난다.간판 이름이 꽤 길다.‘피맛골의 시인통신-예술의 광장’. 재개발에 밀려 종로통의 피맛골에서 인사동으로 흘러들었지만 상호는 옛그대로 ‘피맛골 시인통신’이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주인 한귀남(60)씨가 웃는 얼굴로 맞는다.‘지하 문화계의 대모’‘문인들의 영원한 누님’이라는 별칭들이 어울리는 부드러운 표정이다. “인사동은 너무 재미없어.편한 자리 골라서 앉으세요.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고향후배라도 만난듯 질박하게 맞아준다. “쫓겨난 심정을 묻기엔 너무 늦었어요.작년 1월이었으니 이젠 뭐….당시엔 어디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요.처음 두달 동안은 아무 일도 못했어요.재개발이라는 걸 우리가 직접 겪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싸우고 버텨도 봤지만 스스로 무력한 존재라는 걸 확인했을 뿐이지요.이 간판이라도 지키기 위해선 빨리 추스르고 새 출발을 할 수밖에.” ●80~90년대 격변기를 살아온 사람들의 휴식터 시인통신.젊은사람들에게는 인사동이나 홍익대 주변 등의 그렇고 그런 전통찻집이나 술집의 하나쯤으로 보이겠지만,1980∼90년대 격변기를 살아온 이들에겐 마음의 고향같은 존재로 기억된다.암울한 시대를 향해 종주먹질 해대고,울분을 노래로 삭이던 곳.그래서 ‘문화예술인의 사랑방’으로 불리던 곳이 바로 시인통신이다. “80년대 초에는 문청(문학청년)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했어요.그러다 자연스럽게 문인·화가,가난한 노동운동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그 곳에서 많은 노조가 태동했어요.학생들도 자주 오고.덕분에 정보부 사람들에게 주목 받았지요.무슨 비밀결사대라도 만드는 것으로 알았던지,그 사람들이 손님 틈에 끼어 앉아 대작하는 경우도 있었어요.누가 누군지 아무도 따지지 않을 때였으니까.결국 몇몇 사람은 끌려가기도 하고.그래도 밤 아홉시만 되면 하나 둘 모여들어 자리를 채우곤 했지요.두 평 남짓한 공간에 두 셋 테이블이었으니 낯선 사람들끼리 엉덩이를 붙일 수 밖에 없었고.” 이른바 전두환 정권의 칼날이 서슬 푸르던 시절,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가 아득한 옛날의 전설처럼 들린다.그러나 평범하게 살았을지 모를 그를 ‘문화 사랑방’ 주인 자리에 앉힌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암울한 시대였다. ●남편, 사업실패로 아이셋 남겨두고 종적 감춰 그는 정식으로 데뷔한 시인(1993년)이자 소설가(2000년)이다.95년에는 ‘간큰 남자 길들이기’라는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요즘은 시인통신을 거쳐간 인간 군상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나도 이런 삶을 살 줄은 몰랐어요.제품(의류사업)에 실패한 뒤 남편이 종적을 감추면서 졸지에 아이들 셋을 거느린 가장이 되었지.참 막막하더군요.어디 일할 곳이 없나 싶어서 종로의 먹자골목을 기웃거렸지요.” 먹고 살려고 종로 뒷골목을 탐색하던 그는 민속찻집에서 차 끓이는 일을 하게 된다.그런 중에 시인통신에 우연히 들른 게 ‘제2의 청년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뜻하지 않게 시인통신을 물려받게 되지만,경험도 밑천도 없는 그에게 술 파는 장사는 고난 그 자체였다.오죽했으면 그는 수필집 ‘간큰 남자‘에서 그 시절을 “외상은 60년대 식이었고 격한 분노는 80년대 식이었다.”고 적었을까.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요.술 마시고 도망가는 사람,쌓여 가는 외상.집세조차 나오지 않는 판에 아이들 학교는 보내야 되고.그 고생을 하는 중에 모 신문사 기자 하나가 들렀다가 우리 집 이야기를 조그맣게 쓴 적이 있어요.그 때부터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하는데….” 덕분에 몇년 동안 장사가 꽤 짭짤했다.찾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되고.그러나 그의 표현대로 “사랑하는 전우들이 쓰러져간” IMF는 그에게도 타격이었다.그리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터진 재개발의 파고.그렇게 연속된 악재가 결국 ‘피맛골의 시인통신’을 인사동으로 밀어낸 것이다. ●드나들던 사람중 금배지 단 이도 일곱명 기억에 남는 사람들 얘기를 해달라고 하자 “그들도 지금은 다 쉰 살이 넘었겠지?”라며 지난 시간을 더듬는다.누구보다도,힘들던 시절에 후배들 쫓아다니며 외상값 갚아주고 따끔하게 야단치고 하던 이들이 가장 오래 남아 있단다.다같이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훈훈했다고 한다.또 외상값은 쌓여 가는데 갚을 길은 없고,그래도 술은 마시고 싶어서 꾸준히 드나들던 한 시인이,첫 원고료를 받자마자 몇년 치를 갚겠다며 찾아온 일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홀씨 같던 미미한 존재를 그들이 다 키워줬지요.시인통신을 드나들던 분 중에 금배지를 단 이도 일곱이나 돼요.나로서는 그들에게 더이상 해줄 게 없어진 거지요.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그 중 한 분입니다.자신이 힘든 가운데에도 ‘귀남아,힘내래이.단디 해라’라며 다독이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모두 어려운 시절에도 어른스러움을 잃지 않았지요.회고담을 이야기하려면 며칠을 해도 부족해요.” 그동안 다녀간 문인·화가 등 예술가와 기자….무슨 수로 다 헤아리랴.시인통신의 벽에는 드나든 사람들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다.언뜻 보아도 알만한 얼굴이 널렸다.문인으로는 이외수 김병총 윤후명 마광수 신세훈 오인문 구인환 김홍성….화가 강찬모와 이목일,그리고 철학자 황필호,전위예술가 무세중의 얼굴도 보인다.한 시대가 술에 취해 고스란히 그곳에 걸려 있다. “요즘요? 글쎄….젊은 사람이 많지요.아베크족도 있고,각 분야의 마니아들도 오고.언론에 계신 분들도 자주 들릅니다.하지만 과거에 비해 없어진 게 많아요.정이 없어졌고,외상 달라는 사람이 없어졌고,싸울 일이 없어졌고….재미가 없어요.탁자는 늘어났으되 얼굴들은 사라진 거지요.그래도 보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한 달에 한두 번씩 시낭송회도 열고,가까운 시인들의 출판기념회도 하고….” 피맛골과 인사동 시절이 어떻게 다르냐는 물음에 그는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옛 얼굴을 볼 때마다 시인통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더 굳어진다고 말한다. “요즘은 막내 아들하고 장사를 같이 해요.어느덧 그 애의 시대가 온지도 모르지요.또 그만큼 내 몸은 편해지기도 했고.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 있을랍니다.그들을 만날 때마다 흘러버린 세월에 그들도 놀라고 나도 놀라지요.얼마나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것인지….지금도 옛날 외상장부를 보관하고 있어요.기록돼 있는 사람이 700명이 넘지요.” “이 곳으로 이사온뒤 한 사람이 왔어요.내가 우스갯 소리로 ‘너,누나한테 진 외상값이 얼만 줄 알아?’라고 했는데,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들에게 10만원을 주고 갔더군요.부끄럽다면서….그들에게 그저 영원한 누님이고 싶어요.” ●그의 희망은 다시 피맛골로 돌아가는 것 그는 요즘 어렵다고 한다.집세가 넉달 째 밀렸다.“올해까지는 슬럼프가 계속될 모양이네요.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요.전에는 술 마시고 도망가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는데….지금도 모르는 사람들이 집세를 내주겠다고 해요.하지만 거절하지요.그럴 수는 없잖아요.아들도 잘했다고 하고.” 그의 희망은 피맛골로 돌아가는 것이다.시인통신이 끝까지 사랑방으로 남았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다.그 근처를 서성이다 그냥 돌아갈 사람들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젠 기업들도 문화를 껴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큰 빌딩 한쪽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문화공간도 괜찮지 않아요? 이사 올 때 시인통신 벽에 있던 낙서를 전부 뜯어 가지고 왔어요.언젠가 다시 붙일 날을 기다리며 보관해두고 있지요.” 시인통신을 나서는데,벽에 걸려 있는 시 한 줄이 눈길을 끈다.시인 이창년의 ‘낙서는 술에 젖어’라는 시다.땅거미 슬슬 내리면/허수아비로 찾아드는 골목/너절한 낙서도 술에 젖어 주정하면… 이호준 인터넷팀장 sagang@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6) 영원한 이상향,‘우산민국’ 울릉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6) 영원한 이상향,‘우산민국’ 울릉도

    조선 영조 연간에 대역사건이 터졌는데,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삼봉도가 동해 가운데 있으며,둘레가 심히 크고 사람도 많으나 예부터 나라의 교화를 벗어나 도망친 사람들이 만든 섬이다.빈한하고 미천한 자를 위하여 망명 역적인 황진기가 장군이 되어 정 진인을 모시고 울릉도에서 나오고 있다.청주와 문의가 먼저 함락되고,서울이 함락될 것이매,이씨 대신에 정씨가 들어서서 가난없고 귀천없는 새 세상을 만들 것이다.’ 이씨 왕조가 무너진다는 이런 내용의 유언비어는 괘서와 투서로 널리 퍼져서 당시 경기·충청도의 백성들을 동요시켰다.삼봉도는 이미 15세기 말인 성종 연간에도 운위된다.도망친 무리가 1000명이 넘게 살고 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토지가 비옥하고 풍요로우며,청명한 날이면 경흥에서 바라보이며 회령으로부터 동쪽으로 7주야를 가면 도달한다고 하였다. 조정에서는 수차례나 이 무리를 뿌리뽑으려고 노력했으나 뱃길이 험하고 위치도 불명확하여 실패한다.세금을 내지 않는 자유스러운 땅으로 회자되어 민심을 유혹하므로 그곳에 다녀왔다는 자는 극형에 처하여 백성들에게 경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삼봉도는 유토피아의 땅이니,실제의 울릉도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성종실록에는 영흥 사람 김자주가 삼봉도를 발견한 대목이 나오는데,그는 아마 독도를 삼봉도로 간주한 듯하다.실존 여부와 무관하게 민중들에게 오랜 이상향으로 알려져 왔으며,그만큼 먹고 살기에 요족한 섬이 동해에 있다는 믿음의 증거다.오죽하면 고려 현종 9년(1018) 동북 여진이 먼 울릉도까지 침범했을까. ●3만 헤아리던 인구 8000명으로 줄어 “참으로 살 만한 곳이지요?”“무슨 말입니까? 먹고 살 길이 막막해요.”섬목선창에서 만난 어부에게 이상향 운운하는 고상한 말을 건넸더니 대뜸 막막하다는 대답이 되돌아온다.그 옛날 이상향의 지금 모습은 강파르기만 해 3만을 헤아리던 인구가 8000명으로 줄었다.오징어 흉년에다가 주업인 약초재배도 중국산이 범람해 막을 내리는 중이다. 이 땅의 역사 기록은 ‘이사부’로부터 시작된다.신라 22대 지증왕 13년(512) 이사부로 하여금 우산국을 정벌케 하였다.인심이 사나워서 무력으로는 항복시키기 어려우니 계책으로 항복케 하리라 하고 목우사자로 위협하여 굴복시킨 뒤 매년 신라 조정에 조공을 바치도록 했다.이 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우산국 우해왕(于海王)이 대마도 공주와 결혼했다는 전설이 현재까지 전승된다.울릉도와 대마도가 해상을 통해 상통하였다는 증거다.‘말을 잘 듣지 않는’ 우산국은 항복은 하였으되 반독립적 상태를 장기간 지속했음 직하다.학자에 따라서는 해상 강국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울릉도 ‘거주 금지’와 ‘육지 소환’은 육지로부터의 ‘독립성’을 중앙 통치권력에의 도전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울릉도 개척은 조선조 고종 19년(1882)의 개척령 반포에 이르러서야 공식 윤허된다.그렇다하여 개척령 이전에 잠행하는 도민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으리라.개척령이 가난한 이들에게 울릉도행 배를 타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만은 분명하다.동해안의 강원·경상도민뿐 아니라 멀리 전라·제주에서까지 들어왔다.지금도 곳곳에서 개척이란 단어를 많이 듣게되며,주민의 뿌리도 각양각색이다. “개척 당시,겨울을 지내면 식량이 바닥나곤 했지요.굶주림에 시달릴 때 눈 속에서 명이가 올라오는 거예요.그걸 캐다가 연명했대요.명(命)을 잇게 한다고 이런 이름이 붙은 나물입니다.” 저동항에서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정례(49)씨 식탁에도 틀림없이 이 명이가 올라온다.귀한 반찬이다.산마늘을 뜻하는 말로,울릉도 나리분지의 특산물이다.남획으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부지깽이 삼나물 고비 땅두릅 산마 더덕 미역취 도라지 등과 더불어 여전히 울릉도의 특산물에 속한다.도민의 대부분이 비탈밭에서 나물농사를 짓거나 자연채취로 생계를 꾸려갈 정도다. 섬이기는 하지만 어업 못지않게 농업이 중요하다는 증거다.사실 횟감보다도 산나물이 더 잘 알려져 있다.풍족한 비와 적설량,대마난류권의 따스한 연중 기온,제주 화산토와는 다른 강한 지력(地力) 등은 이곳을 산채 및 약초의 본향으로 만들었다.화산섬이란 특수한 자연 조건이 만든 결과이다. ●땅과 바다의 힘이 맞서 탄생한 화산섬 미국의 저명한 생태학자 레이철 카슨은 화산섬을 ‘지속적이며 격렬한 산고의 결과물’로서,‘창조하려 애쓰는 땅의 힘과 거기에 저항하는 바다의 힘이 맞선 결과로 탄생한다.’고 하였다.지금도 세계의 바다 속에서는 끊임없이 화산 폭발이 진행돼 섬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다.울릉도 역시 폭발 이후에 누적된 바다의 침식과 풍뇌우설의 공격으로 깎이고 다듬어져 오늘에 이르렀다.분화구였던 나리분지에는 물이 고이고 고여 기름진 토양의 원천이 되었다. 1787년 서양인 최초의 울릉도 탐사기라 할 수 있는 ‘라 페루즈 항해기’에는 울릉도를 ‘다주레’라고 명명한 기록이 남아 있다.‘경사가 굉장히 심했고,산정에서 물이 있는 곳까지 좋은 수목으로 뒤덮여 있다.상륙 가능한 7곳의 모래로 된 조그만 만(灣)을 제외하고는 벽처럼 수직으로 노출된 암벽이 섬 주위를 둘러쌌다.’ 지금이라고 이 기록과 크게 다를 바 없다.울릉도의 시원지인 현포,연락선이 닿는 도동,어업 전진기지 저동,아름다운 천부항,신항이 건설되는 사동 등을 제외하면 가파른 암벽투성이다.울릉도가 신비롭다 함은 그만큼 산세가 험하다는 의미다.고종 29년(1892)에 창작된 정처사술회가(鄭處士述懷歌)에도 개척민의 고난과 험준한 도로사정이 잘 그려져 있다.현포에 상륙해 바닷길을 따라 귀암을 거쳐서 천부동에서 나리동을 올라가 거기에서 다시 저동으로 내려와 도동을 거쳐 사동으로 가는 고단한 노정이었다. 나리분지의 투막집과 너와집은 이런 고난의 개척사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최병용(36) 북면 청년회장이 원시림 속의 산신령 약수터로 잡아끈다.“성인봉 아래에서 솟는 이 물 자시고 가면 천년을 살지요.” 마셔 보니 과연 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천연기념물이 된 울릉국화와 섬천리향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으니 나리분지야말로 울릉도의 중핵이다.지금은 일부에만 후박나무와 향나무 숲이 남았지만 예전에는 조밀한 숲이 우거져 선박건조용으로 남벌됐다.일본은 물론이고 러시아까지 벌채권을 확보하여 이곳 나무를 베어갔다.강원도 관초(關草·1886)에 따르면,일본인들은 대규모 선단으로 출몰하여 아예 도동에 점포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송곳같이 솟은 추산 자락에서 고비와 도라지농사를 짓는 주민 서영필(전 북면 면장)씨는 이곳을 ‘해중보배’로 표현한다.“관음도는 원래 깍새섬이라고 했지요.고기가 없던 개척 당시에 그 깍새 고기로 영양을 보충했고요.” 깍새는 슴새를 말한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슴새나 멧비둘기들이 모두 훌륭한 단백질원이었다.산세는 거칠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먹을 것이 지천이다.“그러나 해중보배라도 교통 불편은 어쩔 수 없습니다.”실제로 섬을 헤짚고 다니는 차는 모두 사륜구동이다.일반 승용차로는 어림없다. 석포에 오르니 독도가 먼 발치에 떠있다.고 이종학옹이 자료를 내놓고 삼성이 지원하여 독도박물관을 지은 것까지는 좋았는데,하필이면 바다도 보이지 않는 계곡에 지은 것이 영 불만스럽다.코 아래로 죽도가 보이고 쾌청한 날이면 독도까지 보이는 석포야말로 독도 관해(觀海)의 명당임은 필자만의 생각일까.토박이 박태철(73)옹도 “물마루에 떠오르는 독도는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라며 거든다. 육지와 섬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울릉도에도 도동을 중심으로 한 관청 중심지와 북면 등의 오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일주도로가 관음도 바로 앞의 섬목에서 끊겨 반드시 배를 타야만 도동이나 저동으로 나올 수 있다.섬 안에 또 하나의 섬이 존재하는 셈이다. ●따스한 기온 기름진 땅에 후덕한 인심까지 지금의 조건만으로도 울릉도는 충분히 ‘이상향’이다.맑은 공기,따스한 기온,기름진 땅,게다가 후덕한 인심까지 더해진다.섬이라는 조건에 부합하고 백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이 아쉽고 절실하기만 하다.울릉도는 울릉도다워야 한다.‘육지 따라 배우기’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해양생태적 사고만이 울릉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으리라. 이곳의 옛 길과 임도(林道)를 살린다면 어떨까.가령 길이 끊긴 내수전~섬목 구간은 옛길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작은 섬에 수천 대의 차량이 나다닐 필요가 있을까.친환경적인 자전거도로를 거미줄처럼 엮어놓는다면 그 자체가 장관 아니겠는가.‘자전거의 섬’이 완성된다면 현재의 차량 물결에 비하랴.덧붙여,포항 배편 같은 독점 노선은 언제나 말썽이다.교통문제 해결없이는 현실적으로 이상향은 어렵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용출수만으로도 수력발전을 할 수 있는 섬,죽도와 삼선암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풍광으로 유혹하는 신비의 섬,우산국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우산민국’인 섬,그 섬에서 돌아오는 뱃전에서 연방 울릉도 호박엿을 먹고 있었다.이상향이 될 조건은 여전히 충분한데,그 이상향이 현실 속에서도 이 호박엿만큼이나 달콤했으면 오죽 좋으랴.
  • 도심은 음악축제 공원선 자연축제

    서울 시내·외 공원에 시민들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하고도 알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자연 속에서 동·식물 공부도 함께 하는 즐거움 서울시 공원녹지 관리사업소는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kr)를 통해 산하 10개 공원에서 진행되는 21개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를 선착순 접수한다고 1일 밝혔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면에 있는 시 산하 사릉수목학습원과 갈매수목학습원은 오는 9∼10일 오후 2시부터 박을 쪼개 예쁜 바가지를 만드는 ‘박타기 교실’을 연다. 남산공원은 2일과 16일 오후 2시 30분 붉은 보리수와 산수유 열매,쑥부쟁이를 관찰하는 식물교실을,9일과 23일 오후 3시 남산 전시관과 께울성곽·팔각정 등 역사문화시설을 돌아보는 역사문화교실을 열기로 하고 참가 희망자를 접수받는다. 종로구 동숭동 낙산공원은 10·17·24일 오후 2시부터 나무로 우리집 문패를 만들고,짚으로 가을풍경을 꾸며보는 프로그램을,월드컵공원은 관찰교실,생태학교,환경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각각 마련했다. 강동구 길동생태공원도 버섯과 거미,풀벌레 등을 관찰하는 관찰교실,농산물을 만져보고 맛보는 체험교실 등을 오픈한다.천호동공원은 매주 화∼금요일 오후 8시 해설을 곁들인 명화감상 시간을 마련한다.문의는 (02)771-6133∼4. ●‘갈잎 페스티벌’에서 ‘분수대 뜨락축제’까지 2일부터 31일까지 ‘어린이대공원 가을축제 갈잎 페스티벌’이 열려 가족끼리 추억 수놓기에 제격이다.갈잎 페이스페인팅,갈잎 액자 만들기 등 상설 이벤트가 펼쳐진다.통기타 가수와 난타공연,마칭밴드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갈잎 콘서트와 난타공연,관현악 오케스트라 공연,어린이 민속문화한마당,국화전시회,갈잎 시화전도 선뵌다.공원내 생태연못에서는 거리 예술가들이 초상화와 캐리커처를 그려준다.참가자들은 단풍과 낙엽,갈대를 이용해 액자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분수대 광장에서는 4일부터 29일까지 ‘분수대 뜨락축제’가 도심속 10월을 수놓는다.매일 낮 12시20분부터 50분까지 30분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서울시합창단,서울시무용단을 비롯한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들과 대중가수 등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록과 블루스,아카펠라와 포크음악,타악 퍼포먼스와 탭댄스,재즈댄스,발레 등 장르도 다양하다.(02)450-9303. 송한수 김기용기자 onekor@seoul.co.kr
  • 2집 ‘It’s different’낸 거미

    2집 ‘It’s different’낸 거미

    가수 거미가 2집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에서 ‘본색’을 드러냈다.1집 ‘Like Them’에서 ‘그대 돌아오면’‘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 감미로운 발라드를 들려줬던 그녀가 R&B·솔이라는 맞춤옷을 입고 돌아온 것이다. ●감미로운 발라드서 R&B·솔로 “대중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처음엔 발라드를 택했지만 원래부터 하고 싶은 건 흑인음악이었죠.”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피처링을 하면서 “이쪽 장르에 감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것이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됐다.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걸까.“목소리죠.”맑고 청아한 여성 보컬이 대부분인 요즘,그녀의 힘있는 목소리는 상당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인트로 ‘Gummy Skills’에서 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R&B·솔이 주메뉴지만 블루스,발라드,댄스,힙합,재즈 등 웬만한 장르는 다 섭렵했다.“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어떤 곡을 들어도,목소리가 달라도 ‘거미가 불렀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내 곁에 잠든 이 밤에’와 ‘It don’t matter no more’에서 블루스를,‘Dance Dance’는 댄스 음악,‘Round 1’은 힙합 스타일의 곡이다. “타이틀곡 ‘기억상실’은 솔이지만 1집 때의 느낌도 담고 있어 저의 달라진 모습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곡이죠.” 재즈 느낌이 물씬 나는 마지막곡 ‘Singing My Blues’에서는 작곡 실력도 과시했다.6살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까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그녀다.“작사·작곡은 꼭 하고 싶어요.피아노도 더 배우고 싶고,또… 춤도요.(웃음)” 각 곡에 딱 맞는 ‘컬러풀한’ 음색은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노력 없이는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그녀의 변신을 위해 소속사인 YG와 M.BOAT의 가수들이 의기투합했다.렉시,휘성,지누션의 지누,빅마마의 이영현,원타임의 송백경 등이 작사,작곡,피처링 등 다방면에 걸쳐 품앗이를 했다.“어쩌다 보니 프로젝트 앨범처럼 돼 버렸지만 가수들도 좋고 팬들도 좋지 않나요?(웃음)” 일단 반응은 좋다.지난달 9일 발매된 이후 앨범 차트 2위(3만장)에 올라있다.“이게 다 나간 거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요.(웃음)” ●작사·작곡 꼭 하고 싶어요… 춤도 고등학교 축제 때 노래를 부르다 음반 관계자의 눈에 띄어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정식 앨범이 나오기까지 맘 고생이 심했다.“그래도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죠.음악말고 생각한 것도 없고 음악이 팔자예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음악을 하겠다는 뜻에서 갖게된 예명 거미.11월 말쯤 예정된 단독 콘서트에서 ‘거미줄’ 같은 노래로 팬들을 다시 한번 옭아맬 작정이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길섶에서] 아버지/심재억 문화부 차장

    추석 장만 날.뒷짐 진 끝자 아버지는 신작로가 굽어보이는 무밭을 종일 서성거렸다.뽀얀 흙먼지 일으키며 버스가 동구밖에 설 때마다 시린 눈자위로 응시하며 하루 해를 다보냈다.사람들과 마주치면 “맛난 거 많이 하나?”라며 건성으로 웃어보이곤 했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의 무게가 더해 어깻죽지는 더 무거워 보였다. 그 해,추운 정월에 끝자는 서울로 갔다.동무 편에 ‘서울 가서 양장 기술 배워오겠다.’는 전언을 남기고는 보퉁이 하나 챙겨 밤열차를 탔다.늦둥이 딸 애지중지 키워 고작 열여섯에 의지가지없는 대처로 보낸 그의 맘이 오죽했을까.지난봄,‘아버지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를 받아 쥐고는 눈자위에 꼬질꼬질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땅거미가 제법 늘어질 무렵,청주병을 비끌어 맨 보퉁이에 능금바구니와 가방을 챙겨 든 끝자가 버스에서 내렸다.밭두렁에 바라기를 하고 앉았던 끝자아버지는 화들짝 일어서고도 우두망찰 서있기만 했다.끝자가 먼저 알아보고 불렀지만 대답도 못했다.목이 잠기고 눈물이 삐져나와 자꾸 콧잔등만 훔쳤지만 그해 추석은 포근했다.옛적,아버지들은 이렇게 자식을 가슴 속에 담아 키웠다.오로지 끝 모를 사랑으로.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녹색공간] 못 생겨야 좋은 것/오한숙희 여성학자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선배와 야트막한 동네 산을 돌던 중이었다.시종 말없이 걷기만 하던 선배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야,너도 퍼그구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나 했더니 개를 보고 한 소리였다.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그 개는 코가 납작하고 입가가 시커먼 것이 어릴 적 시골 친척집 과수원지기 아저씨를 연상케 했다.선배는 사람에게 하듯 손을 흔들어 그 개를 보내고 돌아서더니 내게 물었다. “얘,퍼그 귀엽지 않냐?” 솔직히 말해 귀엽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으나 인사치레로 “응,생긴 게 참 재미있구만.” 정도로 응수했다.그러자 선배는 금방 열이 올라 씩씩거렸다.“얘,우리 이웃 집에 퍼그가 있는데 말이다.얼마전에 동네를 지나가는데 꼬마애 하나가 그 개를 빤히 쳐다보는 거야.그래서 내가 아이에게 ‘강아지 귀엽지?’ 하니까 그 꼬마가 뭐랬는지 아냐.단박에 ‘못 생겼어요.미워요.’ 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그랬지.‘이 개는 못 생겨서 귀여운 거야.’” 갑자기 내가 콱 찔렸다.평소 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해도 그 외모가 달랐다면 나 역시 퍼그에게 약간의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그 꼬마 맹랑하네.어린 것이 못 되기도 했지.” 나는 내 발이 저려서 비겁하게도 아이를 비난했다.그 말은 오히려 선배의 화를 부채질했다.“야,넌 그게 아이 탓이라고 생각하냐.어른들이 애들을 그렇게 만든 거야.무조건 이쁜 게 좋은 거라고 믿게 말야.동네 슈퍼에 가봐라.채소도 못 생기면 팔리질 않는 세상이야.귤도 윤이 나야 잘 팔린다고 왁스칠 한다는 소리 듣지도 못했냐? TV 봐라,사람도 예쁘고 잘생겨야 잘 팔리잖아.” 지방강연을 갔다가 그 근처의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작품활동을 하는 화가네 집에 우연히 놀러가게 되었다.오이를 좀 따가라는 말에 비닐막을 친 텃밭에 들어섰다.농약을 전혀 주지 않은지라 소출이 미미했고 열린 것들도 번듯한 게 드물었다.주인은 오이 하나를 뚝 따서 옷에 쓱 먼지만 닦더니만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았으니 안심하라는 말과 함께 내게 건넸다.와사삭 베어무는 순간 싱그러운 오이 향이 코를 먼저 자극했다. “맞아요.이게 오이냄새야.”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내음인가.바닷가 바위틈에 뿌리박고 사는 풍란이 아름다운 까닭은 파도를 이겨내는 끈질진 생명력 때문이라고 했었지.이토록 싱그러운 오이의 향기는 벌레들 속에서도 제 몸을 고스란히 지켜낸 내공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내가 진짜 맛있는 거 하나 줄까요.” 오이에 감탄하는 나를 보던 주인은 약간 주저하는 듯이 나를 비닐 막 밖으로 데리고 갔다.거기는 ‘썩은’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가지들은 실타래처럼 거미줄을 걸고 있고 벌레구멍 없는 나뭇잎은 하나도 없으며 열매란 열매는 칼자국 같이 보기 흉한 자국을 안고 있는 것이 영락없이 썩은 나무였다.그런데 주인은 먹지도 못하게 생긴 열매를 하나 따더니 이빨로 거칠게 껍질을 벗기고 한 입 베어물면서 “꼴은 이래도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 하면서 이내 황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복숭아,그것도 황도였다.워낙 작고 못생겨서 도저히 복숭아라고 부를 수 없는 외모였지만 맛은 어찌나 기가 막힌지,손오공이 훔쳐먹은 천상의 복숭아가 이랬으리라 싶게 환상적인 맛과 향이었다.그날 나는 진정한 맛은 혀와 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임을 배웠다. “옛날부터 복숭아는 불끄고 먹으라고 했잖아요.” “복숭아 벌레 먹으면 노래 잘 부른다는 말도 있잖아요?” 험한 꼴에 벌레까지 기어나오는 황홀한 복숭아 앞에서 우리는 이 말들이,후손들에게 진정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눈을 질끈 감도록 가르친 조상들의 지혜였음을 또한 깨닫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다음번 산행에서 선배에게 할 말을 가다듬었다.“못생겨서 귀여운 것도 있지만,못생겨야 좋은 것도 있습디다.” 오한숙희 여성학자
  • [2006월드컵 유럽예선] 브라질-독일 2년만에 맞대결 무승부

    2002한·일월드컵 결승전 맞상대인 브라질과 독일이 2년여 만의 재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독일 축구대표팀은 9일 베를린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1-1로 비겨 2년2개월 전 당했던 0-2 완패를 설욕하는 데 실패했다.독일은 부상에서 회복한 ‘거미손’ 올리버 칸이 수문장으로 나섰으나 전반 9분 브라질의 호나우디뉴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주며 2년 전의 아픔을 되풀이하는 듯했다.그러나 이후 빠른 스피드를 이용,더욱 공격을 강화했고 8분 뒤 22살의 신예 케빈 쿠라니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7만 4000명의 홈 팬들에게 미완의 희망을 남겼다.클린스만 감독은 “오늘 경기는 2006년월드컵을 향한 우리의 방향을 보여준 것이다.”며 “브라질을 상대로 우리의 홈그라운드를 지켜낸 모든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브라질의 카를루스 파레이라 감독 역시 “독일은 우리를 꺾음으로써 자신감을 찾길 원한 것 같았다.”며 “독일 축구가 한층 빨라지고 격렬해 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9일 새벽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유럽 예선 1조 체코와의 경기에서 혼자 2골을 쓸어 담은 ‘백전노장’ 피에르 반 호이동크의 맹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완승,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마르코 반 바스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네덜란드는 1승1무를 기록,안도라를 5-1로 꺾고 3연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한 ‘복병’ 루마니아를 바짝 추격했다. 4조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프랑스는 루도비치 지울리와 지브릴 시세의 연속골로 137위 파로군도를 2-0으로 눌렀지만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등 경기 내용은 여전히 예술적이지 못했다.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지네딘 지단은 이날 “이제는 젊은 피들이 해내야 할 때”라며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반면 루이스 피구가 은퇴한 3조의 포르투갈은 에스토니아를 4-0으로 격파하며 2연승을 달렸다.잉글랜드는 6조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 행운을 주우며 폴란드에 2-1로 승리,1승1무를 기록했으며 세계 3위 스페인은 7조 첫 경기에서 69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1-1로 비겨 자존심을 구겼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보러갑시다]

    ◇ 콘서트 ■ 김건모 콘서트 10·11일 오후 7시30분,12일 오후5시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02)522-9933. ■ 박효신 콘서트 10·11일 오후8시 워커힐호텔 제이가든(02)450-6433. ■ 꽃다지·안치환 콘서트 11일 오후5시 이화여대 강당(02)3141-6008. ■ 휘성·빅마마·세븐·거미 부산 콘서트 11일 오후7시 부산KBS홀 1588-9088. ■ 이승철 전주 콘서트 11일 오후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야외극장(063)255-1234. ■ 마이 앤드 메리 콘서트 10일 오후8시,11일 오후7시 대학로 질러홀(02)795-2942. ■ 인순이 콘서트 11일 오후 3시·7시 과천 시민회관 대극장(031)244-5064. ◇ 어린이 ■ 놋쇠병정 12일까지 브로드홀(02)382-5477.안데르센 동화를 재해석한 아르헨티나 오마르 알바레스 극단의 작품. ■ 알 12일까지 가나아트센터(02)533-7317.엄마아빠와 함께 즐기는 놀이연극. ◇ 국 악 ■ 소리극 ‘아!도라산아’ 16·17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02)580-3300. ■ 2004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 17∼19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국민관광지(02)762-7300. ◇ 클래식 ■ 오페라 ‘카르멘’ 9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586-5282. ■ 김소옥 바이올린 리사이틀 14일 오후8시 금호아트홀(02)541-6234. ■ 김기순 플루트 독주회 9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778-6295. ■ 백혈병과 혈액암환자돕기 음악회 ‘사랑으로 나눔으로’ 10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778-6295. ■ 김용희 피아노 독주회 11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2265-9235. ■ 앙상블 유림 창단 10주년 기념 음악회 11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14-9600. ■ 전진영 비올라 독주회 10일 오후5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02)780-5054. ◇ 미 술 ■ 오수환 작품전 30일까지 가나아트센터(02)720-1020.기운생동하는 우주의 힘을 일필휘지의 선으로 풀어낸 ‘변화’ 시리즈. ■ 그 너머를 보다 10월 16일까지 스페이스C(02)547-9177.홍순명·박현주·김해민·한계륜 등 4인 그룹전.자연과 인간,빛,우주의 순환을 표현한 유화·아크릴·영상·평면 설치작품. ■ 아테네 화필기행전 19일까지 사비나미술관(02)736-4371.김봉준 김성호 김홍주 박병춘 박은선 안창홍 양대원 이강화 이만수 이종빈 정정엽 최민화 홍성담 등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그리스미술 특별전.서울신문사와 사비나미술관 공동 주최. ■ 체험! 캐릭터박물관전 10월 3일까지 63씨티(63빌딩) 이벤트홀(02)464-3268.1700년대 독일의 ‘노아의 방주’등 캐릭터 장난감 1만 5000여점. ■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 10월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02)724-2904.‘도시 위에서’‘비테프스크 위의 누드’ 등 주요 유화 작품과 드로잉,판화 등 120여점. ■ 신디 셔먼·바네사 비크로프트 작품전 11월 21일까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041)551-5100.세계적인 여성 사진작가의 사진전. ◇ 뮤지컬 ■ 안악지애사 10일∼10월2일 코엑스 오디토리움(02)558-7854.윤정환 작·연출,엄기준 김선미 출연.고구려 고분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 마리아마리아 10월3일까지 세우아트센터(02)6409-0901.성천모 연출.뮤지컬 배우 김선영의 모노 뮤지컬. ■ 찰리 브라운 10일∼11월21일 한양레퍼토리시어터(02)3141-8425.클라크 게스너 작·박선희 연출,김경식 출연.7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 ■ 소나기 10월24일까지 건국대 새천년관 공연장(02)3445-7972.황순원 원작·유희성 연출,홍경인 최보영 출연.유년시절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 ◇ 연 극 ■ 바냐아저씨 12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02)764-9181.안톤 체호프 작·차태호 연출,이순재 김태훈 출연.체호프 서거 100주년 기념극. ■ 웃어라 무덤아 26일까지 스타시티 아트홀(02)764-7064.고연옥 작·김광보 연출,문경희 강승민 출연.물질적 욕망에 휩싸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 ■ 백마강 달밤에 10월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45-3966.오태석 작·연출,성지루 황정민 출연.충청도 대동굿을 무대로 우리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 ■ 손숙의 어머니 10일∼10월2일 코엑스아트홀(02)747-6295.이윤택 작·연출,손숙 전성환 출연.우리네 어머니들의 초상. ■ 바다와 양산 9∼26일 아룽구지극장(02)744-0300.마스다 마사타카 작·송선호 연출,예수정 남명렬 박지일 출연.불치병을 앓는 아내와 소설가 남편의 일상을 묘사한 리얼리즘 연극.
  • [2006 독일월드컵예선] 9일 새벽 독일 - 브라질 친선축구 빅뱅

    [2006 독일월드컵예선] 9일 새벽 독일 - 브라질 친선축구 빅뱅

    ‘삼바와 전차,2년 만의 재회’ 2002한·일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놓고 다퉜던 ‘삼바군단’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이 9일 새벽 3시45분 독일 베를린에서 친선 리턴매치를 벌인다.2년 전 6월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축구황제’ 호나우두(28·레알 마드리드)가 ‘거미손’ 올리버 칸(35·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2골을 뿜어내며 조국 브라질에 월드컵 5회 우승의 영광을 건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년이 넘도록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브라질은 독일(11위)과 역대 전적에서 11승4무4패(동독 경기 제외)로 앞서 있다.독일은 지난 93년 친선전 승리(2-1) 이후 11년 동안 3차례 경기에서 모두 졌다. 독일은 올해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하는 등 하강 곡선을 그렸으나 지난달 이탈리아월드컵(1990) 우승 주역인 위르겐 클린스만(40)이 지휘봉을 잡은 뒤 가진 첫 A매치에서 오스트리아에 3-1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추슬렀다.브라질도 지난 6일 독일월드컵 남미예선에서 호나우두를 앞세워 볼리비아를 3-1로 꺾고 변함없는 위용을 뽐냈다.특히 호나우두와 부상에서 회복 중인 칸의 ‘창과 방패’ 대결이 다시 이뤄질지 자못 기대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죽은 남편 복수하려 테러 인질극 가담 여성 테러리스트

    러시아의 베슬란 인질극에 여성 테러리스트들이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체첸인으로 추정되는 이들 여성을 가리키는 ‘검은 미망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검은 미망인’은 러시아에 맞서온 체첸의 분리독립 투쟁 과정에서 남편을 잃자 복수를 위해 테러에 가담한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교미 후 수컷을 잡아 먹는 독거미 암컷의 명칭이자 동시에 ‘남편을 숨지게 한 악녀(惡女)’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로,러시아와 서방 언론측이 이슬람사회에서 얼굴과 몸을 가리는 의상인 검은색 머릿수건을 두른 이들 여성을 비난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보인다. ‘검은 미망인’이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10월의 모스크바 극장 테러 때였다.당시 숨진 41명의 인질범 가운데 18명이 여성이었고 러시아와 서방 언론들은 이들 대부분이 ‘검은 미망인’이라고 밝혔다. 베슬란 인질극에서 허리에 두른 폭탄을 터뜨려 인질들과 함께 숨진 여성 테러리스트 2명 등 5일 현재까지 확인된 32명의 인질범에 포함된 여성 전사들도 ‘검은 미망인’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체첸독립주의자들에게 절망적인 상황이 테러 및 무력진압-미망인 속출-여성 테러리스트 양산이라는 비극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아나타는 한국인’ 공동저자 시미즈·박명미 교수

    ‘아나타는 한국인’ 공동저자 시미즈·박명미 교수

    “일본어의 유전자는 곧 한국어입니다.왜 이러한 사실이 그동안 연구되지 않았는지 의아할 뿐입니다.”(시미즈 일본 구마모토대학 전 교수) “앵글로색슨족이 대륙에서 게르만어를 가지고 영국으로 이주한 것처럼 한민족 역시 일본열도로 이주하면서 언어도 고스란히 갖고 갔지요.”(박명미 시모노세키시립대학 강사) 일본과 한국의 언어학자 두 명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일본어의 뿌리는 한국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흥미를 끌고 있다.바로 시미즈(63)·박명미(43)씨가 주인공이다.3일 오후 서울 원서동의 ‘정신세계사’에서 이들과 만났다.둘은 오는 10일쯤 단행본으로 출간될 ‘아나타(당신을 뜻하는 일본어)는 한국인’의 마지막 원고대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먼저 박씨에게 한국어와 일본어의 어근(語根)이 같은 예시를 들어달라고 했다.그는 주저없이 “일본어에 무엇을 권할 때 ‘도조’라는 말이 있다.”면서 “이는 우리말의 ‘드세요’‘드이소’에서 파생됐다.”고 말했다.그는 또 “가자미-가레이(일본어),조가비-가이,해거름-히구레,거미-구모,갓-가사,나물-나,노루-노로 등 한국이나 일본에서 비슷하게 쓰이는 어휘가 5000여개에 이른다.”면서 이 가운데 우선 1300여개의 어휘를 정밀하게 비교분석,이번에 책자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시미즈 전 교수 역시 “예컨대 한국어의 낯(얼굴)이 일본어의 懷(nat,낯이 익다)로 쓰이는 어원이 되고 있다.”면서 “모음뿐만 아니라 자음에도 이같은 비슷한 원류는 수없이 많다.”고 설명했다.둘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서울대에서 ‘한·일간 유전학·언어학·고고학적 자료에 의해 재구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학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둘은 원래 스승과 제자 사이.만주 출생인 시미즈 전 교수는 아프리카 언어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아프리카연구소에서 18년 동안 재직했다.이후 그는 1994년 구마모토대 언어학과에 부임했다.서울 출생인 박씨는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이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재학중이었다.이때 박씨는 한·일간 언어비교연구에 관심을 보였고 시미즈 교수도 일본어 뿌리찾기에 매료되면서 공동연구가 시작됐다.시미즈 교수는 2년전 교수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연구에 몰입했다. 이들은 기원전 4세기부터 일본열도에 이주하기 시작한 한민족이 당연히 언어를 함께 가지고 갔다는 전제하에 이 고대 언어를 반도한어(半島韓語),일본어를 열도한어(列島韓語)로 각각 규정했다.시미즈 교수와 박씨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같은 언어라는 사실을 세계 언어학계에서 확실하게 인정받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영화 ‘거미숲’ 뒤엉켜버린 기억…진실은 무엇

    영화 ‘거미숲’ 뒤엉켜버린 기억…진실은 무엇

    ‘기억’은 스릴러물에서 뿌리칠 수 없는 매혹적인 소재다.송일곤 감독이 장편 데뷔작 ‘꽃섬’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거미숲’(제작 오크필름·3일 개봉)도 한 남자의 얽혀버린 기억을 소재로 미로찾기처럼 복잡하게 서사를 이어가는 스릴러물이다. 방송국 PD인 강민(감우성)은 숲 속 별장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교통사고를 당한다.가까스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형사에게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어 사건의 전말을 진술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애매하게 뒤엉킨 이미지를 화면에 흩어놓는다.오랫동안 숲을 응시하고 서있는 여인,살인현장을 목격한 강민을 죽이려는 남자,잇따른 교통사고….이어질 이야기에 대한 힌트를 난수표처럼 배열하며,관객에게 쉽게 출구를 못 찾는 미로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감독이 “처음 5분을 놓치면 이해하기 힘든 영화”라고 귀띔한 것도 그래서다. 뭉뚱그리자면,이 영화는 적극적인 영화보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맞춤이다.뇌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운 강민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관객 스스로가 아귀를 맞춰가야 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극중인물이 해답을 찾으려 동분서주하는 여느 스릴러물들과는 그래서 차별점을 찍는다. 강민이 초자연 현상을 담는 미스터리 프로그램의 PD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아내와 사별한 뒤 실의에 빠진 강민은 상사인 최 국장에게 번번이 모멸을 당한다.따뜻하게 다가오는 아나운서 수영(강경헌)에게 마음을 열 즈음 그는 전설의 거미숲으로 취재를 떠난다. 이 일련의 과정도 강민의 기억을 통해 화면에 재생된다.거미숲 취재를 제보한 시골 사진관의 여인 민수인(서정)이 강민의 죽은 아내와 판박이로 닮았다는 사실,살인현장에서 죽어가던 여자가 다름아닌 수영이었다는 사실 등을 복기시키며 영화는 조금씩 살인사건의 진실로 접근해간다. 감독은 극심한 죄의식에 시달리는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에게서 강민의 캐릭터를 착안했다고 설명했다.심령공포물에 맞먹는 강렬한 후반부의 반전은 미로 속을 헤매던 관객들에게 모처럼 환한 빛이 돼 준다. 하지만 명쾌한 뒷맛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자의식 과잉’으로 허우적거렸다는 느낌을 줄 것 같다.복선과 단서들이 남발된 탓에 나중엔 그들이 사건을 푸는 열쇠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리고 만다. 감독에게 확인하지 않는 한,정답은 없어보인다.반대로,나름의 논리로 ‘상상의 집’을 짓고 싶은 자발적인 관객에게는 매력넘치는 작품일 수 있다. 서정은 강민의 죽은 아내까지 1인2역했다.15억원의 적은 예산,숲이라는 한정된 공간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미술 덕분에 스릴러물의 몽환적 결이 살아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신예 vs 노장 주전경쟁

    [2006 독일월드컵] 신예 vs 노장 주전경쟁

    ‘계급장 떼고 붙자.’ 노장과 신예가 한판 대결을 준비 중이다.2일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베트남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8일 오후 7시·호치민시)을 위해 맹훈련에 돌입했다.특히 이번 훈련에는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을 8강에 올려놓은 ‘젊은피’가 대거 합류해 열기를 더했다.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세대교체 구상이 실천에 옮겨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본프레레 자유경쟁·적자생존 강조 본프레레 감독도 자유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을 강조했다.“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선발한 것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렇다고 젊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그러나 본프레레 감독도 젊은피의 위력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지난 6월 열린 터키와의 두차례 평가전에서 1차전은 패했지만 올림픽대표 6명을 선발 출장시킨 2차전에서 2-1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김동진·이영표 왼쪽 윙백 맞대결 이에 따라 신·구 선수들간 포지션 경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조재진(23) 이천수(23)가 설기현(25) 이동국(25) 안정환(28) 등이 버티고 있는 공격라인에 도전장을 냈다.수비에서는 조병국(23)이 노장 이민성(31)과 중앙수비수를 놓고 경쟁 중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왼쪽 윙백 이영표(27)와 김동진(22)의 맞대결.김동진(서울)은 지난 1일 K-리그 성남전에서 후반 4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20m짜리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올림픽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화끈한 골 장면을 재현했다. 김동진도 자신감을 보였다.그는 “모든 선수에게 정해진 위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자만이 주전 자리를 쟁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베트남전이 월드컵 본선 티켓과 연관이 있는 만큼 본프레레 감독으로서는 지나친 모험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그러나 2년 뒤 월드컵을 위해선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활발한 테스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소집 첫날 체력테스트에선 ‘신예 거미손’ 김영광이 ‘체력왕’에 올랐다.셔틀런(20m 구간 왕복달리기)에서 75회를 채우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김동진(74회) 김두현(72회)이 뒤를 이어 역시 체력에선 ‘젊은피’가 낫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 피맛골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 피맛골

    피맛골이라는 지명을 스쳐듣고 우연히 그곳을 찾아든 이들은 대부분이 우선,‘에게,이게 뭐야.’ 하고 눈살부터 찌푸릴 터이다.당연한 반응이다.서울의 어디를 가나 흔하게 대할 수 있는 지저분하고 꾀죄죄한 풍경이 애써 나들이한 발걸음을 선뜻 골목 안으로 한 걸음 더 옮기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광화문 교보문고 뒤편에 남아 있는 피맛골은 고작 두 사람이 지나쳐도 쉽게 어깨를 부딪치게 마련인 비좁은 골목길에다가 길이도 20여m를 넘지 않는다.그렇다고 무슨 뛰어난 음식점이 즐비하게 들어찬 것도 아니다.고작해야 열차집이라는 두어 평 남짓한 빈대떡집과 대림식당이라는 생선구이집,그리고 반대편 초입에 서린낙지라는 간판의 낙지집이 한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의식주 해결할 물산의 집합소 이 교보문고 뒤편의 피맛골 말고도 종로 2가에서 인사동으로 접어드는 어름에 또 다른 피맛골이 남아 있다.서피맛골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그럴듯한 장명등 간판까지 내걸고 떠들썩한 주점가로 변하여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지만,정작 인사동 일대의 관광지구 작업에 편입되어 피맛골 자체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변질시킨 듯한 싸구려 지분 냄새를 숨길 수가 없다. 피맛골이란 이름의 이 특이한 뒷골목은 원래 종로 1가 교보문고 뒤편에서 시작하여 종로 2가를 거쳐 3가에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있었지만,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도중에 여기저기 골목이 끊기는 바람에 결국 두 곳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나로서는 이 두 곳 중에서도 피맛골 하면 역시 교보문고 뒤편의 지저분하고 꾀죄죄한 골목이 그 이름에 걸맞은 것 같아서 못내 그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조선시대에는 지금 종각이 있는 종로 네거리 부근을 운종가라고 하였는데,이 운종가는 소위 ‘상것’들이 사는 곳이었다.운종가의 이 ‘상것’들은 사농공상이라는 봉건 가치의 가장 아랫자리를 차지한 상인들로,종이나 백정 혹은 갖바치 같은 다른 상것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천한 신분이었다. 당시의 가장 윗자리 신분에 있던 사대부의 입장에서 보자면,이 운종가의 상것들은 여느 상것들과도 달리 참으로 처치곤란한 일종의 필요악이었다.애오라지 학문과 수신에만 힘써 마침내 입신출세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필생을 바쳐야 하는 사대부로서 비록 굶어 죽을망정 어찌 당장에 급하다 하여 먹고 입고 자는 따위 천한 값어치에 눈길을 줄 수가 있으랴. 바로 그런 윗자리 신분의 필요에 따라 그들 대신에 먹고 자고 입는 데 필요한 모든 물산들을 주무르는 이들이 모여 이룬 거리가 다름 아닌 운종가였다.종각 네거리 일대에 이른바 육의전이 늘어섰으니,포목 무명,명주,종이,모시,생선 등이 운종가의 주된 물품이었으며,나아가 구리개나 동대문의 배우개 저자거리에는 옥패물,유기며 사기그릇,호랑이 가죽이며 수달가죽,엽초,과일 등 조선 팔도의 모든 물산들이 빠짐없이 다 모여들었다. ●윗자리 행차 피한데서 유래 운종가가 번화하면 할수록 높은 가마 위에 앉아 물렀거라,비키거라,호령과 함께 이곳을 지나치는 윗자리들은 저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외로 돌리지 않은 이가 없었다. ‘쯧쯧,선현께서 이르시되 상업이 흥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느니….’ 운종가의 상것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윗자리들이 또한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비록 신분상 아랫자리에 위치한 천한 상것이라지만,누구보다 영리하고 사리에 밝아 윗자리들의 허허실실이며 허장성세를 뚜르르 꿰뚫는 데다가 이재와 처세술 또한 뛰어나 정도 이상의 부를 이루어 먹고 입고 자는 일에 신분에 걸맞지 않은 호화를 누리는 그들로서는 윗자리의 때 아닌 눈살이며 외고개짓이 마음 편할 수는 없었다. ‘쳇,그놈의 잘난 벼슬 좀 잡았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란….’ 이런 아랫자리와 윗자리 사이의 눈살이며 외고갯짓이 한데 어울려 운종가 뒷골목에 언제부터인가 희한한 명칭의 골목길이 생겼으니,바로 피맛골이었다. 운종가에 한번 윗자리의 행차가 떴다 하면,아랫자리들은 재빨리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윗자리의 행차를 피하다 보니 뒷골목 이름 자체가 피맛골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듯 윗자리를 피해 숨어든 아랫자리들을 노려 다시 싸리나 간짓대에다가 술을 빚는 용수를 내건 선술집이 생기고,그 옆에는 다시 1m 남짓한 백지 괘등을 내건 장국밥,설렁탕,곰탕집들이 생겨나니,피맛골은 윗자리들은 결코 넘볼 수 없는 아랫자리들만의 공간이 된 것이다.아랫자리들이 만든 이 소중한 놀이공간은 피맛골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봉건시대 500여년을 면면히 맥을 이어왔다. 만일 그대가 아직도 이 시대의 아랫자리라고 여기거나 혹은 사는 일 자체를 힘들어한다면 한번쯤은 피맛골로 발걸음을 옮길 것을 권하고 싶다.함께 올 동료가 없다면 스스럼없이 혼자 와도 좋다.그리하여 이제 막 땅거미가 스멀거리기 시작하는 피맛골에 접어들어 열차집(02-734-2849)의 허름한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라.벌써 빈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 자리라도 가서 낯선 사람에게 합석할 것을 부탁하라.백이면 백 기꺼이 응해줄 터이다. ●빈대떡에 소주 몇잔… 세상 시름 훌훌 마침내 자리를 잡으면 3장에 7000원인 빈대떡 한 접시에다 소주 한 병을 시켜라. 빈대떡이 아니라면 굴전이나 파전을 시켜도 좋다.그리하여 술과 안주가 탁자에 놓이면 소주 한 잔을 따라서 목 안에 깊이 털어넣어라. 그리고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그대는 이미 혼자가 아니다.얼핏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그대에 비해 크게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는 얼굴,한 잔의 소주 혹은 한 사발의 막걸리에 이미 불콰하게 술기운이 오른 얼굴,바로 그대 자신의 얼굴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에서 그대를 이 시대의 아랫자리에 위치하게 한 윗자리들의 허허실실과 허장성세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있을 터이다. 그대가 술과 함께 밥도 먹을 작정이라면 열차집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대림식당(02-730-1665)으로 가도 좋다.삼치와 굴비,고등어 따위 생선구이 백반들이 저마다 5000원에다가 된장찌개 또한 맛이 뛰어나다.이 대림식당을 끼고 좀더 골목으로 접어들면 몇 걸음 안 가서 부산복집과 처마를 나란히 한 청진식당(02-732-8038)을 만나게 된다.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이 4000원에 비하면 넘칠 정도로 풍부한 양에다가 반찬은 물론 공기밥 한 그릇이라도 더 주기 위해 꾹꾹 눌러담는 주인아주머니의 큰 손이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는 것 자체까지도 공연스레 즐거워지게 한다. 만일 그대가 혼자가 아니라 서너 명의 벗들과 함께라면 좀더 골목을 에돌아 5000원짜리 한정식으로 이름난 남도식당(02-734-0719)을 찾거나 교보문고 뒷길에 있는 안성또순이집(02-733-5830)에 가서 20년 동안 생태찌개 한 가지만을 지켜오는 특별하고 맛깔스러운 고집을 만나기 바란다.비록 한 냄비에 4만원이지만 네 명이 충분히 먹고도 남아 크게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일찍이 시인 신경림은 노래했다.‘못난 놈은 서로 얼굴만 봐도 반갑다.’피맛골 안의 여기저기에서 만나는 결코 낯설지 않은 얼굴,바로 자신을 닮은 얼굴들이 어찌 반갑지 않으랴.잘난 놈만 먹고 노는 게 아니라 못난 놈도 즐겁게 먹고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피맛골이다.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터미널 장르/예매율휴먼드라마/36.4%(전체) 감독/배우는스티븐 스필버그/톰 행크스·캐서린 제타 존스 어떤 줄거리입국심사대를 통과못한 한 이방인의 공항 생활 정착기 이래서 좋아사회의 축소판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희로애락 이래서 별로스필버그의 가족주의와 휴머니즘은 여전하네 홈피 반응은“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 ● 가족 장르/예매율 드라마/23.6%(15세) 감독/배우는 이정철/주현·수애·박지빈 어떤 줄거리 반항아 딸이 아버지의 진심을 이해하기까지 이래서 좋아 슬픔을 끌어올리는 수애의 내면연기 ‘짱’ 이래서 별로 지나치게 억눌린 감정이 불편할 수도 홈피 반응은 “(시사회에서)가슴을 꼭 쥐고 봤어요.” ● 알 포인트 장르/예매율전쟁공포/7.9%(15세) 감독/배우는공수창/감우성·손병호·오태경 어떤 줄거리실종된 전우를 찾아나선 베트남전 병사들의 ‘공포체험’ 이래서 좋아군인들이 귀신에 휘둘리는,독특한 공포 이래서 별로화끈한 반전없이 밋밋하기만 한 드라마 홈피 반응은“감우성 연기,카리스마가 조금 부족한 듯” ● 거미숲 장르/예매율스릴러/7.1%(18세) 감독/배우는송일곤/감우성·서정·강경헌 어떤 줄거리기억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이래서 좋아스릴러와 미스터리의 장점을 고루 살린 영화 이래서 별로아귀를 맞추기 어렵게 난해한 스토리 홈피 반응은“…” ●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장르/예매율SF공포/5.7%(15세) 감독/배우는폴 W.S. 앤더슨/새넌 래이든·랜스 헨릭슨 어떤 줄거리할리우드의 두 대표 외계 괴물의 한판 승부 이래서 좋아실제 모형으로 촬영해 실감나는 스펙터클 이래서 별로정신없는 괴물들과 개성없는 인간들 홈피 반응은“인간이 낄 자리가 없는 영화” ● 바람의 파이터 장르/예매율휴먼드라마/5.1%(12세) 감독/배우는양윤호/양동근·히라야마 아야 어떤 줄거리최배달,그는 왜 강해질 수밖에 없었는가? 이래서 좋아리얼 액션과 가슴 찡한 인간승리의 휴머니즘 이래서 별로압축과 생략의 묘미를 살리지 못해 다소 지루함 홈피 반응은“양동근이 맡아서 더 가까이 느껴지는 최배달”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장르/예매율드라마/4.8%(15세) 감독/배우는피터 웨버/스칼렛 요한슨·콜린 퍼스 어떤 줄거리화가 베르메르와 하녀 그리트의 은밀한 사랑 이래서 좋아머뭇거리는 사랑의 긴 여운과 그림같은 영상 이래서 별로확실한 사랑 사건이 없어 지루할 수도 홈피 반응은“명배우와 아름다운 화면,여러번 봐도 질리지 않는…” ● 돈텔파파 장르/예매율휴먼코미디/4.2%(15세) 감독/배우는이상훈/정웅인·유승호·채민서 어떤 줄거리나이트클럽 MC인 아버지와 천진한 아들의 웃기고도 찡한 사랑 이래서 좋아유승호의 눈물을 보면 같이 울 수밖에 이래서 별로‘오버’한다 싶은 화장실 유머만 빠졌으면 홈피 반응은“웃으러 갔는데 울게도 한 영화”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DMZ는 두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잘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이면서도 생태계의 단절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철책선을 비롯한 각종 인공물이 생물들의 자유로운 개체이동을 철저히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DMZ는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칭할 만하다.생태 전문가들도 이런 평가에 큰 이견을 달지 않는다.긍정적으로는 50년 넘게 사람들의 간섭이 배제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생태와 빼어난 경관 등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서해안부터 동해안 끝단까지 이중삼중 빈틈없이 막아놓은 철조망으로 중·대형 포유류의 종(種) 이동이 끊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다.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155마일 국토 허리를 따라 남북 2∼4㎞의 철조망에 갖힌 동물들이 수십년 동안 근친교배를 하며 유전자 다양성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단절이 더 지속된다면 결국 종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수월한 군사작전이나 북한의 경작목적 등으로 인위적으로 놓는 산불도 생태계를 교란하기는 마찬가지다.산불의 영향으로 DMZ 안에는 잘 발달된 원시림이 사라졌다.대신 초지가 발달하면서 인공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초지 형성으로 울창한 숲을 좋아하는 멧토끼와 멧돼지,노루,산양의 수보다 초지를 좋아하는 고라니 개체가 월등히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깊은 계곡이 많은 동부전선을 제외한 중·서부전선은 아예 산림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초지지역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산허리 가로지른 작전로·공사로 몸살 산불은 아이러니하게도 식물과 곤충류의 종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남북으로 넘나드는 하천도 군사작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대형 철재 수문과 콘크리트 구조물,각종 하천공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범람을 막기 위해 강바닥을 인위적으로 긁어내고,돌망태나 콘크리트 제방이 쌓이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은 사라지기도 한다.물고기들은 생존의 위협 앞에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월 중순 취재팀이 찾았던 사미천과 역곡천·성내천·사천·오소동·고진동계곡 등 철조망이 지나는 길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훼손되고 있었다.서강정보대학 심재환 교수는 “하천 바닥을 긁어 놓는 식의 간섭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야 건강한 하천으로 보존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산등성이를 따라 거미줄처럼 이어놓은 작전도로도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군사목적만으로 급하게 도로를 만들어 놓고 있어 태풍과 폭우 때는 속수무책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환경에 대한 대책이 없다 보니 폭우 때마다 산사태로 산림기반을 황폐화시키고 청정계곡으로 황톳물을 쏟아내면서 물고기 서식지까지 훼손하고 있다.때늦은 감이 있지만 도로의 토목공학적 안정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최전방에서 쏟아내는 생활오폐수의 문제도 심각하다.최근 몇년 동안 군부대들이 ‘환경과 생태보호에 앞장서자.’는 슬로건으로 나름대로 환경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최전방 초소에는 오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등 실상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장지대 하나 없는 최전방 청정 하천들이 2,3급수로 전락하면서 점차 오염되어가는 현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동해안 끝단 사천천은 중류쯤부터 오염의 척도인 물이끼가 보이기 시작하다 하류에 이르면 상당한 오염실상이 드러난다.그나마 어종들은 아직 풍부한 편이어서 희망의 씨앗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대로 두어선 결과는 자명할 뿐이다.외래식물의 급속한 확산으로 토종식물들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십수년 전 경기도 포천 일대에서 번지기 시작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도 이제는 휴전선 일대는 물론이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상태다. ●자치단체 개발 청사진 쏟아져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민통선 안팎에 각종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개발 우선 정책도 바람직한 생태계 보전에 적신호다.경기도와 강원도는 앞다투어 “DMZ를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겠다.”며 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방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강원도는 철원에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평화시’를 조성하고 고성에는 ‘남북교류타운’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뒤질세라 경기도도 파주시 민통선 안과 인근에 수십만평 규모의 ‘통일동산’과 ‘파주남북경제협력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DMZ 일대에 굵직굵직한 개발공약이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산림환경부장은 “주민들에게 미래 환경생태에 대한 가치를 우선 인식시킨 후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조심스럽게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과 북이 수십년을 대치하며 생겨난 DMZ의 독특한 생태계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보존’이냐,‘개발’이냐.야누스의 두 얼굴을 간직한 채….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열목어(熱目魚)는 눈이 붉고 열이 많다 하여 이름지어졌다.우리나라를 비롯해 만주·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데,고유어종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인데다 서식분포의 한계가 뚜렷한 귀중한 생물종이다.얼핏 보면 산천어와도 비슷한 열목어의 성체는 보통 30㎝ 정도이고 큰 것은 60㎝를 넘기도 한다.물 속에 잠수한 채 팔뚝만 한 녀석들을 보게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늠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번 DMZ 탐사에서 열목어가 출현한 곳은 두타연과 성내천이었다.그 중 성내천에서는 30여마리를 확인 혹은 포획하였는데,30㎝ 이상 되는 큰 개체들은 없었다.아마 큰 개체들이 서식할 만한 깊은 소(沼)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열목어 외에도 수십 가지의 풍부한 어종이 살고 있고,생태계가 잘 보전된 성내천에서 지금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철책선에 밀려드는 바위나 자갈 등을 제거하기 위해 불도저 등 중장비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오소동·고진동 계곡도 사정은 비슷해 하천 교란으로 인한 어류 서식처와 산란장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중 생물들은 물 속에서 모든 먹이를 섭취하고,숨쉬고,잠을 자고,산란을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울·소·바위틈·모래밭 그리고 수변식물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 하천 그대로의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공사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리게 되면,그 토사는 아래쪽의 하상을 덮어버리게 되고,바위·자갈 등에 붙어 있는 조류나 날도래·강도래·잠자리유충 등 수서곤충들은 살 수 없게 된다.이러한 생물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은 물고기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토사의 미세한 입자는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을 곤란하게 해 직접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따라서 무분별한 하천공사는 오아시스를 밀어 밋밋한 사막을 만드는 것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번 어류조사에서도 오소동에서는 금강모치 1종만,고진동 계곡에서는 금강모치와 버들가지 2종만 채집되었으며 개체수도 매우 빈약하였다.이전의 기록에 보면 산천어와 미유기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번 탐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DMZ 일대는 생태계의 보고이면서 한반도 자연사의 비밀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이른바 하천 생태계의 최후의 보루라 아니할 수 없다.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DMZ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것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 아닐까.
  • 서울 9곳서 역사문화·생태학교등 26개 프로

    “인라인스케이팅 매너 배우기,옛 봉수대 견학,흘러간 영화 구경,목공예 실습….없는 게 없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코앞인 요즘은 무엇인가를 배우기에 ‘딱’이다.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02-771-6133∼4)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kr)에서 9개 공원 26개 가을철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를 선착순 모집한다. 남산공원(753-5576)에서는 다음 달 4일과 18일 오후 2시30분 물달개비꽃과 머루열매를 관찰하는 식물교실을 연다.또 11일과 18일 오후 3시 남산 전시관과 서울성곽·팔각정 등 역사문화시설을 돌아보는 역사문화교실이 열린다. 낙산공원(753-2563)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식물도감과 곤충도감,나무모빌,한지엽서 등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월드컵공원(300-5605)도 관찰교실,생태학교,환경교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월·수·목·금요일 오전 10시부터는 억새·개미취 등 쓰레기더미에서 다시 태어난 하늘공원 생태를 한눈에 살펴보는 프로그램이 실시된다.쇠솔새·해오라기·흰뺨검둥오리,황조롱이 등이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며 평화로운 마음을 되새길 기회도 제공한다.난지도에서 쓰레기매립지로,다시 공원으로 거듭나기까지 월드컵공원의 역사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환경교육도 마련됐다.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엔 목공과 허브식물 재배법 등을 배우는 목공교실과 향기요법 교실이 열린다. 여의도공원(761-4079)에서는 ‘녹색 인라인안전교실’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인라인 동호회원들이 기초기술,기본 예절법에 대해 3주간 과정으로 교육을 한다.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천호동공원(472-2770)에서 열리는 돗자리영화제를 찾아가면 ‘ET’‘야채극장 베지테일’‘곰이 되고 싶어요’ 등 재미있는 영화를 공짜로 즐기면서 가족애를 다질 수 있다. 길동생태공원(472-2770)도 나비와 잠자리·거미·버섯 등을 관찰하고 우리 농산물을 맛보는 체험교실과 어린이와 장애우를 대상으로 하는 생태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아테네 2004] ‘4강 영광’ 잡아줄게

    [아테네 2004] ‘4강 영광’ 잡아줄게

    |아테네(그리스) 특별취재단| ‘영광이가 4강 영광 이끈다.’ 한국 축구의 차세대 수문장 김영광(21·전남)이 22일 새벽 3시 그리스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 경기장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와의 아테네올림픽 축구 본선 8강전을 앞두고 거미손 장갑을 바짝 조였다. 정신이 해이해진 탓일까.그리스와의 A조 개막전에서 2골을 내준 데 이어 18일 ‘검은 복병’ 말리와의 3차전에서는 무려 3골이나 허용했다. 아테네 입성 전까지 올림픽팀 공식경기에서 889분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얻었던 ‘리틀 칸’이라는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올림픽호 골리’로써 3골이나 내준 것은 지난 1월 김두현(22·수원)의 퇴장으로 10명이 뛰었던 카타르 도하 친선대회 모로코와의 결승전에서 1-3으로 패한 이후 처음이다. 사실 말리전에서는 심판과 동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첫번째 실점은 심판이 보지 못한 핸들링 반칙 탓이었고 두번째,세번째 실점은 수비진의 실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그러나 극적인 무승부로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선수들끼리 반목하고 분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이런 분위기로는 4강에 갈 수 없다.”는 김호곤 감독의 매서운 호통에 정신이 번쩍 났다. 김영광은 “솔직히 좀 더 집중했어야 했다.경기가 끝나고 많은 반성을 했다.”고 토로했다. 쓰디 쓴 경험을 거울삼아 8강전을 무실점으로 버티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는 각오다.때문에 말리전의 실망스러운 성적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가장 적당한 때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액땜 역할을 한 것으로 믿는다. 조별리그가 끝나고 매 경기가 결승인 토너먼트로 돌입하면서 골키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전·후반,연장전에서도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에 들어가야 한다. 김영광은 “승부차기에 대한 준비도 많이 했다.”면서 “그리스전에서는 페널티킥을 막아내지 못했지만 앞으로 승부차기까지 들어가면 집중력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라과이에는 갚아야할 빚도 있다.지난해 12월 세계청소년선수권(20세 이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나 0-1로 졌다.당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김영광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에드가 바레토(23)와도 8강전에서 다시 마주친다.한국 골키퍼로는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은 김영광은 올림픽에서 메달로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는 “만약 메달을 따면 끌어낼 때까지 그라운드 한 가운데 누워있겠다.”며 활짝 웃었다. window2@seoul.co.kr
  • [아테네 중계석] 여자핸드볼 ‘최강’ 덴마크와 비겨

    한국 여자핸드볼이 18일 예선 B조리그 첫 경기에서 ‘거미손’ 오영란의 선방과 우선희(9골)·이상은(6골)의 릴레이골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최강 덴마크와 29-29로 비겼다.한국은 덴마크전 1무로 8강 진출의 희망을 부풀렸고 2차전은 19일 약체 앙골라와 갖는다.그러나 남자는 A조 예선 3차전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챔피언 크로아티아를 맞아 선전을 펼쳤으나 26-29로 져 1승2패를 기록했다.
  • 비 vs 세븐 빅뱅콘서트

    비 vs 세븐 빅뱅콘서트

    외모,노래,춤에서 인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가수가 막바지로 치닫는 여름,휴가 못간 ‘피 끓는’ 청춘들을 앞다투어 부르고 있다.이들과 함께 마음 속에 가둬 둔 열기를 한 번 제대로 분출시켜 볼 수 있는 기회다. 27·28일 이틀에 걸쳐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8월의 마지막 휴가’라는 제목의 콘서트가 열린다. ‘BABY,Come On!’이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 화끈하고 화려한 무대가 준비돼 있다.드라마 ‘풀하우스’로 안방극장까지 접수한 가수 비가 모처럼 라이브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다.자유분방한 공연으로 항상 청중들을 매료시켜온 DJ DOC와 부드러운 발라드의 성시경이 한자리에 오르는 것도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기획사측은 공연장을 테마파크처럼 만들어 관람객이 가수의 노래를 즐기며 마치 푸켓,지중해 등지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꿈 잘 꾼 관람객들은 진짜 크루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상품권도 받을 수 있다.(02)2166-2640. 28·29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이 떠들썩해진다.가요계 외모지상주의에 쐐기를 박은 빅마마,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세븐과 휘성,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거미가 다시 뭉쳤다.올해는 ‘솔트레인 2004’란 이름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YG&M-Boat’ 소속인 이들은 정기적으로 한 무대에 서서 뛰어난 라이브 실력만큼이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해왔다.R&B,솔,블루스,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공연이다.이번 공연에선 특히 휘성,빅마마,거미가 신곡을 발표한다고 하니 팬들의 구미가 더욱 당길 듯하다.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9월11일) 수원(10월16일) 대구(10월23일) 등에서 열창의 무대를 이어간다.1544-1555.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세븐을 들어야만 하는 이유 힐리스(바퀴 달린 운동화)를 타고 마술을 하던 미소년에서 진정한 가수로.아이들(idol) 스타 세븐의 1년 새 변화를 말하자면 이렇다.지난해 1집 ‘Just Listen’으로 가요팬들에게 수줍게 말을 걸던 그가 2집 ‘Must Listen’으로 당당하게 돌아왔다.한층 세련된 음악에 성숙해진 보컬.게다가 더욱 화려해진 춤솜씨까지.‘꼭 들어보라’며 업그레이드돼 돌아온 지 한달 남짓.하루 많게는 7∼8개 스케줄을 소화할 정도로 바쁘다.“힘들고 피곤해도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에너지가 솟구친다.”고 말하는 그에게 가수는 ‘천직’이다. ●1집과 2집의 차이를 느끼나. -물론이다.음악이 달라졌다.곡,사운드,녹음 면에서 1집보다 월등하다.1집 때 활동하던 내 모습을 보면 뭔가 어색하고 부족하고 어려보인다.그렇다고 지금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눈이 높아졌다.그게 발전이다.눈이 높아지면 하는 게 달라지지 않나. ●이제 힐리스 안 타나. -안탄다.힐리스 덕도 많이 봤지만 잃은 것도 있다.어린 짓 하니까 10대만 좋아하는 음악만 한다는 편견이 생겨서 좀 억울했다.그래서 이번 2집에선 고급스럽고 성숙한 음악을 해보자고 했고 1집 때 마이너스된 부분을 좀 끌어올렸다. ●무대 체질은 타고 났나. -2살 때부터 어른들 앞에서 춤췄다고 한다.내가 기억나는 건 5살때부터다.집에 있던 원탁을 무대 삼아 공연을 많이 했었다.(웃음)가수가 되고 싶다고 결심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여느 아이들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한마디로 ‘감전’됐다.중3 때 YG엔터테이먼트 오디션을 봤고 합격했다.가수가 꿈이셨던 아버지는 “무조건 밀어주겠다.”고 하셔서 행복했다. ●미국 가수 어셔를 따라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타이틀 곡 ‘열정’ 때문일 거다.같다면 힙합에 신시사이저를 이용했다는 거다.이런 어번(Urban) 힙합은 어셔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 세계에서 유행 중인 음악이다.다만 어셔가 한국에 와서 ‘Yeah’를 부르면서 이 생소한 장르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내 노래가 어셔와 똑같다면 피아노를 사용한 발라드 음악은 다 똑같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컬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연습을 많이 하나. -연습 시간은 따로 갖지 않는다.일상생활이 다 연습이다.노래를 부르기보다 듣는 걸 더 많이 한다.들은 노래를 항상 흥얼거리며 다닌다.장난 같지만 도움이 많이 된다.입에 달고 사니까. ●가수의 탤런트 진출이 유행이다.연기해 볼 생각은 없나. -연기하자는 제의가 심심찮게 들어온다.하지만 일단 최고의 가수가 되는 게 내 꿈이다.잘 하는 가수,실력있는 가수 소리 듣고 싶다.그러고 나서 연기도 할 수 있고 개그맨도 할 수 있다.지금은 노래에만 전념하고 싶다.(기자가 그를 가리켜 연예인이라고 말 하면 “가수”라고 꼬박꼬박 정정했다.) ●손가락이 참 긴데 악기를 잘 다루나. -초등학교 합주부에서 트럼펫을 불었다.그 때 친구들의 악기를 이것저것 연주해 봐서 웬만한 걸로 ‘학교종이 땡땡땡’ 정도는 할 수 있다.그런데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다.이게 최대 단점 같다.(웃음)기타도 배웠는데 요즘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세븐 하면 ‘착하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어떻게 아시는지….(웃음)아마 라디오나 토크쇼 등에서 가수 세븐이 아닌 최동욱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여져서 그런 것 같다.난 말할 때나 행동할 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한다.그래서 잘 봐주시는 게 아닐까.(웃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흑… 흑… 흑… “원래 성격은 활발하고 까불까불해요.” 그런데 마주 앉은 세븐은 쫙 빼입은 검은 옷 때문인지 전혀 달라 보였다.조용하고 진지함이 지나쳐 때때로 어두워 보이기까지 했다.무리한 일정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가? 그는 이날 2시간밖에 못 잤다고 털어놨다.인터뷰 도중 딱 한 번 환하게 웃었던 세븐.악기 연주에 대해서 말할 때다. 그렇게 빡빡하게 사니까 사고도 나고 그러지 않느냐고,그룹 ‘원티드’의 얘기를 슬쩍 꺼냈다.“안타깝죠.”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더니 말하기 싫다는 듯 힘없이 내뱉는다.말하는 투로 봐서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원티드’의 멤버 서재호와 별로 친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그가 무대 위로 올라가기 위해 검은 색 재킷을 입는 순간 눈에 띈 흰색 리본.리본에 대해 묻는 말에도 입은 좀체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굳어지는 얼굴색으로 알 수 있었다.그가 몹시 우울해하고 있음을.세븐을 만난 날은 지난 13일.이날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서재호의 영결식이 있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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