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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낙하산 인사/오승호 논설위원

    미국에선 관료 출신이 산하 기관장 등으로 취임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없다.정부 부처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근무 경력자가 금융기관장이나 세계 유수의 대그룹 회장을 맡기도 하지만 철저히 개인 능력에 의한 것이다.업계가 고액의 연봉을 주고 영입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씨티그룹 회장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이 그 예다.루빈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에서 차기 FRB 의장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한다.만일 우리나라에서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이 한국은행 총재 하마평에 오른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당장 낙하산 인사 시비에 휘말릴 것이다.거물급 인사들이 업계로 스카우트되면 같은 곳에서 근무했던 부하 직원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간다. 일본의 사정은 다르다.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낙하산 인사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퇴직한 정부 부처 간부는 유관기관 장(長)이나 임원으로 취임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였다.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변화와 혁신을 방해하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지적한 여론을 감안했다.일본에선 사무 차관의 산하 기관장 취업을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는다.그러나 관료들은 물론,업계마저 관료 출신이 필요하다며 반발했다.결국 고이즈미 총리는 “관료 출신 가운데 인재가 많기 때문에 전부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낙하산 인사 전면 금지 원칙을 완화했다.정부 유관기관 장이나 임원 가운데 관료 출신 비율을 절반 이하로 억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낙하산 인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문민정부 때부터 제기된 문제가 참여정부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물론 관료 출신의 재취업을 무조건 매도해선 곤란하다.풍부한 행정 경험을 활용,예상 밖의 경영실적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그러나 선거에서 이긴 정당의 전리품으로 이용하거나 공직사회에서 경쟁력이 없는 이들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식의 인사는 사라져야 한다.혈세로 운영되는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서라도 퇴직공직자의 취업 제한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할 것이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李총리 “허위사실 유포 집회 단호 대처”

    이해찬 국무총리는 5일 최근 잇따르고 있는 집회·시위와 관련,“합법적인 집회는 보장하되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중 집회와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지적한 뒤,내각에 집회·시위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지시했다고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이 총리는 지난 4일 종교·보수단체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집회와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반대집회 등에 대한 동향을 보고받고 “참가자의 주장이 도에 지나친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는 인내력을 갖고 임하되 집시법에 어긋남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특히 지난 4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종교·보수단체의 국보법폐지 반대 집회에 대해 “주중에 대규모 집회를 열어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 데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집회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원전센터 부지 방사능수준별로 나눠 선정

    원전수거물관리센터(원전센터) 부지를 방사능 수준의 강도에 따라 2곳으로 나눠 선정하는 방안이 정부안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정부는 지난 1일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원전수거물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일단 ‘중저준위 폐기물’의 처리장만이라도 2008년 이전에 건설하기로 결론지은 것으로 3일 밝혀졌다.방사능 수준이 더 높은 ‘고준위 폐기물’(사용후 연료 등)의 처리부지 선정은 시민단체와 국회,정부 관계자가 참가하는 ‘공론화 기구’에서 논의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원전센터 부지를 분산 선정키로 한 것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보류하고,새로 건설되는 원전센터에서 일단 중저준위 폐기물만 처리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수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의 원전센터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분산 선정방식을 택하자는 데 부처간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현재 원전센터 부지선정 일정상 유일한 후보지로 남아있는 전북 부안을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의 후보지로 검토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측은 “분산선정 여부도 공론화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원전센터 선정 방식과 일정을 발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언론인, 정치인, 문인들의 일화와 풍류를 담은 ‘언론·정치 풍속사’/남재희 지음

    언론인,정치인,문인들의 일화와 풍류를 담은 ‘언론·정치 풍속사’(민음사 펴냄)가 출간됐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이 쓴 이 책에는 한국일보 기자,조선일보 문화·정치부장,서울신문 편집국장과 주필 등 20년 동안 언론인으로,또 20년간 정치인(4선 의원)으로 한국현대사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경험을 술에 얽힌 얘기로 풀어냈다.대폿집에서 고급 룸살롱까지 다루면서 유명 인사들의 교유,뒷얘기,은밀한 일화를 들려준다 ‘나의 문주(文酒) 40년’이라는 부제의 책은 모두 7부로 이뤄졌다.1부는 ‘생활 풍습의 중요한 한 단면’으로 언론인,문인들과 술을 나눈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문인화로 정평이 난 청곡 윤길중,다재다능했던 소설가 이병주,선비 언론인 천관우 등이 등장한다.1972년 서울신문 편집국장 시절,사회부 기자였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의 인연도 들어 있다.그는 “30명쯤 되는 사회부 기자와 술을 마시면 끝까지 따라와 ‘국장,2차 사시오.’하는 것이,권영길 기자다.술이 장사였다.”고 회고한다. 제2부 ‘현대의 황진이들’은 유명 살롱의 마담부터 당대의 여걸이라 할 만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제3부 ‘정치일탈’편에서는 박정희 정권 실세 3인방인 이후락 공화당 비서실장,김형욱 중앙정보부장,김성곤 공화당 재정위원장과의 술자리도 나온다. 4부 ‘슈퍼 거물들과의 술자리’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술 이야기를 다룬다.전두환 전대통령이 “김지하 시인을 석방시켜달라.”는 저자의 요청에 “당장 석방하라.”고 아랫사람에게 지시한 에피소드도 있다.1만 2000원.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인사]

    ■ 산업자원부 ◇서기관 승진△기획예산담당관실 金鎭鳳△석유산업과 高永均△전력산업과 金龍來△산업기계과 龍永俊△계량측정표준과 鄭樂薰△산업인력팀 鄭鍾榮△원전수거물팀 曺永宰 ■ 한국석유공사 ◇승진△비축사업본부장 金寬燮◇전보△관리본부장 黃性起 ■ 서울시 ◇지방서기관 전보△감사담당관 崔東允△복원총괄담당관 南元畯△DMC담당관 高錫 ■ 두산그룹 △㈜두산 상무 趙庸滿 朴炯烈△두산중공업㈜ 상무 吳洪烈 吳濟泳
  • 스위스대사 면담중 “이명박 나와”

    열린우리당 ‘서울시 관제데모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장영달) 소속 의원들이 22일 오전 ‘행정수도 이전 반대 궐기대회에 예산을 편법 지원한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스위스대사와 면담 중인 이명박 시장에게 막말을 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범해 물의를 빚었다. 이날 장 위원장과 김영춘 부위원장,우원식 간사 등 의원 10명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해명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시장실로 향하는 과정에서 명영호 서울시의회 수도이전반대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시의원 5명이 제지,심한 몸싸움이 빚어졌다. 서울시의원들은 “국회의원이면 중앙정부가 하는 일을 감시해야지 왜 서울시 일까지 챙기느냐.”고 따지며 의원들의 시장실 진입을 막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시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시장실에 들어가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상대로 서울시의 ‘관제데모’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일선 구청이 작성한 관련 문건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김병일 대변인은 ‘정치는 여의도에서’라는 제목의 항의성명에서 “데모대처럼 무작정 (의원들이) 찾아온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시대에도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항의했다. 또 “이 시장이 오는 10월 말 이임하는 크리스천 뮬레탈레 스위스 대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일행이 시장실을 박차고 들어와 ‘이명박 어디 있어,나와.’라고 고함을 치는 등 폭력배와도 같은 행동을 취해 국제적 망신을 사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 알면서도 국회의원의 위치를 내세워 군림하는 자세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삶과 경영이야기] (27)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삶과 경영이야기] (27)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국내 최고의 컴퓨터 보안솔루션 전문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43) 사장.의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벤처기업을 차린 뒤 10년이 지난 지금,그를 빼고는 한국의 벤처·정보기술(IT)업계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거물’이 됐다.회사 직원이 3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나고,보안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안 사장이 이룬 눈부신 성공 스토리는 정도(正道)경영을 통해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굳건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대생,바이러스와 만나다 -1988년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때 컴퓨터 바이러스를 처음 접했다.기계와 컴퓨터를 좋아했고,컴퓨터는 대학원 전공에 도움이 돼 취미 이상으로 가까이했다.청계천 세운상가의 컴퓨터 상점에서 관련 소식지를 받아보고 있었는데,우연히 외국잡지를 번역한 글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소개됐다.컴퓨터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내용이었다.재미있겠다 싶어 갖고 있던 디스켓들을 뒤져봤다. 당시 파키스탄인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 전세계로 퍼진 바이러스가 ‘브레인 바이러스’인데,놀랍게도 내 디스켓 2장도 감염돼 있었다.충격이 컸고 화도 났다.의대 내에서는 ‘컴도사’로 통했던 나도 모르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날밤을 새우면서 바이러스를 뜯어보니 보통 복사프로그램과 원리가 같아 분석이 쉬웠다. -어느날 과(科) 후배가 찾아와 “컴퓨터 바이러스가 심각해 디스켓이 많이 망가지는데 치료방법이 없다.”며 걱정했다.며칠 전 일이 생각나 후배에게 바이러스 작동원리가 간단해 치료도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후배는 치료전용 프로그램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며 프로그램 개발을 권했다.작심하고 치료프로그램을 만들어 ‘백신’이라고 이름 붙였다.이것이 안철수연구소의 바이러스 백신 ‘V3’의 시초다.백신을 만들고 나니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문제였다.당시 모뎀이나 메일이 보급되지 않아 컴퓨터 잡지사인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이 일을 대신했다.잡지사에 백신 프로그램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은 잡지사를 통해 나에게 알려줬다.본격적인 바이러스 치료는 이렇게 시작됐다.학창시절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환원할 기회를 찾고 있었던 나로서는 의료봉사를 할 때처럼 백신 프로그램 개발은 더없는 뿌듯함을 안겨줬다. ●의대교수 접고 회사 차려 -94년이 되면서 진짜 고민에 빠졌다.7년간 두 가지 일을 했는데 더 이상 지속하기는 역부족이었다.바이러스가 매년 2배씩 늘어나 76종이나 돼 밤잠을 미루고 3시간씩 일해도 부족했다.군의관을 마치고 학교(단국대 교수)로 복귀하면 본격 연구활동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치료는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민을 거듭했다.결국 선택 기준은 ‘과거를 잊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했다.20대에 박사·교수가 된 것은 그동안 열심히 해서였지만 앞으로의 일은 아니었다.어떤 선택을 하면 앞으로 더 재미있고 보람되고 내 자신도 발전하고,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까를 생각했다.의대에는 나 말고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는 나 혼자뿐이었다.의대 교수직을 버리고 중소기업 사장의 길로 들어선 이유였다. -사업 초기에는 비영리적인 공익법인 형태를 추진했다.그동안 만든 바이러스 샘플과 백신 프로그램 등 모든 노하우를 기부하는 조건으로 정부기관을 비롯,대기업 등 이곳저곳에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돈을 벌기는커녕 까먹을 우려가 더 크고,의사 출신인 나를 성공할 수 있는 사업가로 믿지 않으려는 눈치였다.막막하던 차에 ‘한글과 컴퓨터’로부터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이 왔다.한컴이 마케팅·판매를 맡고 내가 운영·기술개발을 맡는 조건이었다.주식회사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백신 개발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고민 끝에 제의를 수락했다.그렇게 탄생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는 95년 3월 서울 서초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돼 -회사가 한컴에 속했던 95∼97년 2년간 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기술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미국에서 e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회사를 경영하는 동안 다행히 매출이 늘었다.그러나 경영학을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경영에 소질이 없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그래서 무조건 보수적으로 경영했다.차입을 안 하고 돈이 부족하면 스스로 월급을 받지 않고 매출이 조금이라도 생겨야 직원을 뽑았다. 97년 초 뜻하지 않은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왔다.대주주인 한컴이 경영난으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홀로서기’를 하게 된 것.마케팅·영업부문을 가져와 완전한 회사로 출발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외환위기가 닥쳤다.하지만 긴축경영을 한 탓에 외환위기의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았다.전화위복이 된 것이다.때마침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기업 등에서 인력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좋은 인재들’도 많이 뽑았다.임대료도 떨어져 고정비용이 줄어들었고,경쟁관계였던 외국 보안업체 한국지사들은 철수하기에 바빴다.외환위기 때 오히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경쟁력을 확보하는 시간을 벌었다. -그 와중에 미국의 한 보안업체가 1000만달러를 제시하며 회사를 사겠다고 했다.그러나 팔지 않고 버텼다.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고생하며 일궈온 토종 보안회사를 외국에 넘기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벤처거품 때도 원칙 최우선 -99년 4월 ‘CIH바이러스’가 퍼져 컴퓨터 30만대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그 일로 컴퓨터 백신의 중요성이 커져 보안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기업·관공서 등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면서 그해 보안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 돌파를 달성했다.98년 내부를 정비하고 인재를 뽑고 연구개발에 주력했던 것이 빛을 본 것이다.그해 하반기부터 코스닥시장에서 IT기업들이 상한가를 치면서 ‘벤처거품’이 시작됐다.그러나 당시 투자(펀드 모집)도 전혀 받지 않았고 기업공개도 하지 않았다.내가 보유한 주식을 주당 100만원에 넘기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거절했다.회사를 차린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 주도 팔지 않았다.대주주가 아니라 월급쟁이 사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산을 증식하지 않았다.99년 결산을 해보니 순익을 70억원이나 냈다.벤처기업 중 순익이 나는 회사가 없어 그때 상장했으면 수천억원을 펀딩(투자)받았을 것이다.당장은 좋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익이 없다고 생각했다.100년을 놓고 보면 돈이 있다고 성공하고 없다고 망하는 것은 아니다.기업의 성공은 펀딩이 아니라 영업이익이 좌우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99년 말 한 인터뷰에서 “벤처기업 95%가 망해 코스닥이 무너지고 벤처기업가 중 금융사범이 생기고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결과적으로 맞췄지만 씁쓸했다.당시 벤처기업은 성공의 보증수표라는 잘못된 생각이 팽배했다.그래서 투자위험이 높을수록 조심해서 투자해야 벤처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벤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조언한 것인데 오히려 욕만 먹고 ‘배신자’라는 오해까지 받았다.그해 말에는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는 ‘Y2K’사태도 있었다.2000년 1월1일 Y2K대란이 터진다며 다른 보안업체들이 신문광고까지 냈지만 확인결과 바이러스 감염이 안돼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가만히 있으면 우리도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옳지 않다고 생각해 ‘Y2K바이러스 피해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그러나 언론에서 다룬 곳은 거의 없었다.‘한 사람의 힘으로 막기 힘들구나.’하고 생각하니 좌절감이 컸다.2000년 1월1일 결국 우리가 옳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계 톱10 기업에 도전 -2000년에 접어드니 매출·이익도 늘어나고 벤처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등 대외환경도 좋았다.이럴 때일수록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현실에 안주해 기존 제품의 수명이 끝나면 회사 수명도 끝난다는 위기감이 생겼다.회사의 ‘4대 변화’로 내건 것이 종합보안회사,글로벌기업,큰 조직,등록기업으로의 변신이다.특히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전 직원이 공통된 가치관을 갖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100년 뒤 사람들이 바뀌어도 영속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주변 사람들이 가끔 억울하지 않으냐고 묻는다.8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으니 세계 1∼3위 업체보다 먼저 진출한 것인데 기업규모 등에서 차이가 나니 억울할 수도 있다.그러나 7년간 공익적으로 운영해 기업화가 늦은 것이니 후회는 없다.지금부터 따라잡으면 된다.2010년까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보안전문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지난해 보안시장은 선진국의 경우 20∼30% 성장했는데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이다.보안에 투자하지 않으니 사고가 많이 나고 해커들이 늘어난다.그렇지만 이런 현실이 외환위기 때처럼 기회가 될 수 있다.제대로 정비하고 노력하면 벌어진 차이는 얼마든지 좁힐 수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안철수 사장은 20대에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을 마치고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까지 지낸 그가 인간의 몸이 아닌 컴퓨터에 청진기를 대고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그러나 기자가 안 사장을 5년간 수차례 만나면서 느낀 점은,개인의 이익 추구보다 사회 공헌에 뜻을 둔 사람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대학시절 매주 무의촌 등에서 무료진료를 했던 안 사장이 백신을 만들었을 때도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느꼈다는 대목에서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책벌레’인 그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지 15년째.다음달이면 9번째 책이 나온다.3년 전 펴내 베스트셀러가 된 ‘CEO 안철수,영혼이 있는 승부’는 대학교재로도 쓰인다.안 사장이 어려울 때마다 물질적·정신적으로 든든한 후원자였던 의사인 아내가 뒤늦게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 중이라 ‘기러기 남편’으로 지내고 있다.
  • 성폭력 전담 ‘전자법정’ 생긴다

    성폭력 전담 ‘전자법정’ 생긴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마주하지 않고 증언할 수 있는 ‘전자법정’이 새달 1일부터 시범 운영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앉아 극심한 ‘2차 충격’에 시달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일 형사합의 26부(부장 김문석)를 성폭력 전담재판부로 지정하고,화상 증언실이 마련된 서울법원청사 가동 418호에서 ‘전자법정’ 시연회를 가졌다. 전자법정은 법정과 증언실로 나눠져 있다.법정에는 증언자를 볼 수 있도록 재판부,검사,변호사용 대형 모니터와 피의자용 소형 모니터가 설치됐다.카메라와 실물화상기,DVD,영상·음향 장비,화상제어시스템도 갖추었다.따로 마련된 증언실에서는 5개의 카메라로 중계되는 법정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2개의 대형 모니터가 설치됐다.증언실 한쪽은 특히 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해 장난감,인형 등이 가득한 놀이방도 마련됐다.증인실에는 피해아동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보호자도 동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예비판사 8명이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20대 피해 여성의 법정 증언을 연기했다.재판부와 검사,변호인는 모니터로 증인 신문을 진행했고,증인도 증언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답변했다.검찰이 제출한 조서와 증거물도 실물화상기로 확대,방청객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대법원은 서울·부산·대전·광주·대구 등 5개 법원에서 전자법정을 시범 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키로 했다. 대법원은 또 성폭력 사건에 이어 강력범죄 사건에도 전자법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보고 싶지 않으면 전자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법원 규칙을 개정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성공시대] 소문난 순대·왕족발

    “돈 없으면 그냥 가셔도 괜찮습니다.인정으로 먹고 사는데 매정하게 굴 수 있나요.” ●왕족발 1만원 순대국밥 4000원 서울 중곡동 제일시장에서 15년째 ‘소문난 순대·왕족발’을 운영 중인 박형태(42)씨.허름한 옷차림의 남자나 다소곳이 차려입은 여자나 똑같이 밝은 미소로 반겨준다.그래서인지 스산한 바람에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저녁이면 족발에 소주를 들이켜며 시름을 달래러 온 사람들로 가게는 어김없이 북적거린다.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그는 족발(1만원),순대국밥(4000원),편육(5000원),머리고기(5000원) 등 저렴한 가격의 서민음식을 팔고 있다.가게 규모는 작지만 한달에 1000만원 가량 번다고 한다.비결을 묻자 박씨는 ‘마음을 팔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순대국밥은 숟가락이 잘 안들어갈 정도로 꽉꽉 채워주고 더 달라는 손님에게는 원하는 만큼 ‘리필’ 해주니 그의 인심에 사람들이 반할 만도 하다.“동네 분들이 사랑방처럼 가게를 찾아주어 감사할 따름입니다.고마운 만큼 정직하게 노력하는 자세로 음식을 만들어서 파니 많은 분들이 믿고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남의 가게 쓰레기통까지 뒤지며 양념 개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잠시 주춤했던 매상은 나날이 늘어 경기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 중이다.즐거우나 괴로우나 훈훈한 박씨네 족발집을 찾는 단골 손님들이 늘었기 때문이다.그의 인심만큼 손님들의 발길을 끄는 것은 맛.젊은시절 신림동 순대촌에서 5년 동안 일하며 ‘쓰레기통까지 뒤져’ 양념을 연구했고,족발이 유명하다는 장충동 등 유명한 맛집을 다니며 그만의 맛을 개발해냈다.느끼하지 않은 양념과 손수 손질하는 쫄깃쫄깃한 고기 맛에 매료돼 이곳을 찾는 손님은 여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이웃들은 임신한 새댁들이 특히 그 맛에 쉽게 빠져든다고 전했다. ●서울시내 체인점 12곳도 성업중 박씨는 “머리고기를 많이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있는데,실제로 딸만 네명 두었던 어느 부부가 내가 주는 머리고기를 자주 먹고 아들을 낳아 신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며 “그 후 임신한 부부 중 아들을 원하는 새댁에게는 머리고기를 듬뿍 담아준다.”면서 큰 웃음을 지었다.그 맛을 부인에게 전수해 ‘소문난 순대·왕족발’ 2호점도 운영 중이다.중곡4동 신성시장에 있는 2호점은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새벽 1시까지 열 정도로 1호점 못지 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무상으로 이름을 빌려준 체인점 11군데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동생들의 학비를 벌러 단돈 3만원을 들고 상경해 순대 장사를 시작한 청년은 이제 어엿한 ‘거물급’ 사장님이 되었지만,여전히 장화에 장갑을 끼고 직접 음식을 만든다. ●돈은 제법 벌었으니 결식아동·독거노인 도울 생각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는 그는 지금도 종업원보다 먼저 나와 오전 8시에 가게 문을 열고 밤 11시에 셔터를 내린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6학년인 딸을 두었다는 그에게 “돈도 많이 벌었는데 강남으로 이사갈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먹여살려준 동네에서 봉사하며 사는 게 인생 목표”라며 손사래를 쳤다.강남에서 비싼 과외를 시켜주는 것보다 이웃을 도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현재 성동 소방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긴급한 화재 발생시 소방 보조역할을 하고 홍수가 나면 손목 걷고 수해가정을 돕는다.음성 꽃동네에 매월 기부금을 내고 있는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앞으로 동네에 사는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을 맡아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先투표 後신청’ 추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부지선정의 새 절차는 지방자치단체가 유치 신청을 하기 앞서 해당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먼저 실시하게 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전망이다.또 전북 부안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주민투표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1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선 주민투표,후 지자체 신청’ 방식으로 부지선정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지역주민들의 원전센터 유치의사가 확인된 지자체만 유치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지자체장이 반대여론을 의식해 신청을 꺼리는 현상이 해소될 것이란 게 정부측 계산이다. 그러나 예비신청에 앞서 실시하는 유치청원을 존속시킨 상태에서 이 절차를 도입할 경우 지자체장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부 주민들의 의사만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 부작용이 우려돼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정부는 또 새로운 방식의 부지선정 절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부안 문제 해결이 선결과제라는 판단 아래 현재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정부, 부안 원전센터 포기

    원전수거물 시설 건립 사업이 원점에서 다시 추진된다.전북 부안군은 원전시설 유치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 등을 실시하지 않고 지난해 7월 유치신청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 산업자원부 이희범 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부지 선정을 위한 예비신청을 한 지방자체단체가 한 군데도 없었다.”면서 “이번 결과는 자치단체들이 자율적으로 내린 결정으로,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원자력이 우리나라 전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수거물의 안전한 관리는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면서 “10월 안에 사업추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원전시설 건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일하게 예비신청 단계로 남게 된 부안은 절차에 따른 주민투표가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통해 유치를 조건으로 자치단체에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해주는 등의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제안한 ‘사회공론화 기구’도 시급히 구성,여론수렴 기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부안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해봐야 반대표가 과반수를 넘을 것으로 판단하고,정부가 나서 예비신청 자격을 묵살한 셈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방폐장 유치신청’ 한곳도 안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건설사업이 다시 표류하게 됐다.방폐장 유치 예비신청 마감인 15일 자정까지 단 한 곳의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에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이에 따라 절차상으로 이미 유치신청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전북 부안군만을 상대로 유치 찬반투표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하지만 최근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사업 중단을 당론으로 택한 상태여서 정부가 일정 자체를 백지화할 가능성도 높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5월 말 주민청원서를 제출한 강원도 삼척시 등 7개 시·도를 포함,어느 한 곳도 15일까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폐장) 유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이에 따라 산자부는 부안군에서 주민 찬반투표를 할 지,아니면 일정을 중단할지를 검토해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정부가 일정대로 강행한다면,부안군은 오는 11월 중순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찬성표가 더 많을 경우 같은달 30일까지 정부에 본 신청서를 내게 된다.그러나 투표를 하더라도 부안 주민들의 반대가 더 우세할 것으로 보여 공연히 헛수고만 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단 한 곳도 신청서를 내지 않은 것은 지난 10일 마감을 불과 5일 앞두고 열린우리당 국민통합실천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의원)가 산자부와 반핵국민행동측에 ‘사회적 공론화기구 중재안’을 제시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여당의 사업강행 의지가 약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반대 위험을 무릅쓰고 신청서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지난 5월 주민청원을 했던 7개 시·도 중 상당수가 비슷한 계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는 당초 일정을 백지화하고 방폐장 건설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최종 결정의 주체는 국무총리실이기 때문에 여당 중재안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원전 전문가 등 3자로 구성된 ‘사회정책 공론화 기구’를 구성,1년 이상 토론회,여론조사 등을 거쳐 방폐장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100년 맛 이어받은 전성근 ‘이문설농탕’ 주인

    100년 맛 이어받은 전성근 ‘이문설농탕’ 주인

    ●설렁탕 서울을 대표하는 토속음식이다.조선시대 왕이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몸소 쟁기를 끄는 친경례(親耕禮)를 하면서 60세 이상의 노인에게 곰국을 대접하면서 비롯됐다고 한다.왕은 친경례에서 수고한 백성에게 석잔의 술과 음식을 내려줬다.이때 내린 것으로 술은 막걸리,음식은 설렁탕이었다.설렁탕은 현장에서 쟁기질 하던 소를 잡아 끓인 것이 아니다.소를 마구 잡는 법이 아닌데다 설렁탕은 국물이 제대로 우러나오려면 하루는 족히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쇠고기는 성균관 인근에서 살면서 서울의 쇠고기를 독점 생산,판매하던 반촌(泮村)의 반인들이 댔다고 한다. ■“손기정·김두한·박헌영씨도 한때 단골” “맛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게 100년 장수의 비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 뒤쪽 이문설농탕 주인 전성근(田聖根·59)씨는 역사의 비결을 묻는 물음에 “오래 됐다고 손님들이 오는 게 아니라 맛이 똑같기 때문에 옵니다.”라고 말했다. 1907년 개업,한 자리에서 98년째 문을 열고있는 최고의 음식점 주인 말치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신선하다.하지만 그 말 속에는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담겨있음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이 넘는다곤 하지만 100년 가까운 식당은 참으로 드물다.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 치열했던 근세사를 건너기가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 최근 외식산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취업도 어렵고,정년도 짧아진 세태에서 쉽게 생각하고 창업하는 것이 ‘먹는 장사’다.한 집 건너 새로 문을 열고 그만큼 간판을 내리는 업종이 외식업이다. ●70대는 ‘어린’단골 이런 까닭으로 최고(最古)의 이문설농탕이 주목받는다. 이문설농탕은 전씨 집안이 전적으로 일으킨 가업은 아니다.전씨의 어머니 유원석(2002년 작고)씨가 1960년,양모씨로부터 이문설농탕을 인수해 지켜오다 아들인 전씨에게 물려줬다. 이문설농탕의 간판을 처음 단 사람은 홍모씨로 알려져 있고 그뒤 양씨가 인수해 운영해왔다.이들은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창업 연도도 여러 갈래다.당시 경복궁 주위의 경기·배재·중앙·휘문고보 등을 다녔던 노인들의 기억에 따르면 멀게는 1902년부터 짧게는 1907년까지 거슬러 간다.그래서 전씨는 가장 짧은 1907년을 개업 연도로 삼고 있다. 전씨는 “옛날에 이 부근에서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이 할아버지가 돼 손자들 손을 잡고 오시지요.3·4대째 단골이 많지요.저희 집에선 70대는 청춘이고 90대가 돼야 어른 대접을 받습니다.60∼70년 단골이 부지기숩니다.”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70년대 초 건국대 농대를 졸업한 전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부친과 함께 목장을 운영했다.목장이 사실은 할아버지(田熙哲)대부터 내려온 가업.할아버지는 목원대 전신인 감리교 대전신학원 초대교장을 지낸 목회자였다. 전씨가 식당일에 나선 것은 어머니를 돕기로 한 1981년부터.2∼3년 ‘잠시’ 돕겠다고 식당에 나왔다.“당시만해도 식당일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 선입견이 달갑잖았지요.”하지만 식당일을 계속하면서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이집은 보통 집이 아니야.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야.”하는 노인들의 격려에 힘을 얻은 전씨는 식당 운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오늘의 이문설농탕이 있게 한 공로를 어머니께 돌렸다.그의 어머니 유씨는 1930년대에 이화여전 가사과를 나온 당시의 ‘신여성’이었다.동기로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의 어머니 이원숙씨가 대표적이다.한국전쟁중이던 50년대 초 부산 광복동에서 유씨는 이씨와 동업으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유씨는 이후 음식점 운영의 길을 걸었다. 이 집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단골들도 역사의 한 자락을 차지했다.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영웅 손기정,이시영부통령,국어학자 이희승박사,남로당 거물 박헌영,주먹천하의 김두한 등이 단골이었다.김두한은 10대때 한때 종업원으로 일했다고 전해온다. 80년대는 먹성좋은 운동선수 특히 유도 복싱 레슬링 등 격투기 선수들이 많이 찾았다.당시 유도대표 선수들은 YMCA 체육관에서 연습을 했고,유도선수들의 소개로 복싱 레슬링 선수까지 이어진 것이다.유도의 하형주,복싱의 김광선 문성길 등이 대표적이다. 단골이 많은 이 집의 한결같은 맛은 100년 전이나 똑같은 설렁탕을 끓여내는 방식에 있다.단지 장작이 연탄에서 액화석유가스(LPG)로,다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뀌었고,무쇠솥이 압력솥으로 변한 것 뿐이다.건물도 일제시대 그대로다. ●퓨전을 이기는 전통의 맛 이 집의 설렁탕은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넣고 15시간 푹 곤다.국물이 뽀얗고 맛이 담백하면서도 짙다.그래서 설농탕(雪濃湯)이라고 부른다. 농후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국물에 분유나 프림 등을 섞는다는 소문이 나돌아 한때 많은 집들이 타격을 입었다.하지만 제대로 끓여내는 것으로 단골로부터 인정을 받아온 이문설농탕은 오히려 더 장사가 잘됐다. “음식을 엉터리로 만들면 손님이 먼저 알아차립니다.”그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유혹도 많지만 맛에 대한 고집으로 프랜차이즈나 분점도 내지 않고 있다. 상호는 1970년대에 이미 등록했다.“요즘 젊은 사람들이 ‘국적없는’ 퓨전 음식을 찾지만 이들도 나이가 들면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문설농탕은 일본 언론매체가 특집으로 다루면서 10여년 전부터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특히 아침 손님은 일본인이 더 많다.전씨는 이런 이유로 이문설농탕은 이제 자신 개인소유의 식당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역사의 명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 된 까닭이다.“저희 집은 값도 마음대로 못올립니다.단골 어르신들에게 먼저 의향을 여쭤봅니다.”설농탕 보통 한 그릇에 5000원.수십년째 가격에 못이 박혔다. 뽀얀 국물처럼 햇빛에 바래 역사가 쌓이고 있는 이문설농탕.“전통을 잇는 장인의 각오로 이 자리를 지켜나가겠습니다.”라는 전씨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행자부 ‘러플린 딜레마’

    “법에 예외를 둘 수도 없고,그렇다고 국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고….” 행정자치부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2년 계약에 4년 연장 조건으로 지난 7월 부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54) 총장 때문이다.교육공무원으로서 총장·부총장 등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및 공개 대상자이고 ‘KAIST 총장’ 러플린도 당연히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문제는 러플린 총장이 여느 총장과 다르다는 점이다. 알려진 대로 그는 MIT를 졸업한 뒤 리버모어연구소-스탠퍼드대학을 거쳐 지난 1998년 노벨상까지 받았던 거물급 양자물리학자다.기초과학연구의 열악함과 이공계 기피 등으로 고민하고 있던 우리 과학계가 특별히 초빙한 인물이다.이렇다 보니 기껏 모셔와놓고 국내법을 들이대며 ‘재산을 공개하라.’고 무턱대고 요구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더욱이 러플린 총장의 가족과 재산은 미국에 있다.영구적으로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닌데 미국에 있는 가족의 재산까지 등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설사 러플린 총장이 직계존비속 재산을 모두 등록·공개하겠다고 해도 가족과 재산에 대한 개념과 문화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실무작업에 들어가면 만만찮은 장애물이다.동시에 그런 절차까지 모두 러플린 총장이 받아들이더라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뒤 1개월 실사기간을 거쳐 공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에는 예외조항이 없다.애초 외국인 발탁과 같은 사태를 상정해보지 않은 채 만든 법이기 때문이다.다행히 러플린 총장은 일단 해외체류 등의 사유를 내세워 재산등록시한을 연장해둔 상태다.또 국내법을 준수하겠다는 뜻까지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총장 본인의 한국 내 재산’에 대해서만 등록·공개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행자부 관계자는 “국익을 위해 기껏 모셔온 분인데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결론을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원전센터 무기연기 가능성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자원부는 13일 “열린우리당 산하 국민통합실천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의원)가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한 원전시설 선정사업에 대한 중재안을 관련 부처와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이에 따라 15일로 예정된 유치희망 지역의 예비신청 마감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당의 중재안은 ▲부지 선정을 위한 현행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공론화 기구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되 ▲정부,시민사회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정책협의기구 1개월내 구성 ▲적어도 1년간 원전수거물 관련정책 공론화 ▲신규 원전시설의 적정성 검토 ▲원전건설 로드맵 작성 등으로 알려졌다.산자부 조석 원전사업지원단장은 “우리당의 중재안을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일지를 관련 부처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붙박이 챔프’ 어림없는 꿈

    ‘붙박이 챔프’ 어림없는 꿈

    ‘사야’(사회인 야구)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한때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까지 맺었던 거물 ‘선출’(학창시절 선수로 뛴 경우를 줄여 부르는 말)까지 뛰어드는 등 저변이 두꺼워진 데다 봇물을 이루는 각종 리그에서 실력을 쌓으면서 생긴 현상으로 ‘사야인’들이 고무돼 있다. 특히 저마다 동계훈련을 갖는 등 프로 팀 못잖은 열정이 만만찮은 힘을 불어넣었다는 분석이다.따라서 어느 팀도 감히 수성(守城)을 자신할 수 없는 ‘열강 시대’로 접어들었다.절대 강자는 절대 없다는 얘기다. 근 1∼2년 사이에 사회인야구 강자로 새롭게 떠오른 팀으로는 ‘스트라이커스’와 ‘WWE’(We win for enjoyment·우리는 재미있는 야구에 승부를 건다) 및 백상 등이 손꼽힌다. 스트라이커스는 2002년 창단된 구단으로 불과 2년만에 정상권으로 올라서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올 들어서만 해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지난달 제6회 서울연합회장배 1부와 6월 서울시장배 1부리그에서다. 스트라이커스의 강점은 참가 중인 페넌트레이스에 3개 리그별로 모두 따로 감독을 두는 등 철저한 팀 관리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올 시즌 17안타,홈런 5개로 타율 4할대를 기록한 3번 손진한(28)과 4할을 조금 밑돌지만 찬스에 강한 4번 김영문(26),14안타에 18타점을 올린 6번 임경목(28) 등 골고루 짜인 타선도 원동력이다.라인업 가운데는 또 투수 유망주로 1998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0만달러(4억 7000만원)에 계약했다가 고질적인 부상 때문에 낙마한 김병일(28·중앙고 졸)을 눈여겨 볼 만하다.‘선출’이어서 규정상 마운드에는 오르지 못하지만 대회마다 안정적인 게임 운영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생 팀으로 서울시장배 2부 패권을 잡은 일명 ‘따따이’ WWE는 걸출한 투수 2명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연합회장배 결승에서 스트라이커스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돌풍은 이어질 게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투수 안홍열(30)은 시속 130㎞를 웃도는 강속구로 ‘사야’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백상도 승수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언더스로 정봉무(27)와 정통파 투수 배태조(24),슬러거 임선묵(24),이민기(25) 등 선수들의 실력이 고르다는 게 강점이다.서울시장배 1부리그 2위에 이어 지난달에는 베스트컵 초대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다. 신생 팀으로 지난 9일 제5회 생활체육협회장기 전국대회 첫 경기에서 강팀 ‘군산 세큐리트’와 맞붙어 14-7 더블스코어로 물리치고 2회전에 오른 ‘레인보우’도 심상찮은 대변혁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스트라이커스조차 팀 기록상 지난해와 비교해도 떨어진다는 반성론이 일어나는 등 다른 구단의 거센 도전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반면 99년부터 지난해까지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8차례나 패권을 거머쥐며 무대를 주름잡았던 챔프월드는 올 들어 서울시장배에서 8강전에 진출했을 뿐 이렇다 할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창단 첫 해인 2002년 연합회장배 우승에 이어 쥬신리그와 서울시장배 2위,시즌 왕중왕전 1위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던 ‘태광 라미렉스’는 지난해 연합회장배 4위를 끝으로 구심점을 잃으면서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져 팀이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생활체육야구연합회 김성일(34) 사무과장은 “이는 저변 확대로 선수들의 기량이 쑥쑥 오르는 등 좋은 변화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선수 빼오기 등 프로야구와 같은 부작용도 적잖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해마다 각 리그 페넌트레이스가 끝나는 10월 이후에는 선수 대이동이 이뤄져 긍정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쳐나가야 할 양면적인 현상이 심해진다고 귀띔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 차승원,장서희,손태영,성지루,성동일이 말하는 ‘여자는 남자의 이런 행동이나 말에 결혼을 확신한다’라는 주제로 각자의 의견을 살펴본다.여자들이 남자의 어떤 행동이나 말에 결혼을 확신하는지 성인 여자 5000명에게 물어 봤다. ●세계의 상인(YTN 오전 8시30분) 세계 최대 외자유치국으로 떠오른 중국.비약적인 중국의 발전에 화교 자본은 큰 역할을 했다.개방 초기부터 경제 특구에 투자한 화교 상인들은 현재도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중국 정부 역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화교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0시10분) 우리와 비슷한 농업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농업선진국으로 우뚝 선 네덜란드 현지를 찾아가,네덜란드의 천적 이용 현황과 효과를 취재한다.네덜란드 최대이자 세계 최고의 천적회사인 코퍼트사를 방문,네덜란드의 천적 사용 역사,연구 현황,신기술,유통 시스템 등을 알아본다. ●뮤직 엔조이(iTV 오후 6시50분) 디바들의 무대.80년대와 90년대 팝계를 이끌어간 우먼파워.팝과 재즈의 고급스러운 선율의 바브라 스트라이잰드,팝계의 요정 올리비아 뉴튼존,섹시한 우먼파워 셰어,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의 머라이어 캐리.감미로운 팝의 여왕 셀린 디온.팝계의 디바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영웅시대(MBC 오후 9시55분) 광복이 되어 예전 자동차수리공장을 되찾은 태산은 세기라는 간판을 내걸고 새롭게 시작한다.대호는 다시 무역업을 시작하지만,국수공장과 양조장은 난입한 폭도들로 인해 망가진다.소희,혜영 자매에게 치부책과 땅문서,통장,현금궤를 넘기고 있던 강 영감 집에 돈을 노리고 강도들이 들어온다. ●달래네 집(KBS2 오후 9시20분) 우연히 공중에서 떨어진 개밥그릇에 맞게 된 기현.이대로 넘길 수 없다며 증거물인 개밥그릇을 들고 범인 색출작업을 펼친다.개밥그릇과 관련된 사람을 중심으로 범인을 추적하던 기현은 사람들이 그동안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동물병원 사람들의 계획된 범죄라고 생각한다. ●TV문화지대-음악속으로(KBS1 오후 11시35분) 세계적인 거장 그라프가 지난 5일 내한 공연을 가졌다.당대 최고의 플루티스트를 통해 플루트의 매력를 들여다본다.또한 플루티스트 백수현씨의 설명으로 트릴과 아르페지오,그리고 텅잉 등 플루트 악기의 연주기법과 그 특성을 알아본다.
  • [정책진단] 천성산터널·새만금·원전센터…줄줄이 재검토 ‘오리무중’

    국무총리실이 집중 관리 중인,사회갈등 과제에 포함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과 새만금간척사업,부안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유치 등 상당수 국책사업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가 최근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줄줄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사업을 담당하던 공무원들도 “이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사실상 손을 놓아 갈등만 커지고 있다. 천성산 터널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될 예정이다.정부가 지난해 7월 찬반 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기존 노선 고수로 결론내렸지만 최근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반발에 밀려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는 15일 후보지 예비신청 마감일을 앞둔 원전센터 유치도 신청서를 냈던 7개 시·군 10개 지역이 잇따라 유치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지난 9일에는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주춤하던 주민갈등도 다시 표면화되기 시작됐다.강현욱 전북지사는 지난 7일 “정부가 다른 유치·청원지역 자치단체장들의 예비신청을 유도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정부는 원전센터사업에 관한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새만금 간척사업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당초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중 새만금 소송 결심공판을 열어 환경단체와 농림부,전라북도 등에 조정을 권고할 예정이었지만 공판이 11월로 연기됐다.이에 따라 조정결정도 내년 2월로 미뤄졌다. 아울러 국무총리실이 해양수산부에 광양항 개발 재검토를 권고했고,한국형 다목적헬기(KMH)사업도 감사원의 권고에 이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결론짓기로 한 한탄강댐도 강원도가 반발하고 있고,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잇단 국책사업 재검토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지난해 사패산터널의 경우 ‘공론조사’ 등을 이유로 3개월간 예산만 낭비하며 시간을 끌다 불교계 설득을 통해 해결했다.”면서 “이미 지난해 정부내에서 결론이 내려진 천성산 공사의 중단은 다른 국책사업에도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시민단체나 주민들과 물밑 해결에 적극 나섰지만 이제는 구악 공무원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몸을 사린다.”면서 “국책사업의 경우 환경훼손과 주민반발이 불가피한 만큼 사실상 ‘백지화냐 추진이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시네마 천국]스릴러 드라마 ‘시크릿 윈도우’

    [시네마 천국]스릴러 드라마 ‘시크릿 윈도우’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 적이 있는지.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마음을 품고는,낯설고 두려운 자신의 모습에 순간 놀라 흠칫했을 것이다.영화 ‘시크릿 윈도우’(Secret Window·10일 개봉)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독버섯처럼 은밀히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자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소재로,살인사건의 퍼즐을 짜는 스릴러물이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뒤 별거상태에 들어간 소설가 모트 레이니(조니 뎁).인적이 드문 호숫가 별장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날 존 슈터(존 터투로)라는 낯선 남자가 찾아와,모트가 자신의 소설을 표절했다고 주장한다.모트는 처음엔 무시하려 했지만 애완견이 살해당하면서 점점 조여오는 위협에 공포심을 느낀다.자신이 그 소설의 작가임을 증명하려 하지만,도움을 청한 사람들이 모두 죽음을 맞고 설상가상으로 아내까지 찾아오면서 겉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패닉룸’의 각본자답게 데이비드 코엡 감독은 공간을 통해 공포를 창출하는 연출력에 능숙함을 보인다.물안개에 휩싸인 호숫가를 거쳐 한 외딴 집의 2층 창문을 통해 들어와 집안을 쓱 훑고는 1층 소파에 누워있는 모트에게 다가가는 카메라는 그 불안한 시선만으로도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적시한다. 영화의 외양은 모트 주변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모트가 스스로에게 느끼는,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다.쓰레기통에 버린 존 슈터의 원고를 일하는 아줌마가 주워오자 애써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모습이나,증거물을 제시하겠다고 큰 소리만 친 채 질질 끄는 모습 등은 혹시 관객이 모르는 모트만의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집안의 침입자를 쫓아 꼬챙이로 거울을 깨니 침입자는 없고 깨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남는 장면도,결국 모트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암시다.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이 모든 것의 진실을 밝혀준다. 이 영화만 놓고 보면 반전은 놀랍고 앞부분을 되씹게 하는 힘이 있지만,이미 여러 영화에서 노출된 수법이라 새롭진 않다.어벙하면서도 귀여운 반항아의 이미지부터 섬뜩한 광기로 번뜩이는 모습까지,한 인간이 품은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시킨 조니 뎁의 연기가 압권.스티븐 킹의 중편소설 ‘포 패스트 미드나잇:시크릿 윈도,시크릿 가든’이 원작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미군 개인사서함은 ‘마약 창구’

    미군기지내 개인 사서함을 통해 마약의 일종인 해시시를 밀반입,영어학원 강사 등 외국인에게 판매한 미국인 등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는 7일 해시시를 국내에 밀반입해 판매한 미국인 A(47·영어학원 강사)씨 등 외국인 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하고 O(20·미국인·미군유아원 보육사)씨를 입건했다.또 해시시를 흡입한 투약자 13명 가운데 C(33·영국인·대학교수)씨 등 9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L(20·미국인·무직)씨 등 나머지 4명을 입건했다.국적별로는 미국인 10명,영국인 및 한국인 각 2명,러시아,키르기스스탄,캐나다인 각 1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초 캐나다 밴쿠버로부터 오산미군기지 개인사서함을 통해 과일캔에 담긴 해시시 50㎏을 들여와 영국인 C씨 등에게 판매한 혐의다.미국인 O씨는 지난 8월초 해시시가 들어있는 곰인형을 자신의 한미연합사령부 개인사서함을 통해 들여온 뒤 직접 흡입하거나 외국인 5명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미군 가족 등이 미군부대에 신청하기만 하면 개인사서함이 개설되고 이곳을 통해 외국의 각종 우편물이 사서함 개설자에게 직송되지만 국내 수사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마약 밀반입 창구로 활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경찰은 A씨 등으로부터 해시시뿐 아니라 환각성이 강해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종마약류인 ‘광대버섯’ 등 5㎏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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